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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보수·진보 틀 깬 열린 서울교육감 되길

    서울의 사상 첫 진보성향 교육수장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어제 취임식을 가졌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교육감과 의견을 주고받는 토크쇼 등 탈권위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달라진 취임식은 혁신교육의 출발을 실감 나게 했다. 법학과 교수,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쌓아온 신임 교육감이 임기 안에 ‘복마전’ 서울시교육청의 가시적인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서울시 교육감은 초·중·고교생 등 137만명의 교육을 책임지는 총지휘자다. 1년에 교육예산 6조 3000억원을 쓰면서 소속 공무원 4만 8000여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서울의 교육정책은 곧 전국 교육정책의 기준이 된다. 2004년부터 유지돼 온 보수성향 교육감의 경쟁교육, 수월성 교육이라는 틀에 근본적인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약을 분석하건대 교육기회의 평등과 복지확대 쪽으로 큰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교원 평가제, 교장 공모제, 학업성취도 평가, 수준별 이동수업, 고교 선택제, 자율형 사립고, 국제중 등 기존 초·중등 교육정책의 향배가 주목된다. 변화는 유권자들이 원한 것이다. 유권자의 희망에 부응하는 교육정책의 수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임 교육감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등 교육 무상화 공약에 필요한 재원 5326억원 마련이 관건이다. 또 무상급식, 전교조 교사 징계해제, 자율고 추가지정 반대, 교장공모제 수정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서울시와 교육과학기술부, 교총 등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안에 대한 절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약을 이행하려고 다른 사업은 접어야 하는 풍선효과도 경계해야 한다. 곽 교육감을 둘러싼 주변이 진보 일색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한쪽에만 치우쳐 실패한 다른 교육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섹스 앤 더 시티 2’

    2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아 온 뉴욕의 네 여자는 별로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마침내 빅과 결혼한 캐리(세라 제시카 파커)는 평범한 남편으로 변해버린 그에게 실망한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서맨사(킴 캐트럴)는 수십 알의 약을 삼키는 것도 불사한다. 권위적인 사장의 눈총을 받고 있는 미란다(신니아 닉슨)는 직장에서 생존 문제로 매순간 불안하다. 단란한 가정을 꿈꾸었던 샬럿(크리스틴 데이비스)은 두 아이의 등쌀에 하루하루가 버겁다. 마침 아랍계 사업가와 인연을 맺은 서맨사 덕분에, 휴식이 필요한 네 사람은 아부다비로 특급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 평론가들은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두 번째 극장판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그들의 말인즉, ‘섹스 앤 더 시티 2’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케일이 좀 커졌을 뿐 이야기라고 해봐야 별다르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비와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이 한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개봉 주말에 엄청난 관객을 불러 모은, 그리고 한국에서도 적잖은 여성 관객이 팬을 자처하는 ‘섹스 앤 더 시티 2’는 사실 영악한 영화다.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소비성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스크린 위의 과장된 영상에 압도당한 대중들의 심리, 문화,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들의 소비성향만 부추기는 나쁜 영화일지 모른다. 한편 영화는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섹스 앤 더 시티’라는 거울에 담긴 이미지가 불쾌한 관객은 영화와 현실을 비교해볼 일이다. 물질을 향한 집착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 반짝이는 도시생활을 향유하지 못하면 허전한 사람, 상류사회가 삶의 목표인 사람은 우리 주변에 널린 이웃이나 다름없다. 20년 전, 도시의 밑바닥 여자를 다룬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와 ‘귀여운 여인’이 나란히 개봉됐다. 평자들은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치열한 드라마인 전자를 더 선호했고, 후자는 그렇고 그런 로맨스 코미디로 평가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살아남은 건? ‘귀여운 여인’이다. 대중영화를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필요한 행동은, 거기에 담긴 우리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한없이 가벼운 시대상을 읽는 것이다. 외면하는 건 가능하지만, 눈을 감고 회피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섹스 앤 더 시티 2’를 도시인의 지침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영화의 엔딩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의 화신인 양 행동하던 캐리는 남편 빅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내의 자리에 충실할 것임을 서약한다. 그 장면은, 뉴욕을 대표하는 빅과 캐리처럼 될 수 있는 도시인이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 체제의 보수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상 놀거나 쉬는 인물인 빅과 캐리는 21세기 자본주의사회의 귀족들이며, 귀족의 특성상 변화 대신 안락한 현실을 한없이 긍정한다. 그러므로 보통사람들에게 ‘섹스 앤 더 시티 2’는 씁쓸함을 넘어 무서운 영화다. 영화평론가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이단 세번째 개인전-콩가루 프로젝트 10일까지 서울 서교동 텔레비젼12 갤러리. 작가 개인의 성장사를 폭로하는 듯한 전시는 권위적인 부모와 복종하는 자녀라는 권위적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02)3143-1210. ●지니 리:함께 걷다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엠. 간결한 선과 화려하고 세련된 색감으로 친근하면서도 도시적인 다양한 인물을 글자작업과 함께 선보인다. (02)544-8145. ●윤희섭, 최원정 드로우전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1976년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두 여성 작가가 이미 뉴욕의 화랑과 미술 전문 에이전트 등으로부터 인정받은 드로잉 실력을 자랑한다. (02)723-6190.
  • 휘트니 비엔날레 내년 서울서 열린다

    휘트니 비엔날레 내년 서울서 열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브라질 상파울루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미국 휘트니 비엔날레가 내년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25일 미술계에 따르면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뉴욕을 찾아 내년에 과천미술관에서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을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내년 개최에 대해 긍정적 논의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세부 조율사항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1993년 이후 18년만에 두번째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이 열리게 된다. 1993년 전은 고(故) 백남준씨가 개인 비용을 들여 성사시킨 것이어서 국가 차원 행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휘트니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정례 행사 사이에 내년 서울전처럼 세계 순회전이 열린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막한 올해 휘트니 비엔날레는 75회째로 5월30일까지 계속된다. ●1993년 첫 서울전 인산인해 1982년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은 한국의 설치작가 백남준 회고전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백남준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 놓은 결정적 계기다. 이후 백남준은 199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독일 대표로 참가해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쥔다. 백남준은 이 상금을 포함한 사비 25만달러를 털어 그해 휘트니 비엔날레를 통째로 한국에 들여온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휘트니 비엔날레가 처음 선보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당시 전시는 오롯이 백남준의 공이었다. 전위적이고 낯선 현대미술 앞에서 당시 한국 관람객들과 미술인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미술계가 2011년 휘트니 비엔날레의 국립현대미술관 개최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이유다. 1993년 67회 휘트니 비엔날레는 ‘경계선’을 주제로 인종, 성, 소수인종의 정체성 등을 다루었다. 김선정 2010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이 백남준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당시 객원 학예연구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40여일간 열렸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은 15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휴일이면 미술관으로 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이 온통 차량으로 뒤덮여 아예 입장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2010’ 주제 뉴욕전시 그대로 서울로 17년 전 휘트니 비엔날레가 영상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사진에 방점을 찍었다. 2010 휘트니 비엔날레 주제는 간단명료하게 ‘2010’이다. 정치나 사회 현상 같은 특정 주제보다 현대미술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려고 정한 주제다. 올해 참여작가는 55명. 기존의 권위적인 비엔날레를 거부하며 만들어진 휘트니 비엔날레는 그래서 출품작에 대한 시상 제도나 상금이 없다.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작품만 전시하며 주로 전위적인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특히 젊은 미국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 뉴욕이 ‘현대 미술의 수도’가 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상업적으로 변질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은 우리나라에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공을 세웠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8년만에 다시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에 기대가 크다.”며 “2000년대 들어 점점 관람객이 줄고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배울수록 새로운 세계가 무궁무진”

    “배울수록 새로운 세계가 무궁무진”

    “20년전 먼저 간 아내가 가장 좋아할 것 같습니다.” 19일 오전 10시 제주대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게 된 박홍배(69)씨는 ”내가 아는 게 끝인 줄 알았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세계가 무궁무진하게 열리는 점이 좋았다.”며 졸업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0년 38년간의 국가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박씨는 퇴직과 함께 틈틈이 써왔던 시들을 모아 자비로 시집을 낼 만큼 시를 좋아했다. 퇴직 후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강원도로 내려가 화전민촌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쓰고 책도 읽으려고 했지만 혼자 하는 공부라서인지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았다. 고민 끝에 2008년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한 그는 매 학기 9개 이상의 과목을 수강하거나 청강할 만큼 ‘열공’했고, 드디어 졸업장을 받게 됐다. 1989년 국립농산물검사소 제주지소장을 지낸 그는 1년 반 정도 머무를 당시 좋은 기억을 선물했던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2년 내내 기숙사에서 살며 아들이나 손자뻘인 학생들과 같은 방을 썼다는 그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책을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이해하는 속도가 뒤떨어져 교수님 질문에 순발력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자주 뒷북을 쳤다.”며 웃었다. 그는 “공부에도 때와 시기가 있는데 머리가 흰 사람이 맨 앞자리에서 앉아 있다 보면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 미안했다.”며 “대학원 철학과에 진학, 자유분방하게 이것저것 공부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함께 공부했던 양원혁(25)씨는 “처음엔 교수님인 줄 알았고 젊은 학생들도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텐데 과연 하실 수 있을지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라며 “권위적인 모습이라곤 전혀 없이 늘 겸손하게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현장행정] 친절한 도봉 만들기

    [현장행정] 친절한 도봉 만들기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화응대 민원서비스 최우수구로 평가받은 도봉구가 친절행정 생활화를 위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친절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심을 끌고 있다. 도봉구는 매주 월요일 친절 조례를 시작으로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롤플레잉 교육, 전화친절 자가진단 프로그램 확대, 자신의 행동패턴 분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최선길 구청장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관(官)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주민에게 다가서는 구청으로 변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전화응대 민원서비스 최우수구에 만족하지 않고 전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친절한 구청으로 변신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롤플레잉’ 교육은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금문숙(친절봉사팀)씨는 “나의 행동에 대해 민원인이 어떻게 느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도 항상 주민의 입장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달 10일 신규직원 77명에게 롤플레잉 교육을 실시했다. 주민과 접촉이 많은 동주민센터 직원 155명과 구청의 대표적인 민원관련 5개부서, 보건소와 시설관리공단 직원 362명 등 모두 594명을 순차적으로 교육하기로 했다. 또 구는 스스로 본인의 친절도를 평가·개선할 수 있는 전화 친절 자가 진단 학습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바로 ‘마스터 코칭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화 안내음성에 따라 자신의 통화내역을 다시 듣고 자기진단·단점파악·보완개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또 자신의 친절도가 자동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월 시범운영을 거쳐 구청, 동주민센터, 보건소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운영 후 개인 평가결과 90점 이상 취득자가 운영 전에 비해 월평균 1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기반성으로 친절도 향상 나서 구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행동유형을 파악하는 DiSC 교육(Dominace·주도형, Influence·사교형, Steadiness·안정형, Conscientiousness·신중형)을 실시, 민원인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DiSC는 인간의 행동유형(성격)을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 등 4가지로 분리한다. 따라서 자신의 행동유형을 파악하고 비슷한 행동유형을 가진 동료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즉 거울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구는 먼저 전직원을 대상으로 자기 행동 유형 파악(PPS·프로파일 진단)진단을 실시한다. 진단결과에 따라 DiSC유형으로 나눠 유형별 그룹 워크숍을 갖는다. 이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남택명 문화공보과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친절하고 신속한 민원서비스”라면서 “끊임없는 친절서비스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스마일 도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주말화제] 솔선수범 ‘용장형’ vs 상대배려 ‘덕장형’

    [주말화제] 솔선수범 ‘용장형’ vs 상대배려 ‘덕장형’

    예능계 양강체제를 굳힌 방송인 강호동(왼쪽·40)과 유재석(오른쪽·38)의 상반된 리더십이 화제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1박2일’(KBS)은 지난 3일 예능으로선 드물게 시청률 40%를 돌파했고, 비슷한 성격의 ‘무한도전’(MBC)을 이끄는 유재석 역시 연예대상 통산 6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통상 6~7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하는 리얼리티쇼는 정해진 대본이나 특별한 형식이 없다. 따라서 진행자(MC)의 리더십에 따라 멤버들의 활약상이 달라지고 프로그램의 힘도 달라진다. ●호동, 얼음물에 직접 뛰어들기도 강호동은 ‘용장(勇將)형’이다. 방송의 재미와 긴장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거침없이 뛰어든다.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다른 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운동선수(씨름) 출신이어선지 승부욕이 강하고 공격적이다. ‘1박2일’의 컨셉트인 ‘야생 버라이어티’는 상당 부분 강호동의 이미지에 기인한다. 사정없이 강하게 밀어붙이다가도 때론 동생들에게 져주기도 하는 맏형다운 포용력은 그의 또 다른 장점이다. KBS 고위관계자는 8일 “강호동의 리더십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더 빛난다. 그는 녹화를 마치면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을 모아 그날 방송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분석할 정도로 치밀하다.”고 전했다. ●재석, 자신 낮추고 상대 치켜세워 유재석은 상대를 최대한 배려하는 ‘덕장(德將)형’ 리더에 가깝다는 평이다. ‘무한도전’에서 그는 스스로 망가질지언정 다른 사람을 좀체 깎아내리지 않는다. 누구와 방송해도 소외되는 사람 없이 상대의 장점을 살려주고, 프로그램에 적절히 융화되도록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제작진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이런 탈권위적인 리더십의 원천을 오랜 무명시절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유재석은 데뷔 초 카메라 울렁증과 무대 공포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얼마 전 방송프로그램에서 “훗날 초심을 잃고 이 모든 것이 나 혼자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아픔을 받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기도했었다.”고 당시 심경을 회고했다. 4년 전 ‘무한도전’을 독립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여운혁 MBC 책임프로듀서(CP)는 “진행자와 출연자 사이를 수평적으로 오가면서 스타로 대접받기에 앞서 팀원으로 의무에 충실하고, 강자에 약하지 않되 약자에 강하지 않은 것이 유재석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은 창립60주년 새 CI 공개

    한은 창립60주년 새 CI 공개

    한국은행이 창립 60년 만에 새 디자인으로 문패를 바꿔단다. 한은은 4일 오전 시무식을 통해 새 기관 이미지(CI)를 선포한다. 기존 CI는 정부수립 이전 미 군정 때 조선은행이 쓰던 것을 1950년 한은 설립과 동시에 승계한 것으로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새 CI는 원과 결 무늬로 이뤄진 태극을 바탕으로 청렴한 느낌을 주는 하늘색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청색을 사용했다. 한은은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선진기관으로서 위상과 비전을 강조하기 위해 새 CI를 제정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어려운 세무용어 쉽게 바뀐다

    압날(押捺)하다→도장을 찍다, 주서(朱書)→붉은 글씨, 연부연납→연 단위 분할납부. 어렵고 딱딱한 세무용어가 쉽고 부드럽게 바뀐다. 국세청은 한자 위주의 권위적인 세무행정 및 세법 용어 356개를 알기 쉽고 명확하게 바꾸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신고안내문 등에 쓰이는 세무행정 용어는 당장 바꾸고, 법률상 용어는 내년 초 기획재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선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을 납세자들이 알기 쉽게 바꾼다. 예찰(豫察)은 사전점검, 복명(復命)은 보고, 품신(稟申)은 건의, 신립(申立)은 신청으로 바꾸는 식이다. 지나치게 줄여 쓴 표현은 의미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풀어쓰거나 명확한 단어로 개선할 계획이다. 지급조서가 지급명세서로, 업태가 영업형태로, 연부연납이 연 단위 분할납부로 각각 바뀐다. 권위적인 용어를 순화해 세무지도는 세무안내, 관허자료는 인·허가자료, 공부징취비는 공문서발급비로 각각 변경을 추진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문화계 재계출신CEO 영입 ‘명과 암’

    문화계 재계출신CEO 영입 ‘명과 암’

    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또다시 재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내정됐다. 전임 사장도 CEO 출신이었다. 현재 공석인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도 CEO가 거쳐 갔다. 문화계의 CEO 영입 시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정체된 공연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성급한 기업논리 주입으로 중도낙마를 자초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교차한다. ●이팔성 대표는 관람객 8배 늘려 25일 문화계에 따르면 전날 세종문화회관 신임사장에 내정된 박동호씨는 제일제당 상무를 거쳐 CJ엔터테인먼트와 CJ푸드빌(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운영) 대표를 지냈다. 취임 5개월 만에 지난달 갑자기 사퇴한 이청승씨의 후임이다. 이씨는 한국폴라 대표 출신이다. 지난주 사표를 낸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은 LG그룹(LG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LG맨이다. 이씨는 동양화가, 신씨는 재즈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문화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두 사람이 잇따라 ‘중도낙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또 CEO가 내정되자 문화계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문화계에 CEO 영입바람이 처음 불었을 때만 해도 이들의 경영 노하우를 예술계에 접목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결과가 장밋빛만은 아니었던 만큼 CEO 출신 문화 수장들의 장단점을 한번쯤 냉정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계가 꼽는 CEO 출신들의 장점은 역시 ‘장사 감각’이다. ‘고고한’ 문화에 마케팅 개념을 적극 접목,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았다. 증권사(현 우리투자증권) 사장에서 교향악단 대표로 변신해 큰 화제가 됐던 이팔성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이끌면서 2009년 5월 물러날 때까지 관람객 수를 8배, 자체 수입을 24배 증가시켰다. ●‘야성’ 장점 vs ‘군림’ 단점 신홍순 전 예술의전당 사장도 재임 시절 ‘객석 기부제’를 도입하는 등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CEO 출신인 신 사장이 취임하면서 문화 마케팅 사업이 크게 발전했다.”면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공연장 시설 및 공연의 질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功) 못지않게 과(過)도 많다고 문화계는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문제로 경영 스타일을 꼽는다. 수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가 관건인 공연문화의 공공성을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CEO 출신 공연단체장들이 수익성을 우선순위에 놓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클래식이나 국악을 홀대해 내부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권위적인 자세도 단점으로 꼽힌다. 조직을 기업 식의 서열관계로 접근하다 보니 예술인을 부하 직원 정도로 치부하곤 했고, 그 결과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이팔성 대표만 해도 재임시절 정명훈 음악감독을 영입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정 감독과의 관계 설정에 다소 껄끄러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감독의 권한이 절대적인 오케스트라 생리를 다소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질검증·선출과정 투명성 강화해야 따라서 자질 검증과 선출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단체장 선임과정에 참여했던 한 문화계 인사는 “예술적 안목이나 자질은 뒷전이고 ‘이번에는 CEO 출신을 뽑자’는 식으로 방향부터 정하고 보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며 “여기에 정치권 외압까지 더러 가세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은 “‘CEO 출신은 안 된다’라는 식의 문화계 배타주의도 문제지만 문화예술계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CEO들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한남동을 통해 본 보이지않는 눈 CCTV

    [뉴스다큐 시선]한남동을 통해 본 보이지않는 눈 CCTV

    폐쇄회로(CC)TV가 대중화되면서 ‘보안격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있는 사람’은 CCTV를 통해 타인을 들여다보고, ‘없는 사람’은 부자에 의해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CCTV는 이렇듯 새로운 권력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CCTV로 거리를 바라보는 대저택의 시선은 집요했고 이를 대하는 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분노하거나, 순응하거나, 혹은 냉소하거나. 부촌과 빈촌이 공존하는 서울 한남동에서 CCTV가 만들어내는 천태만상을 지켜봤다. 글·사진·동영상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누군가를 바라보는 사람은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보다 힘이 세다. 시선은 권력이다. 그러므로 폐쇄회로(CC)TV는 새롭게 떠오른 권력의 도구다. 정부는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도로와 골목길 사이사이에 CCTV를 달아놓고 24시간 감시체제를 확립했다. CCTV를 통해 획득하는 공권력은 이제 민간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집에 CCTV를 달아놓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표면적인 이유는 절도·강도사건을 미연에 방지해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진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CCTV는 부(富)에 ‘시선 권력’이라는 또다른 요소를 더한다. ‘빈부 격차’라는 말에서 ‘보안 격차’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일거수일투족 감시받는 느낌… 사생활 침해” 이런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서울 한남동이다. 남쪽에 있는 한강의 ‘한’자와 북서쪽에 있는 남산에서 ‘남’자를 따 이름지어진 한남동은 삼성, 현대, LG 등 굴지의 재벌가들이 모여 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등 많은 나라의 대사관도 밀집해 있어 외국인도 많이 거주한다. 그러나 한남동에서 산 능선만 넘어가면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정착해 판자촌을 이뤘던 해방촌 등 빈촌도 찾아볼 수 있다. 3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 밑으로 ‘이태원길’과 ‘새봄길’이 마주 지나는 곳에는 대형 단독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유럽 귀족의 성벽처럼 드높고 견고하게 세워져 있는 담벼락과, 철옹성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굳게 닫힌 창문은 집 밖에 있는 어떤 외부인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거기에 하나같이 내걸린 사설 보안업체의 팻말은 최정예부대의 군번표처럼 가지런하다. 그중 화룡점정은 날렵하게 길거리를 굽어보는 CCTV다. 어떤 집은 대문 앞에만, 어떤 집은 담장을 둘러가며 CCTV가 도열해 있다. 새까맣고 기다란 몸체에 매의 눈같이 날카롭게 박힌 카메라 렌즈는 길을 지나가는 모든 것을 훑어내겠다는 듯 집요해 보인다. 이런 집요함에 압도당해서일까, 길거리는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다. 가끔 지나가는 것은 창문을 짙게 선팅한 검은색 세단 아니면 승객을 실어나르는 택시뿐이다. 군사지역이 아닌 주택가인데도 곳곳에 ‘경비 초소’가 있는 몇 안 되는 동네인 한남동에서 배포있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종종걸음을 옮기는 한 흑인 청년과 마주쳤다. 제임스 아칸(James Akan)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은 나이지리아 대사관 직원이었다. 한남동에 산 지 1년 반이 됐다는 그는 CCTV에 대해 “좋은 것 아니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CCTV를 보면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CCTV는 만일의 경우를 위해 있는 것 아닌가. 만일 이 동네에 살인이나 강도같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CCTV는 범인을 잡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CCTV를 달고 있는 집에만 좋은 것이 아니고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나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시선은 바라보는 자의 시선과 동일선상에 있었다. 새봄길을 따라 내려가니 삼성문화재단이 2004년 세운 리움 미술관이 나왔다. 한때 리움 미술관 옆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이 있었다. 2005년 신춘호 농심 회장과 ‘한강 조망권 분쟁’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 지은 저택이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자택을 한남동 내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근처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부회장 등이 살고 있어 ‘리틀 삼성타운’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30m 정도 걸어가니 자그만 다세대 주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모(72)씨는 “CCTV를 보면 감시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CCTV가 붙은 주택 앞을 지날 때마다 괜히 위축되고 고개도 못 들겠고 뛰다시피 길거리를 지났다고. 돈 많은 사람들이 제 재산 지키겠다고 한 동네 사람을 갈라놓는 느낌도 들고. 그쪽은 그렇게 (바라보고) 살고, 우리는 이렇게 (감시당하고) 살고.” 한남동에서만 50년을 살았다는 한씨는 “원래 이곳이 부촌이긴 했지만 10년 전쯤부터 담을 높다랗게 쌓고 CCTV로 겹겹이 둘러치는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저 사람들은 제대로 된 부자가 아냐.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왕래도 없고. 그저 꼭꼭 닫아놓고만 살고. 내가 젊어서 미국이나 일본같이 잘 사는 나라들 수없이 가봤지만 저렇게 졸부처럼 구는 부자들은 선진국엔 없어. 저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해.”라고 한씨는 말했다. 한씨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시선 권력’의 기원은 구약성서 시절까지 올라간다. 박정자 상명대 교수는 저서 ‘시선은 권력이다’(2008)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타인에게 바라보여진다는 두려움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라고 전했다. 고대에 신의 영역이었던 ‘시선 권력’은 근대에 이르러 공권력의 것이 된다.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덤이 구상한 감옥 ‘판옵티콘’은 가장 효율적인 감시체제인 동시에 가장 권위적인 시선 권력을 만들어낸다.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는 뜻의 라틴어인 판옵티콘은 건물 가운데 망루를 세워놓고 교도관 1명이 원형 모양의 건물 전체를 감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감시관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수감자들은 중앙에 있는 감시관을 보지 못한다. CCTV는 이른바 사적 영역의 ‘판옵티콘’이다. 얼마 전까지 한남동에서 통장으로 일했다는 A씨는 “통장으로 일하면서 CCTV를 설치한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방 하나에 수십 대의 모니터가 놓여 있어서 주택 내부는 물론 길거리 곳곳을 24시간 볼 수 있었다.”면서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토박이라는 그는 “보안격차라는 말을 들어봤다. 그 말처럼 돈이 사람들의 생활 형태까지 바꾸어 놓는다는 말이 맞다.”고 했다. 근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건희 회장처럼 대단한 집들은 CCTV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배달을 하면서 자주 지나다니다 보면 집 안에서 하는 얘기가 도청되지 않도록 전자파 같은 것으로 차단하는 방음장치가 돼 있는 것 같았다. 까만 차가 계속 집 주위를 돌면서 전파탐지를 차단한다. 또 대개의 경우 문이 죄다 닫혀 있지만 가끔 열려 있을 때 안을 들여다 보면 안에 있는 나무 한 그루도 그렇게 싱싱하게 잘 가꿔질 수가 없었다.”면서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고 전했다. ●“각종 범죄 증거남겨… 동네 보안까지 강화” CCTV 때문에 한남동, 이태원동 주민자치센터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한다. 대저택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지역 주민 C씨는 “민원 넣는 사람들은 부끄러울 게 많은 사람들이에요. 북한남동 쪽에 일본 관광객을 접대하는 식당이나 술집이 있는데, 새벽 3~4시쯤 되면 여자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나. 그때 퇴근하는 거겠지. 그러고 다니면서 카메라에 노출되는 걸 꺼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이 동네에 룸살롱이 많아서 좀도둑도 많고 시끄러웠는데, CCTV가 많이 생기고 나서 동네가 조용해졌다.”면서 “혹시 동네에서 사고라도 생기면 CCTV 화면을 협조받을 수도 있고 좋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CCTV라는 문명의 이기가 초래한 비극은 보안격차뿐만이 아니었다. 야간근무하던 경비원이 사라지면서 사람의 일자리까지 빼앗았다. 지역 주민 박모(65)씨는 “전에는 CCTV가 유지 가격이 비싸 많이들 안 달았는데 요새는 가격이 많이 낮아졌나봐요. 너나 할 것 없이 달다 보니 새롭게 생긴 현상이, 예전에는 오전 7시~오후 7시, 오후 7시~다음날 오전 7시 이렇게 2교대로 경비원이 근무를 했는데, 이제는 경비원이 낮에만 근무하고 밤에는 없더라고. 그 사람들은 CCTV 때문에 죄다 쫓겨난 거지.”라고 말했다. >>> CCTV란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CCTV는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특정 장소에 한정된 모니터로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이며 주로 감시 카메라에 쓰인다. 범죄예방 및 도로의 교통상황을 빠르게 전달하는 용도로 쓰인다. 지난 3월 외국어인 CCTV를 대신해 ‘상황관찰기’라는 순화어도 생겼다. ■서울시 방범용 CCTV 3123대 강남구, 성동구보다 17배 많아 서울 시내에는 모두 몇 개의 CCTV가 있을까. 한 경찰 관계자는 “대답하기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알기 쉽지 않은 것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사설 CCTV 때문이다. 현재 사설 CCTV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없어 CCTV를 설치하는 것이 관리되지 않고, 따라서 몇 대가 설치되는지 현황도 파악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방범용, 교통관제용 등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관리하는 CCTV도 수없이 많다. 서울청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방범용 CCTV는 3123대에 이른다.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관제센터가 설치돼 있어 관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서울청에는 종합교통정보센터가 있어 서울 주요 도로 및 시가지의 교통 상황과 경찰 업무 등 실시간 벌어지는 상황을 대형 CCTV를 통해 확인한다. CCTV 설치 현황을 구(區)별로 살펴보면 ‘빈부격차’가 ‘보안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8월 현재 각 자치구별로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취합한 결과,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강남구(522개) ▲중구(210개) ▲용산구(180개) 순이다. 반면 CCTV가 가장 적게 설치된 자치구는 ▲성동구(32개) ▲관악구(40개) ▲은평구(44개) 순이다. 가장 적은 성동구와 가장 많은 강남구는 17배가량 차이가 났다.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서초·송파구의 CCTV 설치 개수를 합하면 848개로 전체(2762대)의 30.7%를 차지했다.
  • [李대통령 G20유치 회견] 靑수석 대신 서민정책 민간관계자 배석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 내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1년 3개월 전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회견 때와 달리 ‘국가적 경사’를 알리기 위한 회견이었기 때문이다. 옷차림도 감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는 평가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과도 무관치 않은 듯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회견 초반 G20 정상회의 유치 사실을 알릴 때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후엔 진지하게 회의의 성공적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고 서민들의 힘든 삶을 얘기할 때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취임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이번 회견은 이 대통령이 사회자 소개 없이 모두(冒頭) 발언을 시작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직접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한 뒤에는 기자의 이름을 직접 부르면서 “고맙다.”고 사례했다. 종전과는 달리 수석비서관들이 이 대통령 옆에 배석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대신 미소금융, 보금자리 주택 등의 친(親)서민 정책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민간 관계자들을 배석시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경숙 한국장학재단이사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민간 전문가들이 대통령의 주변에 앉았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은 기자들의 뒤에서 이 대통령의 회견을 조용히 지켜봤다. 회견 장소가 청와대 기자회견장인 ‘춘추관’ 대신 본관 충무실이었던 점도 특색있는 대목이다. 군사정권 시절 지어진 춘추관이 다소 권위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점 때문에 아담한 분위기의 충무실이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선포식의 권위적인 목회 대신 어머니 마음처럼 다독여줘야”

    “선포식의 권위적인 목회 대신 어머니 마음처럼 다독여줘야”

    “어머니의 마음으로 다독여주고 혼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목회가 필요합니다.” 감싸고 용서하는 모성(母性)을 앞세운 목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로교합동연합 총회신학연구원 학장 이보관(53) 목사. 그가 최근 모성목회 지침서 ‘예수가 권하는 이 시대의 목회’(아름다운사람들 펴냄)를 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종전 목회는 교회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또 설교라는 방법으로만 교인과 만나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존 목회가 주로 ‘설교, 대회, 강의’ 등 전달·선포식의 권위적 방법만을 내세웠기 때문에 소속 교인의 얼굴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만나기, 듣기, 마음 읽기, 용기 주기’ 등 모성 목회의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모성목회를 처음 접한 건 1980년대 초. 당시 개척교회 담임목사 일을 맡으면서 소개되기 시작한 모성적 신학을 알게 됐고, 한 신학교에서 교수일을 하던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와 전파를 시작했다. 연구원에서 그에게 모성교회 방법을 배워간 기존 목회자들만도 50여명에 이른다. 모성목회의 근거는 당연히 성경 속 예수다. “예수님은 개교회 건물에서 목회를 한 게 아니다. 그는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그들을 찾아 이동하셨고, 어디서든 만나셨다.”고 설명을 한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행한 방법이라야 진정한 내면의 상처와 갈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얼굴을 마주한 다정한 목회를 주장하다 보니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는 “대형교회는 규모를 키워 역량을 과시하려는 성공지향주의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교회 이전에 예수를 영접하도록 목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목회’ 역시 목사만 가진 계급적·독점적 특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목회’는 일반신자의 ‘봉사’와 어원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말씀대로 “예배당이 교회가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 하나하나가 교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대한 예배당이 아니라 가정에서든, 택시 안에서든, 길에서든, 목자들이 있는 모든 공간이 바로 교회”라고 역설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28일 창립 20돌… 전교조 공·과

    28일 창립 20돌… 전교조 공·과

    “나는 아직 전교조를 사랑합니다.” 부산 A중학교 교사 박모(36)씨가 교직을 택한 건 20년 전 기억 때문이다. 무지막지한 폭력이 일상이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첫날부터 모든 게 꼬였다. 이사장 훈화가 지겨워 장난치던 박 교사는 한시간을 내리 두들겨 맞았다. 대걸레 3~4개가 부러지고 나서야 폭력은 그쳤다. 이미 엉덩이는 피떡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박 교사는 하필 가난했다. 수업료 납부는 매번 제때를 넘겼다. “또 너냐.” 선생님의 말은 어린 박 교사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다. 엇나가던 그는 학교 대신 거리를 배회했다. 어느날 저녁, 특별활동 신문반 선생님이 집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말 없이 국수 한그릇을 산 뒤 어깨를 두들겼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박 교사는 이날 선생님이 되기를 결심했다. “나를 찾아온 저 선생님처럼…” 그 선생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였다. 전교조가 한때 10만에 가까운 조합원 수를 자랑할 수 있었던 건 이때의 기억들 공이 크다. 초창기 전교조는 촌지의 실체를 고백하고 권위적인 학교문화 타파에 앞장섰다. 학부모와 학생은 적극 호응했다. 1세대 전교조의 세례를 받아 교사가 된 ‘참교육 세대’는 당연한 듯 전교조의 주축이 됐다. 그러나 28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전교조의 모습은 이들이 그리던 것과는 딴판이 돼버렸다. 여론은 전교조를 독선적 이익집단으로 낙인 찍었다. 성폭력 은폐 사건 등으로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전교조 8대 위원장이었던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창립 첫해 1527명의 교사가 파면·해임되면서도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참교육 의제를 적절히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교원평가제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속적으로 충돌하면서 교육보다는 정치 투쟁에 집착한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1세대 전교조인 이왕길 전 인천지부장은 “명분과 원칙에서 어긋남이 없었지만 학부모·대중이 뭘 원하는지 성찰하고 함께 하는 부분에서는 소홀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다수 전교조 교사들도 “NEIS 투쟁에 집착하면서 당시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7차 교육과정개편 등에는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고 털어 놨다. 한 전교조 관계자는 “합법화 이후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늘었는데 이때 다양한 성향의 교사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초창기 참교육 이념이 많이 희석됐다.”고 했다. 내부 소통의 부재도 원인으로 꼽혔다. 전교조 1세대 김민곤 전 부위원장은 “초창기 정신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외형만 성장하면서 조직원들 사이에 괴리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인천지부장도 “연이어 터지는 큰 이슈들에 매달리다 보니 조합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했다.”고 했다. 진보신당 송경원 연구원은 “새 시대에 맞는 새 패러다임을 찾아 먼저 제시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들은 사교육비 면에서 불공정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든다든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두려운 것은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그리스도는 결코 웃지 않으셨네.” 움베르토 에코를 스타로 만든 ‘장미의 이름’의 한 구절. 결국 모든 살인사건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이른바 ‘희극론’. 호르헤 노수사(修士)는 이 책의 열람·유출을 막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며 마침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된 순간, 이를 먹어치우기까지 한다. 섬뜩한 광기. 명탐정 윌리엄 수도사도 이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묻는다. “왜 하필 이 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오?” 호르헤의 답변은 묵시적이다. “철학자의 말은 세상을 전복시켰지만, 신의 형상까지를 뒤바꾸지는 못했네. 그러나 이 책이 공개된다면, 우리는 마지막 선을 넘게 되네.” 대체 무슨 말인가. ‘희극론’과 독신(瀆神)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리무중의 윌리엄은 되묻는다. “웃음에 대해 말하는 게 뭐 그리 겁나오? 이 책을 없앤다고 웃음이 없어지겠소?” 호르헤의 대답은 무겁고 냉혹하다. “웃음은 잠시 미천한 자들을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지. 그러나 율법은 공포, 정확히 말해 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이 책은 악마적인 불똥을 튀겨 세상을 태울 것이고, 웃음은 공포를 없애는, 프로메테우스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로 간주되겠지.” “하지만 진중하신 교부들의 생각은 달랐네. 웃음이 천박한 자들의 낙()이라면, 이 방자함은 엄격한 규율에 의해 질책당하고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미천한 평민들은 웃음을 제어할 수 없네. 오히려 웃음을 목자(牧者)의 진지함에 대항하는 도구로 만들 뿐이지. 배와 엉덩이와 먹을 것과 더러운 욕망으로부터 그들을 이끌어내어 영생으로 인도하는 영적 목자들을 말일세.” 이글거리는 호르헤. 그가 볼 때, 세상은 엄숙해야 했다. 고행과 참회와 눈물로 가득해야 하기에. 하지만 웃음은 이를 전복시킨다. 인간을 타락한 쾌락과 천박한 유혹에 물들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을 이 찰나적인 육체적 현세에 못박기 때문이다. 그가 신의 도구를 자처하며, 그토록 ‘희극론’의 유포를 막으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녕 에코의 창작력은 출중하다. ‘희극론’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를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코가 돋보이는 것은 단연 ‘웃음’ 때문이다. 그는 소설 전체를 짓누르는 종말론과 엄숙주의를 통해, 거꾸로 웃음의 가치를 각인시킨다. “웃음이란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지적 전통은 어떠했는가. 호르헤가 토해내듯, “웃음이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죄인인 우리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독단이 아니었던가. 곧 웃음을 “농부의 여흥, 주정뱅이의 방종”이며 “허약함, 타락, 육신의 어리석음”의 증표로 못박음으로써 ‘웃음=무식=쾌락=육체=죄’의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 서양의 식자층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민중문화의 소멸되지 않는 웃음을 입증한 미하일 바흐친에 따르면 “오직 도그마적이며 권위적인 문화만이 일방적인 진지함을 갖는다. 강압은 웃음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진지함은 탈출구 없는 상황을 쌓아가지만, 웃음은 그러한 상황 위로 올라서서 그 상황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웃음은 인간을 구속하지 않는다. 웃음은 인간을 해방시킨다.” 참으로 바흐친이 강조하듯, 분노는 일방적이고 보복적이며 분열을 초래한다. 반면에 웃음은 차단기를 들어올리고 길을 트며 통일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웃음의 광장을 확장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독단적인 진지함을 통해 국민을 분노의 외길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갖가지 엄숙한 명분과 법률을 통해 비판하는 자들을 재갈물리려는 사회. 급기야 전직 대통령마저 스스로 소멸케 만드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호르헤의 저 새까만 광기 앞에서, 대체 누가 어떻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열린세상]못다 이룬 꿈 하늘에서 펼치시라/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못다 이룬 꿈 하늘에서 펼치시라/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어릴 적 배고픈 꿈을 가꾸던 김해 봉하마을의 봉화산 부엉이 바위 위에 다시 선다.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다지러 올랐던 곳 아닌가. 동이 터 오르는 하늘을 쳐다본다. 2002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기쁨이 한 번 더 느껴진다. 아쉽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통일을 위하여 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낼 수 있었는데. 모두 미안하다. 내 주장보다 다른 이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대북송금 특검으로 이처럼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엇보다 퇴임 뒤 내 생명과 같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의 도덕성과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일부이므로 나는 이렇게 먼 길을 떠난다.”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의 대통령사를 돌이켜보면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벌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망명지에서 세상을 떠났고, 윤보선 전 대통령은 5·16쿠데타로 자리를 내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끼던 심복의 흉탄에 운명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뒤 감옥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큰 탈이 없었지만 대신 아들들이 감옥을 들락거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돌을 던질 수 있었나 싶다. 과연 돌을 던질 만한 사람이 돌을 던졌느냐는 말이다. 퇴임 전에 결코 ‘집’에서라도 600만달러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폭탄주를 즐기고 전별금도 두둑하게 챙겼으며 골프를 함께 친 인사를 내부에 두고 있었던 검찰이 이렇게까지 전임 대통령을 압박했어야 했을까.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사실은 친절하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공표해 버렸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사실을 부풀리고 온갖 추측으로 전임 대통령이자 한 인간에게 갖은 수치와 모멸을 안겨주었다. 정치란 사회의 제한적인 자원을 권위적인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회의 자원을 나눠주는 방식을 정하고 이에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복종이나 굴복까지 요구한다. 전자를 택하는 정치가 민주적이라면 후자는 힘에 기초하는 후진적 정치이다. 한국의 정치는 아직 후자 쪽에 가까워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인색하다. 게다가 ‘민주주의 2.0’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와 직간접적으로 발을 담가두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 때부터 전임 대통령을 최선으로 예우하겠다고 하고 이 난리를 치르고 세상을 떠나보낸 뒤 다시 예우를 다하겠다고 말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한국 정치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듯이 전통이란 하루아침에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항간에는 필부였던 ‘봉하대군’에 비하여 상당기간 세력가로 군림한 ‘영포대군’에 줄을 대려는 사람이 많아도 한참 더 많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에게는 진정성과 신뢰에 큰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잘 가시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나이 한 평생 화통하게 사시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며 이렇게 떠나가시게 해 국민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때로 의심하고 가혹하게 대한 세상을 모두 다 용서하고 훌쩍 가신 당신에게 평화만 있으라. 그곳에서 당신이 꿈꾸던 멋있는 세상을 만드시라. 마을 한편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고 했지만 온 국민의 마음에 남아 있으리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삼권분립에 앞장섰다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일제 강점기에도 도시 철거민 운동

    용산 철거민 참사로 정부의 도시재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에도 도시 철거민들이 집단적인 저항 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인상·철거후 주거대책 요구도 김영미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내놓은 ‘동원과 저항’(푸른역사 펴냄)에 따르면 당시 일제가 식민지배 정책에 활용했던 동회(洞會·동사무소의 전신) 제도 아래서 도시 주민운동의 일환으로 철거민들의 집단 행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조선 전통의 주민자치 생활단위였던 동은 일제 시기 주민동원의 기반인 동시에 일상적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민운동의 토대라는 이중적 속성을 띠고 있었다. 주민들은 동 대표인 총대(지역 유지가 주로 맡았다)를 중심으로 일제 행정당국의 차별적이고 권위적인 대민정책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항의했다. 김 교수가 1920~1940년까지 일간 신문에 보도된 경성부 주민들의 집단 대응 사례를 분석한 결과 62건 가운데 7건이 주택 문제였다. ▲안암 주민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항의(1922) ▲황금정 주민의 철거후 주거 대책 요구(192 5) ▲신당리 주민의 주택불하요구(1934) ▲방산정 주민의 이사보조금 요구(1934) 등으로 오늘날 철거민이 주장하는 요구 사항과 다를 바 없다. 주목할 점은 이 운동은 철저히 해당 무허가주택 거주자들이 주도했으며, 이들을 위한 총대의 활동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물처리와 상하수도 시설, 도로·교통 문제, 교육·환경 등과 관련한 경성부의 부당한 행정에 총대가 앞장서 주민운동을 이끈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교수는 “철거민은 정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하층민으로 지역 개발을 위해 사라져야 하는 존재 취급을 받았다.”면서 “계급에 따른 주민운동의 갈등과 차이를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도시 주민운동의 대표적 방법은 연명 진정서를 활용한 ‘진정운동’이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실력행사를 벌인 사례도 있다. 전차구간철폐운동을 벌이던 주민들이 전등료 불납운동을 결의하고, 전농정 총대가 도로 차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성부는 아현동 분뇨탱크반대운동의 경우 분뇨탱크를 설치하는 대신 수도를 만들어 주는 등 타협하는 방식으로 주민운동에 대응했다. 진정운동은 합법적이고 온건한 방식이었지만 일제 행정당국을 압박해 주민들이 당국으로부터 일정한 권리를 확보해 내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당국 압박 일정한 권리 확보 수단으로 김 교수의 연구는 기존 계급운동이나 민족운동의 틀로 포착되지 않았던 식민지 시기의 도시 주민운동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도시 주민들이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름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면서 “전통적인 생활공동체로 기능하던 도시의 동은 식민지와 근대화 과정에서 말단 지배조직으로 포섭되기도 했지만 능동적으로 국가권력에 대응해 시민 주체를 형성, 시민운동의 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동회는 1955년 동사무소라는 시청과 구청의 하부 행정조직으로 편입됐다. 1990년대 들어 동사무소 폐지론이 대두되다 최근엔 주민자치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변호사들의 법관평가 공정성 더 높여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부장판사급 재판장 20명의 성적표를 대법원에 냈다. 456명 가운데 5차례 이상 평가를 받은 47명을 추려낸 뒤 최고·최하 점수를 받은 10명씩을 선정했다고 한다.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도 법관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해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변호사는 재판의 당사자인 데다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변호사들의 평가를 법관 인사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지적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변호사회가 밝힌 법관들의 막말과 모욕적 언사는 법관들의 권위적인 태도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현재 법관들은 질과 양적인 면에서 충분하게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 평가와 통제만으로는 직역이기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006년 초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재판론’을 폈듯이, 외부의 공정한 평가와 견제가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강한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다.재판의 당사자라고 해서 변호사가 판사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변호사는 재판을 받는 국민의 대리인이므로 법관이 그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로스쿨제의 도입으로 2016년이면 법조일원화가 실현돼 변호사 중에서 판사와 검사를 임용해야 한다. 이제 변호사회도 회원들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법조일원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법관평가제를 더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쌍화점’ 절반의 성공

    때는 고려 말,공민왕은 원의 간섭과 권력층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안팎의 위기상황에 처한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두는 대상은 친위부대의 수장인 홍림이다.어린 시절부터 왕의 곁을 지킨 홍림은 왕에게 심리적,육체적 위안을 제공한다.후사문제로 왕권이 위협받자 공민왕은 은밀히 홍림과 왕비의 잠자리를 명하는데,이후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왕의 분노와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쌍화점’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많다.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온 유하 감독이 역사드라마에 도전했고,두 유명배우가 출연했고,소재가 흥미롭고,대규모 물량이 투입됐다.보도자료에 유하는 ‘역사드라마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써놓았다.정말 그의 뜻대로 됐다면 ‘쌍화점’이 어려운 한국영화 시장을 되살릴 유의미한 시도로 평가받았을 게다.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역사는 실재한 것이라기보다 써진 무엇이다.역사를 쉽게 영화로 만드는 방법은 써진 대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다.그렇게 나온 수많은 역사드라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화석화된 역사에서 생명의 목소리를 건져 올려야 한다.하지만 ‘쌍화점’은 욕망이 파괴한 인간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하고,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형성할 창조적인 해석을 보여주지 못하며,심지어 일부 묘사는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의 인식에 혼란을 초래한다. 미학적 측면에서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적다.권위적인 왕과 그 영향 아래 놓인 연인들의 질투,배신,사랑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기존의 역사드라마와 멜로드라마에서 몇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심혈을 기울인 세트,의상,미술 또한 현대 역사드라마를 주도하고 있는 장이머우 사극의 휘황찬란한 외양과 차이점을 찾기엔 부족하다. 남은 건 퀴어드라마로서 ‘쌍화점’이 거둔 성취다.물론 ‘쌍화점’이 동성애를 바라보는 관점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기존의 인식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하지만 두 유명배우를 동성애 관계에 전면 배치함으로써 민감한 소재를 양지로 과감하게 끌어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호모포비아의 증세가 강한 한국에서 ‘왕의 남자’,‘미인도’,‘쌍화점’ 등의 사극이 연이어 동성애란 소재를 다루는 게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불을 보듯 뻔한 ‘쌍화점’의 흥행 성공은 ‘선정성’에서 기인한다.‘쌍화점’의 유일한 진실은 선정적인 주제를 선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마음이다.남녀상열지사로 취급받은 고려가요 ‘쌍화점’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에서부터 영화는 본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 [정부 정책블로그 개설 한달] ‘정책 공감’ ‘정책 반감’?

    [정부 정책블로그 개설 한달] ‘정책 공감’ ‘정책 반감’?

    촛불에 덴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대표 블로그 신설과 각 중앙부처 블로그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뉴미디어를 이용한 국민과의 소통 시도는 아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네티즌들을 유인할 만한 소식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올라온 네티즌의 댓글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는 등 일방적 정책 홍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뉴미디어를 통한 정부의 네티즌 소통 실상과 문제점 및 대안을 모색해 본다. ‘웹 2.0(개방·참여·공유)’시대에 맞춰 정부가 네티즌과의 소통을 위해 정부 대표 블로그인 ‘정책공감’을 개설하고 각 부처에서도 독자적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네티즌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정책공감의 경우, 개설 한달 동안 방문자 수에 있어서는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 등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부처에서 운영 중인 블로그도 개점 휴업 상태인 게 적지 않다. ●댓글 없는 일방적 정책홍보 지난달 28일 다음의 정책공감에 올린 ‘인천공항 선진화에 대한 시시비비’라는 글에는 댓글이 276개가 달리는 등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하루 방문자도 1만명을 넘었고, 이후 올라온 2건의 관련 글에도 각각 댓글이 25개와 88개가 달렸다. 그러나 이후 올라온 글에는 댓글이 1∼2개 달리는 것에 그쳤다.23일 현재 다음 블로그에 올라온 56개 글 가운데 53.6%인 30개에는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경인운하 등 논쟁이 될 만한 현안에 대해서는 글을 올리지 않아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전체 글 54개 중 57.4%인 31개 글에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네이버 글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은 인천공항 선진화 관련 글로 10개의 댓글이 달렸다. ●개점 휴업 블로그도 있어 각 부처에서 다음이나 네이버에 만든 일부 블로그들의 경우, 아예 개점 휴업 상태로 부실 운영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해 9월 다음에 개설한 블로그 ‘손에 잡히는 혁신’은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이 지난해 11월13일 올린 것이다. 블로그를 만든 지 3개월도 안돼 손을 놓은 셈이다. 전체글도 30개, 전체 방문자 수도 7115명에 불과하다. 지난 8월25일 다음에 개설된 국토해양부 블로그에는 전체글이 3개에 불과하다. 지난 4월 다음에 개설된 청와대 블로그 ‘푸른 팔작지붕아래’는 전체 글이 24개에 불과하다.‘대통령과 함께 쓰는 청와대이야기’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대통령이 쓴 글은 담화문 몇건이 전부다. 다음·네이버 등 유명 포털에 운영 중인 블로그와 별개로 정부정책포털 블로그(blog.korea.kr)에도 각 부처별 블로그가 있으나 방문자는 거의 없다. 이곳에 개설된 ‘정책공감’ 블로그의 경우 23일 현재 총 방문자가 2600여명에 그쳤다. 지난 4월 개설된 기상청의 ‘땅속을 파헤치자’가 글이 하나도 없는 등 휴면 처리돼야 할 블로그도 적지 않다. ●파워 블로그는? 정부 블로그의 현주소는 정치·사회 분야 ‘파워 블로그’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방문자와 댓글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크게 뒤져 있다. 2004년 3월 네이버에 개설된 정치·사회 분야 파워블로그인 ‘준영사랑’의 총 방문자수는 23일 현재 2351만여명에 달한다. 전체 글도 2만 1000여개에 이른다. 이웃이 1100명, 스크랩 수만도 6만 9000여건에 이른다. 댓글을 쓰는 코너를 따로 두고 있으며 답글도 올리고 있다. 운영자가 이벤트로 2100만명째 방문자에게는 선물을 주기도했다. 412만 3000여개에 달하는 블로그를 대상으로 한 야후 블로그 순위에서도 준영사랑 블로그는 156위로 상위에 올랐다. 반면 청와대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11만 9311위, 다음 블로그의 경우 16만 3816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책공감에 글을 쓴 한 네티즌은 “소통을 원한다면 일방적인 강요나 여론 조작 말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정보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의 평가 ”수직적 소통은 웹2.0 이해부족 탓”전문가들은 ‘정책공감’을 비롯한 정부 부처 블로그에 대해 “일단 시도는 좋다.”고 평가했다. 국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 홍보성’ 홈페이지를 답습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소통채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 나아가 ‘수평적 개방·참여’라는 웹 2.0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옛날부터 정부나 정치인, 공공기관의 사이버 공간은 비슷비슷했다.‘정책공감’도 이를 답습하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의 평이다.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의 블로그는 소프트하게 접근한다는 방식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정책을 공표(publish)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권력을 갖고 있는 정부의 특성 때문에 수평적 공간인 온라인에서는 소통수단으로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수평적’ 공간에서 ‘수직적’ 소통을 바라는 정부의 태생적 한계와 더불어 지적되는 문제는 웹 2.0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웹 2.0 기반 사이버 커뮤니티뿐 아니라 RSS(콘텐츠를 요약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표준), 팟캐스트(RSS를 이용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 트랙백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다른 블로그와는 달리 정부 블로그들은 ‘우직하게’ 웹 1.0시대의 게시판, 내려받기 등의 기능에 충실하다. 민 교수는 “웹 2.0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그런 수단을)활용하지 못하고 홍보성 콘텐츠만 계속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 인식의 변화를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다.IT평론가인 김국현씨는 “평등한 소통을 통해 변화를 강조하는 2.0의 현상들은 근본적으로 기득권을 흔들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그 흔들림에 불안해하고 웅크리면 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고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는 백악관 홈피 국민과 실시간 토론도 블로그로 국가와 개인이 직접 소통하는 예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임종수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 우리나라”라면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시도를 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방·참여·공유’라는 웹 2.0의 정신을 구현, 다양한 형식으로 참여를 유도해 쌍방향 소통을 가능케 하는 곳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이 미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다. 온라인 백악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모든 TV·라디오 연설을 ‘팟캐스트’로 제공한다. 팟캐스트는 애플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캐스트(방송)가 합쳐진 말로,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오디오파일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디어를 찾아가지 않아도 청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뜻한다.‘팟캐스트’를 통함으로써 대통령의 연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손쉽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국민들이 궁금한 사안이 있을 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 백악관 참모들이 곧바로 대답을 올려주거나, 국민과의 실시간 토론을 하는 등 더 많은 누리꾼의 참여를 유도하는 점도 돋보인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의 블로그(www.barackobama.com)도 좋은 사례다. 오바마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지자들이 각자의 블로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 블로그는 본인의 출신 지역, 소속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연동된다. 기획탐사부 조현석 강국진 김민희 기자 tams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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