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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노무현- 김대중 초기내각 해부] 언뜻 보기엔 골고루 배려 사정라인은 영남 싹쓸이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도 편중인사 시비는 여전하다. 외형적으로는 지역안배에 신경을 쓴 흔적이나 실용정부 초대 장·차관의 주요 보직은 모두 영남 출신 인사가 차지했다. 실용정부 초대 장관 22명의 출신지역을 조사한 결과 ▲영남권(6명) ▲수도권·충청권(각 4명) ▲호남권·강원권(각 3명) ▲이북(2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정부 시절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국민의정부 초대내각에서는 호남권과 충청권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은 절반인 3명에 불과했다. 영남권 7명, 호남권 5명으로 영·호남 인사가 고루 배분됐던 참여정부 때와는 비슷한 양태다. 하지만 이명박 초대 내각의 속을 뜯어 보면 이른바 ‘권력의 빅3’라 불리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정원장 등 핵심 사정라인을 영남 출신이 독식하는 등 이전 정부보다 영남 우대 경향이 뚜렷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제주 출신인 강금실 법무장관과 강원 출신의 고영구 국정원장 기용으로,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서울 출신인 이종찬 국정원장 기용으로 사정라인에서 특정지역의 쏠림현상은 덜했었다. 차관급의 지역 분포에서도 실용정부의 영남권 우대 경향이 보인다.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영남권·충청권·수도권이 9명(25.7%)씩이었으나 오히려 호남권은 5명(14.2%)에 불과했다. 참여정부에서는 영남권 13명(37.1%)과 호남권 10명(28.6%)으로 영·호남 ‘동시약진’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이번 실용정부에서는 영남권 16명(37.2%), 호남권 10명(23.2%)으로 영·호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역갈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가 사회적 통합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지역갈등은 사회적 균열구조의 한 부분”이라며 “이를 무시한 인사는 균열구조를 심화시키고 국민통합에 역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희대 교양학부 김민전 교수도 “내각 인사는 능력뿐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통합의 기능도 하기 때문에 대표성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인사가 영남·남성 중심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Seoul In] 해빙기 사고 취약시설 점검

    강서구(구청장 김재현) 해빙기를 맞아 재난발생 가능성이 높은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들어간다. 오는 21일까지 실시되며 대형건축 공사장 8개소(장기중단 공사장 1개소 포함) 등 모두 182개소의 특정 관리대상 시설물에 대해 건축과 담당직원과 건축사 협회 협조를 받은 민간전문가가 합동으로 실시한다.▲건축물의 기울어짐, 부동침하 등 기초상태 ▲건축물 내·외부의 경사균열 ▲인접지역의 지하굴착, 호우·화재·침수 등 주변 환경 ▲위험여부에 대한 거주자의 의견청취 등이 이뤄진다. 건축과 2600-6885.
  • ‘안방극장’ 블루레이가 지배한다

    ‘안방극장’ 블루레이가 지배한다

    한 주가 시작되자마자 국내외 전자업계를 후끈 달군 소식이 있다. 일본 도시바의 ‘고화질(HD) DVD 사업’ 포기설이다.‘블루레이 진영의 압승’이라는 요란한 해석도 뒤따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경한 블루레이가 도대체 뭐길래 나라 안팎이 들썩이는 것일까. 또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블루레이란 19일 업계에 따르면 블루레이란 영화·게임·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다. 영상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지금 흔히 쓰는 DVD와 다를 게 없다. 문제는 내용물이다. 풀HD 영상 등 내용물(콘텐츠)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기존의 그릇(DVD)에 담기에는 한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놓은 새 그릇이 블루레이 디스크(BD)다.2002년 2월 일본 소니가 발표를 주도했다. 최대 저장용량은 50기가바이트(GB). 표준화질(SD)급 일반 DVD(8.5GB)의 6배다. 전송속도도 3배가량 빠르고 화질도 훨씬 선명하다. 기존 DVD가 적색 레이저를 사용하는 데 반해 블루레이는 푸른색(블루) 레이저를 사용한다. 블루레이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지난해 독일 가전전시회(IFA) 때 큰 관심을 보여 국내에서도 한때 주목받았다. ●소니와 도시바가 어쨌기에… 소니 등이 2002년 2월 블루레이를 내놓자 그해 8월 소니의 경쟁사인 도시바 등은 또 다른 새 그릇을 내놓았다. 기존 SD급 DVD보다 진화된 HD DVD이다. 블루레이보다 저장용량(30GB)은 떨어지지만 기존 DVD 생산라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적은 투자비로 신상품 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소비자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강력한 무기였다.HD DVD 플레이어(최저가 10만원선)는 블루레이 플레이어(최저가 38만원)의 절반 가격도 안 된다. 각각의 장점을 앞세워 양대 진영은 5년 넘게 주도권 싸움을 벌여 왔다. 팽팽한 싸움에 균열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영화사. 내용물을 공급하는 영화사들이 풀HD급 영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블루레이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복제 방지가 용이하다는 점도 영화사를 움직인 요인이었다. 결국 올 1월 미국 워너브러더스가 블루레이 진영에 합류하고 파라마운트가 HD DVD 영화제작 포기를 시사하면서 균형이 깨졌다.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차세대 영화의 65%가 블루레이 디스크, 나머지 35%가 HD DVD 디스크이다. 급기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7일 도시바가 HD DV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 영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양대 진영의 싸움이 계속되자 아예 블루레이와 HD DVD를 모두 재생할 수 있는 듀얼 플레이어를 지난해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블루레이측의 압승 기미로 국내 업체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당장 듀얼 제품의 출시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나와 있는 HD DVD용 영화가 최소 200만장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듀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국내 소비자들이 블루레이 전용 플레이어를 살지, 듀얼 제품을 살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국내에는 아쉽게도 HD DVD용 콘텐츠(영화·게임 등)가 거의 출시되지 않아 듀얼 플레이어가 사실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지난해 5월 듀얼 제품(슈퍼 블루Ⅰ)을 국내 시장에 내놓았지만 조만간 단종한다. 현재 출시 준비 중인 ‘슈퍼 블루Ⅱ’는 미국에서만 시판(799달러)한다.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듀얼 제품을 해외에서만 출시했다. 대신 블루레이만 되는 전용 플레이어를 3세대(BD-P1400)까지 내놓으면서 가격을 6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올해 4세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판TV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듯이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면서 “최근 출시된 컴퓨터들은 블루레이 디스크도 지원하는 만큼 당분간 시장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21) 허리디스크

    [한국인의 질병] (21) 허리디스크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한두 번씩은 경험한다는 허리 통증. 허리 통증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위치해 충격을 흡수하는 소위 ‘디스크’(추간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생긴다.20대부터 80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 걸쳐 나타나는 대표적인 허리질환이다. 가수 강원래의 주치의로 척추질환 전문가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윤도흠(52) 교수를 만나 ‘척추 디스크’(추간판탈출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일반인 90%가 경험 척추 디스크는 일반인의 90%가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06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추간판 장애로 분류된 입원 환자는 2000년 5만 7000명에서 2005년 8만 3000명,2006년 9만 1000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디스크를 두고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국민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척추는 앉거나 구부린 상태에서 가장 힘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충격이 계속되면 허리 통증으로 발전한다. 이 때 대개는 근육을 풀어주고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여기까지는 우리 몸이 충격에 주의하라고 던지는 ‘경고 메시지’ 단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척추에 부담을 주면 디스크에 걸리게 된다.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인대(섬유륜)에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미세 균열이 생기고 결국에는 수핵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증상은 주로 허리에 많이 나타나지만 목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빠져나온 수핵은 척추 뒤쪽으로 지나가는 ‘척수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심하면 팔과 다리에 통증이 생기고 허리 통증이나 어깨 통증이 함께 나타난다. 증세가 더 악화되면 팔, 다리의 마비나 대소변 장애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허리 아래쪽 ‘좌골신경’이 눌리면서 다리의 바깥쪽부터 엄지 발가락까지 통증이나 저림증이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수핵이 많이 빠져나오지 않은 ‘중심성 탈출증’은 허리에 통증이 집중된다. “척추 디스크는 주변에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흔한 병입니다. 환자의 70∼80%는 증상이 생겨도 금방 없어지지만 무리한 활동으로 디스크 주변 인대에 균열이 커지면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20,30대 젊은층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도 한 가지 특징이지요.”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 ‘위험´ 디스크는 대부분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다. 선천적으로 디스크를 둘러싼 인대가 약해서 수핵이 쉽게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가족의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바닥에 앉는 자세를 즐긴다거나 의자에 장시간 앉는 사람은 디스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무거운 것을 들고 다녀야 하는 업무, 허리를 숙인 채 오래 일해야 하는 가사노동은 디스크 발병과 직결된다. 허리를 아래로 구부린 채로 갑자기 몸을 트는 것도 좋지 않다. 다리나 발가락, 팔 등의 부위에 갑자기 마비가 오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면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을 받지 않고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인대 밖으로 튀어나온 수핵 조각이 잘게 분리된 환자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의료진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4∼5년전만 해도 인기가 많았던 ‘인공 디스크’ 수술도 부작용 문제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무조건 수술을 요구하는 환자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수술은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 디스크 증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부작용이 생겨 척추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마비가 없고 통증만 느낀다면 수술을 하기보다 근력을 키우는 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 효과 척추 디스크의 통증을 없애는 운동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운동은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다만 갑작스럽게 척추 디스크가 생긴 환자는 신경이 눌릴 수 있어 가능하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가 일어서는 운동도 좋다. 테니스와 골프는 허리를 빠르게 돌려야 하기 때문에 금물이다. 천천히 걷는 것도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혈액순환개선제 등이 있는데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이들 약물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제제’가 디스크를 낫게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속설일 뿐이다. 디스크는 척추뼈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척추 사이의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칼슘을 아무리 많이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칼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이 디스크 증상의 개선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추 디스크 증상이 발생하면 당장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망가지면 뒤쪽 뼈가 영향을 받아 두꺼워지고, 이것이 신경을 누르는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키게 된다. 또 척추뼈가 앞쪽으로 밀려나가는 ‘척추 전방 전위증’을 불러와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픈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시간여행 가능한 ‘타임터널’ 5월 실험

    시간여행 가능한 ‘타임터널’ 5월 실험

    원자분열 실험의 영향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한 ‘타임터널’이 생길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스테콜로프 수학연구소(Steklov Mathematical Institute)의 수리물리학자 이리나 아레프에바(Irina Aref’eva) 교수와 이고르 볼로비치(Igor Volovich) 박사가 원자 분열 실험에 의한 타임터널 생성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가 보도했다. 이들이 타임터널의 가능성을 주장한 실험은 오는 5월 예정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원자분열 실험. CERN은 ‘빅뱅 이론’과 관련해 우주의 생성 직후 상황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제네바 인근 지하 공간에서 실시될 이 실험에서 빅뱅 바로 뒤의 엄청난 빛과 에너지를 원자분열을 통해 재현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이 실험 과정에서 우주 조직의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근거로 “미립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하면서 시간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만약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현재와 미래를 잇는 시간터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ERN의 브레인 콕스 박사는 “상상력 좋은 SF소설에 불과할 뿐”이라며 러시아 과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우주공간의 물질과 우주선의 충돌에 의해 생기는 에너지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시간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인디펜던트 온라인 (independent.co.uk)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노인성 복합 척추질환

    노인성 복합 척추질환

    고혈압이 생기면 흔히 당뇨병을 걱정하게 된다. 두 질환이 서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동시에 발병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인성 척추질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세가 악화되면 운동신경이 완전히 마비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통증 심하면 우울증 앓기도 고령화 사회로 인해 여러 종류의 척추질환을 앓는 노인이 늘고 있다. 노인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서울 제일정형외과병원(원장 신규철)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병원을 방문한 65세 이상 노인 환자 20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히 ‘척추관협착증’과 ‘노인성 디스크’가 동반된 ‘복합성 노인척추질환자’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측에 따르면 이들 환자의 비율은 2005년 35.1%에서 2006년 39.6%,2007년 44.5%로 늘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인대와 척추 뒤쪽의 뼈가 굵어져 두 조직 사이의 신경을 누르는 증상을 말한다. 노인성 디스크는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척추뼈 사이의 완충작용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제 위치를 이탈해 뒤쪽 신경을 누르는 증상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누워서 쉴 경우 좁아진 신경관이 펴져 편안함을 느끼지만 노인성 디스크는 누울 때 돌출된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두 질환이 동반되면 눕거나 서서 걸을 때 모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신 원장은 “다른 질환과 달리 젊은층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이라며 “복합질환의 경우 증상이 이미 진행되어 중증의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운동으로 미리 허리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등 근육 강화해야 노인성 척추질환은 얼굴에 지는 ‘주름살’과 같다. 증상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따라서 여유가 있을 때 미리 대비해야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척추협착증과 노인성 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수시로 배 근육과 등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등을 바닥에서 10㎝가량 띄우는 연습을 하면 등 근육이 강화된다(그림 1). 또 엎드려서 팔을 편 채로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등을 둥글게 말면 배 근육이 강화된다(그림 2). 단 윗몸일으키기를 하듯 상체를 위아래로 움직이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근육 강화 운동은 힘을 주고 정지하는 방식으로 다섯을 셀 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의 운동은 노인의 관절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을 정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동호 교수는 “노인에게는 허리의 근육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며 “수영과 자전거 타기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어 많은 환자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허리 돌리면 척추 손상 척추관협착증과 노인성 디스크 등의 질환을 미리 예방하려면 잘못된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거운 짐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닥에 오래 앉아 있는 자세도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허리를 빠른 속도로 돌리는 운동은 척추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볼링이나 골프는 위험할 수 있어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자제해야 한다. 또 달리기를 하다가 다리가 저린다면 즉시 중단하고 척추질환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이상헌 교수는 “상반신을 많이 돌리는 운동은 극히 위험하다.”며 “만약 허리를 꼭 돌려야 한다면 미리 자세를 머릿속에 떠올린 뒤에 천천히 돌려야 충격이 작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말년은 대개 순응의 시간이다. 지난 시간의 불협화음과 화해하고 얼마 남지 않는 시간과 타협하는 때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비판적 지성 에드워드 사이드에게 말년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평생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의 ‘부정의 정신’은 나이를 먹어도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탈식민주의의 선봉에서 서구의 지배적 담론에 맞섰던 그에게 말년은 결코 순응의 시간이 아니었다. ●예술가 말년의 작품과 사상 탐구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장호연 옮김, 마티 펴냄)는 백혈병과 싸우던 말년의 사이드가 여러 예술가들의 ‘말년’ 삶의 태도를 분석한 책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인생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작품과 사상이 어떤 양식을 띠는지 사이드는 세밀하게 탐구한다. 책은 2003년 9월 아침 눈을 감기까지 그가 써온 원고들을 지인이 묶어 낸 유고작이다. 사이드는 자신이 선택한 예술가들에게서 세간의 일반적 평가와는 다른 특성을 뽑아낸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년의 오페라는 그간 모더니즘 사조를 역행한 음악적 퇴보의 예로 꼽혀 왔지만, 사이드는 그에게 독일 나치의 야만성으로부터 18세기 조성음악을 지켜낸 수호자의 위상을 부여한다. 프랑스 소설가 장 주네에겐 각별한 연대감을 표한다. 서구 지식인의 이중성을 비판하며 논쟁을 몰고 다녔던 주네에게 정체성이란 그에게 붙은 이단아로서의 딱지였고, 결연히 반대해야 할 상징투쟁의 대상이었다. 알제리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애정을 표한 주네를 사이드는 늙지 않는 비타협과 맹렬한 반율법주의의 실현자로 파악한다. 사이드가 예술가들의 말년에서 뽑아낸 공통의 양식은 시대와 끊임없이 불화하는 전복의 정신이다. 조화·화해·포용·관용으로 정의되는 노년의 외피를 걷어낸, 균열과 모순을 과감히 드러내는 저항적 태도다. 저간의 성취를 통해 누리는 달콤한 명예가 아니라, 풀리지 않는 모순을 끌어안고 곱씹어 대는 입안의 가시다. ●기존 질서로부터의 일탈, ‘자발적 망명´ 사이드는 이를 ‘자발적 망명’이라 부른다. 자발적 망명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것에서 이탈하는 것”이고,“기존의 사회 질서와 교감하기를 과감히 포기한 채 모순적이고 소외된 관계를 새롭게 맺는 것”이다. 사이드는 “말년의 양식에는 노화를 두고 보지 않고 계속 거리두기와 망명과 시대착오의 감각을 고집하려는 긴장이 본질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소외된 걸작’도 자발적 망명을 통해서만 태어난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이탈리아 작가 람페두사와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와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이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사이드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보낸 말년의 공통점은 결국 ‘가장 원숙해진 청년정신´ 혹은 ‘절대 다듬어지지 않는 청년정신´이다. 책은 출판사의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첫 번째 권으로 기획됐다.1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명장’(원제:投名狀)의 색조는 어둡고 거칠다. 흑바람 이는 대륙의 살육전,15만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군의 육중한 발자국 소리는 우리가 전쟁영화에서 기대하는 그대로다. 그러나 영화는 전쟁의 스펙터클이 아닌, 세 남자의 운명과 회한을 그린다. 이 영화가 ‘첨밀밀’(1996)의 진가신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면, 기존 중국 블록버스터의 관습을 따라가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태평천국의 난으로 중국은 14년간의 긴 내전에 돌입한다.7000만명의 사람이 전쟁과 굶주림으로 죽고만다. 청나라 장군 방청운(이연걸)은 싸움에 대패하고 혼자 시체더미에서 기어나온다. 그는 도적단의 우두머리 조이호(류덕화), 칼잡이 강오양(금성무)을 만나 오양의 목숨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이들의 마을에 머물게 된다. 가난해도 피붙이가 있는 마을은 군량을 압수하러 온 괴군의 습격을 받고, 방청운은 이호와 오양에게 정부 군에 입대할 것을 권한다. 이들은 믿음을 담보하기 위해 피로써 의형제를 맺는다. 셋은 서성과 쑤저우, 난징을 탈환하는 세번의 전투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게중심은 각자 다르다. 방청운은 권력과 명예에, 조이호는 가족과 형제애, 강오양은 신의에 방점을 찍는다. 방청운과 조이호의 극명한 대비는 감독이 중시하는 가치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방청운이 무고한 여자를 강간한 부하들의 목을 치려 하자, 조이호는 내 형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맞선다. 쑤저우 탈환을 이룬 조이호는 적장에게 병사들을 사면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려 하지만, 방청운은 몰살을 명한다. 오양마저 방청운의 뜻을 따르며 셋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접어든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호에게 방청운은 “난징 탈환을 끝으로 평화만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극 초반, 방청운이 꿈꾸는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고, 당사자가 그 폭행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 곳. 남자든 여자든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게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사의를 희생시켰던 방청운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사랑과 야욕을 위해 맹세도 어기는 역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셋의 영웅담을 다룬 경극이 등장한다. 이를 보다 웃음이 울음으로 번지는 조이호의 얼굴에는 한낱 과장된 경극으로 남고 만 관계와 인간에 대한 통한이 서려 있다. 영화는 전투 장면과 황량한 인간 내면을 사실적인 질감으로 그렸다. 그러나 극 중 하괴와 조이호의 부인 연생의 역할이 셋의 와해에 어떻게 치명적인 단초가 됐는지, 응집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설명력은 부족하다.31일 개봉.18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단독]軍사격장 인근 주민 ‘소음 골병’

    [단독]軍사격장 인근 주민 ‘소음 골병’

    전라북도 고창군 동호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60) 할머니는 30년 전부터 해수욕장에서 4.2㎞ 떨어진 미여도 공군 사격장에서 들리는 폭격소리에 지금도 놀라곤 한다. 주중이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폭격훈련으로 하루종일 대화조차 어려울 만큼 ‘소음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마을을 떠나고 싶지만 타지에서 먹고 살 일이 막막해 묵묵히 참고 있다. 김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나랏일에 나같은 무지랭이가 어쩌겠냐.”는 식의 푸념뿐이다. 전국 군 사격장 주변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이 소음과 진동 피해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북 고창군 미여도 공군사격장 등 전국 7개군 사격장 주변 10개 마을 주민 126명을 대상으로 환경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전국 단위의 사격장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사격장이 유발하는 가장 큰 문제(복수응답 가능)로 전체 응답자의 71.4%(90명)가 ‘소음문제’를 꼽았다.35.7%(45명)와 27.0%(34명)는 각각 ‘불안감 등 정서적 피해’와 ‘진동 등에 의한 물적피해’를 지적했다. 구체적 소음 피해를 묻는 질문에 86.5%(109명)가 ‘정상적인 대화나 전화통화가 어렵다.´고 했으며,75.3%(95명)는 ‘텔레비전·라디오 시청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소음으로 인한 신체 피해로는 60.0%(75명)가 ‘목소리가 커졌다.´,21.4%(27명)가 ‘귀울림(이명)현상이 생겼다.´고 답했다. 정서적 피해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8.2%(86명)가 ‘(사격장 소리에 놀라)추락사고 등 위험을 느낀다.´,64.3%(81명)는 ‘정서가 불안해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물적 피해의 경우 ‘건물 균열’(47.6%·60명),‘가축 유산’(37.3%·47명) 등의 순이었다. 또 55.6%(70명)의 응답자가 ‘정부가 피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정부 대책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65.9%(83명)가 ‘사격장 폐쇄나 이전’을,11.1%(14명)가 ‘개개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주문했다. 특히 ‘군부대가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8명)에 불과했으며,70%(82명)는 “군부대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당국의 무성의한 대응 태도에 대한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녹색연합 고이지선 간사는 ‘이번 조사는 전국 단위로 이뤄진 사격장 주변에 대한 첫 번째 실태 조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사격장 인근 주민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역학조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세계경제포럼-세계사회포럼 또 의제 맞불

    다시 의제대결이 시작됐다. 매년 1월말이면 세계화 담론과 반세계화 담론이 ‘지구적 대결장’에서 맞부딪친다. 세계화 진영은 스위스 다보스에 37년째 붙박이 전진기지를 세워 왔고, 반세계화 진영은 전 세계(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2006 베네수엘라 카라카스·파키스탄 카라치·말리 바마코,2007 케냐 나이로비)를 돌며 다보스와 대결하는 대항캠프를 7년간 꾸려 왔다. 전자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며 세계 각국 정상과 장관, 국제기구 수장, 재계 및 금융계 최고 경영자들을 불러 모아 세계경제 발전방안을 논하고, 후자는 이름 없는 생활인들이 ‘세계사회포럼’이란 이름으로 다보스가 상징하는 세계화엔진에 맞불을 놓는다. ●각자 의제 놓고 마주선 두 포럼 올해도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두 포럼이 각자의 의제를 놓고 마주섰다. 세계경제포럼은 23일부터 ‘협력을 통한 혁신의 힘’을 의제로 4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세계사회포럼도 하루 앞선 22일부터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슬로건 하에 전 세계 72여개 국가에서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두 포럼은 참석자 면면에서 양극단이라 할 만하다.‘2008 세계경제포럼’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등 27개국 정상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및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사공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이 다보스를 찾아 신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반면 세계사회포럼에 유명인사는 거의 없다. 각 나라에서 살아 가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참여자 대부분을 구성한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개개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대항 공간’으로 세계사회포럼을 활용하는 측면이 크다.72여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규모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2008년 1월 양 포럼은 ‘불투명한 세계경제’란 공통 변수를 만났다. 변수는 동일하되, 변수를 해석하는 관점은 상이하다. 두 포럼의 대결 각이 명확해지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협력을 통한 혁신의 힘’이란 세계경제포럼의 올해 의제는 세계가 당면한 ‘공동의 위기’를 전제로 깔고 있다.▲전 지구를 심한 독감에 걸리게 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 ▲점점 커지는 식량안보 위협 ▲천정부지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2008’ 보고서 골자는 세계화란 양지에 깃든 불길한 그림자를 드러낸다.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가중될 거란 절박함을 포럼 의제는 함축하고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세계사회포럼의 시각은 정반대다. 세계화의 균열은 ‘협력’이란 ‘포장된 언어’ 이면에서부터 파생된다고 본다. 현실 속 세계화는 국가간 ‘협력’보다 자본·군사 강국의 ‘독주’에 기반한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비준거부와 대 테러 전쟁 확대는 ‘협력적 세계화’의 감춰진 진실이다. 세계사회포럼은 현재의 위기 극복은 세계화 담론이 지배하는 ‘기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008 세계사회포럼’은 예년과 달리 특정 국가에 모여 진행하는 행사 대신 나라별 자체 기획에 따라 치러진다.‘세계사회포럼-1·26 세계행동의 날’ 한국조직위원회 류미경 조직기획팀장은 “해를 거듭하면서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해당 국가의 요구와 문제의식을 반영한 일상화된 포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 대회에서 제안돼 합의됐다.”고 설명했다.22일 정오 전 세계 동시다발적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발을 뗀 ‘2008 세계사회포럼’은 26일 ‘전쟁과 신자유주의, 인종주의와 가부장제에 맞선 세계 공동행동’으로 절정을 이룬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빈민을 위한 원탁회의가 개최되고, 볼리비아에서는 차별반대 전국 캠페인이 발족되며, 프랑스에서는 이주민 및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대규모 집회가, 독일에선 공공재 사유화를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국내에선 비정규직 차별과 이주노동자 문제, 빈곤의 여성화와 기후온난화, 장애인 차별 등 14개 의제를 놓고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토론할 예정이다.33개 단체,1000여명이 참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불량납품소송 승소 이끈 4인방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불량납품소송 승소 이끈 4인방

    서울시 공무원들의 끈질긴 추적과 집념이 세금 7억원을 되찾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도시기반시설본부에 근무하는 김영진(6급)·류병일(7급)·양춘배(5급)씨와 시설관리공단의 조현효 대리 등 4명이다. 이들은 업무가 바뀌더라도 서로 인수인계를 받아 3년간의 추적 끝에 도로 터널에 설치하는 송풍기를 불량품으로 납품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세금 6억 9400만원을 절감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1999년 서울시 내부순환도로상의 홍지문터널과 정릉터널 내에 설치한 대형 송풍기(290∼450㎾) 16대의 가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자 불량 제품을 의심했다. 당초 연간 예상 가동시간이 4380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120여시간 가동으로 송풍기의 날개가 파손되거나 균열이 발견됐다. 이들은 송풍기 전문업체인 ‘헤럴드 엔지니어링’에 제품 조사를 의뢰해 현장 설치에 부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송풍기 날개 5개를 조사 의뢰한 결과, 허용 한계 밖의 등급과 최하위 등급으로 나타났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산업연구소 조사에서도 송풍기 날개 내부의 불순물과 초기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결과를 받았다. 사실상 3개 기관이 불량제품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에 하자 없는 송풍기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납품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송풍기에서 발생한 하자가 ‘제작업체가 계약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물품을 공급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김영진씨는 “완벽한 조사 자료를 제출했어도 순간순간 소송에서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이겨서 하자 보수의 책임기간(2년)이 경과하면 납품업체의 잘못이 없다는 과거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는 승소 후 당초 납품된 불량 송풍기를 철거하고 표준 규격의 새 송풍기를 설치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5)] ‘축제’는 아니지만 대의 선택해야/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5)] ‘축제’는 아니지만 대의 선택해야/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7대 대선 게임도 오늘로 막을 내린다. 지난 대선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향후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의(大義)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뽑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이번 대선게임 과정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번 선거는 이명박 후보의 선거이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폭이 축소됐다. 이번 대선에서는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담론이 지배했고,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 발휘한 능력 덕분에 도덕성,BBK, 친인척 문제 등을 안고 있음에도 계속 선두를 유지해오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이명박의 정책 내용, 정책적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인물과 도덕성 검증에 치중함으로써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사안이 이회창 후보처럼 대쪽으로 상징되는 도덕성을 무기로 하는 후보에게 적용되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지역주의의 약화이다. 지역주의 선거가 약화된 것은 노무현 정권의 공(功)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역균형발전, 행정수도 이전, 지방분권 정책을 실시한 결과,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새로운 균열구조가 생기고 이 균열은 지역주의와 교차하면서 지역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역주의의 약화는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감지된다. 과거와 같이 수도권의 유권자들이 자기 출신 지방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 셋째, 정책선거의 실종이다.BBK 진실 공방 속에 정책토론은 사라졌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물 선거이다. 물론 인물 검증도 중요하다. 잘못된 정책은 고치면 되지만 투명성, 진실성, 공공성에서 흠집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경우 국민들은 5년 내내 고생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검증은 선거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선거의 필수 과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 검증이 소홀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은 경제 살리기, 경제성장에 치우쳐 있고 사회분야 정책 제시에는 소홀하다. 보수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 후보들도 성장률을 몇% 이루어 내겠다는 ‘성장률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넷째, 세대간 대결구조가 실종됐다.2030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청년실업으로 인해 2030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소통 수단인 인터넷 언론매체에 대한 과잉규제로 인터넷 언론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점도 세대간 대결구도가 실종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 대선에 비해 인터넷 참여 매체는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참여를 통제하는 선거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는 것은 정치적 자유에 대한 중요한 침해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는 국민이 아니라 검찰이 선거 당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 선거’이다.BBK 검찰수사가 이번 대선의 판세를 결정지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특검 결과에 따라 당선무효 또는 탄핵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결정하게 되고 2000년 미국에서 일어난 부시-고어 검표 사건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쟁송(爭訟)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영역을 축소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열린세상] 이번 대선에서 보는 희망/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이번 대선에서 보는 희망/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이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선거로 평가받을 만하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은 여전히 선거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공약이 후보 간의 공방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시간이 갈수록 BBK 사건에 묻혀 이제는 그 이름조차 듣기 어렵다. 각 당의 후보경선 과정도 비민주적이었을 뿐더러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경선과정 내내 경선규칙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더니 결국은 후보를 사퇴하고 상대정당의 경선에 뛰어드는 코미디와 같은 모습도 연출했다. 또한 경선과정에서 조직선거, 동원선거 심지어 돈선거라는 80년대에나 들었을 만한 용어들도 등장하였다.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까지 후보단일화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처지도 안타깝다. 이번 대선의 절차와 내용을 평가할 때 낙제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나, 유권자로서 나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두가지의 희망적인 모습을 찾고 싶다. 첫번째 희망은 우리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선거전략에 별반 호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BBK 공방이 그렇게 뜨거웠지만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보면 다수의 유권자가 이 후보가 BBK 사건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심지어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된 증거가 없다는 검찰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유권자의 숫자가 더 많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BBK 사건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정치개혁이 핵심 선거쟁점이었기에 병역비리와 빌라사건과 같은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통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쟁점은 경제문제이다. 유권자들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를 더 원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정은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선거전략보다는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공약을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표를 얻는데 더 효율적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두번째 희망은 지역주의 균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의 대선은 대체로 영남과 호남의 양자대결 속에서 충청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 구도로 치러졌다. 지난 대선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었다고는 하나 선거결과를 보면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었다. 반면 이번 대선은 후보난립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양자대결 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까지 어느 지역도 특정 후보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영남과 호남권 지지율이 각각 50% 전후에 머물고 있고, 충청권의 후보지지율은 더욱 분산된 모습을 보인다. 어느 후보도 지역의 맹주를 자신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점에서 후보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훈과 희망이 내년 총선에서 제대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그나마 이번 대선이 정치발전에 기여한 바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는 네거티브를 이용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 유권자가 듣고자 하는 공약과 정책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도 지금의 정당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면 더이상 지역주의는 표심을 결정하는 최종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영남과 충청에서는 한나라당 대 이회창, 심대평 당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이들은 지역이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표심을 얻어야 한다. 당연히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선택 2007 D-7] 김혁규 昌캠프로

    범여권은 후보 단일화 무산뿐 아니라 내부진영의 균열과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요지부동인 터에 과거의 ‘동지’들이 속속 떠나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11일에는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택했다. 여기에 신당 소속 영남권·충청권 의원 4∼5명의 이름이 이 후보 지지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서울 남대문 이 후보의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지지선언식에서 “이 후보는 현 대선후보 가운데 도덕성과 정직성 등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이 가장 훌륭한 분”이라며 이 후보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관선 1회와 민선 3회 등 경남지사를 4차례 지낸 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으로 대선 도전을 시도하다가 지난 8월 대통합민주신당에 불참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후보 캠프에서 상임고문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 전 의원은 지지선언문에서 “지난 1971년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끝까지 거짓말해서 국민에게 탄핵받은 것”라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견주어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로 쏠리는 세력을 분리하기 위한 연대 차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신당 창당이 ‘총선 연대’를 겨냥했다고 본다면 결국 김 전 의원도 반 이명박·보수라는 공감대로 한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영남이라는 ‘지역적’ 공감대도 얹혀진다. 현재 신당에서 이 후보 지지를 위해 추가 이탈자로 거론되는 의원들도 대부분 영남·충청 지역 소속이다. 구혜영 홍희경기자 koohy@seoul.co.kr
  • 마포 용강 시범아파트 철거키로

    도심의 흉물로 취급받고 주민 안전을 위협하던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가 마침내 철거된다. 인왕산의 경관을 해치던 종로구 옥인동 시범아파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7일 한강르네상스 등 역점사업을 위해 철거 기준을 미처 충족시키지 못하던 용강동과 옥인동의 시범아파트를 서둘러 철거한다고 밝혔다. 두 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에는 한강조망공원이나 도시자연공원을 조성, 친환경녹지와 조망권을 살리기로 했다.. 1971년에 준공된 용강동 시범아파트(7개동·240가구)는 당시 중산층에게 보급하기 위해 지었다.6∼7층의 반듯한 성냥갑 모양으로 지었다. 이후 주변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했지만 이 낡은 아파트는 흉물로 취급을 받으며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방해꾼이 됐다. 특히 아파트 벽을 지탱하는 기둥이 심하게 휘고 벽 등에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마저 느껴졌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건물 안전진단에서 철거가 필요한 ‘안전등급 E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청이 진행한 안전진단에서는 아직 철거가 필요없는 ‘D급’ 판정을 받았다. 또 건물보상이나 이주대책 등의 비용 부담이 너무 커 철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또 옥인동 시범아파트(9개동·264가구)도 인왕산 녹지 일부를 침범하고 있어 이번에 도시자연공원으로 복원하기 위해 함께 철거된다. 두 시범아파트의 철거민 504가구는 내년 4월18일부터 시행되는 ‘서울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대한민국 새 ‘국새’ 이달부터 사용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인 새 국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3일 새 국새가 제작되고 있는 경남 산청을 방문, 새 국새로 시험 날인했다. 국새는 대통령령인 ‘국새 규정’에 따라 헌법공포문 전문, 훈·포장 증서, 주요 외교문서 등에 날인하는 인장(도장)이다. 현재 사용하는 국새는 정부수립 이후 세번째로 제작된 것이나,2005년 내부에 균열이 발견됐다. 이에 행자부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국보급 장인’ 33인 등으로 국새제작단을 구성, 지난 4월부터 국새 제작에 돌입했다. 가로·세로 각 99㎜의 새 국새는 여론조사와 공모를 거쳐 ▲인문(글씨체)-훈민정음체 ▲인뉴(손잡이)-봉황 모양 ▲제작방법-진흙거푸집을 사용한 전통방식 ▲재질-금 합금 등을 결정했다. 이 외에도 의장품 중 국새를 보관할 내함은 백동으로, 외함(인궤)은 철갑상어 가죽으로 제작된다. 함을 넣어둘 함장은 금색이 가미된 옻칠로 단장된다. 국새를 올려놓을 방석인 석은 한지 수백장을 다진 뒤 비단으로 싸였다. 국새를 올려놓는 상인 인상·배안상·소배안상, 상 위에 까는 비단천인 복건, 장식용 끈인 매듭인끈·다회끈 등도 최고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전통 방식으로 제작 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국새의 마무리 작업이 끝나면 비파괴검사 등을 통해 검증한 뒤 이달부터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새 국새는 정부중앙청사 19층 국무회의실 옆 국새실에 보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선택 2007 D-16] 이명박·이회창 후보 ‘처가표 쟁탈전’

    [선택 2007 D-16] 이명박·이회창 후보 ‘처가표 쟁탈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간의 ‘처가(妻家)표 쟁탈전’이 벌어졌다. 진원지는 경남 진주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은 2일 “경남 산청 사람들이 진주에 많이 사는데 산청이 이회창 후보의 처가”라며 진주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경남에서의 균열은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긴장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는 “산청이 이회창 후보 처가인 것만 생각하고 진주가 내 처가인 것은 왜 생각 안 하냐.”며 답답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진주의 표심을 놓고 두명의 ‘이(李)서방’이 사위를 자처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사진 왼쪽)씨는 1947년 진주에서 태어나 대구여중과 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사진 오른쪽)씨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녔다. 한씨는 부산·경남지역에 연고가 깊어 2002년 대선 당시에도 유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4) LG전자

    [한국의 대표기업] (4) LG전자

    한국전쟁이 끝나고 4년 뒤인 1957년 초, 구인회 락희화학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당시 기획실장이던 윤욱현씨가 “요즘 LP레코드판을 듣다가 잠을 설치고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구 사장은 “우리가 그거 만들면 안 되는 거요.”라고 물었다.“기술 수준이 낮다”는 대답에 구 사장은 “기술이 없으면 외국가서 기술 배워오고,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 것 아니오. 전자공업 해봅시다.”하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해서 이듬해인 1958년 10월 만들어진 회사가 지금의 LG전자다. ●첫 국산 라디오·흑백TV·에어컨 만들어 LG전자의 역사는 한국 전자산업의 산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1959년 국산 라디오 생산을 시작으로 냉장고(65년), 흑백TV(66년), 에어컨(68년), 세탁기(69년) 등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 모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물론이다. 1995년에는 금성사에서 LG전자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현재 LG전자는 ▲휴대전화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인 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모니터·TV·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DD) ▲오디오·VCR·노트북 PC 등 디지털 미디어(DM) 4개 부문에서 연간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LG전자의 매출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9조 85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3조 1700억원으로 늘었다. 또 58년 창업 당시 300명이던 직원 수도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해 8만 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전자ㆍ정보통신 업계에서 글로벌 ‘톱3’로 진입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매출뿐 아니라 시장점유율, 수익성, 성장률, 주주가치 등을 모두 포함해 글로벌 톱3가 되겠다는 것이다. 올 초 혁신경영 전도사로 불리는 남용 부회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가시적 성과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에선 초콜릿폰·샤인폰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높아졌다. 양문형 냉장고, 스팀 드럼세탁기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에너지 R&D에 3년간 2200억 투자 LG전자는 중점 육성사업인 휴대전화, 디지털 TV, 디스플레이, 시스템 에어컨 등과 함께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에너지와 내비게이션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열 등을 이용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내비게이션 등 텔레매틱스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합친 ‘카인포테인먼트(car infotainment)’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에어컨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최근 지열, 천연가스, 바이오에너지 등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과 냉난방 등 에너지시스템의 제품개발·제안·설계·시공·관리까지 책임지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전망도 밝다. 업계는 지열·풍력·태양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규모가 올해 2300억원에서 2010년 42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2800명인 에너지 사업 관련 연구인력도 2010년까지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3년간 기술개발을 위해 2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LG전자 DA사업본부장 이영하 사장은 “에어컨 기술력과 에너지 솔루션을 연계한 신사업으로 에너지문제와 친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카인포테인먼트사업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오디오는 물론 내비게이션 등 텔레매틱스 제품의 기획·설계·개발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길만 찾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차에서도 집에서처럼 홈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002년부터 그랜저 등 현대·기아자동차 주요 차량에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 지난해 DMB복합 내비게이션 제품을 출시하는 등 휴대용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LG전자 세계 톱3 되려면 요즘 LG전자 임직원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한때 주당 5만원선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마의 벽’으로 불리던 1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가전·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모든 사업부문의 실적이 골고루 호전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LG전자가 이같은 기세를 이어나가려면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PDP패널 등 디스플레이 부문은 여전히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 적자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내년이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인 내년 상반기에 어떤 실적을 보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케팅 특히 퀴담처럼 제품에 별도의 이름을 붙이는 서브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실적 상승의 중심축인 휴대전화부문도 물량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익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연속적으로 휴대전화에서 히트제품을 내놓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분기당 생산량인 2100만대로는 부족하다.”면서 “적어도 분기당 3000만대가 넘어야 저가 제품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LG전자가 내년에 93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생산물량 1억대의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생산량이 1억대가 넘으면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해서 생산량을 늘리면 수익성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LG전자의 당면과제인 셈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남용號 출범 11개월 평가 몸값만 7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8조원이던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7일 사상 최대인 15조원을 돌파했다. 주가도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섰다. 올 1월2일 LG전자의 주가는 5만 7500원이었다.1년도 안돼 89%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44%)의 두 배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전략의 귀재, 경영혁신전도사, 적자기업 회생의 마술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있다. 업계에서는 주가상승의 이유를 “남 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수익성 개선과 원가절감 노력 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남 부회장은 LG전자의 체질을 튼튼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성장 엔진인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지난 1분기 휴대전화 부문은 6.6%의 영업이익률(본사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적자였다.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 단순히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을 줄이는 1차적인 접근이 아니라 건물, 재고, 부채 등 모든 자산으로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의 경영의 핵심에는 ‘고객’이 있다. 그는 ‘펀앤드펀(Fun & Fun)’이론을 강조한다.“임직원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게 펀앤드펀 이론이다. 남 부회장은 올해 첫 임원회의에서 “각 지역의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해 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즐거움을 위해 공급자 위주의 제품별 마케팅 조직을 수요자 위주 지역별 마케팅 조직으로 재편했다.LG전자는 경영회의에 앞서 15분간 고객과 상담원의 통화내용을 듣고 시작한다. 고객의 불만에 대한 개선사항을 남 부회장이 직접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제품의 최고 수장인 사업본부장이 직접 보고해야 한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현지 일반 가정을 방문해 LG제품의 평가를 직접 듣기도 한다. 제품 설명서나 안내 책자에 나오는 외국어와 어려운 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꾼 것도 그의 ‘고객 중심’ 경영실천의 일환이다. 남 부회장은 외부에서 30ㆍ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3명의 외국인 임원을 발탁하기도 했다. 남 부회장은 마케팅·구매전문가 등 외국계 인재를 계속 영입하겠다고 밝혔다.“한 명의 글로벌 인재가 1300명의 마케팅 인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남용식 ‘메기론’의 산물이다. 메기를 넣어둔 논의 미꾸라지가 더 튼튼하게 자라는 것처럼 외부 인재 영입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선진 마케팅 기법 등을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 부회장의 이같은 과감한 체질개선은 조직 내 ‘개혁 피로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외부인재 영입은 경쟁력 확보와 선진 마케팅 기법 전파라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인화의 LG’에 균열음을 만들어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영어 공용화나 현재 시행 중인 낭비제거 운동 등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하긴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한 임원은 “개혁에는 언제나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Let’s Go] 전북 고창 돋음볕 마을

    [Let’s Go] 전북 고창 돋음볕 마을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누구나가 다 아는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구절. 전라북도 고창군 안현리 ‘돋음볕(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 마을´은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소재로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곳이다. 콘크리트 벽돌담과 슬레이트 지붕 등에 샛노랗고 하얀 국화가 사계절 환하게 피어 있다. 한겨울에도 벌과 나비가 날아 다닌다. 동네 주민을 모델로 ‘누님´을 그리고, 손거울도 크게 넣어 시 ‘국화 옆에서´를 절로 연상케 만들었다. 국화와 누이가 있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마을. 친일행각과 군정에 대한 노골적인 칭송 등으로 눈총받는 미당의 생애와는 별개로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미당의 스산한 과거의 기억을 지운다면 시와 국화향을 좇아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곳이다. # 담장에도 지붕에도 국화가 피었네 까치는 어딜 가고 물까치들만 떼를 지어 이방인을 반겼다. 마을 입구부터 담장을 따라 조성된 벽화에 노랗고 하얀 국화들이 만발해 있다. 담장을 타고 가던 벽화가 지붕으로까지 이어지는 집도 있다. 지붕을 덮은 지름 5m의 커다란 들국화에서 엄지손가락만한 황국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누님’의 얼굴도 등장한다. 이 마을에 살면서 동네 애경사를 앞장서 챙겨온 김연순(69), 양옥순(64)씨가 모델이다. 처음엔 두 ‘누이’의 얼굴밖에 없었지만, 금년 여름 서울의 한 대학생들이 내려와 오균열씨 부부와 박향순 부녀회장, 한봉자 할머니 등의 얼굴도 그려 놓았다. 벽화에 그려진 마을 사람들이 모두 6명으로 늘면서 동네 분위기도 덩달아 한결 밝아졌다. 국화 벽화는 농림부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문화공간 만들기(문화 해비탯)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미당의 생애와 시를 기리기 위해 마을사람들은 3년전부터 동네 뒷산에서 ‘100억송이 국화축제’를 열었고, 관광객들이 연간 10만명 정도 다녀가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그 결과 작년 12월 농림부로부터 녹색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마을 개량사업을 벌이게 된 것. 녹색체험마을 컨설팅을 맡은 송주철 공공디자인연구소와 마을 주민들은 미당의 시 ‘국화옆에서’를 소재로 마을 전체를 국화와 시,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그린 벽화로 단장하기로 결정했다. 담장 보수에서 디자인, 그림까지 꼬박 7개월 걸려 금년 3월 완성했다.‘돋음볕’이라는 예쁜 마을 이름까지 새로 붙였다. # 마을 뒤편엔 100억송이 국화밭 벽화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여느 시골마을 사람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큰누이’ 김연순씨는 남편이 중한 병에 걸려 서울의 대학병원을 오가야 하는 처지고,‘작은 누이’ 양옥순씨도 막내 아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식혜를 만든다며 엿기름을 손질하던 양씨는 “호의호식은 아녀도 밥 빌어먹지 않을 만큼은 사는디, 막내가 장가를 안가서 걱정이랑께. 벌써 40이 다 되었는데 말여. 기자 양반, 참한 아가씨 좀 없으까잉?”이라며 장탄식이다. 누런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팽나무 당산목을 지나 마을 뒤편으로 올라가면 미당의 묘소가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 나온다. 해마다 국화축제가 열리는 곳. 사람들이 많이 찾는 터라 길도 내고, 주차장도 만들어 두었다. 예년보다 적은 양이긴 하지만, 고샅마다 심어 놓은 국화는 늦가을 정취에 젖게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돋음볕 마을과 길 건너 미당 시문학관이 자리한 선운리, 그리고 질마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심원, 하전 등의 갯벌. 미당을 키운 ‘8할의 바람’의 근원이 되었던 서해바다다. 물막이 공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선운리와 안현리 코앞까지 바닷물이 들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돋음볕 마을에서 150m 떨어진 질마재 마을에는 미당의 생가와 시 문학관이 마련돼 있다. 국지호 이장 019-319-1417, 부안면사무소 (063)560-2614. # 손님 반기는 고창국화축제 고창읍 석정온천지구에서는 제17회 국무총리배 전국국화경진대회를 겸한 고창국화축제(gcfestival.com)가 열리고 있다.100만㎡에 심어진 300억 송이 국화로 눈이 부시다. 예년과 달리 불순한 날씨 때문에 현재 30% 정도 개화한 상태. 이번 주말쯤이면 만개할 듯하다. 국화꽃밭 한가운데에는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가 새겨진 시비(詩碑)도 세워졌다. 동춘서커스 등 공연도 마련됐다.(063)564-9779.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나들목→선운사 방면 좌회전→22번 국도→삼인교차로→용선삼거리→상포방면 우회전→734번 지방도→선운리 미당시문학관 # 주변 명소 선운사와 고창읍성, 학원농장, 무장읍성 등은 필수 코스. 시간이 허락한다면 30여분 떨어진 ‘굴비´의 고장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도 둘러볼 만하다. # 맛집 복분자술 한 잔에 장어 한 점, 최강의 맛궁합이다. 고창은 장어의 명산지. 여행고수들이 즐겨 찾는 곳은 ‘등나무 집´으로 불렸던 연기식당(www.yeonki.co.kr)이다. 올해로 아산면 삼인리 한자리에서만 40년 넘게 장어굽는 냄새를 피우고 있는 집.1인분 한 접시(375g)에 1만 5000원. 함께 나오는 부추겉절이가 별미. 오전9시∼오후10시. 연중무휴.562-1537. 글·사진 고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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