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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 연속 금빛 스매싱…韓 남매는 왼손잡이야

    2주 연속 금빛 스매싱…韓 남매는 왼손잡이야

    스페인 대회 이어 독일오픈서도 정상 내일부터 전영오픈서 3연속 우승 도전 서 빠른 공격·채 노련한 수비 ‘환상 케미’채유정(24·삼성전기)-서승재(22·원광대)가 위기의 한국 배드민턴을 구할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세계랭킹 10위의 채유정-서승재는 3일(현지시간) 독일 뮐하임에서 열린 2019 요넥스 독일 오픈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1위의 하피즈 파이잘-글로리아 에마누엘 위드자자(인도네시아)를 2-0(21-17 21-11)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주 막을 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채유정-서승재는 두 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번주 새로 발표되는 세계랭킹에는 독일 오픈 우승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 10위인 랭킹이 6~7위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 배드민턴이 암흑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금빛 낭보’이기 때문에 채유정-서승재의 활약이 더욱 반갑다. 1990년~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배드민턴 강국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중국, 인도네시아에 밀렸다. 더군다나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일본보다 주요 국제대회 성적이 안 좋을 때가 많다.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에서 이효정-이용대가 정상에 오른 이후 한국은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40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반면 박주봉 감독이 이끈 일본은 자카르타 대회에서 6개(금1·은1·동4)의 메달을 수집해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5월 팀을 꾸린 채유정-서승재는 함께 출전한 첫 대회인 2018 뉴질랜드 오픈에서 2위에 올랐으며, 두 번째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서 주최하는 네 개의 대회에 나가 두 곳에서 정상에 오르며 흐름이 좋다. 벌써부터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일을 낼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독일 오픈은 슈퍼 300급의 대회이지만 슈퍼 1000 대회인 전영오픈(6~10일)이 열리기 바로 직전에 개최되기 때문에 기량 점검을 위해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1899년 시작된 전영오픈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권위있는 대회다. 채유정-서승재도 전영오픈에 출전해 3주 연속 우승을 노린다. 김상수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는 “서승재는 큰 키(182㎝)를 이용한 공격이 장점이다. 셔틀콕 속도가 빠르다. 채유정은 수비가 좋은 데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생인 승재를 잘 이끌고 있다. 서로 성격도 잘 맞는 것 같다”며 “둘다 왼손잡이인 특이한 조합이어서 상대들이 아직 분석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유정이의 단점인 공격과 승재의 단점인 수비를 보완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인사]

    ■기획재정부 ◇국장급 인사△국유재산심의관 김경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전보△소통정책과장 이영호△뉴미디어소통과장 정인규△체육정책과장 강수상△해외문화홍보원 기획운영과장 김승규△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 이병호△국립제주박물관장 김유식 ■국토교통부 ◇국장급 전보△건축정책관 김상문△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박승기◇과장급 전보△미래전략일자리담당관 김태형△정보보호담당관 유신근△주택정책과장 이명섭△국토정보정책과장 한동민△건설산업과장 박정수△해외건설지원과장 이상헌△교통안전복지과장 윤영중△간선도로과장 이정기△도로투자지원과장 박병석△도로운영과장 오수영△민자철도팀장 나진항△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 손경복△국토지리정보원 운영지원과장 조세기 ■법제처◇ 과장급 전보 △ 법제정책국 법제정책총괄과장 최성희 △ 경제법제국 법제관 채향석 △ 법제지원국 법제교육과장 서보경 ■국가인권위원회◇고위공무원 승진△정책교육국장 조영호(일반직 고위공무원 나급) ■한국표준과학연구원△바이오분석표준센터장 이지연△융합물성측정센터장 김창수△측정표준서비스센터장 박주근 ■서강대△대외부총장 김경환△입학처장 원재환△학생문화처장 전종호 ■대구사이버대학교△ 기획조정실장 김영걸 △ 교무처장 겸 휴먼케어대학원장 겸 미래교육연구소장 송인욱 △ 학생처장 겸 장애학생지원센터장 겸 자원봉사센터장 이옥분 △ 이러닝지원처장 겸 원격교육연수원장 겸 평생교육원장 이창희 △ 전자도서관장 겸 전자정보통신공학과장 김춘희 △ 특수교육학과장 우정한 △ 미술치료학과장 윤효운 △ 행동치료학과장 조정연 △ 사회복지학과장 채현탁 △ 재활상담학과장 박경순 △ 복지행정학과장 백윤철 △ 행정학과장 정성범 △ 한국어다문화학과장 윤은경 △ 휴먼케어대학원 미술상담학과장 이흥표
  • “피는 펜보다 강하다” 소방관들 릴레이 시위

    “피는 펜보다 강하다” 소방관들 릴레이 시위

    ‘취객 폭행에 사망’ 위험직무순직 불승인 200여명 세종청사앞서 1인 시위 참여구급 활동 중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진 강연희 소방경에게 정부가 위험직무순직 불승인 처분을 내리자 동료 소방관들이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강 소방경이 근무했던 전북 익산소방서를 중심으로 전국 소방공무원 200여명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휴가자나 비번자가 번갈아 가며 시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소방공무원들은 “피는 펜보다 강하다”는 뜻이 담긴 ‘#피더펜’ 해시태그 운동도 병행한다. ‘피’는 현장근로자의 애환과 땀을, ‘펜’은 정부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상징한다고 소방공무원들은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주취자의 폭행과 폭언으로 인해 숨진 익산서 구급대원 강 소방경의 사망을 위험직무순직으로 볼 수 없다’고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이에 유족들은 인사처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유서에서 “불승인 통보 공문에는 어떤 이유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가) 부결됐는지 명시가 돼 있지 않다”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알고 싶어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강 소방경은 지난해 4월 2일 익산역 앞 도로에 쓰러져 있던 한 취객을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다가 봉변을 당했다. 취객은 강 소방경의 머리를 주먹으로 대여섯 차례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강 소방경은 이 사건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 딸꾹질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강 소방경이 주취자 이송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이후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다가 뇌동맥류 파열로 숨진 정황이 확인된다”면서도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위험직무순직에는 충족하지 않는다”고 불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문서 사용 한자·일본어 표현 80개 우리말로 바꾸거나 퇴출

    공문서 사용 한자·일본어 표현 80개 우리말로 바꾸거나 퇴출

    신립인(申立人·신청인), 녹비(綠肥·풋거름), 기(企)하다(일으키다), 승(乘)하다(곱하다). 대한민국에서 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쉬운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공직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 표현이 정비된다. 행정안전부는 공문서에 사용되는 어려운 한자어 80개를 선정해 우리말 등으로 바꿔 쓰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나 법제처가 외래어와 일본식 용어를 순화하려는 노력을 해 왔지만 공문서에는 여전히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행안부가 직접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순화하는 용어는 지난해 9∼10월 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한 179개 단어 가운데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 80개를 추린 것이다. 예를 들어 공여(供與)는 ‘제공’으로, 내역(內譯)은 ‘내용’으로, 불입(拂入)은 ‘납입’으로 바꿔 쓴다. 공작물(工作物·구조물)과 일부인(日附印·날짜 도장) 등은 공문서에서 퇴출시킨다. 앞으로 등재(登載)는 ‘적다’로, 부착(附着)은 ‘붙이다’로, 소명(疏明)은 ‘밝히다’로, 감(減)하다는 ‘줄이다’로 쓴다. ‘병원에서 가료 중이다’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로, ‘긴급복구비용을 개산불로 지불했다’는 ‘긴급복구비용을 미리 계산해 지급했다’로 바꾼다. 행안부는 정비된 용어를 중앙·지방 공무원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온나라 문서관리시스템’에 실어 자동 검색·변환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각종 계획서나 일반보고서, 보도자료 등을 작성할 때도 ‘공문서 용어사전 점검’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재영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공문서 용어 가운데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를 1차로 정비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외래어, 전문용어, 실생활에서 사용도가 낮은 행정용어,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은 권위적·차별적 표현 등도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남성 춤 무형문화재 전수 女 배제는 차별

    전통적으로 남성이 추는 춤이라 해도 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 선정 과정에서 여성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은 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성별이 아닌 기능·예능 수준을 기준으로 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을 선정하라고 부산시에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2012년부터 남성 춤인 동래한량(閑良)춤 교육을 받은 A씨는 전수 장학생 선정 과정에서 여성이 제외되자 지난해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인권위 심리 과정에서 “문화재보호법상 원형과 무형문화재법상 전형(典型)으로서 남성 춤의 특성을 유지·전승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동래한량춤은 남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16년 3월 관련법 시행 이후 무형문화재 보전·진흥 기본원칙은 ‘원형’에서 ‘전형’ 유지로 바뀌었다”며 다수의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원형은 불변성을 의미하는 반면 전형은 가변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 춤으로서 동래한량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형문화재법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한국인 남편 둔 영국男 “역겨운 게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부부입니다”

    한국인 남편 둔 영국男 “역겨운 게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부부입니다”

    영국서 혼인신고… 한국 오니 남남동성혼 인정 받으려 할수록 혐오만대법원 직원·변호사 “그냥 떠나라”“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 낮아”“왜 성소수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국에서 살 수 없나요?” 한국인 남편을 둔 영국 남자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5)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왜 동성혼이 합법인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윌리엄스는 수년째 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받아 결혼이민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다. 그는 2011년 한국에 온 뒤 2014년 남편을 만났고 1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 2015년 영국에선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부부가 살고 싶은 곳은 영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최근 남편이 가족 곁을 떠날 수 없는 개인적 사정이 생기면서 한국 정착은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그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회화지도가 가능한 E-2 비자를 가지고 있다. 결혼이민비자와 달리 가르치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없고 때마다 갱신해야 한다. 윌리엄스는 “구청은 물론 국민청원, 국가인권위원회, 대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결혼을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혐오와 맞닥뜨렸다. 3년 전 대법원의 한 직원은 “여긴 한국이다. 우린 게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환영하지도 않는다”며 “한국을 떠나는 게 좋겠다”고 면박을 줬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난 변호사는 “동성애자라면 한국을 떠나는 게 좋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떠났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만 해도 “게이인가보다. 역겹다”는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청원에도 법무부는 ‘동성혼 불가’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제 그의 남편은 사실상 동성혼 인정을 포기한 상태다. 오히려 신상이 알려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윌리엄스가 본 한국은 ‘현대화되어 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라’였다. 심지어 그가 지하철에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할 때에도 보호받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자가 남자를 만진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살을 택하는 성소수자 친구들을 종종 보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 단순히 우리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자신들을 숨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동성커플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성소수자를 싫어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공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거절 끝에 최근 작은 희망이 보이는 응답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인권위는 그의 동성혼 관련 진정을 각하하면서 “정책적으로 논의해볼 사항”이란 단서를 달았다. 윌리엄스는 “응답했다는 자체로 기뻤다”며 “앞으로도 거절을 당하겠지만 한국 성소수자(LGBT) 커뮤니티의 어떤 구성원도 차별받지 않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관가 블로그] 공공기관 성희롱 피해 증가는 예방교육 효과?

    [관가 블로그] 공공기관 성희롱 피해 증가는 예방교육 효과?

    교육 후 56% “성희롱 피해임을 알아” 공공기관서 잦은 이유로 설명 안 돼 ‘축소·은폐’ 응답도 민간보다 높아 3년 전에도 같은 설명… 또 헛발질 ‘아이돌 외모·女임원 할당제’도 빈축 성과 홍보보다 조직문화 바로잡길“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가 증가한 것은 예방교육 효과 때문이다.” 지난 3일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공공기관에서의 성희롱 피해가 민간사업체보다 2.5배나 높게 나타난 배경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성희롱 예방교육의 효과로 자신이 당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도 몰랐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 또한 많아졌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가부의 설명도 타당한 측면이 있긴 있습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률은 96.6%로 민간사업체(90.0%)보다 높았고 교육 후 56.3%가 ‘나의 경험이 성희롱 피해임을 알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공공기관에서 성희롱이 잦은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진 못합니다. 조사에서 ‘성희롱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는 응답이 공공기관 11.3%, 민간사업체 7.0%로 나왔습니다. ‘상급자가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응답(공공기관 8.4%, 민간사업체 2.6%)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런 환경에서 어느 누가 성희롱에 따른 불이익을 두려워했을까요. 성희롱을 해도 제대로 처벌받는 일이 드물다 보니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음담패설 등을 거리낌 없이 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전엔 침묵했던 피해자들이 최근 ‘미투(#Me Too) 운동’ 이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파악된 피해 건수가 증가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 때도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율은 7.4%로 민간사업체(6.1%)보다 높았습니다. 당시에도 여가부는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이 더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같은 말을 했습니다. 3년 새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율이 9.2% 포인트나 뛴 것은 실태조사를 하고도 당시 여가부가 본질과 어긋난 아전인수 격 분석을 내놓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번에도 여가부가 원인을 명확하게 짚지 못하고 ‘헛발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예방교육 성과 홍보에 연연할 게 아니라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를 바로잡을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여가부의 헛발질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며 아이돌그룹의 외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지난달 18일에는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대기업 여성 임원들 앞에서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다 ‘준비 안 된 여성임원 확대는 회사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반대 목소리에 머쓱해한 적도 있습니다. 성희롱을 당해도 81.6%가 ‘참고 넘어갔다’는 실태조사 결과는 현행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 줍니다. 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정책소비자의 주무부처에 대한 신뢰를 보여 주는 ‘바로미터’입니다. 이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현장밀착형 정책을 보여 줄 때입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국인 남편 둔 영국남자 “역겨운 게이 아닌 사랑하는 부부”

    한국인 남편 둔 영국남자 “역겨운 게이 아닌 사랑하는 부부”

    윌리엄이 말하는 ‘한국의 성소수자’ 동성혼인정 받으려 할수록 혐오만대법원 직원도, 변호사도 “그냥 떠나라”“성소수자 싫어할 순 있지만 우린 공존해야” “왜 성소수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국에서 살 수 없나요?” 한국인 남편을 둔 영국 남자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5)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왜 동성혼이 합법인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윌리엄스는 수년째 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 받아 결혼이민비자를 받고 남편의 고향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다. 2015년 영국에선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부부가 살고 싶은 곳은 영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최근 남편이 가족 곁을 떠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서 한국에서의 정착은 더욱 절실해졌다. 윌리엄스는 2011년 한국에 처음 온 뒤 2014년 남편을 만나 1년 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 광화문에서 서로에게 프로포즈를 했다”면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그 곳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영국과 달리, 법적으로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회화지도가 가능한 E-2 비자를 가지고 있다. 결혼이민비자와 달리 가르치는 일 외에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없고 때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 윌리엄스는 “각 구청은 물론 국민청원, 국가인권위원회, 대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결혼을 인정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맞닥뜨려야 했다. 대법원의 한 직원은 “여긴 한국이다. 우린 게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환영하지도 않는다”며 “남편과 이혼하고 한국을 떠나는 게 좋겠다”고 면박을 줬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난 변호사는 “동성애자라면 한국을 떠나는 게 좋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만 해도 주변에선 “역겹다”거나 “게이인가봐”라는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관계기관 역시 ‘동성혼 불가’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국제결혼한 동성부부도 결혼이민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보냈지만, 출입국정책 관할부처인 법무부는 ‘불가’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 과정들을 거치며 그의 남편은 사실상 동성혼 인정을 포기한 상태다. 오히려 직장 동료 등에게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외국인인 나와 다르게 한국인으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를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본 한국은 ‘현대화 되어 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나라’였다. 심지어 그는 지하철에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할 때에도 보호받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남자가 남자를 만진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윌리엄스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정 받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하는 성소수자 친구들을 종종 보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 단순히 우리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에서 자신들을 숨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동성커플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성소수자를 싫어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공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는 최근 수많은 거절 끝에 인권위의 응답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윌리엄스의 동성혼 관련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는 “정책적으로 논의해볼 사항”이란 단서를 달았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작은 희망이 보이는 대답이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응답했다는 자체로 기뻤다”며 “앞으로도 수많은 거절을 당하겠지만 한국 LGBT 커뮤니티의 어떤 구성원도 차별받지 않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시진핑 경제둔화 책임 의식해 관리들에 비판과 충성 강요

    시진핑 경제둔화 책임 의식해 관리들에 비판과 충성 강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 고위 간부 등 관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절대적 충성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지난 1월 말 중국 전역에서 고위 관리들을 중앙당교 세미나에 불러모아 경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타박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고위 관리들이 정신적으로 태만하고 무능력하다고 비판한 뒤 경제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종국에는 공산당 위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단결과 조화로운 행동’을 요구하는 공산당 지령을 무더기로 하달했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시 주석을 제외한 공산당 지도부 전원에게 시 주석의 견해에 대한 평가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런 평가서 제출이 시 주석을 궁극적 권위를 지닌 핵심 인물로 묘사하기 위해 고안된 의례라고 해석했다. 공직자들에 대한 시 주석의 비판과 압박은 중국 경제의 난항, 그에 대한 내부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시 주석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은 그의 정책 때문에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미국과의 갈등이 불필요하게 악화됐으며, 많은 외국 정부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시 주석이 통제를 계속 강화하고 이견을 지닌 관리들을 징벌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정책이 헝클어지고 관가에 혼란이 싹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중앙당교의 기관지인 학습시보의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은 시 주석이 경제부진, 관리들의 저항과 싸우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덩위원은 “시 주석의 관점에서 보면 시 주석은 자기 정책이 옳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홍콩 컨설팅업체 오리엔털캐피털리서치 앤드루 콜리어 이사는 “중국이 경제 난제를 통제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 주석이 경제보다 정치에 더 집중하는 이유가 그런 면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부진은 일부 시 주석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기업·지방정부 부채의 증가를 막기 위해 지난 2년동안 금융 부문 리스크를 억제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대출을 옥죈 여파는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시점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기를 떠받치려고 유동성 공급을 다시 늘리고 더 많은 기간시설 건립을 승인하며 은행들에 민간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는 “부채감축, 리스크 완화와 고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병행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모순이 중대 문제이고 불신을 부추길 중요한 요소인 게 확실하다”고 WSJ에 밝혔다. 경제 부진과 책임론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시 주석의 권위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전인대의 분위기는 시 주석의 권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월적이던 기세가 최근 1년 동안 얼마나 쇠퇴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인대는 성, 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 인민해방군에서 선출된 대표 등 3000여명이 운집하는 형식상 최고권력기구로서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도 여러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전인대가 1년에 한 차례씩 공산당의 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이지만 전국에서 찾아온 유력자들로 구성된 대표들이 막후에서 정책을 두고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10분 늦게 출발한 여자 선두가 남자 후미 추월할 뻔해 재출발했는데

    10분 늦게 출발한 여자 선두가 남자 후미 추월할 뻔해 재출발했는데

    권위있는 국제 도로사이클대회에서 10분 뒤에 출발한 여자부 선두가 남자 선수들의 후미에 따라붙자 여자부 레이스를 일단 중단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벨기에에서 열리는 옴루프 헷 뉴스블라트 레이스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월드투어 가운데 ‘자갈 클래식’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다. 겐트에서 니노베까지 123㎞를 달리는데 다섯 군데나 자갈 코스가 펼쳐진다. 그런데 스위스 국내 챔피언을 지낸 니콜 한셀만(비글라 프로)이 출발 지점으로부터 35㎞ 떨어진 곳에서 남자부 레이스 지원 차량 뒤에 바짝 붙었다. 2위 그룹과는 7㎞, 2분 정도 앞선 상태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남녀부 레이스 간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자부 레이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셀만은 중단되기 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인정 받아 2분 앞서 재출발했다. 불행히도 한셀만은 금세 따라 잡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는 74위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찬탈 블락(네덜란드)이 맨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3년 전 리지 아미스테드(영국)가 우승했는데 영국 선수로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는 한나 반스로 블락보다 69초 뒤져 28위에 머물렀다. 한셀만은 경기 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다른 여성들이나 난 너무 빨랐고, 남자들은 너무 느렸다”고 농을 했다. ‘사이클링 뉴스’ 인터뷰를 통해선 “우리가 너무 남자들에게 근접해 (조직위원회가 개입해) 시간 갭을 둬야 했다. 난 매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었는데 흐름이 끊겼다. 다른 선수들은 날 따라잡을 동기를 새로 얻었고”라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은 뒤 “남자부 레이스를 따라 다니는 앰뷸런스들을 볼 수 있었다. 5분에서 7분만 중단해도 흐름이 끊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남자부 우승은 즈데넥 스티바(체코)가 차지했고, 2014년과 이듬해 우승했던 이언 스태너드가 영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26위에 올랐는데 스티바와의 격차는 2분 가까이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볼턴 “김정은에 핵포기-경제 발전 ‘빅딜 문서’ 건넸다”

    볼턴 “김정은에 핵포기-경제 발전 ‘빅딜 문서’ 건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사항을 담은 ‘빅딜’ 문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 CBS, 폭스뉴스, CNN 방송에 잇따라 출연,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협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며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며 “그 문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그에 대한 대가로 당신(김정은)은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얻는 것이라고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서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말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문서 속에서 제시한 대로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건넨 정의 하에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수용하고 거대한 경제적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가진 ‘빅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우리에겐 받아들여질 수 없는 그보다 못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지였다”라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양보로,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라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처음부터,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부터 거기 있었다”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면 (북한) 경제의 발전 전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이른바 ‘노딜’로 끝난 것에 대해선 미국의 국익이 보호된 회담이라며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전 준비 미흡에 따른 실패라는 지적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한 채 나가지 않았다”며 “만약 노딜보다 ‘배드 딜’(나쁜 거래)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실패가 아니다). 나는 성공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국익이 보호될 때 그것(노딜)은 전혀 실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대가로 북한에 ‘미래’를 제시한 것을 과거 정부의 핵 협상과 다른 점으로 꼽았으며, “대통령은 북한이 그들을 위해 전체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보게 하려 했다. 대통령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지난 회담에서 합의를 성사하려면 많은 (기차)역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하노이 회담은 그런 역의 하나였다. 그래서 대통령은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 비핵화를 원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라며 “김정은은 북한의 권위있는 통치자이고 그가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협상 복귀 가능성에 “그들이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뒤를 돌이켜 확실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재평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의 창이 닫힐지’를 묻는 진행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싱가포르 1차정상회담에 이어 “하노이에서도 문을 열어뒀다. 북한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며 “그것은 정말로 그들에게 달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안’을 북한이 언제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만기는 없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만기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실무)단계의 협상을 지속할 준비 또는 김정은과 다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렇다. 정확히 맞다”며 “그들은 그것을 해오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핵연료 생산을 지속하더라도 ‘최대의 압박’ 작전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지렛대가 약화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애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할 때 제재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이상’의 어떠한 조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알았는지에 대해선 “우리는 김정은의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북한에서 테이블 위에 뭘 내놓을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북미정상회담 덕분에 김 위원장의 이미지가 정상국가 지도자로 개선됐다는 지적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라고 동의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1년 내 북한 비핵화’ 발언에 대해선 “일단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경우, 몇 가지 예외를 포함해서 해체를 수행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와 관련해서 1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해체에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은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대표적인 대북 매파였던 그가 과거보다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에는 “지금 내 일은 대통령은 돕고 조언하는 것이며 결정은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 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을 모두 해임했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직장 내 성희롱,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2.5배 많았다

    직장 내 성희롱,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2.5배 많았다

    공공 16.6%·민간 6.5% “성희롱 겪었다”“권위적 조직 문화·철밥통 의식 등 영향” 예방교육, 성희롱 줄이는 데 역할 못 해 피해자 82% “참고 넘겨”·28% “2차 피해”민간 사업체보다 공공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3명은 2차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3일 내놓은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가 지난 3년(2015~2018년)간 ‘한 번 이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특히 공공기관 재직자 가운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람은 16.6%로 민간사업체(6.5%)보다 2.5배 많았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직사회의 조직 문화, 솜방망이 처벌, 성희롱을 해도 직장에서 잘리진 않을 것이란 ‘철밥통’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희롱 피해가 줄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 400곳(2440명), 민간사업체 1200곳(84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공공기관에서 이뤄진 성희롱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12.6%)가 가장 많았다. 민간 사업체(3.8%)의 3배 수준이다.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성적 농담을 한 사례도 공공기관이 7.0%로 민간(2.7%)보다 많았고,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한 일 역시 공공기관(4.8%)이 민간사업체(2.3%)보다 잦았다. 성희롱 예방교육도 성희롱을 줄이는 데 뚜렷한 역할을 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률은 96.6%로, 민간사업체(90.0%)보다 높은데도 성희롱 피해가 더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교육 후 56.3%가 ‘나의 경험이 성희롱 피해임을 알게 됐다’고 답한 점을 볼 때,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예방교육률이 높아 자신의 피해 경험이 성희롱이었음을 인지한 사람이 늘었고 이 때문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성희롱 피해자가 주변의 반응 때문에 또다시 2차 피해를 본 비율은 27.8%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성희롱 피해자의 11.3%, 민간사업체는 7.0%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고 답했다. 기관장 또는 사업주가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응답은 공공기관 8.4%, 민간사업체 2.6%였다. 가해자를 경징계하고 사건을 종료했다는 응답 또한 공공기관(6.1%)이 민간사업체(3.0%)보다 많았다. 전체 성희롱 피해자의 81.6%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복수응답)로 49.7%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31.8%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26.7%가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답했고, 23.7%는 공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들은 모두 해임됐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폭력 가해자는 남성, 집안일은 여성’ 性 고정관념 못버린 교과서

    ‘폭력 가해자는 남성, 집안일은 여성’ 性 고정관념 못버린 교과서

    국가인권위, 초·중등교과서 모니터링 결과한부모·조손 가정 등은 등장조차 안해“선생님은 바지도 예쁘지만 치마를 입는 것도 잘 어울려요. 얼굴도 오늘 더 예뻐요.”(초등 교과서 내용 중 일부) 교과서 속 인물들이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되려 부추긴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집안일을 도맡거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로, 남성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로 묘사된 경우가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2018 초·중등교과서 모니터링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권위가 초·중등교과서 49권 속 서술이나 삽화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한 결과 총 176건의 수정요청 사항이 있었다. 주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다문화 자녀·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일부 교과서 삽화 속 남성은 국가·기업의 대표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로 그려졌다. 반면 여성은 “엄마를 도와 설거지를 했다”, “동생이랑 옆집 아주머니에게 김치 좀 갖다 드려” 등의 대화에서 보듯 돌봄과 집안일의 주체로 등장했다. 다문화 학생이 나오긴 하지만 주로 유럽계 백인이었고 중심 인물이 아닌 주변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 역시 활동의 중심인물로 다뤄지지 않았다. 가족은 부모와 자녀 1~2명으로 구성된 형태만 등장할 뿐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은 없었다. 이 외에도 안경을 낀 사람은 주로 남성이었고, 왼손잡이는 교과서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체형이 통통하거나 키가 작은 사람도 드물었다. 인권위는 “교과서가 과거에 비해 인권친화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다”면서 “교과서에서 원작자가 따로 있는 문학 작품 등을 가져올 때도 반드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말빛 발견] 만남과 회동/이경우 어문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만났다. 뉴스들은 ‘만남’이라고도, ‘회동’이라고도 알린다. ‘회동’은 본래 여럿이 몰려드는 ‘모임’이었지만, 언론의 언어로는 ‘만남’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회동’을 특정 계층에게만 주로 사용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들은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대기업 회장들이 모이거나 만나는 일을 전할 때 거의 ‘회동’이라고 한다. ‘오늘 여야 대표 회동’, ‘대기업 회장들 회동’ 같은 표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남’은 극히 드물다. 이들이 단둘이 만날 때도 ‘회동’이라는 낱말을 당연하게 선택한다. 그러면서 ‘회동’의 의미는 ‘만남’ 쪽으로 기울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 되고 있다. ‘권위’라는 표지가 붙은 말이 됐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리도 ‘회동’이라고 의미를 담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련 뉴스에서는 ‘회동’ 대신 ‘만남’도 꽤 보인다. 그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서다. 이해관계도 대접할 마음도 없다. 일부에게만 사용하는 말은 특별해진다. 언론 언어도 일상과 가까운 게 낫다. ‘회동’ 자리에 ‘만남’도 쉽게 들어가는 게 좋겠다.
  • 에드 시런 위에 BTS

    에드 시런 위에 BTS

    방탄소년단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뽑은 ‘글로벌 아티스트’ 2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평단으로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26일(현지시간) IFPI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2018‘에서 방탄소년단은 2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는 IFPI가 매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실물 앨범과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수치를 합산해 집계하는 것으로 한국 가수가 선정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1위에는 드레이크가 올랐고, 3위 에드 시런, 4위 포스트 말론, 5위 에미넴 등이 선정됐다. IFPI는 “방탄소년단은 ‘아미’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팬덤을 구축했고 케이팝을 글로벌 무대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지난 26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오르며 아이돌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평단으로부터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대상 격인 종합 3개 부문 중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음악인’ 수상을 비롯해 ‘최우수 팝 노래’까지 3관왕을 거머쥐었다. ‘올해의 음악인’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했다. 올해 16회째를 맞은 시상식에서 같은 해 종합 부문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이적, 서울전자음악단, 장기하와 얼굴들, 싸이에 이어 5번째다. 또한 3개 부문을 통틀어 같은 아티스트가 2년 연속 수상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평가받는다. 평론가, 음악방송 PD 등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며, 아이돌 가수 위주의 여타 인기투표식 시상식들과 달리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박희아 선정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방탄소년단은 대중문화에 담긴 메시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시대를 반영하면서 음악적 완성도까지 갖춘 음악인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SK텔레콤 T맵·KT 지니페이 ‘혁신상’ 받았다

    SK텔레콤 T맵·KT 지니페이 ‘혁신상’ 받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 바르셀로나’의 부대 행사로 스페인에서 26일(현지시간)까지 열린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에서 국내 통신사들의 서비스가 혁신성을 인정받아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가 주최하는 이동통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매년 이동통신 전문가, 애널리스트, 전문기자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분야별 수상자를 선정한다.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은 ‘최우수 혁신 모바일 앱 상’을 받았다. 2002년 출시된 T맵은 17년 동안 쌓은 교통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로별 이력을 패턴 정보로 생성해 예측 교통정보로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의 ‘AI 미디어 추천 기술’도 ‘최우수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상’을 받았다.KT 서비스 중엔 기가지니 음성간편결제 서비스인 ‘지니페이’가 ‘결제&핀테크 최고의 혁신 부문’에서 수상했다. KT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목소리 인증 방식의 ‘화자 인증 결제 기술’을 적용해 상용 개발에 성공한 서비스가 지니페이다. KT 금융거래플랫폼사업 담당 박수철 상무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스피커뿐 아니라 AI 호텔, AI 아파트,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지니페이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G 핵심 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KT의 통합제어체계 기술도 최우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혁신 분야에서 수상했다. 바르셀로나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인권위, 동성커플 ‘부부 인정’ 진정 각하… “부정하는 건 아냐”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결혼을 부정하지 않으며 이 문제에 대해 정책적 검토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외국에서 결혼한 뒤 결혼이민을 신청한 남성 커플이 부부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진정 사건에서 현행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각하 결정을 내린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 진정은 영국 출신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5) 씨가 동성 부부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2017년 제기했다. 현재 우리 법원은 민법에 따라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위가 ‘동성결혼’ 사례를 진정 사건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법에 따른 각하일 뿐 인권위가 동성 결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최근 성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왔으며 인권위원장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각하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인권위가 조사할 사안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성적 지향에 따라 고용이나 재화 이용 등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사건 날 때마다 싸잡아 매도… 정신장애인 ‘조현병 포비아’에 운다

    사건 날 때마다 싸잡아 매도… 정신장애인 ‘조현병 포비아’에 운다

    “구직 불이익·직장서 매장당할까 불안” 39.7% “지역사회서 존중받지 못한다” 환자 보살피는 가족들도 ‘번아웃’ 호소 “대부분 약 복용만으로 정상 생활 가능 복지·인프라 마련해 사회 복귀 도와야”“안 좋은 사건으로 ‘조현병’이 오르내릴 때마다 ‘조현병 환자를 격리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 불안해요.”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을 앓는 황모(28)씨는 ‘조현병 포비아’로 상징되는 편견과 차별에 속상함을 토로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조현병은 걸림돌이 됐다. “이해력이 조금 안 좋을 뿐인데도 ‘답답하다’고 욕을 먹고 아예 일을 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유일한 버팀목인 가족들도 지쳐 갔다. 복지 서비스가 부족한 사회와 지쳐 가는 가족들 사이에서 황씨와 같은 정신장애인들의 선택지는 병원뿐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등록 정신장애인 375명과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정신장애인의 39.7%는 지역사회에서 ‘거의 또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고 했다. 폭력 경험 비율도 높았다. 언어 및 정서적 학대가 115명(39.1%)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폭력(16.8%), 신체적 폭력(15.0%), 성희롱·성폭력(10.2%)이 그 뒤를 이었다. 48.9%는 장애회복 및 지역 사회 생활을 방해한 사람으로 이웃을 꼽았다. 정신장애인들은 편견이 실질적 제약으로 돌아올까 두려워했다. 특히 조현병을 앓던 정신질환자들의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두려움은 커졌다. 한 응답자는 “사건이 날 때마다 ‘조현병’이라고 매도해 친구들도 멀리하고, 사회에서도 매장당한다”고 털어놨다. 장애 사실이 알려지면 구직과 직장생활은 불가능해졌다. 또 다른 응답자는 “큰아이가 보건소에서 일하다가 정신장애가 있다는 얘기가 돌자마자 동료들이 윗선에 보고해 일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은 재활해 밖에 나가서 사는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는 윤모(71)씨의 증언처럼 이들은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다. 사회 대신 이들을 떠안게 된 가족들은 ‘번아웃’을 호소했다. 한 응답자는 “정신장애인들의 가족 중 70~80% 역시 환자일 것”이라며 “애가 좋아지면 나도 좋고, 아프면 같이 아프다. 엄마인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신장애인들은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응답자 중 85.5%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고 이 중 입원 기간이 1년을 넘는 비율이 52.2%라는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5년이 넘는 사람도 16.6%나 됐다. 김민 한국정신장애연대 정책자문위원은 “정신장애인 대부분은 약 복용만으로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복지 서비스와 인프라 마련으로 이들을 병원이 아닌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위 관계자 역시 “현행법상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는 제한적”이라면서 “심리치료 등을 받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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