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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대통령·국회에 대한 요구/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대통령·국회에 대한 요구/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인식과 대응에 불만이 크다. 안이한 초기 인식을 보여 주는 예로 확진자가 나오고 격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 막기에 몰두했다는 점을 든다. 메르스 사태 중에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다. 개정안 내용은 행정입법이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국회가 판단하면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개정안의 위헌성을 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문가 공통 의견은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다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전문가와 학자들의 진실한 의견이 궁금하다. 사실 위임을 철회해 행정입법을 실효시킬 수도 있는데, 그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왜 위헌이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개정안에 위헌성이 있다고 믿는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결정을 얻는 등 헌법 재판의 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헌법재판제도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어 오다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기회를 막는다면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를 피하려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위헌성의 근거로 개정안이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심사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드는 견해도 있으니 사법권에 개정 국회법이 그 심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찬성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위헌이 아니라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답답함을 더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국회에는 보다 기본적인 것을 요구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여할 때에는 이를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은 가능한 한 법률로 직접 정해 집행 권력의 자의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현실 국회는 너무나 많은 입법 사항을 행정명령에 위임하고 있다. 조세법전에서 위임입법의 예를 살폈다. 소득세법 전체 220여개 조 중에서 160여개의 조가, 법인세법 150여개 조 중에서 120여개 조가, 부가가치세법 70여개 조 중 50여개 조가 대통령령에 대한 위임을 규정했다. 다른 법률의 규정을 준용하는 예도 상당수다. 그리하여 법률과 행정명령을 함께 놓고 퍼즐을 맞추는 방법으로 읽지 않으면 법의 내용을 알 수 없다. 이와 같은 위임입법의 이유로 현실의 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나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에는 행정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을 든다. 이런 설명은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는다. 많은 행정명령은 장기간 변경되지 않았고, 전문적 내용을 가지지도 않는다. 행정입법을 한다고 해서 신속한 대응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매년 말에 법률이 개정되면 개정 법률에 맞추어 시행령이 개정되고, 다시 시행규칙이 개정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행정입법을 널리 허용해 법의 내용까지 알기 어렵게 하는 입법 태도를 수긍할 수 없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관련 논란은 국회의 위임입법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국회는 과도한 위임입법에 대해 반성하고, 규정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지, 수시로 개정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해 위임입법을 엄중히 제한해야 한다.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입법 책임을 행정부에 넘겨서는 안 된다. 기왕에 필요 없이 위임된 사항을 찾아내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힘들 것이라고 하여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미 정부가 광범위하게 법령을 검토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정부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하여 1000여건이 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일은 당초 국회의 몫이었다. 이제 국회는 정부의 성과를 참고해 행정명령의 여지를 축소시키고 법률에 많은 사항을 담아 법률 규정만으로 법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법률화 과정에 드는 인력과 비용은 행정입법에 드는 인력과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고, 국회는 위임입법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 연극배우 김운하, 생활고 시달리다 사망 5일 만에 발견 ‘연고자 없어’ 장례식은?

    연극배우 김운하, 생활고 시달리다 사망 5일 만에 발견 ‘연고자 없어’ 장례식은?

    ‘김운하’ 생활고에 시달리던 연극배우 김운하가 숨진 지 5일여 만에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성북경찰서와 극단 신세계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시원 총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을 당시에는 이미 숨진 지 5일 정도 지난 상태였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외상은 없었으며 검안 과정에서 고혈압, 신부전증,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확인돼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극단 신세계 또한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김 씨의 부고를 알리면서 “늘 후배들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끼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면서 “부디 그가 하늘에서는 더 많은 사랑받으며 편히 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김 씨의 시신은 무연고자로 처리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좋은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경찰은 김 씨의 연고자를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해 김 씨의 지인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연락을 받은 김 씨의 지인들은 경찰서에 모여 사재를 털어 김 씨의 빈소를 차렸다. 또한 영정사진은 공연 모습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주는 대학 동문이 맡았다. 대학시절 권투와 격투기 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던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아버지 이름인 ‘김운하’로 연극 활동을 하다가 불규칙한 수입으로 건강이 나빠졌고, 결국 생활고로 고생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 씨의 유작은 지난 4월21일~23일 예술공간 서울에서 공연한 연극 ‘인간동물원초’였으며, 이는 2015서울연극제 솟아라미래야 부문에서 연출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씨의 시신은 관련 법률에 따라 한 달간 영안실에 보관되며 그때까지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화장될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극배우 김운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회계장부 조작 2억 빼돌린 새마을금고 과장

    지난 6년간 상습적으로 지역 상인들이 입금한 돈을 허위 계좌를 만들어 인출하고 신용불량자들이 갚은 돈을 제멋대로 빼돌려 쓴 새마을금고 과장이 구속됐다. 새마을금고는 자체 감사에서 해당 직원의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도 피해 금액을 변상했다는 이유로 내부 금융 범죄를 덮고 해당 직원을 최근까지 근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금고 회계 기록 등을 조작해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한 새마을금고 과장 A(37)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역 전통시장에서 이용되는 ‘온누리상품권’의 유통을 담당하면서 지역 상인연합회가 송금한 돈을 자신이 만든 별도의 허위 계좌로 빼돌려 1억 9000여만원을 챙겼다. A씨는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을 새마을금고에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지역 상인연합회가 새마을금고에 선급금을 지급하는 과정의 감시 허점을 이용했다. 또 신용회복제도에 따라 신용불량자들이 새마을금고에 갚은 돈을 장부상 ‘결손’으로 처리해 3800여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2007년 12월 교통사고 합의금 4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에 처음 손을 댄 후 2013년 9월까지 모두 109회에 걸쳐 2억 300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점 회계 담당자인 A씨는 치밀하게 장부를 조작하며 범행을 숨겼지만 2013년 10월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측은 A씨가 피해 금액을 배상하자 형사고발 조치는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마했다. 새마을금고의 내부 운영 규칙에 있는 ‘착복 금액을 전액 배상하는 경우, 형사고발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A씨의 금융 범죄를 덮고 간 셈이다. A씨는 수억원을 횡령하고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은 채 해당 금고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인간 벽혈구가 죽어가는 처절한 순간…아포토시스 사진 공개

    인간 벽혈구가 죽어가는 처절한 순간…아포토시스 사진 공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죽는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오래된 세포는 노쇠해서 제대로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수명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세포 생물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메커니즘으로 다세포 생물은 보통 세포 하나보다 훨씬 오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계획된 세포의 죽음(아포토시스, apoptosis)은 개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만약 아포토시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곧 노쇠해져 우리는 금방 죽고 말 것이다. 어떤 세포들은 죽음을 잊어버리고 무한 증식을 시도하는 데, 이 경우는 더 위험하다. 한마디로 악성 종양 세포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포토시스는 다세포 생물에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과정이다.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면 핵은 쪼그라들고 DNA는 규칙적으로 절단된다. 그리고 세포가 점차 쪼그라들면서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를 주변에 식세포가 잡아먹어 처리한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 트로브 분자과학 연구소(La Trobe Institute of Molecular Science)의 이반 푼 박사(Dr Ivan Poon)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이 내용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사진에서는 죽어가는 백혈구에서 여러 개의 구슬 같은 파편들이 조각나면서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촉수처럼 보이기도하는 긴 줄이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본래 세포 크기의 8배까지 자라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비디드 아포토포디아(beaded apoptopodia)라고 명명했다. 이 조각들은 결국 나중에 다른 백혈구에 의해 처리되어 사라지게 된다.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은 이제까지 매우 불규칙하게 일어난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이 과정이 매우 잘 조절된 세포 자살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밝히지 못한 사실도 많다. 과학적 연구와 별개로 죽어가는 세포의 모습은 아주 난해한 현대 미술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서 많은 과학자가 앞으로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남친의 인품에 반하다…가부장주의에 反하다

    남친의 인품에 반하다…가부장주의에 反하다

    2012년 가을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인 완커(萬科)그룹의 왕스(王石·64) 회장이 큰 ‘사고’를 쳤다. 서른 살 연하의 여성 연예인과 사귀기 위해 부인과의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스캔들 기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고, 왕 회장은 이 여성에게 청혼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 결혼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이후 두 사람은 공개 커플로 지내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2일 바로 그녀 ‘왕스의 여인’ 톈푸쥔(田朴?)을 만났다. 톈푸쥔은 욕심이 많은 여성이다. ‘왕스의 여인’이라는 수식어 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연예인, 작가, 부동산 사업가, 제작자 등이 따라붙는다. 자연히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왕스를 만나 갑자기 뜬 연예인”이라고 수군대는 사람이 많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당당한 현대 중국 여성의 표상으로 통하기도 한다.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 ‘습관 되면 괜찮아’(習慣就好)가 여대생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이 중국과 홍콩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도 “톈푸쥔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살고 싶다”는 중화권 여성들의 바람 때문이다. 무례를 무릅쓰고 남자 친구 얘기부터 물었는데 그녀는 의외로 차분하게 답했다. →왕스 회장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요. -저는 우수한 남자를 좋아해요. 머리가 좋다고 우수한 사람은 아니죠. 성품이 우수해야 하죠. 내 남자 친구는 사업이건 사랑이건 진지하고 진실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인품이 저를 매료시켰어요. 그는 제가 아는 사람 중 독서량이 제일 많아요. 매년 몇백 권씩 읽어요. 아는 것은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줄 아는 사람이죠. 실제로 왕 회장은 중국의 쟁쟁한 최고경영자들 가운데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왕 회장은 간쑤성 란저우(蘭州)철도학원(현재 란저우 교통대학)을 졸업하고 철로국에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1984년 창업해 완커그룹을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으뜸가는 부동산 개발회사로 일궜다. →너무 바빠서 프러포즈를 거절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이 더 바빠요. →책에서 당신은 ‘누구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보면 왕 회장을 떠올립니다. 부담스럽지 않은가요. -그런 상황도 제 생활의 일부죠. 도망칠 수 없어요. 그냥 편안하게 직면합니다. 습관 되면 괜찮아요.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남자 친구 때문에 갑자기 유명해진 것을 부인할 수 없죠. 그렇다고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저의 생활을 망칠 수는 없어요. 비난은 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요. 톈푸쥔은 중국에서 연예인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학인 중앙희극학원(中央戱劇學院)을 다니다 퇴학당했다. 영화와 광고를 찍느라 수업에 자주 빠졌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연기와 경영을 공부한 뒤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연기와 부동산 사업은 접고 방송 제작사 ‘나인스카이’를 창업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요즘은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나요. -‘고마워 뉴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고마워 런던’ ‘고마워 뉴욕’을 촬영하고 있어요. 2010~11년에 방영돼 크게 히트했던, 청대 후궁들의 암투를 다룬 사극 ‘견환전’(甄?傳)을 공동 제작했는데 곧 현대판 ‘견환전’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과 합작할 생각은 없나요. -요즘 계속 한국과의 합작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어요. 한국 남자 배우가 우리 드라마에 출연했으면 좋겠어요. →점찍어 둔 한국 연예인이 있나요. -조인성과 박해진을 캐스팅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이들과 친분이 없어 고민입니다. 한국 남자 배우는 중국 배우가 가지지 못한 품격을 지녔어요. 신체 조건도 중국 배우보다 훨씬 좋아요. 톈푸쥔은 2005년 량차오웨이(梁朝偉)가 주연한 한국·홍콩 합작 영화 ‘서울공략’에 출연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과 중국 연예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겪어 본 바로는 한국 연예인이 훨씬 치열해요.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 중국은 주로 카메라 앵글을 조작해서 표현하지만 한국 연예인들은 심지어 리허설할 때도 진짜로 때리더라고요. →한국에는 자주 방문하나요. -물론이죠. 지난 4월에도 친구와 서울 명동에 갔어요. 명동의 모든 상점에서 마스크팩을 파는 걸 보고 놀랐어요. 동대문시장은 마치 톈안먼광장에서 옷을 파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는 레이스 달린 일본 스타일보다는 심플한 한국 스타일이 더 맘에 들어요. →한류를 어떻게 봅니까. -한국은 연예인을 아주 잘 길러내는 것 같아요. 2~3년에 한 번씩 대단한 스타가 출현해 중국을 뒤흔들어요. 아주 규칙적입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 같기도 하고요. 대중문화 쪽에선 단연 한국이 아시아를 리드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많이 부족합니다. 이는 중국 교육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표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길들여져서 창의성이 부족해요. 어떤 틀에 갇힌 셈이죠. 톈푸쥔은 중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여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하다. →중국도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기가 어렵습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여성을 속박합니다. 그러나 그 속박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사회가 나중에 여성에게 부과한 것이에요. 누가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다 책임져야 한다고 했을까요. 남성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불평등한 것이죠. →중국 남성들도 보수적인가요. -중국의 가부장주의는 고질병입니다. 마오쩌둥은 ‘여성은 하늘의 반쪽’이라고 했는데 기업 고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해요. 50%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여름이 되니 상의를 훌러덩 벗고 활보하는 남성들이 많은데 그것도 남성 우월주의인가요. -우월주의라기보다는 소양의 문제죠. 중국은 경제만 성장했지 공중도덕과 같은 기초 질서는 아직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식당에서 크게 떠들고 담배를 피우는 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잘 모르죠. 이런 걸 인식하지 못하는 한 중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어요. →주변을 보면 남자아이 하나만 기르는 가정이 참 많던데요.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 할머니와 지내니 남성성이 많이 퇴화하고 있어요. 제가 말하는 남성성은 남성 우월주의가 아니라 약자 보호, 책임감, 진취성을 말합니다. 온 가족이 남자아이 하나만 애지중지 기르는데 그 아이가 배려나 예의를 배울 수 있을까요. →여성으로서 사업하기가 만만치 않죠. -사업은 저를 단련시키는 과정입니다. 어떻게 타협하고 어떻게 담판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죠. 솔직히 저는 리더십이 부족해요. 우리 팀원이 하나의 목표를 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다행인 건 제가 한꺼번에 이 위치에 도달한 게 아니라는 점이죠. 매일 난관을 극복하면서 차곡차곡 쌓아 온 결과는 일시에 허물어지지 않아요. 톈푸쥔에게 마지막으로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대학에서 퇴학을 당했을 때, 혈혈단신으로 뉴욕으로 건너갔을 때,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많은 친구의 도움을 받은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여성, 창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톈푸쥔은 누구 ▲1981년 상하이 출생 ▲연기자, 영화 제작자, 저자, 칼럼니스트 ▲2000년 중앙희극학원 입학 및 퇴학 ▲2003년 왕징 감독의 영화 ‘신용철금강’에 첫 출연 ▲2005년 한국·홍콩 합작 영화 ‘서울공략’ 등 다수 작품 출연 ▲2006년 장강경영대 입학 ▲2007년 부동산 사업 시작 ▲2011년 미국 뉴욕 유학 ▲2012년 왕스 회장과의 연애 사실 폭로 ▲2013년 여성 미디어 대상 수상 ▲2014년 자서전 ‘습관 되면 괜찮아’ 출간 ▲2014년 제작사 나인스카이 창업
  • ‘요금 자율’ 고급택시 8월부터 도심 질주

    이르면 8월부터 모범택시와 다른 ‘고급택시’가 등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요금을 자율결정하고 차량 외부에 택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주 법제처 심사에 넘긴다고 19일 밝혔다. 개정안이 예정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7월 말께 시행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 유흥가 등에서 고급 승용차로 불법 영업을 하는 택시는 있었지만 고급 승용차 영업 허용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개정안은 또 3000㏄ 이상인 고급택시 기준을 2800㏄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랜저·아슬란·K7의 배기량이 2999㏄, BMW 7시리즈·벤츠S클래스·아우디 A8 등도 3000㏄ 미만인 점을 감안했다. 대형택시 기준에 13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포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고급택시는 모범택시와 달리 외관상 일반 고급 승용차와 차이가 없다. 택시 표시등과 미터기·카드결제기 장착 의무가 면제되고 요금도 자율적으로 정해 신고만 하면 된다. 택시 표시등이 없어 돌아다니는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해 ‘예약전용’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 불법 영업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 고급택시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정을 현실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메르스 한 달-감염 비상] 응급실 옆에 출입 잦은 통로·엘리베이터… 美선 뒷문 이송

    [메르스 한 달-감염 비상] 응급실 옆에 출입 잦은 통로·엘리베이터… 美선 뒷문 이송

    지난해 9월 미국의 첫 에볼라 확진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덩컨이 이송된 곳은 댈러스의 텍사스 건강장로회 병원 응급실이었다. 당시 구급차는 병원 본관 오른편 하몬 타워 밑의 통로로 진입한 후 응급환자 대기실을 통과해 덩컨을 응급실로 옮겼다. 이 응급실에서 덩컨은 만 하루 동안 다른 환자들과 함께 치료를 받았고 결국 병원 의료진 2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같은 해 10월 아프리카 기니에서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고 뉴욕 벨뷰 병원으로 이송된 크레이그 스펜서는 덩컨 사례와는 달랐다. 스펜서는 환자들로 붐비는 응급실을 피해 뒷문으로 이송돼 격리병동으로 후송됐다. 크레이그와 덩컨 사례를 통해 병원 내 상존하는 감염 가능성과 특정 전염병 환자의 응급실 진입 동선 등 건축학적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미국에서 쏟아졌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덩컨의 진료일지를 공개하며 병원의 대응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국내 대형병원 응급실들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병원 내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감염에 취약한 건축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신문이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와 건축 전문가 등의 자문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의 진입 동선과 내부 격리시설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 응급실을 중심으로 내·외부 출입 동선이 겹치기 쉬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과 건물 각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간 거리는 몇 m에 불과하다. 응급실로 연결되는 통로가 많고, 응급실 출입자와 외부 출입자의 동선이 겹치고 있다. 응급실 밖에서 14번째 환자에게 감염된 케이스가 나온 이유다. 이날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진자 81명 중 77명은 응급실 내부에서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응급실 공간과 구조적 취약점은 삼성서울병원뿐 아니라 거의 모든 병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윤형진 동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국내 병원들은 응급실로 몰리는 환자들을 최대한 정체 없이 수용할 방법만 고민했다”면서 “감염 가능성은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응급실 구조 자체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병원의 응급실 입구가 하나였고 최근에야 응급차량과 걸어서 오는 환자의 입구가 분리된 정도”라고 설명했다. 병원 건축 기준에서 격리시설 마련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정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응급실을 둬야 한다는 기본적 규정만 있을 뿐, 의료기관 내 환기시설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이 국내에는 없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은 이런 동선 기준과 격리시설 설치를 규정하는 병원 설계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유럽감염병네트워크(EUNID)는 3차(전문)병원 근처에 고도격리시설(HIU)이 있어야 하고 HIU 요건으로는 별도의 보안장치가 된 출입문과 오염물질에 접촉한 직원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청결구역과 오염구역 분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각 현에서 규칙을 마련, 격리시설을 1·2종으로 구분해 규모, 크기, 포함하는 설비, 공기 유출 등 17개 세부 항목에 따른 이동 동선과 격리 공간을 정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사설] 임금피크제, 청년세대 취업에는 도움 될 수 있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청년 실업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더이상 노동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 문제가 최악으로 빠져들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5대 분야 36개 과제로 구성된 이번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은 청장년 상생 고용, 원·하청 상생 협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생 촉진 등이 핵심이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316개 전 공공기관에 확대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자동차·금융 등 6개 업종부터 도입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세제 지원을 통해 하청 기업에 대한 원청 기업의 지원을 늘려 원·하청 협력을 꾀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는 등의 비정규직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8∼9월 중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현실을 무시한 강제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국 사측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로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우고 있지만 반론도 있다. 노조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안은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고 야당은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와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에 대해 모법(母法)에 위배되는 행정입법의 전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노조와 야당은 취업을 앞둔 젊은 세대가 아닌, 노조원들을 위한 입장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노동 개혁은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조가 노사 합의를 이유로 기득권만 지키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업을 못 해 좌절하고 있는 청년 세대, 앞으로 취직을 해야 할 자녀 세대들을 생각해야 할 때도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분을 청년 고용으로 모두 전환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고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맞지 않는가.
  •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육아’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엄마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꼭 편이 갈려 부딪히는 사안들이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전업맘 vs 직장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폭발적인 댓글을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 전업맘과 직장맘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이상하게 꼭 감정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는 문제에서 그렇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지. 그래서 입소 1순위 맞벌이인데도 임신한 상태에서 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을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400번대에 머물던 대기번호가 이제서야 100번대 후반으로 당겨졌다. ●전업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비록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거의 어린이집 예찬론자 수준이다. 육아나 보육 관련 기사에 꼭 등장하는 댓글들, “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느냐?”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커피나 마신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격한 거부 반응이 든다. 항변할 말들이 줄줄 새나온다. 전업맘들이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 자체가 육아의 ‘ㅇ’자도 모르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아이를 엄마가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겨우 여자 아기 한 명이었지만, 이 아기를 낳고 돌쟁이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친정 엄마는커녕 그 어떤 ‘찬스’도 쓰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했다. 물론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몇 달 만에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는 아이도 예뻐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나는 화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매일, 그것도 혼자. 숨통이 필요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혼자 보낸 첫 날, 처음으로 집에 혼자 있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기 시작한 죄책감에 당분간 딱 한 시간만 보냈는데, 한 시간 내내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 TV의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넋을 놓고 봤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가 무척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아기는 더 반가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애정을 표현했다. 출퇴근 시간도 없는 전업 육아의 삶에 단 몇 시간의 쉬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단순히 엄마가 쉬기 위해 보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고 해서 엄마들이 ‘논다’는 것은 더 큰 오산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산더미였다. 복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다음 네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사실 네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실컷 놀았던 적은 하루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웠던 병원 진료,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장도 봤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남편의 저녁식사 준비 등 오후 내내 일정이 빡빡했다.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자 피곤하고 힘들었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늘어지게 자보지도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마음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전업맘에게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허(許)하라 그리고 많은 전업맘들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거나 재취업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전업맘에게 어린이집에 아예 보내지 말고 애만 보라는 것은, 전업맘은 직장맘이 될 기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 조차 갖지 말라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엄마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수다나 떤다’는 흔한 댓글에 특히 불만이 많다. 내게는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육아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이 없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카페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이 돌을 앞두고 드디어 어린이집 엄마, 동네 엄마들과 커피 한 잔을 하게 된 날은 저녁까지 충전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유식, 발달상황 등 아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고민하던 아이의 문제를 다른 아이들도 다 겪었다는 걸 알고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만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렸다. 육아 기간에는 같은 아이 엄마들 말고는 딱히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왜 유독 엄마들의 수다에는 날이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엄마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보육 기관’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던 초보 엄마에게 보육교사들은 든든한 전문가였다. 혼자였기에 아무리 엄마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던 점들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채워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놀잇감으로 아이를 자극시켜 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해도 삼시 세 끼 식사와 간식까지, 매일 다른 메뉴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적어도 어린이집에서 점심 한 끼는 다양한 반찬들을 먹어볼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방식도 잡혀갔다. 아직 아기이지만 친구들, 언니오빠들과 어울리며 놀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하루종일 나와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린이집은 엄마인 나에게 더 의지가 되었다. 전업맘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보육 기관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양육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마치 양육을 포기한, 소홀한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또다른 횡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문제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아예 없을 순 없었다. 회사 동료들끼리 “어린이집에선 맞벌이가 을(乙)”이라는 말을 손뼉을 쳐가며 주고 받다 보면 괜한 서운함 마저 든다. 분명한 건 안타까움과 서운함의 대상이 전업맘은 아닌데도 알 수 없는 박탈감이 든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직장맘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아…국공립은 5.7%에 불과 그런데 숫자상으로는 어린이집 정원이 아이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대기 400번대에 머물러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민간 어린이집(1만 4822곳·33.95%)였다. 지금도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곧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이다. 그럼 왜 그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집착할까. 그나마 직장맘이 눈치를 덜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까운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절반 이상이 전업맘의 자녀들이다. 전업맘 자녀들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전업맘 자녀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지는 어린이집의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그렇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법정 보육시간에 맞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여러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을 때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양 똑같은 설명을 들었다.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오후 3, 4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 아이만 끝까지 남아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보육교사라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어진다면 곱게 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등원해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아이 혼자만 남아 있는 장면도 걱정스럽지만, 같은 직장맘인 보육교사를 괴롭혀 그들이 또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일까 두렵다. 아이를 가장 보편적인 등하원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에 보내느라 앞 뒤로 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구해야했다.오후 4시에 데려와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안 된다. 나 하나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어린이집 40만 6000원(0세·정부 지원)에 이모님 월급으로 내 월급의 절반 정도가 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나를 독박육아 직장맘으로 만들어 버린 친정 엄마를 또 다시 원망했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기 전부터 휴원을 하지 말길 기도했고, 휴원 통보가 나오자 막막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배치해 맞벌이 자녀들을 봐주겠다고 배려했는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매일 “오늘은 과연 몇 명이나 등원할까”를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나올까봐였다. 어린이집 수첩에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겨울방학, 교사들의 교육·연수기간, 부모 참여수업 등 어린이집과 회사, 베이비시터 이모님까지 모두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 졸일 날들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전업맘·직장맘 편 가르고 싸우게 하는 보육정책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2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엉뚱한 발표를 했다. “전업맘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업맘들이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보내서 어린이집에 자꾸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또 직장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데도 마치 ‘나 편하자고’ 아이를 떠맡긴 전업맘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 세웠다.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더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제도가 확실히 마련되고 또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 보육 기관들이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정 보육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려면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충당돼야 한다. 화장실에 못 가 방광염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12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는 앞으로 계속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직장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나’대신 ‘엄마’라는 이름을 택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전업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영원히 ‘집에서 아이나 보며’ 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전업맘과 직장맘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그래서 모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무슨 주문처럼 외치지만 “전업맘은 무조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인 곳에서 그 길은 멀어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 보건소의 한숨… “동료 간호사, 이웃 눈치에 힘들다며 울어요”

    보건소의 한숨… “동료 간호사, 이웃 눈치에 힘들다며 울어요”

    비상근무 28일째인 17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의사들이 찜통 같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전화를 받고 메르스가 의심돼 찾아오는 방문객을 만나느라 정신없었다. 메르스 외의 모든 업무는 중단됐고, 의사는 방호복까지 껴입어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햇볕이 주는 병원균 소독 효과를 위해 문을 모두 열어 둔 터라 에어컨도 소용없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지난 16일 324통의 전화를 받고 61명을 진찰했다. 의사 A씨는 “아침 8시부터 12시간 근무하고 보건복지부에 보고할 서류 작업을 하면 밤 12시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더 힘든 것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빠의 직업 때문에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 지역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등교를 막아 달라는 학부모들의 건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또 아무리 보안 속에 자택 격리자를 지정해도 주변 주민들은 어떻게든 알아내 동네에서 격리시켜 달라고 보건소에 항의한다”며 답답해했다. ●“직원 절반은 행정직… 전염병 전문 인력 부족” 의사 B씨는 “간호사, 행정요원, 구청 직원, 의사가 한 조로 일하는데 한 간호사가 힘도 달리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안을 심어 준다며 어제 힘들다고 울더라”면서 “이런 면에서 국민들도 함께 싸워 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공공 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사 C씨는 “보건소의 가장 큰 임무는 전염병 관리인데 급성 전염병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100여명의 직원 중 1~2명에 불과하다”면서 “보건소 직원의 절반은 행정직이고, 역학조사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 달리니 아무나 역학조사반에 투입되는데 역학조사는 환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의약 지식이 있고 질병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홍보 마케팅 기법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전문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 D씨는 “일부 지자체에서 치사율이 12%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치사율은 기저질환자를 배제하고 질병이 종식된 다음에야 나오는 수치”라면서 “계절 독감보다 낮은 유병률인데 중계하듯 치사율을 발표하는 것은 불안만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보건소 의사들은 마스크 착용보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근 삼가고 과로 안 하는 규칙적 생활 중요” 의사 E씨는 “바이러스를 접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독감의 일종인 메르스가 몸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야근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과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고 박승철 박사(2003년 사스대책자문위원장, 2009년 국가신종플루대책위원장)의 고언을 되새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E씨는 “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워 왔고 늘 인간이 이겼다”면서 “미생물이 아니라 불안에 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건 체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박 박사의 말을 옮겼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316개 모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민간기업 적극 참여 유도

    316개 모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민간기업 적극 참여 유도

    내년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연내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임금피크제 확대를 통한 청·장년 간의 상생 고용방안 등을 담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와 추진 일정이 포함됐다. 우선 현재 56개 공공기관에만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316개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 이달 중으로 기관별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신규 채용 목표를 오는 8월까지 설정해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조선·금융·제약·자동차 등 6개 업종별로 적용할 임금피크제 모델을 개발한다.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중점관리 대상사업장(551개)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집중 지원하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피크제 지원금도 연장할 예정이다. 기업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장년 근로자와 신규채용 청년 근로자 한 쌍당 연 1080만원(대기업·공공기관 540만원)을 2년간 지원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을 청년 고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고용부는 노동조합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우려되는 사측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변경에 대해서는 “취업규칙 지침을 내놓는다 해도 사측에서 마음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을 내면 출연금의 7%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하청업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내는 경우에도 재정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방안에는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이른바 ‘쉬운 해고’라 불리는 배치전환·계약해지 등 능력중심 인력운영 시스템,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은 제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 임단협 시기에 맞춰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며 “오는 8∼9월 나머지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2차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년연장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절실한 시점에 공공기관이 앞장서 이를 도입토록 하는 정부 방침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고용경직성을 심화시켜 일자리 창출을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50대 초반에 퇴직하는 현실은 개선하지 않은 채 강제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임금삭감의 수단이 될 뿐”이라면서 “특히 노조 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글램핑 등 신종야영장 소화기·방염천막 의무화

    지난 4월 12일 경기 가평군 캠핑장 캐러밴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명이 숨졌다. 앞서 3월 22일 인천 강화군 글램핑장에선 전기전열기 과열에 따른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앞으로 글램핑·캐러밴과 같은 신종 야영시설 내부에는 반드시 소화기, 연기감지기, 누전차단기, 방염 천막을 사용해야 한다. 국민안전처는 정부 합동으로 마련한 야영장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안전정책조정실무회의에서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통합 안전기준에 따르면 야영객이 설치하는 천막 안에서 전기·가스·화기 사용과 폭발 위험이 큰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의 반입·사용이 금지된다. 야영장 사업자는 화재에 대비, 바닥 면적 100㎡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고 숯·잔불 처리시설을 별도 공간에 갖춰야 한다. 비상시 신속한 상황 전파를 돕는 방송시설도 의무화된다. 안전처는 이행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반영하고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사업정지,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 규정도 신설하기로 했다. 야영장 등록 때 붕괴위험·산사태 취약·홍수관리 지역 등 자연재난 취약지역 위치를 확인하는 절차도 생긴다. 민박·펜션 내에 있는 소규모 야영장과 여름철 한시 야영장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영업할 수 있다. 사업자는 매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받아 결과를 반기별로 등록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안전관리 요원을 야영장에 상주시켜 비상시 응급조치도 즉시 수행하도록 한다. 지자체와 관리감독 기관은 성수기 전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우기, 동절기 등 취약시기에 대비해 특별 안전점검을 강화한다. 야영장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고배상 책임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하고 이용객 또한 여행자보험 등에 들도록 권장·홍보한다. 회의에선 야영장업 등록제의 조기정착 방안도 논의됐다. 관광진흥법 개정에 따라 야영장은 등록 유예시한인 오는 8월 3일까지 관할 관청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어긴 채 영업하면 사업중단에 들어간다. 다른 법령의 위반사항이 있으면 행정처분 후 내년 2월 4일부터 폐쇄조치를 내린다. 편의시설 및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안전법령 준수 여부, 보험가입 여부, 안전시설 현황, 안전점검·교육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하는 야영장 등급제도 도입된다. 다만 시행 초기임을 감안, 등록 야영장에 한해 시설 개·보수에 드는 소요자금을 보조하고 관광개발기금을 통해 전액 융자(연리 2.02%)를 지원한다. 이성호 안전처 차관은 “야영장 등록시한까지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야영장 등록 및 안전관리에 한 치의 허점도 없도록 유념하고 우기에 대비한 여름철 야영장 안전관리에 특히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메르스 비상] 의료진 최하 D등급 보호복 착용… 일부 비닐가운 입기도

    [메르스 비상] 의료진 최하 D등급 보호복 착용… 일부 비닐가운 입기도

    간호사가 방호복으로 무장을 했는데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 의료진에 가장 낮은 등급의 방호 장비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최전선에서 늘 감염 위협을 받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에 비해 최소한의 안전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각 병원 의료진 등에 따르면 국내 메르스 의료진의 방호 장비는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의 방호 장비 기준 중 최하위인 D등급이다. 고글, N95호흡마스크, 전신보호복, 장갑, 덧신 등을 착용하지만 이 장비들 자체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일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마스크와 고글, 보호복을 입은 수간호사가 36번째 환자(사망)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다.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방호 장비를 모두 착용했지만 메르스 바이러스에 뚫린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현 메르스 치료 의료진의 방호 장비 수준을 C등급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에볼라 환자 치료 중 D등급 방호 장비를 착용한 의료진이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즉각 C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거나 기관 삽관을 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막대한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며 “D등급 방호복으로는 바이러스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C등급 방호 장비를 갖추면 좋겠지만 비용 문제가 발생해 병원이 부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심지어 D등급 방호 장비마저 물량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격리병동에 근무하는 레지던트들에게 방호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비닐 가운을 입힌 채 환자를 돌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바른 장비 착용과 탈의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호 장비 자체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탈의하면 착용자의 피부 등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 2003년 유행한 사스의 경우 의료진 감염의 약 20%가 적절하지 않은 방호장비 사용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방호 장비에 의한 전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착용자의 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훈련조차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탈의 순서에 맞춰 장비마다 소독액을 단계적으로 뿌려야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해외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개인보호장비를 입고 벗는 법을 훈련했지만 메르스의 급격한 확산 이후 전혀 교육할 여유가 없었다”며 “각자 스스로 입고 벗는 방법을 그림으로 보고 이해하거나 설명서를 읽고 따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긴박한 상황이 많다 보니 탈의 순서나 2인 1조로 방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와우! 과학] 인간 ‘세포’가 죽어가는 처절한 순간...아포토시스 사진 공개

    [와우! 과학] 인간 ‘세포’가 죽어가는 처절한 순간...아포토시스 사진 공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죽는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오래된 세포는 노쇠해서 제대로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수명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세포 생물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메커니즘으로 다세포 생물은 보통 세포 하나보다 훨씬 오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계획된 세포의 죽음(아포토시스, apoptosis)은 개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만약 아포토시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곧 노쇠해져 우리는 금방 죽고 말 것이다. 어떤 세포들은 죽음을 잊어버리고 무한 증식을 시도하는 데, 이 경우는 더 위험하다. 한마디로 악성 종양 세포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포토시스는 다세포 생물에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과정이다.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면 핵은 쪼그라들고 DNA는 규칙적으로 절단된다. 그리고 세포가 점차 쪼그라들면서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를 주변에 식세포가 잡아먹어 처리한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 트로브 분자과학 연구소(La Trobe Institute of Molecular Science)의 이반 푼 박사(Dr Ivan Poon)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을 상세하게 연구해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이 내용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사진에서는 죽어가는 백혈구에서 여러 개의 구슬 같은 파편들이 조각나면서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촉수처럼 보이기도하는 긴 줄이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본래 세포 크기의 8배까지 자라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비디드 아포토포디아(beaded apoptopodia)라고 명명했다. 이 조각들은 결국 나중에 다른 백혈구에 의해 처리되어 사라지게 된다. 인간 백혈구의 아포토시스 과정은 이제까지 매우 불규칙하게 일어난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이 과정이 매우 잘 조절된 세포 자살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밝히지 못한 사실도 많다. 과학적 연구와 별개로 죽어가는 세포의 모습은 아주 난해한 현대 미술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서 많은 과학자가 앞으로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軍 현역 때 정신질환 앓았으면 예비군 제외”

    앞으로 예비군들이 사격훈련을 받을 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총기를 사용하게 된다. 현역 군 복무 시절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전역자는 예비군 편성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지난달 발생한 예비군 훈련 총기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격훈련 체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일반 예비군들이 입소 때 개인에게 지급된 총기로 사격 훈련을 했지만 앞으로는 사격장에서 K2나 M16 등 별도의 사격용 총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사격장 총기 고정틀에 ‘스마트키’ 방식의 안전고리를 제작해 예비군 사수가 이를 마음대로 해제하지 못하도록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사격장에서 예비군 1명당 사수 통제요원 1명씩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됐던 사격 통제관에게 무장과 실탄을 지급한다는 방안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2017년이후부터 사격통제관과 사수에게 신형 방탄헬멧과 방탄복 등 방호 장구를 지급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예비군 훈련 유형을 고려해 사격발수와 방법도 조정하기로 했다. 기존 동원훈련 때는 9발을 지급했지만 10발(5발씩 탄창 2개)로 바뀐다. 일반 훈련 때는 1회 3발 등 두 차례에 걸쳐 6발을 사격하나 1회에 5발씩 쏘도록 규정이 변경된다. 한편 현행 군 인사법 시행규칙은 정신 이상 및 성격장애자인 전역병사의 경우 보충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이를 개정해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전역 장병들은 제2국민역으로 분류해 예비군 편성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메르스 비켜! 글루타민으로 면역력을 높여라

    메르스 비켜! 글루타민으로 면역력을 높여라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걸릴 경우,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감기처럼 지나갈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즉, 면역력을 높이면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은 면역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적당한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해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원조 헬스 스타이자 ‘머슬 여신’ 이라고 불리는 머슬마니아(머슬매니아) 월드 챔프 이소희 선수는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휴식, 철저한 식단 관리를 통해 건강은 물론 볼륨 넘치는 몸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난 3월부터 획일화 된 다이어트에서 탈피, 3개월에 걸쳐 자신이 원하는 몸매를 건강하게 디자인하는 워너비 보디 메이킹 프로젝트 ‘슈퍼체인지’의 오렌지 팀 고수로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소희 선수는 “고강도의 운동을 하다 보면 회복도 중요한데, 그 회복 기간 동안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챙겨먹고, 근육의 손실을 방지하고자 틈틈이 단백질 헬스보충제와 글루타민을 챙긴다”며 영양소 보충의 중요성과 글루타민 같은 특수 영양도 추가로 섭취할 것을 강조했다. 그녀가 추천하는 글루타민 제품은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 사이트 ㈜스포맥스의 글루타민 플렉스골드이다.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기업 ㈜스포맥스 건강기능연구원 이보형 원장의 말에 따르면, 글루타민 플렉스골드는 글루타민 99%에 BCAA, 아르기닌 등 10가지의 주요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아미노믹스가 첨가되어 근육손실을 예방해주기 때문에 단백질 헬스보충제 제품과 함께 이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글루타민은 인체의 혈액, 근육 내에 가장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서 신체 내 암모니아가 해독되면서 면역력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근육의 산화를 방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필수 보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슬마니아(머슬매니아) 국내대회를 주관하는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 기업 ㈜스포맥스(www.spomax.kr)는 글루타민 플렉스골드를 비롯해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헬스보충제를 공급·판매해 전문 보디빌더 선수 및 헬스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한편, ㈜스포맥스에서 발행하는 국내 최고의 헬스 잡지 ‘머슬맥&맥스큐’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최대 50% 할인 혜택과 아디다스 짐볼과 푸쉬업바(6만2천 원 상당)를 증정해 인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페인 가톨릭 영성 성지를 가다] 大데레사 성녀의 땅, 아빌라

    [스페인 가톨릭 영성 성지를 가다] 大데레사 성녀의 땅, 아빌라

    16세기 유럽 가톨릭교회는 ‘혼돈의 시대’라는 말 그대로 큰 위기를 겪었다. 가톨릭 교회에선 세속적인 타락과 영적 혼란이 만연한 그 시절, 여인의 몸으로 교회의 영적 쇄신을 이끈 걸출한 인물이 회자된다. ‘첫 여성 교회학자’로 통하는 이른바 대(大) 데레사(1515-1582)성녀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관으로 스페인 가톨릭 영성 성지순례에 나선 일행이 톨레도를 거쳐 지난 8일 찾은 곳은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85㎞ 떨어진 아빌라. 데레사 성녀의 개혁정신이 오롯이 담긴 쇄신의 땅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눈에 들어오는 육중한 황톳빛 성벽. 11세기 후반 국왕 알폰소 6세의 사위 우루고위 백작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쌓은 거대한 로마식 성벽이다. 대 데레사가 하느님을 만나는 황홀경에 빠진 모습의 조각상이 놓인 아빌라 대성당을 지나 안으로 드니 데레사의 숨결이 담긴 흔적들이 널려 있다. 어둡고 비열한 현실에서 무지한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수도자의 역할을 강조해 청빈과 고행의 실천으로 일관했던 대 데레사 성녀. 아빌라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신심이 깊었고 일곱 살에 순교 성인전을 읽고 오빠와 함께 순교자가 되겠다며 아프리카로 가려 가출했던 여인이다. “데레사 성녀 탄신 500주년 되는 해”라는 안내자의 설명과 함께 일행이 먼저 찾은 곳은 성녀가 19살 되던 해 입회해 33년간 몸담았다는 엔카르나시온(강생) 가르멜 수도원. 방황과 병치레로 혼란의 사춘기를 보낸 성녀는 이곳에서 기도 중 예수님이 기둥에 묶인 채 매질 당하는 환상을 본 후 크게 각성했다고 한다. 줄곧 성녀가 치중했던 모토는 바로 ‘하느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였다. 인격적인 신을 감각적으로 느끼기를 염원했던 성녀는 잇따른 신비체험을 겪었다. 수도원 뜰에 깔린 ‘7궁방’이 치열했던 수도의 삶을 보여준다. 끝없는 정진과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공유하자는 성녀의 뜻이 오롯하다. 스페인 전역에 17개의 봉쇄수도원을 세운 데레사 성녀. 영적 개혁의 구심점인 이 수도원들의 시작이 바로 가르멜 초기 규칙대로 수도생활을 하자며 4명의 수녀와 함께 세운 ‘맨발 가르멜회’이다. 엄동설한에도 샌들만 신고 다니는 절제와 고행의 실천. 외부와의 만남을 피한 채 좁은 방에서 금욕과 기도를 이어가면서도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바른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뜻의 발현이 새삼스럽다. 당시 수녀들의 유품이 전시된 2층에 놓인 손때 묻은 첼로, 기타 같은 악기며 천장 버팀목들에 그려진 그림들이 선명하다. 훗날 수도원 원장으로 가르멜 수도원으로 돌아온 데레사는 이 2층 방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한 아이를 만나 “나는 데레사의 예수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예수의 데레사’라는 별칭이 붙게 된 신비체험의 순간이다. 생애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자비를 고백하고 기도생활을 자세히 기록한 ‘자서전’이며 기도 및 영성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 ‘완덕의 길’, 자신의 영성생활을 종합한 ‘영혼의 성’은 수도자들이 탐독하는 저서들이다. “꼭 필요한 것 중에서도 정말 필요한 것을 선별할 줄 아는 영성이야말로 성녀 데레사가 발견한 기쁨이자 충만이었다.” 엔카르나시온 수도원의 다니엘 데 파블로 마로토 신부가 기자에게 전한 귀띔이다. “저는 교회의 딸입니다.” 지금 가톨릭 교회는 임종 때 그렇게 말했다는 ’예수의 데레사’ 정신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고 있을까. 글 사진 아빌라(스페인)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골프 프리즘] “경기 지연하는 골퍼가 골칫거리 1위”

    [골프 프리즘] “경기 지연하는 골퍼가 골칫거리 1위”

    골프장 캐디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골프채를 날라주고 그린 위 퍼트 라인 위에 공을 놓아주는 경기 보조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라운드 ‘동반자’로 인식된다. 수입도 웬만한 직장인에 버금갈 만큼 적지 않다. 나름대로의 역사도 깊고 튼실하다. 국내 캐디 1호는 1963년 최갑윤(당시 21세)씨로 알려져 있다. 15세 때인 1957년 야간중학교를 다녔던 그는 낮에는 미군 골프장에서 공을 주워다 주고 1달러 안팎의 팁을 받았는데, 이게 인연이 돼 1960년 개장한 서울 컨트리클럽의 정식 직원이 됐다. 1960년대 들어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여성 캐디들이 생겨나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5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캐디가 가장 싫어하는 골퍼들은 어떤 부류일까. 골프장 토털서비스 기업인 골프존카운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16일 골프존카운티가 전국 캐디 5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79.8%가 매너 없는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비매너 고객의 유형은 경기 지연이 45.5%, 언어폭력 38.2%, 성희롱 6.0%, 과도한 내기 3.5%, 지나친 음주 3.2%, 비매너 플레이 0.2% 순으로 나타났다. 비매너 유형 가운데 으뜸인 경기 지연은 ‘슬로 플레이’ 때문이다. 이는 팀 간 7~8분을 틈을 두고 꽉 짜여진 해당 골프장의 경기 진행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캐디에게 돌아간다. 최근 왼쪽 가슴의 명찰을 모자로 옮겨다는 등 캐디들의 자구 노력(?)은 성희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설문 대상 캐디는 여성이 75%, 연령별로는 30대가 49.4%, 20대 35.1%, 40대 이상 10.3%였다. 가끔씩 수준급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는 캐디들도 있는데, 설문 대상이었던 이들의 평균 타수는 101타 이상이 40.7%나 됐다. 골프장에서의 연간 허용 라운드 수도 10차례 이상이 52.6%로 가장 많았다. ‘직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5%나 됐다. 업무 스트레스는 많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캐디가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현재 급여 수준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1.2%, ‘업무 강도에 만족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불만족(32.3%)이 만족(23.6%)보다 높았다. 캐디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기 도우미(60.1%), 분위기 메이커(39.9%)의 순으로 생각했다. 캐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43.3%), 라운드 조언 능력(21.6%), 골프 규칙에 대한 이해도(12.5%), 경기 운영에 대한 빠른 판단력(11.6%), 체력(7.1%), 외모(3.4%), 암기력(0.2%) 순으로 집계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골프 프리즘] 캐디가 꼽은 ‘가장 싫어하는 골퍼’는

    [골프 프리즘] 캐디가 꼽은 ‘가장 싫어하는 골퍼’는

    골프장 캐디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골프채를 날라주고 그린 위 퍼트 라인 위에 공을 놓아주는 경기 보조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라운드 ‘동반자’로 인식된다. 수입도 웬만한 직장인에 버금갈 만큼 적지 않다. 나름대로의 역사도 깊고 튼실하다. 국내 캐디 1호는 1963년 최갑윤(당시 21세)씨로 알려져 있다. 15세 때인 1957년 야간중학교를 다녔던 그는 낮에는 미군 골프장에서 공을 주워다 주고 1달러 안팎의 팁을 받았는데, 이게 인연이 돼 1960년 개장한 서울 컨트리클럽의 정식 직원이 됐다. 1960년대 들어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여성 캐디들이 생겨나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5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캐디가 가장 싫어하는 골퍼들은 어떤 부류일까. 골프장 토털서비스 기업인 골프존카운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16일 골프존카운티가 전국 캐디 5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79.8%가 매너 없는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비매너 고객의 유형은 경기 지연이 45.5%, 언어폭력 38.2%, 성희롱 6.0%, 과도한 내기 3.5%, 지나친 음주 3.2%, 비매너 플레이 0.2% 순으로 나타났다. 비매너 유형 가운데 으뜸인 경기 지연은 ‘슬로 플레이’ 때문이다. 이는 팀 간 7~8분을 틈을 두고 꽉 짜여진 해당 골프장의 경기 진행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캐디에게 돌아간다. 최근 왼쪽 가슴의 명찰을 모자로 옮겨다는 등 캐디들의 자구 노력(?)은 성희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설문 대상 캐디는 여성이 75%, 연령별로는 30대가 49.4%, 20대 35.1%, 40대 이상 10.3%였다. 가끔씩 수준급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는 캐디들도 있는데, 설문 대상이었던 이들의 평균 타수는 101타 이상이 40.7%나 됐다. 골프장에서의 연간 허용 라운드 수도 10차례 이상이 52.6%로 가장 많았다. ‘직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5%나 됐다. 업무 스트레스는 많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캐디가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현재 급여 수준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1.2%, ‘업무 강도에 만족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불만족(32.3%)이 만족(23.6%)보다 높았다. 캐디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기 도우미(60.1%), 분위기 메이커(39.9%)의 순으로 생각했다. 캐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43.3%), 라운드 조언 능력(21.6%), 골프 규칙에 대한 이해도(12.5%), 경기 운영에 대한 빠른 판단력(11.6%), 체력(7.1%), 외모(3.4%), 암기력(0.2%) 순으로 집계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매일 견과류 10g, 주요질환 사망률 줄여 (연구)

    매일 견과류 10g, 주요질환 사망률 줄여 (연구)

    하루에 땅콩(씨앗)을 비롯한 견과류를 10g만 섭취해도 암과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55~69세 남녀 12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 코호트 연구 자료를 분석해 땅콩과 견과류를 매일 최소 10g씩 섭취하면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주요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낮아지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땅콩버터를 섭취하는 경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땅콩과 견과류에는 여러 비타민과 식이섬유, 항산화물질,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땅콩버터에는 소금과 트랜스 지방이 들어있어 효과가 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에서 남녀 모두에게서 가장 크게 사망률이 감소한 질환은 호흡기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 당뇨병이며 뒤이어 암과 심혈관 질환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섭취 습관을 땅콩과 견과류, 땅콩 버터로 나누고 양과 빈도에 따라 분석했다. 그 결과, 규칙적으로 땅콩과 견과류를 섭취한 사람들은 더 젊고, 더 많은 교육을 받았으며, 술은 더 마시지만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고 되도록 보충제를 섭취하려 하며 고혈압은 아닌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견과류를 먹는 여성은 보통 날씬했으며 흡연하지 않고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적었다. 연구를 이끈 피에트 반덴브란트 역학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견과류를 더 많이 섭취한다고 사망 위험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결과는 또 네덜란드 코호트 연구를 이용한 암과 사망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역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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