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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차기 여당 대표가 지킬 대상은 대통령 아닌 국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8월 전당대회가 이른바 ‘진문’(眞文·진짜 친문) 가리기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대표 출마자가 노골적으로 친문을 앞세우고, 당내 친문 인사 수십명이 모여 만들었다는 ‘부엉이 모임’이 최근 부각되는 등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후보 거론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통령과의 친분 정도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에서 ‘진박’ ‘원박’으로 나누며 기승을 부린 최고 권력자에게 기댄 계파 정치가 부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출사표에서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가 적임자”라며 문 대통령을 앞세웠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법무비서관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얼마 전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친소 관계를 바탕으로 (친문과 비문을) 얘기하는 것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현재 당대표 출마 후보로 거론 중인 인사는 ‘친문계’인 이해찬·최재성·전해철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다. 친문 성향의 당원들을 겨냥해 표를 모으는 선거 전략이라고 해도 친문 앞세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엉이 모임’ 논란은 우려를 대폭 키우고 있다. ‘낮에 쉬고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처럼 문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져 어려울 때 지키자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임에는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박광온·박범계·전해철 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전해철 의원 등은 친목 모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당대표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는 등 ‘세 결집’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권 출범 1년여 만에 여당 대표 후보자들이 출마부터 ‘대통령 바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정부의 데자뷔다. 우리는 한국당이 극심한 진박경쟁과 막장공천 끝에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3각 다리처럼 견제와 균형을 이뤄 나가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집권당에서 진문이니 ‘뼈문’(뼛속까지 친문)이니 하며 편 가르기를 하고, 세를 자랑해서는 안 된다.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의 밤을 지키기에 앞서 국민의 평안을 지킨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 [수요 에세이] 남북 경협,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남북 경협,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한반도의 냉전 분위기가 급속하게 반전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닌데 국방비 감축, 북방한계선(NLL) 문제, 자유 왕래, 취업 교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통일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평화 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과 없이 정치적 이벤트로 지나갔다.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큰 틀에서 북한은 어떤 경로를 밟든 개방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가 됐다. 핵 해결 회담은 계기일 뿐이다. 시기와 폭이 문제다. 따라서 남북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각종 협력 아이디어는 성숙하지 못하고 아전인수 격이어서 걱정이 된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 핵심적인 대목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철도, 고속도로, 발전소 등을 남한의 회사들과 전문인력이 북한에 대거 진출해 건설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구경꾼 처지만 될 것이다. 북한이 개방을 한다면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을 따르게 된다. 공산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중국이 공산당 체제하에서 성공적으로 국가 발전을 추진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시진핑과 최근 세 차례나 만나 친밀함을 과시했다. 이는 앞으로 모든 면에서 중국과 더욱 밀접하게 협력하겠다는 자연스런 표현이다. 북한에는 체제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권력자가 바뀌더라도 마찬가지다.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에는 체제에 대한 자존심도 포함된다. 때문에 70여년 동안 체제 경쟁을 해 왔던 남한의 회사나 전문가들이 북한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체제에 금이 가는 일이다. 그리고 주민 관리에도 적잖은 장애 요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중국과 같이 동일한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들이 편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유리하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우리 아니면 안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서면에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기술 등의 자존심을 전체 기술 측면에 확대해석해 자기네 기술이 우리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중국 다음 자리가 있다면 러시아나 일본 등이 아닐까. 우리가 설 자리는 넓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쌀이나 비료 지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운영 등을 협력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업들은 폐쇄적으로 운영돼 일반 북한 주민들은 알지 못했고 식량 지원 외에는 모두 우리가 아쉬워 추진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우리가 간청해서 베풀어 준 사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개방되더라도 이런 방식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는 우리 쪽의 감성은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일이다. 지나친 우려일지는 모르나 북한은 전략상 남한의 안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남한의 방식은 늘 경계의 대상이지 선호의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경제 개발에서 체제를 대표하는 정부 협력 방식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경제협력은 순수 민간 베이스로 해야 한다. 민간 기업도 남한의 단독 기업보다는 북한이나 중국 등과의 합작 기업이나 해외 동포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최근 개방한 공산국가들의 고위 간부들이 가진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들과의 관계는 오랜 시간과 은밀함이 필요하다. 민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남북 협력에서 우리의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 JP가 남긴 한마디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

    JP가 남긴 한마디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

    지난달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책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스노우폭스 북스)가 2일 출간됐다. 김 전 총리가 2016년 5월부터 2017년 가을까지 측근의 도움을 받아 구술로 남긴 유언집 성격의 책이다. 책에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 청년에게 전하는 위로 등 각종 조언의 메시지,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과 정치 철학,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이 담겨 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관에 대해 “분명한 것은 총재나 총리의 위치에서 언제나 대한민국을 받들고 있었다”며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조차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선 “오랜 가난에서 벗어나 남에게 도움받지 않고도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특히 5·16 쿠데타에 대해 ‘군사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김 전 총리는 “정치는 골프보다 어렵다. 골프는 안 맞는다고 책임질 일은 없지만 정치는 책임이 뒤따른다”며 “잘못하면 국민에게 그만큼 해를 입힌다. 그래서 2004년 4월 아무 말 없이 즉각 정계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 권력자들은 제 주변에 사람이 모이면 저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거나, 제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며 “그 결과 대여섯 번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것은 권력의 속성”이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해 임기 중 파면됐다”는 짧은 언급만 했다.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 전 총리는 ‘DJP 연합’ 등 현대 정치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9선으로 역대 최다선 의원을 역임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거침없는 필력의 문장가… 20대에 주몽 노래한 ‘동명왕편’ 남겨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거침없는 필력의 문장가… 20대에 주몽 노래한 ‘동명왕편’ 남겨

    “시문(詩文)을 지을 때에는 옛사람의 격식을 따르지 않고 거침없이 종횡으로 치달려서 그 기세가 끝도 없이 크게 펼쳐졌으며, 당시 조정의 중요한 문서는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려사’ 이규보열전)고려사에 실린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문장에 대한 평가다. 짤막하지만 시와 문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고, 벼슬을 그만둔 후에도 외교 문서 작성을 도맡은 이에게 걸맞은 찬사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규보가 살다 간 시기 고려는 무신 정권과 대몽 항쟁으로 점철된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이었다. #긴 기다림 끝 명예 얻었으나… 그의 인생 역시 거침없는 글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찍부터 문재를 드러냈지만 과거에 몇 차례 낙방했다. 23세에 급제한 후 주변의 추천과 자신의 구직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임용되지 못했다. 32세인 1199년 6월 비로소 전주목 사록으로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모함을 받아 파직당하고 개경으로 돌아왔다. 1202년 경주에서 민란이 일어나자 병부 녹사 겸 수제원으로 종군해 1204년 3월 개선하는 군대와 함께 개경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논공행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해마다 첫 번째로 추천을 받고 칭찬하는 이도 많았으나 관직을 얻지 못했다. 1207년 한림이 된 이후에야 중앙 여러 관직을 거치며 오랫동안 국가의 문장을 담당했다. 재상의 반열인 종1품까지 승진해 1237년 70세로 치사했다. 63세에 잠시 부안의 위도로 귀양 간 일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탄한 관직 생활을 했다고 할 만하다. 이규보의 관직 진출과 승진에는 당대의 권력자인 최충헌의 영향력이 작용했다. 한림이 되기 전 최충헌이 모정(茅亭)을 짓자 이인로 등과 함께 불려가 ‘모정기’를 지었다. 이보다 앞서 1199년 첫 관직에 임용되기 전에도 최충헌의 집에 불려가 시를 지었다. ‘동사강목’에서는 최충헌과 관련된 이규보의 이러한 행적에 관해 “최씨에게 아첨해 사론의 죄를 얻었다”고 평가한다. 이규보 생전에 ‘권력자에게 아부했다’는 비방과 조소가 뒤따르는 계기가 됐다.#천마산의 백운거사 이규보는 18세 때 53세의 오세재와 망년지우가 돼 이인로, 오세재, 임춘 등과 ‘칠현’(七賢)이라 자칭하며 모인 죽림고회에 동참해 시와 술에 침잠했다. 과거에 급제했지만 곧바로 관직에 나가지 못한 이규보는 부친상을 계기로 천마산에 은거해 ‘백운거사’(白雲居士)라 스스로 호를 지었다. ‘백운거사어록’에서는 “거문고와 술, 시 세 가지를 매우 좋아해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하고 싶지만, 좋아하기만 하고 잘하지 못하므로 백운의 장점을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규보는 운(韻)을 부르자마자 나는 듯이 붓을 달려 시를 짓는 것으로 유명했다. 술에 취하면 시는 더욱 거침없어져 ‘만취한 채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지은 장편 율시에 한 글자도 고칠 것이 없다’는 제목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남다른 재능과 축적된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솜씨로, 한림별곡에 ‘이정언 진한림 쌍운주필’(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로 남아 있다. 훗날 술 마시고 하는 시 짓기 내기는 쓸모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젊은 날에 지은 시 300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의 시와 술에 대한 감출 수 없는 사랑은 곳곳에 드러나 있다. 술이 없으면 시도 내키지 않고 시가 없으면 술도 시들해 시와 술이 모두 좋으니 서로 걸맞고 서로 있어야 하네 손가는 대로 시 한 구 짓고 입 당기는 대로 술 한 잔 마셨지 -‘우연히 읊다’ 나이 벌써 일흔을 넘었으며 벼슬 또한 삼공에 올랐으니 이제는 시 짓기를 버릴 만도 하건만 어찌하여 아직도 그만두지 못하는가 아침에는 귀뚜라미처럼 노래하고 밤에도 부엉이처럼 읊노라 -‘시벽’#주변에 미친 세밀한 눈길 이규보의 시 가운데에는 가족과 주변 사물을 노래한 것이 많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세밀한 관찰 결과가 담뿍 담겼다. 그의 시선은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무거운 짐을 지고 매를 맞는 소, 거미줄에 걸린 매미, 고양이, 쥐 같은 동물이나 밤이나 햅쌀 같은 식물 그리고 몽당붓이나 깨진 벼루에도 고루 향했다. 이는 아무래도 오랜 기간 은거하며 유유자적하는 시인의 시선이 가까운 곳에 미친 결과가 아닐까. 밤을 노래한 시에서 ‘밤은 사람에게 유익한 과일인데 밤을 노래한 시가 적어서 짓는다’고 창작 동기를 밝혀 놓기도 했다. 잎은 여름철에 돋고 열매는 가을철에 익네 방울 틈처럼 쩍 벌어지면 윤기나는 알밤 감싸고 있네 제사상에 대추와 함께 올라가고 신부의 폐백에 개암과 함께 놓였네 오는 손님 대접만 하는가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하지 -율시 사람은 하늘이 만든 물건 훔치는데 너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누나 다 같이 먹고살려 하는 일이니 어찌 너만 나무라랴 - 쥐를 놓아주다#역사로 남은 시 천마산에 은거하던 20대의 이규보는 주몽의 사적을 노래한 ‘동명왕편’ 등 장편 시를 남겼다. 동명왕편 서문에서 이규보는 “더구나 동명왕의 일은/중략/실로 나라를 창시한 신기한 사적이니 이것을 기술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장차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므로 시를 지어 기록하여…”라고 구체적인 창작 동기를 언급했다. 또 ‘구삼국사’의 ‘동명왕본기’를 주석으로 밝혀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부나마 내용을 볼 수 있는 것도 그의 역사의식 덕분이다. ‘명종실록’ 편찬에도 참여했다. 살 때보다 팔 때 더 받은 집값을 돌려준 노극청의 이야기를 기록한 ‘노극청전’이나 나룻배를 타면서 겪은 일을 적은 ‘주뢰설’은 청렴과 탐욕으로 대비되는 당대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경종을 울리려는 생각의 발로다. 산문뿐만 아니라 보고 들은 일을 소재로 지은 시들도 이규보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 준다. 화계에서 찻잎 따던 때를 이야기하세 관리들 집집마다 늙은이 어린이 되는 대로 찾아내어 높은 봉우리 깊은 골짜기 아슬아슬 손을 뻗어 멀고 먼 서울까지 등짐 지고 날랐다네 이것이 바로 만백성의 고혈이라 수많은 사람 피땀 흘려 예까지 이르렀네 … 그대 훗날 간원에 들어가거든 부디 내 시의 은미한 뜻 기억하게나 산과 들 불살라 차 공납 금지한다면 남녘 백성 편히 쉼이 이로부터 시작되리 -손한장이 다시 화답하기에 차운하여 기증하다 정영미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 실장■ 동국이상국집은 현전 본은 日서 구해 영조때 간행… 2000여 수의 시·표전·교서 수록 1241년 완성돼 그해 8월에 간행에 착수했지만, 이규보는 9월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이함이 시문을 추가하고 ‘연보’, ‘묘지명’ 등을 더해 12월 53권 14책으로 간행됐다. 1251년 손자 이익배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중간했다. 조선 시대에도 몇 차례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전하는 본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잃어버린 것을 일본에서 구해 와 지금 다시 간행했다’는 내용이 ‘성호사설’에 기록됐다. 영조 때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0여수의 시와 왕명을 받아 지은 표전, 교서 등 다양한 문체의 작품이 수록됐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사시 ‘동명왕편’, 가전체의 ‘국선생전’과 ‘청강사자현부전’, 시화 ‘백운소설’ 등이 있다. 또 재조대장경 판각 경위를 밝힌 ‘대장각판군신기고문’과 금속활자로 ‘상정고금예문’을 간행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신서상정예문발미’ 등 중요한 사실을 전하는 글도 포함됐다. 한국고전종합DB에서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 번역문을 이용할 수 있다.
  • [In&Out] 블랙리스트 이후의 문화정책/정원옥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강사

    [In&Out] 블랙리스트 이후의 문화정책/정원옥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강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단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만들고 이를 실행시키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정책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근본적으로 묻고 성찰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블랙리스트가 10년 가까이 큰 동요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자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조직의 이해를 충족시켜 온 문화 관료들과 산하 공공기관들의 자발적 복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위원회)에 이어 ‘새문화정책준비단’을 운영한 것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가 문화정책의 개혁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해 7월 31일 출범한 블랙리스트 위원회는 지난 5월 8일 진상조사 결과 및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고, 6월 27일에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130명을 수사 의뢰 또는 징계하라는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회의 활동은 이제 종료되지만, ‘블랙리스트 이행위원회’가 발족돼 권고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압박하고 감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1월 15일 활동을 시작한 ‘새문화정책준비단’은 5월 16일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다. ‘문화비전 2030’은 ‘사람이 있는 문화’를 비전으로 △개인별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적 창의성 확산이라는 3대 방향을 제시했으며 문화정책에서 추진돼야 할 9대 의제를 제안했다. 이런 결과들이 한 번에 도출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검열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가 있었고, 촛불시민혁명의 열기가 뜨거웠던 2016년 겨울부터 지난해 봄까지 블랙리스트를 규탄하고 문화정책의 혁신을 요구한 문화예술계의 무수한 토론회와 공청회가 진행됐다. 블랙리스트 위원회와 새문화정책준비단이 주최한 토론회와 공청회, 간담회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머지않아 블랙리스트 백서와 ‘문화비전 2030 보고서’가 발간되고 나면 문화행정의 부끄러운 이면을 낱낱이 드러냈던 블랙리스트 이슈도 마무리될 것이다. 문제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응을 위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로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는데도 문화정책이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한 민관의 체감이 다르다는 데 있다. 문화 관료들의 권위적 태도가 달라졌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블랙리스트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차이, 문화정책의 혁신 정도에서 문화 관료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온도 차이는 커 보인다. 문화 관료들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사과했고, 민관 협치 창구를 마련하는 등 많은 개선을 이루어 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정책 혁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0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의 기자회견은 장관의 철학 부재, 관 주도의 문화행정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비판한 것이었다. 블랙리스트 이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정책의 개혁이 멀게만 보이는 것은 독일의 역사철학자인 에른스트 블로흐가 명명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정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 하는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 현상은 이행기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문화정책의 혁신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 [사설] 검·경은 수사관행 바꾸고, 법원은 위치추적 요건 따져야

    그제 헌법재판소가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과 이동통신 기지국의 통신자료를 일괄 제공받는 ‘기지국수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2조와 13조는 2020년 3월 31일까지만 유지된다. 국회는 통비법을 가능한 한 빨리 개정하고 검·경 등 수사기관은 과학적 증거수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원은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위치추적 요청 등을 꼼꼼히 따져 허용해야 한다. 헌재는 실시간 위치추적이 ‘수사의 필요성’만을 그 요건으로 하여 절차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정보주체인 개인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이 부실하게 통지되는 것 또한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봤다. 특히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통화한 사람들의 기록을 통째로 넘겨받는 기지국수사는 검·경의 수사편의와 효율성만을 도모한 것으로 그 권한 남용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추구 못지않게 사생활 및 통신비밀 보호라는 ‘정보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나 성범죄 단죄를 위한 실시간 위치추적이 필요하다고 검ㆍ경은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송경동 시인 등이 헌법소원으로 문제 삼은 사항처럼 시위참여자, 취재기자, 파업노동자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민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통신비밀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아무리 수사기관의 필요라고 해도 결사의 권리, 표현의 자유, 노동권 등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위치추적 요건을 강화하고 사후통제를 제대로 해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시민을 사찰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앞으로 수사가 힘들다고 우려하지만, 과거의 낡은 관행을 개선해야 마땅하다. 수사기관은 과학적 증거수집 방안을 강구하고 위치추적 자료제공 요청 요건을 구체화하고 사후통제 절차도 강화함으로써 인권을 옹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때다. 인권의 보루인 법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검찰이 실시간 위치추적이나 기지국수사를 요청했을 때 법원은 인권이나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허가 범위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 그간 허가에서 인용률이 90% 이상이었다니,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듯하다. 법원은 검·경이 통신기록을 통째로 넘겨 달라는 허가서를 제출해도, 이를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 ‘썰전 하차’ 유시민의 사이다 어록…진보 어용 지식인부터 비트코인까지

    ‘썰전 하차’ 유시민의 사이다 어록…진보 어용 지식인부터 비트코인까지

    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의 패널 자리를 2년 5개월 가량 지켰던 유시민 작가가 27일 하차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6년 1월 14일 썰전에 첫 출연했던 유 작가는 촌철살인의 정치 평론과 거침 없는 입담으로 사회 이슈를 속 시원히 풀어줘 시청자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유 작가의 ‘사이다’ 어록을 모아봤다. ●“세월호 인양이 혈세 낭비? 그런일 하라고 세금내는 것” 유 작가는 지난해 3월 30일 방송된 썰전에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정부가 감출 게 없다면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한 거냐”면서 “정부와 대통령이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세월호 인양에 거액의 혈세가 들어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국가가 그런 일 하라고 세금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가 믿을만해야 지지하지…” 지난해 3월 23일 방송된 썰전에서 유 작가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이 제기한 ‘개헌안’에 대해 비판했다. 당시 3당은 다음 정부가 3년 과도정부를 하고 개헌 후 4년 중임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국회가 국무총리를 뽑도록 해서 실질적인 내각 통치권한을 주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3당 개헌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들의 합창’”이라면서 “지금 최고 권력자는 대통령인데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뽑으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만 잘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작가는 “2016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기관별 신뢰도와 청렴도 조사에서 국회가 꼴찌였다. 신뢰도는 4점 만점에 1.7점, 청렴도는 4점 만점에 1.6점이었다”면서 “그렇게 욕 먹는 검찰도 심지어 2점은 된다. 국민이 신뢰하지도, 청렴하다고 믿지도 않는 국회가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다면 국민들이 ‘아이고 훌륭하십니다’, ‘그렇게 하십쇼’ 이럴 줄 알았나?”라고 비꼬았다.●“진보 어용 지식인 되겠다” 지난해 5월 11일 방송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다뤘다. 유 작가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언급한 것을 전원책 변호사가 지적하자 유 작가는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다”고 받았다. 이어 전 변호사가 “문 대통령이 납득하기 힘든 비판, 비난도 모두 참겠다고 했었다”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공격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하자 유 작가는 “만약 변호사님이 자기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권에 탄압을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함께 싸워드리겠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권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군대갈 때 잘 안 보이던 분들이 안보타령” 지난해 5월 21일 방송분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과 정부가 대북지원 검토 발표를 다뤘다. 야당이 정부의 안보의식을 비판하자 유 작가는 “우리 군대갈 때에는 잘 안 보이던 분들인데 만날 안보 타령한다”면서 “자기도 군에 좀 갔다오고 아들들도 군에 좀 보내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트코인은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판” 유 작가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해 12월 7일 방송된 썰전에서 유 작가는 “새로운 것을 반기는 것은 진취적인 태도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진짜 손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면서 “비트코인은 사회적·생산적 기능이 하나도 없는 화폐다. 사람들이 빠져드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판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홀대와 굴욕 감수하는 게 대통령 도리” 유 작가는 지난해 12월 21일 방송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가 홀대를 받고 심지어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의 굴욕을 당했다는 논란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 계속 기분 나쁜 상태여서 홀대한 것”이라면서 “원인은 자유한국당 정권이 만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작가는 이어 “사드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보든 도입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보든 이 문제를 일으킨 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인데 (문 대통령이) 그 뒤치다꺼리를 하러 간 거다. 홀대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홀대에 잘 대응했다고 본다”면서 “그 정도 굴욕은 감수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다. 대통령이 굴욕을 감수하면서 (중국) 비위를 맞춰줘서 중국 사업을 하는 분들이 처해 있던 곤경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할 도리를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피플 인 월드] 빈민가의 아들 ‘술탄’이 되다

    [피플 인 월드] 빈민가의 아들 ‘술탄’이 되다

    터키 빈민가 출신의 아이가 총리와 대통령직을 거쳐 행정·입법·사법 3권을 거머쥔 현대의 ‘술탄’(전근대 이슬람 최고 권력자)이 됐다.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25일 최고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전날 동시에 치른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인 52.5%를 득표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고,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42.5%를 득표해 의회 다수를 점유했다. 총선에서 연대한 여권 전체 득표율도 53.6%로 과반을 넘었다. 대선 경쟁자였던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후보 무하렘 인제는 득표율 30.7%에 그쳤다. 지난해 터키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한 후 첫 선거에서 에르도안은 모든 권력을 움켜쥐게 됐다. 새 대통령은 부통령과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을 갖게 되고, 국가비상 사태도 선포할 수 있다. 새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선거를 시행해 당선되면 다시 5년을 재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79세가 되는 2033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사실상 종신직이 된 셈이다.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터키의 흑해 연안 도시 리제에서 해양 경찰의 아들로 태어났다. 13세 무렵 이스탄불에 정착하면서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거리에서 빵과 음료수를 팔아 학비를 번 것으로 전해진다. 빈민가 출신이라는 그의 사연은 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치적 동력으로 작동했다. 그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건 히잡 착용 등 반세속주의 정책으로 보수 무슬림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02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66%를 차지하며 총리에 오른 게 기점이다. 이후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그는 ‘3연임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고, 2014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권좌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7월 발생한 반(反)에르도안 세력의 쿠데타 이후 강력한 대통령제 개헌을 정치적 승부수로 내밀며 반대 세력과 언론 등에 재갈을 물렸다. 그의 개헌안은 지난해 3월 국민투표에서 51%로 가결됐다. 올해 터키 리라화가 급락하고 물가가 치솟으며 경제 위기가 닥치자 그는 대선과 총선을 1년 5개월이나 앞당기는 승부수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터키 국민들이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가 강력한 국가 건설과 테러 위협으로부터 조국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에르도안 대통령 독재의 서막이 열렸다”면서 “그는 전례 없는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며 거의 완벽한 면책권까지 갖게 돼 탄핵도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만다 슬로틀 선임연구원은 “터키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됐다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만큼 향후 민족주의적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투옥돼 옥중 대선 후보로 나선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HDP) 대표는 “지금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지른 일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영화의 가장 무서운 부분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두려움과 절망의 정권이 목을 조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1985년 11월 19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네바 서쪽 호숫가의 19세기 저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레이건이 74세, 그해 소련 최고 권력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54세였다.회담 사흘 전 도착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피곤해했다. 그는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같은 늙고 보수적인 소련 지도자들의 ‘복화술’ 같은 대화에 넌더리를 냈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소련 전문가 잭 매틀록 주체코 미 대사와 정상회담 리허설까지 마쳤다. 두 사람은 첫날 회담부터 핵무기 경쟁을 놓고 격돌했다. 고르바초프는 핵군축을 원하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인 ‘스타워스 계획’부터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 회담에서는 흥분한 고르바초프가 “소련인을 순박한 민족 취급 말라”고 소리쳤다. 그날 밤 레이건은 “그는 정말 호전적이었고 젠장, 나도 단단히 버텼다”고 일기에 썼다. 마지막 날인 11월 21일 미·소 정상은 ‘핵전쟁 반대’라는 원론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네바에서 단 하나의 핵탄두도 제거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실패한 협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처음 만난 제네바 회담은 후대에 냉전 종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1년 뒤 1986년 10월 11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핵무기 감축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양국 핵무기 전량 폐기’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적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렬됐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관리들도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대통령의 꿈(고르바초프도 동의한 꿈)은 완벽한 망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4년 뒤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마침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데이비드 호프먼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비밀문서들을 토대로 쓴 800쪽 분량의 책 ‘데드 핸드’(Dead Hand)가 복원한 ‘팩트’들이다. 데드 핸드는 소련이 구축한 ‘자동 핵보복 시스템’ 명칭이다. 호프먼은 그들의 협상은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합의의 단초가 됐다고 평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1985년 겨울부터 1988년 봄까지 네 번 만났고 그 어떤 조약에도 서명하지 못했지만 냉전을 끝냈다. 두 사람은 훗날 “성급하지 않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기의 회담을 통해 서로를 향한 한 발을 막 내디뎠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웃으며 돌아선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우리한테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정확하다. 한반도 냉전의 유물인 비핵화 협상은 이제 시작됐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남·북·미 간 극도의 상호 불신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신뢰 구축 노력이다. ‘공포의 균형’은 전쟁을 억누를 뿐이지만 ‘이익의 균형’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하물며 미·소 정상은 서로의 ‘데드 핸드’로 악수했지만 역사적 전환점을 이끌어 냈다. ipsofacto@seoul.co.kr
  • 특검, ‘국정농단’ 최순실 항소심도 징역 25년 구형

    특검, ‘국정농단’ 최순실 항소심도 징역 25년 구형

    “삼성 지원 뇌물 아니라는 1심 판단 납득 못해”“엄벌해야 할 사안 처벌 공백은 안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이 구형됐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5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 결심공판에서 “원심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 판단과 함께 원심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과 특검은 1심에서 최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여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 9000여만원을 선고했다.판결한 바 있다. 특검은 ”대통령 권한에 민간인인 피고인이 과다하게 개입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주권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한 사안“이라며 ”최고권력자인 대통령과 배후 실세인 피고인, 재벌 후계자가 장기간 유착관계를 형성한 정경유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특검은 1심에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미르·K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1시간가까지 집중 거론했다. 1심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박 전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민간인 최씨가 재계서열 1위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도록 다시 한번 빈틈없이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또 “직무권한이 방대한 대통령과, 현안이 많은 총수가 뇌물을 주고 받았다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처벌에 공백이 생기면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투표율 60.2%, 탄핵 경험 작용 네거티브·색깔론 편 야당 심판 민주당 PK 광역단체장 첫 배출 보수·진보 간 경쟁 시대적 요구 일부 벌써 2년 뒤 총선 정조준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는 단순한 선거의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 14곳 승리, 민주당의 부산·경남(PK) 지역 석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 배출, 대구·경북(TK)으로 쪼그라든 자유한국당 등의 ‘충격적인 선거 결과’는 모두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투표율에 숨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까지 겹쳐져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60.2%에 달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여당의 낙승이 예상되는 선거임에도 국민들은 왜 굳이 투표장에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힘을 모으면 최고 권력자까지 바꿀 수 있다는 ‘성공의 경험’이 정치 참여 의식을 높였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투표의 힘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투표로 바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이자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촛불 민심이 여전히 국민을 투표장으로 끌고 가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네거티브 공세, 냉전주의적 색깔론, 지역감정 유발 등 구시대적 선거 프레임이 등장했지만 민심은 오히려 시대적 변화를 보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을 끌어안은 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에 유권자들이 PK를 선물한 것은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 구도를 깨고, 보수와 진보가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 보라는 시대적 요구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당의 참패는 ‘보수의 몰락’이 아닌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14일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대해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 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계열 구미시장의 출현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평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구미시민 저변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나, 그동안 ‘박정희 상징’을 동원한 정치 권력에 의해 발현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체제가 변화했음에도 정당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구축한 권위주의적 국가 운영 모델의 헤게모니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4·19혁명부터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국가권력에 반대한 많은 민주화운동이 있었지만, 그 중심은 사실상 학생들이었다. 이와 달리 촛불혁명에는 이념과 연령을 초월한 다양한 시민들이 결집해 정치와 사회를 움직일 무한한 힘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특파원 리포트] 세계 최고 권력자 트럼프, 월급은 마이너 야구 선수급

    [특파원 리포트] 세계 최고 권력자 트럼프, 월급은 마이너 야구 선수급

    美 트럼프 40만弗… 권한 비하면 적어 英 엘리자베스 여왕 약 1억弗로 독보적 싱가포르 리셴룽, 170만弗 선출직 으뜸 문재인 대통령 약 20만弗로 8위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4억 2800만원)다. 세계 최고 권력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봉은 많은 걸까. 미 프로야구(MBL)나 프로농구(NBA) 등에서 연봉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스포츠 스타들보다 아주 적다. MBL 최고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27·LA 에인절스), 클레이턴 커쇼(30·LA 다저스) 등은 이미 3000만 달러를 넘긴 지 오래다. 미 대통령의 월급은 MBL의 마이너리그 선수 수준이다. 또 애플, 아마존 등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에 비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미국의 한 시사평론가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게는 ‘연봉’보다 최고의 ‘명예’와 ‘예우’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특히 세계 최고 권력자로 불리는 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면 더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수반인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왕실의 왕·여왕 중 가장 고소득자는 누구일까.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최근 보도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가수반 중 독보적인 연봉 랭킹 1위다. 그녀는 1년에 1억 700여만 달러를 받는다. 연봉이라기보다는 연소득 개념으로, 많은 왕실의 재산과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연소득을 영국인 1인당 GDP로 환산하면 2660명분에 달한다. 또 영국인과 북아일랜드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면 1인당 1달러 62센트씩 줄 수 있는 큰 돈이다. 연봉 40만 달러를 받는 세계 최고 권력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4% 정도를 받고 있는 셈이다. 연봉 랭킹 상위에는 대통령과 총리 등 선출직 국가수반보다 모두 ‘왕실’이 차지했다. 이는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에 ‘품위 유지’를 위해 왕실 재산의 수익금을 분배받기 때문이다. 2위는 벨기에 필리프 왕으로, 매년 1445만 달러를 받는다. 이는 벨기에 국민 346명의 평균 연소득과 비슷하다. 3위 역시 덴마크 왕실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1354만 달러)으로 조사됐다. 주요국 대통령이나 총리 중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단연 으뜸이었다. 리 총리의 연봉은 170만 달러로, 2위인 트럼프 대통령의 네 배가 넘었다. 3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로 26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로는 여성 수반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4만 2000달러)가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봉은 19만 8000달러로 8위를 차지했다. 재미있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봉이다. 시 주석의 공식적인 연봉은 고작 2만 600달러로, 한국 신입사원보다 적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프 “친서 내용 보기를 고대”… 정상회담 일정 연장 시사

    트럼프 “친서 내용 보기를 고대”… 정상회담 일정 연장 시사

    뉴욕 맨해튼 풍경 자랑하며 설득 CVID·CVIG 서로 접점 찾은 듯 “北 완전한 비핵화 땐 경제 번영” 美당국자 “충분한 진전 위해 압박”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만찬에 이어 31일 이틀째 회담을 이어 갔다. 두 사람의 회동은 하루 간격으로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 있는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이뤄졌다. 양국 최고권력자의 ‘복심’인 두 사람이 양측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내용은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걸림돌인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CVIG)에 대한 서로의 견해였다. 일각에서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실무회담에서의 조율 합의를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최종 확인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을 찾았다는 것은 사전 조율이 끝났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평양에서 온 대표단이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점도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고위급 회담에 대해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뉴욕 담판’을 끝낸 김 부위원장이 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친서도 직접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보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만찬에서도 김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소개하며 ‘북한에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계자는 만찬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연속 진행된 고위급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비핵화 목표가 CVID라는 점을 확고히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주장해 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곧 경제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뉴욕 스카이라인’ 풍경으로 가시화하려고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미 양측 간 진행 중인 실무·고위급 협상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우리가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것은 핵 프로그램이 북한을 (오히려) 덜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더 좋은 길이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체제안전 보장을 기꺼이 북한에 제공하고, 그뿐만 아니라 북한이 더 큰 경제적 번영을 누리도록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생산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리는 행동을 원한다. 확실한 약속을 원한다”며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은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뉴욕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증오·이념의 ‘페스트’ 극복하는 분단 한반도 은유”

    “증오·이념의 ‘페스트’ 극복하는 분단 한반도 은유”

    “페스트(흑사병)는 ‘보이지 않는 공포’라 더 두렵고 정신마저 황폐화시키는 존재예요. 스스로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그래서 헌법마저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에서 가해진 ‘블랙리스트’도 일종의 페스트죠. 하지만 공포와 부조리가 전부는 아니에요. 카뮈는 화해와 휴머니티, 저항 정신을 통해 페스트를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줘요. 그게 페스트를 국립극단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요.”지난 1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페스트’는 박근형(55) 연출가가 5년 만에 국립극단에 복귀한 작품이다. 그가 2013년 9월 국립극단에서 초연한 연극 ‘개구리’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악평을 받으면서 정부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발단이 됐다. 지난 22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박 연출가와 페스트의 무대를 만든 박상봉(39) 디자이너를 만났다. 박 연출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부터 ‘페스트’까지 두 사람이 ‘합’을 맞춘 작품만 7편에 달한다. 1947년 발표된 ‘페스트’는 ‘이방인’과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카뮈의 대표작이다. 지중해의 소도시 ‘오랑’에서 어느 날 쥐들이 떼로 죽은 후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죽어간다. 페스트가 점령한 도시는 외부와 차단돼 고립되고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카뮈의 페스트는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된 고전이지만 2015년 한국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라는 현실 상황이 됐다. 페스트를 직접 각색한 박 연출가는 “병균이 재난이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한국 사회와 연결됐다”며 “하지만 작품을 구상하면서 동시대 문제로 다루고 싶었던 건 메르스가 아니라 증오와 이념이 지배하는 분단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카뮈의 페스트를 비틀어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빗댄 건 ‘박근형표’ 반전이었다. 그는 원작의 해안 도시 ‘오랑’을 연극에서는 고립된 섬으로 바꾸고, 거대한 철문 방화벽을 무대에 내리는 방식으로 한반도의 ‘장벽’을 상징화한다. 박 연출가는 오랑을 한반도로, 장벽은 남북을 가른 휴전선으로 대입해 연상했다고 한다. “남북 간 적대감이야말로 거대한 페스트 같은 거예요.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집단 최면이나 광기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원인인 페스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그것에 대응하는 태도, 그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박 디자이너는 “작품에서 보면 권력자가 장벽을 더 높게 올리고, 군인들이 감시하면서 공포를 키우고, 페스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한다”며 “박 연출가가 무대에 장벽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아, 남북 분단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의 토로다. “장벽이 필요하다는 연출가의 주문을 어떻게 소화할까 꽤 고민했어요. 그러다 철로 된 방화벽을 떠올렸죠. 그건 소방법에 따라 공연장에 설치돼 있던 진짜 방화벽이에요. 큰 부담을 덜었죠.” 연극 ‘페스트’의 무대는 극도로 절제돼 있다. 격랑이 이는 바다, 바람 등 자연의 물성을 이미지화한 수조와 커튼을 제외한 소품이나 장치는 무대에서 치워 버렸다. “연극의 공간은 심리적 공간이에요. 고립감이든 공포심이든 배우들이 표현해 내고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박근형 연출가의 미학은 소극장에서 더 생생해져요. 군더더기 없는 무대를 만든 이유죠. 배우들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는 무대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죠.”(박상봉)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조비오 신부 모욕한 전두환 집에 벼락…하늘도 아는구나”

    “조비오 신부 모욕한 전두환 집에 벼락…하늘도 아는구나”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이 되는 오늘 5.18기념재단 박석무 전 이사장은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 대기에 대한 진상 조사, 미수습 시신 발굴작업, 당시 성폭력 피해 증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지휘 체제에 대한 규명이 시급하다고 박 전 이사장은 말했다. 5.18 당시 계엄 하에서 최고 권력자였던 보안사령관 전두환씨는 중앙정보부장 서리까지 겸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사망자 수 조차 당시 학생들은 최소 1000명에서 1500명이 죽었다고 증언했지만 정식으로 인정받은 사망자는 200여명이다. 결론적으로 최종 책임자와 사망자 수, 가장 핵심적인 것들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전두환 회고록을 쓴 ‘전두환의 입’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각종 외국 문서에 당시 최고 권력자가 전두환임이 적혀 있는 것에 대해 ‘미국 문서에 그렇게 써있으면 그걸 믿느냐. 아니다’라고 인터뷰했다.이에 대해 박석무 전 이사장은 “그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기 위해 생떼 같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밀 문서들이 시효가 지나면서 하나 둘 나오고 있고 곧 밝혀지리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에 대한 기소나 처벌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장은 “전두환씨가 조비오 신부님이 ‘헬기 발포가 있었다’고 증언을 한 것과 관련 ‘신부라는 가면을 쓴 사탄이다’라고 이야기해서 사자 명예훼손으로 기소가 된 지난 5월 3일 느닷없이 전두환 집에 번개와 낙뢰가 쳤다”면서 “하늘도 역시 눈을 감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 시절에 부역했던 자들은 나이가 90, 100세를 넘더라도 범죄 행위가 나타나면 지금도 처벌하고, 과거사에 대해서 철저히 규명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그에 응분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당시 여학생들이 계엄군에 의해 집단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 “어른 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5.18에 대한 왜곡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한국 사회 드리운 ‘피해자 코스프레’

    한국 사회 드리운 ‘피해자 코스프레’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최태섭 지음/위즈덤하우스/296쪽/1만 4800원 “너무 억울해요! 억울합니다.”지난해 1월 25일 국정농단 혐의로 특별검사실에 소환된 최순실. 막후에서 국가 주요 안건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및 350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고 권력자부터 돈과 지위에 도취해 갑질로 도마에 오른 재벌가 금수저들도 TV 카메라 앞에 서서 억울하다고 한다. 전작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와 ‘잉여사회’로 알려진 사회학자 최태섭이 쓴 이 책은 억울함이 ‘한국의 시대정신’이 됐다며 왜 그럴까 묻고 답하는 비평기다. 부제인 ‘세월호에서 미투까지, 어떤 억울함에 대한 기록’에서 보듯 최태섭은 근래 10년간 발생한 한국의 사건·사고를 들춘다. 그리고 그 사건마다 붙은 해시태그(#)로 ‘억울함’을 제시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억울’은 공정,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하지만 갑질로 물의를 빚은 경영자들도,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생면부지 여성을 살해한 남성조차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운운하는 ‘억울 배틀’ 사회다.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이 피해자를 만들고 대하는 방식, 그리고 피해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독특한 행태에 주목한다. 그는 “한국 사회는 전쟁, 학살, 색깔몰이, 차별, 착취, 폭력 등 모든 종류로 가해했고, 피해자조차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불순하다고 딱지를 붙여 핍박했다”고 지적한다. 가해자조차 억울하다고 외치는 이 현상에서 그는 또 다른 병폐를 간파한다. 바로 언어의 훼손, 창고 대방출 수준의 ‘아무말 대잔치’에 깔린 저급한 인식이다. 저자는 혐오, 책임 회피, 논점 이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반사회적·반상식적 행태들의 원인으로 언어의 ‘오용’과 ‘사유화’를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기괴한 조어인 ‘좌파 신자유주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유체이탈 화법 등 책임 있는 이들이 ‘막’ 말하고, ‘막’ 행동하면서 공론장이 오염됐다. 저자는 “논리들이 경합하는 게 아니라 모두 소리 높여 자기 이야기만 떠드는 ‘방언 대결’을 펼치고, 비판과 분석이 무색해지는 ‘아무말 대잔치’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건 국립국어원이 아니라 정치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꼬집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커버스토리] ‘국민불신’ 자초한 檢… 지휘라인 47명 중 74%는 장·차관급 퇴직

    [커버스토리] ‘국민불신’ 자초한 檢… 지휘라인 47명 중 74%는 장·차관급 퇴직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년)….법무부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에 오른 11건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당대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했을 사건이 대부분이다. 물음표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마침표가 찍혔던 것이다. 그 결과 십수 년이 지난 현재 검찰 후배들은 ‘국민 불신’이라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서둘러 마침표를 찍었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4일 서울신문이 법무부 과거사위가 선정한 11건의 수사 지휘라인(부장급 이상)의 인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47명 중 74.46%(35명)가 검사장(차관급) 이상으로 공직 생활을 마쳤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검사 2158명 가운데 차관급 이상은 43명으로 1.99%다. 지휘라인의 검사들이 소위 ‘잘나가는 검사’였고, 이미 고위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총장, 법제처장, 대법관 등 장관급까지 승진한 이는 9명(19.14%)이었다. 또 ‘검찰의 별’이라 불리는 검사장급으로 퇴직한 이도 26명(55.31%)이었다. 이 밖에 1급 7명(14.89%), 2급 3명(6.38%) 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기수에서 검사장까지 가는 이는 100명 중 4~5명 정도”라면서 “장·차관급까지 올라간 비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떤 직급으로 퇴직하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면서 “정치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검사장급으로 퇴직하면 1년에 수백억원대의 수임료를 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을 담당한 박희태 당시 부산지검장은 이후 고검장을 거쳐 민정당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국회의장을 지냈다. 또 당시 송종의 부산지검 차장검사도 법제처장까지 올라갔다. 반면 당시 수사 검사로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김용원 변호사는 6년 뒤 검사 옷을 벗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PD수첩 사건(2008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2012년)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다. 아직 현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초기 지휘부였던 이금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현재 법무부 차관이다. 법조계에선 과거에 비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는 줄었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기업이나 정치 사건을 맡게 되는 특수·공안 부장들에게는 여론은 물론 정권의 의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면서 “정치권이 검찰을 독립시키지 않고 도구로 쓰는 것이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만드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사건을 다시 들춰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수사 검사들 문제라기보다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면서 “개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조롱받은 보수정치인 단식투쟁사

    [뉴스를부탁해]조롱받은 보수정치인 단식투쟁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목숨을 담보로 하는 단식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때 쓰는 투쟁 방법입니다. 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이 선택하는 저항 수단입니다. 그러나 종종 여야 정치인들도 단식을 통해 자기 뜻을 표현합니다. 과거 국회 안팎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단식투쟁을 모아봤습니다. 지난 3일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에 돌입한 김 원내대표는 이틀째인 4일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이었습니다. ●‘김성태 감시 CCTV 설치하자’ 국민 청원 등장 국회 본청 앞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 원내대표는 두툼한 패딩점퍼에 밀짚모자를 쓰고 단식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긴급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 등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에 네티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날 낮에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 앞으로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피자 한판이 배달됐는데, 김 원내대표의 단식을 조롱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김 원내대표로서는 유쾌할리 없는 반응입니다. ●국회의원 최장 단식 기록은 27일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최장기간 단식 농성을 한 정치인은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입니다. 현 전 의원은 제주 군사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2007년 6월 7일부터 27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물, 소금, 감잎차만 섭취한 현 전 의원은 체중이 11kg 줄고 혈압이 최저 50까지 떨어지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끝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24년간 정치인 최장 단식 기록을 쥐고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부터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주년을 기념하며 희생자를 위로하고, 전두환 독재 정권에 항의하는 뜻으로 곡기를 끊었습니다. ●김영삼 단식 중단 위해 고기 구운 안기부 전두환 정부는 같은달 25일 김 전 대통령을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시키고 수액을 맞게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을 멈추기 위해 안기부 직원들이 병실 앞에서 고기를 구워 냄새를 피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단식 도중 ‘보름달’이라는 빵을 먹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을 멈추려고 가택 연금 조치를 풀어줬습니다.김 전 대통령의 기록은 2007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간 문성현 전 민노당 의원과 천정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 의해 깨졌습니다. 문 전 의원은 26일간, 천 전 의원은 25일간 단식했습니다. 단식투쟁이 소수당 또는 진보 정치인의 전유물은 아니었습니다. 보수 정치인의 단식은 종종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2016년 단식농성이 대표적입니다. 이 전 대표는 그해 9월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라며 결의에 찬 단식투쟁을 벌였는데, 7일 만인 10월 2일 “민생과 국가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로 끝낸 이정현의 단식투쟁 야당이 김재수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이유였습니다.그러나 이 전 대표가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였다는 점, 국회의장의 사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해 단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 또 공개된 장소가 아닌 새누리당 당대표실 안에서 벌인 ‘나홀로 농성’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 대표의 단식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단식을 만류하자 단식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김재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두 번이나 이 전 대표를 찾아와 “대통령께서 많이 걱정하셔서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러 왔다”고 전했고 이 대표는 이틀 후 단식을 멈췄습니다.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구순의 모친도 막지 못한 이 전 대표의 뜻을 꺾었다”는 낯뜨거운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단식 투쟁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쏠린 의구심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성 친박’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사법부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연장하자 단식에 돌입한 조 대표는 14일만인 같은 달 23일 단식을 중단했습니다.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마친 조 대표는 볼살이 다소 들어가고 수염이 돋은 모습으로 휠체어를 탄 채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무죄로 석방되는 날까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했지만 물과 소금으로 버티다 혈당과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중도 포기한 것입니다.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3년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근 비리의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10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최 전 대표가 흰 국물을 마시는 장면이 목격돼 ‘곰국을 먹었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쌀뜨물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최 전 대표는 결국 특검 도입을 관철시키고 단식을 중단했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동조 단식’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10일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했습니다.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 끝에 미음을 먹기 시작하자 문 대통령도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진태 의원, 법제처장에게 ‘곡학아세’라는 어려운 말 쓴 까닭은?

    김진태 의원, 법제처장에게 ‘곡학아세’라는 어려운 말 쓴 까닭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3일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인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고사성어까지 써가며 법제처장을 비난했다.김 의원은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와 관련해 김외숙 법제처장과 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발인들에 대해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에서 계속 경호할 수 있다고 권력자에 아첨한 곡학아세(曲學阿世) 죄”라면서 “대통령 참모들이 앞장서 법치를 파괴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사람들보다 이들의 죄가 훨씬 무겁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경호법상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는 퇴임 후 최장 15년간 경호를 하게 돼 있다. 다만 대통령경호법 제4조1항6호는 경호처의 경호대상으로 ‘그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을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2월 24일 경호기간이 종료됐다”며 이 여사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업무를 경찰로 넘기라고 촉구해 왔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경호처가 이 여사 경호를 일단 계속하라고 지시하면서 법제처 유권해석을 요청토록 했으며, 김 법제처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이희호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치, 겸손 사라질 때 사회 찢어질 것”

    “정치, 겸손 사라질 때 사회 찢어질 것”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미국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81) 상원의원이 36년간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에서 “정치에서 겸손이 사라질 때 우리 사회가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1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메케인 의원은 오는 22일 출간될 자신의 회고록 ‘쉬지 않는 파도’에서 겸손의 결핍과 이념의 양극화를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이번이 의원으로서 나의 마지막 임기”라며 “다른 동료들처럼 이제는 어떤 결과가 올 것이냐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악성 뇌종양 발병으로 지난해 12월 워싱턴DC를 떠나 지역구가 있는 애리조나 세도나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나는 항상 정치적 분열을 해결하는 데 열정을 갖고 있었다”면서 “여러분이 정확히 본 대로 나는 타협의 옹호자”라고 털어놨다. 그는 오늘날 미국에는 ‘이념의 게토’가 형성됐고 각 이념의 추종자들이 그 안에 은둔해 있는 형국으로, 양극화가 극심하다고 개탄했다. 매케인 의원은 “갈수록 우리는 우리만의 ‘팩트’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반박하는 경험적인 증거들에 대해서는 ‘가짜’라고 낙인찍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정치에는 겸손이 부족하다”며 “겸손이 완전히 사라질 때,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케인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정부의 행위와 권력자의 범죄를 구별하기를 거부했다”면서 “터프하게 보이는 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중요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이지만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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