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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꽂이]

    ●달이, 구만리 저승길 가다(이성숙 글, 한지선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저승에 가서 부모님을 살릴 약을 구해 온다는 ‘바리데기’의 현대판이다. 자신을 버린 아빠와 세상을 떠난 엄마 때문에 상처받은 달이는 마을에 전해지는 저승길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찾기 위해 저승길 모험을 떠난다. 우리 전통의 이야기와 판타지가 결합한 고학년을 위한 판타지 동화다. 9000원. ●전교 1등 도전학교(서지원 글, 김미연 그림, 다산어린이 펴냄) 만년 꼴찌 호기, 주위 산만한 선만이, 엉망진창인 진찬이는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는다. 참다 못해 가출을 결심한 이 세 아이들 앞에 ‘공신님’이라 칭하는 까치머리 대학생이 나타난다. 아이들의 비상식량까지 빼앗아 먹은 남자는 ‘공부 귀신들의 공부법’을 알려준다고 하는데…. 9800원. ●고양이가 나 대신(이상교 지음, 창비 펴냄) 시와 동시를 30년 동안 써온 이상교 시인의 새 동시집. 60대 시인의 포근한 시선이 묻어나는 작품 56편을 담았다. ‘이른 새봄, 나무들이 / 입을 달기 시작했어요. (중략) 갸우스름 입술 꼴을 갖추면 / 밤낮으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 와수수수- 우수수수- / 하루종일 나불나불 떠들 거예요.’(‘나무의 입’)처럼 우리 곁에 있는 소리를 예민하게 포착해낸 작품이 많다. 8500원. ●둥글둥글 지구촌 문화유산 이야기(한미경 지음, 유남영 그림, 풀빛 펴냄)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 가운데 22개를 간추려 대화체로 쉽게 풀어썼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에서 시작해 세네갈의 ‘고레섬’ 이야기로 끝맺는다. 재미난 비화를 익살스러운 그림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9500원.
  •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도시와 산] (37) 경주 남산

    천년 고도 경북 경주에서 남산을 올라보지 않았다면 경주를 봤다고 할 수 없다. 남산이 신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곳이 남산 서쪽 기슭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있는 나정이다. 진한의 6부촌장이 신라를 건국하기 위해회의를 한 곳도 나정이다.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도 남산에 깃들어 있다. 신라 55대 경애왕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즐기다 불시에 쳐들어온 후백제 견훤에게 죽임을 당하고 천년 신라는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포석정이 유흥 장소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있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57) 소장은 “포석정은 제례의식을 행한 곳이다. 경애왕이 술 마시고 놀다가 죽은 게 아니라 신라의 장래를 위해 하늘에 기도를 드리다 변을 당했다. 화랑세기에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산 연구를 위해 1999년 공직을 박차고 나왔다. ●신라의 시작·끝 역사 산기슭에 고스란히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룬 곳은 드물다.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기도 했다. 신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혼이 깃들었다고 이곳에 불국토를 세우려 했다. 이를 증명하듯 골짜기마다 석불과 석탑이, 봉우리마다 절터가 있다. 절터 150곳과 석불·마애불 129기, 탑 99기, 석등 22기, 왕릉 13기, 고분 37기 등 모두 694개에 이른다. 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다. 2005년 바위절벽 불상이 발견되는 등 지금도 계속 문화유적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흔적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남산을 일컬어 ‘산속의 노천박물관’이라 한다. 이 때문에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1985년에는 산 전체가 사적 311호로 지정됐다.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시가 2052년까지 54년 계획으로 1200억원을 들여 남산을 살리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산이 품은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커서다. ●불상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세워져 남산에 왜 문화유적이 많은 걸까. 왕족과 귀족들이 불국사, 천황사, 황룡사 등 큰 절집에서 예불을 올릴 때 민초들은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이름 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미완의 작품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정일근 시인은 경주 남산이란 시에서 남산을 ‘신라인의 마음을 싣고 흘러가는 한척의 배’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은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남산의 불상은 대부분 8세기 중반 이후 새겨졌다. 이전에는 왕권이 안정돼 백성들이 남산에서 불상을 새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후 국가통제가 약화되면서 남산의 불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산 불상을 백성들만 새겼다고 볼 수 없다. 먹고사는 데 여유가 있어야 불상 새길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귀족들도 남산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산의 남산 향한 절개 고속도로가 끊어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 보고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고 해 붙여졌다. 남산은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경주 남산도 임금이 있는 반월성의 남쪽에 있다고 붙여졌다. 남산은 재미난 탄생 비화가 있다. 옛날 부부신이 경주에 내려왔다. 이들은 경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이때 빨래를 하던 동네 아낙네들이 거대한 부부신을 보고 “산봐라.”라고 외쳤다. 깜짝 놀란 부부신은 그 자리에 굳어서 남신은 남산이, 여신은 망산이 됐다고 한다. 망산은 주변 많은 산의 유혹에도 끄떡없이 남산만 바라보는 지조를 지켰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망산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 남산에 대한 일편단심은 지킬 수 없게 됐다. ●남산의 주봉은 금오봉 남산의 등산로는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가 삼릉에서 냉골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을 지칭한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냉골계곡을 따라 오르면, 상선암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제법 경사지지만 길지는 않다. 상선암 위에는 몸통뿐인 마가석가여래좌상이 있다. 능선을 따라가면 고위봉보다 높이는 낮지만 주봉인 금오봉에 도착한다.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오른쪽 용장골로 내려서는 길. 벼랑 끄트머리엔 산 전체를 기단 삼아 세워진 용장사지 3층석탑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래쪽 등성이에는 황남빵을 쌓아놓은 듯 삼륜대석불좌상이 있고, 옆쪽 바위벽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용장사지는 옛 영화를 상징하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 적막하다. 산대나무 터널을 지나 용장계곡을 통해 하산한다. 가족들과 함께 남산을 찾은 정모(47·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남산에 10번째 왔는데 알면 알수록 풍성한 느낌이 드는 명산”이라고 말했다. 연간 남산 탐방객은 60만명에 이른다. 법정탐방로는 7개이지만 샛길이 100여개라 탐방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공원 경주사무소는 지난달 30일 동남산과 삼릉 등 2개 지점에 뒤늦게 전자계측기를 비치했으나 어림도 없다. 법정탐방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남산에 드리운 조선 그림자 경북 경주 남산이 신라의 문화유적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조선의 그림자도 드리워 있다. 남산에서 가장 큰 절집 용장사다. 지금은 안내판만 있지만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책을 다 불사른 뒤 평생을 유랑했던 매월당 김시습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생육신인 김시습은 이 절에서 30세 때부터 7년간 머물며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창작했다. 금오신화는 설화를 소설형식으로 이끌어 올린 것인데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만복사의 저포 놀이’, ‘이생이 담너머를 엿보다’,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남염부주 이야기’, ‘용궁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 등이다. 이 소설은 귀신과의 사랑, 염라왕과의 토론, 용궁에서의 생활 등을 다뤘다. 김시습은 1455년 단종이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되자 ‘설잠’이라는 이름으로 중이 돼 방랑의 길을 떠났다. 10년간 떠돌아다니다가 세조 10년(1465) 경주에 도착, 용장사에 정착한다. 매월당도 용장사 앞에 매화가 있어 지은 이름이라 한다. 세조가 김시습의 거처를 알고 데리고 오도록 했으나 응하지 않으려고 용장사 건너편 골짜기로 몸을 숨겼다. 그래서 이 골짜기를 은적골이라고 한다. 37세 때에 경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뒤 성종 12년(1481) 47세 때 환속해 안씨와 결혼했다. 성종 24년(1493) 충남 홍산에 있는 무량사에서 일생을 마치니 59세였다. 용장사 위쪽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군데군데 깨진 삼층석탑은 자체로야 별다를 게 없지만, 바위에 올라서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탑의 모습은 병풍처럼 펼쳐진 산의 능선과 어우러지며 위엄을 갖추고 있다. 삼층석탑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란다.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은 “모든 석탑은 하층 기단이 있는데 이 삼층석탑만은 암봉에다 바로 앉혀 놓았다. 따라서 암봉이 하층 기단인 셈이다. 암봉이 해발 350m는 되니 세계 최고의 석탑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율곡도 못견뎌낸 ‘과거 신참’ 신고식

    율곡도 못견뎌낸 ‘과거 신참’ 신고식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곗바늘은 조선시대, 장소는 과거시험장으로 맞춘다. 팔도에서 올라 온 유생들이 시험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응시생들이 직접 준비해 온 필기도구와 함께 답안 종이를 품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도련지(?鍊紙)라는 하등품 종이다. 일부 부유층 집안 자제들은 고급 종이를 쓰다가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도 있었다. 유생들은 시험지 앞에 신원조회서격인 ‘녹명’을 작성해야 한다. 조·증조·외조의 인적사항까지 낱낱이 기재해야 하는데, 형식이 어찌나 까다로웠던지 ‘성호사설’을 쓴 대실학자 이익조차 녹명을 잘못 기입해 합격이 취소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답안 작성 방법은 더 까다로웠다. 시권(詩卷)은 반드시 해서체로 써야 했다. 음양서(陰陽書)와 패설(稗說), 당파 등을 언급하는 것도 금했다. 역대 왕의 이름을 범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고시보다 까다로웠던 과거시험 절차 특히 채점 절차의 공정성은 대단했다. 우선 봉미법이라 해서 응시자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곳은 서너 번 말아 실로 꿰맸다. 문과시험에서는 녹명 부분과 답안 부분을 칼로 자른 뒤, 수험번호를 각각 기록해 채점이 끝날 때까지 보관했다. 이뿐 아니다. 특정인의 필체가 드러나면 채점할 때 부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서리들에게 모든 답안지를 옮겨 적도록 했다. 이처럼 당시 양반 계급에 들기 위해서는 신분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 과거를 통해 관직에 들려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조선시대 총 804회 과거를 통해 배출된 합격자는 1만 5000명. 조선의 고을 수가 360개였던 것에 비춰보면 10개 고을당 합격자가 일년에 한 명도 나오기 어려웠던 셈이다. ●선배 가혹행위로 종종 불미스런 사고도 합격자는 ‘면신례’(免新禮), 이른바 신참 신고식을 치렀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선배들의 가혹행위로 종종 불미스러운 사고가 뒤따랐다. ‘새 귀신’이라 불리며 사람 대접을 못 받은 것은 물론 선배들이 마련한 잔치에서 얼굴에 오물칠을 하고, 미친 여자의 오줌을 강제로 마시는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신참의 ‘굴욕’은 50일 넘게 지속되기도 했는데, 율곡 이이는 면신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향했을 정도로 심했다. ‘조선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펴냄)은 이처럼 나라의 중심세력이면서도 때론 조선 사회의 그늘이기도 했던 양반들의 화려하고도 고통스러운 세계를 엮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고문서들은 그들 실생활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양반들의 ‘경제 시스템’을 다룬 대목에서는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식상한 모습에 외려 놀라고, 충격을 받는다. 양반을 지탱해 준 한 축은 그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 즉 ‘선물경제’였다. ●관직생활 10년동안 2885번 선물 받아 양반의 기본적인 생활 기반은 국가로부터 받는 녹봉. 하지만 과연 녹봉으로만 생활이 유지됐을까. 실제 관리들의 녹봉은 규정과 달리 65%정도만 지급됐다고 한다. 국가 재정이 곤궁해지면 녹봉부터 줄였다는 것. 따라서 양반들은 ‘선물’로 가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한다. 단적인 예로 유희춘이란 관리는 관직생활 10년 동안 2885번이나 선물을 받았다. 선물 내용도 일상 용품에서 사치품까지 다양했다. 그는 이 물건들로 가계를 꾸리고, 재산 증식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책은 이밖에도 양반의 유년 교육과 관·혼·상·제 등에 관련된 글을 많은 도판 자료와 함께 엮어 놓았다. 2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친노 怒했다

    친노 怒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친노(親)그룹, 진보진영이 일제히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고 나선 데 이어 7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았다. 박지원 의원이 “(이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 나와서 노무현식 수사인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한 전 총리에 대한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이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수사 때는 실제로 언론에 얘기를 한 것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이 전혀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일부 언론에 보도가 나갔는데 그럼 귀신이 가르쳐 줬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장관은 “(검찰에서 수사 관련 내용이) 나갔다면 사과하겠다. 다시 경위를 파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당 소속 의원 전원은 성명서를 내고 “한 전 총리에 대한 불미스러운 언론 보도는 야당 정치인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검찰의 정치공작이며,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연루된 스테이트 월셔 골프장 게이트와 효성 게이트를 무마시키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편 야당 소속 국회의원과 참여정부 때 각료 및 학계·시민사회단체의 진보진영 인사 등 6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합정동 노무현재단 회의실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분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해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다.”면서 “제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결백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 직접 이 말씀을 드림으로써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이를 믿고 안심하시라.”면서 “당당하게 진실과 정의의 승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출범식과 함께 회의를 열고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 민주진영 전체의 명예가 걸린 사안으로 더러운 공작정치를 분쇄하는 싸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500만년만에… 세계 첫발견 세잎개발나물 등 국내 새로운 생물 49종 확인

    500만년만에… 세계 첫발견 세잎개발나물 등 국내 새로운 생물 49종 확인

    500만년 동안 이름조차 없었던 희귀신종이 강원도에서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이름 없던 이 식물은 ‘세잎개발나물’이란 명칭이 붙여졌다. 이렇게 새롭게 발견된 생물만 49종에 달한다. 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해양동물 귀조개삿갓 등 미기록종 249종도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곤충과 하등식물 등 6개 분야에서 관련 전문가 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조사결과 전세계적으로 2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개발나물 가운데 잎이 유일하게 3장만 달린 ‘세잎개발나물’이 강원도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자원관은 이 식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미나리과 식물의 세계적인 권위자 미국 도우니 교수와 함께 분자시계 방법을 이용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새로 발견된 세잎개발나물은 가장 유사종인 일본의 시움레라와 함께 약 500만년 전에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날개가 투명해 나비수집 애호가에게 인기가 높은 유리나방과에서는 신종 4종이 확인됐다. 또한 식물의 해충을 잡아먹는 장님노린재과에서도 5종의 미기록 곤충이 발굴됐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은행권, 연말 조직개편 바람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에 조직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위기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에 힘을 실어 위험(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영업능력을 제고해 내년 금융권 인수·합병전(M&A)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주된 특징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 계열사 파견 직원 전원을 지주사 소속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룹 인력제도 개선안’ 설명회를 가졌다. 현재 임원과 특수직을 제외한 108명의 지주사 직원 가운데 73명이 우리은행 등 계열사 파견 직원이다. 우리지주는 이번에 소속을 옮긴 직원에게 임금 10~15% 인상 및 2~3년 뒤 계열사 복귀신청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우리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상당수 직원들이 파견형태로 지주사에 근무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속감이 떨어지고 계열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소속이 완전히 바뀌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지주와 은행의 전략 담당 임원과 재무담당 임원을 일원화하고 인사 담당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회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조만간 차기 회장이 확정되면 증권, 보험 등 비은행권 M&A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그룹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리스크관리 상무를 신설한 데 이어 연말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다. 자회사인 신한은행도 다음달 부행장 3명의 임기가 끝나 임원진 구성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강혜정·신현준 주연 ‘킬 미’

    강혜정·신현준 주연 ‘킬 미’

    진영(강혜정)은 7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이자 자살을 결심한다. 연애만큼이나 자살도 쉽지 않다.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고, 천장에 목을 매달아도 매번 살아난다. 하는 수 없이 살인청부업자에게 의뢰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현장에 당도한 킬러 현준(신현준)은 자신의 목표물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자 한바탕 욕설만 퍼붓는다. 그렇게 돌아선 현준의 마음 속엔 이상하게 진영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 킬러의 등장만으로 언뜻 누와르 장르를 떠올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킬 미’는 코믹 로맨스 영화다. 총, 복수, 살인 같은 하드 고어 소재에 놀이동산, 꽃다발 같은 로맨스 이미지가 교묘하게 어우러지며 독특한 화음을 빚어낸다. 연출을 맡은 신인감독 양종현은 “높은 빌딩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무심한 듯 가벼운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영화인 셈이다. 엉뚱한 대사들에 때로는 실소가, 때로는 폭소가 터진다. 가령, 죽이러 왔다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돌아서는 현준에게 진영이 하는 말은 “뭐 문제 있어요? 당신 직업이 그거면 쏘고 가면 되는 거 아냐?”이다. 그에 대한 현준의 대답.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내가 무슨 자살 도우미냐?” 시비는 계속된다. “경고하는데 그 따위로 사는 거 아냐!”라는 현준에게 진영은 “킬러는 보통 과묵하지 않나?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고 쏘아붙인다. 이쯤되면, 남자가 킬러인지 상담사인지 보는 사람이 헷갈릴 정도다. 능청스런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 연기 귀신 강혜정과 충무로 터줏대감 신현준이 뭉쳤으니 할 말 다했다. 신현준의 킬러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냉철한 성격의 리더 킬러 역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캐릭터까지 비슷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킬 미’에서는 114 전화안내원에게 외로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처음 맛보는 사랑의 설렘에 주뼛주뼛하는 소심한 킬러다. 연기파 배우 강혜정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도 볼만하다.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우리집에 왜 왔니’ 등 전작들에서 늘 예측불가능한 변신을 보여준 그는 ‘킬 미’에서도 실연의 아픔에 자살삼수생 처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 냈다. ‘킬 미’는 순전히 오락 영화다. 때문에 진한 감동이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교훈을 얻기에도 대사나 스토리는 얄팍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볍게 ‘킬링 타임’하고 싶다면, 주저없이 ‘킬 미’를 선택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싸이더스FNH 제공
  • 아편담배로 적군 무력화… 상식 뒤집는 기발한 전술들

    전쟁은 인간의 이지와 그 이지로 창조해 낸 문명의 위력을 겨루는 게임이다. 전쟁을 일러 인간이 상상하고, 음모를 꾸미고, 정교하게 다듬어 탄생시킨 가장 주목받는 발명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전쟁만큼 당대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문화도 없다. 석기시대에는 돌칼로, 철기시대에는 철로 된 칼로 싸웠다. 피아가 유사한 수준의 문명을 공유해 이런 무기류로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기를 쓰고 더 위력적인 뭔가를 찾아내려고 골몰했다. 그러나 전쟁 자체가 가진 문화전파력은 앞선 전쟁 기술이나 무기까지도 적군에게 알려주는 ‘의도하지 않은 소통’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게 문제였다. 군사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그런 상태에서 효율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통제하려는 전쟁의 의도는 이런 문화전파력 때문에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인간은 아주 특별한 것을 생각하고 실행하기에 이른다. ‘특별함’의 요체는 속임수, 즉 기만이었다. 손자병법의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나 트로이 목마를 떠올리면 된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제국의 전함 700여척이 그리스 본토와 살라미스섬 사이의 좁은 해역에 위용을 드러냈다. 페르시아왕 크세르크세스는 건너편 언덕 위에 앉아 곧 벌어질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그리스 전력은 페르시아의 절반에 불과했다. 중과부적이었다. 그리스 군대를 이끄는 테미스토클레스는 정면대결이 무모하다고 판단해 정보전을 폈다. 역정보를 흘려 그들의 군대를 좁은 살라미스해협으로 유인한 뒤 섬멸하겠다는 의도였고, 페르시아 군대는 여기에 낚이고 말았다. 좁고 물살이 거센 살라미스해협으로 몰려든 페르시아군은 400척이나 되는 함선을 잃고 2만명의 군사를 수장한 채 패퇴했다. 서구의 역사가들은 이 때 구사한 테미스토클레스의 지략을 ‘가장 위대한 속임수’라고 기록한다. 이처럼 역사에 기록된 고대의 공성전에서부터 냉전시대의 정보전까지 기상천외한 작전과 전술을 조감한 책 ‘별난 전쟁, 특별한 작전’(조지프 커민스 지음, 채인택 옮김, 플래닛 미디어 펴냄)이 출간됐다. 원제는 ‘Turn Around and Run Like Hell’이다. 유럽을 휩쓴 몽골군이 성을 함락시킬 때 즐겨 썼던 거짓 후퇴전술 즉, ‘퇴각하는 척 뒤로 돌아 들이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보듯 저자는 상식적으로 치러진 전쟁의 기록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적의 의표를 찌르는 과감하고도 기발한 전술로 전쟁의 물길을 바꾼 작전들, 예컨대 난공불락의 바빌론을 무너뜨린 수공(水攻), 흑사병 시체를 성 안으로 던져넣는 생물학전, 아편 담배로 적군의 전투력을 무력화시켰거나 귀신처럼 군사를 빼내 적군을 황당하게 만든 철군 등 교범 사례가 될 만한 전쟁 기록 25건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저자는 “이기고 싶다면 생각의 틀을 깨라.”고 주문한다. 책이 말하는 것도 상식을 뒤집는 기발함이다. 처칠은 말했다. “전시에는 진실이라는 게 아주 소중한 법이어서 항상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대동하게 마련이다.” 2만 2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우리말 여행] 씻나락

    ‘씨+ㅅ+나락’으로 이루어졌다. ‘나락’은 경남, 전라, 충청 지역에서 주로 쓰인다. ‘벼’를 가리킨다. 그러니 ‘씻나락’은 ‘볍씨’다. 못자리에 뿌리는 벼의 씨다. 사람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씨앗용이다. 귀신이 씻나락을 먹을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한다.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라는 뜻이다. 우물우물 말하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 불륜·폭력·패륜 난무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그리스의 귀신들

    불륜·폭력·패륜 난무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그리스의 귀신들

    귀신이나 신이나 국어사전에서는 모두 ‘초인적이고 초자연적 위력을 가진 존재’로 정의된다. 그런데 왜 우리가 제사로 모시는 조상들은 귀신이라고 하고 제우스, 헤라, 프로메테우스, 아르테미스는 신이라고 할까. 그들을 ‘그리스 귀신’이라고 부르면 왜 이상할까.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그리스 신들이 인간과 같은 존재이고 음모·계략·살인·절도 등 범죄와 폭력을 일삼는 부도덕한 존재라고 비판했고, 플라톤도 “신화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부채질한다.”고 신화를 거부했다. ●권선징악조차 빠진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시각은 고대 그리스부터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리스 신화는 학생들에게는 강력 추천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서양 문화, 예술, 지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도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있고, 알에서 나왔다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알이 변한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 등 신적인 존재가 있지만 그리스 신화만큼 추앙받지는 못한다. 진보 법학자로 꼽히는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그의 최신작 ‘그리스 귀신 죽이기’(생각의나무 펴냄)에서 거꾸로 뒤집어 그리스 신화를 파악한다. “그리스 신화는 여러모로 유해하다.”는 박 교수는 가부장적 권위성, 세속성, 오락성이 뒤섞인 그리스 신화를 불륜, 폭력, 복수 등이 난무하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비교하기도 한다. 그래도 한국의 막장 드라마가 조금 더 낫다. “극단적인 요소들의 뒤범벅으로 오락성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그 외양만은 권선징악이라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띠는 반면 그리스 신화에는 그것조차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그리스 신’을 ‘그리스 귀신’이라고 하는 것은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서 부정에 가깝다. 그리스 신화에서 주체인 자기는 신과 영웅들이고, 남성에다 지배자이며, 그리스이고 서양이다. 객체인 타자는 괴물이나 여성, 피지배자, 그리스가 아닌 비서양이다. 게다가 사악하고 음탕한 존재들로 묘사된다. 신이나 영웅은 항상 ‘한번 보면 반하고야 마는’ 선과 미를 갖춘 얼짱에 몸짱이다. 그리스 신화는 태생부터 당혹스럽다.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대해 가장 체계적이고 신뢰할 만하다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는 ‘카오스(혼돈)’에서 ‘에레보스(암흑)’와 ‘닉스(밤)’가 생기고, 그 둘 사이에서 ‘아이테르(하늘)’와 ‘헤메라(낮)’가 생겼다고 한다. 결국 에레보스와 닉스는 형제 사이인데, 그들에게서 하늘과 낮이 나왔다니, 패륜이라는 것인가. 또 닉스는 혼자서 운명과 죽음, 고뇌, 운명의 여신과 죽음의 여신 등의 자식을 낳는데, 이는 죽음이 여성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가부장적 태도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전지전능한 신 제우스만 봐도 그렇다. 절대 권력의 상징인 제우스는 정복하고자 마음 먹은 대상은 성별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부인은 첫번째 지혜의 여신 메티스부터 마지막인 여동생 헤라까지 무려 다섯명이다.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여인인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백조로 변신했고, 황금비로 변해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 다나에에게 내려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그러나 전쟁과 이성의 여신 아테나에게는 정절을 강요한다. 아테나가 고취하는 미덕은 정치적 영지, 용기, 조화, 규율, 자기억제이며 처녀의 전형이다. 인간 여성의 기원도 차별적이다.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은 프로메테우스 때문에 화가 난 제우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 ‘신통기’에는 판도라를 ‘파멸을 가져다주는 여자들의 종족’으로 표현한다. 괴물을 무찌르는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영웅의 모습은 다분히 제국주의적 이미지이다. 폭압성과 무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정의를 실현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된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는 그 안에 신과 인간, 영웅과 괴물, 남성과 여성 등의 차별구조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신화에 대한 열광은 정신적 제국주의” 저자는 “그리스 신화가 원초적 본능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이라고 예찬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음란, 강간의 폭력주의만이 아니라 전제주의, 제국주의, 침략주의, 귀족주의, 영웅주의, 군사주의, 물질주의, 권위주의, 성차별주의, 남성주의, 기계주의 따위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열광은 비윤리적 행태와 서구 중심의 사유를 퍼뜨리는 ‘정신적 제국주의’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동양에 대한 편견과 폄훼가 묻어 있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 제기하는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를 합리화시키는 수단이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원적 힘일 뿐이다. 저자는 민족과 계급, 성별 등의 투쟁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리스 귀신이 추방돼야 한다.”고 꼬집는다. 책은 그리스 신화를 읽는 것조차 막아 서지는 않는다. 다만 읽으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기를 권한다. 더 멀리는 평화적 질서를 뒤흔드는 서구의 폭력성을 이해하고 서구중심적 사유를 넘어서는 길로 인도한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우리말 여행] 바가지 긁다

    바가지 긁는 소리가 전염병 귀신을 쫓아낸다고 믿었다. 콜레라가 돌아 벌어진 굿판에서 바가지를 긁어 댔다. 바가지 긁는 소리는 콜레라 귀신을 질리게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바가지를 긁다’는 곧 ‘듣기 싫은 소리를 하다’는 의미가 됐다. 잔소리는 누구나 듣기 싫어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불평과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 됐다.
  •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 언어, 수리 (가)·(나) 8회 , 수리 (가)·(나) 8회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 언어, 수리 (가)·(나) 8회 , 수리 (가)·(나) 8회

    언어 - 소설속 대화전개 양상·의미 파악해야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방울재 허칠복(許七福)이가 고향을 떠난 지 삼 년 만에 미쳐서 돌아와 징을 두들기며, 댐을 막은 뒤부터 밀려드는 낚시꾼들을 쫓아 댔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징을 두들기는 칠복이의 모습은 나무탈을 쓴 도깨비 같다고들 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고향을 잃은 서러움, 아내를 빼앗긴 원한 때문이라고들 했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고향에 여섯 살 난 딸아이를 업고 불쑥 바람처럼 나타난 그는, 물에 잠겨 버린 지 삼 년째가 되는 방울재 뒷동산 각시바위에 댕돌같이 앉아서는, 목이 터져라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대는가 하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려 가며 오순도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중얼거리다가도, 불컥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찔러 보고, 창자가 등뼈에 달라붙도록 큰 소리로 웃어 대고, 느닷없이 징을 두들기며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의 성질이 염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물렁해지고, 바보처럼 느물느물해진 거였다. 황소같이 힘이 세고 성깔이 왁살스럽던 그는, 도깨비 춤추듯 징을 두들기다가도 방울재 사람들이 쫓아와서 한마디만 질러 대도 슬그머니 징채를 감추고 목을 움츠리는 거였다. (중략) [A] [“자네 정신 말짱허니께 허는 소리네만 좋은 얼굴로 헤어지세. 지발 부탁이니 지금 떠나도록 히여.” 강촌 영감이 볼멘소리로, 그러나 약간은 사정조로 말하고 나서 칠복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키려고 했다. “낼 아침 떠나라 허고 싶네만, 정은 단칼에 자르는 거이 좋은겨.” 칠복이는 아이를 업고 천천히 일어서서 희끄무레한 램프 불빛에 비춰 보이는 침울하게 가라앉은 마을 사람들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가슴 속 깊이깊이 새기며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소나기처럼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핑 서둘러 나가면 대처 나가는 버스를 탈 꺼여!” 강촌 영감이 앞서 술청을 나가며 하는 말이다. 강촌 영감을 따라 칠복이가 고개를 떨구고 나갔고, 뒤이어 봉구와 덕칠이, 팔만이가 차례로 몸을 움직였다.] 봉구네 주막에서 나온 그들은 칠복이를 앞세우고 미루나무가 두 줄로 가지런히 비를 맞고 늘어서 있는 자갈길 구신작로를 향해 어둠 속을 걸었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칠복이의 등에 업힌 그의 딸아이가 캘록캘록 기침을 하자, 바짝 뒤를 따르던 봉구가 잠바를 벗어 덮어씌워 주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고 호수를 훑고 온 물에 젖은 가을 바람에 으스스 몸이 떨렸다. 이따금씩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로 눅눅한 어둠의 이 구석 저 구석을 쿡쿡 쑤셔 대며 바람처럼 내달았다. 자동차의 불빛이 길게 어둠을 가를 때마다 칠복이를 앞세우고 걷는 방울재 사람들의 가슴이 마치 총을 맞는 것만큼이나 섬찟섬찟했다. 신작로에 당도해서 조금 기다리자 읍으로 들어가는 헌털뱅이 버스가 왔으며, 그들은 서둘러 차를 세우고 칠복이를 밀어넣었다. “징헌 고향 다시는 오지 말어.” 봉구가 천 원짜리 두 장을 칠복이의 호주머니에 푹 쑤셔넣어 주며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칠복이가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았으나 부르릉 버스가 굴러가는 바람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버스가 어둠 속에 묻히고 자동차 불빛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말없이 돌아섰다. 한사코 가기 싫다는 칠복이 부녀를 억지로 버스에 태워 쫓아 보낸 그날 밤, 방울재 사람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굵어지고 땅껍질 벗겨 가는 소리가 드세어질 무렵, 봉구는 잠결에 아슴푸레하게 들려 오는 징소리에 퍼뜩 놀라 일어나 앉았다. “아니, 이 밤중에 무신 징소리당가?” 그는 마른 기침을 토해 내고 삐그덕 방문을 열어, 송곳 하나 박을 틈도 없이 꽉 들어찬 어둠의 여기저기를 쑤석여 보았다. 어둠 속 어디선가 딸을 업은 칠복이가 휘주근하게 비에 젖은 채 바보처럼 벌쭉벌쭉 웃으면서 불쑥 나타날 것만 같았다. -문순태 ‘징소리’ [문제] [A]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마을 사람들은 칠복이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②강촌 영감은 칠복이가 빨리 떠나기를 재촉하고 있다. ③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④강촌 영감은 인정에 이끌리면서도 현실을 따르고 있다. ⑤마을 사람들은 침묵으로 강촌 영감의 말에 동조하고 있다. [해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떨구면서 나갔다는 대목이나, 사람들의 가슴이 총을 맞은 것만큼이나 섬찟섬찟했다는 대목에 근거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강촌 영감은 약간 사정조로 칠복이가 빨리 떠나도록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강촌 영감의 말에 침묵으로 동조하면서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칠복이를 자신들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답> ① 이석록 메가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수리 (가) - 미·적분 활용문제 난이도 높아언어 [출제유형분석] 심화 미분과 적분에서는 간단한 미적분 계산문제도 출제되지만 주로 미분과 적분의 활용문제가 난이도 있게 출제된다. 미분 단원에서는 극대·극소와 최대·최소를 구하는 문제와 곡선의 개형과 관련한 문제, 변화율 문제 등이 출제된다. 적분 단원에서는 치환적분이나 부분적분을 이용한 계산문제, 넓이나 부피, 변화율 등 활용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대비전략] 미분에서는 각을 변수로 잡는 최대·최소 문제나 변화율 문제가 자주 출제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평균값 정리나 곡선의 개형과 관련한 대소비교 등도 잘 연습해 두어야 한다. 적분에서는 수학2의 정적분 유형을 잘 정리함과 동시에 초월함수의 정적분과 적분법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특히 치환적분을 이용한 고난도 문제가 출제예상된다. 남언우 이투스 수리영역 강사 수리 (나) - 확률변수 변환·이항분포 자주 출제
  • [엄마와 읽는 동화] 덜렁이 할머니와 깔끔이 엄마/박재형

    [엄마와 읽는 동화] 덜렁이 할머니와 깔끔이 엄마/박재형

    “지훈아, 여기 둔 종이 안 봤니? 친목회 돈 받고 적은 걸 놔뒀는데.” 엄마가 당황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며 물었다. “아니요. 전 책을 읽고 있었던 걸요.” “그래? 그럼 누가 손을 댔지?” 엄마는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여기 두었는데…….” 엄마는 몇 번이나 응접테이블 위와 아래를 기웃거렸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 위에는 먼지 하나 앉아 있지 않았다. “잘 생각해 봐. 내가 조금 전에 요 위에다 종이를 놔뒀거든. 그런데 없잖아.” “난 백 번 말해도 안 봤어요.” “귀신이 곡을 하겠네. 그럼 어디로 갔지?” 엄마는 다시 테이블 주위를 살피셨다. “혹시, 네가 보고 시치미 떼는 거 아니냐? 봤으면 얼른 내 놔라.” 엄마는 미심쩍은 얼굴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만, 난 절대로 보지 않았어요.” 나는 너무나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올 뻔했다. 그동안 엄마의 잔소리에 얼마나 시달렸는데 애꿎은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하다니. 나는 엄마의 물건에는 정말 손끝 하나 대지 않는다. 잘못했다가는 엄마의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혹시 그럼, 엄마가?” 엄마는 의심의 화살을 외할머니에게 겨누었다. “엄마! 왜 또 외할머니를 의심하세요?” 나는 혹시나 하면서도 외할머니 편을 들어드린다는 생각에 큰 소리쳤다. 외할머니는 성격이 찬찬하지 못해서 가끔씩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의심이 가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의심하는 건 싫었다. “혹시나 해서 그러는 거지.” 엄마는 사라진 종이를 찾지 못해 다시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는 참 깔끔하다. 뭐든지 어질러진 꼴을 못 보신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물건은 찾기 쉬운데 두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외할머니 방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방안 가득 널려 있다. 아니 이부자리만 빼고 약이랑 할머니 소지품,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난 건망증이 심해서 안 보이는데 두면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그래서 엄마와 외할머니는 자주 다투시지만 외할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엄마는 청소귀신, 정리귀신이 씌운 모양이다. 가구들은 늘 반질거렸고, 물건이 하나라도 제자리에 없으면 난리를 피운다. “너무 깨끗하면 복이 달아난다. 대충대충 청소해라.” 외할머니가 이따금 엄마에게 잔소리를 해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오죽하면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가 다니러 왔다가 엄마의 깔끔을 떠는 모습에 혀를 차더니 좀처럼 놀러오지도 않는다. 먼지가 보이지 않는데도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냉큼 걸레질을 하니 할머니는 마음이 편치 않으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시골로 내려가신 적이 있다. “원 불편해서 다시 가겠냐?” 아빠가 할머니에게 놀러오라고 전화를 하면 할머니는 못마땅한 듯이 말씀하신다. “당신 왜 그래? 어머니가 편하게 지내다 가게 하지.” 아빠가 엄마에게 나무라면 엄마는 “내가 뭐 어머님이 싫어서 그런 게 아녜요. 먼지가 앉아서 닦은 것뿐이지.”하고 변명을 하신다. 그런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며 나는 슬그머니 기분이 좋았다.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야 해. 그래야 집안이 늘 깨끗하지, 손님이 와도 안 부끄럽고. 찾기도 쉽고. ” 노래를 부르는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헤매다니 고소하기까지 했다. 엄마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청소나 정리뿐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정확하지 않으면 엄마는 마음을 놓지 않으신다. 시장에 갈 때에도 정확하게 살 물건을 써서 꼭 그것만 사가지고 온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싸게 나와도 엄마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니 먹고 싶은 과일이나 떡볶이, 어묵 같은 걸 맛볼 수가 없다. 옷이나 신발 같은 걸 살 때도 싸고 좋은 것을 산다면서 하루종일 돌아다녀 진을 다 빼기 때문에 나는 엄마가 사다주신 걸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받아들인다. “신발이 잘 정리되어야 도둑이 안 들어. 도둑이 들어왔다가 아 이 집은 신발장을 보니 물건을 함부로 놔두지 않겠다 하고 가버리지.” 신발이 가지런하지 않으면 엄마의 잔소리 테이프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었으면 제자리에 꽂아야지.” 만일 책을 읽다가 방바닥이나 거실에 두었다가는 잔소리가 금세 날아와 귀에 꽂힌다. 그래서 나는 책에 손도 대지 않는다. 책정리를 안 했다고 꾸중을 듣느니 차라리 안 읽고 말지. 그러면 또 책을 읽지 않는다고 꾸중을 하신다. “너 책을 많이 읽어야 똑똑한 사람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거 알아 몰라? 학생이 책도 안 읽고 무슨 공부를 한다는 거야?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 알지?” 엄마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그래도 살 맛 나는 건 외할머니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일을 대충대충 하시고, 아니 오히려 덤벙대신다. 빨래를 할 때도 대충대충 하시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한 빨래를 엄마가 다시 할 때도 있다. “엄마, 세탁기에 넣어서 빨면 되잖아요. 왜 만날 손으로 빤다면서 잘 문지르지도 않고 비눗물도 잘 헹구지 않는 거예요?” “왜 비싼 전기를 써서 빨래를 하니? 손으로 대충해도 되지. 멋을 낼 옷도 아닌데 좀 더러우면 어때?” 외할머니는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성화냐는 듯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여 엄마를 더욱 화나게 만들 때도 있다. 할머니는 잘 잊으신다. 시장에 갔다가 돈만 주고 물건을 안 가지고 올 때도 있고, 돋보기안경은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른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울상을 지으며 건망증 때문이라거나, 노망이 들었다거나, 때로는 치매에 걸린 것 같다고 하시면서 쩔쩔매실 때가 많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 잊으신다. “엄마, 이 종이에 살 물건을 다 썼으니까 꼭 이 종이를 보면서 사야 해요.” 엄마가 바빠서 외할머니에게 시장가는 것을 부탁하면 외할머니는 그중에서 몇 개는 빠뜨리실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내가 다시 시장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공부하기 싫을 때는 시장에 가는 핑계로 놀 수 있으니까 나는 횡재를 한 셈이다. “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지 모르겠네.” 할머니가 실수를 하면 엄마는 외할머니가 못마땅해서 중얼거릴 때가 많다. 아무튼 잔소리와 청소와 정리하러 태어난 사람처럼 엄마는 극성이시다. 엄마가 종이를 찾으러 방으로 거실로 들락거릴 때, 외할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엄마, 혹시 여기 둔 종이 못 봤어요?” “종이? 어질러졌기에 쓰레기봉투에 넣어 아까 버렸는데. 난 또 쓰레긴 줄 알았다.” “정말이에요? 엄마는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외할머니를 쳐다보더니 급히 밖으로 나가셨다. “난 또 네가 종이를 아무렇게나 놔둔 줄 알고 엄마가 보기 전에 얼른 치우려고 했지.” 외할머니는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잘했어요, 할머니. 엄마도 당해 봐야 잔소리가 줄어들지요.”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매일매일 깔끔을 떠는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난리치는 걸 보는 건 흐뭇하기까지 했으니까. 한참 후, 엄마는 종이를 들고 현관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다시는 아무거나 버리지 마세요. 한참 찾았잖아요. 쓰레기차가 다녀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알았어. 다신 손대지 않으마.” “내 물건에 손대지 말고 엄마 방이나 깨끗하게 치우세요. 누가 오면 엄마 방문을 열어볼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니까요.” 엄마는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난 네가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미안한지 변명처럼 이야기했다. “내가 언제요? 난 엄마 물건에 함부로 손댄 적이 없는데요.” 엄마도 변명처럼 대답했다. “내가 말해주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정리를 한다면서 내가 쓰던 물건에 손대서 내가 찾느라 애먹고 있는 걸 넌 모르지? 너도 나이가 들면 다 나처럼 잊기 대장이 돼. 너라고 안 늙을 줄 아냐? 엉엉엉”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당한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엄마도 참.” 엄마는 더 말을 못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외할머니가 우는 걸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이나 서 있다가 외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울지 마세요.” “알았다. 내가 철딱서니 없이 울었구나. 철이 없게.” 외할머니가 눈물을 그쳤다. 나는 눈물을 흘리던 외할머니가 하나도 철이 없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할머니는 또 실수를 하실 것이다. 그땐 내가 응원을 해 주어야지.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작가의 말 몇 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철이 들어 많이 후회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대화를 많이 하고 배려를 해드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상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약력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남. 아동문예 신인상, 계몽아동문학상, 제주문학상 받음. ‘검둥이를 찾아서’ ‘내 친구 삼례’ ‘이여로 간 해녀’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까마귀오서방’ 등의 창작집이 있음. 현재 서귀포학생문화원장(http://iyudo.hihome.com)
  •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女기자, 육군 부사관학교 유격훈련 가다①

    남자 둘만 모이면 대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 군대다. “여자도 알게끔 설명해주세요.”라고 쏘아붙이면 대체로 “가보지 않고는 절대로 모르는 곳이 군대”라는 알듯 말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기에 남자들이 이렇게 추억하는 것일까. 단순한 궁금증과 엉뚱한 오기로 군대 체험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계획했다.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달 29일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부사관훈련 학교에서 이뤄진 유격훈련 및 분대공격훈련에 참가했다. 부족한 체력으로 민폐만 끼친 여기자를 너그러이 받아준 부사관 후보생과 관계자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여기자, 군복을 입다 <오전 8:30>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새벽 5시부터 쉼 없이 내달려 8시께 완주에 있는 부사관학교 유격훈련장에 도착했다. 고백하건데, 군대에 들어가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흔한 면회 한 번 못 가본 터다. 훈련장을 한 폭에 안은 대부산과 거울처럼 빛나는 대야 저수지의 수려한 풍경이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9시부터 시작하는 빡빡한 훈련 일정에 자연경치를 감상할 틈이 없었다. 곧장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당연히 군복 역시 처음이었다. 가슴팍에는 ‘손바로크’(손바느질이란 군대 용어)로 박은 명찰이, 군모에는 ‘5-89’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오늘 하루 내 이름은 없다. ‘89번 후보생으로, 제대로 굴러보자.’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죽음의 PT체조를 하다 <오전 9:00> 벌써 올라간 후보생들을 따라잡으려 바쁘게 군화를 움직였다. 훈련은 산 정상에서 진행되는 중이었다. 마음은 바쁜데 군화가 말을 듣지 않았다. 세 치수나 더 큰 군화를 신은 터라 자꾸만 미끄러졌다. 낑낑대며 30분을 부지런히 걸은 뒤에야 정상에 당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떠오른 부끄러운 질문 하나. 그래도 여잔데 군인들이 반겨주진 않을 까였다.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PT 체조에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후보생들은 기자를 본체 만 체였다. ‘악플’보다 더한 ‘무플’에 괜한 민망함을 느끼듯 89번 후보생은 조에 합류했다. 100m 17초, 체력장 특급…. 고등학교 3년 내내 ‘체육소녀’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 있었으나, PT 체조를 10분 정도 했을 때 그 생각은 뒤바뀌었다. “여자라도 다른 후보생과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게 원망스러웠다. 구호에 맞춰 쪼그려 뛰기, 팔벌려 뛰기 등을 연달아 훈련을 받자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 되고 정수리가 후끈댈 정도로 몸이 뜨거워졌다. 무릎이 후들거리고 허벅지는 터질듯이 아파왔다. “거기 뭐합니까. 89번 훈련생, 지금 웃습니까.”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민망해서 웃었다가 혼만 더 났다. 무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공포감에 “아, 아닙니다.”를 외치고 다시 PT 체조를 시작했다. 어쭙잖게 요령을 부리다가는 귀신 보다 더 무서운 교관에게 더 혼나겠다는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군기 빠진 기자, 제대로 걸렸다 싶었다. ◆ 레펠 훈련,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다 <10:00> “복명복창 안합니까.”, “골반 뒤로 안 뺍니까.” 교관의 말이 날카롭게 들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10m 절벽에 섰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정신은 이상하게 또렷해 졌다. 미리 털어놓건대, 기자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한번 못 타봤을 정도로 높은 곳에서는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회사에 큰소리 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레펠 훈련도 못 받고 그냥 왔다고 할 순 없었다. 교관의 설명에 따라 줄을 꽉 잡았다. 조금씩 풀면서 내려가야 하는데 손이 말을 안 들었다. 손이 말을 들으면 그 때는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답답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조금씩 줄을 풀었다. 끝까지 내려왔을 때 고소공포증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든 것도 잠시,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했다. 그 다음도 비슷한 훈련이었다. 이번에는 절벽에서 땅을 바라보고 내려오는 전면 레펠 훈련이다. 사고를 예방하려고 조교가 생명 줄을 잡고 있는데도 발이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몸을 꼿꼿하게 펴고 하체보다 상체를 더 앞으로 내미는 게 관건이었다. 절벽을 내려오다 중간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89번 훈련생 안내려옵니까.” 교관이 소리를 질렀다. “바, 발이 안 떨어집니다.”고 대답하자 곳곳에서는 큭큭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발이 땅에 닿고 나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 누가 이 밥을 ‘짬밥’이라고 했나 <12:00> 세 시간에 달하는 거친 훈련을 받고 산에 내려오니 이미 정오였다. 입술에서는 짠맛이 났고 냉수 한잔이 애절하게 그리웠다. 문득 이곳에 안 왔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있진 않았을까.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꼬리곰탕에 김치, 싱싱한 야채와 오징어 젓갈 등 반찬은 훌륭했다. 맛이 궁금했다. 회사 앞에서 7000원에 사먹는 곰탕에 견줄 정도로 맛있었다. 혹시 취재진 때문에 나온 특식이 아니냐고 물으니 후보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전승필 공훈 보좌관은 “조리병 3명이 솜씨가 좋아요. 260명분을 뚝딱 만들죠.”라고 대답했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짬밥’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괜히 식당에서 밥이 맘에 안 들면 “차라리 짬밥을 먹겠다.”는 남자 동료들의 투정에 짬밥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단단히 오해해왔다. 고된 훈련 때문일까, 곰탕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다. ②편에 계속 전북익산=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동영상=김상인VJ bowwow@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부산 박도사/함혜리 논설위원

    항도 부산은 한국 역학계의 메카로 불린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한국전쟁이다. 조선조 말에서 일제시대에 걸쳐 우리나라 역술계의 고수는 이북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6·25때 부산으로 피란해 영도다리 아래에 자리를 펴고 사주를 봐주다가 주저앉게 되면서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부산에 자리를 잡자 전국의 온갖 문파들도 부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역술계에서 객관적으로 실력을 검증해 보려면 일단 부산에서 기존의 고수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다. 국내 역술계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1935∼2000년)도 김홍기, 허남원 같은 부산 최고의 명리 이론가들과 진검승부를 벌인 뒤 서대신동에 자리잡았다. 고향인 지리산 근처 경남 함양의 백운사에서 청허선사의 지도를 받으며 10년 가까이 수행한 뒤였다. 남들은 3∼4일 걸리는 평생사주를 단번에 정확하게 풀어낼 정도로 신통력이 대단해 ‘부산 박도사’로 불렸던 그는 생전에 숱한 일화를 남겼다. 그중 압권은 유신에 얽힌 이야기다. 조용헌의 ‘담화’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10월 유신(維新)을 계획하고 제산에게 사람을 보내 물어보니 담뱃갑에 유신(幽神), 즉 ‘저승귀신’이라고 썼다. 제산은 곧바로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대구 검찰청의 권모 검사장은 자신을 갈치장수라고 속였다가 금세 들통이 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삼성 이병철 회장이 제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삼성의 각종 인사와 사업확장 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효주양 유괴사건’이 일어났을 때 부산경찰국장에게 유괴범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포항제철의 박태준 회장은 가끔 헬기를 타고 그를 만나러 오기도 했다. 제산은 평소 자신을 찾은 이들의 운세를 풀이한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남겼는데 그 간명집(看命集)이 불법 복제돼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대법관, 장관, 대학교수, 의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사주와 부부운, 자식운, 재물운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으니 ‘역술인 X파일’인 셈이다. 그의 사주 풀이가 과연 얼마나 적중했는지 궁금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알밤 막걸리/김종면 논설위원

    하늘이 꿉꿉하다. 금세 장대비라도 쏟아질 듯 험상궂은 떼구름이 몰려다닌다. 날씨가 축축하면 마음도 젖어드나. 술꾼이라면 날궂이를 구실로 한 잔 걸치고, 여행꾼이라면 2등 열차라도 집어타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지는 오늘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너무 메말랐다. 어느새 조막만해진 가슴엔 누렇게 시든 잡풀만 듬성듬성할 뿐, 파란 낭만의 싹은 약에 쓰려 해도 없다. 찬바람 든 가슴은 이미 이웃과 어울릴 줄도, 정을 나눌 줄도 모른다. 나 자신을 위해 살기도 바쁜 세상에 웬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쯧쯧 혀를 찰 이도 있겠지만 이기(利己)의 울타리에 갇힌 나홀로 삶을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선배가 공주 알밤 막걸리 두 통을 보내왔다. 빨리 좋은 날을 골라 함께 나눠야 할 텐데. 밤동산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어느 시인은 잘 익은 막걸리는 시골 계집아이의 머리카락 냄새가 난다고 썼는데, 혹시 알밤 막걸리에서 그 산뜻하고 조촐한 향기가? 정녕 시지도 떫지도 않을 그 맛, 그 냄새.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함께 나누며 사는 게 인생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해병대정신으로 주민봉사”

    “해병대정신으로 주민봉사”

    ‘귀신 잡는 해병대 정신으로 주민봉사 패러다임을 확 바꾸자.’ 인천공항이 저 멀리 보이는 무의도의 한 해병대 캠프장. 빨간색 모자를 눈까지 눌러 쓴 교관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빨리빨리 옷 갈아입지 않고 뭐합니까,”“이래갖고 귀신 어떻게 잡겠다는 겁니까.” 교관의 목소리에 군소리 없이 끙끙거리며 훈련을 감내하는 이들은 바로 금천구청 직원들이다. 훈련에 참가했던 홍보전산과 정공주 주임은 “처음엔 고된 훈련 때문에 교관들이 원망스러웠지만 다른 직원들과 함께 보트를 머리에 올리는 훈련 등을 하며 강한 단결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8일부터 15일까지 인천 무의도에서 공무원 300명을 대상으로 1박2일간 3회에 걸쳐 ‘2009 해병대 캠프’ 극기훈련을 가졌다고 17일 밝혔다. 공무원 조직 생활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구민 봉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되찾자는 한인수 구청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구는 설명했다. 훈련에 참가한 공무원들은 1박2일 동안 PT 체조를 비롯한 기초체력훈련, 산악행군, 팀워크 훈련 등 강도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모두 수행했다. 여성 공무원도 99명이 참가해 팀워크의 중요성과 자신감, 리더십 훈련 등에 참가했다. 이상필 총무과장은 “나보다 동료와 조직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주민봉사에 더욱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병대 훈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인수 구청장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조직의 의미와 주인정신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섹시 처녀보살’ 박예진, 임창정과 입맞춤

    ‘섹시 처녀보살’ 박예진, 임창정과 입맞춤

    ‘달콤살벌’ 박예진과 ‘코믹킹’ 임창정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청담보살’(감독 김진영·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이 11월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 ‘청담보살’은 섹시한 처녀보살(박예진 분)이 액운을 피하기 만난 운명의 남자(임창정 분)와 벌이는 내기를 다뤘다. 박예진은 그 동안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의 엉뚱 발랄한 모습부터 MBC 드라마 ‘선덕여왕’ 속 단아한 천명공주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이번 ‘청담보살’에서는 도도한 처녀보살로 분해 카리스마 있는 신기를 코믹스럽게 소화할 예정이다. 또 ‘색즉시공2’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임창정은 귀신같은 청담보살을 꼼짝 못하게 만들 전직 기수 승원으로 분해 원조 코믹 배우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꾸준한 드라마 활동과 더불어 예능프로그램 활동으로 코믹 감각까지 키운 박예진이 ‘코믹 지존’ 임창정과 함께 만들어 낼 새로운 웃음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대 얼짱’ 지주연, ‘전설의 고향’서 귀신 열연

    ‘서울대 얼짱’ 지주연, ‘전설의 고향’서 귀신 열연

    서울대 출신 얼짱 지주연이 섬뜩한 귀신으로 분했다. 지주연은 8일 방송되는 KBS 2TV ‘2009 전설의 고향’ 마지막 편 ‘가면귀’에서 원한이 가득한 주인공 가섭 역을 맡게 된 것. 지주연이 맡은 가섭 역은 사당패의 어름산이(사당패의 줄타기 연희자)지만 탐욕스런 고을 원님(윤순홍 분)에게 능욕당한 채 죽게 되는 역할이다. 지주연은 살아있던 시절의 쾌활함과 억울한 죽음 이후 한 서린 귀신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지주연은 “소재가 사당패인 탓에 와이어 촬영이나 수중 촬영 등 고생스런 설정이 많았지만 감독님의 배려나 선배 연기자들의 도움으로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난 8월부터 방송된 ‘2009 전설의 고향’은 8일 ‘가면귀’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오는 14일부터 오연수, 황신혜 주연의 ‘공주가 돌아왔다’가 방송된다. 사진 = KBS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와인 톡톡] 왜 2009년에도 ‘전설의 고향’ 인가?

    [와인 톡톡] 왜 2009년에도 ‘전설의 고향’ 인가?

    KBS 월화드라마 ‘2009 전설의 고향’이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전설의 고향’은 지난 8월 ‘혈귀’ 편을 시작으로 8회분을 방영했다. 매년 거듭되는 이 드라마는 어느새 한국형 호러물로 자리 잡았다. 1977년 시작된 지 32년만이다. 1989년 종영됐다 재개된 7년 후를 출발점으로 하면 13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 호러물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올해는 유독 심하다. 8편 대부분이 개연성과 선정성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이토록 사랑받는 전통 공포물도 없다. 그렇다면 ‘전설의 고향’의 어떤 면이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매력이 있는 것일까? 또 서구형 호러물과는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올해 ‘전설의 고향’의 마지막 방영분인 ‘가면귀’ 편(10회분)의 주인공을 맡은 연기자 지주연(26)에게 물었다. 그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해 KBS 공채 탤런트가 됐다. 늘 남에 앞서 자신부터 납득시켜야 하는, 연예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이론가 유형의 그에게 물었다. 왜 2009년에도 전설의 고향인가? -촬영이 계속 진행 중인가요? “거의 끝났어요. 문경에서 계속 촬영했는데 벌에 쏘여서 퉁퉁 부었어요. 응급실도 가고요.” -위험한 부분은 대역이 하지 않나요? “보통 많이들 그렇게 하는데 저는 전부 제가 했어요. 물 속에 숨어있는 장면에서는 30kg짜리 쇠를 묶고 촬영하기도 했죠. 마님 살려주세요...라고 대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선 제가 힘들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겁 없다고 칭찬해주시는 바람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했죠. 부모님께서 문경까지 데려다 주시고 기다려주시고...제 주변분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주인공이면 귀신 역할일 텐데 어떤 귀신인가요? “이름이 가섭이예요. 20살.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사당패를 따라다니다 어름산이 돼요. 줄타는 사람있잖아요. 그러다 원님의 눈에 들어서 겁탈을 당해요. 첩으로 살면서 임신을 하는데 원님 부인한테 죽임을 당해서 복수하는 거죠. 진정한 예인이 되고 싶은데 신분이 천해서 양반들의 노리개가 돼야 했던 가섭이라는 여인이죠.” -벌써 주인공과 동화된 듯한 표정인데요? “평범한 대학생에서 연기자가 돼가는 저 자신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줬던 역할이었어요. 대학생때 연예인 데뷔 제안을 많이 받아서 한번은 기획사에 미팅을 간 적이 있어요. 조폭같이 생긴 사람이 절 보면서 ‘쟤 상품가치 죽이네’, 이러는 거예요. 무서운 표정으로요. 부모님 말씀이 맞구나, 싶었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그런데 왜 연기자가 됐어요? “아나운서나 기자가 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KBS 공채 탤런트 시험 공고가 뜬거예요. 연기자도 기잔데 한번 넣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쳤는데 붙었어요. 최종 시험을 앞두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반대가 심하셨죠. 그런데 할머니는 너무 좋아하셨어요. 꿈이 가수셨거든요.(웃음)” (전설의 고향 10회차 주인공 지주연(오른쪽)과 극중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지민(왼쪽). 두사람이 똑같이 닮아 촬영내내 스태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뭐가 전설의 고향 주인공과 닮았다는 거예요? “이런 대사가 있어요. 광대도 무시당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여인도 천것도 무시당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더 대우받고 환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부분에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공감도 했구요. 얼떨결에 연기자가 됐지만 지금은 이게 제 천직이라 여기게 됐거든요. 스스로의 꿈 앞에 비겁해지게 하는 여러 가지 제약이나 편견이 생길 때마다 이번 역할을 떠올리려고 해요.” -이번 촬영이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오나 봐요? “촬영 자체도 그랬지만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어요. 찍으면서 한국형 호러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되새겼고요.” -하긴, 2009년에 웬 전설의 고향이냐는 말도 많았잖아요. “서양 호러물들 보면 우연찮게 길 가다가 흡혈귀에게 물리고, 일본 귀신들은 무턱대고 눈 뒤집고 그러잖아요.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한국의 귀신들은 굉장히 정적으로 무서우면서도 항상 귀신이 된 유기적 사연들이 있어요. 제가 촬영한 편만해도 내가 왜 귀신이 됐는지를 보여주고 그 한을 푸는 과정을 묘사하거든요. 귀신에게도 이유가 있는 거죠. 게다가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를 적절하게 녹였죠.” -아직도 ‘한’이라는 소재가 먹힌다는 얘긴가요? “네. 그래서 2009년에도 전설의 고향인거죠. 전설의 고향이 가진 핵심 경쟁력은 바로 한이에요. 이유 없는 귀신이 한명도 없죠. 다른 호러물과 달리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요. 자기 분노를 다른 데다 표출하지 않죠. 어쩔 때는 복수하려고 나타났다가도 죽이지를 못해요. 정과 한이 미묘하게 섞이는 거죠. 한국 호러물은 끝에 가서 왠지 대동단결하는 면이 있어서 훈훈해요. 인간의 욕망과 갈등, 애증 같은 삶의 부분들이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매력이 있어요.” *전설의 고향 주인공 지주연과 마신 와인 핑크(Yellow Glen, Pink) 호주의 돔페리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한 스파클링 와인 브랜드 옐로우글렌. 잔 속에서 정교한 거품을 내는 부드러운 핑크색 발포성 화이트 와인이다. 신선한 레몬향과 함께 라임과 베리의 느낌이 균형감 있게 어우러진다. 빈티지가 없는 넌빈티지 와인으로 시중에서 소매가 3만 5천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여유로운 브런치나 데이트용 식전주, 혹은 디저트주로 어울리며 해산물 요리와 과일, 초콜릿류에 곁들이기 좋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 와인협찬=금양인터네셔날, 장소협조=더 가브리엘(02-322-7167)@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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