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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재·이완영·홍문종·염동열…한국당 상임위 배정 기준은?

    이은재·이완영·홍문종·염동열…한국당 상임위 배정 기준은?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각 상임위원회별로 배정한 의원들 일부가 막말 혹은 국회법 제48조 7항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라는 규정에 벗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법무부가 민변 출신을 위한 인력소개소로 변질됐다”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의원은 이전에도 “깽판” “멍텅구리” “사퇴하세요” “미개하다. 아프리카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겐세이 놓지 마세요” 등 부적절한 언어와 고성으로 유명세를 탔다. 최근에는 올케를 비례대표 기초의원으로 공천해 당규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있었다.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고위직을 민변 출신으로 채웠다는 것을 비판하는 분이 계시는데 저는 탈검찰화 목표를 전문성과 정책 지속성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장관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 전부 다 청와대에서 오더 받았습니까? 지금 법무부가 민변 출신을 위한 인력 소개소입니다”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장관은 “탈검찰화 성과는 정책과 앞으로의 법무부 모습으로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본다”며 “민변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것이 어떤 하나의 이념적 지향성으로 좌우된다고 보지 않고 그걸 원하지도 않는다. 국민을 위한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설사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다 하더라도 법무정책이 편향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은 지난 5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지만, 법사위에 배정됐다. 법무부를 비롯해 법원을 관할하는 법사위 특성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이 배정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이밖에도 자유한국당은 수십억원대 사학비리 혐의로 재판을 앞둔 홍문종 의원을 교육위원회 위원에 배정했고,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염동열 의원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정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제척사유가 분명한 상임위에 자격미달인 의원들을 배정하는 등 국회는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각 상임위원회별 의원 배정은 아주 심각한 수준”며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진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원회 배정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들은 상임위원회 배정을 즉각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국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짬짜미로 자리를 나눠 먹는 이러한 작태를 ‘관행’이나 ‘합의’, ‘협치’라는 허울로 가려서는 안 된다”며 “바닥을 치고 있는 20대 국회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국회는 상임위원회 구성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시선 바뀌는 개고기 논란… 간판 바꾸는 보신탕집

    시선 바뀌는 개고기 논란… 간판 바꾸는 보신탕집

    “단골마저 발길 끊겨 문 닫았다” 애견인 급증·식용 반대 여론 타고 동물보호단체 오늘 대규모 집회 개 사육인은 “생존권 위협” 반발“주메뉴를 보신탕에서 삼계탕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초복(初伏)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전국 곳곳의 보신탕집 주인들은 “식당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날마저도 보신탕보다는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대목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충남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예전 같으면 예약 전화가 빗발칠 시간인데 잠잠하다”면서 “드물게 걸려오는 예약 주문도 대부분 삼계탕”이라고 말했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한 개고기 전문 음식점도 삼계탕과 보신탕 비율이 6대4로 삼계탕이 보신탕을 앞질렀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고 개고기 식용 반대 목소리도 커지면서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애견인을 자처하고 동물 보호에 관심을 보인 것이 개 식용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꾼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원 평창군에 따르면 봉평면에서 18년 동안 개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한 음식점은 단골손님마저 발길이 끊기면서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이 보신탕집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보신탕 대신 삼계탕으로 메뉴를 바꿨다가 손님이 10분의1로 줄어 다시 보신탕을 팔았지만, 손님 수가 회복되지 않아 결국 폐업 수순을 밟았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유명 보신탕집은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임실군 관계자는 “오수면에는 이제 보신탕집이 한 곳도 없다”면서 “예전에는 개고기를 먹는 모임도 활발했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개 식용 반대 여론이 거센 틈을 타 동물보호단체들은 초복인 17일 서울 도심에서 유기견 인형 전시회 등 다양한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개 식용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서울광장에서 지난해 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모델로 만든 인형 전시회 ‘I’m Not Food(아임 낫 푸드)-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를 개최한다. 실제 주인공인 토리도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사람들은 식용개와 애견이 구분된다고 하지만 원래부터 식용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개 식용을 허용하는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인 개를 먹지 말고 안아 주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물해방물결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 농장에서 희생된 개 사체 11구를 가져온 뒤 추모 행사를 열고, 청와대까지 ‘꽃상여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법적으로 ‘식품’이 아닌 개를 농장에서 ‘가축’으로 사육, 도살, 유통하는 개 축산업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개고기 문제를 방관한 정부를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 사육 농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측은 “개 식용 반대는 생존권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취임한 김종석 대한육견협회장은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개 식용 반대론자와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성소수자, 대한항공·아시아나 직원 폭염 뚫고 주말 광장 뜨겁게 달궜다

    성소수자, 대한항공·아시아나 직원 폭염 뚫고 주말 광장 뜨겁게 달궜다

    퀴어축제 사상 최대 6만명 모여 13개국 105개 단체 기념품 줘 두 항공사 직원들 첫 공동집회 趙·朴 총수 일가 경영퇴진 촉구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날씨도 사회적 을(乙)들의 ‘뜨거운 외침’을 억누르지 못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 광장은 성 소수자들의 ‘퀴어 축제’ 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총수 갑질 규탄 합동 시위’로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광장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이 모였다. 2000년 50여명으로 출발한 이 행사는 2016년 3만명, 지난해 5만명에 이어 올해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처음에는 일부 성 소수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점차 일상 속 축제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에 이어 올해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하면서 행사는 점점 ‘공식화’돼 가는 분위기다. 그만큼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은 무지개색 옷을 입고,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성 소수자 차별 반대와 혐오 철폐를 외쳤다.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로 ‘당신의 주변에는 항상 성 소수자가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 인권위 등 105개 단체가 부스를 차리고 기념품을 나눠 줬다. 성 소수자 커플들은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고 성 소수자가 아닌 사람들도 축제를 함께 즐겼다. 트랜스젠더인 한희 변호사는 “점점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는 것을 보니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퀴어축제는 종교도 초월했다. 8년째 부스를 운영하는 박진영 로뎀나무그늘교회 담임목사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한다고 믿기 때문에 성 소수자도 사랑할 것”이라면서 “기독교 내에서 갈 곳 없는 성 소수자들을 환대하는 교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혜찬스님은 “5년 전부터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성 소수자를 초청한다”면서 “각 인격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축제는 ‘퍼레이드’ 때 절정에 달했다. 아시아권 최초로 전시된 ‘암스테르담 레인보 드레스’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80개국의 국기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흰색 원피스 차림에 면사포를 쓴 한 여성 커플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해 집회에 나왔다”면서 “사랑은 보편적인데 결혼 문제에서 성별로 차별받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행사장 주변에선 동성애에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와 보수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함께 열렸다. 이들은 ‘동성애는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를 차별과 인권으로 포장하지 말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20∼3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일제히 길 위에 누워 퍼레이드를 15분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도를 넘은 혐오 표현은 거의 없었고 물리적인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또한 성 소수자 축제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 주는 단면으로 인식된다. 앞으로 광주와 인천에서도 성 소수자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 300여명은 14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첫 공동집회를 열고 양사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현대차 둘러싼 금속노조 3만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더 높게”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비정규직 임금 인상과 재벌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상경투쟁 본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총파업 목표로 재벌 불법파견 및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하후상박 연대임금 관철, 금속산업 노사공동위 설치, 사법부·노동부 적폐세력 청산,최저임금 개악 등 정책 기조 전환 등을 내걸었다. 흰 풍선을 들고 현대차 본사 앞 차로에 모인 이들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을 대기업·정규직보다 더 높여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서 사회 양극화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속 산별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면서 “오늘 총파업 및 상경투쟁은 거대한 투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 이라고 강조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현대자동차를 규탄한다”며 “노동자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도록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구했듯이 노동자의 힘으로 재벌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시작 전인 오후 5시 30분쯤 현대차 본사 앞 질서유지선 안으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세운 차단벽을 줄로 묶어 당기거나 도구를 이용해 부수며 경찰과 1시간정도 대치했다. 하지만 시위로 인한 연행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본 집회에 앞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낮 1시 30분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참가자들은 2014년 11월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사법 농단’ 의혹 연루자 퇴진 및 피해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 사전집회에서 ‘소속 조합원 15명이 포스코 노동자가 맞다’는 광주고법의 판결의 조속한 확정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낮 1시 현대기아차 앞 사전집회에서 사측의 불법 파견 자행을 규탄했다. 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지부는 오후 3시 각각 서초구 고강알루미늄 본사 앞과 종로구 현대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갑질 논란‘ 제주도 의원의 ’불편한‘ 해명

    갑질 논란‘ 제주도 의원의 ’불편한‘ 해명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갑질’ 발언을 한 제주도의원이 이를 해명 했지만,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성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13일 제주 서귀포시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자는 의미에서 ‘공무원 여러분은 의원들 질의에 토론하거나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 효율적으로 하자’고 했더니 효율, 효과적인 부분은 빼고 진의와 다르게 기사가 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무원 여러분들이 불편하게 느꼈다면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전날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과 총무과, 제주4·3평화재단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의원의 말은 주민 대표로서 도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반박을 하거나 의원을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하거나 논쟁을 하거나 주장을 하는 건 행자위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방공무원법 제51조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말을 거론하며 “상임위원회는 논쟁하거나 토론을 하는 곳이 아니다. 제가 위원장 하는 동안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어 “의원이 하는 ‘말씀’에는 선출직으로서 선거에서 주민에게 약속한 사항이 다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스스로 만들어 공무원들을 아래로 보고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 의회 의원은 지방공무원법 제2조(공무원의 구분)에 명확히 ‘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정의돼 있다”며 “(강 위원장의 발언은) 지방자치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들 간에 계급을 매기고, 상임위원회 간에도 계급을 매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러한 갑질을 통해 도의회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주민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냐”며 “하나의 배를 타고, 공통된 목적을 위해 주민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도의회와 도청 집행부가 의견수렴을 강화하고, 도의회는 주민에게 봉사하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때로는 협력하기도 때로는 견제와 질책도 하지만 토론과 논의의 창구를 닫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워마드의 도 넘은 혐오, 어떤 차별도 해결 못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남성 혐오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와 파문이 번진다.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성체에다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태우는 사진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를 두지 않는 남성 중심 교리를 정면으로 조롱하는 표시다. 익명의 인터넷 공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적인 분노 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뜻의 워마드는 그동안 과격한 남성 혐오 글로 자주 논란을 빚어 왔다. 흉측한 사진과 예수를 “꽃뱀”이라 언급한 비난 글까지 등장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시자 처벌과 워마드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국제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핵심 교리를 모독한 사건인 만큼 바티칸 교황청에 공식 보고하는 절차를 실제로 진행 중이다. 문명사회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이런 나라 망신이 또 없다. 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논의는 어떤 순간에도 존중되고 지지받아 마땅하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불평등을 강요하는 사회는 더이상 방치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을 훼손한다면 동의를 얻기 어렵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최근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일일 집회에 6만명이 모였던 것이 단적인 방증이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도를 바꿔 양성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요구와 시민들의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이런 분위기를 페미니즘 운동의 윤활유로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성 평등은 어느 한쪽 성이 다른 한쪽을 증오해 쟁취하는 전리품이 아니다. 여성의 불편과 불이익을 강요하는 법과 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 하지만 무차별적 남성 혐오는 더이상 묵과될 수 없다. 혐오 사회의 불씨를 댕기는 도 넘은 개인의 일탈 행위들은 성평등 사회를 오히려 후퇴시킬 뿐이다. 익명에 숨어서 쏟아내는 폭력적 혐오 언행을 표현의 자유라며 보호할 수 없다.
  • 나경원 “혜화역 집회‘ 언급하며 “남성중심 고정관념 재고”

    나경원 “혜화역 집회‘ 언급하며 “남성중심 고정관념 재고”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근 ‘혜화역 집회‘를 언급하며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0년대 초 부산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나 의원은 당시 “남성 유흥종사자를 고용하는 유흥업소, 소위 ‘호스트 바’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면서 “검찰은 남성 유흥종사자의 존재 자체가 부산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는 방증으로 보았는지, 유흥종사자를 단속할 명시적 사유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수많은 영장을 청구했다”고 회상했다. 나 의원은 “당시 식품위생법과 동법 시행령은 유흥업소에서 ‘여성’인 유흥종사자를 두고 접객 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를 풍기문란 행위로 단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흥종사자가 ‘남성’으로 바뀌자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고 했다. “여성 유흥종사자가 남성 손님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괜찮고, 성별이 바뀌면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호스트 바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고 나 의원은 설명했다. 나 의원은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대상이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라면서 “20세기 중반의 차별적 성 고정관념이 아직도 많은 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불법촬영에 대한 성차별적인 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시작한 ‘혜화역 집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혜화역 시위에 참석한 일부 여성들이 외친 극단적 혐오구호와 퍼포먼스에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는데 대해서는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의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해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한 때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미투·몰카’로 커진 성대결…혐오, 성평등 가로막는 소모전

    ‘미투·몰카’로 커진 성대결…혐오, 성평등 가로막는 소모전

    여성시위서 “834만 남자만 조심” 온라인상 페미니즘 선입견 확대 ‘넷페미’ 미러링 방식 남성 반격 “보이지 않는 여성차별 극복해야”지난 1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적 시선도 난무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혐오’의 싹이 자라면서 남녀 성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에서 경찰의 차별 수사 논란이 벌어지면서 남녀 간 충돌이 표면화됐다.과거에도 여성 인권을 강화하자는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질 때마다 반발은 늘 있었다. 역차별론이 부상하면서 여성 운동이 위기를 맞았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여성 인권이 한층 대두될 때 미투가 시작됐지만 결국 가해자의 역공으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여성들은 일련의 사건에 분노와 절망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혐오의 싹이 틔워졌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서도 “한국 여자들은 살면서 일부 834만명의 한국 남자만 조심하시면 됩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팻말이 등장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일부 남성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섰지만 여성 집회에 이러한 문구가 등장한 원인을 찾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겪어 온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실질적 피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활동가 이인숙 박사(사회학)는 “여성들이 숫자로는 인구 절반인데도 중요한 현안이 닥치면 약자로 몰렸고, 정치·사회적 권력 관련 사안에서도 늘 소수로 전락했다”면서 “특별법까지 만드는 등 갖은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작가들이 ‘메갈’(여성 혐오 반대사이트 ‘메갈리아’ 이용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낙인이 찍히면서 일순간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나왔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메갈을 ‘집단 이기주의’, ‘반사회적 인신공격을 일삼는 사람들’로 비하한다. 한 여성은 여성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페미니스트라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서 “갑자기 회식 도중 잘렸다. 혜화 시위를 갔냐고 해 ‘알바 끝나고 가서 청소밖에 못 했다’고 하자 이제 출근하지 말고 알바 대신 중요한 시위나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선입견도 커지고 있다. 여성 운동 활동가에 대해 ‘페미나치’(페미니즘+나치), ‘메퇘지’(메갈리아+멧돼지) 등 조롱 섞인 표현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가 하면 ‘정신병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정서가 총여학생회 존폐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개편안’이 통과됐다.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씨의 강연을 추진한 게 발단이 됐다. 일부 극단적인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억압할수록 페미니즘의 반발도 거세졌다.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넷페미(니스트)’가 공격적인 미러링 방식을 통해 반격에 나서는 식이다. 미러링은 여성 전체를 조롱하는 남자들의 언어를 반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비틀어 보자는 취지다. 친분이 없는 20~30대 여성들이 ‘여성 인권’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헤쳐 모이는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성평등 사회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신지예 “‘문재인 재기해’ 구호,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

    신지예 “‘문재인 재기해’ 구호,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난 7일 혜화역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친 것에 대해 “여성들이 당해온 거에 비해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한 신 위원장은 9일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3차 시위’에서 문제가 된 구호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주최 측이 사용한 게 아니라 참가자가 쓴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재기해”란 구호에서 ‘재기하다’란 단어는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을 빗댄 은어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위 구호가 극단적이고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사전적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하다’는 의미로 ‘재기하다’는 구호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위원장은 “저런 퍼포먼스, 과격함이 과연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문제일 수는 있다. 단순히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나온 단어다”라며 “여성들이 왜 저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공포, 분노를 느끼는지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 언론계에서 잘 들여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주된 것은 성범죄와 성폭력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당해온 거에 비해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얼굴을 가린 것에 대해 “불법 촬영물을 반대하는, 없애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내 얼굴 자체가 공공의 영역에서 퍼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에서) 몇몇 남성들이 조롱이나 욕설들을 하기도 한다. 무방비 장소에서 내 얼굴이 클로즈업돼 SNS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공포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어준 “여성운동 특이점 왔다…‘안중근 한남충’이라는 세력, 분리해야”

    김어준 “여성운동 특이점 왔다…‘안중근 한남충’이라는 세력, 분리해야”

    시사평론가 김어준씨가 남성 혐오를 부추기는 세력을 정상적인 여성운동과 분리해야 하는 특이점이 왔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혜화역 시위를 주도한 일부 극단 세력이 어린 남자 유아도 결국은 한남충(한국남자를 벌레에 비유하며 비하하는 말)이 될 ‘유충’이라며 엄마들의 시위 참여를 제한하기로 한 것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약자들의 운동은 결속을 위해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속어를 만들지만 일부 커뮤니티의 용어는 이런 속성을 한참 넘어섰다”면서 “예를 들어 12명의 대표적인 한남충을 뜻하는 ‘12한남’에는 세종, 이황,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부터 김구, 윤봉길,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 노무현, 박원순, 문재인 등이 망라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들이야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렇다해도 안중근 의사를 두고 ‘손가락 잘린 병신’이라는 조롱댓글이 줄을 잇는 걸 보면 역사의식의 부재 정도가 아니라 인간 존중의 부재가 드러난다”면서 “이런 극단적 혐오정서에 기반한 일부 커뮤니티가 현재 시위 주도의 한축을 이룬다면 이 문제는 여성계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극우성향의 남성들이 모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정상적인 집단으로 보지 않듯이, 여성집단 안에서도 극단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여성운동이 여성이기만 하면 모든 방식을 포용할 지 결정할 때가 왔다”면서 “싱귤래리티, 즉 특이점이다. 기존의 논리나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질적 변화의 임계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런 방식을 정상적인 여성운동과 분리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집단을 ‘극우’로 보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12한남’을 예로 들면서 “세종대왕, 김구, 안중근은 다 한남충인데 박정희는 한남충이 아니다. 박근혜는 여자라서 탄핵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일베를 정상적인 표현의 범주에 넣지 않고 취업기회를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 않나”라며 “난민과 여성 이슈를 기존의 냉전, 지역 등 분열 프레임을 대체하려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계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손톱 모양으로도 알아내”… 가면 못 벗는 항공사 집회

    “손톱 모양으로도 알아내”… 가면 못 벗는 항공사 집회

    “발령·진급 등 사측 보복 두려워” “항공업 특성상 단체행동권 제약” “스스로 보호”… 노조 불신도 한몫하회탈처럼 웃는 얼굴에 역팔자 콧수염이 그려진 ‘가이포크스’ 가면이 항공사 집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5월부터 4차례 이어진 대한항공 회장 일가 퇴진 촛불집회와 지난 주말 두 차례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에 따른 경영진 규탄 집회에서 직원들은 가면을 쓰고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를 고발했다. 정당한 주장을 하면서도 가면 속에 숨는 이들의 모습에서 감시가 일상화된 항공사의 억압적인 조직 문화와 노조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항공 노조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사측의 보복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면을 쓴 것도 모자라 모자를 푹 눌러 쓴 A씨는 “회사가 직원의 손톱 모양 또는 액세서리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낸다”고 말했다. 승무원 B씨는 “노동조합에 가입만 해도 그룹장이 온갖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지 겁난다”고 했다. 이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참가자는 이기준 사무장 등 몇몇 노조 간부뿐이었다. 노조 집회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가면을 쓰는 것은 흔치 않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6년)의 주인공이 쓴 가면 ‘가이포크스’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등장한 이후 10년 만에 항공사 직원들의 집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저항과 익명의 상징인 가이포크스 가면을 선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항공사 집회는 임금 투쟁이 아니라 경제권력을 쥔 사람에 대한 고발 운동 성격이 강하다”면서 “저항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공산업이라는 특수성도 가면을 쓰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6년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은 크게 제한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직원은 승무원들이 기피하는 노선에 배치받는 등 불이익을 받아 왔다”면서 “노동조건이 투명하게 개선되기 전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도 가면 집회를 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C씨는 “회사 내에 직원을 지켜주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면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잃을 게 많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서라도 노조를 만들려고 하지만, 항공사 직원들은 조직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한 조종사는 “단체 카톡방에서 가면을 쓰지 말고 집회에 나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불이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면서 “가면을 벗는 그날을 위해 지금과 같은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철 인천공항 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항공사 직원들이 다른 노동 집회처럼 자연스럽고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할 때까지 다른 노조가 연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정치세력과 연대 없어… 미러링은 여성혐오 없어지면 사라질 것”

    “정치세력과 연대 없어… 미러링은 여성혐오 없어지면 사라질 것”

    1~3차 여성집회 주최한 ‘불편한 용기’ 운영진 인터뷰 지난 7일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개최한 ‘3차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6만명(경찰 추산 1만 8000명)이 모였다. 세 차례의 시위동안 10만명에 가까운 젊은 여성들이 모인 유례없는 사건에 우리 사회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3차 집회를 나흘 앞둔 지난 3일과 집회 이틀 뒤인 9일 두 차례에 걸쳐 ‘불편한 용기’ 운영진과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간 집회 과정과 그 속에서 빚어진 논란,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직접 물었다.→특정 조직이나 단체가 주최하지 않는 집회인데 어떻게 자발적으로 모이게 됐나.-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함과, 여성이 직접 범죄를 예방할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계기가 돼 집회가 시작됐다. 이런 집회의 취지와 진행에 공감해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됐다. 운영진은 특정 정치 조직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일반 사회인이다. 여성들의 일상적 공포와 이로 인한 분노에 공감하며, 시위를 통해 여성의 인권에 기여하고자 봉사하는 마음으로 모였다. →운영진은 ‘우리는 워마드도 운동권도 아니다‘ 라고 한다. 기존 운동권이나 여성단체와 연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그 어떤 운동권이나 이익단체와 연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유는 여성인권이라는 중요한 의제에 특정 단체의 의견이나 특정한 정치색을 섞고 싶지 않아서다. 여성인권 위에 그 어떤 성역도 없다는 입장을 중심으로 여성 권력 탈환에 집중하고 싶다. 어떤 단체와도 연대하지 않지만 집회가 열리는 서울로부터 먼 거리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전세버스 지원만 한다. →내부적으로 시위의 방향을 비롯해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카페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운영진이 현실성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스탠스나 구호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운영진 내부에서 맡은 일의 범위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달라 수평이 깨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균열점이 보이면 건의를 해서 상황을 재논의해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도부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아는데 운영진도 그때 그때 달라지나.-모든 시위마다 같은 사람이 모여 진행하지 않는다. 개인 일정에 따라 빠질 분은 빠지고 해당 차수에 참여 가능하신 분들은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 회의로 모아지기 어려운 의견은 해당 주제로 게시글을 작성한 뒤 댓글로 의견을 받아 회의에서 논의하거나 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늘 많은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 차수마다 추가 스태프를 모집해 일을 재분배하고 있다. 이번 3차 집회에는 220명이 참여했다. →최근 대외팀 퇴출 논란이 있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들이 따로 친목을 도모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익명성 보장이나 친목 금지 등의 원칙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익명성 보장’은 외부에 스태프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공격받을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정된 방식이다. 친목 금지는 서로를 각별하게 여기는 무리가 발생하게 되면 친한 스태프가 잘못된 언행을 해도 건설적인 방식으로 비판할 수 없고, ‘우리 사람을 비난하지 말라’는 식으로 상황이 흐를 수 있어 차단하고 있다. →집회 규모가 줄어들어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인가.-그렇다. 시위의 합목적성이 중요하다. →1, 2차 집회 때보다 3차 집회 때 인원이 확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집회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 편파적인 실태가 심각하고 이에 따른 저희의 스탠스에 공감하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1차 집회가 여성 개인이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한 만남이었다면, 2차, 3차 때는 연대감을 바탕으로 경찰의 편파 수사에 대한 구체화된 요구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집회가 개개인의 힘이 모여 진행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여성이 그 분노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몰래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 늦은 밤 길을 걸을 때 112를 누른 상태로 지나가거나, 한번 쯤은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있다. 또 여성들은 이런 문제에서 그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았다. 이 불합리함을 규탄하려고 모인 것이라 생각한다. →3차 집회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먼저 집회에 참여한 개개인의 시야가 달라졌다. ‘나만 이 문제에 대해 분노하고 있나’, ‘나만 이렇게 예민한가’라고 생각했던 여성들이 집회에 참여해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됐다. 또 불법 촬영 관련 의제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불편과 부조리에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 집회가 일상을 파괴하는 커다란 범죄에 대해 더는 참지 못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불법촬영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미러링’에 대한 반발도 일부 있고, 남성혐오성 구호가 나오면서 성대결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는데.-여성들은 너무 익숙해져 무감각해질 정도로 몰래카메라의 위험에 노출돼 왔고, 온라인에서도 일상적으로 조롱을 당한다. 그동안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입막음을 당해왔다. 이제와서 입을 열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미러링은 미러(mirror) 즉, 거울이 비치는 본래의 단어가 사라진다면 미러링 된 표현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집회 참가자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한 까닭은 무엇인가. 다양한 젠더로 참여 범위를 넓힐 생각은 없나.-없다. 참가자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동안 불법 촬영 범죄에 노출돼 온 수많은 여성들이 2차 가해로부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제는 사회로부터 차별받아 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왔다. →경찰이 발표한 몰카 근절 방안은 어떻게 평가하나.-정부 측의 빠른 대응을 비롯해 고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10대 공약으로 몰카 판매 및 소지 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경찰은 도입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거나, 실효성 있는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경찰의 여러 정책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여성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때까지 우리의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4차 집회 계획은.-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 조만간 운영진들이 모여 3차 집회를 돌아보고 집회 방식이나 주제의 확장성,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김어준 “여성집회, 달을 피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과격 구호 지적

    김어준 “여성집회, 달을 피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과격 구호 지적

    김어준이 지난 7일 여성집회에서 나온 구호 중 과격한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어준은 9일 방송된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난 주말 열렸던 ‘제3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대해 논평했다. 김어준은 당시 집회에서 나왔던 구호 중 하나인 ‘문재인 재기해’라는 표현을 언급했다. ‘재기해’는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조롱하는 단어로, “자살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김어준은 “지난 주말 편파 수사를 규탄한 여성 집회가 있었다. 이 집회는 ‘홍대 몰카 수사’가 남성이 피해자라 여성일 때보다 빨리 빨리 처리했다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남성이라 빨리 수사했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여성이 사회에서 겪어왔던 일상에서의 성차별·성폭행에 대한 문제 인식이 촉발시킨 집회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이 집회에서 등장한 구호가 ‘문재인 재기해’다. 유사어로 ‘태일해’, ‘주혁해’, ‘종현해’가 있다. 남성들 자살하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구호들은 각각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었던 전태일 열사,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씨,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샤이니 종현의 이름을 따온 표현이다. 김어준은 “사회적 약자는 연대로 싸우고 연대로 공감하는 것인데 이런 구호는 정반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고 하고, 또 표현의 자유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달을 피 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식칼을 먼저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라면서 “당연히 전체 여성운동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계 내부로부터의 시급하고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집회는 주최 측 추산 6만명(경찰 추산 1만 8000명)이 모여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 재기해’를 비롯해 여러 가지 구호와 퍼포먼스가 논란을 불러왔다. 한 여성은 ‘곰’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나왔는데 이 역시 문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곰’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뒤집으면 문 대통령을 뜻하는 ‘문’이 되는데,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문 대통령의 사진을 거꾸로 돌린 이미지와 함께 쓰이는 비하 표현이다. 글자와 사진을 거꾸로 돌린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연관시킨, 패륜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재기해’가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하는 등 혐오 표현으로 의심되는 구호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설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조씨 일가 퇴진 집회 열렸던 장소 “노밀 경영진 퇴진” 400여명 모여‘기내식 하청업체’ 유족도 참여‘기내식 대란’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미 갑질 의혹 등으로 경영진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6일에 이어 동참했다. ‘갑질상련’의 대한민국 양대 국적 항공사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모양새다. 업계 1, 2위 항공사 직원들이 그룹 총수의 구태적인 경영 형태와 갑질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만큼 항공사 기업 문화가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등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뒤에는 인근 금호아시아나 본사까지 행진해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가면,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2일 ‘기내식 대란’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윤씨의 조카는 “삼촌이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지금까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렇게 착하고 밝았던 사람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모든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흐느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직원을 소모품 수준으로만 보는 회사의 모습을 봤다”면서 “노동조합과 함께 끝까지 싸워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저희도 불과 2달 전 이 자리에서 너무나 떨리는 마음을 안고 여러분과 똑같은 심경으로 구호를 외쳤다”며 “박삼구도 감옥 가고 조양호도 감옥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모(52)씨는 “아시아나클럽 회원 29년차, 183만 마일리지가 있는 30년 고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6일에도 아시아나항공지부는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약 300명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채웠다. 문화제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나온 대한항공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지난 5월 4일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처음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기내식 대란’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지연 탑재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고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속출하면서 발생했다. 또 언론에 2014년 인턴 수료를 앞둔 여승무원들이 박 회장에게 애정 표현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갑질 논란’까지 보태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여성 인권” 외침과 함께 자라는 ‘남성 혐오’

    “여성 인권” 외침과 함께 자라는 ‘남성 혐오’

    6만명 모여 몰카 편파수사 규탄 전국서 전세버스 동원 등 조직화 “사회적 차별에 저항” 공감대 속 ‘편파수사 부정’ 文대통령 조롱 남성 비하 등 극단적 구호 논란성 평등 사회를 요구하는 여성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도한 ‘남성 혐오’로 흐르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에서는 여성 전용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6만명(경찰 추산 1만 8000명)의 여성이 모였다. 5월 19일 1차 집회에는 1만 2000명, 2차 집회에는 2만 2000명이 모였다. 이 집회는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남성이 피해자라서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주장에 수많은 여성이 공감했다. 이날 같은 시간 광화문광장에서는 ‘낙태죄 여기서 끝내자!’ 집회가 열려 젠더 이슈와 관련된 집회가 더 활발해질 것을 예고했다. 혜화역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무죄추정 남(男)가해자 무고추정 여(女)피해자”, “경찰청장을 여성으로 임명하라”, “우리의 일상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불편한 용기’ 측은 주로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가자를 조직하고 있다. 지방 여성들은 전세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우리는 ‘웜’(워마드·남성 혐오 사이트)도 아니고 ‘’(운동권)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혜화역 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다. 많은 여성이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고 썼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저도 포함된다. 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3차 집회에서 새롭게 나온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재기해’는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조롱하는 단어로, 남성 혐오 사이트에서는 “자살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촛불시위 혁명이고 혜화시위 원한이냐”는 피켓도 등장했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명예심에 대해서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줘야 여성들의 원한 같은 것이 풀린다”고 말한 데에 대한 항의였다. “무X탄핵 유X당선”이라는 피켓도 등장했는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이라서 탄핵을 당한 반면 문 대통령은 남성이라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선 “여성시위가 적폐세력과 공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시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남성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은 여성운동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연대의 폭을 넓히면서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인숙 건국대 교수는 “집회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저항 문화는 있을 수 없다”면서 “극단적인 구호도 주류 사회에 대한 소수의 몸짓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곰’·‘재기해’ 문 대통령 조롱 난무한 혜화역 시위…‘도 넘었다’ 페미 내부서도 비판

    ‘곰’·‘재기해’ 문 대통령 조롱 난무한 혜화역 시위…‘도 넘었다’ 페미 내부서도 비판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치고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을 두고 뒷말이 오가고 있다. 시위 참가자 내부에서조차 ‘도를 넘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여성단체 카페인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이번 시위에는 오후 6시 기준 6만명이 모였다. 경찰은 최종 집회 참석인원을 1만 8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홍익대 남자 누드모델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여성이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기획된 3번째 시위다. 앞서 5월 19일 첫 집회에는 1만 2000여명이, 지난달 9일 두번째 집회에는 2만 200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며 ‘경찰 인력의 남녀비율은 1:9로 바꿔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의 3일 국무회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라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일반적인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면서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더 가볍게 처리됐다. 그게 상식이다. 그렇게 비교하면 편파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일방적으로 남성의 편을 든 것이라며 잘못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헤아리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사회가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 등 여성들이 입는 피해의 무게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몰카 범죄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가볍고 너무나 미온적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문제의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수사가 되면 (가해자의) 직장이라든지 소속 기관에 즉각 통보해서 가해를 가한 것 이상의 불이익이 반드시 돌아가게 해야 한다”면서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수치심, 명예심에 대해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여성이 체감할 수 있게 해줘야 원한 같은 것이 풀린다”고 말했다. 남녀갈등을 넘어서 남녀 혐오 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면서 “문제 해결은 안 되고 오히려 성별간 갈등이나 혐오감만 더 커지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혜화역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문 대통령을 목소리 높여 규탄했다. 특히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기해’는 온라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지난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된 말이다. 시위 주최 측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도 논란이 됐다. ‘페미대통령’이라고 쓰인 띠지를 두른 여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 ‘곰’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널리 퍼졌다. ‘곰’은 180도 돌리면 문 대통령을 뜻하는 ‘문’이 된다.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유래한 말로, 문 대통령의 사진을 거꾸로 돌린 이미지와 함께 쓰인다. 즉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인격을 모독하는 패륜적 의미를 담은 것이다.시위에 참가했던 여성들 사이에서조차 문 대통령을 조롱한 것은 시위의 본질을 흐리는 과도한 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편한 용기’에 연대의 뜻을 나타냈던 일부 여성 카페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시위에 동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곳들로 알려졌다. 시위 주최 측은 “재기해”라는 구호가 문제가 될 것을 의식한 듯 “사전적 의미 그대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의 ‘제기’”라고 해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노동신문에서 ‘미제’가 사라졌다…‘반미’ 대신 ‘반일’ 감정 키우는 북한

    노동신문에서 ‘미제’가 사라졌다…‘반미’ 대신 ‘반일’ 감정 키우는 북한

    미국과 대화 무드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노동신문을 비롯한 공식 매체에서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미제’와 같은 표현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대신 일본에 대한 적대감은 여전하다. 계급교양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체제를 미워하도록 주민을 끊임없이 세뇌하는 과정이다. 북한은 평소에도 계급교양을 강조하지만, 특별히 6·25전쟁 발발일과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이 있는 6월과 7월을 ‘반미공동투쟁 월간’으로 정하고 ‘미제’(미제국주의의 준말)를 중심으로 한 ‘계급적 원수’를 증오하라고 주민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올해 6∼7월 북한 공식매체에서 계급교양의 주된 타깃이었던 ‘미제’라는 용어가 5일 현재까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5월 말까지도 계급교양과 함께 노동신문에 등장했던 ‘미제’라는 표현이 북미정상회담 이틀 전인 6월 10일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관련 기사들은 자본주의의 ‘열악한’ 사회상과 사회주의의 ‘행복상’을 부각하고, 특히 계급교양의 두 번째 타깃인 ‘일제’의 만행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2∼3일에 한 번꼴로 계급교양관 참관기나 계급교양관을 찾은 주민들의 반응 등을 소개하고 있는 조선중앙TV도 6월부터는 일제의 조선 침략 역사와 만행을 규탄하는 내용만 내보내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체제 유지를 위한 중요한 사상교육인 계급교양을 지속하면서도 계급교양의 핵심인 ‘미제’에 대해 비난을 자제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대화 분위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미교양을 강화하면 그것은 스스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꼴”이라며 “북한 당국이 대화 상대인 미국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신촌 이한열 기념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신촌 이한열 기념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역의 연희(김태리 분)의 대사다. 1987년은 대한민국 현대사 중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으리라.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과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냉혹한 좌절이 공존하였던 1987년. 바로 이 해에 일어난 6월 항쟁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낸 6·29 선언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대학생,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인 이한열 기념관으로 가 보자. 1979년 10·26사건으로 기존의 유신체제는 붕괴의 압박을 받게 된다. 같은 해 12.12 사태를 일으키며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의 전두환은 유신헌법에 따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결국 대통령 자리마저 차지한다. 이후 5.18 광주민주화항쟁마저 거쳐 결국 1980년에 개정된 제8차 헌법개정은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다. 간접 선거로 선출된 7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의 위치를 동시에 가질 뿐만 아니라 국회 해산권마저 쥐게 한 것이다. 마치 황야의 무법자같은 무소불위 대통령제가 만들어졌다. 드디어 1987년이 되었다. 6월 10일에 전두환 정권은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간접 선거로 치르게 될 다음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친구 노태우를 지명하고자 하였다. 이에 맞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이 날에 맞추어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한다. 바로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1966년생으로 당시 만 20세였던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전경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27일 후인 7월 5일 숨을 거둔다. 이에 전국의 대학생들 및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급기야 6월 10일 전국적인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다. 넥타이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은 물론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일반인들마저 어린 대학생의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 7월 9일 '민주국민장'(民主國民葬)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는 서울 100만, 광주 50만 등 전국적으로 총 160만 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한다. 장례식 이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뜨겁게 이어지자 결국 6월 29일, 대통령 후보 지명자 노태우는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한열 열사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 눈부신 비약을 하게 된다.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이한열 기념관은 한국 민주주의 근간이 되었던 1987년 뜨거웠던 항쟁의 기록을 보존, 연구하며, 전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교육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과 시민 성금으로 2004년에 세워졌으며, 이후 2014년 사립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현재 기념관에는 최루탄을 맞았을 때 입고 있었던 연세대 경영학과 셔츠와 바지, 신발, 안경테, 필통, 원고지 등이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하여 수많은 민주 인사들의 추모글도 벽면에 타일로 만날 수 있다. 이한열 기념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라면 영화 ‘1987’의 연희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은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라고. <이한열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공간이야? - 20대 청춘이라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2. 누구와 함께? - 혼자든, 가족이든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 동교동 방향으로 70m 정도 직진, 신촌 한의원에서 좌회전, 70m 정도 직진, 신촌갈비굼터에서 우회전, 70m 정도 직진, 왼쪽 하얀 건물 -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12나길 26 4. 감명받는 점은? -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생각보다 방문객들이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유품은? - 최루탄을 맞았을 당시 입고 있었던 티셔츠. 친필 원고지.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글. 7. 기념관을 가기 전 준비할 것은? - 1980년대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가면 기념관 방문이 뜻 깊다. 특히 1987년의 역사를.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leememorial.or.kr/ 9. 주변에 가 볼만한 곳은? - 근현대 디자인 박물관, 홍대 거리, 신촌 거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한국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한열 열사다. 열사의 고귀한 희생으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발전을 하게 되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민주화 운동 옥죈 ‘위수령’ 68년만에 역사 속으로

    위수령이 제정된 지 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방부는 4일 군부 독재 잔재인 위수령 폐지령안을 이날부터 오는 8월 1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위수령은 폐지된다. 위수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별도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위수령은 경찰을 대신해 군부대가 특정 지역에 주둔하면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 병력을 동원해 치안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계엄령과 유사하지만, 계엄령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반면 위수령은 임의로 발동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군 병력을 동원,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법령은 위수령이 유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치안질서 유지는 경찰력으로 가능하기에 더이상 대통령령으로 존치 사유가 없어 이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수령은 1950년 3월 제정됐고 1965년 4월 한·일협정 체결로 촉발된 학생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동됐다. 이후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 부정 규탄시위와 1979년 부마항쟁을 진압하는 데 활용됐다. 이렇듯 위수령은 시민들의 민주적 집회와 시위를 탄압하는 데 이용돼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도 2016년 겨울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을 발동해 무력진압을 계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는 50여명의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군병력 투입 또는 무력 진압을 논의한 자료나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수도방위사령부 컴퓨터 파일 조사 과정에서 촛불집회와 관련된 시위·집회 대비계획 문건(2016년 11월 9일 생산)을 발견했다며 “동 문건에는 대비 개념으로 예비대 증원 및 총기사용 수칙을 포함하고 있어 당시 군이 촛불집회 참가 시민을 작전의 대상으로 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논란 끝에 국방부는 지난 3월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의 용역을 거쳐 “위수령은 위헌·위법적이고 시대상황에 맞지 않다”며 위수령을 폐지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위수령이 지금까지 존치될 수 있었던 건 그간 국방부가 위수령 폐지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과 이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의견을 질의했으나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존치 의견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탄핵이 인용된 뒤에는 지난해 3월 이 의원실에 ‘위수령 존치 여부에 대해 심층 연구가 필요해 용역을 맡기겠다’고 회신을 보냈다고 한다. 국방부가 정권의 눈치를 봐 왔던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푸틴 감싼 볼턴?

    푸틴 감싼 볼턴?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거나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겨냥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볼 때 이건 ‘러시아’의 개입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면서 “대통령이 추가로 알아봐야 한다고 본다. 그가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에 적어도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BS는 지난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푸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와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볼턴 보좌관은 오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릴 예정인 미·러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해 “두 정상이 다자회담의 무대에서가 아니라 직접 마주 앉아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는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옴스크 등 러시아 30여개 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긁어모으지 말라”, “죽기 전에 연금을 받고 싶다”고 외치며 정부를 규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월드컵 개막일인 지난달 14일 현행 남성 60세, 여성 55세의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3세로 높이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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