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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퓰리처상 수상작 결정

    [뉴욕 연합]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는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전쟁책임론을 주장한허버트 빅스 교수의 ‘히로히토와 근대 일본의 형성’이 올해 퓰리처상 논픽션부문 수상작으로 16일 결정됐다. 일본 히토쓰바시(一橋)대학에 재직중인 빅스 교수가 펴낸이 책은 역사적 사료에 기초해 히로히토 일왕의 전쟁책임론을 주장한 최초의 영어권 책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출간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 책은 37∼38년 난징(南京) 대학살과 연합국 포로들이겪은 고문과 굶주림,중국에서 행해진 생체 병원균 실험 등잔학무도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한 국가체제를 히로히토 일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간토 가쿠인대학의 정치학자인 하야시 히로후미 교수는 일왕의 전쟁책임론은 일본과 미국에서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 왔지만 빅스 교수의 용기있는 주장을 통해 전후 일왕이 면죄부를 받는 과정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 [씨줄날줄] ‘쌀 맛’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 생전에 북한 김일성(金日成)주석은 북한사람들에게 약속했다.몇십년 전까지 남쪽 서민들의 희망도 그랬다.쌀이 귀하던 시절 어쩌다먹는 쌀밥은 풍요의 상징이었으며 최상의 뿌듯한, 심리적포만감을 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일본형(자포니카) 쌀은 인도형보다 길이가 짧고 끈기가 많다.밥을 지으면 기름기가 자르르흘러 군침을 돌게 한다. 푸석푸석한 보리밥보다 쌀밥은 맛이 좋다.밥 맛을 결정짓는 것은 우선 볍씨다.과거 쌀 부족시대에 증산용으로 심었던 통일벼는 굶주림 해소용이었지맛은 별로였다.요즘은 ‘일품’,‘일미’와 ‘남평’ 등고품질에 수확량이 좋은 품종이 다수 등장했다.이 품종들은 전국 쌀 생산량 가운데 24% 정도를 차지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심는 곳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개화도등 간척지 쌀이 으뜸으로 꼽힌다.경기도 쌀과 이천쌀은 우선 선호대상이 되고 다른 지역 쌀보다 값도 비싸다.그러나경기미는 총생산량중 11.6% 정도에 불과해 속아 사기 십상이다.질소비료를 적게 주면 쌀의 단백질 비중이 줄어 밥맛이 더 좋아진다.일조량이 많거나 홍수로 벼가 쓰러지지 않았을 경우 밥 맛이 더 낫다.또 오래 묵은 쌀보다 갓 수확한 햅쌀이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쌀 증산정책이 요즘 자연스레 맛 위주 정책으로 선회하는모양이다. 무엇보다 풍작으로 재고량이 급증,올 연말에는1,000만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이 물량을 1년간 창고에서 보관하려면 820억원이 든다.80㎏가마당 4,450원꼴이다. 막대한 재고관리비용에다 고기와 빵에 밀려 줄어드는 쌀소비도 증산정책을 퇴색시키고 있다.소비자들은 이제 맛이좋으면 더 비싸도 산다. 가공된 쑥쌀과 까만 쌀(흑미)이멥쌀보다 아주 비싸지만 팔리는 세태다. ‘양보다 맛 위주’ 생산으로 농민들은 발빠르게 전환하고 있다.‘진천 일품쌀’ 등 브랜드까지 띄우려고 한다.생산지역과 함께 품종까지 쌀 포장용기에 표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아직 어정쩡한 입장이다.당국자들은 “흉년이 몇년간 지속되면 쌀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증산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때이르다”고 밝히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는듯하다.국내 쌀값은 국제시세보다 5∼6배 비싸다.품질마저떨어지면 그야말로 소비자에게 ‘밥맛없는 일’이 될지 모른다.이제 정부도 고품질 위주의 쌀 정책을 소신있게 펴야할 때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2001 길섶에서/ 증인 한사람

    어느 나라에 기근이 들었다.너무나 오랜 기근이라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었다.이 나라에는 이상한 풀이있는데 그 풀씨는 훌륭한 대용식이 될 수 있으나 문제는그 밥을 먹으면 실성을 하는 것이었다.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은 굶어죽느니 미쳐서 사는 쪽을 택했다.너도나도 ‘미치는 밥’을 먹고 미쳐 돌아다녔다.대신들은 날마다 모여 근심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나라의 곳간은 바닥이 나고 이제는 그들 자신도 그 풀씨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들은 마침내 모두 살아서 미치기로 했다.그 대신 남은식량을 모아 한 사람은 제 정신으로 살게 했다.그래서 그로 하여금 자기들이 제 정신이 아님을 증언토록 했다.그들은 한 사람이라도 제 정신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언젠가는 그들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유대민족의 이 설화는 어쩌면 오늘의 지구촌을 위해 예비된 메시지가 아닐까?김재성 논설위원
  • [함께 사는 지구촌] (3)유니세프

    “1시간에 28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빈곤으로부터 고통받는 어린이를 도와 주십시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는 ‘차별없는 구호’를 창립정신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어린이가 있는 곳이면 인종과 국적, 이념이나 성별 등에 관계없이 어디든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유엔의 핵심기구다.아프리카 난민촌의 굶주리는 어린이,북한의 영양실조 어린이,남아시아의 어린이 노동자 등 전 세계의 ‘고통받는’모든 어린이들이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달 유니세프는 아프리카 수단 바르 엘 가잘 주(州) 내전에 참전 중이던 소년병 2,500명을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재활캠프에 수용,기초교육과 직업훈련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했다.지난 8일에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아프리카사하라사막 이남과 남아시아 지역에서 성행하는 조혼풍속에대해 금지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가장 눈부신 성과를 올린 분야는 ‘어린이예방접종’이다.매년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홍역·결핵 등 6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사업은 연간 300만 어린이의 생명을 구해내고 있다.소말리아와 르완다 내전,북한의홍수피해, 인도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긴급사태가 발생한 지역에도 유니세프는 어김없이 함께 하고 있다.난민촌에는 고아보호소를 만들어 음식과 의약품을 제공하고 임시학교에서어린이들을 교육시킨다. 더러운 물 때문에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에는 펌프를 설치해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아동문제는 모성(母性)을 떠나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유니세프가 ‘여성문제’에 쏟는 관심도 남다르다.산전산후관리·모유수유운동을 적극 권장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엄마에게서 아기로 전염되는 에이즈 막기 운동’에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니세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6년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유럽과 중국의 어린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창립됐다.한국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50년.6·25전쟁을 전후해서 어린이들을 위해 우유와 담요,의류 등 구호물자를 대량 공급했고 93년까지 무려 2,300만달러의 기금을 지원했다.94년에 이르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조직됐다.지난달 방한한 케롤 벨라미 유니세프 총재는 “지난40년간 5세 미만 아동사망률이 한국처럼 크게 줄어든 국가는 없다”며 “이제는 한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965년 노벨평화상 수상 ▲79년 ‘세계 아동의 해’ 선포 ▲89년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채택 ▲90년‘어린이를 위한 세계정상회담’ 개최 등은 유니세프의 빛나는 성과다.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는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 위한 ‘유엔 아동특별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동미기자 eyes@. * 94년설립 유니세프 한국委.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제는 한국이 나설 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현승종·玄勝鍾)는 94년 1월1일설립된 유니세프의 선진국형 기구다. 1950년 6·25전쟁 이후 구호물품과 기금을 지원받으며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는 나라’로 분류됐던 한국이 경제발전과 더불어 ‘유니세프를 돕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본부를 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목표는 ‘세계어린이 현황과 유니세프의 활동을 알리고 기금을 마련해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지진과 전쟁이일어난 지역에 기금과 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 이후 계속 북한에 기금을 지원해왔다.지난달에는 기초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평양에 어린이 구충제 230만정(8억7,000만원어치)을 제공했다. 또 유니세프 홍보와 후원금 마련을 위한 각종 출판자료와비디오물 제작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주업무다.영화배우안성기씨와 소설가 박완서씨가 홍보 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의 모유수유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홍보담당 김재명(金載名·32)씨는 “어린이의 영양과 정서안정을 위해 국내 모든 병원에 모유수유를 권장,‘아기에게친근한 병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세계의 이웃을 돕고 함께 살아가는’ 꿈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활동으로 운영되는 ‘지구촌클럽’과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연합동아리 ‘Youth Club’등.다른 나라의 문화와 처지를 이해하고 나아가 어려운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는 성숙한 세계시민 육성을 목표로기금마련 행사와 연합캠프 등을 벌이고 있다. 이동미기자
  • [함께 사는 지구촌] (2)세계식량계획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삶에 필요한 음식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세계식량계획(WFP:World Food Program)은 ‘기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유엔 산하기구다. 1963년 출범했다.르완다,보스니아처럼 자연재해나 전쟁의 피해를 입은 나라의 희생자와 방글라데시,인도처럼 가난한 나라의 빈민자를 찾아가 식량을 지원해 왔다.배고픔과 가난을뿌리뽑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WFP는 95년부터 5년간 북한에 최대 규모의 식량지원을 해온 단체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다.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북한에 기증된 식량의 67%가WFP를 통해 전달됐다. WFP는 북한 현지조사를 통해 극심한 가뭄,태풍,취약한 생산기반과 경제 문제 등으로 7년째 기근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참상을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또 인터넷 홈페이지의 ‘북한 소식’란을 통해 북한의 상황을 꾸준하게 보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원조를 다각도로 이끌어 내고 있다. WFP는 지난달 발표한 북한의 ‘긴급구호활동 보고서’에서“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280여차례 가정방문을 한 결과 신선한 음식은 거의 없었고 주민들은 여름부터 저장해 놓았던김치 등의 채소에만 의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또 “북한주민들은 50년만에 찾아온 1월 중순 강추위와 눈으로 기근과연료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어려움을 낱낱이 세계에 알렸다. WFP는 보고와 함께 전 세계 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적극적인 원조를 이끌어내 올해 81만t의 식량으로 북한 주민 760만명을 지원할 계획이다.장기 계획인 취로사업과 영양강화곡물,비스켓,국수 구매 등 특별구호에 쓰일 9,300만달러도추가로 모금 중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영양실조율을 보이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음식 공장도 세우고 있다.아기를 위한 이유식 공장,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을 위한 비스킷 공장,임신여성을 위한 영양국수공장 등이 그 것이다. 북한의 평양지부 이외에 세계 83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WFP는 다자 식량원조기구로는 세계 최대 규모.전 세계 식량원조의 36%를 제공한다.또 빈곤여성을 위한 개발사업,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대한 유엔체제의 지원과 환경보호 및 개선활동의 최대 지원자다. WFP는 아직도 세계 도처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 증가하고있다고 말한다.지난해 가뭄으로 고통받은 나라는 모두 20여개국에 1억명을 넘었다.이 기구의 지원을 받는 연간 인구도1996년 300만명에서 지난해는 1,600만명으로 늘어났다. WFP는 ‘누군가가 굶주리고 있다면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수 없다’며 인터넷 홈페이지(www.wfp.org)를 통해 세계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진아기자 jlee@. *캐서린 베르티니 WFP사무국장. WFP의 캐서린 베르티니 사무국장은 ‘현대판 나이팅게일’로 불린다.굶주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 배고픈 사람들을 돌본다.그는 북한 구호의 주역이기도 하다. 베르티니 국장이 97년 2년 연속 수해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을 때 미국과 한국을제외한 다른 나라로부터는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그러나 당시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눈으로 확인한 주민들의 참상을 발표했을 때,국제사회는 서서히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후 북한이 가뭄과 홍수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현지 조사를 벌이고 서방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여러외신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호소력있게 전 세계로 전달됐음은 물론이다. 99년 북한이 미사일 문제로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고 있을때도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지원을 줄이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며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의 노력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은 95년 50만명을 위한 2만t의 식량에서 99년 800만명을 위한 87만t의 지원으로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현재 식량지원 외 공장건설 등 북한의자급자족을 위한 기반마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으로는 처음 지난 92년 WFP를 이끄는 핵심 인사가 됐다. 97년부터 5년 임기의 사무국장을 연임하고 있다.기아 구호와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함께 세움으로써 세계 오지나 낙후국가의 뿌리깊은 가난과 굶주림의 악순환을 극복하는데 크게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진아기자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4) 문순홍박사의 생태여성주의

    *“여성·환경문제는 둘이 아니다”. ●여성적 특성이 차별의 요인이라면 그 특성을 생물적 결정으로 봅니까,사회적 요인으로 봅니까? 양면이 다 있습니다.여성에게 생리·해부학적으로 여성적특성이 부여된 부분이 있습니다.여기에다 ‘여성다움’ 에대한 역사·사회적으로 강요된 부분이 있습니다.가정,학교,사회에서 부단히 여성적 특성만을 장려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거든요.초기 생태여성주의는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고,파괴되는 자연의 아픔을 여성이 공감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를테면 1991년에 발생한 대구의 페놀방류 때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여성들이 더 격렬하게나섰습니다.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여성과 자연을 생물학적인 속성으로 연결짓는 논의에 회의가 생겼습니다.환경치유자로서의 구실이 여성들에게 삼중의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오늘과 같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아무리 여성의 권리와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더라도,경제활동여성들의 경우 여전히가사노동의 상당부분이 여성에게 남겨져 있습니다.서구 여성들에게 물어봐도 가사노동을 부분적으로는 남편과 분담하지만 이른바 ‘살림’경영은 여전히 아내 몫이라고 합니다.때문에 여성은 자기 일을 가져도 ‘살림’의 부담을 하나 더지게 되지요.이를 이중부담의 문제라 불러왔습니다.그런데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이 환경치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선긍정적이었지만,여성에겐 또 하나의 부담이란 생각이 들게됩니다.그 한국사례로,1992∼93년 제3세계의 열대림 파괴문제가 나왔을 때였습니다.나무 젓가락과 1회용 기저귀(육아용) 안쓰기 운동을 벌이는데 직장여성들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불편한 거죠.그러면서 왜 이것이 여성만의 문제인가라는생각을 하기 시작했고,이런 의문은 여성=자연이라는 등식은“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주입된 부분이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억압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같이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그렇다면여성주의적 대안은 있습니까? 지금까지 서구근대가 무시했던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그것은 세계를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보는겁니다.우리사회에 여성적 특성인 부드러움,곡선,평화,헌신,다양성,관계성을 불어넣는 겁니다. ●아까 여성의 특성이 가사노동,즉 살림에서 잘 발현된다고했습니다.그렇다면 생명친화적인 여성의 살림살이(죽임의 반대)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벌일 일이지,여성이 남성의 영역을 나눠갖기 위해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에게 여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성,합리성등이 여성에게도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남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도 있습니다.그런데 18,19세기까지는 이성적 분별력,합리적 사고가 여성에게는 아예 없는것으로 단정했지요.이렇게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묶어 종속시켜 왔습니다.지금 지구적 위기는 여기서 비롯됩니다.이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에도 그대로 온존해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이냐, 비지불성 가사노동에 남성이 들어오고 그대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곳에 여성의 특성을 도입하는 겁니다.사회구조에 감성지수를 높이는 거지요.이런 구조가 생태계의 원래 모습입니다.인간개체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의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사회구조가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야 통찰력이 생기고 위기대처능력이 생깁니다. ●그동안 사회 참여에 성공한 여성들이 여성적 장점을 사회화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남북대화에 여성을 대표로 보낸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를 여성으로 하면 과연 평화가 올까요? 배려 차원에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결정권이 있는 자리,그리고 일정한 비율이 중요합니다.여성주의적 신념이 없는 여성 한 두명이 참여하는 것으로는 그들이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남성화 돼버리거나 홍일점의 특혜에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에코페미니즘이 문화구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에 대한 반성입니다.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고정치자금을 만들지 못해 여성정치인이 발붙이기 어려운 남성구조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기술이 여성을 임신 출산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 점을 인정한다면 생명공학은 여성에게 복음일 수도있지 않을까요?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생명은 생(生)인 반면 생명공학은조(造)이기 때문에 생명공학은 반생명적입니다.따라서 생명공학은 시장에 의한 인간생식능력의 대체이고,특히 여성의생식능력의 상품화이기도 하지요. ●중세기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이 사실은 피임지식을 가진사람들이었고 국가의 다산정책이 이들을 마녀로 지목했다는학설이 있더군요.이런 것으로 봐도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돌려주는 생명공학이 여성해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생태여성주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불임부부에게 희소식이라는 생명복제에서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체세포 복제도 누군가 난자를 제공해야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반다나 시바(에코페미니즘 학자)는 난자(성)의 상품화 가능성을 말합니다.시술과정도 여성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욕적일 뿐더러 탄생한 아이도 기형아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생명공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의료분야가 아니라유전자 변형을 통한 식량혁명인 것 같습니다. 인구 증가와 식량위기,그게 사실은 맬서스테제입니다.1968년에 맬서스적위기론이 제창됐는데 그때 어떤 학자는 제3세계에 식량원조를 중단해야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실제로 미국이 식량무상원조를유상으로 바꾼 것이 아마 1970년대 초일 것입니다.이 신맬서스이론에 대항해 나온 것이 신마르크스 이론인데 절대량보다 분배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요즈음 월드워치 보고서 같은 것을 보면 후자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중단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1세계가 제3세계에 근대화 교리를 팔면서 “너희들도 우리처럼 잘 살게될 것”이라고 달콤한 말을 했지만 지금 제3세계가 그렇게 됐습니까? 안됐지요.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제1세계는 제3세계를 식민화했는데 제3세계는 식민지가 없잖아요.생태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인류가 제1세계처럼살려면 지구가 두개는 더 있어야 합니다.하나는 식민지로,하나는 쓰레기 폐기장으로 필요하니까. ●생태여성주의적 최종 대안,그리고 그 모델은 있습니까? 반다나 시바는 생태민주주의(Bio-Democracy)를 제시했습니다.지역단위 생명자치 모델이지요.지금 제3세계의 굶주림은서방세계의 패권다툼이 빚은 피해이기도 하지만 농업구조상문제이기도 합니다.전통적인 자급농들이 농작물 대신 커피나 맥주 원료의 대량생산농으로 바뀌면서 절대빈곤으로 떨어졌습니다.교묘한 착취지요.생태계는 소비가 없습니다.모든 것은 순환하지요.이것이 생명의 원리입니다.그리고 전통적인자급농은 생태계의 순환에 배치되지 않습니다.생태(여성)주의적 세계관과 사회구조만이 자연의 회복능력을 재생시킬수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여성억압과 생태계의 위기…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명’이라는 단어에 훨씬 민감하다. 여성이 더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신장을 위해 남성 따라잡기에 치중하다가 차츰 반생명 구조의 뿌리인 문화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자연과 인간,남성과 여성,백인과 유색인,선진국과 후진국 식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 사고가 자연과 여성을 착취하는 반생명적 억압구조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다. 생태여성주의의 이론 및 실천운동은 21세기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이다.생태여성주의에 따르면 가부장 구조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서구문명의 자연(환경)파괴는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여성주의가 그려낸 여성해방의 유토피아적 대안이 생태론자들의 생태공동체와 그 이미지가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의 접목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사회운동 차원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은 반핵,반군국주의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결합됐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이는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면서 세계를 황폐화시킨 남성,서구,이성(理性)중심의 가치관과 삶의방식을 바꿔보자는 실천이기도 하다.따라서 여성을 자연과,남성을 문명과 동일시하는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의 특성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조작,복제,그리고 게놈 프로젝트에 생태여성주의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생명공학이 근대과학적 신념에 터잡고 있는 남성성의 정형이고 여성에게서 생식의 특성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반생명 구조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생명 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문순홍(文順弘)박사는 정치,경제,문화 세 영역에서 동시에 자연과 여성의 회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삼중과정론을 펼친다. △문순홍 박사는…. ▲1980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동대학원 박사▲호주 멜버른대,이화여자대학교대 여성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post doctor)▲이화여자대학교,성공회대학교 강사▲대화문화 아카데미 연구위원이언탁기자 utl@
  • [함께 사는 지구촌] (1)케어 인터내셔널

    유엔아동기금(UNICEF)통계에 따르면 새천년에도 지구촌에는전세계 인구 6명중 1명이 극도의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고있다.지금 이 시각에도 인도,엘살바도르 등에서는 잇따른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있다.유엔은 올해를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로 선정,굶주림과 재난 재해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지구촌의 각종 단체와 개인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구호에서 복구,그리고 재건까지’ 세계최대의 민간 원조기구 ‘케어 인터내셔널(CI)’이 내건 슬로건이다. 최근 인도 구자라트주와 엘살바도르를 강타한 강진,볼리비아 산기슭을 덮친 홍수 등 세계 곳곳의 재난현장도 CI같은구호단체가 있는 한 처참하지만은 않다.재해지역이 재건될때까지 이들의 봉사는 수년동안 계속되기 때문이다. CI의 구호작업은 신속한 것으로 유명하다.세계 유수의 언론사들도 이들로부터 재난상황을 보고 받아 1보를 타전할 정도.그만큼 세계 구석구석에 CI의 자원봉사자가 퍼져있다는 설명이다. 엘살바도르에서는 36시간동안 매몰됐던 생존자를 구출할 만큼 구조전문가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구호품 준비는 체계적이기도 하다.인도 강진때도 CI는 생존자들이 여진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예상,대피소와 담요부터 준비했다.그렇다고 무작정 구호물품을 준비하지 않는다.해당국이나 다른 구호단체와 협의,중복되지 않는구호물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들이 세계최대의 민간 원조기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은두터운 후원층 때문이다.인도 강진 때도 CI의 인터넷 홈페이지(www.care.org)를 통한 모금액이 이틀만에 15만달러(1억6,000여만원)를 넘어섰다.재난지역의 자원봉사자는 실상을 알리고,전세계 후원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즉석 후원금을 모아주는 시스템이다. CI는 긴급구호로만 그치지 않는다.전쟁·재난으로 황폐해진국가나 마을이 자립할 때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99년 11월 중순 사이클론이 휩쓸어 1만여명이사망한 인도 북부 오리사주.하지만 1년여동안 케어의 도움으로 오리사주 주민들은 자립에 성공했다.이때 만들어진 공동피난처는 기상정보와 어업기술을 교환하는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CI는 2차대전 종전 직후인 45년 10월 미국의 22개 단체가모여 결성됐다.2차 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유럽인들을 돕자는게 설립목적.CARE란 이름도 ‘유럽을 돕는 미국인들의 모임(Cooperative for American Remittances to Europe)’이란의미의 영문 약칭이다.당시 미국인들은 1인당 10달러씩을 거둬 식료품과 의약품이 담긴 ‘케어 패키지’란 구호품 상자를 1억개 이상 보냈다. 48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원조를 시작으로 원조 대상을 전세계로 넓혀 지금까지 125개국 10억 인구가 CI의 도움을 받았다.원조액은 지금까지 80억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한국도 한국전쟁이후 79년까지 모두 4,910만달러를 지원받은 바 있다.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격인 케어 인터내셔널을 두고 있고 미국,영국,호주,덴마크 일본 등 10개국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정식 회원수는 70여개국 1만여명에 달하고 후원자는 4,500여만명 수준이다.활동범위도 전쟁이나 재난 구호에서 에이즈예방교육,보건·위생 원조,도로 건설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印지진 아픔 보듬는 한국인 NGO들. 지난달 5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강진으로 사망자만 2만5,000여명에 이르고 건물과 가옥이 모두 초토화된 인도 서부의구자라트주. 생존자들은 지진 발생 한달여가 지난 지금 굶주림과 상처,지진의 충격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그 곳에서 한국인의 따뜻한 손길도 인도인의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국제자선 NGO 월드비전 한국지부인 ‘월드비전한국’.서울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월드비전한국’은 다른 100여개국 월드비전 회원국들과 함께 구자라트주에 200만달러의예산을 들여 100명의 긴급 구호팀을 파견했다.식량·의류 등물자배분과 의료지원 등 구호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를 통해 현지구호팀의 일일 리포트를 게재하며 성금모금 활동을 벌이고있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월드비전이 있다’는 모토로 전 세계에서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은 특히 한국과 인연이 깊다.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인 밥 피얼스 목사와 영락교회 원로목사인 한경직 목사가 전쟁고아와 남편잃은 아내들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월드비전을 탄생시켰기 때문.그후월드비전은 미국·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 100여개국으로뻗어나갔다. ‘월드비전한국’은 르완다·케냐·코소보 등의 난민들을위한 구호사업과,베트남·캄보디아 등지에서의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복지관 운영과 결연아동후원,결식아동들을 위한 도시락 제공에 이르기까지 인종·국경을초월한 다양한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90년대 초 빵모양의 저금통에 동전을 채워 굶주린 이웃을 도왔던 ‘사랑의 빵운동’이나,탤런트 김혜자·박상원씨 같은 친선대사의 활약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 월드비전한국의 조석인(趙錫仁) 대외협력처장은 “어려웠던시절,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이제는 우리가 베풀 때”라고 말한다.우리에게는 크지 않은 만원의 돈이면 인도 5인 가족의 일주일 생존이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동미기자 eyes@.* 월드비전 농업자문 김은각씨. “육아원·병원의 아이들이 오이냉국을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그 애들한테는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지요.” 북한 평양 외곽의 농장에서 수경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있는김은각(60·시드니 거주)씨는 요즘 서울·평양·시드니를 오가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월드비전의 농업기술자문으로서지난 94년부터 NGO로는 유일하게 북한 현지에 들어가 감자·야채 등을 재배하며 식량난 해결을 위한 사업에 열정을 쏟고있기 때문이다. 최근 올해 새로 시작할 과수재배법을 알려주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잠시 서울을 들렀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났다.어려서 남한에 내려와 70년대 중반중동에 나가기까지는 평범한 근로자였다.그러나 중동근무 시절 우리 근로자들이 일본산 배추와 무를 비싸게 사들여 김치를 만드는 걸 보고‘배가 아팠다’고 한다.그래서 사막에 처음으로 무와 배추를 심기 시작했다.모래에 물을 끌어들이는방식으로 채소농사가 큰 성공을 거두자 그는 일약‘수경재배의 일인자’로 통했다. 이후 호주로 이민을 떠나 시드니 근교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전문 수경재배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그의 인생을또 다시 바꾼 것은 97년.죽마고우인 월드비전의 한 목사가“북한동포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네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해 왔다.꼬박 사흘동안 끈질기게 요청받은 끝에 이 제의를 수락했다.지금은 1년 중 8개월 이상을북한에서 지내며 동포들을 먹여 살리는 ‘생명의 사도’로봉사하고 있다.‘봉사활동’에 푹 빠지다 보니 시드니농장은 파산지경으로 몰렸고 가족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그러나 “한시적인 물자지원보다는 수경재배기술의 성공적인 전수를 통해 북한의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며 한 번 먹은 결심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이동미기자. * 2001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자원봉사자의 해.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약칭 IYV)’.어떤 형태로든 일반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풍토를 국제적으로 조성하자는게 그 취지다. IYV에는 또한 그동안 효과적으로 조직화되지 못했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체계화하는 원년으로 만들자는 뜻이 담겨있다.유엔은 지난해 11월 28일 뉴욕 본부에서 IYV 출범식을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출범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국내외적으로 이를 촉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출범식 이전인 지난해 7월 30일 각 자원봉사 관련단체 50여명이 ‘IYV 2001 한국위원회’ 창립대회를 갖고 IYV에 동참하고 있다. 유엔은 각국 위원회별로 실질적인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형식적인 국제회의는 삼가고 있다.올해 예정된 국제행사는 오는 3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45차 UN여성지위위원회,이탈리아에서 열릴 자원봉사에 관한 세계회의,오는 10월3일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자원봉사 행정에 관한 국제회의 등으로 많지 않다.지역사회·시민단체·마을주민의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IYV는 국제자원봉사자의 날인 12월 5일 뉴욕·본·도쿄등지에서 동시에 결산 폐막행사를 갖고 금년 활동을 마감할 예정이다. 강충식기자
  • 드라마속 재벌 경영권세습 ‘구태’

    드라마는 현실을 반발짝 앞서가는 거라던가.하지만 재벌들행태 묘사에 있어서는 그 말이 아직 당위론에 불과한 듯하다. 모 벤처기업 회장이 은퇴하면서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 넘겨 화제가 됐던 게 엊그제.IMF체제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화,재벌 해체,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이 자본시장 최대화두가 돼가고 있는 마당에,안방극장에서는 수십년전과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경영권 대물림의 풍속화가 안이하게 되풀이되고 있어 비판의식을 마비시킨다는 지적이다. ■내 회사니까 내 2세에게?/ “너무 컸어.쫓아내야 할 때 쫓아내지 못했어.차라리 사장자리를 비워뒀다가 준휘한테 주는건데”KBS2 월화드라마 ‘귀여운 여인’의 세일그룹 김회장은 요즘외아들 준휘 (안재모)를 회사경영에 끼워넣지 못해 안달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찬 준휘는 정작 사업엔 뜻이없고, 계열사인 세일가방을 이끌며 나름의 수완을 발휘해온건 준휘의 사촌형 훈(이창훈).그런데도 김회장은 조카가 아들과 사적인 충돌을 빚자 전문경영인인 조카를 밀어내고라도경영권을 족보따라 내림하겠다는 것이다. SBS 주말극 ‘그래도 사랑해’는 어떤가.갖은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옆에 붙어 사업을 도운 차남 기철을 “인정머리없다”는 이유로 팽한 박회장(이순재).어떡하든 장남 기현(박상원)을 사업에 끌어들일 궁리 뿐이다.영화공부 하겠다며 외국을 떠돈 그역시 검증된 조건이라곤 핏줄하나 뿐이긴 마찬가지. KBS2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에선 굴지의 재벌 제일그룹서회장(김무생)이 유능한 사원을 경영권을 물릴 사위로 일방적으로 낙점,애가진 약혼녀를 버리라고 종용하는 대목도 나온다.그는 “내 피땀이 밴 제일을 맡아 키울 녀석이야.굶주림속에 독기를 키워온 놈이 아니면 안돼”라며 기업 사유화를 기정사실화한다.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는 당의정/ 드라마속 재벌2세는 대부분 신데렐라의 신분 상승을 보증하는 행운의 카운터파트.재벌세습은 이런 스토리를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화려한배경소품의 하나일 뿐인데 정색할 게 뭐있느냐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다.쉽사리 이상형으로 동화해버리는드라마속 왕자의 재산목록에경영권 대물림을 자연스레 끼워넣어 시청자들의 무의식 속에 이를 당연한 관행으로 각인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결국 시청자들은 꿈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당의정 속에 숨은 재벌세습 ‘논리’를 묵인하게되기 쉽다는 것.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미혁 사무국장은 “이런 구태의연한 설정들로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비판의식이 마비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김삼웅 칼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철학

    “설쇠고 철든다”고 설을 쇠고나서 정치권이 달라질 것인지 기대된다. 내달 5일부터 국회 정상화에 여야총무가 합의했다. 아무려면 민심을 듣고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외 사정으로 봐도 달라 져야 한다. 사인이나 공인이나, 범부나 지도자나 처지를 바꿔 생각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펴다보면 유클리드기하학의 평행선처럼 영원히 접점을 찾지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본위적이고 집단과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다. 소박한 본능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과 더불어 이타심도 있고 유학의 인성론(人性論)은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주장한다. 즉 사단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은악한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사양지심(辭讓之心)’은 상대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선악시비를 판별하는마음이다. 맹자에 따르면 사단은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선천적 도덕률로서, 예를 들면 측은지심의 경우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누구나 아무 조건없이 그 아이를 끌어안아 구하려는 마음이 순수하게발로되는 인간의 착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이 사단설을 성선설의 근간으로서 인간의 도덕적 주체 내지 도덕적 규범의 근거로 삼았다. 인디언 속담에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신발을 신으라”는 말이 있다. 남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처지에서본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처지에 서 본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악성 이기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 상대와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역지사지의 정신이 사라지고 오로지 자기본위, 집단·지역주의가 판친다. 여당은 야당시절을 생각하고 야당은 자기들이 여당이었을 때를 돌아보아야 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망각하듯 여당은 틈만 나면 변칙을 시도하고 탈선을 서슴지 않는다. 야당은 자신들의 개구리적 시절을 잊은듯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고 범법자를 보호하려 무리수를둔다.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그래서 역지사지가 필요한 4개부문을 ‘사단론’에 대입시켜 생각해보자. 첫째, 남북관계다. 적대와 증오관계를씻고 화해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북녘동포들이 굶주림과 추위·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피를 나눈 동포로서 그쪽의 처지를 헤아리고 불행을 아파하는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둘째, 여야관계다. 지금 여당은 야당을 포용하고 지역주의를 탕평하고 소외계층에 희망을 주는 깨끗한 여당이 되겠다던 약속을 잊었는가. 반대로 야당은 날치기와 정치사찰과 의원 빼내기를 능사로 하던 집권당 시절을 잊었는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IMF환난을 초래한 것을잊지 않았다면 경제살리기에 협력해야 나중에 야당의 도움을 받는다. 여야는 ‘수오지심’이 필요하다. 셋째, 영호남 관계다. 영남은 과거 40여년동안 지역패권을 누리면서인사·예산·개발 등 국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권교체로 불과 3년, 그중 일부가 호남쪽으로 이동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박탈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반대로 호남은 과거 소외되고 핍박받던 시절을 돌이키면서 영남을 껴안고양보하여 지역화합을 도모하는 열린자세가 중요하다. 영호남인들은 ‘사양지심’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노사관계다. 민주화의 진척과 더불어 노동운동이 발전한 것은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노조활동이 기업이나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이에 앞서 경영자가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도덕적인자세를 보여야 한다. 노사는 공히 어느쪽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살피는 ‘시비지심’이 요구된다. 아울러 군사독재에 비겁하고 민주시대에 교만한 일부 언론에도 ‘시비지심’은 중요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사람은 자기본위의 욕망과 함께 남을 생각할 줄아는 본성을 갖는 영장이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욕망을 억제할 줄모른다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들은 가마타는 즐거움만 알지,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 못한다(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라고 말했다. 이 시대 모든 주체들이 역지사지의 철학으로 갈등을 해결하자. 국회가 그 중심에 서야한다. 김삼웅 주필
  • 反세계화 지속 추진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반(反) 다보스포럼’을 기치로 내건 세계사회포럼(WSF)이 개막됐다. 환경운동가,좌파 지식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운동가 3,500여명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남쪽 1,600㎞ 떨어진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을 갖고 앞으로 5일 동안 가두행진,워크숍 등을 열기로 했다. 울리비우 두트라 브라질 리우그란데 주지사는 개막연설에서 “사회포럼은 실업과 절대빈곤,굶주림,차별,전쟁,토지소유의 집중화,집단소외,환경파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의 조직된 운동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널드사와 싸워 승리한프랑스의 농민운동가 조제 보브,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미망인 다니엘 미테랑 여사,수하르토 대통령을 실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도네시아의 학생운동가 디타 사리,칠레 작가 아리엘도르프만,우루과이 정치평론가 에돠르도 갈레아노 등 내로라하는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했다.조제 보브는 사회포럼이 “진정한 시민운동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굶주린 야생동물에 식량을”

    최근에 내린 20년만의 폭설로 굶주리는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와 붙잡히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이에 따라 지자체,공공기관,환경단체 등이 먹이주기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은 11일 환경부,한국두루미보호협회,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육군 청성부대 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송저수지 등 철새도래지에서 먹이주기 행사를 가졌다.환경부가 마련한 벼 2,000㎏과 밀 1,000㎏,철원군이 준비한 옥수수 1,000㎏,돼지고기 부산물 500㎏이 살포됐다.강원도는 오는 17일 양구군 방산면 현리 일대에서도 지역주민,군장병들과 함께 2,000㎏의 먹이를 야생동물에게 줄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는 먹이를 찾아 민가주변으로 내려오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주민에게 멧돼지 1마리당 30만원,노루와 고라니 20만원,오소리와 너구리 10만원의 포상금을 줘 야생동물보호에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도 11일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 벌판에서 550㎏의 먹이주기 행사를 가졌다.군은 시민연대,환경지킴이 등과 함께 이 행사를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충북 제천환경운동연합은 오는 18일 감악산과 용두산에서 먹이주기운동을 벌인다.옥수수·콩·고구마 200㎏과 건초 등이며 올무,덫 등밀렵 도구도 제거한다.이에 앞서 충주시는 지난 10일 충주 신니면 가엽산과 가금면 을궁산에서 공무원,장병 등 100여명이 참여,먹이주기행사를 열고 건초 1t 등을 살포했다.괴산군도 이날 산림과 직원과 동물보호협회 회원 등이 칠성면 성불산 일대에 배합사료 125㎏을 뿌렸다. 경남 낙동강환경관리청은 오는 18일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를 비롯,지리산국립공원 일대의 야생동물 서식지에 2t 가량의 사료와 배추.무 등 각종 채소류 1t 등을 살포할 계획이다.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산청군,지리산 일대 밀렵감시단과 군부대 등 300여명이 참여한다. 먹이주기와 함께 올무,창애 등 밀렵도구 제거작업도 한다.낙동강환경관리청은 “눈이 쌓이는 시기에는 먹이가 없어 민가나 농경지에 들어가 잡히는 야생동물이 많다”며 “야생동물을 굶주림으로부터 보호하고 밀렵도구 수거를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철원 조한종·청주 김동진기자 kimhj@
  • ‘국보법 철폐’ 처절한 단식농성

    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어귀에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30여명이 얼어붙은 눈을 부지런히 치우고 있었다.조끼에는 ‘가라 국가보안법,오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인권운동가연합 단식농성단’ 단원들이다.농성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해를 넘기며 12일째 명동성당 앞 콘크리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매서운 한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단식농성을 벌이고있었다.스티로폼 한장과 담요 한장을 바닥에 깔고 모자,마스크,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뜨거운 물 한잔과 주머니손난로에 의지하며 추위와 굶주림을 내쫓고 있었다. 폭설이 쏟아졌던 지난 7일에는 담요가 젖을까봐 하루종일 비닐만 뒤집어쓰고 농성을 강행,속옷까지 흠뻑 젖기도 했다.처음 14명으로 시작했던 단식농성이 비전향장기수,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대학생,일반시민들까지 일일 동조단식 형식으로 가세하면서 지금까지 단식농성단을 거쳐간 사람만 150명이 넘는다. 지난 2일부터 단식농성을 해온 오영자씨(60·유가협 회원)는 7일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때까지 멈출 수 없다”면서 하루 만에 다시 농성장에 복귀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처절한 투쟁과는 아랑곳없이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9일 끝나는 연말연시 임시국회 내내 정쟁만을 일삼던 정치권은 10일 다시 ‘방탄국회’를 열어 이전투구(泥戰鬪狗)를 계속할태세다. 지난 6일 탈진해 쓰러진 박래군 상황실장을 대신하고 있는 최재훈(崔宰熏·30)씨는 “정치권이 국보법 폐지와 개혁법안 통과를 바라는국민들의 여망을 계속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youngtan@
  • 폭설 강원산간 르포/ 추위·굶주림…악몽의 대관령

    흰색 뿐이었다.대관령 등 강원도 영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이틀째 눈속에 갇힌 차량들이 지친 듯 늘어서 있었다.8일 오후 하늘에서바라본 강원도는 이틀동안 내린 98㎝의 폭설로 도 전체가 온통 눈속에 갇힌 듯 했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와 양양군 어성전리 등 산간지역 30여개 마을은 줄이 끊긴 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언제 다시 외부로 이어지는 도로가 뚫려 비상식량 등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산골마을 주민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구비구비 이어진 도로 곳곳에서는 모든 제설장비들이 동원돼 켜켜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아예 눈속에 파묻힌 차량들로 인해 제설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차량을 옆으로 견인한 뒤 눈을 치우는 사이 도로변에 쌓인눈이 바람을 타고 다시 도로 위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계령·진부령 등 경사가 완만한 고개 도로는 간간이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량들이 눈에 띠지만 미시령·구룡령 등에는 제설작업 차량들만 오갈뿐 모든 통행이 금지됐다.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횡계IC∼강릉시 성산면 대관령 2차선 구간에서는 차량들이 이틀째 눈속에 갇힌 채 꼼짝없이 멈춰 서 있었다. 제설작업이 진행되며 뒤엉켰던 차량들이 제 자리를 잡고 도로여건이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차속에 갇힌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지난 밤 2㎞ 떨어진 대관령휴게소로 걸어서 가 차량 휘발류와 먹거리를 사와 이틀째 버티고 있다는 박연준(朴然俊·43·서울)씨는 “동해바다로의 주말 가족나들이가 이처럼 고생길이 될 줄은 몰랐다”고말했다. 때마침 강원도소방본부 항공대(대장 金光洙·45) 헬기가 식수 4박스와 빵 6박스를 고속도로 변에 내려놓자 눈속에 갇힌 차량 여기저기서아귀다툼을 하듯 가져갔다. 항공대 헬기는 또 이날 버스 안에서 이틀을 보낸 7개월짜리 어린이가 탈수증세를 보이는 등 환자가 속출하자 6명을 강릉의료원 등으로긴급 후송됐다. 다행히 이날 오후 5시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절반쯤 뚫려느리게나마 차량들이 움직이면서 7일 오후 2시쯤 이미 40㎝가까운 눈이 쌓이면서 시작된 악몽같은 눈속 고립생활이 27시간여만에 끝나가고 있었다. 대관령 상공 강원도소방본부119헬기에서 조한종기자 bell21@
  • [외언내언] 천주교의 참회

    가장 큰 과오는 과오를 범하고도 그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무슨 일이 잘못된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도 잘못한사람이 없는 데 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도 바로 이 부분에서 꼬였는지 모른다.IMF,5·16,5·18-모순으로 점철된 현대사의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해 누구도 진심으로 용서를 빈 적이 없기 때문이다.참회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데서 오는 갈등이 오늘우리가 처한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뿐이랴.오직 ‘네 탓’만 있는 것이 인간들이 경영하는 세계의특징이다.서구 강대국 어느 나라도 오늘 제3세계 국가들의 내전과 굶주림이 자신들의 침략과 식민지배 후유증임을 고백한 나라가 없지 않은가.대희년을 맞아 로마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가 스스로 과오를 인정한 사건은 그래서 신선하다. 3일 주교회의 명의로 발표될‘쇄신과 화해’라는 7개 항의 반성문은한국 천주교 200년사 전체에 대한 참회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3월 카톨릭교회가 2천년 역사에서 잘못한 점에 대해 전 세계를 향해 용서를 청한데 따른 것이다. 반성문은 구체적인 사건을 적시하진 않았다.그러나“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황사영(黃嗣永) 백서(帛書),병인양요사건 당시 외세에 의존하고,안중근(安重根)의사 의거를 살인으로 규정하며,독립운동을 홀대한 과오 등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반성문은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광복 이후 과오에 대해서도 진솔한고백을 담았다.분단 극복과 민족 화해를 위한 노력에 소홀했으며 지역과 계층,세대간 갈등 해소,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주교회의 반성문에 대해 “참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 의사를 살인자로 규정해 파문한 사건에 대한 언급이 모호하고,천주교에서 특히 심한 여성 차별문제 등의 언급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황청은 절대 무오류,절대권위의 상징이었다.다른 종교에서도 절대권위에 둘러싸인 교회와 성직자가 얼마나 많으며 그들이 범하고 있는오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그런 의미에서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 교회의 과거사 참회는 대사건이다.부모도 과오가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가족간의 신뢰가 두터워지듯 교회의 참회가 인류사에 커다란전환을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인류 미래예측서 ‘봇물’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유전자를 다스릴수 있는 바이오테크시대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과 유전공학,그리고 경제성장은 진정 인류의 희망일까?아니면 재앙인가.이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주장을 편책들이 나와 관심을 끈다. 미국 ‘리즌’(Reason,理性)지의 편집자인 버지니아 포스트렐(40·여)은 ‘미래와 적들’(모색 펴냄)에서 지금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부와 건강,기회와 선택권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그것은 인류의 독창성과 호기심,인내심이 이뤄낸 결실이라는 것.미래는어느 누구도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시스템이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인공의 힘이며 다양한 모험과 실험의 기회가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현상 등 다양한 사례를 들며 계획되지 않은,열린 시행착오가 인간의 발전에 긴요했다고설명한다. 포스트렐은 종래의 진보와 보수,좌·우파라는 구분으로는 광속으로변하는 오늘의 세상을 설명할 수 없으며,변화를 거부하는 안정론자와변화를 지향하는 변화론자와의 충돌로 대체됐다고 규정한다. 미래는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개척하려는 변화론자에 의해 주도돼야 하며끝이 열려 있는 미래를 어떤 개인이나 조직의 세계관으로 묶어둔다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기술이민 문호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첨단기업 경영인,생명공학 연구 금지에 반대하는 과학자, 자유무역을지지하는 수입상들이 시장과 과학,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변화론자라고추켜세운다. 반면 질서를 존중하는 복고주의자,중앙의 통제를 강조하는 테크노크라트,환경론자 등을 안정론자로 지목하며,경쟁과 실험의 과정을 회피하고 미래로 나가야 할 인류의 발목을 자꾸 붙잡는 세력이라고 몰아세운다.통제력을 벗어난 변화의 동력에 고삐를 채워 잘 이끌지 않으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지식인들의 개탄을 미신으로 치부한다. 이와 함께 리처드 올리버 교수(미국 밴더빌트대 오웬경영대학원)는‘바이오테크 혁명’(청림출판 펴냄)을 통해 바이오테크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한다.인류에게 싼 값으로 고품질의 식량을 제공하고 질병과의 전쟁에 종식을 고하며,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가격은 더 싼 소비재를 대량생산해낸다는 것.정보화시대에 이어 2005년쯤이면 바이오테크시대가 완전히 도래하고 2030년이 되기 전에 세계의 모든 기업이 바이오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와 달리 미셸 보 교수(65·파리7대학)는 ‘세계의 격변’(한울 펴냄)에서 인류가 새로운 질적 향상의 문턱에 서 있는 동시에 비극적인위험의 일보 직전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방향성과 우선순위 설정이결여돼 있기 때문에 빈곤과 불평등,폭력,인구와 욕구의 증가,생산 성장에 수반되는 환경 파괴,무한 무책임 등 전례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경제가 점점 더 사회를 지배하고,과학은 갈수록 무기 제작과기업의 상품전략에 봉사하는 등 인간과 사회,지구 전체가 상품화되고있는 상황에서 과학과 시장만능주의의 자유로운 결합은 치명적이라며 시장에 기초한 전체주의의 위험을 경고한다.이미 극도로 불평등한세계에서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 내맡기는 것은 구매력없는 인간 수십억 명을 배제한 채 돈에 의한 인간 차별의 톱니바퀴로 우리를 몰아가며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다는 주장이다.각자 자기 일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빈곤을 유지·심화시킬수밖에 없단다.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면 모두 정당하다고천하태평으로 믿으며 지구와 인류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지라도 구매력을 보유한 자들만을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세계총생산은 급증하지만 아직도 8억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며 이토록 많은 부와 빈곤이 공존하는 시대가 과연 있었느냐고 보교수는 묻는다. 무책임한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되는 재앙과 그 근원을 따져보고,불평등 축소와 근본적 욕구의 충족을 가장 앞세우며 기술과학의 영향력을제한하는 등 가치에 우선 순위를 매기고, 전략을 세워 실행하자고 제안한다.고대사회로의 회귀는 불가능하지만 현대적 검소함의 양식을창조,소비를 사회의 지배자들이 아니라 지배받은 사람들에게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디지털 문명 비평지(비정기 간행물)인 ‘구운몽’(Roasted Dream·안그라픽스 펴냄) 창간호는 디지털이 유토피아로 포장된 낙관주의현실의 모순과 네트 이데올로기의 조작된 우상이 뒤집어쓰고 있는 가면을 벗겨내려는 시도를 했다.편집인 백욱인 교수(서울산업대)는 서문에서 눈먼 자가 눈먼 자를 인도해 모두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일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홍성욱 교수(캐나다 토론토대)는정보혁명과 인간 게놈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유전자 선택과 디자인이사회 전체나 공동선의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결국 20세기 우생학의 부활에 다름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지구를 천국으로도,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어 보인다.현재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누가 우리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미래의 리더이고 누가 적인지 두눈 부릅뜨고 찾아볼 일이다. 김주혁기자 jhkm@
  • LA타임스·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본 평양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동행취재중인 외국기자들의 눈에 비친 평양은 ‘화해와 개방’을 준비하는 곳이라기보다는‘굶주리고 암울한’도시였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밸러리 레이트먼 기자와 워싱턴 포스트의 더그 스트럭 기자의 24일자 평양발 기사를 요약소개한다. ◆‘밤과 같은 도시,평양’: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일몰 직전 평양의 큰 거리에는 지동차와 사람이 거의 없고 40와트의전구를 사용하는듯 도시가 어두웠다. 오후 9시가 되자 평양시내 거리들은 인적이 끊겨 음산함마저 느껴졌다.‘위대한 지도자’ 고(故) 김일성(金日成)과 아들 김정일(金正日)을 기념하는 많은 건축물과 사진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 고려항공 여승무원의 경우 월급이 80달러인데 호텔에서 국제전화료 및 인터넷 접속료는 분당 26달러다.기자들은 느리고 상태도 좋지 않은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는 데만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공항에서 핸드폰과 위성전화도 압수당했다. 거리 시민들 모두가 사망한 김주석의 초상화가 달린 배지를 달고 있어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배지는 우리 신체의 일부와 같다”고 했다.북한인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전혀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투적인 답만을 일삼던 이들도 북한의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했다.김정일 위원장의 대 서방 화해와 개방정책은 식량등 서방의 원조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침묵의 도시를 뒤덮는 그림자’:워싱턴 포스트. 평양 시내 중심가의 고층 아파트들은 어두워서 전기가 없는듯이 보였다. 외신기자들은 호텔 밖 외출을 금지당했고 사진촬영시 허가를받아야 했다.안내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북한 인민들이 미국인에대해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기때문”이라고 했다. 동이 트자 수천명의 사람들이 아침 한기에도 두터운 옷을 입고 표정없는 얼굴로 직장에,학교에 가기 위해 먼 거리를 걷는다.이즈음 국제식량보급소도 굶주림에 지쳐 학업을 포기한 어린이들을 다시 학교로돌아오게 하려고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한다.취재단은 춥고 배고픈 겨울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200만 주민들의 도시를 보았다.이폐쇄적인 국가는 식량부족과 전력공급의 부족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동미기자 eyes@
  • [대한포럼] 對北 식량지원의 참 뜻

    정부는 이달부터 북한에 식량 60만t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태국산쌀 30만t과 중국산 옥수수 20만t 등 50만t의 식량을 차관형식으로 북한에 전달한다.또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옥수수 10만t도 무상 제공키로 했다.대북 식량차관 50만t에 드는 비용은 약 9,000만달러이고,WFP를 통한 10만t 무상지원 경비 약 1,100만달러를 포함해서 모두 1억100만달러가 소요된다.차관조건은 10년 거치 30년 분할상환 형식이며 이율은 연 1%다. 이번 대북 식량차관 제공은 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긴급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남북 양측이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경협실무대표접촉에서 식량차관 제공 규모와 절차에 합의해 이루어진 것이다.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60만t의 식량지원은지난 1995년에 처음으로 국내산 쌀 15만t(2억3,700만달러 소요)을 지원했던 것과 비교할때 규모는 3배 이상이지만 그 비용은 절반 이하다.또 당시에는 무상지원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차관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1995년에는 식량지원 포대에 원산지 표시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겉포장지에‘Republic of Korea’ 표기를 명시하고 분배 투명성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또 차관제공 및 상환절차를 통해 남북간 상호의존도를높이고 남북관계 진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게 된 배경은 두가지 현실성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하나는 북한동포들의 굶주림을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준다는 대승적 배려다.북한은 몇년째 자연재해로 인해 매년 100여만t의 식량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올해는 장기간의 가뭄과 지난 8월 한반도를 휩쓴 태풍피해까지 겹쳐 모두 240만t의 식량부족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최근 WFP가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렵다고우리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일본이 50만t,미국이30만∼4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키로 계획하고 있는 점도 인도적측면을 고려한 조치다. 북한의 연간 식량소요량은 총 656만t으로 추산된다.순식용의 경우만해도 매년 100만∼150만t 이상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1995∼1996년의 경우 식량부족이 심화되어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체제위기 상황까지 초래했다.북한 내부의 이같은 식량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60만t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은 우리 경제여건상 큰 무리가 아니다.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55.2%가 대북 식량지원을 찬성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다른 하나는 대북 식량지원이 남북관계 진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이번 대북 식량지원은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화해·협력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남북간 신뢰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남북 식량차관제공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상부상조의 원칙에 따라 식량차관 제공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함축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일부에서 “우리경제도 어려운데 일방적 지원으로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사실이다.이같은 시각은 지난 1995년의 대북 쌀지원에 대한 부정적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또 식량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보여준 소극적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우리 국민들의 동포애가 담긴 대북 식량지원이 한반도평화와 민족화해에 크게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북한의 식량난해결은 외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남북 농업협력을 통해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장청수 객원논설위원 csj@
  • [사설] 對北 식량지원 필요한 이유

    정부가 28일 구체적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했다.조속한 시일내에 북측에 외국산 쌀 30만t과 옥수수 20만t을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고,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외국산 옥수수 10만t을 무상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정부의 이번 결정은 인도적 차원에서 긍정 평가돼야 한다.우리는 이번 기회에 피를 나눈 동포들의 굶주림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대명제를 강조해 두고자 한다. 북한은 통상 매년 약 100만t의 식량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올해도 유례없는 가뭄과 태풍으로 총 240만t의 식량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WFP 등 국제기구들도 현지조사를 통해 북한의 식량사정을 확인하고 이미 9월 중순부터 국제사회에 대북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 힘 닿는 데까지 북한 동포들을 위해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열렸던 제2차 장관급회담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측에 곡물 100만t 긴급 지원을 요청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번에 총 60만t의 곡물을 유무상으로지원하는데 약 1억100만달러가 소요된다지만 우리 경제규모는 그정도 여력은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리 사회 일각에는 외국 쌀을 사서까지 북에 지원할 여력이있느냐는 등 대북 곡물지원에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한 부정적 여론은 올 하반기 들어 국내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태풍으로 인해 일부 지역 농가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으면서 힘을 얻기도했다.그럼에도 최근 통일부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55.2%가 찬성을,42.6%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배고픈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은 당장의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먼 장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식량지원으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일은 분단체제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비용 지출이다.이같은 당위성을 직시한다면 정부는 적어도 대북 식량지원에 관한 한 보다 떳떳한 자세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북측과 대북 식량지원 방식을 사실상 합의해 놓고도 공개 시점을 미루는 등 불투명한 자세를 보인 것이 오히려 역작용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고,북한도 지원받은 식량을 실제로 기근을 겪고있는 지역주민들에게 투명하게 분배해야 한다.아울러 북한 식량난을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농기술 개선 등 북한농업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남북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靑年 체 게바라의 꿈과 열정‘체 게바라의 라틴여행일기’

    생존해 있다면 올해로 72세일 20세기 최고의 혁명가 체 게바라.‘체게바라의 라틴여행일기’(이후 펴냄)에서는 그가 사회주의 혁명가로서의 생을 살기 이전,‘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란 이름을가졌던 20대 청년의사의 구김없는 열정과 꿈을 엿볼 수 있다.올 상반기 그의 이름이 새삼 신드롬을 만든 뒤끝에 나오긴 했어도,혁명가의속살같은 일기문을 들춰보는 감흥은 충분히 색다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던 스물세살 겨울,그는 의대생 선배인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나환자촌 봉사를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다.1951년 12월.무전취식과 노숙으로 이어진 라틴아메리카 여행은 이듬해 7월까지 진행됐다.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그들이 여행을 통해 발견한 것은 굶주림과 추위,인간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 여행길에서 씌어진 일기들이 그대로 책이 됐다.책의 곳곳에는 밝고 낙천적인 면모와 미래의 혁명가를 예고하는 사명감이 섞바꿔가며투영돼 있다. 원주민 인디오들을 만나면 구원의 의사가 돼주다 주머니가 비면밀항까지 서슴지 않는 ‘익살’을 보여주는가 하면,마추픽추에서는 유럽문화에 억압된 라틴역사의 울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넉넉잡고 두어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을만큼 부담없이 경쾌하면서도동시에 진지함을 견지하고 있는 책이다.문득문득 영화 ‘비치’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서정 풍부한 여행기가 한편의 어드벤처 소설같기도 하다.이재석 옮김.208쪽.9,000원. 황수정기자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21세기 한반도의 국토비전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싸움이었다.추위를 이기기 위해 움막을 지었고,농사를 짓기 위해 수로를 만들었다.이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긴민족은 융성했고,그렇지 못한 민족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인류의 국토개발사에 비춰볼 때 우리의 국토개발사는 일천하기만 하다. 굶주림과 싸우면서 하나밖에 없는 국토를 맨주먹으로 일궈온 지난 40년.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전국으로 뻗은고속도로,해운,항공,다목적댐,산업단지가 이를 증명해준다.70년대까지만 해도 즐비했던 달동네는 이제 추억처럼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송사리 잡고 미역감던 개울은 사라지고 산중턱을잘라내는 도로건설로 생태계가 파괴됐다.마을 어귀마다 빼곡했던 나무는 베어져 나가 훈훈한 정마저 떠났다.그래서 개발의 이면에 묻혀버린 자연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게 살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토개발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선진국 수준의 국토개발을 따라잡기엔 아직도 멀었다.도로시설만 보아도 미국의 10분의 1,일본의 5분의1에 불과하다.주택,공공시설도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삶의질도 낮은 수준이다.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환경’도 ‘개발’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그렇다면 이제 ‘개발’이냐 ‘환경’이냐의 이분론적 논쟁은 의미 없는 것이 돼 버렸다. 환경과 개발은 자연과 인간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한 몸이 되어야한다. 모든 개발은 인간의 환경을 증진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하고,모든 환경은 인간의 삶을 보다 낫게 하는 방향으로 보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개발과 환경은 인간의 삶을 싣고 가는 수레의 두 바퀴나 다름없다. 한쪽이 앞서거나 뒤처지면 인간의 삶은 그만큼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두동강났던 한반도를 다시 잇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경의선이 복원되면 우리 민족은 중국과 시베리아를 거쳐유럽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지금이야말로 21세기 한반도의 웅비를 그려야 할 때다.새 천년에 우리가 좇아야 할 국토의 비전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통일시대에 대비하고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국토개발계획을수립해야 한다.토지제도를 정비하고,주거·산업문제,환경문제도 해결해야 한다.이런 통합의 바탕 위에서 각종 도로,철도도 연결돼야 한다.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지역간 통합이다.지역간의 서운한 감정은 털어버리고 남북한 국토의 균형개발,도시와 농촌의 생활격차를줄이는 국토개발-이것이 통일국토의 비전이다. 金允起 건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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