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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여기가 난곡 맞아?

    어? 여기가 난곡 맞아?

    헬기에서 내려다본 난곡 재개발 공사현장(사진 위)에서 우리가 기억하던 난곡은 보이지 않는다. 허리를 펴면 머리가 닿을 만큼 낮은 천장, 태풍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만 같았던 낡은 판잣집(사진 아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난곡은 2000년대 초반까지 도시 빈민들이 주로 거주하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가운데 한 곳이었다. 본디 난초가 많이 자라 은은한 난초향기가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산이 깊어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공동묘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 서울로 대거 유입된 농촌인구와 도심 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난곡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 때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올림픽을 앞두고 상계동 철거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 빈민촌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춰갔다. 난곡 역시 199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지만 외환위기의 역풍으로 지금까지 미뤄졌었다. 지난 2003년 철거를 완료, 지난해부터 착공에 들어간 재개발 현장은 외부공정 대부분이 완료된 상태였다. 내년 하반기 입주를 위해 현재 마무리 공정이 한창이다. 주변지역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주변지역 상권도 점점 변해가고 있다. 야학에 투신하겠다던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시민운동계와 학계 등으로로부터의 관심도 끊이지 않았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은 그렇게 중산층이 사는 지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글 고금석기자 사진 남상인기자 ■ 판잣집 달동네가 마천루 아파트 숲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지 않았다. 난곡(蘭谷), 신림역에서 101-1번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를 20여분이나 타야 다다를 수 있었던 하늘아래 첫동네. 누추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오갈데 없던 사람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아늑했던 곳. 한곳 빈틈없이 산등성이 가득 메웠던 판잣집들은 이제 간데없고 번듯한 아파트들만 난곡을 지키고 서 있었다. ●들어선 아파트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7일 난곡을 찾았다. 난곡 사람들의 발이었던 101-1번 버스는 이제 5521번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있었다. 종점에 다다를 무렵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난곡의 새모습이었다. 난곡은 원래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산101일대를 지칭하는 말이다.1960년대 말 도심미관 정화사업이 추진되면서 도심 불량주택에 거주하던 빈민들이 몰려든 곳이 바로 난곡이었다. 한때는 1만 3000명이 넘게 살던 이곳 판잣집들은 거의 모두 헐리고 이제 ‘신림 제1구역 재개발지역’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도로변 일부에 남은 낡은 무허가주택들 역시 머지않아 재개발 열풍 속으로 빠져들 운명에 처해있다. 재개발사업은 대한주택공사와 대우건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주택공사는 모두 3322가구, 대우건설은 모두 499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초 착공해 벌써 외부공정은 거의 마친 상태이며 현재 내부공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관악구청 성순경 주택개량2팀장은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9∼10월로 예정된 입주예정일이 6∼7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선 부동산 여느 재개발 지역에서처럼 난곡에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하나둘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현재 아파트 진입로와 보성운수 종점 주변으로 50∼60개의 업소가 성업 중이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지난해 아파트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새로 조성될 아파트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환경이 좋고 4000 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실입주자들과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R공인중개사 김모(60)씨는 “전화 및 방문상담이 하루 수십건이 넘는다.”면서 “재개발되는 지역의 아파트가 이처럼 대단지가 없어 지난해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지상경전철(GRT) 도입이 가시화돼 취약했던 교통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자 한달새 3000만∼4000만원의 프리미엄이 추가로 붙었다.H공인중개사 이모(49·여)씨는 “현재 24평형은 1억원,34평형은 1억 5000만원∼2억원,44평형은 2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기대 부푼 관악구 관악구는 한층 기대에 부푼 상태다. 명절이나 세밑만 되면 달동네 많은 지역으로 주목받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난곡지역 재개발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원래 95년 무렵부터 진행되던 민간업자 위주의 재개발사업이 97년 외환위기로 차질을 빚자 김희철 구청장이 직접 주공을 찾기도 했다. 구는 내년 입주에 맞춰 난곡사거리부터 난곡에 이르는 진입로를 현재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후 2008년까지는 GRT를 가운데 2개 차선에 만들어 신대방역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여기에 단지 인근에 추진되는 강남도시순환 고속도로가 착공된다면 관악구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게 된다.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내·외부에 공원·산책로 등이 잘 꾸며져 있고 강남·도심 진입도 빨라지면 자연히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흥주거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 주택소유자들 사이에서도 아파트 입주 뒤 지가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이 지역에 연립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강모(55)씨는 “아파트 입주 뒤 주거환경이 좋아지면 집값도 좀 오르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계층갈등 소지도 있어 하지만 내년 입주 뒤 입주자들과 기존 주민들 사이의 정서적 괴리가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곳은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무난히 철거가 진행돼 현재 주민갈등은 심각하지 않은 편이었다. 이는 주공측에서 공식이주비 외에 비공식적으로 이주비 등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았던 기존 주민들은 대부분 근처 연립주택의 반지하방이나 봉천동 등 영구임대아파트 등으로 옮겨가 살고 있다. 입주권 역시 68년 이전 거주자들에게만 부여돼 대부분 혜택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림종합사회복지관 김춘근 사회복지사는 “판잣집에 살던 대부분이 무연고 노인들이며 주민이 자주 바뀌어 지역성이 잘 형성되지 않았던 곳이라 주민간 갈등의 소지는 적은 편”이라면서도 “주민들 사이에 경제적 박탈감·괴리감 등을 이유로 보이지 않는 갈등은 일부 상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 상계동 등에서 추진된 재개발 사업에서 보면 임대아파트 거주자와 일반아파트 거주자 사이에 담을 쌓고 서로 무시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계층갈등’이 생겼다.”면서 “난곡 지역에서도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혹시 생길지 모르는 주민갈등을 조정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경전철 건설 등 교통·문화 환경 혁신 “난곡의 변화는 관악구 전체의 이미지를 쾌적한 주거환경지역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난곡 개발과 동시에 이에 필요한 도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는 “난곡이 단순히 달동네에서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면서 “교통·환경·문화·복지가 어우러진 복합기능의 신도시처럼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곡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인구 10만명이 넘는 작은 신도시가 형성된다. 교육·문화복지·환경분야에 차근차근 대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난곡 일대 경전철 건설도 이같은 맥락에서 5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이곳에 건설될 경전철은 고무바퀴형 차량에 전기공급을 받는 철도시스템으로 자기궤도가 설치돼 있고 첨단유도장치를 갖춰 무인운행도 가능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현재 2차선 또는 4차선에 불과한 난곡길을 왕복 6차선인 30m도로로 확장하고 중앙차로를 일반차로와 분리, 경전철 전용차로를 확보해야 한다. 김 구청장은 이를 위해 지하철의 정시성과 버스의 접근성을 겸비한 도로 건설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내년 5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보상이 실시되는데 이때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구청장은 “이 일대의 교육·문화·복지환경 조성을 위해 ▲특목고 유치 ▲대형병원과 할인점 유치 ▲신림체육관(수영장) 건립 ▲신림 빗물펌프장 건립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있는자와 없는사람 차별없는 터전돼야 “토박이 주민들이 난곡의 새 주인들과 함께 ‘난곡 공동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31년 동안 난곡에서 살며 빈민 운동을 이끈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난곡은 빈민들이 오랫동안 끈끈한 공동체 생활을 해온 곳”이라면서 “이들은 개발 과정에서 흩어졌지만 공동체 문화는 이어져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난곡이 서울의 수많은 ‘달동네’ 중 유독 관심을 받는 이유를 김 대표는 ‘자발적인 공동체문화’라고 진단했다.1970년대 초,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나 난곡으로 모여든 3만여명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빈민들이 ‘없어도 서로 도우며’ 살던 곳 “난곡으로 이사해 동네 아주머니 15명과 ‘국수 모임’을 만들었어요. 한 명당 100원씩 모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점심을 제대로 먹어보자는 ‘계’였죠.” 이러한 자발적 주민 모임은 점차 늘어 1976년에는 주민 118가구가 참여한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이 생겼다. 김 대표는 “3만여명의 사람들이 공동수도 10개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어나갔다.”면서 “주민들이 자기 자신과 이웃의 목숨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서울대 의대생과 자매결연을 맺고 협동 진료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들이 난곡 재개발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들의 공동체의식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로 생긴 아파트의 ‘있는 자’와 인근에 남은 ‘없는 자’가 차별없이 함께 교육받고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토박이와 새주인이 어울리는 공동체 그는 이어 더불어 사는 것은 비단 난곡이라는 지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울 전 지역에 걸쳐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역 개발은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돈 없는 사람들이 부자들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난곡이 그 효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부동산 ‘거품위험’ 은행들이 키운다

    부동산 ‘거품위험’ 은행들이 키운다

    은행권이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스스로 리스크(부실위험)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채권·주식 등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시장기능이 크게 약화되면서 은행권이 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신용보다는 담보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등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는 결국 금융시스템의 왜곡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권의 속앓이 은행권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추이 등에 대해 앞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지금의 상태로만 보면 심각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가계대출을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의 지난 5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조 761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7조 8706억원에 비해 8904억원,11.31%가 증가했다. 이어 제일은행이 9조 5049억원에서 10조 1697억원으로 6648억원 늘어 6.99%의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은행도 5월말 현재 14조 4927억원으로 5.08%(7004억원)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은행 부실의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 집값이 10∼20%가량 하락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걱정도…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비중을 지금처럼 계속 늘려가면 금융시스템 왜곡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동감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신용,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늘리는 방법을 은행들이 모두 고민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수가 확실한 가계대출에 목을 메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강했던 은행들은 모두 망하고, 소매금융에 주력했던 은행들만 살아남은 최근의 ‘역사’를 경험했는데, 쉽게 가계대출을 축소할 수 있겠느냐.”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민보다는 점점 격화되는 은행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계대출을 축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외에 투자상품 및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것)상품 등 교차판매까지 늘려나가고 있어 평판리스크, 신용리스크, 운영리스크 등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채권 등 살려야 올들어 회사채(ABS·금융채 제외) 발행 현황을 보면 지난 3월에는 2조 9030억원이던 것이 4월에는 2조 979억원,5월에는 2조 1651억원 등으로 늘지 않고 있다. 특히 만기상환용 발행액 등을 제외한 순발행 규모로만 볼 때는 3월 2조 39억원,4월에는 7951억원,5월 -1조 2440억원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주식은 외국인의 손에, 채권은 신용등급이 좋은 회사만 발행할 수 있는 등 자본시장이 갈수록 시장의 기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시장과 보완 관계에 있던 은행권은 수익 확보를 위해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에 나서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보다는 주식·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은행권의 담보대출 경쟁도 수그러들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쓰고 있어 문제”라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은행 중심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거품 붕괴가 발생한다면 1차적인 재앙은 은행권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 이창구기자 bcjoo@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학로 사이코드라마 배우 체험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학로 사이코드라마 배우 체험

    조명이 꺼지자 과거와 현재, 꿈이 교차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응어리진 상처와 고통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갖고 있는 인생의 아쉬움은 ‘잉여현실’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된다.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하거나 상처받거나 깊은 분노로 인해 인생의 생채기를 남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서울 혜화동 대학로극장.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이 되면 이 극장의 시계는 멈춘다.20여명의 관객이 어우러지는, 대본도 리허설도 없는 즉흥 ‘사이코드라마’의 막이 오른다. 지난 13일,20일 기자는 대학로의 그 무대에 섰다. #장면1 떠나보내기… 주인공은 최근 간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20대 여학생. 그녀와 언니는 아버지의 간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차도를 보이는가 싶더니 아버지는 3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두 딸의 간을 이식받고도 끝내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수술 후 몸조리를 하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한 죄책감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빈 의자에 주황색 조명이 들어오자 연출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가 “의자에 누가 앉아 있냐.”고 묻는다.“아빠.”“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웃고 있어요.”“자,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보세요.”“잘 지냈어?이제 안 아파? 많이 보고 싶었어. 아빠가 아파하는 거 보기가 싫어 쌀쌀맞게 대한 거 너무 미안해.”울음이 터져 나오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멈춘 듯하다. 연출자의 지시로 아빠 역을 맡은 ‘보조 자아’가 곁에 앉았다. 그녀에게 건네는 아빠의 목소리.“아빠는 네가 더 클 때까지 지켜주고 싶었는데…. 벌써 가야 하는게 미안해.”“아니야, 아빠.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파.”연출자는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차례로 엄마, 언니 역할을 할 연기자를 뽑았다. 무대는 집과 병실, 장례식장으로 바뀐다. 그녀가 용기를 내 엄마에게 고백한다.“엄마. 언니랑 내 몸에 난 상처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를 위해 수술한 건데 우리에게 그렇게 미안해하지마.”그녀는 역할 바꾸기를 통해 아빠, 엄마, 언니의 입장이 된다. 연출자가 “임종 순간으로 돌아갑니다.1분 후에 아빠는 저 문을 열고 나갈 거예요. 마지막 말씀을 하세요.”라며 종을 울린다. 작별의 시간.“이제 더이상 아프지마. 아빠 사랑해.” 그녀는 비로소 아빠를 떠나 보낼 수 있는 듯 평온한 표정이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드라마는 그녀가 꿈에서 깨어나며 끝난다. 그녀는 “화창한 여름날 숲속에서 온 가족이 물장구를 치며 놀던 어린 시절을 꿈꾸었다.”면서 “기억을 재생하면서 억눌렀던 아픔으로 가득 찬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장면2 숨고르기… 34살의 6년차 직장인.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보이는 삶. 사내는 그러나 “난 누구일까.”라고 자문한다. 어느날 문득 다가온 사춘기적 증상.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불 꺼진 무대 위를 서성이는 사내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그는 “마치 페달을 멈추면 금방 쓰러질지도 모를 두발 자전거 위에서 달리지도 내려서지도 못하는 느낌”이라고 독백한다. 녹색 조명이 켜지자 무대 저편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온다.“이제 떠납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독백의 주인공은 기자였다. 연출을 맡은 김수동(47·용인정신과 전문의) 박사는 정체성의 혼란과 실패에 대한 강박증을 호소하는 30∼40대 직장인이 많다고 설명한다. 일명 ‘3·6·9’증후군. 입사한 지 3년,6년,9년이 지나면서 몰려오는 상실감과 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일컫는 말이다. 대기업 직장인에서 전문직 종사자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궤도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목표지향적인 풍토가 고스란히 스트레스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최고가 아니면 꼴찌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이나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로 인한 낙오의 두려움,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도 정체성 혼란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부딪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조언은 의외로 단순하다.“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퇴행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 일종의 숨고르기인 듯싶다. ●사이코드라마는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밖으로 끌어내 해소하는 일종의 치료법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김 박사의 사이코드라마에는 지난 99년 10월부터 일반인도 참가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스태프로 일한다. 처음 보는 낯선 관객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는 웜업(Warm up)-공연(Acting In)-셰어링(Sharing)이라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모든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원을 그린 뒤 1명씩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갖는 과정이 웜업이다. 그 과정이 끝나면 주인공이 선발된다. 늘 사이코드라마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극에 지나치게 몰두한 주부가 남편 역을 맡은 보조자아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마지막은 셰어링. 관객 모두가 무대에 올라 주인공과 나누는 소통의 시간. 따뜻한 위로와 공감, 숨기고 싶었던 경험담마저 술술 풀려나온다. 입소문으로 찾아온 주부부터 직장인, 경찰, 사회복지사, 대학생, 비행청소년까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이다. 스트레스 과잉 시대, 혹 삶에 지친 당신이라면 가면을 잠시 벗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그 무대 위에서 한때 열살이었던 당신을, 한때 다른 꿈을 꿨던 당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sunstory@seoul.co.kr
  • [국제플러스] 코스모스1호 ‘엔진결함’ 궤도진입 실패

    |모스크바·패사디나 외신|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세계 최초의 무인 우주선인 ‘코스모스 1호’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의 수중 러시아 잠수함에서 발사됐으나 로켓 엔진 결함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러시아 북해함대 대변인 이고르 다이갈로는 22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 돛단배와의 교신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우주국인 로스코스모스는 “발사된 지 83초 만에 추진 로켓이 작동되지 않았고, 우주 돛단배는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중인 미국측 연구소는 코스모스 1호가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관측소들로 신호들을 보내오고 있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 ‘제주 통합안’ 집안싸움 그칠까

    제주도내 일부 기초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벌이고 있는 행정계층구조개편 혁신안 반대운동은 사전투표운동으로 투표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졌다.(서울신문 6월20일자 9면 보도) 21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지담 대법관)는 도선관위가 제주도 행정계층구조개편안 주민투표와 관련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주민투표 발의전 찬성유도’ 등 5개 사안에 대해 “단체장을 포함한 공무원과 시·군의회 의원 등이 주민투표 발의전 특정안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유도하는 행위는 사전 주민투표운동으로 금지된다.”고 해석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시·군 등 자치단체가 주민설명회를 열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나 특정안에 대해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사전투표운동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투표거부운동에 대해서도 “주민투표 발의를 전후해 주민투표를 거부하도록 유도하거나 투표참여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주민투표법에 위배되며, 자치단체가 설명회나 신문·방송 광고를 통해 특정안을 홍보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4개 시·군의회,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혁신안’ 반대 홍보와 운동 등은 중지 또는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따른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되면서 사회분위기가 혼란해지자 지난 7일 중앙선관위에 사전투표운동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주도록 의뢰했었다.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급류타는 6자회담] 정치·군사부문 중점둘듯

    “15차 장관급회담의 문화를 바꾸자.” 21∼24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주 면담에서 이같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장관급회담은 남북간 모든 대화채널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후속조치를 통해 남북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느냐 하는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장관이 지난달 20일 “정치ㆍ군사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장관급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치·군사 분야에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최대 관심사는 2002년 10월 제8차 회담 이후 우리 측이 매번 핵심 의제로 내세운 북핵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남측의 ‘중대 제안’에 대해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회담에서 답변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성급 군사회담의 경우 ‘재개’를 합의한 만큼, 구체적 회담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에서는 정 장관을 수석대표로, 박병원 재경부차관과 배종신 문화관광부 차관, 이관세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등이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북측에서는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과 신병철 내각 참사,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강원도 “플라스마 산업 집중 육성”

    강원도가 플라스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독일 유명 연구소를 도내에 유치하고 아시아시장 공격에 나선다. 유럽을 방문 중인 김진선 지사와 한전건(성균관대 교수) 철원플라스마산업기술연구소장은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도내 전역을 플라스마 첨단 지식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마 산업은 대기압 방전에 의해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재료 및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없는 고부가가치의 최첨단 미래산업이다. 김 지사는 플라스마 산업이 현재 강원도가 추진 중인 춘천·원주·강릉 등 삼각 테크노밸리사업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의료 바이오 신소재 세라믹 등 지식산업 전반에 걸쳐 응용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플라스마 산업의 거점을 철원에 두고 클러스터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며 그 효과는 의료, 바이오, 신소재 등과 연계될 수 있도록 도내 전역으로 확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각 테크노밸리 사업도 플라스마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이를 위해 이날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철원플라스마산업기술연구소(IPIT) 및 성균관대 첨단플라스마표면기술연구소(CAPST), 독일 라이프치히 표면처리연구소(IOM) 및 저온플라스마물리연구소(INP) 등과 철원에 플라스마 연구소를 공동 설립키로 하는 협정서를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플라스마 표면기술분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학생 및 연구원 교류, 기술개발과 산업화 공동연구, 기술이전과 상용화 추진, 세미나 및 인력양성 사업 등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또 플라스마 표면처리 기술의 유망산업인 디지털 전기전자와 자동차, 평판 디스플레이, 환경 바이오산업 등을 상호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도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플라스마 연구소와 협정서를 체결함으로써 철원군에 특화단지로 조성중인 플라스마 클러스터화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와 독일이 합작 투자하는 공동연구소는 내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술이전을 시작해 2007년에는 공동연구 시설을 완전하게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음달 강원도와 성균관대가 별도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플라스마 산업을 강원도에 집중 육성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한 소장은 “공동연구소가 설치돼 플라스마를 이용한 상품이 개발되면 3년내에 500억∼10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일의 유명연구소를 유치해 강원도가 지식기반 산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라이프치히(독일) 조한종기자bell21@seoul.co.kr
  • “롤리스 부차관보 발언 이후 균형자론 궤도수정 본격화”

    동북아균형자론과 한·미 동맹은 양립할 수 없다는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서울신문 6월9일자 보도), 최근 우리 정부의 갑작스러운 동북아균형자론 개념 수정이 미국측의 불만에 따른 연쇄적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최후균형자는 美國’ 언급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가 균형자론 개념을 크게 수정한 시기와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석현 주미대사에게 불만을 털어놓은 시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이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다.”라고 말해 사실상 균형자론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때가 바로 지난 1일이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 대사를 만나 불만을 표시한 바로 다음날이다. 당시 외교가에선 천 실장의 급작스러운 균형자론 개념 수정이 나오자 ‘한국 정부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딱히 구체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궁금증 차원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이 천 실장의 개념 수정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추론도 가능하게 된다. 물론 두 사안간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롤리스 부차관보가 홍 대사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몇 시간 전인 지난달 31일(한국시간) 균형자론의 ‘저작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균형자론은 일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사실상 개념 수정을 꾀했기 때문이다. ●‘美 반대기류 이미 포착’ 주장도 이런 정황까지를 감안해서 본다면, 우리 정부가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미국 정부내의 심상찮은 기류를 포착해 진화에 나섰다는 추론도 성립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내 실세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롤리스 부차관보가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출할 정도라면, 이미 그런 기류를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감지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 일본은 ‘미래’를 대비했다

    [일본을 다시본다] (1) 일본은 ‘미래’를 대비했다

    도쿄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쿄 시내 시오도메의 덴쓰빌딩 47층 ‘지팡구’나 시내 한복판 도쿄돔호텔 4층의 ‘유교안’ 등 고급식당은 요즘 예약이 어려워졌다. 골프장의 부킹도 힘들어졌고, 할인요금은 사라졌다. 장기 불황시대와 대비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 등은 여전히 어렵다. 국내총생산(GDP) 등 거시경제 지표와 소비·생산·수출 등도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것이 장기불황의 터널 끝에 서 있는 일본이다. |특별취재팀|최근 1∼2년 사이 도쿄의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고 있다. 도쿄 시내의 시오도메, 롯폰기, 시나가와 등에는 40층 안팎 초고층 빌딩들이 재개발이나 도시정비 사업으로 속속 들어섰다. 요즘은 도쿄역 부근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10∼20년 후를 대비한 상징적 모습으로 꼽힌다. 국회 주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정책의 결정판이라는 우정사업 개혁문제로 시끄럽다.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까지 시사하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집권 자민당내 ‘우정족’ 의원을 중심으로 한 108명이 야당인 민주당과 연대 운운하며 결사적으로 반대한다.1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를 연장하자는 주장과 우정민영화 절충론이 9일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집권 5년차로 들어선 ‘고이즈미 개혁’은 곳곳의 철밥통을 깨고 있다. 사법개혁, 도로공사 민영화, 연금개혁, 국립대학 등의 특수행정법인화, 기초자치단체의 대대적 합병 등이 숨가쁘게 이뤄졌다. 공무원들도 실적주의가 도입되고, 국회 직원 수도 대폭 축소된다. 그런 탓에 인사, 돈, 정보의 3대 축으로 이뤄지던 낡아빠진 파벌정치도 크게 약화됐다. 민간부문도 낡은 것을 벗어던지는 변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흥 인터넷기업인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32) 사장 등 30∼40대의 야심찬 기업가들이 인수·합병 등을 앞세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기업·가계 등 전 부문이 “패전 60주년을 맞아 패러다임을 확 바꾸겠다.”는 의지가 넘쳐난다. ●거품과 비효율이 제거된 10년 유명한 온천휴양지인 이즈반도 해안지대에 가면 폐업했거나 휴업 중인 중규모 호텔들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거품경제 시절 과도한 접대비로 회사나 각종 단체의 연수, 회식 등의 ‘이벤트 손님’이 사라진 것이 이런 현상을 촉발한 것이다. 기업들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현재 기업들은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체력을 강화한 뒤 고용을 다시 늘리는 ‘선순환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노무라증권연구소의 와코 주이치 수석연구원은 분석한다. 아시아경제연구소 히라쓰카 다이스케 지역통합연구그룹장도 “지난 10여년간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좋아졌다.”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거품붕괴는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과 같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통신사 특파원 출신의 자유기고가 도쿠모토 에이치로는 “학연이나 지연, 파벌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능력에 의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특히 IT업체의 창업이 활발해지며 기득권적인 기업구조에 커다란 충격을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의 싹이 보인다 일본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물건을 사고 배달을 요청하면 1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던 것은 옛말이다. 급행료를 내면 다음날 혹은 당일도 배달된다. 관청이나 기업, 은행 등도 민원을 신청하면 종전엔 1∼2주일가량 기다려야 했으나 지금은 빠르게 해결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스피드 경영도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95년 사장 취임 때 “해외사업을 위해 스피드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스피드 경영을 진두지휘, 오늘의 초일류 자동차 기업을 일궈냈다. 한 발 앞서 문제점을 개선하고,1초도 아낀 부품조달 등으로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일본인만에 의한 기업경영도 옛말이 됐다. 도요타·닛산·혼다·미쓰비시·마쓰다 등 5대 자동차 업체 중 닛산 등의 3개사 최고경영자가 한동안 외국인이었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소니도 22일 주주총회에서 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회장으로 정식 추대한다. 스피드 경영은 일본 최대 IT재벌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 온라인 쇼핑몰 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등 신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거품붕괴 이후 위기경보 강화돼 요즘 마루젠이나 기노쿠니야 등 대형 서점에 가면 ‘허구의 경기회복’,‘국가재정파탄’,‘희망격차사회’‘이극화 일본’ 등 향후 일본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서적들이 넘쳐난다. 거품붕괴 뒤 일본에선 ‘위기에 대한 경보’가 발달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거품경제 내내 언론이나 분석가들이 일본의 장밋빛 미래만을 찬양하다가 거품이 붕괴되자 그 반성으로, 사전 경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 아나운서인 오노 게이코는 “지난해 시중에 경제가 좋다는 책들이 넘쳤는데 실제 GDP는 2분기나 마이너스였다. 반면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책들이 주류다. 그것은 경기가 좋다는 방증”이라고 소개했다. ●후유증, 그늘도 많이 남겼다 5월말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오이마치역 인근의 라면가게와 술집 밀집 골목은 오후 7시인데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실직이나 비정규직 전환 등의 서민들에게는 장기불황 후유증이 큰 것이다. 장기불황의 그늘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들이 10여년 동안 고용을 기피,“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연구소도 91년 이후 신입사원 선발을 안한 곳이 많아 기술·기능 전수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10년 이상 된 사원이 오차 심부름을 하는 곳이 많다.”라고 환동해권 경제연구소 에리나의 미무라 미쓰히로 연구원은 우려했다. 글로벌화 부작용도 극복해야 한다. 도요타자동차·소니 등 굴지의 대기업에는 미국·중국 등 다국적 사원이 많다. 대부분 영어로 이뤄지는 회의에서 ‘사원간 의사소통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정사원, 계약사원, 촉탁사원, 파견사원 등 사원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조직 화합이 어려워진 것도 큰 숙제로 부상했다.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사회적 과제다. taein@seoul.co.kr ■ ”日은 대수술 막 끝낸 환자” 후카가와 도쿄대교수 인터뷰 |특별취재팀|“일본경제는 커다란 수술을 받은 직후의 환자 같은 상황이다. 연간 0∼2%의 성장을 할 수는 있게 됐지만 그나마 이전 같은 고성장은 없을 것이고 미국·중국 등의 외부 충격에 약하다.”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학교 연구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일본 경제의 상태를 이같이 요약했다.10여년의 장기불황 기간 중 중반까지는 재정의 과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으로 우왕좌왕했지만, 이후 실효적인 개혁이 시작되면서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7년 정도는 잃어버린 것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간과 이후 기업·가계 부문의 의미있는 개혁들도 진행됐고, 제조업이나 은행 등의 부채 처리가 잘 되면서 전체적으로 개혁작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기간 일본을 부정적으로 짓눌렀던 학벌지배 현상이 약화되는 등 체질개선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진단했다. 오랫동안 도쿄대 법학부 출신들이 경제부처를 좌지우지했으나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경제분야 인재들이 이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실기업과 구조조정이 늦어진 기업들이 망해도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법 정비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주가가 저평가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쓰러질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면서 주가 저평가론을 부인했다. 나아가 지금까지는 시장을 공업기술이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마케팅이나 소비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스피드로 제품을 만들어 성공했다.”며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성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것처럼 일본의 위기가 그렇다는 설명이다. 이런 까닭에 일본은 ‘조용히, 천천히 성장하는 사회’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그러면서 환경기술에서 프런티어 정신을 발휘할 경우 제1의 희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진·태풍 등 환경·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발달시킨 환경·기상기술 등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750조엔에 이르는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taein@seoul.co.kr ■ 김상연기자의 “일본은 있었다” “일본의 사정은 어떠한가.” “신이 본 바로, 쇼군은 군병의 일을 힘쓰지 아니하여 사람들이 포성을 들으면 어쩔 줄 몰라하였습니다.” 지난달 16일 특별취재를 위해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머릿속은 1636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임광과 인조(仁祖)의 대화로까지 달려 올라갔다. 일본 근대화의 배아를 잉태했던 그 도쿠가와 막부시대로부터, 근대화를 완성한 120년 전 김옥균(金玉均)의 황망한 도일과 40년 전 김종필(金鍾泌)의 다급한 방일, 그리고 21세기 대명천지에도 현재진행형인 독도, 야스쿠니 등등…. 번잡한 상념이 무색하게 비행기는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나리타공항에 착륙했다. ●개별과 집단 사이… 도쿄시내 남쪽 시나가와역에서 처음 맞닥뜨린 거대한 인파는 이방인을 익사시킬 것만 같다. 바쁜 걸음으로 각자의 방향으로 돌진하는 사람의 물결은 윌리엄텔 서곡 2부의 리듬을 연상시킬 만큼 일관성 있게 빠르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풍경은 돌변한다. 식객의 주류는 혼자서 밥 먹는 사람들. 다른 사람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후다닥 먹고 서둘러 나간다. 전철역 인파를 보고 ‘일본은 있다.’고 하고, 식당안을 보고는 ‘일본은 없다.’고 하는 건가? 식당안의 그저그런 ‘나카무라’들이 고니시 유키나가나 이토 히로부미 같은 ‘촉매’를 만나면 전철역의 위협적인 검은부대로 변신하는 건 아닐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 아무리 붐벼도 열차에서 승객이 내리기 전에 몸을 밀치며 올라타지 않는 사람들. 도로에선? 횡단보도를 밟고 선 자동차는 없다. 자로 잰 듯 정차해 있다가 일제히 평행을 유지하며 주행하는 행렬. 각박함이 지배했을 법한 ‘잃어버린 10년’도 일본인의 소프트웨어 진보는 막지 못했다. 계층과 빈부를 막론하고 국민 전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질서의 소프트웨어는 오랜 시간에 걸친 축적의 발현일 것이다. 그것이 메이지(明治)유신에서 발원한 전체주의적 교육의 소산이든,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두려워하는 일본인 특유의 DNA 때문이든. ●전통과 외래 사이… 서울보다 사람이 많다는 도쿄지만 식당 간판이나 인테리어 디자인만큼은 전통 일본풍이다. 그러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는 ‘자본주의의, 자본주의에 의한, 자본주의를 위한’ 일본의 다른 얼굴이다. 고층빌딩들의 앞면에 매달린 대형 광고전광판에서부터 바닥에 엎드린 소규모 상점들의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볼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소리가 소리를 누르기 위해 더 큰 소리를 동원하는 메커니즘은 초기 자본주의의 원초적 경쟁을 연상시킨다. 전통과 외래가 자본이라는 동질의 목표를 향해 각개약진하는 모습은 불안하면서도 절묘하다. 인상적인 점은 억압보다는 방임으로 균형을 맞춰 가고 있다는 것. 여고생들이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교복을 거리낌없이 입고 다니는 광경에서 전통과 외래의 절묘한 ‘팽창 시너지’가 느껴졌다. “그래, 일본은 어떠한가.” “신이 본 바로, 일본은 있었습니다. 언제든 계기가 주어지면 무섭게 뭉칠 수 있는 잠재력이 엿보였습니다. 방비를 게을리 하다간 장래에 큰 화가 다시 닥칠까 심히 염려되옵니다.” carlos@seoul.co.kr ■ 도움 주신 분들 이번 한·일 수교 40주년 특별기획에 도움주신 분들을 2회에 걸쳐 싣습니다(무순입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자민당 중의원(부간사장) ▲구사노 다다요시(草野忠義)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사무국장 ▲다카하시 요시오(高橋由夫)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사무부국장 ▲구마가이 겐이치(熊谷謙一)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 국제국장 ▲무쿠타 사토시(田哲史)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환경·기술본부장 ▲마스다 기요시(益田淸) 도요타자동차 이사 환경부장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학교 대학원 교수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자민당 참의원 ▲기타하시 겐지(北橋健治) 민주당 중의원(역원실장) ▲미카즈키 다이조(三日月大造) 민주당 중의원 ▲기타지마 가즈토시(北嶋一甫) ㈜기타지마 시보리 제작소 사장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교토대 총장 ▲사사키 미사오(佐佐木節)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교수 ▲나카무라 가즈야(中村一也) 교토대 총장 비서실장 ▲사고 노리치카(佐合紀親) 오사카대 우주물리학 박사 ▲다카하시 도루(高橋徹)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박사후 과정(오사카대 핵물리학 박사) ▲이시무라 시게이치(石村繁一) 남코(NAMCO) 사장 ▲히라이 아쓰오(平井淳生)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정보통신기기과 과장보좌 ▲나카지마 구니오(中島邦雄) 정책대학원대학 교수 ▲오카타 야스오(緖方靖夫)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국장, 참의원 의원 ▲오모카와 마코토(面川誠) 일본공산당기관지 新聞赤旗 외신부 기자 ▲노히라 신사쿠(野平晋作) 피스보트 공동대표 ▲다나카 쓰네유키(田中恒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노동정책본부 기획조사그룹장 ▲스즈키 아키히코(鈴木明彦) UFJ종합연구소 조사부 수석연구원 ▲이노우에 사토시(井上哲) 인사원 직원복지국제과 주임국제전문관
  • “지구를 지켜라” 우주 불꽃놀이

    “지구를 지켜라” 우주 불꽃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최후의 날’를 초래할 수 있는 혜성과 충돌 실험을 펼치는 ‘딥 임팩트’(Deep Impact)가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는 7월 4일 오후 2시 35분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돌 당시의 ‘우주 불꽃놀이’는 아쉽게도 감상하기 어렵지만,6∼7시간 뒤 천체망원경 등을 활용하면 충돌 이후 혜성의 변화된 모습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타임은 4일 오후 2시 35분 8일 NASA측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된 딥 임팩트호는 시간당 3만 7000㎞의 속도로 장장 4억 3130만㎞를 항해, 충돌 목표 혜성인 ‘템펠1’에 다다르게 된다. 딥 임팩트호는 8일 현재 템펠1로부터 약 2300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으며 템펠1과 지구와의 거리는 대략 9600만㎞이다. 딥 임팩트호는 29일 템펠1의 공전궤도에 진입한 뒤 7월 3일 구리와 알루미늄 등으로 이뤄진 360㎏의 임팩터(충돌체)를 분리시킬 계획이다. 이어 자체 항해시스템을 갖춘 임팩터는 4일 오전 1시 35분쯤 템펠1과 부딪히게 된다. NASA는 최근 우주망원경인 허블(Hubble)과 스피처(Spitzer)가 보내온 템펠1의 크기와 모양 등의 정보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템펠1은 길이 14㎞, 폭 4㎞의 긴 타원형 모양으로 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면적의 절반 크기에 해당한다. 원기둥 모양의 임팩터는 높이와 지름이 각 1m에 불과하지만 시속 3만 7000㎞의 속도로 역시 수만㎞의 속도로 마주오는 템펠1과 충돌,TNT 4∼5t과 맞먹는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충격으로 템펠1 표면에는 축구장 넓이의 ‘크레이터’(거대한 구멍·crater)가 만들어지고, 깊이는 최대 건물 14층 높이에 이를 전망이다. 임팩터는 템펠1에 충돌할 때 방출되는 물질을 카메라와 분광기로 촬영, 지구로 전송한다. 탐사선도 임팩터와 별개로 혜성에 접근, 충돌 과정을 관측한다. 수집된 자료는 혜성 및 태양계 형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상황을 추정하는 데도 활용된다. ●우리나라, 충돌 6∼7시간후 관측가능 충돌은 지구로부터 1억 3000만㎞ 떨어진 곳에서 이뤄지지만 템펠1이 평소보다 최대 40배까지 밝아져 새벽 시간인 미국 등지에서는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문홍규 박사는 “현재 템펠1의 밝기는 9∼10등급 정도이지만, 충돌 이후에는 밝기가 3∼4등급 가량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혜성의 밝기 한계인 6등급까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충돌 장면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도록 허블과 스피처, 찬드라(Chandra) 등 우주망원경도 동원된다. 허블은 가시광선을, 스피처는 적외선을, 찬드라는 X선을 각각 감지할 수 있어 이들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데이터를 종합할 경우 충돌 전후의 상황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고 낮 시간대인 우리나라의 경우 충돌 장면은 사실상 관측이 불가능하다. 대신 천문연구원 소유인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에 위치한 직경 1m급 광학망원경을 활용해 충돌 장면을 촬영한 다음 우리나라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어 날이 어두워지는 6∼7시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천체망원경을 통해 혜성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충돌로 생긴 파편들이 혜성의 꼬리를 형성, 변화하는 모습들을 살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늘의 서쪽,‘처녀 자리’ 근처에서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천문연측은 소백산 천문대(0.6m급 광학망원경) 등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임무를 마친 딥 임팩트호는 항해를 지속,2007년 1월 화성을 거쳐 2008년 1월말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NASA측은 복귀한 딥 임팩트호에 문제가 없을 경우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또다른 혜성을 향해 다시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삼순이 모르면 간첩?’ 안방 극장에 불어오는 삼순이의 솔직·엽기·유쾌한 바람이 거세다. 바람의 진원지는 MBC 수목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첫 2회 방영에서 전국 평균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주말 재방송에서도 10%를 넘는 기현상을 보이며 고공비행을 거듭했다. 본방에서도 시청률이 10%에 이르지 못하는 드라마도 숱하다. 요리를 소재로 한 여타 드라마나 지난 한달 사이에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최고로 우뚝 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수·목요일 저녁이 애타게 기다려진다.”는 시청자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사랑에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부잣집 남자와,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케이크 만드는 솜씨는 빼고- 노처녀라는 관계 설정은 어쩌면 익숙한 공식. 그럼에도 재밌다. 왜? ●삼순이가 끌고 삼식이가 밀고 코믹 연기 달인 김선아의 위력이 첫손에 꼽힌다.MBC ‘황금시대’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선아는 그동안 닦아온 초절정 코미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뚱뚱한 역을 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6㎏을 불렸다. 일상 생활에서의 거침없는 말투와 푼수 넘치는 행동에서 때로는 철저한 내숭으로 무장한 귀여움, 사랑에 상처받아 눈물과 마스카라로 범벅이 된 망가진 모습, 술 먹고 부리는 주정에다 섹시+코믹 댄스까지.‘김선아 표’ 코미디의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기자와 캐릭터가 제대로 만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혼자서 드라마를 끌고 갈 수는 없는 법. 지난해 ‘아일랜드’의 ‘착한 남자’ 강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털어버리고 있는 ‘삼식이’ 현빈이 상대역으로 한 몫 거들고 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펼치는, 조금은 못된 모습의 연기가 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튼실한 연출과 대본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터라 무척 망설여졌다. 하지만 김윤철 PD가 연출한다는 것을 알고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김선아)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쏟아내며 읽었다.”(현빈) 또 한편으로 이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부분은 탄탄한 연출력과 상큼 발랄한 대본이다. 98년 ‘베스트극장-그녀의 화분 No.1’에서 김선아와 인연을 맺었던 김 PD는 역시 ‘베스트극장-늪’을 통해 지난해 7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아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이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 연출. 자칫 김선아의 ‘원맨쇼’로 이어질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를 다잡아, 현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한다.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물론, 영화적인 화면 또한 돋보인다. 극본은 형부와 처제 사이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 ‘눈사람’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도우 작가가 맡았다. 삼순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여성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통쾌하게 긁어주거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대사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출과 대본의 하모니로 빚어진 ‘내 이름은 김삼순’은 벌써부터 시청자와 누리꾼 사이에 명장면·명대사 고르기를 유행시키며 ‘삼순이 신드롬’을 만들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삼순이는 욕심쟁이 ‘지랄’ ‘새끼’ ‘개자식’은 기본.“많이 쳐 드세요∼.” “말탱구리야!” 등 막말도 줄을 잇는다. 재미있다고 박수만 쏟아지는 게 아니다.‘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만큼, 주인공 삼순이가 내뱉는 욕설과 막말 때문에 논란도 뜨겁다.‘내 이름은‘에서 욕은 삼순이의 성격을 규정하고 사실감을 불어넣는 도구로도 볼 수 있다. 안방에까지 조폭 캐릭터가 밀려든 이후 드라마 속 욕설은 어느 정도 일반화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예전 같으면 ‘안방에서 웬 욕 잔치냐.’고 불벼락이 내려질 상황.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욕설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는 “공영 방송에서 내보내는 드라마에 적절하지 않다.” 등 따끔한 지적도 있다. 반면 “시원하다.” “화끈하다.”는 의견도 많다. 나아가 “불륜 등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내용의 드라마가 한둘이 아닌데, 욕이 나온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편을 드는 시청자도 다수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옮겼다.”면서 “주인공들의 관계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욕설 등은 차츰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 방송분에서 삼순이의 가감없는 말투가 빠진다면 재미는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게 잔재미를 주기 위해 욕지거리를 나열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것이냐다. 냉철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달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1주일만에 리콜당한 서민정책

    정부가 5개월에 걸친 장고 끝에 내놓은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구조조정 방안이 열린우리당의 반발에 부딪혀 1주일만에 대폭 수정, 전면 폐지라는 궤도 수정에 들어갔다. 자영업자와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내놓은 정부 대책이 공급 규제식 진입장벽 설정이어서 예비 창업자를 비롯,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정책 품질관리’를 행정 혁신의 기치로 내세운 참여정부에서 어떻게 여당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을 서민대책이라고 내놓았는지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대책 발표 때 진입 규제가 공급 과잉 해소와 경쟁력 강화대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자영업의 국가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재래시장을 3가지로 분류해 3분의1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시장 실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몇몇 협회의 의견만 묻고 급조한 탁상행정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줄을 세워 생사를 가름하겠다는 행정만능주의의 발상으로 비쳤던 것이다. 당정은 규제 대신 인센티브제로 전환하기로 했다지만 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일자리 등 새로운 고용형태 창출을 통해 힘이 부친 영세 자영업자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퇴로를 활짝 열어주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우리 경제가 내수와 투자 부진으로 인한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규제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정책의 이중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목표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먼저 시장이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공무원들이 다 할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 [씨줄날줄] 금강산 관광 100만명/김경홍 논설위원

    강원도 고성 최북단 비무장지대 GOP에서는 전방으로 북한군의 초소도 보이지만 그 뒤편으로는 금강산 옥류봉이 보인다. 동쪽 오른편 해안가로는 남북을 연결하는 7번국도가 이어져 있고, 그 끝쪽으로는 금강산 관광코스의 하나인 삼일포가 보인다. 망원경으로는 관광객들의 움직임도 손에 잡힐 듯하다. 왼쪽으로는 분단의 철책이 있지만 오른쪽으로는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부지런히 오간다. 한 눈에 펼쳐지는 모습이 대치와 교류가 엇갈리는 남북의 현주소다. 이제 교류를 확대하고 대치를 줄여나간다면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지난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지 6년6개월여만인 7일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현대아산측도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고 한다. 숱한 고비를 넘긴 금강산 관광이 6년여만에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우리의 재산이고 희망이다.8일 오후 금강산 온정각 앞마당에서는 6·15선언 5돌과 관광객 100만 돌파를 기념하는 남북공동 기념식과 ‘열린음악회’가 열린다. 한국의 가수들이 북측 예술단과 합동공연을 펼치고, 남북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부르는 모습도 전국에 방송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협력 사업의 성공모델로 평가받아도 될 것 같다.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남측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여론이 팽팽했다. 남남갈등의 와중에서는 대북 퍼주기란 비난도 나왔고, 정부의 관광사업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더욱이 사업의 사령탑이었던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자살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 시작된 육로관광 등으로 인해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퍼주기사업이 아니라 남북간 평화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2%, 음식숙박업은 16.3%나 성장했다. 금강산 특구운영이 상당부분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의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현대아산의 끈기와 인내가 있다. 숱한 어려움과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온 결과다. 보여주기나 생색내기식 사업이 아니라 제 살을 깎아먹으면서 버틴 결과다. 정부당국이 직접 나섰다면 정치논리에 밀려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남북당국간 협력사업에서도 ‘끈기와 인내’라는 금강산 모델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갈길은 먼데…” EU 자중지란

    |파리 함혜리특파원| 유럽합중국의 목표를 향해 항해하던 유럽연합(EU)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헌법 부결로 통합회의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국이 국민투표 무기연기를 선언, 본격적인 궤도이탈을 예고했다. 통합유럽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는 힘을 잃고 있으며,2007∼2013년 재정 분담금 협상도 회원국들간 이견으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강대국간 갈등고조 가능성 영국의 국민투표 무기연기 선언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지난 4일 정상회담에서 다른 국가들의 비준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나왔다. 그런 만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7일 “영국이 EU 헌법에 사망선고를 함으로써 유럽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의 주요 신문들은 영국이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프랑스·독일 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가함으로써 유럽을 분열시키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유럽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EU 지도자들에게 “유럽헌법이 폐기됐다고 선언하지 말고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EU 정상회담까지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재정분담금 협상도 난항 오는 16∼1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헌법 비준 문제 외에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2007∼2013년 재정분담안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이 역시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은 분담금을 현재보다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국민투표 부결 이후 더욱 강력하게 분담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의장국 룩셈부르크가 내놓은 재정분담안은 EU에 대한 총분담액을 국민총소득(GNI)의 1.06∼1.09%로 제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분담비율을 GNI의 1%로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이 지난 1984년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확보한 환불규정(리베이트)의 철폐안도 논란거리다. 프랑스 등은 영국의 경제가 다른 어느 유럽국가보다 호전된 만큼 이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은 “분담안의 환불규정 철폐 부분을 없애지 않으면 주저 않고 재정분담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철낭자 우이/이목희 논설위원

    우이(吳儀)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우 부총리는 지난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귀국해 버렸다. 일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속하겠다는 데 대한 경고였다. 그녀의 행동에 중국 네티즌들은 환호 일변도다. 일본 내에서도 ‘고이즈미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부른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 부총리의 카운터펀치에 고이즈미 총리가 된통 당한 형국이다. 독신인 우 부총리는 일화가 많다. 중국 여성 가운데 남편의 후광 없이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1990년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칼라 힐스 대표를 향해 “날강도”라는 독설을 퍼부으며 ‘철낭자(鐵娘子)’라는 별명을 얻었다. 베이징 부시장 시절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1년 이상 귀가하지 않는 등 독한 일면이 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친화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다. 우 부총리 파문을 놓고 중국은 느긋한 반면 일본은 초조하다. 명분은 물론 실리에서 일본이 밀리는 까닭이다. 역사왜곡에 찬동하는 세력은 일본 내 보수강경파뿐이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뺨을 맞은 일본 정부가 오히려 “빨리 수습하자.”며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근본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엄밀히 살피면 중국에도 문제는 있다. 질서있고 안정된 사회가 유지되려면 구성원간 ‘에티켓’이 지켜져야 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이를 ‘프로토콜’이라 부른다. 양인의 회담은 중국측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총리보다 서열상 낮은 위치다. 몇시간 전에 정치적 이유로 취소를 통보하는 것은 외교의례에 한참 어긋난다. 일단 만나서 공식항의하는 게 상식에 맞다. 이번에는 중국이 득을 봤지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 에티켓을 무시하는 사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서글픈 일이다. 국제관계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측이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 프로토콜을 깨면 한국도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한국을 향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미 몇차례 중국의 외교무례를 경험했다. 인접국을 무시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독불장군 외교’에 중국까지 ‘안하무인 외교’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Zoom in 서울] ‘고무바퀴 전철’ 다닌다

    [Zoom in 서울] ‘고무바퀴 전철’ 다닌다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정체지역인 관악구 난곡지역에 ‘노면전차’가 등장한다. 노면전차는 버스를 여러개 연결한 차량이 전력을 공급받아 자기궤도를 달리는 것으로 1968년 자취를 감춘 전차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서울시는 23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교통난이 예상되는 관악구 난곡지역(신림 3·4·7·8·12·13동)에 신교통수단인 GRT(Guided Rapid Transit)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8㎞구간에 6개 정거장 GRT는 버스와 같은 고무바퀴가 달린 차량이 지하철처럼 전기를 공급받아 일반차로와 분리된 전용차로(중앙차로)를 달리게 된다. 버스와 전철을 혼합한 개념이다. 중앙차로에는 자석이 깔린 ‘자기궤도’가 설치돼 있어 GRT에 달린 운행유도장치가 운행방향을 읽어낸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시, 프랑스 루앙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다. 무인으로 운전되지만 승무원을 1명 탑승시킬 방침이다. 서울시 정연찬 교통계획과장은 “난곡지역은 지하에 대형하수관이 있기 때문에 터널을 뚫기 어려운 데다 어차피 도로를 넓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기 때문에 노면전차 형태의 교통수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난곡지역의 경우 왕복 2∼4차로인 난곡길을 왕복 6차로로 넓혀서 중앙 2차로에 GRT전용차로를 만들 방침이다. 이번에 설치되는 GRT는 난향초등학교를 출발해 우림시장∼난곡주유소∼난곡우체국∼난곡사거리∼2호선 신대방역의 2.8㎞구간을 달린다. 정거장은 500m 간격으로 6곳이 설치되며 신대방역에서 곧바로 지하철 2호선을 갈아탈 수 있다. 버스 2량을 연결해 운행(수용인원 150명)하며, 하루 수송인원은 3만 8000명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3분, 평소에는 7분간격으로 시속 30㎞로 운행된다.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난곡지역은 2008년 재개발 사업이 끝나면 1만 6700명의 인구가 추가로 유입돼 교통난이 예상됐던 곳”이라면서 “GRT운행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난향초등학교에서 신대방역까지 20∼30분 걸리던 것이 7∼8분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전농~면목동도 도입 추진 서울시는 내년 5월까지 설계를 끝내고 6월에 착공해 2008년 7월에 개통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난곡길 확장을 위한 보상비 1600억원을 포함해 2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한편 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한 동대문구 전농동∼중랑구 면목동 지역의 4.6㎞ 구간에도 신교통수단을 도입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과 7호선 사가정역을 연결하는 세부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재계인사이드] 경영일선 물러나는 ‘포니 정’

    ‘포니정’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세영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지난 18일 보유지분 542만 5000주(7.2%)를 외아들인 정몽규 회장을 비롯, 큰 사위와 막내딸에게 넘기면서 기업 상속을 마쳤다. 이로써 현대산업개발은 명실상부한 정몽규 회장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배를 갈아탈 때부터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경영 바통은 정 회장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대 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덩치가 큰 프로젝트나 신규 진출 사업은 정 명예회장이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주식 처분을 계기로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재계에서 발을 뺀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주식 처분은 현산 경영권 확보도 고려한 것 같다. 큰 딸 숙영씨의 몫을 사위인 노경수씨에게 물려줬다. 노씨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이다. 재계에 발을 담그지 않고 있어 사실상 딸에게 물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작은 딸에게는 유경씨 이름으로 물려줬다. 작은 사위 김종엽씨는 김석성 전 전방 회장의 아들이며 현재 전방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재계 인물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주식 처분을 놓고 재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정 명예회장이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보유 주식을 서둘러 넘긴 것 아니냐는 시각과, 정 명예회장은 이미 1999년 정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보는 견해다. 하지만 재계는 건강상 이유라기 보다는 6년 사이 현대산업개발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정 회장에게 경영을 모두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해 적절한 시기에 경영권을 물려줬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산측은 주식 처분을 정 명예회장의 건강과 연결시키려는 재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현산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2000년 폐암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치료했으며, 현재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거의 매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으로 출근, 사장단과 돌아가며 점심 식사를 하고 재계 지인들을 만날 때도 사옥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우주전쟁’

    미국은 자국 인공위성 등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를 현재 개발중인 무기들의 발사대로 사용하는 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스타워즈’를 연상케 하는 제2의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구상이 사실상 우주에 방어·공격용 무기를 배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미국이 이를 강행할 경우 실력행사로 대응할 것이라고 즉각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중국 역시 미국의 우주 선점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미 “‘우주 진주만사태’ 막자”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공군이 이른바 ‘우주 진주만사태’를 피하기 위해 우주에서 각종 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안을 마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주 안에 재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새 대통령령은 2001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 지명자가 주도한 위원회에서 “군은 대통령이 우주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 따라 성안됐다. 신문은 군 우주선에 정밀 유도무기를 탑재, 지구 반바퀴를 45분 만에 돌아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글로벌 스트라이크’계획, 텅스텐과 우라늄 등으로 만들어진 실린더를 우주에서 시속 1만 1500㎞로 떨어뜨려 소형 핵무기와 같은 파괴력을 갖춘 ‘신의 회초리’구상, 궤도선회 거울이나 고공 비행선에서 치명적인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는 방안 등이 미 공군에서 검토하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소개했다. 미 공군은 이미 지난 4월 정찰 및 통신위성을 교란할 수 있는 XSS-11 마이크로 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백악관 “아직 검토 중인 사안” 보도가 나가자 즉각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정부가 마련한 내용을 보완하는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인공위성 등 우주 장비의 주권과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채 “여러 나라들이 우리의 우주 장비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해 왔다.”며 “부시 대통령 역시 우주 자산이 보호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무기 배치를 의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싱크탱크인 국방정보센터(CDI)의 테레사 히친스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주의 전사가 되길 꺼려하던 입장을 바꾸고 있으며 이것이 새 우주정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중국 “절대 반대”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워싱턴 주재 러시아 참사관은 1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러시아는 우선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실력행사가 당장의 의제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대응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럴 킴벌 군비축소협회(ACA) 사무총장은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논리는 결국 역효과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9일 “우주에 군사무기를 배치하는 데 반대하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030년 한국의 미래상] 로봇과 말동무…바캉스는 우주호텔에서

    [2030년 한국의 미래상] 로봇과 말동무…바캉스는 우주호텔에서

    오는 2011년 우리나라는 40억t의 물이 부족하고,2026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4600만명 가운데 노령인구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에너지 수요는 향후 30년간 매년 2.3%씩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 2100년쯤엔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2도 상승해 극심한 환경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총 8개 분야로 구성된 ‘과학기술 예측조사’를 17일 제시한 것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총망라하고 있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2030년 한국의 모습을 가상해 본다. ●우주·지구 2018년 곤충이나 새처럼 나는 소형비행체가 개발되고,100m급 혜성과 소행성 등 지구접근 천체를 탐사하는 기술이 실용화된다.2019년엔 디지털화된 전지구의 기상자료를 분석,‘빗나가지 않는’ 기상예보가 이뤄진다. 또 2022년에는 소음이 거의 없고 활주로가 필요없는 ‘회전익기’가 상용화돼 도심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된다. 이어 2024년에는 지구궤도 또는 달에 우주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지구로 에너지를 보내는 기술이 실용화된다. 특히 2025년에는 우리 기술로 자체 제작한 우주선을 타고 우주관광에 나설 수 있고 달이나 우주에 건설될 우주호텔이나 우주도시로의 우주관광상품도 등장한다.2027년엔 자원개발, 우주탐사 등의 기능을 수행할 국제공동 달(月)기지 및 우주공장이 개발된다. ●식량·생물자원 오는 2009년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동결 및 해동기술이 실용화되고 식품의 안전성 유지를 위한 저비용 저장·유통·관리기술도 보급된다. 2012년에는 농수산물 검역, 변별을 위해 손바닥 크기의 DNA칩이 개발된다.2013년에는 생물자원의 장·단기 보존기술이 실용화된 데 이어 2014년엔 해로운 해양 외래종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탐색하고 막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2016년에는 인체에 무해한 질병퇴치 천연물질과 미생물을 활용한 농약 등도 보급된다. 게다가 2017년에는 사람의 대체장기를 생산하기 위한 동물을 맞춤생산할 수 있는 대량사육기술이 실용화된다. 또 2022년에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동물도 개발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보·지구 먼저 2009년 가상현실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임이 보급된다. 2011년에는 투명한 유리 형태의 디스플레이가,2012년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동 신원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이,2013년엔 환경오염 요인을 분석해 생태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각각 등장하게 된다.2014년에는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로봇,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목표 지점까지 운전이 가능한 자동운전시스템 등도 갖춰진다. 이어 대화 상대방의 언어를 통역하면서 표정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통역 및 이미지 투사기술이 2015년 개발된다. 오감을 표현·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2016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로봇은 2018년 상용화된다.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2019년에 보급된다. ●생명·건강 원스톱 의료 서비스가 2012년 실현된다. 2013년에는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집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재택의료시스템도 보급된다. 이듬해에는 난치병, 성인병 환자의 국가적인 통합관리시스템이 갖춰진다. 범세계적으로 발생한 급성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시스템은 2015년쯤 가능해진다. 이어 2016년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발생원인이 규명돼, 이들 질병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며 생명정보학을 이용한 질병예측시스템도 2017년 실용화된다. 생체시계를 이용한 노화방지 메커니즘은 2020년 규명될 전망이다. ●소재·생산 2011년 발광층이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대형 접이식(flexible) 디스플레이가 기존 반도체를 대체하게 된다. 충전시간이 3분 이내인 휴대용 배터리는 2012년에, 이른바 ‘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2013년에, 완전 컬러가 가능한 ‘전자종이’(e-paper)는 2014년에 각각 상용화된다. 이어 2018년엔 생산설비를 포함,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설비들이 자체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능동적,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인공 인지기능이 실용화된다. 2020년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혈관 청소용 로봇(나노로봇)’이 등장, 사람의 몸속 혈관에서 혈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치료한다. 또 상온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가 철로 위를 달린다.2021년엔 인간에 가까운 지능과 행동능력을 가진 로봇이 실용화된다. ●에너지·환경 2011년 대체에너지원과 기존 전력선 연계기술이 개발된다.2013년에는 연료전지 자동차가,2014년에는 대체에너지 하이브리드형 발전 시스템이 실생활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또 2018년에는 독도 주변에 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개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된다. 2020년에는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 가스냉각 원자로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2년 뒤인 2022년에는 생물체에서 직접 에너지를 변환시킬 수 있는 생체 광합성 기술도 규명된다.2026년엔 수소동위원소 플라스마의 핵융합 반응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관리·사회인프라 2010년 도로안내, 교통혼잡안내, 기타 도로교통관련 정보를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실시간 입체형으로 전달하는 홀로그램 네비게이터가 실용화된다. 2012년에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독거 노인을 위한 사이버 의사, 쌍방향 간호 등의 기능을 갖춘 ‘실버케어 타운’이 등장한다. 같은 해에 자재나 인력에 센서를 부착, 공정·자재 관리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건설현장 작업관리 기술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2013년 건물 에너지를 50% 절감할 수 있는 건물 외장재 개 발 등 초저에너지 건축 설계기술이 개발되고 대규모 지하 저온 저장시설(농축수산물,LNG 등)의 설계 및 시공기술이 실용화된다. 2014년에는 차량주행소음을 흡수해 도로 주행차량이 유발하는 소음공해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흡음 포장재료가 보급될 예정이다. 2019년에는 한반도,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잇는 해저터널망 구축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안전 오는 2009년 전자투표, 전자화폐, 전자결제 등을 위한 전자상거래용 보안기술이 보급된다.2010년에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과적차량 탐지 및 통보 시스템이 개발돼, 이들 차량에 대한 단속이 사라질 전망이다. 2012년에는 지하 복합변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전력기반시설내 방재시스템이 구축되고 대형복합용도 건축물 재난 발생시 비상대응계획 구축 시스템도 개발된다. 이듬해에는 시설물의 안전성을 장기 연속 모니터링하기 위한 소형 매설이 가능한 첨단 센서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위성에 의한 특정지역 홍수, 가뭄 등 수·재해 집중감시체계가 실용화되고 수소자동차 설비 안전 기술이 개발된다.2017년 꿀벌·나비 등 곤충을 이용한 폭발물 추적기술이 선보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北, 남북간 핵논의 피하지 말라

    어제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 첫날 회의에서 우리측은 북핵을 둘러싼 유감과 우려를 북한측에 전달하고,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6자회담에 돌아오면 ‘중요한 제안’이 있을 것이란 귀띔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측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만을 핵대화 상대로 여겨선 안 된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쪽은 역시 남한이다. 그리고 남측은 미국내 강경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간 핵논의를 하는 게 어느모로 보나 자연스럽다. 북한이 핵논의는 기피하면서 국가보안법 철폐 및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실망스럽다. 지금 한반도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주된 요인은 북핵 문제다. 북핵을 접어두고 일반군사훈련이나 충무계획, 작계5029를 집중 거론하는 것은 핵심을 비켜가려는 의도로 비친다. 이번 차관급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당장 결론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북핵 논의가 조만간 정상궤도로 돌아오리라는 분위기는 만들어 줘야 한다. 남북이 진지하게 핵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국내 대화론자들이 힘을 얻고,‘중요한 제안’의 수준이 높아진다. 정부는 북한에 20만t의 비료를 지원하고 추가 여부는 새달 장관급회담을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비료·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북핵과 연계하지 않은 일은 옳은 판단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는 일이 생긴다면 한반도 불안정은 한층 심화된다. 인도적 지원에서 통큰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을 감동시키는 전략이 낫다고 본다. 회담은 오늘까지 예정되어 있다. 줄 것은 과감하게 주되, 핵해결 물꼬를 터야 한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일정을 연장해서라도 북측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진지한 핵논의와 함께 장관급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조건없이 응해야 한다.“비핵화를 안 지키면 민족공조는 없다.”는 우리측 얘기를 가볍게 듣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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