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권위주의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사법 개혁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니콜라스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축구선수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원전 사고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90
  • 드라마 파티 참석… ‘문화 세일즈 외교’

    드라마 파티 참석… ‘문화 세일즈 외교’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파리 현지의 한류(韓流) 팬들이 주최한 ‘한국 드라마 파티’ 행사에 참석하는 등 프랑스에서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거리 샹젤리제 인근의 피에르 가르뎅 문화공간에서 열린 ‘한국 드라마 파티’ 참석은 유럽의 전통적 문화 예술 강국인 프랑스에서 최근 가요와 드라마 등 우리 문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해 현지인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우리 문화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결정됐다. 청와대 측은 “프랑스와의 문화 협력 확대 등 ‘문화 세일즈 외교’를 통해 한류 붐을 확산시키는 한편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을 직접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를 주최한 한류 팬클럽 ‘봉주르 코레’ 임원단 6명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올해 프랑스 K팝 콘테스트 우승자 데보라 시베라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주제가를 열창하는 모습 등을 객석에서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오후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교육·문화 분야 등에서의 한·유네스코 교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9세기 인상파 작품의 보고인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해 클로드 모네 등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문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소통을 강조하는 등 문화외교를 이어갔다. 앞서 동포간담회에서는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를 확충해 모국과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먼저 찾아가는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정보통신과 생명과학, 우주항공 등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모색한다는 방침 아래 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은 두 나라 기업이 공동으로 주요 신흥국을 비롯해 러시아, 아프리카 등 제3국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등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우수한 과학 기술 및 첨단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와 창조산업 분야에서 협력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프랑스 유력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내 어머니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사람에 의해 돌아가셨는데 이게 내 삶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유학했던 프랑스를 39년 만에 대통령 자격으로 방문한 박 대통령은 “프랑스는 추억이 있는 곳”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르피가로는 “‘박근혜 공주’가 파리에 다시 온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오를리공항에서 동북아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소개한 뒤 ‘셰익스피어의 소설과 같은 운명을 가진 후계자’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22세였던 1974년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부근 그르노블대학에서 6개월간 유학했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체제 회귀 비판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권위주의로 돌아간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한 뒤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파리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오늘의 눈] 검찰의 무사관/김학준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검찰의 무사관/김학준 사회2부 차장

    돌이켜 보면 검사들은 ‘무사’라는 표현에 은근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에 반발해 사직한 김윤상 전 대검 감찰과장은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다소 엉뚱한 말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검찰의 ‘무사관’을 보면 이해 못할 일만은 아니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퇴임식에서 “무사는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은 쬐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쯤 되면 검사들이 자신을 무사에 비유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긴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두를 때는 무사가 따로 없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진정한 무사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수족 노릇하기에 바빴고, 물렁한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검사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특히 힘없는 사람들에게 검찰은 더없이 무서운 존재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무사의 도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을 밀어붙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는 ‘무사’라는 말을 붙여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이들은 정권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것을 과감하게 거스르고 정도를 추구하는 검찰 본연의 자세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비록 한 사람은 사생활 공격에 치명상을 입었고, 다른 사람은 보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들을 내심 응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하는 무사 앞에는 늘 적이 있는 법이다. 적은 대개 모사와 술수로 무장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만 돌보는 소인배여서 무사의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정 반대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준다. 중국의 전설적인 무사 항우는 모리배 유방에게 패했고, 삼국시대 열매는 간웅 조조가 차지했다. 결국 승리자가 되는 것은 대체로 음모가들이다. 이들은 목적을 위해선 부끄럼 없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명예를 추구하는 자들은 우직한 측면이 있어 상대의 예기치 못한 일격에 무너지곤 한다. 윤 전 수사팀장은 의지 관철을 위해 꽤나 노력했지만 ‘항명’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항명 이전에 정도(正道)에 관한 문제다. 이번 검찰 파동으로 공안검사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이 모두 공안통인 데다, 분위기가 그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찰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까지 나온다. 검찰에서 어렵게 싹터온 ‘정도를 향한 염원’을 정권이 여지없이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지향하는 일선 검사들의 기세까지 뿌리째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정권과 검찰 수뇌부가 지나온 발자국을 되밟고자 한다면 무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kimhj@seoul.co.kr
  •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강연에서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는 인물” “후진국에서 독재는 불가피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앞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15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지난해 한 포럼에서 강연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포럼은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 부설 이승만연구소 주최로 지난해 2월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제12회 이승만 포럼’으로 당시 한동대 석좌교수였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유영익 위원장은 강연 도중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기초 작업이 없었다면 과연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나 생각합니다”라면서 “정치학자들이 정직하게 후진국에서 독재라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를 좀 해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영익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과 실정을 총체적으로 평한다면 적어도 ‘공7 과3’이고, 이승만의 독재는 불가피했다 혹은 필요악이었다라고 할 때는 그게 ‘공9, 공10’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이승만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서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3·15 부정선거로 하야에 이르게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되레 업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유영익 위원장은 “한국 역사에 이승만만 한 인재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중략) 이승만은 그 세종대왕하고 거의 맞먹는 그런 유전자를 가졌던 인물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사편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익 위원장은 과거에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은 좌파 정권’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하며 “햇볕정책이 친북 정책 아닙니까?”라는 등의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4명은 이날 유영익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유영익 위원장이 이 정권에서 할 일은 친일을 미화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역사를 집필하는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망언을 하면서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욕되게 한 데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며 역사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후진국에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라면 결국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독재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평소 비판해 마지않는 북한 정권을 스스로 옹호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회의록 공방과 북한 변수/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시론] 회의록 공방과 북한 변수/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지난해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둘러싼 공방은 바야흐로 3막에서 또 다른 변신을 모색 중이다. NLL 포기 여부가 1막이고 회의록 공개의 적법성 여부가 2막이면, 회의록 삭제와 국가기록원 미(未)이관 문제가 3막이다.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초 실종’ 논란으로 쟁점을 바꾼 공방은 10월 2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사초 삭제’ 논란으로 국면을 선회했다. 그리고 음원 파일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정파별·계파별로 대립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신NLL’ 공방이다. 국회 일정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이 국감으로 옮겨 갔지만 여전히 회의록 공방은 활화산 형국이다. 과문한 탓인지 한 가지 이슈가 1년 넘게 정치적 국면과 상황에 따라 논점과 주제를 달리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가히 정치적 이슈의 진화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NLL 공방 얘기다. ‘87년 체제’의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실험이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듣기 민망한 얘기다. 선거 국면에서 등장하곤 하는 북한 변수와 여전히 한국 정치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안보 변수는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의 정치적·공적 영역의 흐름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의 안보 이데올로기의 남용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면 정치적 상상력인가, 사회과학적 예지(銳智)인가. ‘북풍’은 새삼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한국 정치에 깊은 영향을 끼쳐 왔다. 선거의 흐름을 바꾸고 정치사회적 이슈를 한숨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원조다. 좌와 우로 갈라진 대립 구도는 경제사회적 측면보다 정치 이념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이는 삶의 질에 관련된 이슈 집단보다는 안보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대치했다. 좌파라는 용어는 서구적 관점에서의 본원적 의미보다는 한국의 역사지형과 정치구도에서 ‘종북’이라는 전혀 다른 용어와 조우하면서 보수 세력의 정치적 우위에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물론 보수와 진보의 용어도 우파, 좌파라는 용어의 부자연스러운 동거에서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상실했음은 물론 정당 체제 내에서도 조화와 건강한 긴장의 메커니즘으로서가 아니라 대립과 갈등의 재생산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일단에서 등장하는 좌파, 합참의장 후보자조차도 ‘NLL은 수호되고 있고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슈화되고 있는 회의록 공방,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대공수사 폐지 여부 등은 모두 북한 변수와 관련돼 있는 사안들이다. 분단이라는 외생적 변수가 정치의 주요한 인자로 기능하고 있는 불가피한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것과 이를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려 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 구도에서 민주 세력을 탄압하는 데 악용됐던 안보 논리가 21세기 한국에서 만일 보수 정당이 상대 정파를 제압하는 데 이용된다면 민주화 이후 25년 동안의 민주주의가 성공적이었다는 외부적 평가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안보 이슈가 불리한 정국 구도나 정치적 국면을 호도하거나 전환하기 위해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가 된다면 다시 민주화 투쟁의 향수가 살아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의 회의록 공방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여야 모두에 정파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버려야 한다. 그것은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의도된 의심’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화신인가. 모두가 선망하는 장관 벼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니 색다른 양심의 소유자 같다. 그런데 찜찜하다. 장관 자리를 초개처럼 버린 그 양심의 정체가 수상하다. 그에게 양심은 필경 옳고 그름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 곧 양심(良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마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그는 다만 방황하는 양심(兩心)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집만 훑어 봐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이고 공약임을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 노릇까지 할 것 다 하고 이제 와서 공약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애당초 골치 아픈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인원’을 꽉 쥐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 같은 느긋한 자리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장관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 소신도 접고 복지부 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정부안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게다가 국정감사라는 결전의 장을 코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 운운하며 발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쯤 됐으면 양심의 다른 이름이 책임감인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도 다른데 괜히 ‘휘핑 보이’(whipping boy)가 돼 남의 죄를 떠맡고 대신 벌을 받을 수는 없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결코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장관 자리가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한껏 조롱한 가벼운 처신이 공직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렵다. 물의를 빚고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의원으로 또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엊그제 신문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국회에 온 진 전 장관을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환한 빛으로 맞는 사진이 실렸다. 험한 말을 퍼붓던 모습은 간데없다. 정치꾼의 본색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린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진영 사태’는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정말 솜씨가 없고 불운하기까지 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국정철학 공유라는 박근혜 정부 인사 대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을 중용한 꼴이 됐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제는 다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아무리 소통 부재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정쇄신을 주문해도 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는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항명파동을 겪으며 배신의 트라우마까지 더쳤을 테니 더욱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지 모른다. 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그래도 믿을 건 친박 원로들밖에 없다는 듯 전비(前非)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新)386’ 연로층을 대거 불러내 호위병풍을 둘렀다.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의 실종이요 상식의 배반이다. 그들이 과연 ‘윗분’을 모시고 파트너십의 지혜를 발휘하며 진정한 소통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까. 경륜 있는 원로그룹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정치력과 신축자재한 사고를 지닌 청장층과의 조화가 없는 원로들만의 행진은 공허하다. 섞여야 힘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시대정신이라면 창조정치 또한 시대정신이다. 명령일하의 리더십은 창조의 적이다. 권위는 지키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정권출범 8개월,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는 불통 소리에 우리는 모두 지쳤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통하는 양심’이 좀 돼 달라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보다 중요한 게 만인의 상식이다. 대통령의 서늘한 각성이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지난 70년간 역사교육의 허와 실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한종 지음/책과함께/504쪽/2만 5000원 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해방 전후부터 최근까지 역사 교육의 변천사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지난 70년간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은 역사 교육의 실상을 23개의 주요 장면을 통해 조목조목 짚는다. 저자는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육, 그중에도 역사 교육만큼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 교육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에 힘쓰던 사람들도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역사를 강조하고 중시한 점은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해방 이후 역사 교육의 과제는 독립 한국에 걸맞도록 역사 교육을 바로 세우고 자국사 교육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과 민족 전통에 토대를 둔 민족주의자들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단군신화에서 나온 홍익인간이 교육이념으로 채택됐다. 이는 일민주의라는 이승만 정부의 통치 이데올로기와도 연결돼 있다. 1970년대 들어 국사 교육은 박정희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강화됐다. 사회과에 속해 있던 국사가 독립 교과가 되고,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저자는 “박정희 정부의 국사 교육 강화 정책에는 국사를 국정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민중 중심의 역사 서술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후반에 출범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역사교육 운동에 앞장섰는데 이러한 변화를 경계한 보수 세력의 반발로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파동이 불거지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에 비해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 근·현대사 인식에 대한 사회적 갈등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으로 확대됐고, 21세기 들어서는 일본 우익단체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한·일 간에 역사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21세기 역사 교육은 다인종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자발적 일치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민주교육이어야 한다”면서 “갈등과 대립을 정당화하는 역사 왜곡을 지양하고, 여론이나 교육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역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표적수사가 어때! 진실이 중요하지?”

    [문소영의 시시콜콜] “표적수사가 어때! 진실이 중요하지?”

    “채동욱이 잘못한 것이 없으면 왜 사표를 써?” 지난 13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례를 만들 수 없다며 사표를 썼을 때 “수상쩍다”며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동요했고, 청와대는 이틀 동안의 침묵을 깨고 “채 총장 사표를 수리 안 했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사표를 반려하지도 않았다. 청와대의 이 발언에 일부 국민은 “출근해서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에 ‘디스’(disrespect)를 당하고 사표도 반려받지 못한 검찰총장이 복귀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금방 알 수 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고 있으면 국민 중에 “표적수사가 뭐 어때서? 진실이 중요하지!”라는 분위기가 있다. ‘진실 규명’이 금과옥조다. 이것은 군부독재 등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정의에 목마르고, 은폐된 진실로 억울했던 분노들이 DNA에 새겨진 탓이리라. 그런데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진실을 진실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 분명히 범죄자인데도 뻔뻔하게 “법원이 발부한 수색영장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또 영장 없이 수집한 범죄의 증거를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이런 미국의 법 집행이 답답해서 혀를 차고 장탄식을 하지만 그것이 선진국이다. 행정부가 속전속결로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면 될 텐데, 입법부와 사법부가 존재하고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99마리의 양을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1마리의 억울한 양이 없도록 하려는 노력 말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 자식이 있느냐 없느냐 논란은 공직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국민의 알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등 특정한 세력이 그를 찍어내려는 표적수사에 의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표적수사는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인물을 정해 놓고 벌이는 수사’로 편파성이 항상 문제가 됐다. 특히 정치권 입김에 따라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표적수사는 부당할 뿐만 아니라 불법적 정치 사찰로 흘러가기 일쑤다. 채 총장뿐만 아니라 혼외 자식으로 지목받은 11살 소년을 향해 유전자를 내놓으라고 하는 일부 언론과 국민, 권력기관도 가관이다. ‘홍길동 신드롬’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의 불우한 처지와 오버랩되는지 소년의 아버지를 찾아주겠다고 난리다. 그러나 생부를 찾을지 말지는 채모군과 그의 어머니 임모씨가 결정할 문제다. ‘공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만큼 개인의 인권도 중요하다. 진실 규명을 명분삼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훼손하는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진실 규명은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극단화의 유혹, 막말의 매력/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극단화의 유혹, 막말의 매력/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더운 여름을 보내며 우리 마음을 더욱 덥게 만들었던 것은 여당과 야당의 대치 정국이었다.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평행선을 넘어, 오히려 의견 차이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서울신문 8월 24일자 27면 ‘언제부턴가 우린 다시 돌을 들었다’는 논설위원의 글에 공감했다. 특히 신문들까지 사회 갈등의 첨병이 되어 ‘적진’을 매도하고 사회를 하나로 묶으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신문이 가져야 할 기능 중 ‘사회통합 기능’의 중요성을 요즘 신문들이 망각하고 있음을 잘 일깨워 주었다. 26일자 2~3면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을 평가하며 “원칙 중시로 대북 주도권을 얻었고 권위주의로 정치를 잃었다”고 요약한 기사들에서도 비교적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나라가 양분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염려스럽다. 여당과 야당이 이야기하는 국민은 과연 같은 국민을 뜻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양쪽 모두 스스로 보고 싶어 하는 국민들만 보고 있기에, 서로 자기 쪽이 다수 국민의 뜻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여야 모두 반쪽 국민을 잘 단결시켜 근소한 차이로라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 대부분의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겸허하게 전체를 바라볼 때 비로소 진짜 다수 국민들의 뜻이 읽힌다. 집단 간 갈등에 관한 사회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극단화의 유혹에 끌리기 쉬운 것은 일단 자기가 속한 집단의 정체감이 뚜렷해지면 그 집단 구성원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의견을 더 ‘강력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 ‘리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온건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기 집단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막말’을 동원해서라도 강력하게 상대방을 깎아내릴 때 자기 집단 구성원들이 속 시원해하며 더 따르게 되는 성향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견 양극화 현상은 선거 때 집단정체감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라 상대방을 더욱 강하게 깎아내리며 경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온 데 기인한다. 예전에는 지역감정에 의지해 선거를 치렀고, 요즘은 세대차에 기대어 선거를 치른다. 지역과 세대에 따라 살아 온 환경이 다르니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시키려 하기보다, 차이를 더욱 강조하면서 자기 쪽만 우월하고 정당하며 상대 쪽은 열등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에 언론까지 가세해 의견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 양분되어 있는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어느 한쪽의 투사인 것처럼 대리전을 하고 있는 언론의 양태가 그래서 염려스럽다. 양 극단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강한 목소리를 내며 편 가르기를 하는 사람들보다 각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소박한 희망에 언론의 조명을 비춰주기 바란다. 국민이 각자 알아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진보신문과 보수신문을 모두 읽어야만 겨우 진짜 현실을 희미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신문 하나만 보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신문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美, 시리아 공격 제한적… 알아사드 정권에 큰 타격 안 될 것”

    [이집트·시리아는 어디로] “美, 시리아 공격 제한적… 알아사드 정권에 큰 타격 안 될 것”

    서울신문이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급변하는 이집트, 시리아의 현안 진단과 중동 국제관계 변화’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6일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 명지대 행정동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용칠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세미나에서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가 ‘이집트 정치 혼란의 배경과 전망’,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가 ‘아랍 스프링 이후 이집트의 정치권력구조 변화’, 이종택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가 ‘시리아 사태 추이와 중동 국제관계의 변화’라는 주제의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국민들의) 견고한 지지를 얻었다고 생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스스로 ‘나는 괜찮은 지도자’라는 착각에 빠져 판단 착오를 한 것 같다”면서 “갑자기 등장한 무르시가 실정을 한 데다 60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군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반동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집트 사태는 민주 대 반(反)민주 형태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권위주의(군부) 대 또 다른 권위주의(이슬람 세력)의 대결로 변질된 것 같다”면서 “군부의 정치권력과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군부의 경제권력 간 관계가 어느 정도 차단되지 않는 한 이집트에서 민주주의가 확실하게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전으로 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는 등 갈수록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최영철 서울장신대 교양학부 교수는 “시리아를 비롯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폭력 사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유화·민주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리아에서 내전이 2년 넘게 지속되고 다양한 이해 당사국들이 개입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국가의 전체적인 통합성이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커버스토리] 외교관들의 눈으로 본 의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변 소음에 민감해 해외 순방 때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숙소 객실 온도의 경우 추위를 잘 타는 김 전 대통령은 섭씨 27도를 편안하게 여겼지만 부인 이희호 여사는 비교적 선선한 24도를 선호했다. 의전 담당자는 김 전 대통령 내외가 함께 객실에 머물 때면 실내 온도를 맞추느라 곤욕을 치르곤 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다섯 명의 대통령을 경호했던 염상국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회고하는 의전 담당자의 고충이다. 물론 의전이 권위주의의 산물은 아니다. 우리 대통령이든 상대 정상이든 존중과 배려를 통해 그 나라의 품격을 보여주는 외교 매너다. 그래서 의전은 ‘디테일의 미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외교관들에게 의전은 고된 업무다. 정부 의전을 총괄하는 외교부 의전장실은 격무 부서로 꼽힌다. 다른 정무·경제 파트와 달리 의전장실 근무자는 1년이면 대부분 교체된다. 연중 대통령 해외 순방이 이뤄지는 탓에 의전장실은 한밤중에도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말쑥하게 양복을 입은 채 땀 냄새를 풀풀 풍기는 노가다’라는 푸념도 있다. 그럼에도 의전은 외교관들에게 ‘출세 코스’로 통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의전비서관을 거쳐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외교부 장관에서 유엔 사무총장에까지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의전비서관이었던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도 외교안보수석, 주중 대사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외교부 최종현 의전장은 의전에 대해 “수학에 비유하자면 미분(잘게 쪼개는)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의 경우 사전 체크리스트에 오른 의전 사안만 500여개에 달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회담 동선, 좌석 배치와 초대 인사, 오·만찬, 이동 경로 등 행사 시작과 끝의 모든 디테일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청와대를 방문한 해외 정상을 영접하는 우리 대통령의 보폭과 시간, 악수 타이밍도 사전 리허설을 할 정도로 계산된다. 대통령 의전 사항은 2급 이상 기밀로, 보안 유지도 필수다. 완벽하게 사전 준비를 해도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게 의전이다. 이 때문에 의전의 세계에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반 총장과 김 전 장관이 의전비서관 시절 생리 현상을 참기 위해 물도 잘 마시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외교가에서 꼽는 최악의 의전 상대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지난 5일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회담에 늦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까지, 피해자(?)도 여럿 있다. 2012년 정상회담 상대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3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세계 외교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양자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40분이나 기다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45분간 기다린 일화가 있고, 2008년에는 한·러 정상회담에서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40분 동안 기다리게 해 ‘외교 결례’라는 눈총을 샀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의전을 담당했던 우리 측 인사들은 푸틴의 지각에 적잖은 정신적 충격을 경험해야 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상 아침에는 늦잠을 자기 때문에 가급적 오전 행사는 준비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측 의전 담당자들에게 전해져 오는 ‘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지방시대] 공공참여와 정책소통을 강화하자/이성근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공공참여와 정책소통을 강화하자/이성근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핵심 가치로 하는 정부 3.0을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일자리·신성장동력 창출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 핵심 가치 가운데 소통이 으뜸 가치로, 여기서는 정책소통의 활성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정책소통은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상호 의견 수렴과 설득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의 추진력과 수용도, 실효성을 높이자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유효성에 대한 회의가 광범위하게 제기되면서 공공의 욕구나 필요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참여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대됐다. 더불어 정책 이슈, 기획, 실행, 평가, 환류에 이르는 정책 전 과정에 소통을 기제로 하는 정책 디자인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중앙집권형 조직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의 변화와 같은 권력이동, 불확실성이 팽배한 고위험사회, 분야 간 융복합, 정보기술(IT)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반한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정책소통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가 정책소통의 일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소통의 방식이 대면 접촉에서 전자 접촉으로 변모한 것이다. 정책소통의 가치는 정책 순환의 원활화로 정책 집행과 성과 극대화에 기여하고 정책 융합화로 시너지 효과와 파급 효과를 향상시는 데 있다. 아울러 정책 균형화로 정책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사회 최적화, 정책 투명화로 정책 갈등을 예방하며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면 정책소통의 장애 요인은 무엇인가. 정책 주체들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과 편익에 대한 인식 부족, 미흡한 소통 역량, 중앙부처와 자치단체 간 칸막이 행정, 수직적·수평적 협력경험 부족, 중앙 우월과 지방 경시의 권위주의 관행, 경쟁 중심의 풍토로 인한 비밀주의 유지, 연계협력보다는 분리·통합 경험의 지배, 소통 진작을 위한 제도기반 미진, 중앙부처·자치단체 간 이기주의 상존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정부 3.0의 지방적 실천을 위한 정책소통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먼저 중앙과 지방공무원 공히 정책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정책소통 역량 향상을 위해 각급 공무원 교육훈련 과정에 정책소통 교과목을 편성해 운영해야 한다. 둘째, 중앙과 지방 간 정책소통이 요구되는 사업을 구분해 사전협의, 사업시행, 사업성과 평가 및 환류 과정을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정책소통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셋째, 정책소통 사업 구분과 관리, 교육훈련, 인센티브, 정책소통 체계 구축 등과 관련한 제도를 마련한다. 정책소통 거버넌스 구축과 상시 채널 가동을 위해 중앙·지방 간 정책소통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소통 수범 사례의 홍보와 전파다. 중앙과 지방 간, 지방자치단체 간, 공공과 민간 부문 간 정책소통의 활성화를 위해 시범사업을 선정·시행하고 수범 사례를 발굴해 전파하도록 한다.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원칙중시’로 대북 주도권 얻었고…‘권위주의’로 정치를 잃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원칙중시’로 대북 주도권 얻었고…‘권위주의’로 정치를 잃었다

    2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지난 2월 25일 취임 직후부터 잇단 인사 파동과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 개성공단 사태, 국내외 경기 침체 등 안팎의 위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심한 등락을 거듭했다. 정치와 경제 분야 등 내치(內治)에서 다소 부진한 반면 대북 문제와 외교안보 등 외치(外治)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6개월을 요약하면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 정치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 등으로 나눠 지난 6개월간의 국정 운영을 짚어봤다.‘원칙’과 ‘권위’가 공존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동전의 양면처럼 국정 운영 전반에 명암을 만들어 냈다. 집권 후 측근들조차도 토론과 반론을 꺼릴 정도로 권위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된다. 소통과 통합의 길은 약화되고,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확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내각에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책임장관제 또한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방적, 권위적 국정 운영 방식은 관료들에게 일사불란한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소통 부재의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 권위적인 국정 운영으로 대통합 약속을 위반했다”면서 “기자회견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국정을 설명하려는 소통 노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박 대통령이 후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특히 야당을 포함한 국회의 협조와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난제라는 점에서 이 같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향후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취임 6개월 동안 끊임없이 지적된 ‘수첩 인사’ ‘나 홀로 인사’가 인사 검증 시스템 미비와 결합되면서 인사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아픈 대목이다. 널리 주변에서 인재를 구하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범주에서 사람을 쓰는 편협한 용인술이 아직까지 크게 개선됐다는 징후는 별로 없다. ‘윤창중 파문’과 전격적인 청와대 2기 참모진 출범에 이어 최근엔 양건 감사원장 사퇴를 둘러싼 외압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집권 6개월 동안 창조경제와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핵심 정책들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로드맵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관료집단의 안정성에 의존한 국정 운영이 일정한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원칙 중시 리더십은 그동안 수동적이던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게 한 원동력이 됐고 북한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박 대통령의 특허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 중시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에 대한 균형 외교를 모색하는 점 등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청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청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TV드라마가 요즘 유행이다. 신문을 펼치면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가. 또 어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유명인이나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는 데 비해 청소년과 같은 약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1년 반 동안 옴부즈맨 칼럼을 써 오면서 지금까지는 신문에 ‘있는’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면, 오늘은 평소 신문에는 거의 없던 청소년의 목소리를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의 목소리가 신문에 등장하는 것은 대개 이미 희생이 된 뒤다. 사설 해병대캠프의 어처구니없는 사고 소식은 서울신문에서도 2014 지방선거 전망과 국가기록원 회의록 원본을 둘러싼 정치기사에 밀려 1면 하단에 실렸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청소년이 5명이나 희생되었는데도 말이다. 청소년들은 캠프장을 결정할 수도 없고, 구명조끼 없이는 입수가 제한되어 있는 구역임에도 물속으로 들어가라는 무자격 교관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도 없다. ‘훈련’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이 자행되어도 반항할 수 없다. 이런 캠프가 과연 청소년의 리더십을 증진시킬 수 있겠는가? 리더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우리 청소년들처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병대를 흉내낸 지옥훈련을 한다고 하여 리더십이 길러질 수도 없으려니와, 오히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만 학습하고 오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다. 맹목적 순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프로그램에 왜 우리 청소년들을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청소년활동진흥법은 “청소년 체험활동을 진흥시켜 청소년의 잠재역량 계발과 인격 형성을 도모하고 수련, 참여, 교류, 권리증진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설립된 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는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증받지 않은 업체와 학교의 공식활동을 계약한 학교 측, 계약주체이면서도 소규모 여행사에 재위탁함으로써 프로그램 운영에서는 한 발 뺀 해양유스호스텔 측, 무자격 교관들로 믿을 수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미처 꽃피기도 전의 청소년들 목숨을 앗아간 운영팀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과연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혹시 돈벌이의 수단이나 대리만족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의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청소년을 캠프에 유치할수록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게임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게임업체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과연 이런 것이 책임 있는 어른들의 자세일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는 청소년 관련 업무들이 정책의 수요자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통합 관리된다면 이런 사고가 조금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인증받지 않은 캠프에 참여했으니 ‘너희 탓’이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청소년이 교육받고 활동하는 ‘현장’이 좀 더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청소년의 인권과 안전을 위한 기구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희생되기 전에, 지금도 여전히 입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의 마음속 목소리에 신문이 먼저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 [아시아나機 사고] “한국 문화가 사고 원인”… 도 넘은 美 언론

    미국 언론이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부각시킨 데 이어 일부 매체에서는 한국 문화까지 사고 원인으로 거론했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9일(현지시간) “조사관들이 한국 문화라는 믿기 힘든 단서를 연구함으로써 아시아나 사고기 조종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토머스 코칸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소통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코칸 교수는 “한국 문화에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권위주의라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면서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하면 의사소통은 일방적이 되고 상향식 의사 전달은 많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NBC는 또 한국어의 존칭에 대해 언급하면서 “상급자나 연장자에게 말할 때는 더 많은 단어와 완곡한 표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나이·계급 서열주의 및 권위주의적 문화와 언어적 특성이 긴급한 상황에서 조종사들 간의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소통을 방해해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국가별 항공안전도가 문화적 차이와 관련 있다”면서도 “이번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당시에는 기수를 다시 올릴 것인가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달랐다면서 순종적 문화와는 무관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어렵고 장황한 판결문/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모 언론사의 인턴기자와 선배의 대화 중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인턴: 사건 하나 보고드리겠습니다. #선배: (시답잖다는 듯) 그래. 뭐야? #인턴: OO세 김모씨가 불상으로 사람을 친 사건입니다. #선배: (순간 솔깃해서) 그래? 얼마나 큰 불상인데? 많이 다쳤어? 어디서 그랬는데? 혹시 절에서 그런 거야? #인턴: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건 대장에 그렇게 적혀 있어 일단 보고드리는 겁니다. #선배: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대장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인턴: 피의자가 불상의 흉기로 피해자를 때렸다고 적혀 있습니다. #선배: 어휴! 이런 정도는 판결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불상’(不詳)은 판결문에는 흔히 나온다. ‘불상의 방법으로 기망해 경락을 경료했다’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속여 매각을 마쳤다’라는 뜻이다. 1960년대나 그 이전의 판결문엔 해독이 어려운, 암호 같은 용어들이 난무했다. ‘피고인들은 운우지락(雲雨之)을 끽(喫)하고’, ‘경경(輕輕)히 차(此)를 조신(措信)키 난(難)하고’, ‘근린(近隣)의 정밀(靜謐)을 해(害)한다’ 같은 표현은 전문적이라기보다 현학적이었다. 직설을 피하는 애매한 표현도 많다. ‘폭력을 행사하지 아니한 증거가 없다 할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사정이 이러니 로스쿨생의 절반이 판결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이상한 말이 아니다. 판결문은 또 장황하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을 넘는 문장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2007년 5월 31일 선고된 ‘2006다85662’ 대법원 판결 중의 한 문장은 무려 2547자나 된다. 원고지 12.8장이다. 1990년대에 공안사건 피의자 P씨의 판결문은 한 문장이 타이프 용지 150장 분량이나 됐다. 판결을 듣다가 숨 넘어갈 지경이다. 한문투의 어려운 용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때가 되면 단골처럼 등장했으나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관들이 권위주의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탓이다. 판결문은 우리나라만 어렵게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고어(古語), 라틴어가 그대로 쓰인다. 지나치게 짧고 단순한 용어는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판결의 의미를 충분히 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판결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당사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판결문은 쉽게 써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가 국민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길이다. 서울중앙지법이 9월부터 판결문을 간결하게 쓰겠다고 밝혔는데 이번엔 얼마나 개선될지 두고볼 일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이집트 사태 ‘아랍의 봄’과 다른 점은

    [위클리 포커스] 이집트 사태 ‘아랍의 봄’과 다른 점은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로 이슬람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2011년 ‘아랍의 봄’을 통해 민주화 혁명을 이룬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이 또 다른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아랍의 봄을 겪은 인접 국가들이 이집트처럼 혼돈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랍의 봄이 오랜 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압축적인 여망으로 촉발된 것이라면 이번 이집트 사태는 새로 출범한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의 미성숙한 국정 운영 능력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집트 국민 대다수는 무르시가 권력 독점에만 주력하고 경제 악화, 치안 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올해 초부터 무르시 퇴진 시위를 벌여 왔다. 이집트 재무부에 따르면 시민혁명 이전 5%를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2010~2011년 1.8%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대 초반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경제난이 계속되면 이집트 국민들의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르시가 물러난 게 끝이 아니라 차기 정권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들은 아랍의 봄 때와 같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풍족한 사회복지 혜택 덕택에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지난 60년간 핵심 권력을 거머쥔 채 실세 역할을 해 온 이집트 군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랍의 봄 진원지이자 이집트의 이웃 국가인 튀니지의 경우 벤 알리 전 정권의 장기 독재로 인해 군부 세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이집트 군부처럼 시위를 주도할 구심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장 센터장은 “알제리나 예멘은 아직도 군부가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기는 하나 이집트에 비해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조직력이 떨어지는 데다 국민들이 군부에 의한 권위주의적인 안정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71)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과도정부의 신임 총리에 지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궁 언론 담당관은 “아들리 알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임시 총리를 아직 공식 임명하지 않았다”면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을 비롯한 이슬람 정당은 엘바라데이를 지명한 데 대해 즉각 반발해 그의 총리 임명이 향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축출을 ‘부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는 무르시 실각 이후 이란 정부의 첫 공식 반응으로, 이란 외무부의 압바스 아락치 대변인은 이날 무르시 지지 세력에 무르시의 복권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교민사회, 국정원 시국선언 확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 선언이 해외 교민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교민사회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한 ‘국정원 사태’ 관련 시국선언 서명 운동에 137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교민들은 1일 시국선언에서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해 민의를 왜곡하고, 특정 후보의 이해를 위해 복무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불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수준까지 진행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해도 불법으로 치러진 선거가 무효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과 29일에는 미국 동포들이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영사관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또 캐나다 동포단체인 월요봉사회와 캐나다 한인 진보네트워크 희망 21 등도 지난달 23일 공동 성명서를 냈다. 서울 곳곳에서도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집회와 이들을 규탄하는 진보·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이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시민단체는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가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많은 여성은 현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정원 사건 규탄 집회를 하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을 겨냥해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주장은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극단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말단 계약직까지… 국정과제 담당자 이름 적어내라는 정부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중순 각 부처에 140개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부서와 말단 공무원의 이름까지 적어내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책임 강화라는 평가도 있지만 미시적으로 정책 추진에 참여하는 말단 공무원의 이름까지 조사한 것은 공직 사회에 지나친 성과주의를 주문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부처는 지난 14일부터 140개 세부 국정과제 추진을 담당하는 부서와 직원들을 조사했다. 국정과제에 붙여진 번호와 함께 담당국, 담당과를 적었고 해당 업무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사무관과 주무관의 이름도 함께 명시하도록 했다. 예컨대 교육부의 경우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 ‘교육비 부담 경감’ 등 각각의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과(課)뿐만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과와 인원도 파악했다. 계약직 직원이 국정과제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해당 직원의 이름과 직위를 함께 적어내게 했다. 기획재정부도 각 국정과제 추진을 담당하는 과와 함께 업무 추진 현황을 파악하고 점검하는 과를 따로 지정했다. 각 부처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권 출범과 함께 국민에게 발표한 국정과제를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담당자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도 효율적으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담당 부서가 추진 현황 등을 보고한 적은 있었지만 담당자까지 조사한 적은 없었다”면서 “담당자 명단 조사는 부처별, 직원별로 평가 기준이 돼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말단 공무원과 계약직 직원까지 조사한 것과 관련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통할 법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때 이명박 정부에서도 품목별로 국·실장급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는 ‘물가안정책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물가 관리에 실패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쳐 1970년대식 ‘쌀 차관’ ‘배추 국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정과제와 관련한 공무원 명단 조사에 대해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성과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인사 이동이 워낙 잦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각 과제에 연계된 담당자를 파악해 협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도 “단순히 담당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라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지나치게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책임을 지우는 만큼 정책 추진을 위한 권한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인 만큼 책임을 요구할 때는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줘야 한다”면서 “국정과제 완수를 위해 위에서 내려오는 일방형 지시가 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주를 넘기면서 ‘탁심 사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시위대가 언론자유 보장과 권위주의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자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민주화 시위’로 보도하고 있다. ‘터키 한국특파원 1호’인 알파고 시나시 지한통신사 기자와 중동 문제 전문가인 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를 통해 터키 사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소개한다. 정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탁심 사태’는 이스탄불 탁심 광장 내 게지(Gezi) 공원 재개발을 둘러싼 작은 시위가 발단이 됐다. 당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호텔과 백화점, 박물관 등을 결합한 복합 쇼핑몰을 지으려 했다. 그러자 환경론자들이 숲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집회를 시작했다. ‘숲을 살리자’는 취지도 좋았고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돼 초기에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 세력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서 시위가 본래 목적을 잃고 과격해졌다. 극좌 집단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나중에는 ‘에르게네콘’(요인 암살 등을 통해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비밀 네트워크)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유명 기자가 트위터에 “시위가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유엔이 현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멘션을 남기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했다. 터키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선택해 온 민주주의 국가다. 총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세 번이나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고 있고, 선거 때마다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렸다. 현 총리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충분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결론적으로 탁심 사태는 ‘터키의 봄’ 등으로 포장될 민주화 시위가 아니다. 2011년 영국 런던 시위처럼 일부 과격분자들의 ‘폭동’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탁심 광장에는 에르도안 총리를 싫어하는 시위자들이 넘쳐나지만, 집이나 일터 등에는 묵묵히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알파고 시나시(25) ▲터키 이스탄불기술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학사) ▲서울대 외교학과(석사 재학중)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터키 한국특파원 1호)
  • [책꽂이]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고나무 지음, 북콤마 펴냄) 잔혹하면서 인간적이고 소탈하지만 권위주의적인 한 인간을 다룬다. 그는 영악하면서도 반지성적이며 잔정이 많은 조폭형 리더로 불렸다. 최근 불거진 장남의 조세도피 의혹으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에 담았다. 340쪽. 1만 5500원. 99%는 왜 돈 걱정에 잠 못 드는가(정우식 지음, 인사이트북스 펴냄)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수천명을 인터뷰해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월급을 받아도 늘 생활비가 모자라는 직장인, 돈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부들을 위해 재무심리진단 프로그램인 NPTI가 해법을 제시해준다. 292쪽. 1만 4000원. 삶의 의미(오정미 지음, 온북스 펴냄) 자신의 존재와 의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잔잔한 시어에 담은 시집. 시인이 소소한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풀어냈다. 111쪽. 8000원.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고한석 지음, 이지스퍼블리싱 펴냄) SK와 삼성, 열린우리당에서 일해온 저자가 지난해 오바마의 빅데이터 선거전략을 조사·연구하면서 깨달은 가치창조의 과정을 담았다. 모든 사안을 데이터로 판단하려는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통찰력을 주는 책. 304쪽. 1만 5000원. 세상을 뒤집는 의사들(스티브 브루워 지음, 추선영 옮김, 검둥소 펴냄) 쿠바에서 베네수엘라로 이어진 공공보건 의료 현장을 소개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이 실시한 공공의료 혁명인 ‘바리오 아덴트로’가 어떻게 공공의료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367쪽. 1만 5000원. 도요타 끝나지 않는 도전(아시히신문사 지음, 김태진 옮김, 중앙북스 펴냄) 일본 아사히신문사가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을 극복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저력을 살폈다. 최악의 순간을 넘어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도요타의 이면을 속속들이 들췄다. 308쪽. 1만 4000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