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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피랍 심성민씨 추가 살해

    탈레반, 피랍 심성민씨 추가 살해

    정부의 끈질긴 탈레반과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31일 오전 1시 30분쯤 한국인 인질 심성민(29)씨가 살해됐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우리가 정한 협상시한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 않아 한국인 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하게 되었다.”며 “우리가 살해한 인질은 성신(심성민씨로 추정)으로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에 AK-47 소총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시체는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에 버렸다고 아마디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동생 심모씨는 울음을 터트리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던 샘물 교회 관계자와 유가족들도 심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부 관계자도 “사실을 확인중”이라면서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에 앞서 정부는 30일 한국인 피랍자 22명의 무사 귀환을 위해 백종천 대통령 특사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2차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익명의 탈레반 사령관은 이날 오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완전히 실패했다. 인질 처형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AP통신은 그러나 밤 늦게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이틀 더 연장했다고 아프간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해 협상이 계속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이틀 연장됐다는 정보가 보고 됐다.‘압박’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중요한 이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피랍사태 이후 14번째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고,“백 특사가 현지에 2∼3일 더 머물며 추가 활동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백 특사를 통해 “추가 인질 살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아프간 정부와 현지 지역원로 등을 통해 탈레반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피랍자 22명의 석방을 위해 군사작전을 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아프간 정부측에 거듭 전달하고 협조 요청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피랍자-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에 난색을 표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성인질 선(先)석방 제안에 대해서도 탈레반측은 거부했다고 아프간 정부협상단의 일원인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 마무디 가일라니가 AFP 보도를 통해 전했다. 아프간 소식통은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탈레반측이 추가 협상 시한으로 정한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70분 동안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피랍자의 안전과 조속한 석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보다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회의 주재가 상황의 긴박함에 따른 것은 아니며, 회의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의 1차 면담 결과가 민족스럽지 못하다고 결론짓고,2차 면담 시기를 판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탈레반측이 명단을 제시한 8명의 인질과 관련, 아프간과 미국 정부와 물밑으로 전략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아프간이나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는 탈레반측이 정권을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중시, 아프간 재건을 위해 한국 정부가 기여해왔고, 대규모 경제 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억류 지역으로 추정되는 아프간 가즈니주와 수도인 카불에서 지역 원로와 지도자를 폭넓게 접촉, 현지 봉사활동 중인 한국인 납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이날 오후 4시45분 아랍에미리트항공편으로 국내에 운구돼 경기 안양 샘병원에 임시 안치됐다. 박찬구 김미경 구동회기자 ckpark@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석방 협상] 교착상태 ‘맞교환 협상’ 물꼬 트나

    백종천 대통령 특사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면담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인 피랍자 석방 교섭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백 특사는 29일 오후(한국시간)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석방 교섭의 관건인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을 비롯해 아프간 정부의 탄력적인 대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별도로 언급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靑 “아프간 정부인사 발언 비공개” 백 특사는 ‘테러집단과 협상불가’라는 원칙만 앞세우는 아프간 정부의 입장이 인질의 무사귀환을 목표로 하는 우리 정부측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피랍자-수감자’ 맞교환 카드, 아프간 내 우리 군부대 조기 철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50분 동안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 직후 “면담 성과를 공개하는 것은 탈레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우리에겐 위험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이라면서 “면담 결과와 관련해 갖가지 외신 보도가 나올 텐데 어느 것에도 국내 언론이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백 특사는 현지 상황을 좀더 지켜 본 뒤 필요하면 아프간 정부측 인사를 더 만나거나 적절한 귀국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지난 27일 현지에 파견된 백 특사가 이틀이 지나서야 카르자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은 한국 정부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현지 원로 활용등 간접 접촉 시도 아프간 정부는 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 줬다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다시는 테러조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하는 한국 정부와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의 뒤늦은 면담에서 양국 정부를 만족시키는 극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현지 원로 등을 매개로 탈레반측과 간접 접촉을 시도하는 등 전방위 자구 노력과 함께 미국·아프간 정부를 최대한 설득하는 총력 외교전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석방 협상] 피랍자 가족들 ‘육성 공개’ 희비

    피랍자들의 육성이 잇따라 공개되자 가족들 사이에는 29일 안도와 우려가 함께 교차했다. 피랍 11일째를 넘어서면서 피랍자가족모임 대책본부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타운에는 자원봉사자 의료진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30여명의 피랍자 가족들은 유정화(39)씨가 로이터와의 전화 통화에서 “피랍자들이 모두 아프다.”라고 말한 점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백종천 대통령 특사의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면담이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피랍 가족 모임 차성민 대표는 “정부로부터 탈레반의 전략에 따라 육성 추가 공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가족들이 육성 공개를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대표는 “가족들이 생계도 내팽개치고 대기하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석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장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지만, 특별히 몸에 이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일을 맞아 샘물교회에는 2000여명의 신도가 모여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고 배형규 목사를 추모했다. 그러나 기약없는 협상이 계속되면서 일부 가족들 사이에 정부 협상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가족들은 ‘현지에 직접 가서 기다리자.’는 의견도 제기했다. 한 가족은 “정부가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와 신뢰를 표명해 왔지만 협상이 당초 기대보다 너무 늦어져 언제까지 정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우려했다.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된 배 목사가 아프간으로 출국하기 전에 쓴 글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배 목사는 2001년 5월6일자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쓴 샘물교회 소식지 ‘샘물이야기’에 ‘죽음 이후에라도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다면 마지막 하나까지 이웃을 위해 내놓겠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안구와 장기, 시신까지 모든 것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다 기증했습니다.’라고 적었다.박건형 이은주기자 kitsch@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석방 협상] 교황, 한국인 인질 무사귀환 호소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주일 미사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AP 통신은 29일 교황의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주일 미사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교황은 “납치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다.”라며 “나는 탈레반이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즉시 중단하고 인질들을 무사히 돌려 보내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석방 협상] 송민순·라이스 장관 전화통화

    아프간 피랍 사태가 11일째를 넘기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한·미 협력체제 가동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인질 구출을 위한 무력 작전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피랍된 국민들의 무사귀환이 최우선 해결과제여서 무력 사용은 반대하는 입장이다.●“무사귀한 협조를” 총력 외교전 송민순 외교부장관은 아프간 사태 발생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는 등 한·미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송 장관은 라이스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인질들의 조속한 무사 귀환을 위해 미국측이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이번 사태 해결과정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적극적인 한·미 협조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탈레반의 수감자 석방에 난색을 표하는 아프간 정부를 움직이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제원조로 이곳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정부는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기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군사작전 가능성 배제못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이 개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점도 한·미간 협력체제의 깊이를 더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다. 정부는 그동안 인질의 안전을 우려,“우리 정부 동의없이 구출작전은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 놓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군사작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을 상대로 ‘군사작전 불가’방침도 관철되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 국무부를 비롯, 주한 미국 대사관, 주미 대사관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인질 구축작전의 비효용성 등을 알리는데 외교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석방 협상] 배목사시신 가능한 빨리 운구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에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을 항공편이 준비되는 대로 국내로 운구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준비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시신 운구를 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항공 일정을 알아 보고 있다.”면서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배 목사의 시신은 바그람 기지에 안치돼 있다. 당초 배 목사의 가족들은 다른 피랍자 귀환에 시신을 운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유가족 내부 논의를 통해 입장을 바꿨다. 배 목사의 형인 신규(45)씨는 “정부의 요청과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시신이 더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판단하에 한국으로 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아프간대통령 “석방 위해 최선”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29일 오후(이하 한국 시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은 30일 오후 4시30분을 인질 석방을 위한 새로운 협상시한으로 정하고, 시한 내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1차로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 8명의 명단 가운데 바그람 미 공군 기지에 수용된 수감자를 빼고 아프간 정부 통제 아래 있는 수감자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인질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아프간 소식통은 29일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인 압둘라 잔의 말을 인용,“새 명단은 모두 아프간 정부가 석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수감자이기 때문에 협상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 특사는 이날 50분 동안 진행된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비롯해 ‘22명 무사 귀환’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유연한 대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면담 결과를 보고받고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첫 공식 입장을 내고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 인질 22명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여성을 납치한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안보정책조정회의 직후 “양측은 한국인 피랍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라고만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백 특사는 아프간 정부에 가동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 더 적극적·창의적으로 석방 노력을 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새달 5,6일 이틀간 미국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테러와의 전쟁 등을 주 의제로 논의하며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문제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NHK는 이날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아프간 정부가 인질 구출작전에 대비해 특수부대를 현지에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동의없이 군사작전을 하지 않기로 얘기가 돼 있고, 군사 작전에 반대한다는 우리 입장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만약 아프간 정부가 무력을 사용한다면 이는 인질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탈레반은 마지막 한 명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디는 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정부에 석방을 원하는 탈레반 수감자들의 명단을 넘겼으며 이들의 석방이 바로 우리의 주요 요구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아마디는 “석방 요구 대상자는 고위급이 아닌 평범한 탈레반의 협조자”라고 밝혀 알 자지라가 전날 보도한 ‘거물급 인사 석방 요구설’을 부인했다. 또 아마디는 같은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들은) 봉사단원이 아니라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도우려고 온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간 협의는 정부가 백 실장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프간에 파견, 현지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을 갖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은 28일 밤 여성 인질 유정화씨의 육성을 추가로 공개했다. 앞서 아마디 대변인은 “한국인 인질 22명 가운데 17명이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박찬구 이순녀기자 ckpark@seoul.co.kr
  • 초반 합동연설회 통해 본 이명박·박근혜 비교

    초반 합동연설회 통해 본 이명박·박근혜 비교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간 합동연설회가 거듭되면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특화 공약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같았으나 자신의 필승론과 상대 후보의 필패론을 전달하는 스타일은 연설회마다 엇갈렸다. 2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3차 유세에서 두 후보는 각 지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특화 공약을 내놓고 감성적 호소를 시도했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필승론·필패론 설명도 잊지 않았다. 앞서 22일 열린 제주 유세에서 이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가 부당하다고 성토하는 데 치중해 이성적으로 접근했다. 반면 박 후보는 테러를 당하고 맨 처음 제주를 찾았다며 감성에 호소했었다. 나흘 뒤 부산·경남 유세에서는 반대였다. 이 후보는 자신의 어려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감성을 자극했고, 박 후보는 이 후보의 본선 필패론의 논거를 강한 톤으로 밀어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몇 번을 말하며 울산에 온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는 인상을 풍겼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제가 한 방에 간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찬물에 손넣지 않고 태풍 속에서도 넘어지고 쓰러지며 항구에 도착한 이명박은 강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세계에 나가 물건을 팔 때 남의 물건 흠잡지 않았다. 오늘의 정치는 내가 잘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남을 흠집내 이기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모두 망한다.”고 일갈했다. 전날에 이어 박 후보는 이날도 “의혹을 적당히 덮고 넘어가자는 생각이야말로 대선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이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전체 연설 시간에서 이 후보 공격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었으나, 강도는 세졌다. 박 후보는 “깨끗한 지도자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서민들은 열심히 땀흘려 집 장만하고 자식 교육시키는데, 한쪽에서는 부동산으로 몇 십배, 몇 백배 돈을 쓸어담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며 이 후보 일가의 부동산 투기의혹 연상을 유도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아프간사태이후 경선전략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3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경선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피랍된 국민들의 추가 희생 없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여론을 무시한 채 종전처럼 정치공방전에 매달릴 경우, 국민적 질타를 받을 수 있어서다. 4명의 대선 후보들은 전날 부산 연설회에 이어 27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도 추도 묵념을 올리며 아프간 사태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전날 참모들에게 의혹공방 자제를 지시한 이·박 두 후보는 이날에도 아프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한 뒤 연설에 나섰다. 식전 축하행사도 모두 취소했다. 문제는 아프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8월19일 경선 투표일까지 TV토론과 합동연설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강재섭 대표의 지적처럼 ‘엄숙하고 품위있게’ 자숙 모드를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뜨겁고 화끈하게’ 상호비방 모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변수는 특히 이 후보측보다는 박 후보측이 곤혹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합동유세에서 반전의 기틀을 다져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려 했으나 아프간 사태로 초반 경선 열기가 식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광주연설회 잠정중단 조치에 이어 아프간 변수로 인해 또다시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전날에 이어 27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가 “불안한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물거품된다.”며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잇따라 쏟아낸 것은 이러한 고민의 한 단락이다. 반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후보측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아프간 사태로 검증공방 소식들이 언론에서 수그러진 데다 박 후보측의 공세도 자연스레 차단하는 효과가 생겨서다.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가 박 후보측을 상대로 한 고소 취소 배경으로 아프간 사태를 한 요인으로 들기까지 했다. 이 후보측 김덕룡 선대위원장은 “아프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경선일정을 연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어서 되겠느냐. 경선은 그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현 지지율을 토대로 ‘경선 게임’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아프간 협상 중대국면] 배목사부인 “희생자 더없길”

    [아프간 협상 중대국면] 배목사부인 “희생자 더없길”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남편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자대책위 사무실에서 ‘피랍자 석방을 촉구하는 고 배형규 목사 유가족의 호소문’을 읽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김씨는 “고통스러운 지난 일주일을 지내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피랍자들의 석방과 무사귀환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계속적인 노력과 미국, 아프간 정부의 협력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인터뷰에 나선 김씨는 여전히 남편인 배 목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호소문을 더 이상 읽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호소문을 읽은 뒤 김씨는 “딸아이(8·초등학교 2년)에게는 ‘어젯밤 아빠가 생일이었는데…, 생일날 가장 큰 선물을 받고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설명해 줬다.”고 말한 뒤 또 한 차례 한참을 울었다. 이어 김씨는 “(남편의 사망은)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한번만 더 만났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날 대구에서 올라온 임현주씨의 오빠 임철(32)씨는 “피랍자들이 풀려나려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측은 분당으로 옮긴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한편 배 목사의 장례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박건형 이은주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탈레반의 심리전에 침착한 대응을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이 피랍 인질 가운데 임현주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육성을 공개했다.“모두 매우 아프다. 도와달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간호사인 임씨는 국내의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올 6월에는 양팔이 없는 아프간 소녀를 국내에 데려와 치료받게 한 ‘백의의 천사’였다. 임씨 같은 이들을 붙잡고 생명을 위협하는 탈레반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탈레반이 임씨 육성을 공개한 것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인다. 사건발생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국내에서 책임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한국과 아프간, 미국 정부간 손발이 안 맞아 사건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레반은 이같은 틈새를 크게 벌려 정치·금전적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전에 말리지 말고 우리는 더욱 차분해져야 한다. 최우선 목표는 남은 인질 22명의 조속한 무사귀환이다. 네 탓, 내 탓 공방은 문제가 해결된 뒤에 해도 된다. 그런 관점에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프간 현지에 직접 가서 인질석방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한 것은 무책임한 언행이었다. 한국이 극도로 초조해하고 있음을 탈레반 세력에게 일부러 알려줄 필요는 없다. 조용하고 침착하게 정부가 벌이는 협상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억류된 한국인 인질들을 비판하는 인터넷 댓글 역시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아프간 입국금지 조치를 추진한 부분과 일부 종교단체의 무모한 선교활동의 문제점은 시간을 갖고 따져도 된다. 백종천 대통령특사가 아프간 현지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아프간 당국이 탈레반 죄수 맞교환 등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빠른 시간안에 인질들이 풀려나는 낭보가 날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 [데스크시각] 아프간 피랍사태를 바라보는 눈/강동형 공공정책부장

    우리는 누구나 사회 현상을 자신의 생각, 자신이 경험적으로 쌓아올린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사물을 보는 창의 모양이 다르다. 친구 사이에도, 부부간에도 사물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종종 사회 현상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으면 타인의 이야기와 글을 통해 생각을 가다듬기도 한다. 경험한 세계와 시공간이 다르고, 주어진 문화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지구상의 인구 수만큼이나 ‘서로 다른 눈’이 존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존재의 지식 구속성’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아프간 피랍 사태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눈의 다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활동 겸 선교활동을 갔다가 탈레반에 납치된 분당 샘물교회 교인들은 분명 옳은 일을 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 여행을 삼가달라는 지역으로 떠나면서 브이(V)자를 그리며 기념 사진을 찍고, 생각 없이 갔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누리꾼들의 이야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러한 시각을 주변에서도 많이 접하게 된다. 가톨릭 신자인 한 친구는 “좋은 일을 하러 갔더라도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어 사실 동정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에 다니는 한 친구는 “납치된 가족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이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교회의 해외선교, 봉사활동 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진정한 봉사와 선교가 아니라 위험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온 것을 훈장처럼 여기는 세태라는 것이다. 한 목사님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살해될 수도 있지만 이는 순교이며, 하루에 한시간씩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살해되면 자신도 이들의 뒤를 이어 선교에 나설 각오가 돼 있다는 다짐도 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한 친구는 “아마 저들이 살아온다 해도 비판을 받을 것이다. 돈을 주고 이들을 구해낸다고 하는데 그 돈은 누구 돈이냐. 샘물교회에 갚으라고 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또 다른 친구는 “전투부대를 파견해 인질을 살해한 탈레반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진실은 분명 있을 텐데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는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가다듬으면 아프간 피랍사태를 바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사람을 납치하는 일은 나쁘다. 그리고 목숨을 빼앗는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다. 아프간에 가게 된 동기가 어디에 있든 억류된 사람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애타게 이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있다. 어디 가족뿐이겠는가. 협상을 하는 정부관계자나 우리 사회의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의 종교가 불교이거나 기독교이거나 관계없이 이들의 안전을 바라고 또 바랄 것이다. 특히 종교인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봉사, 불교의 보시공덕, 이슬람교의 선이 궁극적으로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흐려진 눈을 밝혀주고,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줄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소식이 기다려진다.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빈다. 강동형 공공정책부장 yunbin@seoul.co.kr
  • [아프간 피랍 중대국면] 고인 뜻대로 시신 기증

    [아프간 피랍 중대국면] 고인 뜻대로 시신 기증

    25일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인질이 배형규(42) 목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생일에 비보… 가족들 “그럴리가” 배 목사의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하겠다.”고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제주일고와 한양대, 서강대 대학원을 마친 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장로회신학대에 진학해 2001년 목사 안수를 받은 배 목사는 지난 4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배 목사는 아프간에서 돌아온 뒤에는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 봉사활동을 펼 계획이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아들의 생일 날 사고 소식을 들은 배 목사의 어머니 이창숙(69)씨는 “그럴 리가 없다. 뭔가 잘못됐다.”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버지 배호중(72·제주시 일도2동)씨도 “너무 충격적이다. 좋은 일을 하러 갔기 때문에 무사 귀환을 확신했다.”며 통곡했다. ●목사친구 교회홈피엔 “심장을 꺼내주고 싶은 친구…” 배 목사와 장로회신학대학원 92기 동기로 절친했던 광장교회 남형우 목사는 “교단이 달라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싫은 소리 한번 듣지 않는 온순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배 목사의 친구 박원회 낙도선교회 목사는 교회 홈페이지에 “형규는 저의 심장을 꺼내주고 싶은 친구”라면서 “내가 어려울 때는 쌈짓돈을 넣어주고 버스를 타고 가버리곤 했다.”는 사연을 밝혔다. 제주 황경근·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무분별한 해외선교 더 이상 안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우리 국민 23명을 납치,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측이 어제 인질들과 통화하거나, 그들의 최근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대가로 각각 10만달러를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아울러 탈레반 측은 인질 가운데 일부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식의 ‘정보’를 흘렸다.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 무고한 목숨을 볼모 삼아 돈을 요구하는 인질범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솟지만, 인질의 안전 귀환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처지에 그들의 파렴치한 요구를 묵살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이처럼 우리 국민과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떠안겼다. 따라서 이제는 이런 일이 벌어진 내적 원인을 분명히 가려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그리고 그 주원인으로 일부 개신교회의 무분별한 해외선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규모, 교인 숫자를 내세워 세를 과시하는 악습이 해외선교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오죽하면 사건 발생 직후 기독교계 내부에서조차 선교지에서의 대규모 인원동원 집회, 이벤트식 행사 중지를 요구하며 “현지종교를 이해하고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겠는가. 우리는 3년전 ‘김선일씨 참사’를 겪었다. 그런데도 이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진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앙적 이기심 때문에 무모한 해외선교를 일삼다가 그 결과를 국민과 정부에 떠넘기는 행태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개신교회의 맹성을 촉구하며 그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성숙하게 ‘더불어 사는’ 자세를 갖기를 기대한다.
  • [병자호란 다시 읽기](29)이괄(李适)의 난(亂)이 일어나다Ⅲ

    [병자호란 다시 읽기](29)이괄(李适)의 난(亂)이 일어나다Ⅲ

    1624년 2월10일 이괄이 서울로 입성한 직후, 도원수 장만은 관군을 이끌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장만은 초조했다. 반란군에게 도성을 내주고 국왕으로 하여금 파천 길에 오르게 만든 일차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장만은 파주 혜음령(惠陰嶺)에 이르러 부원수 이수일(李守一)과 남이흥, 정충신 등 장수들을 불러모아 작전 회의를 열었다. 장만은 두 가지 계책을 제시했다. 서울로 달려가 결전을 벌이든가,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남쪽에서 원군이 오기를 기다려 세력을 키운 뒤 공격하자는 안이었다. 그는 사실 지구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관군 승기 잡자 관망하던 민심 돌아서 정충신은 지구전에 반대했다. 그는 즉시 서울로 달려가 안현(鞍峴)을 장악하자고 주장했다. 높은 고개를 차지하여 진을 친다면 도성을 내리누르게 될 것이고, 관망하고 있는 도성 백성들도 관군 편으로 붙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반란군이 공격해와도 지형의 이점 때문에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만은 정충신의 계책을 받아들였다. 관군은 안현을 향해 내달렸다. 정충신이 제일 먼저 연서역(延曙驛, 지금의 은평구 역촌동)을 통과하여 안현에 도착했다. 그는 정상으로 달려 올라가 봉수대를 지키는 병사를 생포했다. 정충신은 평상시의 봉화(烽火)를 올리도록 하여 이괄의 진영에서 안현이 탈취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관군의 병력이 속속 안현으로 집결했다. 때마침 동풍이 크게 불어 이괄 진영은 관군이 안현으로 모여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에야 이괄은 관군이 안현을 접수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는 느긋했다. 이미 승승장구해온 터라 관군을 가볍게 보는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이괄은 항왜들을 이끌고 연서역으로 나아가 장만을 생포하려는 계책을 세웠다. 한명련(韓明璉)은 도성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안현을 공격하여 승리를 거둠으로써 민심을 얻어내자고 건의했다. 이괄의 반란군은 부대를 둘로 나눠 안현을 향해 진격했다. 한명련이 항왜 수십 명과 정예 포수를 이끌고 선봉에 서고, 이괄은 중군이 되어 싸움을 독려했다. 아침 6시쯤부터 격전이 벌어졌다. 도성의 백성들은 성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 두 진영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전황은 밑에서 위쪽으로 공격하는 반란군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화살과 총탄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더욱이 장만 등은 도성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도 분전했다. 오전 11시쯤까지 이어지던 싸움의 중간에 바람의 방향마저 바뀌었다. 반란군 쪽으로 서북풍이 불었다. 관군은 승기를 잡았다. 반란군 진영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많은 수가 안현을 향해 기어오르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한명련도 화살에 맞은 뒤 퇴각했다. 전투 장면을 구경하던 도성 백성들은 반란군이 수세에 몰리자 돈의문(敦義門)과 서소문(西小門)을 닫아 버렸다. 관망하던 민심의 향배가 정해진 것이다. 퇴로가 막힌 반란군은 숭례문 쪽으로 향하거나 마포 서강(西江) 방면으로 도주했다. 여염으로 숨어 들어간 자들도 있었다. ●기익헌 등이 반란군 지휘부 9명 죽여 2월11일 밤 아홉시 무렵, 이괄과 한명련은 패잔병을 이끌고 수구문(水口門)을 통해 서울을 탈출했다. 다음날 새벽 삼전포(三田浦)를 경유하여 광주(廣州)까지 달아났다. 이괄은 광주목사 임회(林檜)를 살해하고 경안교(慶安橋)라는 곳에서 병력을 수습하려 했다. 12일 아침, 정충신 등이 병력을 이끌고 추격해 왔다. 안현에서 패한 이후 반란군은 이미 기세가 꺾였다. 얼마 되지 않는 관군의 공격에 변변하게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괄은 고작 60여명 정도의 기병만 거느리고 다시 이천(利川) 쪽으로 달아났다. 이괄을 따라가던 흥안군은 광주 소천(昭川) 쪽으로 도주했다. 관군 또한 지쳐서 추격을 멈추고 있을 때, 이괄의 진영에서 포수 한 사람이 도망쳐 왔다. 그는 반란군 내부에 이괄과 한명련의 목을 베려고 시도하는 자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자중지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튿날 새벽 정충신이 관군을 이끌고 이천 묵방리(墨坊里)에 당도했을 때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다. 반란군 가운데 기익헌(奇益獻) 등이 이미 이괄과 한명련 등 지휘부 아홉 명을 살해한 상태였다. 한명련의 아들과 조카만 간신히 달아나고 반란군은 궤멸되었다. 흥안군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여염으로 숨어들다가 체포되었다. 그는 서울로 압송되어 돈화문 앞에서 살해되었다. 한남원수(漢南元帥) 심기원(沈器遠)과 훈련대장 신경진(申景 )이 ‘흥안군이 선조의 아들이고 인조의 숙부지만 참역(僭逆)에 가담했으니 아무나 죽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죽였던 것이다. 흥안군은 이괄에 의해 추대된 지 불과 4일 만에 몰락하고 말았다. 인조 일행은 안현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천안에서 들었다. 하지만 13일 새벽, 도주하던 적이 달려들 것을 우려하여 공주로 들어갔다.2월15일, 참수된 이괄의 머리가 공주에 도착했다. 인조와 신료들은 군용(軍容)을 벌여놓고 이괄의 수급(首級)을 받는 의식을 거행했다. 반정을 일으켜 어렵사리 잡은 권력을 1년이 채 못 되어 내놓을 뻔하다가 다시 잡는 순간이었다. ●난의 후유증 인조는 2월18일 공주를 출발하여 22일에 서울로 귀환했다. 난민들이 불을 질러 창경궁이 불탔기 때문에 인조는 경덕궁(慶德宮)으로 들어갔다. 도성은 엉망이었다.“모든 재물이 바닥나서 열흘 먹을 저축도 없는 상황”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민심이 흉흉한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며칠 사이에 궁궐의 주인이 바뀌었다가, 다시 바뀌면서 처참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이미 파천하기 직전인 2월7일, 인조 정권은 옥에 갇혀 있던 정치범들을 즉결 처분했다. 광해군때 정승을 지냈던 기자헌(奇自獻)을 비롯하여 역모 가담 혐의를 받았던 37명의 목을 베었다. 이들은 의심은 받았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었던 데다 심문도 채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원익이 “기자헌은 반역에 가담한 죄상이 없는 데다 폐모론에도 반대했다.”고 애써 변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반정공신들의 여유를 빼앗아 갔다. 격변의 와중에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백성들도 적지 않았다. 안현 싸움에서 패한 이괄군이 도주하기 전에 80여 명을 학살했고, 관군이 서울을 접수하면서 다시 처참한 학살이 빚어졌다. 좌의정 윤방(尹昉)은 인조에게 ‘적에게 붙었던 백성 가운데 자신이 처단한 사람만 200명’이라고 보고했다. 백성들 가운데는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여 ‘반란군의 머리’라면서 수급을 가져다 바치는 자들이 있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이괄이 도성을 점령했던 동안 서울의 민심은 인조정권에 몹시 적대적이었다. 백성들은 이괄군을 맞이하고, 창경궁에 불을 지르고, 내탕(內帑)을 훔치고, 반정공신들의 저택을 점거했다. 인조반정 성공 직후 자살한 박승종(朴承宗) 집안의 노비들은, 대가가 서울을 나가자마자 반정공신 김류의 집을 접수했다. 박승종의 며느리는, 역시 공신 가운데 실세였던 이귀의 집에 들이닥쳐 문을 봉해버렸다. 반정 직후 김류가 박승종의 저택을, 이귀가 박승종의 아들 박자흥(朴自興)의 저택을 차지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인조가 환도한 뒤 또 다른 보복이 자행되었다. 서울을 비운 사이에 피해를 당한 관인이나 사대부들은 환도하자마자 의심나는 대상자들을 포도청에 고발했다. 그 때문에 ‘포도청의 감옥이 가득 찼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아예 직접 대상자들의 집으로 쳐들어가 재물을 약탈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괄의 난은 진압되었지만 인조정권은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논공행상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괄로 하여금 거병하게 만든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였다. 후금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와중에 내란을 치르면서 조선의 군사적 역량은 심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인조정권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민심을 수습하고 국방력을 재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스톡홀름 신드롬 올 수도”

    한국인 23명이 피랍된 지 6일째를 넘어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피랍자들의 생존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고통과 후유증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악지대에 2∼4명씩 무리지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피랍자들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극도의 공포 및 불안감이라는 안팎의 적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수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협상이 장기화될 수록 피랍된 한국인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피랍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로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PTSD가 나타난다.”면서 “현재 상황을 비춰보면 인질의 3분의1 정도는 PTSD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풀려난다면 귀국하자마자 전문의 면담이 필요하며 최소 1년간 이들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6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지연성 PTSD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생사가 오가는 극한 공포 상태가 오래 유지될 경우 PTSD가 발생한다.”면서 “육체적으로도 극도의 긴장 상태 탓에 소화 불량과 위장 장애가 발생하며 불면증 등 고통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 역시 “공포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풀려난 뒤에도 짧게는 3∼6개월, 장기적으론 수년 후까지도 악몽과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반건호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 자체가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며 스트레스가 고조돼 소화 불량과 근육통, 극단적인 경우엔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면서 “전체가 무사귀환하지 못할 경우에는 살아남은 이들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서바이벌신드롬’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테러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협상 장기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아프간 정부와 안 되니까 우리와 직접 거래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억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 동화현상이 생기고, 납치범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온건파가 득세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피랍자들이 처음에는 자아상실과 우울증에 시달리겠지만 차츰 정상을 찾을 것”이라면서 “억류 장소를 옮겨다니거나 감시원을 교체하고 극단적으로 인질에게 두건을 씌우는지 여부 등이 변수지만 ‘스톡홀름 신드롬(납치범과 인질이 동화되는 현상)’ 같은 전이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처음에는 극도의 심리적 공포에 빠지거나 삶에 대한 자포자기가 나타날 수 있다. 피랍된 이들이 젊은 층인 만큼 순간적인 반발 심리로 납치범에 대항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등 무모한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스톡홀름증후군 사례도 보고되고 있지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오이석기자 argus@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기대감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드디어 희망이 보인다” 기대감

    24일 밤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반가운 외신 보도를 접한 피랍자 가족의 표정은 전날에 비해 한층 밝아졌지만 섣부른 기대는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20여명의 피랍자 가족들은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3층 사무실에 모여 정부의 협상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족들은 계속된 밤샘 기다림과 초조함에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꼭 살아돌아 올 것”이라며 애끓는 심정으로 무사귀환을 빌었다. 가족들은 다양한 언론보도가 계속 쏟아져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거나 ‘한국인 8명 석방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등의 낙관적인 전망이 나올 때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협상이 진전되고 있어 가족들이 풀려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원했다. 비상대책위 위원장 차성민(30·차혜진씨 동생)씨는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이며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타결돼 가족들이 무사히 풀려날 것을 확신한다.”면서 “빨리 누나를 만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정훈(29·이정란씨 동생)씨는 “긍정적인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가족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가족들 모두 희망적으로 보고 있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어 정부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통화 내용은 ‘안심하고 믿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민족복지재단 박은조 이사장은 “정부에서 딱히 알려주는 것은 없지만 정부 협상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정부의 협상 결과를 믿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도 오늘 낮까지만 해도 지쳐 있었는데 희망적인 외신보도가 이어지면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때 외신보도를 통해 피랍자들 가운데 건강상에 이상이 있다거나 납치범들이 피랍자들과 직접 연락하는 조건으로 1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을 때는 모두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류지영 이경주 이은주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아프간과 미국 정부에 바란다

    억류된 한국인 석방조건으로 ‘수감자 맞교환’을 내건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불만을 표시하며 우리정부에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는 외신이 들어왔다. 우리는 이같은 요구가 조속 귀환에 장애가 될까 우려한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가 억류된 한국인들의 안전 귀환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을 하루빨리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한국은 그동안 아프간에 비전투 병력인 다산·동의 부대를 파견해 건설·의료 사업을 전개해 왔고, 민간 부문 역시 봉사활동에 나섰다. 납치된 한국인들이 칸다하르에 있는 병원·유치원에 생필품·의약품·문구류 등을 전달하러 가던 길이었음은 아프간 정부와 국민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화(戰火)의 한복판에서 아프간 국민을 돕고자 애쓴 한국인들이 만에 하나 희생되면 아프간 정부는 앞으로 국제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청하겠는가. 우리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물론 인정한다. 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를 송환하고자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면서 다시는 같은 일이 없을 것임을 공언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납치된 한국인이 23명이나 되며 그 대부분이 여성이다. 게다가 모두가 민간인 자원봉사자이다. 이들의 석방을 위해 결단을 내린다고 해서 비판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 정부가 피랍자 석방에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미국과의 오랜 우의를 존중해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했다. 그 결과 이라크에서는 김선일 씨가, 아프간에서는 윤장호 하사가 테러에 희생됐다. 그런데도 미 정부가 피랍자 석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인상을 준다면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이다.23명의 목숨이 달린 일에 미국이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하리라는 우리의 기대를 전한다.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또 하루 더라니…” 불안감↑

    피랍자 가족들의 피말리는 기다림은 계속됐다.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3층 회의실에서 협상 결과를 기다리던 피랍자 가족들은 살해 통첩 시한인 23일 밤 11시30분을 넘어도 현지로부터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초조함에 눈물을 끌썽였다.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새운 듯 피랍자 가족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곧이어 협상 시한이 하루 더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반복되는 협상 시한 연장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탈레반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것이니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앞서 피랍자 가족 11명은 오후 5시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피랍자 안혜진(31)씨의 어머니 양숙자(59)씨는 피랍자 가족을 대표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하지만 이번 활동은 선교가 아닌 봉사활동이다. 일부 언론에서 계속 선교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피랍자를 인솔해 아프간으로 떠난 배형규(42)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72·제주 영락교회 장로)씨는 제주시 일도2동 제주영락교회에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났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며 아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배 목사는 제주일고와 한양대, 서강대 대학원을 마친 뒤 장로대 신학대에 들어가 2001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배 목사는 지난 4월 방글라데시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였고, 아프간에서 돌아온 뒤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 봉사활동을 펼 계획이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는 전날 피랍자 가족들이 한민족복지재단으로 옮겨 가면서 조용한 가운데 일부 신도들이 나와 협상 결과를 지켜봤다. 류지영 이경주기자·제주 황경근기자 superryu@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정부 “사태 장기화땐 직접대화 검토”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정부 “사태 장기화땐 직접대화 검토”

    정부는 23일 밤 늦게까지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납치단체가 정한 협상 시한인 밤 11시30분이 다가오면서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곧바로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또다시 연장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일단 시간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안보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협상 시한 이후에도 접촉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지에 급파된 조중표 외교부차관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보고받으며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탈레반과의 직접적인 대화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앞서 천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무장단체의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동의없는 구출작전은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현재도 무장단체측과 여러 경로 통해 접촉 이뤄지고 있다.”며 중단없는 협상이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또다시 연장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기전 이미 협상이 연장될 것임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밤늦게 외교부 브리핑룸을 지키고 있는 기자들과 만나 “장관도 집에 가는데 왜 남아 있냐. 집에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피랍자들도 집에 가나.”는 기자들 질문에 “하루 이틀만에 갈 수 있겠냐. 조속하고 안전한 귀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날 탈레반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 요구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수감자 교환 요구를 거부한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자 진위 파악과 함께 탈레반측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무장단체로부터 직접 협상하자는 제의는 확인된 것이 없다.”며 부인했다. 무장세력과의 직접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정부로서는 이같은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탈레반 무장세력의 직접 대화 요구는 그동안 아프칸 정부의 협상이 실패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현지 대책반을 지원하기 위해 준장 1명과 영관급 4명으로 구성된 협조단을 이날 오후 아프간 현지로 급파했다. 현지 동맹군과 긴밀히 접촉, 정보교류를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경험이 있는 인사를 단장으로 했다. 국방부 김영식 해외파견팀장은 알자지라 방송과 긴급 인터뷰를 갖고 “납치된 이들은 선교활동이 아니라 의료봉사활동 중이었고 파병된 한국군도 전투부대가 아니라 의료진료, 재건지원을 수행하는 부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광숙 이세영기자 bori@seoul.co.kr
  •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정부 “당장은 급박한 사태 없을 것”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정부 “당장은 급박한 사태 없을 것”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의 협상시한이 22일 또다시 24시간 연장되자 정부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협상시한이 연장됨에 따라 사흘째 24시간 철야 비상체제를 가동, 현지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당초 탈레반측이 내건 ‘죄수 석방과 인질 맞교환’시한인 이날 오후 11시30분이 다가오자 정부는 긴장감 속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협상 시한 연장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을 추가로 논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시간을 좀 늘려서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룻밤 만에 안 된다.”면서 “상황을 좀 차분히 지켜보자.”고 말해 조기 협상타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중에 있다.”면서 “당장은 급박한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탈레반측이 당초 내건 시한을 2시간30분 앞둔 오후 9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장관급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과 이날 오전에 이어 네번째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신중하고 차분하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하고 피랍자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오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유엔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으며 반 총장도 가능한 한 모든 협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이례적으로 긴급 메시지를 발표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고귀한 인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아프간 카불에 도착한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 등 정부대책반이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조속한 석방과 무사귀환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설명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들은 납치무장단체가 국내 언론이 전하는 정부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국내외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내 언론에는 피랍자의 생명 보호를 위해 특별히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피랍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언론에 협조를 부탁한다. 개별 특종이 아니라 언론 모두가 ‘무사귀환’이라는 특종을 목표로 삼자.”고 말했다. 김미경 이세영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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