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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산타클로스 믿는 아이들, 환상 깨지 말아야하는 이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산타클로스 믿는 아이들, 환상 깨지 말아야하는 이유

    6월이 시작되면서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땀이 절로 나는 더운 날씨에는 추운 겨울이 기다려지고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더운 여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가 아직도 절반 이상 남은 이 시점에서 연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벌써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을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연말이 되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알려야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여자아이들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를 실제 인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언제 현실과 비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될까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영국 킬대 심리학부, 옥스퍼드대 인류학·박물관민속학부, 노팅엄대, 호주 퀸즈랜드 심리학부, 미국 조지 메이슨대 심리학부 소속의 문화심리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아이들이 현실과 비현실을 이해하는 인식구조를 어떻게 형성하고 변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3~4세만 되더라도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종류와 층위의 비현실적 존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호주에 거주하는 2~11살 남녀 어린이 176명과 성인남녀 56명을 대상으로 13종의 인물과 사물을 제시하고 얼마나 ‘현실’(real)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0~8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8점에 가까울수록 현실적이며 0점에 가까울수록 비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연구팀이 실험대상자들에게 평가하도록 한 13가지 대상은 옆집 친구, 아동을 대상으로 한 호주 인기 음악그룹 ‘위글스’와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같은 문화적 대상, 외계인이나 공룡 같은 과거에 존재했거나 존재할지도 모르는 대상, 유니콘, 유령, 용 같은 신화적 대상, 스폰지밥, 엘사공주, 피터팬 같은 동화나 만화영화 속 대상들입니다. 분석 결과 7세 이하 아이들은 위글스와 공룡에게 평균 7점을 줘 가장 현실적인 존재라고 평가했고 그 다음 높은 점수(6점)을 받은 대상은 산타클로스, 이빨요정이었습니다. 외계인과 엘사공주도 5점을 받아 비교적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과 귀신은 4점을 받아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애매한 존재로 분류했으며 피터팬, 스폰지밥는 3점으로 실제하지 않는 존재라고 평가했습니다.반면 8세 이상 아이들과 어른들은 현실적 존재(옆집 친구, 위글스), 애매한 존재(유령, 외계인)로 구분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현실적 존재라고 평가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7세 이하 아이들 중 40% 정도는 위글스 같은 음악그룹이나 산타클로스가 똑같이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위글스나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자주 접하는 대상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8일자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를 자세히 뜯어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다양한 층위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짜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현실감각을 찾게 되는 만큼 어린아이들이 황당한 생각이나 질문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이번 연구를 보면서 들었습니다. 순수하고 가끔은 어른을 당황시킬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면 이상할 것입니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해군으로, 삯바느질로…부부는 ‘전쟁영웅’이 됐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해군으로, 삯바느질로…부부는 ‘전쟁영웅’이 됐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귀신 잡는 해병대·인천상륙작전 등‘해군의 아버지’로 불린 손원일 제독해군 모집하고 모금으로 전투함 마련부인 홍은혜 여사는 ‘해군의 어머니’전쟁 고아 돌보고 해군 군가 작곡도부부 전쟁영웅. 아마 대한민국 전사(戰史)에 흔치 않은 사례일 겁니다. 초대 해군참모총장으로 국방장관까지 지낸 손원일(1909~1980) 제독과 부인 홍은혜(1917~2017) 여사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손 제독은 2012년 9월, 홍 여사는 지난해 8월 각각 국가보훈처가 지정하는 ‘6·25 전쟁영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부의 일생은 ‘해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에게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14일 해군에 따르면 손 제독은 1909년 평안남도 강서군에서 2남 3녀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나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을 따라 중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부친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손정도 선생입니다. 1924년에 중국 남경 중앙대 항해과를 졸업한 그는 1927년 중국해군의 국비유학생으로 3년간 독일에서 수학했습니다. 젊은 시절 고난도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를 받던 그는 1930년 일시 귀국했다가 상해독립단체의 비밀연락원의 임무를 띠고 입국했다는 혐의로 일본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그는 모진 고문을 받으며 1개월간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출감 후 다시 중국으로 건너간 손 제독은 무역업에 종사하다 1945년 광복을 맞아 귀국하게 됩니다. ●“나라를 지키려면 해군이 필요하다” 손 제독은 1945년 8월 ‘해군의 씨앗’으로 불리는 ‘해사대’를 결성했습니다. 해군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해 직접 발품을 팔며 어렵게 70명의 대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관훈동 표훈전에서 70명의 해사대 대원이 모여 결단식을 가진 ‘해방병단’이 바로 우리 해군의 모태입니다. 11월 11일이 해군 창립일이 된 것도 손 제독의 깊은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해군을 ‘바다의 신사’라고 여겨 ‘열 십’(十)과 ‘한 일’(一)을 합친 ‘선비 사’(士)를 뜻하는 11월 11일을 택했습니다. 1946년에는 해군사관학교의 전신인 해군병학교를 세웠습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초대 해군참모총장이 된 그는 이듬해 해병대를 창설, 모든 해군 조직을 외세가 아닌 우리의 손으로 만드는 신화를 썼습니다.1949년 손 제독은 미국으로부터 전투함을 구입하기 위해 ‘함정 건조기금 갹출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병과 국민 모금운동을 벌여 어렵게 1만 5000달러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손 제독의 부인 홍 여사는 장병 부인들을 모아 삯바느질로 전투함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데 앞장 섰다고 합니다. 손 제독은 정부 지원금 4만 5000달러를 합해 6·25 전쟁 직전 백두산함, 금강산함, 삼각산함, 지리산함 등 4척의 전투함을 구입, 바다를 지키게 했습니다. 그의 선견지명은 놀라운 성과로 돌아왔습니다. 백두산함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6일 새벽, 무장병력 600여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북한 수송선을 격침시켜 첫 승전보를 올렸습니다. 우리 군의 사기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북한의 배후 위협 전략을 조기 차단한 값진 승전이었습니다. ●6·25 전쟁 전 전투함 마련…첫 승전보 심지어 그가 일군 해병대는 단독작전으로 1950년 8월 ‘통영상륙작전’을 감행, 적 469명을 사살하고 차량 12대를 노획하는 대전과를 거뒀습니다. 당시 미국 종군기자 마거린 히긴스로부터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받아 해병대에 붙여진 별명이 ‘귀신 잡는 해병대’입니다. 동시에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전 ‘엑스 레이’ 작전을 지시,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인천 지역에 잠입해 한 달 동안 북한군 해안포대의 위치와 규모 등 정보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는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됩니다. 당시 침투 부대의 활약상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정전협정 직전인 1953년 6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뒤에도 국군묘지(현재의 국립서울현충원)와 국방대학원 설립, 군목제도 및 국내외 위탁교육제도 신설 등 특유의 수완으로 군의 핵심 정책들을 만들었습니다.부부는 닮는다고 합니다. 홍 여사의 나라를 위한 헌신도 지극했습니다. 홍 여사는 6·25 전쟁 중 부상당한 해군과 해병대 병사들을 돌보는데 노력을 다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다음해인 1951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공장과 탁아소, 유치원 등을 지어 전사자 가족을 도왔고 부상병을 돕기 위한 모급활동도 펼쳤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일본 군가’를 부르다니…” 홍 여사가 해군에 미친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홍 여사는 늘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군가가 없어 일본 군가에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화여자전문학교(현재의 이화여대) 작곡과에서 수학한 경험을 살려 손 제독이 쓴 가사에 곡을 만들어 한국 최초의 군가 ‘해방 행진곡’을 발표했습니다. 이후에도 ‘바다로 가자’, ‘해군사관학교 교가‘ 등 다수의 해군 군가를 직접 작곡했습니다. 손 제독은 1980년 71세, 홍 여사는 2017년 100세로 타계했습니다. ‘전쟁영웅 부부’의 업적을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버거울 정도로 그들은 군과 현대사에 굵은 한 획을 그은 인물이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총장 직인파일 정경심 PC서 발견’ SBS 보도, 법정제재 받을 듯

    ‘총장 직인파일 정경심 PC서 발견’ SBS 보도, 법정제재 받을 듯

    동양대 휴게실 PC에서 발견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한 S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3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SBS 8시 뉴스에 대해 ‘법정제재’(주의) 의견으로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 8 뉴스는 지난해 9월 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정경심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PC를 임의제출했는데, 검찰이 이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이 컴퓨터 사진 파일 형태로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정경심 교수의 9차 공판에서 검찰은 동양대 직원 박모씨 증인신문 중 SBS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SBS 기자는 당시 보도와 관련해 ‘총장 직인 파일’이나 ‘총장 직인 파일을 캡처해 그 부분만 오려낼 만한 정경심 교수 아들 상장 같은 원본 파일’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은 동양대 휴게실 PC에서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SBS는 정경심 교수의 PC에서 직인 파일이 나왔다고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면서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사안임에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오히려 올바른 여론 형성에 저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위원은 “기자는 전문 직업인이다. 중요한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을 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사람이 아니다. 언론은 취재원이 말한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위를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정경심 교수가 사문서 위조죄로 기소된 만큼 총장 명의 직인을 어떤 방식으로 날인했는지는 사안의 핵심이다. SBS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뒤 “좀 더 신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tvN의 ‘코미디 빅리그’, KBS 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대해 각각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코미디 빅리그’는 여성 치어리더가 춤을 춘 뒤 구걸하자 출연자들이 환호하면서 돈을 던진 장면을 방송했고,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호객 행위를 하는 김밥집 여성 종업원의 신체 일부를 근접 촬영해 보여주고 양육비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했다.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노출한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 9’, 등장인물이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을 내보낸 SBS의 ‘아무도 모른다’, 귀신 소환 장면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캐리TV ‘오싹오싹 이야기 시즌2 분신사바’에 대해서도 ‘권고’가 결정됐다.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인터뷰 영상을 방송한 TV조선 ‘TV조선 뉴스 7’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권고’와 ‘의견제시’는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으나, 중대 사안에 대한 ‘과징금’과 ‘법정제재’는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귀신 쫓는다”며 20대 여성 숨지게 한 무속인 징역 5년

    “귀신 쫓는다”며 20대 여성 숨지게 한 무속인 징역 5년

    주술의식 의뢰·방치한 아버지는 집행유예몸에 붙은 귀신을 쫓는다며 주술의식을 하다가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무속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김동혁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무속인 A(44·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방치한 피해자 아버지 B(65·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15일부터 나흘 동안 전북 익산시 모현동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 한 유원지에서 주술의식을 하다가 C(27·여)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몸에 붙은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C씨의 손발을 묶고 옷가지를 태운 뒤 연기를 마시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C씨가 화상을 입었으나 A씨는 치료는커녕 상처 부위에 ‘경면주사’(부적에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물질)를 바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귀신에게 밥과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C씨를 굶주리게 했다. C씨는 얼굴과 가슴, 팔 등 신체 상당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며칠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C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피해자의 아버지 B씨는 모든 주술의식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오랜 기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던 딸을 A씨에게 보여주고 주술의식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오랜 치료에도 딸이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비합리적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범행 내용이나 방법 등을 보아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애초에 정신질환을 낫게 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음에도 속칭 퇴마의식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자녀에게 악의나 적대감으로 해를 가하기보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 소녀의 눈물은 그 먼 어디서 온 걸까요…어른들의 메마른 가슴 그 어디쯤 아닐까요”

    “이 소녀의 눈물은 그 먼 어디서 온 걸까요…어른들의 메마른 가슴 그 어디쯤 아닐까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어떤 피해를 입히고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단편영화 ‘퍼디스트 프롬’(Furthest From)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석(29) 감독은 서울신문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영화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고 있다. ●수질오염의 폐해… 아이들의 이별 통해 담담히 그려 내 호평 ‘퍼디스트 프롬’은 1990년대 말 미국 캘리포니아 수질오염 사태를 배경으로, 트레일러 파크에 사는 8살 아이들의 이별을 그렸다. 영화 프로듀서인 렉스 레이어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최근 53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은상을, 50회 USA 영화제의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18일(현지시간)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독일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어린이·청소년영화 부문 유력 수상 후보로도 올라 있다. 오버하우젠 영화제는 1954년 출범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단편영화제다. 수질오염이 악화하면서 소녀 제시(어맨다 크리스틴 분)의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떠난다. 거대 기업 PG&E가 주민들에게 이주를 권고하는 편지를 보내 사람들이 떠난다고 생각한 제시는 이웃의 우편함에서 편지를 계속 훔친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계속 떠난다.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건 영상미다. 수질오염을 설명하려고 직접적인 대사나 오염 상황을 보여 주지 않는다. 물이 없는 수영장, 폐쇄한 세탁소, 물탱크 트럭을 통한 물 보급 등으로 상황을 암시한다. “제시가 오염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만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오염 사태를 간접적으로 보여 줬다”는 감독의 의도다. 물에 비친 제시의 모습이나 황량한 마을의 모습, 주황색 옷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그에게 주황색은 “밝고 활기 넘치는 면과 우울한 면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색깔”이다. 원하는 주황색을 얻기 위해 염색을 해 활용했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루커스 가족이 떠나고, 제시 가족마저도 짐을 챙겨 떠난다. 비슷한 두 샷을 연이어 보여 주는 마무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루커스와의 이별은 제시를 변화하게 합니다. 트레일러 파크에서 이주하는 것도 제시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버릴 거예요.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습니다.”●“드라마와 코미디 섞인 드라메디 자신… 다양한 장르 실험할 것” 김 감독은 한양대에서 연극영화과 영화연출전공을 하며 6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졸업 후 LA에 있는 영화 명문 AFI(American Film Institute)로 진학했다. 이번 영화는 그의 석사 졸업작품이다. 그는 앞으로 ‘퍼디스트 프롬’을 장편으로 만들 계획이다. 차기작 ‘고스트’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고스트’는 한국계 미국인 혼혈 여자아이가 귀신이 된 한국인 할머니와 미국인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짝사랑하는 한국 남자아이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성장 드라마다. “떠나가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고 매력을 느낀다. 앞으로의 작업에도 이런 주제를 반영할 것”이라는 그는 “가장 자신 있는 장르는 드라마와 코미디가 섞인 드라메디(Dramedy)지만,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 집에 우리 말고 누군가 격리돼 있다”

    “이 집에 우리 말고 누군가 격리돼 있다”

    스스로를 매우 이성적인 정보기술(IT) 종사자라고 소개한 애드리안 고메즈(26)는 아내와 함께 자가격리 생활을 시작할 때쯤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월 중순 어느날 아무도 없는데 문 손잡이가 혼자 격렬하게 덜컹거렸다. 고메즈는 그 소리가 맞은 편 아파트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고 말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창틀 햇빛가리개도 심하게 흔들렸다. 기르는 고양이들의 소행도 아니었고 벌레가 새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고메즈는 “난 공포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진지하게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아무도 살지 앉는 윗층에서 발소리를 분명히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메즈는 “나는 이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존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가격리 중 귀신을 경험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취재에 응한 사람들의 일상엔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음성, 그림자 같은 형상, 전자기기의 오작동,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는 느낌 등이 끼어들었다. 심지어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에 나오는 상반신만 존재하는 유령의 형상도 이들의 증언에 나온다. 이들 중 몇몇은 겁에 질렸지만, 고립에 지친 어떤 사람들은 그저 누군가 함께 해 주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힌즈(42)는 뉴욕이 봉쇄되기 전 동성 남편, 딸과 함께 맨해튼을 떠나, 에어비앤비에서 임대한 매사추세츠 서부의 예쁜 집에서 6주를 보냈다. 어느날 새벽 3시쯤 목이 말라 잠에서 깬 힌즈는 부엌에서 50대 백인 남성이 다 해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복을 입은 채 식탁에 앉아있는 걸 봤다고 말했다. 남편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그냥 돌아섰다”면서 “‘잠깐,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며 다시 돌아봤더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위협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서 다음날 아침 남편에게 말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령 사냥꾼’이라는 TV쇼를 진행하며 자신을 초자연 현상 연구가라고 소개하는 존 E.L. 테네이는 2019년 매달 유령이나 심령현상 신고를 2~5건 받았지만 최근엔 일주일에 5~10건씩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테네이는 이렇게 신고가 급등하는 현상을 1999년에도 경험했다. 당시엔 Y2K 직전이었다. 유령 뿐 아니라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 신고도 이런 기간엔 같이 증가한다고 테네이는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고조된 불안과 경계심 때문에 일어난다”면서 “신고함에 들어온 편지들 대다수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가 뜨고 집이 따뜻해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보통 일터로 나가 집을 비운다. 벽돌이 갈라지고 목재가 팽창할 때 나는 소리에 그들은 익숙치 않다”면서 “집이 그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알아챌 시간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중 유령 신고 늘어전문가 “대부분 자연 현상”설명 안되는 현상도 많지만“외로움의 심리 반작용” 분석 하지만 이런 주장에 반박하는 증언자도 있다. 제이니 코완(26)은 대학생일 때부터 한 유령이 따라다녔고, 자신은 유령이 좋은 행동만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서에서 따 온 매튜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고 말했다. 코완에 따르면 남편 윌을 만나 결혼한 뒤 사는 테네시주 내슈빌 집에서 매튜는 밤중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를 내는 등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남편(31) 역시 “소음은 집 자재에서 나는 소리나 고양이 소리가 아니다”라면서 “관심을 끌기 위해 내는 매우 명확한 소리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남편 코완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간호사인 아내가 야간근무 뒤 퇴근해 잠을 자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방 화장실을 사용했다. 부부의 말에 따르면 매튜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코완은 손님 욕실에서 샤워하던 중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쓰는 일이 잦았다. 이는 단지 배관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찬물이 나올 때마다 손을 뻗어 확인해 보면 온수가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남자친구와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매디슨 힐(24)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을 받아 왔고, 문이 쾅 닫히는 등의 경험을 했다. 최근엔 침대 탁상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잠에서 깼는데, 오래 전 미국에서 이사할 때 잃어버린 카메라 렌즈였다. 찾기를 포기한 지 오래된 물건이었는데 바로 침대 옆에 놓여 있었다. 교사이자 랩퍼, 콘서트 기획자인 케리 던랩(31)은 몇주 전 퀸즈의 리지우드에 있는 원룸 아파트에서 밤늦게 잠에서 깼는데 여자친구가 발 근처에 있는 이불을 끌어 올려 정돈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정돈이 끝난 뒤에도 여자친구가 침대에 오르지 않자, 던랩은 그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고, 한참 뒤 여자친구는 아무것도 모른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인간이 동물, 기계, 죽은 사람 등 다른 존재를 어떻게 느끼고 마음을 치유하는지에 관해 연구하는 커트 그레이 부교수는 “큰 불안감이나 악감정이 있는 시기에 사람들은 유령을 본 것으로 인지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면서 “희생자들 눈에 띄지 않은 상태에서 슬금슬금 기어오는 악의적인 영혼과 질병 자체가 심리적으로 유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요즘 만연한 외로움의 반작용일 수도 있다고 그레이 박사는 말했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구속된 상태에서 당신의 세계는 좁아져 있다”면서 “집에 갇힌 채 인간적인 접촉이 필요한 당신의 심리는 초자연적인 뭔가가 있다고 생각될 때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빛나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자 그 대가라도 치르듯 코로나19가 형체도 보이지 않는 귀신처럼 우리 삶을 잠식했다. 이 시대에도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어땠을까.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싸움이었다. 무수한 생명을 역병에 내주던 그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했다.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볼 수 있듯 초월적인 존재, 신령한 힘에 기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의 권능에 기대려면 역시 눈에 보이는 신이 필요했다.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이 대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면 형태를 갖춘 신이 믿고 의지하기에는 더 매력이 있었다.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미술의 힘이다. 치유와 역병 억제를 기원하며 만든 대표적 불교미술로 관음보살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한 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다른 손에 감로수가 들어 있는 정병을 들고 있는 양류관음은 가장 인기가 높았다. 불교경전에는 버들가지를 이용한 상세한 의식 설명이 있다. 치통이면 치통, 두통이면 두통, 구체적인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주문과 의식법을 서술할 정도이다. 양류관음을 만드는 전통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꽤 오래 지속됐다. 하라다 나오지로(原田直次?ㆍ1863~1899)의 ‘기룡관음’(騎龍觀音)도 그중 하나이다. 다만 전통 동양화가 아니라 유화라는 점이 다르다.진한 녹색의 용을 타고 선 관음보살은 왼손에 물병을,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세상을 굽어본다. 화면은 매우 단순하다. 중앙의 관음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흰옷을 입은 관음과 배경의 어두운 하늘을 대비시켰다. 시꺼먼 먹구름이 낀 하늘은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을 암시하며 관음보살은 혼탁한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뻗으러 내려온다. 이 주제는 최소한의 색과 명암 대비, 단조로운 구도에서 더욱 강조된다.얼핏 보면 꼭 하얀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처럼 보이는 관음이 지그시 속세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머리에 쓴 황금색 보관과 목걸이, 이마 한가운데 찍힌 붉은 점은 마리아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관음 발아래, 천하를 호령할 것같이 기세 좋은 용은 뜻밖에도 맑고 초롱한 눈동자를 지녔다. 순정하기 그지없다. 비스듬히 선 관음의 사실적인 자세와 옷의 묘사, 얼굴과 목, 손에 보이는 음영 처리는 전통적인 관음보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동양적인 주제를 서양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화가 하라다 나오지로는 독일로 그림 유학을 간 ‘최초기’ 일본 서양화가이다. 유럽의 종교화를 그리듯 일본 불화를 재해석한 ‘기룡관음’을 제3회 내국권업박람회에 출품했으나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이 그림처럼 최초기 일본 유화는 서양화법의 원근법과 음영묘사를 받아들이고 어두운 색조를 썼다. 메이지 시대 일본은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내세우며 서양 기독교에 대응하는 고급 정신이자 사상으로서의 불교를 강조했다. 19세기의 동도서기는 서양의 발달한 물질문명을 경원시하며 만든 말이었지만 21세기, 빛은 다시 아시아에서 밝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이다.
  •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이동구 칼럼] 잃어버린 미소 찾기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세계인들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과 동료,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자가격리자가 되고 확진자,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해 각국이 펼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에 큰 불편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멀어진 인간관계로 정신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예측이 안 되니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실직과 생활고 등 앞으로 닥칠 경제적인 어려움에는 더 큰 고통과 두려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1930년대의 세계적인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세계인의 얼굴에서 웃음과 미소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웃음을 통해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긍정과 부정의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부정적인 신호는 비웃음뿐, 모든 웃음은 기쁨과 즐거움, 긍정의 신호로 통한다. 소리 없이 웃는 미소는 간혹 더 큰 의미와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는 것 외에도 미소와 색감 등으로 많은 신비로움을 준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왼쪽 입술은 일자로 다물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입술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무표정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보인다.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절묘하게 그려진 입술 모양에만 있지 않다. 어두운 듯 침침한 모나리자 주변의 색감 등으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가에서 미소는 깨달음의 의미로 통한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마하가섭이란 제자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연꽃은 탁한 연못에서 피어나는데 꽃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즉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간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진리를 마하가섭은 깨달았고, 석가는 불교의 진리를 전했다. 오직 미소로서 깨달음을 전하고 알아챈 것이다. 바로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일화이다. 우리에겐 어떤 미소가 있을까. ‘백제인의 미소’로 알려진 충남 서산의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과 얼굴무늬 수막새에 남아 있는 ‘신라의 미소’가 있다. 마애삼존불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지극히 친근한 불상의 얼굴과 더불어 햇빛에 따라 바뀌는 본존불과 좌우 협시불의 미소는 천오백년의 긴 시간을 건너뛰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백제인들의 소탈한 미소를 보여 주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 11월 기와로는 처음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국립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 수막새’는 동그란 얼굴에 두 눈과 오뚝한 코, 도드라지는 볼, 웃음기 띤 입이 인상적이다. 최근 윤병렬 홍익대 교수가 얼굴무늬 수막새를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기상천외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방식”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악한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 게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한껏 담아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윤 교수는 “이 미소에는 적대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하겠다는 따뜻함이 함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라의 미소’는 역병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니 흥미롭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쯤이 될지 불투명하다. 미중은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올겨울 다시 유행할 수도 있고, 퇴치까지는 앞으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되고 우리는 잃어버린 웃음과 미소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나 요사스런 귀신마저도 웃음으로 이겨낸 신라인의 미소처럼, 세계인들도 여유로운 미소로 코로나 퇴치에 합심했으면 한다. 온 나라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미소를 찾는 묘약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도 티없이 밝게 웃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못하리라 믿고 싶은 시절이다. yidonggu@seoul.co.kr
  • 배우, 김태희의 재발견

    배우, 김태희의 재발견

    “예전에는 모성애라는 걸 알지 못했지만 엄마가 되면서 ‘자식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 김태희(40)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주인공 차유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용팔이’ 이후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기까지 오롯이 두 딸의 엄마로 산 경험은 절절한 연기로 녹아들었다.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가닿은 것은 물론이다. ●엄마가 되고 난 뒤 알게 된 모성애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리가 혼령으로 이승에 머물다가 재혼한 남편과 딸 앞에 다시 나타나고 하늘로 돌아가기까지의 일들을 그렸다. 김태희는 귀신이자 사람인 유리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엄마의 마음을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 그는 그네를 밀어 주다가 딸이 떨어져 손을 살짝 다치는 2회 엔딩을 애틋함이 드러난 장면으로 꼽았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소리치면서 우는데, 아이를 낳아 보지 않았다면 연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다 희생할 수 있는 게 엄마라는 걸 더 느끼게 된 작품입니다.” 유리에게 깊게 빠진 덕분에 그동안 김태희를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도 털어냈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 그는 “평생 울 것 다 울었다고 할 정도로 눈물 장면도 많았는데, 잘 받쳐 준 대본과 훌륭한 동료 배우들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애틋한 엄마 연기의 대표격인 김미경을 비롯해 이규형, 신동미 등 ‘믿고 보는’ 배우들 얘기다. ●딸 미래만 본 극중 결말 맞다고 생각 49일이 지나면 환생할 수 있는데도 유리는 “딸이 평생 귀신을 볼 것”이라는 예고에 다시 죽음을 택한다. “유리는 왜 엄마로서만 존재하나”, “다시 살 기회를 포기하는 게 납득이 안 간다”는 비판을 받은 대목이다. 그러나 김태희는 “딸이 평생 위험과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난 단연코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며 “순간순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긴 했어도 하나뿐인 딸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시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유리를 감쌌다. “드라마를 통해 입관 체험을 한 것 같다”는 김태희는 당분간 소중한 가족에게 더 집중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는 대사가 있어요. 늘 기억하며 살 거예요. 이제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더 충실히, 성숙하게 살고 싶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김태희 “전엔 몰랐던 엄마 마음, 절절하게 와닿았죠”

    김태희 “전엔 몰랐던 엄마 마음, 절절하게 와닿았죠”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로 재평가“엄마로서 경험, 몰입감 높여딸 위해 죽음 택한 유리 이해사랑하는 이에 대한 소중함 느껴”“예전에는 모성애라는 걸 알지 못했지만 엄마가 되면서 ‘자식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 김태희(40)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주인공 차유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용팔이’ 이후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기까지 오롯이 두 딸의 엄마로 산 경험은 절절한 연기로 녹아들었다.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가닿은 것은 물론이다.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리가 혼령으로 이승에 머물다가 재혼한 남편과 딸 앞에 다시 나타나고 하늘로 돌아가기까지의 일들을 그렸다. 김태희는 귀신이자 사람인 유리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엄마의 마음을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 그는 그네를 밀어 주다가 딸이 떨어져 손을 살짝 다치는 2회 엔딩을 애틋함이 드러난 장면으로 꼽았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소리치면서 우는데, 아이를 낳아 보지 않았다면 연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다 희생할 수 있는 게 엄마라는 걸 더 느끼게 된 작품입니다.” 유리에게 깊게 빠진 덕분에 그동안 김태희를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도 털어냈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 그는 “평생 울 것 다 울었다고 할 정도로 눈물 장면도 많았는데, 잘 받쳐 준 대본과 훌륭한 동료 배우들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애틋한 엄마 연기의 대표격인 김미경을 비롯해 이규형, 신동미 등 ‘믿고 보는’ 배우들 얘기다.49일이 지나면 환생할 수 있는데도 유리는 “딸이 평생 귀신을 볼 것”이라는 예고에 다시 죽음을 택한다. “유리는 왜 엄마로서만 존재하나”, “다시 살 기회를 포기하는 게 납득이 안 간다”는 비판을 받은 대목이다. 그러나 김태희는 “딸이 평생 위험과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난 단연코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며 “순간순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긴 했어도 하나뿐인 딸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시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유리를 감쌌다. “드라마를 통해 입관 체험을 한 것 같다”는 김태희는 당분간 소중한 가족에게 더 집중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는 대사가 있어요. 늘 기억하며 살 거예요. 이제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더 충실히, 성숙하게 살고 싶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심청이의 모험, 김홍도의 로맨스… 익숙하고도 새로운 ‘요즘 판타지’

    심청이의 모험, 김홍도의 로맨스… 익숙하고도 새로운 ‘요즘 판타지’

    도깨비 호러물 애니 ‘신비아파트’ 심청전 설정 웹툰 ‘용왕님…’ 인기 신윤복·김홍도는 현대 로맨스로판타지 애니메이션이나 웹툰들이 기존 전래동화 이야기나 역사 속 인물을 활용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를 차용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고 새로운 설정을 입히기 수월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귀신 호러물 ‘신비아파트’ 시리즈에는 한국 전통의 도깨비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요 캐릭터인 ‘신비’는 한국 전통적인 도깨비 이미지를 귀엽게 풀었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불가살이’는 한중일 세 국가의 전래 귀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등장한 ‘그슨새’도 제주의 전통 귀신으로 비 오는 날 전통 우비를 쓰고 사람의 혼을 빼앗는 귀신에서 영감을 얻었다.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에는 심청이 등장한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바닷속에서 던전(게임 속 괴물들이 모여 사는 굴)을 만나고, 여기서 맛있는 요리를 해 준다는 판타지물이다. 심청의 엄마가 손맛이 좋다는 것과 맹인 잔치를 벌이는 등 전래동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심청이는 자기 앞의 모험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간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한국 음식이라는 일종의 무기로 이국적인 용왕님과 만날 때 상황이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며 “지난 2월 말 연재 이후 순위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기본으로 한 웹툰 ‘계룡선녀전’도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가 바리스타를 하다가 서울로 상경하는 등 상상력이 가미된 로맨스 판타지로 인기를 끌었다. 2018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조선시대 인물도 등장한다. 웹툰 ‘함부로 대해줘’ 속 주인공의 이름은 신윤복과 김홍도로, 김홍도가 여성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에서 온 신윤복은 미술선생님 김홍도에게 큰 도움을 받고 성인이 된 후 스승의 날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두 사람이 미술을 한다는 것과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일각의 해석을 기반으로 성별과 시대를 바꿔 현대 로맨스물로 재구성했다. 이런 방식은 이야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기도 한다.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의 문백경 작가는 “심청이 주인공이니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이 메인 캐릭터를 소개하고, 한정적인 지면을 절약하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다”면서 “캐릭터 의외성 부여와 관계 구성, 스토리 전개를 빠르게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셰프’ 심청, ‘로맨스’ 신윤복·김홍도… 옛이야기와 웹툰이 만나면

    ‘셰프’ 심청, ‘로맨스’ 신윤복·김홍도… 옛이야기와 웹툰이 만나면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나 웹툰들이 기존 전래동화 이야기나 역사 속 인물을 활용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를 차용해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고 새로운 설정을 입히기 수월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귀신 호러물 ‘신비아파트’ 시리즈에는 한국 전통의 도깨비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요 캐릭터인 ‘신비’는 한국 전통적인 도깨비 이미지를 귀엽게 풀었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불가살이’는 한중일 세 국가의 전래 귀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등장한 ‘그슨새’도 제주의 전통 귀신으로 비 오는 날 전통 우비를 쓰고 사람의 혼을 빼앗는 귀신에서 영감을 얻었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에는 심청이 등장한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데 바닷속에서 던전(게임 속 괴물들이 모여 사는 굴)을 만나고, 여기서 맛있는 요리를 해 준다는 판타지물이다. 심청의 엄마가 손맛이 좋다는 것과 맹인 잔치를 벌이는 등 전래동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심청이는 자기 앞의 모험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간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한국 음식이라는 일종의 무기로 이국적인 용왕님과 만날 때 상황이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며 “지난 2월 말 연재 이후 순위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기본으로 한 웹툰 ‘계룡선녀전’도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가 바리스타를 하다가 서울로 상경하는 등 상상력이 가미된 로맨스 판타지로 인기를 끌었다. 2018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인물도 등장한다. 웹툰 ‘함부로 대해줘’ 속 주인공의 이름은 신윤복과 김홍도로, 김홍도가 여성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에서 온 신윤복은 미술선생님 김홍도에게 큰 도움을 받고 성인이 된 후 스승의 날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두 사람이 미술을 한다는 것과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일각의 해석을 기반으로 성별과 시대를 바꿔 현대 로맨스물로 재구성했다. 이런 방식은 이야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기도 한다.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의 문백경 작가는 “심청이 주인공이니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이 메인 캐릭터를 소개하고, 한정적인 지면을 절약하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다”면서 “캐릭터 의외성 부여와 관계 구성, 스토리 전개를 빠르게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7살 어린이 48% “마스크 쓰는 게 가장 불편”

    7살 어린이 48% “마스크 쓰는 게 가장 불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코로나에 따른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를 호소한다. 어린이들에게도 감염병 유행은 시련이다. 축축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한 채 꼼짝 않고 집에 있어야 하니까…. 서울신문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9일 7살 어린이 42명에게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어린이의 48%(20명)는 마스크 착용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면 마스크가 축축해져서 너무 불편해요”, “수업시간에도 껴야 해서 너무 답답해요”라는 이유다. 야외나 놀이터에 나갈 수 없어서 힘들다고 대답한 어린이는 전체의 29%(12명)였다. 맞벌이 가정이거나 가정돌봄이 여의치 않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긴급돌봄을 받는 어린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등원하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다”(14%·6명)고 털어놨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김희정 어린이집 교사는 “귀신을 소재로 한 만화영화 ‘신비아파트’에 나오는 귀신들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며 ‘감염되면 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아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은 마스크 착용의 경우 “좋아하는 캐릭터 마스크로 거부감을 줄이는 게 좋다”고 김민설 키즈하버드 어린이집 원감은 조언했다. 폐활량이 적은 아이들의 경우 KF94와 같은 높은 등급의 마스크를 실내에서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질식의 위험이 있어 선진국에서는 영유아가 착용하지 못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흡기저항이 적은 KF80을 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에게 적절한 마스크를 고를 필요가 있다. 이보람(가명) 어린이는 “바이러스에 걸리진 않았지만 밖에 나가지 못해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미향 칼라풀어린이집 원장은 “보통 아이들은 주말에 야외나 놀이터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았지만 코로나19로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며 “갑작스런 변화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준비해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린이들은 코로나 극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코로나19가 없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어린이의 절반이 “가족과 놀러 가고 싶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에는 해외 가족여행이 무산돼 상심이 큰 아동도 있었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바이러스를 혼내 주면 좋겠어요”라며 바이러스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린이 5명 중 1명(21%)은 친구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옛날처럼 친구들과 창문 밖에 보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싶어요. 바이러스가 미워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신문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어린이 말에 귀기울이는 꼭지를 시작합니다.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7세 이하 아동의 눈높이로 본 사회 현상을 분석해 전합니다.
  • 코로나19 막는 ‘귀신’ 나타났다?! “무서우면 나오지마” (영상)

    코로나19 막는 ‘귀신’ 나타났다?! “무서우면 나오지마” (영상)

    인도네시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및 외출 자제를 독려하는 ‘귀신’이 등장했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의 수꼬하르조의 한 마을에는 이달 초부터 목이 졸라매어 진 새하얀 옷을 입고 새하얀 얼굴을 한 ‘귀신’이 마을 입구 벤치에 앉아 있거나 동네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며칠에 한 번씩 갑자기 등장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이 귀신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원순찰대원들이다. 이 마을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일이 시급해지자, 경각심과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이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포콩’(pocong)으로 불리는 전설 속 귀신을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이 귀신은 시신을 묶을 때 사용하는 끈을 머리와 발에 묶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여느 귀신처럼 새하얀 얼굴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측이 고용한 귀신 자원봉사자들은 무작위로 날짜와 시간을 골라 2인 1조로 마을을 돌아다닌다. 복장 특성상 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서 보는 사람들을 더욱 으스스하게 만드는 이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로를 ‘서프라이즈 순찰대’라고 부른다. 귀신 자원봉사대 책임자는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외출 자제를 독려하고 싶었다. 묘지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포콩’은 무시무시한 민속 귀신의 대명사”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시작한 뒤 마을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어 “손과 발이 묶여 있는 귀신들은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야 한다. 또 이러한 활동의 초반에는 오히려 귀신 분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을 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 부작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방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들은 평상시처럼 지내길 원하기 때문에 집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따르는 것이 어렵다”면서 “이달 말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원)을 앞둔 만큼,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월24일부터 매일 100명 이상 늘었다. 지난주부터는 매일 200~300명 증가하고 있다. 현재 누적 확진자는 4557명, 사망자는 399명으로 집계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태희 드라마 속 딸 역할 아역배우, 실제로는 남자아이

    김태희 드라마 속 딸 역할 아역배우, 실제로는 남자아이

    김태희의 결혼과 출산 후 복귀작인 화제의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속에서 딸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가 실제로는 남자아이로 알려져서 화제다. ‘하이바이, 마마!’에서 김태희는 교통사고로 출산 직전 사망해 귀신으로 5년여간 딸 곁을 떠돌다 다시 환생하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극중에서 김태희의 딸 이름은 실제 아역배우 서우진군의 이름을 딴 서우다. 서우진군은 남아지만 김태희의 어린 시절을 쏙 빼다막은 큼직하고 맑은 눈동자로 새침한 여자아이를 깜찍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서우진군의 어머니는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 새끼지만, 촬영하는거 보면 한번씩 많이 놀랍니다. 너무 잘해줘서”라며 자녀의 성정체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서군의 어머니는 “서우역을 하려고 주인공 욕심에 오디션을 본 것도 아니었다”며 “물론 여아역을 제안 받았을 때 우진이에게 의견을 물어봤으며 흔쾌히 괜찮다고 잘 할수 있다 대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아인거 알고 보면 남아처럼 보이고 몰입감이 떨어지고 보기 불편할 수 있지만 남아가 잠깐 여아역을 한다고 도가 지나치게 비난을 하는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하이바이, 마마!’에서 서우는 귀신 엄마인 김태희가 계속 곁을 맴도는 탓에 귀신을 볼 줄 아는 아이로 설정됐다. 서군은 촬영 현장에서 귀신과 노느라 말이 느린 역할 속 감정 연기에 몰입하다가도 카메라가 꺼지면 깜찍하게 춤을 추는 천진난만함으로 제작진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손흥민, 3주간 귀신 잡는 해병

    손흥민, 3주간 귀신 잡는 해병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28)이 병역특례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제주 해군 기지의 해병대에 입소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2일 축구계에 따르면 손흥민은 오는 20일 제주도의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기초군사훈련은 보통 육군 훈련소에서 받는데, 손흥민은 특이하게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다.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금메달을 따내며 이듬해 병역특례 요원으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편입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안에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병역특례 요원에 대한 기초군사훈련은 보통 4주인데, 해병대 일부 부대의 경우 3주 훈련이다. 손흥민은 기초군사훈련 뒤 현역 생활을 이어 가며 34개월 내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행하면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의 일시 귀국을 알리며 ‘개인적인 사유’라고 언급, 영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를 피해 귀국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코로나19로 EPL이 중단돼 리그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기간을 활용해 기초군사훈련을 마무리짓기로 구단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훈련소 입소 전에 EPL 사무국이 이달 30일까지 연기된 리그를 5월 중 재개하기로 결정할 경우 손흥민은 입소를 잠시 미루고 토트넘에 복귀할 수도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 17주기, 영화 재개봉도 미뤄져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 17주기, 영화 재개봉도 미뤄져

    17년전 만우절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발없는 새’ 배우 장국영이 1일 17주기를 맞았다. 홍콩 배우 겸 가수 장국영은 지난 2003년 4월 1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1956년생인 장국영의 사망 당시 나이는 47세였다. 1976년 홍콩 ATV 아시아 뮤직 콘테스트에서 2위에 입상하며 데뷔한 장국영은 80년대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미남 배우다. 1986년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통해 영화 배우로 인지도를 높인 후 1987년 ‘천녀유혼’에서 아름다운 귀신 왕조현과 사랑에 빠진 연기로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아비정전’ ‘동사서독’ ‘백발마녀전’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등의 작품이 있다. 전성기 장국영의 모습이 담긴 영화 ‘패왕별희’(1993)가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으로 장국영의 기일인 이날 국내 재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인해 5월로 재개봉 시기를 미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기는 동남아] 코로나19 외출금지령 어기는 청소년 겁주는 ‘귀신’?

    [여기는 동남아] 코로나19 외출금지령 어기는 청소년 겁주는 ‘귀신’?

    이동제한 명령(MCO)을 시행 중인 말레이시아에서 청소년들의 외출을 막기 위해 귀신 복장을 하고 나타난 남성이 등장했다. 말레이메일은 30일 테렝가누주의 한 남성이 귀신 복장을 하고 차량 꼭대기에 올라선 모습이 포착되면서 청소년들의 외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하얀색 옷으로 전신을 두른 채 으스스한 귀신 모습을 하고 야밤에 나타났다. 그는 “정부에서 이동제한 명령을 시행 중인데, 여전히 다수의 젊은이가 밤에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겁을 주기 위해 이런 복장을 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의 아내는 귀신 복장을 한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실제 그의 ‘귀신 아이디어’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밤이면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을 나섰던 청소년들이 ‘귀신 출몰’ 소식을 듣고는 외출을 자제한 것이다. 심지어 SNS에 올라온 사진의 진위를 묻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동제한 명령을 이달 18일부터 2주간 시행하기로 했다가, 다음 달 14일까지 2주 더 연장키로 했다. 생필품 구매와 병원 방문을 제외한 외출이 금지됐고, 이동제한령 위반자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흙과 돌 틈, 자연 그대로의 삶이 오롯이… ‘토지’ 생명력처럼 강인하고 든든한 품

    ‘작가의 땅’(작.땅)은 온 생을 다해 글을 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주소다. ‘작.땅’은 치열한 창작의 공간이자 문장으로 대들보를 세운 장소들을 따라간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뒷모습과 곡진한 삶의 희비를 엿보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책 바깥의 여행이다.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강원 원주 매지리에 있는 토지문화관은 내게 멧돼지 떼가 창궐하던 한여름 밤의 옥수수밭으로 남아 있다. 재작년 여름, 두 번째 소설집의 교정지와 가을호 계간지 마감이 겹쳐서 얼마간은 저돌적인 상태로 토지문화관 문인 창작실에 입소했다. 만두 찜기의 뚜껑을 연 것 같던 하오가 지나도 청쾌한 바람은 쉽게 산골에 스미지 않았다. 창작실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나 있던 산짐승 발자국이 멧돼지의 것이라는 사실은 먼저 입소해 소설을 연재하고 있던 전성태 소설가가 알려주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창작실의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벌레 소리들을 배경음악 삼아 원고 작업에만 매달렸다. 일상에서 오는 잡념들을 접어둔 채 오로지 창작에만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 더할 나위 없었지만 작업은 진척이 없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숨이 좀 가라앉을 만한 바람이 내려왔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산골의 멧돼지도 왔다.창밖의 기척이 심상찮아서 밖을 내다보던 중이었다. 하늘보다 더 어두운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분명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 만일 나에게 귀신을 보는 눈이 트였다면, 헛것에게라도 어떻게든 빌어 보고 싶던 시기였기에 내 눈은 어둠 속의 움직임에 집중돼 있었다. 그 밤 내내 일사불란하게 옥수숫대 사이를 누비는 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새벽을 맞았다. 다음날 남들이 점심 먹을 때쯤 일어나 식당으로 가다 보니 옥수수밭 한가운데가 우주선이 앉았다 간 모양으로 둥그렇게 파헤쳐져 있었다. 식당에서는 어젯밤에 내려온 멧돼지들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옥수수와 고구마밭이 점점 더 크게 헤쳐진다는 사실도 덧붙여 들려왔다.덕분에 아침마다 밭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내 또 다른 일과가 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산짐승의 공간을 우리가 침범한 셈이기도 했으니 잘못은 이쪽에 있었지만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원고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박경리 선생이 손수 일구시던 밭과 장독대에 다녀왔다. 선생의 거처를 지키고 있는 거위 떼들이 꽉꽉 우는 곳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 창작실과 선생의 울 안까지 오가는 길이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치의 여유였다. 정갈한 장독대와 두둑하게 북이 오른 밭이랑을 볼 때마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작물들로 하루에 한 끼는 꼭 직접 반찬을 만들어 후배 작가들의 식사를 챙겼다는 선생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산짐승의 울음도,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후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이라는 선생의 말씀에 따라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문화관의 모습과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며 살아가고자 했던 그분의 뜻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자리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밭둑의 흙을 돋우며 생활하셨던 선생답게 남겨진 것들은 매우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선생이 손수 지은 옷들과 밀짚모자, 호미와 낫 같은 농기구들이 생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허울 좋은 건물의 이름 크게 쓴 문학관보다는 문인 창작실을 지어 후배 작가들의 작업을 응원했던 그 정신 그대로 오로지 작가들의 복지만을 추구하고 당신께서는 직접 흙과 돌 틈에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사셨다. 그러는 동안에도 창작에 대한 열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이렇게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게으른 후배에 대한 정갈한 꾸짖음, 그렇지만 응원과 격려를 한꺼번에 전해 받는 듯한 그 감각은 오로지 선생의 울타리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좋은 기회에 선생이 사용하던 모든 물건이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처에도 들어가 보았다. 방 한쪽에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던 장은 예전에 선생이 어느 글에서 썼던 그 나비장이었다. 6·25전쟁 당시에 피란을 가기 위해 이불에 싼 나비장을 마른 우물에 던져 넣고 떠났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돌아온 뒤에 건져냈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장과 필기구, 오래된 살림살이들, 태우시던 담배 보루까지도 여전한 그곳은 선생이 곧 문을 열고 들어올 것처럼 무척 현실적인 공간이기도 했다.작가 중에서 토지문화관을 모르거나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이곳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요한 꿈의 공간, 선생의 창작열을 느낄 수 있는 산실이다. 누구도 선뜻 문인들의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던 시절에 사재를 기꺼이 헌사해 지은 이 공간을 선생은 무척 아끼고 사랑하셨다고 전해진다. 매지리 안쪽 산기슭에 자리했지만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작가들이 몰려들었고 급기야 해외 작가들도 한 번쯤 다녀가고 싶은 공간으로 손꼽히는 장소가 됐다. 중견과 신진을 가리지 않고 고루 지원하는 문화관의 정책도 여전했다. 국내 지원을 넘어서 해외 레지던스까지도 교류를 넓힌 상태였다. 매년 봄이면 새로운 작가들이 입주해 60일 동안 혹은 길게는 90일 정도 이곳에 머물다 간다. 올해도 봄이 시작됐으니 창작실도 새 주인을 맞이했겠다.올해 토지문화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이사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후 그의 둘째 아들 김세희 관장이 취임했다. 선생의 유지를 이어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소설 ‘토지’의 삶과 생명 그리고 환경보호의 정신을 잇는 일이 손자 대로 넘어온 셈이었다. 토지의 생명력처럼이나 강인하고도 든든한 바통 터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박경리 선생과 관련된 공간은 하동 악양면 평사리의 최 참판 댁 한옥문화관, 통영 박경리기념관 그리고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를 완성하고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공간인 이곳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까지 모두 네 군데다. 선생이 17년 동안 사신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지구가 되면서 그 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많은 문인이 마음을 모았다. 여기에 택지지구 보상금과 토지개발공사 기부금을 합쳐 토지문화재단과 토지문화관이 들어섰다. 토지문화관 개관식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해 선생의 소설과 후배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기렸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지만 창작실에는 여전히 문인들의 입주 신청이 쇄도하고 매일 관람객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세희 관장은 위에 언급한 네 군데의 장소들을 보다 유기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연계해 ‘토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소설 ‘토지’의 콘텐츠들을 보다 현대적이고도 접근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제반 사업들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선생의 유훈과 창작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숙고 끝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 문학상’을 국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들이 토지문화관에서 진행하는 강연 또한 국내에서 다시 듣기 어려운 기회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터였다. 최인훈, 베른하르트 슐링크, 응구기 와 티옹오, 이스마일 카다레 등이 이 상의 역대 수상자였으며 이들의 강연은 창작실에 입주한 작가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찾아든 독자들로 인해 매년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울러 여러 문화 행사들과 관련된 장소 대관과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일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쁜 문화관이라는 관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소설 ‘토지’의 북적이는 평사리 장터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선생이 일구었던 환경과 삶 그리고 창작의 힘을 후대에도 변함없이 이어 가겠다는 새 관장의 목소리에 자못 힘이 실려 있었다. 끊임없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에도 문화관 한켠에 위치한 창작실에서 여러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산실이 아닌가.코로나19 탓에 여러 나라의 국경이 닫혔다. 새싹과 꽃이 피는 길을 따라 걷던 발걸음도 사라졌다. 그러나 곧 감염병은 잠잠해질 것이며(그러리라 믿고!) 우리는 다시 길 위에 두 발을 얹어둘 것이다. 봄꽃은 남도에서부터 피어 온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봄꽃을 따라 통영에서 하동을 거쳐 원주에서 그 여정의 정점을 찍는 일명 ‘박경리 토지 로드’를 돌아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시간에 문학과 대문호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시간이 길 위의 사람들에게 보다 의미 있는 여정이 돼 주리라 확신한다. 토지문화관을 돌아보고, 선생의 자취를 밟으며 하룻밤 토지문화관에서 묵어가는 일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꿨던 작가의 삶을 조금은 엿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올봄의 여정은 ‘토지’의 길을 따라 문학적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시기를, 그곳에 다녀가면 분명 이 ‘다음’을 살아갈 새로운 용기가 생겨 있을 것이니. 참, 나는 그해 여름에 멧돼지 옥수수 갉아먹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했던 두 번째 소설집 ‘유빙의 숲’을 출간했고, 단편소설 마감 역시도 무사히 마쳤다. 선생의 응원이 분명 그곳에 실려 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그 시간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어디에 해야 할지 몰라 이곳에 적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설가 이은선
  • “황희석의 검사 블랙리스트는 조국 복수 위한 것”

    “황희석의 검사 블랙리스트는 조국 복수 위한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추진단장이던 황희석씨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검찰발 국정농단 세력’이라며 공개한 14명의 검사리스트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황씨는 이번 4월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열린민주당은 ‘미투’ 파문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창당한 비례대표 정당이다. 황씨는 2011년 창당해 2014년 소멸한 민주통합당의 강동갑 예비후보로 나선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국노총 등과 함께 만들어 2012년 19대 총선을 치렀다. 황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정 전 의원이 참여했던 ‘나꼼수’ 변호인단 등을 거쳐 2017년 법무부 인권국장에 발탁됐다. 그가 공개한 검사 명단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황씨는 이에 대해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평소 추적하면서 쌓아온 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 그리고 다른 분들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이어 국민들이 야차(귀신)에 다치지 않도록 널리 퍼뜨려 달라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 비리 척결에 앞장섰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씨의 리스트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블랙리스트를 만든 모양”이라고 밝혔다. 또 “황씨는 원래 법무부 검찰국장 물망에까지 올랐다가 추미애 법무장관에 막혀 미끄러지는 바람에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검사 리스트는 아마도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검찰의 핵심보직인 검찰국장이 될 걸 예상하고 작성해 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황씨가 조 전 장관에 이어 새로운 법무부장관이 들어와 검찰인사가 시작되면 그때 살생부로 활용하려고 작성해 둔 것으로 추정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과의 싸움 끝에 사임한 것의 복수를 위해 만든 리스트란 주장이다. 진 전 교수는 “민변 출신에 법무부 인권국장이라는 분의 인권의식이 이 수준이라니 충격적”이라며 “팬덤만 믿고 조국 끄나풀들이 너무 설쳐댄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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