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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디션’ 이어 ‘케이캡’ 돌풍… 토종 신약 산실 HK이노엔

    ‘컨디션’ 이어 ‘케이캡’ 돌풍… 토종 신약 산실 HK이노엔

    “숙취 해소 음료의 대명사, ‘컨디션’으로 유명하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이자 대한민국 30호 신약 ‘케이캡’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로 숨죽이다 2018년 한국콜마로 온 뒤 펄펄 날고 있는 HK이노엔의 이야기다. 연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HK이노엔은 앞선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은 ‘제약 바이오 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을지로 HK이노엔 본사에서 회사의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는 고동현(56) 연구소장과 김봉태(45) 임상개발실장을 만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고 소장은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입사해 2019년 연구소장(상무)에 올랐다. 서울대 수의대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실장은 유한양행에서 근무하다 2011년 합류했다. “복용한 뒤 1시간 안에 약효가 나타납니다. 식전, 식후 관계없이 언제든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돼 상당히 편하기도 하죠. 기존에 있던 위산분비억제제(PPI)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라 학계와 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이 요약한 케이캡 성공 비결이다. 제약업계에선 단일 품목으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긴 제품에 ‘블록버스터’라는 별명을 붙인다. 그러나 케이캡은 출시된 지 5개월 만인 2019년 7월에 이미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그해 총매출 298억원에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725억원어치를 팔아치워 단숨에 1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해 성공할 가능성은 ‘1만분의1’”이라는 말이 나오는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후보물질을 찾고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원료 제조 공정을 2번 이상 바꾸기도 했어요. 약은 결국 품질과 경제성이 생명이라서, 그걸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였지요. 임상 단계별로 필요한 원료를 제때 공급하기 위해 밤샘 근무도 부지기수였답니다.” ●기존 위산분비억제제 한계 극복해 주목 회사가 케이캡 개발에 착수한 2010년부터 전 과정을 지켜본 고 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이 확대될 거라는 판단에 신약 개발을 결정했지만, 곳곳에서 위기가 닥쳤다. 임상연구 초기에는 국내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하면서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상을 진행할 위궤양 환자 찾기도 쉽지 않아 신문에 일일이 광고까지 냈을 정도다. 어렵게 지원자를 찾았을 때는 마치 임상에 성공한 것처럼 연구진이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기도 했단다.김 실장도 “정해진 일정 탓에 낮에는 연구결과 분석, 새벽에는 투여용량 연구 등 밤낮없이 일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때는 정말 모든 연구진이 일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요. 합성의약 등 고전적인 신약개발 방식을 넘어선 분야죠. 백혈병 등 공략이 어려운 질환에서 완치에 가까운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약 가격이 수억원에 이를 만큼 비싼 게 아직은 문제지만, 치료 효율이 뛰어나 그만큼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 하반기 임상 진입 목표 김 실장이 설명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치료용으로 개량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맞춤형’ 치료제다. HK이노엔은 최근 JP모건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경기 하남시에 관련 생산시설도 구축했으며 전문 인력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우선 효율이 좋은 혈액암 치료제를 시작으로 간암, 폐암 등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포유전자치료제보다 한 단계 발전한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포스트 케이캡’은 당연히 필요하죠. 과거의 성공에만 머물 순 없으니까요. 현재 가장 단계가 앞선 것으로는 임상 1상에 들어간 자가면역질환 관련 신약입니다. 또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도 아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요.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입니다. 현재 화합물을 선정하는 단계이고 빠르면 내년에는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캡 이후 회사를 이끌 신약을 묻는 질문에 대한 고 소장의 대답이다. 언급된 자가면역질환 관련 신약, 항암제 외에도 HK이노엔은 백신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 번 접종으로 두 가지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하는 ‘2가 수족구 백신’은 현재 임상 1상 중이다. 코로나19 백신도 개발에 착수해 올 하반기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밸류에이션 약 2조원 추정 HK이노엔의 전신은 CJ헬스케어다. CJ제일제당이 1984년 유풍제약, 2004~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하면서 사내 제약사업부로 시작했다. 2014년 CJ헬스케어로 물적분할한 뒤 규모를 키워 오다가 2018년 4월 한국콜마로 매각됐다. 매각가는 1조 3100억원이었다. 주력인 식품 사업에 집중하려는 제일제당과 신약개발 전문성을 갖춘 회사를 찾던 한국콜마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HK이노엔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회사가 이달 중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3분기에는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상장 밸류에이션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1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 3351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올린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 출시 이후 고속성장해 지난해 매출 5984억원, 영업이익 870억원을 기록했다. 김 실장은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익이 선순환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이 있어야 재투자를 할 수 있지요. 케이캡의 성공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케이캡을 중심으로 복합제 등 ‘패밀리 제품군’ 개발에 속도를 붙일 것입니다.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착실히 하고자 합니다. 거기서 나온 이익으로 현재 개발 중인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시장에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K과채류 열풍… 짝퉁도 판친다

    K과채류 열풍… 짝퉁도 판친다

    ‘K 과일, 넘버 원’ K팝과 K푸드에 이어 우리의 과일과 채소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엔 ‘로열티’를 지급했던 키위와 딸기 등 각종 과일이 역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산 배·딸기 등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짝퉁’까지 판치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전남 키위 ‘해금’ ‘해원’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10일 자체 개발한 키위 2개 품종 ‘해금’, ‘해원’을 최근 유럽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 농업기술원은 프랑스의 다국적 키위 유통업체인 ‘소프뤼레그’사와 향후 30년간 유럽 27개국에 2개 품종을 독점 공급할 수 있는 전용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에서 100㏊가 보급될 경우 10년간 약 30억원의 로열티를 받는다. 키위의 역수출은 병충해에 강하고 당도가 높은 육종 개발에서 비롯됐다. 국내에는 1970년대 뉴질랜드에서 개량된 육묘가 수입되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2000년대부터는 뉴질랜드 J사가 개발한 골드키위가 힛트를 쳤으나 회사측의 독점권 행사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도 농기원은 기존 키위 교배를 통해 여러 신품종을 개발하고 나무에 궤양병균을 주입해 최종 살아남은 품종인 ‘해금’과 ‘해원’을 2016~2020년 유럽에서 시험재배했다. 맛과 품질,병충해 등에서 뉴질랜드산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농기원 조혜성 연구사는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자체 개발한 과일 품종을 널리 알리면서 해외 진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담양 딸기 ‘죽향’ 동남아 입맛 저격 전남 담양군이 자체 육성한 딸기 ‘죽향’도 해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군은 최근 말레시아에 죽향 600㎏을 처음 수출했다. 기존 딸기보다 당도와 경도가 높아 저장성이 크게 개선됐다. ‘죽향’은 네덜란드 등 유럽인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이에 힘입어 자체 개발한 또다른 품종인 ‘담향’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유럽에서 품종 등록에 성공했다. 10여년 전만해도 전국 딸기의 대부분이 일본 품종이어서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으나 지금 일본산은 거의 사라졌다. 나주시는 자체 개발한 조생종 배 ‘원황’ 등을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베트남 등 18개국에 2500여t 가량을 수출한다. 50여년 전 대만에 수출을 시작한 이후 동남아시장으로까지 시장을 넓히고 있다. ‘원황’은 황갈색 빛깔에 높은 당도와 풍부한 과즙으로 해외에서 더 호평받고 있다. ●중국산 과일이 ‘K’ 달고 한국산 둔갑 이처럼 한국산 신선 농산물이 동남아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최근 태국에서 현지 최대 규모의 농산물 바이어 4개사와 ‘한국산 둔갑 짝퉁 농산물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현지 주요 마케팅 업체의 매대에 태극기 또는 품목별 QR코드 안내를 통해 소비자가 쉽게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태국 현지 로펌과 연계해 딸기·배 등 공동브랜드 상표권 현지 출원을 진행 중이다. aT 관계자는 “해외 짝퉁 농산물 유통을 막기 위해 현지 소비자보호원과 연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열 높고 입안·손등·발등에 물집… “봄에도 수족구병 조심”

    열 높고 입안·손등·발등에 물집… “봄에도 수족구병 조심”

    겨울잠 자는 벌레와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절기인 ‘경칩’을 지나 봄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활동 역시 많아지는 계절이다. 아이들의 활동 횟수와 비례해 각종 세균도 겨우내 움츠렸던 상태를 벗어나 다시 활발히 활동한다. 전염성이 강한 세균들은 더욱 왕성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수족구병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경우 미리 알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족구병은 일반적으로 5세 이하 어린이에게서 발생한다. 때때로 성인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2009년부터 수족구병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 이후로 수족구병 발생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행이 우려될 경우 대국민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수족구병에 대해 표본감시 체계를 운영하면서 매년 유행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기온이 상승하고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유행 시기가 여름에서 봄으로 점차 앞당겨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행은 보통 이른 가을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혀·입천장 등 잘 안 보이는 곳에도 물집 수족구병의 주원인은 콕사키바이러스 A16과 엔테로바이러스 71 (EV71), 콕사키바이러스 A5, A6, A7, A9, A10, B2, B5 등이다. 이들이 4~6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수족구병 바이러스는 수족구병 환자 또는 감염된 사람의 대변이나 분비물(침, 가래, 콧물, 수포의 진물 등)과 직접 접촉하거나 이러한 것에 오염된 물건(수건, 장난감, 집기 등) 등을 만지는 경우 전파된다. 아주 간혹 호흡기를 통해서도 전파되는 사례가 있다.감염되면 입안 점막에 물집이 생기고 발열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복통과 입안의 통증을 가져온다. 물집은 대체로 우리 눈에 잘 띄는 곳에 발생하지만 혀, 입천장, 편도 기둥, 잇몸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생기기도 한다. 피부 변화로는 손등과 발등에 열을 동반한 물집이 생기는 증상이 있다. 이러한 물집은 손(손가락 사이)과 발바닥에서 나타나며 처음에는 붉고 편평한 발진으로 시작해 수포로 변해 간다. 피부에 발생하는 수족구병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가려움을 동반할 수 있고, 3~6일 정도면 저절로 소실된다. 대개 처음 2~3일간 증상이 가장 심하고 대부분 7일 안에 자연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강진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아이가 열이 높고 심하게 보채며 잦은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청은 ▲39도 이상의 고열이 있거나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구토, 무기력증, 호흡곤란,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신속히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권한 바 있다. 진단이 불명확할 경우 바이러스를 식별하기 위해 입 안쪽 또는 대변에서 표본을 채취한다. ●해열제는 두 가지 이상 함께 복용 말아야 수족구병은 구체적인 치료법이 없다. 하지만 발열이 과도하게 심할 때는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열제를 필요 이상 많이 사용하거나 두 가지 해열제를 같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아이들은 구강 내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 3~5일간 전혀 먹지 못하므로 극심한 탈수와 영양부족에 빠지게 된다. 이때 탈수, 심하면 쇼크나 탈진 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아파하더라도 물을 조금씩 자주 먹여야 한다.동시에 속히 입원시켜 정맥으로 수액을 공급하는 ‘급속 정맥요법’을 수행해야 한다. 매운 음식이나 신 음식은 입안의 궤양을 자극해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피하는 게 좋다. 수족구병 환아들 가운데 구토나 설사를 하는 환아도 종종 있고 드물게 어린 소아에서 뇌염, 뇌수막염, 급성 편두통, 마비 등의 신경 관련 합병증과 심근염 같은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이가 어릴수록 합병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주훈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09년 수족구병에 의한 사망 사례가 처음 보고된 이후 그해 2건을 포함해 2014년까지 9건이 발생했다”며 “신경 관련,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용화된 수족구병 예방 백신 및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2016년 백신 제품화에 성공했지만 자국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백신·치료제 없어… 국내 사망 사례 는 9건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는 만큼 예방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특히 수족구병 환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아이의 기저귀를 교체한 후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올바르게 손을 씻어야 한다. 환아 코와 목의 분비물, 대변 또는 물집의 진물을 접촉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유행 시기에는 환아가 가능한 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난감과 물건의 표면을 비누와 물로 세척한 후 소독제로 닦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전염 가능성을 우려해 수족구병 환아는 열이 내리고 물집이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게 좋다. 질병청은 어른도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용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제 기온이 올라가면 환아가 많아질 수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수족구병은 결코 만만한 질환이 아니다”라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 질환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 조치 등을 잘 숙지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바이오·제약 단신]

    [바이오·제약 단신]

    한미 입술포진 치료제 ‘헤리엔톡’한미약품이 입술포진 치료제 ‘헤리엔톡’을 출시했다. 입술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헤리엔톡은 항바이러스 효과와 염증 반응 억제라는 이중작용을 통해 단순 포진이 궤양성 병변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한다.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아시클로버 5%와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히드로코르티손 1%를 함유하고 있다. 동아제약 복합소화제 ‘속이쿨정’동아제약은 트리메부틴 복합 처방으로 효과가 빠른 소화제 ‘속이쿨정’을 출시했다. 위장운동을 촉진시키는 트리메부틴 성분에 소장 내에서 직접 작용하는 디아스타제, 프로테아제, 리파제 등의 소화효소를 함유해 음식물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며 소화불량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위산 중화와 통증 완화 성분도 있어 속쓰림, 위산과다 등에도 효과가 있다.
  • 꽁꽁 언 손·발, 비비거나 마사지 말고 따뜻한 손 얹어주세요

    꽁꽁 언 손·발, 비비거나 마사지 말고 따뜻한 손 얹어주세요

    온도 변화가 심한 겨울철이다. 며칠 기온이 올랐다가 다시 강추위가 찾아온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다가 자칫 한랭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번 겨울에는 북극발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한랭질환의 예방과 치료,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람의 몸에 피해를 주는 질환이다. 저체온증과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다. 낯설지 않은 질환들이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증상 발생 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보고된 지난해 한랭질환자는 11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자도 2명 발생했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한랭질환자가 113명이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자칫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한랭질환은 크게 저체온증과 동상, 동창 등으로 나뉜다. 저체온증은 우리 몸의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중심체온은 신체 내부기관의 온도다. 저체온증을 보이는데도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은 더 떨어지고 자칫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특히 과음을 조심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는 “회식 때는 과음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술에 취해 넘어지거나 시비 등에 의한 외상이나 골절상으로 응급실로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는 취한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들어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사례를 들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동상 환부 높이 올리면 부기·통증 줄여 겨울철 찬 바람 부는 옥외에 우리 몸이 장시간 노출됐을 때, 강이나 바다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등산 때 바깥에서 텐트를 사용할 때도 온도 변화가 심할 수 있어 저체온증에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저체온증의 두드러진 현상은 떨림과 건조한 피부, 무감각증, 혼동, 무기력 등을 들 수 있다. 의식이 흐리고 호흡이 얕아지며 맥박이 느려지다가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생길 수 있다. 저체온증은 나이와 특정 질병, 생활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전문가들은 몸의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와 당뇨병·심장 질환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저체온증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일 교수는 “저체온증의 치료 원칙은 체온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젖은 옷을 벗겨 추가적인 열 손실을 방지하고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하며, 담요를 덮어 체온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체온증 환자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거나 119로 신고해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저체온증 환자에게는 따뜻한 수액을 주입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정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제때 치료하지 않고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의식이 떨어지고 심폐기능이 약화되다가 결국 혼수상태와 심장정지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응급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체온을 잴 때는 우리 몸의 식도나 직장에서 측정하는 중심체온을 기준으로 하지만, 추위에 노출된 사람을 가정에 있는 체온계로 측정해 35도 미만인 경우에도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상이란 신체의 일부가 영하 2~영하 10도 정도의 심한 추위에 노출돼 힘줄이나 혈관 같은 연한 조직이 얼어서 혈액 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온도와 얼어 있던 시간에 따라서는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주로 귀나 코, 볼, 손가락, 발가락 등에 자주 발생한다. 동상은 피부조직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까지 모두 4단계로 나뉜다. 1도는 피부가 충혈되고 부종이 생긴 상태를 말하고 2도는 충혈과 부종에다 수포까지 생긴 상태, 3도는 부종이 잘 가라앉지 않거나 수포에서 출혈이 생기는 상태, 4도는 동상 부위가 괴사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는 “동상은 혈류 공급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당뇨나 레이노드 증후군,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등과 같은 혈관질환이 있거나 어린이, 노인같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혈관이 추위에 취약한 경우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추위 노출·무리한 신체활동 등 피해야 야외에서 동상 증세를 발견했을 때 응급처치를 하려면 우선 환자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동상이 걸린 부위의 옷이나 신발 등을 벗겨 피부를 노출시킨다. 반지나 시계 등 신체부분을 조일 수 있는 물건은 제거한다. 이어 동상 걸린 부위를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주되, 해당 부위가 손이면 환자의 겨드랑이에, 발이면 치료자의 겨드랑이에 넣도록 한다. 환부를 비비거나 마사지하면 자칫 피부조직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귀나 코, 안면에 따뜻한 손을 얹어 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환부를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높이 올려놓으면 부기와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만일 동상 걸린 피부 조직에 수포가 생겼을 때는 이를 터뜨려 연고나 소독약을 서둘러 바르는 것이 좋다. 병원으로 옮길 때는 두꺼운 옷이나 담요로 환부를 감싼다. 동창은 동상과 비슷하지만 더 흔하게 발생한다.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한랭질환이다. 동상은 영하의 날씨에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동창은 영상 5도 안팎의 습하고 차가운 환경에서 발생한다. 동창은 손가락의 등 부분이나 발가락, 뒤꿈치, 코, 귀 등에 잘 생기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 염증과 함께 해당 부위가 부어오른다. 이때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생기며 심하면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 조직이 헐어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65세 이상이 55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발생장소는 실외가 82명, 74.5%로 집계됐다. 실외에서는 길가(33명, 40.2%)와 주거지 주변(22명, 26.8%)이 많았다. 실내에서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28명으로 이 가운데 23명이 집안에서 발생했다. 한랭질환자 가운데 음주상태 였던 사람은 29명(26.4%), 치매를 가진 사람은 10명(9.1%)으로 나타났다. 한랭질환을 극복하려면 실내는 적정 온도(18~20도)와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고 체감온도와 날씨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추운 날씨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줄이는 게 좋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거나 무리하게 신체활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평소 심뇌혈관질환이나 당뇨,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항암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활용…“렘데시비르보다 뛰어나” (연구)

    항암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활용…“렘데시비르보다 뛰어나” (연구)

    항암제로 10년 넘게 쓰여온 한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폴로틴’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약물은 프랄라트렉세이트(pralatrexate)라는 성분으로, 현재 재발성이나 불응성 말초 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쓰인다.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선진기술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프랄라트렉세이트가 현존하는 약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랄라트렉세이트는 2009년 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지만, 항암제로 독성이 강해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점막염 또는 소화관 내 점막의 궤양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연구진은 프랄라트렉세이트의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또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뛰어난 약품, 특히 임상시험에서 즉시 시험할 수 있는 승인된 약물을 확인하는 작업은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프랄라트렉세이트는 같은 시험 조건에서 렘데시비르보다 강력한 억제 활동으로 SARS-CoV-2(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잠재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기존 약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약물 재활용 또는 신약 재창출)을 위해 연구실 실험과 결합한 인공지능(AI)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약물 검사 방식을 사용해 기존 약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여러 약물 후보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 복합적 접근 방식으로, ‘RNA 의존 RNA 중합효소’(RdRP·RNA-dependent RNA polymerase)로 불리는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잠재적 능력을 갖춘 기존 약물 1906개를 선별했다. RdRP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RNA를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의 게놈에 암호화돼 있는 필수 단백질을 말한다. 그러고나서 연구진은 연구실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해 유력한 약물 후보 4가지를 확인했다. 그중 프랄라트렉세이트와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이라는 두 약물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했다. 추가적인 연구실 실험 결과, 프랄라트렉세이트가 렘데시비르보다 바이러스 복제를 더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랄라트렉세이트가 잠재적으로 코로나19에 관한 약물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약물은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코로나19 환자에게 당장 사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새로운 검사 전략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는 약물을 확인하는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주저자인 선전선진기술연구원의 장하이핑 박사는 “우리는 딥러닝 기술과 분자역학이라는 더 전통적인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새로운 복합 접근방식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생성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쓰인 검사 방식은 렘데시비르의 효능에 관한 몇 가지 일반적인 의심이 제기된 뒤 더 효과적인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렘데시비르는 2014년 에볼라 치료에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됐으나 코로나 사태와 함께 치료제로 주목받으며 임상시험이 진행됐었다. 하지만 임상시험 결과가 엇갈리는 등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계산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 최신호(12월 31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2020년은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고통받았다. 국제사회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으나 홍콩보안법 통과와 화웨이 제재 등으로 미중 갈등은 계속됐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체제도 바뀔지 주목된다. 다음은 서울신문이 꼽은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다.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식 우선·고립주의 마침표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선 최다표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트럼프 여론으로 이겼다는 꼬리표도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고 흑인 시위에 공감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 전례 없는 트럼프 측의 불복 소송전에도 차분하게 정권이양 작업을 진행해 ‘정계의 백전노장’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코로나19 근절, 인종차별 해소, 기후변화 대응, 다자주의 복원, 국민화합, 미중 간 경쟁 등 어려운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어 “미국이 돌아왔다”는 당선 일성을 실현할지 이목이 쏠린다. 바이오엔테크 의사 부부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성공코로나19 사태 종식의 서막을 알린 첫 백신은 터키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우구르 사힌(55)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외즐렘 튀레지(53) 박사 부부의 손에서 탄생했다. 미 제약사 화이자와의 협업으로 10개월 만에 개발한 백신은 이들 부부가 30년간 암 치료에 매진하며 연구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 활용됐다. 백신 개발 후 이들은 이민자라는 성장 배경보다 과학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인류로서는 혼인신고 후 곧바로 실험실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했다는 한 과학자 부부의 열정에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아베 신조 前 일본 총리지병 악화로 돌연 장기집권 끝내2012년 말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일본 역대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신조(66) 전 총리가 9월 16일 물러났다. ‘아베 1강’으로 불린 안정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안전보장법제 성립’, ‘자위대 명기 개헌 추진’ 등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계속해 온 그였지만, 올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리더십 위기와 ‘아베노마스크’로 대표되는 부실·무능 대응의 난맥상 속에 국민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칠쳤다. 결국 1차 집권(2006~2007년) 때와 마찬가지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를 이유로 8월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美전염병연구소장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수호자’‘올해의 가디언(수호자)’. 시사주간 타임이 앤서니 파우치(80)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게 붙여 준 타이틀이다. 코로나19 미 정부 대응 과정에서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파우치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보 유포에 맞서며 대중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인물’로 뽑은 피플지로부터 ‘2020년에 미국이 필요로 했던 의사’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그를 유임시키며 대통령 수석 의료보좌관 역할을 맡겼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0년 과학 분야 화제의 인물 10인’에도 선정됐다. 저신자 아던 뉴질랜드 총리강단의 리더십으로 코로나 방역·재선 성공주요국 정상들이 리더십 위기를 겪은 올해 저신다 아던(40) 뉴질랜드 총리는 차별화된 행보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초기 ‘강하게 일찍 (방역)’ 슬로건을 내걸고 국경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의 올해 확진자 수는 1800명이 채 안 된다. 지난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 때 히잡을 쓰고 유족을 위로한 뒤 총기·혐오발언 규제 대책을 빠르게 추진한 장면은 ‘공감’과 ‘강단’의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아던 총리의 면모를 보여 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과잉진압에 목숨 잃은 조지 플로이드전 세계 ‘인종차별반대 시위’ 거센 바람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인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47)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간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돼 인종차별과 관련한 역사 속 인물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잇따랐고, 영국 런던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도 ‘BLM’ 팻말에 묶이는 수모를 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민간 우주여행 현실로 만든 괴짜일론 머스크(49)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 캡슐이 지난 8월 지구로 무사 귀환하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열겠다는 ‘괴짜 억만장자’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몽상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테슬라 주가가 뛰며 머스크는 세계 두 번째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머스크는 “6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며 화성 여행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조슈아 웡 홍콩 민주화운동 상징, 실형 선고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조슈아 웡(24)이 12월 3일 불법집회 조직·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21일 완차이 지역 경찰 본부 앞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조직·가담·선동한 혐의다. 웡은 15세 때인 2011년 학생 단체 ‘학민사조’를 설립해 민주주의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이끌어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웡은 2건의 재판에 추가 기소될 수 있어 홍콩 민주 진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긴즈버그 美 최고령 대법관9월 하늘로 떠난 ‘진보의 아이콘’양성평등과 장애인, 환경문제 등과 관련해 기존 구조를 강화하는 판례가 시도될 때마다 ‘나는 반대한다’며 소수의견을 썼던 미국 연방 대법원의 87세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의 상징’이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올해 9월 별세했다. 1993년 미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뒤 남성 생도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여성 입교를 허용하는 판결, 남녀 임금 차별 금지 판결,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남겼다. 그의 사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지명, 9명의 미 연방 대법원의 진보 대법관 수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美 표적공습에 사망한 군부영웅가셈 솔레이마니(63)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은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이뤄진 미군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군부 최고 실세인 그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임을 듬뿍 받아 ‘숙적’ 미국과의 공식·비공식적 채널을 가진 군부 인사로 꼽혔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려 국민적 존경을 받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보복을 선언한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공격을 가하면서 연초 중동 전운이 고조됐다.
  • ‘벚꽃스캔들’ 아베 불기소 방침…日 “의원직 사퇴” 압박 최고조

    ‘벚꽃스캔들’ 아베 불기소 방침…日 “의원직 사퇴” 압박 최고조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이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아베 신조(66) 전 일본 총리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다뤄 온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 21일 아베에 대한 직접 조사를 끝으로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아베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고, ‘아베신조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그의 비서 정도만 약식기소할 방침이다. 아베는 매년 도쿄 도심에서 열리는 정부 주최 봄맞이 행사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기 지역구(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나가토시) 사람들을 부르면서 하루 전 고급호텔에서 전야제를 가졌다. 호텔을 빌리다 보니 1인당 최소 1만엔 이상 경비가 들었지만, 주최 측이 실제로 참가자들에게 받은 돈은 5000엔밖에 안 됐다. 정치인이 자기 선거구 유권자에게 기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고, 이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은폐한 것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에 해당된다. 이에 변호사 등 900여명은 지난 5월 아베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검찰은 “나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모두 비서진이 한 일이다”는 아베의 진술을 수용해 형사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커다란 반발과 후폭풍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고발을 주도했던 요네쿠라 요코 변호사는 “아베 본인이 전야제의 자금 집행 과정을 몰랐을 리가 절대로 없다”고 일축했다. 고발인들은 검찰의 불기소가 최종 확정될 경우 검찰심사회에 이번 결정이 타당한지 심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형사처벌 여부와 별도로 정치생명 자체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도쿄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아베 전 총리 자신이 진실 확인을 소홀히 하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국회에서 반복한 죄는 무겁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도 의원직에서 사퇴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을 줄곧 지지해 온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도 “아베의 책임이 큰 만큼 진상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는 싸늘한 논조를 보였다. 아베는 이번 일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를 이유로 지난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사퇴 직후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보수 지지층에 존재감을 보이려 노력해 왔다. 지난달에는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을 모아 ‘포스트 코로나19 경제정책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을 결성, 스스로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직(총리)에 세번째 도전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어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로 당내에서는 “아베의 재등장은 물건나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부실대응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설상가상의 부담을 안게 됐다. 본인이 아베 정권 때 관방장관으로서 아베의 허위답변을 그대로 인용해 사태 무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사안의 처리방향에 따라 향후 민심 이반이 한층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사참위 “옥시·김앤장, 독성실험 인체유해성 알고도 뭉갰다”

    사참위 “옥시·김앤장, 독성실험 인체유해성 알고도 뭉갰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국내 최대 대형 로펌 김앤장이 옥시레킷벤키저(RB)에 95여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참위는 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옥시와 김앤장이 대응팀을 운영하며 서울대, KCL 흡입독성실험과 미국 WIL연구소, 인도 IIBAT 등 국내외 4개 연구기관에 의뢰한 ‘옥시싹싹’의 흡입독성실험에서 폐손상 등 인체에 유해한 결과가 나오자 자신들에게 불리한 실험은 중단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서울대 최종 보고서는 승인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2011년 8월 31일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 상관관계를 발표한 뒤 옥시RB는 김앤장을 선임해 질본 발표와 실험 결과에 대한 대응 전략 개발 등을 자문하고 국내외 연구용역 관련 업무를 의뢰했다”며 “옥시RB는 김앤장에게 형사사건 4건, 민사사건 36건, 행정사건 3건 등 총 43건을 맡기며 약95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10월 4일 거라브 제인 대표이사는 RB본사 직원을 팀장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대응팀인 ‘코어팀’을 꾸렸다”며 “코어팀은 2011년 11월 29일 서울대 실험 중간보고 참여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7일 WIL연구소 최종보고서까지 검토했다”고 했다. 김유정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은 “거라브 제인 대표이사는 코어팀에 연구소, 마케팅, 규제부서 등 옥시 RB임직원을 포함시켰다. 또 RB본사 소속 법무팀 직원인 유진 응(Eugene Ng) 동아시아 권역 법무 디렉터, 샬린 림(Charlene Lim) 동아시아 권역 법무 자문과 함께 RB 본사 연구소 직원인 제난 알아트라쉬(Jenan Al-Atrash) 미국 연구원, 아룬 프라카쉬(Arun Prakash) 호주 연구원과 함께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 자문 기관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사참위가 발표한 PPT 자료에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2011년 9월 30일부터 서울대가 진행한 2,4주 흡입독성실험에서 간질성폐렴이 확인되자 이에 대한 데이터는 누락했다. 또 생식독성실험에서 임신한 쥐 각 10마리에서 저농도 4, 중농도 4, 고농도 6 사망태자가 관찰됐다. 즉, 농도 의존적으로 사망 태자 수가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코어팀’은 실험 보고서 작성을 즉각 중단시켰다. 또 다른 국내 실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2012년 8월 3일 발표한 급성·28일·90일 흡입독성실험 결과에서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28일 흡입독성실험 결과 초기 폐섬유화 증상이 확인됐고, 고농도군에서 암수 각 10마리 중 수컷 4마리, 암컷 6마리가 사망했다. 이에 ‘코어팀’은 또다시 28일 실험 보고서 승인을 보류하고, 90일 흡입 독성 실험을 중단시켰다. KCL 관계자는 “옥시RB가 제시한 실험물질 분석 방법에 따라 노출 농도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모 교수도 “저도 KCL과 똑같은 방법을 써서 제 실험에서도 명목상 농도와 실제 농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2014년 1월경 미국 WIL 연구소의 2주·13주(90일) 흡입독성실험 결과도 중단됐다. 2주 흡입독성실험 결과에서 모든 농도의 노출에서 폐 손상이 확인됐고, 13주 흡입독성실험결과에서도 체중감소, 호흡곤란, 폐 무게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2014년 2월경 진행한 인도 IIBAT 28일 흡입독성실험결과에서 후두에 경중증 부종, 염증, 궤양이 발생했고, 폐에는 급성 국소 염증, 기관지 연관 림프 조직 과다 형성, 화생이 발견되면서 13주 흡입독성 실험은 57일째 중단됐다. 한편,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이날 사퇴했다. 전날 자정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사참법 개정안에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이 직무 범위에서 빠지고, 박주민 의원이 원래 발의한 법안에는 있던 수사권, 사참위 수사기간 동안 관련자 공소시효 정지 등이 빠진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비친 것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막다른 길에 몰릴수록 오늘 하루에 집중하길”

    “막다른 길에 몰릴수록 오늘 하루에 집중하길”

    유족에 피해자다움 강요 시선에 문제의식스스로 비난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 받길 “나는 마흔아홉 살에 죽을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던 남편은 정말로 마흔아홉 살을 한 달 앞둔 2015년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겨진 네 아이들과의 삶을, 아내 곽경희씨는 책으로 옮겼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씨는 에세이 ‘남편이 자살했다’(센시오)를 두고, 유서 한 장 없이 떠난 남편을 책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애들 넷을 놔두고, 한 줄이라도 ‘애들이랑 잘 살아’라고 남겼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통곡하며 원망했어요.” 피부, 신경 등에 궤양이 생기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던 남편은 알코올 의존이 심각했다. 남편이 간 뒤 가족들은 깊은 슬픔을 동반하는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 동시에 ‘가족 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때 곽씨에게 도움이 된 건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존재였다. 영남신학대에서 상담심리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정신과 상담 경험을 통해 큰 위안을 얻었다. 집단 상담을 하며 만난 이혼 가정,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살 유가족들이 서로를 보듬었다. “누군가 내 편이 돼 줘야 한다”는 그는 “‘당신이야말로 피해자’라면서 짐도 덜어 주고. 오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댔다. 책을 쓰는 것도 감정을 추스르는 데 보탬이 됐다. ‘그런 상황’을 ‘슬프다’라는 감정으로 뭉뚱그리게 되는데 “글로 쓰면서 내 감정을 하나하나 잘게 쪼개서 사진 보듯이 세세하게 보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남편과의 일을 복기하면서 짧게나마 함께했던 삶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곽씨가 자살 유가족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방법도 글쓰기다. “공도 내가 갖고 있어야 던질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을) 글로 써서 한 번 내 것으로 끌어안아야, 던질 수 있어요.” 곽씨는 경북교육청 교육철학 분야 강사로 선정돼 강연 활동을 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들과 남겨진 유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는 ‘나한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했다. 극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그럴 때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문가가 빚을 갚아 줄 순 없지만, 적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선 벗어나게 할 수 있거든요.” 막다른 길에 몰릴수록, 내 문제가 아닌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고, 곽씨는 여러 번 강조했다. 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유가족이 말한다 “극단 선택의 길 몰릴수록, 오늘에 집중해야”

    유가족이 말한다 “극단 선택의 길 몰릴수록, 오늘에 집중해야”

    “나는 마흔아홉 살에 죽을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던 남편은 정말로 마흔아홉 살을 한 달 앞둔 2015년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겨진 네 아이들과의 삶을, 아내 곽경희씨는 책으로 옮겼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씨는 ‘남편이 자살했다’(센시오)를 두고, 유서 한 장 없이 떠난 남편을 책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애들 넷을 놔두고, 한 줄이라도 ‘애들이랑 잘 살아’라고 남겼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통곡하며 원망했어요.” 피부, 신경 등에 궤양이 생기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던 남편은 심각한 알코올 의존에 시달렸다. 남편이 간 뒤 가족들은 깊은 슬픔을 동반하는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 동시에 ‘가족 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때 곽씨에게 도움이 된 건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존재였다. 영남신학대에서 상담심리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정신과 상담 경험을 통해 큰 위안을 얻었다. 집단 상담을 하며 만난 이혼 가정,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살 유가족들이 서로를 보듬었다. “누군가 내 편이 돼 줘야 한다”는 그는 “‘당신이야말로 피해자’라면서 짐도 덜어 주고. 오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댔다. 책을 쓰는 것도 감정을 추스르는 데 보탬이 됐다. ‘그런 상황’을 ‘슬프다’라는 감정으로 뭉뚱그리게 되는데 “글로 쓰면서 내 감정을 하나하나 잘게 쪼개서 사진 보듯이 세세하게 보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남편과의 일을 복기하면서 짧게나마 함께했던 삶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곽씨가 자살 유가족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방법도 글쓰기다. “공도 내가 갖고 있어야 던질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을) 글로 써서 한 번 내 것으로 끌어안아야, 던질 수 있어요.”곽씨는 경북교육청 교육철학 분야 강사로 선정돼 강연 활동을 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들과 남겨진 유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는 ‘나한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했다. 극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그럴 때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문가가 빚을 갚아 줄 순 없지만, 적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선 벗어나게 할 수 있거든요.” 막다른 길에 몰릴수록, 내 문제가 아닌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고, 곽씨는 여러 번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日아베, 1년후 총리 복귀 노리나…의원모임 회장 등 광폭행보

    日아베, 1년후 총리 복귀 노리나…의원모임 회장 등 광폭행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정치활동의 보폭을 갈수록 더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말 몸이 아파서 물러난다고 할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보수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제3차 집권’ 시나리오를 현실로 착착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아베는 11일 집권 자민당 의원들로 구성된 ‘포스트코로나 경제정책을 생각하는 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이는 야마모토 고조 전 지방창생상이 이끌던 아베 지지단체 ‘아베노믹스를 성공시키는 모임’이 코로나19 국면에 맞춰 이름을 바꾼 것으로, 당초 설립 취지에 맞춰 아베를 새 회장으로 옹립했다. 아베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설립 모임에서 “스가 요시히데 정권을 확실하게 지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8월 말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총리직 사임을 발표한 후 의원모임의 회장에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밤에는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대행,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 등 1993년 중의원 첫 당선 동기들과 도쿄의 초밥점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해 “만일 내가 총리라면 내년 1월에 해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는 지병으로 물러난 그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다시 출마해 세번째 집권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는 지난달 말부터 보수세력 모임을 중심으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보수 성향 의원그룹 ‘창생 일본’ 모임에 참석했다. 여기에는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등 측근들이 줄줄이 얼굴을 비쳤다. 27일에는 보수계 단체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 그를 초청해 최고고문직 수락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그에게 파벌 복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는 당초 호소다파 소속이었지만, 2012년 12월 2차 재집과 동시에 파벌을 이탈했다. 98명의 의원이 속한 호소다파는 2위 파벌의 두 배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지만, 그만큼 내부분열 가능성에 취약한 상태다. 호소다파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에 “호소다파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은 아베 전 총리 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면서 “그의 지시라면 전원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는 표면적으로 “그동안 자민당 전체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당분간 (파벌보다는) 한 의원으로서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호소다파에서는 특히 아베의 나이가 올해 66세로 72세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보다도 여섯살 젊다는 이유 등으로 그가 세번째 집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베는 1차 집권(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2차 집권(2012년 12월 26일∼2020년 9월 16일)을 합해 통산 8년 9개월을 재임했다. 이는 일본 역대 총리 중 가장 긴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여기는 중국] 배 속에서 지름 5㎝ 금빛 돌이?…복통앓던 남성의 사연

    [여기는 중국] 배 속에서 지름 5㎝ 금빛 돌이?…복통앓던 남성의 사연

    체내에서 지름 5㎝ 상당의 금빛 돌이 발견된 남성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저장성 하이닝(海宁)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손 모씨. 최근 소화 불량과 복통을 호소했던 손 씨의 체내에서 성인 주먹 크기의 번쩍이는 ‘돌덩어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복통을 호소하기 이전의 손 씨는 평소 한 끼 식사 때마다 세 공기의 밥을 비워냈을 정도로 장 건강이 좋은 남성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욕이 없고 칼로 찌르는 듯한 복통이 잦았던 손 씨는 하이닝시 인민병원 소화기내과에서 CT촬영을 한 결과 위 벽면에서 약 5㎝의 고밀도 물체를 발견했다. 당시 손 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주치의 주종걸 박사는 “CT촬영 후 위 속에서 매우 단단한 물질이 발견됐고, 좀 더 확실한 진단을 위해 위 내시경을 한 결과 손 씨의 장 내부에서 주먹 크기의 큰 돌을 발견했다”면서 “소화기 장애를 호소했던 손 씨 증상을 통해 신장결석 또는 담낭 결석 등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큰 고밀도의 돌이 발견될 줄은 상상치 못했다”고 했다. 주 박사는 이어 “손 씨의 병명은 일종의 위석증”이라면서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손 씨의 경우는 평소 지나치게 많은 양의 감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소화기 장애를 호소했던 손 씨는 평소 감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 씨는 평소 식사 때마다 2~3개의 감을 먹었는데, 복통을 호소하기 직전에는 무려 30개가 넘는 다량의 감을 섭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섭취한 음식물들이 손 씨의 위 속에서 분비된 위액이나 분비물의 영향을 받아 불용성의 단단한 결석을 형성했던 것. 특히 손 씨의 경우 감을 섭취할 시 감씨를 함께 먹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용한 감씨가 위석의 핵으로 작용해 단단한 위석이 됐던 것. 심각한 복통을 호소했던 손 씨는 인민병원 소화기과 의료진으로부터 줄곧 위산 억제제와 위 점막 보호제 등을 처방받은 뒤 위 내시경 치료를 즉각 진행했다. 하지만 손 씨의 체내에서 발견된 문제의 ‘돌’을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위 속 돌 덩어리의 표면이 매우 미끄럽고 단단하게 형성된 탓에 일반적인 위석증 치료 방법으로는 완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손 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주치의 주 박사는 “손 씨 몸속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이 돌멩이는 그 표면이 매우 반들반들해서 일반적인 약품으로는 완전한 제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CT 촬영으로 확인한 이 물질은 외관으로 보면 마치 황금처럼 보여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증폭됐다. 의료진은 이 물체를 제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반복적으로 산성 물질을 손 씨 위 내부에 투입해 돌덩어리를 녹이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는 이어 “이 물질 제거를 위해 집게의 일종인 위석 전용 올가미(snare)를 이용해 위 내부 돌을 반복적으로 파쇄했다”면서 “약 3일에 한 차례씩 총 20여 차례의 위내시경 치료를 진행했는데, 이 때마다 집게 등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해 위 내부의 물질을 꺼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 씨는 심각한 복통을 호소했다. 주 박사는 “위내시경을 통한 장시간의 위석증 제거 수술로 환자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었다”면서 “환자의 안정을 위해 이 같은 치료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손 씨의 위 내부에 소량 남은 돌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의료진이 선택한 방법은 항문을 통한 자연스러운 배출 유도였다. 위 속에 남은 소량의 돌 덩어리들을 소장과 대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 씨는 일종의 장폐색증을 앓는 등 수 차례에 걸쳐 생명이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치의 주 박사를 포함한 의료진에 따르면, 장 폐색증을 앓게 된 손 씨의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장 내부의 이 물질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장기 일부가 괴사하는 등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 내부의 돌멩이들이 항문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잔류한 탓에 손 씨는 일정 기간 동안 항문 파열과 출혈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손 씨와 의료진들은 손 씨의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문 외관을 넓히는 수술을 고려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손 씨의 위장 속 돌멩이들은 수 일에 걸쳐 자연스러운 파쇄와 배출 과정을 통해 완치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씨는 이번 수술 과정을 통해 함부로 과다한 양의 감과 감씨를 섭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손 씨의 증상과 관련해 “위석증은 일반적으로 생감 또는 산사나무 열매, 견과류, 비정형 한약재 등을 과하게 복용할 경우 발생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비록 악성 질병은 아니지만, 위궤양, 위천공, 소화기 출혈, 장폐색증 등과 같은 많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의 경우 복통, 복부팽창,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가까운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고,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변기 물이 빨갛게 변했다면… 대장암 검진 받아보세요

    변기 물이 빨갛게 변했다면… 대장암 검진 받아보세요

    은행지점장인 최대장씨는 올해 50세가 됐다. 최근 대변에 피가 적은 양이지만 묻어 나와 병원을 방문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직장에 직경 3㎝ 크기 대장용종을 발견했다. 내시경을 이용해 용종을 잘라냈다. 다행히도 조직검사에서 암이 점막층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초기 대장암으로 진단받았다. 전문가들은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최씨와 같은 초기 대장암 환자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최근 국내에서 대장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대장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공개한 ‘국가 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암은 암 발생 순위에서 2014년 3위를 기록하다 2015년 2위로 올라선 뒤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까지 위암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에는 갑상선암(3만 806건)→위암(2만 9854건)→대장암(2만 6978건)의 순이었지만 2017년에는 위암(2만 9685건)→대장암(2만 8111건)→폐암(2만 6985건)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만 봐도 3년간 4.2% 증가했다. 이항락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나라마다 인종마다 차이가 있다. 북미, 유럽 및 호주 등 대부분 서구에서는 발생률이 높은 반면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는 발생률이 서구보다는 낮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발생 및 사망률이 점차 증가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대장은 맹장에서부터 직장까지를 일컫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이가 150㎝ 정도 된다. 해부학적으로 맹장-우측결장-횡행(가로)결장-좌측결장-S자 결장-직장으로 이어진다. 소장에서 음식물 중 영양분 즉 포도당, 지방, 단백질을 흡수하면 대장은 남은 찌꺼기를 대변으로 만들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환경적인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특히 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보다 대장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고, ‘무엇을 먹는지’가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최근 발행된 미국 국립과학원(NAS)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는 고지방, 섬유소 섭취가 각각 대장암 발병의 위험요인과 방어요인이라고 나와 있다.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수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먹는 것 이외에 육체적 활동량의 부족도 대장암 발병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도 대장암 발병위험을 4~20배 상승시킨다. 유전적인 요인으로는 수천개의 양성 종양(선종)이 대장벽에 생기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성인이 되면 거의 100% 암으로 발전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대장암만을 대표하는 증상은 따로 없다. 대장용종의 경우 크기가 큰 경우에는 복통이나 혈변, 장폐색이나 변비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용종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검사는 대장내시경 검사다.민병소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한대장항문학회의 권고안에 따르면 대장암의 빈도가 50대부터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여 50세부터 5년마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면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를 통하여 정기 검사 일정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장암은 보통 치질로 불리는 치핵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치핵은 변을 볼 때 피가 묻어나는 정도지만 대장암의 경우 배변 볼 때 외에도 피가 나는 경우가 있으며, 체중 감소도 동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장암의 한 종류인 직장암이 있는 경우 없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간혹 항문에 생긴 암을 치핵으로 여겨서 무시하거나, 직장암과 치핵이 같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치핵만 치료를 해서 암을 나중에 발견하는 일도 있다. 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핵이나 그 외 치질로 통칭되는 치열·치루(항문의 찢어짐) 등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치핵의 주요 증상이 배변 시 불편감과 출혈이고, 직장암에서 보이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를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항문 출혈로 내원한 환자 600여명 중 실제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4.7%였다. 대부분 치핵(67%)·치열(27.4%) 등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항문 출혈이 1개월 이상이고 용변의 색깔이 검붉은 경우 대장항문 전문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대장암 예방은 잘못된 사소한 습관들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배변 습관 등 평소의 대장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몸은 아침 식사 후에 가장 강하게 배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마다 배변을 참는 게 습관이 되면 결코 좋지 않다. 또한 배변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변기에 오래 앉아 책, 신문, 휴대전화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건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금연과 금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들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남성 18만명을 13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27% 높았고, 흡연 기간이 50년 이상일 때는 위험도가 38%나 높았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 암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소주 1병을 주 3회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14배 높았다. 민병소 교수는 “운동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30~4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운동 시간이 부족하면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등 신체활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위장약 RBC, 동물실험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소 효과”

    “위장약 RBC, 동물실험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소 효과”

    홍콩대 연구진, 관련 논문 ‘네이처 미생물학’에 게재“감염된 햄스터 폐 속 바이러스 10분의 1로 줄어…렘데시비르보다 싸고 덱사메타손보다 안전해“ 시중에 유통되는 위장약이 동물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 감소에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를 홍콩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대 룬밍 왕 교수 연구진은 위궤양과 세균성 감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라니티딘 비스무스 구연산염(RBC)을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에 투약한 결과 폐 속 바이러스 양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RBC가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RBC가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나 스테로이드 소염제인 덱사메타손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에도 사용됐다. 렘데시비르는 고가이며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덱사메타손의 경우 면역억제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왕 교수는 “RBC는 수십년간 처방돼온 약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미국에 특허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내 판단이 그대로 적중”…퇴임 후 자화자찬 늘어놓는 아베

    “내 판단이 그대로 적중”…퇴임 후 자화자찬 늘어놓는 아베

    “후세 사람들이 ‘아베 정권 때는 참 좋았다’와 같이 생활 체감형으로 말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다. 내가 2012년 총리에 취임하던 당시는 일본이 내리막길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들 말하던 때였다. 그것을 내가 ‘아직은 언덕 위의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시대’로 바꾼 것 아닌가 생각한다.”(요미우리신문 인터뷰) 지난달 16일 최악의 지지율 하락 속에 지병(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물러났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7년 8개월 재임기간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퇴임 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보수 성향의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내 판단이 적중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등 자기 ‘치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와 관련해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수단)로 (일본 경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주가가 올랐고 엔화 강세 탓에 속속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모두 방침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한 채 “신규고용을 400만명 늘림으로써 (아베노믹스의)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고용 개선 측면만 강조해 말했다. 그러나 고용 개선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된 것 등 경제정책 외적인 요인이 컸다. 2차례에 걸친 소비세 증세 연기와 관련해서도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경기가 꺾여서는 아무런 득이 없다. 그때 연기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 스스로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역대 중의원 해산에서 가장 잘 적중했던 것이 2017년 가을 (내가 했던) 판단이었다”라고 스스로 추켜세웠다. 그는 “모리모토·가케 문제(아베 전 총리 본인이 직접 연관된 사학재단 부당지원 의혹)로 공격당해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다가 2017년 8월 지지율이 약간 상승했고,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중의원 해산 이후 선거에서) 260석 이상은 획득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 내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법 행위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나 자신에 관련된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판명났다”고 강변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는 “2015년 한국과의 위안부 문제에 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합의를 만들었고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일본을 폄훼하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자찬했다. 이어 “정치적·외교적 의도에서 역사가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과거사 왜곡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을 비난했다. 이어 “2015년 전후 70년을 맞아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미래로 나아기기 위해 어떤 일본을 만들 것인지 세계를 향해 담화를 발표했고 이듬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나의 진주만 방문을 실현했다”고 외교 성과를 부풀려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코로나 확진’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한 약들…“어떤 것도 입증 안 돼”

    ‘코로나 확진’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한 약들…“어떤 것도 입증 안 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료를 위해 군 병원으로 입원하기 전 처방받은 약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숀 코리 대통령 주치의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서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항체 약물 8g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도 코리 주치의 요청에 따라 1회 복용량을 백악관에 공급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처방받은 약은 ‘Regn-COV2’로 명명된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ies) 약물이다. 리제네론은 코로나 초기 질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약물을 개발 중이며, 현재 3상 임상시험까지 진행했다. 리제네론은 에볼라 치료용 항체 생산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대통령 의료진은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항체와 코로나에서 회복한 환자의 항체를 혼합하는 ‘칵테일’ 요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용했다. 두 종류의 항체를 동시에 투입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함으로써 중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항체는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항원을 비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pike·돌기)에 달라붙음으로써 건강한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방된 항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코리 주치의도 실험용 약물을 처방한 이유에 대해 “예방적 조처”고 했다. 데이비드 볼웨어 미네소타대 박사는 AP통신에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된 상황에서 “백악관 의료진들이 그냥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 주치의는 실험용 항체 약물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아연, 비타민D, 아스피린, 파모티딘과 멜라토닌을 복용했다고 전했다. 아연과 비타민D는 면역체계 강화에 도움이 되고, 멜라토닌은 신체 리듬 조절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있다. 위궤양 치료제인 파모티딘은 코로나 치료법 중 하나로 연구가 진행 중인 약물이고, 아스피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심장마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일 복용하는 약이다. AP통신은 “이들 약물 중 어떤 것도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린세상] 아베 전 총리의 정치 행적을 회고하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열린세상] 아베 전 총리의 정치 행적을 회고하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을 남기며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병마를 견디지 못하고 퇴임했다. 퇴임하기 직전의 여론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으나 퇴임 이후는 국민의 70% 이상이 통치를 잘했다고 평가해 주었다. 1년 정도 총리직을 수행했던 2007년의 1차 총리 재임 기간을 빼고도 7년 8개월이라는 장기 집권을 하면서 몸이 아파 퇴임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기자회견에 동정심을 보내는 국민이 많아 일본을 잘 이끌어 주었다고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필자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다. 2006년 차관급인 일본의 방위청을 장관급의 방위성으로 승격시켜 도쿄 도심에 있는 방위성 연병장에서 승격 기념식이 있었다. 국내외 기자들만 초청됐는데 외국인 신문 칼럼니스트로는 운 좋게 참석할 수 있었다. 아베 전 총리는 연병장 연단에서 자위대를 사열했고, 특별강연은 ‘청년장교’로 일본 군사력의 기초를 다진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가 맡았다. 군사 예산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필요한 무기들을 속도감 있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일본 방위성 승격은 일본의 역사를 확 바꾼 일대 사건이었는데, 이 일을 아베 전 총리가 해내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6년 1차 총리 재임 시에도 건강 문제로 물러났었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도 건강 문제로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그 집안이 건강에 대해 좋지 않은 DNA가 있지 않은가 하여 2차 총리를 7년 8개월이나 장기 집권을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아베의 군사력 증강은 2018년 12월 내각의 의결 과정을 통해 항공모함 2척을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대표되는데 어느 총리도 못해 낸 금기, 즉 공격형 군사력을 갖지 않는다는 결정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항공모함은 공격형 무기의 상징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전수방위(專守防圍) 원칙이라 하여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때에 한정해 방어전략으로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었다. 한데 이 원칙을 깨고 선제 공격도 가능한 항공모함 보유를 선언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세계 최고 성능의 대잠초계기 P1 100여대를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P1의 항속 거리는 9000㎞를 상회해 대동아공영권 대잠초계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중국 잠수함이 가장 두려워하는 잠수함의 천적이라 불린다. 아베 전 총리의 군사적 업적은 이에 머물지 않고 그 어느 총리도 해내지 못한 우주군을 창설하고 미국과 협력하면서 중국, 러시아의 공격 위성을 막아내는 훈련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사이버 공격에 대항하는 능력을 미국 펜타곤 수준까지 끌어올려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심도 있게 사이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착실히 키워 왔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전자공격 능력을 거의 모든 종류의 전투기와 수송기, 대잠초계기 등에 탑재해 상대방의 통신이 두절되거나 레이더 기능이 마비되는 전자전 능력의 확충을 국방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영하며 예산을 투입해 왔다. 이 모두가 아베 정권 때 이루어졌다. 한일 관계는 강제징용 문제로 정상들끼리 제대로 된 회담 한번 못하고 끝나 버렸다. 스가 신임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한일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공격을 받고 나서야 항복을 한 일본에 미국의 맥아더 원수는 일본의 군사력 해체, 민주화, 재벌과 군벌이 유착되지 않도록 하는 재벌해체의 3대 정책을 실시했다. 75년이 흐른 지금 민주화와 재벌 해체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군사력에서는 해체는커녕 한국을 능가하는 최첨단 무기로 무장된 군사강국 일본이 돼 있다. 그리고 군사력은 아베 정권 때 가장 강력하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넋 없이 바라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미국이 일본의 혈맹이지만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반드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외교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익에 보탬이 된다.
  • 日아베, 8년만에 총리직 공식 퇴임…“몸 괜찮으나” 질문에는

    日아베, 8년만에 총리직 공식 퇴임…“몸 괜찮으나” 질문에는

    지난 14일 스가 요시히데(72) 전 관방장관에게 집권 자민당 총재직을 물려줬던 아베 신조(66) 일본 총리가 16일 오전 총리직에서도 퇴임, 평범한 중의원으로 돌아갔다. 아베 내각은 16일 오전 임시 각의를 열어 총사퇴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 관저 로비에서 기자단에게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래 경제재생,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왔다. 그동안 다양한 과제에서 국민과 함께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모든 것은 국민들 덕분이며 힘들 때도 괴로울 때도 지원해 준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강상 문제에 대한 질문에 “약(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이 효과가 있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이제부터 한 사람의 의원으로서 스가 정권을 떠받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재임일수는 1차 집권기(2006년 9월~2007년 9월·366일)와 2차 집권기(2012년 12월~2020년 9월)를 합해 총 3188일로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길다. 2차 집권기 연속 재임일수도 2822일로 역대 최장이다. 이날 총사퇴한 아베 내각의 각료(장관) 중 절반 정도는 새로 출범하는 스가 내각에서도 유임 또는 이동 등 형태로 재기용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2012년 재집권 이후 약 8년간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써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14일 무대 저편으로 물러난다. ‘수정주의 역사관과 우경화’, ‘총리관저 중심의 1강 독재’, ‘아베노믹스와 장기 불황 탈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등 지난 시대의 명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진보 진영 학자인 야마구치 지로(62)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를 지난 11일 도쿄도 내 호텔에서 만나 아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 봤다. 그는 “지난 8년의 아베 집권기는 일본 사회가 근거 없는 자기만족의 환상에 빠져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고 규정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주된 요인이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환경이 두루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임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취업 여건이 이전보다 크게 좋아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세력 확장 등 주변국 정세의 긴장이 고조된 것도 매파인 아베 총리에게 ‘외교안보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줬다. 야당 분열도 아베 정권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완화는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유발해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이 됐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의 온기가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편중됐고 일반 국민에게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불공평과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가 밝힌 궤양성 대장염은 단지 구실에 불과할지 모른다.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아베 총리가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증세로 경기 악화를 부추겼고,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 대응을 가장 잘못했다. 지난 4월 이후 30% 정도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 고착화됐던 것은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반영이다.” -총리관저의 관료 인사권 장악이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위 관료 인사에 정치 권력자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척도가 된 게 문제였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료들이 좌천되거나 찬밥 대우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행정과 관련된 과도한 정치적 통제는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가케 학원에 대한 수의학과 특혜 인가 등으로 이어졌다. 공적인 권력의 사물화였다. 잘못된 정책 방향이나 결정에 대한 관료들의 비판이나 내부 고발이 일어나지 않게 됐다. 행정의 공평함과 공정함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모리토모 특혜와 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일본 국민들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매우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때 권력의 사물화가 나타나자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권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일본에는 국민의 무기력이랄까 무관심이 팽배해 있다. 아베 정권의 문제가 드러나도 일시적으로는 지지율이 내려가지만 곧 회복되곤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 일본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 일본 사회에 확산된 결과라고 본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실시하는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대 들어 큰 변화가 나타난다. 사회현상에 대한 만족도가 2010년대 전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다. 자연환경, 양질의 치안 등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재정 악화, 격차 확대 등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은 약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거대한 재앙을 경험하면서 ‘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현상 만족감이 강해진 것이다.” -일본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렇다.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도 줄면서 국가의 쇠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 현실 인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근거 없는 만족감, 자존감, 자기 긍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신적 도핑(약물 투여)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는 악화되는 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낳는다. 코로나19 대책도 그러다가 결국 한국, 중국에 뒤처지게 된 것 아닌가. ‘여기가 문제다’,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적 논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다. 문제점을 직시해 대책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약화된 게 오늘날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아베 장기 집권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아베 정권은 때마침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출범했다. 정권 안정에 엄청난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강대국’이라는 근거 없는 자존감을 국민들에게 심으며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수법을 썼다. 한일 관계 악화는 그로 인한 결과다.” -수정주의 역사관의 확산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전후 50주년인 1995년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담화를 낸 것은 연립여당이었던 자민당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모두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와 같은 인식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후 75년이 지난 현재 자민당 정치가들의 지적 수준은 크게 낮아졌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최근 우익 작가들의 저열한 역사수정주의 책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도 일본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조작된 얘기를 역사인 듯 말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일본 문화의 열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를 촉진한 대표적 인물이 아베 총리였다.”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이슈인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등 2개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둘 다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노령화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치적 타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는지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바람이다. 현재 일본 국내 상황을 볼 때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해결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총리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스가 장관은 관료들을 조종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아베 정권의 기둥 역할을 해 왔다. 지난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하고 폐해도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가 정권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지속 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역사수정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나. “아베 정권만큼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스가 장관은 최소한 야스쿠니신사(A급 전범 합사)에 갈 성향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계속 확산될 것이다. 이미 종전 75주년이 지난 가운데 전쟁의 기억은 앞으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야마구치 교수는 1958년 오카야마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홋카이도대 교수 등을 거쳐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정치학)로 재직 중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독재화에 맞서 이론적 비판은 물론 다양한 현장 활동도 펼쳐 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때 ‘한국은 적(敵)인가’라는 제목의 지식인 공동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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