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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혜경 “분권은 빛, FTA는 그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가장 ‘까다로운’ 지지자. 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노혜경 노사모 전 대표 스스로가 자리매김한 역할 모델이다. 인터뷰는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부터 짚으면서 시작됐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질문이란 듯이 노 전 대표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파동을 보면서 노 대통령이 다시한번 ‘양보’(탈당 수순)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 밑바닥에는 ‘우리 정치가 이것밖에 안 되나.’싶은 절망이 배어 있다고 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의 탈당이 ‘영남신당’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노 대통령을 비롯한 나는)영남 패권주의에 저항하다 쫓겨난 사람들이다. 영남신당론은 패권적 지역감정과 싸운 우리에게 영원히 고립된 존재로 남아 있으라는 모욕”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 지난 4년간 참여정부의 빛과 그늘을 가려냈다. 분권·권위주의 타파·시스템화·주류의 교체’가 ‘빛’이라면, 한·미FTA는 ‘그늘’이다. 그는 한·미FTA 문제를 “미국내 상층부의 가치관을 이식시키는 일”이라고 노 대통령과 다른 인식을 표출했다. 그는 “대통령은 사회적 강자에게 한·미FTA 체결을 위한 다짐을 받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문주의적 가치’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대통령과 국민의 힘겨루기’의 산물이라는 게 그 나름의 결론이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오늘의 눈] ‘의원님’들만의 국회/김상연 정치부 기자

    “말 좀 물읍시다. 여기 민원실이 어디 있소.” 21일 낮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 옆구리의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서류봉투를 든 노인이 기자를 붙들었다. 주차장 통로를 민원실로 잘못알고 들어갔다가 나온 모양이었다.“저 뒤쪽으로 쭉 돌아가세요.”라는 답을 뒤로 하고 돌아섰는데, 그 촌로(村老)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70이 넘어 보이는 그의 춘추(春秋) 때문만도, 옷깃을 파고드는 강바람 때문만도 아니었다. 재작년 출장차 들른 일본 도쿄 의원회관에서의 기억이 오버랩된 것이다. 왕실과 참의원 등 ‘귀족주의 정치’가 엄연한 일본이지만 의원회관만큼은 본받을 만했다. 정문 계단 옆 우체국 창구처럼 생긴 민원실에서 방문증을 끊어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보통 시민과 거물 정치인들이 좁은 계단을 북적대며 오르내리는 모습은 한국 국회의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기자에게는 자못 충격이었다. 우리 국회의 건물들은 일반인의 정문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때문에 물어물어 의원회관 등에 도착해도 정문에서 퇴짜를 맞고 다시 그 큰 건물을 100∼200m나 우회해 후문 민원실로 향해야 한다. 한두명도 아니고 본청에는 하루 평균 500여명, 의원회관에는 1000여명의 민원인이 햇빛도 잘 들지 않고 지하나 다름없는 뒷문으로 ‘죄인처럼’ 출입하는 실정이다. 놀라운 것은, 어느 때보다 개혁적인 인사들이 많이 당선됐다는 17대 국회 들어서도 이 폐단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입만 열면 ‘민주’니 ‘민생’이니 ‘국회의 주인은 국민’이니를 외치는 의원들이 정작 바로 눈앞의 권위주의에는 눈을 감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회사무처가 최근 발행한 소식지는 의원회관 정문에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리석으로 된 차양(캐노피)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치적인 양 자랑하고 있다. 그 차양을 지나면 ‘의원님’들만 드나들 수 있는 붉은색 카펫이 깔린 유리 자동문이 나온다. 김상연 정치부 기자 carlos@seoul.co.kr
  • [문화마당] 아버지의 2월/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여느 해보다 따뜻한 2월이 왔다 간다. 설날이 지나가고 새 학기가 다가온다.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오고 신입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려고 준비한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해도 젊은 세대들은 겨울의 얼어붙은 밭에서 새순이 돋듯이 솟아나온다. 설날의 미덕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가족을 통해 자기를 되새겨 보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데 있다. 그런데 가족의 중심에 서야 할 아버지의 자리는 축소되고 없어져버린 것 같다. 아버지의 처진 어깨가 유난히 커 보인다. 어머니의 자리가 좀더 커진 것 같지만 그 또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자리일 것이다. 산업사회가 대가족제도를 붕괴시켰고 디지털 사회가 핵가족마저 붕괴시키고 나면, 인간 존재는 가족이라는 끈을 잃어버리고 낱개의 존재로 고독하고 음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되고 우울증이 심화되며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06년도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수상 기념연설 ‘아버지의 가죽가방’은 전세계인을 잔잔하게 감동시킨 바 있다. 젊은 시절 문학 지망생이었지만 별 볼 일 없는 문인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가죽가방으로부터 그의 문학이 유래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을 부양하느라고 자신의 뜻을 접고 파지에 가까운 글을 가죽가방에 남기고 간 아버지의 유언은 파묵에게 삼류 문사로 세상을 살다 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남의 글을 아류적으로 추종하는 한 제대로 된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은 파묵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커다란 유산이었다. 아버지 없는 아들은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아버지가 새로운 세대의 전범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전 시대와의 단절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 시대의 교훈을 질료로 삼지 않은 전진이란 불가능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 시대와 단절된 전진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언제나 더 큰 대가를 치러왔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이다. 2월을 보내면서 고형렬 시인의 시집 ‘밤 미시령’을 다시 읽어 보았다. 여러 시 중에서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가 인상적이었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명태를 구워 먹던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라 그도 또한 아들과 더불어 명태를 구워 먹으면서 다음과 같이 쓴다. “아버지가 되려고 아들을 불러 앉히고 그 중태를 죽죽 찢어 입에 넣어주었다. 그 황태 간 있던 곳에서 눈냄새가 나고 납설수 냄새도 나자 아버지 냄새가 났다. 슬프다기보다 50년 신춘에 이렇게 건태 뜯어 먹는 버릇도 아버지를 닮았으니, 아들도 나를 닮을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시인의 추억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가고 시인도 가고 나면 그의 말대로 시만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명태를 구워 먹는 기억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아주 삭막하게 단절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간다고 하더라도, 아니 디지털 시대의 첨단을 가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친구처럼 함께 사는 삶이 필요하다. 누구나 스스로 존재하는 독자적 개체이지만 그 독자성은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방사적인 그물망을 구성하고 있다. 그 그물망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정서적·개체적 중심도 흔들리게 된다. 아버지만 존재하고 아들은 없던 권위주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의 젊은 세대가 결코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버지 없는 젊은 아들만의 시대는 그보다 더 불행한 시대일 것이다. 아버지를 부정하라. 그러기 위해 눈 냄새 나는 아버지의 잘잘못을 제대로 배우라.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
  • [기고] 아프리카여,한국을 배워라?/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아프리카 현지 실증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국내 언론에도 아프리카가 화제다.“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을 보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문을 동반 취재한 신문기사의 제목이 자못 ‘신파조’다. 이 미지의 대륙에 첫발을 디딘 한 기자는 국내 대기업의 현란한 광고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는데, 다른 한쪽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또 다시 역내 8개국을 순방한다는 기사가 실려 대조적이다. 과연 우리는 아프리카에 무엇이며, 우리가 그들에 해줄 것은 또 무엇인가. 한국의 급속 경제성장이 아프리카인들에게 지구상 최고의 모델임은 분명하다. 피식민과 전쟁의 역사까지 동일하다. 중국의 자원 흡입외교가 아무리 물량공세를 펴도 우리의 발전사례는 여전히 숭모의 대상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언행이 늘상 언론의 시시비비 대상이 되는 탈권위주의적 민주화 경험까지 더하면, 관·학·재계를 막론하고 현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경험 전수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자명해진다. 유럽의 영향력 퇴조와 함께 대륙 전반에 실세로 등장한 미국도, 막대한 원조로 협력관계를 다져온 일본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검은 대륙발(發) ‘코리안 드림’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진솔한 구애에 효율적으로 화답하고 있는가? 공적개발원조 증액의 시급성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우선은 갓 내전이 끝난 불어권 콩고 킨샤사에도 우리 국제협력단원이 파견되기 시작했고, 아프리카 고위 공직자의 국내연수가 고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 만족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거늘, 국내 언론의 관심이 요즘만 같아도, 반기문 총장이 에티오피아에서 언급한 새마을운동정신만 제대로 보급돼도 한·아 협력은 조만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현지의 사회혼란상에 찌든 대다수 우리 교민이 “이들에겐 박정희식의 강력한 독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언하건대, 아프리카가 우리에게서 배울 교훈은 박정희식 독재가 아니라, 관이 주도하는 기획경제의 효율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362건 대규모 시위의 사회적 손실비용이 12조 3000억원이라 한다. 그 길고 암울했던 시대에 치러진 총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일 터인 바, 아프리카는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뿐더러 모처럼 찾아온 평화를 깨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관주도 기획경제는 현재 자금제공원인 국제금융사회에 의해 진행중이며,‘굿 거버넌스’의 이름으로 그 효율성이 엄격히 추구되고 있다. 신생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가혹한 조건이 비판의 대상이지만 돈을 대지 않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좀더 근본적인 것으로, 온 국민의 교육열과 근면성 함양에 있다.6·25참전국인 에티오피아에 우리가 지어준 학교가 화제다. 이런 기초교육시설을 대륙 전반에 ‘선물’하기가 쉽지 않다면, 기술교육에라도 나서야 할 것 아닌가. 지금 흑인우대정책으로 교육열이 높은 남아공에는 10년전 우리가 제공한 직업훈련원이 방치, 폐쇄된 상황에서 중국의 제2훈련센터 건립이 우려된다고 한다. 또 이제 막 선출된 콩고 킨샤사의 대통령 경호실에는 태권도 보급이 시급하다는데, 이 나라에서도 직업훈련원 설립의 우선권을 중국에 넘길 것인가? 불어를 구사하는 우리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콩고에서 땀 흘려 일하는 장면이 아쉽다. 아무튼 성장위주의 개발독재로 전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부동산투기와 탈세가 횡행하고, 물신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이 부의 세습에 골몰하는 양극화사회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전해줄 발전모델이 결코 아니다. 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 2월국회 첫날부터 ‘샅바싸움’

    올해 첫 임시국회가 5일부터 30일간의 회기에 들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의석수 1위의 ‘원내 제1당’ 자리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한나라당 반대로 국회 운영위원장 선출이 무산되는 등 첫날부터 샅바싸움이 연출됐다. 여야는 당초 이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사퇴로 자리가 빈 운영위원장을 뽑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열린우리당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온 관례대로 장영달 원내대표를 위원장에 선출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여당 탈당 사태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14일 여당의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고 버텼다.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과 함께 새 교섭단체가 구성되면 원내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만큼 여당의 전당대회 이후 선출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의 문석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가 이미 의사일정에 구체적으로 합의했는데 한나라당이 지금 와서 태도를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원내 제1당 위치가 바뀔 경우 다른 상임위원장 배분과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가 대립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 될 경우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 몫을 한나라당에 더 배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소 교섭단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 그간 여당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도 관철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한명숙 총리는 이날 본회의 국회보고에서 “이번 개헌 제안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시도했던 것처럼 정권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며, 잦은 선거로 인한 국력낭비를 막고, 불필요한 정쟁과 갈등을 줄여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며 국회 차원의 토론과 합의 도출을 당부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사설]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검토해야

    사법부 과거사 정리에서 먼저 할 일은 무고한 희생자를 구제하는 것이다. 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제도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위의 긴급조치 관련 판사 명단 공개는 성급했다. 피해자 구제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였지만 실정법에 따라 판결한 법관의 인적 청산을 앞세우려는 처사는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는다. 대법원은 긴급조치와 더불어 반공법, 국가보안법, 집회·시위법과 연관된 판결 6000여건의 문제점을 이미 분석했다고 한다.1972년부터 1987년 사이 200건 이상의 시국·공안사건이 판결문에서 고문·불법구금 논란이 있었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재심청구가 없어도 이들 사건에 대해 포괄적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초법적인 발상이다. 재심 확대와 함께 판례 변경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고, 판결문을 통해 과거 잘못을 사죄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 사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회는 재심청구 범위를 넓히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재심 확대를 넘어 과거 정권의 시국·공안 재판을 모두 무효화하는 특별법 제정은 법의 안정성을 깬다는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긴급조치에 한해서는 이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를 보상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긴급조치 위반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사안을 처벌한 것으로 사실관계의 다툼이 적다. 고문이나 증거조작이 개입된 사실이 없으면 재심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괄 무효·일괄 보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여야가 긴급조치 무효화 특별법 제정을 논의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법에 의해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 보상을 한 뒤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 잘못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사법부 수장의 사과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 [긴급조치 판사 명단 공개 파문] ‘사법부 과거 정리’ 어디까지 왔나

    유신시대 긴급조치위반 사건에 관여한 판사들의 실명이 공개돼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대법원장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전제,“사법부가 행한 법의 선언에 오류가 없었는지, 외부 영향으로 정의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유지담 대법관도 퇴임사에서 “환송을 받기보다 용서를 구하고픈 심정”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을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전수안 대법관도 “과거의 판결들에 대하여 잘못이 인정되면 대법원장이 법원을 대표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흐름에 따라 1972∼87년 긴급조치법 및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사건의 판결문 6000여건을 수집해 분석해 왔다. 이 중에는 이번에 실명이 공개된 대법관들이 관여한 사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 때 긴급조치 판결에 관여했던 점을 검토했다.”면서 “대법원장도 많이 고민했지만 이런 식으로 인적 청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제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 분석작업은 이미 지난해 3월 마무리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분석결과는 코드맞추기 논란 등을 피해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것으로 안다.”면서 “이때 사법부 과거사에 대한 발언도 함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법부의 과거청산 방법에 대해 판결을 무효화한 독일처럼 특별법을 만들거나 3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혁당 사건처럼 재심을 통해 과거사를 정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대통령은 독선 버리고 조정능력 갖춰야 포퓰리즘 혁신없인 정부실패 반복될것”

    ‘바람직한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한국정치학회와 관훈클럽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한국 대통령 리더십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분석, 평가하면서 “독선을 버리고 조정 능력을 갖춰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차기대통령, 국민통합으로 리더십 위기 극복해야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앞으로의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동안 악화된 경제적 상황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완화하고, 이념과 지역, 그리고 세대별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 정치적으로 ‘다수파 대통령’이 되어 현재의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치상황은 ‘안정과 개혁’ 또는 ‘보수와 진보’와 같은 타협이 어려운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면서 “이들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조화시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의 형성과 발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실패한 미국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으로 ▲명확한 국정비전의 결여 ▲타협능력의 결여 ▲미숙한 정치적 기술 ▲소통능력의 결여 ▲부정직성 ▲인격의 결여 등을 꼽으면서, 실패한 리더십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법적이고 관리적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적·관리적 리더십과 함께 대통령 자신의 성숙된 인격, 또는 정신적 성숙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후 파격적인 발언과 행동은 탈권위주의에는 도움이 됐으나 보수층의 실망감과 경멸감을 높이고 국민통합을 위한 대통령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켜 부정적인 소수파 대통령으로 남게 돼 사회불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올 대선, 후보자 품위와 경륜 선호될 듯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2007년 대선은 이전의 대통령 선거와 비교할 때 후보자의 개인적 특성이 강조되는 선거로, 사회적 균열과 같은 구조적 요인보다 후보자의 개인적 속성이 중요하다.”며 숭실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진보적 성향’‘품위와 위엄’‘안정적 인물’‘여론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산업화에 공헌’‘도덕성보다 능력’‘경륜 있는 인물’ 등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았다. 강 교수는 “품위나 안정, 경륜 등을 선호하는 것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차기 대통령의 원하는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역대 대통령 평가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다양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명지대 김도종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정부 수립과 한반도 안정 등 성과를 이뤘지만 출중한 능력이 독선과 오만으로 나타나 좌·우익 모두를 정적(政敵)으로 만들어 ‘실패한 지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주대 이강로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 있었지만 부의 편중, 소외계층 양산 등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의 도전을 초래해 1970년대 이후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경남대 김용복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되고 전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권력기반인 청와대와 호남 기반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이 부정과 비리를 낳은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창원대 안병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을 현재의 민의(民意)보다 미래과제만 강조하는 ‘토플러주의’와 기득권층과 대립각을 세우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질적인 혁신 없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반복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전교조, 연가투쟁 교사 징계 수용해야

    지난해 11월 연가투쟁을 벌인 전교조 소속 교사 2286명에 대한 징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연가투쟁 참여 횟수가 4차례이상인 교사 가운데 200여명에게는 엊그제까지 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결정했으며, 나머지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빠른 시일 안에 끝낼 계획이다. 또 참여 횟수가 3회이하인 교사들에게는 주의·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뿐이 아니다. 징계 받은 교사는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새달 정기인사 때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같은 처리 결과에 대해 우리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일단 약속을 지켰다고 판단한다. 김 부총리는 연가투쟁에 앞서 전국 일선교사들에게 보낸 글에서 “연가투쟁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서 불법적인 집단행위”라고 지적하고 주동교사뿐만 아니라 단순 가담자도 강력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차원의 약속이 사실상 처음 지켜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전교조에도 당부한다. 이제는 법규에 따라 이뤄진 징계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참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전교조는 여전히 연가투쟁이 정당한 권리라고 강변하는 한편 징계위원회 진행을 방해하는 지침을 해당 교사들에게 내려 ‘징계 지연 투쟁’까지 벌였다. 그러나 지난 연말 법원이 수업을 거부한 인천외고 교사들에게 내린 1심 판결에서 확인되었듯이 연가투쟁에 따른 학습권 침해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임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은 마침 김 부총리와 정진화 전교조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날이다. 연가투쟁 교사 처리, 교원평가제 확대 실시,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계에는 갈등을 불러온 현안이 산적해 있다. 첫 만남에서부터 양쪽이 바람직한 방향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교육 발전을 위해 흉금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열린세상] 잡탕정당,정책으로 개편하라/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요즘 정치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재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정당마다 이합집산과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보자. 이 정당은 이미 폐기처분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당 사수파라는 사람들까지도 리모델링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운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지율이 폭삭한 데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좌파적’이라고 공격했고, 김의장측은 ‘그러면 당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정당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일이다. 도대체 김 의장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강 의장이 우파를 자처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최근에도 정권이 진보적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좌파로는 안 된다며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맨처음 창당할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보자.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 밖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탈당하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와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의 노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에도, 누가 보더라도 아닐 듯싶은 이들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사이에 지금은 조용한데 언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 그 전 선거에서 있었던 DJP연합 등 그런 사례는 늘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런 야합은 반드시 깨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일시적 연대를 하지만 그 본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득표에 보탬이 된다면 우선 급한 대로 노선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득표력, 지연·학연 등 연줄에 기대 사람들을 긁어모은다. 또 당사자들은 자신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 욕심에 혈안이 되어 뛰어든다. 이런 저질적 행동들은 결국 정당정치의 기본을 파괴하고 우리 정치를 패거리 작당 정치로 전락시켜 왔다. 본래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리고 국민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나라의 양대 정당이라는 정당은 죄다 ‘잡탕’이다. 그러니 국민은 혼미스럽고, 또 툭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질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는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해 정책을 통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나가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먼저 정당에 대해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한다. 정당이 문서화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도 늦었지만 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을 해야 한다. 인물 따라, 지역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 작당 정당이 아니라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우파면 우파, 좌파면 좌파, 정책에 따라 헤쳐모여가 시급히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제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그 번지수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라. 더이상 ‘위장취업’은 안 된다. 또 ‘한지붕 여러가족’도 안 된다. 정당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에 제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지난 연말 보도됐던 재미있는 해외 뉴스 한토막. 프랑스의 포나콩(FONACON·새해반대전선)이라는 조직이 12월31일 밤 서부도시 낭트에서 2007년이 오는 것을 축하하지 말고 저항하자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다는 것이다.“세월의 흐름을 축하하는 행위는 비논리적이다. 한해를 마감하면 무덤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비극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포나콩은 자기들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 나와 2007년이 오는 것에 반대하자고 촉구했다. 오는 해를 막겠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프랑스인들의 시위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위 마니아들이다. ●시위는 신성한 국민의 권리 프랑스인들이 새해 반대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인들은 불가피한 일에도 저항하는 아주 오랜 ‘훌륭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비아냥하면서 장폴 사르트르가 작고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프랑스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좌파 철학자 사르트르가 땅에 묻힌 1980년 4월19일 5만여명의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사르트르의 죽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인들처럼 시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마 없을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프랑스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시위문화가 독특한 프랑스인들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사사건건 따지기를 좋아하고,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무척 중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 권리 주장이 강하다. 시위는 이런 프랑스인들에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이 모이면 의미전달은 더욱 효과적이다. 정치적 성향, 남녀노소, 직업을 떠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시위는 자유·평등의 정신에 따른 신성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된다. 프랑스에서 시위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에너지 프랑스가 ‘혁명의 나라’가 된 것도 프랑스인들이 시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가 로저 프라이스가 프랑스의 근대정치사를 ‘혁명과 반동의 역사’라고 했을 정도다. 국민주권 시대를 연 1789년의 대혁명을 비롯해 의회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닦은 1830년 7월 혁명, 보통선거제를 확립한 1848년 2월 혁명, 노동자 권리신장으로 이어지는 1870∼1871년 파리코뮌 등이 대표적이다.2차대전에서는 나치 독일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주권을 지켰으며 1968년 5월의 ‘68혁명’을 통해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와 권위주의에 도전했다.68혁명은 프랑스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수반하면서 2차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2002년 대선에서 네오파시스트로 불리는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 그를 반대하기 위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도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인들의 저항정신이 빚은 시위문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한 토양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나치게 잦은 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함께 일부 시위가 폭력양상을 띠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축제 같은 시위, 그러나… 파리에서 시위는 주로 주말 오후에 열린다. 그래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특히 내 주장을 펴기 위해 뜻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리에서는 주로 주말에 크고 작은 시위가 여기저기서 열리는데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매일 3건씩 벌어지는 셈이라고 한다.1년이면 1000건 이상이라는 얘기다. 워낙 시위가 많다 보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주장도 다양하고, 방식도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며 정부의 개혁안을 반대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한다. 학생들은 교육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한다. 매춘부들의 시위도 간혹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은 거주증명서를 달라고, 집없는 사람들은 거주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화창한 날 어린아이를 무동 태우거나 유모차를 밀고 나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에 참가하는 분위기마저 풍긴다. 인상적이었던 시위 중의 하나는 게이 퍼레이드다. 동성애자들 수천명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가장행렬을 하는데 각 단체별로 꾸미고 나온 모습들이나 주장하는 바가 정말 다양했다.‘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라’‘에이즈확산반대 동성애자단체에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금발에 짙은 화장, 금방 터질 듯 과장된 가슴과 엉덩이가 다 드러날 초미니 스커트,20㎝는 족히 될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나온 여장 남자 등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퍼레이드는 매년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은다.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직화됐다. 시위 진압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찰도 있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은 공화국안전수비대(CRS)라고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시위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시위도중 불상사를 막아주는 것 외에 진압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대가 예정된 코스로 이동하도록 교통을 막아주기도 한다. 한번은 영·미국식 학제도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취재하며 끝까지 따라가 본 적이 있다. 파리의 대학건물들이 모여 있는 생미셸 지역에서 시작해 교육부까지 행진하는 것이었다.CRS는 시위대가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고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번득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의 꼬리 부분을 보니 200m 정도 사이를 두고 청소차와 청소원들이 따라오면서 시위대가 흘리고 간 전단이나 쓰레기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치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시위하고, 경찰은 보호하고, 청소부들은 치우고…정말 재미난 나라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사설] ‘박종철 20주기’에 민주화를 생각한다

    내일은 6·10항쟁의 밀알이 되었던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지 20주기 되는 날이다. 우리는 이날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맞는다. 박씨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군사독재정권 타도와 민주화 투쟁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열기는 6·10항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통령 직선제와 평화적 정권이양 등 정치민주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제도적 민주화는 이룩했으되, 분열과 대립·갈등은 아직도 한국의 정치·사회를 뒤덮고 있다. 박씨의 고귀한 죽음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산 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박씨의 부친 박정기씨는 “아들의 이름을 아프게 불러주는 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20주기를 맞아 ‘박종철 기념관’이 곧 완공되고,‘박종철 장학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겉모습일 뿐, 진보와 보수로 첨예하게 갈라선 사회는 박씨 및 6·10항쟁 기념사업을 둘러싸고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이 자신의 정파에 유리한가, 어떡하면 대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에 생각이 쏠려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 현대사의 물꼬를 민주화쪽으로 돌려놓은 박씨 희생의 의미를 아프게 새긴다면 기념을 빙자해 다투어선 안 된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으로 1987년 체제를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민심과 야당에 외면당하고 있다. 무능·실정으로 민주화 세력에 누를 끼치고, 무엇을 해도 국민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1987년 체제 변화는 민주화가 완성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투쟁을 통한 민주화시대는 지나갔으며, 그렇다고 권위주의적 산업화로의 복귀 역시 막아야 한다.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통합·화해를 통해 진정한 민주화 고지에 올라서야 한다. 그것이 박씨 사망 20주기를 맞은 올해 우리가 이뤄내야 할 과제다. 때문에 개헌도, 대선 과정도 국민화해와 국론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 [2007 월드 포커스] (10)·끝 지구촌 문명·종교 충돌

    [2007 월드 포커스] (10)·끝 지구촌 문명·종교 충돌

    |파리 이종수특파원|지구촌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이슬람과 서방의 대립은 올해도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9·11 뉴욕 테러로 촉발된 ‘반(反) 무슬림 정서’가 2005년 7·7 런던 지하철테러 참사를 징검다리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증을 뜻하는 ‘이슬라모포비아’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이슬람=테러·폭력’이란 논리가 유럽이 자랑하던 ‘다문화주의’를 얼어붙게 했다. 반 이슬람 정서의 확산은 유럽연합(EU)의 1800만명 이슬람인들에 대한 인종·종교 차별을 낳았다.‘유럽 인종주의 및 외국인혐오 감시센터(EUM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인종주의 폭력은 두 배가량 늘어났고 아랍계 인종에 대한 폭력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슬람이 교육·직업·주택 등에서 인종 차별과 이슬람 혐오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현실이 프랑스 이민자들의 소요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과 서방의 대립이 일상화되면서 ‘감정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반 이슬람 정서,‘감정 충돌’ 양상 지난해 유럽 대륙에서는 마치 ‘유럽판 문명 충돌론’을 보는 것처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노르웨이·프랑스·독일 등의 언론이 마호메트 만평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의 반발은 전 세계로 번져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 양상마저 보였다. 이 사태는 아랍단체가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다시 불거질 수 있는 휴화산이다. 여기에 기름 부은 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슬람이 폭력과 결부돼 있는 듯한 내용을 담은 발언이 이슬람의 공분을 일으켰다. 폭력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가톨릭 신부와 수녀가 피살되는 유혈 사태마저 낳았다. 반 이슬람 정서와 이슬람의 반발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됐다. 이슬람교가 폭력을 미화한다는 글을 기고했던 프랑스 교사 등은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일터에서 얼굴과 머리를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전통 의상 착용을 둘러싼 소송과 갈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진단과 해법 이슬람과 서방사이에 고조되는 긴장은 지난 1993년 새뮤얼 헌팅턴이 제기한 도발적 담론인 ‘문명 충돌론’이 힘을 실어 주었다. 반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 등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유엔 현인회의’ 보고서는 폭력적인 이슬람 저항운동의 확산에 대해 서방과 중동 권위주의 정권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유럽정책센터의 미르잠 디트리흐 정책분석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과격행동으로 인해 ‘문명 충돌론’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유럽 국가들은 유럽 속의 무슬림 공동체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무슬림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에 선을 그으며 강한 비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EUMC는 EU 회원국의 사회통합정책을 촉구하면서 구체적으로 인종·종교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교사에 대한 교육 강화와 언론의 균형잡힌 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vielee@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그때 그 김근태

    2004년 김근태(GT) 열린우리당 의장이 정동영 전 의장·정동채 의원과 함께 입각하기 며칠 전 그와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상태였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GT는 통일부 장관에 대한 강한 미련을 거듭 표시하며 막판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차선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1990년대 후반 초선의 야당 의원 GT는 출입기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았다. 그는 민주화운동의 거목이 주는 중압감을 기자들이 느끼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한 저녁 자리는 3시간을 넘는 게 기본이었고, 언제나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에겐 그런 능력이 있다. 2002년 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선거자금 2000만원 수수 사실 고백 역시 GT에 대한 인물평을 할 때 빠지지 않는다. 그랬다. 김근태는 기존 정치권과는 잘 맞지 않는 ‘희귀한’ 존재였다. 임명권자가 복지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데, 그 자리는 싫다고 반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과거 정치권에선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경선 자금 수수 고백도 그렇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일을 그는 저질렀다. 어느 자리에서나 진지함을 잃지 않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런 모습을 기자는 ‘원칙주의자 김근태’로 규정짓고 싶다. 아직도 오피니언 그룹에서 꽤 인기가 높은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은 정치인 순위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GT가 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이란 자리가 주는 중압감 탓일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잘 안 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도 목격된다. 그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권위주의 모습도 눈에 띈다. 특히 그가 통합신당의 중심축 역할을 자임하면서부터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다. 정동영 전 의장과의 양자회동은 마치 김영삼-김대중의 ‘양김 회동’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회동은 당내에서 2선 후퇴론까지 야기하지 않았던가. 계파 수장이란 것도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옷 같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그는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다.‘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하고 신당은 누구의 영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노 대통령 배제론을 주창했던 그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 대통령의 힘과 지원을 부탁하고 싶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마음과 힘을 같이 한다면 신당 당적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입장을 확 바꿔버린 것이다. 지리멸렬한 여당을 이끌어가야 하는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현실론도 외면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노 대통령발(發) 개헌정국이다. 대권고지 등정을 꿈꾸는 그로선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고전하고 있는 ‘고건 학습효과’를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것은 ‘김근태식’이 아니다. 현실주의자 김근태보다는 원칙주의자 김근태가 우리에겐 더 친근하다. 우리 사회도 비록 대통령은 못 됐지만 더 비중 있는 국가원로로서 추앙받는 인물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GT의 숙고를 기다려본다.jtha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당선소감

    돌이켜보건대, 내 삶에는 작고 큰 여러 변화들이 많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무렵엔 허랑방탕한 청소년으로, 학부 때엔 혁명을 낙관하는 계몽주의자로, 대학원 시절엔 권위주의적 담론을 거부하는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으며, 지금은 성실하려 애를 쓰건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는 남편과 아빠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부끄럽지만, 이 가운데에는 누군가의 지식과 고통과 상처를 빌려 그것이 내 것인 양 가장했던 시절도 있었고, 독한 마음으로 세상과 절연하고자 했었던 치기어린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나’인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이 모든 ‘나’들에게 “그래, 부디 잘 살자”는 한 시인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 먼저 모자란 글을 뽑아주신 황현산 선생님과 문흥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實學(실학)’의 의미를 몸소 깨우쳐 주셨던 김인환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을 뵙게 되면 늘 감사하고 송구스럽다. 그리고 글쓰기가 두렵다. 선생님께 누를 끼치지 않는 제자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대학원 시절 따가운 질책으로 엄정한 글쓰기를 고민하게 해주셨던 송하춘 선생님, 서종택 선생님, 최동호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박사 논문 심사 과정에서 노고를 아껴주시지 않았던 황종연 선생님, 이희중 선생님, 이창민 선생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올린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자란 제자를 아껴주셨던 김명인 선생님과 김헌선 선생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자신보다 자식들을 더 사랑하시는 아버지께, 두 아이를 키우느라 지금도 갖은 고행을 감내하고 계시는 어머니와 장모님께, 또 고향의 작은어머니께, 눈물겹도록 헌신적인 아내 신정에게, 그리고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창원과 민서에게 마지막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 글을 뽑아주신 선생님들께, 나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이찬 ●약력 ▲1970년 충북 진천 출생 ▲1997년 경기대 국문과 졸업 ▲2005년 고대 국문과 박사, 고대 국문과 강사
  • 대선주자들 새해 첫날 ‘자택정치’ NO

    SECT TEXT 해마다 1월1일이면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던 주요 정치인들의 ‘신년 자택 개방’ 관례가 사라지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새해 첫날 자택 개방 대신 등산이나 고향·민생현장 방문 등을 통해 대선 의지를 다진다. 신년 하례를 받더라도 자기 집이 아닌 사무실 등에서 손님을 맞을 계획이다. 여야 당 지도부 역시 자택 개방은 없다. 한 대선주자측 인사는 주요 정치인들의 자택 개방 관례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새해 첫날 자택에서 손님을 맞는 관행이 국민들에게 ‘권위주의적인 문안정치’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일 영등포 당사에서 단배식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현충원 참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정동영 전 의장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용광로처럼 우리 사회의 갈등을 녹여 새로운 결정체를 만들어내자고 역설할 예정이다. 이어 주부·학부모 간담회를 갖는 등 첫날부터 활발한 ‘대권행보’를 펼친다. 고건 전 총리도 자택 개방을 하지 않고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을 잇따라 찾아 신년하례를 한 뒤 자택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남산에서 열리는 당 단배식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자택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대표 시절에도 새해 첫날 자택 대문을 걸어 잠갔던 그는 오는 3일에 여의도캠프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자택 개방 대신 행주산성에서 캠프 관계자 및 지지자들과 해돋이를 지켜 보며 필승의 각오를 다진다. 그는 첫째·둘째 주 안국동 사무실에서 손님을 맞고 외부의 신년 하례회에도 참석, 인사를 할 예정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와 당 단배식 참석 후 강화도 마니산 등반에 나서고, 원희룡 의원은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대선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진 뒤 지역기자 간담회를 갖는다. 반면 원로 정치인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택을 개방키로 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각각 상도동·동교동 자택을 개방, 신년하례를 받기로 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일부 측근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자택을 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복귀설이 나도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서빙고동 자택을 개방한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신문-KSDC 공동 여론조사(상)] 차기 대통령 자질

    [서울신문-KSDC 공동 여론조사(상)] 차기 대통령 자질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국가경영 능력’(33.3%)과 ‘강력한 리더십’(31.6%)을 꼽았다. 연령·학력·소득·직업별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차기 대통령 자질 ‘국가경영능력’과 ‘강력한 리더십’ 응답자들은 국가경영능력과 리더십의 필수 조건으로 특히 경제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제시 능력을 제시했다. 20대(36.3%)와 저학력층(35.0%), 학생(40.5%)과 중도층(33.0%)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비율이 높았다. 뒤이어 ‘국가통합 능력’(18.3%)과 ‘도덕성’(8.1%),‘개혁성’(5.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실업 문제 등 경제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와 학생층에서 국가경영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진보’가 변화와 개혁을 수반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무비판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점점 이 같은 관행을 벗어나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리더십’의 실체를 정리하면 ‘경제’와 ‘신뢰’의 리더십으로 모아진다. 단적인 예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오른 점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국가경영능력이 경제를 살리라는 주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형준 부소장은 “지난 10월 이후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비교해보면 지지기반의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경제·안보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지지계층인 여성·저학력·저소득층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의 경제 리더십이 지지율의 기반이라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 부소장은 “경제 리더십은 곧 성취도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신뢰의 리더십으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경제 리더십 이미지를 가진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적 공략은 위험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더십과 관련,‘대통령과 리더십’의 저자인 김호진 고대 교수는 “저항세력과 기득권 세력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 과거에는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탈권위주의적으로 하다보니 갈등이 있다.”면서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 개혁’에 치중해야 이번 조사에서 ‘도덕성’ 항목은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않았다. 거의 전 영역에서 10%대 안팎에 머물렀다. 김 부소장은 “대통령의 자질 중 도덕성 문제가 과거보다 영향력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02년 대선정국에 비해 보수진영이 진보진영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않다. 국민들은 여전히 개혁성을 중요하게 여겼다.KSDC 관계자는 “안정과 개혁을 고르라면 국민들은 개혁을 택한다.”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제대로 된 개혁을 못해서가 아니라 ‘생산성을 담보한 개혁’을 원한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KDI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한국 ‘저신뢰 함정’에 빠져있어”

    “우리 사회가 사적인, 배타적인 연결망만을 강화하려는 ‘저신뢰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종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6일 “상당수 국민들이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가 있는 사람들과는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날 공개된 ‘사회적 자본실태 종합조사’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보고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30’에 포함돼 있는 사회적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한 후속작업 차원에서 이뤄졌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어떤 단체에 가입해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면서 “동창회와 향우회 같은 이른바 ‘끼리끼리’ 활동은 활발한 편이지만, 공익성을 갖춘 시민·사회단체 참여는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사적 연결망이 사회 분위기를 해치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6·25전쟁,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겪으면서 불신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소득, 학력, 거주지, 성별에 따라 사회적 단절도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상호 신뢰 없이는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어렵다.”면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KDI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50%가 동창회 가입… 연줄 여전

    [KDI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50%가 동창회 가입… 연줄 여전

    “불신의 벽은 높고, 공무원들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연줄은 약해져도 중요하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 조사결과’의 주된 골자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극복해야만 선진 사회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힘있는 공공기관 불신 높아 불신은 0점, 신뢰는 10점으로 했을 때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교육기관과 시민단체 등은 각각 5.44점,5.41점, 언론기관과 군대는 4.91점,4.85점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국회(2.95점), 정당(3.31점), 정부(3.35점), 지방자치단체(3.89점), 법원(4.29점), 경찰(4.49점)은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처음 본 낯선 타인의 경우 4점이니까 이들보다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대기업(4.69점)과 노조(4.61점)보다도 낮았다. ●공직자 절반은 부패 응답자의 70%가 공직자 2명 중 1명은 부패하다고 여겼다. 특히 ‘공무원들은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1%가 ‘별로 혹은 전혀 지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평균 4.8점, 공식적인 조직인 직장·학교의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6.5점, 비공식 조직인 동호회·단체 신뢰도는 6.0점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저신뢰 국가의 현상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충청지역 정부신뢰 가장 낮아 소득계층별로는 월소득 ‘250만∼350만원’ 계층이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저학력 집단은 공공기관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충청도 응답자들이 정부, 국회, 정당에 대해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영남 응답자들은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해 낮은 신뢰를 나타냈다. ●소득 상위집단이 연줄활용 가능성 높아 연줄 의존도가 과거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동창회, 향우회 등 전통적인 관계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가입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았고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0%, 스포츠·야외 레저 동호회 22.0%, 향우회 16.8% 등으로 조사됐다.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사회적 관계망 참여율이 높았다. 소득 상위집단이 하위집단에 비해 연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대학 이상 졸업자가 연줄을 활용한 부탁을 하거나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충북은 연줄 부탁을 받거나 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연줄이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광주는 그 반대였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불신은 6·25전쟁,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소득, 학력 등으로 상당한 사회적 단절이 발생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 용어해설 ●사회적 자본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사회적 자산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제도, 규범, 관계망, 신뢰 등을 포함한다. ●사회적 관계망 사회적 자본, 특히 사회 신뢰를 확충하는 주요한 통로에 해당한다. 동호회, 노조, 직능단체, 소비자단체, 인권단체, 환경단체, 종교단체, 사이버공동체,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이 포함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익명 취재원’ 인용의 딜레마/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1972년 미국 민주당사에 정체불명의 괴한이 침임한 사건이 터진 후에 동료 기자인 칼 번스타인과 함께 몇 달 동안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한 공로로 보도부문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우드워드의 취재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취재원의 이름은 지난 30여년간 공개되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이 취재원의 이름 대신 당시 화제를 모았던 성인영화의 제목을 따서 ‘딥 스로트’라는 암호로 인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결국 의회의 탄핵을 소추받기 직전에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닉슨 사임 이후 남은 미스터리는 ‘딥 스로트’란 익명의 취재원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알렉산더 헤이그나 헨리 키신저를 지목했다. 실체는 없고 가공의 인물이란 주장도 나왔다. 역사를 바꾼 이 익명의 취재원의 정체는 30여년이 지나서야 당시 FBI 부국장이던 마크 펠트라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우드워드와 ‘딥 스로트’의 사연은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는 기자와 취재원의 신뢰관계이다. 우드워드는 취재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처리했고, 당사자가 사망하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두번째 주목할 만한 사실은 워싱턴 포스트 내에서 ‘딥 스로트’의 실체를 알았던 사람은 딱 세명이었다는 점이다. 우드워드 본인과 번스타인 기자, 그리고 직속상사인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이었다. 데스크는 기사의 정확성을 위해 취재원의 신분을 요구했지만 역시 비밀을 지켰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심지어 사주인 케서린 그레이엄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사실은 언론과 독자와의 신뢰이다. 비록 우드워드가 기사에서 핵심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독자들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신뢰했다. 우드워드의 보도가 단지 한 취재원에게만 의존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드워드는 ‘딥 스로트’가 제공한 정보가 적어도 2인 이상의 다른 취재원에 의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할 정도로 정보의 확인에 철저했다. 우리 나라의 언론에서도 익명의 취재원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지난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언론윤리의 현주소’란 워크숍에서 한국언론재단의 남재일 연구위원은 국내 기자 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8%가 ‘최근 2년간 익명취재원 1명의 말을 토대로 특정인이나 특정기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한 경우가 한 차례 이상 있다.’고 응답했다.‘실제로 취재하지 않고 익명의 출처를 내세워 자신의 견해를 취재원의 견해인 것처럼 인용한 경우도 24%나 됐다. 서울신문의 경우 익명 취재원의 인용이 다른 언론에 비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2일자 지면을 보면 2면의 6자회담 기사는 ‘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했고,3면의 행정도시 명칭 기사는 ‘건설청 관계자’를 인용했다.6면의 행시관련 기사는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를, 정부기관의 대금지급 관련 기사는 ‘조달청 관계자’를 각각 인용했다, 같은 날 12면의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 관한 기획기사에서도 ‘검찰 관계자’와 법원 관계자’가 각각 익명으로 인용됐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권위주의가 남아있고 언로가 자유롭지 않은 취재환경에서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하는 보도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국가간에 외교적인 이유로 익명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민감한 정보나 의견을 얻어내기 위하여 익명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익명의 처리는 언론과 독자의 신뢰쌓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익명 취재원의 인용에 관하여 일선 기자와 데스크의 좀 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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