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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강진’ 사상초유 수능 연기… 수험생 대혼란

    ‘포항 강진’ 사상초유 수능 연기… 수험생 대혼란

    김상곤 “포항 10곳 시험장 균열…학생 안전·공정 최우선 고려” 靑 “文대통령이 최종 연기 결정” 교육부, 오늘 전형 일정 발표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천재지변 탓에 수능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시험이 치러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8시 2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판단해 시험을 23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경북 포항에서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가 있었고, 지속적 여진으로 포항 시민과 많은 학생들이 귀가를 못 하고 있다”면서 “포항 지역 수능 시험장 14곳을 점검한 결과 다수 학교에서 피해가 보고돼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이 수능 연기를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포항고 등 진앙에서 가까운 북부 지역 학교 10곳에서 시험장 벽 등에 균열이 발생했다. 이번 수능 연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포항 현장에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내려가 보니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대통령께 보고했다”면서 “이에 대통령이 빠른 판단을 내려 수능 연기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 연기는 매우 중대한 일이어서 현장 상황이 종합될 때까지 기다려 최종 결정을 내렸다”면서 “오후 5시 45분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나고 6시 30분부터 7시 30분 사이에 보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확보한 1주일 동안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일주일간 학교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고사장 변경도 추진한다. 건물 안전 문제는 물론 자신의 고사장을 아는 수험생들의 부정행위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김 부총리는 “여진이 없는 지역으로 대체 시험장 마련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포항 이외의 지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와 상관없이 수능과 관련해 휴교 또는 등교시간 조정이 이뤄진 학교는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 연기 결정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다 성적 통지일 등 남은 대입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 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향후 대입전형 일정을 16일 발표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8학년도 수능 연기 김상곤 부총리 기자회견 전문

    2018학년도 수능 연기 김상곤 부총리 기자회견 전문

    교육부는 16일 치를 예정이던 수능을 안전상의 문제로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가 보고됐고 이후에도 여진이 발생해 학생과 시민들이 귀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며 수능 연기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은 김 부총리의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교육가족 여러분.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내일은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보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여 상당한 피해가 보고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여진이 발생하여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귀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됩니다.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 전수점검 결과 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유성여고 등 다수의 시험장의 건물에 균열이 발생됐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그 외 학교에도 각종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경북도교육청이 피해상황을 확인한 결과, 수능시험 연기를 건의했습니다. 학생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시행의 공정성 및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11월 23일에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경주 지진 경우에도 지진 발생 다음 날 46회 여진이 발생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교육부는 기존에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되던 수능 비상대책위원회를 부총리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수립·시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집중적인 시험장 학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피해학교 외 대체시험장을 확보하며, 학생 이동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습니다. 대학 및 대교협과 협의를 거쳐 전형일정을 조정하고 대입전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행안부, 경찰청, 기상청, 소방방재청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린 힘든 결정임을 이해해주시고 수험생은 정부를 믿고 일주일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하여 안정적인 수능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항 지진에 수능 23일로 일주일 연기…사상 초유

    포항 지진에 수능 23일로 일주일 연기…사상 초유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 연기한 11월 23일에 수능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이 (포항지역 등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며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를 전수점검한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에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앞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큰 상황이 아니므로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고사장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데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05년에는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2006학년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고,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역시 일주일 연기됐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연초에 수능 연기 사실이 발표돼 학생들이 시험 직전에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15일 예비소집이 진행됐지만 건물 안전 문제나 자신의 고사장을 아는 수험생들이 부정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험 장소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던 수능 비대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시험장 안점점검을 실시하고 대학 및 대교협과 협의해 대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성적통지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 포항 지진에 무너져 내리는 대학 건물 외벽…학생들 대피 순간

    [영상] 포항 지진에 무너져 내리는 대학 건물 외벽…학생들 대피 순간

    15일 오후 2시 29분쯤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진의 충격에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에서 촬영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학교 건물이 크게 흔들리면서 외벽을 둘러싼 벽돌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학생들은 떨어지는 벽돌을 피해 달렸고, 이미 몸을 피한 학생들이 이 장면을 보며 탄식했다. 한동대학교는 현재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기숙사 천장에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제공=실시간 대구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속보] 교육부 내일 수능 강행…“고사장 피해 심각하면 예비시험장 이용”

    [속보] 교육부 내일 수능 강행…“고사장 피해 심각하면 예비시험장 이용”

    교육부가 16일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시험을 봐야할 고사장 피해가 심각하면 예비시험장을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15일 교욕부에 따르면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수능은 16일 예정대로 시행된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이날 “포항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균열이 생기거나 무너진 고사장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는 벽에 금이 가거나 건축자재 일부가 떨어져 나간 학교의 사진이 돌고 있어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수능 당일인 16일에도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대학입시와 학생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사전에 공지한 지진 대응 매뉴얼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하면 교사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라며 “학생들은 개별 행동을 하지 않고 교사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에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자 수능일 지진 발생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손질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 인력을 파견해 지진 정보를 시험장에 전달하도록 하고, 지진 우려가 큰 경주지역 시험장 등에는 이동식 가속도계를 설치했다. 대학정책실장과 지진 전문가, 소방안전전문가를 배치해 비상점검단 운영을 지원하고 지진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복도감독관과 전문상담교원을 추가로 배치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EU軍 창설’ 한 발 전진… 23개국 항구적 국방협력체제 합의

    ‘EU軍 창설’ 한 발 전진… 23개국 항구적 국방협력체제 합의

    러 위협·美 불신에 독자 안보 강화 英·덴마크 불참… 몰타 등 3곳 고심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가운데 23개국이 13일(현지시간)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항구적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 ‘EU 군(軍) 창설’이라는 군사 통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으나 1949년 이래 서방 집단 안보의 근간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내부에, 미·영 동맹과 PESCO가 동거하는 형태여서 이것이 나토의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EU 23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간 무기 개발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PESCO 구축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PESCO는 다음달 14~15일 EU 정상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28개 EU 회원국 중 EU 탈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은 참여하지 않고 덴마크도 불참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몰타는 참여 여부를 고심 중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한 PESCO는 우선 무기 개발과 같은 군사 분야에 공동 투자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론상으로 유럽 작전 지휘부나 공동 병참기지 설립 등도 가능하고 인력과 장비, 훈련 및 기반 시설 등 EU의 군사적 임무 수행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체다. 이를 위해 각국은 국방예산을 정기적으로 증액하고 국방 예산의 2%를 연구 및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20%를 물품 조달에 사용하기로 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3개 회원국이 방위력과 작전적 조치를 함께 갖추도록 하는 공동 작업의 시작이자 유럽 안보의 새 페이지”라며 “PESCO를 통해 회원국들은 역내 경제·군사력 격차를 유럽이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군사통합의 궁극적 목표는 독자적인 EU 군 창설이다. 전통적으로 미·영동맹을 중시한 영국이 강력히 반대해 EU 내부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독자적 군사협의체 설립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 노골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PESCO가 나토의 틀에서 완전히 독립해 독자적 국방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 주요 4개국인 프랑스(436억 달러), 독일(406억 달러), 이탈리아(218억 달러), 스페인(110억 달러)의 지난해 국방비를 합쳐도 약 117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6640억 달러와 603억 달러이다. 모게리니 대표는 “EU는 해상에서의 항해상 안전과 아프리카 개발 문제처럼 나토가 신경 쓰지 않는 문제에 대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PESCO는 나토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된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꾸준히 자국 안보 강화에 힘을 기울이는 등 유럽 군 창설은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독일은 16만 6500명 수준인 군 병력을 2024년까지 19만 8000명으로 늘리기로 했고, 프랑스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78% 수준인 국방비를 2025년까지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인공적인 최악의 자연재해, 백두산 폭발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인공적인 최악의 자연재해, 백두산 폭발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의 5차 핵실험에 비해 32배가량 큰 폭발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과거 미국과 구소련이 행한 핵실험들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번 핵실험으로 강력한 지진파가 발생하였고 핵실험장에서 170㎞가량 떨어진 중국 옌지시 주민들은 강한 땅흔들림에 놀라 대피하기도 했다고 한다. 핵실험이 지표로부터 약 700m 내외의 얕은 깊이에서 이뤄지는 탓에 핵실험장 지표에서는 중력가속도의 29배에 이르는 강력한 지진동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갱도 붕괴와 산사태 등 다양한 2차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핵실험 폭발원점으로부터 거리에 따른 지진동 감소율은 비슷한 규모의 자연 지진에 의한 지진동 감소율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특징은 핵실험 역시 자연 지진과 마찬가지로 강한 지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보인다. 이번 핵실험 이후 핵실험장 인근 지역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지진들은 핵실험에 의한 지반 약화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반 약화와 갱도 붕괴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누출돼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핵실험은 이제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는 셈이다.핵실험에 의한 강력한 지진동이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북한 핵실험이 115㎞ 떨어진 백두산 화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과거 미국 알류샨열도와 네바다 핵실험장에서의 핵실험을 사례로 들며 핵실험에 의한 화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지역에서 핵실험 직후 화산 분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류샨열도와 네바다 핵실험장 경우는 북한 핵실험과 여러 가지로 다르다. 알류샨열도와 미국 서부 지역은 지각판의 경계부이기 때문에 핵실험보다 강력한 자연 지진이 빈발하는 곳이다. 이 지역 화산들은 핵실험보다 더 크고 빈발하는 자연 지진에 쉽게 영향을 받아 화산 분화로 연결된다. 이에 반해 백두산 화산은 북한 핵실험이 유일한 돌발 영향 인자이다. 한반도의 북동부 지하 650㎞ 내외의 깊이에서 규모 7 내외의 자연 지진이 간혹 발생하지만 백두산 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진동에 의한 화산 분화 촉발 과정은 유체의 압력 반응 현상으로 설명된다. 지진파를 통해 전달된 강력한 지진동은 마그마방 안에서 마그마 구성 입자를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체적 변화를 동반하며 마그마방 안의 압력 변화를 일으킨다. 체적의 증감에 따라 마그마방 압력은 증감을 반복한다. 일정 이상의 압력 감소가 이뤄진 시점에 기포가 생성된다. 일단 발생한 기포는 상승하게 되며, 마그마방 내에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기포는 마그마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후 추가 핵실험에 의한 지진동이 발생할 때 압력은 누적된다. 고압의 기포와 마그마는 지각 내의 약한 균열을 타고 지표로 분출되며 화산이 분화한다. 이렇듯 백두산 하부에 마그마방이 잘 발달한 경우 북한의 핵실험은 화산 분화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핵실험에 의한 백두산 화산 분화 촉진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맞고 있다. 최근 백두산 하부 마그마의 기원과 활화산으로서의 백두산의 활동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라도 화산 분화가 일어난다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겪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위험성이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우려를 갖고, 합리적 대안을 걱정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위험성 정도를 과학적 근거와 증거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백두산 마그마방의 상태와 활동성에 대한 다양한 관측과 자료 수집, 면밀한 분석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 가스공사, 인천기지 LNG누출사고 은폐 의혹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에서 용량 측정장치 고장으로 LNG가스 누출사고가 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가 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역시민단체는 사고 원인 파악과 함께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LNG 하역장에서 영하 162도의 LNG가 용량 10만㎘인 1호기 저장탱크에서 5분간 흘러넘쳐 누출됐다. 당시 사고는 인천기지에 들어온 LNG선에서 배관을 통해 저장탱크로 LNG를 옮기던 중에 일어났다. 저장탱크에 일정 용량의 LNG가 차명 경고를 울리는 용량 측정 장치(레벨 측정 게이지)가 고장나 누출된 것으로 인천기지본부는 판단하고 있다. 저장탱크 주변은 내조와 외조(증기차단판), 콘크리트벽의 3중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LNG가 외조(증기차단판)와 콘크리트벽 사이로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외조의 손상을 우려했다. 저장탱크의 용량은 10만㎘로 제작비용은 300억~400억원에 이르며, 외조 보수·수리비는 20~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산업부는 추산했다. 가스공사 측은 현재 저장탱크에서 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스를 저장탱크에서 모두 비운 뒤에는 탱크의 균열이나 부식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사고 발생 이후에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환경단체 관계자는 “지난 2005년에도 가스 누출사고를 1년간 은폐해 비난을 받았다”면서 “안전하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정밀진단 후 사고의 원인이 드러나면 그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라”고 가스공사에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인천기지 점검 때에도 기지 내 LNG 저장탱크 기둥에서 총 181건의 결함이 발견됐다. 균열이 1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박락(오래돼 긁히고 깎여서 떨어짐) 21건, 박리(껍질 따위가 벗겨짐) 9건, 재료분리 5건, 시공 미흡 3건, 열화 2건, 철근 노출 1건 등이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중도의 安, 호남은 불안…정체성 동상이몽

    중도의 安, 호남은 불안…정체성 동상이몽

    안대표 오찬회동도 ‘언플’로 비판 동교동계 “당과 함께할 수 없다” 리더십 불신·지방선거 비관 겹쳐 국민의당의 내분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차기 대선을 위해 끊임없이 당의 확장성을 강화해야 하는 안철수계와 ‘호남 정당’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없는 호남계 사이의 태생적인 갈등 때문이다.안철수 대표는 최근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의원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안 대표는 9일 의원 20여명과 점심 식사를 하며 소통에 힘썼다. 친안(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송기석 의원은 “갈등 국면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의 말은 전날 점심을 함께한 박주현 의원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박 의원은 일부 의원이 참여하는 메신저 단체방에서 “매주 의원끼리 모이는 수요 오찬에 (안 대표가) 갑자기 들이닥쳐 사진을 찍고 기자들에게 돌리며 안철수 지지 모임을 가진 것처럼 ‘언플’(언론플레이)한다”며 “비슷한 안철수(부산·경남), 유승민(대구·경북) 등 두 상전 모시라고 호남이 피맺힌 표를 줬느냐”고 비판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고문단도 이날 오찬을 하며 당 내홍에 관해 논의했다. 고문단의 대변인 격인 이훈평 전 의원은 “이미 우리 고문은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면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관해서는 “오늘이 있기까지 노력해 왔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그대로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표면으로 드러난 당의 균열이 이미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을 중도로 확장해 전국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선거연대도 그래서 안 대표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호남계엔 이런 안 대표의 방향성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국민의당을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만들어 준 것이 호남의 진보 지지층이며, 진보 정체성을 버리면 이들도 등을 돌린다는 판단에서다.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그래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민의당의 한 보좌진은 “다른 건 몰라도 진보 가치를 버리면 의원은 물론 보좌관, 당직자들도 더이상 국민의당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안 대표의 리더십에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전망마저 어둡기 때문에 당 의원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자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안 대표도 지금 많은 충돌이 있다”며 “안철수 리더십이 분명히 새롭게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북핵 해결 강력한 의지 보인 트럼프 국회 연설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국회의사당에서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연설을 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일곱 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여 만이다. 그는 예정보다 길어진 연설에서 여야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포함, 모두 22차례의 박수를 받으며 역사적인 국회 연설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의제는 한·미 동맹의 역사적 뿌리와 미래는 물론 북한 독재 체제와 북핵 문제를 망라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힘을 합쳐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며 강력한 미국의 힘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 동맹의 공고성을 앞세워 자유와 번영을 통해 성장한 남한 사회와 억압과 독재의 공포 속에서 신음하는 북한 사회를 대비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북한 체제와의 외교 관계 격하 및 모든 무역·기술 관계 단절을 촉구한 점이다.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현충원 참배를 끝으로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중국으로 향했지만 그의 이번 방한이 남긴 것은 적지 않다. 우선 피로 맺어진 양국 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 직전에 전격적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했다가 날씨 때문에 불발됐지만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줬다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 접근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과 소통하는 일명 ‘코리아 패싱’ 우려를 일축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코리아 패싱 가능성을 앞세워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했던 만큼 향후 초당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듯 양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보수 일각에서 스스로 분열을 조장하면서 국격을 떨어뜨리는 자해행위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피해만 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은 한·미 공조의 공고함을 확인하는 동시에 냉혹한 국제사회의 단면을 목도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안보 증강을 이유로 수십억 달러어치의 첨단 무기를 구매해야 했고 강대국에 불리한 협정은 언제든지 폐기 또는 재개정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힘이 지배하는 냉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가 힘을 키우지 못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외교안보 정책으로 한반도 운명을 스스로 헤쳐 나가길 당부한다.
  • CIA ‘빈라덴 파일’ 47만건 공개… 이란, 알카에다 지원 정황 드러나

    CIA ‘빈라덴 파일’ 47만건 공개… 이란, 알카에다 지원 정황 드러나

    “서양 사람들 느슨… 타락한 곳” 228쪽 자필일기 속 반감 보여 후계자인 장남 성인 된 모습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1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망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확보한 문건 47만건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2001년 뉴욕 ‘9·11테러’의 주모자인 빈라덴의 자필 일기를 비롯한 1만 8000개 이상의 문서 파일과 빈라덴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함자 빈라덴 결혼식 영상 등 1만개 이상의 비디오 파일이 포함됐다. 미 정부가 최근 수년간 공개한 빈라덴 관련 문건 중 최대 규모다.특히 이번 문건은 지난달 31일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테러범이 저지른 뉴욕 트럭 테러 직후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CIA는 이 문서들이 알카에다와 IS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의 기원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228쪽짜리 일기장에는 서양에 대한 빈라덴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빈라덴은 10대 때부터 서양에 대해 반감을 품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한 건축가 아들로 태어난 빈라덴은 14세 때 10주 동안 영국을 방문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를 자주 찾았다. 빈라덴은 일기에 “(영국 방문 당시) 사람들이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가디언은 빈라덴이 10대 때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기장에는 또 빈라덴이 무슬림 국가들이 어떻게 연합해야 하는지, 서방과의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 내용도 있었다. 이란이 당시 알카에다와 강하게 연결돼 있었음이 드러난 문서도 있다. 알카에다 수석요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에는 이란이 알카에다를 돈과 무기뿐 아니라 레바논 헤즈볼라 훈련지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알카에다가 이란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에서 미국 이익에 타격을 가하는 대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알카에다가 미국에 맞서 싸우는 것을 이란이 지지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란은 알카에다와의 협력 관계를 강하게 부인해 왔으나 이번 문서 공개로 이란의 알카에다 지원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밖에 성인이 된 함자의 사진과 그가 20대에 이란에서 올린 결혼식 영상도 처음 공개됐다. 함자는 아버지가 사살된 후 알카에다에서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이날 “CIA는 국가안보를 지키는 의무와 상통하는 차원에서 국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장은 일부 파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거나 저작권 문제가 있는 자료, 음란물 및 악성코드를 포함한 자료여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밤의 뱃길 안내자 오륙도 ‘등대지기’ 81년 만에 굿바이

    밤의 뱃길 안내자 오륙도 ‘등대지기’ 81년 만에 굿바이

    불 밝히던 등대지기 3명 철수 부산 등대 11개 중 첫 사례얼어붙은 달 그림자가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가 모이는 작은 섬에서 외로이 등대를 지켜온 부산 오륙도 등대지기가 8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부산해양수산청 김동태 사무관은 31일 “오륙도 등대가 이르면 내년 말 무인화 공사를 마치면 등대지기가 철수해 무인등대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오륙도 등대가 처음 불을 밝힌 이후 81년 만에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등대가 된다는 얘기다. 현재는 등대지기 3명이 2인1조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의 등대 11개 중 첫 무인화 사례로, 앞으로 등대의 무인화 추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무인화되는 등대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원격제어로 등대 역할을 계속하게 된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등대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륙도 등대를 무인화하는 김에 그동안 연근해 선박의 안전운항을 돕는 데 한정됐던 등대의 역할을 영토수호와 불법조업 감시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오륙도 등대는 1937년 11월 높이 6.2m의 등대로 건립됐으며 1998년 12월 개·보수 작업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높이 27.55m의 백원형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등탑, 동력실, 직원 숙소, 사무실과 등명기, 무신호기, 태양광 발전기 등을 갖추고 있다. 해수부는 오륙도 등대를 무인화하는 동시에 등대 옆에 소규모 해상호텔, 카페, 식당 등을 지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키로 하고 현재 용역을 통해 기본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우선 오륙도와 등대를 태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중 방파제 건설 등이 필요하다. 오륙도 등대는 육지에서 1.5㎞가량 떨어진 바다에 있는 데다 태풍이 한반도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해 크고 작은 태풍을 고스란히 맞는다. 최근 등대가 세워진 바위섬 곳곳에서 균열이 커지고 바위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새로 설치해야 하고 관광시설로 쓰기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도 갖춰야 한다. 관광시설이 순조롭게 완공되면 일반 시민도 오륙도 등대 밑에서 밤하늘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꿈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관광객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바다를 주시하며 등대를 지켰던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생각할까.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현장 행정] 유공자 가슴에 ‘두 번째 훈장’ 바칩니다

    [현장 행정] 유공자 가슴에 ‘두 번째 훈장’ 바칩니다

    “국가유공자 가슴에 가득 달린 훈장은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입니다. 그 자부심을 후손들이 소중히 여겨서 더 드러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지난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1427, 보훈회관 건립부지.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국가유공자들과 함께 보훈회관 신축을 위한 첫 삽을 떴다. 낙성대동에 위치한 기존 보훈회관은 설립된 지 40년이 지난 건물로 지역 내 5400여명의 보훈 대상자가 이용하기엔 턱없이 협소하고 낡았다. 최근에는 건물 측면 담장이 붕괴되고, 외벽에 균열이 생겼으며 우기에는 물까지 새는 등 안전 관련 문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지역 내 보훈회관이 3곳으로 나눠 있다 보니 유공단체별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유 구청장은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이 낡은 계단 난간을 잡고 힘겹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며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품격 있는 보훈회관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또 “선진국일수록 보훈 가족에 대한 예우가 철저하다”며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 등 조국을 위해 산화한 분들의 희생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보훈회관 신축 배경을 설명했다. 총예산 49억 2000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재원 확보 방안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부지는 구 소유의 재활용센터 자리를 활용했다. 부족한 예산은 국가보훈처와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해결했다. 신축 보훈회관은 지하 1층, 지상 7층(전체면적 1479㎡)이며 9개 보훈단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목욕탕, 강당, 휴게실, 체력증진실 등도 들어올 계획이다. 특히 구는 이번 보훈회관을 만드는 전체 과정을 민관 협치로 진행해 보훈 유공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제대로 된 건물을 만들어 낼 구상이다. 유 구청장은 “보훈단체 회장과 건축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훈회관 건립 자문위원회와 함께 건물 용도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며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의견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이종천 구 보훈단체협의회장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지회장은 “흩어져 있던 9개 보훈단체가 새롭게 건립되는 보훈회관에 함께 입주할 수 있게 돼 회원 간 유대가 끈끈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공간에서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한 보훈복지대학을 운영하고 각종 봉사, 문화행사를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신축 보훈회관은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뉴니스

    [지금, 이 영화] 뉴니스

    ‘뉴니스’(newness)는 새로움·신선함·생소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을 보면 뉴니스가 사전적 정의 외에 얼마나 복잡한 의미를 갖는 명사로 변주되는지 당신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물리치료 보조사인 가비(라이아 코스타)와 약사인 마틴(니컬러스 홀트)이다. 둘은 연인이다. 두 사람이 가진 직업의 공통분모를 고려하면 병원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으리라 예상하기 쉽다. 한데 그렇지가 않다. 가비와 마틴은 데이팅 앱(몇 장의 자기 사진과 간단한 자기 소개를 담은 정보가 공유되고, 양자가 호감을 표시하면 매칭해 주는 시스템)을 통해 만났다.이들이 사용한 데이팅 앱은 만남 목적을 처음부터 분명히 설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가비와 마틴은 ‘일회성 만남’을 선택한다. 여러 명의 사진이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다. 이제 가비와 마틴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가 묻는다. “재미 보고 싶고 조건 없음, 그쪽은?” 그녀는 승낙한다. 일회성 만남이 계기가 됐지만 대화가 잘 통했던 그들은 커플로서 관계를 지속하기로 한다. 이내 살림을 합치고 달콤한 나날을 보내는 가비와 마틴.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점점 상대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서로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짜릿한 만남도 만끽하고 싶었던 가비와 마틴은 합의한다. 각자의 ‘개방적 연애’에 동의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폴리아모리’(polyamory·다자간 사랑)를 실천하기로 한 이들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되 누가 누구를 만나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기로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 명의 상대에게서 소속감과 자유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이 시도는 현대의 사랑에서 아마도 큰 도전이 될 겁니다.” 누군가는 폴리아모리를 용납하기 어려운 방종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대일의 독점적 결합이 야기한 폐해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폴리아모리는 오늘날 사랑의 ‘큰 도전’이 될 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뉴니스’는 어느 한쪽 입장에 서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데이팅 앱을 이용한 만남부터 폴리아모리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사랑의 형식 자체를 곰곰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은 본능적인 감정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양식화된 연애와 결혼은 발명된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 과장하거나 폄하할 것도 없는 이런 진실 앞에서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면 복잡한 의미를 갖는 명사 뉴니스의 개념 정립을 스스로 해야 한다. 새로움·신선함·생소함을 어떻게 재발명하느냐. 여기에 사랑의 미래가 달려 있다. 11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 강동 30개 낡은 학교건물 안전진단

    서울 강동구가 지속가능한 행복교육도시 강동 조성을 위해 다음달 17일까지 학교 노후건물 안전진단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약 한 달 동안이다. 올해는 학교 수요를 조사해 안전진단을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12개교, 중학교 8개교, 고등학교 8개교, 특수학교 2개교 등 총 30개교에 대한 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2014년 구청장이 선거 공약 사항으로 30년 이상 된 학교 노후건물을 진단하겠다고 했고, 전문가로 구성된 강동구 안전관리자문단을 통해 학교 노후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구는 이미 지난해까지 관내 모든 초·중·고 57개교에 대한 안전진단을 완료했다. 중점 점검사항으로는 ▲주요 학교건물 구조부의 손상 여부 ▲지반 침하 등에 따른 구조물의 위험 여부 ▲기타 균열 및 변형 발생 유무 ▲학교별 중점 시설 및 학교 건물의 담장·축대 등으로, 학교 내 모든 건축물에 대한 안전사항을 면밀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구는 이번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받고,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의 협의를 거쳐 학교 내 위험시설 보완·개선을 위한 중·단기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 울타리 안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교육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균열·바닥침하 387건… 4대강 부실 얼룩

    여야는 19일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대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대전 수자원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의 부실 문제를 정조준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수공이 관리하는 4대강 5개보에서 준공 후 하자 387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자 원인은 균열, 누수, 바닥 침하 등이었다. 윤 의원은 “보 구조물에 대한 하자 담보기간이 바닥보호공은 2018년 6월, 보·수문은 2023년 6월 종료된다”면서 “이후엔 정부 예산으로 유지 보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안호영 의원은 “2015년 정부가 마련한 수공의 4대강 부채 해소 방안에 따르면 수공은 향후 22년간 부채 원금 8조원의 70%인 5조 6000억원을 자구 노력을 통해 상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269억원에 불과해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은 “4대강 사업을 통한 수량 확보가 국가정책이었고 추진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목적은 달성했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도 “4대강 사업 이후 수량 관리를 통해 홍수 피해가 줄어든 게 사실이고 4대강 녹조는 환경부가 오염원 관리를 하지 못해 비롯된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환경부로 일원화한 현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국가 백년대계인 물관리 정책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졸속으로 환경부로 이관했다”면서 “4대강 보 중 1~2개를 허무는 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함진규 의원도 “수공 사장을 내부에서 발탁한 이유는 전문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면서 “물관리 일원화든, 4대강 녹조 문제든 시류에 밀려 떠다니지 말고 전문가답게 소신 있게 객관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美 “北, SLBM 탑재 신형 잠수함 건조 중”

    美 “北, SLBM 탑재 신형 잠수함 건조 중”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하기 위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매트가 미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에 따르면 건조 중인 잠수함은 디젤과 배터리가 동력원이며 함폭은 약 11m, 최대 수중 배수량은 2000t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해군이 나진급 프리깃함을 건조한 이후 가장 큰 크기의 잠수함이다. 미군 정보기관은 최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계속 감시 중이다.●“中, 北에 무기 기술이전” 주장도 미군 정보기관은 이 잠수함이 현재 북한의 유일한 SLBM 운용 잠수함인 고래급 탄도미사일잠수함(SSB)의 뒤를 이어 신형 SLBM을 탑재·운용하는 주력 잠수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이 내년부터 SLBM을 쏠 수 있는 두 개의 잠수함을 운용하면서 ‘해상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면서 “한·미 정부 당국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핵실험이 수차례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만탑산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갱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탑산이 암반 약화로 인한 균열과 변형이 생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의 한 핵실험 전문가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용하지 않은 복잡한 갱도 두 곳 중 한 곳에서 추가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이날 폭스 비즈니스 방송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특히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매우 중요한 무기와 장비,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8월, 지난 2월과 5월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중국의 JL1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의 변종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창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이런 문제를(무기 기술 이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北 위성발사도 유엔제재 위반” 한편 미 국무부는 전날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유엔 회의에서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그레이스 최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어떤 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수원지법 “식물뿌리로 인한 누수방지 시공 안했다면 아파트 하자”

    아파트 공사 시 수목의 뿌리가 파고들어 방수층을 손상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근시트’를 시공하지 않았다면 하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부장 명재권)는 성남시 소재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아파트 사업주체인 LH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보수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입주 4년 만인 2013년 지하주차장 상부에 방근시트가 누락돼 하자가 발생했다는 등의 이유로 LH를 상대로 31억여원을 지급하라는 하자보수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H가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해야 할 부분을 시공하지 않거나, 부실·변경 시공함으로써 아파트 공용·전용 부분에 균열과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하면 이 틈새로 수목의 뿌리가 파고들어 전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조경설계기준 상 원칙적으로 방근시트를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방근시트 재료비 차액 2억800여만원을 포함해 하자보수금 9억5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LH는 방수층만으로도 방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방수층과 방근층은 별개여서 방수층만으로는 방근층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법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상부 조경의 방근시트 미시공 하자를 처음으로 인정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자의 그림은 투쟁이다

    여자의 그림은 투쟁이다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프랜시스 보르젤로 지음/주은정 옮김/아트북스/368쪽/2만 5000원나를 드러내는 ‘셀피’로 뒤덮인 세상이다. 입술을 도드라지게 내밀고 얼굴이 최대한 갸름해 보이는 각을 요령 좋게 찾아낸 한 컷. 타인이나 풍경 대신 ‘나’를 내세운 이 ‘21세기형 자화상’에는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려는 기대와 만족함, 순간의 충동을 결빙하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는 형편없이 부재한다.‘나를 어떻게 보여 줄까.’ 이 간명하지만 간단치 않은 화두를 위해 시대의 요구와 갈등하며 치열하게 성찰한 이들이 있었다.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지난 400여년간 백인 남성 중심으로 쓰인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여성 화가들이다. 이들은 ‘네잎클로버’처럼 드물 것 같지만 의외로 시대별로 풍부한 자화상을 그려 내며 ‘대상’에서 ‘주체’로 자신만의 특별한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책의 출발이 된 것은 미술사회사를 연구하는 저자의 서랍 속에 차곡차곡 모인 여성 화가들의 자화상 이미지들이었다. 저자에게 자화상은 ‘이것이 내가 믿는 바이다’라는, 화가의 생각을 밝히는 언어였다. 때문에 자화상 속 여성 화가들의 구도, 자세, 눈빛, 손짓, 소도구, 빛과 어둠의 배치 등을 면밀하게 살피는 동시에 그들의 삶까지도 폭넓게 들여다봤다. 그 결과 시대와 사회가 요구한 ‘전형’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탐색했던 이들 역시 미술사의 주인공들이자 치열하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던 예술가들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최근까지도 여성의 자리를 허용하지 않았던 미술계에 여성 화가의 자화상을 하나의 독창적인 장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 대가들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대가를 모방하기 위해, 예술적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자화상을 그렸다. 르네상스 거장 티치아노의 초상화를 밑거름 삼아 평생 자화상에 매달렸던 렘브란트, 옥스퍼드대 명예 학위를 받고 학위 가운을 입은 모습을 초상화로 남긴 조슈아 레이놀즈가 그 예다. 하지만 여성 화가들은 자신이 ‘소수’이고 ‘주변’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가 남성 화가의 자화상과 다른 프레임과 편견에 싸여 관찰될 것이라는 것도 각오한 채였다. 여성 화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 주는 방식을 매번 새롭게 고안해 내야 했던 이유다. 여성에 대한 미술 교육, 직업으로서의 활동이 거의 가로막혔던 16·17세기엔 여성에게 조신함을 필두로 한 품격을 강요했다. 하지만 여성 화가들은 전통을 과감히 뚫고 나왔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팔을 의자에 걸친 채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한 유디트 레이스터르의 자화상(1633년 작)은 절제를 미덕으로 했던 과거 여성 자화상들의 질서를 단숨에 부정한다. 남성 화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천재성’, ‘창조의 광기’를 헝클어진 머리와 비대칭의 구조 등으로 극적으로 표현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1630년대)은 남성 못지않은 활력과 독창성으로 당대의 기준에 균열을 낸다. 이들의 분투는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진 20세기에 이르면 상상의 여력을 뛰어넘는 파격과 실험으로 이어진다. 여성 예술가들의 유쾌하면서도 전위적인 시도는 그간 화폭을 지배했던 성 역할의 경계를 간단히 무너뜨린다. 고통과 열정으로 뒤섞인 삶의 기록을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스타일로 구현했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1944년 작), 거구의 나체에 낙서처럼 낙인을 찍어 미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 제니 새빌의 작품(낙인찍힌·1992년 작)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에선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는 편견을 지닌 이들에게 저자는 180여점의 도판을 증거로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여성의 자화상이 보여 주는 다양성은 여성은 뛰어난 모방가이기는 하지만 독창성은 없다는 오랜 믿음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당대의 지배적인 여성성의 개념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구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신념을 밝히며 당대의 기준에 대한 이해를 보여 주는 빼어난 이미지를 찾는 데 이들은 용케 성공했다.’(299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부, 붉은불개미 사멸 잠정 결론…“여왕개미도 죽은 듯”

    정부, 붉은불개미 사멸 잠정 결론…“여왕개미도 죽은 듯”

    외래 붉은불개미가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된 무리를 마지막으로 모두 사멸했다고 정부가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번식 가능성을 나타내는 여왕 불개미도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농림축산검역본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합동으로 부산항 감만부두(배후지역 포함)를 비롯해 내륙컨테이너기지 등 전국 34개 주요 항만을 조사한 결과 붉은 불개미가 추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여왕개미의 경우 합동 조사에서 사체가 발견되진 않았으나, 최초로 발견된 개미집의 규모나 범위를 감안하면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조사위원인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와 검역본부에 따르면 여왕개미는 번식기가 되면 교미를 한 뒤 스스로 뒷다리를 이용해 양 날개를 잘라버려 더이상 비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여왕개미는 한 번에 최대 15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지만, 번식기라고 해서 무조건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서식 환경에 따라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영양보충을 위해 알을 일부 먹기도 한다. 서식 환경이 좋은 경우 한 번에 7000마리 규모의 개미집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 발견된 개미집의 경우 균열이 생긴 아스팔트 콘크리트 틈새에서 발견됐고, 전체 개미집 규모는 1000여마리 정도였다. 당국은 교미를 한 뒤 날개를 자른 여왕개미가 부산항에 반입된 컨테이너에 정착해 국내로 유입됐고, 막 번식을 시작하던 시점에 발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최초로 불개미가 발견된 지점에서 30㎝ 범위 내에만 개미집이 있었고, 알이 있던 방은 2개 정도였던 점을 보면 큰 규모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을 관찰한 관계기관 전문가들 역시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 같다’고 1차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여왕개미가 알을 낳고 있었기 때문에 날개가 없었다”며 “날개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므로 최초 발견 이후 취한 소독 등의 조치가 개미 집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산항 감만부두에 대해서는 발견지점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는 전량 소독 후 반출하도록 했고 이외에는 10일 정오부터 소독 절차 없이 반출을 허용했다. 발견 장소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 적재 장소에 대해서는 19일까지 소독 등의 추가 조처를 하고 매일 정밀조사를 할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 최소 2년간 부두 전체에 대한 예찰 조사를 하고, 균열지 충전과 잡초 제거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 34개 주요 항만에 대해서는 주 2회 이상 예찰 조사를 계속 시행한다. 관계부처에서는 국무조정실에 설치된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국경 검역 강화를 위해 식물방역법의 검역대상 품목을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큰 목제가구, 폐지 등으로 확대해 12월 3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붉은 불개미 분포국가 중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많은 중국, 일본 등의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검사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검역본부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 야외활동 때 개미 등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을 것과 장갑 착용 및 곤충기피제(DEET 등 포함) 사용을 권고했다. 아울러 개미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후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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