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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추운 겨울날 등산하던 친구 둘이 길을 잃었다. 둘은 길을 찾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등산객 한명을 발견한다. 한 친구는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남을 챙길 겨를이 있느냐.’며 홀로 발길을 재촉했고, 다른 친구는 ‘그래도 함께 살아야지.’라며 조난자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섰다. 불행히도 앞서 간 친구는 동사했다. 그러나 조난자를 업은 친구는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가까스로 구조됐다. 극단적인 일화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려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비슷한 의미의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상생’이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노사 화합,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핵심이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에 지속가능 경영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나눔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2009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 비용은 2008년에 비해 22.8% 증가한 2조 6517억원에 달했다.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국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바로 사회공헌인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가스시설 취약계층, 국민기초생활수급자 9만여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3300여곳에 159억원을 투입해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를 살핌으로써 국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겠다는 두 가지 목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공사 이전 대상 지역인 충북 음성·진천 지역, 경남 거제 다포마을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1사1촌 농촌사랑 봉사활동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또 ‘워밍업 코리아’라는 독자적인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사축제를 열어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업과 수혜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진정성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금전을 떠나 기관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의 가르침 중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게 있다.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를 말한다.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적인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다. 사회공헌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고사가 아닐까 싶다. 단지 불쌍한 사람을 금전적으로 돕는다는 식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사회공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문화마당] 시골은 외로워/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시골은 외로워/공선옥 소설가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없는 대신 읍내에 극장이 있어서 이따금 부모님 손잡고 극장 구경을 간 적이 있다. 일명 ‘쇼단’ 혹은 ‘유랑극단’들도 심심찮게 들어왔었다. 그뿐인가. 설이나 추석에는 물론이고 정월 보름, 단오절 같은 때도 ‘어마어마’하게 멋지고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정월 대보름날 밤에 일렁이며 타오르는 달집 주위를 돌며 불빛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농악 삼매에 빠진 우리 아버지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단오절날 당산마당에서 그네를 타던 색시들의 자태는 또 어떤가. 이맘때, 산천에 꽃사태가 나면 또 우리 어머니들은 한복 곱게 차려입고 장구 둘러메고 화전놀이를 갔었다. 그랬는데, ‘조국 근대화’ 바람이 불어 한집 두집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고, 그렇게 떠난 사람들 중 장구재비 김씨, 상쇠 이씨 등도 있어, 이제 마을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 가슴 두근거리며 지켜봤던 풍물패들의 그 장관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풍물굿에 깊이 빠져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달집을 태우고 풍물을 치고 여름이면 당산 옆 시정에서 시조창을 하던 그 ‘정취’들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당산의 숲들은 베어지고 그 자리에 시멘트 창고와 미곡처리장과 축사가 들어섰다. 단옷날 그네를 매달 나무도 없고 그네를 탈 처자들도 없다. 매미소리와 함께 여름 한낮에 유장하게 흐르던 할아버지의 시조창 대신, 마을 앞으로 새로 뚫린 도로를 씽씽 달리는 차 소리만 살벌하게 바람을 가른다. 마을엔 사나운 개들이 사납게 짖어댄다. 닭과 함께 마당을 놀이터 삼아 잘 놀던 강아지들도 이제 우리 안에서 틈만 나면 닭 잡아먹을 궁리를 하는 것같이 눈동자를 굴린다. 마을 안에 이따금, 그리고 자주, 시시때때로, 끊임없이, 개 사요, 염소 사요, 트럭에서 뿜어져 나오는 확성기 소리가 출몰한다. 천지사방에 봄나물이 돋아나도 그 나물을 캐는 ‘가시내’들이 없다. 어쩌다 노인이 허리 구부리고 ‘돈 살’ 궁리로 쑥을 뜯을 뿐이다. 시장에 나오는 냉이와 달래는 자연적으로 돋아난 것이 아닌, 사람이 재배한 것이라 한다. 사람들은 제 힘으로 돋아난 나물이 아닌, 사람이 기른, 무늬만 나물인 나물들을 먹고 힘없다고 또 영양제를 사먹는 데 돈을 쓴다. 시골사람들도 이제는 집 옆에 돋아난 냉이, 달래를 캐 먹지 않는다. 여름도 아닌데 벌써 나온 참외를 사다 먹는다. 숭늉을 끓일 아궁이, 가마솥이 없어진 지금 시골사람들도 식후에 커피를 마신다. 들녘 한가운데로 다방커피를 배달시키고 자장면을 배달시킨다. 시골에도 도시와 똑같이 비닐, 플라스틱 폐기물이 넘친다. 그것들을 시골사람들은 그냥 태운다. 저녁 무렵이면 어디선가 쓰레기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난다. 하얀 막걸리통, 농약병, 덮개용 비닐이 한데 불 속에서 녹는다. 시골사람들은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플라스틱통에 든 30도짜리 ‘과실주’용 소주를 집집마다 모셔두고 아침, 낮, 저녁으로 마신다. 시골노인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 힘들어서 마시고, 외로워서 마시고, 속상해서 마시고, 재미없어서 마신다. 유일한 오락거리인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자리에 든다. 마을 안길까지 검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붉은 가로등은 그 검은 아스팔트와 사람들이 잠든 집과 빈집들을 붉게 비춘다. 길 건너 양계장, 혹은 종계장의 불빛은 밤에도 휘황하고 축사에서는 밤에도 라디오 소리가 난다. 사람이 있는 척하려고 그렇게 라디오를 틀어놓는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은 자정 넘어 새로 한시. 시골의 집집마다 방문 너머로 지직거리는 푸른 빛이 명멸한다. 미처 끄지 못한 텔레비전, 차마 끌 수 없는 텔레비전이다. 힘들고 외롭고 속상하고 재미없어서 ‘틀어 놓은’ 텔레비전의 푸른빛 속에 시골은 그렇게 저 혼자 일하고 저 혼자 놀고 저 혼자 잠든다. 시골이 그렇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알아도 모른 척한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나라 안 누구도.
  • [데스크 시각] 반면교사 삼아야 할 풍도/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반면교사 삼아야 할 풍도/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새삼스러운 얘기 하나 하자. 자연을 아끼자는 것이다. 요즘 얼마나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애쓰는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해에 풍도(豊島)라는 작은 섬이 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다. 승봉도와 대난지도 등 서해의 명승지와 인접한 섬으로, 주변에 수산자원이 풍부해 ‘풍(豊)도’라 불린다. 풍도가 뭍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이른 봄 피어나는 야생화의 공이 크다.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이 양지바른 언덕에 많이 자란다.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도 두 종이나 길러냈다.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이다. 풍도가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려 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그 탓에 섬이 몸살을 앓는 역설도 생겼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양탄자처럼 숲을 뒤덮었던 몇해 전과 달리, 최근엔 야생화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숲 사이로 ‘번듯한’ 오솔길도 생겼다. 한 사람이 걸어 간 흔적을 따라 뒷사람이 걷고, 그러다 보니 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야생화를 뿌리째 캐 가기도 하고 꽃을 보호하는 낙엽도 흩어 버린다며 아우성이다. 급기야 안산시 측에서 섬을 야생화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꽃과 사람들 사이에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을, 이젠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 할 지경에 이르고 만 셈이다. 올해 초 방문한 충남 태안의 가의도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섬 역시 야생화 많기로 은근히 입소문이 났다. 취재 중 만난 몇몇 섬 주민들은 신문에 홍보를 잘 해 많은 사람이 찾게 해달라고 하면서도, 섬에 야생화가 많으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많긴 많은데….”라며 말수를 줄였다.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건 좋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발길에 섬 야생화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일들을 꼽자면 부지기수다. 특히 해마다 열리는 꽃축제장에서는 어김없이 볼썽사나운 일들이 빚어진다. 지난해 가을 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의 옥정호 구절초 축제장에서 겪었던 일이다.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야트막한 동산에 소나무 군락지가 있고, 그 안에 구절초 꽃밭이 조성돼 있었다. 듣던 대로 휨새 좋은 소나무들과 어우러진 구절초 꽃밭의 자태는 장관이었다. 워낙 입소문을 탄 곳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사진작가들이며 관광객들이 적지 않게 찾아 들었다. 그런데 인적 드문 축제장 한편에서 아주머니 몇분이 난간을 넘어 슬며시 꽃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철퍼덕 주저앉아 꽃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리디여린 구절초로서야 그네들이 디딘 만큼 상처를 입을 수밖에. 이번엔 일단의 사진작가들이 꽃밭을 찾았다. 그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난간을 넘어 성큼성큼 꽃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좀 더 자신이 원하는 구도를 잡기 위해서였을 터다. 도무지 거리낌 없는 행태에 부아가 치밀어 그렇게 마구 꽃밭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던지고는 사진 찍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 꽃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걸까. 늘 그렇듯 말썽을 빚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다. 하지만 이런 일부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 때문에 자연은 상처받고 신음한다.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풍도 야생화의 비극’이란 글을 올려 “풍도 야생화 단지에 가면 늘 후회하고 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풍도에 인위적인 장벽이 쳐진다고 상상해 보자. 흠집 내지 않고 꽃의 아름다움을 완상할 자신이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이 의심받는 것 같아 몹시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요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상식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다. 상처 입은 풍도를 보며 다시 한번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다져야 할 때다. angler@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8) 부여 백강마을 ‘부여동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8) 부여 백강마을 ‘부여동매’

    매화만큼 옛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나무도 없다. 고즈넉한 선비의 정원 귀퉁이에 홀로 은은한 향기를 자아내며 피어 있는 매화는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 가는 길목에서 화사한 꽃을 피운다. 선비들은 한겨울에 눈 속에서 고아한 자태로 피어나는 매화의 결기가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제 길을 가는 선비를 닮았다고 보았다. 은근하게 배어나는 매화 향기는 사락사락 책 갈피 넘기는 소리만 살아 있는 극단적 고요 속에서 더 짙게 느낄 수 있다. 옛 사람들이 매화 향기를 귀로 들어야 제격이라며 문향(聞香)이라는 말을 지어낸 것도 그래서다. ●볼모로 잡혀 갔던 청나라서 몰래 들여와 적막감이 감돌 만큼 나른한 봄날 오후 충남 부여 규암면 진변리 백강마을의 깊은 침묵을 깨뜨린 건 은은한 향을 담고 화사한 꽃을 피운 한 그루의 매화나무였다. 마을회관 옆집에 사는 김영갑(83) 노인이 매화 꽃의 봄노래를 한 수 거들고 나섰다. “400년 전 병자호란이 났을 때, 인조의 세 아들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인평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어. 그때 그들이 붙잡혀 간 곳은 압록강보다 더 북쪽인 심양이었지.” 김 노인은 나무를 바라보며 400년 전 조선의 역사부터 아주 느릿하게 풀어 놓았다. “심양은 오줌을 누면 오줌발이 그대로 얼어붙을 만큼 엄청나게 추운 곳이야. 선비 중에 백강 이경여 선생이 왕족을 수행하기 위해 심양까지 갔지. 선생이 어느 날 그 추운 곳에서 환하게 핀 꽃을 본 거야. 얼마나 놀라웠겠어. 이 양반이 나뭇가지를 한뼘만큼씩 꺾어서 몰래 들여와 여기에 심었지. 그중에 두 그루는 빨간 꽃이 피는 홍매고, 한 그루는 하얀 꽃이 피는 백매였어.” ‘부여동매’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 백강마을의 매화나무는 그러나 그만큼 오래돼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50년 정도 돼 보이는 나무인데, 일제 침략기에 천연기념물 제105호로 지정됐던 나무라고 한다. 나무의 나이와 나무에 얽힌 이야기의 연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세 그루의 매화나무가 잘 자랐어. 워낙 추운 지방에서 꽃을 피우던 나무여서 여기에서도 추운 겨울에 꽃을 잘 피웠지. 한데 그중에 두 그루의 홍매는 오래전에 죽었고, 백매 한 그루만 남게 됐어.” 이야기가 길어지자 노인은 아예 길가로 이어진 밭 둔덕에 주저앉아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마을 정신적 중심에 놓인 한 그루 나무 김 노인의 말 끝에는 나무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이 마을 선조에 대한 자부심까지 가득 묻어 있다. 노인은 자신의 10대조 할아버지가 조선 중기의 예학자인 김장생 선생인데, 매화나무를 이 자리에 심은 백강 이경여 선생은 김장생의 아들인 김집 선생 때에 이르러 사돈 관계를 맺었다고 했다. 매화나무 바로 뒤편으로 보이는 부산서원은 이경여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나 손수 세우고, 후학을 양성하던 마을의 정신적 중심이다. 지금은 이경여 선생과 사돈 간인 김집 선생을 함께 배향하고 있다.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마을은 백강마을로 불린다. 매화는 예로부터 선비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부여동매는 조선 중기에 우의정 영의정을 모두 지낸 이경여 선생이 특별히 애지중지하며 키운 까닭에 마을 사람들에게는 보물처럼 여겨질 뿐 아니라 선비 마을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마을의 극진한 보호 덕에 일제 침략기까지만 해도 이 나무는 나라 안에서 가장 훌륭한 매화나무로 자랐다. 일본인들까지도 이 나무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나무 앞에 ‘조선의 동매’라고 새긴 돌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그때 세운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은 세월의 바람에 깎여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 있다. 최근 그 곁에 새로 ‘부여동매’라는 글씨를 선명하게 새긴 새 비석을 세웠고, 부여군에서는 나무의 내력을 담은 큼지막한 안내판을 놓았다. “저 안내판에는 이경여 선생이 심은 나무가 불에 타 죽고 나서 한참 지난 뒤에 죽은 나무의 뿌리에서 새로 싹이 나서 이만큼 자랐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불에 타 죽은 나무에서 어떻게 새 싹이 돋겠는가. 지금 저 나무는 40년 전에 규암면장을 지낸 이가 새로 갖다 심은 거야. 그러니까 겨울에 꽃을 안 피우고, 이렇게 따뜻한 봄에 꽃을 피우는 거지.” 부여동매는 해마다 동지 즈음에 하얀 꽃을 피우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또 한 차례 꽃을 피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나무는 겨울에 꽃을 피우지 않고 봄에만 꽃을 피운다. ●천년의 향을 담고 오랜 세월을 살아 나무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척 건강하고 우람했다고 한다. 둘로 나눠지며 자란 줄기 중 하나에는 그네를 매 뛸 만큼 단단했다는 것이다. 동매가 쇠약해지고 죽음에 들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한다. 우선 김 노인은 “나무가 하도 좋아서 일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꺾어 가는 바람에 약해졌다가 나중에는 아예 불을 질러 죽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이야기로는 일본인들이 물러간 직후 홍수가 들었고, 마을 앞 백마강이 나무를 덮쳐 죽게 됐다고도 한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건만 나무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알 수 없다. 하지만 400년 전의 역사를 안고 살아 왔던 매화나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대를 이어 가는 애정만큼은 분명했다. 김 노인이 앉아 있는 밭 둔덕 위로 상큼한 봄 내음을 가득 담은 매화꽃 바람이 건듯 불어 온다. 한 그루의 매화나무는 지금의 김 노인처럼 이 자리에 주저앉아 우리 역사의 한 토막을 서리서리 풀어낼 것이다. 하얗게 센 노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드는 봄바람에 1000년의 향이 담겼다. 글 사진 부여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1t 압력에도 끄떡없는 삼성 노트북 나왔다

    1t 압력에도 끄떡없는 삼성 노트북 나왔다

     삼성전자는 내구성을 강화한 기업용 노트북 ‘삼성 센스 시리즈6’을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제품은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해 최대 1t의 압력을 가해도 LCD가 파손되지 않는다. 잦은 개폐와 이동 중 충격에도 제품을 보호할 수 있는 메탈 힌지(경첩)를 장착했고 액체가 쉽게 흘러내리도록 제작돼 물이나 커피 등을 엎질렀을 때 고장 가능성을 줄였다.  또 무반사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가독성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 연장을 위해 인텔리전트 차징(Intelligent Charging) 기법을 적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LG상록재단 ‘흙 사랑’ 13년

    LG상록재단이 산성비 등으로 척박해진 도심 속 숲을 살리기 위한 ‘흙 사랑’ 실천을 13년째 이어 오고 있다. LG상록재단은 12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산림회복 사업 행사를 하고 산성화가 심각한 이 일대 40㏊에 칼슘·마그네슘 등이 포함된 토양중화제 136t을 이번 달 말까지 살포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행사에는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과 박형우 계양구청장, 남상건 LG상록재단 부사장, 지역 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메디컬 팁]

    ■신약개발 협력 MOU 교환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회장 데이빗 브레넌)는 보건복지부와 국내 신약 개발 역량 향상 및 보건의료 분야 연구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Partnering with Korea’로 명명된 이 MOU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복지부는 ▲신약 개발의 초기 연구 협력 강화 ▲연구인력 교류 프로그램 시행 ▲신약 개발 연구 기반 확립을 위한 협력 ▲임상시험(R&D) 활성화 등에 나서게 된다. ■‘예쁜 눈 모델 콘테스트’ 개최 서울밝은세상안과와 부산밝은세상안과는 오는 30일까지 ‘예쁜 눈 모델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남녀노소, 직업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차 내부심사에서 선정된 50명을 대상으로 네티즌 공개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자를 가리게 된다. 투표 결과는 새달 2일 병원 이벤트 게시판에 공지되며, 1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밝은세상안과 메인 눈 모델로 광고 제작에도 참여하게 된다. ■국내 첫 아연음료 ‘ZMD’ 출시 광동제약은 중장년 남성들을 겨냥한 국내 최초의 아연 음료 ‘ZMD’를 최근 출시했다. ZMD는 한병에 아연 12㎎과 마그네슘 66㎎ 등을 함유, 1일 필요량 기준 각각 100%, 30%의 아연 및 마그네슘을 공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 허가를 받은 ZMD는 중장년층의 아연 보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혈 대체’ 고용량 철분주사제 JW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은 무수혈 수술이 가능한 고용량 철분주사제 ‘페린젝트’를 출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제품은 한번에 최대 1000㎎의 철분을 투여해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줌으로써 기존의 수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용량의 철분을 한번에 보충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헤모글로빈 수치 상승이 필요한 수술 환자나 출혈이 발생한 산모의 수혈 대체요법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 [글로벌 시대] 오바마와 서방의 리비아 다루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오바마와 서방의 리비아 다루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리비아 사태가 밀고 밀리는 공방전 속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는 반군의 석유 생산지와 전략 요충지를 탱크로 밀고 들어가 폭탄을 쏟아부어대면서도 해외에 외교적 중재를 시도하고, 반군과의 협상 의사를 흘리면서 출구를 찾고 있다. 카다피는 공습을 중단하고, 리비아 문제는 리비아인들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달라는 호소를 담은 편지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오바마는 카다피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미국은 리비아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나. 카다피에 대한 오바마와 미국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카다피 축출이다. 지난 2월 26일 연설 등 오바마의 여러 차례 연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여러 발언과 조치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미국의 후속 조치들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나그네처럼 조심스럽기가 그지없다. 정권교체라는 정책 목표와는 달리, 오바마의 미국이 전과 달리 조심스럽고 제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왜일까. 오바마의 미국은 이라크처럼 미국 혼자 나서서 군사 개입의 모든 결과와 책임을 지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새로운 형식의 대외 개입, 즉 제한적 개입과 국제사회 앞세우기를 내용으로 하는 ‘오바마 독트린’을 미국 정부는 인내심 있게 리비아 케이스에 적용하고 있는 참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앞세우고, 유엔 결의 뒤에 숨어 있다. 오바마가 전쟁 반대와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들고 백악관에 입성했기 때문일까. 리비아 문제는 미국 안전의 핵심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고 리비아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 또 나토 회원국 간의 입장 차는 각자의 국익과 처지가 달라 좁히기 어렵고, 반카다피의 반군세력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물론 반미·반서방적인 세력들이 숨어 있는 것도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저하게 한다. 벌여놓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의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미국은 새 전쟁을 벌일 의지도, 힘도 없다. 장기전이 뻔한 리비아 내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고한 국민들의 학살을 중지하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국제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나토 회원국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도 ‘오바마 독트린’은 우리에게는 냉전 후 미국의 대외개입주의 정책의 연속 정책으로 읽힌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 소말리아에서의 군사 개입에 실패한 뒤 미국은 해외파병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핵심 국익과 연결될 것, 국회 동의를 얻을 것, 군사작전은 속전속결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보다 효과가 클 것 등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미국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다자적인 행동을 취하고 책임은 다른 나라에 떠맡긴다는 입장은 더 강화됐다. 클린턴 시대 “인도주의적 재난에 인도주의 간섭으로 맞선다.”는 원칙은 ‘평범한 시민 보호’란 말로 포장됐다. 부시 전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동맹국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강조했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폭넓은 동맹의 결성’을 입에 담고 있다. 나토 공습만으로는 카다피 축출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영국과 프랑스를 앞세운 서구 국가들의 지상군 개입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군의 지상전 개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인도주의적인 재난에 부채질을 할 우려가 높다. 무정부상태의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들의 반발과 견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주의 명분을 내세운, 주권을 넘어선 군사 개입의 관례화는 국제사회를 더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은 군사 개입보다는 협상과 외교적 방식을 통한 해결이 더 아쉬운 처지다. 리비아의 개인 전제정치, 가족통치는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아쉬운 것은 교전 당사자들의 휴전협상과 대화, 대화를 통한 변화와 미래의 모색이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들이 이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리비아가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또 하나의 아프간, 이라크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이슈 추적] 보기보다 착한 황사

    ‘백해무익’한 것으로 알려진 봄철 황사지만 대기 중 중금속 수치를 낮추고, 산성비를 중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수준의 황사는 ‘착한 황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황사의 가장 큰 이점은 한반도 상공에서 쏟아지는 산성비를 중화시키는 역할이다.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 속에는 석회·산화마그네슘 등 알칼리성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는데 이런 알칼리성 물질이 비에 섞여 내려 산성비를 중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동수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황사 발원지인 중국의 사막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모래 속의 석회 성분이 씻겨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서 “황사바람에는 석회가 10~12%가량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산성비를 중화시켜 오히려 알칼리성 비가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황사는 또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미네랄을 제공하는가 하면 바다의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공급하기도 한다. 황사에는 식물이 제대로 자라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인 마그네슘과 칼륨이 다량 포함돼 있다. 주로 화강암이 많은 산악 토양인 우리나라에는 두 미네랄 성분이 부족한데 황사에 섞여 날아오는 풍부한 미네랄이 주요 공급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황사가 대기 중 중금속 수치를 낮춰 준다는 견해도 있다. 황사의 이동경로에 따라 깨끗한 지역을 거쳐 온 황사바람은 오히려 우리나라 대기 중의 중금속을 밀어낸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메디컬 팁]

    시각장애인 수기 공모전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원장 손용호)과 ㈔전국저시력인연합회는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주제로 한 수기를 공모한다. 공모전은 시각장애인 부문과 비시각장애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부문 대상(1명)과 금·은상 수상자에게 소정의 상금을 시상한다. 접수는 31일까지이며, 이메일(lowvision@kimeye.com, lowvision@korea.com) 접수도 가능하다. 수상자는 4월 11∼15일 중 개별 통보하며, 시상식은 4월 20일 열릴 예정이다. 문의 (02)2639-7656, 2677-4662. 무릎 골관절염 임상 참가자 모집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센터 한방침구과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천연물 추출 과립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가 대상은 만35∼80세 남녀로, 6개월 이전에 퇴행성 슬관절염 진단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연구 참여자는 첫 방문에 이어 2개월간 3회에 걸쳐 병원을 방문, X-레이검사와 심전도, 기본 혈액검사를 받은 후 시험 약물을 무료로 복용하게 된다. 문의 (02)440-7455. 고혈압 환자 건강식단 홈피 서비스 한국노바티스는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고혈압 환자를 위한 건강식단’을 마련, 자사 고혈압 정보 웹사이트인 ‘마이헬씨하트’(www.myhealthyheart.co.kr)에 올렸다. 건강식단에는 심혈관 질환 관련 59명의 전문의와 함께 영양사, 푸드스타일리스트 등이 참여했다. 건강식단은 신선한 제철 재료들을 활용한 저염 요리법을 중심으로 각 음식의 영양성분을 소개하고 있으며,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자 등 만성질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전문가 조언도 함께 실었다. 해운대 자생한방병원 오픈 자생한방병원(이사장 신준식)은 지난 7일 부산 장산역 4거리에 해운대점(원장 김재형)을 오픈했다. 해운대 자생한방병원은 추나수기요법, 추나약물요법, 특수침요법 등의 비수술 척추디스크 치료법으로 환자의 증상에 맞는 맞춤진료를 시행한다. 여성 전용 진통제 ‘이브퀵’ 출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사장 군터 라인케)이 여성 전용 진통제 ‘이브퀵’을 출시했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 이부프로펜 제제인 이브퀵은 통증 악화와 염증반응 억제 및 해열·진통·항염증 작용을 하는 약물로, 특히 산화마그네슘 성분을 더해 위장 흡수율을 높여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위장 보호기능도 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www.evequick.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기·물이 없다”… 목마른 日 산업

    대지진에 강타당한 일본 경제가 전력과 물 부족으로 목말라하고 있다. 또 재난 복구작업에 수백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여 정부 재정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신흥국의 약진 앞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일본 경제가 더욱 움츠러들게 됐다. 가장 큰 위협은 전력난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된 미야기현 등 동일본 지역 도시들이 재건을 위해 다른 지역의 전력을 끌어다 쓰다 보니 남서부 등에 위치한 산업시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북부 해안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가 잇달아 폭발하고 있는 것도 일본 전역의 전력부족 사태를 부채질할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일본이 계획정전에 돌입하면서 공장과 상가, 가정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절전 노력이 2주 넘게 지속될 공산이 크고 이 때문에 공장 등 산업시설은 오랫동안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잔뜩 얼어붙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5일 장중 한때 14%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소니와 도요타,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전력 부족 탓에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빅3’ 자동차 회사는 지난 13일과 14일 조업을 중단했고, 도요타는 15일 조립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이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기업의 생산 차질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나섰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올해 경제활동이 상반기에는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피해 복구 및 재건 노력으로 인해 다소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재건작업이 본격화돼도 재건 비용이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재정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간 경제성장률 대비 일본 정부의 부채 비율은 200%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일본 정부가 재건 자금을 충당하려고 해외에 투자한 엔화를 거둬들인다면 엔고현상이 발생,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 1995년 고베 지진 직후에도 엔화는 달러화 대비 20% 상승한 바 있다. 또 일본의 전자업체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들어가는 경량칩의 40%가량을 생산하고 있어 이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장기 폐쇄한다면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물난리를 겪으면서도 정작 산업에 필요한 물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물은 반도체칩 제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물 공급이 차질을 빚거나 오염된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의 블루레이 디스크와 마그네틱 테이프 생산 공장은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겨 버리면서 근로자 1150명이 대피했으며, 제조과정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 장기간 조업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누가 요새 주식수수료 내니? 난 수수료 무료로 이용한다~

    누가 요새 주식수수료 내니? 난 수수료 무료로 이용한다~

     도봉구에 사는 30대의 K씨는 요즘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수도권 계급표’에 따르면 강남구는 ‘황족’, 서초구와 송파구 등은 ‘왕족’인데 비해 도봉구는 ‘노비’로 표현되어 있다.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노비 취급을 받는 것도 언짢은데 여자친구마저 노비 집안과 사귄다고 약을 올리니 속병이 날 지경이다.   K씨는 최근 큰 마음 먹고 도봉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수도권 계급표’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회생활 속에서 겪는 선입견에 맞서 싸우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분을 삭이느니 차라리 다른 동네로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심은 섰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짧은 시간에 돈을 모아 다른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뻔한 월급에 다른 부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수도권 계급표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K씨가 생각한 것이 주식투자이다. 개인이 단기간에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만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보와 전략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개인 주식 투자자는 전문가의 도움 받는 것이 유리  개인 투자자 전문 증권방송 리치증권방송의 화제의 애널리스트 ‘마왕’은 “주식 투자는 현재 상황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부를 쌓을 수 있는 비교적 확률 높은 방법이다. 단, 제대로 된 시황판단과 분석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무리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거나 손절매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쪽박을 차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치증권방송의 경우에는 증권 매매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큰 장점이 있는데다가 시황분석과 종목추천에 있어 검증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마왕’은 신규상장주를 급등하기 직전 정확히 포착해내어 최근 30%넘는 수익율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매매한 종목은 시그네틱스, 대정화금, 인트론바이오, 엘비세미콘 등으로 정확한 시세예측을 통해 투자자를 감동시킨 바 있다.  한편 14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 기준으로 15.69p 오른 1971.23 포인트에 마무리 됐다. 일본 대지진 여파가 코스피 전체 지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반도체 및 철강주의 상승세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반면, 개인들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코스닥 시장은 전일보다 15.57p나 떨어진 502.98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 POSCO, 현대차, LG화학, 현대모비스, 기아차는 오르고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은 떨어졌다. 하이닉스는 2400원 상승하며 3만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서울반도체, OCI머티리얼즈, 에스에프에이만 상승하고 셀트리온, CJ오쇼핑, SK브로드밴드, 다음, 동서, 포스코ICT, 메가스터디는 모두 하락했다.  특징테마로는 일본 대지진 관련주들이 크게 상승하였다.  지난 11일(금) 일본 동북부 지방 도호쿠 지역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대형 쓰나미와 여진이 일본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하며 수만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후쿠시마 지방 원자력 발전소의 제 1원전이 폭발하는 등 일본 전체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진관련주인 AJS, 삼영엠텍, 유니슨 등이 상한가를 마감하였고 피해 복구 과정에서의 시멘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일시멘트, 쌍용양회,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동양시멘트 등이 크게 상승하였다.   또한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 S-Oil, GS 등이 상승하였고 일본업체와 경쟁에 있는 철강, 반도체 업체인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세아제강, 유니온스틸, 현대제철, 휴스틸, POSCO, 현대하이스코 등이 상승하였다.   특징종목으로 KT서브마린이 해저케이블 손상 소식에 상하낙를 HRS가 원전 방화재 판매확대에 따른 고성장 분석에 힘입어 급등하였다.  반면 손오공은 지난해 실적 부진 및 과징금 부과에 하한가, 인스프리트가 CB물량으로 급락, 평산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하한가를 마감하였다.    ●증권사 수수료 무료료 이용하기  주식거래 매매수수료 무료 혜택 + 국내 최고급 전문가들의 엄선된 전략을 함께 할 수 있는 증권방송 리치증권방송의 제로쿠폰.  ◆ 단기간 수익확보를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방송!  ◆ 수수료 제로 혜택으로 실제 수익률 UP!  ◆ 실시간 추세를 반영해 정보, 전략을 짚어주는 살아있는 증권방송!   수익률 면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리치증권방송 전문가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매매일지를 작성해보기 바란다. (문의: 고객센터 1588-0648)   ★공개 종목 추천이 보고 싶다면?★  ★억대연봉 애널리스트 최영동 소장의 직장인클럽 특집무료방송 ★  ★주식 수수료, 언제까지 돈 내고 쓸것인가? 요샌 주식 수수료 무료!★ 출처 : 하이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인간도 새들도 지구에 잠시 들러가는 나그네일 뿐”

    “인간도 새들도 지구에 잠시 들러가는 나그네일 뿐”

    “인간도 새들도 지구에 잠시 들러 가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전남 신안군 해양수산과 고경남(47)씨. 철새갯벌담당 6급 공무원이다. 고씨는 최근 서산시청에서 열린 한국 야생조류협회 제11회 정기총회에서 ‘제4대 한국 야생조류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야생조류협회는 전국에 회원이 1000여명에 이르는 제법 큰 단체. 신임 고 회장은 13일 “한국을 대표하는 탐조 단체로 새와 환경을 사랑하고 야생조류와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소중함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겠다.”면서 “이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 증진에 이바지하는 중심축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지난 15년간 공휴일을 이용해 신안군 내 수많은 유·무인 도서와 서해의 소청도, 외연도, 어청도, 풍도와 남해의 홍도, 소매물도 등을 들락거렸다. 봄, 가을 이동하는 철새를 찾아 망원 카메라를 들고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닌 끝에 희귀조류인 물레새, 호사도요, 칼새, 바다제비, 슴새, 바다 쇠오리, 쏙독새, 검은이마직박구리의 번식 생태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국내에 도래하는 520여종 가운데 지금까지 450여 종을 촬영할 정도로 그가 가진 자료는 방대하고 깊다. 관련 지식도 풍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류 박사’로 통할 정도다. 조류 탐조 외에도 그는 야생화 등에도 탁월한 식견으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 2008년 미기록종 식물을 찾아낸 뒤 ‘신안 새우란’으로 명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목포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흑산면 장도습지를 발견해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정도로 열정을 바치고 있다. 신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부고] ‘최승희 조카’ 北 여류시인 최로사 사망

    월북 무용가 고 최승희의 조카이자 ‘김일성상’을 받은 북한의 정상급 여류시인인 최로사가 사망했다고 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전했다. 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날 최로사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사망 일시, 원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로사는 최승희의 오빠인 최승일의 장녀로, 1948년 아버지를 따라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복무했다. 그는 군 복무 중 발표한 시 ‘샘물터에서’로 등단했고, 이 작품은 6·25전쟁 때 가요로 만들어져 아직도 북한 최고의 전시가요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심봉원·석광희와 함께 ‘김일성상’을 받았고, 이후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축배를 들자’, ‘그네뛰는 처녀’, ‘새별’, ‘조선의 행운’, ‘만수축원의 노래’ 등을 발표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자유·인권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그녀들

    자유·인권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그녀들

    여성이 당하는 착취에서는 인간의 야만성을, 여성이 표출하는 항거에서는 인류의 진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지구 한구석에서 목숨을 헌납하고 투쟁하는 여성들이 있다. ●팔라잔카·산체스 시상식 참석 불허 이들 중 ‘아주 특별한’ 10명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매년 수여하는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자국 정부로부터 시상식 참석을 허락받지 못한 2명을 뺀 8명이 참석했다. 수상자 중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 검찰총장인 마리아 바시르는 탈레반 정권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검사직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몰래 동네 소녀들을 모아 가르쳤다. 적발되면 사형감이었음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탈레반 정권이 물러간 뒤 2006년 그녀는 검사직을 되찾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바시르는 지금도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집이 불탄 적이 있고 앞마당에 폭탄이 떨어지기도 했다. 자녀들은 협박 편지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여성 인권 옹호자로 활동하고 있다. 카메룬의 언론인 앙리에트 에크웨 에봉고는 1980년대부터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양성평등을 위해 싸웠다. 투옥과 협박에 시달렸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멕시코의 마리셀라 모랄레스 이바녜스 검사는 조직범죄 특별조사단을 지휘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는 마약단의 살해 위협을 무릅쓰고 ‘목격자 보호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나스타 팔라잔카는 비정부기구(NGO) ‘말라디(청년) 전선’의 부회장으로서 독재에 대한 저항에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그녀의 시상식 참석을 불허했다. 쿠바의 요아니 산체스는 반정부 블로그를 운영하며 민주주의를 설파하고 있다. 역시 시상식 참석을 허락받지 못했다. 파키스탄의 굴람 수그라는 빈민촌에서 여성 교육 등 계몽운동을 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집시 출신으로는 처음 의원이 된 아그네스 오스즈톨리칸은 소수자 인권 옹호를 주창하고 있다. 요르단의 변호사인 에바 아부 알라위는 인권단체의 대표로서 고문과 성폭행, 명예살인 등의 희생자에게 법적 탈출구를 제공해 왔다. 중국의 인권 변호사 궈젠메이는 베이징에 여성 법률 상담센터를 열어 성희롱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툰바예바, 정상으로는 처음 받아 중앙아시아 최초의 여성 국가 수반으로 민주주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정상으로는 처음 이 상을 받았다. 오툰바예바 대통령은 “이 상은 폭력에 맞서 싸우는 여성 모두의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변화를 추구했다.”면서 “용기는 확산될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3) 제주 애월읍 수산리 곰솔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3) 제주 애월읍 수산리 곰솔

    봄의 발자국 소리를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바람 많은 섬, 제주의 길을 걸으려면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아직 어림없다. 바람은 차지만 봄빛이 완연하다. 이 즈음 제주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수평의 풍경에 초록빛으로 펼쳐진 마늘과 양배추 밭이다. 밭 가장자리의 흑빛 돌담도 빠뜨릴 수 없다. 굵직한 검은 크레파스로 온갖 풍경의 테두리를 마무리한 그림책만큼 정겹기 그지없다. 돌담 가장자리에는 유채꽃을 닮은 배추꽃이 한창이다. 누군가 심어 놓은 길섶의 수선화도 벌써 꽃잎을 열고 나그네를 반겨 맞이한다. 바람이 거세도 제주도는 역시 봄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제주 수산리 곰솔은 올레 제16코스의 푸른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만나게 되는 큰 나무다. 16코스의 시작점인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걸어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정확히는 7㎞ 지점에 닿는 수산저수지 가장자리다. ●올레 16코스 시작점에서 7㎞ 거리 “한때 유원지였지요. 그땐 잘 나가던 건물이었는데, 부도가 난 건지, 문을 닫고 저렇게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됐어요.” 곰솔에서 저수지 맞은편으로 바라보이는 쇠락한 건물 앞에서 만난 중년 사내의 이야기다. 한쪽으로 ‘수산봉’이라 불리는 낮은 산을 끼고 펼쳐지는 널따란 저수지 풍경은 숲과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사내의 설명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 나들이하기에 알맞춤하다는 생각이 들 만한 곳이다. 제주 시내에 살면서, 이곳 풍경이 좋아 짬 날 때마다 냉큼 달려온다는 사내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건물 앞의 우거진 덤불 숲에서 봄 햇살을 찾아 살풋 고개를 내미는 봄꽃들의 아우성을 사진에 담는 중이다. 아직 꽃봉오리뿐인 작은 풀들이 사내의 정성스러운 눈길을 따라 살그머니 미소를 던진다. 수산 저수지 주위를 유원지로 개발한 것은 1989년이었지만, 대중의 호응이 없어 가까스로 유지하다가 1996년에 운영을 중단했다. 그때 행락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지었던 건물은 저수지 가장자리에 흉물로 남았다. 돌보지 않은 채 세월이 지나면 사람의 흔적은 여지없이 망가지게 마련이다. 돌보는 사람 없이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세상의 모든 생명체 가운데 나무만이 가진 특징이다. 수산리 곰솔이 그걸 온몸으로 보여준다. 흘긋 돌아봐도 무척 오래 살아왔을 듯한 곰솔이 처음부터 이만큼 멋진 자태를 가진 건 아니었으리라. 비바람, 눈보라 다 이겨내며 조금씩 제 몸을 단장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건 아마도 나무뿐일 게다. ●수산저수지 주위 유원지 흥망 지켜봐 “내력이야 별로 없지만, 물가로 가지를 드리운 멋진 풍경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예요. 저 나무에 눈이 내려 쌓이면 흰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처럼 보이기 때문에 곰솔이라고 부른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틀린 이야기예요.” 소나무의 한 종류인 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다. 소나무를 육송(陸松)이라 부르는 것에 비해 해송(海松)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줄기에서 검은 빛이 돌기 때문에 흑송(黑松)이라고도 한다. 순우리말로는 ‘검은솔’이라고 하다 부르기 쉽게 ‘곰솔’이 됐다. 사내의 말처럼 곰처럼 보여서 곰솔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물가 둔덕 아래로 굵은 가지를 가만히 내려놓은 생김새를 보면, 물을 마시려고 몸을 한껏 웅크린 곰을 연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키 12.5m… 웅크린 곰 연상시켜 키가 12.5m이고 가지를 24m 넘게 펼친 수산리 곰솔은 400년 정도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어찌 사연이 없고, 내력이 없겠는가. 사람의 언어로 건네오지 못할 뿐, 나무는 필경 가지마다 숱한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 게다. 나무는 마을이 처음 들어설 때, 마을 선조가 수호목으로 심어 가꾸기 시작했으며, 그 후로 오랫동안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살아왔다. 사내와 허수로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스무살 안팎으로 보이는 두명의 젊은 청년이 나뭇가지 아래로 들어서는 게 보인다. 차림새로 보아 올레 길을 걷는 중이다. 나무의 위용이 뿜어내는 느낌이 새삼스러웠는지, 발길을 멈추고 나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표정이 밝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저들에게 늙으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나무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을까 궁금했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두 청년은 곧바로 자리를 떠난다. 가던 길을 재촉하는 젊은 그들을 붙잡아 두기에 늙은 나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멈췄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졌다. 나뭇가지 위로 빗방울 듣는 소리가 요란해졌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차가운 비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며 나무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해 질 무렵 길 끝에서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 제자를 만났다. 서른 살이 채 안 된 젊은 제자다. “선생님 보시기에나 그 나무가 대단하지,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이야 뭐 그냥 지나치고 말죠. 저도 16코스를 걷긴 했지만, 그 나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어요.” 지나치며 보긴 했지만,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촌각을 아껴가며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젊은 인생들에게 나무는 그렇게 한눈에 스쳐 지나는 하나의 조형물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많은 이야기를 담고, 더 아름답게 자라는 나무의 신비는 나이 든 뒤에 느껴도 나쁘지 않으리라. 제주를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자, 다시 나무가 그리워진다. 쇠락한 유원지 건물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운치를 더해주는 나무다. 봄 햇살이 따스해지면 그를 스쳐갈 숱한 관광객들에게 그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돌보는 이 없이 홀로 봄길잡이에 나선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 글 사진 제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제주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2274. 제주공항에서 14㎞ 떨어진 곳에 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빠르게 찾아갈 수도 있지만, 지난해 새로 열린 총 17.8㎞의 올레 16코스를 따라 걸어서 가는 게 더 좋다. 16코스는 해안도로와 마을 길을 번갈아 걷는 아름다운 길이다. 공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16코스 시작점인 애월읍 고내포구에 가서 걷기 시작하면 된다. 7㎞를 걸으면 곰솔을 만날 수 있다.
  • [프로축구] 환호·골 폭풍 ‘K리그’ 팡파르…주말을 달구다

    [프로축구] 환호·골 폭풍 ‘K리그’ 팡파르…주말을 달구다

    진 팀도 있고, 이긴 팀도 있다. 어쨌든 출발이 좋다. 2011시즌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주말 전국 8개 경기장에는 모두 19만 3959명이 입장해 기존 개막라운드 최다 관중 기록(2008년 17만 2142명)이 깨졌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 FC서울과 수원의 경기에는 5만 1606명이 입장, 역대 개막전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2004년 4만 7982명 서울-부산전)도 깨졌다. 전날 시민구단 창단 첫 경기가 열린 광주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장이 지어진 이래 최다인 3만 6241명이 입장했고, 상무가 새 둥지를 튼 상주시민구장은 관중석 1만 6400석이 가득 찼다. 이틀간 벌어진 1라운드 8경기에서 총 19골이 터졌다. 5일 10골, 6일 9골로 화끈한 골폭풍을 예고했다. 올 시즌 목표인 350만명 관중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서울·광주서 관중 기록 선수들도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과 ‘레알’ 수원의 경기에서는 원정팀 수원이 완승을 거뒀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가득한 수원이 최강의 외인부대 ‘F4’(판타스틱 4)를 앞세운 FC서울을 2-0으로 꺾었다.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수원은 FC서울을 적지에서 무너뜨리며 2008년 우승 이후 3년 만의 정상 탈환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반면 정규리그 2연패를 노리는 FC서울은 라이벌 수원에 뼈아픈 패배로 홈경기 연승 행진이 18경기에서 멈췄다. ‘3-2 승리’를 장담하던 황보관 감독은 ‘1-0 승리’를 외쳤던 수원 윤성효 감독에게 두 골을 내주고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호된 K리그 신고식을 치렀다. ●수원, 디펜딩 챔피언 서울 2-0 완파 데얀-몰리나-제파로프-아디로 이어지는 FC서울의 F4보다 수원의 베스트11을 차지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호흡이 좋았다. 성남에서 옮겨와 주장을 맡은 최성국은 FC서울의 측면 공간을 끊임없이 흔들었고, 이용래와 오장은은 중원에서 상대를 숨쉴 틈 없이 압박했다. 반면 성남에서 FC서울로 옮긴 몰리나는 동료들과 패스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첫 골의 주인공은 수원의 외국인 선수 알렉산데르 게인리히였다. 게인리히는 전반 40분 염기훈에게 대각 롱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수비수 현명민을 가볍게 제친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홈에서 선제골을 내준 FC서울은 만회골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공격은 날카롭지 못했고 역습의 기회만 제공했다. 수원은 후반 15분 최성국의 크로스를 받은 오장은이 헤딩으로 쐐기를 박았다. 다른 경기들도 드라마틱했다. 지난 시즌 13위 대전은 곽태휘·설기현·송종국·이호 등을 영입한 ‘우승후보’ 울산을 2-1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이름 ‘박은호’로 등록한 외국인 선수 케니로 다 시우바 바그네(브라질)는 프리킥으로만 두 골을 뽑았다. 정해성 감독이 부임한 전남은 ‘최강화력’ 전북을 1-0으로 꺾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제주는 부산에 2-1 역전승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연평도의 봄

    연평도의 봄

    “봄이 돼야 뭐가 좀 달라지겠지. 아직은 힘들어….” 설 일주일 전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던 공혜순(80) 할머니는 봄을 기다렸다. ‘봄(春)’. 연평도 사람들에게 봄은 무슨 의미일까. 어떤 변화를 담았을까. 다시 찾았다. 여객선 코리아나익스프레스호가 당섬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상념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3일 오후 1시 30분 연평도 당섬. 북풍이 세차다. 영상 1.8도라지만 체감온도는 영하권이다. ‘두두두두두두….’ 정신이 번쩍 든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이후 뚝 끊겼던 고깃배들의 엔진소리다. 출항을 준비하는 ‘생명음’과 다름없다. 확실히 달라졌구나. 변화가 확인되는 순간 발걸음은 빨라졌다. 오후 2시. 통발어선 길영호 선원들이 오전 내내 건져 올린 통발을 고압세척기로 씻어내고 있다. 통발 안에는 불가사리, 죽은 물고기, 쓰레기만 가득했다. 100일 넘게 통발을 건지지 않아 생긴 일이다. 어찌 보면 쓰레기 처리다. 하지만 30년 경력의 베테랑 선원 오미석(49)씨는 풍어(豊漁)의 꿈을 놓지 않는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려면 피할 수 없잖아요. 100일 넘게 건지지 않았는데….” 정상조업하려면 며칠은 ‘쓰레기 처리’를 해야 한단다. 그 옆으로 올해 첫 조업을 나가려던 안강망 어선 만선호도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 선주와 선원 7명이 근심스러운 표정이다. 손질이 끝난 색색의 그물들이 배 위에 올려져 있다. 선원 윤동환(50)씨는 “그물 손질은 끝냈는데, 기관실 손질을 못해 생긴 일”이라며 “조만간 기관실 정비를 마치고 조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연평로 해안 쪽에는 꽃게닻자망 어선인 광미8호 선원 6명이 천막 아래서 꽃게잡이 어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선주 신형근(44)씨는 ‘조업을 준비하는 거냐.’고 묻자 “조업준비라고 해봤자 철망(그물 철거) 작업밖에 없다.”면서 “4월 10일에나 정상조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정부가 정한 상반기 꽃게잡이 기간은 4월 1일부터 6월 30일인데 이렇게 되면 10일을 까먹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위해 선장과 선주들이 이날 어민회관에서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금어기(禁漁期)는 해양수산법에 규정된 사항이다. 회의에서는 7월 10일까지 조업기간 연장을 건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신씨는 “예전에는 5월 말에서 6월 초가 꽃게철인데 지금은 연평도 바다도 수온이 낮아져 6월 말에서 7월 초는 돼야 꽃게가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상반기에는 2억원을 벌었는데 5억원은 벌어야 그물값 메우고 선원 월급 주고, 나도 먹고산다.”고 풍어를 기대했다. 변화는 바닷가뿐이 아니다. 이튿날인 4일 오전 8시 연평초등학교 앞. 활기가 느껴진다. 3학년 김세웅(9)군이 파란색 자전거를 타고 숨을 헐떡이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이날 연평 초·중·고등학교에 따르면 초등학생 82명, 중학생 27명, 고등학생 22명 등 등록된 학생 전원이 이상 없이 등교했다. 오후 1시 어린이집 놀이터. 연평초등학교 2학년 단짝인 방서준(8)·박상열(8)군이 뒤엉켜 그네를 타고 있다. 서준이는 “연평도에 돌아오니까 좋아요. 마음이 편해요. 상열이랑 마음껏 놀 수 있어 좋아요.”라고 밝게 말했다. 닫혔던 상점들도 문을 열었다. 서부리에서 장춘상회를 운영하는 방춘자(59·여)씨가 가게 앞을 쓸고 있었다. 피란 가던 당시를 상기시키며 “안 돌아온다면서요.”라고 농담하자 방씨는 환하게 웃으며 “삼촌아. 넘(남)들 다 돌아왔잖아.가게 문 닫고 있으면 되나.”라고 되받는다. 서부리의 한 호프집 문엔 참으로 오랜만에 ‘오픈’(open)이라는 팻말이 걸렸다. 연평도가 다시 숨쉬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 김양진·김소라기자 ky0295@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1) 영주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1) 영주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

    오래 전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 마을의 한 어른은 마을에 들어서는 길 어귀에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사람에 의해 생명을 얻고, 보금자리를 얻은 나무는 마을을 들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도담도담 몸을 키웠다. 나무가 사람보다 더 큰 키로 자라나자 사람들은 나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마을에 어울려 사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은 언제나 모든 소원을 압도하는 으뜸이었다. 사람이 나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빈 것은 나무가 사람보다 더 하늘에 가까이 닿아 있는 까닭이었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나무가 마을로 들어오는 온갖 잡귀 잡신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수백년에 걸쳐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었던 걸, 사람들은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 덕이라고 믿었다. 여태 나무 앞에 모여 동제를 올리는 것도 나무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방제용 차단막으로 막힌 당산나무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이며 당산목으로 6백년을 살아왔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우람한 자태로 서서 세월과 맞서 왔건만 구제역 파동을 지켜내기에는 힘에 부쳤다. 태장리 느티나무는 영주 시내에서 부석사를 향해 난 지방도로를 지나려면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위용을 갖춘 천연기념물 제247호의 큰 나무다. 그 훌륭한 느티나무 바로 앞 길목이 노란색의 방제용 가로막으로 막혔다. 가로막 안팎의 흑빛 도로는 방제를 위해 무시로 뿜어대는 소독약으로 하얗게 뒤덮였다. “우리만 이런 것도 아니고, 전국이 다 난리인 걸 어쩌겠어. 천재지변이라잖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우리 마을엔 구제역 사태 터지기 바로 전에 축사를 다시 짓겠다고 그동안 기르던 소를 죄다 팔아치운 집도 하나 있어. 그 집은 얼마나 좋겠어. 다들 그 집을 부러워하지.” 소독약이 흩뿌려진 도로를 천천히 걸어 나무 곁으로 다가온 칠순 노파가 마을 사정을 안타까워하는 나그네에게 꺼낸 이야기다. 끝을 알 수 없는 구제역 사태로 힘들어하는 중에도 그나마 사태를 살짝 피해간 집을 들먹이며, 그게 다 하늘의 뜻일 뿐이라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은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며, 애써 농촌 사람들 특유의 넉넉한 표정을 짓는다. “천재지변을 나무가 어떻게 지켜주나. 한동안 이 나무에 당산굿을 지내지 않았어. 그러다가 몇해 전에 정부에선지, 시에선지 굿하는 걸 도와주기 시작했지. 그래서 이제 다시 또 당산굿을 올려. 당산굿을 올릴 때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모여. 한데 나는 안 와.” ●상처 깊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나무는 좋지만, 당산굿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구제역 때문이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때문이다. 노파는 50여년 전에 남편을 따라 이 마을에 들어온 모태 신앙의 기독교 신자다. 노파는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고, 나무에 기도를 올리는 게 못마땅하다.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건만, 사람의 정성에 아랑곳없이 구제역 파동은 들이닥쳤다. 태장리는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당산제를 올리는 나무는 이 나무 외에도 또 있다. 상태장, 중태장, 하태장으로 나뉜 마을마다 당산나무가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태장리 느티나무에서 모여 당산제를 한꺼번에 지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노파로서야 불만이 아닐 수 없겠지만, 태장리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나무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키가 18m나 되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둘레도 9m에 이르는 태장리 느티나무는 나뭇가지도 무척 넓게 펼쳐져 있다. 어림짐작으로 나무의 가지펼침은 키보다 훨씬 더 커 24m쯤 돼 보인다. 당산굿을 지내기 위해 모이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제 품에 너끈히 품어 안을 만큼 넉넉하다.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고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다. 상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줄기 아랫부분은 오래 전에 썩어 안쪽으로 텅 빈 동공이 생겼다. 더 이상 썩지 않도록 충전물로 동공을 메워주는 외과수술을 한 건 20년 전이다. 줄기 껍질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상처는 이미 다 아물었다. 짙은 회색의 상처는 오히려 오래 살아온 나무임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자연스럽다. 나무를 바라보며 힘겹게 보내는 나날을 털어놓는 노파 앞에서 나무는 커다란 제 몸집이 부끄러웠는지, 가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고 숨을 죽인다. 마을 수호목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수치심에 나무는 아마도 겨우내 이처럼 숨죽이며 사람 못지않게 암울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큰 나무이지만, 안쓰러운 느낌이 앞서는 이유다. ●마을 수호목으로 다시 일어나야 이제 긴 침묵과 시련의 계절을 떠나 보내려고 나무가 가만히 새봄을 준비한다. 줄기에 귀 기울이면,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울컥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하다. 잿빛 줄기와 가지마다 한줌 햇살을 끌어들여 새잎을 틔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다. 진정한 마을 수호목으로서의 기운을 되찾으려는 안간힘이다. 땅 깊은 곳의 물 한 방울과 바람 결에 묻어오는 햇살 한줌으로 나무는 다시 수백 만장의 잎을 틔울 것이다. 푸르고 싱그럽게 살아나서 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어야 한다. 방제용 가로막이 어서 치워지고, 마을로 잠입하는 모든 불안과 고통을 막아내는 진정한 수호목으로 남아야 한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의 발자국이 침울하게 겨울을 보낸 이 마을에 안녕을 가져올 수 있기를 나무와 함께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 사진 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1095. 중앙고속국도의 풍기나들목을 나가 영주시로 가는 길은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속도를 늦출 만하다. 태장리 느티나무에 가려면 풍기나들목을 나가서 북영주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쯤 간 뒤 봉현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난 931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왼편으로 동양대학교를 지나서 3㎞ 더 가면 왼편으로 길가에서 태장리 느티나무를 만나게 된다. 나무 바로 앞에 구제역 방제를 위한 차단 가로막이 놓여 있다.
  • 봄물 오른 전남 고흥반도

    봄물 오른 전남 고흥반도

    봄물이 올랐습니다. 바람결엔 촉촉한 습기가 묻어납니다. 계절의 순환은 무엇도 거스를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합니다. 남도 끝자락, 나로도를 휘휘 돌아온 봄바람이 내륙으로 내달립니다. 봄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꽃망울이 맺혀지고, 곰실거리는 봄내음에 섬 처녀의 가슴은 요동칩니다. 전남 고흥반도의 초봄 풍경입니다. 봄의 전령 매화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고흥반도 앞바다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 ‘섬섬옥섬’… 다도해 풍경의 진수 고흥반도는 멀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 ‘가도가도 천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게다. 이제 많이 달라졌다.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가 열렸기 때문.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남원, 구례 등을 줄줄이 거쳐야 했던 예전과 달리 빠르고 곧게 고흥반도까지 내달릴 수 있다. 고흥반도는 득량만과 여자만을 양 옆에 두고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다. 남북 간 길이는 약 95㎞. 거금도(居島), 내·외 나로도(老島) 등 주변 160개의 섬들이 어우러지며 고흥군을 이룬다. 고흥반도의 아름다움을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올곧은 기상의 나무와 숲이 있고, 먼 우주를 응시하는 최첨단의 우주센터도 있다. 섬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갯마을 풍경과 마주하고 싶다면 반도의 왼쪽을 따라 돌아보시라. 단언컨대 다도해 풍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들물때 보다는 날물때 찾아야 한다. 볼품없이 바다위에 떠 있던 섬들이 뭍과 연결되며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고흥반도 초입에서 월정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월정해안방풍림으로 유명한 곳. 들물에서 날물로 바뀌는 시간이면 방품림 아래 보관해 둔 뻘배 주변으로 아낙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물이 빠지고 기름진 갯벌이 드러나면 아낙들은 뻘배를 몰고 바다로 향한다. 꼬막을 잡으러 가는 길이다. 그네들이 이동하는 경로마다 주름살처럼 골이 깊게 패여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없이 빼어난 풍경이 만들어 지고 있으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신망방조제와 오도일·이방조제를 줄줄이 지나면 백일리다. 20m 남짓한 백일연륙교를 통해 고흥반도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 섬, 작지만 의외로 너른 풍경을 갖고 있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갯벌 위에서 어민들이 갯것들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변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은 풍경의 덤. 우미산 중턱의 도로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가 눈부시다. 티 없이 맑은 햇살이 수면에 부딪혀 물비늘을 만들고 있다. 절반은 하늘, 또 절반은 은빛 갯벌이다. 우미산 아래는 용암마을이다.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를 품었다. 하지만 정작 명소의 지위를 안겨주고 싶은 건 마을 앞 풍경이다. ‘안넢’이라 불리는 작은 섬이 어여쁜 자태를 뽐내고, 그 뒤로 매물섬이 작은 주상절리대를 펼쳐 보이고 있다. 멀리는 여수시 낭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절경이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팔영산의 웅장한 자태와 해창만수로의 아련한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갈대 사이 몸을 숨겼던 물새들이 비상하는 순간,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특히 해가 천등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때면 사위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장관을 펼쳐낸다. ●하늘 향해 솟아오른 나로도  고흥반도 끝자락의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연륙교로 이어져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섬 이름이 독특하다. 신라 장보고가 해상의 패권을 쥐고 있던 시절, 외나로도 앞 바다에는 제주로 향하는 중국 상인들의 왕래가 빈번했다. 당시 중국 상인들이 외나로도 ‘서답바위’(일명 부채바위)를 보고 마치 오래된 비단이 바람에 날리는 듯 아름답다며 비단 ‘라’(羅)와 늙을 ‘로’(老)를 써 나로도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나로도는 우주를 향한 전진기지답게 우주 관련 교육·체험시설이 많다. 내나로도 덕흥리엔 국립고흥청소년 우주체험센터, 외나로도 끝자락 나로우주센터에는 우주과학관이 조성돼 있다. 도양읍 용정리엔 우주천문과학관이 들어선다. 800㎜ 대형 천체망원경과 천체 투영실, 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조성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개장일만 기다리고 있다.  고흥반도를 말할 때 나무를 빼놓을 수는 없다.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봉래산 삼나무숲이다. 일제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조성됐다. 울울창창한 삼나무들이 도도한 수직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피톤치드 뿜어나오는 숲길에 들면 어느 곳보다 깊은 숨을 쉴 수 있다.  동토(凍土)를 뚫고 핀 노란 복수초와 만나는 것도 봉래산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 삼나무숲에서 헬기장에 이르는 구간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 있다. 삼나무 숲에 별똥별이 쏟아진 듯하다. 내나로도의 나로도학생수련원을 둘러싸고 있는 상록수림도 볼 만하다. 바로 옆 나로우주해수욕장에는 곰솔들이 제법 장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소록(小鹿)이라 했다. 섬 생김새가 작은 사슴을 닮았다는 뜻이다. 고흥 8경 중 2경으로 꼽히는 곳. 하지만 편히 섬 풍경을 즐길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어디건 한센병 환자들의 한숨이 배어있지 않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소록도는 중앙공원 등 극히 일부 지역만 외부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소록대교가 고흥반도 녹동항과 소록도를 이어주면서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해안가와 나란한 소나무 길이다. ‘수탄장’(愁嘆場)이라 불리는 곳. 예전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 그나마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그저 눈길로만 상봉하던 장소다.  소록도의 핵심은 국립소록도병원 뒤편의 중앙공원이다. 2만㎡(6000평) 규모. 반송, 백목련, 호랑가시나무, 금목서, 아기 동백꽃, 당종려나무 등이 곳곳에 심어졌다. 기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1930년대 중반 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과 대만에서 나무를, 완도 등지에서 기암괴석을 들여왔다. 당시 돌과 나무를 이고지며 나른 이들은 한센병 환자들이었다. 그들의 노역으로 정원이 만들어진 셈이다. 빼어난 조형미의 공원을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모순으로 머리가 뒤엉킨다.  중앙공원 초입의 소록도갱생원 검시실(등록문화재 제66호)과 감금실(등록문화재 제67호)은 일제 강점기에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던 곳. 환자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권을 박탈당했고, 걸핏하면 감금과 감식, 체벌을 당했다. 검시실에는 지금도 수술대와 세척 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글·사진 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국도 익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탄 뒤 전주나들목을 지나 새로 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순천나들목으로 나와 순천시내를 지난 뒤 2번국도로 바꿔 타고 벌교까지 간다. 벌교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고흥반도다. ▲주변 관광지: 팔영산이 제1경이다. 여덟 봉우리가 우뚝 솟은 모습이 장하다. 등산이 어렵다면 능가사 쪽에서 보는 것도 좋다. 능가사 옆엔 국내 최대의 편백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소록도 아래 거금도도 예쁘다. 녹동항에서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10분~30분 간격으로 철부선이 오간다. 어른 1200원. 승용차 9000원(운전자 포함 2명 무료). 녹동매표소 843-9184. ▲맛집: 도화면 중앙식당은 한정식으로 이름났다. 굴을 껍질째 삶은 피굴 등 토속음식이 곁들여 진다. 832-7757. 진미횟집은 장어통탕이 맛있는 집. 녹동항 인근에 있다. 842-3111. ▲잘 곳:나로2대교 초입의 하얀노을모텔펜션이 조용하고 깨끗하다. 주변 풍경도 넉넉한 편. 모텔 내 레스토랑에서 돈가스와 백반 등 간단한 음식도 판다. 4만원. 833-8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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