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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킹덤’ 제작진·출연진이 밝힌 넷플릭스와의 첫 호흡

    드라마 ‘킹덤’ 제작진·출연진이 밝힌 넷플릭스와의 첫 호흡

    내년 1월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넷플릭스와의 첫 협업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김은희 작가는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Netflix See What‘s Next: Asia) 행사 중 진행된 ‘킹덤’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의 작업도, 영화를 연출한 감독님과의 작업도 처음이었지만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드라마 ‘싸인’(2011)을 끝낸 후 이 이야기를 기획했는데 실제 드라마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만들어지게 됐다”면서 “시즌2 대본도 현재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김 작가는 “(드라마 중) 잔인한 장면이 있는데 제가 꼭 잔인함을 의도한다기보다 리얼리티와 개연성 때문에 등장하는 것”이라면서 “보통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라면 모자이크 처리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드라마를 볼 때 공감대가 깨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넷플릭스의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드라마 연출에는 처음으로 도전한 김성훈 감독 역시 넷플릭스와의 작업 중 인상 깊었던 점으로 창작의 자유를 꼽았다. 김 감독은 “작업 도중 넷플릭스가 피드백을 줄 때 ‘어떤 문화권에서 이 장면을 보면 불편하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정도의 말만 했을 뿐 ‘이렇게 고쳐달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면서 “컴퓨터 그래픽 등 기술적인 작업에 있어서도 단 하나의 티끌도 남기지 않으려는 넷플릭스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룡은 “드라마 후반 작업을 할 때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다른 점을 느꼈는데 바로 철저한 보안이었다”면서 “작품 포스터나 티저 영상도 배우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어제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총 6부작인 ‘킹덤’은 죽은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리게 된 왕세자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돼버린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극이다. 내년 1월 25일 190개국 시청자들에게 공개된다. 싱가포르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베일 벗는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내년 1월 25일 첫 공개

    베일 벗는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내년 1월 25일 첫 공개

    tvN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자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내년 1월 25일 드디어 공개된다. 더불어 시즌2 제작도 확정지었다.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아시아’(Netflix See What’s Next: Asia)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작품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2를 확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작품을 보면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화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굶주림 끝에 괴물이 돼버린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조선시대 좀비물’이다. 2011년부터 이 작품을 기획했다는 김은희 작가는 이날 행사에서 “원래 좀비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본 좀비는 배고픔에 가득찬 존재였다”면서 “좀비를 역병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지금보다 훨씬 통제가 불가능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어 “(사람들의) 목도 잘리고 피도 많이 나고 사람들이 죽는 장면이 많아서 기존 드라마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오래 전부터 기획했지만 실제로 대본 작업이 힘들었다. 넷플릭스를 만나면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을 아우르는 단어로 ‘배고픔’을 꼽았다. 그는 “배고픔, 식욕만 남은 괴물들의 이야기인데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주인공인 왕세자 이창이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간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결과물로 보여주겠다’는 말을 해왔는데 곧 결과물을 보여드릴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 기대도 되지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킹덤’은 15~16세기 극동아시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권력에 대한 그릇된 탐욕과 민초들의 끊임없는 배고픔이 만나서 생긴 괴물과 맞서 싸우는 투쟁사”라며 “조선시대가 지닌 고요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이 작품 속에서 괴물로 일컬어지는 역병 환자들과 인간의 탐욕이 만든 동적인 긴장감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쾌감이 6부 내내 가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덤’의 티저 예고편은 https://www.youtube.com/watch?v=JeCm_7YlqMc에서 볼 수 있다. 싱가포르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우리 삶을 위협하는 당신들의 大義

    우리 삶을 위협하는 당신들의 大義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이언 샤피로 지음/이현휘·정성원 옮김/인간사랑/613쪽/3만 2000원1636년 청이 조선을 침략하자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도망간다. 추위와 굶주림, 청에 포위당한 상황에서 조정은 두 갈래로 나뉜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이다. 인조는 김상헌의 말을 들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조는 결국 청에 호되게 당하고,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는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을 터다. 강대국에 치여 살아가는 한국, 그리고 이런 와중에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하는 학자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부지기수다.이언 샤피로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을 통해 이런 학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다양한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진짜 연구 대상인 눈앞의 현실에서 계속 도망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간 행동의 동기나 시장의 기능에 관해 비현실적인 전제를 깔고 모델을 설계한다. 손쉽게 입수 가능한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계량적 연구를 수행한다. 혹은 이론적 사변에만 치우쳐 경험적 연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저자는 이런 주장들이 정치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조지 W 부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악’이라 규정하고, 미국은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선’으로 규정한 채 이라크를 침공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역시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외친다. 명백한 진실을 제멋대로 부인하고 명백한 거짓을 옹호하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치부해 버리고 자신의 신념만 외치는 그의 모습은 현실도피 성향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책은 400여쪽에 이르는 저자의 글에 200여쪽에 이르는 이현휘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의 해제를 붙였다. 이 연구원은 저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틀로 한국의 처지를 살핀다. 신념윤리는 자신의 신념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책임윤리는 행위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을 강조한다. 이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 중심 인문사회과학을 거의 직수입한 점, 그리고 여전히 조선시대 유학의 테두리에 갇힌 이른바 ‘신(新)유학’을 바탕으로 여전히 신념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이런 생래적 성격을 살필 때, 병자호란을 초래한 한국의 정치 파행이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 인문사회과학이 심각한 현실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분석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끊임없이 도피했다는 것이다. 대화에 나섰어야 할 북한에 대해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역대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싱가포르 선언, 그리고 9·19 선언의 붕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신념윤리의 소유자는 그런 결과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그런 주장을 하면서 명성을 얻고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에만 있기 때문이다. 마치 400년 전 김상헌이 그랬던 것처럼. 저자와 해제자는 결국 인문사회학자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정치가는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처럼 신유학의 틀과 미국의 선악 구도를 정면으로 거슬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거론되는 시점에서는 더욱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책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현실을 저버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연구 방법론과 정치 상황만을 지나치게 나열한 감이 없잖다. 해제 역시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너무 이분법으로 다룬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자들에 관해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맛도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격변기,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던 사이비 인문사회과학자와 정치가들의 참 면목을 볼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8만원짜리 스테이크 먹은 마두로… 국민들 ‘공분’

    28만원짜리 스테이크 먹은 마두로… 국민들 ‘공분’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56)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터키 이스탄불의 유명 식당에서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퍼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지난 17일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중국 방문 후 귀국길에 인스타그램의 유명 셰프인 누스레트 고크제가 운영하는 식당인 ‘누르스 엣’을 찾았다. 고크제는 지난해 코믹한 스테이크 요리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소금 연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테이크 전문 셰프다. 논란의 발단은 고크제가 마두로 대통령 부부에게 스테이크를 잘라 대접하는 동영상 3개를 트위터에 올린 데 있다. 순식간에 영상이 퍼지면서 궁핍한 삶을 사는 대다수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삶과 대비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마두로 대통령이 먹은 메인 코스 요리는 250달러(약 28만원)에 이르며 이는 베네수엘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기준 8개월치 급여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64%가 지난해 평균 11.4㎏씩 체중이 감소할 정도로 굶주림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같은 날 개막한 유엔총회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4일 발생한 드론 암살 시도 등 신변안전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오늘(15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규-국가는 왜 날 버렸나

    ‘그것이 알고싶다’ 오늘(15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규-국가는 왜 날 버렸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겪은 고초와 피해보상 문제를 두고 은밀히 행해진 사법부와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을 다룬다. 15일 방송되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화태(樺太)에서 온 편지-국가는 왜 날 버렸나’ 편으로 꾸며진다. “일본의 종으로서, 매도 많이 맞고 죽을 뻔도 여러 번 당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故 여운택 할아버지는 지옥의 시간으로 회상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구타와 굶주림, 임금 착취 등,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참혹한 시간을 보낸 한국인 피해자는 103만여 명. 그들의 피해는 보상을 받았을까.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앞에서는 사람들의 만세 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패소 판결을 깨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것이다. 그간 일본과 한국 법정에서의 잇따른 소송 패소 후에 피해자들이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파기 환송된 재판은 고등법원에서의 승소 이후 2013년 다시 대법원으로 재상고 되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연일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법 농단의 그늘 뒤에서,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거래의 대상이 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은밀한 거래를 하는 사이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생을 달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은 오늘도 재판의 결론이 나기만을 염원하며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왜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당한 강제징용 재판을, 그들이 겪은 지옥을 부당 거래한 것일까. 한편 이날(15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후 11시 5분 SBS에서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애니멀구조대] 누가 지옥으로 내몰았나?…사상 초유 하남 개지옥 구출기

    [애니멀구조대] 누가 지옥으로 내몰았나?…사상 초유 하남 개지옥 구출기

    지난 6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집단 동물학살 사건이 세상에 폭로되었다. 하남의 감일지구. 개발지역에 몰래 들어와 개들을 넣어 놓는 소위 알박기를 통해 무단으로 점유한 개도살업자들이 개발업체인 LH 측에 이전비용 및 생활대책 용지를 달라며 무려 60억 보상을 요구하였던 사건. 그 과정에서 방치된 개들이 반복적으로 집단 몰살을 당하였던 사건이 LH를 통해 제보를 받은 동물권단체 케어에 의해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굶어 죽은 사체와 뒹굴며 가까스레 숨이 붙어 있던 개들. 곰팡이 핀 음식물 쓰레기들을 먹을 수 없어 뼈만 남아 죽었던 개들이 속출했던 곳. 개발이 시작되며 50만 평의 부지는 황무지처럼 변하였고, 일반시민들의 접근조차 어려웠던 그 곳에서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어나갔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철장 곳곳에서 그리고 땅 속에서 나오는 무더기 개 사체들을 활동가들은 보았고, 가는 길마다 조각이 난 뼛조각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이를 미루어보아, 개들을 가둬 놓고 죽으면 또 다시 어디선가 개들을 데려와 가둬놓는 등 반복적으로 죽이는 행위를 반복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다. 제보를 받은 케어가 처음 사건 현장에 도착한 당시, 200여 마리의 개들은 구석구석 철장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철장에는 빼곡히 각각의 상호명이 걸려 있었다. **축산, ** 상회. 그 이름들은 각각 생활대책용지를 달라는 보상을 요구하는 업체 명이다. 뼈에 가죽만 붙은 채 푹푹 찌는 무더위에 철장 속에 갇혀 녹아내리고 있는 개 사체들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섬뜩하게 걸려있는 팻말들이었다. 살아있는 개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피부병과 진드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피부병보다 심각한 것은 굶주림이었다. 일반 개농장에서 개들에게 먹이는 음식물 쓰레기보다 심각한 그것들은 이미 부패될 대로 부패된 찌꺼기들이었다. 그것을 먹고 질병에 걸려 죽었을 개들은 사체에도 살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먹을 수 없어 굶어 죽은 개들은 뼈만 남아 죽어 있었다. 그리고 가까스레 목숨이 붙어 있는 개들은 우리가 도착하자 힘을 내어 일어나 철장에 달라 붙었다. 조용히 사람을 응시하며 꺼내 달라는 눈빛을 보고도 우리들은 바로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개들의 수가 무려 200여 마리인데다, 보상을 요구하며 볼모로 갇혀 있는 개들을 구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케어는 일단 이 충격적인 사실을 세상에 폭로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현행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케어 TV를 통해 영상이 확산되며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마리나 되는 개들이 집단으로 몰살되고 있는 현장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민원이 쇄도했고 하남시청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케어는 ‘굶겨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 행위로 적극적인 법 해석과 적용, 그리고 행정적 조치를 하남시청에 요구하였다. 학대행위로 판단되면 ‘긴급격리조치‘를 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마리나 되는 개들을 어디론가 이동시켜 보호하는 격리조치가 부담이 된 하남시청은 당시 거기서 바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케어는 다시 아이디어를 냈다. 이미 LH에서 현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상, LH에서는 펜스 등을 두를 수 있었기에 LH가 개들이 있는 공간 전체에 펜스를 치는 방법으로 개들과 학대자들의 접촉을 차단하는 격리조치를 발동시켰다. 개들이 있는 전체 부지에 펜스가 둘러졌다. 학대자들은 현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고 전국적으로 동물학대 사실이 폭로된 이상, 내가 주인이라며 소유권 주장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더욱이 격리조치가 되면 그 후의 관리비, 치료비, 사료비 등을 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안내문을 펜스 전체에 붙이도록 하였다. 200마리 개들에 대한 하루 관리 및 치료 비용은 1000만원 이상이 되므로 학대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고 학대자들은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학대자들은 고발되었고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케어는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과 함께 긴급 액션에 들어갔다. 활동가들은 매일 매일 그 험한 개발 현장에 들어가 아픈 개들을 빼냈고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했으며, 남은 개들에게 신선한 먹이들을 공급했다. 케어는 모금을 통해 이들을 지원했다. 작은 단체들도 합류했다. 재래식 화장실처럼 배설물 가득한 공간 속에서 온 몸이 피부병으로 덮였던 개들은 하나하나 치료를 받고 입양을 나갔다. 덩치 큰 개들 중 성격 좋은 개들은 해외 입양을 가고 있다. 구조 당시 참혹한 모습으로 사진에 찍혔던 개들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으로 입양자가 보내 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200마리의 개들은 무려 두 달 만에 현재 50여 마리로 줄은 상황이다.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알려지지 않았던, 그래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소리 없는 죽음이 반복되었던 하남의 개지옥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개들이 있던 그 지옥의 공간들은 현재 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활동가들은 매일 밤 보초를 서며 개들을 지키고, 개농장에서 도망쳐 근처를 돌아다니며 점점 들개화가 되어 버릴 개들을 구조하고 있다. 매일 아픈 곳이 없나 살피며 치료와 입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은 개들 50여 마리는 현장에서 임시 시설을 만들어 보호 중에 있다. 하지만 덩치 큰 믹스견들의 입양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9월 말이면 하남시와 LH가 개들에 대한 부지 제공을 끝낼 것이다. 그 이후는 유기동물에 대한 일반적 절차대로 하남시에서 안락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옥 속에서 겨우 살아난 개들에게 조금만 더 기회를 제공할 수는 없을까? 하남시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과 하남시청, LH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의지를 가진다면 50마리가 있을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지옥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남은 개들에게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기를... *동물권단체 케어는 남아 있는 개들의 치료를 해외 단체와 협조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개들의 입양에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 개들이 안락사를 빗겨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입양문의 : care@fromcare.org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soyounpark@fromcare.org
  • [애니멀구조대] 개농장 화재 현장에 방치…극적으로 살아남은 개

    [애니멀구조대] 개농장 화재 현장에 방치…극적으로 살아남은 개

    지난 2월 울산광역시 동구의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만 2000m²가 타버린 큰 화재였습니다. 이 야산에는 한 개농장이 있었습니다. 야속하게도 화마는 개농장을 빗겨가지 않았습니다. 화마가 덮친 개농장의 개들은 온 몸이 불에 타 끔찍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개농장주는 화상 입은 개들을 방치했습니다. 개들은 차례로 하나둘 죽어나갔습니다. 농장엔 죽은 개들의 사체가 나뒹굴었지만 개농장주는 사체조차 거두지 않았습니다. 치료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도 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한 생명 안타까운 사연은 널리 퍼져 나갔고, 쇄도한 민원을 접수한 울산 동구청은 경찰과 함께 화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한 달여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재 현장에는 놀랍게도 살아있는 한 생명이 있었습니다. 황구 한 마리가 기적적으로 살아 농장을 힘없이 배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굴부터 등을 지나 꼬리까지. 화마가 지난 자리마다 흔적을 남기기라도 하듯 피부는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고름과 진물로 뒤덮인 피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황구의 고통을 실감케 했습니다. 삐쩍 마른 몰골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겨우 숨통이 붙어 있는 가련한 생명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지역 활동가는 극적으로 살아남은 이 한 생명이라도 살려 보고자 황구를 인계해달라고 개농장주를 설득했습니다. “절대 내줄 수 없다.”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밥도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아픈 곳을 치료해 주지도 않은 채 1달 동안 황구를 방치한 사람의 대답 치고는 참으로 강경하고 무책임했습니다. 화재는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 남은 생명에게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동물학대를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개농장주는 포기한 듯 마지못해 황구를 내주었습니다. 황구는 절차대로 먼저 시보호소로 옮긴 뒤, 이후 케어는 급히 이동봉사자를 구했습니다. 치료를 위해 울산에서 서울로 황구를 긴급 이송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녹아내린 몸 타버린 마음 황구의 몸은 녹아내렸고, 마음은 타버렸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구조대도 애가 타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지, 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다급한 생각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를 받게 해야 했습니다. 케어 동물구호팀은 황구를 서울의 한 대형 동물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습니다. 검진 결과, 바깥에 붙어 있는 피부층들은 이미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귓바퀴는 완전히 녹아내렸고, 이마도 녹아 눈을 완전히 감지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털이 다시 자라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전체적으로 흉터가 남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영양결핍은 물론 탈수까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황구는 의지가 대단했습니다. 병원에 와서는 왕성한 식욕을 보였습니다. 비쩍 마른 몸과 왕성한 식욕이 보여주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굶주림’.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주었습니다. 황구를 치료한 수의사는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걱정을 많이 하면서 처치를 했는데 아이가 잘 버텨주었다”며, “자기 자신의 치유력이 상처 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참한 환경에서 버텨준 것도 고마운데, 살아 보려는 의지까지 보이는 황구 모습에 다들 마음 한 편이 애잔해졌습니다. ‘강’하고 ‘건’강하게 황구는 사람을 잘 따르고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았습니다. 케어는 이 황구에게 ‘강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어떤 시련 속에서도 강건하게 살아가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도, 힘차고 씩씩하게 버텨주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대견했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강건이의 일생을 떠올려봅니다. ‘개농장’은 그 자체로 생명에게 위협적인 공간입니다. 방금 전까지 옆에 있던 동물이 무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안전한 개농장’, ‘포근한 개농장’은 성립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개농장에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심지어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하루 아침에 화재로 목숨을 잃고 강건이 곁을 떠났습니다. 겨우 혼자 살아 남았지만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고통 가운데 하루 하루 버텨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흘러 왔을 강건이의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강건이는 5개월 간 치료와 회복기를 가지고 마침내 8월 27일 동물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강건이는 간호사 선생님을 꼬리 흔들며 따라 다니고, 만져 달라며 얼굴을 들이 밀기도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헤어지는 날, 강건이를 떠나 보내며 그간 강건이를 돌봐 준 의료진들도 모두 눈물을 훔쳤습니다. 일의 특성상 이별에 익숙할 법도 한데, 그간 사랑스러운 강건이와 많은 정이 들었나봅니다. 강건이의 모금 기록을 살펴 보니, 그간 2000명이 넘는 시민분들께서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그 온기가 지금까지 강건이의 치료와 회복을 도운 것입니다. 개농장에서의 기억들, 그리고 화재로 인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모조리 잊혀지진 않겠지만, 강건이의 여생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겠지요. 좋은 입양자를 만날 때까지, 케어는 계속해서 강건이 곁에 머물겠습니다. “강건아, 이름 따라 씩씩하게 꽃길만 걷자!” 동물권단체 케어 김태환PD taehwankim@fromcare.org
  • 맹수 들끓는 야생에서 2주간 홀로 생존한 15세 소녀

    맹수 들끓는 야생에서 2주간 홀로 생존한 15세 소녀

    15세 소녀가 곰과 여우 등 사나운 야생동물이 들끓는 야생에서 2주 넘게 홀로 생존해 있다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시베리안타임즈 등 러시아 현지 언론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스벳라나 에바이(15)는 오빠가 머무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 홀로 나섰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가족들은 오빠를 찾아 집을 나선 에바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구조대에 신고했고, 에바이가 집을 떠난 지 3일 만에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에바이가 실종된 곳은 러시아 북부 툰드라 지역으로, 북극권에 속한다. 이곳에는 사납기로 소문난 북극곰과 회색곰, 여우 등이 서식하며, 식량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척박한 기후로 알려져 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타고 툰드라의 기단 반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재는 기온이 비교적 높은 늦여름이라 한밤중의 기온이 0℃ 정도지만, 먹을 것이 부족하고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바이의 가족 역시 에바이가 굶주림 보다는 야생동물을 맞닥뜨릴까봐 염려하는 상황이었다. 에바이가 구조된 것은 실종일로부터 15일이 지난 후였다. 헬기를 이용해 수색작업을 펼치던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으며, 15일간 물과 덜 익은 열매 등을 먹으며 야생에서 버틴 에바이는 구조대와 가족들을 본 뒤 스스로 걸어올 만큼 건강상태가 양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긴 했지만 심한 상처도 없었고, 혈압과 맥박도 모두 안정적인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응급 전문의는 “야생 곰이 들끓는 곳에서 보름 넘게 길을 헤매다 구조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면서 “툰드라 곳곳에 있는 물이 소녀의 생존을 도왔다”고 밝혔다. 기적적으로 가족과 재회한 15세 소녀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시베리안타임즈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맹수 들끓는 야생에서 2주간 홀로 생존한 15세 소녀

    맹수 들끓는 야생에서 2주간 홀로 생존한 15세 소녀

    15세 소녀가 곰과 여우 등 사나운 야생동물이 들끓는 야생에서 2주 넘게 홀로 생존해 있다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시베리안타임즈 등 러시아 현지 언론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스벳라나 에바이(15)는 오빠가 머무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 홀로 나섰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가족들은 오빠를 찾아 집을 나선 에바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구조대에 신고했고, 에바이가 집을 떠난 지 3일 만에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에바이가 실종된 곳은 러시아 북부 툰드라 지역으로, 북극권에 속한다. 이곳에는 사납기로 소문난 북극곰과 회색곰, 여우 등이 서식하며, 식량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척박한 기후로 알려져 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타고 툰드라의 기단 반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현재는 기온이 비교적 높은 늦여름이라 한밤중의 기온이 0℃ 정도지만, 먹을 것이 부족하고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바이의 가족 역시 에바이가 굶주림 보다는 야생동물을 맞닥뜨릴까봐 염려하는 상황이었다. 에바이가 구조된 것은 실종일로부터 15일이 지난 후였다. 헬기를 이용해 수색작업을 펼치던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으며, 15일간 물과 덜 익은 열매 등을 먹으며 야생에서 버틴 에바이는 구조대와 가족들을 본 뒤 스스로 걸어올 만큼 건강상태가 양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긴 했지만 심한 상처도 없었고, 혈압과 맥박도 모두 안정적인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응급 전문의는 “야생 곰이 들끓는 곳에서 보름 넘게 길을 헤매다 구조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면서 “툰드라 곳곳에 있는 물이 소녀의 생존을 도왔다”고 밝혔다. 기적적으로 가족과 재회한 15세 소녀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시베리안타임즈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별한 동행]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해 길러진 개들의 사연

    [특별한 동행]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해 길러진 개들의 사연

    “살아남은 애들은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죽은 사체는 충격 그 자체였다” 동물자유연대 조영련 실장은 지난해 1월 경기도 여주시의 한 개농장에 대해 이 같이 증언했다. 당시 조 실장은 “개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상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29구의 개 사체가 참혹하게 널브러져 있었고, 간신히 살아남은 20여 마리의 개들은 오랜 굶주림으로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농장주는 개들이 병들어 죽은 것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조 실장은 “지속적이고, 고의적으로 굶겨 죽인 것”이라며 “대부분 굶어 죽거나, 동사해 죽은 상태였다. 살아남은 20여 마리 개들도 아사 직전이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농장주는 개들을 왜 이렇게 방치했던 것일까. 이유는 비상식적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조 실장은 “시로부터 (‘음식물쓰레기 처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거한 잔반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세워 제출해야 한다. 그 용도로 개들을 키운 것이다. 농장주는 개들이 크면 (식용으로)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해 개들을 키웠다는 의미다. 동물 학대가 명백한 상황. 조 실장은 “동물학대 행위가 드러난다고 해도 개들의 소유권이 농장주에게 남는 현행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동물을 생명이 아닌, 개인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구조할 수 없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우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농장주로부터 개들을 격리조치 했다. 이후 농장주를 설득해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냈고, 구조된 개들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로 옮겼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1항 동물학대 금지에 따르면,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학대로 인정한다. 이를 근거로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주를 동물학대로 고발했다. 그 결과 농장주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개농장주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 행위를 못하도록 여주시청에 제기한 민원도 받아들여졌다.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구조된 개들은 현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갔다. 조 실장은 “일부 개들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고 무서워하는 애들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3월 22일부터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학대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 실장은 “무엇보다 담당 지자체나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가 아쉽다”며 “동물학대가 인지되면, 담당 공무원이나 경찰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과 예산 확보부터 생각한다. 그 사이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문성호,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특별한 동행’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인터뷰 형식의 짧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하면 공존하며 행복하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위험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사연과 현재 모습을 통해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 산발머리 포착 “꽃거지 비주얼”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 산발머리 포착 “꽃거지 비주얼”

    SBS 새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신혜선이 미녀 노숙자로 변신했다. ‘대세남녀’ 신혜선-양세종의 만남으로 관심을 높이고 있는 하반기 로코 기대작 SBS 새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제작 본팩토리)(이하 ‘서른이지만’)가 오늘(23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이 가운데 신혜선(우서리 역)이 흡사 노숙자의 자태로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담긴 현장 스틸이 공개돼 이목이 집중된다. ‘서른이지만’은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신혜선 분)와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차단男’(양세종 분), 이들이 펼치는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연출한 조수원PD와 ‘그녀는 예뻤다’를 집필한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이다. 이중 신혜선은 꽃다운 열일곱에 코마 상태에 빠져 13년이라는 세월을 ‘간주점프’한 서른 살 우서리 역할을 맡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안방극장 접수를 예고하고 있다. 공개된 스틸 속 신혜선은 영락없는 꽃거지 비주얼로 시선을 강탈한다. 마치 사자 갈기처럼 산발한 머리와 검댕이로 범벅이 된 얼굴이 노숙생활을 방증하고 있는 것. 나아가 놀이터의 터널 구조물 안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은 제법 안락하게 보일 정도다. 이어 신혜선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낼 찰나, 그의 뒤로 보이는 ‘사랑의 무료급식’ 현수막이 시선을 강탈한다. 심지어 신혜선은 수많은 노숙자들을 제치고 봉사자의 1대 1 케어를 받고 있는 모습. 이로써 ‘공인 노숙자’가 된 신혜선의 상황이 깨알 같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지난 6월 서울 모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서리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자 행방불명된 외삼촌부부를 찾기 위해 병원을 탈출한 뒤 오갈 데 없어진 상황을 그린 장면이다. 이날 신혜선은 미모도 포기한 채 열성적인 노숙 신공을 선보였다고. 그러나 절박한 굶주림을 표현하는 가운데도 러블리한 매력만큼은 감출 수 없어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서른이지만’ 측은 “극중 신혜선이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짠하게 만드는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신혜선은 이 같은 극중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본 방송을 통해 확인해달라”고 전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로 ‘믿보작감’ 조수원PD와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 23일 첫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IS 떠난 자리, 공포·굶주림만 남았다

    IS 떠난 자리, 공포·굶주림만 남았다

    어린이 43% “온종일 슬픔 빠져” 청소년 80% “혼자 다닐 때 불안” IS 폭압이 어린이 정신까지 파괴 보호자 80%가 경제난·불면증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남긴 상처는 크고도 깊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라크 정부군이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IS의 최대 근거지였던 모술을 탈환한 지 1주년이 된 9일 보고서 ‘망가진 삶을 고쳐나가기’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모술 어린이 138명과 보호자 114명 등 총 252명을 설문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술 탈환 1년이 지났음에도 어린이들은 여전히 극심한 공포, 우울 등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설문에 참여한 어린이 43%가 “거의 온종일 큰 슬픔에 빠져 있다”고 답했다. 25%는 “나 자신을 좋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삶에서 행복한 요소가 하나라도 있다”고 답변한 어린이는 9%에 불과했다. 13~17세 사이 청소년의 50%는 보호자와 떨어지면 불안해했다. 80%가 혼자 걸어 다닐 때조차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한 소녀는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전쟁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다시는 전쟁을 겪고 싶지 않다”면서 “내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엄마, 아빠가 곁에 있을 땐 행복했는데, 이제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회상했다. 이 소녀를 보호하고 있는 삼촌은 “조카는 아직도 비행기를 보면 겁을 먹는다”며 “폭격에 대한 두려움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IS의 폭압이 어린이들의 정신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프 등에 따르면 IS 점령 당시 약 10만명의 어린이가 모술에 갇혀 있었다. IS는 어린이들을 살해하거나, 정부군과 교전 당시 ‘인간방패’로 내몰았다. 일부는 세뇌 교육을 시켜 IS 행동대원으로 양성해 자살폭탄 공격을 하도록 꼬드기기도 했다. 이 어린이들을 보듬어야 할 보호자들조차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의 80% 이상이 경기 침체, 구직난에 걱정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72%가 불행함을 느꼈고, 약 90%는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보호자들이 어린이들에게 거의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모술에서 IS의 통치를 견뎌 낸 부모 압둘 카데르(25)는 “끊임없는 굶주림, 폭격기의 공습, 벽을 뚫는 총알의 소리 등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돈은 다 떨어졌다. 남은 것은 곧 무너질 것 같은 방 두 칸짜리 집뿐”이라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에 말했다. 아나 록신 세이브더실드런 이라크지부 사무소장은 “모술 어린이들은 학교가 전쟁터로 변하고 교실에서 친구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라크의 미래는 어린이들에 달려 있다. 이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이날 “모술은 이라크에서 가장 심각하게 파괴됐다. 잔해만 약 800만t”이라면서 “도시의 90%가 초토화됐다. 학교 62개가 사라졌고, 주택 5만 4000채가 완파됐다”고 전했다. 모술의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데에는 약 874억 달러(약 97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북한에서 미군 유해를 1000달러에 사고 판다?

    북한에서 미군 유해를 1000달러에 사고 판다?

    북한 주민들이 상당수의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보관 중이지만, 고액의 보상금을 위해 당국 대신 중국 브로커에 넘기고 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6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최근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발굴·보관해 온 유해를 비싼 값에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도 주민들 사이에서 미군의 유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6·25 격전지 인근에서 미군 전사자로 보이는 유해를 발견하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집에서 보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당국에 신고해봤자 돌아오는 보상이 전혀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미군 유해 1구를 인식표(군번) 등 증거물과 함께 중국 브로커에게 넘기면 보통 1000달러 가량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 유해가 가장 많이 발굴되는 곳은 함경남도 장진이다. 군번과 군복, 군화 등 유품들도 이 일대에서 상당수 발굴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장진 외 다른 격전지에서도 많은 전사자 유해가 발굴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유독 미군 유해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돈이 안 되는 인민군이나 한국군의 유해가 발견되면 그대로 방치해버린다”고 했다. 함경남도 장진군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미군 사상자를 낸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미 8군단 예하 제1해병사단이 장진호 북쪽으로 진출하던 중 중공군 제9병단 예하 7개 사단과 충돌해 2주간 동안 추위와 굶주림을 극복하고 철수를 완수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브로커는 DNA 검사와 군번 확인, 전쟁기록 대조 등 절차를 거쳐 미국 측에 유해를 인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브로커를 거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실제로 유해가 미국의 가족에 인도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미국이 전쟁 후 전사자와 실종자의 유해 발굴을 지금껏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미군 유해를 잘 보관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큰 돈이 된다고 믿어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함경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정부가 이번에 미국 측에 송환하는 200여구의 미군 유해 외에도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미군 유해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24일 판문점을 통해 운구함 100여개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해를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금속관 158개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준비했다.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북한군의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발굴 현장은 삼엄한 경계 속에서 인민군 총정치국이 발굴을 지휘하고 있다”며 “필요한 각종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특이하게 맛난 것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특이하게 맛난 것

    맛집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소위 ‘먹방’이라는 TV 음식프로의 인기도 여전하다. 그런가 하면 순전히 맛집만을 찾는 여행도 있다. 이제 맛집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집’을 넘어서 ‘특이하게 맛난 것을 찾는 우리네 욕심을 만족시켜 주는 집’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맛집은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그 무엇도 사람의 욕심을 만족시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만 맛집을 찾아 헤맬 뿐이다. 특이하게 맛난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연산군이 그랬다. 그는 “왜(倭) 전복이 있다 하니 사서 바치도록 하라. 이 물건뿐 아니라 모든 특이하게 맛난 것은 널리 구해서 바치라”고 했다. 조선 전복도 있는데 굳이 일본산을 원했던 것은 탐욕 때문이다. 언젠가 중국에 가는 사신에게 수박을 구해 오라 했다. 이 명령을 들은 사신은 “먼 곳의 기이한 음식물도 억지로 가져오는 것이 어렵고, 중국의 수박이 조선 것과 그다지 다른 점이 없다”고 했다가 능지처참을 당한다. 다른 사신에게는 여지(?枝)라는 과일을 구해 오라고 했다. 여지는 양귀비가 좋아한 과일로 남방에서 생산되던 것을 당나라 현종이 장안까지 실어 오느라 백성들의 원망을 샀던 대표적인 과일이다. 그런가 하면 제철이 아님에도 제주목사에게 귤을 보내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연산군은 결국 이런 탐욕 때문에 망한다. 이런 일이 어디 연산군뿐이겠는가. 대한항공 해외 직원들을 시켜 철마다 해외 과일들을 밀반입시켰던 갑질 모녀들도 탐욕에 관한 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는 말이 있다. 이백이 “아이 불러 닭을 삶아 막걸리를 마셨다”(呼童烹?酌白酒)고 해서 필자도 따라 해봤지만 막걸리 안주로는 삶은 닭보다 김치전이 입에 맞았다. 그것은 분명 김치전에 대한 필자의 추억 때문이리라. 그런가 하면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말도 있다. 누군가에겐 삶은 닭에 막걸리를 먹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추억 만들기의 일환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탐욕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탐욕 때문에 아귀병에 걸린 이야기가 나온다. 욕심이 많았던 에리직톤은 농업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아끼던 신성한 정원에 요정들의 놀이터였던 커다란 나무를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어 버린다. 이에 분노한 데메테르는 굶주림의 여신인 리모스를 보내 혈관에다 독을 투입하는데, 그 후 에리직톤은 미친 듯이 음식을 탐한다. 음식이 떨어지고 재산이 동이 나자 딸까지 팔아 음식을 구한다. 그래도 식탐은 채워지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제 몸뚱아리마저 뜯어먹은 후에야 비극은 끝이 난다. 이렇듯 탐욕은 자신을 먹어 치우는 아귀였던 것이다. 제주도와 북청에서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71세가 된 추사 김정희는 “최고의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大烹豆腐瓜薑菜)이라면서 “이것은 촌로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큰 황금도장을 차고, 온갖 산해진미에 수백 시녀가 있다 한들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했다. 삶의 즐거움은 결코 특이하게 맛난 것을 먹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려한 차림과 놀라운 맛이 범람하는 마당에 일부러라도 소박한 밥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이기 때문이며, 탐욕만은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김정은, 인권 가장 두려워해”

    북미회담 인권 문제 제외 격앙 북한 ‘꽃제비’ 출신 인권운동가인 지성호씨가 1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권”이라고 주장했다. 지씨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DC 의회 신년 국정연설에서 특별손님으로 초대해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목격자’라고 소개했던 인물이다. 그는 1996년 북한에서 굶주림에 정신을 잃고 기차에 치여 왼쪽 다리와 팔을 잃었다. 지씨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진흥재단 주최 포럼에 참석해 6·12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제외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인권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며 “보통 한반도 통일을 말할 때 영토적인 통일을 얘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시간의) 약 90% 동안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인권 문제를 포함해 다른 많은 사안도 의제로 삼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에서 행해진 인권유린과 처형들에 대한 질문에 “김정은은 터프가이”라며 “다른 많은 이들도 정말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받아넘겼으며 ABC방송에서는 “김정은의 나라가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지 않은 것은 ‘무관심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야윈 어린 소녀가 굶주림에 지친 듯 고개를 땅에 떨군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대머리 독수리가 있다.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보도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의 비참한 기근 실상이 널리 알려졌고, 대규모 구호가 이뤄졌다. 하지만 동시에 보도 윤리에 대한 논란도 야기했다. 위험에 처한 소녀를 즉시 구하지 않고, 사진을 먼저 찍은 카터의 행동이 비인간적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카터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최근 이탈리아 피아센자역에서 80대 캐나다 여성이 열차에 치여 구조 요원들로부터 응급구조 조치를 받는 현장에서 한 남성이 셀카를 찍는 모습이 뒤늦게 현지 언론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 남성은 손으로 ‘V자’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현장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공익 목적의 보도 사진이라도 재난이나 참사를 피사체로 다룰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카터의 사례는 보여 준다. 그러나 요즘은 재난 현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 배경쯤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오죽하면 ‘재난 셀카’(disaster selfies)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지난해 6월 79명이 화재로 숨진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사고 현장에서도 추모보다 사진 촬영에 더 열을 올리는 셀카족 때문에 유가족과 이재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당시 화재 현장 인근에 “그렌펠타워는 참사 현장이지 관광 명소가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였다. 심지어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조차 인증샷이 우선인 ‘대담한’ 셀카족도 있다. 지난해 9월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하는 긴박한 순간에 관광 명소인 서던모스트 포인트 앞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 때문에 당국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인 시대에 셀카는 자기과시 욕구를 충족시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더욱이 남들이 갈 수 없는 곳이나 금기 장소에서의 셀카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왜곡된 자기애가 갈수록 자극적이고, 위험한 사진을 찍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셀카를 찍은 남성은 영혼과 인간성을 잊은 채 인터넷의 자동화 기계처럼 행동했다”면서 “인터넷에서 자라난 암”이라고 지적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개념 셀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coral@seoul.co.kr
  •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나선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다?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나선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오히려 경제 성장“경제 발전 속도 올리기 위한 것” 올해 초부터 북한이 비핵화 협상 등 대화에 나선 배경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선 배경에 경제 제재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그 근거로 북한 경제가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수치들을 내세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북한의 5개년 성장률은 연평균 1.2%를 기록했다. 특히 2016년에는 근 17년 이래 최고 성장률인 4%를 기록했다. 무역액도 성장세였다. 최근 북한의 수출은 연 평균 4~5%, 수입은 3~5%씩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자료를 보유한 1990년 이후 자료를 보면 김일성 집권기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4.5%, 김정일 집권기 17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0.2%였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이전 세대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실용주의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2년 공장과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허용했으며, 2014년에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13곳의 새 경제개발구역을 선정했다. 2014년 이후에도 여러 가지 시장친화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국가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온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990년대에는 극심한 식량 부족과 굶주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지 못했다”면서 “다만 영양실조와 영양부족 문제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상세히 전했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제재에도 북한 경제는 부분적으로 시장 경제를 도입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면서 “다만 경제가 여전히 고립돼 있어 외자 유치와 국제 사회와의 기술 교류 없이는 그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 경제가 나쁘진 않다”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을 단순히 유엔 제재의 결과만으로 보기는 힘들며, 핵 보유국이라는 자부심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 정권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석유 공급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경제 제재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엔 제재가 북한 경제에 피해를 줬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며 북한은 제재를 견딜 경제적 힘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제재로 인한 일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긴 했겠지만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며, 오히려 최근 몇년간 시행한 시장경제적 정책을 통해 맛본 경제 발전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위한 협상 지렛대로서 완성 단계에 이른 핵 개발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겨우 2000명 병사로… 淸태조 사위 사살·대승 거둔 ‘광교산 대첩’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겨우 2000명 병사로… 淸태조 사위 사살·대승 거둔 ‘광교산 대첩’

    병자년인 1636년 청나라가 침입하자 전국 곳곳에서 근왕병(勤王兵)이 일어났지만 누구도 포위를 뚫고 남한산성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그런 탓에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조정 대신들의 무인(武人)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인조실록은 ‘임금이 외로운 성에 두 달이 되도록 포위당하여 군사는 고단하고 양식은 적어 조석을 보전할 수 없었으므로 머리를 들고 발돋움하며 구원병이 이르기만을 날마다 기다렸지만 팔도의 군사를 거느린 신하로 한 사람도 성 밑에서 예봉을 꺾고 죽기를 다투는 이가 없었으니, 군신(君臣)의 분수와 의리가 땅을 쓴 듯 없어졌다’고 적기도 했다.하지만 포위된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왕의 격문이 닿기도 전에 군사는 남한산성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충청도 군은 성남 분당의 동막천, 강원도 군은 하남시와 광주시 사이의 검단산, 경상도 군은 광주시 쌍령동까지 진출했지만 패퇴했을 뿐이다. 물론 전장(戰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만 하던 장수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산성에 피신해 갑론을박만 벌이던 대신들이 패전 책임을 일선에서 싸운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승리한 전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전라병사 김준룡은 1월 4일 2000명 남짓한 병력을 이끌고 광교산에 진을 쳤다. 이들은 다음날 청군 5000명을 격퇴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화포를 동원한 적의 공격을 받았다. 김준룡은 유격부대를 투입했는데 이 전투에서 적장 양고리(揚古利)를 사살했다. 당대의 대학자 미수 허목은 이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공이 칼을 들고 화살과 돌이 쏟아지는 가운데 필사의 의지를 보이자, 병사들이 모두 죽기로 작정하고 싸웠다.…어떤 오랑캐가 산꼭대기에 큰 깃발을 세운 뒤 갑옷 차림으로 말에 올라 군사를 지휘하자…공이 그 사람을 가리키며 ‘저 자를 죽이지 않으면 적병이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하고 외치며 전투를 독려하니 군사를 지휘하는 자와 그 좌우 몇 장수가 일시에 탄환을 맞았다.…죽은 장수는 선한(先汗)의 사위 백양고라(白羊高羅)였다.’ 백양고라가 곧 양고리다. ‘선한’이란 청태조 누르하치를 말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의 귀와 코를 씹어먹었다는 인물이다. 이때 나이가 14세였다. 누르하치의 사위가 되었으니, 청태종 홍타이지의 매부다. 누르하치가 ‘전장에서는 몸을 좀 사리라’고 했을 만큼 겁이 없었다는 그는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미수가 적은 대로 김준룡 부대가 ‘오랑캐의 시신이 겹겹이 쌓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승리를 거두자 남한산성의 임금과 대신들은 처음에는 환호했다. 하지만 김준룡 부대는 군량과 화약이 떨어져 수원 남쪽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전공(戰攻)을 세운 김준룡이지만 이때의 철군을 이유로 훗날 파직된 것은 물론 유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국 쪽 기록인 ‘청사고’(淸史稿)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날의 패전은 충격이었다. 양고리의 시신이 광교산에서 진지로 돌아오자 태종 홍타이지가 직접 제사를 지내며 곡을 했고 임금의 의복을 내려 염하게 했다. 심양에서도 양고리의 상여가 조선에서 도착하자 태종이 교외까지 나가 맞이했고, 누르하치의 무덤인 복릉(福陵)에 배장했다. 홍타이지는 이때도 직접 제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조총 탄환을 양고리에게 명중시킨 박의(朴義)의 이름이 역사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그는 1624년(인조 2) 무과에 급제했으니 졸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벼슬은 평안도 직동의 종9품 권관(權管)에 머물렀다. 승진은커녕 변방으로 좌천된 꼴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고려의 김윤후는 몽골의 살례탑을 활로 쏴 죽여 대장군에 제수됐다. 그런데 박의는 직동 만호에 그쳤으니 사람들은 애통해한다’고 자신의 문집인 ‘영재집’에 적었다. 만호는 권관보다 한 단계 높은 벼슬이다. ‘직동 권관’의 착오일 것이다. 청나라에 항복했으니 청황제의 가까운 인척을 사살한 군관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는 있다. 김준룡의 승전을 재평가하는 논의는 정조시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1791년(정조 15) 사직 신기경이 ‘병자년 난리 때 김준룡은 오랑캐를 섬멸하여 공을 세웠으니 마땅히 상을 주어 장려해야 한다’고 상소한 것이다. 화성 축조를 앞두고 수원 지역의 현안을 일일이 점검하는 자리였다. 정조는 이듬해 김준룡에게 충양(忠襄)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의정부의 차관급 벼슬인 찬성(贊成)도 추증했다. 오늘은 병자호란의 역사를 바탕으로 광교산으로 간다. 해발 582m의 광교산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과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과 고기동, 의왕시 일부에 걸쳐 있다. 호란 당시 김준룡 부대는 서남쪽 수원에서 광교산으로 접근했다. 청군은 남한산성이 있는 동북쪽에서 몰려왔으니 광교산 전체가 싸움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시루봉 남쪽의 토끼재 아래 해발 400m 지점에는 김준룡 장군의 승전을 알리는 각자(刻字)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김준룡 장군 전승지와 전승비’라고 부르는데 자연암반에 글자를 새긴 것이다. ‘충양공 김준룡 장군 전승지’(忠襄公 金俊龍 將軍 戰勝地)라는 큰 글자 좌우에 ‘병자청란 공제호남병 근왕지차 살청삼대장’(丙子淸亂公提湖南兵勤王至此殺淸三大將)이라 음각했다. ‘김준룡 장군 전승지’가 현대적인 글귀인 데다 ‘병자청란’이라는 표현도 익숙지 않다는 점에서 누군가 당초의 글자를 고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광교산 대첩’을 알리는 유일한 기념물이다. ‘수원군읍지’(水原郡邑誌)에는 ‘화성을 축조하는 데 필요한 석재를 구하러 광교산에 갔던 사람들로부터 김준룡 장군의 전공을 전해들은 좌의정 채제공이 새기게 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번암 채제공은 정조 시대 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당시 성역총리대신(城役總理大臣)을 맡고 있었다. 화성 건설의 총책임자다. 화성 축조를 전후해 김준룡 장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준룡 전승지는 수원에서 광교유원지를 거치거나 용인에서 신봉도시개발지구를 지나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수원 쪽 광교산 들머리에는 창성사 터, 용인의 산자락에는 서봉사 터가 있다. 창성사 터와 서봉사 터에는 모두 고려시대 고승인 진각국사 천희의 탑비와 현오국사탑비가 각각 남아 있다. 지금 천희의 탑비는 화성 내부 방화수류정 옆으로 옮겨져 있다.최근의 발굴조사에서 창성사는 신라 말 창건 이후 중창과 폐사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출토 유물을 근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17세기 폐사 이후 18세기 후반 중창이 이루어졌다. 17세기 폐사는 병자호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때 서봉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발굴조사에서도 병장기가 적지 않게 수습됐다. 그러니 두 절터는 전승비와 함께 ‘광교산 대첩’의 중요한 기념물이다.김준룡 장군의 무덤은 경기 시흥시 군자동에 있다. 그는 호란 이후 전라도병마절도사와 영남절도사를 지내고 1642년 세상을 떠난 뒤 고향인 양천 땅에 묻혔다. 지금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1972년 도시화에 따라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앞서 소개한 허목의 전투 장면 묘사는 무덤 앞에 세워진 신도비 비문의 일부다. 양고리 유적이 경기 하남시에도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남한산성 북문이 가까운 법화사 터다. 양고리는 ‘법화장군’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전사하자 청태종이 그의 고향 법화둔의 이름을 따 법화사라는 원찰을 세웠다는 것이다. 청나라 장수를 사살한 것에 한 가닥 위안을 삼고자 비극의 현장인 남한산성에 이런 설화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베로나에서 다시 만난 당나귀 고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베로나에서 다시 만난 당나귀 고기

    여행할 때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도다. 지도 없는 여행이란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메뉴판이다. 메뉴판을 잘 살펴야만 잘 먹고 여행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여행자에게 지도와 메뉴판은 실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 그것만큼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낯선 곳일수록 식당 메뉴판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훑어보는 것이 아닌 정독에 가깝다. 그럴 때면 마치 새로 개봉하는 영화 상영극장 좌석에 막 앉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특히 처음 보는 식재료나 요리가 적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맛과는 별개로 그런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2년 반 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 유명한 베로나의 낡은 식당 메뉴판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아지노’란 이름을 메뉴판에서 보게 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지노는 당나귀다. 딱 2년 전 이맘때 카타니아의 한 식당에서 당나귀 스테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당시 소감을 SNS에 올렸다. 기대와는 달리 ‘뭐 그런 걸 다 먹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내 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악어나 전갈 같은 괴상한 음식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고 놀라웠다.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 식재료에 대해 중국인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에는 ‘맛으로 따지면 하늘에는 용, 땅에는 당나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용은 상상 속 동물이니 결국 당나귀가 제일 맛있다는 소리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당나귀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 인물이었거나 판매상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따름이다. 당나귀 맛은 소고기와 비슷하지만 지방이 적고 단맛이 더 감돈다. 양이나 염소와 같은 특유의 냄새도 거의 없다. 당나귀라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질 좋은 소고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풍미다. 유럽에서 당나귀는 친척인 말과 더불어 그리 환영받는 식재료가 아니었다. 특히 말은 기독교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먹는 것이 금기시됐다. 8세기 무렵 교황은 공식적으로 식용으로 말을 도축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말은 당시 교통수단이면서 군수물자였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기독교 세계를 지키는 일이었다. 짐을 나르고 농사를 짓는 데 유용한 당나귀는 말보다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생활에 훨씬 필요한 가축이었다. 말과 함께 당나귀도 ‘일부러 잡아먹지 않는 짐승’으로 굳어졌다. 교회에서 짐짓 무게를 잡으며 말의 식용을 금지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전혀 입에 대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지거나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는 최후의 식량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에는 청나라군에 맞서 농성하던 조선군이 궁여지책으로 말을 잡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유럽이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 했다. 프랑스의 경우 혁명 기간 동안 하층민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데 말고기가 동원됐다. 근대 들어 다른 지역에서는 공공연하게 식재료로 사용됐고 전국적인 요리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유럽에서 말과 당나귀 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다. 하지만 돼지나 소처럼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오랜 금기도 관련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량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가 컸다. 우리가 닭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를 친숙하게 느끼는 건 좋아하기도 하지만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말과 당나귀는 소나 돼지에 비해 사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인구를 감당할 만큼의 경제성이 떨어졌다. 결국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가끔 먹는 별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은 지역 음식문화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척도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당나귀는 한때 베로나에서 인기 있는 지역 전통 식재료였지만 이젠 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당나귀 고기를 먹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베로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애견용 사료를 먹어 보았냐는 질문을 받은 것처럼 일그러진 표정을 짓곤 했다. 식재료의 다양성 측면에서 당나귀 요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곧 박물관 저편의 기록으로 사장될 운명을 거스르긴 힘들어 보인다. 요리들을 살펴보면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나 고기 소스인 라구처럼 소의 대체품으로 사용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당나귀가 식재료로서의 가치가 특별하다면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당나귀뿐만 아니라 사라져가는 식재료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 굿네이버스, 스텝포워터 희망걷기대회 개최

    굿네이버스, 스텝포워터 희망걷기대회 개최

    유럽에서는 하루 평균 200리터, 미국과 일본에서는 하루 평균 350리터,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346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평균 10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아동들은 20kg의 물 양동이를 이고 매일 5km를 걸어서 물을 길어온다. 굿네이버스는 깨끗한 물을 위해 5km를 걸을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아동들의 일상을 공감하고 체험하기 위한 ‘스텝포워터(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26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이번 걷기대회에는 3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였다. 시민들은 서울대공원에 마련된 5km의 코스를 걸으며 다양한 미션들을 수행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도상국 아동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걷기대회가 뜻깊은 이유는 단순히 걷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굿네이버스에서 출시한 ‘스텝포워터 앱’을 활용하여 나눔을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스텝포워터 앱을 켜고 걸으면 한 걸음 당 1원을 모을 수 있고, 모인 금액은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기업들을 통해 식수위생 지원이 필요한 국가에 후원된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롯데마트와 굿네이버스가 협업한 롯데마트 PB상품 ‘굿워터’생수가 모든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다. ‘굿워터’생수 판매액의 10%는 굿네이버스 식수위생지원사업에 후원된다. 굿네이버스의 ‘스텝포워터(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는 이후 전국 4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서울, 제주, 천안, 인천에서 진행되며. 걷기대회와 함께 다양한 참여 이벤트를 실시, 시민들이 아프리카의 식수문제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일정은 굿네이버스 ‘스텝포워터(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8월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10월까지 대회가 진행된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깨끗한 식수가 필요한 지구촌 아동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 굿네이버스는 한국에서 설립되어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문사회복지사업과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다. 굿네이버스가 진행하는 식수위생지원사업 ‘굿워터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온라인 기부는 캠페인 페이지 및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후 진행되는 스텝포워터(Step for water) 걷기대회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단체나 기업은 굿네이버스 사회공헌협력팀으로 신청하면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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