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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자택 경비원 “잘 안 입는 반바지 차림에…어젯밤 웃으며 인사”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자택 경비원 “잘 안 입는 반바지 차림에…어젯밤 웃으며 인사”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자 롯데그룹의 2인자인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26일 숨진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전날까지도 주변 사람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자택인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사고 소식을 듣고 몰려온 취재진과 만나 어젯밤 근무하던 경비원의 이야기를 전하며 “어두운 표정이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 부회장이 어제 오후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들어오면서 우편물을 확인한 뒤 웃는 표정으로 경비원과 만나 ‘조금 있으면 부인도 퇴원할 것’이라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부인은 보름 전께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경비원이 이 부회장의 귀가 모습은 봤지만 나가는 모습은 못 봤다고 하는 거로 봐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반바지를 잘 입지 않는데 어제는 평소와 달리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들은 이 부회장 부부가 워낙 조용한 성품이어서 이웃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주민은 오전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등 사고 보도를 접하고서야 이 부회장이 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아는 눈치였다. 이 부회장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경비원은 “오늘 아침에 TV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알았다”면서 “평소에 점잖으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살’ 이인원, 롯데그룹 2인자…신동빈 지지로 ‘살생부’ 올라

    ‘자살’ 이인원, 롯데그룹 2인자…신동빈 지지로 ‘살생부’ 올라

    26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이인원(69) 롯데그룹 부회장은 오너인 신동빈 회장에 이어 롯데그룹의 ‘넘버 2’로 꼽힌다. 그는 최근까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으며, 황각규(62)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그룹으로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43년간 몸담으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아들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얻어 대를 이은 최측근 심복이다. 그는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2011년 오너 일가가 아닌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20여년간 롯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1947년 8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경북대사대부고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 1987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7년까지 롯데쇼핑에서 관리이사, 전무이사,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도와 롯데쇼핑의 사세를 확장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신임을 얻었다. 수십 년간 신 총괄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온 이 부회장은 눈빛만 봐도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혔다. 2011년 발간된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임종원 전 서울대 교수 집필)라는 책에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연세가 아흔 살에 가까우신데도 아직도 청년 시절과 다름없는 열정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신 총괄회장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을 맡아 당시 정책본부장이던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능력을 또 한 번 인정받았으며 2011년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올랐다. 공격적이고 서구적인 경영 스타일의 신 회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스타일대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의견을 제시하며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격호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신동빈 회장 편으로 기운 것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면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 편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을 해임을 지시하는 인사명령서, 이른바 ’살생부‘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황각규 사장과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당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 이후 ’신동빈의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롯데그룹의 ’산 역사‘로도 불리는 이 부회장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로서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 처리가 철두철미하면서도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합리적인 경영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50대에 사장이 된 이후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 철저한 업무 처리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존경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며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윤리의식도 강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 귀에 캔디 PD “통화 상대 사전에 몰라..서장훈 오늘 알아챈다”

    내 귀에 캔디 PD “통화 상대 사전에 몰라..서장훈 오늘 알아챈다”

    ‘내 귀에 캔디’ PD가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25일 tvN 리얼리티 ‘내 귀에 캔디’ 측은 방송을 앞두고 각종 SNS에 쏟아진 질문에 대한 유학찬 PD의 답변을 공개했다. ‘내 귀에 캔디’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익명의 친구 ‘캔디’와의 비밀 통화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하는 폰중진담 리얼리티 프로그램. 겉보기엔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한류스타 장근석, 방송인 서장훈, 배우 경수진, 지수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익명의 친구와 통화하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일상과 고민,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달콤하면서도 유쾌한 각양각색 캔디와의 케미스트리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프로그램 제목을 비롯해 익명의 친구를 ‘캔디’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지영-택연의 노래 ‘내 귀에 캔디’에서 ‘달콤하게 내 귓가에 속삭여 달라’는 가사를 통해 영감을 얻어, 출연자들을 위로해 주고 토닥여 주는 익명 친구의 이름도 ‘캔디’라고 짓게 됐다. ◆ 캔디는 어떤 점을 중점으로 섭외했나요? 섭외 요청했을 때 캔디들의 반응은? 출연자와 썸이나 멘토, 우정 등 케미가 있을 법한 사람으로 섭외했다. 아무래도 얼굴보다는 목소리가 주로 나오니, 전화로 들었을 때 출연자들도 마음이 끌릴 수 있는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면 더 좋다. 캔디 섭외를 요청했을 때 대부분 좋아했다. 영화 ‘허(Her)’를 본 분들은 영화 속 스칼렛 요한슨 역할이라는 점을, 영화를 보지 못한 ‘나타샤’(서장훈의 캔디) 같은 분들은 옛날 폰팅 하면서 설렜던 것을 떠올리며 좋아했다. ◆ 서장훈, 지수의 캔디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이 잘 맞히던가요? 시청자 분들이 다 잘 알더라(웃음). 우리 프로그램이 캔디가 누구인지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지만 퀴즈처럼 맞히는 프로는 아니니, 출연자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더 재미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장근석의 캔디가 유인나인 걸 알게 된 후 오히려 장근석과의 대화가 더 궁금하기도 하니 말이다. ◆ 앞으로 또 어떤 스타일의 캔디가 나올 예정인지? 이번 주 등장하는 경수진의 캔디는 남자다.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경수진의 연애세포를 깨울 수 있는 ‘연애 요정’ 콘셉트다. ◆ 출연자들은 정말로 상대가 누군지 모르나요? 장근석은 진짜로 통화 끝날 때까지 몰랐다. 실제로 첫 방송 후에 유인나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서장훈은 오늘 방송에서 캔디를 알아맞힌다. 캔디가 처음에는 차분하게 얘기하다가, 나중에 흥분해 원래 억양이 나오니 서장훈이 캔디 이름을 불렀다. ◆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면 통화를 하지 못하는 규칙을 만든 이유는? 출연자들이 대화할 때 아쉬움과 여운을 느꼈으면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부모님이든 누구든 평소에 해야 할 말을 나중으로 미루는데, 유한한 시간을 주면 더욱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이 사람에 대해서만 궁금해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에 마음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하라는 뜻이다. ◆ 마지막 통화 후 출연자들의 반응은? 지수의 캔디 ‘순정’은 마지막 통화 후 눈물을 보였다. 사실 처음에는 예능이니 웃기려고 했다가, 점점 몰입하다 보니까 진짜 자기 모습이 나왔다고 하더라. 방송에서 자기 얘기를 하고 자신을 어떤 직업이 아닌 ‘여자’로 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타와 익명의 통화 친구 ‘캔디’의 폰중진담 리얼리티 tvN ‘내 귀에 캔디는’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부부싸움하다 아내 실신시킨 50대 공무원 구속

    부부싸움하다 아내 실신시킨 50대 공무원 구속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내를 마구 때려 실신시킨 50대 공무원 남편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권기철 부장판사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상해)로 기소된 A(53·공무원)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5일 오후 8시 50분 술을 마시고 자신의 집에서 들어가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고 화가 나 아내의 뺨을 때렸다. A씨는 “왜 때리느냐”고 반발하는 아내의 머리채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하고 대나무로 마구 때려 정신을 잃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아내와 불륜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행이고 사건 당일 귀가해 범행현장을 확인해 119에 신고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전면부인했다. 이웃들은 A씨가 부부싸움을 하면서 심한 욕설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A씨는 말싸움을 할 뿐이지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아내를 때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권 판사는 “사건 발생장소인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보니 A씨 이외에 범행할 만한 사람이 전혀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A씨가 귀가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쓰러진 아내의 모습을 촬영하고 귀가 후 27분이 지나 112에 구조신고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무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아내가 정신을 잃자 자신의 죄를 면탈하기 위해 피해자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한 뒤 신고했고 피해자는 뇌출혈 시술을 받고 50일 만에 퇴원했으나 인지기능저하와 불안장애 등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경형 칼럼] 어디 ‘민심 수석’ 없소

    [이경형 칼럼] 어디 ‘민심 수석’ 없소

    역대 대통령들은 통치술의 중요한 도구로 민정수석을 부렸다. 민정수석을 통해 민심을 살피고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 및 정보기관의 정보를 종합 보고받고, 국정 운영 차원에서 사정기관의 활동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3, 4공화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에겐 친인척 관리를 주로 담당케 했고, 민원수석과 정보수석을 별도로 운영했다. 5공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정수석, 민정수석, 법무수석을 따로 두면서 ‘실세 참모’ 허삼수와 이학봉에게 각기 사정과 민정을 맡게 했다. 현행 5년 단임제 권력구조가 정착된 6공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엔 민정수석실만을 운영하다가 중반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사정수석을 신설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 일원화하여 운영했지만 청와대 바깥의 여러 채널을 통해 늘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이름처럼 민정수석 외에 시민사회수석, 국민참여수석, 인사수석을 별도로 운영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두 차례나 민정수석으로 임명해 ‘노무현의 칼’로 활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처럼 민정수석, 인사수석을 두었고, 인사수석은 주로 인사 요인이 생겼을 때 관련 자료 준비, 평판 조회, 인사 추천절차 진행 등을 맡았다. 군인 출신 대통령들은 정보기관장이나 자신의 참모들이 정보를 중간에서 담합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정보기관들이 각기 수집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원본 그대로 보고하지 않고 해당 기관끼리 사전에 조율하여 윤색한 정보를 보고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들은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1대1 독대 보고 방식을 수시로 활용했다. 대통령이 독대 보고를 받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보의 과잉이 오히려 대통령의 결심을 어렵게 하고, 국정 행위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며 해당 권력 기관에 불필요하게 힘을 실어 줄 우려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의 독대 보고를 받기도 하지만, 관계 수석비서관을 통해 행정 각 부처의 업무를 종합 보고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은 정보 및 사정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신뢰가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 수석의 ‘깨알 보고’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만기친람식으로 유도할 수 있고, 민정수석의 시각으로 정보가 종합되고 윤색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 수석 사태는 급기야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대통령의 칼’인 민정수석과 그 민정수석의 활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이 관복을 입은 채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은 코미디 같은 비극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 5, 6공화국은 ‘육법당’이라고 불릴 만큼 육사 출신, 검사 출신들이 권력의 핵심에 있었지만, 당시에도 국정 운영은 법의 잣대보다 정무적 판단을 우위에 두었다. 국정에서 정무적 판단은 민심의 흐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민정수석은 많은 권력기관의 정보를 관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대통령이 여기에 적극 대응하도록 보좌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민정수석이 민심 이반의 한가운데 서 있으니 이를 어찌 풀 수 있겠나. 본격적인 대선 정국 전개는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고개를 흔드는 민심을 누군가 대통령에게 직보해야 한다. ‘근본 없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대표에게 청와대가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는 것은 당 대선 후보 정지 작업도 원활하게 할 수 있어 당청 상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권의 정치 원로들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하다못해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동안만이라도 ‘완장’을 떼는 일시 직무정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처서가 지나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데 우 수석 사태까지 겹쳐 민초들의 가슴이 더욱 답답하다. 주필
  • [문화마당] 감각의 균형/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감각의 균형/김재원 KBS 아나운서

    지난봄부터 넉 달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방송언어교실을 진행했다. 서울 서대문에 있는 ‘영광 시각장애인 모바일 점자 도서관’에서 주관한 이 프로그램은 방송 진행을 꿈꾸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꿈의 실현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담임을 맡아 토요일마다 이들을 만났다. 대전의 사회복지사, 충주의 장애인이동센터 책임자, 부천의 도서관 사서, 서울 사는 오케스트라 트럼본 연주자와 바리스타 교육 강사까지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30~40대로 어린 시절부터 방송 진행자가 꿈이었다. 하지만 시각장애라는 조건이 꿈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었다. 면접날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열정 외에는 높이 평가할 그 어떤 것도 없던 이들이 넉 달 후에는 제법 방송인 흉내를 내게 됐다. 타고난 좋은 목소리로 인터넷 방송 경험이 있는 진혁씨, 책을 워낙 많이 읽은 종필씨, 뮤지컬 무대에서 재능을 검증받은 정희씨, 놀라운 친화력으로 수업 분위기를 시종 즐겁게 만든 금자씨, 차분한 성격에 놀라운 글솜씨를 가진 언정씨까지 그들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이른바 오감은 인간이 받은 선물이다. 육감은 제외하고라도 우리는 이 감각을 균형 있게 사용하고 있을까. 시각이라는 약점을 만회하고자 청각과 촉각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시각 의존도가 무척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각으로 대부분 정황을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귀 기울여 듣지도 않고, 손으로 느껴 보려 하지도 않았다. 미각과 후각은 단순히 먹기 위한 감각이었다. 그들은 늘 귀 기울여 듣고, 손끝을 바쁘게 움직여 점자를 읽고, 글을 써 냈다. 넉 달간의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그들만큼 내게 주어진 감각을 지혜롭게 활용하지 못했고, 말을 한다는 명분으로 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덮고 있었다. 가끔 수유리에 사는 진혁씨를 전철을 타고 데려다주면서 감각의 균형을 확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수료식이 끝나고 그들과 연극 구경을 갔다. 배리어프리 연극 ‘밥’이었다. 장애인들의 장벽을 제거해 비장애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극장 측과 협의해 좌석 30개를 뜯어내 휠체어 공간을 만들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개인용 자막 모니터를 설치했다. 시각장애인은 수신기를 귀에 꽂고 무대 해설을 들으면서 연극을 관람한다. 물론 점자 자료도 제공된다. 최소한의 기본 장벽을 제거한 것이다. 늘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감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배려뿐이었다. 7월의 마지막 토요일 한강 세빛섬에서 한여름 밤의 콘서트가 열렸다. 시각장애인 전문 오케스트라인 한빛예술단의 영화음악 OST 콘서트가 열렸다.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문 오케스트라인 그들의 연주는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히며 관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그들은 지휘자의 음성을 수신기로 들으며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이루어 냈다. 진행을 하던 나는 이런 제안을 했다. “먼저 좋아하는 악기를 선택하십시오. 한 곡쯤은 눈을 감고 그 악기를 연주하는 흉내를 내며 그들의 입장에서 감상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그들의 마음이 만져지며, 그 여운이 더 오래 남을 겁니다. 물론 힘들겠지만요.” 우리가 명상을 할 때 눈을 감는 것은 바로 우리가 시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참, 그들은 올가을부터 배리어프리 방송국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한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그의 웃음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했다. 좌절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더 커지고 짙어진 것일까. 소박하게 꾸며진 사장실 문을 열면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적힌 액자가 첫눈에 들어온다. 사무실과 공장을 겸하고 있는 경기 일산 본사에서 지난 17일 만난 김원길(55) 바이네르 사장에게서 “힘들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뇌며 넘어지고 일어나 달려온 40년을 들어봤다. -옷가지 몇 벌이 든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나는 영등포역에 내렸다. 처음 밟은 서울 땅. 또래들처럼 학교에 다녔더라면 고2 새 학기의 시작에 들떠 있었을 1978년의 봄이었다. 당시 영등포는 사람과 상점, 공장, 유흥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번잡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겁이 났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목이 탔다. 화장실에서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시고 세수를 했다. 시간은 오후 4시. 자, 이제부터 한 집 한 집 내가 있을 곳을 찾아나서 보자. “제가 구두 만드는 기술이 있는데요, 저 좀 써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땅거미가 내리고 전등에 하나둘 불이 들어와도 나를 받아주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퇴짜를 맞은 집이 스무 곳 가까이 되어갈 즈음, 문래동 쪽 허름한 구둣방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월급은 없이 하숙집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기만 하는 조건이었지만 마다할 수가 없었다. -내 솜씨를 본 구둣방 주인은 좀 놀라는 눈치였다. 열일곱 살 먹은 ‘충청도 촌놈’치고는 실력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곳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름이 되자 주인이 불렀다. “장마철이라 물건이 너무 안 팔린다. 더이상 널 먹이고 재워 줄 능력이 안 된다.” 말하자면 정리해고였다. -“구둣방에서 잘렸어요.” 몇 달 동안 하숙하며 친해진 룸메이트 형에게 사정 얘기를 했다. “내가 강원도 양양 출신이어서 잘 아는데, 설악산에 가면 일자리가 있을 거야.” 귀가 번쩍 뜨인 나는 다음날 새벽같이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로 달려갔다. 그날 늦은 오후가 돼서야 도착한 설악산. 몇 달 전 영등포 역전에서처럼 상점과 산장의 문을 한 집 한 집 두드렸다. 하지만 하숙집 형의 말과 현실은 달랐다. 서울로 돌아갈 차비는커녕 김밥 하나 사먹을 돈도 없는데 서늘한 밤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냥 죽으란 법은 없었다.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말할 요량으로 찾아간 산장에서 “방 청소하고 손님들 가방 들어 주면 한 달에 5만원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당시 설악산은 신혼여행이 피크였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들어 주자 팁이란 걸 주는데, 한 번에 2000~3000원은 기본이었다. 새로운 삶의 희망에 들뜬 신혼부부들은 일반 등산객들보다 손이 컸다. 지배인이 보는 데서 받은 팁은 도로 토해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팁은 고스란히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 팁에 맛을 들인 나는 강아지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밖에서 발소리가 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갔다.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해야 더 많은 팁을, 그리고 지배인이 안 보는 데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갔다. 한 달이 지나자 다락방에 몰래 감추고 벽돌로 눌러놓았던 팁이 50만원으로 불어났다. 월급의 10배였다. 그 돈을 들고 나는 미련 없이 설악산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1961년 충남 당진에서 5남 2녀의 셋째로 태어났는데, 가족이 의지할 거라곤 손바닥만 한 논 몇 마지기가 전부였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허약한 형을 대신해 풀 베고, 땔감 구하고, 논에서 피 뽑는 노동의 무게를 다 짊어져야 했다. 그 보상일까. 초등학교까지만 보낸 형, 누나와 달리 아버지는 나를 중학교에 넣어주셨다. 하지만 중학교 3년 동안 수시로 학업 중단의 위기가 찾아왔다. “엄마, 저…학교에서…100원만 가져오래요.” 집안 사정 뻔한데 차마 말 못하고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며 돈을 꾸러 다녀야 했다. “진작에 얘기했으면 좀 더 일찍 알아봤을 것 아니니.”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봐야 어머니의 긴긴밤 잠 못 드는 괴로움만 더 깊어졌을 거란 사실을. 풀이 죽은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물을 애써 외면하며 집을 나서곤 했는데, 나는 울지 않았다. -학교생활은 1977년 2월 중학교 졸업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중학교 3년이 나에게 보장된 최후의 학업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던 터라 고등학교 진학 얘기는 아버지도 나도 꺼내지 않았다. “원길이는 내 밑에서 구두 기술 배워라.” 서산 읍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시던 작은아버지가 같이 일을 하자고 하셨다. 초등학교 때 지게를 직접 만들기도 했던 조카의 손재주를 익히 알고 있던 작은아버지였다. 하지만 ‘좁은 곳’에서 평생을 ‘족(足)쟁이’로 썩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 ‘넓은 곳’을 찾아 경기 고양군 지축면(현재의 지축동)의 분재농장에 취직을 했다. 하지만, 한 달 1만원을 받아서는 내 한 몸 먹고 자기에도 빠듯했다. 슬슬 염증이 났다. -“돈 번다고 올라가더니 사는 게 그리 만만하더냐.” 그해 9월 추석에 집에 와서 작은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욕심 부리지 말고 우리 가게로 와라. 이 기술 하나면 먹고사는 데 문제없다.” -서산 구둣방에서 처음 배운 것은 가죽과 밑창이 단단히 붙도록 망치질을 하고, 접착면에 ‘뻬빠질’(사포질)을 하는 일이었다. “역시, 원길이 손재주는 대단하구나.” 남들이 1년을 해도 떼지 못한다는 남성용 구두 제작 전 공정을 나는 5개월 만에 마쳤다. “그 재주로 시골에 있긴 아깝다. 서울 가서 서울 기술 배우거라.” 동료 아저씨들의 말이 몇 번 반복되자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아버지는 나의 고민을 이해해 주셨다. 그래서 작은아버지가 쥐여주신 차비를 들고 나는 1978년 그 봄에 영등포역 가는 기차를 탔던 것이다. -설악산에서 번 55만원으로 경기 성남 상대원동에 월셋집을 얻고 서울 중곡동 어린이대공원 근처 구두 공장에 취직했다. 당시 제화업계의 판도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케리부룩의 순이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케리부룩에 납품하던 참스제화였다. 본격적으로 여성용 구두 만들기를 익혔는데, 얼마 후 나는 참스제화 안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을 갖게 됐다. 그렇게 5년이 지났을 즈음 케리부룩에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1983년 9월 스물두 살 때였다. -‘생산라인에 있으면 신발을 20켤레 만들 수 있지만 관리자가 되면 2000켤레, 2만 켤레의 생산을 직접 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더 큰 것’, ‘더 높은 곳’에 목말라 했다. 그래서 나를 믿고 부른 케리부룩 김정현 사장님에게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장님은 원했지만 주변에서 말들이 나왔다. ‘생산관리를 고작 중졸 출신에게 맡기다니’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관리직의 문들 두드렸고, 얼마 후 포장반에 배치됐다. 구두에 상표를 붙여 사각 박스에 담는 단순노동을 하는 곳이었지만, 그나마 관리직이라는 이름표를 갖고 있는 부서였다. 생산라인에 있을 때 100만원이던 월급이 포장반으로 오니 20만원으로 깎였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계산은 적중했다. 몇 달 후 완제품을 최종 검사하는 검수반으로 옮겼다. ‘완벽한 제품’을 강조하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깐깐하게 검사를 했다. 어느 날 공장 기술자 100여명이 “우리를 괴롭히는 김원길을 자르라”고 대놓고 사장님에게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사장님은 나를 지지했다.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그걸 마다할 사장이 어디 있겠나. 나는 ‘시키지 않은 짓’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했다. 시장 조사였는데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경쟁제품 중에 잘 팔리는 건 어떤 게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1989년 인천백화점에서 우리 케리부룩 매장을 퇴출시키겠다고 통보해 왔다. 내가 영업관리를 하며 어렵게 입점을 성사시킨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월 매출이 600만원으로 다른 업체의 5분의1밖에 안 된다는 이유였다. 백화점에 시간을 한 달만 더 달라고 했다. ‘저 많은 걸 나 혼자선 절대로 못 판다.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팔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값 특가 세일과 동시에 내가 백화점 매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여러분, 케리부룩 CM송 부르시면 구두를 그냥 드립니다.” 당시 ‘허리를 미끈하게 펴고~ 무릎을 쭉 뻗으면~ 케리부룩 케리부룩 예쁘게 걸어요~’라는 우리 TV CM송은 꽤나 인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 달 매출이 1억 1000만원으로 거의 20배가 됐다. 그걸 계기로 뉴코아, 롯데, 신세계 등 서울 시내 백화점에 속속 입점을 했고 나는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에 대한 시기와 모함도 커져 갔다. ‘사장이 되려고 한다’, ‘회삿돈을 제 맘대로 쓴다’ 악성 루머가 사내에 돌았다.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분노를 하니 더이상은 회사에 다닐 수가 없었다. -1990년 사표를 던졌다. 언젠가는 예정됐던 일, 그게 조금 앞당겨졌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케리부룩 퇴직금 280만원과 사장님이 별도로 챙겨주신 200만원을 밑천으로 서울 용산에 선심(구두의 앞코에 들어가는 부속) 제조회사를 차렸다. 간판은 ‘원길’로 내걸었다. 장사는 그럭저럭 됐는데 돈이 안 들어왔다. 못 받은 외상값이 2000만원이 넘어갔고, 빚이 쌓여 갔다. 답답한 마음에 전에 거래했던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바이어를 만났다. “아이고, 김 대리 회사 관두고 나서 케리부룩 엉망 됐어요.” 케리부룩 김 사장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롯데백화점에 물건 한 트럭 보내주세요. 제가 팔아볼게요.” 매출의 10%가 내 몫이었다. -“사장님, 제가 직접 구두 만들어서 케리부룩 상표 붙여 팔겠습니다.” 다시 기세가 오른 나는 케리부룩에 로열티를 주고 하청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는 이번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1993년 케리부룩 대표가 된 전문경영인이 케리부룩 상품권을 헐값에 불법 발행해 구속이 됐고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상품권들은 휴지조각이 됐고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구두와 빚더미에 거리로 나앉을 판이 됐다. 불면의 날이 이어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왔다. 하지만, 20대 때 연탄가스를 마시고도 씩씩하게 출근을 했던 나였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때마침 어떤 고마운 분이 급전을 융통해 줘서 최종 도산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회사 이름을 ‘안토니’로 바꾸고 그럭저럭 구두회사를 꾸려가고 있던 1994년 뜻하지 않은 전기가 찾아왔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구두 박람회 ‘미캄’에 갔는데 바이네르의 컴포트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나와 한국 독점판매 계약을 맺자”고 했다. 당시 바이네르는 하루 1만 2000켤레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였다. 한국 수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들을 나는 어렵사리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예상대로 국내에서 바이네르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에 주문을 넣고 제품을 받기까지 무려 석 달이나 소요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직접 생산이 절실해졌다. -“내가 한국에서 알아주는 구두 기술자다. 바이네르 상표를 붙여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팔면 안 되겠나. 바이네르의 명성에 먹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그들을 꼬박 6개월을 설득했다. 나의 한결같은 노력은 바이네르 회장을 감동시켰고, 결국 나는 일산의 아파트형 공장에서 하루 50켤레씩 컴포트화 생산을 시작했다. -바이네르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악재가 터졌다. 나를 아껴주었던 이탈리아 본사 회장이 돌아가시고 그 분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았는데, 회계사 출신인 그는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에서 그렇게 잘 팔리는데, 로얄티를 이 정도 밖에 안 내나.’, ‘이탈리아 본사에서 수입해 가는 물량을 더 늘려라.’ 아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나는 서서히 바이네르와의 결별을 준비했다. 광고도 바이네르의 비중을 줄이고 우리 자체 브랜드인 안토니에 집중했다. 그런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은 특히 충격이 컸다. 거기에서 바이네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바이네르는 당시 유럽과 홍콩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나는 이탈리아로 가서 아들을 만났다. “너희들 자금난이 심각하다는데, 내가 지원을 해줄 테니 바이네르 브랜드를 나에게 팔아라.” 그들은 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이탈리아에 바이네르 공장이 10군데 정도 있는데 그들이 쓰는 브랜드 상표권은 내가 갖고 있다. -바이네르 신발이 편안한 비결이 뭐냐고 많은 사람이 묻는다. 그러면 나는 “고객의 마음은 당신이 그 질문을 하는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일러준다. 고객은 항상 더 예쁘고, 더 편안한 구두를 찾는다. 그걸 떠올리면 절대로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하거나, 맘 놓고 쉴 수가 없다. 고객은 혹시 한 번은 몰라도 절대로 두 번은 봐주지 않는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발이 편안한 신발을 뜻하는 ‘컴포트화’를 통해 연간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계 3위 바이네르의 최고경영자(CEO)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구두 분야의 장인(匠人)으로, 특히 ‘중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바이네르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국 60여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가난으로 배움을 다하지 못했던 그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안토니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골프 꿈나무에게 연간 2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수도권의 독거노인을 초청해 효도잔치를 열고 있다. 박애원, 벧엘의집 등 수많은 복지시설에 물품을 보내고 있다.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급여를 보장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다양한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961년 충남 당진 출생 ▲당진 도성초등학교, 미호중학교 ▲1984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제화부문 동상 수상 ▲1994년 안토니 설립 ▲2008년 국무총리 표창, 2012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2012년 철탑산업훈장, 2013년 아름다운 납세자상 수상
  • 인간문화재 첫 관문 국가가 심사… “평소보다 더 떨리네요”

    인간문화재 첫 관문 국가가 심사… “평소보다 더 떨리네요”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은 난생처음이라 더 떨리네요.” 지난 22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심사가 진행된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덕용(30)씨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응시자 대기실 복도를 오가며 초조함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앞사람 심사가 끝났다. 이씨는 심사장으로 향했다. 무대 중앙에 8폭 병풍을 배경으로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진행자가 네모난 통을 들고 다가왔다. 통엔 경기민요 12좌창 중 심사를 할 다섯 곡의 제목이 적힌 종이가 담겨 있었다. 통에서 두 곡을 뽑았다. 집장가와 소춘향가였다. 심사위원 5명을 앞에 두고 돗자리 위에 놓인 방석에 다소곳이 앉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장구 가락에 맞춰 집장가부터 불렀다. 구성진 소리가 소극장에 울려 퍼졌다. 7분이 지나자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씨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음 곡을 이어 갔다. 노래 부르는 전 과정은 카메라 2대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정성 시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공정성 시비 막자” 카메라로 전 과정 녹화도 심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이씨는 “시험을 앞두고 하루 5시간씩 꾸준히 연습했는데 연습한 만큼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정확한 귀와 명석한 두뇌, 매의 눈을 갖고 있는 심사위원 분들 앞에서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 많이 떨리고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날 응시자 14명 중 최연소였다. 정미덕(50)씨도 이씨와 같은 심정이었다. “무지 떨렸어요. 너무 긴장해서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게 아쉬워요. 쉬운 건데 긴장하니까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안타까움과 감동을 동시에 연출한 장면도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한 응시자가 노래를 부르다 가사를 까먹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때 심사위원석에서 ‘춘향이가 이 도령 만나’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한 소절 한 소절 선창하며 응시자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후에도 가사를 잊고 불안해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래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응시자가 낙담한 표정으로 무대 뒤로 퇴장하자 한 심사위원이 탄식했다. “안타깝다. 응시자 중 음색이 제일 뛰어나고 노래도 아주 맛깔나게 부르는데, 정말 안타까워.” 지난달 8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佛畵匠)을 필두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인간문화재 이수자 심사가 시작됐다. 보유자나 보유단체의 이수자 심사와 이수증 발급 권한을 22년 만에 국가로 환원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수자 국가 심사는 이수자 심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시행된 게 계기가 됐다.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1983년 이수자 심사와 이수증 발급을 시작했다. 1994년 심사 권한이 정부에서 보유자나 보유단체로 넘어갔다. 당시 일부 보유자들이 보유자가 가르치는 제자들의 이수자 심사는 보유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심사의 객관성·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10년 전부터 국가에서 이수자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이춘희 경기민요 보유자는 “보유자들이 인정에 이끌려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었고, 심사위원을 모신다고 해도 보유자들과 친한 사람들을 모셔 공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수자·이수자·조교 거쳐야 인간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가 되려면 전수자, 이수자, 조교를 거쳐야 한다. 3년 이상 전수 교육을 받은 전수자는 누구나 인간문화재 지정 첫 단추인 이수자 심사에 응시할 수 있다. 응시자는 심사위원 5명 중 최고·최저 점수를 제외한 3명의 평균 점수가 70점 이상 돼야 합격할 수 있다. 심사를 통과하면 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이 주어지고, 조교 심의 대상이 된다. 정부의 전승지원금 혜택을 받는 조교와 보유자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강경환 무형유산원장은 “그간 보유자나 보유단체에서 이수자 관리를 하지 않아 언제 이수증을 발급받았는지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구비돼 있지 않았다”며 “앞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이수자 심사·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이수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다양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블라인드’ 눈감은 회장님 ‘핫이슈’로 소통할까요

    [경제 블로그] ‘블라인드’ 눈감은 회장님 ‘핫이슈’로 소통할까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블라인드’(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를 끊고 자체 홈페이지 직원 토론방인 ‘핫이슈’로 아예 갈아탔다고 하는데요. 무슨 내막이 있었던 걸까요. 그간 윤 회장은 ‘블라인드’ 앱을 통해 올라오는 불만이나 건의 사항에 귀를 기울이며 의견 수렴을 하곤 했습니다. 모 지점장의 비위·비리 관련 사실이나 인사 제도 등까지 다양한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블라인드’에 윤 회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루머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KB국민은행이 국세청에서 거액의 세금을 환급받게 됐는데 윤 회장이 평소 절친한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에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주고 소송을 맡겼다는 인신공격성 글이 떠돌았고, 이 글을 보고 윤 회장이 언짢아했다”고 전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법인세가 과도하게 부과된 것을 알고 서울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법인세 4000여억원을 돌려받은 과정에서의 일을 말한 겁니다. 계열사 직원 간 임금차별 문제도 ‘블라인드’에 올라왔습니다. 은행원들이 “영업점에서 국민카드를 팔아 챙기는 수수료 이익이 연 3000억원이 넘는다”며 “일은 은행원들이 다 해 주는데 급여 수준은 계열사 꼴찌”라고 성토한 겁니다. 윤 회장은 내부 불만은 안에서 얘기하자며 지난 2월 전 직원 게시판에 ‘핫이슈’ 토론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을 당할 수도 있어 직원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꺼려 했습니다. 윤 회장은 “익명 게시글 작성자를 색출하거나 IP를 추적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는지 내가 직접 주기적으로 확인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핫이슈 의견을 더 챙긴다고 하네요. ‘계급장’을 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은 권할 만한 일입니다. 구성원 의견에 귀 기울이는 조직이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외부 ‘블라인드’든, 내부 ‘핫이슈’든 감시가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나주 새달부터 고교생 안심귀가 서비스

    전남 나주시는 전국 처음으로 다음달 1일부터 지역 고등학생들이 심야학습 이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한 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4개 학교의 남녀 학생 342명이 대상이다. 안심귀가 서비스는 강인규 나주시장의 공약사항으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밤 10시 이후 집으로 돌아갈 때 대중교통이 끊겨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다. 시는 지난 23일 봉황고와 금성고, 영산고, 나주고 등 4개 학교와 나주교통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0개 노선·15개 읍면동을 운행하는 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시내버스가 스쿨버스처럼 나주·영산포 터미널 두 곳에서 출발해 각 학교를 거쳐 해당 지역 장소로 가는 형태다. 버스 운행시간은 밤 9시 40분부터 자정까지로 모두 10대의 차량이 운행한다. 강 시장은 “학생들이 밤늦게까지도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착돼 나갔으면 좋겠다”며 “학부모들 또한 자녀들의 귀가에 대한 불안감을 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박종혁 감사원 ‘1호 감사권익보호관’

    [톡!톡! talk 공무원] 박종혁 감사원 ‘1호 감사권익보호관’

    “감사원 감사로 제재를 받게 된 입장에서 작더라도 억울한 면이 있다면 풀어야죠. 특히 적극적으로 일하다 저지른 실수라면 정상을 참작하는 게 옳다는 공직사회 흐름에 부합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박종혁(39·사법시험 46회) 감사원 감사권익보호관은 24일 “감사의 기본 원칙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어려움을 경청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애쓰고 있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권익보호관 제도를 도입할 무렵인 지난해 4월 감사원을 바라보는 공공기관 인식 조사에선 민주성 부문의 경우 100점 만점에 겨우 66.4점을 받았다“며 “특히 감사 과정에서 소명 기회를 한층 늘리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게 응답자 중 73.1%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투명성(70.3점), 전문성(74.4점), 청렴성(76.7점), 실효성(71.9점)과 더불어 감사원의 5대 핵심 가치인 ‘민주성’에서 받은 점수는 감사원에 충격을 안겼다. 그래서 감사원이 국민들로부터 ‘칼’을 휘두른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특권의식을 버리고 피감기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스템을 강화해 감사 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뜻에서 지난해 9월 신설한 자리가 권익보호관이다. 정부법무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변호사를 위촉한다. 박 보호관이 ‘1호’ 타이틀의 주인공이다. 박 보호관은 “한솥밥을 먹는 감사부서 직원들과 심심찮게 얼굴을 붉힐 듯하지만 서로 본분을 이해하고 헌법기관답게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감사 도중이나 종료 뒤 뜻밖의 제재를 받게 돼 이의를 제기할 때 소명인은 감사부서와 권익보호관에게 각각 자료를 제출한다. 이후 감사부서는 감사관 입장에서, 권익보호관은 소명인 입장에서 검토한 보고서를 주심 감사위원에게 올린다. 감사품질담당관실도 검토한 다음 결재한다. 주 2~3회 열리는 감사위원 소위와 본회의를 합쳐 건당 길게는 넉 달씩 걸리기도 한다. 박 보호관은 “재판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152건의 소명을 처리했다고 한다. 민간의 소송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인용률을 따지면 35.8%(54건)로 나타났다. 적극행정 면책 사항은 37건 가운데 12건을 인정받았다. 인용률은 32.4%에 이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지난해 11월 ‘금지 업체에 대한 부당 대출’ 감사와 관련한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감사부서에선 공공금융기관 직원인 소명인이 실질적 기업주의 신용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소명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박 보호관은 실질적 기업주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워 중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침내 감사위원회에서 박 보호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는 “작은 실수로 과도하게 오래 불안정한 지위에 머물도록 방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인간의 키는 기후로만 정해지지 않아”(연구)

    “인간의 키는 기후로만 정해지지 않아”(연구)

    오랫동안 우리 인간의 키와 몸집 등 체형은 사는 곳의 기후에 따라 적응해 변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처럼 인간의 체형에 관한 진화 요인이 기후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고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이 밝혔다. 인간의 체형은 체온 유지를 위해 서식지의 기후(위도)에 따라 적응하기 위해 변한 것이라는 이론은 19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이는 추운 곳에 살면 체중이 따뜻한 곳에 사는 곳보다 많이 나간다는 ‘베르크만의 법칙’과 추운 곳에 살면 귀·코·팔·다리와 같은 몸의 말단 부위가 따뜻한 곳에 사는 것보다 작아진다는 ‘앨런의 법칙’에 근거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의 인체 비율과 위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북미, 유럽, 그리고 북극 등 네 지역에 사는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뼈의 길이와 크기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이 조사에서 위팔 뼈(상완골·humerus)와 아래팔뼈 중 바깥쪽의 노뼈(요골·radius), 넙다리뼈(대퇴골·femur), 그리고 정강뼈(경골·tibia) 등 4종의 뼈 길이는 물론 넙다리뼈머리(대퇴골두)의 지름과 골반의 너비도 측정했다. 그 결과, 노뼈와 정강뼈, 그리고 전반적인 몸 크기는 예상대로 자연 선택에 따라 위도가 높은 추운 곳일수록 짧아졌다. 반면 위팔뼈와 넙다리뼈는 그렇지 않았다. 위팔뼈는 오히려 추운 곳일수록 길어졌으며 넙다리뼈는 변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틴 사벨 박사과정 연구원은 “진화는 기후 외에도 유전적 상호관계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 kei907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포토] ‘귀막고 눈가린 공정위, 살인기업 편에 서다’

    [서울포토] ‘귀막고 눈가린 공정위, 살인기업 편에 서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 업체들에게 내린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 8. 2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돌아온 클래식, 여전한 클래스

    돌아온 클래식, 여전한 클래스

    수십 년 묵은 할리우드 클래식이 새 옷을 입고 국내 극장가에 잇따라 상륙한다. 짧게는 30여년, 길게는 반세기 만에 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국내 영화 팬들의 마음을 고루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고스트버스터즈’는 1984년 1탄을 기준으로 무려 32년 만의 리부트 작이다. 유령 퇴치를 코믹하게 그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여성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코미디 대세로 떠오른 멀리사 매카시를 중심으로 인기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 간판 출연자들인 크리스틴 위그, 케이트 맥키넌, 레슬리 존스가 함께한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청일점 데스크 직원으로 등장해 얼빠진 연기에 도전했다.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깨비, 마시멜로맨 등 인기 유령 캐릭터들이 21세기식으로 재창조됐다. 2년 전 세상을 뜬 해롤드 래미스를 제외한 빌 머리,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시거니 위버, 애니 파츠 등 원작 주역들도 카메오로 곳곳에 등장해 ‘깨알 재미’를 전달한다. 초·중반을 장식하는 미국 스탠딩 개그식 만담이 지루할 수도 있으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령들과의 대결은 웬만한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멋지게 연출됐다. 국내 영화 팬들은 다음달 14일 개봉 예정인 ‘매그니피센트 7’에 눈길이 더 쏠릴 듯. 서부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1960)을 5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인데,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서 벗어나 화제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서부극으로 재해석한 1960년 작에서 큰 틀을 가져왔지만 캐릭터 이름이나 성격 등은 새롭게 빚었다. 1960년 작 못지않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황야의 7인’을 찍을 당시에는 율 브리너만 이름이 높았고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르스트 부크홀츠 등은 이후 톱스타가 된 경우. 신작에선 덴절 워싱턴을 비롯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피터 사스가드, 빈센트 도노프리오, 맷 보머 등 ‘이미 한가락 하는 스타들’이 선한 역과 악한 역을 가리지 않고 즐비하다. 이병헌은 암살자 빌리 록스로 나온다. 칼을 쓴다는 점에서 원작의 제임스 코번 캐릭터에 해당한다. 같은 날 개봉 예정인 2016년판 ‘벤허’는 영화 사상 최고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꼽히는 1959년 작에 견줘 캐스팅이 밀리는 편이다. 서른넷 동갑내기 잭 휴스턴과 토비 캡벨이 각각 찰턴 헤스턴의 벤허 역과 스티븐 보이드의 메살라 역을 이어받았다. 상영 시간이 212분에 달했던 1959년 작은 클래식 공연처럼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을 정도였는데, 신작은 125분으로 압축됐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이 장기인 티무르 베크맘베토크 감독이 해상 전투 장면과 전차 경주 장면을 재현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세 편 공히 캐릭터들의 성(性)과 피부색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스트버스터즈’의 젠더 스와프가 대표적이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는 악당 무리에 괴롭힘을 당하는 마을을 구하는 영웅들의 인종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황야의 7인’에선 7인을 연기한 배우 전원이 백인-율 브리너에게 아시아 피가 조금 섞이긴 했다-이었지만 흑인인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한 신작은 흑인 배우 덴절 워싱턴이 율 브리너의 역할을 이은 것을 비롯해 아시아 출신 이병헌, 멕시코 출신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의 마틴 센스마이어가 과반을 이룬다. ‘벤허’에서도 주인공의 복수를 거드는 아랍 족장을 맡은 배우가 백인인 휴 그리피스에서 흑인인 모건 프리먼으로 바뀌었다. ‘고스트버스터즈’, ‘황야의 7인’, ‘벤허’는 영화 음악 자체도 불멸의 작품으로 남은 영화들이다. 새 ‘고스트버스터즈’에서는 레이 파커 주니어가 불러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원작 주제가를 록밴드 워크 더 문, 노 스몰 칠드런, 폴 아웃 보이, 펜타토닉스, 마크 론슨 등이 다양하게 변주해 올드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황야의 7인’은 엘머 번스타인이 작곡한 경쾌한 테마 음악이 유명한데, 신작은 ‘타이타닉’, ‘아바타’를 담당한 제임스 호너가 바통을 이어 기대를 더한다. 호너는 지난해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 ‘매그니피센트 7’이 유작이 됐다. ‘벤허’는 오스카상을 세 번이나 품은 미크로스 로자의 웅장한 배경 음악이 일품인 작품. 신작에선 ‘설국열차’를 맡았던 마르코 벨트라미가 음악을 새로 깔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제2 정태영’은 없었다… 감사보수 후려치는 기업들

    ‘제2 정태영’은 없었다… 감사보수 후려치는 기업들

    2014년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고객’인 현대카드 측이 감사 보수를 4배 넘게 올려 주겠다고 해서다. 감사 보수를 현실화시켜 달라고 아무리 읍소해도 “감사를 맡길 회계법인은 많다”며 들은 척도 안 하는 게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 풍토였다. 그런데 올려 달라는 요청도 안 했는데 알아서 올려 주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네 배였다. 반신반의하는 딜로이트안진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당시에는 사장)은 한 가지 단서를 붙였다. “대신 감사를 제대로 해 달라”고. 정 부회장은 2억 2000만원이던 외부감사 보수를 2014년 9억원으로 파격 인상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였다. 전년(3억 300만원)보다 3배 많은 9억 1800만원을 삼정KPMG 회계법인에 지급했다. 선진국처럼 투명하고 제대로 된 감사를 받으려면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었다. ●보수 2배 자진 인상 회사 작년 ‘0’ 회계법인은 감사의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답했다. 안진이 2013년 현대카드에 투입한 총감사시간은 1910시간이었으나 이듬해 9466시간으로 5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는 감사보수가 동결됐음에도 600시간 이상 더 증가한 1만 74시간을 할애했다. 삼정이 현대캐피탈에 투입한 총감사시간도 2013년 3630시간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8940시간과 8990시간으로 늘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감사시간은 100대 기업 평균 7385시간(2014년 기준)을 크게 웃돈다. 이는 기업과 외부감사 기관이 상생한 모범 사례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회계업계는 정 부회장과 같은 CEO가 계속 나오면 외부감사의 질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2의 정태영’은 없었다. 서울신문이 23일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해 감사보수를 2배 이상 올린 140개 기업 중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처럼 자발적으로 인상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으로 감사업무 자체가 늘거나 그간 감사보수가 감사시간 대비 너무 낮아 협의를 통해 인상한 게 대다수였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자산총액과 부채총액 각각 70억원 이상 ▲종업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2만 4951개사가 해당한다. ●자유수임제 폐해… 제도 개선 필요 감사보수는 관행처럼 계속된 기업들의 ‘후려치기’로 많이 떨어져 있다. 회계사회에 따르면 100대 기업(금융사 제외)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8년 8만 9000원에서 2014년 7만 5000원으로 15.7% 감소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09~13년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곳 중 외부감사 기관을 변경한 47건을 분석한 결과, 29건(61.7%)에서 시간당 감사보수가 평균 2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기관 변경이 ‘보수 덤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중경 회계사회장은 “감사보수를 투자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 아쉽다”며 “갑을 관계에서 감사인을 선정하는 자유수임제의 폐해가 존재하는 만큼 법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 탓만 하며 기업 유착을 일삼는 회계업계의 관행이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안진은 2010~15년 30억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고 연 6000시간 이상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했지만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해 고의적인 묵인 의혹을 받고 있다. ●적정 보수 기준 두고 부실감사 문책을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은 “무작정 감사보수를 인상하면 회계법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등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적정한 감사보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계법인의 수익을 보장하고 부실 감사 시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더민주, 전방위 대여 공세…“우병우 해임, 이철성 사퇴”

    더민주, 전방위 대여 공세…“우병우 해임, 이철성 사퇴”

    더불어민주당이 23일 대여(對與)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추가경정 예산안 이슈는 물론이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과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 요구 등 모든 현안에서 초강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에 심각한 균열 조짐이 있다며 체제 동요 및 테러 가능성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코리아 리스크’를 조장하지 말라며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당 일각의 목소리까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궁지에 몰렸다가 추경안 처리를 놓고 벌인 여당과의 ‘전투’를 고리로 총공세로 전환한 기류가 역력히 읽힌다. 우선 정치권 최대 현안인 추경 처리와 관련해 그간 각종 현안에 대해 보폭을 맞춰왔던 국민의당과도 일정 부분 선을 그으며 양보 없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등 조선해운업 부실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른바 ‘최종택 3인방’이 청문회 증인석에 서지 않는다면 추경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게 더민주의 기본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제대로 된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며 “권력자가 국민 목소리에 귀를 안 기울이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이미 경험했지 않느냐.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말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2008년 조선·해운업에 6조2천억원 투입, 산업은행에 대한 1조원 규모의 대기업 구조조정 사모투자 펀드 조성, 작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 해외 건설조선업 부실 방지 위한 금융기관 역할 강화 대책 논의 등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또다시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사태에 대해 그 과정을 짚고 원인을 분석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쓰게 해달라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간사인 더민주 박광온·전해철 의원도 공동성명을 내고 “야당의 당연한 요구를 정치적 공세로 폄훼하고 현직 기관장으로만 증인을 제한하겠다는 여당 주장은 국민의 진실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권력 실세를 보호하려는 무책임한 정략적 행태”라며 “추경 편성이 무산되면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경환·안종범 두 명 때문에 실업문제를 나 몰라라 한다면 한 명당 실업자 2만5천명의 삶보다 더 존귀한 분이란 것이냐”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 수석부대표는 쟁점 증인 채택은 추후 협의하고 추경 심의부터 정상화하자는 국민의당의 중재안에 대해 “여당과 같은 주장에 충격적”이라며 “야당 공조를 통해 증인 채택을 통한 청문회로 추경이 되도록 함께 나가길 촉구한다”고 했다. 우 수석과 이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입장도 초강경으로 흐르고 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은폐 논란과 관련, “결격사유가 있어도 청와대가 낙점하면 그만이라는 오만함이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며 이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더민주는 박 대통령까지 정조준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안보위기를 조장하고 나섰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북한위기’ ‘도발우려’ ‘국민단합’의 삼단논법에 국민은 불안하고 경제는 어려움에 빠진다”며 “대통령까지 나서 코리아 리스크를 조장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당내 초선의원들은 우병우 수석 해임 촉구와 세월호 특위 연장을 위해 이달 25일을 ‘더불어민주당 초선 행동의 날’로 정하고 그 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세월호 농성장에서 단식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우려하는 기류도 잡힌다. 중립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초선의원 전체가 초선 행동의 날에 동의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발표가 됐다”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외투쟁까지 거론되는 이 같은 초강경 대응으로 인해 추경 무산 등의 책임을 고스란히 덮어쓸 수 있는 데다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노선 투쟁으로까지 번질지 우려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푸른 단색 회화가 선보이는 예술의 숲…추경 ‘관계의 숲-BLUE’ 개인전

    푸른 단색 회화가 선보이는 예술의 숲…추경 ‘관계의 숲-BLUE’ 개인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는 가을의 문턱에서 보기만해도 시원한 푸른 단색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담아낸 회화 전시회가 열린다. 설미재 미술관은 9월 2일~10월 30일까지 추경 작가의 ‘관계의 숲-BLUE 展’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설미재 미술관 관장인 추경의 20회 개인전이다. 설미재 미술관은 자연 경관이 수려한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있다. 추 관장은 잣나무, 밤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산 중 작업실에서 20여년 동안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추 관장은 이번 개인전에 대해 “새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열게하고, 눈을 뜨게하는 아침, 너무나 무거운 허공, 산과 산이 속삭이는 밤,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무리들, 한 겨울내 하얀 침묵으로 추위에 견디었던 나뭇가지에 초록의 움을 피우는 설국세상, 그 세월의 흐름 위에 만들어진 삶의 궤적과 예술적 영감을 나만의 조형 언어로 변환한 푸른 단색 회화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 관장은 회화 뿐만 아니라 설치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다음달 28일과 10월 26일에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추 관장과의 토크 세미나’와 ‘작품 감상과 함께하는 블루 회화체험’도 진행된다. 관람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학생 2500원이며 경기도민(가평군민)은 무료다. 설미재 미술관은 서울-춘천 고속도로 설악IC 유명산 방향으로 1㎞ 좌측 언덕에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이 합방하랍신다” 女신도 성폭행한 승려

    “신이 합방하랍신다” 女신도 성폭행한 승려

    평소 별자리 점성술에 관심이 많던 A(40·여)씨는 2013년 여름 옛 직장동료로부터 한 사찰을 소개받았다.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겹쳐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인천의 한 빌라에 마련된 사찰에 직접 찾아간 A씨는 ‘승려’ B(51)씨로부터 무서운 말을 들었다. “너에게 옥황선녀가 내려와 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엄마의 수명이 짧아진다.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너도 자살했을 것이다. 천도제를 지내야 가족들이 잘 된다” 한 달가량 지나 A씨는 어쩔 수 없이 B씨와 호텔에 들르게 됐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부적을 태우러 강원도에 다녀온 길이었다. 인천 계양구의 한 식당에서 술을 먹는 자리에서 B씨는 “돌아가신 너의 아버지가 많은 얘기를 해줬다. 선녀님이 너에게 조용하게 얘기해 주라고 하니 호텔로 가자”고 했다. 호텔에 들어서자 B씨는 “신이 합방하라고 하신다. 그래야 너가 자살을 하지 않는다”며 성관계를 요구했다. A씨는 바지를 붙잡으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을 믿는 순진한 여성신도를 상대로 한 승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는 2013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사찰에서 또다시 신을 들먹이며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했다. “선녀님이 너를 크게 쓰려고 한다. 내 지분이 들어가 있는 대부도 땅을 팔아 큰 절을 지어야 너에게도 복이 온다” 신의 존재를 믿었던 A씨는 그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9차례에 걸쳐 총 1억3천800여만원을 B씨에게 줬다. 저축해두거나 보험을 해약해 마련한 돈이었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빌려 건네기도 했고, 자신의 차량과 귀금속을 전당포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서 주기도 했다. 2014년 3월 A씨가 그동안 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수시로 연락을 끊었고, 집에 찾아와서는 “오랫동안 성관계를 안했다”며 두 번째 성폭행을 했다. 그해 B씨는 A씨의 집에서 금목걸이 5개, 금반지 3개 등을 훔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이 그토록 믿던 B씨를 고소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진짜 믿었느냐”는 검찰 수사관의 질문에 “엄마가 죽을 거라는데 엄마 죽어봐야 그때 가서 믿나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김진철)는 사기·강간·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짜 승려 B씨에 대해 징역 4년 10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 A씨와 내연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폭행·사기·절도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승려 행세를 하며 피해자 2명으로부터 총 3억원을 가로챘고 이 중 한 명을 2차례 성폭행했다”며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고 상당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과거에도 수차례 물건을 훔쳐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할 말은 할 줄 알아야 ‘이정현 대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취임 2주를 맞았다. 아직 그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가 우병우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거의 ‘침묵’하는 것을 보고 당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말이 나온다. 사상 초유로 현직 민정수석이 옷을 벗지 않고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그는 흉흉한 민심에 역주행하며 청와대와의 발맞추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공자님 같은 말만 하고 있다. 당 대표를 노릴 때만 해도 “정부와 여당에 큰 심적 부담”이라고 하더니만 대표가 되더니 딴청이다. 과연 민정수석일지라도 검찰에서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어서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서인지 이 대표에게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는 우병우 사단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누가 수사를 해도,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그 정도의 고관대작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아랫사람의 잘못으로도 책임을 지고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억울해도 그게 고위공직자의 본분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 수석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도 결백만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 한술 더 떠 청와대는 그를 공격하는 것은 ‘식물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집권 여당의 대표라면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우 수석의 경질을 청와대에 건의하는 것이 옳다. 그의 퇴진만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들이야 말을 못 한다고 해도 여당 대표가 뭐가 두려워 입도 뻥끗 못 하고 우 수석을 감싸고 도는가. 민심의 전달 창구인 여당 대표가 제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그를 뽑아 준 국민과 당원들을 배신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도 친박들의 일방적인 공천 전횡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청와대의 ‘이중대’처럼 행동하고, 당 대표가 청와대처럼 말한다면 내년 대선은 하나 마나다. 내년 대선을 치를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민심에 눈 감고 귀 막은 대표부터 변해야 한다.
  • 땅테크, 온비드 클릭부터

    초저금리 시대 공매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공공자산 온라인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www.onbid.co.kr)에 젊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허위 물건이 없는 데다 잘만 하면 시세 대비 70% 가격에 토지부터 아파트, 상가 등을 매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2일 캠코에 따르면 이날 현재 온비드에 등록된 매물 중 관심매물(접속자가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찜을 해 둔 물건) 1위는 제주도 땅이 차지했다. 최저경매가 1645만원부터 구매 가능한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임야다. 올 상반기 땅값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곳은 제주로 상승률이 5.71%다. ‘제주 땅은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공매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2위는 강원 평창군 미탄면 백운리 임야(995㎡·59만 9000원)다.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땅값이 꿈틀대고 있다. 3위는 부산의 명소인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4억 545만원짜리 건물이 차지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올 상반기 땅값 상승률은 3.85%로 시·군·구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1.25%)의 3배다. 캠코 측은 “인기 매물은 일주일도 안 돼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 들어 공매시장에서 ‘핫’한 물건은 지역 도시공사 등에서 내놓은 공공용지 분양 물건이다. 특히 1층은 상가, 2~3층은 주택용지로 쓸 수 있는 땅은 경쟁률이 100대1이 넘을 정도다. 안동·예천 경북도청 이전지나 부산 신항만 주변 땅이 나오는 경우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입찰자가 벌떼같이 몰려든다. 전문가들은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경매일수록 온라인만 보고 사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이정환 캠코 온비드사업부 팀장은 “부동산의 고수라는 분들도 관심 있는 물건을 살 때는 인근을 수십 번 방문해 관련 정보를 꼼꼼히 살핀 후에 거래한다”면서 “현장을 찾았을 때도 그냥 눈으로만 보지 말고 여러 부동산 중개인과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해마다 10만회 이상 입찰이 이뤄지는 만큼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좋은 물건이 올라왔는지를 확인해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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