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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환경대통령’을 보고 싶다

    ‘촛불시위 자제' 발언 느낌 미묘 환경에 대한 철학 보여주길 새해가 밝았다.다른 해보다 새해에 거는 특별한 기대가 있다.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과는 다른 새 대통령이 뽑혔기 때문이다.‘다른 방식’이라면 젊은이들이 투표일 오후까지 투표에 참여하자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호소했다는 점이고,‘다른 이’라는 뜻은 당선자가 종전의 권위주의적인 인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종전의 대통령들은 독재자들이거나 그에 항거하는 정치역정으로 인해 젊어서부터 막강한 상대적 권력을 행사해 오던 잘난 사람들이었다.이번에도 하마터면 대단히 잘난 사람을 만날 뻔했다.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개발과 성장을 담보로 권위주의적인 통치권자를 감내해 주던 굴종적 신민의 태도에서 서로 말이 통하고 퇴임 후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비권위주의적 동반자적 지도자에 대한 갈망으로 흐르고 있었다.그래서 지난 세밑의 대선결과를 두고 ‘노무현의 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운’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노무현 당선자는 제주도 민박집에서 가족회의를 하더니만,정든 운전기사를 “그냥 쓰겠다.”는 발언에서부터 청탁한 이들에게는 “패가망신을 시키겠다.”는 시원스러운 말까지 생전처음 들어보는 뉴스들을 심심찮게 제공했다.그의 당선을 눈물겹도록 저지했던 거대언론들도 비판적 덕담을 늘어놓는 것으로 언론개혁을 희석시키려는 눈치다.두고 봐야겠지만,“잘 뽑은 것 같다.”라는 안도가 두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그런 가운데 얼마 전 여중생범대위를 만났을 때 그가 자존심보다 생존논리를 앞세워 “촛불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일은 입장은 이해하나 적잖은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환경운동판의 사람이라 필자는 아무래도 노무현당선자의 환경의식 부문에 대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그러던 중,세밑에 당선자가 부인과 함께 참으로 오랜만에 골프를 쳤다는 토막기사를 만났다.퍼뜩,이제는 동정심마저 이는 가혹한 레임덕에 빠져 있는 김대중대통령이 한때 펼치던 ‘대중골프론’이 생각났다.신군부 출신들도 엄격하게움켜잡고 있던 그린벨트를 풀었고,동강댐은 그곳의 절경 때문에 포기했는지 모르지만,가슴이 답답하다면서도 ‘노태우 시절’에 갯벌 메워달라고 졸랐던 원죄 때문에 새만금사업을 강행했던 김대중대통령의 환경과 관련한 실책은 참으로 많고 깊었다.그에게 생태주의적 가치관을 기대하기가 애초부터 연목구어였겠지만,그의 ‘대중골프론’은 박정희의 ‘경제성장론’과 그 뿌리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잡았다는 착각의 일반론이 만연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정색하고 새삼 묻는다.골프란 도대체 어떤 놀이인가? 절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산천에 가하는 맹독성 부하(負荷)가 극심한 반환경적 놀이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재임 동안이라도 골프 치지 않는 지도자를 만날 수는 없을까? 그렇다고 새 대통령이 골프장이 아니라 탁구장에 가는 쇼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다만,서울의 인구과밀과 환경문제로 인해 행정수도를 옮기려는 발상을 한 분이라면,‘정서적으로 새만금갯벌 매립이 문제있다.’고 느낀 분이라면,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는 철학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이야기다.그가 골프 치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어찌 ‘서민대통령’으로 성공할 수 있겠는가?
  • [사설]재벌개혁 방식 달라져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가 재벌의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 해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경제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발언자는 김대환 경제2분과위 간사였고,발언 내용은 “외환위기 이후 구성된 구조본의 임무가 끝났으므로 존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그는 물론 대기업이 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두긴 했지만 인위적인 ‘재벌 해체’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이에 대해 인수위는 부위원장까지 나서 “논의되지 않은 개인 의견”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충격파는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구조본 해체 검토’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설익은 정책의 남발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우리는 아직도 재벌이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따라서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그러나 탈(脫)권위주의를 지향하는 노무현정부에서는 그 방식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그것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탈권위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정부도 ‘시장의 룰’을존중해야 한다. 재벌이 과거의 그룹비서실이나 기조실 대신에 구조본을 만들어 선단식 경영과 부의 변칙 세습 등에 이용하고 있는 점은 잘못이다.그러나 이 점이 정부가 민간기업조직을 해체하라고 강요하거나 초법적 조치를 내리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재벌들이 설혹 구조본을 해체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름으로 비슷한 조직을 운영한다면 일일이 따라다니며 막을 것인가.정부가 시장경제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재벌에 투명경영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그런 관점에서 재벌개혁의 올바른 해법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시장(투자자)에 의한 기업감시장치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색 시무식 ‘눈에띄네’

    2일 오전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에 있는 ‘아바타’ 솔루션 업체 쿼터뷰 직원들은 시무식을 하려고 강당에 모이지 않았다.오전 11시 전 직원이 인터넷에 접속한 뒤 가상 스튜디오에 모여 오현식 사장의 아바타가 비전을 선포하고 우수사원 아바타에게 상을 주는 모습을 지켜봤다.한 직원은 “책상 앞에서 업무 공백 없이 시무식을 마무리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 해가 다르게 급속히 변모하는 세상처럼 올해에는 어느 해보다도 더 ‘톡톡 튀는’ 시무식이 눈길을 끌었다. 권위주의적이고 형식적인 시무식에서 벗어나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활동을 하며 새해를 열거나,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직장이 많았다.북한 핵문제를 계기로 남북간 화합을 시무식 주제로 삼는 사무실도 있었다.쿼터뷰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시무식’이나 문화행사를 겸한 시무식도 많았다. ㈜일화는 이날 오전 경기 구리시 수택동 본사 정문에서 이정구 회장이 전 직원 400여명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보통사람’의 시대를 맞아 올 한해 동안 전 직원이 화합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털업체 하나포스닷컴은 이날 아침 140여명 전 직원에게 빳빳한 지폐가 든 빨강·파랑·노랑 복주머니를 나눠줬다.안병균 대표는 “풍요롭고 다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복주머니를 준비했다.”고 말했다.개인용 PC에 사용하는 카세트데크 생산업체인 ㈜비티오의 전 직원은 함께 빌딩 옥상에 올라가 새해 각오와 회사에 바라는 요구사항을 큰소리로 외쳤다.SK는 서울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년교례회 행사에서 손길승(孫吉丞) 회장의 신년사가 끝난 뒤 전 직원이 국악인 신영희씨의 ‘창’을 감상하며 새해를 설계했다.강남구청 직원들도 구민회관에서 구립교향악단의 금관8중주 연주를 감상했다.홍보대행사인 예스피알은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취지로 전 직원이 미용실에서 파마와 염색을 하거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는 이색 시무식을 가졌다. 이영표 황장석 정은주기자 tomcat@
  • 2002시민사회운동 결산/유권자 참여 정책선거 기틀 마련

    ‘정치의 해’였던 2002년 한 해 동안 NGO들의 활동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굵직한 정치일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을 거치며 시민사회는 ‘정치개혁’이라는 단일이슈에 매진했다.이것이 구체화돼 나타난 것이 양대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정책제안’과 ‘정책평가’ 활동이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경제·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영역을 망라한 400여 시민단체들이 ‘2002 대선유권자연대’라는 연대기구를 조직,과거 대선국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유권자 참여운동을 펼쳤다.6월 지방선거에서 환경·청년단체 소속 후보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일반 시민운동 지난 9월 40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들었던 ‘2002 대선유권자연대’의 정책캠페인은 대선이 관권·금권선거가 아닌 정책중심의 대결구도로 펼쳐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연대는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3대 청산과제와 10대·100대 개혁과제를주요 후보진영에 제안,‘대폭 수용’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물을 얻어냈다.또 선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100만 유권자 약속운동’을 벌이고 여기에참여한 시민들에게 이메일과 홍보물을 통해 각 후보의 주요정책을 비교·평가한 결과를 알리는 등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이같은 대선연대의 활동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특히 대선연대로부터 지난 2000년 총선연대의 낙선운동과 같은 ‘파괴력’을 기대했던 일부 단체들은 “정책캠페인은 지나치게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활동”이란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선연대 공동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사무처장은 “총선연대만큼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공정선거감시운동에 머물렀던 과거 유권자의 한계를 넘어 유권자가 참여하는 새로운정책선거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환경운동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터널 관통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다.지난 97년부터 북한산지키기운동을 벌여온 환경운동연합은 불교계와 함께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를 상대로 ‘우회도로 건설’을 요구하며 집회와 시민홍보전을 주도,8월 시행사로부터 ‘연말까지 공사 중단’이란 약속을 받아냈다. 주한미군기지 주변지역 오염문제를 파헤쳐온 녹색연합의 활동도 시선을 끌었다.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미군종교휴양소 주변지역의 기름오염 사실을 밝혀내 사회문제화하는 등 녹색연합은 한 해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미군기지 주변의 기름오염 현장을 적발했다. 또 국내 기관의 감시망 바깥에 있는 미군기지 주변환경을 체계적으로 조사,이를 근거로 허술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환경조항 개정을 촉구했다. ◆인권운동 지난 9월로 조사활동을 마감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최종길·김준배 사건 등 권위주의 시대 의문사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그 과정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권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제기됐다.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청송보호감호소 수감자들의 단식농성을 계기로 피의자·수형자들의 인권에 대한 국가기관의 무관심이 도마에 올랐다.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싼 인권위와 인권단체들의 신경전은 1년 내내 이어졌다.올해 초 인권위원과 직원채용 과정에서부터 노출되기 시작한 이들 사이의 불화는 농성중인 장애인이동권연대에 대한 인권위의 퇴거요청,인권위 사무실 보안장치 설치 등의 문제를 계기로 감정대립의 양상까지치달았다. 이세영 황장석기자 sylee@
  • [CEO칼럼]새 대통령에 바라는 꿈★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다가온다.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월드컵 개최,태풍 루사,서해교전,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 등…. 특히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우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창조하며 온국민의 가슴에 ‘꿈’을 명확히 아로새긴 한해였다.국민들의 가슴에 그토록 꿈에 대한 열정이 숨어있음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또한 진보층과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그중 압권이다. 이 두가지 사건은 아마도 ‘꿈’이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부디 내년에도 “사람은 꿈꾸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새 정부,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꿈’이 진정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먼저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사심없는 인재가 등용되어 인사문제에 대한 시비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어느 잡지에서 새 대통령이 사람을 중용하는 데 있어 야전사령관 같은 인재를 중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집무실에 침대를 가져다 놓고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그 사람에게 윗사람들의 평은 좋았음에 틀림없다.하지만 그런 업무형태는 순간순간 위기대처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관료들이 집무실에 침대까지 갖다놓고,선생님이 학생을 다루듯 윗사람이 일일이 하나부터 챙기면 그 조직의 창의력,유동성 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김영삼정부나 김대중정부에는 이런 형태의 관료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면 그 조직도 그런 방향으로 물들게 되고,개성을 존중해주고 새로운 미답의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많은 노력을 하면 역시 조직의 분위기도 거기에 따라가게 된다.그런 만큼 똑같은 일상업무도 새롭게,경쟁상대보다 더 우월하게 지금보다 더 성과있게 추진되도록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사심없이 수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새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에게 아놀드 토인비의 조언은 여전히참고할 만하다. “모든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완고하고 보수적이고 편협하고 체면에 얽매이는 보수세대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중년이 되면 어느새 그같은 것들에 익숙해진다.” 창조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헤밍웨이는 이른 아침 작은 식당에서 주로 집필했고,데카르트는 침대에서 근대철학의 개념을 완성했다.화학자케큘러는 난제에 지쳐 깜박 졸다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착안,벤젠구조식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직의 기틀은 대통령의 확고한 관(觀)에서 비롯된다. 일본이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듯이 조직의 리더는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정치관이 확고한 위정자 아래에서 백성이 편안하지,‘사과상자'에 관심을 두면 온 나라가 혼탁해진다. 상명하달,권위주의,계급의식이 팽배한 붕어빵과 같은 획일적 사고 속에서는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식물은 반드시 흙이 있어야 자란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흙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해로운 균을 제공한다는 역발상이수경재배를 창안케 했다. 신바람을 불어넣는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김주형 CJ㈜ 사장
  • [열린세상]정부조직 분권화 지향해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다시 대규모의 정부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학습’되어 있는 공직사회에 대해,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현재의 조직을 최대한 가동할 것이라는 말로 불안감을 줄여주고 있다.조직개편의 비용을 감안할때,김대중 정부처럼 범정부적인 대규모의 조직개편을 세 차례나 단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나,그 사이 정부조직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시정할 수 있는 개편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중 정부는 정부조직이 비대하고 독점적이어서 비능률을 초래한다는 전제 하에 작지만 봉사하는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인력감축,민영화,민간위탁,성과관리 등을 처방으로 제시해왔다.그리고 정부조직의 기능중복과 이로 인한 부처간 갈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부처주의와 조정기구의 확대를 추진하여 왔다.이러한 조직개편 방향과 기법은 IMF 위기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시대적 가치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능률 지향의 이러한 조직개편 방안을 더 확대 적용하는 것은 작금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핵심 과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간과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언론에 보도되고 인구에 회자되는 한국행정의 주요 문제는 권력의 집중과 견제와 균형 상실,승자 독식과 자의적 행사,그리고이에 따른 부조리와 불법 등이다.권력집중의 핵심은 세칭 제왕적 대통령제이다.입법부는 통법부로 비판받고,행정부는 장관의 자율성 부족과 단명 장관양산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졸속 행정도 상부,특히 대통령 지시사항의 무비판적 신속 집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가신ㆍ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가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하고,부패 행위자와 위법한 인사들에 대한 사면권의 선별적 행사로 사법부와 법질서의 존재가 의심받게 된다.부적격 인사를낙천 보상 등의 배려로 정부산하기관장에 임명하는 관행도 여전했다.이처럼대통령이 사회 전반을 통할하는 승자 독식의 권력구조가 되다 보니 사생결단식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지고,패자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권력은 대통령에게만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다.권위주의적 권력집중 현상은 각급 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나타난다.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라는 이름 하에,책임운영기관과 산하기관의 장은 기업가적 책임경영이라는 이름 하에 권한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그러나 이들 기관장은 다시 상급자나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나라 전체가 거대한 공룡과 같이 둔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조직간 견제와 균형의 부족도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검찰ㆍ경찰ㆍ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간 견제와 균형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가령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스캔들이 우리 사회를 온통 흔들어 놓고,여기서 드러난 바와 같이 주가조작이나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피의자가 긴급 체포 조사되었으나 ‘끼리끼리 커넥션’ 때문에 무혐의 처리되었다가 특별검사에 의해서 그 전말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지연 또는 학연을 연고로 형성된 집단 내 사람들끼리는 가족과 같은 상호간 높은 수준의 신뢰가 있고,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우리 사람’봐주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신뢰는 낮아지고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이 무너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따라서 우리사회에서 근래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분권화와 견제와 균형을 기하는 정부조직개편이 필요하다.대부처주의의 지향이 아니라대통령중심의 단일부처주의를 지양해야 하며,장관-부총리-총리-대통령의 4단계를 거치는 조정보다 부처장관 중심의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갈등의 조정 못지않게 조직간,특히 권력기관간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그리고 회의,보고,감사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일이 아닌 생산적인 일에 일생을 헌신하려는 공무원들에 대한 권한위임(empowerment)이 필요하다.이러한 정부조직의 민주화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사회 변혁의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김병섭 서울대교수 행정학
  • 盧당선자 관료사회 ‘신뢰쌓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이후 관료사회의 안정에 역점을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공직사회에 환영을 받고 있다.공직자들은 정권교체기에 급격한 개편과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대선을 전후로 다소동요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노 당선자가 “현재의 조직을 최대한 가동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공무원 조직에 대한 신뢰를 보내면서 급속히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노무현 당선자가 보는 공직사회 노 당선자의 관료조직에 대한 시각은 지난 2000년 8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극히 부정적이었다.‘쓸데없이 방만하고 무위도식하는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인식은 장관으로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크게 바뀌었다고 해양부 관계자들은 전한다.재임 당시 과장들과의 술자리에서 ‘성실하고 정직한 공무원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다.’고 말할 정도로 공무원들에 대해 신뢰가 깊었다고 한다.그러면서 술자리가무르익으면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무원들의 비효율적인 업무체계와 잘못된 인사시스템을 제대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노 당선자의 공직자들에 대한 인식은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라는 저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 당선자는 이 저서에서 “대다수 공무원은 너무 유능한 면이 많다.그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이 나라가 이만큼이나 지탱되고 있구나 평가하기도 한다.”면서 공무원들이 잠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장관 등 리더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이 ‘무사안일,복지부동’한다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과장관이 공무원을 보호하지 않으면 공무원은 스스로 보호한다.”면서 “대부분의 공무원이 자신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뢰해야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 사회가 외부평가에 민감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데는 장관의 책임도 적지 않다.”면서 ‘밖에선 당당하게 공직사회에 대해 변론할 것은 변론하고 부처로 돌아와선 분명하게 가려 책임을 묻는 장관의 모습’을 신뢰받는 각료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노 당선자는“공무원들이 이것저것 따지며 생각만 많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 적다.”면서 “몸을 너무 사리는 것은 아마 감사받고 언론 질책에 시달리며 점차 소극적으로 변했을 것이나 좌충우돌 좀 해봐야 한다.”고 권유했다. ◆공무원들이 보는 노 당선자 해양부 공무원들은 노 당선자의 업무스타일을 ‘권위주의 탈피와 토론문화’라고 요약한다.장관의 출·퇴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대기시키지 못하게 하고,국·내외 출장을 가거나 돌아올 때 수행비서 외에는 영접을 나오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국·실장이나 과장이 장관실에 들렀다가 나갈 때는 꼭 문까지 따라나와 ‘고생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직원들에 대해 깍듯이 예우를 갖췄다고 전한다. 특히 장관이 해당 국·실을 직접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는 등 업무처리 방식이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업무를 꿰뚫고 있는 실무자는 사무관급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수시로 사무관들과 함께 토론하며 업무의 핵심을 챙겼다고 한다. 노 당선자는 인사청탁에도 단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총무과장을 지낸 한 간부는 “노 장관으로부터 인사청탁의 쪽지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외부와 전화하는 것을 엿듣고 슬쩍 물어보면 알 필요가 없다.”며 딱 잘랐다고 회고했다. 중앙인사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92년과 97년 정권교체기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공직사회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면서 “현재의 조직을 최대한 가동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언급에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신뢰감과 안도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공직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한 간부는 “지방 공무원들은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 당선자에게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노 당선자가 정책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병철 이종락기자 bcjoo@
  • [세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③ 반미.北核 해법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세대간 요구와 우려는 뚜렷이 구분된다.특히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대북 정책,SOFA 개정과 반미 분위기,한·미 관계 재정립 등 외교·안보·통일분야에서 이른바 2030세대(20,30대층)와 그 이후 세대의 시각차는 분명하다.대통령 선거 뒤인 지난 주말에도 촛불 시위는 이어졌다.노 당선자가 “나를 반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겠다.”고 밝혔지만,상충된 각 세대들의 요구를 융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양측의 목소리를들어본다. ***'2030' 생각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20,30대 젊은세대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2003년 위기설이 팽배한 북·미 관계,남북 관계 등 거시적인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것이다.또한 그들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개 사과 요구 등을 당당하게외치고 있다.국민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다.실제 노 당선자는 북핵개발파문의 해결에 있어 한·미·일 공조를 얘기하면서도 남측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여러 차례 강조했고,젊은 세대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명(金鍾明·34·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씨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단순히 효순이·미선이 죽음에 대한 추모행렬만이 아니라 그동안 불평등하게 일그러졌던 한·미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요구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려는 미국에 대한 우리 민족의 경고”라면서 “노 당선자가 이런 국민들의 분노 및 힘을 배경으로 한·미,남북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차용호(車庸鎬·29)씨는 “북핵문제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가장 첨예한 문제인 만큼 노 당선자는 기존 한·미 관계의 틀을 유지하되당사자인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을 믿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처음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외교력을 통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남북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최현진(崔鉉鎭·32) 간사는 “북핵 개발 파문의발단과 전개과정을 보면 북한과 대화를 기피한 채 위기로만 몰고 가려는 미국의 태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면서 “미 의회와 언론 등에서도 미국의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정부는 더욱 외교력을 키워 국제사회의 양심적 세력들이 미국을 견제,한반도의 평화를 이끌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정(李守禎·21)씨는 “6·15선언의 근본정신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당선자가 6·15선언을 기준삼는다면 북한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가교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35) 정책실장은 “남측이 중심이 돼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4050' 생각은 “이념 지상주의가 갖는 위험성을 노무현 당선자가 냉철하게알아야 하는데,걱정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김모(56) 원장은 20,30대 층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인터넷의 힘으로 승리한 노 당선자가 향후에도 이 여론에 의지해 국정을 운영할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씨는 “20,30대가 국제사회 움직임 등 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지만,그 정보 자체가 편협되고 경직된 것일 수 있는 만큼 국익을 위한 정책 연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SOFA 개정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직접 공개사과 요구가 계속되는데 대해서도 이들은 우려한다.지나친 요구가주한미군 철수론으로 이어지고,미국 내의 반한 감정이 대두될지가 걱정인 것이다.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모(42)씨는 “한·미간 좀더 평등한 관계를 정립해나가야 함은 옳지만,현재처럼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무리한 느낌이 있다.”면서,양국간 현안 협상은 일종의 ‘게임’인데 최근 상황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걱정했다.그는 월드컵에서 우리 팀을 응원하는 것과,정부간 협상 테이블의 측면을 압박하는 대규모 군중시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우리 최대 무역 수출시장인 ‘미국’이라는 실체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면서 “길가던 주한미군을 테러하는 등의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이를 미측의 조작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에 광범하게 유포되는 것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노 당선자의 상황인식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에 대한 우려사항 중 하나는 당선자 외교·안보팀의 진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상당부분 재야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특히여소야대 정국에서 노 당선자가 장외의 힘을 바탕으로 정책을 완수하려 할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북 문제와 관련,기성 세대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인식 문제다.군사적인 남북간 신뢰구축이 전혀 안 이뤄진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이 북한을‘선량한 우리 동포’로만 인식한다는 점이다.북·미간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미국이 방해하는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동작구 김영춘(52·개인사업)씨는 “북한 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면한 문제인데,어쩌다 남의 문제로 여기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반도비핵화 선언 위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 해명이 있고 난 다음에 대북 지원이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전문가 해법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가장 큰 쟁점이 아마도 대미관계와 남북관계를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문제였을 것이다.비교적 진보적인 젊은 세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평등한 한·미 관계를 주장했고,중년 및 노년세대는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국제적 긴장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훼손을 우려했다. 이러한 두 가지 서로 대립적인 듯한 견해와 주장들을 동시에 아우르는 길은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 것일까.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미관계의 오늘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시위는 물론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과 그후에 미군 당국 측에서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가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주어 촉발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원인의 배후에는 두 가지의 구조적인 원인이 가로놓여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한반도가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현실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간격이다.우리 사회의 젊은층들은 대부분 대북 포용정책의 지지자들이고,한반도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탈냉전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그런데 그들의 눈에 비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너무 냉전·대결적이고,그래서 남북관계까지 꼬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결국 노무현정부의 과제는 이러한 격차,즉 한반도 탈냉전화의 당위적 현실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간격을 외교를 통해 좁히는 일일 것이다. 두번째 구조적 원인은 한국정치의 민주화이다.1987년 이후 한국정치는 급속도로 민주화되어 왔다.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은 한국정치가 민주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는 과거 권위주의시대 때의 한·미관계와 별다를 것 없는 평등하지 못한 한·미관계라고 느낀다. 한국의 국민들은 대통령 아들들을 이미 세 명씩이나 감옥에 집어넣을 정도로 민주적 정치의식을 갖게 되었다.그러한 그들이 미군 관련 문제가 온당치못하게 처리될 때 그것을 안보문제라는 이유로 더 이상 눈감고 있지 않을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동안 중년,노년층의 보수적 입장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주한미군과 관련된 문제는 안보문제니까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그러나 이제 성공적인 민주화의 역설적인 결과로 그러한 금기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먼저 부시 행정부와 미국의 국민들이 이처럼 구조적으로 변화된 한국의 정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젊은세대가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킨 주역이고,그들이 한반도의 평화적 탈냉전화를 원하고 있으며,민주정부 대 민주정부의 보다 대등하고 성숙한 한·미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유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미국의 보수적 정책 결정자들과의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이같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이것이 젊은 계층의 반미감정도 다스리고 한·미관계도 한 차원 높여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대신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한·미동맹과 미군의 주둔이 우리의 국가이익과 전략적 관점에서 왜 필요한지 설명해 주어야 한다.우리가 남북간에 신뢰와 평화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간에는 아직도 위험이 존재하고 있고,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아직 남북간에 완전한 평화가 왔다고 믿지 않는다.따라서 이 같은 절반의 평화,절반의 전쟁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로 해서 주한미군이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 내부의 중년,노년 보수층의 우려를 잠재워 줘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세대간 갈등은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이행해가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미래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되 그것을 달성할 방안들을 현실적이면서도 신중하게모색해나갈 때 한·미관계를 둘러싼 갈등의 해법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 [데스크 시각]이민가지 마세요

    “요즘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도대체 누가 앞서고 있습니까.○○○가안 되면 이민 가겠습니다.” 16대 대통령 선거전이 중반전에 돌입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다.전화를 건 사람은 “×××가 되면 앞으로 5년간 어떻게 눈뜨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면서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말했다.아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게 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민 가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야릇한 감정이 교차했다.80년대 후반과 90년대 민주화세력이 YS,DJ 등으로 나뉘고,지역으로 갈리고,민주-반민주의 구도로 갈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을 할 때 쓰였던 말이 탈정치의 시대에도 여전히 회자된다는 것에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정치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아직도 그런 열정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한편으로는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통치자가 됐다고 해서 이민을가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닥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내가 받은 전화 목소리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이었다.신세대로 대변되는 네티즌도 아니고 50대 이상의 보수층도 아닌 이른바 ‘낀 세대’다. 이민 가겠다는 말에는 대통령이면 임금님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왕조시대의 의식이 깔려있는 건 아닌지.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 시절의 대통령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닐듯싶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승자전취(勝者全取)’ 의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변화의 양상은 선거전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가 조용히 치러진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대규모 거리유세를 위한 청중동원,후보자를 소개하는 벽보·전단이 넘쳐나는 것이 우리가 보아왔던 선거운동이다.그러나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금품살포 등 불법·타락선거도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선거중반에 도청설 등 폭로전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근거없는 흑색선전이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문화가 이렇게 바뀌게 된 일등공신은 인터넷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없다.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사이버망은 불법,타락선거의 무서운 감시자가됐다.네티즌에게 잘못이 적발되면 인터넷이 가진 무한한 복제력은 이 사실을 즉각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사정이 이럴진대 과연 누가 허튼짓을 하겠는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자.대통령선거를 15번 치르면서 알게 모르게 민(民)의 힘은 커졌다.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속시키고,전직 대통령을재판정에 세운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국민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다. 우리들에겐 또 선거라는 제도가 있다.선량을 뽑는 국회의원선거,지역일꾼을 뽑는 지자체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이제 끝났다.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치는 끝나고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또는 그 반대로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수 있다.그러나 자신이 한표를 준 후보가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앞에서 본 것처럼 당신에게도 많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결과도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다.민심의결집이 바로 선거결과다.정치인들에게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 화살을이제 우리에게 돌려야 한다.열심히 욕한 우리,이제 이민가지 말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자. 임태순 사회교육팀장
  • 오피니언 중계석/장덕현교수 ‘사회비평’ 기고 - 학술지 등급화… 담론생산 억압

    오늘날 학술담론은 무기력증에 빠져있다.그 원인의 한 가닥은 ‘지식인들의분노의 억압’을 유도하는 학술진흥책에서 찾을 수 있다.다시 말해 지식인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이것들을 평가·독려하는 제도적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와 관련,장덕현 부산대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계간 ‘사회비평’겨울호에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글쓰기-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란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장 교수는 이 글에서 현재 학술진흥재단의 SCI(Science CitationIndex·과학 인용 색인)평가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지식인들의 분노를 해방시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현실은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다볼 때 분통터지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그러나 우리 지식인들은 화를 내는 대신,객관적인 태도로 세상과 거리를두고 무미건조한 논평을 늘어놓는다.그들은 ‘나’를 내세워 ‘내 이야기’를 하는 법 없이,서양학자들의 권위에 의존한 안락한 글쓰기에 자족해 버린다.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렸을까. 지식인은 논문을 통해 담론·학술정보 생산을 주도한다.이 논문들을 유통과 수집,확산하는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도구가 되는 것이 바로 학술지다.그런데 한국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사업은 학술지를 등급화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그리고 그 결과물은 교수의 연구업적을 가늠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이것은 결국 올해 전격시행한 교수계약제·연봉제 등과 결합해 한국의 담론생산 구조에서 글쓰기를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는 미국 과학정보연구원의 SCI 방식을 지향한다.문제는,SCI가 연구업적을 평가하고자 고안한 장치가 아니라 논문 인용도와인용패턴 등을 분석해 연구동향을 파악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점에 있다.즉 SCI 본연의 목적은 평가가 아닌 학술정보 제공인 것이다.미국 과학정보연구원도 한국 학계가 SCI를 연구능력 평가기준으로 오용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방식은 학문의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SCI에등재되지 않은 저널에 수록된 논문은 ‘잡글’또는 ‘소설작품’쯤으로 취급돼 연구성과로 인정받지 못한다.때문에 신생·군소 학술지의 몰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이는 결국 새롭고 실험적인 성격의 연구를 가로막아 학문의보수화를 초래한다.또 대학논문집,기념논문집 등의 대중적 학술지가 제대로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그렇기에 현실을 무시하고 강단에만 안주하는아카데미 특유의 자폐성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또 학술지 등재 여부가 학회의 권위와 명예를 판가름하기 때문에,여러 학회는 학술지에 등재되고자 무리하게 회원 수를 늘리는 등 불필요한 외형 꾸미기에 신경을 쓰게 된다.이러한 세태는 결국 권위주의·관료주의적 학회 운영을 부추길 뿐이다.양적 평가가 물론 중요하지만,질적 평가도 함께 강화해야한다. 학문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심사기준도 개선돼야 한다.화학자와 체육학자의 학술활동이 같을 수 없다.그런 점에서 다양화하고 세분화한 연구분야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학자들이 마음놓고 세상에 대해 화를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그러나 학술지 평가 사업은 이러한 분노를 담은 글들이 소통될 수 있는채널을 점차 줄여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학술활동을 진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식인들이 열정을 제대로 발산해 사회를 올바로 세우도록 이끌어주는것이다.지식인들의 분노를 억압하는 장치로서의 학술진흥책은 곤란하다. 물론 평가는 필요하다.그러나 그 평가가 가져올 효과와 그 평가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려는 매우 중요하다.현행 학술지 평가사업이 한국 학술 담론의 생산과 유통에 개입해 창조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은 아닐까.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현실적인 담론 생산자로서의 지식인과 담론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장치로서의 학술진흥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정리 채수범기자 lokavid@
  • 선택2002 사회·문화·여성 TV토론/막판 주도권 잡기 시작부터 신경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등 세 대통령 후보는 16일 저녁 이번 대선의 마지막 TV합동토론에서 초반부터 기싸움을 벌이면서 표심(票心)잡기에 온힘을 다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상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종반 선거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듯 이날 토론주제인 사회·문화 분야는 물론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다른 쟁점을 넘나들며 2시간 내내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계속했다. 두 후보는 애써 정제된 표현을 쓰려고 했으나,행정수도 이전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선 종종 가시돋친 거친 언사를 구사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시종 날을세웠다. 하지만 이날 토론도 역시 형평성 논란을 우려,사회자가 공정성을 앞세운 기계적인 진행에 치중해 심도있는 정책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회자 주재 토론도 치열 고려대 염재호 교수가 한 후보에게 질문하고 다른 두 후보의반론하는 순으로 진행됐지만 신경전은 예상외로 치열했다.앞서 기조발언부터 세 후보는 열띤 신경전을 시작했다. 특히 세 후보는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려,이회창 후보는 국민의 정부가 실시한 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강하게 비판했으나,노 후보는 일부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언론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권 후보는 다른 두 후보를 양비론으로 공세했다. 하지만 문화산업 개방 문제나 취업여성의 자녀 보육문제 등 많은 유권자들의 생활 문제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권 후보가 “세 당의 공약이 큰 차이가 없다.”고 두차례나 언급,이회창 후보도 동의를 표시할 정도로 각론상의 미세한 차이만 보였다.그러나 민감한 주제인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선 노·이 후보가 항생제나 주사제의 사용량이 각각 “줄었다.”“늘었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후보간 3자토론 더 후끈 교육개혁 문제부터 이회창 후보는 작심한 듯 “교육개혁은 이 정권이 가장실패한 정책”이라고 노 후보를 겨냥하면서 “노·정 단일화로 정책 공조 한다고 했는데 정몽준씨는 고교평준화 및 교육부 폐지 주장을 펴는 등 교육정책이 상반된다.”고 공격했다. 이에 노 후보는 “정책협의 과정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서 “따라서 정책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그리고 국민의 정부에서 실시한 교육정책들이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교육 개혁의 큰 방향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권·이 후보가 노 후보에게 “정몽준 대표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약속했는데 교육문제를 정 대표에게 맡겼는지 밝히라.”고 정치성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정책에 따른 후보간 정책연대의 모습도 보였다.노무현·권영길 후보는 노인복지나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 유사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이회창 후보를 협공하기도 했다.이에 이 후보가 연금재정 유지 문제와 관련한 세부내용을 들며 “노 후보는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자 노 후보가 곧바로 “토론장에서는 상대에 대한 예의도 지켜주어야 한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불꽃 튄 양자토론 노무현·권영길,권영길·이회창 후보 사이의 맞대결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이회창·노무현 후보간 양자대결이 긴장속에서 진행됐다.하지만 이회창후보는 권영길 후보와의 토론서도 노 후보를 현 정부의 후계자라고 공격하는 등 시종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특히 이 후보는 교육재정 문제에 대해 노 후보에게 질문을 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포기하고 그 비용 6조원을 교육재정으로 전환하는 게 어떠냐.”고 행정수도 이전공세로 즉각 전환했다.이에 노 후보도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교통문제 환경문제 주택문제 등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선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비장한 정리발언 노 후보는 “고향에 가면 호남당이라고,중앙당에서는 호남 아니라고 구박받으며 6번 출마해 4번이나 낙선해 좌절할 뻔했지만 국민들이 일으켜 세워주었다.”면서 “국민들의 명령을 받들어 지역주의,권위주의,3김 정치라는 낡은정치를 청산하고 정치를 바꾸어 보겠다.”고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이 후보도 감성접근법을 택했다.이 후보는 “오늘 마지막이다.5년간 야당으로서 많은애를 썼으며 모든 걸 버렸고,심지어 가족까지도 희생을 했다.”면서 지난 11월 사망한 부친의 마음 고생도 소개하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뛰고 싶다.”고 읍소했다. 권 후보도 질세라 “파리특파원 등 잘 나가던 언론인을 그만두고,보수정치권의 장관직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민주노동당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면서 비장한 정리발언을 마쳤다. ◆장외서도 밀고당기기 토론장 밖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먼저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거짓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무차별로 보내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즉석 보도자료를 돌렸다. 같은 당 이미경 대변인도 “이 후보의 보육예산 공약은 공허하다.”라는 논평을 내자,옆에 서있던 한나라당 정영호 부대변인이 반발하면서 양당간 험악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춘규 김상연 김미경기자 taein@
  • 선택2002 사회.문화.여성 TV토론/세 후보 마무리 발언

    ◆이회창 후보 마무리 발언 오늘이 마지막이다.5년동안 야당으로 많은 애를 썼다.야당이기에 바닥에 내려왔고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97년 당선됐더라면 못 배웠을 것이다.얼마전 돌아가신 아버님도,가족도 제가 후보란 이유로 모략을 받았지만,이것도겪어야 할 희생이라고 본다.모든 것을 버렸다.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깨끗하고 정직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저를 선택해 달라. ◆노무현 후보 마무리 발언 지난 14년 정말 어렵게 정치했다.고향에 가면 호남당이라고,중앙당에 가면호남이 아니라고 푸대접받았다.6번 선거에 출마,4번 낙선했지만 국민통합이라는 목표 하나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다.여러분이 돈과 계보도 없는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했다.제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지역주의,권위주의 등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정치를 바꿔보고자 한다. ◆권영길 후보 마무리 발언 19일은 정치와 나라,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선택의 날이다.진보정당이 여기까지 오는 데 50년 걸렸다.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민노당이 자리를 잡았다.파리특파원으로 잘 나가는 길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택했다.우리 아들 딸들에게는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한다.민노당이 표를 많이 받을수록 그 희망은 빨리 이뤄진다.걱정없는 새 세상을 만들자.
  • 부시외교 일관성 잃어 ‘악의 축’ 대화거절 뜻

    미국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커밍스 교수는 13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북한의 집단주의:일인독재 속의 관료적 권위주의’라는 강연에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주지사 출신인 카터와 레이건,클린턴 전 대통령도 경험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부시대통령은 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커밍스 교수는 부시 외교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조율능력 부재’에서찾았다.그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각자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지만 부시가 외교정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이들을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어 “부시는 남침례교 성향의 공화당 근본주의자(Republican fundamentalist)이기 때문에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표현들을 쓰고 있다.”면서 “그가 언급한 ‘악의 축’이란 표현은 북한이 지옥에서 불에 타죽어야 할 대상으로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구혜영기자 koohy@
  • [사설]왜 反美인가(1)-변한 한국과 변하지 않은 미국

    ‘반미(反美)’,반미,반미.지구촌의 반미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국내에서도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무죄평결로 계층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다.과거 일부의 이데올로기 운동 차원을 넘어 점차 대중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정치권과 정부에서도 갈등을 빚으면서 확산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지만,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발전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미국 의회 및 여론지도층 일각의 ‘반한(反韓)’감정도 표출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국면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한국의 반미는 국내외적으로 탈냉전 및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선미국이 그 정권의 정통성을 안보 논리로 보완해주며 한국의 주요 현안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제했고,이는 결과적으로 한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시켰다.촛불시위 참가자들이 미국의 오만함을 거론하며 줏대세우기를 주창하는 것도 자존심 회복의 뜻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 인권상황,윤금이양 살인사건,노근리·매향리 사건,미군시설의환경오염 문제 등을 부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한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특히 사실상 미국이 주도한 IMF체제,한국 차세대 전투기구매사업 등은 미국을다른 시각으로 보게 했다.이 모든 것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최근 한국사회의 반미에 대중성을 띠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386세대 및 네티즌 젊은층이 몇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음에도 한·미관계가 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이들은 미국을 ‘외세’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이는 한·미 동맹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양국 정부가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반미는 전반적으로 감성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우리는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반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고 확신한다.한국민들이 지금 촛불시위에서 외치는 반미는 무조건적,배타적 반미가 아니라 대미 평등,즉 등미(等美)라는 데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의 반미는 향후 주변 4강의 역학구조,무엇보다 남북,북·미 관계의 기복에 따라서도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해 왔다.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가능성이 많다.이런 분위기속에서,상당수 국민들은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대다수 한국민이 바라고 있는 남북 화해와 교류 증진에 걸림돌이된다고 믿는 듯하다.우리가 미국의 북핵문제 해결을 강경 대응보다는 평화적 해결방안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반미가 전세계적 현상이 된 데는 미국이 9·11테러를 기화로 반(反)테러 우산속에서 추구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미국의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RC)가 일전에 발표한 각국의 ‘대미(對美) 태도 보고서’는 전통적 우호국인 나토동맹국 터키에서조차 대미 호감도가 2년 전보다 22%포인트가 떨어졌음을 보여 준다.탈냉전 후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의 오만함·자만심에 대한 저항이라고도 해석된다.우리나라가 조사대상 아시아 7개국중 가장 비판적이라는 사실은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촌의 반미 확산·심화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독선적 외교·안보정책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본다.국내의 반미 기류도 이와 유사하며,특히미국의 우월적 주둔군지위 정책이 한국의 민족정서와 상충한 결과라고 보는것이다.미국은 동맹국에서까지 반미 기류가 확산되는 것을 기존의 정책노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우리는 미국이 문제 해결에 있어 자신의 잣대만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국의 입장도 헤아리는 도량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미국은 지구촌의 모든 국가가 상호 평등적 동반자라는 명제에서 반미 해법의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시계추의 정치가 필요하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어느 사회고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일찍이 프랑스 혁명의회에서 급진파는 왼쪽,그리고 수구파는 오른쪽에 우연히(?) 앉다 보니그 이후 진보는 ‘좌’요,보수는 ‘우’라는 인식이 심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인간의 양심을 상징하는 심장은 왼편에 있다.영어권에서는 오른편을 가리키는 ‘right’라는 단어는 옳다는 의미도 또한 지니고 있다.결국 양심과 정의가 같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좌우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자본주의를 극복하려 했던 공산주의가 무너진 원인이 자유와 경쟁에 대한 경시에 있었다면,자본주의가 버텨온 배경은 사회주의적 요소까지도 배제하지않는 부단한 자기 개혁에 있다. 우리의 경우 선거,특히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좌우논쟁이 이뤄진다.문제는건강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치졸한 색깔 칠하기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이런현실은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서구사회에서 원래 자유주의란 자본주의의 주역인 부르주아를 위한 것으로출발했지만 노동계급이라는 피지배층과의 계급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그러나 우리의 경우 좌우이념의 도입이 과거 민족독립이나 국가건설을 위한 방법론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사상적·제도적인 합의공간으로서 자유주의는 설 땅을 갖기 어려웠다.게다가 남북은 좌우 이데올로기에 의해 첨예하게 갈려 왔다.이 와중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명분 아래 사회주의로부터 점진적으로 이탈하여 왔고,남한이 권위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된 것은 근래에 이르러서다.좌우이념으로 포장한 두 체제 사이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민중보다 권력의 지배도구로 왜곡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남한의 경우 ‘보수’ 없는 극우나 반동이 나오게 된 것이나,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교조적 마르크스주의’가 진보와 동일시된 것도 기형적인 남북분단체제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좌우논쟁은 실체가 없다.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건전한보수’가 없는 가운데 일종의 극우내지 반동 세력이 자본주의의 개혁을 시도하는 ‘합리적 진보’마저 북한식 공산주의자로 내몰아 왔다.또한 일부 급진적 세력은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적 계급혁명의 이상에 빠져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려는 ‘건전한 보수’를 인정하기 보다 부르주아와 자본주의의 수호자로 볼 뿐이다.결국 좌우극단은 있어도 두 가지를 균형지을 중도좌우는 입지가 매우 약하다. 한국사회에 진정 필요한 존재가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다.이들은 좌우극단 사이의 대립을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서구사회가 만들어 놓은 자유민주주의도 결국은 이들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다.정당정치가 좌우정책의 틀에서 이뤄지고 국민들은 경제·복지·교육·실업 등 사회현안에 대해 나름대로의 선택을 한다.유럽에서 1990년대 중도좌파 정당의 득세가 2000년대에 와서 중도우파 정당에 의해 교체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바로 시계추의 정치다.기득권은 없다.좌우는 모두 기회를 갖는다.결국은 이념의 포장보다 현실의 성과가 중요하다.수시로 좌향좌와 우향우를 통해 목표에도달하는 실용주의 정치다.색깔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멕시코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지난날 멕시코는 일당독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좌파 대통령이 집권하면 그 다음은 우파 대통령이 집권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그 시계추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멕시코는더욱 어려워졌고 결국 재작년 여야 사이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과 세대 사이의 단층이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동기에 입각한 생산적 좌우 정책대결이필요하다.이 과정에서 우리 정당정치도 지역주의,계층대립,세대격차를 넘어정책에 충실함으로써 보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시계추의 정치는 좌우를 포용해야 된다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 미 듀크대 초빙교수
  • 수도권 부동층잡기 총력

    12·19대선이 2주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1차 TV합동토론을 마친 각 후보 진영이 4일부터 전체 유권자의 15∼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층 잡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날 “어제 한 차례 TV토론을 본 뒤부터 부동층유권자들의 지지후보 선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강(兩强)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노무현(盧武鉉) 후보 진영은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부동층이 판세를 가를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이날 최대 승부처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부동층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후보는 경기 일산과 인천 부평·남구·연수구,경기 부천 등지에서 잇따라 유세를 갖고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부패정권을 심판,나라다운 나라를만들어야 한다.”고 ‘부패정권 심판론’으로 부동층 표심에 호소했다. 노 후보도 서울 명동과 인천,경기 안산·안양 등지에서 거리유세를 통해 “권위주의,지역주의,철새정치 등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만들겠다.”며 ‘낡은 정치 청산론’으로 파고들었다. 여론조사기관인 TNS의 박동현(朴東鉉) 차장은 “현재 연령별로는 30∼40대,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집중 포진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앞으로 남은 두 차례 TV 합동토론이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TV토론 일정이 오는 10일과 16일 등 두 차례라는 점을 감안하면,일부부동층 표심은 막판까지 안개속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투표일 1주일 전쯤에는 부동층이 10% 이내로 감소할것으로 보이지만,투표일 직전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연기자 carlos@
  • [열린세상]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며

    벌써 한 해가 저문다.참으로 무상한 세월이다.그토록 물색없이 기다렸던 새천년하고도 두 해째나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이다.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새롭기는커녕 좀처럼 달라진 구석조차 찾아보기 어렵다.우리네 시난고난한 살림부터,저 밖의 어지러운 모습까지 말이다.어느 해고 돌아보자면 다 그렇겠지만,올해처럼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때도 드물지 않나 싶다.무엇보다도 지난 6월 월드컵 때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한 판 대동굿을 벌인 일이 지금도 가슴 깊이 뭉클하다.그런가 하면 그 힘은 다 어디로 가고 안팎으로 꼬이고 얽히기만 한 삶터는 스산한 요즘 날씨만큼이나 텅 빈 듯하고,사람들 마음이며 영혼은 하릴없이 어수선하기만 하다.그래도 때가 때인 만큼 세밑을맞아 나름대로 이것저것 마무리는 해야 한다.곧 새천년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도 뽑는다. 앞으로 우리네 살림살이를 떠맡고 또 이끌고 갈 사람을 뽑는 일이다.그렇다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새천년에 값하는 그런 새로운 선거문화,곧 잔치와 같은 신명나는 과정으로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그러니 더도 말고,덜도 말고 지난 유월에 펼쳐졌던 샘솟는 듯한 젊은 세대의 힘과 문화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리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물론 자라나는 세대뿐 아니라 우리 모두 애쓰고 힘써야 하겠지만,이들이야말로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주인공인 만큼 더욱 기대가 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참으로 부끄러운 세월을 살았다.식민지에서 제 땅에 버림받은 삶을 살기도 했고,핏줄끼리 끔찍한 다툼과 싸움도 했으며,무시무시한 군사독재 아래 숨죽여 살기도 했다.정말 어렵사리 이만큼이나마 민주주의가 싹을 틔울 만큼 왔지만,아직 우리 안에 눈 부릅뜬 서슬 퍼런 권위주의는 언제라도 그 싹을 시들게 할 수 있을 만큼 질기다.그래서 스스로도 두려운 나머지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난 자라나는 세대에게 눈을 돌려보는 것이다.이들은 풍요 속에 자라 굶주림이나 아픔을 몰라 철이 없고,응석받이로 키워져 어려움을 몰라 버릇없을 수는 있다.하지만 그만큼 매듭이나 옹이 없이 곧추 자라 맺힌 곳도,꼬이고 뒤틀린 데도없다.이들이 제 뜻과 마음을 펼 수있는 그런 세상을 함께 열어주기만 한다면,지난 유월에 보았듯이 전혀 새로운,그리고 무서운 힘으로 앞날을 열어갈 것이다.이번 선거를 바로 그 채비를 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그러려면 어른들이 먼저 눈 바로 뜨고 스스로를 돌아보고,뼈아프게 스스로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가 있다.“억압과 굴종에 대한 미움으로 우리 모습은 흉하게 일그러졌고/불의에 항거해 분노하다가 우리 목소리는 쉬어버렸다/다정하고 안온한세상을 위해 바탕을 다지려던 우리 스스로는/그러지 못하고 강팍하기만 했다/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도와가며 사는 평화로운 시대에 자라는 너희들은/우리를 생각할 때 너그러이 용서하려무나.” 독일의 양심이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죽기 전에 쓴 ‘자라나는 세대에게’라는 참으로 가슴 떨리는 시다.우리 어른들이야말로 이렇게 먼저 자라나는 세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선거문화,아니 선거작태라고밖에 볼 수 없는 그 피붙이나,땅붙이,학교붙이끼리 패거리 짓고 남을 밀어내는 일부터 그렇다.또 결과가 모든수단을 정당화하는 철새정치와 같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그렇다.이런 일들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따라 온 것이 우리 어른들이다. 그러니 먼저 자라나는 세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이들과 함께 새로시작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그런 뒤에야 비로소 이들에게 채근할 수 있다.“이제 너희들이 나설 차례다.정치는 저 밖에서 못나고 못된 어른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모두,아니 자라나는 세대인 너희들부터 나서서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일이다.선거부터 시작이다.모두 빠짐없이 제대로 뜯어보고,따져보고,선거에 나서자.이는 바로 너희들의 시대,새로운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다.” 이렇게 말이다.‘꿈은 이루어진다.’고 이들은지난 유월에 외쳤다.그 꿈의 첫자락이 바로 지금,여기 이루어질 수 있도록우리 함께 나서자. 정유성 서강대 교수 교육학
  • 선택2002/유세 이모저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초강행군을 펼치고 있다.하루에 2∼3개 도를 넘나드는가 하면 남부에서 중부권까지 국토를 종단하기도 한다.양측이 이처럼 서로 한치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 것은 두 후보의 지지도가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예년과 달리 혼전지역이 수도권 외에 충청과 부산·경남 등으로 늘어난 것도 동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8일 아침 부산에서 주요 당직자와 지역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부산선대위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노풍(盧風)’ 재현 조짐에 대한 초동진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 후보는 “새 시대에는 현 정권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세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상대 당이 부산에서 영남후보를 내세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나 부산이 구태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열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며 위원장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유흥수(柳興洙) 부산시지부장은 “노 후보의 지역연고와 후보단일화 효과로일시적인 민심동요가 있지만 목표치인 70% 득표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15대 대선에선 DJP 연합과 이인제 후보의 출마로 52% 득표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노 후보를 20% 수준에서 묶을 것”이라며 젊은층과 노 후보 모교인부산상고 동문에 대한 중점대책을 보고했다. 이 후보는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만남의 광장 유세를 시작으로 대구백화점,김천역 광장,대전 등으로 유세를 이어갔다.그는 노 후보를 겨냥,“지난 5년간 이 정권이 국정혼란과 부정부패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장관직을 수행하며그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 새 정치를 말할 수 있느냐.”면서 “현 정권의 아류정권을 만들어 정권을 연장하려는 사람들을 12월19일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전날 국토 종단 열차유세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수도권 지하철 유세를 펼치며 서민과 중산층 표심을 파고들었다.노 후보는 “한푼 두푼피땀어린 국민들의 돈으로 빚진 국민후보 노무현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 후보는 인천 부평역 유세를 시작으로 부천-신도림-종각-청량리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하철 1호선 투어’ 유세를 벌였다.그는 신도림역에서 “이미 권위주의 정치 시대에서 국민의 정치 시대로 바뀌었다.”면서 “이제 낡은 시대,낡은 대통령이 아니라 새 대통령이 되어 절반의 대통령이 아닌 전국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이웃을 먼저 걱정하는 젊은이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젊은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면서 “이런 젊은이들의 꿈을 반드시 실현시키기 위해 꼭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에 앞서 자신이 정상화를 중재했던 GM대우차 부평공장을 방문,근로자들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은 뒤 지난해 방문 때 계란 세례를 받은 일을 떠올리며 “내가 계란을 맞고 나면 대체로 일이 잘 풀렸다.”며 회사가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기원했다. 대구·대전 김상연 김재천기자 carlos@
  • 지·문·날·인 이대로 좋은가

    최근 운전면허시험장과 향토 예비군 훈련장에서 강요되고 있는 지문날인이인권침해와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대한매일 11월26일자 31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분확인과 범죄자 검거를 목적으로 실시되는 지문날인 제도의 적법성과 효용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안보와 치안유지를 명분으로 지문을 날인한 주민등록증 제도가 도입됐으나,민주화된 21세기 사회에서는 더 이상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6일 지문날인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문날인 반대연대’ 홈페이지에는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공개적으로 지문날인 거부의사를 밝힌 사람은 2000여명에 이른다. 일부 네티즌은 토익·토플시험을 치를 때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만 인정된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한 시중은행이 신규 대출시 고객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받도록 내부 지침을 내리는 바람에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여권을 신청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볼 때도 주민등록증이필수품으로꼽힌다.개인간 계약서를 작성할 때 지장을 찍는 것이 권위주의 시절의 몸에밴 폐습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문날인 반대연대’가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해 동안 200만여건의 범죄가 일어났으나 지문감식을 통해 피의자를 확인한 건수는 28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문날인 반대연대’는 “3000건도 되지 않는 신원확인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비범죄자 취급하며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국민들의 열손가락을 사용해 신분증에 지문을 찍는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지문날인은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 일본 최초로 외국인등록증 지문날인을 거부해 화제가 됐던 한종석(韓宗碩·72)씨는 최근 한국을 방문,“일본 정부는 외국인등록증의 지문날인이 차별정책이라는 데 동의해 지난 89년 이 제도를 완전히 철폐했다.”면서“자국민을 상대로 지문날인을 받고 참정권까지 제한하는 한국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녹색공간] 환경 지키기 시민합의로

    슈투트가르트는 ‘말죽거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독일의 오랜 도시이다.외곽의 구릉과 도심을 관통하는 네카어강을 활용하는 ‘바람골’로 유명하다.구릉에 둘러싸인 분지에 오염물질이 정체되고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려왔는데,지금은 아니다.간선도로를 도심의 지하로 내리고 그 자리에 나무가 우거진 녹지를 조성하자 구릉에서 부는 바람이 도심을 스쳐 강으로 빠져나가면서 조용하고 깨끗해진 것이다.바람골 건설사업으로 부과되는 세금에 불만이 없는지 시민에게 묻자,기획 단계부터 많은 토론을 거친 시민합의로 결정됐으므로 대부분 만족한다고 답한다. 스위스에는 알프스를 통과하는 세계 최장의 자동차 터널이 있다.왕복 2차선으로 환기장치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흰 타일이 검어진 남산의 터널과 달리 의외로 깨끗하다.자주 청소해서 그럴까.현지 안내인은 매연 자동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매연을 내뿜다 걸리면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이 부과되는데,거리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교통경찰보다 지나가는 차가 고발하므로 운전자는 매우 조심한다고 한다.스위스만이 아니다.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 매연은 보기 어렵다.시민합의로 과중한 벌금을 결정한 까닭에 시민 스스로 잘 지켜나간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와 정부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납득되지 않지만,우리의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치는 유럽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거리에서 종종 마주치는 차들은 뭐지? 여름날 열기와 함께 겁나게 시커먼 연기를 연실 내뿜는 경유 자동차도 기준치를 만족할까.모르긴 해도 아닐 것 같다.육교 교각 뒤에 숨어 속도위반을 칼 같이 적발하는 교통경찰이 매연단속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전후좌우에 경찰과 ‘차파라치’가 없다면 속도나 신호위반만 자유로운 게 아니다.매연 단속에 경찰을 아무리 교육하고 늘려도 무사 통과할 정도로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허술한 법규는 대기오염에 국한하지 않는다.설악산 국립공원에서 내놓고 파는,‘에델바이스’라 해야 관심을 보이는 ‘솜다리’ 액자는 벌금 2500만원의 대상이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안다고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이렇듯 법률이 전혀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벌금 부담을 걱정하는 단속반의 선량한 마음일까.이웃 간에 미움 살 일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일까.그보다 시민합의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아무리 고상한 제도도 그 제도의 소비자인 시민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행된다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두루미와 돌고래가 인천의 상징인 새와 짐승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아마 시청의 공보과 공무원 정도일 것이다.새로 취임한 시장이 상징을 바꾼다해도 어떤 시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관심이 없으므로.하지만 시민합의로 결정된 상징을 시장 마음대로 바꾸려 한다면 아무리 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사회가 다변화할수록 많은 제도가 요구된다.권위주의 사슬에서 풀려 각계각층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충동하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그럴 것이다.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이제까지의 숱한 우리의 제도들을 다급한 마음이 부른 시행착오로 이해하자.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시민합의로 다시 정비하고 새롭게 실행해야 한다.그래야 실효성과 흔들리지 않는 권위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상 인천도시생태硏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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