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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중생] “생수 모자라 화장실 수돗물로” 훈련병 잡으면 코로나 잡히나요?

    [취중생] “생수 모자라 화장실 수돗물로” 훈련병 잡으면 코로나 잡히나요?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지난해 12월 전에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A씨에게 당시 신병 교육 기간인 5주 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지난달 26일에 물은 적이 있습니다. A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샤워 시간이 10분을 넘기면 안 됐지만 매일 샤워를 할 수가 있었어요. 야간 점호시간 때 빼고는 화장실 이용에도 제한이 없었고요. 하루 거의 내내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지만 잘 때는 마스크를 벗고 잤어요. 그땐 면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했어요.”그런데 한 달 동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 6564명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이후로 훈련소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다음은 올해 육군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B씨가 경험한 일입니다.“잘 때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야 했어요. 입소 후 첫 2주 동안은 얼굴 가리개(페이스 실드)도 썼죠. 정해진 시간 외에는 화장실도 갈 수 없었고, 화장실에 가더라도 한 명씩 차례로 가야 했어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눈치를 보느라 화장실을 마음 편히 이용하기 어려웠죠.”B씨는 “제가 속했던 신병교육대에서는 그래도 세면이 가능했는데, 육군훈련소에서 생활한 병사 얘기를 들어보니 육군훈련소가 입소 후 2주 동안 훈련병들의 세면을 금지해 훈련병들이 힘들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육군훈련소가 세면과 화장실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훈련병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육군훈련소의 과도한 방역 조치로 인한 훈련병들의 기본권 침해 사례를 지난달 26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공개했습니다.“육군훈련소의 한 연대에서는 생활관별로 화장실 이용 시간을 단 2분씩 허용했다고 합니다. 조교들은 심지어 화장실 앞에서 시간을 재며 2분이 지나면 ‘개XX야’, ‘씨X. 너 때문에 다음 생활관 화장실 못 쓰고 밀리잖아’ 등의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고, 아예 다음 차례 화장실 이용 기회를 박탈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용변 시간 제한으로 인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하였습니다.”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군인권센터는 “(훈련소 입소 후) 1~2차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공용 정수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훈련병들은 열흘 간 생수를 먹는다. 그런데 훈련소는 한 사람당 하루에 500㎖ 생수 한 병만을 제공한다”면서 “이처럼 절대적인 음수량이 부족하여 화장실을 쓸 때 몰래 수돗물을 마시거나 그마저도 못해서 탈수증상으로 의무대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배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B씨는 “동일집단격리 기간(입소 후 2주) 동안 생활관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반찬 양이 부족해 추가 배식을 요청해도 조교가 ‘못 먹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육군 관계자는 “육군훈련소는 연간 12만여명이 입영하는 전군 최대의 신병교육기관으로서 코로나19 감염병 차단을 위해서는 과도한 수준의 예방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입영장정 중 코로나19 확진자 27명이 확인됐으나 강화된 선제적 예방조치로 단 1명의 추가 감염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칫 한순간의 방심이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군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전후방 각지에서 대한민국 육군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자녀를 군에 보내주신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도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육군훈련소와 관련한 일로 송구스럽다”면서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서 장병들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도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인권위는 육군훈련소를 포함해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군 훈련소에서 생활하는 훈련병이 군인화 교육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고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육군훈련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육군훈련소의 주인공은 훈련병입니다. 저희는 훈련병을 위해 존재합니다. 훈련병 가족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에도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맞는 말입니다. 이제 이 말을 실천에 옮길 때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연구회 최우수 연구단체 선정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연구회 최우수 연구단체 선정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연구회’(회장 박창순 위원장)가 2020년 경기도의회 의원 연구단체 연구활동 실적 평가에서 다양하고 우수한 연구실적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 받아 위원회 최우수 연구단체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여성가족평생교육연구회’는 여성가족, 아동청소년, 보육 및 다문화, 평생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연구를 비롯해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경기도민의 평생교육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단체이다. 2020년 여성가족평생교육연구회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 ‘경기도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어린이집 지원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 ‘경기도 청소년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등 3건의 연구용역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이를 통해 정책 개선방안 마련, 관련 조례 제·개정안 도출하면서 연구성과의 우수활용 사례를 인정받았다. 연구회 회장으로서 표창장을 수상한 박창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남2)은 “여성과 가족, 청소년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도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구를 위해 함께 힘써준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을 면밀히 살펴 연구활동에 매진해 우리 미래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입법 및 정책개발에 더욱 힘써나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뷰] 피아노 앞 정명훈, 여유와 깊이로 빚어낸 낯선 무대

    [리뷰] 피아노 앞 정명훈, 여유와 깊이로 빚어낸 낯선 무대

    이토록 객석을 향해 말과 시선을 자주 건네는 무대를 최근엔 보기 드물었다. 무대에 나와 피아노 가까이 서자마자 두 손을 눈가에 대고 객석을 두루 살폈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왔는지, 아는 사람이 왔는지 확인하듯 휘이 둘러보고 몇 번이고 객석에 쑥스러운 웃음을 건넸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그렇게 서로 주고받은 작은 웃음들이 번지며 시작됐다. 지휘봉을 잡은 모습이 훨씬 익숙한 그가 텅 빈 무대에 단 둘이 선 장면은 그 자체로 귀했다.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할 만큼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지휘로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도 피아노에서 그의 음악이 뿌리내렸음을 알렸지만 독주회는 2014년이 처음, 이번이 두 번째다. 연주자와 관객들이 서로 사뭇 긴장되고 괜시리 어색할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거장은 약간은 낯선 모습들로 그의 공간에 초대했다. 각 잡힌 재킷과 와이셔츠가 아닌 부드러운 촉감의 셔츠와 바지를 입고 피아노에 앉아 허리에 손을 짚었다가 깍지끼고 앞으로 쫙 폈다가 마른 세수를 하는 모습들이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제 편안하게 음악을 함께 나누자고 살포시 손을 건넨 듯 했다.정명훈은 지난 22일 발매한 앨범과 이번 리사이틀에서 하이든과 베토벤, 브람스의 후기 작품들을 한 데 모았다. 그에게 하이든은 시작, 베토벤은 절정, 브람스는 마무리를 의미한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거듭 손사레를 쳤던 독주회가 그저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로 음악과 함께 한 삶을 돌아보는 무대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프로그램도 순서대로 이어갔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에는 유쾌한 재치를 넣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에는 열의를 녹였다. 브람스 소품들엔 깊이와 여유가 함께 담겼다. 그의 무대가 객석에 일종의 혼돈을 안겨준 것도 맞다. 지난 23일부터 전국투어를 시작해 대구, 군포, 광주, 수원을 거치는 동안 연주에서 실수가 잦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악보를 잊은 것처럼 쳤던 부분을 다시 반복하고 손이 엉킨 듯 건반이 뭉개지는 모습은 관객들을 오히려 불안하게 했다. 이날도 특히 베토벤 소나타 2악장부터 일부 눈에 띄는 엉킴들이 있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이 얼마나 녹슬지 않았는지 기대한 관객들에겐 아쉬움을 줬을 대목이다. 정명훈도 2악장을 마치자마자 “이게 참, 손이…”라며 손을 만지고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라며 머쓱해 했다.그런데 더 큰 혼란은 귀에 닿는 어긋남들이 주는 묘한 감정 때문이었다. 분명한 실수들이 있었고 그게 무슨 이유에서일까 궁금하기도 또 안타깝기도 했지만 생경할 만큼 그 시간이 주는 편안함과 공간을 에워싼 공기가 매력적이었다. 단정한 양복 차림에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젊은 연주자들과의 시간과는 뚜렷하게 달랐다. 얼마나 대단한지 팔짱끼고 듣는 음악이 아닌, 거장의 집 거실 한 가운데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아 그가 지나온 날들을 꾸밈 없이 톺아보는 듯한 시간 같았다. 그래서 악보를 얼마나 충실하고 완벽하게 지켜가는지를 생각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 것일지. 자꾸 말을 건넨 무대 위 거장이 한결 가깝게 느껴져서인지, 그도 실수를 한다는 데 안도감을 느끼는 것인지 복잡했다. 다만 이 순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기술적인 요소보다 더 크게 와 닿도록 했다. 갸우뚱하며 인터미션을 보내고 마주한 2부에서 연달아 선보인 브람스의 ‘세 개의 간주곡’과 ‘네 개의 피아노 소품’의 완벽하게 정갈하고도 따뜻한 연주는 결국 박수갈채를 불렀다. ‘세 개의 소품’을 끝낸 뒤 객석을 잠시 바라본 그에게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휴대전화 알람음이 또로로롱 울린 것이다. 객석에서 미안한 웃음을 보내자 정명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오른손으로 휴대전화음과 똑같은 리듬으로 ‘시 파# 시 라# 파#’을 두드렸다. “여보세요?” 장난도 치며 다시 ‘시 파# 시 라# 파#’, 그리고 ‘시 파# 시, 시 파# 시’하다 ‘네 개의 피아노 소품’ 처음이 바로 연결됐다. 어디서든 만나기 쉽지 않은 여유였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장난치듯 무대 뒤를 휙휙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객석과 인사한 그는 슈만 ‘아라베스크’와 ‘트로이메라이’를 선물했다. 그런데 앞선 휴대전화 알림음이 다른 자리에서 연달아 이어져 평온함을 무너뜨렸다. 다만 연주자는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음악을 마쳤다. “하이든으로 시작했으니 하이든으로 끝낼게요.” 토크콘서트 같았던 무대의 마무리는 다시 그의 시작으로 돌아갔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13번 4악장을 경쾌하고 가볍게 끌고 가며 매듭지으며 그 자체로 귀했던 무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정명훈은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앙코르 무대를 갖고 관객들과 또 만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레슬링 국가대표팀 확진자 2명 추가 발생...총 31명 확진

    레슬링 국가대표팀 확진자 2명 추가 발생...총 31명 확진

    레슬링 국가 대표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30일 2명이 늘어 총 3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30일 “귀국한 대표팀 코치 1명과 선수 1명이 재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해당 확진자는 방역 당국 조처에 따라 격리됐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현재 불가리아 소피아에 체류 중이다. 레슬링 대표팀은 오는 7월 치러지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아시아 올림픽 쿼터 대회에 출전했으나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총 50명으로 꾸려진 대표팀 중 27명은 귀국했다. 23명은 세계 올림픽 쿼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불가리아로 이동했다. 귀국 선수단 중 15명(2명 격리 해제), 불가리아 체류 선수단에선 16명(4명 격리 해제)의 확진자가 나왔다. 불가리아 현지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던 2명은 29일 두 차례 재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 해제됐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검사의 자격, 검찰총장의 철학/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사의 자격, 검찰총장의 철학/박홍환 논설위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솔직히 그 뉴스에 눈과 귀를 의심하긴 했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3명을 천거하면 그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자신의 국정철학을 따르지 않는 인사를 임명할 리 없지 않은가. 언론의 해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소 위기에 처해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카드’ 가능성을 일부러 흘렸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와는 달리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내 식구’를 심어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도 해석했다. 그렇다면 이 지검장과 김오수 전 법무차관 등 친정권 인사 외엔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는 얘기다. 해석 중 하나가 어긋나긴 했지만 29일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이 지검장을 제외하고, 김 전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를 후보로 올렸다. 법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전 차관은 연수원 20기, 구 고검장과 배 원장은 연수원 23기, 조 차장은 연수원 24기로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연수원 23기로 후배 기수인 이 지검장은 한 차례 더 검찰총장 후보군에 오를 기회가 남아 있다. 검찰 출신 원로 법조인들은 장탄식을 쏟아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 최고위급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검찰을 완전히 망가뜨리겠다는 심산”이라고 쏘아붙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위해 내달리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여권의 검찰개혁 동력이 떨어졌는데, 검찰총장 인선을 계기로 임기 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검찰을 완전히 박살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 장관의 국정철학 언급은 그런 뉘앙스로 읽히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 검찰총장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가. 여권은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전 총장 갈등 국면에서 검찰총장도 행정부의 일원인 만큼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하면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명령·지휘 계통을 완강히 거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을 마지막까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내 편’이라고 얘기했지만 윤 전 총장은 그렇다, 아니다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원전 수사 등을 통해 대립각을 키웠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맥락을 참조하면 공정, 정의, 개혁 등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검찰총장이 그런 국정철학을 거스를 까닭이 없다. 문제는 여권의 내로남불식 해석이다. 여당의 한 최고위원은 지난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국정철학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면 사표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윽박질렀지만 감사원장이 공정과 정의, 개혁 등을 외면했다는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검사와 검찰총장은 국정철학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은 수사를 통해 공익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국정철학을 따르게 되면 수사에 왜곡 현상이 빚어져 오히려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수사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탈원전 정책 기조에서 보면 공직자들의 자료 폐기 등은 그야말로 사소하고, 문제 삼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검사는 이런 불법 사례를 눈감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사가 국정철학 등 정무적 해석에 나서기 시작하면 절차적 정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실제 일부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 사건처럼 결과적으로 정의롭다면 절차적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것 아닌가. 검찰이 불신에서 벗어나 사회 정의의 수호자로서 본래 위상을 되찾으려면 우선 외압과 간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검사, 그리고 검사의 총합체인 검찰의 임무가 사실을 추적해 범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니 검사나 검찰은 정치권력은 물론 검찰 내부까지 포함해 본래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정철학의 충실한 이행자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검찰독립·정치적 중립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췄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만 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정의’는 영원한 것 아닌가. stinger@seoul.co.kr
  • 코끼리 숨 끊어질 때까지 탕 탕 탕 탕! NRA 수장의 잔인한 사냥

    코끼리 숨 끊어질 때까지 탕 탕 탕 탕! NRA 수장의 잔인한 사냥

    초원을 거닐던 아프리카코끼리 한 마리가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 남성이 첫 번째 총을 발사했다. 코끼리가 쓰러진 채 숨이 끊기지 않자 이 남자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코끼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그래도 코끼리가 죽지 않자 이번에는 가이드가 코끼리 귀를 들어주며 여기를 쏘라고 알려줬다. 남자는 두 차례 더 방아쇠를 당겼는데 가이드가 일러준 곳을 맞히지 못했다. 형편없는 그의 사격 솜씨 때문에 코끼리의 숨이 끊어지지 않자 결국 가이드가 총을 발사해 이 잔인한 사냥은 끝났다.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웃픈’ 것은 남자의 사격 실력이 형편 없어 코끼리가 숨을 거둘 때까지 더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는 웨인 라피에르 미국총기협회(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다. 그 일년 전 샌디후크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졌을 때 나중에 유명해진 말을 남겼다. “나쁜 녀석이 총을 못 갖게 하려면 좋은 녀석이 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 국민들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츠와나로 건너가 엉터리 사격 실력 때문에 애꿎은 코끼리만 괴롭혔던 것이다. 며칠 뒤에는 그의 부인 수전도 같은 가이드와 함께 총으로 다른 코끼리를 사냥했다. 그녀는 가이드가 세워둔 삼각대 위에 소총을 올려놓고 발사해 두 번 만에 끝냈다. 가이드가 일러준 곳을 정확히 맞혔다. 남편보다 실력이 낫다는 말을 들을 만했다. 수전은 가이드의 조언대로 죽은 코끼리의 꼬리를 잘라낸 뒤 허공에 들어올리며 외친다. “빅토리!”원래 이 동영상은 NRA를 홍보하기 위해 전문 프로덕션까지 데려가 만들었으나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8년 동안 숨겨왔다. 라피에르의 형편없는 사격 실력이 들통나는 것이 창피했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주간 뉴요커, 잡지와 파트너십을 맺고 총기 문제를 추적하는 매체 트레이스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하는 바람에 미국 여론을 들쑤셔 놓았다. 그렇잖아도 미국에선 최근 반복된 총격 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늘면서 총기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던 차라 비난이 집중됐다. 시민단체 ‘휴먼 소사이어티’는 성명을 내고 “라피에르의 코끼리 살육은 역겨운 일”이라며 “당시는 코끼리 밀렵 우려가 높아지고, 밀렵 산업의 잔혹성이 문제가 되던 때였다”고 비판했다고 ABC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닳고 닳은 NRA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버텼다. 홍보 담당자는 “당시 사냥은 전면 허가된 것이며, 모든 규정과 규칙을 따랐다”면서 “이런 사냥은 보츠와나 주민에게 도움이 되며, 경제와 문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제의 영상은 사냥 경험을 불완전하게 묘사했으며, 이런 활동이 현지 공동체와 주민에게 여러 측면에서 보탬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참 뻔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라피에르가 사냥한 시점에 보츠와나는 코끼리 사냥을 허용해 당시 이들이 벌인 짓이 불법은 아니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당시에는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연초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에 포함됐다. 보츠와나는 지금도 13만 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한다. 2014년 코끼리 사냥을 금지했다가 2019년 5월 다시 풀었지만 지난해 다시 정부는 사냥 허가증을 입찰시키는 쪽으로 제한을 가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KTX 옆자리 10대에 “우리는 연인” 추행한 60대

    KTX 옆자리 10대에 “우리는 연인” 추행한 60대

    KTX에서 옆자리에 앉은 10대 여고생을 강제 추행한 6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 박헌행)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7일 부산행 KTX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B양(16)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양에게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물어보고 “우리가 연인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연인이다”라고 말하며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뿌리치고 일어나려 하는 B양의 볼과 귀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당초 A씨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B양이 찍은 범행 장면 사진을 보고 나서야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가 극도의 불안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범행을 부인하다 범행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고서야 범행을 인정한 점 등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가위로 코 끝을…미얀마 군부의 고문 받다 살아 돌아온 19세 청년

    가위로 코 끝을…미얀마 군부의 고문 받다 살아 돌아온 19세 청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2월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군부에게 체포돼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다 살아 돌아온 19세 청년의 증언이 공개됐다. 안전상의 이유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19세 청년은 지난 2월 1일 시위가 시작된 뒤 미얀마 군부에 의해 구금된 4400명의 시민 중 한 사람이다. 이 청년은 군사 구금 수용소에서 3일을 보내며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끔찍한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이 청년은 오토바이를 타고 양곤 시내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때 군경이 양곤의 한 마을로 들이닥쳐 총격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8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군인들은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을 수색하던 중 방패를 들고 있는 이 청년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체포해 끌고 갔다. 군부대에 끌려간 이 청년은 손이 묶인 채로 케이블과 유리병, 총 등의 물건으로 반복적인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그는 “사령관이 작은 가위로 귀나 코 끝, 목 등을 잘라냈다. 유리병으로 머리를 치고, 총구를 겨누며 위협했다”면서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3일 밤낮을 고통 속에 보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 청년은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걷거나 혼자 단추를 채우기 어려울 정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그는 CNN과 한 인터뷰에서 “모든 게 끝이고, 나는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먹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여기서 살아나가야만 다시 시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가했다가 끌려가 고문을 당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 위의 19세 청년 한 명만은 아니다. 일부는 지독한 고문으로 얼굴이 망가져버렸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다수다. 다만 이번 인터뷰는 고문을 받다 풀려난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지난 17일, 한 여성이 한밤중 집으로 쳐들어 온 군경에 의해 체포됐는데, 이후 이 여성의 어머니는 고문으로 입술이 터지고 눈에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딸의 사진을 확인하고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충격적인 체포·고문 전후의 사진을 공개한 주체가 다름 아닌 군부 측이라는 사실이다. CNN은 “미얀마 군부는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자신들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이 이런 사진을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지난 2월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시작됐고, 군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진압을 가하고 있다. 28일 기준,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756명, 구금된 사람은 4500여 명에 이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토록 안달나는 ‘벚’ 있으랴

    이토록 안달나는 ‘벚’ 있으랴

    몇 해를 내리 겨누기만 했다. 충남 서산의 개심사 왕벚꽃(겹벚꽃) 말이다. 명성이야 귀가 따갑게 들었다. 다섯 빛깔 겹벚꽃과 푸른 청벚꽃이 어울려 ‘저세상’ 풍경을 펼친다고 했다. 하지만 도회지에 사는 장삼이사가 꽃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행장을 꾸릴라 치면 아직 일렀고, 제대로 가늠했다 싶으면 다른 일들에 발목 잡히기 일쑤였다. 그동안 대체 몇 번의 봄이 지난 건지. 올해는 다행히 꽃의 시간에 늦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다. 이 절집의 명물인 왕벚꽃과 청벚꽃이 동시에 흐드러졌고 심검당 앞의 철쭉과 자목련, 선방 앞 골담초도 절정을 이뤘다. 이제부터 전하려는 건 아주 운 좋게 만난 ‘꽃절집’ 개심사의 화양연화에 대한 이야기다.개심사 가는 길이 예쁘다. 너른 목장지대를 줄곧 옆구리에 끼고 간다. 봉긋봉긋 솟은 구릉 사이로 분홍빛 왕벚꽃 가로수들이 점처럼 찍혀 있다. 구릉 아래로 신창제란 저수지도 있다. 작은 호수지만 왕벚꽃 가로수, 신록 등과 어우러진 자태가 퍽 아름답다. 호수 중간의 긴 다리는 쉬어가기 맞춤한 곳. 관광객들의 ‘인증샷’ 배경으로도 곧잘 쓰인다. 호수 주변의 구릉마다 여러 갈래의 소로가 나 있다. 목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장길이다. 하지만, 길 대부분은 ‘출입금지’다. 가시 돋친 철조망 여기저기에 ‘출입금지’ 푯말이 어수선하게 나붙었다. 거의 완벽하게 막힌 목장길 가운데, 드물게 철조망을 치지 않은 길도 있다. 아쉬운 대로 이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긴다. 그리운 벗이여… 목장길 너머 닿을 듯한데 이 지역 대부분이 출입금지인 것엔 이유가 있다. 국내 씨수소의 정자 대부분이 생산되는 곳이라서다. 이 일대 목장을 운영하는 기관은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다. 국내 씨수소의 거의 전부가 여기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한우개량사업소가 애면글면 키우는 씨수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국내 한우 개량 사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신창제 너머로 ‘저세상급’ 벚꽃 풍경을 펼쳐내는 용유지(용비지) 등 풍경의 보고가 널려 있는데도 가 볼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개심사 일주문을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이다. 솔숲 사이로 난 길을 10분 남짓 걷다 보면 곧 경내다. 절 아래로 직사각형의 연못이 조성돼 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절집이 깃들여 있는 상왕산(象王山)의 코끼리가 목을 축이라고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연못 위로는 나무다리가 놓였다. 해탈문에 이르는 다리다. 역시 이름은 없다.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혹시 탐진치(貪瞋癡, 욕심·노여움·어리석음)를 버리면 해탈에 이른다는 의미가 담긴 다리가 아닐까. 경남 양산 극락암의 홍예교처럼 말이다. 고귀한 벗이여… 해탈문 이르러 평안하신가 나무다리를 건너 마침내 겹벚꽃과 만난다. 개심사를 ‘화훼사찰’로 알린 일등공신이다. 여러 겹의 꽃술이 뭉친 꽃송이가 어린아이 주먹가웃이나 될 만큼 커 왕벚꽃이라고도 불린다. 늙은 벚나무의 시커먼 가지마다 둥근 꽃송이들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동양적이라기보다 어딘가 서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자태다. 고혹적인 외모의 귀부인을 알현하는 느낌이랄까. 흠잡을 데라곤 없는 도도한 꽃이 범종각, 해탈문 등 ‘못난 기둥’의 소박한 건물과 뜻밖에 잘 어울린다.요즘은 사람들의 관심이 명부전 앞의 청벚꽃에 좀더 쏠린 듯한 느낌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심사에서만 자란다고 알려진 꽃이다. 청벚꽃은 붉은빛이 덜하고, 청포도처럼 연한 녹색을 띠고 있다. 멀리서 보면 푸르스름한 것이 꼭 덜 여문 풋사과를 보는 듯하다. 올해는 유난히 봄꽃들의 개화가 일렀다. 매화, 벚꽃 등 대표적인 봄꽃들이 최소 일주일 이상 일찍 개화했다. 하지만 개심사 겹벚꽃은 시간을 정확히 지켰다. 평균 개화시기인 4월 중순부터 꽃술을 내기 시작했으니 이달 말까지는 절정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가려진 벗이여… 철쭉·자목련·골담초 잊지 마오 겹벚꽃의 위세에 가려 관심을 받지 못하는 꽃도 있다. 심검당 앞의 철쭉과 이제 막 꽃술을 연 자목련이 그렇다. 특히 흰 바탕에 연분홍빛이 슬쩍 겹쳐진 철쭉의 꽃술은 더없이 말갛고 그윽하다. 선방 앞의 노란빛 골담초도 절정이다. 뿌리가 한약재로 쓰여 절집에서 흔히 기르는 식물이다. 꽃도 꽃이지만, 사실 개심사는 소박한 당우들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검소하되 결코 누추하지 않은’ 당우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물은 대웅보전(보물 143호)이다. 그 안에 목조아미타여래좌상(보물 1619호)이 엄정한 자세로 앉아 있다. 무엇보다 방문객의 시선을 끄는 건 대웅전 옆 심검당(尋劍堂)이다. 얽히고설킨 번뇌를 벨 반야(般若)의 칼을 찾는 집이란 뜻의 건물이다. 당호는 날카로워도 자태는 순하다. 사람 인(人)자 모양의 맞배지붕 아래 이리저리 휜 목재를 기둥 삼았다. 개심사의 건축물 대부분은 이처럼 굴곡진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명부전이 그렇고, 범종각과 해탈문 등도 비슷한 형태다.청량한 벗이여… 신록의 길목 ‘해미향교’ 거닐다 꽃에 홀려 놓쳐선 안 될 또 하나의 풍경이 신록이다. 절집 주변의 나무들마다 가지 끝에 채도가 제각각인 연둣빛 이파리를 매달고 있다. 늙은 나무라고 어둡지만은 않고, 어린나무라고 마냥 옅지는 않다. 저 유명한 이양하의 ‘신록예찬’에서처럼 “눈을 돌려 산천을 둘러보면 이제 막 연둣빛으로 단장하는 나무들의 건강한 성장이 싱그럽고, 발밑에는 포슬포슬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의 청량함이 기특하다.” 신록이 그윽한 곳을 들자면 해미향교를 빼놓을 수 없다.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들이 틔워 낸 신록이 향교로 드는 길목의 붉은 홍살문과 묵직하게 어우러져 있다. 가장 좋은 건 찾는 이가 드물다는 것. 둘만의 공간이 필요한 연인들이나 신선한 장소를 찾는 사진작가들에게 제격이지 싶다. 개심사에서 해미읍성 가는 길에 있다. 해미읍성은 서산 여정의 고전이다. 개심사에서 차로 15분 거리다. 조선 세종(3년) 때인 1421년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축조됐다. 이순신 장군도 서른다섯 살 때(1579년) 이 성에서 열 달간 근무했다고 한다. 현재 남은 성의 둘레는 약 1.5㎞다. 정문인 진남문 주변 성벽이 공사 중이어서 다소 번잡하지만, 내부는 여전히 넓고 단아하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신촌을 청년들의 창업 밸리로”… 일·꿈·쉼 담은 서대문 ‘에스큐브’

    “신촌을 청년들의 창업 밸리로”… 일·꿈·쉼 담은 서대문 ‘에스큐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무실을 얻기가 어려웠어요. 학교나 카페를 전전했고 심지어 팀원 4명이 5평짜리 자취방에서 함께 살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12월 ‘에스큐브’에 입주하게 되면서 팀원들끼리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올 초 투자도 받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어린이공원 인근에 청년 예비·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이 들어섰다. 연세대 캠퍼스타운 창업거점공간인 에스큐브다. 28일 구에 따르면 캠퍼스타운은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대학가에 창업 공간을 마련하고 청년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에스큐브 개관식에 참석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곳에 입주한 쇼핑앱 ‘피오픽’ 제작사 ‘유어라운드’ 대표 김지수씨의 이 같은 입주 소감을 들으며 크게 반색했다. 문 구청장은 “이곳에 입주한 청년 사장님들이 자생력을 키우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화답했다. 에스큐브는 옛 창천노인복지센터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기업 20곳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실,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지난해 12월 완공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관식은 연기해서 개최하게 됐다. 다음달에는 새로운 창업팀을 선발해 창업 교육을 비롯해 기술 멘토링, 창업팀 간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창업가들을 육성한다. 문 구청장은 “에스큐브 인근에 있는 바람산공원과 창천근린공원은 접근성 등의 이유로 이용하는 주민이 적었다”면서 “두 공원을 쉼터와 작은 공연장 등을 갖춘 청년 문화 공간으로 재조성해서 청년들이 일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는 신촌 지역 일대를 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신촌 벤처 밸리’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에스큐브를 비롯해 이화여대 캠퍼스타운 사업, 숙박형 창업지원시설 청년창업꿈터 1·2호점, 스타트업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주택 등을 연결해 청년 창업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공공임대상가 ‘신촌 박스퀘어’와 창작 공간 ‘신촌문화발전소’ 등 다른 청년 시설들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문 구청장은 “신촌 일대가 창업의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제2차 청년위원회 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제2차 청년위원회 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박근철·의왕1)은 지난 27일 제1정담회실에서 제2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청년위원회 2차 회의는 경기도의 주요 청년정책에 대해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롭게 구성된 청년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함께 진행됐다. 박근철 대표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청년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청년위원회가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의 관점에서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명장 수여식 후 ‘경기도 청년 기본조례 개정안’, ‘군복무 상해보험 컨소시엄 사업 추진 현황’, ‘청년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및 저신용자 구제 지원사업’ 등 경기도의 주요 청년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안기권 부위원장(광주1·도시환경)은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과 및 신용회복지원 사업에 대해 질문하면서 차질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유광혁 사무총장(동두천1·보건복지)은 “청년참여기구를 통한 MZ 세대의 고민을 경기도 청년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년세대까지 바라보는 거시적인 측면의 청년정책까지 검토해 주기 바란다” 고 요청했다. 또한 김우석 의원(포천1·교육기획)은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이 창업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통한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인 배려를 요청하는 제안도 있었다. 양철민 의원(수원8·도시환경)은 “보호종료아동 등 청년정책 지원 사각지대의 대상에 대해 지원이 누락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철환 위원장(김포3·농정해양)은 “경기도가 다양한 청년정책 시행으로 청년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청년들의 현실에 부합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청년들과 청년의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옥분 경기도의원, 수원 관내 학교 교육환경 현장점검

    박옥분 경기도의원, 수원 관내 학교 교육환경 현장점검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박옥분 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2)은 28일 명인중학교, 대평초등학교, 삼일공업·삼일상업고등학교를 차례로 방문해 학교 시설환경 및 교육환경에 대한 현장점검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인중학교는 학교 앞에서 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관계로 발생하는 소음 및 먼지 피해와 좁은 통학로에 의한 학생의 안전사고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됨에 따라 먼지제거와 통학로 확보 필요성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됐다. 박 의원은 함께 현장을 확인한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들에게 “학생들이 현재 안전한 통학과 쾌적한 학습환경을 위협받는 상황에 노출돼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소규모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교육환경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안전한 통학로 확보 및 공사로 인한 소음 및 먼지 문제를 적시성 있게 해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대평초등학교에서는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교장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평초등학교는 박 의원이 지난 본예산 심의에서 체육관 증축 사업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추경에 급식실 증축 예산으로 특별교부금을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날 자리에서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항상 학교현안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여 추진해 온 박 의원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향후에도 학생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지금처럼 힘써주길 부탁했다. 이에 박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배움터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교육위원으로서 경기교육가족에게 필요한 정책을 촘촘히 살피고,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교육행정위원회 위원들과 삼일공업·삼일상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직업계고 활성화 및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으며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홍보의 어려움과 취업시장에서 고졸자들의 한계 등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특성화고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논의했다. 박 의원은 “진정 공정한 사회는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기에 행정사무감사, 예산 심의 등을 통해 직업계고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주문했으며 평소 특성화고 활성화를 위해 우리 위원회 의원님들과 소통하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직업계고등학교 발전을 위해 관심을 놓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수원 관내 학교들의 현장을 확인하고, 현안들을 세밀히 살핀 후 박 의원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지역 교육현안 해결에 앞장서 학생이 행복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교육위원으로서 본연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원오 성동구청장, 세계 안내견의 날 맞아 안내견 ‘반지’ 응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세계 안내견의 날 맞아 안내견 ‘반지’ 응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8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청사 내 근무 중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반지’에게 축하 선물을 전달했다. 세계 안내견의 날은 세계 안내견 협회가 지정한 기념일로 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다. ‘반지’는 구 소속 시각장애인 공무원의 안내견이다. 구는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의 곁을 지키는 장애인 보조견들이 어느 곳이든 출입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한 대형마트에서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일었던 당시 ‘반지’를 명예공무원으로 임용했다. 또 구청 등 공공기관과 성수동 지역의 인기 명소에 ‘안내견 출입 환영’ 점자 스티커를 시범적으로 부착했다. 이번달부터 공공기관, 숙박시설 및 식품 접객업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 신청 3주 만에 40여 건이 접수됐다. 앞으로 식품접객업소 및 민간기업, 은행, 병원, 마트 등으로 점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대상자의 눈과 귀가 돼 이들의 삶과 함께하므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며 “시각 안내견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40명에게 ‘스마트인솔(깔창)’을 보급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있는 사물인터넷(IoT)서비스를 탑재해 발달장애인 실종을 예방한다. 이번달에는 성동구 장애인 보조견 생활이용편의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관객 먹먹하게 한 묵직한 질문

    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관객 먹먹하게 한 묵직한 질문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또 누군가는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각자 처절한 시간을 보낸 인물들이 객석에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절실하게 지켜낸 그것들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1949년작 카뮈의 고전희곡 재창작 지난 23일 막을 연 서울시극단 연극 ‘정의의 사람들’ 무대에는 다양한 시공간이 얽혔다. 1905년 러시아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암살 사건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사건이 일어난 1905년과 카뮈가 글을 쓴 1949년, 그리고 2021년 광화문이 교차된다. 정의를 위해 독재자를 암살한 혁명가 이반 칼리아예프가 독방에 갇혀 있는 가운데 과거 속 아지트 멤버들, 현재의 경찰청장과 대공비, 투사들까지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절반은 촛불·절반은 태극기 들고 서로 목청 투사들은 점점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안중근·윤봉길 의사부터 전태일 열사와 여성 노동자들, 페미니스트까지 시대를 거슬러 변해 가는 정의를 비춘다. 결국 광화문광장에 이르러 절반은 촛불을, 절반은 태극기를 들고 서로 시끄럽게 민주주의를 토해 내느라 하나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일침이 나온다. “그래서 니들이 떠들어 대는 정의가 뭔데?”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문삼화 연출은 “다른 사람의 정의는 귀 닫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나만의 정의가 그렇게 옳은 정의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무대에서 그려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조씨 가문 핏줄 살리려 자기자식 희생 지난 9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 대표 작품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속 정영은 훨씬 처절하다. 기군상의 중국 고전 ‘조씨고아’를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타의로 복수전에 휘말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식까지 희생한 정영을 중심으로 무대가 흘러간다. 특히 원작에 없던 정영의 아내가 등장해 남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식을 내어주자는 남편에게 “그깟 약속이 뭐라고, 그깟 의리가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비극성을 더욱 키운다. ●원작엔 없는 아내 “그깟 의리가 뭐라고” 자식과 아내까지 잃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내놓은 결과로 조씨고아를 지켜 내고 20년간 원수 도안고의 양자로 키워 내지만 복수의 끝에 정영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쓰러진 듯 멈춰 있다. 절실하게 지킨 신의와 끝내 이뤄 낸 복수의 과정을 정영의 애통한 심정으로 함께 따라가지만 마지막에선 “네 인생이 뭐였어? 이제 남은 것이 아무도 없네”라는 말을 들으며 허무함을 맞게 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달려왔는지, “아버지, 웃으세요”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잔치를 즐기러 가는 조씨고아에게서조차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 작품 속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 맞춰 놀고 나면 어느새 한바탕 꿈”이라는 대사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독특한 연출 등으로 더욱더 깊은 질문을 안게 되는 두 작품은 모두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 64% 재활용 안 돼 포장재 바꿔야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 64% 재활용 안 돼 포장재 바꿔야

    자원 재활용은 쉽게 배출해 선별 부담을 줄이고 재생원료의 품질이 높아야 활성화가 가능하다. 2019년 12월 제도 도입 후 지난 3월 24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내년 1월 분리배출 표시제까지 실시되면 자원 순환의 추진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시제는 재활용 ‘우수’·‘어려움’ 등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제도다.재활용 등급이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가늠자로 작용될 수 있기에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화려한 디자인에 복합재질이 많아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기업들이 백기를 들었다. 내용물보다 많고 두꺼운 화장품의 과대포장이 공분을 샀다.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되는 ‘예쁘고 아까운 쓰레기’로 인식됐다. 다만 화장품 업체가 직접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개선안이 제기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는 재활용의무생산자가 포장재의 재질·구조 평가를 거쳐 결과를 포장재 겉면에 표시하도록 한 제도다. 포장재 재활용 확대에 필요한 재질·구조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으로, 등급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은 반드시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해야 한다. 나아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도 20% 할증되는 등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5만 6511개 품목 중 48.0%가 ‘최우수’(446개) 또는 ‘우수’(2만 6682개)로 평가됐다. ‘보통’이 19.2%(1만 863개), ‘어려움’ 품목은 32.8%(1만 8520개)로 나타났다.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어려움은 심각했다. 2019년 출고·수입된 화장품 7806개 품목 중 64.2%(5011개)가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출고량(6만 3898t) 기준으로는 74.5%(4만 7700t)에 달한다. 화장품 용기는 이물질이 많이 남고 플라스틱에 유리·금속 등 타 재질이 부착되거나 화려한 색상 등이 더해진 복잡한 재질·구조여서 재활용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선별 과정에서 폐기물로 처리되고 더 나아가 함께 배출된 다른 포장재의 재활용까지 저해하고 있다. 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가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재활용은 용기의 몸통 재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재질은 페트지만 겉에 도색하면 재활용이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된 용기는 품질이 떨어진다. 유리 용기는 화려한 색상이 입혀져 재활용이 불가능했고 투명한 유리 파운데이션은 금속·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이 섞여 있었다. 해외 고가 브랜드 제품에 일체형 용기가 많아 재활용을 어렵게 했다.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 사용이 제품을 넘어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27일 “시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정책에 반영된 의미 있는 결과”라며 “화장품 업계는 재질과 구조를 변경해 지속가능한 포장재로 생산해야 한다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급표시제 논의 과정서 불신·소통 부족 논란 끝에 등급표시제가 시행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불신 및 소통 능력 부족 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환경부가 원칙이나 철저한 준비 없이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화장품 업계는 재활용 등급 표시에 따른 이미지 및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내세워 표시 예외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역회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역회수는 EPR에 따라 업체가 분담금을 내는 간접 참여가 아닌 직접 용기를 수거, 재활용하는 진일보한 방식이다.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개선 필요성에 더해 산업계 어려움 및 회수 체계 구축 등을 고려해 표시 예외 인정 기준을 마련했다. 자체 포장재 회수 체계를 갖춰 2023년 15%, 2025년 30%, 2030년 70% 이상 회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환경부 장관이 인정하면 등급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예외 인정을 반대했다. 역회수 체계나 재생원료 사용은 이미 추진되던 정책이고 업체들의 준비 부족 등을 지적하며 예외 적용 철회를 주장했다. 자체 회수와 표시 예외를 연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기업들이 등급표시를 수용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표시 예외 적용을 전제로 역회수 계획을 밝혔던 화장품 업체는 48곳에서 최종 3곳으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규모가 적거나 방문판매 등으로 역회수 부담이 적은 일부 업체로 의미가 퇴색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준비 부족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환경과 관련된 사안은 타협이 안 된다”며 “환경부의 회수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디자인 등 제약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형 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표시제는 국내 유통되는 국산·수입 화장품에만 적용되고 수출품에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내 업체 중 내수·수출을 달리해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적은 데다 중국은 내수용과 수출품의 표기가 동일해야 한다. 내수용과 디자인을 달리해 중국에 수출했다 역으로 ‘짝퉁’으로 몰려 신고될 수 있는 상황이 생겨났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8% 증가한 61억 2200만 달러(약 6조 8100억원)로 집계됐다. 중국 수출액이 절반에 가까운 30억 4600만 달러에 달한다. 학계 관계자는 “화장품 용기에 대한 자원 순환 대책이 필요하지만 재활용 어려움 표기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산 화장품의 이미지만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대체 기술이 없거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 심각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6월 중 분리 배출 표시제 개정안 마련 남은 과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분리배출 표시’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 재질·구조 개선 및 포장재 배출방법 등을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한 제도다. 환경부는 몸체에 다른 재질이 혼합·도포·첩합된 제품은 별도 표시해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산업계가 자칫 내용물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도안 수정 및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재활용 등급과 함께 분리배출 표시까지 하는 것은 이 중 규제이자 소비자의 역회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분리배출 표시는 규제가 아닌 올바른 배출 및 재활용이 편리한 용기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해당사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실효성 있는 개정안을 6월 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이 중시되면서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자원순환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제 도입 후 먹는 물과 음료류 등에서 쉽게 라벨을 분리하고 페트병 몸체를 유색에서 무색으로 전환하는 변화가 이뤄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포장재 역회수에 나서고 지속 가능한 리필 용기 등도 출시되고 있다. 탈플라스틱 사회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재질과 구조를 바꿔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의 전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험난한 중국 벤처의 산, 이 남자가 먼저 올랐다

    험난한 중국 벤처의 산, 이 남자가 먼저 올랐다

    흔히 ‘스타트업 창업’이라고 하면 부유한 재벌 2~3세나 이들의 후원을 받는 외골수 천재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들이 주고받는 수십억~수백억원의 투자금 논의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아닌 중국에서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라는 스타트업을 일군 김준범(28) 총경리(대표)는 27일 기자를 만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이 만든 첫 번째 벤처기업이다. “창업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어렵사리 회사를 차렸어요. 돈이 넉넉지 않아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부딪치니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고요.” ‘초짜 사업가’인 김 대표가 정글 같은 중국의 벤처 생태계에서 살아남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베이징의 마윈’이 돼 금의환향할 수도,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외롭게 귀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음을 걸고 세상을 바꾸고자 출사표를 던진 결단만큼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무원이 되고자 1평 남짓 고시원 방에서 수험서를 외우고 또 외우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신선한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199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새로운 세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원래 꿈은 의사였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촌형 등이 모두 의사여서 자연스레 ‘장래희망’이 됐다. 하지만 하늘의 뜻이었을까. 고3 때인 2010년 11월에 치른 대입 수학능력 시험 결과가 참담했다. 재수를 고민하던 그에게 가족의 조언이 자극제가 됐다. “의사가 넘쳐나는 집안에서 굳이 너까지 의대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릴 적 네가 좋아했듯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때.” ●새로운 세상 찾아 베이징으로 중국이 눈에 들어왔다. ‘니하오’(안녕하세요)밖에 몰랐지만 미국과 함께 양대강국(G2)이 된 이 나라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났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한 달 뒤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코피를 쏟아가며 2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려 2013년 9월 중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중국 공유자전거 개척자로 불리는 ‘오포’의 창업자 따이웨이(30)가 4년 선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로 해군 청해부대에서 근무한 최민정(30)씨가 3년 선배다.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 그러나 대학 생활이 순탄하진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언어였다. 2년 넘게 중국어를 익혔지만, 첫 수업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례 위주로 소개하는 경영학 강의 특성상 뜻을 모르는 신조어가 쏟아져 공부가 갑절로 힘들었다. 몇 주 만에 수업을 포기하고 학교 밖으로 맴돌았다. 밤마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했다. 베이징에 첫발을 디딜 때 가졌던 ‘초심’도 이렇게 사라지는 듯했다.●학사경고 받자 ‘무너질 수 없다’ 마음 바꿔 그의 방황은 2학년 1학기 말 학사경고장을 받아 든 뒤에야 끝이 났다. ‘힘들게 베이징까지 왔는데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수업에 100% 출석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던가. 신기하게도 교수들의 강의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친구들과 밤새 놀며 인생을 논한(?)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귀가 트인 것이다. 수업이 들리니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서툰 중국어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도 좋아졌다.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특이한 케이스’라고 입소문이 났다. 애초 그는 베이징에 올 때부터 취업에 관심이 없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니 어떻게든 창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었다. 졸업이 다가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때 ‘한국과 중국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플랫폼을 만들면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외국인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창업비자를 받을지’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무일푼인 그에게 막대한 창업 비용도 걸림돌이었다.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대학 내 취업지원센터인 ‘직업발전중심’을 찾았다. 직원들이 그를 보고 신기해했다. 유학생이 창업을 문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다. ‘1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30번 넘게 찾아가 묻고 또 물었다. 학교가 그의 노력에 백기를 들었다. 직업발전중심에서 연락이 왔다. “너 같은 학생은 처음이다. 너를 위해 정부 인사들을 모아 특별 강연회를 열기로 했으니 꼭 참석하라”고. 앞서 중국 국무원은 2017년 7월 외국인 유학생 창업비자 발급 제도를 개시했다. 중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려면 ‘두뇌의 국적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의 대표적 지원기관인 ‘하이디앤 창업원’이 사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성과가 미미했다. 강연회를 통해 새 제도를 접한 그는 곧바로 창업원을 찾아가 매달렸다. 마침내 대학 졸업 한 달 전인 2019년 7월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를 만들 수 있었다. 중국 국가급 창업원에 입주해 외국인 무자본 창업 제도로 태동한 최초의 외자기업이 태어났다.●한중 연계 플랫폼 키워 유니콘 목표로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는 김 대표를 포함해서 전 직원이 4명뿐인 초미니 벤처다. 그럼에도 회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고신기술기업(첨단기술벤처기업), 1호 집군주책기업(혁신기업 클러스터), 베이징 신4판(과학기술기업 전용 거래소) 상장기업에 선정될 만큼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엔젤 투자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실현하려는 아이디어는 한중 두 나라의 기술·자본 협업을 이끌 모든 종류의 지원 사업이다. 이미 양국 정부에서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관련 프로젝트 16개를 수주받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중국 정부로부터 ‘국제인재창업기업 대표’로 선정돼 현지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유명인사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 유튜브 채널 ‘김준범 총경리’에서 중국 경제 현황을 소개하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한중 창업·청년 교류방’에서 유학생 창업 정보도 제공한다. 자신을 ‘퍼스트 펭귄’(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선발자)으로 여기는 후배들의 ‘대륙 도전’을 돕기 위해서다. ●창업 원하면 가슴 뛰는 삶 추구하라 요즘 그는 왕훙(인플루언서) 발굴이라는 신사업을 개척 중이다. 중국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한국인 왕훙을 대거 육성해 ‘21세기 수출 역군’으로 키우려는 취지다. 북경한반도과기유한공사를 베이징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시켜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국부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단다. 끝으로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삶’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아직도 중국의 잠재력을 모르고 중관촌 창업거리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한국인들이 많아 아쉬움이 커요.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를 앞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기술 인재들이 이곳의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신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합니다.” 글 사진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무대 위 처절함이 던지는 질문

    “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무대 위 처절함이 던지는 질문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또 누군가는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각자 처절한 시간을 보낸 인물들이 객석에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절실하게 지켜낸 그것들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 23일 막을 연 서울시극단 연극 ‘정의의 사람들’ 무대에는 다양한 시공간이 얽혔다. 1905년 러시아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암살 사건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사건이 일어난 1905년과 카뮈가 글을 쓴 1949년, 그리고 2021년 광화문이 교차된다.정의를 위해 독재자를 암살한 혁명가 이반 칼리아예프가 독방에 갇혀 있는 가운데 과거 속 아지트 멤버들, 현재의 경찰청장과 대공비, 투사들까지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투사들은 점점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안중근·윤봉길 의사부터 전태일 열사와 여성 노동자들, 페미니스트까지 시대를 거슬러 변해 가는 정의를 비춘다. 결국 광화문광장에 이르러 절반은 촛불을, 절반은 태극기를 들고 서로 시끄럽게 민주주의를 토해 내느라 하나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일침이 나온다. “그래서 니들이 떠들어 대는 정의가 뭔데?”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문삼화 연출은 “다른 사람의 정의는 귀 닫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나만의 정의가 그렇게 옳은 정의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무대에서 그려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지난 9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 대표 작품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속 정영은 훨씬 처절하다. 기군상의 중국 고전 ‘조씨고아’를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타의로 복수전에 휘말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식까지 희생한 정영을 중심으로 무대가 흘러간다. 특히 원작에 없던 정영의 아내가 등장해 남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식을 내어주자는 남편에게 “그깟 약속이 뭐라고, 그깟 의리가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비극성을 더욱 키운다.자식과 아내까지 잃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내놓은 결과로 조씨고아를 지켜 내고 20년간 원수 도안고의 양자로 키워 내지만 복수의 끝에 정영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쓰러진 듯 멈춰 있다. 절실하게 지킨 신의와 끝내 이뤄 낸 복수의 과정을 정영의 애통한 심정으로 함께 따라가지만 마지막에선 “네 인생이 뭐였어? 이제 남은 것이 아무도 없네”라는 말을 들으며 허무함을 맞게 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달려왔는지, “아버지, 웃으세요”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잔치를 즐기러 가는 조씨고아에게서조차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 작품 속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 맞춰 놀고 나면 어느새 한바탕 꿈”이라는 대사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독특한 연출 등으로 더욱더 깊은 질문을 안게 되는 두 작품은 모두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권정선 경기도의원, 부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사패 받아

    권정선 경기도의원, 부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사패 받아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권정선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5)이 26일 부천지역 교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부천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평소 지역 사회와 학교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권 의원은 부천지역 학교의 시설 환경개선 및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에 노력해 왔으며, 특히 학교현장 방문을 통해 교육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교시설물을 점검하여 즉시성 있게 예산지원에 앞장서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천교육지원청 황미동 교육장은 “앞으로도 도의회와의 소통·협력을 통해 노후화된 학교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역 교육현안 해결에도 도의회 등 대외협력기관과 지역교육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권정선 의원은 “교육행정위원으로서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학생이 행복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을 뿐인데 이렇게 감사패를 받게 되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학교가 상생의 가치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감사패 전달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부천교육지원청 교육장실에서 간소하게 진행되었으며,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검찰총장 요건 언급 비판... 박범계 “유념하겠다”

    새 검찰총장 요건 언급 비판... 박범계 “유념하겠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한 것에 비판이 이는 것과 관련해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26일 박 장관은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발언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검찰의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는 것 하나하나가 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더 길게 말씀드리진 않겠다. 내일 법사위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박 장관은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의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장관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정말 우려스럽다”며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 후보군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천위는) 오늘부터 사실상 시작하는 것이고, 오늘 위원님들께 자료가 보내질 것”이라며 “잘 논의되도록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이 현직 검찰 간부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무부 외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제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총장 인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시조로 읊어내는 시대정신…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다

    시조로 읊어내는 시대정신…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다

    빼어난 문화민족은 저마다 고유한 정형시 양식을 계승해 왔다. 영미 쪽의 소네트, 한자 문화권의 한시, 일본의 와카나 하이쿠 등이 그 사례다. 우리의 경우에는 시조가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시조는 지금도 왕성하게 쓰이고 읽히고 있는 현재형이다. 이렇게 우리의 운문 양식 가운데 거의 모든 것이 소멸했거나 다른 장르로 흡수된 데 비해 시조는 민족문학의 장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면면히 이어 가고 있다. 시조시단의 종가인 한국시조시인협회는 이러한 시조시인들의 열정과 역량을 모아 문학장(場)에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지난 3월 20일 제26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정환 시인은 40년 이상 시조를 써 온 우리 시조시단의 대표 중진이다. 그를 만나 시조만의 매혹을 느껴 보고 그 미래를 예감해 보리라 생각했다.●‘목숨 그 자체’인 시조시인의 길 이정환 시인은 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대구 영신중 3학년 가을 국어 시간에 박상근 선생님께서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의 호도’ 육성 파일을 들려주셨습니다. 뜻은 못 알아들었지만 그 운율과 음악이 몸에 감겨 왔습니다. 시에 관한 첫 기억이지요.” ‘소년 이정환’은 이때부터 날마다 시를 생각했고 대학에 가서는 직접 시와 시조를 쓰는 습작생이 됐다. 그러다가 시조로 안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6년 월간 ‘샘터’에 시조를 응모해 한 해에 세 번이나 뽑혔던 것이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청년 이정환’은 본격적인 시조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연말에 가작으로 입상했을 때 잡지가 한 권 배달됐어요. 처음 보는 ‘시조문학’이라는 시조 전문 계간지였습니다. 보낸 분은 오래전 돌아가신 류제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마음 내키면 신인 추천에 응모해 보라는 권유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류 선생의 권면에 따라 그는 1978년 겨울호에 ‘시조문학’으로 추천을 완료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그 후 거침없이 시조시단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1984년 ‘오류’ 동인을 결성해 시조시단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이때 그는 민족문학의 자존심인 시조가 자신을 선택한 것 같은 떨림을 체험했다고 한다. 시조가 민족정신의 위의를 세워 가고 시대의 어둠을 걷어 내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시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돼 갔다. 문청 시절에 ‘시림’, ‘순수연대’ 등 자유시 동인 활동을 했지만 시조를 쓰면서 “시조가 숙명이라는 자각을 했고 길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떠올린 그는 “시조 형식이 몹시 갑갑할 수 있을 터인데 처음부터 몸에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시조를 쓰면 쓸수록 오묘하다는 것을 느꼈고, 시조 3장으로 무슨 노래든지 다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 깨달음이 40여년을 관통해 시조의 길을 달려오게끔 해 준 것이다. “시조는 제게 목숨 그 자체”라고 단언한 이정환 시인은 “시조가 더욱 사랑받는 양식이 되기 위한 길은 본령에 충실한 창작이다. 전통적 기율을 잘 지키는 가운데 다채로운 변용과 변주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창의적 의미 공간인 종장의 반전을 잘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시조는 반드시 3장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시조의 존재론적 전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형식의 확장과 축소를 내세우더라도 매력과 마력의 율격인 3장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시조가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는 일은 그 길밖에 없습니다. 자유시와는 판연히 다른 시조만의 고유성을 등한시하고서는 널리 사랑받기 어렵습니다. 시조의 생명은 가락에 있거든요.” 나아가 시인은 시조를 쓰는 이들이 고시조와는 변별되는 ‘다른 목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중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봤다. 뜨겁게 읽히는 시조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궁구하지 않으면 시조시단이 ‘우리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엄격한 제약… 그럼에도 왜 시조인가? 정형시와 자유시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형시에는 선험적 율격이 주어져 있고 자유시에는 시인의 호흡에 따른 자유로운 운율이 부가될 뿐이다. 그러니 시조를 쓰는 게 불편해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왜 굳이 시조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자유시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왜 제약이 큰 시조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 하는가? 이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시조라는 오랜 양식이 왜 필요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이정환 시인은 “시조는 분명히 자유시와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그것을 ‘시조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시조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지, 즉 전통적 기율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적 요청에 답하는 길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시인은 시조의 다양한 형식은 인정하되 시조의 본령인 단시조 창작에 주력하는 일이 더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그것만이 ‘왜 시조인가?’에 대한 명징한 답변이 된다고 했다. 시조를 해외에 알리는 데 단시조가 가장 적절한 텍스트인데 단시조야말로 가장 맞춤한 ‘존재의 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자 그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새와 수면’을 들었다. “강물 위로 새 한 마리 유유히 떠오르자// 그 아래쪽 허공이 돌연 팽팽해져서// 물결이 참지 못하고 일제히 퍼덕거린다// 물속에 숨어 있던 수천의 새 떼들이// 젖은 날갯죽지 툭툭 털며 솟구쳐서// 한순간 허공을 찢는다. 오오 저 파열음!” 역동적인 팽팽함과 퍼덕거림의 몸짓이 새 떼의 솟구치는 비상을 감각적으로 잘 전달해 준다. 시인은 이 밖에도 ‘애월 바다’, ‘에워쌌으니’, ‘주상절리’ 등을 떠올렸다. 시조시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정음시조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한 것입니다. 2019년에 제1회 수상자를 냈고 올해로 3회째를 맞습니다.” 제정 취지에서 시인은 훈민정음에서 찾아낸 ‘정음’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선언했다. 등단 15년 미만인 신진 시인의 창작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의도로 시작된 이 문학상이 한국 시조시단의 청량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시인은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라고 문청 시절부터 믿었던 것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순간을 들려줬다. 1987년 첫 시조집 ‘아침 반감’을 내러 갔던 서울 길에서 체험한 종교적 회심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한 영혼 구원의 길을 찾아가는 데 종교와 문학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더불어 이정환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조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 2000년에 펴낸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에 수록된 ‘친구야, 눈빛만 봐도’가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가진 역량과 열정이 빛을 발하는 단면들일 것이다.●공복으로서, 시인으로서의 지극한 울림 이제 그는 10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3년 동안 이 협회를 이끌어 간다. “공복이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공공을 위한 일꾼’이라고 여기고 항상 낮은 자세로 일하고자 합니다. 종가는 한 문중에서 맏아들로만 이어 온 큰집이기에 그 책무가 무겁고 중차대합니다.” ‘이사장 이정환’은 협회의 소중한 자산인 회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참여 지분을 적극 넓혀 나가도록 힘쓸 것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여러 시조단체가 활동 중인데 모두 함께 시조 발전을 위해 협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그는 ‘한국현대시조문학사’ 편찬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전통 시가인 현대시조가 100년 역사를 맞고 있으나 아직 현대시조문학사를 정리한 전공 서적이 없는 실정이라 문학사 간행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년 안에 우리는 비교적 두툼하고도 정치한 시조문학사 한 권을 그의 노력으로 받아 보게 될 것 같다.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시인 이정환’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 그는 팔순이 넘어서도 시조와 동시조를 쓰면서 명작을 남긴 백수 정완영 선생을 떠올리며 “시인의 길에 나이는 조금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조는 삶을 향한 태도와 마음 상태가 중요하지요. 여력을 확보해 시조의 본질에 근접해 가는 활동을 이어 가고 싶습니다.” 이정환 시인의 밝고 굵은 목소리에서 시조를 통해 빛을 뿌리는 미학적 순간들이 지극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봄날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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