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권위주의
    2026-03-27
    검색기록 지우기
  • 김광현
    2026-03-27
    검색기록 지우기
  • 일본 참의원
    2026-03-27
    검색기록 지우기
  • 비철금속
    2026-03-27
    검색기록 지우기
  • 수질개선
    2026-03-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81
  • [대한포럼] 권력 사칭이 통하는 사회

    “청와대라면 끔뻑 죽습니다.” “청와대 직원이라며 민원해결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열이면 열 다 사기로 보면 됩니다.” 앞은 사기꾼의 얘기고 뒤는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서 나온 얘기다.왜 청와대라면 끔뻑 죽을까.최근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해 4억 3000여만원을 챙긴 사기꾼이 덜미를 잡혔다.이 사기꾼은 자신을 청와대 국장으로 믿게끔 하는 데 온갖 수법을 다 동원했다.그 가운데 청와대 문양이 새겨진 손목시계도 동원됐다.청와대 앞 기념품점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시계가 사기꾼의 ‘마패’로 둔갑한 셈이다. 사람 사는 사회에 범죄 없을 리 없고,범죄 가운데 사기 없을 리 없다.하지만 권력사칭 사기는 그 사회의 권력만능 풍조나 부패의 정도를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한마디로 권력 사칭이 통하는 사회는 권력을 빙자한 변칙과 특혜,로비가 통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지금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권위주의 청산,수평사회 건설과는 극단의 대척점에 있다. 한국인이 유독 권력이나 배경에 민감하다는 분석도 있다.실력 위주의 경쟁사회가 아니라 지연,학연,혈연 등의 배경이 출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심리학에서는 이를 후광효과(後光效果·Halo Effect)라고 정의하고 있다.이 후광에 유별나게 민감한 것이 한국사람이다 보니 후광은 사기의 온상이 돼왔다. 정부 수립 이래 굵직굵직한 권력 사칭사건도 이런 후광효과의 연장선상에 있다.이승만 대통령 시절(1957년) 대통령의 양자인 이강석을 사칭해 고위 공직자들에게 향응을 받은 사건이 첫 사례로 꼽힌다.이어 박정희 대통령 조카사위 사건(1966년),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1982년),정보사부지 사기사건(1992년),안기부 간부 사기사건(1999년) 등이 맥을 잇고 있다.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청와대나 권력 실세의 측근을 사칭한 사기사건이 김영삼 정부 때 60여건이나 됐고,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수치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출범한 지 이제 6개월이 갓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도 벌써 10여건이나 권력사칭 사기사건이 드러나고 있다.여기에는 청와대 참모라니까 확인해 보지도 않고 이메일로 보고서까지 보낸 공기업과 산하단체들도 있다.‘권력 있는 곳에 사기꾼 있다.’는 말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통용된다면 불행한 일이다.오죽하면 청와대에서 ‘청와대 직원 식별법’까지 발표했을까.권력 사칭 범죄를 뿌리뽑는 방법은 어찌보면 간단하다.권력이 제자리를 지키고,편법이 통하는 토양을 없애버리면 된다.하지만 의식개혁이 앞서지 않고서는 그 간단한 해법도 실천은 어려워 보인다.기껏해야 직원 식별법이나 내놓는 청와대로서는 풍토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청와대 국장 사칭사건 이후 기념품 판매점측은 청와대와 협의해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시계의 일반인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그러나 청와대 공직자의 경우는 확실한 신원이 있기 때문에 재고상품은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이런 발상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란 생각이 든다.오히려 청와대 시계의 희귀현상을 낳아 ‘사기적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은 아닐까.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치로 으스대는 일은 없을 테니까.청와대는 물론 우리 모두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한다.청와대 시계를 파느냐 안 파느냐,청와대 직원 식별법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권력사칭 사기는 권력 만능주의와,권력에 줄을 대 편법으로 살아가려는 그릇된 의식이 함께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 경 홍 논설위원 honk@
  • [시론] ‘자주국방’ 인식 바꿔야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자주국방에 대한 언급이 시기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분분하다.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방과 안보를 자주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국방에 대하여 잘못된 두 가지 신화를 버리고 자주국방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첫째는 자주국방을 주장하면 한·미간 외교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이는 한국이 자주국방을 확보하면 미국과의 외교적 공조에서 벗어나 보다 자주적인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이 크며,이로 인하여 한·미간의 외교적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안보이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하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미국에 의존하려는 안이한 생각이다.자주국방을 하든 하지 않든 한·미간 안보관계는 자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외교관계를 고려하여 자주국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독립 국가로서 위신과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두번째 신화는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주한미군의 철수와 동일시하는 주장이다.미국은 자국 군대에 대한 타국의 지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요구하면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가까이 주둔하는 주일 미군의 경우에서 보다시피 이는 허구이다.그리고 미래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이 지역에 어떤 형태로든 주둔할 전략적 가치를 인식할 것이며 오히려 작전통제권을 가진 한국군과 주한 미군간의 전략적 협력이 양국의 안보이익에 더욱 기여할 것이다.여기에 우리 신세대의 가치관까지 고려하면 전시 작전권 환수는 당연한 명제이다. 이처럼 자주국방에 관한 잘못된 인식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안보관에서 나온 것이다.첫째,대미 안보의존 세력이다.이 세력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데 주한미군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믿는다.옳은 생각이다.그러나 지금은 전략적 환경이 너무나 변하였고 남북간 군사적 균형도 과거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시간은 남측의 손을 들어 주게 돼 있다.이제는 대미 의존성이 안보와 국방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둘째,안보 불신 세력이다.이 세력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들이 국가안보를 정권 안보를 위하여 악용하였다고 주장한다.이러한 사고는 이미 시대착오적이 되었음에도 자주적 국방에 회의적인 세력에 의하여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셋째,안보 불감 세력이다.이들은 국방과 안보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국방 의무를 기피하고 오히려 신성한 국방 의무를 다한 젊은이들을 조롱하는 사회 기생세력이다.이 세력에 대해서는 꾸준한 계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하여 국방의 의무를 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이 필요로 하는 안보세력은,자주적 안보관을 가지고 자신과 조국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는 세력으로서의 ‘월드컵’세대이다.그러나 자주적 안보관을 기본으로하는 자주국방은 주장과 함성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다.자주국방은 평시에는 자주국방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유사시에는 목숨을 걸고 국가를 지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이제 자주국방은 ‘월드컵’세대의 몫이다. 백 종 천 세종연구소장
  • [씨줄날줄] 추기경의 고언

    김수환 추기경은 이 땅의 정의와 양심의 상징처럼 우뚝 서 왔다.그는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지도자다.천주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속으로 들어와 사랑과 정의를 실천했다.그가 27일 창간한 인터넷신문 ‘업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김 추기경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자세와 체제엔 아무 변화가 없고 오히려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남남분열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햇볕정책의 취지는 바람직하다.북한을 국제사회의 양지로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햇볕정책은 한때 남북화해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다.그러나 햇볕정책의 빛은 희미해졌다.빛을 가리는 것은 북한이었다.북한의 체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많이 변한 쪽은 오히려 남한이었다.북한은 적이 아니라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북한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악용했다.북한은 남북의 민족공조를 앞세우며 남남갈등을 부추겼다.북한을 둘러싼 남쪽의 진보와 보수세력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그러나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김 추기경의 지적대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념과 국민적 공감이다.통일지상주의나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체제적 통일론은 경계해야 한다. 김 추기경의 정부에 대한 고언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그는 “처음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가 자꾸만 무너진다.대통령 특유의 소신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가지 않기를 빌고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의 소신은 필요하다.대통령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소신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꾸 떨어진다는 것은 그의 소신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권위주의의 단맛을 뿌리친 것은 대단한 결단이다.과거 지도자들은 권위주의에 탐닉해왔다.그 권위주의가 사회를 왜곡시켰다.지금의 혼란은 탈권위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인 측면이 있다.그러나 대통령의 권위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르다.노 대통령은 치유와 통합의 권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창순 논설위원
  • [열린세상] 고전을 읽는 대통령

    정치권이 혼란스럽다.희망과 비전은 없고 비판과 독설만 가득하다.관용과 설득보다는 대결과 독선만이 날카롭게 마주치고 있다.죽이느냐,죽음을 당하느냐 하는 살얼음판이다.광복 후 반세기를 넘은 지금까지 우리는 남북대결과 남남갈등,동서갈등,여야갈등 등 첨예한 갈등과 반목 속에서 살아왔다.하루라도 진정으로 갈등 없는 평화의 날을 지내본 적이 없다.오랜 세월속에 체질화되어버린 불신과 적대적인 갈등의식은 우리 각자 마음속에 어느덧 차가운 빙벽을 높이 쌓아왔다. 출범 6개월이 지난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만큼 이제 그 문제점들에 대해 냉정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비판을 넘어 야유에 가까운 독설들도 난무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한나라당은 색깔론과 지역할거주의의 한계 속에서 구태의연한 야당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정치 선진국에서 관행처럼 지켜져 온 언론과의 밀월기간도 없었다.처음부터 막 가자는 것이었다.새 살림을 차리는데 도와주지는못할망정 조금은 지켜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기반이었던 민주당의 지지력을 완전히 확보하지도 못했다.참여정부는 출발부터 외롭고 쓸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정치를 앞세워 통합보다는 배타적인 면을 보여주었다.이것은 스스로 표방했던 ‘참여정부’라는 말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여기에 취임 초부터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 경솔하고 직설적인 발언들과 인터넷 국정홍보신문 계획 등 감정적인 정책들은 뜻 있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미국 방문 때의 발언,특검법 처리는 노무현 참여정부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혼란스럽게 했다.사실 대선 전 노무현 후보의 모습과는 거리를 갖는 것이었다.정치적 혼란 속에서 급기야는 최근에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까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탈(脫)권위주의적이고 서민적이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기존의 때묻은 정치권의 영향을벗어나 무엇인가 참신한 개혁정치를 기대해보고 싶었다.그러나 취임 초부터 노 대통령은 토론정부를 내세우면서 절제되지 않은 말과 정책들을 혼란스럽게 자주 던져 놓았다.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신뢰감이 떨어지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도 사라진다.많은 말보다는 차분하게 국민을 다스리는 정치철학을 연마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런 의미에서 중국 마오쩌둥의 지도력을 다시 되새겨 보고 싶다. 10억 인민을 다스렸던 마오쩌둥의 생활은 놀랍게도 지극히 단순했다.물론 국가적인 주요 행사나 국빈을 접견하는 일에는 빠질 수 없었지만 그 외의 일상은 주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그 옆에 침대를 놓아두고 누워서 책을 읽는 일이었다.국가는 공산당의 조직과 제도 속에서 운영되었다.그는 당과 국가의 중요한 줄기만 잘 간추리면서 조용히 책 속에 묻혀 인민을 다스리는 통치술을 연마했다. 그에 관한 일화 한마디.1949년 국공내전에서 어렵게 승리한 마오쩌둥은 중국의 서울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그의 일용품들은 먼저 보내졌지만 최후적으로 그가 탄 지프 좌석 옆에는 전쟁 중에도 언제나 끼고 지낸 두툼한 책 뭉치가 놓여 있었다.역대 황제와 제후장상의 통치내력을 담은 사기(史記)와 자치통감,그리고 중국어 어휘사전,어원사전이 그것이었다.그는 베이징의 거소에서도 그 고전들을 손이 닿는 침실에 쌓아두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곤 했다.중국의 역대 어느 황제보다 강력한 통치자로 인민을 이끌었던 마오쩌둥은 거친 말보다는 고전 속에 담긴 통치자들의 지혜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지도력을 세워나갔던 것이다.우리도 고전 속의 지혜를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신 일 섭 호남대교수 역사문화학
  • [CEO 칼럼] 권위와 권위주의

    우리 속담에는 ‘원님’이 들어가는 것들이 많다.‘원님 덕에 나발’이라는 말도 있고 ‘원님보다 아전이 무섭다.’는 얘기도 있으며 ‘원님이 심심하면 좌수 볼기를 친다.’는 속담도 있다.대부분이 고을 수령인 원님의 막강한 위세를 풍자한 것이다. 자신이 맡은 고을의 질서를 유지하고 백성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원님에게 상당한 정도의 권위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그러나 원님의 권위가 관리들이나 백성들의 존경으로 생성된 것이냐,걸핏하면 좌수 볼기나 내려쳐서 누리는 권위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합리적 권위는 능력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비합리적 권위는 힘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그것에 종속된 사람을 착취하는 데 봉사한다.” 프롬이 ‘소유냐 삶이냐’에서 얘기한 이 구절 속에 권위의 질(質)과 성격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쾌하게 제시돼 있다고 본다.원님이 아랫사람들의 볼기를 쳐서 유지하려는,즉 ‘힘’을 기초로 한 비합리적 권위에 일상적으로 젖어 있는 사람을 ‘권위주의자’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을 책임맡은 사람들 중에 스스로가 권위주의자인 줄 모르는 권위주의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이끄는 조직에서는 상명하복이 강조되고 기득권에 대한 존중이 우선한다.구성원 개개인의 창의력이 떨어지고 조직의 혁신능력이 낮아지게 마련이다.사실 위로부터의 지시에 이의 없이 따르고,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성실한 것으로 인정받는 풍토에서 그것들을 거스르는 창의적 구성원이 설 땅이 있겠는가.급변하는 시대에,이런 조직이 정체하거나 퇴보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비합리적 권위의 기초가 되는 ‘힘’이란 반드시 원님의 볼기치기처럼 원시적인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산업사회 초기에는 정보독점이 비합리적 권위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미지(未知)의 영역이 워낙 넓었던 세상인지라 남이 모르는 내용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요, 권위였다. 문제는 같은 조직 안에서도 정보를 독점한 특정인이 독점한 정보를 밑천으로 지나치게 위세를 부린다는 점이다. 지금은 정보공유가 조직의 힘을 창출하는 시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평사원들이,임원들의 얼굴표정을 보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점치는 조직이라면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사원들간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내가 CEO로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사원들은 대부분이 연구직이다.나는 부임 초기에 독서실처럼 막아 놓았던 연구원들간의 칸막이를 걷어내 버리고 팀을 구성해서 팀원간에 서로 정보를 공유해가면서 연구하도록 자리 정리를 다시 했다.물론 성과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그러나 독점적 정보가 개인의 권위를 만들어 준다면,공유하고 토론해서 얻어진 정보는 조직의 건강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일방지시,상명하복,연공서열 등의 문화가 지배하는 풍토에서 생성된 권위는 토대가 허약해서 위기 상황이 생기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직위가 낮은 사람을 인격적으로 낮은 것으로 치부하는 조직 분위기 속에서는 존경은 존재하지 않는다.조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가끔 이런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의 권위는 힘이 만들어 준 비합리적 권위인가,아니면 구성원들의 존경에 기초하고 있는가.’ /서두칠
  • [사설] 참여정부 6개월 혼란 끝내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6개월은 임기 5년 가운데 10분의1에 불과하다.하지만 지난 6개월의 평가는 앞으로의 국정 방향과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참여정부의 6개월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 아니다.야당 등에서는 ‘실패한 정권’으로 표현하는 등 평가가 혹독하다.여당조차도 ‘국민통합 미흡으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정운영 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침체된 경제,사회적 갈등에 대해 확실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오히려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이나 지도층의 도덕성 해이,언론과의 소모적 갈등 등 참여정부의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에도 공감한다.80%대를 웃돌던 지지도가 6개월만에 20∼30%대로까지 추락한 원인은 이런 지적에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혼란과 갈등의책임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만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노 정권이 내세운 권위주의 청산과 수평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참여정부가 이 진통의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도력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더욱이 참여정부는 사회 혼란의 책임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는 성향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같은 평가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신뢰받는 국정을 펼쳐야 한다.이제부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임기응변이 아닌 정책의 일관성으로,오기가 아닌 설득으로 목표에 매진하는 ‘새로운 코드’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정치,경제,언론,시민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 ‘한 배를 탔다.’는 책임의식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 盧대통령 6개월 진단 / 노사대타협 경제동력 살려야

    ■경제·노동분야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 경제가 심각한 불황국면에 처해 있다.소비심리는 실종되고 기업투자는 마비상태와 다름없다.여기에 청년실업은 늘고 가계부채는 쌓여 국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3가지 경제과제를 부여받았다. 우선 정부는 시장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비리구조를 청산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또 신산업을 개발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정부는 노사대타협을 이루어내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다.그러나 현실적 대안의 부족으로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오히려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정책을 펴 투기만 확산시키고 위기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첫째,정부는 재벌개혁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천명하고 증권집단소송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총액출자제한강화 등의 개혁정책을 제시했다.효율적인 시장제도를정착시키기 위한 핵심적 시장 개혁정책이다.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불황이 날로 악화되자 기업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 둘째,정부는 동북아중심경제건설을 목표로 물류,금융,첨단산업의 발전 계획을 제시했다.이 계획은 미래 우리 경제의 생존수단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다.그러나 문제는 논의만 많을 뿐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오랜 산고 끝에 인천의 송도,영종,청라 지구를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그러나 규제,노사,조세 등에 있어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인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가 얼마나 들어올지 미지수이다. 한편 정부는 2008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혁신,시장개혁,문화혁신,동북아 중심,지방화 등 5대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이 역시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셋째,정부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 정책은 갈등의 연속이다.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무노동 무임금원칙이 무너졌다.철도청의 민영화는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또 화물연대의 (1차)파업사태도 정부의 양보로 타결되었다.이렇게 되자 재계는 투자를 못하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극한적 반발에 나섰다.현대자동차의 노사 협상이 노조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이루어지자 재계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주5일 근무제의 정부안을 수용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이 가운데 화물연대는 다시 파업에 돌입하여 곳곳에서 물류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우리 경제는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극심한 상태이다.여기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사대타협을 이루어낸 후 개혁과 동력 회복이라는 양면작전을 효과적으로 펴야 우리 경제는 새로운 희망과 질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투자의 활력을 되찾고 경제영토인 시장 확대를 위해 세계무대로 나선다.그러나 정부가 기본 기조를 잃고 우왕좌왕할 경우 우리 경제는 난파선위에서 편을갈라 싸움을 벌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그리하여 경제를 구조불능의 침몰상태로 몰고간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참여정부에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는 강력한 의지와 소신을 촉구한다. ■언론정책분야 김민환 한국언론학회 회장(고려대 교수) 일부신문 여론 과점 집중견제 갈등 공영방송 소유구조등 재정비 시급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론은 최소한 몇 달 동안 정부를 흔들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관행이다.우리나라에서도 이 관행이 점차 뿌리를 내리는가 싶었는데,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와 신문은 정권출범 초기부터 적대의식을 숨기지 않은 채 대립하고 있다. 우리 신문은 대체로 가족소유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그런데다 몇 개의 신문이 여론형성과정을 지배하고 있다.이들 신문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바탕으로 개혁세력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주요 신문이 이런 정파성을 지양하지 않는다면,그리고 정부가 언론의 소유구조나 시장구조를 바꾸어 언론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놔야 한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개연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 관련 행적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첫째,이른바 조·중·동이 여론형성 과정을 과점하는 시장구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대통령이 동아일보나 조선일보가 아니라 한겨레신문을 방문한 것이나,첫 인터뷰를 인터넷 신문과 한 것에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청와대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제를 도입한 데에도 주류 신문을 견제하려는 전술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오보를 내는 신문에 대한 제소도 주류 신문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노무현 정부는 일부 신문의 과점 상태를 시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그 하나가 공동배달제의 검토이다.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마이너신문이 판매망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배달제 시행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른 하나는 신문고시의 개정이다.정부는 이 고시를 개정해 거대신문이 자전거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독자를 유인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부기구가 직접 단속할 수 있게 했다. 둘째,신문의 소유구조 개혁에 관하여는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이 문제는 법 개정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접어둘 가능성이 크다. 셋째,방송에 관한 개혁정책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공영방송의 소유구조나 방송 3사의 과점 문제도 쟁점이 되기에 충분하다.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관한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넷째,언론에 관한 담론이나 정책이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배제된 채 주로 대통령이나 청와대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에 국제문제나 경제문제 등 큰 문제에 집착하고 작은 일은 내각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언론에 관한 한 주무부서가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다섯째,언론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이 표현 방식이나 용어 등에 있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빈번히 일고 있다.최근에 청와대는 일부 신문이 정부에 대해 막말 수준의 비판을 하고 있다고 불평한 바 있지만 언론계에서는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부적절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언론은 “건전한 긴장관계”를 벗어난 지 오래다.이런 갈등으로 언론도 신뢰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 역시 얻은 게 없다.정부는 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여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개혁분야 오석홍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 정부개혁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방향 설정과 기초 작업은 건강해 보인다.개혁의 기조는 현시대의 세계화된 개혁원리에 충실한 것이다.개혁의 청사진은 행정개혁학 원론처럼 평이하고 친근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기의 정부개혁 또는 그 계획을 긍적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여러 징상(徵狀)들이 있다.참여와 대화의 강조는 소비자시대·국민중심주의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다.탈권위주의적 변화는 이미 체감되는 성과이다. 공직자들을 개혁세력화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지방화의 결의도 주목할 만하다.인사행정의 투명화,그리고 지역주의 타파에도 희망이 보인다.공직임용에서의 여성차별·이공계 차별을 없애려는 정책 역점도 한층 강해 보인다.공직에 비혜택 집단을 대표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반부패시책의 효력도 앞으로 현저히 커질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어둠 속에서의 ‘짜고 해먹기’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하지 않은 것들의 가치를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집권 초기에 으레 해오던 공무원 숙청과 기구 개편을 하지 않았다. 민심을 얻고 개혁하는 것 같이 보일 수 있는 아주 뚜렷한 호재를 버린 용기는 대단한 것이다.장관을 자주 바꾸지 않기로 한 방침도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민심수습·국면전환·희생양 지목·감투배분 등을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관경질은 통치지도자에게 너무 큰 유혹이다.이를 뿌리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정책을 뒷받침해 줄 중요한 자산들을 가지고 있다.기성제도들의 피로 또는 파탄,신세대·비혜택계층의 조직화,세계화된 개혁물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정치적 흠결이 적은 사람들이 정부를 주도하는 것도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수월한 것은 물론 아니다.신질서의 추진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싸움이다.거대한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 때문에 저항하는 감정적 저항자들과의 화해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말과 생각이 다른 문화지체자들과의 논쟁도 힘들 것이다.변동이 몰고 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떠는 많은 인구를 달래는 것도 난제이다. 개혁추진세력은 개혁을 향한 강한 신념과 의지 그리고 탁월한 창의력을 가지고 의표를 찌르는 모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무릇 모든 인간사에서 처럼 개혁에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졸속이나 건너뛰기는 금물이다.개혁을 하려면 기성 질서를 해체하는 혼돈의 단계를 피할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개혁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개혁의 전주(前奏)인 혼돈은 완전한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 있는 무질서이다.무질서의 측면밖에 못 보는 많은 사람들의 불평에 대응하는 방책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도대체 예전 같지가 않다,총체적 위기다 등등의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위무하는 방책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숙성기간을 거쳐 급진적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개혁추진자들은 상당기간 ‘관리된 혼돈’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그에 이어 개혁실현 그리고 개혁정착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거기까지 가면 대체로 임기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사설]상명하복 제대로 폐지하려면

    검사의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규정한 검사 동일체 원칙 조항의 개정은 중요한 검찰 개혁으로 평가된다.검찰조직의 근간인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동안 개혁의 대상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상명하복 조항은 검찰조직을 명령 일변도의 경직된 구조로 만들고 검찰 간부들의 압력 행사 통로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특히 각종 ‘게이트’ 등 정치적 사건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얻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상명하복 조항의 폐지는 검사의 공정하고 소신있는 수사와 정치적 중립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상급자의 부적절한 지시에 이의제기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검찰청법에 신설하는 것은 검사의 독자성을 상당히 보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그렇다고 검찰 개혁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인사권을 비롯해 통제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탄탄한 피라미드형 조직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검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검찰 스스로 바뀌는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검사 동일체 원칙이 개정되더라도 그 취지와 순기능은 살려야 한다.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가 수사를 하더라도 들쭉날쭉하지 않은 균형과 통일성의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검찰은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권위주의를 버리고 권력 남용을 스스로 경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그래야 공정한 법 집행자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퇴한 박시환 부장판사/“사법부 변신 외면… 침묵은 직무유기”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했습니다.” 13일 사표를 낸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국민 앞에 법관으로서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짐지고자 법관직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사직을 결심했나. -12일 최종영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 3명을 확인한 순간 사법개혁에 대한 대법원의 시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이에 맞서는 강한 의사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우리사회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꿈틀거리는데도 사법부는 변화를 맞이하지 못하고,권위주의시대의 사법구조만을 움켜쥐고 있다.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다. 최근 재야에서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지만 대법원장이 추천하지 않아 그만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는데.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대법관이 될 가능성은 없다.나 스스로도 제청될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 85년 반정부 가두시위로 즉심에 넘겨진 대학생 11명에게 모두 무죄판결을 내려 영월지원으로 좌천되기도 한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관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편집자에게/ “권력기관이 법 초월 권력행사가 문제”

    -‘영화 뺨친 청와대 국장’ 기사(대한매일 8월13일자 9면)를 읽고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권력기관의 인사라고 속이고 속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단순히 사기꾼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한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칭’이 통하는 현실의 뿌리에는 권위주의 정권의 잔재가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 뇌리에는 권력기관의 왜곡된 이미지가 뿌리깊게 남아 있다.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업무와 상관없는 일이라도 ‘내가 누군데?’ ‘다 통한다.’고 큰소리 쳐왔고 실제로 상당 부분 통했던 관행이 누적돼 일반 국민의 머리에 ‘권력기관이면 뭐든지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잡은 것이다. 현 정부는 권력기관의 권력을 줄이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권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몸으로 느끼기 어렵다.예를 들어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이 본래 역할인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이들의 권한이고 지금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국민이 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기관이 법을넘어선 권력을 행사해온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다.청와대뿐 아니라 어떤 권력기관이라도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법대로’ 하는 것이 사회를 정상적으로 만들고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는 지름길이다.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
  • 올 광복절행사 ‘탈권위주의’ 주요인사 좌석 단하배치등

    15일 제58회 광복절 경축행사는 권위주의적 모습을 탈피,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분위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는 13일 그동안 단상에 배치해 오던 주요 인사 좌석을 모두 단하에 배치하고 국민참여대표로 뽑힌 독립유공자,광복회원,사할린동포,인터넷 신청 국민 등 33명이 대통령 등 주요인사와 동시 입장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는 전문사회자 겸 평북지사인 차인태씨가 맡아 엄숙한 국가행사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출하며,식전에는 초청가수와 성악가,교향악단,국악단의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고 대중가수 마야가 선도해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다. 축가는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성악가 테너 최승원과 소프라노 이태원,성악가지망 어린이 이동원(11)양이 함께 부르고 교향악단의 반주에 팡파르와 북소리,국악단,합창단이 다함께 참여하는 합창공연이 이뤄진다.또 식장 벽면좌측에 광복당시 거리에서 만세 부르던 국민과 정부수립 기념식 모습을,우측에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거리응원단의 열광적인 응원장면과 참여정부 출범식 사진 현수막이 장식된다. 장세훈기자
  • [수평사회를 만들자]3부 경찰과 시민 (5)일그러진 경찰문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또 경찰의 업무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관 1인당 치안담당인구수’는 527명으로 10년전인 92년 512명보다 늘어났다.그러나 같은 시기 사건 증가 수를 감안하면 1인당 실제 업무처리 건수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소·고발·탄원 등 민원처리 건수는 92년 45만 6758건에서 지난해 103만 98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살인·강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도 26만 6728건에서 47만 5369건으로 크게 늘었다.이처럼 구조적으로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경찰의 사기가 저하되고 치안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권위주의와 불친절 지난 2001년 국정홍보처의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서 드러난 시민의 경찰에 대한 평가는 참담한 지경이다.20세 이상 전국 15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1.1%로 최하위권이었다.신뢰도 10.5%를 기록한 국회보다는나은 편이었지만 우체국·소방서 등 다른 공공기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였다.경찰개혁을 외치고 나온 지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경찰은 여전히 시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11일 “경찰 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권위주의와 국민을 상대로 한 불친절 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는 경찰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전반에 깔려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치안연구소가 지난 2000년 펴낸 ‘경찰 민원인 만족도 향상 방안’에서 연구자들은 고소·고발을 경험한 4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인적서비스에 대한 주요 불만 사항으로 ‘위압적인 분위기’와 ‘거친 말투’를 꼽았다. 역사적 전통에서 경찰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찾는 시각도 있다.계명대 경찰학부 최응렬 교수는 “기존의 관존민비(官尊民卑)사상의 토대 위에 일제 식민지시대,이승만 정권,군사정권시대로 이어지는 동안 경찰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힘을 행사하는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부정한 권력과 정권에 시녀노릇을 하던 경찰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치유되기 힘든 원죄와도 같다.”고 말했다. ●인사적체에 사기 꺾인 경찰 32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1년 남긴 서울 영등포경찰서 보안과 소속 A(56)경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퇴직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서른살 첫째아들과 두살 아래 막내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내 아들에게는 경찰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30년 경찰 생활에 보람도 있었지만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박봉에 진급마저 어려운 이 일을 대물림시키고 싶지는 않다.”라는 것이 이유다.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A경사는 32년 경찰생활 동안 순경과 경장 등 두 단계 진급하는데 그쳤다.특별히 부정을 저질렀다든지 잘못을 해서도 아니다.경찰 인력구조 자체가 다른 행정 부처보다 승진이 어렵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평생 경찰생활 해봐야 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돌기도 한다.전체 경찰관 9만 1592명 가운데 경찰서장급인 총경 이상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반면 경사 이하가 86.2%에 이른다.하위직은 비정상적으로 많고 고위직은 적은 ‘에펠탑 구조’인 것이다. 일반 공무원과 경찰간 직급을 비교해 보면 5,6급에 해당하는 경정부터 경위의 비율이 13.3%이지만 일반 공무원은 35.8%를 차지한다. 또 경찰은 말단 순경에서 6급인 경감까지 진급하는데 24년이 소요되는 반면 일반 공무원은 평균 17년이 걸린다.경찰청 관계자는 “취약한 인력구조 때문에 실제 일선업무를 담당하는 조사·수사·형사 분야의 중간계층이 엷어지고,이 같은 현상이 경찰조직의 전반적인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경찰간부 확충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직급별 인력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일선 경찰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질적인 문제인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데다 경찰로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조치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에펠탑식 인력구조를 ‘종형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경찰청 경찰혁신기획단 관계자는 “우리 경찰과 같은 인사적체를 겪었던 일본에서는 중간층을 두껍게 하는 ‘종형’으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을 해소했다.”면서 “하지만 인사는 경찰예산과 직결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가 불친절로 이어져 경찰의 업무과다는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주요범죄발생추이,연도별 경찰관 수의 변화와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의 변화,경찰의 각종 민원처리 현황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경찰관의 업무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일선 경찰관들은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업무과다는 실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물론 경찰관 순직,공상자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지난 2001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여태수씨가일선 경찰관 3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4%인 208명이 ‘매우 많다.’또는 ‘많다.’고 응답했다.‘업무가 적다.’고 응답한 사람은 2.1%인 8명에 불과했다.43.5%인 166명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지난 1997년부터 2002년 말까지 6년간 순직 경찰은 292명,공상자는 4340명에 이른다.순직 원인으로는 과로가 60.9%로 가장 많았다.교통사고가 31.5%로 뒤를 이었다.공상의 원인으로는 업무중 안전사고가 32.4%,교통사고가 31.2% 등을 차지했다.지난해 순직한 경찰관 39명 가운데 27명이 과로 때문에 숨졌다.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일선경찰관의 불만이 볼멘 소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업무과다로 인한 과로사나 공상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부처에 대한 업무협조 부담이 유달리 많은 것도 경찰관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법무부 관련 벌과금 징수 및 재조사 업무,대용감호 운영업무,국방부 관련 향토예비군 무기 탄약관리.각종 경비동원 업무 등도 경찰의 몫이다. ●“경찰 문화 개선해야” 자성의 목소리 경찰학자들은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 이전에 경찰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한국경찰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된 ‘경찰조직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찰은 법집행에 있어 강제성을 띠는 조직이고 국가공권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행정조직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다시 말해 경찰 업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단속 등 기본적으로 권력성과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여론의 태도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이같은 조직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국민이 경찰에 원하는 것은 완벽한 수사가 아니라 성의 있는 자세라는 점을 경찰도 깨닫고 있다.”면서 “일선 경찰관들의 동참을 유도,작은 변화라도 스스로 일궈낼 수 있느냐가 경찰 개혁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유영규 이유종 기자 whoami@
  • 기고 / 정부는 국정 조정기능 강화해야

    요사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당면과제로 북한 핵문제,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을 들 수 있다.다행히도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대화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인 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은 지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서 나아가도 쉽지 않은 냉엄한 국제질서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발전동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가 국가 방향 주도의 힘을 상실했다고 지난 1일 국정토론회에서 언급했다.정부의 자율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은 1960∼70년대 및 80년대를 거치면서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압축성장을 이뤘다.여기서 자기중심적 발전이란 자국 실정에 상관없이 구미 산업화 과정을 그냥 답습하는 근대화론이나,저발전이 악순환한다는 종속이론에서 주장하는 발전모델과는 다른 발전모델로서,이미 19세기 말 독일과 그 뒤 일본이 이 발전전략으로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었다.즉 자국에 알맞은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보호무역을 적절히 활용했고 정부가 주도했다.바로 우리나라도 우리에 맞는 전략산업을 키웠고,수출주도의 경제정책으로 세계시장에 공격적으로 편입되면서도 저발전 종속되지 않고 고도성장을 달성했다.그러나 이같은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발전의 문제점은 개발독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즉 권위주의적 정부가 국정을 독점적으로 주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경제의 진정한 발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발전과 병행한다는 기본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일방적 정부 주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새로운 패러다임도 등장했다.정부·시장 및 시민사회가 3각축을 형성하여 국가사회를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협력틀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되는 것이다.민주화하고 좀더 개방·투명화한 자기중심적 발전을 ‘신자기중심적 발전’이라 얘기할 수 있다. ‘신자기중심적 발전’의 시대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정을주도하지 않고 조정 기능을 강화하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대화와 양보,타협을 통해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국민적 합의와 참여를 이룰 수 있다. 국가 발전 방향의 의제들이 정부나 시장,시민사회에서 나오게 되는데 정부는 조정을 통해 바른 국정 수행에 임할 수 있다.이 조정기능이야말로 정부의 자율권에 해당된다.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다.즉 정부는 중도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조정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지금 우리사회에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오늘날 선진 현대국가는 중도노선을 지향한다.한쪽에만 치우칠 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선진사회에서 보수는 중도 우를,진보는 중도 좌를 지향한다.중도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다.즉 중도의 이념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고 포괄적이다. 또 중도노선은 실용주의와 잘 어울린다.대북한 및 대미 정책에 실용주의적 접근이 요구되고 경제·사회 현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인기에 연연하지 말고,대화와 타협을 지향하면서도 법과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국가 발전방향의 한 의제로 얘기들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목표를 이루고 분열과 대립을 넘어서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여 민주정부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김 우 준 연세대 교수 동서문제연구원
  • 鄭대표 검찰출두 또 연기 / 새달초로… 靑 문책 재요구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27일 이달내 검찰출두를 뒤로 미루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또다시 비판,청와대와의 갈등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부모 묘소를 참배하는 자리에서 청와대 문책인사 요구발언을 재확인하는 한편 당정분리를 강조한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또 검찰출두와 관련,“오는 30일 본회의에 참석한다.”면서 “(출두시기는) 당원 및 동지들과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검찰 출두시기를 다음달 초나 그 이후로 늦출 것임을 시사했다.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의 당정분리 입장과 관련,“당정분리는 권위주의적인 시대에 대통령이 당까지 휘어 잡았을 때 입법부 권위를 생각해서 나온 문제로 민주적 대통령 시대에서는 당정협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문책인사 요구발언에 대해서도 문책인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당·청 협조가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봐달라,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겠어.큰 틀속에서 고쳐 가야지.”라고 말해 편치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시론] 정치자금 고해성사 하라

    한국 정치발전을 이룰 계기가 발생했다.노무현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하고 나왔고 중앙선관위가 선거에 관한 획기적인 정치개혁안을 제시했다. 정치가 선거와 매우 밀접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고,지난날의 선거는 대체로 선거법과 거의 무관하게 금전·불법타락선거가 자행되어 왔으며,야당보다는 여당이 거액 탈법을 저질렀을 것으로 국민들의 의식속에 각인되어 왔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공식 확정된 이후의 모든 정치자금 공개,대선자금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여야가 동시에 공개할 것 등을 제안했다.정치적 위험부담을 안고 있음에도 대선자금의 공개표명으로 다음과 같은 성과를 기대한다. 첫째,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관행을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질서로 바꾸는 제도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우리사회의 여러 부문 가운데 가장 낙후한 분야가 정치분야이며 정치발전이 가장 화급하기 때문이다.미국의 저명한 헌팅턴 교수의 말대로 “정치발전이란 민주적 정치질서로의 제도화”이기 때문이다.정치질서의 제도화의 요체는 정치자금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고,국민의 참여와 상향식 후보경선을 취지로 한 선거법의 개선이다. 지금까지 낡은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되었으며,선거에 임박해서야 여야 현역의원 위주의 나눠먹기식 땜질 수정에 그쳐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만을 증폭시켜온 면이 없지 않다. 둘째,정치자금 모집 및 선거활동면에서 여야를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에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지금까지 정치신인들을 포함하여 현역의원이 아니면 누구든지 선거법의 제한으로 불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정치적 구태가 답습되고 악순환이 지속된 것이다.정치자금법 및 선거법은 늦어도 대선 1년전,총선 6개월 전에는 완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로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정치개혁의 방향의 문제다.지금까지 정치는 닫힌 정치,소수 직업정치인의 전유물로 인식되었으며 국민들은 관객의 수준에 머물렀다.이것을 열린정치,국민의 참여정치로 전환시켜야 한다.왜냐하면 21세기한국정치가 더 이상 정치개혁을 외면한다면 정치의 실종은 물론 대한민국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소련이 왜 망했나? 국민선택권을 봉쇄했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들을 소외시킨 것이 아니라,소련 국민들이 공산당 정권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다.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의 모든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모든 가치의 권위적 배분권을 소수 정치모리배에게 맡기는 것과 국민 전체에게 맡기는 것 중 어떤 것이 보다 민주적인 것인가는 자명하다. 그러나 이 위기속에 희망을 본다.왜냐하면 여당이 대선자금을 공개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여당은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면 된다.문제는 야당인데 야당도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고해성사식 의미로라도 국민앞에 공개하고 다시는 부정적 요소가 드러나지 않도록 여기서 파생된 문제점과 장점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국민의 반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한국정치의 타락과 금권선거는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한국정치의 병폐인 권위주의 정치,지역주의 정치에 영합하여 정치인의 타락을 부추겼으며 양심을 가지고 정치할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따라서 정치제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식의 개혁도 중요하다. 이 성 구 홍익대교수 정치학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2)서민엔 ‘당당’ 권력엔 ‘굽실’

    최근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추문의 실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청와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경찰의 수사라인은 엉망진창이 됐고,수사팀은 사설탐정처럼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청와대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상부보고 절차마저 생략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 지방경찰청장이 직위 해제됐고 퇴직한 고위간부의 명예가 깎이는 등 경찰의 위신이 큰 손상을 입었다.하지만 더 큰 상처는 힘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불신과 박탈감이었다. ●강자에 약한 경찰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취약한 경찰조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청와대에 파견된 경위의 한마디에 경찰 수뇌부는 사건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토록 수사팀에 지시하는 등 사건은폐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이 권력의 ‘사병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관집 절도사건’도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권력자의 비리를 덮는 데만 급급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권력층에 약한 경찰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문광식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거주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2%가 경찰이 고압적이거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관이라고 응답했다.또 서민들 상당수는 범죄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서 찾기를 꺼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범죄 피해를 입은 가구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가구는 31.5%에 머물렀다. ●중립 보장할 제도적 장치 취약 전문가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경찰의 모습이 110년 역사를 통해 구조화된 태생적·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백형조 전 경찰대학장은 “여러차례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면서 “인사에 민감한 고위간부들은 집권자나 정치적 실세를 의식하고 간섭에 순응하는 직무자세가 체질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전환되고,주요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경찰위원회가 설치됐다.하지만 위원회의 지위와 권한 미비,위원들의 신분적 한계 등으로 유명무실한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는 “초급간부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청장과 독대할 수 있는 곳이 경찰조직”이라면서 “진급 심사에서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실세’나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규제·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국민을 봉사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지난달 사기피해를 입고 서울 K경찰서를 찾아갔던 김모(34)씨는 수사관의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태도에 불쾌감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한 외국계 어린이 영어교재회사와 지역 총판 계약을 맺었던 김씨는 회사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바람에 10억원의 피해를 입고 회사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는 이 회사가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은 자세한 설명없이 “형사처벌이 안된다.”며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할 뿐이었다.김씨는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의 변호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친척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만 있었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식민지시대 경찰에서 유래된 권위주의적 치안행태가 군사정부 시기를 거치며 한국경찰을 서비스 중심의 민권경찰이 아닌 규제와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로 고착시켰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안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2001년 실시한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56.6%로 ‘느끼지 않는다.’의 17.3%보다 3배 정도 높았다.또 ‘치안상태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10.5%에 그친 반면 ‘보통이다.’‘불안하다.’는 응답은 44.1%,45.4%에달했다.백형조 전 학장은 “한국보다 강력범죄 검거율이 훨씬 떨어지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치안 선진국에서는 ‘치안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10∼30%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외국에 비해 시국치안과 행정지원 부서의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 경찰에서 정보·보안 등 이른바 ‘시국치안부서’의 인력배치 비율은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의 4%,캐나다의 6%에 비해 현저히 높다. ●“경찰·권력 연결고리 끊어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경찰조직의 ‘실질적’ 중립화다.그 첫 단계로 거론되는 것이 청와대,국회,국정원 등에 인원을 비공식적으로 파견 또는 담당토록 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비공식 경로로 권력기관에 파견된 경찰들이 권력층과 인적 유대를 맺고 사건 청탁과 인사에 개입해 왔다.”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정치권과의 부당한 유착에 있는 만큼 그 고리가돼온 비공식적 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위원회에 정책심의기능과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인사와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해 유명무실화된 경찰위원회에 방송위원회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을 축소하고 민생치안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치안정책 자문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 관계자는 “식민지와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며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면서 “방범·수사 등 민생범죄 예방과 검거활동으로 중심역량을 이전하고,수요자 중심의 치안서비스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박지연 이효연 기자 sylee@
  • 창간99주년 대한매일·KSDC 공동/ 참여·개혁 국민의식 조사 / 이번 조사 초점은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다.민주주의를 시민에 의한 지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누가(who),왜(why),어떻게(how)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가의 문제가 그 사회 민주주의의 성격을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시민참여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민주화를 위해 폭력적 군중집회 등으로 정치과정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소위 ‘운동권’이라는 비합법적 성격이 강한 집단의 ‘저항적 참여’가 한국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시민참여의 제도화를 도모하고 있다.즉 정치과정에 시민참여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다.이러한 발상은 민주주의의 토착화·공고화·제도화를 향한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본다.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참여는 양적으로 증대되고 있지만 과연 질적으로 세련화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빈번히 발생하는 노사분규,각종 시민단체들의 중복적이며 과다한 참여,법질서를 무시하는 각종 행태 등이 국민들의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한국에 대한 국제 공신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젠 시민참여의 제도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입법·행정·사법과정에 국민의 견해가 잘 투영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인터넷을 통한 국민의견 수렴,각종 공청회 개최,정부에 대한 시민감시제도의 활성화 등이 강조되고 있으나 아직 일반 국민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참여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인터넷을 통한 의견수렴 장치는 젊은 층에게 거의 독점돼 있고,각종 공청회나 시민감시단은 시민단체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일반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에 대해 편안하게 자신의 견해를 개진하고 불리한 일을 당했을 때 합법적인 방법에 따라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세상일’에는 정답이 없다.다만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진정 옳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이것이 민주주의 제1원칙인 ‘다수결’의 철학적 기반이다.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및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의 정치참여는 더욱 중요한 화두다.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정치과정에 투영될 수 있는 진정한 ‘참여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1)사건해결 의지 없는 경찰

    살아가면서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국가기관은 싫든 좋든 경찰이다.그런 점에서 국민은 경찰을 통해 국가의 치안 역량과 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거치면서 경찰은 국민에게 가장 두려운 권력기관으로 인식됐다.‘민중의 지팡이’는 종종 권력의 하수인이 됐고,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갔다.민주화가 자리잡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이 경찰에게 거는 변화의 기대치가 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경찰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갈길은 아직 멀다.강력 사건과 권력형 범죄의 틈바구니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민생범죄 수사는 여전히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권위주의적인 경찰 문화는 국민과 경찰의 거리를 좁히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대한매일이 펼치고 있는 ‘수평사회를 만들자’캠페인의 일환으로 10회에 걸쳐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모(39·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경찰의 성의없는 수사 태도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딸의 억울한 죽음을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고소한 지 1년이 넘도록 경찰은 아직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 뒤 1년 넘도록 참고인조사 조차 안해 지난해 6월 6일 이씨는 서울 A병원에서 14세 외동딸을 잃었다.감기 증세로 입원한 딸이 불과 18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의료사고라고 생각한 이씨는 딸의 정확한 사인이라도 밝혀 억울함을 풀고 싶어 관할 경찰서로 찾아가 진료를 담당한 의사 2명을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몇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을 조사하지 않는 등 수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화가 난 이씨가 경찰서를 여러차례 방문하고 수십차례 전화로 독촉했지만 경찰은 “의료사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사라 참고 기다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경찰은 고소 사건은 2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도록 돼 있는 원칙을 무시하고 8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피고소인을 조사했다.의료사고 수사의 기본절차인 의사협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자문 의뢰도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답답해진 이씨는 지난해 12월 A병원의 의무기록 차트를 직접 찾아 24개의 ‘질문쟁점사항’을 만든 뒤 경찰에 건네줬다.하지만 1년새 수사 담당자가 2번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최근까지 서류철 안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을 안 이씨는 이달 초부터 청와대와 검찰청·경찰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그러나 경찰쪽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이씨는 “이제는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서 “내가 나서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내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민생사건 수사의지 없는 경찰에 신고할 필요 없다” 시민이 신고한 사건이 경찰에 의해 소홀히 취급된다는 사실은 자체 통계에서도 드러난다.경찰청이 발간한 ‘2002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범죄자로 검찰에 송치한 197만 5930명 가운데 기소중지 처분이 1.5%인 2만 8614명이었다.그러나 주로 피해자 신고로 수사가 이뤄지는 ‘사기’,‘횡령’ 범죄의 경우 유난히 기소중지 처분이 많았다.사기는 기소중지 비율이 8.4%로 평균치보다 5배 이상 높았고,횡령도 4.2%로 3배 정도 높았다.경찰이 고소·고발 관계자에게 3∼4차례 소환 통보만 한 뒤 출두하지 않으면 기소중지로 사건을 덮어버린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민이 경찰을 불신하는 풍토에서는 범죄 신고도 꺼리게 된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신고된 범죄 건수는 모두 19만 5739건으로 전체 범죄 183만 3271건의 10.7%를 차지했다.미신고 이유 가운데 ‘기타’를 뺀 1만 2138건을 분석하면 ‘범인검거를 기대하기 어려워’가 10.2%인 1433건,‘피해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워’가 9.4%인 1142건,‘보복이 무서워’가 9.2%인 1113건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01년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강도 39.0%,절도 45.9%,폭행·상해 28.9%가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지난 96년 조사 때 강도 23.2%,절도 26.7%,폭행·상해 19.9%가 ‘경찰에 신고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것보다 비율이 훨씬 높았다. ●작은 사건은 서로 떠넘기기 박모(23)씨는 경찰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박씨는 지난달 3일 서울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소형 오토바이를 도둑맞았다.인터넷에 올린 판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이 “한 번 타보겠다.”며 오토바이를 건네받은 뒤 곧바로 달아난 것이다.박씨는 즉각 파출소에 신고했다.용의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있어 경찰이 쉽게 범인을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파출소에서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된다.”며 딴청을 부렸다.이에 박씨가 지난 9일 경찰서에 신고하자 “석관동에 살고 있으니 관할인 종암경찰서에 진정을 내라.”,“사건이 일어난 곳이 태릉역이니 공릉 파출소로 가는 게 좋겠다.”며 떠넘기기에 바빴다.1주일 뒤 박씨는 처음 신고했던 파출소로부터 “전화번호 주인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확인 결과 휴대전화는 사건 직전 분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다음에 함께 도둑을 잡자.전화를 주겠다.”며 변명했지만 이후 경찰로부터 아무 연락도 없었다. ●“주민 만족시키는 수사 시스템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경찰이 민생범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실적 위주의 평가 제도를 지적한다.실적 평가시 강력사건 처리 내역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선 형사들로서는 사소한 민생범죄보다 강력범죄 처리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특진도 대부분 강력사건 해결에 따라 이뤄진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피해 신고를 한 시민의 처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찰의 자세 때문에 시민이 경찰을 믿지 못하고 신고를 꺼리게 된다.”면서 “사소한 사건이라도 시민들이 신고한 사건을 성의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민의 신고정신을 높여 제2,제3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비해 경찰이 주민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에 대한 지역 주민의 만족도가 커지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범죄 신고율도 증가해 결국 수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곽 교수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부터 처리·해결에 이르는 수사의 모든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하는 ‘쌍방향 수사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현행 수사 시스템으로는 신고 접수번호 하나만 달랑 받고 수사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이 ‘경찰이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자가 수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수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택동 이영표 기자 taecks@
  • [길섶에서] 누가(Who)

    “인간에게는 머리 회전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도 있다.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곧 정이 통한다는 뜻이다.일단 정이 통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는 중요치 않다.‘누가 하려고 하는가.’가 중요하다.” 일본 에도 시대에 행해졌던 크고 작은 번(藩)의 개혁 조치들을 발굴해 소설의 소재로 삼은 도몬 후유지는 개혁의 조건을 이같이 정의했다.개혁의 내용보다는 개혁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따라서 그의 소설을 보면 개혁 주체들은 먼저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개혁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산등성이로부터 개혁을 시작해 서서히 산꼭대기를 향해 공략해 나가는 식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탈권위주의’식 개혁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파열음을 내고 있다.반대론자들은 정책 혼선을 탓하기도 하고,아마추어리즘을 꼬집기도 한다.하지만 최종 귀착점은 개혁 추진세력인 것 같다.그렇다면 ‘무엇’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누가’부터 재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넌버벌 무술퍼포먼스 ‘점프’/별난 무술가족 맛 좀 보려우?

    3대가 함께 사는 어느 집안.거실 정면에 걸린 가훈 ‘평범하게 살자’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할아버지부터 아들,며느리,손녀,삼촌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 ‘평범’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권위주의적인 할아버지,출근하는 아내대신 집안살림을 하는 화가 아들,경찰관 며느리,공주병 딸,그리고 술에 절어 사는 노총각 삼촌.겉보기엔 여느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매일 아침 발차기와 격파,아크로바트 묘기로 가족애(?)를 다지는 ‘무술 가족’이기 때문이다. ●태껸 고수 할아버지·무술왕 며느리 지난 5일 우림청담씨어터(옛 강남난타전용관)에서 막올린 ‘점프’(최철기 원안·연출)는 이 별난 가족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담은 창작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이다.태껸을 비롯해 온갖 무술을 섭렵한 할아버지를 선두로 모든 동작을 무술로 해결하는 이 집안에,어느날 청학동에서 상경한 꽁지머리 총각과 꺼벙한 2인조 도둑이 들면서 기상천외한 무술대결이 펼쳐진다. ‘난타’의 성공으로 넌버벌 퍼포먼스란 장르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타악퍼포먼스의 한정된 공연에 치우쳐 왔다.‘점프’는 이같은 한계에서 벗어나 태권도를 중심으로 체조와 아크로바트를 결합한 ‘무술퍼포먼스’로 과감히 영역확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4년전 TV에서 본 태권도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초기엔 리듬 발차기 중심의 공연을 생각했는데 점차 작품을 발전시키면서 세계 각국의 무술을 응용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의 원안을 내고,연출을 맡은 최철기는 ‘난타’출신이다.99년부터 지난해까지 ‘난타’의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넌버벌 퍼포먼스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됐다.유럽 순회공연 때 현지인들로부터 “태권도를 활용한 공연을 해보지 그러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도 ‘점프’를 탄생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다. 무술퍼포먼스라는 낯선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처음엔 태권도 시범단으로 연습을 했으나 연기가 안되는 통에 ‘차라리 배우에게 무술을 가르치자.’는 생각으로 2001년 공개 오디션으로 단원을 뽑았다.이때부터 2년간 태권도·아크로바트·코미디 연기 등 분야별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다.지난해 겨울에는 ‘별난 가족’이란 가제로 샘플공연을 해 관객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했다. 다행히도 배우와 스태프들이 연습실에서 흘린 땀은 무대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배우들 대다수가 무술 유단자이거나 체조선수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지만 허공을 휙휙 가르는 유연한 발차기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아크로바틱 묘기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여기에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만화적인 상황설정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물론 초연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배우들의 연기가 아직 어색하고,작품 전체의 완급조절이 미흡한 점,또 매트릭스와 홍콩 느와르영화 장면의 진부한 패러디 등은 신경써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로 여겨진다.그럼에도 ‘점프’가 보여준 공연 양식의 독창성과 실험성,배우들의 열정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쉴 새 없이 관객 웃기는 게 목표 연출가 최철기는 “관객이 마치 한편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본 것처럼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아버지역을 맡은 배우 진영섭도 “우리의 목표는 쉴 새 없이 관객을 웃기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점프’는 새달 24일까지 강남에서 공연하고,9월3일부터 문화일보홀로 장소를 옮겨 한달간 관객을 맞는다.장기적으로는 ‘난타’처럼 해외시장을 겨냥하고,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극장도 계획하고 있다.여러모로 ‘난타’와 닮은 꼴인 이 작품이 ‘제2의 난타’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