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굶주림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교통비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인천시장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윤리의식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복지정책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00
  • 러 한인 강제이주 추적 시대 아픔·부조리 천착

    “나는 모스크바의 낯선 곳에서나마 멀쩡히 숨을 쉬고 있고, 세월의 저편에서는 김씨의 세 살 난 딸 올가가 강제이주 열차에 실려 화물칸의 차디찬 마루짝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아랄해 구역을 갔다는 아들이 살아 있다면 지금쯤 팔순에 이르렀을 것이고 편지를 쓴 김이라는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었을 것이다.”(30쪽)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정철훈(53) 작가가 네 번째 장편소설 ‘모든 복은 소년에게’(문학동네 펴냄)를 펴냈다. 이번 글도 전쟁의 상처와 이산, 러시아혁명 등을 다룬 전작 장편소설인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김알렉산드라’처럼 리얼리즘의 잣대 위에서 시대의 부조리와 아픔에 천착했다. ‘유즈나야 카레야’(남한) 출신 유학생인 주인공은 1930년대 재소 한인 강제이주에 대한 연구논문을 쓰면서 러시아 정부의 비밀해제 문서 속에서 ‘카레이스키’(고려인) 김 게르만의 청원서를 발견한다. 김씨의 세 살 난 딸아이는 이주 도중 목숨을 잃었고, 일곱 살짜리 아들은 다른 열차로 옮겨져 홀로 아랄해 지역으로 보내졌다. 굶주림에 떨며 집단농장에서 착취당하던 김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지방 정부에 단돈 500루블(1만 7570원)의 이주비를 청원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소년의 여생에 강박증적 의문을 갖고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독일 작가 W G 제발트의 장편 ‘아우스터리츠’처럼 빛바랜 역사의 심층을 오늘의 시간 위에 불쑥 올려놓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성북구 순회 한방클리닉 이용자 57% “매우 만족”

    성북구의 ‘복지관 순회한방클리닉’ 사업이 주민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는 9월 2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클리닉을 이용한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57.6%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만족한다’는 응답도 38.6%에 이른다. 이용 연령별로는 70대가 79.7%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 비율이 69.0%나 됐다. 질환별로는 신경관절계질환이 가장 많았고 요통, 소화불량 등이 뒤를 이었다. 선호하는 진료는 한약재 투약(12.7%)보다는 침시술(67.1%)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역마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순회 한방클리닉을 기다렸다가 찾는 단골손님(?)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방문자들이 약 대신 침시술을 선호하는 데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외로움이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복지관 순회한방클리닉은 구에서 7대 전략과제의 하나로 펼치고 있는 ‘3무(굶주림, 고독, 자살) 2유(새로운 가족의 아름다움 돌봄)’ 사업의 하나로 관내 종합복지관을 비롯해 실버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만약 당신이 늑대처럼 거칠고 사나워 보이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일까, 부드러운 포용력과 솔선수범하는 자세일까.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실제 동물행동학자 두 사람이 한 무리의 ‘진짜’ 늑대를 대상으로 우두머리의 조건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먼저 한 사람은 늑대들을 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기에 금속 보호대와 채찍을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늑대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덤벼올 때면 채찍을 사납게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듯 우리에서 나와야 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늑대들은 더욱 난폭해져 갔고, 결국에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나워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다른 이는 채찍 대신 유화정책을 사용했다. 그는 늑대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한데 어울려 놀거나 늑대처럼 짖으며 그들 무리에 동화되고자 노력했다. 놀랍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늑대들은 얌전한 개처럼 그를 따르며 그와 어울려 장난을 치기에 이르렀다. 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늑대들이 우두머리에게 요구하는 행동 특성 탓이다. 그들은 강하고 폭압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현명하고 무리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지도자를 추대한다. 보통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데 먹잇감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다른 전략을 취한다. 한꺼번에 몰려다닌다고 해서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먹잇감의 주의를 끌 가능성만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늑대들은 동굴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두머리 늑대 홀로 칼바람이 부는 벌판으로 나서곤 한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것은 오로지 우두머리의 몫이다. 하지만 우두머리 늑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눈밭을 헤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에 종종 우두머리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부하들은 그를 능력 없는 지도자로 폄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준다. 하지만 아무리 우두머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굶주린 늑대들의 눈빛은 변하기 마련이다.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면 우두머리 늑대는 동료들을 향해 애처롭게 울부짖기 시작하는데, 이 울부짖음은 다른 늑대들이 모두 함께할 때까지 계속된다. ‘늑대들의 합창’이라고 부르는 이 울부짖음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날카로워진 늑대 무리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응원가의 구실을 한다. 이처럼 우두머리 늑대는 힘이 세지만 그 힘을 과시하지 않고, 가장 현명하지만 다른 늑대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늑대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두머리가 그에 어울리는 자질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늑대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한다. 내부적으로 공인된 젊고 능력 있는 수컷이 우두머리에게 대드는 것을 묵인하거나, 우두머리의 아내가 차세대 지도자와 짝짓기를 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우두머리를 퇴임시키고 새로운 지도자를 맞는 것이다. 지금까지 충성을 바쳤던 대장일지라도 내칠 때는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도력을 상실한 개체를 권력을 장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통치하게 만드는 것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늑대 공동체의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다. 무능한 지도자의 손아귀에 권력을 계속 놓아두는 것만큼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늑대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늑대 집단의 우두머리와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 군상들이 보여주는 그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과 이념과 종파에 대한 편견을 접고, 늑대들의 현명한 눈과 냉철한 손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서울광장] 다 함께 참여하는 성장이어야 한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 함께 참여하는 성장이어야 한다/우득정 논설위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8일 한국 대선이 경제분야에서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했다면서 작은 구상과 세부적인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급속한 고령화에따른 문제 해결과 수출 주도 성장모델을 택하고 있는 후발 국가들과의 경쟁에 대응하는 경제 목표의 큰 그림이 없으면 국가경제가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식 개발모델과 외환위기 이후의 신자유주의식 경제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MB(이명박)경제’를 대신할 청사진으로 ‘창조경제’(박근혜 후보), ‘일자리 대통령’(문재인 후보), ‘혁신경제’(안철수 후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한 것 같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에 재갈을 물리고 복지란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의 굶주림과 박탈감을 채워 주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한결같이 표심(票心)만 겨냥해 배 부른 자의 몫을 뺏거나 나라 곳간을 풀어 갈증을 해소해 주겠다고 접근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더구나 과거와 같은 이념적인 대치전선도 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감언이설에 현혹되기에는 내상(內傷)이 너무도 깊다.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및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관련기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떨어뜨렸다. 동시에 잠재성장률은 3% 중반 전후로 제시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80~1988년 9.1%, 이후 10년간 7.4%,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4.7%로 떨어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3.8%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차기정부 집권기간 동안 연평균 잠재성장률이 3.7%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정책 구사 등에 따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 수도 있지만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은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 게다가 속을 들여다보면 상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4.5%인 반면 실질 국내총소득(GNI) 증가율은 3.4%로 1.1% 포인트 낮았다. 상대적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내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두드러졌다.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990년대에는 3.72배였으나 외환위기 직후 4.55배로 치솟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격차가 해소되기는커녕 4.8~5배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 결과, 중위임금 3분의2 미만인 저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2.2%(201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중위소득 50% 미만이 차지하는 2인 이상 가구의 비율인 상대빈곤율은 일곱 번째로 높다. 특히 지난 4년간 가계의 실질소득은 2.4% 증가에 머문 반면 기업의 실질소득은 16.1%나 급증했다. 감세, 규제 완화 등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부자 기업-가난한 가계’라는 새로운 양극화를 낳은 것이다. 기업을 지원하면 이윤이 낙수효과를 통해 성장과 투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기업의 배만 불렸다. 그러다 보니 월소득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빈형 자영업자가 170만명에 이른다. 전체 자영업자의 23.7%다. 올 들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은 55%나 늘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층도 500만명이나 된다. 차기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선 공약으로는 성장률 추락과 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한국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먼저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참여율부터 높여야 한다. 그러자면 새 정부의 경제 밑그림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성장’이어야 한다.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모두가 성장에 함께 참여하고 과실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플러스 정치다. djwootk@seoul.co.kr
  • [뉴스 WHO] 中 민중의 척박한 삶 해학적 필체로 증언

    [뉴스 WHO] 中 민중의 척박한 삶 해학적 필체로 증언

    “중국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다면 그것은 모옌이다.”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인 ‘모옌’(莫言·57)이 11일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은 이미 예고된 것과 다름없었다. 관머우예(管謀業)가 본명인 모옌은 1981년 작가로 등단했다. 중국의 문학평론가인 왕더웨이는 “모옌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필명을 붙였지만, 그의 붓끝은 천만 마디가 모자랄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환상적 사실주의의 경향을 나타내는 그의 작품은 근·현대 중국 민중의 삶을 그리면서도 개별적 인물의 삶에서 근원적 보편성을 이끌어냈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모옌은 수려한 필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낚아채는 관록을 품고, 고향의 전설을 바탕으로 역사의 궤적을 생생한 필체에 담아냈다. 자신이 농민이자 노동자였기에 진솔하게 동시대 민중의 척박한 삶을 그려낼 수 있었다. 산둥성 가오미현 출신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그는 중국의 격변을 고스란히 겪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공포를 작품에 담는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이는 외로움과 굶주림, 공포는 어린 모옌의 자전적 모습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수년간 농촌을 전전하며 생활하다 18세에 면화 가공공장에 들어가 노동자로 일했다. 21세 때는 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이후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와 베이징 사범대, 루쉰 문학창작원에서 문재(文才)를 갈고닦았다.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그는 자신의 소설 ‘훙가오량 가족’ 일부를 1988년 영화화한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해 유명해졌다. 중국 다자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을 받으며 중국작가 중 가장 널리 알려졌다. 그는 작품 속에서 관료사회에서 민중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무시와 수모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상사나 관료의 거짓 약속에 묵묵히 당하는 모범 노동자 딩 사부(‘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나, 소들을 진심으로 보살피면서도 간부에게 냉대와 무시를 당하는 두씨 영감(‘소’), 오른발을 먼저 내디뎠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우파로 몰린 주충런(‘삼십 년 전의 어느 장거리경주’)이 그런 인물이다. 이들은 노동자·농민을 위한다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허위를 폭로한다. 최근에는 중국 산아제한 정책 탓에 강제 낙태수술을 해야만 했던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개구리’로 중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모옌은 인간이 지닌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희망을 굳게 믿는 작가이다. 그래서 비인간적인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인물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의 작품은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 출판되고 있다. 국내에도 10여권이 번역돼 출간됐다. 한편 모옌은 대표적인 중국 내 ‘지한파’ 작가로 불린다. 2005년 한국을 처음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선 “고구려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분명하다.”면서 “문제가 커진다면 (결국)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1955년 중국 산둥성 가오미현 출생 ▲1973년 면화가공공장 노동자로 취업 ▲1976년 인민해방군 입대.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 졸업. 베이징 사범대학·루쉰 문학창작원 문학 석사학위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 ▲1987년 장편 ‘훙가오량 가족’ 발표. 장이머우 감독이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2011년 중국의 대표 문학상 ‘마오둔(茅盾) 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톈탕 마을 마늘종 노래’(1988), ‘술의 나라’(1993), ‘풀 먹는 가족’(1993), ‘풍유비둔’(1995), ‘맹그로브숲’(1999), ‘탄샹싱’(2001), ‘열세 걸음’(2003), ‘사십일포’(2003), ‘인생은 고달파’(2006), ‘달빛을 베다’(2006), ‘개구리’(2009)
  • 12척으로 왜선 133척 격퇴 명량대첩 뒤엔 오익창의 사대부 참전 호소 있었다

    12척으로 왜선 133척 격퇴 명량대첩 뒤엔 오익창의 사대부 참전 호소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어떻게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격파할 수 있었을까. 그저 이순신의 탁월한 작전과 전투능력만이었나. 임진왜란과 관련해 최고의 연구자로 알려진 여해(汝諧)고전연구소 노승석(43) 소장은 최근 명량대전의 전황을 생생히 기록한 오익창의 문집 ‘사호집’(沙湖集·오른쪽)을 발굴해 명량해전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전북 고창 출신의 유학자인 오익창(吳益昌·1557~1635)은 명량해전 당시 외딴섬으로 몸을 피하려는 사대부들에게 전쟁에 가담할 것을 호소해, 이들이 이순신과 해군에 식량을 지원하게 했던 공이 있다. 노 소장에 따르면 그 결과 명량해전은 단 12척의 배로 왜군의 배 133척을 격파하는 기적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오익창이 사대부에 호소한 내용은 절절하다. “통제사(이순신)가 패하게 되면 우리의 울타리가 철거될 것이니, 비록 외딴섬에서 저마다 보전하고자 한들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힘을 모아 합세해 통제사를 위해 성원(聲援)한다면 온전히 살 길이 있을 것이니 가령 모두 죽을지라도 나라를 위해서 충성을 다했다는 명분은 있게 될 것이오.”(統制敗則我之藩籬撤矣 雖欲各保孤島 得乎 毋寧幷力合勢 爲統制聲援 有可以苟全之路 藉令俱死 亦有爲國效忠之名也) 노 소장은 “‘사호집’은 영조 49년(1773)에 간행됐는데 지금까지 소개된 적이 없는 자료”라고 밝혔다. 노 소장은 400여년 동안 ‘사호집’을 보관해 온 오익창의 직계 자손에게서 자료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순신이 당사도(무안군 암태면)로 진을 옮기려 했으나 “영험한 기운이 있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다.”는 오익창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사도에 접근하지 않았지만 명나라 진린 장군은 당사도에 군사를 주둔시켰다가 폭풍우를 만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 등 새로운 내용도 실려 있다. ‘사호집’에는 이순신이 “12척의 군졸들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공의 힘이었다.”며 오익창의 공을 치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난중일기’를 최초로 완역한 노 소장은 이번에 ‘사호집’을 완역해 책으로 펴냈다. 노 소장은 19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사호집 자료 발표회를 열고 이의 자료적 가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美상원 ‘탈북자 강제 북송 제동 법안’ 의결… 美 - 中 인권 갈등 격화되나

    미국 상원이 미 행정부에 대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조치에 제동을 걸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5월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자동적으로 발효된다. 법안 속에는 ‘탈북자 북송 중단’ 등 중국 측을 자극하는 내용이 적지 않아 미·중 간 인권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넌(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조치가 유엔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 등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미 행정부는 중국이 탈북자 북송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난민협약 등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또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직원이 중국 내 탈북자를 접촉해 난민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미 행정부가 중국 정부에 UNHCR 직원의 탈북자 면담 허용을 요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법안은 미 행정부가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의무화했으며 올해로 시한이 만료되는 북한인권법을 2017년까지 5년 더 연장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요구 등을 거부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 뚜렷한 제재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중 간, 또는 유엔과 중국 간에 민감한 주제인 탈북자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중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만일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1951년 유엔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에 가입한 당사국이지만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1960년 북한과 맺은 ‘조·중(북·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인도협정’ 등을 근거로 북한의 탈북자 강제 송환 요청에 협조하고 있다. 로스 레티넌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는 평양 정권에 의해 지속적으로 저질러지는 만행에 대한 관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향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 한다면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과 굶주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참혹한 고문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풀어 줘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결식아동 급식지원 2제] 미취학 아동까지 챙긴다

    요즘 같은 때 굶주림만 한 설움도 없을 터이다. 금천구가 여름방학 동안 지역 내 아동·청소년이 밥을 굶지 않도록 식비 지원에 나섰다. 구는 24일 18세 미만의 취학 및 미취학 아동·청소년 가운데 소년소녀가정 아동, 보호자의 양육 능력이 미약해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해 식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관 등의 아동복지 프로그램 이용 아동 가운데서도 구청장이 급식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아동은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는 18세 미만 전체 아동·청소년 4만 127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5일간 급식신청서 접수 및 일제조사를 실시해 2223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선정 기준에 부적합한 45명을 제외한 미취학 아동 28명, 초등학생 956명, 중학생 609명, 고등학생 570명 등 2178명을 지난 16일 열린 여름방학 아동급식위원회에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이들은 다음 달 19일까지 여름방학 기간 동안 1식에 4000원씩 지원받는다. 선정 과정에서 누락된 아동은 동 주민센터나 금천구 사회복지과(2627-1384)에 신청하면 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지난 4월 늦은 밤 혼자 집으로 향하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시신을 수백 조각 내는 엽기적인 방법으로 버린 살인마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 후 밤길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공포감이 급격히 확산된다. 112 신고 늑장대응에 불신감까지 더해지면서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고,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생겼는데…. ●세상의 모든 다큐(KBS2 토요일 오전 6시 50분)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필 어글랜드 감독이 25년 전 방문했던, 아프리카 우림 카메룬에 살고 있는 바카족을 다시 찾았다. 25년 전에는 어린 아이였던 알리와 카메라 남매는 이제 성인이 되어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MBC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 무신(MBC 토요일 밤 8시 40분) 김준이 두 공자를 만나기 위해 남도로 내려갔다는 소문의 의미를 깨달은 신료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다. 김준은 만전을 택하고, 그가 후일에 백성을 해할 시 목숨을 빼앗겠다는 약조를 한다. 한편 최우는 김준에게 힘을 실어 주고자 만종과 만전 모두에게 사람을 보낸다. ●특집 수원의 실험! 500인의 원탁토론(OBS 토요일 밤 9시 25분) 최초로 시도하는 500인 원탁토론을 60분간 방송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토론 참가자 자격으로 16번 테이블에서 시민들과 함께 경기도 수원의 문제를 논의한다. 1부에서는 ‘수원에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주제로 토론의 과제를 선정하고, 2부에서는 ‘수원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드라마 스페셜-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깨어난 남자는 본인의 이름은 물론 가족과 사는 곳도 기억을 못 한다. 그는 경찰서 지문 조회를 통해 문기라는 자신의 이름과 사는 곳을 전해 듣는다. 한편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여자는 문기에게 본인이 귀신이라고 소개한다. ●동물일기(EBS 일요일 오전 10시 10분) 일곱 살 가현이네 집에 생후 2개월 된 새끼 앵무새가 찾아왔다. 하지만 새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오지도 않고, 길들이기도 어려워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앵무새와 친해지기 위해 가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매력적인 앵무새 3인방과 가현이의 우정 만들기를 함께한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 일요일 오후 5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세상의 끝에 도달한 병만족(族)이 향한 곳은 바로 비밀의 공간 시베리아다. 족장 병만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 떨어진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으며 힘겨워한다. 그렇게 시작된 북극해를 향한 처절한 사투와 생존을 위한 전쟁, 그리고 추위와 굶주림과 시련까지. 시베리아 그곳은 감옥과도 같았는데….
  • 백두산 호랑이들, 새끼 잡아먹어…‘동족상잔’ 충격

    백두산 호랑이들, 새끼 잡아먹어…‘동족상잔’ 충격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백두산호랑이 3마리가 어린 벵골호랑이를 공격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산둥성 웨이하이의 선다오산(神雕山) 야생동물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우연히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덩치가 큰 백두산호랑이 3마리가 작은 새끼 벵골호랑이를 마구 공격하고 있었던 것. 이를 지켜본 관광객들의 신고를 받고 달려 나온 사육사들이 곧장 백두산호랑이들을 우리로 몰아넣고 어린 벵골호랑이를 살폈지만, 벵골호랑이는 이미 뒷다리와 머리 등에 큰 상처를 입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관광객은 “처음에는 큰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가 어울려 노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새끼 호랑이를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뜻 보기에도 무척 굶주린 것 같았다. 공격을 받은 새끼는 죽은 듯 보였다.”고 설명했다. 동물원의 한 관계자는 “벵골호랑이를 공격한 백두산호랑이들도 아직 다 자란 성체는 아니며, 항상 야생에서 사냥하는 훈련을 시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먹이를 주지 않아 굶주림에 동족을 공격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새끼 벵골호랑이의 상태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발언대] 참전용사들에게 면목 없다/오범세 전 인천 청천초등학교장

    [발언대] 참전용사들에게 면목 없다/오범세 전 인천 청천초등학교장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북한 체제를 따르는 주사파 종북세력이 곳곳에 퍼져 활동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섬뜩한 마음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온몸으로 막고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과 유엔군에게, 참전용사와 국가 유공자에게 면목이 없다. 사선을 넘은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꾸짖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북한인권 거론은 내정 간섭이요, 종북보다는 종미가 문제라고 한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지만 이들의 국가관과 정체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굶주림에 시달린 탈북자는 살기 좋은 따뜻한 내 조국 남한을 찾아온 우리 동포이다. 이들은 조국 통일이 되면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문화생활 등을 교육할 지도자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애국가는 임시정부 이래 1948년부터 나라 사랑을 다짐하며 부르는 국민의례이다. 타국에 가서 태극기만 봐도 반갑고 애국가를 들을 때면 눈물을 흘리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북한 인권법은 생존권까지 박탈당한 우리 동포들에게 천부인권설에 따라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거늘 이를 비난하면 되겠는가. 북한은 헌법에 핵무기 보유국임을 명시하고, 3대 세습에 주체사상을 표방하고 있다. 선군사상, 무력 도발을 버리지 못하는 그들을 우리는 빈틈없이 경계해야 한다. 북한 동포는 배급제 폐지 이후 굶주림과 자유의 억압 속에서 벗어나 탈출의 기회만을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아상태에 놓인 북한체제를 추종하며 국익을 훼손시키고 국민을 혼미케 하는 이를 정부 당국은 좌시해서는 안 되며 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 평화통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굳건히 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들을 예의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국토를 초토화시키는 전쟁을 실감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안보태세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씨줄날줄] 실패한 국가/구본영 논설위원

    북한이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분류됐다. 엊그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발표한 ‘실패한 국가’ 50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펀드 포 피스’가 FP와 함께 세계 177개국을 대상으로 인권·사회·경제·정치적 요인 등 12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였다. 조사에서 핀란드·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가장 안정적인 국가들로 꼽혔다. 한국은 ‘실패국가 지수’에서 북한의 95.5점에 비해 훨씬 낮은 37.6점이 매겨져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군에 자리잡았다. 반면 북한은 ‘한계에 도달한 나라’로 지목됐다. 북한보다 더 실패한 나라는 다수 국민이 ‘생계형 해적질’로 연명하는 소말리아 등 21개국에 불과했다. 북한정권이 실패했다는 진단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부터 불거져 나왔던 얘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가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려 놀라울 정도다. 북한체제는 1990년대 말 많으면 300만명의 주민이 아사했다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도 건재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 김정은의 허약한 지도력으로 인해 급변사태를 맞을 것이란 관측도 ‘희망사항’에 불과한 인상이다. 하긴 세계사를 통틀어 백성의 굶주림이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한때 강성했던 로마제국이나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그랬다. 궁핍이나 폭압 통치에 따른 주민의 반발 때문이 아니라 내부 분열과 무모한 전쟁으로 무너지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에서 5·16이나 12·12와 같은 군사정변이 더는 일어날 수 없는 요인들이 농담처럼 제기된 적이 있다. 휴대전화 보급과 서울의 교통난이 그것이다.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의 성공 배경도 휴대전화의 힘이었음을 상기한다면 그럴싸한 진단이다. 북한 세습정권도 지금처럼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하는 한 상당기간 존속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섣부른 북한 붕괴론이나 세습정권 안정화론 모두를 경계해야 할 듯싶다. 북한체제가 단기간에 경착륙(crash)할 가능성도 낮지만, 연착륙(soft landing)할 공산 또한 적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고장난 비행기처럼 ‘비틀거리며 나는’(muddling through) 북한체제를 상대로 한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북한의 점진적 개혁·개방을 유도하면서 만일의 급변사태에도 조용히 내부적으로 대비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 아닐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8년간 돼지 사료 먹으며 산 10대 ‘노예소녀’ 충격

    8년간 돼지 사료 먹으며 산 10대 ‘노예소녀’ 충격

    최근 독일 출신의 한 10대 소녀가 8년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한 마을에서 노예로 살며 학대를 받다 최근 구출됐다. 독일 잡지 슈피겔, 미국 허핑턴 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헤르체고비나의 한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는 8년 전 소녀의 엄마로부터 소녀를 넘겨받은 뒤 축사에 재우며 갖은 노동과 학대를 일삼아 왔다. 경찰이 소녀를 발견했을 당시 소녀의 몸에는 눈에 띄는 외상이 있었으며 정신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보스니아 정부는 소녀의 신원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의 조사 결과 소녀의 성은 ‘칼라’(Karla)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녀의 어머니는 보스니아 남성과 결혼한 독일 출신의 여성이며, 8년 전 농장 부부에게 딸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농장 부부는 소녀의 교육은 물론이고 외부와의 통로를 모두 차단한 채 잔혹한 학대를 이어왔다. 끼니를 제때 주지 않아 소녀는 돼지 사료로 굶주림을 견디기도 했다. 일을 하다 몸을 다쳤을 때에도 절대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으며 말 대신 무거운 짐수레를 끌어야 했다. 인근 주민들은 “종종 소녀가 비명을 지르거나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고 일부는 소녀가 이 마을의 남자 주민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 왔다고 증언했다. 결국 소녀는 지난 달 17일 가까스로 농장을 도망쳤고 마을에서 수 ㎞ 떨어진 숲에서 발견됐다. 한편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농장에서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해 현지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진보의 허기(虛飢)/진경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진보의 허기(虛飢)/진경호 정치부장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태의 중심에 선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이런저런 말 가운데 눈에 띈 단어는 미안하지만 ‘라면과 김밥’이다. 최근 한겨레와의 통절(?)한 인터뷰에서 그는 “라면, 김밥 먹으면서 지난 10년간 하루 18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NL(민족해방) 그룹의 핵심이라는 그는 광고기획사 CNP전략그룹을 운영하면서 그렇게 불철주야 진보진영의 선거에 헌신했노라 말했다. “운동권과 거래해서 돈 번 데는 없다.”고 했다. 그가 지난달 19대 국회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액은 7억 6128만원이다. 19대 총선 당선자 300명의 평균 재산신고액 20억 4863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 2억 9765만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그런 그가 라면과 김밥을 먹었다면, 재산이 그의 절반도 안 되는 국민 대다수는 라면과 김밥 중 하나는 포기했어야 할 법하다. 많다면 많은 재산이건만, 그는 그렇게 배고파했다. 이석기의 정치적 허기(虛飢)는 사실 그만의 것이 아닐 듯하다. 단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좌파진영 모두의 것일지 모른다. 1970년대 유신독재와 1980년대 신군부 정권에 맞서 싸우며 감옥에서 청춘을 보냈다. 1990년대엔 자본권력에 맞서 싸우느라 아스팔트를 헤맸다. 그런 희생 위에서 ‘민주노동당’이라는 간판으로 제도권 정치의 한 귀퉁이에 조그만 좌판을 폈고, 10년이 지난 지금 4·11 총선에서 13석을 확보하며 마침내 차기 정권의 한쪽을 거머쥘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영삼은 군사정권 세력과 손잡았고, 김대중은 5·16 쿠데타의 주역 김종필과 손잡았고, 노무현은 이 나라 대표재벌 정몽준과 손잡았다. ‘적과의 동침’으로 점철된 그런 정권 쟁투사와 비교하면 정책과 이념을 고리로 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는 정치사적으로도 얼마나 멋진가. 우리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풍찬노숙을 이겨내고 마침내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은 지금,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이 눈앞에 어른대는 지금, 그 허기는 그래서 칼에 베인 듯 더 아리다. 이 고비만 넘기면, 이 고비만 넘기면…. 대망의 정권 교체와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대의’ 앞에서 지금 불거진 경선 부정 논란은, 이렇게 커져서는 안 될 작은 에피소드다. 유시민 같은 진보 아류들이 만든 덫이고, 보수 세력의 마녀사냥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이겨내야 한다. 이정희와 이석기, 그리고 통합진보당 당권파로 불리는 수만명은 그래서 지금의 경선 부정 논란이 억울한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수만명’을 바라보는 이 시대, 이 땅의 나머지 수천만은 이런 억울한 그들이 안타깝다.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까라면 까’라는 군사문화를 답습했던 그들, 민주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목적 앞에서 수단을 정당화했던 그들, 그런 30년 전 학생 운동권의 악폐를 지금껏 떨치지 못한, 오늘의 안타까운 그들. 이들이 딱한 건 장삼이사만이 아니었을까. 진보진영의 어른들이 보다 못한 듯 나섰다. 서울대 백낙청 교수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멤버들은 9일 성명을 내고 “진보당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재창당 수준의 갱신을 촉구했다. 한데 다음 말, 귀가 번쩍 뜨인다. “진보개혁세력 연대를 재구성해야 한다. 아직 정당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진보당에 든 회초리는 시늉이고, 하고픈 말은 ‘어서 안철수를 잡아라’인가. 정녕 그런가. 많은 국민들이 진보당에 의해 난도질당한 민주적 절차의 시신(屍身) 앞에서 가슴을 떨고 있는데, 진보의 어른들은 안철수, 대타(代打)를 말하는가. 그게 진보(progress)인가. 진보당의 민주주의 훼손을 연말 대선 공식에 끼워넣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게 시대를 앞서가는 것인가. 정치적 굶주림으로 따지면 이정희, 이석기, 당권파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부모도 아이의 잘못 앞에서 이렇게 꾸짖지는 않는다. jade@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1637년 1월 18일 청군에게 포위되어 있던 남한산성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산성으로 쫓겨 들어온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병사들은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쓰러지고, 얼마 남지 않은 군량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구원병이 끊겨 버린 점이었다.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확신했던 청군 지휘부는 연일 출성과 항복을 독촉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조선 조정은 결국 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조판서 최명길(1586~1647)이 청군 진영에 보낼 문서의 초를 잡았다. 문서는 ‘조선국왕은 절하고 대청국 관온인성 황제께 글을 올립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었다. 조선이 처음으로 ‘오랑캐’ 청을 황제국으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헌(1570~1652)은 글을 보고 통곡했다. 그는 항복 문서를 빼앗아 찢어버린다. 그러자 최명길은 흩어진 종이 쪽을 주워 모아 풀로 붙인다. 처참하고도 희극적인 장면이었다. 왜 한 사람은 찢어버리고, 다른 한 사람은 도로 붙인 것일까? ●원칙을 위협했던 현실 17세기 초반,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는 심하게 요동쳤다. 15세기 이래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명의 몰락이 뚜렷해지고, 만주에서 급속히 떠오른 후금이 명에 도전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조선의 처지는 괴로웠다.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대륙 패권의 변동이라는 격변 속으로 휘말렸기 때문이다. 명은 조선을 끌어들여 후금과 싸움을 붙이려 했고, 후금은 후금대로 조선에 중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명과 후금에 치여 ‘샌드위치’가 된 처지에서 1627년 조선은 정묘호란을 겪는다. 명과의 결전을 앞두고 조선을 묶어 두려 했던 후금의 침략을 받았던 것이다. 후금군 철기(鐵騎)의 돌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조선은 후금과 형제(兄弟) 관계에 입각한 화약을 맺는다. 조선 지식인들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지닌 세계관으로 보자면 만주족 후금은 분명히 ‘오랑캐’이자 ‘금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금을 형으로 섬기는 것은 도무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엄혹해졌다. 조선이 ‘임금’이자 ‘부모’로 섬기던 명은 후금에 계속 밀리기만 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은 명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하면서 기세가 높아졌다. 급기야 1636년 후금의 홍타이지 칸(汗)은 황제가 되기로 하고 ‘아우’ 조선에 그 사실을 통고한다. 칭제 사실을 알리려 후금 사신 용골대 일행이 입국하자 조선 조야는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중화국 명의 천자(天子)만이 천지간에 군림하는 유일한 황제’라는 조선 지식인들의 믿음과 원칙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 조정은 격앙되었다. ●주화냐? 척화냐?의 선택 대다수 신료는 “명은 부모의 나라이고 후금은 부모의 원수인 데다, 명은 왜란 때 조선을 도왔으므로 절대로 배신할 수 없다.”며 용골대 일행의 상경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용골대 일행의 목을 베어 명으로 보내고 전쟁을 불사하자.”는 초강경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상헌은 그 같은 주장을 폈던 척화파(斥和派)의 맏형 격인 인물이었다. 천자국 명을 섬겨온 예의와 명분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후금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결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명을 위해서라면 종사가 망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소수파였던 주화파(主和派)의 의견은 달랐다. 주화파의 대표자 최명길 또한 ‘오랑캐와 척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론이자 원칙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현실에서 ‘원칙’을 관철하려 할 경우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최명길은 ‘임금의 의리는 필부의 그것과 다르다.’며 ‘조선의 임금이 명을 위해 종사를 망하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묘년에 맺은 후금과의 형제관계를 유지하도록 끝까지 노력하되, 후금의 칭제에 대해 호오(好惡)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강조했다. 최명길은 ‘오랑캐가 칭제했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하여 기존의 관계를 무조건 파기하자고 했던 척화파들을 비판했던 것이다. 인조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는 결국 다수파인 척화파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후금과 맺은 형제관계를 파기하고 절교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절교 ‘이후’에 대한 군사적 대책은 미흡했다. 청이 침략할 경우 서울을 떠나 강화도로 들어가 맞선다는 것이 주된 방책이었다. 1636년 12월 9일 압록강이 얼어붙자 청군 철기는 서울을 향해 내달렸다. 12월 14일 청군 선봉은 지금의 녹번동 부근까지 도달했다. 청군은 의주에서 서울로 이르는 대로 주변의 산성에 들어가 청야작전(淸野作戰·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폈던 조선군을 무시하고 돌격을 감행했다. 허를 찔린 조선 조정은 강화도로 피난할 시간적 여유를 상실했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 4000여 명의 병력과 그들이 45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군량밖에는 없었다. ‘춥고 배고픈’ 산성은 청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고 남·북방의 구원병들은 산성으로 접근하는 족족 청군에게 궤멸하였다. 청은 처음에는 왕세자를 내보내야 항복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고, 나중에는 척화신들을 묶어 보내야 한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포위된 산성에서도 ‘선택’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었다. 김상헌 등은 인조에게 “오랑캐의 신하가 되느니 최후의 결전을 벌여 깨끗이 망하자.”는 주장을 폈고 최명길 등은 “종사와 백성을 생각해야 할 임금은 은인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성을 지키던 병사들도 동요했다. 추위와 굶주림, 공포에 지친 병사들 가운데는 항복하자고 시위를 벌이는 자들도 나타났다.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인조는 결국 최명길 등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선택’의 역사적 의의 인조는 1637년 1월 30일 삼전포(三田浦)로 내려와 항복했다. ‘오랑캐 추장’ 홍타이지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적인 항복이었다. 인조가 겪은 치욕보다 더 처참한 것은 수십만의 백성이 청군에게 포로가 되었던 사실이다. 조선 포로들은 심양으로 끌려가 노비로 사역되었다. 많은 포로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는가 하면 도로 붙잡힌 포로들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받았다. 포로가 된 많은 여인이 끌려가는 도중 청군의 첩으로 전락했고, 심양에 도착해서는 질투심에 눈이 먼 만주족 본처로부터 끓는 물 세례를 받은 여인도 있었다. 어렵사리 종사와 국체를 보전했지만, 전란 때문에 백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조선은 과연 이 처참한 국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조야를 막론하고 당시 조선 지식인들 대다수가 “명은 중화이고 청은 오랑캐”라는 것을 원칙으로 견지하는 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칙’과 ‘현실’이 부딪칠 때 무엇을 가장 우선적이고 소중한 목표로 삼을 것인지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남한산성의 함락이 임박했을 때, 김상헌 등이 제기한 주장은 “조선의 신료는 물론 임금도 명을 위해 ‘옥쇄’(玉碎·명예나 충절을 위하여 깨끗이 죽는다는 의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최명길 등은 “조선 임금은 명보다는 조선 백성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자가 ‘무차별적 원칙론’이라면 후자는 ‘선택적 원칙론’이었다. 병자호란의 발생부터 종결까지 인조는 양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병자호란 무렵의 국제질서 변동 과정에서 조선은 ‘독립변수’가 아니었다. 명과 청 사이에 낀 조선은 두 나라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전화에 휘말리고 말았다. 양국과의 관계를 모두 원만히 유지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명과 청이 계속 싸우는 상황에서 ‘종속변수’ 조선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처한 이 같은 엄혹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던 최명길은 병자호란 직전 인조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청과의 화친을 강조하면서도 “척화파들의 주장처럼 청과 맞서 싸우려는 것이 ‘진심’이라면 강화도를 포기하고 압록강까지 전진해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인조가 거부하여 무산되었지만, 이 주장이 갖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국경에서 결전을 벌이면 승패 또한 그곳에서 조기에 결판날 것이고, 청군이 깊숙이 남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포로가 청군에게 사로잡히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최명길의 주장이야말로 ‘종속변수’ 조선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명청 교체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었을까. 17세기 초반 조선이 명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던 사실은 미국과 중국이 맞선 오늘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패권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강국이 떠올라 그에 도전하는 사태가 빚어질 때 한반도는 예외 없이 위기를 맞았다. 명청 교체를 비롯하여 14세기 후반의 원명 교체, 16세기 후반의 일본 굴기, 19세기 후반의 청일전쟁이 한반도로 몰고 왔던 결과들이 그 생생한 실례다. 다가오는 미·중 대결의 시대, 이른바 G2시대를 맞아 우리는 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을 피하고자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명기(명지대 사학과 교수)
  • 중남미 경기하향 ‘경고등’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남미 경제의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니콜라스 에이자기레 IMF 미주국장은 2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남미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브라질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칠레 출신의 에이자기레 국장은 “중남미 국가들은 그동안 국제기구의 금융 지원을 쉽게 받았고, 원자재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봤다.”면서 “그러나 이런 여건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에이자기레 국장의 발언은 중남미 경제의 성장세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내다본 IMF 보고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남미 지역의 성장률을 올해 3.7%, 내년 4.1%로 예상했다. 이는 3개월 전 보고서에 비해 상향조정된 것이다. 앞서 에이자기레 국장은 중남미 지역에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화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국가들이 통화 가치 상승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면서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칠레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보호주의가 지금 당장은 빵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굶주림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UEFA 챔피언스리그] 옴짝달싹 못한 호날두 “람 미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에른 뮌헨의 봉쇄령에 꽁꽁 묶였다. 레알은 1-1 동점이던 후반 44분 마리오 고메스에게 결승골을 내줘 1-2로 무릎을 꿇었다. 유프 하인케스 뮌헨 감독은 경기 뒤 “열정과 우승을 향한 욕망, 그리고 승리에의 굶주림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챔스리그 준결승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4일 마인츠와의 분데스리가 홈경기를 앞두고 호날두를 막아야 할 오른쪽 윙백 필립 람(28)에게 휴식을 명령할 정도로 모든 것을 걸었고 이것이 주효했다. 팀의 주장인 람은 축구선수치곤 작은 170㎝의 키지만 양발 모두 능하게 쓰고 데이비드 베컴에 버금가는 정교한 크로스로 유명한 선수. 특히 지난해 3월까지 분데스리가 경기를 포함해 100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록을 세운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호날두는 평소 포지션인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내내 람의 압박에 묶여 이렇다 할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호날두는 호세 앙헬 디 마리아와 위치까지 바꿨지만 오른쪽으로 옮겨간 그는 낯설게만 보였다. 패스에 힘이 떨어지고 설 자리를 잃은 채 문전을 맴도는 일이 잦아졌다. 전반 17분 프랑크 리베리에게 선제골을 내줘 0-1로 뒤진 레알은 후반 8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벤제마가 오른쪽에서 골문 왼쪽으로 낮게 찔러준 패스를 호날두가 받아 외질에게 곧바로 연결하자 외질이 가볍게 차 그물을 출렁였다. 호날두의 재능이 잠시 번뜩였지만 그뿐이었다. 람은 후반 44분 오버래핑을 통한 크로스를 고메스에게 연결, 결승골을 배달했다. 레알은 뮌헨 원정 무승(1무9패)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고, 오는 26일 오전 마드리드 홈 2차전에서 뮌헨에 골을 내주지 않고 1점 이상 이겨야만 결승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기고] 내가 겪은 김일성 생일/림일 탈북작가· ‘소설 김정일’ 저자

    [기고] 내가 겪은 김일성 생일/림일 탈북작가· ‘소설 김정일’ 저자

    지난 15일은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이었다. 북한 전역에서는 매년 이맘때 ‘충성의 노래모임’이 열린다. 이름 그대로 노래와 무용으로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정치음악회이며, 지난 1980년대 초 노동당의 특별지시로 불쑥 생긴 사회 풍조이다. 모든 기관과 단체, 공장과 농어촌, 군부대에서 한달 전부터 준비하는 이 공연은 일과 후 주민과 군인들이 3~4시간씩 고된 연습을 한다. 예능 기량이 우수한 사람들로 주요 종목을 만들며 합창과 합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시낭송, 노래, 연극, 만담 등으로 이뤄진 ‘충성의 노래모임’은 1~2시간가량 진행된다. 김일성 우상화 정치행사의 일종인 충성의 노래모임은 대중가요 ‘김일성 장군의 노래’로 시작하는데, 이 노래는 북한의 모든 행사에서 서곡으로 불린다. 마치 남한의 각종 공공행사장에서 태극기를 향해 ‘애국가’를 부르듯이 말이다. 이틀 휴무인 김일성 생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로 불린다. 첫날은 모든 주민들이 영구적으로 소속된 기관·단체 등에서 ‘학습토론회’ ‘영화감상회’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다음 날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20년 전 김일성 탄생 80주년 때 평양에서 필자의 가족이 국가에서 받은 명절 공급은 돼지고기 1㎏, 된장 500g, 술 1병, 고급담배 2갑, 사탕과자 1㎏, 두부 2모, 사과 4알이 전부였다. 최근 탈북한 후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90주년 공급은 쌀 1㎏이 고작이었다. 휴무가 끝나면 출근을 평일보다 1시간 일찍 하는데 그것은 수령의 덕분에 명절을 보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을 더 많이 하겠다는 맹세를 다지는 ‘충성의 선서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명절 후에 꼭 같이 적용된다. 만약 4·11 총선에서 승리한 한국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공영방송에 나와 “인류역사에 다시 없을 한없이 자애로운 유권자들을 해와 달이 다하도록 높이 모시고 따르겠습니다. 부모가 준 육체적 생명보다 국민이 주신 정치적 생명을 귀중히 여기고 여러분의 말씀을 피와 살로 만들고 살겠습니다.”라고 맹세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 “뭐야? 저 사람 정신병자 아니야?” 혹은 “야! 재밌다. 코미디보다 더 웃겨.”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북한에서는 다르다. 해마다 이맘때 남한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물론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 경쟁적으로 TV와 방송에 나와 김일성 충성가무를 한다. 인민의 마음속에 영생하는 수령의 덕으로 대의원이 되고 간부가 되었기에 수령을 찬양함은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좋은 노래도 세 번이면 듣기 싫다.’라는 말이 있는 줄도 모르는 듯싶다. 고령의 나이에 저마다 무대에 올라 감동의 눈물을 보이며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아들이 못다한 혁명 위업을 손자가 이어가는 희한한 나라에서 독재정치, 혁명사상, 핵무장 군사가 최고인 이른바 ‘강성대국’ 진입이 수십년간 계속되는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구천에 사무친 배고픈 민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광명성 3호’를 쏘는 북한당국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 ‘타임 100인’에 北김정은 선정…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서 ‘악당’으로 선정됐다. 18일(현지시간) 타임 발표를 따르면 김정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와 셰이크 목타르 알리 쥬베이르, 그리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악당으로 분류됐다. 타임은 “김정은을 포함한 4인을 올해 100인 중 악당에 선정한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한 채 군사적인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그가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방향을 선택할 지 시장 경제 쪽을 향할 것이지, 동북아시아는 그가 답을 내놓을 때까지 예측 불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00인에 선정된 주요 인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애플의 새로운 수장 팀 쿡, 영국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과 그의 여동생 피파 미들턴,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 등이다. 타임은 “영감을 주거나,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우리에게 도전하거나, 세상을 바꾸는” 인물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100인에는 개인이 아닌 국제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도 선정됐으며, 여성은 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대선주자 첫 단추 ‘원칙 朴’

    대선주자 첫 단추 ‘원칙 朴’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면서 대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16일 리얼미터가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양자 구도에서 박 위원장은 47.9%, 안 원장은 44.8%를 각각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정례 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안 원장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일주일 전 조사(4월 2~6일)에서도 박 위원장은 45.3%로, 47.8%를 얻은 안 원장에게 2.5% 포인트 밀렸다. 다자 구도에서는 박 위원장이 42.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안 원장(20.7%),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15.6%),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3.2%) 등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총선 투표 참여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박 위원장은 45.1%를 얻어 35.9%의 안 원장을 제쳤다. 총선을 계기로 박 위원장과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뒤바뀐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판도 자체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다시 찾아온 주도권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다음 달 중순 새로운 당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비대위원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선 주자라는 이름표를 전면에 새롭게 내걸어야 한다. ‘대선 주자 박근혜’의 등장을 공식화하는 첫 단추는 그동안 줄곧 강조해 온 ‘원칙의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해답은 논문 표절 의혹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문대성·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처리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두 당선자 처리 문제에 대해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또 박 위원장이 회의에서 “대학에 맡기거나 법정 공방으로 가면 결론이 날 것이고, 그에 따라 당규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봐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앞서 나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선에서 어렵사리 얻은 단독 과반 의석을 포기하더라도 쇄신과 개혁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행보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책은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박근혜식 쇄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이 이날 총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를 만들기로 하고,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규탄 결의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 등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이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 당과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소요된 비용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분 6년치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정말 반인권적인 일이다.” 등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