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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매장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진화위 “유해 발굴” 권고

    암매장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진화위 “유해 발굴” 권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1일 ‘실미도 부대 공작원 유해 암매장’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매장지 조사와 함께 유해 발굴을 지속하라고 권고했다. 공군이 1972년 3월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을 사형한 뒤 시신을 임의로 매장한 사건과 관련해 진화위는 이들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가족 관계와 주소 등을 진술했는데도 당시 공군은 사형 집행 사실을 가족 등에게 통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행 집행 이후에도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했다. 진화위는 공군이 이들을 암매장한 곳으로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실미도 부대는 중앙정보부와 공군이 1968년 북한 침투 작전을 목표로 창설한 부대다. 3년 넘게 군사훈련을 받은 공작원 22명은 1971년 공군 기간 요원들을 살해한 뒤 탈출해 서울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공작원 18명이 숨졌다. 살아남은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진화위는 “불법행위이자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진화위는 또 1980년 군사법원 부당판결 사건에 대해서도 국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비상상고 등의 절차로 위법한 판결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은 1978년 10월 강원 철원군 소재의 일반전초(GOP) 지역에서 우리 장병 3명을 사살하고 도주한 북한 무장 간첩들을 추적하던 중 적에 대한 공격을 기피했다는 혐의로 군법회의(현 군사법원)에 회부된 병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일이다. 당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고등군법회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해당 병사는 1979년 10월 27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다시 상고하지 못해 유죄가 확정됐다.
  • [열린세상] 고발 대신 고소하세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고발 대신 고소하세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10일부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없어졌다. 민주당이 지난봄 서둘러 통과시킨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젠 고발인만 있는 사건의 경우 경찰이 죄가 없다고 보아 수사를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하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사건을 다시 되살릴 방법도 없다. 피해자가 직접 나설 수 없거나 공익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는 고발제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왔고, 이를 통해 사회가 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이 법으로 인해 고발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상황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앤 이 법은 만들어진 과정부터 기이했다. 민주당이 4월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립표결 방식으로 단독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의로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 별안간 포함됐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로 고발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 뒤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 부분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법이 시행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민주당 아닌 다른 정당에서도 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복원하는 입법을 딱히 추진하지 않고 있다. 권력 비리에 대한 제보 상당수가 고발로 연결돼 왔기에 제도를 주무르는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고발인 이의신청권 복원이 썩 달가울 리 없으리라. 혹시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률을 위헌이라고 결정한다 해도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국회가 이를 되돌리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할 수 없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이 수사 그만하겠다는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꼭 이를 다투고 싶다면 고발 대신 고소를 하자. 고발인과 달리 고소인은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긴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항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고소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자만 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닌데도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뿐이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고소를 할 수 있다. 고소권이 없는 사람이 설령 ‘고소장’이라고 써서 낸다 해도 그 사건은 고소 사건이 아닌 ‘고발 사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역시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아닌, 다시 말해 고소권이 없는 어떤 사람이 학대당하는 장애인을 보았고 그 장애인은 장애가 너무 심해서 스스로 고소가 불가능할 때, 온라인상에서 아동 성착취물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피해 아동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누군가 몰래 환경을 오염시킨 일이나 회삿돈을 횡령한 일, 마약을 만들어 유통하거나 투약해 온 일,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일을 우연히 알게 됐을 때, 자본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모인 거금을 착복하거나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해 서민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힌 것을 알게 됐을 때 정말 ‘고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렇다. 다른 방법은 없다. 용기를 내서 고발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려 들지 마라.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원들은 누구인가. 국회는 응답하라.
  • “조작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와해시킬 것”

    “조작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와해시킬 것”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각종 허위 정보가 유튜브 등을 통해 퍼졌는데, 이를 기성 미디어가 받았고 나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나섰어요. 거짓말이 반복되면 결국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죠.”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9) 래플러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 특별 강연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의 사고까지 소유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는 시대”라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민주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 동남아시아 담당 기자로 일하며 테러 조직에 관한 탐사보도로 명성을 떨친 레사는 2012년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 매체 래플러를 설립한 뒤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권력 남용과 폭력, 권위주의를 집중 조명하고 가짜뉴스와 맞서 싸운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현재의 미디어 지형을 ‘데이터·빅테크 저널리즘 시대’로 규정한 그는 “뉴스와 같이 정보를 유통하는 기술업체들이 게이트키핑을 하는 구조가 됐으며 잘못된 알고리즘은 민주주의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사실보다 6배 빠르게 유통되고 있으며, 기술로 말미암은 초사회화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언론 압제가 가능한 사회로 이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극우파들이 기세등등하고 비자유적 정치인들이 등장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팩트를 흔들려는 시도가 많이 보인다”면서 “최근 필리핀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그를 옹호하는 계정이 생겨난 시기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레사는 “조작된 알고리즘에 의해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비민주주의자가 민주주의적인 과정으로 선출되고 민주주의가 와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두테르테 정권의 탄압과 선동, 허위 조작 뉴스에 맞서 신뢰 있는 뉴스를 만들고자 노력해 온 레사는 가짜뉴스로 떨어진 언론의 신뢰를 다시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나쁜 기술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기술력 ▲올바른 저널리즘 ▲커뮤니티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올바른 테크 저널리즘을 통해 언론이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며 “팩트를 보호하려면 장기적으로 교육이 중요하고, 중기적으로는 알고리즘 조작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 ‘한미 정상 통화 유출’ 강효상 1심 집유

    ‘한미 정상 통화 유출’ 강효상 1심 집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장 김태균)은 20일 외교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A씨는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도가 경미한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일정 기간 후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고교 후배 A씨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발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이를 게재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외교부 3급 비밀에 해당한다. 형법 113조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합의된 내용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는 기밀로 엄격히 보호해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통화 내용을 공개할 중대한 사유가 있거나 긴급한 사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외교상 비밀의 내용과 중요성 등에 비춰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으로 특별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강 전 의원은 재판 직후 항소할 뜻을 밝혔다. 강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공권력을 이용해 야당 의원과 공무원을 탄압하고 린치를 가한 사건”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국가안보를 위배하는 일도 없었는데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 [단독] 내주 초 칩4 첫 회의… 한·미·일·대만 참석

    [단독] 내주 초 칩4 첫 회의… 한·미·일·대만 참석

    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인 ‘칩4’(미국명 Fab4) 첫 회의가 다음주 초에 열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칩4 참여 여부를 협상 카드로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DC 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다음주 초에 칩4 첫 회의인 예비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화상으로 개최되며, 4개 회원국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에서 국장 또는 심의관급이 참석한다. 미국은 칩4를 통해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협력,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등을 모색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첫 회의에서 4개국은 큰 방향에서 향후 의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는 칩4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중 성격의 반도체 동맹 회의라는 해석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자 일단 예비회의 성격인 첫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설명을 붙였지만, 첫 회의만 참석하고 두 번째 회의부터 빠지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칩4 회의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본래 칩4 첫 회의는 지난 2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각국 담당자들의 일정 조율에 난항을 보이면서 미뤄졌다. 이달 중순도 후보로 꼽혔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에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IRA 조항으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받자 미국 주도의 공급망 협력에 부정적으로 변한 한국 내 여론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본래 칩4를 IRA에 대한 협상 카드로 삼지 않았던 것이란 입장이다.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 하청을 주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은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산 전기차 차별과 관련해 한미는 지난 8일 장관급 협의채널 구축에 합의하는 등 별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칩4 가입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윤 대통령이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방한한 중국 권력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칩4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 ‘한미정상 통화누설’ 강효상 전 의원, 1심 집행유예

    ‘한미정상 통화누설’ 강효상 전 의원, 1심 집행유예

    강효상 전 의원 ‘집행유예’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장 김태균)은 20일 외교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A씨는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도가 경미한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일정 기간 후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고교 후배 A씨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발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이를 게재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외교부 3급 비밀에 해당한다. 형법 113조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합의된 내용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는 기밀로 엄격히 보호해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며 “한미 정상이 방한 관련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통화 내용을 공개할 중대한 사유가 있거나 긴급한 사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외교상 비밀의 내용과 중요성 등에 비춰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으로 특별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강 전 의원은 재판 직후 항소할 뜻을 밝혔다. 강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이 공권력을 이용해 야당 의원과 공무원을 탄압하고 린치를 가한 사건”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국가안보를 위배하는 일도 없었는데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3연임 시진핑,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나/오일만 논설위원

    이변은 없어 보인다. 다음달 16일 중국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확정되는 시진핑(69)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은 이미 4년 전에 종결된 사안이다.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매 임기 5년) 금지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 놓았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집권 연장이 아니라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물론 장기적인 전략·전술적 변화 여부에 쏠려 있다. 마오쩌둥은 1인 독재의 길을 닦았고, 덩샤오핑은 이를 막기 위한 집단지도체제 시스템을 고안했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으로 덩샤오핑 집권 시 작동했던 정치 시스템이 소멸되면서 자연스레 마오쩌둥 시대의 색채를 가미한 새로운 지도체제와 의사결정, 권력 운용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3연임은 중국 정치 권력구도와 운영체제의 일대 전환점이다. 홍콩 언론들은 집단지도체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1인 독주의 ‘집중통일 영도체제’가 공식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무소불위 1인 통치’에 버금갈 정도로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권력 내부의 변동도 관전 포인트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권력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길 가능성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차세대 주자인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지, 천민얼 충칭 당서기와 리창 상하이 당서기,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얼마나 진출할지 등이 최대 관심사다. 1인 독재의 길을 걸었던 마오쩌둥 시대에도 파벌을 안배해 온 전통이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 ‘대국굴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 온 시 주석의 집권 3기는 필연적으로 미중 신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의 기치를 내걸고 장기집권의 명분을 삼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신의 장기집권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대만 통일’을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정치적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계산이다. 중국 통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을 경우 강력한 중화민족주의를 토대로 마오쩌둥 시대의 배타적 대미 투쟁 노선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이 체제·이념 대립기를 거쳐 10년 내 최고조의 대결 구도로 확산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점으로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나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 등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 주석의 국내 통치는 대미 항전을 내걸면서 체제·이념을 강화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무역ㆍ내수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전 세계 신흥 억만장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지만,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원)밖에 안 될 정도다. 빈부격차로 따지면 세계 선두그룹이다. 시 주석은 이를 방치하면 공산당 일당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강하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평등을 줄이면서 인민들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것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급선무다. 쌍순환 전략은 사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상에 맞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자는 배수진의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재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제·과학 기술의 ‘홀로서기’ 전략인 것이다. 시진핑 3기 집권기는 미중 간 치킨게임 양상의 대결 구도가 보다 격렬해지는 시기일 것이다. 그 엄혹한 여파가 시도 때도 없이 한반도에 덮치게 되는 위기의 시간이지만, 이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 [2030 세대] ‘필터’와 잠재적 가해자/한승혜 작가

    [2030 세대] ‘필터’와 잠재적 가해자/한승혜 작가

    몇 달 전 혼자 심야영화를 보고 나왔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고 사방은 고요했다. 주변 상가의 불도 모두 꺼졌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딱 한 명, 나와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서 같은 방향으로 향하던 한 남성을 제외하고는. 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시동을 걸자 기나긴 한숨이 터져나왔고, 그런 내 자신에게 조금 놀랐다.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손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걸어오는 내내 한 손에는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는 것을,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라도 전화를 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알게 됐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이런 내 사정을 그때 그 사람, 나와 같이 주차장을 향했던 남성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황당해할 것이다. 어쩌면 무척 기분 나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왜? 내가 뭘 어쨌다고? 왜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거지? 난 그냥 내 차를 타러 간 것뿐인데!” 그러게나 말이다. 그에게는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늦은 시각 외진 공간에 낯선 여성과 단둘이 남겨진 우연만 있을 뿐. 충분히 기분 나빠할 만하다. 그런 그의 억울함을 조심스레 헤아리면서, 문득 내가 가진 이 모든 불안과 공포의 근원을 곰곰이 되짚어 본다. 내가 언제부터 낯선 사람과 한자리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왜 나도 모르게 낯선 남성을 경계하게 됐는지. 그것은 아마도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누가 나를 해칠지 모르기에. 그게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으며, 그런 일이 생겨도 아무도 날 구해 주지 않을 것이기에.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는 것 아니냐고? 요즘의 세태를 보면 딱히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한 시민이 직장에서 동료에게 스토킹을 당한 끝에 살해됐다. 수차례 공포와 불안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거주 중인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흉기로 위협을 받으며 강간?납치당할 뻔한 사람도 있다. 역시나 법원은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선처’를 베풀었다. 두 피해자는 여성이며 가해자는 모두 남성이다. 가해자가 남성이라는 ‘우연한’ 사실로 이 세상의 모든 남성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라고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공동체의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시스템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른 이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때, 구성원들은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라고 의심하며 불신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바라며, 신당역에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 국방위, 文 증인 신청 공방… 野 “금도 넘어” 與 “성역 없어”

    국방위, 文 증인 신청 공방… 野 “금도 넘어” 與 “성역 없어”

    여야가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 19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정책질의는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김승겸 합참의장에 대한 약식 검증으로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서 문 전 대통령을 증인 출석 요구 대상자에 포함한 것을 놓고 포문을 열었다.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요구 자체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금도가 있다.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단 노골적인 의도가 드러난다”며 “직전 대통령 증인 신청이 역사상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도 “당리당략에 따라 증인을 채택·철회하는 것은 오만한 권력·권리의 남용”이라며 “(여야) 간사에게서 나온 얘기가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여당 간사의 생각이 아닌 배후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2017년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민주당에서 선례로 제기했다”며 “전·현직 대통령도 성역은 없다”고 맞섰다. 이어 “누구한테도 (지시를) 들은 적이 없다”며 “설사 대통령께서 하더라도 제가 맞지 않으면 (증인 채택 논의를) 하지 않을 사람이다, 순수한 제 의견”이라고 항변했다. 한기호 의원은 “국가안보를 문 전 대통령이 잘했으면 불렀겠나. 여야가 합의해 증인 채택을 안 하면 되는 것이지”라고 거들었다. 한편 인사청문회 대신 정책 질의를 받은 김 의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한다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이 더이상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국방위, 文 증인 신청 공방… 野 “금도넘어” 與 “성역 없어”

    국방위, 文 증인 신청 공방… 野 “금도넘어” 與 “성역 없어”

    여야가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 19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정책질의는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김승겸 합참의장에 대한 약식 검증으로 진행됐다.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서 문 전 대통령을 증인 출석 요구 대상자에 포함한 것을 놓고 포문을 열었다.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요구 자체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금도가 있다.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단 노골적인 의도가 드러난다”며 “직전 대통령 증인 신청이 역사상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도 “당리당략에 따라 증인을 채택·철회하는 것은 오만한 권력·권리의 남용”이라며 “(여야) 간사에게서 나온 얘기가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여당 간사의 생각이 아닌 배후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2017년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민주당에서 선례로 제기했다”며 “전·현직 대통령도 성역은 없다”고 맞섰다. 이어 “누구한테도 (지시를) 들은 적이 없다”며 “설사 대통령께서 하더라도 제가 맞지 않으면 (증인 채택 논의를) 하지 않을 사람이다, 순수한 제 의견”이라고 항변했다. 한기호 의원은 “국가안보를 문 전 대통령이 잘했으면 불렀겠나. 여야가 합의해 증인 채택을 안 하면 되는 것이지”라고 거들었다. 한편 인사청문회 대신 정책 질의를 받은 김 의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한다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이 더이상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징계 요구” 고민정·박지현, ‘신당역 사건’ 가해자 두둔 비판

    “징계 요구” 고민정·박지현, ‘신당역 사건’ 가해자 두둔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상훈 서울시의원에 대해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를 통해 “중앙당에서 지난 16일 발언 직후에 서울시당에서 신속하게 징계절차를 밟도록 지시했다”며 “서울시당에서 윤리심판원을 소집해 그에 따른 징계절차가 개시될 것이다”라고 했다. 앞서 이상훈 시의원은 지난 16일 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신당역 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이 시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 고민정 “강력한 징계 요구”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이 시의원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촉구하며 “내가 살려면 죽을 만큼 싫어도 받아줘야 하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젠더이슈를 넘어서서 살인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떤지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강력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남녀를 갈라서는 안 되고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봐서는 안 되지만 스토킹에 의한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임은 인정하고 직시했으면 한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 신당역 살해사건 등 젊은 여성들의 ‘죽음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녀를 아울러 대처할 수 있을 만한 대응 기구가 국회 안에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박지현 “제명 처리해야 한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통해 이 시의원을 민주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나이대 기득권 평균 인식일까 무섭다. 여성 혐오 발언이 명확하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재빠르게 제명 처리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진짜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시민 얼굴에 왜 먹칠을 하고 있는가.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 앞에 가해자를 걱정하고 두둔하는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냐. 같은 당에 있다는 게 치욕이다”라고도 했다.
  • ‘신당역 사건’이 부른 ‘여혐범죄’ 정의 논란…여가부 “논의 필요”

    ‘신당역 사건’이 부른 ‘여혐범죄’ 정의 논란…여가부 “논의 필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발언이 논쟁을 일으키자, 여가부는 “정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지난 16일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다’, ‘아니다’ 하는 논란이 많았다”며 “이것은 학계나 다른 여성계에서도 정의 부분을 한 번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장관님이 말씀하신 것은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엄중 처벌하며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 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실제로 피해자가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상의해 16일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여가부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해 ▲경찰과 1366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사건 발생시 여가부에 통보가 될 수 있도록 사건 통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 [이필상의 경제정론] ‘자기 파괴’ 정치 접고, 경제부터 살려라/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의 경제정론] ‘자기 파괴’ 정치 접고, 경제부터 살려라/전 고려대 총장

    코로나19 사태로 탈진한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악재를 만났다. 3개의 악순환 고리가 복합위기를 부른다. 미국이 강력한 고금리 정책을 펴고 우리나라도 유사한 정책을 펴자 환율과 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오르는 악순환을 형성했다. 무역적자가 늘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금융위기의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든다. 지난 2분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41.9%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한편 환율이 치솟자 물가가 맞물려 오른다. 무역적자와 물가상승이 경기침체를 가속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낳는다. 설상가상으로 물가가 오르자 다시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의 연쇄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위기의 최후 방어선인 국가재정 상태가 취약하다. 과도한 정부 지출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제혁신을 서둘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금융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도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 의지가 약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은 총 639조원 규모다. 올해 총지출에 비해 40조 5000억원 낮은 수준이지만 재정긴축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 총지출 자체가 추경을 포함해 작년에 비해 12%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내년도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예산에 비해 5.2% 늘었다. 여기에 긴급한 지출 수요가 발생해 추경을 편성하면 내년도 예산은 사실상 팽창예산이 된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재정 팽창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450조원이나 늘었다. 내년에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66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복지지출이다. 생계, 의료, 노인, 고용지원 등 복지 분야에 전체 예산의 35.4%인 226조 6000억원을 지출한다. 올해보다 4.1% 증가한 금액이다. 기초연금 증액, 병사 봉급 인상, 부모급여 신설, 청년주택 공급, 청년도약계좌 도입 등 현 정부의 선거공약사업 예산 11조원도 포함했다. 사회 소외계층이 늘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악화돼 복지지출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복지지출의 증가는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가 늘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다. 내년도 예산에선 지역화폐 공급, 재생에너지, 한국판 뉴딜 등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들의 지출이 대폭 삭감됐다. 야당의 반대가 많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성장동력 회복을 목표로 규제개혁, 노동개혁, 조세개혁, 산업구조조정 등 경제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이대로 가면 정부의 경제혁신은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위험이 큰 것이 문제다. 정부가 경제혁신을 추진하려면 국회 협력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구도로 인해 관련법의 입법이나 개정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하 세제개편안이 여야 이견 속에 지난달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것이 단적인 예다.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대상 국민이 많고 부담이 크다. 관련법의 합리적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1가구 1주택 특별공제 도입, 일시적 2주택 중과세 제외, 고령자 납부 유예 등의 감면안을 제시했으나 여야가 부자 감세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핵심 조치인 특별공제 도입을 제외한 개편안을 시한을 넘겨 통과시켰다. 향후 정부의 경제혁신 관련 법안들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막혀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당내외 권력투쟁이 치열하다. 특히 정권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국회가 싸움터다. 정부 정책이 정치 전쟁의 수단으로 바뀌어 지연이나 왜곡, 마비의 위험이 있다. 진정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한다면 정치권은 자기 파괴적인 싸움을 멈추고 경제 살리기부터 서둘러야 한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내 가슴속 제주 어멍, 잘 갑서양/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내 가슴속 제주 어멍, 잘 갑서양/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지난 12일 현영자 여사가 제주 서귀포에서 91세로 별세했다. 현 여사는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어머니다. 나는 ‘영초언니’라는 책을 만들다 현 여사를 알게 됐다. 책을 만들다 보면 놀랍고 감동적인 책 속의 어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내 가슴속엔 내 몸을 낳아 준 것은 아니나 내 영혼을 길러 준 수많은 어머니들이 살아간다. 현 여사는 그중에서 단연 내게 특별한 ‘어멍’이었다. 현 여사는 노점상에서 시작해 강인한 생활력으로 제주 시장통에서 40여년간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그 가게의 이름은 ‘서명숙상회’다. 딸이라면 이름도 아무렇게나 지어 버리던 시대, 누구 아내, 누구 엄마로 쉽사리 여자의 이름이 지워지던 시대, 현 여사는 1959년에 딸의 풀네임을 간판에 내걸고 세상 사람들이 수천수만 번씩 부르게 했다. 딸 명숙에게 “독신으로 살아라. 똑똑하고 잘 배운 여자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니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 남자에게 의지하지 말아라”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다 하니, 일찌감치 생각이 깬 여성이었다. 어멍이 금이야 옥이야 길러 낸 딸 명숙은 공부도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교사가 되기 위해 제주의 모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기 바로 전날 돌연 동네 형사들이 마당에 들이닥친다. 명숙이를 서울에 잠깐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슬 퍼런 긴급조치 시대였다. 형사들은 그저 선배 일로 잠시 물어볼 것이 있다며 안심시켰으나, ‘월요일 출근 전에 돌아오려면 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어쩐다’ 하고 뜸들이며 현 여사에게 왕복 비행기삯까지 뜯어 갔다. 훗날 현 여사는 “내 딸 끌고 가는 놈들 비행기삯까지 내준 멍청한 에미가 됐다”며 수없이 가슴을 쳤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서명숙상회 주인은 장사를 작파하고 딸을 찾으러 서울로 날아갔다. 울며불며 서울 바닥을 헤매고 다녔으나, 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딸 명숙이 어멍을 다시 만난 것은 법정에서였다. 여대생 서명숙이 꼿꼿이 “박정희는 독재자다”라고 입을 떼는 순간 어멍은 절규했다. “맹숙아, 겅 곧지 말라게. 빨리 판사님한티 잘못했댄, 다시는 겅허지 않으켄 싹싹 빌라게.” 아주 나중에야 명숙은 어멍에게 물었다. 그때 왜 빌라고 했느냐고. 정말 딸이 잘못했다 생각했느냐고. 어멍은 말했다. “살아야 하니까. 살려야 하니까. 일단 어떻게든 살려서 데리고 나와야 하니까.” 먹고사느라 뼈 빠지게 일만 한 어머니라고 세상의 더러움을 모르겠는가. 딸 잡아다 무지막지하게 가둔 사람들에게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어머니는 딸에게 빌라고 절규했다. 물론 딸들은 엄마의 가장 애절한 소원은 잘 들어 주지 않는 법. 대학생 서명숙은 어머니의 절규 속에서도 소신대로 꼿꼿하게 준비한 최후진술을 마쳤다.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영초언니’와 함께 독재권력에 맞서 싸웠던 서명숙은 그렇게 감옥으로 갔다. 서명숙 이사장은 지금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승소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간절히 보여 드리고 싶었건만, 왜 언제나 국가의 사죄와 배상은 꼭 이렇게 한발 늦는 것일까. 지금도 책을 열면 영자 어멍이 “멍청한 에미”라며 가슴을 치고, 길도 모르는 서울 바닥에서 “맹숙아, 맹숙아” 외치며 딸을 찾아 헤매는데. 나는 기다린다. 하늘에서나마 영자 어멍이 이 나라가 사죄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승에서 멍 들도록 치셨던 가슴, 하늘에선 가만히 쓸어내리실 수 있기를. 현영자 여사의 명복을 빈다.
  • 역사 속 트라우마 예술로 시각화… 과거에 비추어 현재 조망 성찰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역사 속 트라우마 예술로 시각화… 과거에 비추어 현재 조망 성찰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2000년대 초반 본인이 세운 갤러리아 플랜B에서 개인전으로 데뷔해 20년도 안 된 2015년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루마니아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고, 해외 주요 미술기관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놀라운 행보를 보이는 작가가 있다. 현재 주목해야 할 최고 아티스트 반열에 올라 있기도 하다. 특별히 영국 20세기 최고 화가로 소개되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많은 형식적, 내용적 유사점으로 더욱 주목받는 40대 회화 작가 아드리안 게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에 크리스티 경매사가 처음으로 게니의 첫 아시아 전시를 베이컨과의 2인전 형태로 열어 소개했다. 1977년 루마니아의 바이아마레에서 태어난 게니는 차우셰스쿠의 독재정치를 겪으며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차우셰스쿠는 루마니아의 대통령으로 혁명이 일어난 1989년 12월까지 독재정치를 펼쳤다. 차우셰스쿠의 통치 아래 루마니아 국민들은 감시와 억압 그리고 폭정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며 루마니아 사회에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겼다. 유년 시절 경험한 독재 정치의 뼈아픈 상흔은 게니가 작품에서 트라우마와 역사적 암흑기의 인물들을 다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독재의 아픔을 경험한 게니는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 역사에 남겨져 있는 트라우마까지 확장해 사회의 집단적 기억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또한 단순히 과거 기억을 다루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과거 기억을 동시대 예술가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고찰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 즉 동시대 작가가 예술을 통해 행하는 과거 기억을 기록하기 위한 기억술이리라. 대표적인 작품으로 ‘컬렉터’ 연작을 살펴보자. ‘컬렉터’ 연작은 2008년에 그려진 게니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작품 속 인물은 독일 군인이자 나치의 추종자였던 정치가 헤르만 괴링이다. 그는 비밀경찰과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나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학살하며 나치 시기에 앞장서서 사람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잔혹함뿐만 아니라 사치스러운 인물로도 유명했는데, 나치가 통치하는 동안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수많은 예술품들을 약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컬렉터’ 연작은 총 4개 작품으로 이뤄졌다. 앞선 3개 작품이 약탈자이자 컬렉터였던 괴링의 살아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면 마지막 작품은 임종을 맞이한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후 사형 집행 전날 자살로 죽음을 맞이했던 괴링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비극적 역사와 트라우마들을 떠올리게 한다. 홀로코스트 이후 ‘기억의 의무’는 마치 정언 명령처럼 우리 사회에 주요한 화두로 자리잡았다. ‘기억’은 과거의 비극적 사건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류의 행위라 여겨진 것이다. 게니는 괴링을 작품에 담아냄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매체로 만든다. 부유하던 과거의 흔적들은 게니의 회화적 제스처를 통해 가시화되고 고착된 기억이 됐다. 작가는 실제 행해졌던 인류의 비극적 행위들,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잊혀지지 않도록 전환시켰다. 게니의 작품은 예술을 통해 과거 기억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게니의 작품에는 미술사 내 여러 작가들이 미친 영향이 잘 드러나 있다. 역사화와 같은 유사한 이미지 구성은 램브란트를 생각하게 하는가 하면, 유화의 붓을 사용하지 않고 팔레트 나이프를 사용해 물감을 아주 두껍게 칠하는 그의 특유기법으로 그린 고흐는 얼굴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베이컨의 초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특유의 이미지를 긁어내는 기법을 쓰기도 했고, 이외에도 앙리 루소와 제리코 등 모두 미술사 내의 회화라는 매체의 전통과 기법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한 뒤 이를 수용했으며, 자신의 독자적인 시각언어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런 독창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책, 영화, 사진, 미술사적 요소들을 해체, 재해석, 재결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제작했다. 대표적 작품인 ‘콜렉터 4’와 ‘다다는 죽었다’에 그려진 다다이스트(전통을 부정하는 예술가) 존 하트필드와 루돌프 슐리히터의 돼지머리를 한 독일 장교 모형인 ‘프로이센 대천사’와 고흐의 초상화를 마치 베이컨의 작품처럼 변형시킨 ‘눈꺼풀 없는 눈’에서 그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제시된 새로운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그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나들게 한다. 이로써 게니가 시간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제시한 이미지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과거와 현재를 비추어 새롭게 혹은 더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게니의 작품은 완전히 구상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은 특징을 지닌다. 때문에 그가 다루는 정치적인 주제들 역시 구체적이거나 명확하기보다는 작품 속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게니를 대표하는 ‘파이 싸움’(Pie Fight) 연작의 인물들은 마치 베이컨의 인물들처럼 물감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특히 이 연작 중 2014년에 그려진 ‘파이 싸움 실내 12’는 2022년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8106만 홍콩달러(약 140억원)에 팔려 게니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으로 기록됐다. ‘파이 싸움’은 서양에서 파이를 상대 얼굴에 던지는 행위다. 파티에서 축하하거나 혹은 장난으로 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이 정치인, 권력자 등 적대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롱의 의미로 던지기도 했다. 게니는 ‘파이 싸움’ 연작에서 인물의 초상을 그리되 얼굴에 물감을 덧대고, 긁어내고, 비틀어 대상의 얼굴을 지운 익명의 초상화를 그려 낸다. 초상화에서 인물의 얼굴은 대상을 가장 특징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얼굴을 지우고 해체시켰다는 것은 대상의 정체성을 지움으로써 특정 인물이 아닌 과거 혹은 현대 사회 속에서 권력의 병폐와 그런 권력에 가담했던 추종자, 이를 묵인하고 외면했던 예술가들 모두를 대변하는 보편적인 초상화를 그려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파이 싸움’ 연작은 위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의식을 담아 그려 낸 것으로, 사회에 내재돼 있는 집단의 트라우마적 기억들과 비극적 사건들 그리고 그 속의 다양한 정치적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있는 게니의 관심사들을 집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홀로코스트라는 유례없는 극한의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권력의 횡포로 억압받고 소외받는 사람들,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혹은 동시대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기억들을 결합시켜 그려 내 기억의 매체로서 제시하는 게니의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게 만들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로써 게니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속 세계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당한 권력의 행세와 행위들을 우리가 묵인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성찰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퐁피두 미술관, 해머 미술관, 라크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스태들릭 미술관, 겐트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숨 프로젝트 대표
  • 열강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유럽 ‘끼인 국가’ 험난한 줄다리기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열강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유럽 ‘끼인 국가’ 험난한 줄다리기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 격변기 동유럽…두 지도자의 다른 길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2년 여름 열린 한 정치 집회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를 거세게 비난했다. 오르반 총리가 이런 말을 한 의도는 2015년부터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에 몰려들어 유럽인이 비유럽인과 뒤섞여 살게 됐다면서 단일 민족인 헝가리인은 혼혈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1998년 서른다섯 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리 자리에 오른 오르반은 2010년 재집권한 뒤 올해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하면서 모두 5회에 걸쳐 헝가리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는 20대부터 정치 일선에서 활동했다. 1963년생인 그는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1989년 20만 군중 앞에서 소련군 철수와 자유 선거를 요구하는 연설로 유명해진 ‘민주 투사’였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파 민족주의자로 180도 변신했다.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로 헝가리를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고 노력했던 그가 극단적 민족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친서방 일변도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러시아, 중국 등과 손을 잡는 이른바 ‘동방 정책’(Eastern Opening)을 추진했다. EU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의 중요성을 알기에 ‘휴식트’(Huxit, 헝가리의 EU 탈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양과 서양의 선착장을 오가는 왕복선(ferry)과 같은 외교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가스 80%와 석유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며 중국의 자본 투자를 절실히 기대하는 상황에서 오르반 총리는 당분간 서방과 거리를 두며 친중·친러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이는 강대국 세력들이 맞부딪치는 헝가리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을 ‘중간국 외교 전략’으로 관리하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실용 노선으로 풀이할 수 있다.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선사시대부터 동서 교통로의 중심이었다. 게르만족, 훈족, 아바르족 모두 이곳을 거점으로 유라시아의 초원 지대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중심축’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중요성 때문에 이곳에 정착한 어떤 정치 세력도 오랫동안 통일된 국가를 유지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Ukraine)는 동슬라브어의 u(인근)와 kraina(변경)의 합성어로 ‘변경·접경 지대’라는 의미다. 12세기에 등장한 이 명칭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세워진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의 국명으로 채택됐다. ‘변경’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였던 ‘우크라이나’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지도상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명에서부터 지정학적 특징이 드러나듯이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독립된 국가 형태를 길게 유지한 적이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주변의 강력한 세력들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면서 국제 정세에 따라 이리저리 귀속됐다. 19세기에는 합스부르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부를 각각 분할 점령했다. 그나마 신생 독립국인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도 불과 몇 년 만에 소멸했고, 결국 1922년 서쪽은 폴란드, 동쪽은 소련 영토가 됐다. 서유럽과 러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동부와 서유럽의 영향권에 있는 서부로 나뉜 채 전개됐다. 이렇듯 수백년 동안 계속된 종족적·문화적·종교적 이질감은 우크라이나인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동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족 국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1991년 소련 해체와 더불어 독립한 우크라이나의 최대 문제점이자 과제는 여전히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동과 서가 번갈아 권력을 잡으면서 정치권에서 동과 서의 힘의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헝가리 건국 이야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그리스정교회의 성인인 올가(Olga)의 하얀색 대리석 동상이 서 있다.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일대에는 북쪽의 발트해에서 도래한 바이킹들이 현지 슬라브족들과 함께 882년 키예프 루스 공국을 건립했다. 945년 공국의 제2대 통치자 이고리 1세가 죽자 그의 부인 올가 대공비가 어린 아들을 대신해서 섭정했다. 남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국정을 총괄하게 된 올가는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흥 국가의 취약점을 보완하려고 외세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대 최고 강대국이었던 비잔티움 제국의 힘을 빌리고자 토착 신앙을 포기하고 직접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그리스정교회 세례를 받기로 한 것이다. 올가의 개종은 키이우에 그리스정교회가 전파되는 계기가 됐고, 그의 손자인 블라디미르 1세는 정교회를 국교로 선언했다. 그러나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가 올가와 결혼해 비잔티움 제국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적극적인 구애 전략을 펼치자 올가에게는 이에 대항할 방안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올가는 비잔티움 제국에 편향된 의존도를 낮추고자 좀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올가는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서유럽의 신흥 강국 독일 왕국에 사절단을 파견했고(959년), 이들을 접견한 독일의 왕 오토 1세는 키이우에 심복인 아달베르트를 보낸다. 하지만 비잔티움 제국의 견제와 키예프 루스 공국 내부의 반발로 아달베르트는 도망치듯 키이우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1000년이 지난 지금 이와 유사한 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서방의 나토로부터 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오히려 러시아의 공세적 정책을 불러오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국가’인 지정학적 중추국(pivot state) 우크라이나는 자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외세(EU와 나토)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또 다른 외세(러시아)가 개입하는 빌미를 준 것이다.이슈트반 1세(975~1038)는 헝가리 왕국을 세운 초대 국왕으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그를 기리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있고 그의 동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가 지금의 독일 지역을 통치하던 신성 로마 제국 출신 기젤라와 결혼함으로써 헝가리 왕국은 유럽의 변방에서 경계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또한 이 결혼으로 헝가리와 서유럽 사이의 이주와 교류가 본격화했다. 이슈트반 1세가 1015년경 자기 아들을 위해 작성한 보감(寶鑑)인 ‘십훈’(十訓)은 왕이 지켜야 할 열 가지 덕목을 정리한 것인데, 이 중 하나가 ‘이주자들의 환대와 대우’다. 여러 지역 출신인 이주자들은 다양한 언어, 습성, 학식, 군사 기술 등을 가져옴으로써 왕국과 왕실을 이롭게 하지만 단일 언어와 풍습은 오히려 왕국을 나약하고 쉬이 쇠락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주자들을 현지인과 동등하게 보살피고 그들에게 합당한 직책을 부여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즉 외국인 차별 금지는 헝가리 왕국의 건국 이념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주자 수가 늘어나고 이들의 사회·정치적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그때까지 낙후했던 헝가리 사회는 점차 발전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에도 중세의 헝가리 왕들은 종교나 종족에 개의치 않고 모든 이주민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관용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오늘날 ‘외지에서 온 이주민을 환대하라’는 왕국 건설자의 유훈은 완전히 잊히고 말았다.●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한 지도자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서방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면서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구, 러시아, 중국이 유라시아 중부 지역에서 벌이는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 속에서 오르반 총리가 보여 준 이러한 균형 정책에 헝가리 유권자들은 기꺼이 표를 던졌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오르반 총리는 ‘이주민 환대’라는 건국 아버지의 유언을 망각한 나머지 주변 국가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모 올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특정 강대국에 치우치는 선택을 하지 말고 동서로 분단된 자국이 협력적으로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고민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민족 명절인 추석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자 북한에 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 차량부터 좌석배치까지…英 세기의 장례식 뒤엔 ‘세계 VIP의전 대전’

    차량부터 좌석배치까지…英 세기의 장례식 뒤엔 ‘세계 VIP의전 대전’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가 행사로 꼽힌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이후 57년 만의 영국 국장인 이번 장례식은 최대 100만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하고, 전 세계 약 200개국의 주요 대통령·총리와 각국 국왕 등 최고위급 VIP 500여명을 포함해 2000명이 참석하는 ‘세기의 장례식’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7일 여왕의 국장을 준비하는 영국 정부가 각국 VIP들의 ‘의전 민원’으로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왕 국장에서 맨 앞 첫 번째 줄에 왕실 가족 23명이, 그 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약 90명의 주요 정상들이 자리를 지킨다. 영국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방역과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각국 정상들에게 일반 여객기 이용과 런던 시내 이동 시 단체 버스 탑승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상들의 예외 조치 요구와 좌석 배치, 휴식공간 등 VIP 의전 하나하나가 치열한 외교전 소재가 됐다는 후문이다. WP는 이날 영국에 도착한 나루히토 일왕 부부가 국장 당일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왕의 외국 방문은 2019년 5월 즉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궁내청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중 엘리자베스 2세의 피크닉 초대를 받는 등 교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의 영국 일정은 보안과 안전을 감안해 예외 조치가 적용됐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18일 여왕 관 참배와 찰스 3세가 버킹엄궁에서 주최하는 국빈 리셉션, 다음날 국장 일정까지 미국에서 공수해 온 전용 리무진 ‘비스트’로 움직인다. 중국은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국장에 참석한다. 왕 부주석은 베이징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무위원(서열 1~7위)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이 조문단의 급을 낮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의 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국장 초청을 둘러싼 인권단체의 반발도 나온다. 그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돼 있다.국왕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는 이날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의 램버스 다리에 줄을 선 일반 조문객들을 깜짝 방문했다. 국왕 부자가 나타나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던 시민 중 일부는 ‘하느님,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쳤다. 찰스 3세는 추운 날씨 속에서 길게 줄을 선 조문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를 전했고, 윌리엄 왕세자도 “여왕도 이 모든 걸 믿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벅찬 마음을 표시했다. 여왕의 관은 지난 14일 오후 5시부터 일반에 공개된 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로 최대 대기 시간이 16시간에 달했다. 전날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13시간 줄을 서 참배했다. 영국 정부의 조문 대기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도 웨스트민스터 홀까지 이어진 참배객들의 줄 길이가 8㎞를 넘었다. 국장 당일 오전 6시 30분까지 공개될 일반인 참배 규모는 35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여성혐오 아니다?…“불법촬영→스토킹→살인, 전형적 페미사이드”

    여성혐오 아니다?…“불법촬영→스토킹→살인, 전형적 페미사이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과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 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같은 발언이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복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017년 ‘한국여성학’ 제33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젠더폭력과 혐오범죄’는 ‘묻지마’ 여부가 혐오범죄를 구성하는 필수요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젠더폭력 사건들에서 피해자는 우연적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가해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상대적 약자는 대체 가능한 불특정 다수로 확대되고, 특히 피해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공감대는 확산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폭력도 집안의 일로 치부하고 간섭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불평등한 남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으로 인정한다”며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 해서 가정폭력을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에 이은 스토킹, 살인으로 이어지는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두 번이나 고소했음에도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한 경찰·검찰 등이 젠더폭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시스템 없이는 혐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 등 가해자를 엄벌하는 대신 내버려둠으로써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조력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국의 양심’ 칭화대 법대 교수…과한 방역 비판 직후 SNS 돌연 사라져

    ‘중국의 양심’ 칭화대 법대 교수…과한 방역 비판 직후 SNS 돌연 사라져

    얼굴만으로 다 되는 중국의 안면인식기술 상용화 남용과 과도한 제로코로나 방역 지침의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했던 칭화대 법대 라오둥옌 교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돌연 삭제돼 논란이다. 라오둥옌 교수는 지난 2월과 5월 수차례에 걸쳐 ‘진실의 세계를 직시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방역을 이유로 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주민 감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안면인식기술을 남용한 개인 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제로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민권 침해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을 요약한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부 당국의 제로코로나 지침과 과도한 탄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라오 교수의 SNS가 지난 17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됐으며 18일 현재는 그의 웨이보 계정이 폐쇄된 상태라고 이날 보도했다. 라오 교수는 지난 2016년 중국 인문사회부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청년 학자 1위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지침에 비판적인 그의 발언을 담은 SNS에 중국 당국이 날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이 매체는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을 인용해 ‘라오 교수가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며 시종일관 진실을 말해왔기 때문에 그의 SNS 계정이 강제로 삭제됐을 것’이라고 짐작했다.라오 교수가 게재한 뒤 삭제된 의견 중에는 ‘중국은 어디서나 중국 당국을 찬양하는 목소리만 넘쳐난다’면서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불안감은 오히려 사회 전반에 빠르게 번진다. 거짓된 정보 속에 갇혀 살고 있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에 앞서 지난 2월 말, 게재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지적한 글에서는 ‘전 국민에게 전자팔찌를 채운 것과 같은 악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해당 글은 라오 교수의 SNS에 게재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영문도 모른 채 돌연 삭제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라오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뒤 해임된 전 칭화대 법대 동료 교수 쉬장룬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에서는 라오 교수는 가리켜 ‘중국에 살아있는 마지막 지성’, ‘중국의 광적인 민족주의 하에 유일하게 깨어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해왔다. 한편, 라오 교수의 SNS가 삭제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일명 ‘칠불강’(七不講)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절대로 논해서는 안 되는 7가지 금지 주제를 건드려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칠불강’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직후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보편적 가치, 언론의 자유, 시민 사회, 시민 권리, 중국 공산당의 역사, 권력층 자산 계급, 사법부 독립 등에 대해서라면 신분을 불문하고 발언이 금지된 불가침 영역이다.   
  • “불법촬영→스토킹→살인, 방관한 사법기관…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

    “불법촬영→스토킹→살인, 방관한 사법기관…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과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같은 발언이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복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혐오범죄는 ‘개인에 대한 증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속한 그룹에 대한 적대감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로 정의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017년 ‘한국여성학’ 제33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젠더폭력과 혐오범죄’는 ‘묻지마’ 여부가 혐오범죄를 구성하는 필수요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폭력 같은 젠더폭력 사건들에서 피해자는 우연적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가해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피해 여성은 대체 가능한 불특정 다수가 되고, 이에 피해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공감대는 확산된다. 강남역 사건에 이어 신당역 사건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폭력도 집안의 일로 치부하고 간섭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불평등한 남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으로 인정한다”며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 해서 가정폭력을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에 이은 스토킹, 살인으로 이어지는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며 “똑같이 여성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남성이 있다고 해서 살인에까지 이르는 케이스가 얼마나 되나”라고 반문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여성에게 요구를 거절당한 남성의 폭력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는 곧 페미사이드의 전형이라는 것이다.피해자가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두 번이나 고소했음에도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한 경찰·검찰 등이 구조적인 젠더폭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시스템 없이는 혐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 등 가해자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를 엄벌하는 대신 내버려둠으로써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충실히 조력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당역 사건을 두고 ‘젠더 기반 폭력’이지만,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여성 대상 묻지마 범죄’였던 강남역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자신의 욕구가 수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신당역 사건은) 불법촬영, 스토킹 등을 통해 상대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려다가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라며 “스토킹은 상대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걸 완전히 무시하는 폭력행위지만, 이성애 관계에서 폭력이 남성 중심적으로 낭만화되어 폭력으로 인지가 잘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여가부 수장으로서 김 장관의 안일한 성평등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장관은) 지난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에서도 처음엔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 정정하는 일을 겪었다”며 “그 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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