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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귀신·저승사자 등장 자동차 광고에 열광하는 소비자/황금주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귀신·저승사자 등장 자동차 광고에 열광하는 소비자/황금주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머리를 풀고 소복 입은 귀신이 차 안에 앉아 인간을 놀래 줄 생각에 들떠 있다. “귀신 언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묻고 싶을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유튜브 등에 공개된 현대차 신형 쏘나타 영상 광고에 귀신이 시리즈로 등장한다. 소셜미디어용으로 제작한 귀신 광고는 관심과 호평으로 TV까지 진출했다. 자동차 광고의 귀신 등장은 금기였고, 여전히 불편한 시각도 있다. 현대는 해외 광고에도 이미 귀신을 등장시켰고, BMW 자율주행 광고에서 귀신은 운전석 문을 열어 보니 운전자가 없자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간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사람이 만든 기술에 귀신들은 허당끼를 제대로 보여 준다. 역시 귀신은 한국 귀신이 매력 있다. 생머리 푼 소복 귀신은 서늘하고 신비롭다. 봉두난발에 너덜너덜한 흰 드레스를 걸친 서양 귀신은 사납고 폭력적이다. 귀신은 양반이다. 벤츠 E클래스가 눈 덮인 한적한 산길을 달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운전자는 조수석에서 저승사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저승사자는 음산하게 웃으며 “소리”(Sorry·미안)라고 말한다. 순간 운전자는 차 유리를 덮칠 듯 다가오는 통나무를 발견하자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는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다. 운전자는 의기양양하게 “소리”라고 외치고 저승사자는 무안한 표정으로 실망을 금치 못한다. 자동차 광고에 저승사자라니. 이쯤 되면 광고보다 이 광고를 승인한 경영진이 더 놀라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우월한 제동기술을 이보다 더 재미있고 선명하게 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2010년 선보인 이 광고의 저승사자가 경쟁사인 폭스바겐그룹 전 회장 피에히와 닮아 더 화제가 됐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2000년 초반 영국에 진출할 때 생긴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블랙유머를 좋아하는 영국 소비자를 위해 유머가 섞인 광고를 만들어 경영진에게 보여 주자 경영진이 경박하다 화를 냈고, 결국 다시 전통적 광고를 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코로나 슈퍼 전파 계기로 우려를 자아낸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은 시청률이 매우 높기에 광고 전쟁이 벌어진다. 작년 62개 슈퍼볼 광고 중 코믹한 현대 쏘나타 광고는 종합 2위를 차지했고, 2016년 웃긴 제네시스 광고로 슈퍼볼 광고에서 인기 1위를 했다(USA투데이). 격세지감이다. 요즘 자동차 광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기를 깨고, 유머를 버무리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처럼 중독성과 단순성으로 어필하는 광고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FIVVE’로 요약한다. 재미(Fun), 비일관성(Inconsistency), 가치(Value), 바이러스 보복소비(Virus revenge consumption), 표현(Expression)이다. 재미로 만족을 얻는 펀슈머(fun+consumer)들에게 광고는 재미있는 디지털 콘텐츠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광고는 유튜브에서 100만뷰를 찍는다.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드 소통은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구매 증가와 함께 소비자가 새 브랜드를 경험하는 데 촉매제가 됐으며, 브랜드 충성도는 저하됐다. 브랜드 믹스 매치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보여 주는 비일관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명품 가방을 사지 않는 소비자도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찻잔에 차를 마신다. 싼 조립식 가구를 쓰지만, 고가의 가전제품을 쓰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탈락한 오리털만을 채집해 만든 오리털 패딩이 훨씬 비싸더라도 자신이 가진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비싸게 주고 산다. 명품을 쓰는 환경주의자도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타깃 소비자 유형 분석은 기초자료일 뿐 소비자 분석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가 될 것이다. 현재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로 가시화되고 있는 바이러스 보복 소비는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진행되는 시기에 코로나로 제한됐던 여행·맛집·카페 등에서 자기 표현에 집중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런 보복 소비가 백신 접종으로 느슨해진 심리에 작용해 슈퍼 전파 계기가 될까 우려한다. 이제 브랜드는 확장과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광고는 금기를 깨야 하지만, 여성과 사회적 약자 비하는 없어야 한다. 재미와 오버의 경계는 늘 종이 한 장 차이다.
  • 野 “文, 현안마다 뒤에 숨어”… 주호영 “김명수 사퇴하라” 1인시위

    野 “文, 현안마다 뒤에 숨어”… 주호영 “김명수 사퇴하라” 1인시위

    임성근 탄핵·대법원장 거짓말 등 충돌野 “설연휴까지 金 사퇴 안 하면 고발”與 “사표수리, 민의 어긋나” 金 옹호 “대법원장,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려”전직 변협회장 8인, 金 사퇴 촉구 성명여야는 8일 대정부질문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병원 합격 논란 등 각종 현안마다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까지 김 대법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 법관 탄핵을 비롯해 서해 공무원 피살, 조국 사태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적 현안마다 뒤에 숨는다”고 주장하면서 “총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 달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저는 당당하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렉카 대통령이라고 들어봤는가”라며 “문 대통령은 생색을 낼 때나 쇼가 필요할 때 교통사고 시 귀신같이 달려오는 렉카 같은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있다”고 비꼬았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한일병원 인턴 합격 논란을 두고도 언성 높인 공방이 오갔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입시부정 의혹을 받는 조씨의 병원 합격을 문제 삼자 “입시와 관련한 문제 등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조씨의 경우 과도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부분은 신중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보 의원이 “왜 1년 반이 지났는데 조치를 안 취했냐”고 묻자 유 장관은 “조씨는 이례적으로 감사계획을 세우기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1심 결과를 봐 왔다”고 해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사법 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개혁 사명을 잘 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국회 밖에서도 김 대법원장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는 김 대법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탄핵소추를 당한 판사의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부탁을 받고 사표를 수리했다면, 그것은 민의와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도 라디오에서 “임 부장판사가 공개했던 녹취록은 맥락상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공개된 내용만 가지고 탄핵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며 김 대법원장을 두둔했다. 김경협 의원도 라디오에서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임성근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야말로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법원 앞 1인 시위 등 김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양심이 어떤 것보다 강력한 증인이란 것을 대법원장은 명심하길 바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 대법원장이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렸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공인으로서 책무이며 우리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코로나19 고통 분담 차원으로 올해 인상된 국회의원 수당 총 2억 7000만원을 기부하는 내용의 ‘의연금 갹출의 건’을 가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구체적 활용 방안은 추후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 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길고양이·고래… 인간과 동물, 몸짓·소리로 공존 모색

    길고양이·고래… 인간과 동물, 몸짓·소리로 공존 모색

    재개발을 앞두고 주민들이 떠난 빈집의 지붕 위를 배회하는 길고양이들 사이에서 민소매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중년 여성이 두 손을 바닥에 대고 기어 다닌다. 납작 엎드려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동작을 따라 하며 마치 고양이인 양 행동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양이 등에 올라타고 화면 밖으로 날아간다. 만화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엉뚱한 상상으로 엮인 이 영상은 국내 1세대 설치미술가이자 여성주의 미술 대표 작가인 홍이현숙의 신작 ‘석광사 근방’이다. 작가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재개발 예정지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들과의 교감을 시도하며 인간과 동물 간 소통과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실제로 길고양이와 친해지려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다만 지붕 위로 올라간 장면은 붕괴 위험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홍이현숙 개인전 ‘휭, 추-푸’는 낯선 제목만큼이나 새로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향한 작가의 시선과 접근법을 보여 준다. ‘휭’은 바람에 무언가 날리는 소리, ‘추푸’는 남미 토착민 언어인 케추아어로 동물의 신체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수면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다. 인간의 언어로는 대화할 수 없지만 그들의 소리와 몸짓이 전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제목이다.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와의 공생을 강조하는 작가가 관심을 기울인 또 다른 존재는 고래다. 사운드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는 밍크고래, 혹등고래, 푸른 고래 등 8종류 고래가 내는 각기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고주파와 저주파 음역대를 오가는 고래의 소리를 인간은 온전히 들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 아쿠아리움연구소가 채집한 고래 소리는 뱃고동 소리 같기도, 귀신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어두운 전시장 한가운데 노란 불빛 아래 뗏목처럼 놓인 구조물에 앉아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마치 바다를 표류하며 고래 떼와 만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북한산 승가사 마애불을 카메라로 어루만지듯 클로즈업하며 작가가 상상으로 느끼는 촉감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영상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어도를 상상하는 ‘각각의 이어도’ 등도 인상적이다. 전시에선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등 사회적 의제에 집중해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도 만날 수 있다. 3월 28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하수구에 던진 폭죽 中 맨홀 뚜껑 ‘펑펑’…메탄가스 폭발 (영상)

    하수구에 던진 폭죽 中 맨홀 뚜껑 ‘펑펑’…메탄가스 폭발 (영상)

    중국에서 하수구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펑파이신원은 중국 쓰촨성 다저우시의 한 광장에서 하수구 폭발사고가 발생해 놀란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2일 쓰촨성 다저우시 다촨구의 아파트 인근에서 하수구가 폭발했다. 폭발 충격으로 맨홀 뚜껑 여러 개가 굉음을 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하수구에서 피어오른 하얀 연기가 도로를 뒤덮었고, 놀란 행인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인근 상인은 “저녁 무렵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어떤 어린이가 불붙인 폭죽을 하수구에 던졌다더라”고 설명했다.도로 CCTV에는 흰색 상의를 입은 한 어린이가 맨홀 뚜껑에 난 구멍으로 폭죽을 집어넣은 뒤 화단 쪽으로 몸을 피하는 장면이 찍혔다. 어린이가 장난삼아 던진 폭죽 불꽃은 하수구 속 메탄가스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다. 다저우시공안국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면서 “해당 어린이와 보호자인 부모를 상대로 주의 조치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지 건설국과 협력해 망가진 맨홀을 복구 중이라고 전했다.중국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닝샤자치구 인촨시에서 맨홀 뚜껑 사이로 불붙인 폭죽을 던진 11살 소년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소년은 2m 높이로 치솟은 불길과 폭발 여파로 사고 현장에서 5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간쑤성 캉러현의 주택단지에서도 한 소년이 하수구에 폭죽을 넣었다가 약 3m 공중으로 날아간 일이 있었다. 22일 중국 비상관리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폭죽사고는 총 8건, 사망자는 9명이었다. 특히 귀신을 쫓고 행운을 부른다는 의미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풍습 탓에 최대 명절 춘절 무렵이면 어김없이 폭죽사고가 발생한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물론 폭죽 연기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해 ‘폭죽 실명제’까지 도입됐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허난성과 허베이성, 산시성, 산둥성, 저장성, 푸젠성 등 중국 대부분의 지방 정부가 춘절 기간 불꽃놀이 및 폭죽 판매를 금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귀신 쫓는다’며 노모 살해한 50대 항소심도 징역 10년

    ‘귀신 쫓는다’며 노모 살해한 50대 항소심도 징역 10년

    대구고법 형사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20일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A(5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을 치료감호에 처했다. A씨는 2019년 11월 집에서 자고 있던 자신의 어머니 B씨(사건 당시 80)에게서 귀신을 쫓아내겠다며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자 항소했다. 정신장애 3급인 A씨는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 귀신이 들었다는 망상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우리가 그토록 파스타에 열광하는 이유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우리가 그토록 파스타에 열광하는 이유

    와인과 흔치 않은 음식을 곁들이는 콘셉트의 비스트로를 연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많이 팔린 음식이 무얼까 확인해 보니, 이런, 파스타였다.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배워 온 셰프가 파스타를 많이 파는 게 이상한 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파스타만큼은 ‘덜’ 팔고 싶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에 와 보니 파스타는 더이상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이미 차고 넘치는 이탈리안 식당들이 저마다 파스타를 만들어 파는데 굳이 숟가락을 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다는 요리사의 고집이자 욕심으로 파스타 메뉴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주위의 조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번 소스가 바뀌는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결국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자국 음식 말고 가장 많이 먹는 외국 음식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파스타다. 이탈리아 사람들만 파스타를 주식처럼 먹는 게 아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일본, 중국에서도 즐겨 먹는다. 물론 한국인도. 유럽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 파스타를 만드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면과 소스를 만날 수 있다. 아마 한국도 짜장면을 제치고 파스타가 ‘국민 면요리’의 위상을 거머쥔 듯해 보인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난하게 즐기는 파스타는 어째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을까.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단순히 가늘고 긴 면 요리만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요리를 통칭한다. 파스타는 크게 반죽 성질에 따라 건면과 생면으로 나뉜다. 건면은 단단한 경질밀을 반죽하고 면을 압착해 뽑아낸 후 건조한다. 수분이 거의 없어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식감이 단단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스파게티면은 건면에 속한다. 생면은 건면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경질밀이 아닌 부드러운 밀가루에 물 대신 주로 달걀을 넣어 만든다. 우리의 칼국수나 수제비와 같은 식감인데 필요에 따라 경질밀을 섞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을 살리기도 한다. 감자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뇨키도 파스타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만드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먼저 면의 형태로 소스와 함께 먹는 파스타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면 모양새의 스파게티와 링귀니, 페투치니를 포함해 펜네, 마카로니, 푸실리 등 짧은 파스타도 포함된다. 끓는 물에 익힌 후 토마토소스나 오일소스 등에 버무려 먹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만두처럼 각종 소를 채운 파스타가 있다. 주로 이탈리아 중북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크기나 모양에 따라 라비올리, 토르텔리니, 아뇰로티 등 각각 이름이 있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귀신같이 구분한다. 대부분 생면으로 만들며 만둣국처럼 고기나 채소로 만든 수프인 브로도에 넣어 먹는다. 오븐에 구워 만드는 파스타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라자냐다.사실 이탈리아에서도 파스타가 대중적인 음식이 된 건 비교적 근래 일이다. 중세 무렵 아랍인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서 건면 파스타를 생산했고, 북부에서는 생면 파스타가 등장했는데 당시 꽤 값비싼 식재료였다. 서민들이 파스타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산업화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근 대책으로 파스타가 공급되기 시작했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주요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파스타의 장점이자 미덕은 만들기가 의외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건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필요한 건 오로지 어떤 소스를 곁들이냐는 문제다. 어떤 면을 사용하고 어떤 소스를 만드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한 게 파스타의 매력이다. 김치, 명란, 먹다 남은 시금치나 스팸을 넣어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 만드는 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요리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파스타의 본질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고. 파스타에 정답은 없다. 이탈리아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파스타들은 그 지역 사정에 따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창조돼 왔다. 나폴리에서는 나폴리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시칠리아에서는 시칠리아의 재료로 파스타가 완성된다. 이탈리아를 떠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요리, 이것이 파스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 [이은주의 비하인드 컷] ‘유튜브 저널리즘‘, 그 낯선 길에서

    [이은주의 비하인드 컷] ‘유튜브 저널리즘‘, 그 낯선 길에서

    지난해 늦여름 언론사에 근무하다 지금은 모 대학의 연구소에 있는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튜브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 인터뷰를 좀 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꼭 답을 해 줘야 한다는 말과 함께.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 역시 1년 넘게 유튜브 채널을 하면서 좌충우돌 고민이 많았던 터라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언론계가 아닌 학계에서 ‘유튜브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연구의 제목은 ‘유튜브 저널리즘의 콘텐츠 특성화 전략에 관한 연구’였다. 기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목적과 기자의 역할 변화, 기자의 전문성과의 연관성 등 폭넓고 세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답변을 하던 중 한 가지 질문 앞에서 멈칫했다. ‘귀하가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포털사이트, 크리에이터 등 다른 생산자와 무엇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고, 가장 고민됐던 지점이었다. 유튜브의 세계는 기자로서 매체별 계급장을 뗀 ‘정글’ 그 자체였고, 수많은 크리에이터 및 콘텐츠 제작자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그 사이에서 기자로서 얼마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승부할 것인가는 지금도 어려운 문제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기자의 유튜브는 성공하지 못한다’, ‘폭로성으로 가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공법으로 승부하기로 했고, 그동안 펜기자로서 아쉬웠던 점을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구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밀착 취재하고, 정확한 사실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것은 기존 저널리즘의 원칙과 다르지 않았다. 구독자들은 어렵게 섭외하고 공들여 기획한 콘텐츠일수록 귀신같이 알고 더 큰 호응을 보냈다. 외로운 이 항해에 감사하게도 함께해 준 전 세계 9만여 구독자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 이들은 때로 새로운 취재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의 세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조차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기자로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늘 고민스럽다. 또한 얼굴이 ‘팔린’ 이상 콘텐츠에 관한 모든 책임은 기자 개인이 져야 한다는 점도 엄청난 압박감이다. 그래도 유튜브는 쌍방향성을 비롯해 시공간적 제약이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확장성 등 대안 언론적인 순기능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여전히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 항해를 이어 나가 볼 생각이다. 부디 험한 파도가 아닌 순풍이 불기만을 기도하면서. erin@seoul.co.kr
  • [신춘문예 시 당선작] 최초의 충돌/김민식

    [신춘문예 시 당선작] 최초의 충돌/김민식

    나는 화면 너머의 테니스 경기를 본다테니스 라켓이 공을 치는 순간무수한 공중이 한꺼번에 태어난다 고래의 힘줄산양의 창자얇게 저며진 살점으로 직공은라켓을 짠다종선과 횡선이 지나간 사이에태어나는 눈공중에 이름을 붙이는 최초의 노동이었다 천사를 체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은 프랑스인이 있었다축과 축의 직교 속에서 성령은 좌표를 얻었다 의심 속에서의심도 없이 체의 촘촘한 눈을 세는 귀신의 눈은 비어 있다 눈알만 파먹힌 생선들이부둣가에 쌓여 있다 백경白鯨의 투명한 수정체멸종된 거대 수각류의 담석전체를 상상하면 그것들은 차라리 허공이었다 한국의 산에는 호랑이 모양 구멍이 반드시 하나씩 있으며 돌탑 위에 둥근 돌을 하나 올려도산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었고 무수한 왕의 안구가 뽑혀나가도지구가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믿음 속에서믿음도 없이 삶의 질량을 변화시킬 혁명이 필요했다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이렇게 말하면 믿는 사람이 없었고하늘에 빛나는 돌이 불과 물과 함께 떨어졌다이렇게 말하면 믿음과 의심이 동시에 생겼다 외계에서 날아온 돌은 지구를 확실히 무겁게 만든다그것은 종종 과학의 영역이었다 “마음 속에 천 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서 천 개의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나는 어떤 계열의 천사인 것만 같습니다”* 처음으로 운석을 발견한 아이가 남긴 말이었다그가 발견한 검은 돌은검은 신전의 기둥이 되었다 운석이 떨어진 자리엔, 빛과 유리와 불과 물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자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다만 우주의 조각을 만져보고자 하는 순례자들의 계획 속에서계획도 없이 푸른 언덕에 모여 유성우를 구경하는 사람들얼굴들이 깊게 파인 구멍 같다나뭇가지에 걸린 셔틀콕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표정만 같다 너, 라고 부르면 뒤돌아보는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그중 아무도 귀엽거나 밉지 않았고 아나운서의 어깨 너머로카메라가 풍경을 화소로 만들기 직전 나는 주머니에서 빛나는 하얀 공을 꺼냈다아직 세상에 없는 구기종목의 공인구였다 ---------------------------------------------------------------------------------------------- *“머릿속에 만 개의 방이 있어서 좋은 멜로디가 나와요.”: 4세 어린이 백강현의 말. (‘영재 발굴단’ 108회)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여기는 중국] “그냥 재미로...” 한밤 중 귀신 분장 후 여성 행인들 뒤쫓은 남성

    [여기는 중국] “그냥 재미로...” 한밤 중 귀신 분장 후 여성 행인들 뒤쫓은 남성

    귀신 분장 후 길가는 행인을 깜짝 놀라게 하는 황당한 짓을 벌인 20대 남성이 공안에 체포됐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시 도심의 대로변이었다. 가해 남성 장 씨가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이른 새벽으로 목표는 10~20대 여성이었다. 사건 당일 장 씨는 새벽 2시 30분 경 항저우시 중심의 공원 의자에 앉아서 피해자를 물색했다. 당시 검고 긴 머리의 귀신 분장을 한 채 피해자를 물색 중이었던 장 씨는 24세 여성 두 명의 뒤를 쫓았다. 당시 공원에는 장 씨와 피해 여성 두 명을 제외하고는 오가는 행인 없이 한산했다. 이때 공원 서문에서 후문으로 걸어가던 20대 여성 두 명은 쫓아오는 장 씨를 확인한 뒤 아연실색했다. 장 씨가 상복을 연상케 하는 흰색 원피스와 검은 머리의 긴 가발을 착용한 채 두 여성의 뒤를 바짝 뒤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장 씨는 온라인에서 구입한 귀신 소리가 나는 음향기를 켠 상태였다. 피해 여성들은 “어둠 속에서 흰 옷이 흩날리고, 긴 생머리를 한 형상이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면서 “특히 가해 남성은 귀신을 연상케 하는 소리의 음향기를 켠 채로 빠르게 우리 뒤를 따라왔다. 단 몇 초 동안 심장이 멎는 것 같이 두려웠다”고 진술했다.가해 남성의 이 같은 행각은 이날 또 한 차례 이어졌다. 새벽 3시 경, 장 씨는 공원 인근을 지나가던 또 다른 20대 여성의 뒤를 쫓았다. 이번에는 귀신 형상을 한 녹색의 가면도 추가로 착용한 상태였다. 이 때 장 씨가 뒤따르는 것을 보고 놀란 피해 여성은 바닥에 넘어진 채 한 동안 일어서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사건 직후 장 씨는 피해자들의 신고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공안이 출동했을 당시에도 장 씨는 추가 피해자를 물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안에 붙잡힌 그는 범죄 사실 일체를 시인하면서도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평소 TV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을 선호했었다”면서 “특히 외국 방송국에서 제작한 주로 지나가는 행인을 위협하고 놀라게 만드는 영상을 흥미롭게 시청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한밤 중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귀신 분장을 한 뒤 다가가서 놀라게 만드는 것이 흥미로웠다”면서 “해외 영상을 따라한 패러디 행위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조사 결과 장 씨의 주요 범행 장소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주차장과 공용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이었다. 범행에 사용한 의상과 분장 도구 일체는 온라인 유통 업체를 통해 쉽게 손에 얻을 수 있었다고 장 씨는 설명했다. 그는 “해외 유명 영상을 시청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큰 실수였다”면서 “범죄 행위가 되는 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인 일이다. 앞으로 이런 행위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관할 공안국은 장 씨에 대해 ‘치안관리처벌법’에 근거해 공안기관에 행정 구류한 채 여죄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코로나 귀신 물러가라… 오늘은 팥죽 먹는 날

    코로나 귀신 물러가라… 오늘은 팥죽 먹는 날

    절기상 동지(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상점이 새알을 넣은 팥죽을 만들고 있다. 선조들은 팥죽이 귀신을 물리친다고 여기고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었다. 뉴스1
  • “음주운전은 절대 그만”

    “음주운전은 절대 그만”

    17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린 ‘2020 음주운전 ZERO 캠페인’에서 저승사자, 처녀귀신, 재판관 등으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음주운전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심 정정률 무려 60%… ‘코트 위 호크아이’ 이영택

    오심 정정률 무려 60%… ‘코트 위 호크아이’ 이영택

    “주위에서 다들 ‘호크아이’라는데 부담이네요. 이러면 앞으로 애매한 것은 비디오 판독 요청 못 하겠는데요.” 16일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4세트 14-14로 맞선 상황에서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이 블로커 터치 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코트 위로 조용한 음악이 깔렸고 판독 영상에선 상대 손가락을 아주 미세하게 스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결과는 판정 번복. 이 감독은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며 ‘호크아이’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신들린 비디오 판정 요청으로 ‘매의 눈’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에게 비결을 묻자 “벤치에 앉아 있는 코치가 도와주고 선수가 확신하는 것을 들었고 몇 개는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또 “일부는 남은 것을 써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맞아떨어졌다”고 겸손해했다. 겸손한 입과 달리 그의 눈은 매섭다. 이날 경기 전까지 12경기에서 이 감독의 비디오 판독 신청은 28건 있었고 이 중 17건을 바로잡았다. 판독 성공률 60.7%는 여자부 구단 1등이자 6개 구단 평균 성공률 37.6%의 두 배에 가깝다.비디오 판독을 통한 오심 정정은 효과가 크다. 1점을 벌어 오는 차원을 넘어 상대팀의 1점을 깎는 결과로 이어져 2점짜리에 해당한다. 오심을 바로잡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상승세나 흐름을 꺾거나 흥분한 선수를 가라앉히는 전략적, 심리적 효과도 크다. 이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흐름을 가져온 대표 사례로는 지난 6일 IBK기업은행전 2세트가 있다. 25-25의 듀스 상황에서 표승주의 블로킹 터치 아웃을 귀신같이 잡아내며 세트를 가져오게 만들었고 팀도 결국 3-0으로 승리했다. 이 감독은 “듀스에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이니 썼던 것인데 운 좋게 걸렸다. 나도 놀랐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흥국생명과의 경기 2세트에선 다들 간과한 김연경의 센터라인 침범을 잡아내기도 했다. 오심 정정률이 높다 보니 인삼공사의 경기에 임하는 심판진은 이 감독의 ‘호크아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주호영 “윤석열, ‘정치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檢 중립 보장”(종합)

    주호영 “윤석열, ‘정치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檢 중립 보장”(종합)

    “尹, 정치 ‘안 한다’ 아닌 ‘않겠다’ 선언해야”영입 여부엔 “내일 일 말하면 귀신이 웃어”“尹 여론조사 조사대상서 빼는 게 정상”뚜렷한 잠룡 안 보이는 野, 尹 견제 해석도“정총리 ‘추-윤 동반퇴진’, 비겁·잘못된 생각”“5선 추미애 장관 자체가 정치적 중립 우려, ×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속담 생각”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윤 총장은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는 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데 대해서는 “중립적이어야 할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후보군에 넣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면서 “조사 대상에서 빼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야권에서 영입할 생각이 없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며 즉답을 피했다.윤석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6월 이름 올린 이후 19.8% 최고치 지난달 3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1.9% 포인트)에서 윤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253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19.8%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17.2%)보다 2.6% 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대표는 20.6%, 이 지사는 19.4%로 각각 1위,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윤 총장이 현재 정권과 가장 명확한 대척점에서 반문정서를 상징하고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단 한 명도 소속 당 의원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의원이 5.1%였고 친박계의 미움을 받았던 유승민 전 의원(3.3%)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5%)에 밀렸다.대선주자 안 보이는 야권 고민尹 ‘비정치선언’ 견제용 분석도추후 尹 정치참여시 ‘말바꾸기’ 부담도 사실상 야권에서는 정치인으로서 여당에 맞설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아 고민이 많은 상태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검찰의 중립성을 내세워 윤 총장의 비정치 선언으로 현 갈등 상황을 타개해보자는 의미로 보이나 이면에는 윤 총장의 정치 활동을 자제시켜 자당 내에 잠룡을 키워 보자는 견제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과거에도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한 바 있고 여론조사에서 처음 이름이 등장할 때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경우, 임기가 끝나거나 혹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으로 공직자 신분을 벗어나 정계에 발을 들여 향후 대선주자로 출마하게 되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일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주호영 “文, 추미애 경질해야” “해임건의권 가진 총리, 장관 잘못 경고하고중지하지 않으면 文에 해임 건의해야” 주 원내대표는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를 풀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권이 현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드루킹 사건, 탈원전 사건들은 가다 보면 대통령이 직접 이런 일들에 관여한 것들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추-윤 동반 퇴진론’에 대해서는 “비겁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해임건의권을 가진 총리가 장관의 잘못에 대해 경고하고, 중지되지 않으면 대통령께 해임 건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추 장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했다.“5선 秋 장관 자체가 정치적 중립 우려”“뭐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징계 사유 발견 안 되면 징계 취하해야”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주장하는 정부여당 인사들을 향해 “민주당 대표를 지내고 5선 의원 출신인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으로 간 자체가 정치적 중립의 우려를 낳게 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검찰총장에게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만 법무부 장관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솝우화에서 검은 단지가 흰 것을 보고 검다 하고, 갈잎이 솔잎보고 시끄럽다 나무라고,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 등이 생각난다”며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회부는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징계법 17조 2에는 검사 징계 청구 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발견되면 징계를 취하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그럼 이 단계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취하하는 것이 가장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징계를 취하하도록 명령을 해주시고 이런 사달을 일으킨 추 장관을 즉시 경질하기 바란다”며 “문 대통령이 검찰 독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검찰총장 임기 보장이라고 책에 썼던 것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라’고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명령하라”고 촉구했다.“이낙연, 국조 딴소리 말고 즉각 수용해” “여론조사 60%가 추-윤 국조 필요하단다”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즉각 수용하고 딴소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채로 판사 사찰 문건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해 압수수색하고 그걸로 윤 총장을 쫓아내고 그럼 국면이 전환되니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던 거 같다”며 “그러나 그게(판사사찰문건) 나오지 않으니 뒤로 물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 의하면 추-윤 사달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단 의견이 약 60%”라며 “필요 없다는 의견의 두 배 가까이에 달하는 만큼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추미애 단독 사퇴하라” 현직 검사…검찰 내 첫 사퇴 요구[전문]

    “추미애 단독 사퇴하라” 현직 검사…검찰 내 첫 사퇴 요구[전문]

    현직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단독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 내에서 추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진영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1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추미애 장관님, 단독 사퇴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검사는 “장관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실 자격과 능력이 없으니 국민을 상대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말고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달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이 단독 사퇴해야 하는 7가지 사유 언급 장 검사는 “장관은 국민에게 검찰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고 민주적 통제를 앞세워 검찰을 장악하고자 하는 검찰 개악을 추진하면서 마치 이를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국민을 속여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함에도 절차와 법리를 무시하고 황급히 감찰규정을 개정하며 비위 사실을 꾸미고 포장해 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와 징계 요구를 감행해 법치주의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장 검사는 형사사법 시스템 완비 업무 등한시, 검찰총장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뒤집어씌움, 국민과 검찰 구성원 간 이간질,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을 언급하며 추 장관이 장관의 권한을 남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검사는 “여러모로 부족한 일선 검사가 이상에서 나열한 내용 정도만으로도 장관님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실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 “이미 장관님이 꿈꾸시는 검찰개혁은 장관에게 주어진 인사권, 감찰권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노골적으로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임이 드러났다. 특히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 징계 요구를 통해 진정한 검찰개혁을 희망하는 전국청의 검찰 구성원들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받으셨으며, 결코 진정한 검찰개혁의 소임을 이루지 못할 것임이 자명해졌다”고 했다. 끝으로 “현 총장님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동반 사퇴로 끌어들일 생각은 말아주십시오”라며 “현 총장을,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며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유로 동반 사퇴로 끌어들인다면 사퇴 순간까지도 검찰을 정치로 끌어들여 진정한 검찰개혁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복무평가 기간에 이런 글을 올리니 더 법무부의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다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단독 사퇴 요구서 [전문] 추미애 장관님, 단독 사퇴해주십시오. 장관님, 장관님은 아래와 같은 사유로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실 자격과 능력이 없으시니, 더 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마시고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주십시오 1.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난 정권들의 민주적 통제하에서 벌어졌던 검찰의 하수인 역할을 막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적 독립의 실현이라는 오랜 열망의 검찰개혁의 참뜻을, 사실은 오로지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고 민주적 통제를 앞세워 검찰을 장악하고자 하는 검찰개악을 추진하면서 마치 이를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국민들을 속임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 2.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준수하고, 임명권자의 의중을 잘 살펴 검찰개혁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며 누구보다도 진정한 검찰개혁의 참뜻을 알고 계신 임명권자께서 신임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2년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하여, 임명권자께서 당부하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절차와 법리검토를 무시하고 황급히 감찰규정 개정하며 비위사실을 꾸미고 포장하여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와 징계요구를 감행하여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임명권자의 진의를 거스르며 진정한 검찰개혁을 역행함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 3.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한 달 후면 시행될 민생과 직결된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에 따른 검찰 업무 시스템 정비를 검찰총장과 협력하여 신속히 완료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시급하고 긴급한 업무는 뒷전으로 한 채 오로지 내편과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이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와 징계요구를 감행하여 검찰총장으로서 시급한 형사사법시스템의 완비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법무부수장으로서 시급한 형사사법시스템 완비 업무를 등한시함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 4.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검찰구성원들의 충언에 귀 기울이고 그 충언의 진의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로지 불통과 권위적인 모습으로, 진정한 검찰개혁을 이루기 위한 검찰구성원들 충언의 참뜻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귀와 마음을 닫은 채 오로지 장관 편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을 상대로 검찰개혁의 반발로 호도하고 금융경제중대사범의 자필 편지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며 국민들에게 검찰구성원들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아니하고 왜곡하여 국민들과 검찰구성원을 이간질함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 5.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함에도, SNS등을 통해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백히 위반하여 고발조치까지 된 진모 검사와 정권에 유리한 수사를 담당하여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정모 검사에 대하여 아무런 직무배제나 징계요구를 하지 않음으로써 계속하여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도록 방기하거나 묵인함으로써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아 그 권한을 남용 6. 법무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함에도, 여당대표, 여당 측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문 정치인으로서 뛰어난 정치감각을 발휘하여, 검찰총장의 일반적 행보에 온갖 정치적 해석을 덮어씌워, 정치감각 없이 매번 눈치 없이 수사하다 어느 정권에서도 핍박을 받는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로까지 앞장서서 만들었음에도 그 탓을 검찰총장에게 뒤집어씌우며 국민들을 상대로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여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속임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 7. 법무부 최고 수장으로서 국민과 법치 실현을 위해, 법치에 근거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고 직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도, 내편과 정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내편인지, 아닌지로 실질적인 기준을 삼아 장관의 인사권, 감찰권 등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이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어 그 권한을 남용 여러모로 부족한 일선검사가 이상에서 나열한 내용 정도만으로도 장관님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실 자격과 능력이 없으시며, 이미 장관님이 꿈꾸시는 검찰개혁은, 사실은 장관에게 주어진 인사권, 감찰권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더욱 노골적으로 검찰을 더욱 철저히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임이 드러났으며, 이는 국민들이 오랫동안 그토록 열망해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통해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했던 진정한 검찰개혁을 명백히 역행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국민들을 상대로 호도하였고, 특히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 징계요구를 통해 진정한 검찰개혁을 희망하는 전국청의 검찰구성원들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받으셨으며, 결코 진정한 검찰개혁의 소임을 이루지 못할 것임이 자명해졌습니다. 따라서 장관님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실 자격과 능력이 없으시니, 더 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마시고, 오랫동안 열망해 온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주십시오. 임명권자께서 요구하신 검찰개혁의 임무를 누구보다 철저히 수행하고 계신 현 총장님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동반 사퇴로 끌어들일 생각은 말아주십시오. 임명권자께서 요구하신 검찰개혁의 임무를 누구보다 철저히 수행하고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위해 보장된 임기를 성실히 수행하시려는 현 총장님을,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며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유로 동반 사퇴로 끌어들이신다면 이는 사퇴의 순간까지도 검찰을 정치로 끌여들여 진정한 검찰개혁을 더욱 욕보이는 것입니다. 지난번 ‘추 장관님이 꿈꾸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글을 비롯하여 제가 계속해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검찰개혁의 의미가 너무나도 왜곡되고 호도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만 하는 것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닌 것 같아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제가 느끼고 깨달은 바를 조금이라도 실천해보고자 미력하고 아무런 힘도 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돌을 던져보고자 함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바로 보아주지 않을까 해서요. 복무평가 기간에 이런 글을 올리니 더 법무부의 눈치가 보이네요.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비운의 공양왕 부부 ‘무덤에서 나온 귀신’으로 그린 고양시

    비운의 공양왕 부부 ‘무덤에서 나온 귀신’으로 그린 고양시

    경기 고양시가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과 왕비의 실루엣(복장의 세부적인 디자인을 제외한 윤곽)을 ‘괴기’스럽게 꾸며 도심 대로변 배전함 가림막으로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21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고양시는 4년 전 8500만원을 들여 덕양구 원당 호국로에 대한 경관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인도에 한국전력이 설치한 배전함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덮개로 덧씌우는 작업을 추진했다. 덮개는 고양시를 상징하는 야옹이 캐릭터와 공양왕릉 등 역사문화유산 사진을 플라스틱 형태의 판으로 인쇄해 만들었다. 문제는 덕양구 주교동 고양주교세창짜임아파트 앞 인도에 설치한 배전함 가림막이다. 이 가림막은 인근 원당동에 있는 공양왕릉 사진 위에 왕릉 소개 설명문과 함께 공양왕 부부를 형상화한 실루엣을 넣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사진 참조) 인근 상인은 “비운의 공양왕 부부가 무덤에서 귀신이 되어 나온 형상”이라며 “누가 만들었는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혹평을 했다. 고양시는 서울신문이 지적하자 이날 경위 파악을 한 뒤 “빠른 시일 안에 교체 작업하겠다”고 밝혔다.앞서 2016년 10월 6일 고양시 성사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원당호국로 경관개선사업’ 디자인 및 실시설계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박시동 시의원은 “지역의 특성과 역사를 반영한 배전함 커버 디자인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극찬을 했고, 다른 참석자는 “전체적으로 아주 완성도 높은 용역 결과”라고 평가 했다. 고양시에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과 왕비가 고려말 이성계 일당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고양시 식사동에서 숨어지내다, 지금의 공양왕릉 앞 연못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공양왕릉은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왕릉골에 위치해 있으며, 1970년 2월 사적 제191호로 지정됐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에도 공양왕릉이 있으며 1995년 9월 강원도기념물 제71호로 지정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양 공양왕릉만이 문헌에 기록돼 있어 ‘진묘’로 인정받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낸시랭 “이혼 후 족쇄풀린 느낌 …혼인신고 함부로 하지말길”

    낸시랭 “이혼 후 족쇄풀린 느낌 …혼인신고 함부로 하지말길”

    팝아티스트 겸 방송인 낸시랭(본명 박혜령)이 결혼 1년 만에 파경을 맞고 3년 만에 이혼 법적 절차를 마무리 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낸시랭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진산갤러리에서 열린 ‘스칼렛 페어리’ 전시회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지난 2017년 결혼했으나 1년 만인 2018년, 남편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협박과 지속적인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후 2019년 4월 이혼소송을 냈고, 지난 9월 서울가정법원은 낸시랭이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낸시랭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혼 후 이날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낸시랭은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서류상으로 3년 만에 이혼이 확정됐기 때문인 것 같다. 족쇄가 풀린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나는 웨딩드레스도 입어본 적이 없고 상대방이 혼인신고를 하자고 해서 10분 만에 혼인을 한 건데, 그 신고서 한 장이 이렇게 3년이 걸려서 끝날 줄은 몰랐다”면서 “설리, 구하라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너무 마음이 아픈 시기에 나도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미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일단 여성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먼저 혼인신고 하지 마시고 서로 좋으면 한 번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웨딩드레스는 입어 보고 결혼식도 하고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면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앞으로 활발한 활동도 예고했다. 그는 “이제 서류상 이혼이 확실해져서 보는 분들도 방송 활동을 하라고 하는 중에 ‘비디오스타’에서 섭외가 왔고 12월에 녹화를 한다”면서 “그동안은 예능 섭외가 들어와도 출연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남편 때문에 진 사채빚까지 8억원의 빚이 있었다. 이제 9억8000만원 정도다”라며 “월 이자만 600만원 나간다는 기사가 나가자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고 더 열심히 활동하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낸시랭은 한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은 극심한 가정폭행, ‘이혼녀’ 등의 사회적 낙인을 통해 그 아픔을 ‘여성’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됐고, 이에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전세계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물음을 담은 ‘스칼렛’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귀신은 안 무서운데 사람이 무섭다.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남성이 있으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지 무섭더라”면서 “누구에게나 시간은 필요하다. 나도 갑자기 치유된 것은 아니고 작품에 몰입하면서 치유할 수 있었다. 상처와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작품으로 치유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방송인 사유리, 비혼모 됐다… 日서 정자 기증받아 아들 출산

    방송인 사유리, 비혼모 됐다… 日서 정자 기증받아 아들 출산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1)가 16일 일본에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사유리는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 비혼모’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유리는 이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당시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전했다.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사유리TV’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이틀 후인 지난 6일에는 홍대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서 촬영한 영상을, 15일에는 귀신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렸다. 2007년 KBS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한 사유리는 ‘사유리의 식탐여행’, ‘진짜사나이’ 등에서 활약했으며, 최근 출연 중이던 KBS 2TV ‘이웃집 찰스’에서 하차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열린세상] 부동산 투기? 확신편향에 빠진 것은 정부/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부동산 투기? 확신편향에 빠진 것은 정부/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서울 상도동의 지인은 10월 말 전세 만기에 불안했단다.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도 없이, 주인은 세금 탓에 들어와 살아야 하니 나가 달라고 통보했다. 지인의 전셋집 확보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8월 중순부터 매물은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2억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2년 차 30평대 아파트의 전세금은 10억원을 호가하고 7월 실거래가가 6억 9000만원이던 4년 차 29평 전셋값은 9억원이 돼 버렸다. 8년 된 아파트 30평대도 전세가가 9억~10억원이다. 반포나 압구정동 이야기가 아닌 상도동 이야기다. 결국 지인은 전세대출금을 받고 평수를 줄여 20평 초반대의 전셋집을 구했단다. 전세대첩이 엄살일까? 언론이 꾸며낸 음모일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나가서 몸소 체험해 볼 것을 권한다. 전세대출금 이자는 한 달 새 0.7% 포인트 넘게 올라 3%를 넘어섰다. 이쯤 되면 전세제도를 아예 없애려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최근 전세난의 이유를 임대차법이 아닌 저금리 탓으로 돌렸다. 김 장관은 근본적 원인은 코로나 이후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져, 전세대출이 늘어난 상황이 전셋값 상승과 결합해 전세난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올해, 5대 은행 전세대출 전월 대비 증가 폭은 2월 최고점을 찍고 차츰 감소해 5월부터 하락했다. 하지만 8월부터 다시 올라갔고 9월에는 2조 6911억원으로,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전세대출금 증가를 또다시 갭투자 등 투기자들의 소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 이 싸한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하루아침에 몇 억씩 오르는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를 내면서 전세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간단한 이치이다. 야당에서 맨해튼과 토론토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임대료가 하락한 점을 지적하자 김 장관은 그 나라들은 증시 버블이 있으며, 넘치는 유동성이 어느 시장으로 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금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중학생도 참가할 정도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전·월세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오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너도 나도 하는 말이 있다. 이젠 서울에서 현금 부자 외에는 집 못 산다. 한국감정원과 통계청이 제공하는 자료를 토대로,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은 런던 8.2배, 뉴욕 5.4배를 가뿐히 뛰어넘어 서울은 12배가 넘는다. 집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런던이다. 런던의 첫 주택구매자가 내는 평균 가격은 2019년 말 약 40만 1000파운드(약 5억 9000만원)로, 2018년 초 약 41만 9000파운드(6억 1600만원)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런던 평균 연봉의 8.8배로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나라 전셋값도 안 되는 집값도 비싸서 런던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서울 평균 가격 아파트 PIR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15년(2014년 8.8년)이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평균 정도의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임대료 상승으로 모을 돈도 없다는 것이다. 공급이 적어지고 임대료가 올라가면 세입자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내해야 하고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 유행했던 농담이 있다. 미세먼지가 창궐하던 시기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퇴임을 하고 주중대사로 발령받았다. 이는 장 대사가 중국에 소득주도성장을 전파해 중국 경제를 붕괴시켜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제 김 장관을 우리의 적대국 대사로 발령하자. 그 나라에 한 줌의 투기자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기 부동산정책을 전파해서 국민을 도탄에 빠뜨려 버리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 정책에 이념과 정치는 빼고 ‘사람이 먼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거안정은 기본적 욕구이며 누구나 노력을 통해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병들게 한다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확신편향에 빠진 것은 정부이다.
  • [길섶에서] 만성절 전야/박홍환 논설위원

    기념일과 축제를 즐기고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기원과 유래를 따져 의미를 새기는 데 열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이 친 장단에 궁둥이춤 추듯 생각과 줏대 없이 세태를 따르는 부류까지 천차만별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외국에서 유래한 축제와 기념일일수록 후자가 다수다. 몇 해 전 10월 마지막 날 밤, 한 단체의 초청으로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주최 측이 참석자들에게 온갖 기괴한 가면과 귀신 복장을 나눠 줬다. 머리에 고무 도끼가 박힌 가면이 손에 쥐어졌다. 가면 상견례와 다채로운 공연, 식사를 마친 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커다란 바구니 하나가 돌았다. 뚜껑에 ‘십시일반 이웃돕기’라고 써 있었다. 핼러윈은 기념일 없는 성인들을 기리는 만성절 전야라는 뜻이다. 중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하루를 뜻깊게 보냈다. 여기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해 괴물이나 유령, 마녀 등의 복장과 가면을 한 채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탕과 과자를 나누는 풍습이 더해진 것이다. 만성절 전야인 내일 밤 엄청난 인파가 이태원, 강남 등에 몰릴 것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원래의 핼러윈 의미를 생각한다면 올해는 ‘집콕’이 낫지 않을까.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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