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권위주의
    2026-03-25
    검색기록 지우기
  • 기관총
    2026-03-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80
  • [객원칼럼] 누구 맘대로 할 수 있는 나라/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누구 맘대로 할 수 있는 나라/김동률 KDI 연구위원

    딸아이가 재수생, 아들이 고2까지 큰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용돈을 줘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께 받은 세뱃돈을 어떻게 썼는지 물어 본 적도 물론 없다. 아내가 따로 용돈을 준 것도 아니다. 흔히 크레덴자로 불리는 조그만 탁자가 마루 끝에 있고 그 탁자에 작은 서랍이 있다. 서랍 속에는 늘 만원권 서너 장, 천원권 서너 장, 그리고 동전들이 담겨져 있다. 수시로 확인해 보고 서랍이 비게 되면 채워 넣는 것은 아내의 일이다. 아이들은 돈이 필요하면 꺼내어 쓴다. 물론 사전 허락을 받거나 사후 보고를 할 필요는 없다. 또 아내와 내가 캐묻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알아서 돈을 가져다 쓰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집만의 용돈 관리는 그동안 서너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다. 서랍 속의 돈은 아들에게는 제 또래 동네 친구들의 군것질용으로는 충분했다. 아내와 나는 짐짓 모른 체 보고만 있었다. 군것질 돈이라는 게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문제는 딸아이였다. 용돈을 무절제하게 쓰는 두 살 아래 동생을 호되게 나무라는 게 보통이 아니다. 아이들 간의 긴장국면은 열흘간이나 계속됐다가 조용해졌다. 서랍 속의 돈을 맘대로 쓰던 아들이 생각을 바꿨음은 물론이다. 몇 년이 흘렀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내게 항의해 왔다. 용돈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용돈을 받고 또 그것을 절약, 선물을 해야 뭔가 의미가 있고 그럴듯해 보이는데 서랍 속의 (부모가 넣어둔) 돈으로 선물사기가 영 맘이 켕긴다는 것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커서 결혼해서 그때 네 가족한테는 너희들만의 좋은 방식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당부하면서. 간단한 얘기이지만 이처럼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는 자유와 자율은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가 않다. 특히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규제와 감시에 익숙해져 온 우리로서는 자율이 어색할 때가 종종 있다. 교통량이 뜸한 교외 길에도 유턴 허용 표지가 없으면 어디 후미진 곳에 가서 억지로 돌려 오거나 아니면 딱지 뗄 각오를 하고 맘 졸이며 방향을 튼다. 지시나 허용해 주지 않으면 쉽게 뭘 하기가 망설여진다. 군대서 ‘빳따’로 두들겨 맞으며 가장 많이 듣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누구 맘대로”가 아니던가. 그러나 “누구 맘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선진국이 된다. 미국의 경우 좌회전, 유턴 등등은 금지 표시가 달리 없으면 맘대로 할 수 있다. 운전뿐만 아니다. 하지 말라는 규정만 없으면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이른바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원래 무역 용어로 수출입 자율화가 인정된 제도에서 특정 품목에 대해서만 수출입을 제한하는 방식, 지금은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쓰이는 말이다. 특별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개인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사회구성원의 양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제로 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도 이제 많이 변했다. 좁아지는 도로에서 교차 진입이 정착되고 있으며, 수백만명이 길거리 응원에 나서도 사고 소식은 없다. 사회가 몰라볼 정도로 성숙했다는 좋은 증거다. 문제는 정부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예전 그대로다. 기름값이 오르니 5부제를 하고, 위반하는 차는 공용주차장에는 얼씬도 말라. 에어컨은 몇 도까지 올라가면 틀어라 등등 기업과 국민들을 유치원생 쯤으로 여기는 강압성 대책들은 여전히 튀어 나온다. 일찍이 일제가 지배전략으로 전파한 ‘조선인은 스스로는 안 된다.’는 비하의식이 이 정부 주변에는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물론 네거티브 시스템에는 일정부분 부작용이 따른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 이치란 세상에 없다. 썩은 가지를 일일이 쳐내는 것보다 나무 전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여 더 좋은 열매(사회)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발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 [글로벌 시대] 중국경제 경착륙도 고려해야/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글로벌 시대] 중국경제 경착륙도 고려해야/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중국경제는 해마다 성형수술을 하는 미녀와 같아요. 볼 때마다 더 활력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사업차 매년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감탄사다. “중국 자신은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리더로서 G2의 자격이 없다고 사양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협조 없이 주요 국제경제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잖아요?” 한 일본 외교관의 토로다. 중국경제에 대한 국제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중국경제는 앞으로도 급성장해 머지않아 미국경제 규모마저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나친 평가를 부담스러워한다. 중국의 속사정이 그렇게 녹록지 않아서다. “중국 속담에 눈 뜨고 잠잔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그렇습니다. 종전과 달리 지방 출신 농민공들의 불만소리가 부쩍 높아져서 불안해요.” 유복하게 사는 한 상하이 부동산업자의 말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성공 못지않게 후유증도 심각하다. 불균형 성장으로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부동산 투기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이 늘고 있으나 저가인 데다 원천 기술이 부족해 로열티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되었다고 하나 환경오염으로 인간 삶이 황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회가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는 까닭은 두 자릿수에 달하는 고도 경제성장으로 주민 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고민이 깊어간다고 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가적 도전이 밀려오고 있다. 이 도전은 경제성장 만능주의의 반작용이기도 하다. 첫째,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신세대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행동양식이다. ‘소황제 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는 한 자녀 갖기 운동의 산물로서 기성세대와 달리 탈권위주의와 자신의 권익추구 성향이 강하며,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세대다. 이들이 점차 중국사회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강력한 변화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폭스콘’공장 직공의 연쇄자살로 촉발된 임금인상 문제도 신세대의 등장에 따른 파문에 해당한다. 둘째, 국민정서가 불안정하다. 오늘날 중국사회는 물질만능 풍조 등 가치관의 변화로 정신적 방황 상태에 있다. 최근 중국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묻지 마 칼부림사건은 고도성장의 뒤안길에서 곪아가는 병든 중국사회를 대변한다. 그러나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제한되어서 정신적 위안처나 도덕적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일부 국민이 파룬궁(法輪功)을 통해 정신적 도피처를 모색하다 정부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셋째, 경제에 비해 정치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독재,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라는 이질적 요소가 결합한 형태다. 이 시스템이 개혁개방 초기에는 개발독재의 장점을 발휘한 면이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이 심화될수록 정치의 경직성은 경제의 자율성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중국 공산당은 경제성장이라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격이다.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한(경제 성장) 안전하다. 그러나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면(경제 실패) 호랑이 밥이 된다. 그런데 언제까지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릴 수는 없다. 언젠가 고도성장 기대감이 사라지게 되면 잠복되어 온 문제들이 순차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할지 모른다. 버블이 터지면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경착륙할 우려가 있다.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숙명적으로 한국의 운명과 직결된 존재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보다 치밀하고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중국의 성장추세와 장래를 지나치게 긍적적으로 보고 ‘올인’하는 시각이 팽배하지는 않은지. 현시점에서는 중국의 비상(飛上)이 지속될 여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착륙을 고려해야 하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에게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 취임식 이모저모

    민선5기 단체장들의 취임식은 과거와는 달랐다. 권위주의와 틀에 박힌 행사는 사라졌다. 요란스러운 구호나 축하행사도 자취를 감춰 달라진 분위기를 확인했다. 주민들을 섬기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깜짝 이벤트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오세훈 시장의 취임식은 ‘시민과 함께 만드는 따뜻한 서울’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행사장 로비에 부스를 설치해 저소득층 후원 신청을 받았다. 오 시장도 즉석에서 지난해 강연료와 인세 등으로 번 1000만원을 기부했다. 취임식에는 주한외교사절단과 전직 시장, 언론사 대표, 시의원과 구청장, 각계 대표, 대학총장,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서민들과 함께했다.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버스기사, 환경미화원, 집배원, 일반 시민 등 700여명이 초청됐다. 의례적인 식전·식후 행사도 없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대학생 200여명을 불러 젊은 인천을 자랑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장 취임식에 여러 차례 참석했었지만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시장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 같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의정부 가능역 교각 아래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무한돌봄 수혜가정과 한센촌 주민, 새터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전통시장 상인, 택시기사 등 200여명이 초청됐다. 김 지사는 취임식을 마치고 무료급식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것으로 취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취임식은 아예 취임식장을 개방해 열린행정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서민지사’를 표방한 이시종 충북지사의 취임식이 열린 청주예술의 전당에는 재래시장 상인, 벽지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다문화가정 부부 등 200여명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청렴 서약과 세족식을 갖는 등 이색적인 취임 행사도 열렸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취임식을 대신해 30여명의 사무관 이상 간부공무원 전원과 함께 청렴서약을 했다. 정현태 남해군수는 군민들에게 약속한 섬김의 자세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 장수노인, 농어민 대표 등 5명에게 직접 발을 씻겨줬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지자체·교육감 당선자들 관사 사용백태

    민선 5기 단체장들이 다음달 1일 취임을 앞두고 기존의 관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전국 시·도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당선자들은 대부분 기존의 관사를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부 당선자는 새로 매입하거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10분 거리 집 놔두고 관사 공사 임혜경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최근 가족과 함께 입주할 해운대 우동 202㎡ 규모의 관사 개보수를 시작했다. 시가 4억~5억원 상당의 이 아파트 관사는 부산시교육청이 1995년 서구 서대신동 관사를 매각하고 사들인 것으로 연간 600여만원의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다. 임 당선자는 현재 관사와 차량으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해운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임 당선자는 오는 2012년까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급식예산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사 리모델링을 시작하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임명직 때에는 다른 지역에서 부임해 오는 교육감을 위해 관사가 필요했지만, 민선시대는 부산에 거주하기 때문에 관사가 필요없다.”면서 “4억원 상당의 관사와 리모델링 비용, 관리비 등을 줄여 무상급식 등 필요한 교육비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관사는 긴급 간부회의 개최 등 공적인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어 관련 조례에 따라 비용을 모두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은 교육감 관사를 점차 폐지하고 있어 관사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부산과 대조적이다. 또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현재 서구 상무지구 150여㎡ 규모의 관사(아파트·시가 2억 9000만원)를 매각하고, 최근 완공된 130여㎡(시가 4억 3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새롭게 구입할 예정이다. ●민선에 안 맞아 주민에 돌려줘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도 공약대로 대지 9121㎡에 본관, 창고, 경비실 등 건물 630㎡ 규모의 지사 관사를 전시실, 미술관, 어린이·노인 관련 시설, 공원 등의 용도로 개방하기로 하고 활용 방안에 대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당선자는 선거 전 “관사 사용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관행으로 지금과 같은 민선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도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었다. 최명현 충북 제천시장 당선자는 취임 이후 청전동 시장 관사를 어린이를 위한 독서실 또는 공부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 당선자 측은 “시장과 시민의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독서실 또는 공부방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정원이 잘 조성돼 있어 인근 어린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1998년 3월 시장 관사 1695㎡를 어린이집 용도로 변경한 뒤 현재까지 ‘어린이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2008년부터 수영구 남천동 관사(452.8㎡)를 사용하면서 건물 밖 잔디광장과 정원 등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한편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당선자를 비롯한 광주, 인천,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지역의 경우 기존 관사를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전국종합·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열린세상] 검찰과 경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성낙인 서울대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검찰과 경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성낙인 서울대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전·현직 검사들의 소위 ‘스폰서’ 파문으로 수십명의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법까지 제정하여 검찰은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검찰은 공익의 대변자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그야말로 형사사법체계상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바로 그 때문에 검찰은 다른 그 어느 공직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의 일부 양수를 통한 수사권독립 논쟁의 주체가 돼야 할 경찰도 비리에 휩싸여 있기는 매한가지다. 서울의 심장부인 강남 유흥업소를 주름잡으며 수년간 천문학적인 세금을 포탈한 사람이 법의 그물망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조직적인 은폐가 없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사건 현장의 초동수사단계에서 인신보호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경찰서에서 발생한 고문사건은 강압적인 자백 확보라는 전근대적인 수사단계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수년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직폭력배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고문치사사건으로 현직 검사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문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수사권독립뿐 아니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하여 불심검문(不審檢問)을 강화하려 한다. 모든 국민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전락하게 하는 불심검문은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국무총리 산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넘어서서 민간인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불법사찰을 자행하여 새삼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다. 지금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해서 비밀에 가려져 있지만 한때는 소위 청와대 사직동 팀이라는 곳에서는 정상적인 경찰조직과는 완전히 절연된 채 청와대 부속 경찰조직으로 대국민 사찰을 자행한 적도 있다. 권위주의 시절 국민들은 정보기관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아픈 추억을 잊지 못한다. 지금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는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했다고 할 정도로 국민생활에 깊숙이 개입한 무서운 존재였다. 군사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담당해야 할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도 민간인 사찰에 개입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들은 경찰, 검찰뿐 아니라 관공서나 민간기관까지 출입하면서 불법적인 개입을 자행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민주화 이후에 국정원이나 기무사 같은 특수정보기관이 제자리로 돌아간 공백은 경찰과 검찰의 몫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특수정보기관의 개입은 경찰과 검찰에 대한 견제기관의 역할을 일정부분 수행한 긍정적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특수정보기관이 떠난 자리를 독차지한 경찰과 검찰이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새삼 제3의 통제기관 창설 논의가 제기된다. 우선 검·경의 내부감찰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껏 검·경이 보여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내부감찰에 국민들은 식상해한다. 그렇지만 내부감찰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검·경의 특성상 외부감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도저도 안 되면 결국 제3의 외부통제기관을 신설할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 독점적 사정기관인 검·경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새로 창설될 조직이 현행 형사사법체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옥상옥의 우려를 피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부감찰제도의 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 검·경에 자체 정화의 마지막 기회가 부여되었다.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면 결국 외부의 손길이 미치기 마련이다. 국가의 기본적 책무는 19세기 야경국가가 단적으로 적시하는 바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에 있다. 그런데 공안의 사령탑인 검·경이 무너지면 결국 국민들만 불편해진다. 이제 검·경은 자세를 가다듬고 새출발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 뚝심의 30개월… 아직 배고프다

    뚝심의 30개월… 아직 배고프다

    대한민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하면서 허정무(55) 감독의 지도력도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남아공월드컵 16강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두 번째이지만 그때와 달리 장기 합숙훈련 등 전폭적 지지가 없었던 데다 적지에서 일궈낸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 특히 그가 첫 한국인 사령탑이었다는 점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그는 국내 감독으로는 사상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별명은 고집불통 성격을 잘 말해 주는 ‘진돗개’다. 40대 초반 처음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1998∼2000년 그는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지닌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로 통했다. 2007년 12월 대표팀을 다시 맡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일방통행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지만 “지금은 연륜이 쌓인 듯 상당히 합리적인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중평이다. 허 감독은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자율과 화합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의 일곱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보이지 않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구심점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자발적 헌신과 열정을 이끌어 냈다. 최종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소수 선수를 탈락시키는 칼자루를 쥐고서도 선수들을 다독이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그나 선수들에게 ‘중대 고비’였지만 심각한 갈등 없이 상황을 넘겨 냈다. “그따위로 해서 태극마크를 달겠느냐.”는 말을 일삼던 권위주의를 버리고 경쟁을 하는 선수들의 어깨를 보듬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선수와 트레이너, 코치, 감독으로서 잇따라 월드컵을 치러 내면서 대표팀의 산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결국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했다는 평가다. 사실 한 차례 고비는 있었다.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오범석(울산)에 대한 ‘편애 논란’이다. 머리를 쥐어뜯듯 지금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오른쪽 풀백자리. 그는 그리스전에서 활약한 차두리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는 빼고 대신 오범석을 투입했다. 결과가 나빠지자 “학연, 지연에 얽매인 선발이었다.”고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허 감독은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결과는 팀 전체의 문제이지, 한두 선수의 문제는 아니다.”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물론 그의 선택은 실패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경기 전 둘은 물론 김동진(울산)까지 후보에 올려놓고 다른 코칭 스태프와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고, 이렇게 나온 ‘모범 답안’은 오범석이었다. 나이지리전에서도 실패한 김남일 교체 카드를 놓고 그는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를 두텁게 하려 한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진돗개’다운 뚝심과 솔직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술적으로도 허 감독은 견고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펼치는 한국 축구의 ‘색깔’을 정립했다. 그는 바둑 아마 4단의 고수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그라운드에서도 신조로 삼는다.”고 밝힌 바 있다. 내 돌을 먼저 살리고 나서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간다는 뜻으로 수비를 굳건히 하고 기회가 생길 때 한 방의 결정력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의미다. 이는 조별리그 세 차례 경기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더반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단체장 취임식 거품 빼기 경쟁

    “더 겸손하게, 무한섬김의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다음달 1일 열릴 민선 5기 단체장 취임식이 현장 챙기기와 권위주의 타파, 검소한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화려한 식전·식후 공연 등 거품을 빼고 허례를 배격하는 분위기다. 아예 취임식을 갖지 않고 정례조회나 브리핑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공식 취임식을 갖지 않는다. 대신 의정부 가릉역 ‘119 한솥밥 무료 급식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도청 소재지인 수원을 벗어나 경기도 2청이 있는 북부지역으로 옮긴 것도 눈에 띈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도청 앞 광장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기로 했다. 무대는 따로 설치하지 않고 현관 계단을 이용하고 시민들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와 한범덕 청주시장 당선자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 같은 장소인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시차를 두고 취임식을 갖는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지사와 시장 취임식을 같은 장소에서 열어 무대 장식용 화분 등을 이중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수 울산 중구청장 당선자도 간단한 취임식 후 곧바로 무료급식소를 찾아가 노인들을 위로하고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구정을 시작한다. 김영만 옥천군수 당선자는 취임식장 무대를 꾸미지 않고 식전 공연도 모두 없앴다. 소외계층을 포함한 500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내면서 ‘화환과 쌀 등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산 부산진구는 구청 대강당에서 외부 초청인사 없이 구청 직원만 참석하는 조촐한 취임식을 갖는다. 취임식을 아예 개최하지 않는 곳도 있다. 재선인 이광준 춘천시장 당선자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 형식적인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며 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당선자도 취임식을 치르지 않는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 당선자는 구청 내 민방위교육장인 드림피아홀에서 정례조회로 민선 5기 취임식을 대신한다. 최명희 강릉시장 당선자는 취임사 대신 시민들에게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정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전국종합·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집권여당의 참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되는 대목 중 하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실제 개표결과나 방송사의 출구조사와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네르바나 PD수첩의 처벌사례를 보면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 국제앰네스티는 2010연례보고서에서 “한국 사회는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집회·시위 등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면서 미네르바 사건과 PD수첩 기소 사건 등을 소개했고, “미네르바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많아지고 정부의 무리한 기소가 늘었다.”면서 “과도한 불법화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권의 중핵이자 민주사회의 초석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도 국가적·사회적 공동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 등의 존중에 의한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는 일찍이 헌법재판소에서 판시한 바가 있고, 헌법의 지위를 가지는 독일기본법에는 “권리의 행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고, 헌법질서에 위배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며, 도덕률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본권은 국가적 질서나 국가적 목적을 위해, 즉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그 제한이 가능한 상대적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데에는 반대의견이 없다. “나의 자유는 남의 자유가 시작하는 곳에서 멈춘다.”는 법언과 “자유란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한다.”라고 한 프랑스 인권선언에 나타나듯이, 자유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 자유란 무제한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질서·타인의 권리·도덕률의 존중이라는 내재적 한계 내에서만 행사될 수 있고,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억눌러 왔던 표현의 자유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20년이 넘게 과거 과도한 억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 거의 무제한적으로 행사되었고, 이는 참여정부 시절에 절정을 이루었다. 참여정부와는 달리 법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무책임하고 과도한 표현의 자유 행사를 규제하기 시작하자 표현의 자유를 누리던 세력들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억압이나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반발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번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는 이러한 반발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측면이 없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을 말하고 남을 욕설할 수 있는 언론·출판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집회·시위가 용납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정권을 비판하거나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고 하여 이를 불법화하여 처벌하거나 규제하려고 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반민주적 조치로서 비난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질서·도덕률의 존중이라는 기본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인터넷과 집회·시위 등의 표현행위를 정부가 규제한다고 하여 이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도한 불법화라고 주장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인터넷과 집회·시위 등에서 거짓을 말하고 남을 욕하는 등의 범법행위를 처벌한 사례를 보면서 불이익이 두려워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에 관한 법리를 왜곡하는 주장에 의해 초래된 법치주의의 위기 내지 혼돈적 상황의 단면이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대담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대담

    “예술 교육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 줍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장 피에르 겡가네 전 부르키나파소 문화부 및 고등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빈국이다. “예술은 영감을 떠오르게 하고, 직관을 길러 줍니다. 농경시대에는 농부 교육이,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 노동자 교육이, 이제는 창의·인성 교육이 중요합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대영 원장은 이렇게 화답했다. 이 원장과 겡가네 전 장관은 지난 25~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집행위원장과 기조 발제자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연극을 통한 교육과 사회개혁에 참여한 경력이 닮았다. 덕분에 사회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부르키나파소와 대한민국에서 각각 활동한 둘은 지난 27일 서울신문과 가진 대담에서 금세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프리카에서 연극을 통한 지역문화 회복과 사회통합 운동을 벌이는 겡가네는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전에 한국에 왔을 때 화장실에 줄을 서 있는데, 한 사람이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자 뒤에 섰던 사람이 묵묵히 도구를 갖고 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성실함과 공공의식 덕분에 한국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나라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말로 호의를 표시했다. 이 원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항상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보기만 해도 흥이 난다. 전통 문화가 그들의 피에 면면히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분석도 내놨다. 서로의 문화에 경의를 표한 두 사람은 곧 각각 속한 곳에서 예술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겡가네는 “아프리카에서는 독재 권력이나 권위주의 정부가 예술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면서 “이들은 예술이 사람들을 각성시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처럼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졌다면 예술 교육에 적절한 토양이 형성될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이 원장은 “한국에서 급속도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된 바로 그것이 지금 예술교육과 창의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제 주입식 교육이나 획일적인 교육을 넘어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창의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의식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지역 중심의 문화공동체 운동을 펼쳐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은 똑같았다. 겡가네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아프리카 연극팀 10팀이 모여 문화제를 하고, 전통 공예품 판로를 개척하는 활동을 했다. 이 원장은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주도했다. 서울 중랑구 임대아파트, 경남 통영 사량도 등에서 주민들이 함께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지역 문화를 스스로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한 사업이다. 이 원장은 “예술교육을 받으면 마치 국·영·수 과목 성적이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예술교육은 직관력과 상상력 등을 키워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과를 이루거나 행복한 삶을 이끌 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영의 섬마을 할머니들이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에 참여한 뒤 시집을 발간했는데, 상상력이 도시에서 많이 배운 이들을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천안함 유언비어 대책 대증요법 넘어서야

    지난 3월26일 천안함이 침몰된 뒤 각종 유언비어가 그치지 않고 있다. 현역 해군 소령을 사칭해 인터넷에 “천안함이 낡아서 침수됐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20대 누리꾼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지만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 주 사고원인을 발표한 뒤에도 유언비어는 계속되고 있다. “미군 핵잠수함 하와이호가 천안함과 짜고 친 고스톱이다.”, “미 해군과 이명박 정부가 짜고 천안함을 폭파시켰다.”고 인터넷에 퍼뜨린 40대 누리꾼이 그제 불구속 입건됐다. 근거도 없는, 여과되지도 않은 누리꾼의 글을 다른 누리꾼이 퍼나르는 과정에서 더 그럴듯하게 유언비어는 확대, 재생산된다. 여기에 일부 야당 정치인과 지식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유언비어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에 많았다. 신뢰가 없고 소통이 부족하면 유언비어는 늘고 유언비어를 믿는 국민들도 많아지게 된다. 천안함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신뢰와 소통의 부족 외에 이념과 세대에 따라 사회가 나눠져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검찰과 경찰이 악의적인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하는 식의 대증요법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천안함 침몰 뒤부터 우왕좌왕하고 침몰시간도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잃은 군과 정부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정부는 2년 전 촛불시위 때를 교훈으로 삼아 천안함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왜 생기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침몰원인과 관련한 각종 의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성실한 답변과 대응을 해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주관하여 유언비어 대책을 총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객원칼럼] 천안함 조사 발표, 정부 신뢰의 원년으로/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 천안함 조사 발표, 정부 신뢰의 원년으로/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지난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은 백령도 해저에서 수거된 프로펠러, 추진모터와 조종장치가 북한의 수출용 무기 책자에 소개된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였다. 북한의 잠수정이 공격 2, 3일 전에 기지를 이탈하였다는 점과, 미국 등이 제공한 다국적 정보 분석에서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상황적 증거’를 명시함으로써 발표내용의 신뢰성을 더하였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번 결과 발표에 대해 높은 신뢰를 표시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아예 ‘관제조사’로 폄하하면서 ‘신빙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과 사람들이 말이다. 참 암담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심장에서 조금 벗어난 백령도 해상에서 일어난 이번 대참사는 대한민국판 9·11 테러사건이나 다를 바 없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을 때, 주요 언론들은 물론 야당이었던 민주당조차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야 지도자들과 언론은 한목소리로 테러 소행자로 지목된 알카이다를 일제히 규탄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이는 결국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일단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는 기본적 국가관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정부를 불신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 시대에 싹트기 시작한 정부에 대한 철저한 불신은 제도권 밖의 조직에 대한 신뢰로 뿌리를 내렸다.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식의 정부발표가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화가 실현되고 국민이 직접 뽑은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정부 불신 전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홍역을 치른 쇠고기 촛불시위의 경우만을 놓고 보더라도 정부 발표는 믿지 않으면서도 특정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화면은 ‘굳게’ 믿는 기막힌 현상에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도 정부 발표라면 무조건 믿지 않는 부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이들이 아무리 인터넷 등에 온갖 ‘설’을 배포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권위 있는 주요 매체들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케네디 암살사건 등에 얽힌 음모설을 기초로 한 저작물이 출판되거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고 동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책 ‘트러스트 (Trust)‘에서 한 사회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논하고 있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매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고 결국은 지리멸렬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는 정부 불신이라는 구습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국민이 직접 세운 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부정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일단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한다는 관점에서 국론분열을 막는 데 일조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정부 발표에 대해 무조건적 불신으로 일관하여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으려는 불순한 풍토를 과감히 일소하여 올해가 ‘정부 신뢰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안보 태세가 정립될 것이고, 우리의 젊은이들을 폭침으로 희생시켜 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뻔뻔스러운 북한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더 이상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주기] “사람 배려하는 정치… 그분의 유지 받들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주기] “사람 배려하는 정치… 그분의 유지 받들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인 23일을 앞두고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문재인 변호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말했듯, 문재인을 빼놓고 노무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다. 서거 1주기 추모 행사를 준비하느라 문 변호사는 바빴다. 시간 내기가 어렵다며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무턱대고 조르니 지난 19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묘역 언론 공개행사에서 짬을 내주었다. 부족한 부분은 이메일로 보완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사퇴해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문 변호사는 한사코 자신을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로 소개했다. ●“자신을 버려 국민 가슴 속에 부활” 500만이 넘는 추모 인파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함께 슬퍼하고 마음 아파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참으로 고마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엄청난 추모행렬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버려서 국민들의 가슴속에 부활했구나…. 노 대통령다운 죽음이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국민들이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에 대해 다시 인식하게 됐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다짐들이 많은 사람들의 밑바닥에 자리잡게 된 것 같아요.” 1년이 지난 현재 추모열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문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만큼 차분해진 겁니다.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서거를 겪으면서 가슴 한 편에서 치솟았던 뜨거운 분노, 가치와 진정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같은 것들이 내면화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때때로 분출되기도 하고요.” 노무현의 가치가 국민들에게 남아있는 것, 그것을 문 변호사는 ‘노 대통령의 부활’로 표현했다. ●“소외된 사람에게 희망 준 분”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는 무엇일까. 그가 기억하는 노무현은 ‘끝까지 현실에 굴복하기를 거부한 이상주의자’다. 문 변호사는 “억압받고 소외되는 사람없이 누구나 사람 대접 받는 세상을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표현했던 분이고, 그것이 노무현의 가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사람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투신했다. 대통령이 됐을 때나 심지어 퇴임하고 나서도 끝까지 그 목표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 동안 참여정부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 평가가 이뤄졌다. 문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들, 지방 사람들, 권력에 연고가 없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서민복지, 남북관계, 국가균형발전에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건국 이후 계속돼왔던 권위주의 체제를 해체하고,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지향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역사에 가장 큰 업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참여 정부 초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거친 만큼 과오에 대한 의견도 궁금했다. 문 변호사는 “투쟁적이고 대결적인 정치풍토 속에서 개혁에 주안점을 두느라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지 못한 점을 말할 수 있다.”면서 “언론과 싸우고 야당과 싸우느라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현실 바로잡는 게 노 전 대통령 유지”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하지 마라.”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게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문 변호사는 “정치현실이 너무나 적대적이고 고통스러워서 하신 말씀이다.”면서 “나는 그 속에 들어가기 겁이나 하지 못하지만, 그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노 대통령의 유지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 정치에 대한 문 변호사의 바람으로 인터뷰를 끝냈다. “지금보다 국민들을 통합하는 정치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뒤처지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정치로요.” 글 사진 김해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천안함과 저신뢰사회의 안보 위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천안함과 저신뢰사회의 안보 위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두동강 난 채 그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에서 수습된 장병들을 맞이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비통하다. 천안함 사태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국민들에게 안겨 주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남편을 잃은 아내의 애통함이,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의 슬픔이 처참하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을 더욱 비통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국가에 대해 한국 사회가 가진 불신의 깊은 골을 드러내고, 궁극적으로는 총체적인 안보의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를 위임받고 있다. 국가의 존재가 가장 필요할 때는 아마도 평화로운 공동체 삶을 위협하는 적이 출현하는 경우일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저신뢰 구조에서 기인한 이념적 갈등이 천안함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저신뢰의 상황은 46명의 장병이 외부적 공격에 의해 희생되었는지를 두고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갑론을박을 쏟아내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은 국가적 재난에 대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암초충돌설, 내부폭발설, 미국개입설, 북한개입설 등 추측성 주장을 경쟁적으로 펼쳤다. 한마디로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입장에 따라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의 문제를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와 근심은 증폭되었다. 또한 사태의 발생 이후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과 정부 대응의 미숙함이 사태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적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이 정도 수준이었는지, 대한민국 안보의 지휘체계가 이 정도로 미숙했는지 우리의 마음과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시민사회가 보인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의 구조이다. 국민들의 공개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안상의 이유로 천안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 정부가 현실을 조작·은폐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더군다나 일부에서는 북한관련설 역시 조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에서 늑대가 왔다고 목청껏 외쳐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상황인식은 우리가 이 정도로 불신이 체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이 저신뢰 사회라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신뢰와 규범을 수치화한 사회적 자본지수를 보아도 분명하다. 한국은 29개 회원국 중 22위로 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개인과 정부에 대한 신뢰지수는 24위로, 공적영역에 대한 한국의 신뢰지수는 한국의 경제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외부의 위협 앞에서는 온 국민이 공동으로 단결해 대응해야만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다. 분명 천안함 사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위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국가를 악(惡)으로 여겨온 반작용의 폐해 속에서 상호불신을 보이고 있다. 불신이 일상화되어 그것을 당연시하는 사회, 그래서 불신이 하나의 당연한 규범이 되어버린 사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은 안보의 위기 상황에서조차 한국사회가 사회적 신뢰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거시적으로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좁게는 정부 및 군의 위기 대응 시스템 부실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번 천안함 사태는 우리 사회의 불신구조를 점검, 개선하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안보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공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군은 국민과 소통하는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정치적 이념에 상관없이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할 때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新 차이나 리포트] (1부) G2 중국, 세계를 호령하다

    [新 차이나 리포트] (1부) G2 중국, 세계를 호령하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는 부쩍 커진 중국의 힘을 실감케 한 국제무대였다. 중국의 목소리가 대부분 반영됐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에 기후변화 해결의 부담을 크게 지우려 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격을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방패 삼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중국을 대표해 ‘출전’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자신의 표현대로 “60시간 동안 쉬지도 못하면서”(3월14일 기자회견 내용중) 77그룹(G77) 등 개도국들을 이끌었다. 현장에서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중국이 국제협상에서 미국과 대등한 힘을 가졌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그런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베이징 컨센서스’가 무서운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2004년 타임의 국제뉴스 편집자 출신 조슈아 쿠퍼 라모가 처음으로 ‘베이징 컨센서스’를 제기했을 때 중국 언론과 지식인들은 흥분했다.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응할 정도로 중국식 발전 모델이 성공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뜻이니 그럴 만도 했다. 6년이 흐른 지금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중국 위협론’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베이징 컨센서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이 급속하게 ‘워싱턴’의 기득권을 파고드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뚜렷해지면서 곳곳에서 베이징과 워싱턴이 충돌하고 있다.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제3세계 국가들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도 높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조영남 교수는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부 국가의 통치 엘리트들에게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런 국가에서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막대한 경제지원 등을 통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아랍권의 제3세계 국가들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우파 지식인 사회에서도 노골적으로 중국이 세계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류양(劉仰)은 “세계가 중국을 따라 걷는다면 세계사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중국은 경제적 파워뿐 아니라 도덕적 파워에 근거해 반드시 세계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600여년 전 도덕과 기술, 지식 등 중화 문화를 서양에 전파한 명나라 정화(鄭和)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국제여론을 주도하는 중국의 힘은 최근 펼쳐지는 장면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영향력이 막강한 국제 외교무대의 베테랑들이 시시각각 중국을 드나들고 있다. 각종 국제포럼도 줄을 잇는다. 중국이 국제 외교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의 보아오(博鰲)에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총리,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장 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 등이 모여들었다. 비록 모두 전직이지만 익숙한 이름들이다. 2001년 중국이 서방에 맞서 ‘아시아 역내 협력’을 주창하며 출범시킨 보아오포럼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이슈 토론장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올 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부주석은 “공정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 무역과 투자 시스템을 유지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견결히 반대해야 한다.”며 중국의 입장을 역설했다. 보아오포럼뿐이 아니다. 매년 9월 톈진(天津) 또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리는 ‘하계 다보스포럼’에도 세계 각국의 고위층과 경제계 거물들이 몰려든다. 베이징에서도 중국발전고위급포럼, 글로벌싱크탱크포럼, 세계미디어정상회의 등 세계 지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중국의 적극성과 세계 각국의 필요성에 의해 ‘베이징’은 지금 ‘워싱턴’에 버금가는 국제 중심무대로 떠올랐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취재를 위해 8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등록할 정도로 중국의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군수관사는 공짜, 면장관사는 유료

    ‘군수·부군수 관사(官舍)는 공짜, 면장 관사는 유료.’ 경북 군위군이 단체장과 부단체장에게는 관사(官舍)를 무상 제공하면서 오지의 일선 면장들에게는 관사 사용료를 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군에 따르면 지역 7개 전체 면소재지에 면장 관사를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일선 면장들에게 출퇴근 편의를 제공하고 산불 등 비상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응 등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다. 도내 다른 시·군들이 교통발달 등으로 이미 10여년 전에 면장 관사를 매각·폐쇄한 것과는 이례적이다. 군은 이들 관사(면적 24~68㎡)를 면장 7명과의 연간 임대차 계약을 통해 빌려 주고 있다. 임대료는 관사별 재산 평정가격의 1000분의50 이상으로, 지난 1월 기준 적게는 5만 5200원에서 많게는 71만 1450원에 이른다. 면장들은 이 같은 임대료와 관사 사용에 따른 전기·전화료 등 각종 공과금을 사비로 부담하고 있다. 군은 또 군위읍장에게도 연간 53만 7500원의 임대료를 받고 관사를 세 놓았다. 이들 읍·면장 대부분은 지은 지 오래돼 낡고 허술한 관사에서 주로 혼자 숙식을 하며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제정된 군의 관련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군수와 부군수에게는 군청 소재지의 관사(면적 120㎡, 87㎡)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들 관사 운영에 따른 연료비 등 연간 제비용 260만~280만원 정도도 세금으로 내주고 있다. 도내 대다수 시·군이 예산절감과 관선시대의 권위주의적 산물이라는 이유로 단체장 등의 관사를 매각하거나 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시설로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군청 안밖에서는 “군이 구태의연하게 정보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면장 관사를 운영하면서 이들의 출퇴근을 제한하고 임대료까지 꼬박꼬박 받아 챙겨서야 되겠느냐.”면서 “면장들에게 관사 임대료를 받아 군수·부군수 관사 운영비로 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6·2 지방선거 현장] 충북, 10번째 도전·월급반납 공약 등 눈길

    충북지역 출마자 가운데 이색 경력자와 이색공약을 제시한 후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채영만씨 “이번이 마지막으로 생각” 괴산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낸 채영만(67)씨는 “이번이 10번째 출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9일 밝혔다. 채씨는 28세이던 1971년 괴산군에서 8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국회의원 5번, 청주시장 2번, 도의원 2번 등 총 9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이 때문에 그가 이번에 고향인 괴산에서 ‘9전10기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씨는 인구 증가를 위해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과 괴산지역 관광 활성화 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독으로 자유선진당 공천을 신청한 채씨는 “당이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유선진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채씨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괴산에서 나오고 그동안 출마를 많이 해 인지도는 높다.”면서 “혼자 공천을 신청해도 경쟁력이 없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게 당의 방침이기 때문에 공천 여부는 11일 이후에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군수실과 부군수실도 폐지 약속”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음성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김전호(59) 전 단양부군수는 공무원 연금을 받아 생활이 가능하다며 월급을 반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또 군수실과 부군수실을 폐지한 뒤 행정과나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관용차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김 전 부군수는 “군수 관용차가 체어맨인데 이를 쓰지 않고 농촌지역 단체장답게 관내로 출장갈 때는 1t 트럭을 타고 다니고, 군수실 같은 큰 방도 필요없다.” “권위주의를 탈피해 일선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책꽂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안병길 지음, 동녘 펴냄) 부제가 ‘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다. 한국 현대사에서 보수우익단체 등의 오용으로 인해 심각하게 일그러져버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이를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합리적 선택 이론, 게임이론, 맞대응 전략 등을 통해 약자가 강자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은 권위주의라고 못박는다. 1만 4000원. ●시장미술의 탄생(심상용 지음, 아트북스 펴냄) 애초 미술 작품은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사용 가치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의 대상, 교환 가치로서 더욱 각광받는 시대로 바뀌었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현대 미술이 ‘과도하게 시장화됐다.’고 진단하며 ‘돈되는 작가’ 중심으로 미술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투기에 노출된 현 미술 시장의 흐름이 오히려 예술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임을 강조한다. 1만 6000원. ●안중근, 하얼빈의 11일(원재훈 지음, 사계절 펴냄) 일종의 문학적 다큐멘터리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의거를 전후해서 하얼빈에서 머물렀던 11일 동안 안중근을 뒤따른다. 마치 몇 걸음 옆에서 지켜보듯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했다.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의거를 감행할 수밖에 없던 상황,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가 주창한 동아시아 평화론의 실체도 함께 엿볼 수 있다. 1만 3000원. ●불평등의 경제학(이정우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운 추구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경제학자이자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저자가 30년 동안 강단에서 다져온 내용을 철학, 역사, 정책 등과 함께 고르게 소개하고 있다. 소득과 부에 대한 실증적이고 통계적인 연구 자료의 제시를 통해 분배의 왜곡, 성장의 모순 등을 설명한다. 성장 지상주의의 틀에 갇힌 정치, 강단, 현실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2만 3000원.
  • 외교부 국장실 롱다리 탁자 왜?

    외교부 국장실 롱다리 탁자 왜?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10층의 문화외교국장실 풍경은 다른 방과 사뭇 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반 성인 배꼽 정도 높이의 ‘롱다리 탁자’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서서 회의를 할 수 있는 스탠딩 탁자다. 조대식 문화외교국장은 4일 “앉아서 회의를 하면 필요 이상 길어지는 단점이 있어 들여놨다.”면서 “스웨덴의 관청에서는 일반화된 탁자”라고 말했다. 스웨덴 총영사로 근무했던 그는 “국내에서는 스탠딩 탁자를 구할 수 없어 가구 회사에 특별 주문해 개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방에 푹신한 소파형 의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 국장은 “시간 절약도 절약이지만, 앉아서 회의를 하면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로 흐르는 데 반해 서서 하면 자유로운 자세라 그런지 의견 개진도 활발하더라.”고 장점을 예찬했다. 때문에 그는 외빈이 온 경우가 아니면 내부 회의는 대부분 스탠딩 탁자에서 갖는다고 한다. 문화외교정책과 임혜림 서기관은 “서서 회의를 하면 격의가 없어지고 더 자유롭게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테이블 없이 그냥 서서 하는 회의는 어떨까. 조 국장은 “자세가 불안하고 주의가 산만해져서 안 좋다.”고 했다. 이 롱다리 탁자를 본 다른 국장들이 요즘 “탁자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공무원 직급파괴에 고시제도 개혁 병행을

    공무원의 직급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3급(부이사관)~9급(서기보)에 이르는 7단계의 직급을 ‘관리자-중간간부-실무그룹’의 3단계로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관련 규정을 고치고 제반 절차를 거쳐 법제처, 특허청, 농촌진흥청, 기상청 등에서 시범운용하며, 2012~2013년에는 부처 단위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대학교수를 부처 과장급 이상 자리에 초빙하는 인사교류도 제도화한다고 한다. 인사·직급의 개편을 서두르게 된 배경은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0년간 업무분야가 전문화·세분화했음에도 공무원의 계급체계는 그대로 유지돼 시대의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직급체계는 직업공무원의 육성에 기여한 바 크다. 그러나 하위직과 상위직의 칸막이가 되어 소통을 저해하고 정책결정을 지연시켰으며, 업무의 비능률과 권위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요인이다. 승진 적체와 인사비리의 다발도 경직된 직급체계와 관련이 깊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급을 대폭 줄이려는 방침은 옳다고 본다. 직급 단순화와 함께 보수등급제 및 직무등급제를 도입함으로써 공무원 인사에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를 반영할 수 있게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기관·직렬별, 그리고 개인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인사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길 바란다. 기존 계급체계에 익숙한 공직을 짧은 시일 내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시범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쳐 새 제도를 안착시키고,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직급체계의 파괴와 함께 공직의 외부개방 확대를 통한 충원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7급·9급 공무원 임용시험과 고시제도를 손질해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외부의 인재들이 고위 공무원으로 선발·임용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 한번 합격하면 평생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제도로는 세계 경쟁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첨단시대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공적 서비스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 서열 및 기수문화의 폐단은 공무원 선발방식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더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직사회가 신뢰받고 발전하려면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직 내부와 외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직위공모 및 인사교류를 실효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국민은 이제 ‘철밥통’이나 ‘복지부동’ 공무원을 용납하지 않는다. 성실과 근면으로 세금을 아끼는 공무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의력을 발휘해 재정을 더 불려주기를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공무원은 빨리 적응하고 변해야 하며, 인사제도의 개혁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객원칼럼] 부상하는 ‘중국주의’ /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 부상하는 ‘중국주의’ /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최근 외신을 보면 중국의 부상에 관한 이야기 일색이다. 대개의 내용이 ‘굴기’하는 중국은 결국 미국과 충돌할 것이란다. 실제로 요즘 미·중 간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미국이 타이완에 64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맹비난을 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지난달 초 자신들이 개발한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서 만나 중국과 각을 세웠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간 미·중 간 종종 있어온 마찰로 보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크고 작은 충돌이 점차 미국에 대한 체제 도전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냉전체제의 붕괴는 공산주의와의 팽팽한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의미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두고 ‘역사의 종말’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세계는 이제 역사의 최종 진화단계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달성했으니 더 이상의 역사적 진보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그의 말대로 냉전 후의 세계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체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 후 미국은 이러한 체제의 세계화에 역점을 두어 왔다. 대세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나 체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낙인찍힐 정도였다.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하고 미국의 타도 대상이 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의 괄목할 만한 부상은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세계체제, 즉 ‘중국주의’라는 체제의 대두를 의미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도광양회’라는 장막 뒤에서 자신들만의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해 왔다. 경제는 자본주의적 모습을 띠었지만 정치에서는 철저히 중국적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표방하는 이러한 권위주의 체제는 한국이 한때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옮아가기 위해 잠시 거쳤던 과도기적 권위주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체제의 최종 목표가 결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주의’의 대두는 미국적 체제의 보편화 현상에 대한 제동을 의미한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경제력과 앞으로의 잠재력이 그 힘의 배경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는 자본주의의 탐욕은 정치적 가치보다 경제적 이익에 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토와 그간 첨예하게 반목했던 타이완이 이제는 중국과 전례 없는 밀월관계를 펼치고 있다. 타이완의 대중 접근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양안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 성격을 지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을 위한 전문가 실무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발전했다. 지금과는 달리 미국의 무기 판매에 대해 앞으로 타이완 스스로가 달갑게 느끼지 않을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을 정도이다. 구글의 경우도 그렇다. 구글이 미국적 가치인 ‘인권’을 내세워 중국 당국의 내용검열에 반발해 철수를 선언했지만, 중국은 끄떡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구글의 결정이 이익인가 손해인가에 대한 논쟁만 달구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북한 핵 문제와 이란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과 전혀 다른 약방문을 내놓고 있다. 미국적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중국주의’라는 체제의 대립 가능성은 동아시아의 전도를 매우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는 한국은 이제 미·중 간 거대 체제적 대결 구도로의 변화를 염두에 둔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단순히 중국 시장에서 한국제 전자제품을 얼마나 팔고 있는가에 일희일비하는 수준이 아닌, 부상하는 ‘중국주의’에 대한 깊은 인식이 전제가 된 국가전략의 구축이 중요한 것이다. 중국이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거대 시장만을 제공하는 경제적 존재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는 한국은 이제 미·중 간 거대 체제적 대결 구도로의 변화를 염두에 둔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중국이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거대 시장만을 제공하는 경제적 존재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