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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헌, 여론 공감대 넓힌 뒤 추진해야

    18대 총선 이후 산발적으로 제기돼 왔던 개헌론이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제는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산업화·민주화에 이어 선진화의 출발점을 개헌에서 찾고자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부디 이제 물꼬가 트인 개헌 논의가 여야간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이뤄지길 빌 뿐이다. 우리는 개헌 공론화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현행 헌법은 권위주의 정부에 맞섰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에 따른 여야간 타협의 산물이다. 그 골간이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다. 이로 인해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졌다. 그러나 임기말 레임덕이 상시화되고 대선·총선의 주기가 어긋나면서 과도한 선거비용이 소요되는 등 단임제의 폐해도 두드러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 절대 다수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개헌을 전제로 출범한 ‘국회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참여한 여야 의원이 개헌 발의 정족수(150명)를 훌쩍 넘기지 않았는가.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다. 헌법도 이제 시대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취지엔 다수 국민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총론이 아닌 각론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제 국회헌법연구회 주최 토론회에서조차 영토조항의 유지와 손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사례를 보라. 개헌이 무조건 밀어붙일 일이 아님을 말해주는 징표다. 정치권이 실제 개헌 작업에 돌입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부터 충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헌 시기와 범위를 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라는 헌정의 대원칙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이것이 촛불정신”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이것이 촛불정신”

    “촛불시위에서 발현된 저항정신을 동력으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장에서의 권위주의와 싸워 이겼으면 한다(조희연).” 진보는 이론 이전에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재구성된다.11일 오후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가 사회과학부 2학년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김이민경, 소현, 정훈씨는 시위에 꾸준히 참석해온 ‘열성 촛불들’이다. 네 사람은 각자가 촛불을 통해 경험한 강렬한 기억들을 삶의 공간에서 어떻게 실천으로 풀어낼 것인지를 유쾌한 언어로 토론했다. 조 교수는 “우리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강의실에서 권위주위를 퇴출시킬 방법부터 의논해 보자.”며 운을 뗐다. ●“호칭만 바꿔도 많은 게 변해요” “촛불의 정신은 부당한 권위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어. 평소 교수와 학생이 강의실에서 평등해질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해 왔는데, 위계관계가 반영되지 않는 별칭을 정해 부르면 좋을 것 같아. 교수-학생간 권력관계는 호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니까. 난 아버지가 조씨, 친어머니는 은씨, 새어머니가 서씨니까 ‘조은서’ 혹은 ‘조은’이라고 불러줘(조희연).” “조희연 교수님이라 부를 때와 조은이라 부를 땐 엄청 다른 느낌(정훈)!” “그럼 난 ‘땡땡이’(김이민경).” “난 ‘총총’(소현).” “꼭 별칭을 만들어 불러야 한다는 것도 억압이야. 난 그냥 ‘정훈’(정훈).”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모든 권력이 희화화되잖아요. 그런데 촛불을 들고 권력을 희화화했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삶 속에서는 권력관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 선후배 관계만 해도 그래요. 후배들은 선배들 앞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도 찌르면 안 되는 그런 거 있잖아요(소현).” “권력을 희화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권력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넘어 약자로서 강자의 권력에 대해 여유를 보여 주는 것과 같아요(정훈).” “예비역 남자 선배들과 평등하게 말을 놓자고 합의하고 이름을 불렀는데, 싫어해요. 선배들은 그냥 오빠로서 말을 놓자는 뜻이었던 거죠. 호칭이 뭐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까지 결정돼 버리잖아요.‘선생님 어떻게 생각해요?’와 ‘조은 어떻게 생각해요?’는 매우 달라요. 호칭만 바꿔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어요(김이민경).” “모든 권위에 의문을 표하는 비판적 사회과학의 방법론과 호칭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지(조희연).” ●“촛불도 탈권위적이지만은 않아” “촛불시위 현장이 꼭 탈권위적이지만은 않아요. 한번은 초등학생이 자기 발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초딩은 가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중·고등학생들은 아예 학교에서 시위 참석을 막고요. 다 어른들의 시각이잖아요. 저는 촛불시위에서만큼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김이민경).” “10대는 스스로 정치적 주체임을 선언했는데, 기존의 규율권력은 여전히 10대를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묶어두려고 하는 거지(조희연).” “이런 경우도 있어요. 전경과 대치할 땐 남자가 앞으로 나가고 여자는 뒤로 빼주거든요. 물론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배제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힘이 충돌하는 현장에서는 장애인들도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 무리가 있어요(김이민경).” “규율과 보호는 동전의 양면이야. 예비군이 앞장서는 것도 차이에 따른 분업이 아니라, 기존의 규율체계에 따른 분업이라 할 수 있지. 여성은 보호받고 남성은 보호하는 분업체계가 촛불시위에서도 형성되는 거야(조희연).” ●“하고 싶은 말들이 생겼어요” “촛불 이후가 기대되는 게, 촛불을 통해 말하지 않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잖아요. 중·고등학생이 말하기 시작했고, 어머니들이 말하기 시작했어요. 촛불 이후에도 그들이 예전처럼 그냥 학교와 가정에만 있을까 싶어요. 한번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냥 말문을 닫고 있지는 않을 거라 믿어요(김이민경).” “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아주 중요한 지적이야.1980년대는 반독재라는 시대적 과제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관심사를 드러내지 못한 게 사실이거든. 지금은 그런 집단주의 시대는 아니지. 촛불을 통해 개인의 차이를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조희연).” “촛불 이후에도 자신의 문제의식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광장이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촛불이 꺼지고 나면 광장까지 사라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요(정훈).” “촛불 이후에 저도 계속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촛불시위를 진압해야 하는 전·의경들도 많이 괴로울 거 같아요. 그들도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이거든요. 질서유지란 이름으로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전·의경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어요(김이민경).” “촛불에서 찾아낸 정치적 주체성을 토대로 우리 삶 속 권위주의를 어떻게 해체할 거냐를 이야기했는데,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촛불을 들고 가야 할 궁극적인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삶 속이란 생각이 드네(조희연).” 글·사진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대를 말하다] 10대 인터넷 댓글 넘어 직접 참여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대를 말하다] 10대 인터넷 댓글 넘어 직접 참여

    ■ 정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토록 지겹게 듣던 ‘정치 무관심’이란 키워드가 유독 2008년에는 무색해졌다. 모두 한목소리로 ‘정치 참여’,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정치 참여에 대한 세대별 특색도 다르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방식이나 양상에서 차이도 발견된다. ●10대:문화와 정치의 경계를 허물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세대는 단연 10대다. 가장 먼저 거리로 뛰쳐나왔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10대의 이러한 민첩성(?)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08년 6월 뜨거운 함성’의 도화선이 됐다. 전문가들은 10대 정치참여의 지지세력으로 한결같이 ‘인터넷 문화’를 꼽는다. 하지만 이를 소화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는 달랐다고 말한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10대는 문화와 정치의 경계를 허물 줄 알았다.”면서 “열려 있는 문화 공간인 인터넷에서 정치적 공론과정을 거치고 그 속에서 토론했으며 그 이슈를 오프라인으로 옮길 줄 아는 보다 활력적인 ‘전자적 대중’이었다.”고 평가한다. 시대적 상황이 달라진 것도 이들 세대의 특성을 규정짓는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다른 세대들에 비해 덜 편향되고 더 개인주의적이며 불만이 있으면 거침 없이 참여할 줄 아는 세대”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부모들로부터 ‘뜨거운 피’도 수혈 받았다. 유시춘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정치성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중 하나는 부모”라면서 “하지만 10대는 과격성을 띠지 않는다. 부모세대가 쟁취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20∼30대:평생을 끌고 갈 ‘외환위기 트라우마’ 10대와는 불과 10년 차이. 하지만 20대의 정치참여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소 염세적이다.‘경제위기로 주눅이 든 세대, 취업의 압박 속에서 결국 가장 우울한 청춘을 보낸 세대, 결국 개인문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세대’라는 게 20대의 꼬리표다. 신광영 교수는 “20대는 학창시절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폐쇄적 교육을 받고 만성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결국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번 20대는 역대 20대 중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세대”라고 아쉬워했다. 30대는 다소 ‘애매모호’하다는 평가다.‘386’ 선배들의 조금은 과격한 정치 참여를 보고 배웠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수백장의 이력서를 써야만 했다. 정치적으로는 주먹을 불끈 쥐며 희망을 키웠지만 구직의 늪 앞에서는 절망을 배웠다. 신광영 교수는 “사회적 적응도도 빠르지만 비판적 생각도 갖게 되는 이중적 속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40대:민주주의를 완성한 ‘공로자’ 한국의 민주주의에 가장 큰 공로자를 꼽으라면 단연 지금의 40대다.87년 6월의 뜨거운 함성은 바로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조대엽 교수는 “이들은 이성적으로 정치화된 세대다. 민주화 투쟁은 이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참여의식과 저항의식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유시춘 이사장은 “이들은 권위주의에 저항할 줄 알고 조직의 집단적 문화를 이해한다. 이들 40대가 있는 한 급격한 보수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40대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과 총선은 이들의 ‘변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민전 교수는 “그간 선거에서 386으로 대표되던 40대의 변심이 뚜렷이 보였다. 특히 경제에서 보수적 색채를 지녔던 이들이 생활에 위기를 겪으며 전반적인 보수화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김승훈 이경원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종교단체의 평화시위 유도 평가하지만

    종교단체들이 촛불시위로 어수선한 거리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초부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시국 미사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어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기도회에 이어 오늘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주도하는 법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행사들이 촛불의 심지를 돋울 게 아니라 무한 대치 정국의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빌 뿐이다. 우리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와 거리행진이 평화적으로 끝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촛불시위의 흐름을 비폭력적 양상으로 되돌린 게 다행스럽다는 뜻이다. 특히 사제들이 참가자들에게 행사 후 귀가를 권유하는 등 공권력과의 충돌을 누그러뜨린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집회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군중심리에 휘말린 시위대가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유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이번 주말 민주노총이 대규모 시위를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언로가 막혔던, 엄혹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의구현사제단은 세상의 소금 구실을 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국민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표출하는 마당에 종교단체들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교 분리 원칙을 떠나서라도 종교인들이 어차피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정책 논쟁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식탁의 안전성 확보를 내세우며 촛불을 든 시위대뿐만 아니라 촛불시위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광화문 일대의 상인들도 다 같은 국민이 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언급이나 “촛불 끄고 제자리로 돌아갈 때”라고 한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고언의 참뜻을 함께 새겨볼 시점이다.
  •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88올림픽 4위·월드컵 4강의 힘 베이징으로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88올림픽 4위·월드컵 4강의 힘 베이징으로

    이 땅에 근대 스포츠가 처음 도입된 건 1900년 이전이었다.19세기 말 개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무렵 외국인 선교사들은 한 손에는 성경을, 또 한 손에는 축구공과 야구공을 들고 격동기의 조선 땅을 찾았다. 최초의 스포츠 이벤트는 피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1894년 겨울. 당시 조선 주재 외국인들이 얼어붙은 경복궁 향원정 연못 위에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얼음 위를 나는 기술’을 선보였다. ●올림픽과 함께한 60년 최초의 경기장은 향원정, 선수는 스케이트를 신은 외국인, 관중은 고종과 명성황후였던 셈이다. 당시 황후는 남녀가 사당패처럼 발재주를 부리며 손까지 잡았다 놓았다 하는 모양을 보며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후 100년을 훌쩍 넘기고 대한민국의 국호가 60년을 누리는 동안 스포츠는 정치와 사회, 문화는 물론 국민의 정서까지 가늠케 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손에 쥔 것 하나없이 남의 손에 의해 움을 틔운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이제 어엿하게 세계 10위라는 명찰을 단, 아름드리 굵직한 나무로 컸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국제종합대회인 올림픽과 더불어 성장했다. 한국 체육사는 올림픽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공식 선포한 48년 8월15일 직전(7월29∼8월14일) 열린 런던올림픽에 감격의 태극기를 들고 참가, 복싱과 역도에서 동메달 1개씩을 따는 등의 성적으로 58개국 가운데 24위를 하며 신생독립국가로서 대한민국을 만천하에 알렸다. 먹고사는 것만 걱정해야 했던 60년 전의 것도 더 이상 아니다.88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축구대회라는 ‘빅 이벤트’가 한반도를 하나로 묶은 ‘자본주의적 전체주의’의 결과물이었다면 지금은 피겨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처럼 개인의 강력한 힘이 대한민국의 브랜드력을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사실 과거 경제개발을 위해 해외 진출에 명운을 걸다시피 했던 그 시대에 세계화를 선도한 것도 스포츠였다. 개발독재가 정당화되던 권위주의 시대에는 스포츠의 국제적 성과가 곧 국위선양이었고, 이는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정점으로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이 스포츠의 ‘내셔널리즘’과 ‘엘리트 지상주의’를 부채질한 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민족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를 확장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건국 60년 대한민국 스포츠의 ‘화두’는 민족의 자존심과 응집력이었다. 고난과 질곡 속에서 올림픽 현장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만큼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됐다. 그리고 그 응집력은 정치나 경제, 국제사회 등 다른 현장에서도 민족성을 발휘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평가받아 왔다.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마라톤 제패로 털어버린 게 72년 전. 태극기 아래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몬트리올올림픽의 영웅 양정모의 쾌거도 벌써 32년이 지났다. 이후에도 온갖 시련과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한 건 스포츠 현장에서였다.10년 전 외환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박세리의 ‘맨발투혼’에 가느다란 희망을 엿봤고, 한·일월드컵에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던 ‘세계4강의 신화’에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2004아테네올림픽 9위 등 20년 동안 세계 10위권 스포츠 강국이다. ●한국 체육, 새로운 코드는 프랑스의 칼럼니스트 기 소르망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 진화는 매우 빠르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 현대의 스포츠는 경제상황이 나쁘다고 흔들리지 않을뿐더러 이념적인 분열이나 대립에 관계없이 전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건 현대의 스포츠는 더 이상 다른 상황이나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충분하게 자주적이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국을 좇아 60세가 된 지금 대한민국의 체육은 소르망의 말대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일까. 경제적인 자립은 아직 이르다고 해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불균형은 제대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더욱이 서울올림픽을 절정으로 한 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문민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역차별의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60년을 성장해온 대한민국 체육이 건국 60주년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이라는 또 하나의 이벤트를 통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를 모두는 바라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최루액? 아예 총 들고 나오지”네티즌들 반발

    경찰이 극렬 폭력시위대에 대해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어 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7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전경 버스를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위진압용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어 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게시판 및 기사 댓글란에 “시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며 경찰의 이같은 대응책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아이디 ‘moonbung’는 “아예 총자루 들고 나오지 그러냐.”며 “이것이 정녕 2008년의 대한민국이 맞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아이디 ‘ssc2222’의 네티즌은 “노인·어린 학생에 심지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엄마들도 많은데 너무한다.”며 “원인 제공은 정부에서 해놓고 이렇게 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idland2’는 “차라리 염산을 섞는 건 어떤가.(경찰측에서는 시민들을)다시는 못 나오게 하고 싶을 것인데….”라고 비꼬았다. 다른 많은 네티즌들도 “물에 녹아내린 최루액이 눈이나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면 건강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경찰의 발상을 보니 우리 나라가 80년대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bettle99’등 몇몇 네티즌들은 “공권력 무너지는 나라치고 잘된 곳 못 봤다.지금의 사태를 보면 꼭 무정부사태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와 함께 이날 경찰이 물대포에 형광색소를 섞어 분사한 뒤 그 색소가 옷에 묻은 시위자를 끝까지 추적,검거키로 한 것을 두고도 “근처에 있다가 잘못 맞은 사람들은 어떻게 구별할 거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읽기 쉬운 고지서

    이달부터 서울시가 발행하는 각종 세금고지서가 보기 쉽고, 읽기 편하게 바뀐다. 서울시는 단순한 나열식의 과세 정보를 제공하던 세금고지서를 이달 자동차세 고지서부터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꿔서 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디자인이 바뀌는 고지서는 6월 자동차세와 7,9월 재산세,8월 주민세 등 정기분 지방세 고지서이다. 새로운 디자인은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내야 하는 금액, 기한, 담당자 성명 등 필요한 정보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진하게 강조했다. 고지서 앞면은 주요 과세정보만 적고, 뒷면에 자세한 설명을 달아 정보 전달 기능을 강화했다. 또 납세고지서, 각종 코드 등 어려운 행정용어 사용을 줄였다. 고지서 색상은 자동차세는 연한 파란색, 재산세는 연한 주황색, 주민세는 연한 녹색이다. 이와 함께 2001년부터 영어판만 발행하던 외국인용 세금 고지서는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3개 언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수십년간 사용되던 정기분 지방세 고지서는 과세관청 위주의 권위주의적인 부분이 있어 실제로 납세를 하는 시민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고지서를 올해 1500만건 발송하고, 앞으로 모든 지방세와 과태료 등 세외수입 고지서의 디자인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열린세상] 무지개 내각이라도 꾸려라/이병민 서울대 교수

    [열린세상] 무지개 내각이라도 꾸려라/이병민 서울대 교수

    2008년 5월과 6월. 서울 한복판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집회 초기 좌파 배후세력의 준동이나 광우병 괴담에 빠진 어린 학생들의 ‘촛불놀이’라는 해석에서 축제 같은 시위, 웹 2.0 세대의 디지털 민주주의의 탄생, 의회 민주주의의 상실, 다중의 중우정치 등으로 촛불시위에 대한 해석이 진화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는 정치권이나 언론의 움직임도 바쁘다. 하지만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해석되든 촛불집회 속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우려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고스란히 용해되어 있다. 국민들에 의해서 ‘명박산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광화문 컨테이너 장벽은 정부와 국민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날 아침 광화문 광장에 불뚝 솟아오른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조소섞인 웃음 이면에는 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막막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정부 일부 인사들의 속내와 언어에는 촛불시위에 대한 노여움이 묻어난다. 왜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는 투정도 엿보인다. 국민들을 계도하고 훈계하고 싶은 윗사람의 권위주의가 드러나기도 한다. 마지못해 떠밀려가는 사람들의 몸부림과 미적거림도 보인다. 물론 그 속에는 정치적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꼼수도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장벽을 광화문 대로변에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의 보수(保守)는 토론과 소통에 체질적으로 약한 것 같다. 이미 인수위시절 영어몰입교육 논란에서부터 이어진 일련의 대응을 보면, 국민과의 관계는 언제나 엇박자를 내었고 일방적이었으며 자기들만의 소통이었다.CEO나 기관장이 부하 직원들을 앞에 놓고 일장 훈시를 하듯 그런 소통을 기대한 모양이다. 그 기저에는 언제나 나는 잘 알고 내가 전문가라는 우월의식이 있었는지 모른다. 반대하는 사람은 같이할 수 없다는 이념의 이분법에 의한 편 가르기가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다수의 국민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았는데 하는 오만과 자만심이 있었는지 모른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위정자의 말 속에는 궁색한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솔직함과 진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이나 ‘지위’ ‘권위’나 ‘권력’으로 국민을 누르기보다 다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논리와 진실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 왜 국민들이 이념보다 경제와 실용을 선택했는지 그 뜻을 읽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 땀 흘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을 필요로 한다. 한쪽 이념에 편향적인 코드인사도 바라지 않는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외칠 때 그 국민은 그야말로 다양하며 어느 한 쪽 이념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코드인사로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던 사람들이 누구며, 이념의 잣대로 그들을 몰아세웠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었다면 지난 과거의 모든 말과 행동들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국민은 이념과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이제 정부가 인적쇄신을 고민하는 모양이다. 첫 번째 출발점으로 새로이 구성될 내각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로 구성되기를 바란다. 이념과 파벌을 넘어 진정한 실용 정신으로 국익을 위해 봉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진보와 중도 그리고 보수가 어우러진 무지개 내각을 구성하기 바란다. 그것이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촛불시위 속에 담겨져 있는 국민의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
  • 한국 정치학계 거목 최장집 교수 퇴임 고별 강의

    “제 정치학의 출발점은 한국 그리고 서울이었습니다.” 20일 현직으로 마지막 강의를 한 최장집(6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에 기반한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이 대학 인촌기념관에서 ‘한국의 정치와 나의 정치학’이란 주제로 열렸다.1200여명의 학생, 동료학자, 독자들이 석학의 현직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했다. 최 교수는 이 자리에서 40년 남짓 연구해 온 정치학과 한국정치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학문적으로 한국 현실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과거 권위주의 시기, 민주화, 그 이후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재의 촛불시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고 많은 비판자들을 대면했다.”고 돌아봤다. 최 교수는 이런 자신의 정치학을 ‘현실비판적 정치학´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최근 벌어진 촛불시위를 “민주화 이후 선거, 정당, 자율적 결사체, 참여, 대표의 원리 등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고 해석하고 “정당정치의 복원과 활성화를 중심으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강력한 국가-약한 시민사회’의 구조가 재생산되면서 노동자·농민 등 하층을 배제한 상층편향적 대표체제가 지속돼 왔다.”면서 “운동세력들은 이제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 정치생활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좋은 정당이 좋은 리더십을 훈련하고 양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좋은 정당이 정치를 통해 전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막아야 한다.”면서 “그러할 때 인간적·사회적 가치들이 다시 강조돼 발현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정치 혼란의 원인을 정당정치의 문제에서 찾아온 그의 이론적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1983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같은 해 9월 고려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최 교수는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학술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냉전반공주의의 극복, 정당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실행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그는 한국 정치학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98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최 교수는 보수언론의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주제였던 해방 후 이념대립, 권위주의, 노동과 호남배제 문제 등을 다루다 보니 ‘운동권’,‘친북좌경’,‘좌파’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내가 급진적인가를 스스로 되묻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교수는 취업경쟁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지도 모르지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점을 넓혀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하는 것으로 강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임 후 최 교수는 고려대 명예교수로 활동하며, 미국 스탠퍼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한 학기씩 한국 정치에 관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세태 꼬집는 연극, 관객은 즐겁다

    세태 꼬집는 연극, 관객은 즐겁다

    “조 앞에 쪼매난 식당이 보이지요? 조기가 이명박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해장국을 드신 식당입니다. 쇠고기 선지가 아주 일품인기라예.” 뉴스 멘트나 정오 라디오 프로그램의 콩트가 아니다. 요즘 대학로 공연 무대에서 주고받는 대사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대기업의 비자금 의혹 등 최근 시사 이슈들이 공연계 도마에 올랐다. ●美 쇠고기·비자금의혹…시사에 빠져드는 무대 연극 ‘돌아온 엄사장’(8월3일까지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의 첫 장면. 울릉도 유람선 안에서 가이드 성효는 관광객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선지국을 드신 식당’을 선전한다. 극 끝에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구호 중 하나였던 “쥐새끼를 때려잡자.”는 대사도 등장한다. 내용은 다르지만 미묘한 뉘앙스는 관객들 사이에 암묵적인 공감대를 안기며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또 포항 시장선거에 출마한 엄 사장은 일갈한다.“나 방통대 수료했는데 선거벽보에 방통대라고 썼다고 학력 위조했다고…. 내가 거 졸업했다고 쓴 것도 아니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학력위조 파문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연극 ‘도덕적 도둑’(9월7일까지·대학로 허밍스아트홀)은 단박에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의원 집에 숨어든 도둑이 TV를 켜자 이런 뉴스가 흘러나온다.“팔성 그룹의 비자금 구입의혹 미술품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수돗물’이 지난달 미국 뉴욕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별검사팀은 어제 신소영 동미갤러리 대표가…”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다리오 포의 희극을 각색한 이 작품은 비도덕적인 권력층과 이를 묵인하는 세태를 꼬집는 풍자극.‘도덕적 도둑’의 배우들은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연습시간마다 정치, 경제 등 시사공부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최신 시사는 배우들에게 애드리브로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헤드윅 콘서트’ 무대. 존 카메론 미첼은 우스꽝스런 행동을 한 자신을 가리키며 “미친소.”라 외쳐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살해 용의자를 찾는 뮤지컬 ‘쉬어매드니스’(오픈런·대학로 예술마당)는 공연 때마다 최근 이슈를 반영한다. 용의자로 추궁받는 미용사 토니는 형사에게 이렇게 항변한다.“내가 뭐하러 미용실 가위로 죽였겠어요. 차라리 미국산 쇠고기로 곰탕을 끓여 죽이든가 하지.” ●권위주의 현실…관객은 카타르시스에 빠져 관객들의 반향은 크다.‘쉬어매드니스’의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의 관계자는 “공개된 자리에서 요즘 세태를 짚어내다 보니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호응도 크고 더 쉽게 극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정성희씨는 “갑갑하고 억압적인 요즘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이런 형식을 요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풍자극의 본질에 맞는 진지한 문제의식 없이 ‘인용’ 수준에서 그친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70∼80년대 마당극이나 제도권 연극의 경우처럼 연극은 예전부터 반골정신을 지녀 왔다.”며 “공연은 살아있는 현장을 반영하며 동시대 관객들과 교감해 왔지만 공연의 주제나 형식과 상관없이 일회성 즐거움만 주려하면 작품을 깎아 먹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염주영 칼럼] 제2의 김재익을 기다리며

    [염주영 칼럼] 제2의 김재익을 기다리며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함정에 빠졌다. 고물가-고임금과 저생산-저고용의 악순환이 겹쳤다. 외부환경의 악화가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좀더 주의 깊게 대처했더라면 상황이 이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환경 악화가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어! 하는 사이에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인재 찾기다. 필자는 이대통령이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 인물 찾기에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MB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전문가다. 국내외 경제현장의 구석구석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강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제에 관하여 그가 입을 열면 주위의 어떤 경제전문가라도 입을 닫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경제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던져버려야 한다. 그 대신 경제전문가의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용인술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당시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으로 있던 42세의 김재익을 경제가정교사에 이어 경제수석으로 맞이했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권위주의 정부의 수장과 안정·자율·개방의 가치를 믿는 경제전략가의 결합? 어디에도 어울리는 구석이 안 보인다. 하지만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했다. 김재익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사이에 야기된 총체적 경제위기를 안정화 시책으로 극복해낸 주인공이다. 당시는 정부의 무리한 중화학투자 정책이 실패한 데다 오일쇼크와 수출부진이 겹쳐 1997년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안정화 시책을 설계하고 실천했다. 그 결과 한국역사상 최초로 3%대 물가를 실현했다. 연률 20~30%에 이르던 만성 인플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용인술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쓰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5년 내내 코드인사를 했다. 생각이 같아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참담했다. 왜 그런가. 어려운 문제가 닥쳤다고 상정해 보자.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해법을 찾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뒤섞여 해법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가 용인술에서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성공신화 창조의 주역이며 ‘성장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이 대통령이 결여되기 쉬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중시하는 가치는 성장·경쟁·효율 등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에게는 안정과 배려, 형평을 중시하는 경제철학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을 경제수석으로 발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집권 3개월여만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할까. 경제다.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 지지율은 차차 회복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경제전문가 대열에서 은퇴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지만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를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에게 경제를 믿고 맡기는 것이다.MB와 코드는 달라도 궁합이 맞는 제2의 김재익은 누구일까. 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yeomjs@seoul.co.kr
  • “촛불장난 너무 오래 한다”

    “촛불장난 너무 오래 한다”

    소설가 이문열(60)씨가 17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장난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네티즌들이 보수언론 광고주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행위이고 집단난동”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20일까지 재협상 발표가 없으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12%대까지 하락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성급함, 부주의함, 말과 의욕이 앞서가는 것”을 꼽으면서도 “사실 이상한 형태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으며, 사회적 여론조작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수입 반대)’ 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공영방송을 사수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여론조사 개입이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며 “정부 대변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경우, 정부에 인사권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네티즌들이 보수 언론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하는 것과 관련,“정부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정책들을 전부 꺼내 가지고 반대하겠다고 하면서 촛불시위로 연결하는 것은 집단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병이라는 것은 내란에 처했을 때도 일어나는 법”이라며 일종의 의병운동으로서 촛불집회 반대여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의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 선거를 통해 더 이상 물려받지 않아야 할 권위주의 시대 보수의 유산까지 전부 보수의 이름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이것이 분열과 혼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문열의 ‘말장난’이야말로 도를 넘었다.”면서 격앙된 분위기다. 아이디 ‘oksusu31’은 “촛불장난이라니, 그럼 참여한 100만 시민은 장난친 어린애냐?”면서 최근 출간한 이씨의 소설 ‘초한지’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했다.‘할 말을 했지만 지나쳤다.’는 의견도 있었다.‘malchemy’는 “초기 촛불집회와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민 다수의 의견을 한마디로 묵살해버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씨는 더 이상 보수진영의 논객이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수구극우주의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지방시대] 어떻게 만들어낸 민주주의인가/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지방시대] 어떻게 만들어낸 민주주의인가/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정말, 정말 어떻게 만들어낸 민주주의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서 일구어낸 민주주의인가. 얼마 동안 민족적 자존과 긍지, 통일의 그날에 대비코자 쑥물만을 삼키는 듯한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가. 아, 그래서 우리는 기억한다. 할머니가 켜 둔 등잔불 혹은 촛불 밑에서 제발 이 나라가 평화스럽기를, 사람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빌고 빌지 않았던가. 일제 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할아버지,‘히로히토 천황군’ 징병으로 태평양 전쟁터에까지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들의 쓰라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빌면서, 우리는 어느덧 이렇게도, 키가 훌쩍 커버리지 않았던가. 국군과 공산군의 몸이 무더기로 묻혀, 함께 썩어간 이 땅 삼천리 한반도…. 한국전쟁 직후, 무밥과 해초밥만을 먹고 자란 어린 시절부터 나는 이 땅 삼천리 한반도가 제발 폭력과 총소리가 없는 날이 계속되기를 천지신명께 빌지 않았던가. 너무나 빠른 나이에 목숨을 잃은 고향사람들의 무덤 위에서 철없이 뛰놀던 우리들의 유년시대(the Age of Korean Boys), 전후 반공시대의 흑막 속에서 수많은 정치가들이 암살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에미애비도 없던 우리들의 슬픈 유년’은 코밑 수염이 시커먼 청년기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우리들은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떠났던 것이다. “아아 잘있거라 부산 항구야/미스 김도 잘 있거라 미스 리도 안녕히….” 그렇게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서 베트남으로 떠나갔던 10년 동안 연병력 55만여명의 따이한 병사들, 이들이 바로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대가로 250억달러를 벌어와 1960,70년대의 한국근대화의 밑거름이 된 아아 그 시절의 안타까운 젊은 영혼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병사들의 두 손에 묻은 붉은 피의 냄새들! 그랬다. 베트남전쟁에서 별을 달고 돌아온 일부 장군들은 1980년 5월, 자신들의 조국―한반도의 남녘땅 광주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총소리, 총소리 속으로 몰아넣었다. 잿밥(정치)에 눈이 어두워 지키라는 최전방(DMZ)을 뒤로하고 후방인 ‘빛고을 광주’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끈을 결코 놓을 수 없었던 광주시민들과 전체 국민들의 함성이 모아진 1987년 6월항쟁 등을 통해 대한민국은 비로소 ‘정치민주주의’의 길로 들어섰던 것 아닌가. 신군부 출신 전두환·노태우를 ‘세기의 재판’을 통해 단죄코자 한 김영삼의 문민의 정부→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권위주의를 불식시키려 했지만 ‘경제민주주의’의 코드를 찾아내지 못한 가운데서 연약한 생명을 유지하다가 CEO 출신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에게 대권의 바통을 넘긴 참여정부의 노무현-. 아 그런데 2008년 6월, 이른바 ‘이명박호(號)’는 어떤가. 과연 항해가 순조로운가. 우리가 볼 때는 아직 출항 직전인 것 같다. 아직 항로가 불투명하고 안개 속인 것 같다. 아니 어둠보다 더 걱정스러운 안개 속에서 좌초 직전에 놓인 듯이 보인다.“이래서는, 저래서는 안되는데….”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나라의 정체성을 비하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고 하다니! 그 발상부터가 틀리다는 것을 어서 빨리 알아차리고 애당초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끼운 다음, 새로운 출항의 자세로 ‘민주주의의 항로’를 계속하길 바란다. 민주정치와 민주경제는 동전의 앞뒤처럼 같다는 것을, 달리는 열차로 말하면 두 레일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 님께서도 세종로에 나와, 촛불 앞에 앉아 ‘하늘을 우러러’ 자신을 돌이켜보길 부탁드린다. 이 땅의 구성원들 모두를 ‘ 끝끝내 보낼 수 없는 님’으로 손잡아주면서 함께 일어서주길 바란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기로에 선 화물파업] 대책회의 “쇠고기·정책문제 연계”

    ‘광우병 쇠고기’에서 ‘이명박 정부 주요정책’ 반대로 기조를 확대한 촛불집회가 민생 문제와 맞물린 화물연대 파업과 더불어 대정부 투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쇠고기 재협상을 외치던 촛불의 물결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KBS 표적감사 중단’ 구호와 함께 여의도로 행진하며 현 정부의 정책 반대 투쟁으로 확대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번주부터 ‘쇠고기와 건강보험 민영화’,‘쇠고기와 대운하’,‘쇠고기와 학교 자율화’ 등으로 촛불집회의 화두를 매일 따로 정하고 쇠고기 문제와 정부 주요정책 추진의 문제가 동일 선상에 있음을 알릴 계획이다. 게다가 2003년 파업 때 외면당했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이번에는 ‘기름값 상승에 따른 생존투쟁이며, 구조적 문제 해결에 소홀했던 정부책임’이란 식으로 전환되면서 파업의 초점도 소통에 소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때문에 대책회의 쪽이 정부에 ‘쇠고기 재협상 선포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20일까지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촛불은 파업과 결합해 더 뜨겁게 타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15일 “쇠고기 문제는 민심 이반의 계기였을 뿐”이라면서 “이제까지 잘못된 정책추진을 지적하는 국민의 불만에 정부가 반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정책 반대 투쟁이 힘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이슈들에 대한 논의의 장을 통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촛불을 어떻게 결말지을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토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한달 이상 진행된 촛불집회가 시민들에게 스스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충족감을 줬지만 ‘중심의 부재’로 인해 어디로 가야 할지 불안감을 안겼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촛불을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중요한 질서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주요 정책 이슈를 고민하면서 스스로 자기규정을 해볼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정부 투쟁’으로의 기조 확대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지난 13일 일부 시민들은 여의도 행진에 동참하지 않은 채 광화문에 남아 재협상 요구에만 집중했다. 정부 정책 쟁점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면서 일부 시민들이 고개를 돌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절박한 민생문제에 내몰린 이들에 의해 지금까지 지켜온 비폭력·평화 움직임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국민의 건강보다 미국을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실책 인정에는 인색한 정부의 오만한 자세가 답답해서 나온, 시민들의 소통의 장이 지켜질 수 있도록 억제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美언론 “李대통령 이미지 제고 기회”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언론들은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10일 서울 등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 달 넘게 계속된 촛불시위에 책임지고 내각이 일괄사퇴했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자 1면에 지난 10일 밤 서울 도심 촛불시위 사진을, 국제면인 10면에는 전경과 몸싸움하는 시위대 사진과 기사를 다뤘다.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각 총사퇴가 성난 시민들을 달래고 정부를 다시 세우는 한편 이 대통령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이 1970∼80년대 암울했던 군사정권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시위 참가자들의 불만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 중심부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풍선 등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며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대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자 사설에서 “시위는 한 TV 보도로 촉발된 것”이라며 “불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확산시킨 언론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AP는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대규모로 열린 촛불집회가 80년대 민주화투쟁 상황을 연상시켰다고 보도했다. kmkim@seoul.co.kr
  • [6·10 촛불집회] 숨죽인 한나라당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한나라당은 숨을 죽이고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를 지켜봤다. 당직자들은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어떻게 될지, 촛불집회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가 이날 집회 분위기에 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격시위 모습이 나타나거나 집회가 정권퇴진 집회로 완전히 변하는 게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은 우리 당에서 비상근무하는 날”이라면서 “오늘 밤늦도록 당직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시위상황을 개별 점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이 개시되면 물류대란이 온다.7월 초부터 비정규직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대란도 떠오를 수 있다.”며 정국 변수에 촉각을 기울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이 시위 정국을 이용해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면서 “야당은 6월 국회를 정상화해 고물가·고유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조속히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스스로는 “열린 마음으로 야당을 대하고, 야당과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6·10항쟁 21주년 논평에서 “6·10 그날의 민주화 함성과 열망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단순히 당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국민적 저항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하지만 민생고로 피폐해져 가는 서민의 삶마저 무시하고 있는 야당의 길거리 정치는 6·10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수호와 발전을 위했던 6·10항쟁 정신은 절대로 야당의 명분 없는 장외투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편으로 한나라당은 대규모 집회 등에 관심이 집중된 이 시기 동안 국정쇄신 방향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화물연대 등과의 조율을 계속 시도하고,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의 복당 심사를 서두르는 것도 이런 각오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촛불 물결 ‘국민주권’ 외치다

    촛불 물결 ‘국민주권’ 외치다

    21년 만에 다시 광장이 열렸다.6·10 민주화항쟁 이후 처음으로 수십만명 규모로 모인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신(新) 6·10항쟁’의 장을 열었다.‘독재 타도, 호헌 철폐’라는 거대 민주화정치 담론에서 ‘쇠고기 고시 철회, 대운하 반대’ 등 미시 생활정치 담론으로 바뀌었을 뿐, 정권의 부당함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들의 ‘국민주권적’ 열정은 그대로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고시철회·즉각 재협상·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는 이번 촛불집회 최대 인파인 50만명(경찰 추산 10만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달 2일 이후 34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 유모차를 끈 가족 단위 참가자들과 대학 시절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중년 세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태평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두 갈래로 나뉘어 종로와 서대문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부산 서면 주디스태화 앞에서도 3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으며 일부는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광주 금남로에도 6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으며 전주와 대구, 울산, 창원, 강원, 충남 등 전국 79개 지역에서도 일제히 촛불이 켜졌다. 그동안의 6·10항쟁 기념일과 비교해 이날 ‘신 6·10항쟁’의 의미는 달랐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정부가 한달 넘게 제기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시민들은 6·10항쟁 기념일을 맞아 생활정치라는 미시적인 민주주의의 목표를 광장의 목소리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모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진중권 겸임 교수는 “지난 정권 때까진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하면 됐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으로 인해 87년의 민주화 운동 성과였던 민주주의 원칙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전국 모든 경찰관(제주 제외)들을 상황 종료까지 비상대기시키는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서울에만 221개 중대 2만여명, 전국 292개 중대 2만 5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빈축을 샀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회원 3000여명도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신경전을 벌였지만 촛불의 물결에 묻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8.6.10 촛불 물결 ‘국민주권’ 외치다

    서울광장 수십만 “쇠고기 재협상” 요구 전국 79곳 동시집회… ‘新6·10항쟁’으로 21년 만에 다시 광장이 열렸다.6·10 민주화항쟁 이후 처음으로 수십만명 규모로 모인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정권 규탄을 외치며 ‘신(新) 6·10 항쟁’의 장을 열었다.‘독재 타도,호헌 철폐’라는 거대 민주화정치 담론에서 ‘쇠고기 고시 철회,대운하 반대’ 등 미시 생활정치 담론으로 바뀌었을 뿐,부당함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들의 ‘국민주권적’ 열정은 그대로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고시철회·즉각 재협상·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는 이번 촛불집회 최대 인파인 40만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7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지난달 2일 이후 34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를 비롯해 유모차를 끈 가족 단위 참가자들과 과거 대학 시절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중년 세대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태평로를 가득 메웠다.이들은 촛불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과 종로 거리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부산 서면 주디스태화 앞에서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주디스태화∼서면로터리∼밀리오레앞 사거리∼부전도서관∼부산은행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전주와 광주,대구,울산,창원,강원,충남 등 전국 79개 지역에서도 일제히 촛불이 켜졌다. 그동안의 6·10항쟁 기념일과 비교해 이날 ‘신 6·10항쟁’의 의미는 남달랐다.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정부가 지난달 2일부터 제기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시민들이 6·10항쟁 기념일을 맞아 생활정치라는 미시적인 민주주의의 목표를 광장의 목소리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모이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중앙대 진중권 겸임 교수는 “지난 정권 때까진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하면 됐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으로 인해 87년의 민주화 운동 성과였던 민주주의 원칙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 모든 경찰서(제주 제외) 경찰관들을 상황 종료까지 비상대기시키는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서울에만 221개 중대 2만여명,전국 292개 중대 2만 5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회원 3000여명도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이들과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글 / 서울신문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김상인VJ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촛불시위 새 변화의 단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대의 주장을 전적으로 이해한다.”면서 “협상 수정안이 국민 우려와 걱정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타임 최신호는 ‘청와대의 고민(Lee’s Bule House Blues)’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이 대통령이 쇠고기 사태를 비롯한 각종 국정 난맥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지지도가 20% 안팎으로 떨어지며 위기에 몰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요구는)어린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라면서 이번 시위가 쇠고기 문제를 넘어 그 이상의 것에 관한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절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며 “한국에는 국민들의 시위가 의미있는 변화의 단초가 된 전통과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6자 회담에 대해선 “6자 회담을 놔두고 남북 관계만을 진전시키는 두 개의 별도의 노선을 지향할 의도가 없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핵 포기가 정권을 지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등 북한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 번, 세 번이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 .”는 뜻을 밝혔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소통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관련,“오랫동안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왔다.”면서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목표에 대해서는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경제상황이 매우 우호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선 50% 이상이 앞으로 정부와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1∼2년내 상황이 나아지면 나의 지지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송한수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네티즌이 띄운 詩 촛불노래로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 6일 밤 5만여명(경찰 추산·주최측 추산 20만명)이 모인 서울 태평로 촛불집회에서 가수 안치환은 ‘유언’이라는 노래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곡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고 짧은 가사를 금방 따라불렀다. 안씨는 “어느 네티즌이 인터넷에 띄운 시에 곡을 붙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부르면서 촛불시위에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시위가 축제 형태로 진행되면서 새로 탄생한 시위 노래들이 밤새 끊이지 않고 있다. 피곤에 지친 시위대에게는 큰 활력소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미 전국민의 애창가가 됐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가사의 전부이지만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일침을 가하는 데 안성마춤이다. 동요 ‘뽀뽀뽀’를 개사한 노래도 자주 불린다.“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가 시장갈 때 미친소, 우리가 학교가면 0교시….” 등 노랫말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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