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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흑주술/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흑주술/이순녀 논설위원

    조선은 ‘유교의 나라’지만 왕실은 불교와 무속신앙을 떠받들었다. 최고 권력을 둘러싼 온갖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궁궐에서 사람들은 합리적 이성으로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여백을 기괴한 주술로 채웠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숱한 주술 관련 사건 중에서도 효종실록에 등장하는 조귀인의 뼈 저주 사건은 그 수법이 매우 엽기적이고 잔혹하다. 인조의 후궁인 조귀인은 사이가 좋지 않던 효종이 즉위하자 여종, 승려들을 포섭해 효종과 대비를 상대로 끔찍한 저주 행각을 벌였다. 죽은 사람의 두골, 벼락 맞은 나무, 시체에서 흘러나온 물을 적신 솜, 마른 뼈를 갈아 만든 가루 등을 몰래 구해다 효종과 대비가 머물거나 자주 드나드는 곳에 숨겼다. 심지어 무덤을 파헤쳐 시신의 살점을 떼어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유승훈, ‘조선궁궐저주사건’). 조귀인은 여종들에게 “수고하지 않고 성공하는 길로는 저주가 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효종이 1651년 수리도감을 설치해 3개월간 승려 2000명을 동원해 궁궐 내부의 저주 흔적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왕실 대대로 오랫동안 은밀하게 숨겨 온 저주물이 다량 발견된 걸 보면 이런 비뚤어진 주술 의식에 빠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을 둘러싸고 ‘흑주술’, ‘주술 테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2일 SNS에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묘소 봉분 둘레 네 곳에 구멍이 파였고, 두 개의 돌이 놓여 있었다. 첫 번째 돌에는 ‘生’(생), ‘明’(명), ‘氣’(기)가 적혀 있고, 두 번째 돌의 경우 앞 두 글자는 ‘생’과 ‘명’으로 식별됐으나 마지막 글자는 불명확하다. 이 대표는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기원하는 ‘흉매’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니 범인과 범행 동기를 철저히 규명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타인이 죽거나 쓰러지길 비는 흑주술은 고도로 응축된 증오의 결정체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 인형에 바늘을 꽂거나 초상화에 활을 쏘는 저주술이 시민단체 집회에 버젓이 나오는 판이다. ‘천공 스승’ 논란에 이어 흑주술 의혹까지, 어쩌다 우리나라가 주술의 나라가 됐는지 참담하다.
  • 송가인 2년 연속 한국문화재재단 홍보대사

    송가인 2년 연속 한국문화재재단 홍보대사

    한국문화재재단이 가수 송가인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9일 전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위촉식에 참가한 송가인은 “작년 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전통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자부심을 느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재단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판소리를 전공한 국악인이자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은 지난해 2월 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돼 ‘인천국제공항 명예수문장’ 행사에 명예수문장으로 참여하고 궁궐 비대면 체험 프로그램 ‘궁온’ 프로젝트 홍보 영상에 출연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문화유산채널 역사 토크쇼 등 재단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최영창 이사장은 “어느 때보다 K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송가인씨 같은 인기가 높은 대중예술인이 전통문화 홍보에 참여해 주어 든든한 마음”이라며 “작년 바쁜 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독립 만세” 외친 그날처럼 탑골공원 정체성 되찾는다[현장 행정]

    “독립 만세” 외친 그날처럼 탑골공원 정체성 되찾는다[현장 행정]

    “종로구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더 큰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민족정신이 깃든 탑골공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 합니다.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출범이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난 1일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탑골공원은 1919년 3·1운동 당시 참가자들이 운집해 만세 운동의 발상지가 된 곳이다. 팔각정은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탑골공원은 역사적 중요성에도 ‘노인들의 성지’로만 여겨지며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곳으로 방치돼 있었다. 이에 구는 이 장소가 지닌 가치를 되살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성역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구는 이를 위해 지난 1일 3·1절 기념식과 함께 사업 추진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며 초석을 다졌다. 기념식에는 개신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협의회 등 각 종단 관계자가 한데 모여 화합을 이뤘다. 대일항쟁기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이후 의견이 갈렸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의 후손도 함께 자리했다.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씨와 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은 정 구청장과 함께 자리하며 환담을 나눴다.정 구청장은 기념사에서 “대일항쟁기 이후 분단과 전쟁의 역경을 딛고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 민족이 극복하지 못한 이데올로기 분열의 열쇠를 ‘3·1운동 정신’, ‘화합과 통합의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로를 궁궐이 있는 옛 도읍이나 한양의 중심이 아닌 역사와 감동, 그리고 미래를 위한 교훈이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이날 대회사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범국민추진위 발기인이 발표했다. 국군기수단 태극기 행진과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 연주, 남경주 홍익대 교수의 ‘독립선언서’ 낭독,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학생 등이 꾸민 만세삼창 플래시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정 구청장은 “민족정신과 역사성을 투영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 탑골공원을 모두에게 ‘열린 공원’으로 다시금 조성할 계획”이라며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탑골공원의 진정한 의미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되찾는 뜻깊은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서울광장] 흥분 가라앉은 청와대 ‘역사 밝히기’ 시작해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흥분 가라앉은 청와대 ‘역사 밝히기’ 시작해야/서동철 논설위원

    필자가 사는 파주에는 고려시대의 대형 문화유산이 두 곳 있다. 용미리 마애불은 사진으로도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수많은 총상의 흔적이 안타까운데 6·25 전쟁의 역사를 보여 준다. 이곳이 한반도 남북을 잇는 요충지임을 깨닫게 한다. 실제로 용미리는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서울과 개성을 잇는 1번국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애불에게서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용미리 마애불 남쪽으로는 혜음원 터가 산기슭에 펼쳐진다. 발굴조사 끝에 전모가 드러난 혜음원 터를 찾으면 궁궐을 방불케 하는 규모에 놀라게 된다. 혜음원은 불교국가였던 고려의 국영 사찰이자 숙박시설이었다. 가장 중요한 손님은 수도 개경(開京)에서 오늘날의 서울 남경(南京)을 순행하는 역대 임금이었으니 행궁(行宮)급 시설이 필요했다. 서울은 풍납토성 발굴에 따라 한성백제의 실체가 구체화되면서 ‘2000년 역사 도시’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이 고려시대에도 수도급 위상을 가진 도시였다는 사실은 부각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상징성이 강조될수록 그 땅 아래 잠자고 있을 남경의 역사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경은 개경, 서경(西京)과 함께 3경의 일원이었다. ‘도선비기’(道詵秘記)에는 ‘고려의 땅에는 3경이 있다’면서 ‘송악을 중경으로, 목멱벌을 남경으로, 평양을 서경으로 하는데, 11~2월을 중경에서 지내고, 3~6월을 남경에서 지내며, 7~10월을 서경에서 지내면 36제국이 와서 조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전한다. 도선은 통일신라 말의 선승으로 실재 인물인지조차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도선의 도참사상은 고려왕조 내내 3경설을 넘어 천도설의 근거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 지역은 통일신라시대 한양군이었는데 고려는 개국 초기에 양주로 이름을 고쳤다. 현종 원년(1010) ‘양주에 머물러 있었다’는 내용이 ‘고려사’에 전한다. 현종은 거란이 침입하자 임진강을 건너 삼각산 아래를 피난처로 삼고 있었다. ‘도선비기’가 아니더라도 서울을 이루는 지형이 외적 방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이 도읍할 만한 땅이라고 역설한 풍수지리나 도참사상은 상당한 지리학적 사고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종은 1068년 남경에 새로운 궁궐을 창건했다. 서울 광진구인 아차산 아래 광나루 북쪽에 있던 양주의 읍치(邑治)는 동쪽으로 옮겨 갔다. 새 궁궐을 지은 곳이 청와대 터다. 이후 역대 왕의 남경 순행은 이어졌고 대규모 왜구의 침범이 잦아진 공민왕 시대 이후에는 남경 천도론이 비등했다. 실제로 공양왕은 1390년 ‘한양 천도’를 선언하기도 했다. 신하들의 반대에 밀려 이듬해 개경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앞서 1308년 남경은 한양부가 됐다. 지난해 문화재청의 ‘경복궁 후원 기초 조사 연구’에서는 고려시대 기와가 발견됐다. 조사단은 “회청색의 경질이라는 특징을 지닌 조선시대 기와와 달리 일부는 회색 연질로 조선시대 이전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땅속에 묻힌 유적이나 유물을 찾는 발굴조사가 아니라 단순히 땅 위에 흩어진 유물을 육안으로 집어내는 지표조사 결과였다. 청와대는 20세기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임이 틀림없다.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정치적 성지(聖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잊혀진 역사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청와대를 전면 개방한 직후 흥분된 분위기는 이제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그런 만큼 청와대에 관람객을 다시 모을 콘텐츠를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편으로 청와대와 관련한 정치적 쟁점이 없는 지금이 남경의 실체를 밝히는 체계적 조사를 시작해야 할 때다.
  • 국보 창덕궁 인정전 내부 열린다

    국보 창덕궁 인정전 내부 열린다

    매주 금·토·일 오전 10시 30분 창덕궁 인정전 내부가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3일부터 4월 30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인정전 내부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 국보로 지정된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높은 천장을 받들고 있는 중층 건물로 외관은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위아래가 트인 통층의 형태다. 화려하고 높은 천장 중앙에는 단을 높여 구름 사이로 두 마리의 봉황 목조각이 달려있어 으뜸 공간으로서의 권위를 극대화한 공간이다. 인정전 안쪽에는 임금의 자리인 어좌(御座)가 있고 그 뒤로 임금이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가 있다.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인정전을 수리하면서 전등, 유리창, 커튼이 새로 설치되고 실내바닥이 전돌(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에서 마루로 바뀌는 등 근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전환기의 궁궐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문화유산 보호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하여 회당 입장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된다. 참가비는 무료로 관람객들은 평소 밖에서만 구경하던 인정전 내부를 둘러보고 중층 목조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내부 공간의 위엄과 권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길섶에서] 심학산/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심학산/서동철 논설위원

    내가 사는 파주시에 심학산(尋鶴山)이 있다. 한강을 향해 솟아오른 해발 194m의 작은 봉우리다. 서쪽으로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머리 오두산, 동쪽으로 일산신도시, 남쪽으로 김포신도시가 거칠 것 없이 바라보인다. 올라가는 데 그리 힘이 들지 않지만 꼭대기에 서면 눈이 먼저 시원해지고 마음도 따라 정화되는 느낌이다. 엊그제 다시 찾으니 고인돌 여럿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모양이다. 고려시대 지도를 보다가 이 고장이 심악현(深岳縣)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니 심학산도 심악산이었다. 조선 숙종 때 궁궐에서 잃어버린 학 두 마리를 이곳에서 찾아 이름을 고쳐 불렀다는 것이다. 숙종이라면 한강에 일산둑을 쌓은 임금이다. 둑은 파주 일대까지 이어졌다. 강물에 잠기듯 봉우리만 솟아 있는 모습이어서 심악(深岳)이라 불렀을 것이다. 둑 쌓기로 풍경이 바뀌면서 이름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역사가 깊은 고장에 사는 재미다.
  • “요즘 中 화장실 보다 낫네”…中 궁궐터서 2400년 전 수세식 변기 발견

    “요즘 中 화장실 보다 낫네”…中 궁궐터서 2400년 전 수세식 변기 발견

    서양 화장실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수메르 문화의 중심지였던 유프라테스강 하류에서 기원전 23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변기가 발견된 것이 인류 역사상 첫 수세식 변기라는 게 정설처럼 알려진 상황이다. 또, 로마 시대에는 현재 공중 화장실과 가장 유사한 형태인 칸막이나 문이 없는 긴 의자형 변기에 여러 명이 앉아 변을 보는 방식의 공중변소도 있었을 정도로 화장실 문화가 조기에 발달했다. 하지만 인분을 주로 농업용 거름으로 활용해왔던 아시아에서는 수세식 대신 수거식 위주의 화장실 문화가 발달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이를 보기 좋게 뒤집는 유적이 중국에서 발견돼 화제다. 최근 중국 산시성 시안시 동북부 옌량구에 위치한 위에양성(栎阳城) 궁궐터에서 귀족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고급 수세식 변기가 발견된 것. 위에양성은 진나라 말기와 한나라 초기 유방이 도읍으로 삼은 유적지로 지난 2013년 4월 대형 궁궐터가 차례로 발견돼 지금까지 ‘진한궁성’으로 불리며 이 구역에 일대를 중심으로 발굴팀이 대거 투입돼 발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바로 이곳에서 최근 약 2400년 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수세식 변기가 발견돼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고대 중국 역대 궁궐터에서 된 유일한 변기류의 유물이자 고고학적으로도 최초의 중국식 수세식 변기라는 것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설명이다. 이 유물은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가 전적으로 담당해 발굴을 진행 중이다. 수세식 변기는 궁궐 3호 건물터 서쪽에서 확인됐으며, 이 일대가 주로 귀족과 왕족들의 화장실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짐작했다. 발견된 유물은 변기 받침대와 하수구로 연결되는 원형의 통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받침대 위는 용변을 볼 때 실제로 사용하는 부분이었으며, 하단은 오물을 밖으로 연결하는 배출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다만 유물 중 일부는 훼손돼 변기 상부 구조의 정확한 형태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2000년 전이든 2만년 전의 것이든 그때 당시 얼마나 깨끗하고 발전된 화장실이 있었는지가 무슨 소용이냐”면서 “현재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최악인 것으로 악명 높다. 살아 있는 현대의 중국인을 위한 화장실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악명 높은 중국의 낙후된 화장실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고대인들의 지혜라고 호들갑 떨 것이 없다”면서 “현재 중국의 현대인들은 그보다 못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왜 그보다 더 낡은 화장실 시설과 문화를 가졌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붉은 머리 학이 전하는 상서/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붉은 머리 학이 전하는 상서/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우리 미술의 최고봉이라 할 상감청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가는 문양이 새겨진 운학문매병일 것이다. 상감청자 운학문매병이 워낙 유명해서 고려 사람들이 특별히 운학문을 애호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름 사이로 하늘을 나는 학의 모티브는 상감청자보다 훨씬 먼저 미술에 표현됐다. 10세기경 송나라나 요나라 무덤 벽화에 학이 나온다. 묘실 내벽 윗부분에 학이 그려진 걸 보면 망자가 신선계에 오르길 희망하는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지안에 있는 고구려 오회분 4호묘와 퉁거우 사신총에도 학을 타고 있는 신선이 그려졌다. 이 벽화들에서는 학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는 학의 이미지가 이때 이미 자리잡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학만을 그린 그림은 당나라 때 시작됐다고 보는데 남아 있는 것은 송의 무덤 벽화가 가장 이르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한두 마리 그리다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점차 많은 학을 그리게 된다.더 많은 복과 장생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서학도’도 그중 하나다. 고대광실 지붕 위로 무수한 학이 날아오르는 이 그림은 북송 황제 휘종 조힐(1082~1135)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푸른 하늘과 흐릿한 갈색 구름이 대조를 이루는 화면 속의 학은 모두 머리가 붉은 단정학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엇갈리게 날아오른 모습이 상감청자 속 학과 같다. 길고 가는 목과 다리, 활짝 편 날개 묘사가 실제 학을 관찰하고 그린 듯이 자연스럽다. 화면의 약 3분의2를 푸른색으로 칠해 청아한 하늘의 느낌을 강조했고, 아래로는 자로 잰 듯 깔끔한 건물 지붕이 보인다. 지붕 꼭대기 양 끝의 처마에는 두 마리 학이 살포시 앉아 균형을 이룬다.휘종은 예술을 숭상하고 장려한 대표적인 군주였지만 정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 송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비난을 받는다. 새로 발흥한 금나라의 침입을 막지 못해 결국 송이 무너지고 휘종과 아들 흠종 모두 금에 잡혀가 머나먼 타향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중화원인 도화원을 전폭 지원하고, 각종 서화 및 골동품을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화가와 작품 목록을 담은 선화화보를 편찬해 후세에 전했다는 점에서 그가 다음 세대의 예술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고려사 연구에 중요한 서적인 고려도경도 그가 보낸 사신 서긍이 쓴 것이다. 수금체라 불리는 그의 필체에 보이는 예민한 성품만큼 휘종의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건 분명하지만 실제로 황제인 휘종이 몸소 ‘서학도’를 그렸는지는 논란이 많다. 학을 그리고 친히 시를 지어 적장자가 아님에도 황제가 된 자신의 통치가 천명임을 강조하려는 휘종의 의도가 엿보인다. ‘서학도’는 1112년 정월대보름 다음날 구름이 낮게 드리운 가운데 학이 무리를 지어 궁궐에 날아와 오랫동안 머물렀던 상서로운 일을 기념한 그림이다. 올 한 해, ‘서학도’의 상서가 모든 이에게 실현되길 바란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계묘년, 서왕모의 옥토끼를 당신에게/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계묘년, 서왕모의 옥토끼를 당신에게/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며칠 있으면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뜬다. 토끼는 복슬복슬 탐스런 털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키우기가 만만하지는 않은 동물이다. 얌전하고 온화해 보여도 꽤나 공격적이라 물리기도 쉽다. 왕성한 번식력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1859년에 영국에서 호주로 가져간 토끼 24마리가 3년 만에 수천 마리가 돼 호주의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토끼는 다른 동물에 비해 늦게 가축으로 길들여졌지만 인간과의 친밀도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이미 한나라 미술에서부터 토끼가 등장한다. 한나라에서는 화상전이라 부르는 독특한 미술을 만들었다. 화상전은 사람이나 풍경, 동물, 이야기 등을 새긴 벽돌에 해당한다.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지만 벽돌보다 넓적하고 크기 때문에 일종의 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궁궐이나 가옥 건물 내외부나 능묘를 장식하는 목적으로 썼던 것이라 한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수가 많다. 표현된 부조의 소재도 다종다양한데 계묘년에 눈여겨볼 만한 것이 서왕모가 있는 화상전이다.서왕모의 이름은 한자대로는 ‘서쪽을 주관하는 왕어머니’라는 뜻이지만 딱히 서쪽을 관할하는 존재는 아니다.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신선 중의 신선으로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서왕모에 대한 한나라 사람들의 신앙은 그가 불로불사의 약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왔다. 즉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화상전 속 중앙에 있는 인물이 서왕모다. 서왕모가 앉은 자리에 호랑이와 용의 머리가 있는 것만 봐도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왼편 아래는 무언가를 빌러 온 사람 두 명이 있고, 오른편에는 넙죽 엎드려 절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위대한 서왕모에게 불사의 약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럼 불사약을 만드는 건 누굴까. 화면 오른편 끝에 있는 토끼다. 두 손으로 촛대 같은 걸 받쳐 들고 있는 토끼가 실제로 불로장생의 약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달 속의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끼가 찧고 있는 것은 떡이 아니라 약이다. 누구라도 탐내 마지않을 불사의 약. 무릎을 꿇고 앉은 토끼 머리 위에 있는 짐승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다. 꼬리가 공작새처럼 갈라졌지만 분명 주둥이가 튀어나온 여우다. 서왕모 아래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은 두꺼비이고, 그 옆에 있는 것은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다. 이들은 모두 서왕모를 따르는 권속들이다. 해를 뜻하는 삼족오, 달을 표상하는 두꺼비와 토끼라는 상징의 원형이 한나라 때 확립됐음을 증명한다. 여기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들은 우리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구미호나 달 속의 토끼 이야기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말해 준다. 서왕모 토끼의 불로장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로나에 지친 온 누리에 계묘년 토끼의 약방아가 효력을 발휘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 정진석 “文, 국가통계 사기극 국민께 사과해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문재인 정권의 국가통계 조작은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 사기극에 가깝다”며 “문 전 대통령은 통계 조작과 관련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 정권은 통계 조작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버렸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2018년 8월 문 정부에서 소득분배 양극화가 악화됐다는 통계가 발표된 직후 황수정 통계청장이 경질되고 강신욱 청장이 임명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서도 통계 조작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하고, 엄정한 사법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후 소득분배 지표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권 입맛에 맞게 달라졌다”며 “소주성이 아니라 통주성 성장”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구중궁궐 청와대 집무실에 앉아 조작된 수치를 받아 보고 그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라 생각했나”라고 따졌다. 정 위원장은 특히 “자고 나면 서울 집값이 신기록을 경신하던 2020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감정원 통계로 집값이 11% 정도 올랐다고 답했지만, 당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아파트 가격은 52%나 상승했다”며 “감사원은 이런 범죄 행위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보수, 진보 패널 간 균형을 맞춰 달라”고 공개 요구하며 모든 방송사에 이런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사 패널 구성을 보면 형식상 구색만 갖췄을 뿐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 마지막 궁중잔치… 대한제국의 초대

    마지막 궁중잔치… 대한제국의 초대

    1902년 12월 3일 오전 9시 정각. 경운궁(현 덕수궁) 중화전 마당에 고종이 어좌에 올라 전정(殿庭)을 내려다본다. 신하 360명, 내빈 33명, 악공 106명, 정대무동 188명 등 수백 명이 황제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움직인다.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壬寅進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국립국악원이 2022년 임인년 끝자락에 120년 전의 ‘임인진연’을 무대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선보인다. 궁궐 마당은 실내 공연장으로, 종일 하던 공연은 100분짜리로 바뀌었지만 고종의 시간을 오늘날의 관객도 고스란히 즐길 수 있게 재현했다. 행사의 상세 내용이 담긴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고증을 거쳤다. ‘임인진연’을 제대로 보려면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열강들의 위협 속에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다. 황태자는 황제의 즉위 40주년과 망륙(51세)을 기념해 진연 개최를 요청했고, 고종은 계속 거절하다가 허락했다.나라가 어려운 와중에 무슨 잔치인가 싶지만 진연은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이는 중요한 행사였다. 근대 문명국의 일원으로서 자주국가의 자격을 갖췄음을 알리고 나라를 지키려는 외교의 수단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그해 봄부터 이상저온이 지속되더니 콜레라까지 유행하면서 11개국 특사가 참석하기로 했던 국제 행사는 연기하고 국내 행사인 진연만 진행하게 됐다. 이마저도 행사를 위해 신축을 추진한 중화전 완공이 지연돼 결국 12월 3일에 열게 된 것이다. 올해도 상황이 비슷했다. 지난 3월에 하려다가 코로나19로 8월로 미뤄졌는데 공연 직전 폭우로 국립국악원 시설 일부가 침수돼 12월로 또 연기됐다. 연출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120년 전에도 임인진연이 두 번 연기됐다가 12월에 진행됐다”면서 “이번에도 역병과 시설 문제로 두 번 연기돼 참으로 기묘한 우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림 속 인물들이 화려한 궁중의상을 입고 무대를 재현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객들은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볼 수 있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이 된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꾸민 훌륭하고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오늘날 국민 모두 보고 즐기는 무대공연용 작품으로 재창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가능하면 내년에라도 다시 무대에 올려 더 많은 분이 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국립세종수목원 ‘한국관광 100선’ 선정

    국립세종수목원 ‘한국관광 100선’ 선정

    국립세종수목원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로 꼽혔다.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14일 세종수목원이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10월 개원한 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정부세종청사와 인접해 있고 65㏊ 규모에 국내 최대 식물전시 유리온실인 사계절온실과 창덕궁 후원과 전남 담양의 소쇄원을 모사한 궁궐정원, 별서정원 등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등 다양한 테마로 2834종 172만본(교목 4만 5958그루 포함)의 식물 관람이 가능하다. 지난달 누적 방문객 150만명을 돌파했다. 세종수목원은 지난 2021년 세종호수공원 일원으로 100선에 포함된 바 있고 비대면 관광지, 올해 안심 관광지 등으로도 선정되는 등 세종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면서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누리집(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영어·일어·중국어 등으로 소개돼 해외 방문객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한국관광 100선 선정은 수목원이 전 국민이 사랑하는 관광 콘텐츠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수목원·정원 문화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나와, 현장] 도어스테핑보다 더 나은 소통은 없다/이혜리 정치부 기자

    [나와, 현장] 도어스테핑보다 더 나은 소통은 없다/이혜리 정치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94일간 61차례 진행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문답)을 중단한 지 3주가 지났다. “더 나은 소통”을 위해 고심하겠다던 대통령실은 쉽사리 재개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하필 도어스테핑 중단 시점과 맞물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자 도어스테핑 폐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재개 필요성이 낮아 보이는 도어스테핑을 두고 대통령실의 고심이 이토록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숱한 반대에도 청와대 이전을 밀어붙였고, 말 많던 도어스테핑을 6개월 이상 이어 왔다. 근거는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와 대국민 소통 강화였다. 그 증거로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된 것이 도어스테핑이었고, 이는 윤석열 정부의 특색이자 정체성이 됐다. 현재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재개·폐지를 포함해 다른 소통 방식까지 고심 중이다. 그러나 윤 정부에서 도어스테핑을 대체할 최적의 소통 방식은 없어 보인다. 도어스테핑은 구중궁궐 속 대통령의 메시지가 참모진을 통해 정제돼 전달되거나 짜인 각본 속에 진행되는 기자회견과는 차원이 다른 소통법이다.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진짜 생각과 원칙, 고심까지 읽어 낼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소통이다. 질문받고 견제받는 ‘탈권위 대통령’이라는 윤 정부가 내세운 정체성에 가장 적합한 소통 방식이다. 물론 도어스테핑 시행 초기 윤 대통령의 감정적 발언, 정부 내 불협화음 노출 등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일련의 사태 속에 발생한 대통령실과 MBC의 충돌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를 감수하고라도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안고 가야 할 대체 불가능한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도어스테핑 폐지론자들의 주장 중 일리 있는 것은 참고해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된다. 대통령실 여러 관계자들은 국정 최고 의사결정자인 대통령의 발언이 늘수록 현안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이 줄고 정책 호흡이 짧아지는 점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발언뿐 아니라 무언(無言), 표정과 제스처 등을 통해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 주고 정책이 완비될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그 방식은 윤 대통령이 세련되게 다듬어 가면 된다. 일각의 주장대로 도어스테핑 횟수를 줄여도 좋다. 문제는 보완해 나가면 된다. 광화문 시대를 열어 수시로 소통하겠다던 전 정권의 공약은 실패로 끝났다. 윤 정부는 소통을 시작했다 포기한 정권으로 남을 것인가. ‘더 나은 소통’이라는 선택지에 도어스테핑 폐지는 없다.
  • 남장여자의 진정한 ‘나’ 찾기[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남장여자의 진정한 ‘나’ 찾기[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얼마 전 ‘국제 에미상’을 수상한 드라마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자란 이유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빠인 세손이 죽자 남장을 해 세자가 되는 설정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구중궁궐 로맨스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남장여자’는 표현이 쉽지 않은 편이지만 그런데도 로맨스 장르에는 꽤 자주 등장한다. ‘다모’, ‘커피프린스 1호점’, ‘바람의 화원’, ‘미남이시네요’, ‘성균관 스캔들’, ‘아름다운 그대에게’, ‘구가의 서’, ‘조선 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그리고 ‘연모’까지. 많은 작품이 ‘남장여자’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런 작품들의 주요한 특징은 여자들이 ‘남장’을 해서 시대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롭게 그려 낸다는 것이다. 나름 전통적인 인기 장르인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이야기에 ‘새로운 시각’을 하나 더 추가시킨 신선한 작품이 있는데, 2020년 3월 12일부터 매주 목요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는 ‘소녀180’(사진·나우원 글, 델라 그림)이다. ●첫사랑과 재벌 3세의 삼각 로맨스 주인공인 반서우는 184㎝의 큰 신장을 지닌 여고생이다. 모델 같은 몸매에 멋진 외모까지 가진 서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성복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까지 겹쳐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우에게 남성으로 착각한 패션 학교 재학생이자 재벌 3세인 구라빈이 자신의 패션쇼 모델을 제안하고, 서우가 고민하다가 모델일 제안을 수락한다. 그 과정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한율과 서우에게 새로운 설렘을 안겨 주는 구라빈, 이렇게 서우를 둘러싼 삼각 애정 전선이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힘 있고 부유한 집의 아이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의 패션 발표회, 첫사랑과 재벌 3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의 삼각관계, 어린 나이에 가장 노릇을 하는 여주인공 등 얼핏 보면 ‘소녀180’은 로맨스물의 전형성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여고생 서우의 정체성 찾는 과정 그러나 이 작품에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확실한 지점이 있는데, 바로 반서우의 정체성이다. 서우는 모델 같은 멋진 외모에 뛰어난 운동신경까지 가졌지만, ‘여자의 몸’이다. 서우는 ‘남자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 때문에 첫사랑 한율에게 고백하는 일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여자다움’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게 계속 ‘원치 않는 일들’을 겪다 보니 ‘이 완벽한 외모와 능력치는 내가 남자여야만 빛나는 것들이었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까지 이르게 된다. 여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이 고민은, 작품 속 모든 캐릭터에게 확장된다. 서우의 오랜 짝사랑인 한율은 집안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억누르고, 남자와 여자를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구라빈은 자신의 양성애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고통 때문에 오랫동안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렇듯 ‘소녀180’은 주요 인물들이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래야만 하는 것’과 ‘당연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매 순간 고민하고 방황하면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적절하게 속도감 있는 전개로 보기에 편하며 서우를 둘러싼 로맨스의 달콤함은 보너스다. 12세 이상이 보는 것을 권하는 작품이다.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고가의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출시한 신발이 논란이다. 여기저기 해지고 구멍 난 데다 군데군데 지저분한 얼룩이 묻은 것을 신상품이라고 내놓았다. 이는 ‘누더기까지 판매한다’는 노이즈 마케팅인 동시에 럭셔리 하우스로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더기 같은 신발은 시간의 경과까지도 다루는 역량이 갖춰져야 만들 수 있어서다. 쓰레기장에서 들고 오면 되겠다는 사람들의 조롱과 달리 이 신발 아무나 못 만든다. 새로움에 경도된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오래된 것이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리에는 ‘옛날 감성’을 흉내 내는 노포 콘셉트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명품 업계에서는 ‘부식된 형태 만들기’를 방법론으로 삼은 대니얼 아샴 같은 디자이너가 인기리에 섭외된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돼 보일 수 있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니 반대로 ‘오랜 시간’을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노력이 나타난다. 건축에서도 일련의 유행이 발견된다. 일본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는 야마구치현에 있는 한 식당의 설계를 맡아 건물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는 형태를 제안했다. 땅에 구멍을 뚫어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경화된 구조체에 흙이 묻은 채로 마감을 해 마치 땅속 개미굴 같은 형태를 취한 것이다. 종종 쓰이는 ‘풍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표어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건물을 오래돼 보이도록 하는 디자인은 장식적인 문제인 한편 ‘복원’과 관련된 역사적 문제로 이어진다. 보통 ‘원래대로’를 재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원래대로’는 낯설고 어색해 얼마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가령 소박하다고 믿어 온 어느 궁궐의 단청을 원래 색 그대로 화려하게 복원하면 옛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듯 말이다. 오래된 것은 으레 수수할 거라는 통념과 시간을 머금은 지금 상태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아무래도 오늘날 사람들이 복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원래 그대로를 재현) ‘그때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방식’(오래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즉 복원의 1차 과제가 전통적인 시공 방식을 찾는 것이라면 다음 관건은 시간에 따라 낡은 모습을 단기간에 표현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각별한 문제가 돼 왔다. 변화가 잦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까닭에 처음 지을 때부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령 마루를 짤 때면 나무가 움직일 틈을 만들고, 지붕 무게에 처마가 처질 것을 대비해 처마 가운데를 일부러 양 끝보다 처지게 만든다. 따라서 온전한 복원이란 이러한 ‘시간의 누적’까지도 흉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도 발렌시아가의 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것을 인위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과연 ‘오래된 것’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던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는 표어에 의문이 이어진다.언제나 새로움을 좇는 패션 업계에서 내놓은 ‘낡아 빠진’ 신발은 절대적으로 동경해 온 ‘시간’이라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오래된 것에게 바라는 것은 ‘오래돼 보이는 것’에 그칠 뿐인지, 아니면 너머의 무엇에 있는 것인지 등등. ‘복원’이 18세기 과거의 것을 허문 프랑스대혁명이 돼서야 처음 등장한 개념이듯 어쩌면 ‘오래된 것’ 자체가 지금 시대의 어느 유행일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여겨지던 빠름과 느림, 최신과 옛것이 한 곳에 뒤섞이는 트렌드 속에서 여러 질문이 잇따른다.
  • “조선 만세토록 전해지도록”… 이성계의 덧없는 꿈 피고 진 폐사지[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조선 만세토록 전해지도록”… 이성계의 덧없는 꿈 피고 진 폐사지[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경주 황룡사지와 감은사지와 사천왕사지, 원주 거돈사지와 법천사지, 강릉 굴산사지와 신복사지, 충주 미륵사지, 부여 정림사지, 익산 미륵사지, 남원 만복사지, 그리고 양주 회암사지…. 그동안 아들아이에게 못 이긴 척 끌려가 방문했던 폐사지(廢寺地)들이다. 내가 낳아 길렀지만 젊디젊은 아이가 어쩌다 ‘폐덕’(폐허 덕후)이 됐는지, 텅 빈 절터나 왕릉 같은 걸 찾아다니는 취미에 몰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 수 없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초등학생인 아들을 끌고 신라와 백제의 흔적을 찾아 어지러이 헤맸으니 어린 눈이 쓸쓸하고 후미진 곳으로 쏠린 데는 물색없는 어미의 탓도 엄연할 테다. 솔직히 말해 폐사지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그나마 당간지주나 탑신이 남아 있으면 다행이고 정비를 마쳤대도 여기 돌무더기가 금당지, 저기 돌무더기가 사문지 식으로 안내판 정도 세워진 게 고작이다. 건물이나 성 따위가 파괴돼 황폐하게 된 터, 그것이 폐허일지니 더한 무엇을 요구하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시인들이 창작해 ‘폐사지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시가 수다한 것을 보면 그 공간이 주는 특별한 영감은 실재하는 듯하다. 붓다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설법하였으니여기 절집 한 칸 없어도 있는 것이겠다(중략)여기 천년을 피고 진 풀꽃들이다 경전이겠다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봉주의 ‘폐사지에서’ 일절이 ‘없어도 있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절집이 없어도 절집이 있고, 경전이 없어도 경전이 있다. 이를테면 삶이 없어도 삶이 있고, 죽음이 없어도 죽음이 있다. 그 모순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종교인에게 신심(信心)이라면 예술가에게는 상상력이다. 텅 비어 있기에 더욱 무한한 양감(量感)으로 다가오는 영감이다. 상상의 절집을 그리고 풀꽃 경전을 읽으며 회암사지를 거닌다. 한순간에 천년이 피고 진다. “이것은 절이 아니라 궁궐이다!”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양주 회암사지는 대단한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빈터가 뿜어내는 고유한 기운이 압도적이다. 경주 황룡사지나 감은사지와 비슷한 듯하면서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리고 떠난 왕에게 분노한 백성들이 불태운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들이 재건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실로 회암사는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나 머물렀던 곳으로 행궁(行宮)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조선 왕실 최대의 왕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고려 때 서역의 승려 지공이 이곳에 이르러서 말하기를, ‘산수의 모양이 완연히 천축의 아란타의 절과 같다’ 했다. 후에 승려 나옹이 절을 건축하기 시작했으나 다 마치지 못하고 죽자 그의 무리인 각전 등이 공사를 마쳐 가옥이 무릇 262칸의 용마루와 처마가 됐고, 불상을 설치한 것이 굉장하고 미려해 동방에서 으뜸이 되니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가히 엄청난 규모에 독특한 미감을 지닌 사찰이 아닐 수 없다. 양주 회암사지는 다른 폐사지들과 여러모로 구별되는 면이 있다. 2022년 1월 고고 유적 단독 유산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선정됐다. 폐사지로서도 처음이다. 그런 타이틀보다 더 색다르게 느껴진 것은 회암사지로 진입하는 입구에 드넓게 조성된 유적공원과 박물관이다. 텅 빈 폐허가 주말이면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찬다. 박물관 앞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고라니 소리를 내며 킥보드를 타고, 가족들은 잔디밭에 돗자리와 접이식 캠핑 의자를 펴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긴다. OX 퀴즈를 풀며 길을 찾는 미로 공원도 있고 곳곳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나들이하기 좋은 장소로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주차장이 가득 차는 지경이라니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런 폐사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테다. 회암사지는 아무리 거닐어도 지루함이 없다. 정작 방문객들 가운데 회암사지의 역사적 의미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지만 그렇다고 회암사지의 특별함이 퇴색하지는 않는다. 석조 계단 소맷돌에는 이태극과 삼태극의 문양이 음각돼 있고, 돌계단 아래 기묘한 동물 문양은 이상적인 왕조 정치의 상징인 기린으로 추정된다. 중심 가람인 보광전을 비롯한 수많은 요사채와 당간지주와 괘불대와 정요대와 수조와 맷돌과 화장실 흔적까지…. 1997년부터 시굴 조사를 시작해 20여년 동안 10만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회암사지는 신생 국가 조선의 왕권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창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하면 때맞춰 문화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돌아보면 더 알뜰한 시간이 될 것이다.회암사는 사라졌지만 회암사는 있다. 회암사지를 마주 보고 왼편 언덕 위에 사라진 회암사를 대신해 1821년 중수된 회암사가 있다. 연대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별것 있겠냐며 언덕길을 오르기 싫은 마음을 은휘했는데 또다시 아들의 억지에 끌려 올라가 보니 오길 잘했다 싶다.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들어와 본래의 회암사를 세운 인도 승려 지공의 부도와 석등, 지공을 따라 국법의 정맥을 이은 고려 승려 나옹의 부도와 석등, 그리고 태조를 도와 한양을 조선의 도읍지로 정한 왕사(王師) 무학대사의 비가 깔끔히 정비돼 있다. 언덕 아래 회암사지를 발굴하던 중 경기도박물관 조사단원이 회암사의 중심 건물인 보광전 터의 두 모서리에서 글자가 새겨진 청동기 조각들을 발견했다. 그에 새겨진 134자를 검토해 보니 청동기는 조각난 금탁(풍경)이었고 내용은 절을 지은 이들의 소망과 발원이었다.“천보산 회암사 보광명전의 네 모서리를 금으로 단장해… 금탁을 매달아 부처님께 바칩니다… 조선이라는 이름이 만세토록 전해지고, 전쟁이 영원토록 그쳐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 함께하는 인연으로 돌아감을 깨닫게 하소서.” 이토록 간절하게 소원을 빈 이들의 이름도 밝혀졌다. 이성계, 무학대사, 신덕왕후 강씨, 그리고 세자 방석. 때는 왕자의 난으로 골육상쟁이 벌어지기 전이었던 게다. 정처 소생의 장성한 자식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아내의 어린 소생에게 ‘만세토록 전해’질 조선이라는 이름을 물려주고파 안달하는 이성계의 마지막 욕심이 고스란하다. 하긴 이제 와서 욕심 사납다 하는 것도 부질없다. 우리는 역사책의 뒤 페이지에 쓰인 이야기를 ‘스포일러’ 당했기에 빈터 앞에서 물거품이 된 영원의 약속을 비소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사라진 회암사를 대신할 수 없는 회암사 경내는 한적하다. 이 작은 절의 주인은 말없는 부도와 석등이 아니라 소슬한 바람이다. 문득 나옹 선사의 시에 정의송이 곡을 붙인 가요 ‘훨훨훨’이 입안에 맴돈다.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사랑도 미움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아아 아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소설가
  • [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대통령실이 어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신선한 일이었다. ‘구중궁궐’에 갇혀 국민들의 눈과 귀인 기자들이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게 청와대 대통령들이었다. 청와대의 관행과 결별하고 윤석열 정부가 연 ‘용산 시대’의 상징이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의중을 솔직히 들을 수 있는 도어스테핑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소통의 장이 잠시라도 중단된다고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이 국민 소통 자산인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은 비난을 감수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발단은 MBC가 비속어 논란을 확산시킨 데서 찾을 수 있다. 불편부당과 공정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공영방송 MBC는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PD수첩’이란 프로그램에서 김건희 여사 대역을 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조작 논란까지 빚었다. 이후 대통령실이 MBC 기자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 지난 18일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선 윤 대통령을 향해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며 고함을 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대통령실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등 ‘MBC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를 내놓았다. 공감 가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래서 MBC가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MBC 3노조의 내부 비판은 일리 있다. 하지만 아무리 MBC가 정치적 중립성에서 벗어난 보도를 했다고 해서 대통령실이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대한민국 언론 지형은 보수 정권에 유리하지 않다. ‘전용기 배제’라는 하책으로 ‘탄압받는 방송사’ 연출을 도운 건 우호적 지형을 더욱 좁힐 뿐이다. 많은 이가 박수를 보낸 국민 소통의 도어스테핑을 스스로 그만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면서 상응 조치도 시사했다. 특정 언론사의 행태로 존폐를 결정하기엔 도어스테핑의 대국민 소통 가치는 소중하다. 대통령실 담당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해당 언론사의 대응도 주목된다. MBC의 추후 조치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실은 1층 현관의 가림막을 제거하고 도어스테핑을 조속히 재개해 국민 소통의 장을 열기를 바란다.
  • [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대통령실이 어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신선한 일이었다. ‘구중궁궐’에 갇혀 국민들의 눈과 귀인 기자들이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게 역대 청와대 대통령들이었다. 이런 청와대의 관행과 결별하고 윤석열 정부가 연 ‘용산 시대’의 상징이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의중을 솔직히 들을 수 있는 도어스테핑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소통의 장이 잠시라도 중단된다고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이 국민 소통 자산인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은 비난을 감수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발단은 MBC가 비속어 논란을 확산시킨 데서 찾을 수 있다. 불편부당과 공정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공영방송 MBC는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PD수첩’이란 프로그램에서 김건희 여사 대역을 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조작 논란까지 빚었다. 이후 대통령실이 MBC 기자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 지난 18일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선 윤 대통령을 향해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며 고함을 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대통령실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등 ‘MBC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를 내놓았다. 공감 가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래서 MBC가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MBC 3노조의 내부 비판은 일리 있다. 하지만 아무리 MBC가 정치적 중립성에서 벗어난 보도를 했다고 해서 대통령실이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명한 방책이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언론 지형은 보수 정권에 유리하지 않다. ‘전용기 배제’라는 하책으로 ‘탄압받는 방송사’ 연출을 도운 건 우호적 지형을 더욱 좁힐 뿐이다. 게다가 많은 이가 박수를 보낸 국민 소통의 도어스테핑을 스스로 그만둔 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발 방지란 게 해당 기자와 언론사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특정 언론사의 행태로 존폐를 결정하기엔 대국민 직접 소통의 가치가 소중하다. 대통령실 1층 현관에 설치한 가림막을 제거하고 도어스테핑을 하루라도 빨리 재개해 국민 소통의 장을 다시 열기를 바란다.
  • 내면의 풍경 보여 주는 민가 정원, 사진·영상으로 만난다

    내면의 풍경 보여 주는 민가 정원, 사진·영상으로 만난다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식물을 가까이하는 일은 필수였다. 민가의 정원에는 가꾸는 이의 내면이 담겨 주인의 품격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름답게 가꾼 정원을 만날 수 있는 ‘한국민가, 정원의 발견’이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경궁 대온실에서 열린다. 말 그대로 백성의 집을 뜻하는 민가는 궁궐, 관아, 사찰, 향교 등 공공건축과 구분되는 사적 건축물로 민가정원은 이들 집에 딸린 정원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문화재연구원과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2020년 1월 한국 정원의 시대별 변화를 기록하고, 정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의 성과다. 지금까지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의 지정·등록 민가정원 38개소, 미등록 민가정원 59개소에 대한 현장조사와 사진 및 항공 촬영, 3차원 입력(3D 스캔) 등을 진행했다. 전시에는 익산 조해영 가옥과 영동 김참판 댁, 논산 명재고택, 함양 일두고택 등 아름답기로 소문난 민가정원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가상현실이 다양하게 출품됐다. 정원의 생동감을 더하는 꽃,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나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담장과 우물 등 민가 정원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과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제작한 ‘자연을 품은 한국의 전통정원’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앞으로도 국립수목원과 함께 한국의 민가정원 가치발굴과 보존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 화가 시각으로 본 역사… 관악, 인문학 놀이마당 열어

    화가 시각으로 본 역사… 관악, 인문학 놀이마당 열어

    서울 관악구는 깊어 가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한국화를 보고 듣는 유익한 자리를 마련한다고 7일 밝혔다. 구는 오는 15일 오후 7시 관악구청 8층 대강당에서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와 함께하는 ‘화가의 시각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 인문학 놀이마당을 진행한다. 김 작가는 21세기 풍속화를 팝아트로 재해석해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 기법의 당돌함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한국화단의 유망주다. 특히 미술 작품 ‘내숭이야기’로 이름을 알린 미술계의 아이돌 스타다. 한복을 입은 여성과 현대 문화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내숭이야기 시리즈’는 전통의 무게감에 갇혀 있던 한복과 여인들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궁궐, 종묘와 더불어 조선 왕실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의 건축·역사적 가치를 재해석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과거로부터 전승돼 온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연에는 윤혜민 아나운서의 사회와 함께 인디밴드 ‘레드로우’의 공연과 한국가곡앙상블 ‘아랑’의 공연 등 가을밤과 어울리는 문화·예술 공연도 선보인다. 구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관악구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500명을 모집 중이다. 구는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만날 기회를 열어 구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구 관계자는 “강연을 통해 창의적인 시각으로 옛것을 지키며 우리의 것에 대한 올바른 역사의식을 확립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주민 여러분께 삶의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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