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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서울신문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던진 주요 후보들을 집중 분석하는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시리즈’를 7일부터 기획, 연재합니다. 보도 순서와 분량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되 현역 단체장이 없는 당의 예비 후보들을 먼저 보도하며 현역 단체장 불출마 시에는 다수당 후보 순으로 보도하기로 했습니다.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 지난달 31일 밤 10시쯤 서울 종로구의 어느 길거리. 식당에서 나온 10여명의 중년 무리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수 최백호의 ‘입영전야’를 대로변에서 불러 젖힌 주인공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일행은 정 의원의 노래 중간중간 “좋고”라는 추임새로 흥을 돋웠다. 행인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수군댔다. 이날 모임은 정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로서 비전 선포식(정책 발표회)을 한 뒤 가까운 몇몇 서울시 당협위원장과 가진 ‘번개 저녁 식사’였다. 현장에 있었던 한 당협위원장은 “반주 한잔 걸치고 기분이 좋으면 대로에서 한 곡조씩 불러 젖히는 게 요즘 정 의원의 주특기”라며 “노래 실력이 좋거나 가사를 다 외우는 게 아닌데도 꼭 부른다”고 했다. 지난달 2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 의원이 다른 사람이 됐다는 평이 많다. 서민들과의 ‘스킨십’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에 없이 강한 ‘권력 의지’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박호진 경선캠프 대변인은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로 얼룩졌던 2002년 대선, 승자가 이미 결정돼 있었던 2012년 대선 때와는 투지가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유경희 새누리당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인근 강북구 당원의 전화를 받았다. “정 의원이 동네 목욕탕에 벌거벗고 들어갔다고 하네요.” 두어 시간 전 정 의원이 측근인 정양석 전 의원과 강북구의 한 목욕탕에 들렀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인사를 건네자 시민들은 “여기까지 뭐하러 왔느냐”며 화들짝 놀라면서도 이내 “시장 선거 잘하라”며 등을 두드려 줬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시민들 입장에서는 ‘재벌이 이런 데도 오는구나’ 하는 반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9일 도봉산을 등반할 때 ‘셀카’를 같이 찍자는 여고생들의 요청에 자진해서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예전의 ‘근엄했던’ 정 의원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중학교 화장실에서 물청소를 하고 당원대회에서 갈비탕 200인분을 직접 나르기도 했다. 한 측근은 정 의원에 대해 “머리 회전이 빨라 핵심 파악 능력이 뛰어나고 추진력도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23일 귀국 직후 가진 첫 참모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17년 대선엔 안 나갑니다. 서울시장 연임하겠습니다.” 참모들은 대선 불출마 선언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정 의원은 단호한 표정으로 일축했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 의원에 대해 “인지도가 높은 데다 재벌로서 서민적 행보까지 보이니 요즘 지지도가 오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명문대(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재벌에 키 크고 인물도 훤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정 의원에게도 약점은 있다. 그는 종종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다. 그는 2008년 당 대표 경선 TV 토론에서 “시내버스 요금이 70원”이라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2011년 국정감사 때는 김성환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그게 무슨 궤변이야”라는 식의 반말을 퍼부어 빈축을 샀다. 그는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때 가끔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해 받아 적는 기자들을 곤란하게 한다. 정 의원이 ‘부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인색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식당에서 물주인 정 의원이 먼저 설렁탕, 짜장면 같은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메뉴를 따라간다”면서 “뒤에서 ‘짠돌이’라고 수군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을 창당했다. 당시 당직자들로부터 식사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정 의원은 돈 대신 인근 구내식당 식권을 구입해 나눠 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 전직 민주당 의원은 “당시 정 의원이 10억원만 더 썼어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국민통합21에 합류했을 것”이라면서 “정 의원이 인색하다는 걸 확인한 의원들이 발길을 돌렸다”고 회고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엄격한 훈육 때문인지 점심 때 먹다 남은 김밥도 오후 늦게 다시 집어 먹는 등 근검절약이 습관이 됐다”며 “그런데 주위에서 많이 쓰면 많이 쓴다고 지적하고 안 쓰면 안 쓴다고 핀잔을 받는다”고 항변했다. 정 의원이 아랫사람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다는 지적도 회자된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한 한 인사는 “기업 경영인 출신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아랫사람을 보듬는 부분이 아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사장 시절 업무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버지 연배 간부의 정강이(조인트)를 걷어찼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돈다. 정 의원의 가장 큰 단점은 화가 났을 때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투표일 전날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게 숙고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대사를 그르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08년 총선 유세 중 한 여기자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자 손으로 그 여기자의 뺨을 건드리는 등의 신체 접촉을 한 게 결국 성희롱 논란까지 확대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의 가족은 그가 자상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남자라고 말한다.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전 선포식을 앞두고 머리 염색을 세 차례나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동네 이발소에서 한 첫 번째 염색이 마음에 들지 않자 집에서 부인 김영명씨에게 다시 염색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 의원은 두 번째 염색한 머리를 거울로 보며 “불그스름한 머리색이 꼭 원숭이 같다”며 투덜거렸다고 한다. 김 여사가 원숭이띠인 것을 겨냥한 나름의 유머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日 교과서 도발] 위안부도 강제징용도 “책임없음”… 또 반성없이 궤변만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술을 대폭 늘린 외교청서를 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고 일본은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피해자 구제에 노력해 왔다는 등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했다. 외교청서는 일본의 외교활동 전망과 국제정세의 추이를 정리한 것으로, 1957년부터 매년 발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성의를 갖고 노력해 왔다”면서 1995년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일본에 추가적인 대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문제가 정치·외교 문제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일본의 입장과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해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서 “한·일 간 과거에 관한 문제는 위안부 문제, 한반도 출신의 유골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고 일본은 진지하게 노력해 왔다”며 짧은 언급만 한 것에 비해 기술의 양이 상당히 늘어났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위안부 문제의 우선 해결을 내세우며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총서는 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의거, 앞으로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도 일본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다. 한편 독도에 대해서도 ‘독도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北 “방구석 아낙네 근성”… 朴대통령 실명으로 원색 비난

    북한이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 것에 대해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합의한 뒤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으로 관련 합의가 갈림길에 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날 “우리의 핵문제를 얼토당토않게 걸고 들며 심히 못된 망발을 지껄였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영변 핵시설의 위험을 경고하고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지적한 데 대해 ‘궤변’, ‘시비질’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판한 조평통 대변인은 “비방 중상을 중지할 데 대한 북남고위급접촉 합의를 그 자신이 난폭하게 위반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방구석에서 횡설수설하던 아낙네의 근성을 버리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를 ‘대남 비방’으로 규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원수의 정상적인 외교활동까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비방한 것은 남북 간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행위”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무례한 위반행위를 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서로 상대가 합의를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북한은 전날에도 사실상 박 대통령을 지칭하며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평통은 26일 ‘서기국 보도’에서 우리 군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남조선 집권자가 국제무대에 나가 ‘신뢰’니 ‘평화’니 하는 면사포를 뒤집어쓰고 마치도 ‘통일의 사도’인 양 가소로운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행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북한은 하루 만에 실명까지 직접 언급하는 등 대남 비방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김한길 회동 앞둔 안철수 “민주, 실리보다 큰 정치의 길로 가자”

    김한길 회동 앞둔 안철수 “민주, 실리보다 큰 정치의 길로 가자”

    김한길 회동 앞둔 안철수 “민주, 실리보다 큰 정치의 길로 가자”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의 법적대표인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27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문제와 관련,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눈 앞의 실리보다 큰 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 서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준비위 발기인대회’에 참석, 오후 예정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을 앞두고 이같이 언급하며 민주당에 기초선거 ‘무(無)공천’ 동참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지난 24일 선언한 바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대의를 선택하면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정치개혁의 장으로 만들고 낡은 정치의 구도를 일거에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에게도 “이틀 전 드린 회동 요청을 피하지 말고 조속히 수행해 달라”면서 “만나서 왜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국민의 뜻인지 함께 확인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정당공천 폐지 약속 불이행만으로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데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책임정치 포기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깔보고 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반개혁적 행태”라고 거듭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인정보 유출 대란] 재발급 해달라니 신용 떨어진다고 말리는 카드회사

    [개인정보 유출 대란] 재발급 해달라니 신용 떨어진다고 말리는 카드회사

    ‘카드 대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고객들도 졸지에 정보가 털려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금융사 직원들도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폭주하는 고객들을 맞다 보니 황당한 백태가 속출하고 있다. 기본 용어조차 모른 채 엉터리 안내를 하는가 하면 고객 이탈을 막는 데만 급급해 “우리 카드는 안심해도 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실무 지식이 부족한 본사 인력이 비상 투입되면서 혼선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직장인 A씨는 22일 롯데카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눈을 의심했다. 뒤늦게 자신의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해 보려고 했더니 신용정보 제공 활용에 동의하라는 항목이 있는 것이었다. A씨는 일단 피해 확인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동의 안 함’에 체크했다. 그랬더니 ‘동의하라’는 안내 문구가 곧바로 떴다.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 여부를 조회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A씨는 “정보가 유출돼 이 난리인데 ‘정보 제공 동의’ 항목이 버젓이 있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조회를 못 하도록 막아 놓은 발상이 더 기가 막혔다”며 어이없어했다. 재발급을 자제해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한 롯데카드는 “정보 유출이 지지난해에 이뤄졌으니 지난해에 발급받은 카드는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당당함’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창구에서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카드를 재발급해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 카드를 재발급하려면 신용 상태를 조회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조회 횟수가 올라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였다. 통상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신용 조회는 카드 발급, 카드론, 은행 대출 등 신용 상태에 변동을 줄 소지가 있을 때 이뤄지기 때문에 잦으면 불리하다. 하지만 정보 유출에 따른 재발급 업무를 진행하면서 신용등급 불이익 운운하는 것은 ‘견강부회’에 가깝다. 또 다른 지점에서는 “우리(국민카드)는 롯데카드나 농협카드와 달리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은 새 나가지 않았다”면서 자랑 아닌 자랑까지 늘어놓았다. 국민카드에서는 결제 은행 변경을 둘러싸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민은행 계좌에서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도록 해놓은 B씨는 국민카드와 국민은행 정보가 모두 유출됐다는 소식에 결제 은행을 바꾸려 했으나 “국민은행의 다른 통장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직원의 답변에 그냥 돌아서야 했다. 국민카드 측은 “다른 은행으로 변경이 가능한데, 직원들이 고객 응대 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돼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카드 3사와 국민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본점 인력과 퇴직 인력 등을 창구 현장과 콜센터에 대거 투입했다. C씨는 평소 거래도 많지 않아 농협카드와 아예 인연을 끊기로 하고 ‘탈회’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탈회요? 그게 뭔가요?”라고 반문해 어이가 없었다는 경험담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C씨는 “탈회가 어려운 용어인 것은 사실이지만 카드 해지와 탈회의 차이를 연일 매스컴이 보도하고 있는데 고객도 아니고 해당 금융사 직원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혀를 찼다. 해지는 카드만 없애는 것이고 탈회는 자신의 개인정보까지 모두 삭제하는 것이다. 농협카드는 카드를 재발급해 주면서 칩 비용으로 1000원을 받았다가 “본사 공문을 오해한 일부 지점의 잘못된 처신이었다”며 환불해 주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SC은행은 기존 통장을 가져오면 무료로 재발급해 주고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분실’로 간주, 2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카드 3사도 사용 내역을 무료로 알려주는 문자 알림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에게만 제공하기로 해 원성을 사고 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어지럽던 세상에 단단해진 사상들 현대에도 빛나네

    어지럽던 세상에 단단해진 사상들 현대에도 빛나네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채한수 지음/김영사/644쪽/1만 8000원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을 흔히 쓴다. 워낙 귀에 익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말처럼 생각되지만, 연원을 따지자면 기원전 3세기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쭙잖은 궤변에 능한 조나라 공손룡이 위대한 사상가인 장자의 지혜와 겨루려 들자, 위나라 공자(公子) 모(牟)가 그를 장강을 건너려는 놀래기에 비유하며 질타한 데서 비롯된 얘기다. 무려 2000여년 전에 실제 오갔던 대화가 지금도 여전히 회자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터에서 오십 보 도망간 병사가 백 보 도망간 병사를 비웃는다는 맹자의 ‘오십보백보’, 인재 발굴의 어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한비자의 ‘화씨의 벽’, 얄팍한 눈속임을 경계하라는 장자의 ‘조삼모사’ 등도 비슷한 경우다.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는 이처럼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제자백가들의 사상과 철학을 되짚어본 책이다. 맹자의 묵직한 시대의식과 장자의 무위자연의 삶, 묵자의 인간에 대한 탐구, 통치술·제왕학으로 표출된 한비자의 무서운 지성, 열자의 순수한 인생관 등 제자백가의 저서 가운데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고전 10권의 사상과 철학을 다양한 일화와 함께 녹여냈다.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난세였다. 전쟁과 내란, 그리고 굶주림이 ‘무한반복’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 새로운 사상이 끊임없이 잉태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수많은 사상가들이 난세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했고 그 덕에 보기 드문 사상의 전성기를 이뤘다. 춘추전국시대 550년 동안 동양사상의 근간이 완성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치열한 지식싸움 속에서 모든 시대에 통용될 수 있는 진리를 발견했다. 저자가 주목한 건 바로 이 대목이다. 30여년 동안 고등학교 교단에 섰던 저자는 세파에 휘둘리는 제자들을 보며 인생의 해답이 담겨 있는 건 결국 고전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만 그 해답에 다가서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제목처럼 ‘천천히 걸어야’한다. 그래야 제 허물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사설] 우리만은 특별감찰 받을 수 없다는 금배지들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과 관련한 여야의 논의가 거침없이 뒤로 달리고 있다.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를 대체할 상설특별검사제를 사실상 비상설 성격의 제도특검으로 운영하기로 엊그제 합의하더니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있어서도 국회의원을 아예 특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여야의 이 같은 꼼수는 명백히 입법권의 남용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별감찰관제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공약으로 앞다퉈 내세웠고, 대선 후 즉각 추진하기로 합의한 사안이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고, 이 특검을 뒷받침해 상시적으로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할 특별감찰관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를 위해 새 정부가 출범한 뒤인 지난 4월과 6월 각각 의원입법 형태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합의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감찰관이 대통령 친·인척과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시하고, 위법 사항이 적발되면 검찰이나 특검에 고발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별감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3년 임기 동안에는 탄핵이나 국회의 해임 의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면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뒀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여야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마지못해 착수한 논의에서 대폭 축소됐다. 급기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특별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쏙 빼고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1급 이상 공무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으로 줄여놨다. “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 감찰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면 3권분립에 어긋난다”는 게 법사위 소위 의원들의 주장이다.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은 법무부 산하인 검찰의 수사도 받지 말아야 한다. 3권분립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의 부패·비리에 대한 사법적 감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그토록 정치권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려 했던 게 정치적 편향수사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치외법권의 존재로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3일 발표한 세계 부패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45위에서 46위로 내려앉았다. 3년 내리 하락이다. 부패공화국의 머리에 권력형 비리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이 정치 부패다. 저 살 궁리나 하고 앉아 있는 법사위 소위 의원들은 혈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본다. 법사위 차원의 논의를 중단하고 여야 원내 지도부가 직접 논의에 나서야 한다. 마땅히 국회의원을 특감 대상에 넣어야 함은 물론이다.
  • 與 “댓글 정쟁 멈추고 민생 경쟁하자” 野 “국민 모욕한 노골적 몸통 면죄부”

    여야가 20일에도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발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방부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무책임한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축소·은폐 수사’라고 비난하며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의 특검 주장은 편향된 가설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소명이 이뤄진 만큼 불필요한 의혹 제기를 중단해 댓글 정쟁을 접고 민생 경쟁에 몰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민주당의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에 대해 “국민 속을 썩이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지 말고 민생 구하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자 모두가 개인적 일탈이었다는 황당한 수사 결과는 국민에게 모욕감을 안겨 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축소, 왜곡 수사 결과”라며 “수사 결과 발표가 역설적으로 왜 특검만이 해답인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민을 우롱하는 노골적인 몸통 면죄부”라면서 “정치 개입은 맞는데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게 무슨 궤변이냐. 훔치기는 했는데 도둑질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는 22일 ‘범정부적 대선 개입 사안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장성택 처형·이석기 사건 동렬에 두는 막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을 ‘같은 사건’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국회의원을 지내고 한 나라의 장관까지 지낸 인사의 입에서 이런 망언이 나왔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금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행위’로 보고 있으며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유일무이한 정권의 폭압성을 드러낸 사건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전복하려고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다니 그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유 전 장관은 “조선중앙통신이 장성택의 범죄행위를 사실적 근거 제시도 없이 여론몰이를 하고, 죄형법정주의가 완전히 무시된 것이 이 의원 사건 때와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언론과 사법부가 짜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 의원을 내란 음모 혐의로 덮어씌우고 있다는 말인데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친노인사로 장관을 지낸 인사의 생각이 이 정도라면 통합진보당 세력은 제쳐 두더라도 친노그룹 역시 같은 생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2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그가 사석에서 이러쿵저러쿵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정치성이 농후한 공식 행사에서 전직 장관이 한다는 얘기가 고작 국가관이나 정체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발언이어서는 곤란하다. 이석기 사태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 있다가 탈당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 상식으로부터 심각하게 일탈한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헌법 밖의 진보’를 질타하지 않았던가. 국립 부경대의 한 교수의 막말 또한 유 전 장관의 사례 못지않게 한심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가치관이 전도된 미쳐버린 조국을 구할 애국 군인들이 다시 나설 때”라며 마치 쿠데타를 선동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고 한다. 국립대 교수가 쿠데타 운운한다는 것 자체는 누가 봐도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안팎으로 위기 상황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가 발전에 애써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이런 망발은 어려운 제반 여건하에서도 나라만은 잘되길 바라는 평범한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 [열린세상] 진보적 민주주의와 언어희롱의 위험성/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진보적 민주주의와 언어희롱의 위험성/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얼마 전 국회에서 일어난 언어논쟁은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문화적인 문제로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썼다고 종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비겁하기 짝이 없는 것이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했다면, 통합진보당의 강령으로 선언된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의 의미를 밝혔어야 했다.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정쟁만 하려 한다면 우리의 현재사회뿐만 아니라 미래사회에도 심각한 언어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언어혼란은 정치혼란보다 더욱 심각하다. 정치혼란의 폐해는 당대에 그칠 수 있지만, 언어혼란의 폐해는 누대에 걸칠 수 있다. 언어혼란은 젊은이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시대정신을 타락시킨다. 언어혼란으로 위대한 정신문화가 끝없이 쇠락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 아테네이다. 고대 아테네는 위대한 문명을 창조하고 융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정치선동가들의 궤변으로 언어혼란에 빠져버렸다. 오래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플라톤은 아테네 정신을 다잡고자 정치선동가들을 비난하고 언어혼란을 해소하려는 지성작업에 매달렸다. 그의 위대한 지성작업으로도 아테네의 영광은 회복되지 못했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의미를 둘러싸고 야기되는 우리사회의 언어혼란은 고대 아테네의 뼈아픈 사태를 연상케 한다. 우리가 만일 지성을 마비시키는 언어혼란의 심각한 폐해를 미리 막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정계인사들에게 언어정화부터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진보적 민주주의의 용례부터 살펴보자.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20세기 초에 미국에서도 쓰였던 것이기도 하고, 해방공간에서 좌익 정치인들이 썼던 것이기도 하다. 언어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통합진보당은 어떤 용례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통합진보당에서는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내세웠던 본질적인 정치이념의 의미로 쓰고 있는지, 아니면 해방공간에서 좌익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수단적인 정치이념의 의미로 쓰고 있는지 말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공화당원으로 두 차례의 대통령을 지낸 뒤 1912년에 다시 정계에 복귀하였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진보당을 설립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내세웠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보완하고자 정부주도로 초보적인 사회복지정책을 확대하고, 국민투표제 또는 국민소환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정치기제도 도입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해방공간에서 사용되었던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체를 해체하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초단계로 설정된 선언적인 정치이념이었다. 통합진보당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 만일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사용했던 의미로 썼다면 문제없겠지만, 좌익 정치인이 사용했던 의미로 썼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정치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통합진보당이 반드시 두 가지 용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일반용어도 종종 그렇지만 전문용어는 반드시 고정된 의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든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새로운 의미로 썼다면 천만다행이다. 당당하게 밝히지 못할 까닭이 없다. 새로운 의미는 우리의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혹시 좌익 정치인들이 썼던 의미로 썼거나, 특히 RO(혁명조직)의 녹취록에 나오듯 “김일성의 노작”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면, 늠름하게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에서도 쓰였는데 왜 난리냐고 언어희롱만 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켜 끝내는 우리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는가?
  • ‘상식 밖’ 의견서 왜 냈나…檢, 유동천 진술 신빙성 높이기 ‘무리수’

    검찰이 법원에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배임 등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유 전 회장은 죄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상식 밖의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비리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던 검찰은 지난해 10월 8일 ‘피고인 이철규 알선수재 사건 의견서’라는 제목으로 A4용지 70~80장 분량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같은 달 19일 열리는 1심 선고를 불과 11일 앞두고서다. 의견서는 검찰이 유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 이 전 청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용도였다. 검찰이 이 같은 무리한 의견서를 법원에 낸 것은 이 전 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 전 청장에게 적용한 금품수수 혐의는 공판 초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전 청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유 전 회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짜맞추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했다는 박종기 전 태백시장과 박영헌 전 태백시민회장의 진술도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8월 3일 이 전 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되며 검찰 수사 내용은 급격히 신뢰성을 잃어 갔다. 이 전 청장은 유 전 회장의 거짓 진술을 입증할 증인과 증거를 제시했고 검찰은 이를 거부하며 ‘법정에서마저 검경 충돌설’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벼랑 끝에 몰린 검찰이 ‘유 전 회장은 죄가 없음에도 아들 대신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인 만큼 금품 제공 진술이 거짓일 리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분석된다. 1심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비자금을 축소하거나 수사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고, 검찰의 나머지 증거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박현갑의 시시콜콜] 한반도를 엄습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박현갑의 시시콜콜] 한반도를 엄습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2006년 이래 감소하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 들어 급상승하고 있다. 도시를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로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중국에서 난방용 석탄 사용을 늘리면서 생긴 유해한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스모그에 실려 우리 상공을 뒤덮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무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이나 비소, 아연 등 유해 중금속 농도가 높은 미세먼지를 마시면 멀쩡하던 사람도 기침하게 되고 목이 아프고,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호흡곤란이나 두통도 생긴다.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태아 성장이 지연되고 태어나도 지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연간 2만명 정도가 기대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고 폐 질환자도 80만명이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12조 3000억원이나 된다. 한·중·일 과학자들이 참여한 장거리이동 오염물질 조사연구에서 수도권 미세먼지의 30~40%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 상태다. 환경부가 2011년 백령도 측정소에서 분석한 결과, 서풍이나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발 미세먼지 배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중국발 미세먼지 배출량이 최소한 2022년까지, 최악의 경우 2050년까지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석탄사용 증가로 인한 중국발 스모그 현상을 방치하면 한반도 환경 피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정부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국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세먼지 예·경보제 조기시행 등 국내 대책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개인택시 물량 축소에 따른 지원 방안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경유택시 도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도 중요한 대기오염원인데 LPG 차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50배라는 분석도 있다. 동북아 대기질 보호 및 개선을 위한 한·중·일 3개국 협력체계 구축에도 앞장서야 한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중국, 일본 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대기 분야 협력강화를 촉구했단다. 삼국 간 외교 갈등이 있으나 대기오염물질 이동에 따른 환경 문제는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과거 대기 질 개선 경험을 전수하고,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대기 질 개선을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중국 언론도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궤변만 펼칠 게 아니라 자국의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정부 노력을 촉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광주 갬코사건 진흙탕 싸움

    최근 광주시의원의 한·미 합작투자 사업(3D 컨버팅)인 갬코와 관련된 발언이 시의회, 집행부 간 성명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이 의원 발언에 대해 반박 성명을 내고, 시민단체는 성명에 참여한 공무원의 문책을 촉구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시의회는 한때 집행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 파문은 지난 20일 열린 본회의에서 홍인화 시의원이 강운태 시장에게 갬코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하면서 촉발됐다. 홍 의원은 지난해 시가 추진한 3D기술 검증을 위한 ‘로스앤젤레스 테스트’를 사기극이라고 표현, 반발을 샀다. 강 시장은 “이 사안은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이 이미 이뤄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맞섰다.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정책실 직원들은 “편견과 왜곡된 시각에 의한 언어폭력”이라며 사과 요구 성명을 냈고, 시 대변인실도 동조 성명을 발표했다. 시의회는 ‘예산안 심의 보이콧’으로 맞서다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시의 공식사과를 요구한 뒤 예산심의를 재개하기로 결정, 사태가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시가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이 사업과 관련, 강 시장 아들 이야기 등 사실을 문건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홍 의원이 검찰의 사건기록을 취득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궤변을 늘어놓는다”며 “홍 의원은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 수사기록 공문서 취득 등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지난 24일 보도자료에서 “시민의 대표 입에 재갈 물리려는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시민들은 이들의 싸움을 곱지 않게 본다. 한 시민은 “내년 지방선거를 놓고 ‘정치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머리를 맞대고 민생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친노, 봉하마을 제2의 靑 만들려 기밀 유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정국 정상화를 이루고 정쟁이 아닌 민생을 향해 손잡고 나가자. 하지만 사초(史草) 폐기 문제는….” 새누리당은 18일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야당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냄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허술한 정보 보안’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의 ‘친노무현계’ 인사를 집중 공격했다. 민주당과 친노를 분리시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양면전술’로 풀이된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에 전자정부시스템 설계도와 구성도 등이 외부로 무단 반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보사회진흥원이 국가시스템 설계도 등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의 직인이 찍힌 공문만 받고 보안도 되지 않는 외장하드에 담아 (친노 측에) 넘겨줬다는데 기가 찰 일”이라면서 “(친노 인사들이) 국가 재산을 자기 멋대로 가져간 것은 봉하마을을 제2의 청와대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출된 설계도가 복제돼 국가 안보를 위해하는 세력의 손에 들어갔다면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왜 퇴임하는 대통령이 기밀자료를 가져갔는지, 자료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봉하마을에 지금도 그 기록이 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사초 폐기 문제와 관련해 “문 의원은 본인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깃발을 들고 나섰는데 그간의 파장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면서 “친노 인사들은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림) 해야 한다”고 따졌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민주당 강경파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이 그들의 세를 결집시키고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이슈일지 모르겠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정치투쟁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친노세력을 비판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친노에 대한 국민의 진노가 들끓고 있다”면서 문 의원을 향해 “아직도 회의록 존재가 확인됐다며 횡설수설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모습은 마치 고장 난 녹음기 같다”고 주장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檢 회의록 수사, 史草 엄중함 새기는 계기 돼야

    베일에 가려 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미스터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결론이 내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주도적으로 회의록 초본을 수정해 봉하마을 이지원(e知園) 시스템 서버로 옮기고 원본은 파쇄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쟁점이 돼 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에 대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먼저 ‘포기’라는 단어를 썼고, 노 전 대통령이 이 말을 받아 ‘임기 중 해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상회담 회의록이라는 역사적으로 중차대한 무게를 지닌 외교 사료를, 그 누구도 아닌 현직 대통령이 수정하고 현행법을 어겨 가며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말도록 지시했다니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기록물 보존과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이었기에 검찰의 수사 결과를 접하는 혼란스러움은 더욱 크기만 하다. 이미 고인이 된 이상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복구된 초본의 ‘임기 중 NLL 해결’이라는 노 전 대통령 발언이 수정본엔 ‘임기 중 NLL 치유’로 바뀐 점, 그리고 김 전 위원장의 반말투 발언이 존댓말로 바뀌고 반대로 과공(過恭)으로 비쳐질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다소 낮아진 점 등을 감안하면 자신의 언행이 훗날 정치적·역사적 논란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있는 그대로 후대에 전해져야 할 사초(史草)를 정치적 셈법에 따라 윤색(潤色)하려 했던 셈이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은 또 있다.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를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거짓말을 필두로 한 참여정부 측 주장의 허구성이다. ‘회의록을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로 시작해 ‘이명박 정부가 파기했을 것’, ‘회의록은 (봉하마을에) 잘 있지 않느냐’ , ‘노 전 대통령이 파기를 지시한 바 없다’, ‘실무자가 실수해 이관하지 않은 것’ 등으로 이어진 그들의 주장은 죄다 거짓이거나 사실과 동떨어진 의도적 궤변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는 물론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속된 말로 ‘백’ 없는 애먼 인사 2명만 기소하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도 있고, “악의적 짜깁기 수사”라는 참여정부 측 반발도 있다. 그러나 검찰 답안지의 오류와 공백은 이제 사법부가 고치고 채울 일이다. 언제까지고 NLL 논란과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에 우리 사회가 매몰돼 있을 수는 없다. 정치권은 그만 공방을 접기 바란다. 그들이 할 일은 서로에 대한 손가락질이 아니다. 다시는 이 같은 퇴행적 사초 논란이 없도록 역사 앞에서 자세를 가다듬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 [이슈&논쟁]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이슈&논쟁]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종북’ 논란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통합진보당이 이에 강력 반발하는 등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헌재의 심리가 시작되면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 조치에 대한 찬반 의견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경선 부정과 폭력사태에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되는 등 통합진보당이 헌법을 파괴하고 국가를 어지럽히고 있는 만큼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가 당연하다는 여론이 있는 반면 아직 이 의원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데다 정당 해산은 국가나 정부가 아닌 국민의 권한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제기된 정당 해산 심판청구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와 이재화 변호사에게 찬반 의견을 들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贊> 신율 명지대 교수 “헌법적 가치 해할 가능성에 우려… 정부, 국민불안 해소할 의무 있어”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로 정가가 시끄럽다. 일부에서는 정부에 의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가 이루어진 시점이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에 나갔을 때라는 점을 들어 대통령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한 배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통합진보당이라는 존재가 정치적으로 그만큼 비중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단지 정치적인 논란의 대상일 뿐이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2% 남짓이다. 선거 직후라면 이 정도 지지율을 획득한 정당은 해산된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진보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신당이 해산된 이유도 선거에서 2%의 지지율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해산 청구를 위해 대통령 외유 시기를 기다렸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최초의 정당 해산 청구라는 점에서는 정부나 청와대가 부담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하면, 정부나 청와대가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속한 상임위와 관련된 사안이 아님에도 국방부에 다양한 자료를 요청한 것을 두고 불안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이런 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정당 해산 청구가 법에 명문화돼 있는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얼마 안 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우리나라의 헌법 체계가 대륙법, 그것도 독일법 체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즉, 독일도 정당 해산 청구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와 같이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헌법체계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가 헌법재판소와 함께 정당 해산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것은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일부는 독일은 나치당까지 그냥 놔두는데 우리는 왜 정당을 인위적으로 없애려고 하느냐는 주장을 편다. 실제 이 주장은 모 종편 방송에서 한 평론가가 한 말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틀린 말이다. 독일은 나치당을 그냥 놔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지만 독일 기본법(헌법) 1조는 “인간의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다”라고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법(헌법)의 근본 정신인 인간의 존엄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당 혹은 정치인이 독일 정치에 등장하면 당연히 제재를 받는다. 독일 연방 헌법수호청(Bundes Verfassungsschutz)이 일차적으로 이들 정당을 제지하고 그 다음 정당 해산을 헌재에 청구한다. 실제 2001년 나치의 부활을 추구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소송이 제기됐었다. 이 청구는 기각됐지만 그 이유가 이 정당이 독일 나치의 부활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독일민족민주당에 첩보원으로 침투했던 독일헌법수호청 직원의 신상공개를 수호청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정당 해산의 요건은 갖추었지만 그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의 투명성이 문제였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1990년대 자유노동자당과 민족연맹당은 모두 헌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행정 절차에 의해 해산됐다. 즉, 독일 정부도 자신들의 헌법적 가치를 해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은 최근까지도 해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국가는 0.01%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런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스위스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가의 이런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시점이지, 정부의 의도를 논할 때는 아니다. ■ <反>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 부위원장 “진보당 강령, 국민주권 부정 안해… 헌법상 요건 못 갖춘 청구권 남용”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 정당을 수용하는 체제다. 반공주의만을 민주주의로 오인하고, 다른 사상과 의견을 가진 정당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전체주의일 뿐이다. 헌법 제8조 제4항의 정당 해산 규정은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에서 신설한 것이다. 1958년 행정처분으로 ‘진보당’을 해산시킨 사건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야당을 보호하기 위해 명문화한 것이다. 정당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헌정 질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에 ‘최후의 수단’으로 정당 해산을 하도록 규정했다. 53년 동안 유신정권도, 전두환 군사정권도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 조항의 도입 취지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대 독일에서 있었던 두 건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1951년 사회주의제국당과 1956년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 이후 60여년간 선진국에서 위헌정당 해산 결정을 한 예는 없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적 가치에 다소 반하더라도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이 그 정당을 심판하도록 하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평의회 산하기구인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는 2009년 “정당의 금지나 해산은 헌정 질서를 전복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소수 정당을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정당 해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는 헌법의 취지와 세계적인 추세에도 반하는 또 다른 ‘헌법파괴 행위’이다. 정부는 통합진보당 강령 중 ‘민중이 주인이 되는 평등세상 건설’ 부분이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와 같은 내용이고, 국민주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터무니없다. 민중이라는 용어는 제헌국회 초대 의장 이승만도 사용한 것으로, 북한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민중이 주인이 되는 평등세상’은 기득권 세력에게는 주권을 배제하고 민중들만이 주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주권주의를 부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정부는 통합진보당 당헌에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일성의 사상을 도입한 것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궤변에 불과하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김일성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1915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처음 사용하였던 개념이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이 개념을 당헌에 규정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통합진보당 강령에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자주와 평등, 평화와 통일, 민주와 민생, 생태와 평등을 가치로 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민주권주의나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석기 의원 등 RO 조직의 활동은 통합진보당의 활동이고, 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였다’고 주장한다. 내란음모 사건은 현재 제1심 소송 중이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결과를 본 후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하면서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했다. ‘모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검사의 공소장에 의하더라도 RO 조직은 통합진보당 조직이 아니고, 그 행위도 통합진보당의 활동이 아니라 일부 당원들의 개별적인 것에 불과하다. 만약 그 조직이 통합진보당의 조직이고 그 활동이 당의 활동이었다면 검사가 이정희 당대표 등 당의 주요 간부들을 기소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중앙당이 RO 조직과 그 활동을 사전승인하거나 사후추인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명백한 청구권 남용이다.
  • 박은선 퇴출 논의 감독 “출전 거부 얘기지…실행한다는 것 아냐” 황당 궤변

    박은선 퇴출 논의 감독 “출전 거부 얘기지…실행한다는 것 아냐” 황당 궤변

    한국 여자축구 에이스 박은선(27·서울시청)의 성별 논란을 촉발시킨 감독이 박은선 퇴출 논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여자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균 수원 FMC 감독이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을 포함한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박은선 성별에 의혹을 제기하며 여자축구리그 퇴출을 논의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우선 6개 구단 회의에서 박은선 퇴출을 의논한 게 아니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 감독은 취지가 잘못 전달됐는데 박은선을 퇴출하자는 게 아니라 2005년까지 대표팀에서 뛴 뒤로 발탁을 안 했으니 대표팀에 다시 합류를 시켜도 되지 않나. 그런 것을 권유하다 나온 얘기”라고 주장했다. 또 “박은선이 여태까지 우리 지도자들이 보기에는 7개 구단에서 가장 에이스 선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그런 선수인데 박은선 선수를 대표팀에 안 뽑으면 도대체 누구를 대표팀에 뽑느냐. 그런 취지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6명의 감독들은 ‘박은선이 대표팀에서 뛰면 두 가지를 병행하기 힘드니 실업팀에서 뛰는 건 벅차지 않겠느냐’는 논의를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진행자가 ‘대단한 선수가 실업팀에서 뛰어야 K리그가 활성화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이 감독은 “당연히 실업팀도 뛰어야 하고 우리 팀과 선수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팀 운영이 중요하니까. 대표팀도 어떻든 간에 해외에 나가서 국익을 선양하는 팀인데 그런 팀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데려가야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남자냐, 여자냐’라는 얘기가 오갔는 지 질문하자 처음에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지도자들끼리 한 얘기”라고 얼버무렸다. 6명의 감독이 ‘박은선이 계속 WK리그에 뛰면 우리는 출전을 거부한다’고 연맹에 통지한 데 대해서는 “그냥 얘기만 있었다. 그런 의견이 있다는 걸 회장님한테 알려드린거지 그런 걸로 진짜 박은선이 퇴출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 내용도 보면 출전을 거부한다는 얘기가 있었던 거지 어떻게 실행을 한다 이런 건 아니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감독은 박은선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박은선이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미안하다. 감독들의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건데 그런 뜻은 아니라는 것만 전하고 싶다. 박은선은 다른 팀 선수니 운동장에서 보면 인사를 하면서 열심히 하란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불시가 될 줄 사실 몰랐다”고 밝히며 진땀을 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성 치마 속 ‘촬영’은 무죄?…美 법정 논쟁

    여성 치마 속 ‘촬영’은 무죄?…美 법정 논쟁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것도 인간의 권리다? 최근 미국의 한 남자가 치마 속 촬영 권리를 주장하며 이색적인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주인공은 매사추세츠에 사는 마이클 로버트슨(31). 로버트슨의 사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보스턴 지하철에서 한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다가 적발돼 체포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이같은 사건의 범죄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죄값을 받지만 로버트슨은 달랐다. 미국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를 들먹이며 촬영의 자유를 주장하고 나선 것. 지난 4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최고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로버트슨의 변호인 마이클 멘켄은 특이한 반론을 제기했다. 멘켄은 “만약 어떤 사람이 신체의 일부를 노출했다면 이는 고의적 혹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 이라면서 “따라서 그(그녀)에게 프라이버시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뢰인은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을 찍었을 뿐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갖다 대지도 않았다” 면서 “치마 속에 속옷을 입었기 때문에 누드사진으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공공장소에 미니스커트의 여성이 있다면 일부로 입었기 때문에 이를 보고 촬영할 권리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탈의실이나 목욕탕 등은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촬영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주장에 매사추세츠 법률 담당 변호인은 “황당한 궤변”이라면서 “로버트슨은 원치 않는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찍었다” 고 반박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새누리 “대선 불복은 대통령 흠집내기”

    새누리당 지도부는 24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을 불공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 ‘대선불복’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에서 이의가 있을 때는 30일 이내에 제소해야 하고 선거사범이 있더라도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면서 “그런데도 거의 1년이 다 돼 가도록 계속 이 문제를 얘기하는 민주당의 본뜻이 어디 있는지, 이렇게 국정을 흔들어도 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어 “역대 대선에서도 각종 선거사범은 있어 왔지만, 선거사범을 문제 삼아 대선불복의 길을 걸은 예는 없었다”면서 “국민주권의 선택인 대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법정기간 내 논의를 한 후에 문을 닫는 것이 민주주의 대도”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이 사실상 대선불복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구절절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지난 대선에서 진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규정했다. 최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외압이라고 하는데 아직 감찰 단계이고 감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이 모든 걸 단정하는 것은 대통령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태도임이 분명하다”고 힐난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대선 백서를 통해 민생정당이 되지 못한 게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스스로 진단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고, 홍문종 사무총장은 “물귀신 작전을 펴는 문 의원은 친노무현계와 민주당을 침몰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박 대통령을 지지한 1500만 유권자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불법이나 부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안 하는 후보였다”면서 “문 의원이 이제 와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부인하거나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도 정쟁보다는 민생이라는 일념으로 먼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與지도부 미묘한 엇박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음원파일 공개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미묘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나부터 소환하라”며 정면대응에 나서자 ‘문재인 책임론’을 부각하면서도 추가적인 대응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쟁 종식을 외치고 있는데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논란의 핵심과 본질을 비켜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로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 의원과 친노 진영을 직접 언급하면서 야권 내부의 친노, 비노(비노무현) 간 균열의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문 의원이 어제 짜맞추기 수사 운운하며 동문서답을 했다”면서 “회의록 관리의 최종 책임자이자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이 경위 설명이나 진심 어린 사죄도 없이 느닷없이 수사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통해 사초 실종 경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당 지도부도 광화문 인근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이런 입장을 공유하며 회의록 정국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록 논란을 종식할 마지막 카드로 꼽히고 있는 음원 파일 공개와 관련해선 지도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금 시기상조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이견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주요 인사는 “솔직히 음원 공개라는 극단까지는 가지 말자는 게 당 지도부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문 의원 등 민주당 친노 세력 일부가 황당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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