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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기업’ 평균매출액 1조3260억

    ‘0.3%기업’ 평균매출액 1조3260억

    대한민국 ‘1% 부자’들의 얘기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렇다면 ‘0.3% 기업’들의 모습은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코참비즈’(www.korchambiz.net)를 이용해 국내 1000대 기업(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의 특징을 분석했다. 12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1000대 기업의 ‘커트라인’은 1929억원이었다. 현재 국세청에 신고된 기업(법인 사업자) 수는 36만 5000여개.1000등 커트라인을 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0.3% 기업’에 들었다는 얘기다. 1000대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조 3260억원, 순익은 907억원이었다.5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43%, 순익은 57% 늘었다. 평균 종업원 수는 1468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9.2% 증가했다.‘고용없는 성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평균 기업연령은 26년으로 집계됐다.1000대 기업에서 퇴출되는 기업도 해마다 평균 102개나 됐다. 그만큼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이를 입증하듯 건국 60주년 역사와 사사(社史)를 같이 하는 동갑내기 기업은 50개에 그쳤다. 우리은행, 기아차, 대한생명,㈜두산, 삼성물산 등이다.1000대 기업에 진입하는데 걸린 평균 세월은 15.8년이었다. 2002년과 2007년의 1000대 기업을 비교한 결과,2002년 1000대 기업이 2007년에도 1000대 기업에 남아있는 잔존율은 71%였다.5년새 약 30%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기·가스(100.0%), 운수업(90.3%)의 생존율이 높은 반면 부동산 및 임대업(15.0%)은 매우 낮았다. 굴뚝산업이 퇴조했다고는 하지만 1000대 기업의 면면은 그래도 제조업(48.5%)이 가장 많았다. 그 뒤는 도소매업(14.0%), 건설업(9.2%), 금융업(9.1%) 등이 이었다. 경제력 쏠림 현상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1000대 기업 전체 매출액 중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은 20.6%로 5년 전(25.1%)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고용 창출면에서는 ‘톱10’ 기업의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지난 5년간의 고용 증가율이 45%를 기록했다.200대 기업(12.2%)이나 1000대 기업(9.2%)의 평균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지난해 1등과 1000등은 삼성전자와 대한솔루션이 각각 차지했다.‘넘버1’ 삼성전자는 매출액 63조 1700억원, 순익 7조 42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연령은 39.7년, 종업원 수는 8만 4721명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83) 다시 화친을 시도하다(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83) 다시 화친을 시도하다(Ⅰ)

    남한산성에서 고단한 나날을 보낸 것이 어느덧 17일, 병자년(丙子年)이 저물고 정축년(丁丑年)이 밝아 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청 태종 홍타이지는 탄천(炭川)에 진을 쳤다. 청군 병력이 30만이나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산성에 대한 청군의 정찰은 훨씬 강화되었다. 홍타이지까지 산성 근처로 다가와 자리를 잡았으니 청군은 이제 모든 역량을 다해 조선 조정을 압박할 요량이었다. 조선군 근왕병들이 산성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남한산성에서는 다시 화친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명길·김상헌 사신 파견 싸고 대립 1월1일 원단. 인조는 백관들을 거느리고 서쪽을 향해 망궐례(望闕禮)를 마쳤다. 이어 2품 이상의 신료들이 인조에게 새해 인사를 올렸다. 새해를 맞아 광주목사(廣州牧使) 허휘(許徽)가 쌀로 떡을 빚어 인조께 진상했다. 신하들에게도 얼마간씩 떡이 돌려졌다. 성첩을 지키는 장졸들에게도 ‘새해 선물’로 특식이 주어졌다. 삶은 콩과 말고기였다. 나만갑(羅萬甲)은 떡을 대하니 아침부터 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조정은 비변사(備邊司) 낭청(郎廳) 위산보(魏山寶)를 청군 진영으로 보냈다. 이번에도 술과 고기를 들려 보냈다. 신년 인사를 겸하여 적정을 살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청군 장수들이 조선 사신 일행을 대하는 태도가 영 달랐다. 사신 일행이 도착했을 때, 어떤 자가 위산보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들어가려 했다. 다른 자가 만류하여 겨우 멈췄지만, 태도는 여전히 뻣뻣했다.“황제께서 산성을 순찰 중이시니 우리가 함부로 받을 수 없다.”며 위산보 일행을 퇴짜놓았다. 이제 조선이 사신을 보내는 여부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위산보가 돌아온 직후 인조는 신료들을 불러모았다. 먼저 청군의 군세(軍勢)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김류, 이홍주(李弘胄), 홍서봉(洪瑞鳳) 등 상당수 신료들은 청군이 군세를 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성에서 내려다보면 청군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이 조선을 기만하기 위해 세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료들은 홍타이지가 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갑갑한 현실 인식이었다.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적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치이기도 했다. 최명길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청군이 이전부터 누차 ‘황제가 올 것’이라고 말해 왔던 것에 주목했다. 최명길은 ‘황제가 왔으니 조선 실정을 알리려 한다.’는 명목으로 청군 진영에 사신을 다시 보내 적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헌은 하루에 두 번씩이나 사신을 보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신국은, 근왕병들이 사신이 적진을 왕래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해이해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역시 반대했다. 하지만 인조는 최명길의 의견에 동조했다. ●‘최악의 상황´ 예상 못한 화친론 김신국(金藎國)과 이경직(李景稷)이 다시 청군 진영에 가서 화친을 청했다. 청장 마부대(馬夫大)는 역시 황제가 순찰 중이라는 핑계로 즉답을 피했다. 이튿날에도 조선 조정은 사신을 보내 화친을 청할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황제가 진짜 왔는지, 황제가 온 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황제가 왔다는 것을 이유로 인조에게 출성(出城)하라고 강요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가 분분했다. 김신국, 이경직, 홍서봉 세 사람이 청군 진영으로 다시 가기로 결정되었다. 인조는 그들에게 실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최명길은 나라가 보전된 뒤에야 와신상담(臥薪嘗膽)도 할 수 있다며 그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김상헌은 적정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레 ‘와신상담’ 운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다시 반박했다. 하지만 인조 또한 “강국도 약국에 거만하게 대할 수 없는데 하물며 약국이 강국에 뻣뻣하게 굴 수 있냐.”며 최명길을 두둔했다. 논란 끝에 예상되는 청의 요구 가운데 두 가지만은 따를 수 없다는 방침이 결정되었다. 하나는 인조에게 성에서 나오라는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왕세자를 입송(入送)시키라는 요구였다. 이식(李植)은 화친을 추구하되, 그 내용은 철저하게 기존의 형제관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이제 청과 화친하겠다는 방침은 다시 확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청이 과연 조선의 바람대로 따라줄 것인가. 결과적으로 보면, 인조와 왕세자의 출성 거부를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은 그저 조선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홍타이지가 몸소 탄천까지 내려와 산성에 대한 압박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청이 ‘인조의 출성 불가’를 용인할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당시까지 비변사 신료들은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 신료들은 여전히 근왕병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김신국 등은 청군 진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마부대 등을 만나자 황제에게 전하는 문안 인사를 건넸다.‘황제께서 풍설(風雪)을 무릅쓰고 먼길을 오셨으니 10년 형제의 의리상 염려가 되어 이렇게 찾아왔다.’며 분위기를 살폈다.‘형제관계’를 강조하면서 그들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의도였다. 잠시 후 용골대가 나와 누런 종이를 내밀며 황제의 조유(詔諭, 황제가 신료들에게 내리는 조서와 유시문)라고 일컬었다. 그러면서 조선 사신들에게 네 번 절한 뒤에 가져가라고 강요했다. 분위기에 압도된 김신국 등은 결국 네 번 절하고 그것을 갖고 돌아왔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과 형제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조선 지식인들은 마음 속으로는 의연히 그들을 ‘오랑캐’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오랑캐의 칸(汗)’이 황제가 되고, 그가 내민 쪽지가 ‘조유’가 되고 ‘칙서(勅書)’로 변한 기막힌 현실을 직접 목도했다. ●형제→신하관계로 바뀐 현실에 경악 김신국 등은 인조를 알현했을 때, 모두 죽지 못하고 돌아와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홍타이지가 보낸 편지는 ‘대청관온인성황제(大淸寬溫仁聖皇帝)가 조선 국왕에게 초유(招諭)한다.’는 문구로 시작했다. 내용은 과거의 국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자신들은 조선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조선이 명에 붙어 자신들과 적대했다는 것’ 등을 비롯하여 조선에 대한 섭섭함을 열거했다.‘청은 강하다고 뻐긴 적이 없는데, 약소국인 조선이 왜 대드냐?’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었다. 홍타이지는 특히 자신을 황제로 추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리러 왔던 몽골 버일러들을 만나주지 않은 것을 질책했다. 과거 고려(高麗) 시절 요·금·원(遼金元) 세 나라에 신하를 칭하고 머리를 숙였던 조선이 지금은 왜 그리 뻣뻣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신을 보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막상 홍타이지의 ‘조유’를 접했을 때 신료들은 경악했다. 답서를 보내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인조가 회의를 소집했을 때, 신료들은 머뭇거렸다. 누구도 섣불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상헌이 나섰다. 지금 사죄해 봤자 저들의 노여움을 풀 수 없을 것이니 차라리 군사들에게 적서(賊書)를 보여주어 적개심을 고취시키자고 촉구했다. 그러자 최명길이 막아섰다. 홍타이지가 온 이상 대적하려 할 경우, 나라가 망할 뿐이라고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홍서봉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답서에서 홍타이지를 부르는 명칭을 ‘제형(帝兄)’이라고 쓰자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명길, 장유(張維), 이식 세 사람에게 답서를 쓰게 하되,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엄혹한 현실에 밀려 화친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심했지만, 막상 오랑캐가 ‘황제’와 ‘조유’를 운운하는 또 다른 ‘현실’을 직접 마주했을 때 조선 조정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다시 망설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은 조선 조정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

    한국에서 비행기로 하루 반나절을 날아가야 하는 나이지리아. 그곳 수도 라고스에서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삼성전자 유정근(40) 차장이다.2005년 2월 혈혈단신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들어가 라고스 지점을 세웠다. 그해 5000만달러이던 매출은 올해 2억달러를 넘보고 있다. 유 차장은 에어컨,TV, 휴대전화 등 삼성의 대표상품들을 판다. 그가 겨냥하는 계층은 나이지리아의 1% 부자들. 유 차장은 이메일을 통해 “나이지리아 인구가 1억 5000만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에 값비싼 삼성전자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1%가량”이라며 “액정화면(LCD) TV는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더운 날씨 덕에 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굴착기 영업을 하다가 2001년 삼성전자로 옮긴 그는 처음엔 혼자서 주문 전화도 받고 배달도 하고 부유층 자녀들의 생일파티까지 챙겼다. 지금은 현지 나이지리아인을 6명을 채용해 한결 일손을 덜었다. 치안이 불안해 늘 경찰과 함께 다니지만 아직은 나이지리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 매출 3억달러 기반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목표다. 이렇듯 삼성전자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신흥시장에 ‘집착’한다. 윤종용 전 부회장(현 고문) 때부터 공들여온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바통을 넘겨받아 새 사령탑에 취임한 이윤우 부회장도 신흥시장에 쏟는 열성은 전임자 못지않다. 삼성이 당장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중국이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의 이점을 살려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중국으로 날아가 성화 봉송 주자로 직접 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측은 16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450개사가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 각축장이 중국”이라며 “중국시장에서 성공 못하는 기업은 전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내 30개 도시의 고소득층 6000만명이 집중 과녁이다.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TV 등 프리미엄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4위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인도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1995년 인도 델리 인근 노이다에 컬러TV공장을 세운 뒤 이듬해 그 부근에 휴대전화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남부 첸나이에 TV공장을 하나 더 지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델리에 소프트웨어 센터도 건립하는 등 시장 공략에 각별히 공들이고 있다. 올 10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85㎞ 떨어진 칼루가주 보르시노 공업단지에 약 6만평 규모의 TV공장을 준공한다. 러시아가 1999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당시,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났지만 삼성은 레닌도서관에 오히려 대형 광고판을 세우는 등 ‘의리’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삼성에 매우 호의적이다. 멀리 남미대륙에서는 브라질을 거점으로 삼았다.2004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에서 5년만에 TV생산을 재개한 것을 시작으로 LCD-TV 부문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캄피나스의 휴대전화 공장은 브라질 모범공장으로 선정돼 올초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다녀가기까지 했다. 지난해 아메리카대륙 42개국이 참가하는 ‘팬암’ 대회를 첫 후원한 뒤부터 브랜드 인지도도 급상승, 남미 여기저기서 “오브리가도(고마워요) 삼성”,“따봉(좋아요) 삼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게 현지 주재원들의 전언이다. 올해는 아프리카 최고 인기 스포츠행사인 네이션스컵 축구대회를 후원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전세계 120여개국 45억명이 시청하는 빅이벤트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삼성제품을 산 고객 가운데 300명을 추첨, 관람권을 제공하는 ‘골든골’ 행사를 벌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윤우 부회장은 “각국 특성에 맞는 공략 전술과 스포츠마케팅, 사회공헌 등을 접목시켜 신흥시장을 뚫겠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가고싶은 섬’ 1위 충남 보령 ‘외연도·호도’

    ‘가고싶은 섬’ 1위 충남 보령 ‘외연도·호도’

    충남 보령시 외연도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가고싶은 섬’ 1위로 선정했던 곳이다. 최근엔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 중 한 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53㎞. 충남 보령시에 속한 70여 개의 섬들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외연도에 가기 위해 행장을 꾸린다. # 천연기념물 상록수림과 ‘사랑나무’ 외연도를 찾아가는 길은 꼭 ‘달력 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의 연속이었다. 먼 바다의 한 점 섬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깨끗한 시계와 장판을 깐 듯 잔잔한 바다에 더해,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파란 하늘이 소름돋을 만큼 황홀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이날 느꼈던 외연도의 아름다움의 절반은 아마도 날씨의 몫이었을 게다. 외연도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랑나무’라고 불리는 동백나무 연리지(連理枝)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 오랜 기간 자라면서 서로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는 현상이다.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 몸체가 이어지면 연리목이라고 한다. 둘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두 나무의 몸이나 가지가 맞닿은 부분이 압력을 견디다 못해 껍질이 벗겨지고, 드러난 생살이 부딪치는 쓰라린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하나로 이어진다. 연인들이 이 나무 아래를 지나면 사랑을 얻는다는 속설은 그런 까닭에서 생겨났다. 어디 연인뿐이랴. 두 개의 자아가 하나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진 수천만명이 하나가 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게다. 생살만 찢을 뿐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남과 북은 벌써 반세기 넘는 기간 연리의 고통만 곱씹고 있지 않은가. 문화재청은 사랑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상록수림을 천연기념물 제136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중국의 장수에게 제사 지내는 섬 외연도를 포함한 외연열도와 전북 어청도 등에는 전횡(田橫)이라는 중국의 장수를 당신(堂神)으로 숭배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전횡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종실(宗室)인 전씨(田氏) 일족. 한나라 유방(劉邦)이 천하를 평정하자 자신의 군사 5백여 명과 함께 현 산둥성의 전횡도에 숨어 살다, 유방의 부름을 받고 뤄양(洛陽)으로 가던 중, 부끄러움에 자결한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들은 군사 5백여 명도 함께 자결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전횡이 은거했던 섬이 외연도라는 전설로 변했고, 마을사람들은 사당을 지어 그의 신위를 받들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요즘도 음력 정월대보름 자정에 살아 있는 소를 제물삼아 제를 올린다.9번 종을 침과 동시에 소를 잡는데, 제사가 끝난 후 땅에 닿은 부분은 마을사람들이 먹고, 땅에 닿지 않은 부분은 전횡 장군에게 바친다. 사당 뒤편엔 제물로 바쳐졌던 우공(牛公)들의 뼈가 수북이 쌓여 있다. # 큰 명금과 작은 명금의 몽돌해변 외연도는 작은 섬이다. 섬내 원동기라곤 트럭 몇 대뿐이어서, 주민들은 특별히 차를 쓸 일이 없는 한 걸어서 오간다. 선착장에 내려 상록수림을 넘으면 큰 명금, 작은 명금 등 몽돌해변이 나온다.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당하려니와, 풍경 또한 빼어나다.1㎞ 남짓한 길이의 산책로도 조성해 뒀다. 해변 뒤쪽 몽돌에는 서해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기름 묻은 돌들이 간혹 섞여 있는 편이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 바다낚시 1급 포인트도 널려 있다. 간단한 루어낚시 장비를 준비해 가는 것도 좋겠다. 우럭 등은 물론, 운이 좋다면 농어도 낚을 수 있다. # 여우를 닮은 섬 호도 외연도로 가던 배가 잠시 들르는 곳이 여우를 닮은 섬 호도(狐島)다.70가구 정도가 사는 아주 작은 섬이지만, 이곳을 여행목적지로 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호도해수욕장의 모래는 유리의 원료가 되는 규사다. 여우의 눈처럼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래가 바람에 날릴 정도로 곱고 부드럽다. 해수욕장 오른쪽 모퉁이는 밀물때 물에 잠기는 갯바위가 많은 지역. 바위에 붙은 굴 등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갯바위 지역를 넘으면 몽돌해안이 나온다. 물색이 맑아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다. 글 사진 보령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041) ▶가는 길:승용차는 서해안고속도로→대천나들목→대천항 여객터미널 순으로 간다. 서울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과 남부터미널에서 대천행 버스가 4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대천항에서 호도, 외연도를 왕복하는 배가 하루 1회 운항한다. 주말과 여름철 특별수송기간엔 2회(호도는 3회) 운항. 호도까지는 약 50분, 외연도는 1시간35분 정도 소요된다. 운임은 호도 9350원, 외연도 1만 5700원. 신한해운 930-5050. ▶잘 곳:두 섬 모두 민박이 대부분이다. 외연도는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여관이 4만원, 민박은 4만∼6만원선. 송경일 이장 010)6435-1769. 호도에 최근 콘도식 민박이 조성됐다. 에어컨이 없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듯. 성수기 10만원. 고윤옥 이장 010)6488-0016. ▶먹거리:외연도에만 7개의 식당이 있는 등 음식 걱정은 접어도 좋겠다. 요즘은 우럭, 농어가 많이 나는 철.1㎏에 3만∼5만원쯤 받는다. 모두 자연산이다. ▶주변 볼거리:외연도는 모래 해변이 없다. 배로 5∼10분 거리의 오도, 횡경도 등 백사장이 있는 무인도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와도 좋겠다. 왕복 10만원선. 이종복 010)4431-5959.
  • [씨줄날줄] 강치/김인철 논설위원

    “서해에는 표범이, 그리고 동해엔 사자가 있어 한반도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는데….” 1997년 7월 환경부 생태조사단과 함께 백령도의 자연생태계를 취재하던 중 한 조사단원에게서 들은 얘기는 무척이나 새로웠다.‘동물의 왕국’이란 TV프로그램에서나 봄직한 물범이 20∼30마리 떼를 지어 백령도 앞바다 암초를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는 것만도 생소한데 독도 앞바다에 바다사자 떼라니. 그러나 이듬해 11월 취재차 들른 독도 앞바다는 황량했다. 망망대해 푸른 파도만 넘실댈 뿐이었다. 다만 높이 11.8m의 유인(有人)등대가 거의 완공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페인트칠도 채 안 된 등대 사진은 11월16일자 초판 신문에 게재됐다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관계당국의 요청으로 빠졌다. “이날 둘러본 각 포구의 해안에는 아홉 굴이 있었는데 물개(海狗)와 물소(水牛)가 자라고….” 조선 말 고종 때 검찰사 이규원이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본 뒤 쓴 ‘울릉도 검찰일기’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물개가 바로 강치, 해려(海驢) 등으로 불리며 동해를 호령하던 독도의 수호신 바다사자다. 가제, 가지로도 불렸기 때문에 옛 문헌에 독도는 가지도(可支島)로, 독도의 서도 북쪽에 있는 바위는 가제바위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1890년대 후반 가죽은 피혁제품으로, 지방은 기름으로, 살과 뼈는 비료로 이용하기 위해 강치잡이에 전념하다 끝내는 1905년 동해 강치를 싹쓸이할 목적으로 독도를 영토로 편입시켰다.19세기초 4만∼5만마리에 이르던 독도 인근 강치는 1905년부터 8년간 1만 4000여마리가 도살되는 등 일본 어부들의 남획으로 인해 1940년대 아예 멸종되고 말았다. 국토해양부가 물개보다 1.5배 정도 덩치가 큰, 온몸에 아름다운 흰털이 난 강치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강치 학살이 횡행하던 당시 일본 어부가 발사한 탄환에 겁먹지 않고 어망을 입으로 찢거나 배를 습격해 일본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던 ‘독도의 대왕’의 정신을 되살린다니 반갑다. 더 이상 ‘조용하고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능사가 아니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우리말 여행] 실랑이와 승강이

    둘 다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접촉 사고로 운전자들 사이에 승강이(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옳으니 그르니 하며 상대를 못살게 굴거나 괴롭힌다는 의미를 가질 경우 ‘실랑이’가 된다.‘실랑이를 당하다.’‘애매한 사람을 붙들고 실랑이를 벌이다.’ ‘승강이’는 양편이 팽팽히 맞설 때 쓰인다.
  • [AT&T내셔널] 호랑이 없는 굴에선 앤서니 김

    [AT&T내셔널] 호랑이 없는 굴에선 앤서니 김

    ‘앤서니 김,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를 넘어 대항마로!’ 재미교포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2승째를 올렸다. 그는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샷을 휘두르며 네 번째 무릎 수술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타이거 우즈의 부재감을 확실히 지움은 물론, 향후 타이거 우즈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로 떠올랐다. 앤서니 김은 7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 골프장 블루코스(파70·7255야드)에서 열린 AT&T내셔널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2위 프레드릭 야콥손(스웨덴)을 2타차로 따돌리며 우승컵을 들었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보기없이 버디 5개를 기록, 결국 맨 윗자리에 올라섰다. 앤서니 김으로서는 지난 5월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우즈는 물론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어니 엘스(남아공) 등 강호들이 득시글거리는 틈바구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특히 25세 이하의 선수가 한 시즌 두 차례 우승트로피를 가져간 것은 우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우즈의 후계자’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 앤서니 김은 “우즈의 모든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면서 “그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해 영광이고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늘 자신만만했던 ‘미완의 대기’ 앤서니 김에게 경종을 울려준 것은 지난해 9월 BMW챔피언십에서 우즈가 보여준 성실한 모습. 당시 자신은 브리토(멕시코식 파이)를 먹으며 퍼터를 몇 번 친 뒤 1번홀로 나섰는데 우즈는 이미 코스에서 꼼꼼히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과는 우즈의 우승이었다. 앤서니 김은 당시 “이런 식으로 대회에 출전하면 퇴보하고 만다.”는 위기감이 들었고 이후 연습에 열중했다고 한다. 우즈는 이날 우승 직후 앤서니 김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연습에는 끝이 없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고 조언했다. 앤서니 김은 오는 9월 열리는 유럽-미국 대항전인 라이더컵 출전이 유력하다. 우즈가 결장하는 만큼 라이더컵 순위 6위 앤서니 김의 활약에 따라 미국팀의 승부도 좌우될 수 있다.‘후계자’에서 ‘대항마’로 위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최경주는 이븐파 280타로 공동 49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친조카의 칼맞은 정구파(精九派)스님

    친조카의 칼맞은 정구파(精九派)스님

    대처승이 조카 자식을 상대로 8년동안 「호모·섹스」를 강요하다 마침내 그 조카 칼에 맞아 피투성이가 됐다. 16살에 고아가 되어 삼촌인 그 대처승에게 맡겨져 밤마다 시달려 오던 끝에 칼을 휘둘렀다는 조카가 경찰에서 털어놓은 사연은-. “떠들면 쫓아내 버릴테다” 한밤중에 온 작은아버지 9월12일 하오 1시쯤 서울시내 영등포 봉천동 ○○사 법당에서 주지스님 하(河)준정씨(40·가명)가 피를 흘리며 뒹굴었다. 겨드랑이와 등허리, 손바닥등 모두 7군데에 칼을 맞고 중상을 입은 하스님은 곧 이웃 H의원으로 옮겨졌고 가해자로 조카 하모군(23)이 잡혀 노량진경찰서에 구속됐다. 『죽이려고 그랬읍니다. 그런 놈은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하군은 취조관에게 거침없이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하군은 하스님의 친조카인데다 천애고아로 하스님이 부모나 다름없이 길러온 처지. 취조관앞에서 털어놓은 하군의 범행사연은- 하군의 고향은 충북(忠北) 괴산(槐山). 3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16살때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졌다.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인 하군은 유산이라곤 땅 1마지기도 이어받지 못했다. 별수 없이 작은 아버지인 하스님이 그의 양육을 떠맡을 수밖에. 친척가운데 가장 가까운 일가이기도 했고, 주지스님이어서 비교적 살림이 윤택했던 때문. 당시 하스님은 충북 괴산에 있는 ○○사의 주지스님. 『절의 잔심부름을 해주고 얻어먹고 살게 됐어요. 절 밖에 있는 살림집에는 방이 2간이었어요. 저 혼자 사랑채에서 자곤 했지요』 며칠이 지난 어느날 깊이 잠든 하군은 야릇한 움직임에 눈을 떴다. 누군가 어둠속에서 그를 발가벗겨 놓고, 그의 「심벌」을 잔뜩 움켜 쥐고 있었다. 엉겁결에 놀라 일어나려 하자 우악스런 손이 입을 틀어 막았다. 『조용히 있어. 떠들면 쫓아버릴테야. 그러면 거지가 되고 마는 거야』-작은 아버지의 위협에 하군은 힘을 잃고 말았다. 그의 큰손이 이윽고 하군의 손을 잡아 당겨 자기의 사타구니로 끌고갔다. 하군은 미처 자위행위도 모르는 어린 소년이었다. 작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손을 놀렸다. 『처음엔 멋모르고 시키는대로 했는데 갈수록 더욱 이상해 져요. 전신을 만지게 하고 정말 죽기보다 싫었어요』 차차 하군은 작은 아버지가 징그러운 짐승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밤이되면 사형장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으로 견딜 수 없었다. 『초저녁부터 다투기 시작해서 새벽까지 실랑이를 벌일때가 하루 건너 한번씩 있었어요. 밤새도록 저를 벗기려는 작은 아버지와 싫다고 피하는 저는 죽자하고 싸웠지요』 도망쳤다간 또 잡혀오고 7년동안을 생지옥 생활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18살 되던 1962년 봄, 산으로 나무하러 가는체하고 절을 뛰쳐나와 천안의 외가로 줄행랑. 그러나 그의 행방을 쫓던 스님에게 불과 두달만에 잡히고 말았다. 『그때 외할머니에게 저의 사정을 얘기했으면 될텐데. 저는 만약 제가 그런 소리를 하면 작은 아버지 체면도 있고 친척들이 소동을 일으킬까봐 말을 못하고 끌려 갔어요』 하스님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기가 공부시켜 주려했는데, 공부를 싫어해 집을 뛰쳐 나왔다고 둘러댔다는 것. 그러나 그해 겨울, 하군은 다시 절을 도망쳐 무작정 상경, 남대문 근처에서 구두닦이로 벌어 먹었다. 『63년 봄에 우연히 길가에서 사촌형을 만났지요. 사촌형도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나온줄 알고 작은 아비지에게 연락을 했어요』 그때 하스님은 청주시 수동의 ○○사로 옮긴뒤였다. 연락을 받은 즉시 상경한 그는 『책임지고 공부시킨다』며 하군을 다시 데려갔다. 이번에는「호모·섹스」의 방식이 진일보, 더욱 하군을 못살게 굴었다. 그달도 채못가 견디다못한 하군은 ○○사를 탈출, 서울의 영등포구 구로동 외삼촌 집으로 도망쳤다. 『그때 처음으로 외삼촌에게 제가 당한 고역을 고백했읍니다. 외삼촌은 그럴 수 없다면서 모두 때려 부수겠다고 작은 아버지를 찾아가 싸웠죠』 그러나 작은 아버지는 『조카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한다. 공부하기 싫으니 되레 뒤집어 씌운다』고 펄쩍뛰더라는 것. “고아된 몸 키워줬다지만 이젠 죽어도 더는 못참아” 『그러면 그렇지 그럴수가 있나』라고 생각한 외삼촌에게 실컷 꾸중만 들은 하군은 또다시 작은 아버지에게 맡겨졌다. 그후에도 공주 갑사로 도망치기도 했고, 부산으로 도망치기도 했으며, 청주의 매형에게도 가있었다. 그때마다 작은 아버지는 끈덕지게 수소문해서 하군의 거처를 알아내고 악착같이 그를 데려갔다. 이러는 동안 친척들이 모두 내용을 알게됐고 작은 어머니 마저도 사실을 알게됐다. 『충주 매형에게 있으면서 자동차학원에 들어가 운전기술을 배웠어요.화물차 조수로 취직해서 그런대로 생활을 했는데, 작년에 작은 아버지가 저의 숨어있는 곳을 알아내고 찾아 왔읍니다』 하스님은 매형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맹세까지 했다. 스님의 정성스러운 태도에 넘어간 매형이 하군을 『작은 아버님이 마음을 잡았으니까 돌아가라』고 권했다. 결국 매형의 권유를 따라 서울에 올라왔다. 『여전했읍니다. 그러나 이젠 다 컸으니까 만만하게 응하지 않았지요. 1주일만에 뛰쳐 나와 다시 충주에서 취직했읍니다』 사건이 나기 1주일전, 매형집에 들렀다가 작은 아버지가 편지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선량한 매형까지 괴롭히려는 작은 아버지를 죽이려고 결심한 것은 이때였다고. 그래서 지난 6월12일 아침 충주를 떠나 서울에 와 칼을 사들고 봉천동 ○○사에 뛰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게 짐승이지 사람입니까? 16살때부터 그렇게 악착같이 저의 뒤를 쫓아다니며 추악한 짓을 해온 작은아버지가…』 삿대질까지 하며 지긋지긋한 악몽의 7년을 연상하는 듯 그는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이러한 경우 법은 그에게 과연 어떤 형벌을 내릴것인가? <식(植)> [선데이서울 71년 9월 26일호 제4권 38호 통권 제 155호]
  • [글로벌 시대] 소수민주주의가 부상한다/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글로벌 시대] 소수민주주의가 부상한다/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핀란드 의회는 100주년 기념 논문집 ‘민주주의의 미래 2017년’에서 그들 스스로 의회의 소멸, 국민국가의 소멸을 예측하였다.EU의 경험을 보면, 국민국가의 역할이 미미해져 가면서 유럽의 개별 국가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EU는 이미 교역정책, 지역정책이나 세금정책 등 각 분야에서 각국의 독자적인 정책이나 법제정을 제한하였다. 유럽국가는 통합된 유럽 법을 만들면서 세계정부탄생, 각국 정부권위 및 역할 소멸을 인정한다. 이는 유럽 국민들의 투표율 저하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국가나 의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개인주의 소수를 대변하는 신직접 민주주의가 급부상한다. 특히 2017년 이후가 되면 X세대들이 주요인구로 부상하면서 스스로의 영향력 과시를 위한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고 의회에서 만들어진 법이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X세대들은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온라인커뮤니티, 인터넷파워를 업고 나타난 시민사회조직들에 속해 첨단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습득, 결국 마이너리티 민주주의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A democracy of minorities will emerge). 미국의 하워드 라인골드가 2002년에 쓴 책 ‘똑똑한 군중(Smart Mobs)’도 대의민주주의의 소멸을 예고하였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한 똑똑한 군중이 정당이나 정치인을 무시(bypass)하고 정부 혹은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고 보았다. 똑똑한 군중은 무의식속에 권위를 무시하고 개개인의 권력과시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며, 그것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군중운동으로 번진다고 예측하였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똑똑한 군중운동(Smart Mobs)’을 ‘차세대 사회혁명(The Next Social Revolution)’이라고 정의하면서 첨단기술발전으로 변하는 정치·사회·경제의 현상이라고 정의하였다. 텔어스연구소의 ‘대전환’이라는 예측보고서에서는 2015년이 되면 인터넷·문자메시지 세대들이 1960년대 히피운동을 일으켰듯이 사회변화를 위해 신문화운동을 벌인다고 하였다. 소크라테스 시대는 문맹인이 많았다. 전부 ‘소크라테스가 가라사대, 소크라테스가 말하기를’이란 글만 있다. 그 후 문자가 나오자 신세대들은 말을 글로 옮겨놓고 외우지 못하자,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머리가 나빠. 도대체 아무것도 외우지 못해. 문자 때문이니, 문자를 없애자.”라면서 한동안 문자(신기술) 없애기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들이 어른이고 보수다.TV(신기술)가 나와 많은 아이들이 TV를 보자, 어른들은 바보상자라고 하면서 TV 못 보게 하기 운동을 벌였다. 컴퓨터가 나오자 어른들은 컴퓨터중독 게임중독이라면서 컴퓨터나 게임을 막고 있다. 그런데,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회장은, 인간은 변화에 저항하며, 말의시대에 문자 도래에 저항했고, 라디오시대에 TV 도래에 저항하였으며, 책의 시대에 컴퓨터 도래에 저항하였지만 결국 미래는 첨단기술발달이 대세로 가며, 앞으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 속에서 학습하고 기업은 게임 속에 들어가 원하는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어른 즉 보수들은 지금 인터넷 문자메시지 온라인커뮤니티에 저항하지만, 결국 그것이 대세가 되고 결국 마이너리티 민주주의가 부상할 것이라는 것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신세대가 보수를 이기는 것이 역사였다는 것이다. 이제, 말없는 다수보다 말 많은 소수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므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If you can’t beat them,why not join them). 보수들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인터넷 파워 문자메시지 문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 정부·IOPC ‘태안 보상’ 공동진행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과 격주로 정례회의를 열고 피해 보상 과정을 공동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국토부 관계자는 6일 “IOPC가 평가한 피해 규모를 근거로 정부가 보상금을 대신 지급할 예정이어서 피해 조사 현황 및 보상 절차 등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OPC 평가 근거로 피해액 지급”지난달 15일 발효된 ‘허베이 스피리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 규모가 IOPC의 보상한도를 넘을 때 정부가 IOPC가 사정한 피해 금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대신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일 IOPC가 서울에서 임시 운영하고 있는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 관계자와 만나 오는 14일부터 2주에 한 차례씩 정례회의를 갖기로 했다.이들은 ▲맨손 어업 피해 ▲굴 양식장 시설 피해 ▲방제인건비 조기 지급 등 보상 방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1,2월 방제인건비는 IOPC가 오는 15일까지 중간 사정해 정부가 이를 대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2개월분 인건비는 28억여원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또 맨손 어업 등 생계형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IOPC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IOPC는 수협 소속 어민 피해를 우선 조사하고 면허가 없거나 수협에 속하지 않은 어민의 피해도 조사·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7일 이후 맨손 어업자로 등록한 주민들도 선별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굴 양식장의 경우 국토부는 굴 소비가 줄어들어 방치된 양식굴과 양식시설의 철거 비용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IOPC는 기름에 오염된 양식장은 보상할 수 있지만, 기름 오염이 없는 양식장의 철거 비용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정부와 IOPC는 무허가 굴 양식장 등의 보상을 놓고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무허가 굴 양식장 보상은 계속 논의한편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IOPC 회의에서는 태안 사고의 추정 피해액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최대 5735억원으로 집계됐다.이에 따라 IOPC는 초기 지급률을 35%로 줄이기로 결정했다.IOPC가 사정한 피해 보상금의 35%만 우선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65%는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대신 지급해야 한다. 앞서 지난 3월 모나코 회의에서 IOPC는 태안 사고의 피해 추정액을 최대 4240억원이라고 보고 초기 지급률을 60%로 잠정 결정했다.국토부 관계자는 “추정 피해액이 늘어나 피해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IOPC의 보상한도액인 3216억원을 웃도는 피해는 정부가 보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선풍기 아줌마 “제 얼굴 많이 달라졌나요?”

    선풍기 아줌마 “제 얼굴 많이 달라졌나요?”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씨가 확 달라진 얼굴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한씨는 24일 오후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500회 특집 녹화에 참여, ‘너는 내 운명’을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지난 2004년 11월 한씨의 사연이 방송된 후 주변의 도움을 받아 15차례의 성형 수술을 통해 예전과는 달라진 얼굴을 갖게 된 한씨는 “직장도 다시 구했고, 보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며 “방송 후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씨는 “저를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람이 어느 한 일에 집착하면 그런 일도 겪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아직도 성형 수술을 더 하고 싶다. 예쁘게 된다거나 그런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놀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편 ‘선풍기 아줌마’, ‘화문석 할머니’등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이날 기념비적인 500회 특집 녹화를 마쳤다. 지난 1998년 5월 6일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10년 1개월간 3,073명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순간포착’ 500회 특집은 오는 26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된다. 사진=왼쪽은 2004년 방송 당시 얼굴, 오른쪽은 현재 얼굴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호랑이 없는 굴, 새 주인은 누구?

    ‘호랑이 없는 굴, 주인은 누구?’ 타이거 우즈가 무릎 재수술로 사실상 시즌을 접게 되면서 ‘타이거리스(Tigerless) 국면’이 된 올해 하반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잠룡’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더욱이 올해 치러진 26개 대회에서 2개 이상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가 우즈 단 1명 뿐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춘추전국’이나 다름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홈페이지는 19일 ‘타이거 부재의 수혜자는?’이라는 제목으로 향후 주요 대회를 전망했다. 물론 대부분이 세계 랭킹 ‘톱10’ 이내의 선수들로 이들이 우즈를 대신해 각 대회별 유력한 챔피언으로 나설 것이라고 점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최경주(38·나이키골프)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PGA는 당장 다음주로 다가온 뷰익오픈에서 이미 대회 3승을 거둔 적이 있는 비제이 싱(피지)과 8차례의 ‘톱10’ 성적을 뽑아낸 짐 퓨릭(미국)을 이 대회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점쳤다. 이어지는 AT&T내셔널에선 지난해 우즈를 7타차로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최경주를 첫 손에 꼽으면서 당시 공동 6위에 오른 올해 US오픈 2위 로코 메디에이트(미국)에게도 무게를 실었다. 2회째 맞는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 4개 시리즈대회에도 PGA는 지오프 오길비(호주)와 필 미켈슨, 자크 존슨(이상 미국),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의 우승 가능성을 시사했다.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 무엇보다 우즈의 회복과 복귀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이들 모두는 ‘한시적 1인자’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주걱턱 수술, 명품 V라인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나

    주걱턱 수술, 명품 V라인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나

    ●명품 V라인 통해 동안으로 만들어지는 얼굴 ●기능적·심미적 측면 모두 고려해야 만족도 높여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주는 포니테일 스타일이 인기다.귀엽고 청순한 모습과 더불어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이 헤어 스타일은 어떤 것보다 턱 선이 드러나 보이게 된다. 주걱턱으로 인해 얼굴 라인에 자신이 없다고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닐 수는 없는 일.자가진단을 통해 내 얼굴이 주걱턱으로 판단된다면,명품 V라인으로 나를 다시 태어나도록 주걱턱 수술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걱턱 자가진단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주걱턱 얼굴의 특징은 첫째,턱 끝이 길고 얼굴이 뾰족하며 목이 짧아 보인다.둘째,위턱이 상대적으로 들어가 보이기 때문에 코가 낮아 보인다.셋째,광대뼈가 좌우로 퍼져 얼굴이 커 보인다.넷째,얼굴의 중간부위가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다섯째,아랫니가 윗니보다 앞으로 나와있어 악어의 이빨처럼 반대교합이며 국수를 앞니로 끊어 먹을 수 없다. 주걱턱의 턱교정 수술은 저작 및 발음 등 기능상 문제와 V라인 얼굴형을 만드는 심미적인 두 부분이 모두 충족되어야 수술 후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그러나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외적으로 보여지는 심미적인 부분에만 목적을 둔 경우 수술 자체를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따라서 턱교정 수술 전 전문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걱턱 수술은 각 개인마다 턱의 돌출된 정도와 치열의 모양에 따라서 그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아래턱을 뒤로 넣는 수술·위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넣는 수술·돌출된 턱 끝을 다듬어 주는 수술이 있으며,치열교정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교정과 후교정이 다르게 결정된다. 김재승 교수(건국대학교병원 치과)는 “주걱턱에 대한 자가진단은 공개된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각 개인마다 턱과 치열의 특징이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그리고 얼굴골격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은 뼈의 성장이 완성되는 18세 이후에 수술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도움말:건국대학교 병원 치과 김재승 교수
  • 원로배우 총출동 연극 ‘침향’

    원로배우 총출동 연극 ‘침향’

    지짐이 지지는 마당에 고소한 기름내가 진동한다. 커다란 장독대가 우두커니 집을 지키고 섰다. 풀숲 우거진 선산에는 개나리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까치가 이래 울어쌌는 걸 보이 오기는 올란가 보다.” ‘침향’(沈香연출 심재찬·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오래된 손님을 기다리면서 시작한다.“내 꼭 돌아올끼다.”라며 집을 나선 강수(박인환)가 5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길이다. 월북해 중국 옌볜에서 낳은 딸 영순(이지하)과 함께다. 평생 과부로 그를 기다려온 아내 애숙(손숙·길해연)은 이제 치매로 남편도 못 알아본다. 쉰다섯 아들 영범(성기윤)의 얼굴은 착잡하기만 하다. 죽마고우였던 강수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택성(정동환)은 미친 사람이 다 됐다. 어머니(박정자) 묘에 성묘하러온 강수에게 그는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이댄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옌볜 말투, 질박한 말맛이 넘치는 대사가 오감을 자극한다. 강수와 애숙이 사랑을 나누던 생강굴에서는 금방이라도 ‘맵싸구리한 생강향’이 끼쳐올 듯하고 밤에 마당에 나온 아들에게 “달구신 달구신 우리 강수 밤똥 안 누게 해주이소.”비는 어머니의 주문이 정겹다.‘침향’은 김길호, 박정자, 박웅, 손숙, 정동환 등 한국 연극의 원형을 빚어온 원로배우들이 총출동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정자의 카랑카랑하면서도 웅숭깊은 발성과 정동환의 살기 어린 몸짓, 뮤지컬배우로 익숙한 성기윤의 정극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아닌 밤중에 씨름’ 장면. 살기등등하던 택성은 노망난 아내 앞에서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강수에게 “오늘 우리 한판 붙자.”며 슬며시 화해를 건넨다.50여년 만에 서로의 허리춤을 잡은 두 친구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싸운다기보다 부둥켜 안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느린 호흡으로 보는 연극이지만 성묘를 하러 가는 장면의 늘어진 전개나 마을 사람들의 익살 등 사족 같은 장면도 눈에 띈다.‘침향’은 천년간 향나무를 묻어두면 그 다음 천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뜻의 민간의례에서 유래한다. 떠나는 강구를 향해 재동은 말한다.“행님도 천년 만에 왔다가네요.” 회한이 깊은 만큼 향기도 짙은 ‘침향’이다.1544-155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올림픽 중계 방송사고 날라

    베이징올림픽 개막이 두 달도 안 남은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인 미국 NBC 등 9개 방송사들이 중국 당국의 엄격한 보안 조치 때문에 중계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 전했다. 이들 방송사가 중국쪽과 마찰을 빚는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천안문광장이나 자금성에서의 생중계를 중국 당국이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달 전 IOC는 두 곳에서의 생중계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공안당국은 시위 등의 우려 때문에 일절 불허하기로 한 것. 또 수많은 중계 장비가 중국 항구들에 들어왔지만 방송사들이 상당수를 제때에 반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울러 대회에 동원되는 중계차 2000여대가 매일 어느 경기장에 몇 시간 머물 것인지를 미리 적어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방송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AP통신 자회사인 APTN의 샌디 매킨타이어는 “우리는 예정됐던 장비 운송 일정에 2주나 뒤처져 있다. 하지만 반입할 수 있는지, 주파수 할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답을 듣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PBU)의 스포츠국장인 존 바튼은 “그(중국인)들은 연기를 위한 무대를 짓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보여줄 것인가를 놓고는 엄청 까다롭게 굴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태안에 남은 ‘겹주름’

    “아직도 고통은 진행 중입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발생 6개월을 하루 앞둔 6일 충남 태안의 어민들은 지금도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생계비를 두 차례 지급하고 조업도 다시 허용했지만 돈은 다 썼고, 일부는 조업에 나서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상들이 아직도 태안산 고기를 꺼려한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주민 이충경(37)씨는 “자식 학비 등으로 생계비를 다 쓰고 생활이 어려워 주민들이 수백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빚을 얻었다.”면서 “굴 양식장 철거작업으로 조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70여척의 어선이 있지만 조업은 전면 중단돼 있다. 인근 천리포는 30여척 가운데 4척만 고기잡이를 나가고 있다. 이마저 판로가 좋지 않아 만리포 아래 어은돌 등으로 들어가 고기를 출하하고 있다. 중간 상인들이 태안 수산물을 기피, 천리포와 의항 등 핵심지역에 안 오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 방제작업비도 지난 1월치부터 나오지 않고 있다. 연인원 18만명에 130억원이 밀려 있다. 하루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방제비를 받고 있다. 방제참여 어선도 한푼 못 받았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서 ‘과다 투입했다.’는 이유로 사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식이다. 이씨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IOPC에 방제비 조기 지급을 촉구하거나 일거리를 만들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삼성도 무관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태안 유류피해복구 연합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이태원동 이건희 전 회장 집무실 앞과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의항2리 주민 김진성(35)씨는 “정부에서 해수욕장 개장을 위해 굴양식장 철거를 너무 서두른다.”면서 “일당 9만원 받는 양식장 철거가 끝나면 자장면집에 가서 배달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조사도 내년 3월에 끝나 보상비 지급 지연을 우려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만든 태안주민지원 및 해양환경복원에 관한 특별법이 15일부터 발효되지만 주민에게 지원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IOPC 피해 산정액을 근거로 피해를 보상할 계획이지만 IOPC의 개인별 산정이 늦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희태 충남도 유류사고대책지원본부장은 “손해사정인들이 한꺼번에 IOPC에 피해 산정을 올리다 보면 추석 전에도 선 보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깔깔깔]

    ●저승사자에게 1. 환갑(還甲):육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부재중이라 하소. 2. 고희(古稀):칠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이르다 하소. 3. 희수(喜壽):칠십칠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지금부터 여생을 즐긴다 하소. 4. 산수(傘壽):팔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이래도 아직 쓸모 있다고 하소. 5. 미수(米壽):팔십팔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쌀을 좀더 축내고 간다 하소. 6. 졸수(卒壽):구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그렇게 조급하게 굴지 마라 하소. 7. 백수(白壽):구십구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때를 보아 내발로 간다고 하소.●3시 아빠와 여섯 살 된 아들 길동이가 산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멀리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길동이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뻐꾹 뻐꾹 뻐꾹.” 그러자 길동이가 말했다. “3시네.”
  • [길섶에서] 복을 아껴라/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장군들의 우스개 한토막.“장수 가운데 최고의 장수는?” 보통 오상(五常)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운위한다. 즉, 인장 지장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험 많은 노장군들은 “모두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복이 많은 복장이나 운 좋은 운장이 최고라는 것. 제아무리 작전을 잘 짜도, 주변이 모두 도와주는 복장이나 운장에게는 못 당한다는 말이다. 농담이지만, 일리가 있다. 힘세고, 머리 좋은 사람하고는 싸워도 운 좋고 복 있는 사람하고는 싸우지 말라는 얘기도 있듯이…. 한학을 오래한 분이 “복을 아껴라.”라고 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복주머니 10개씩을 하늘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일찍 성공했다고 흥청망청 지내거나 남에게 모질게 굴면 복주머니를 젊을 때 다 써버리는 셈이어서 말년에 외롭고 고생한다고 했다. 복을 아끼는 것은 열심히, 착한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지내는 삶이라고 했다. 국가나 회사 지도자한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지도자에게 앞으로 쓸 복이 많이 남아 있어야, 구성원들이 그 덕에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jaebum@seoul.co.kr
  •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큰 부자는 德에서 나온다

    중국 화베이(華北)지방 산시성(山西省)의 핑야오구청(平遙古城)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곽도시이다. 명·청 시대의 상점거리가 남아 있는데, 현대적인 은행의 할아버지뻘로 1823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표호(票號) 일승창(日昇昌)도 여기 있다. 오늘날 은행의 3대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예금·대출·환업무를 모두 취급한 표호를 만든 사람들이 바로 진상(晉商)이다. 표호는 고객의 돈을 받은 다음 법적으로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환어음만 한 장 써주었다. 그 어음이 다시 돈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표호의 신용에 달려 있었는데, 진상은 ‘의(義)로서 이(利)를 제약한다.’는 원칙으로 수백년 동안 신용을 지켜와 표호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한다. ●속임수 쓰지않는 신용제일주의 실천 ‘중국 거상에게 배우는 부의 전략’(량샤오민 지음, 서아담 옮김, 김영사 펴냄)은 중국의 10대 상방(商幇) 가운데서도 으뜸이라는 산시성 진상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지은이는 베이징대학 교수 출신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경제이론을 엮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대중친화적 경제학자이다. 진상의 역사는 춘추시대(BC8∼BC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晉)나라에 계연(計然)이라는 상인이 있었는데,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고 ‘재산을 모으는 이치(積著之理)’라는 상업이론을 세웠다는 사람이다. 진나라는 현재의 산시성이고, 계연은 진상의 원조가 되는 셈이다. 진상은 대량의 소금, 곡물, 비단, 철기를 비롯하여 일용잡화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거의 없었다. 또 러시아 및 몽골과의 차 무역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참새가 있는 곳에 산시 사람들이 있다.’는 중국 속담은 바로 진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밀가루 1근 팔면서 실제 1근 2냥 줘 진상이 다른 상인 조직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시대적인 조건에 맞는 효과적인 제도를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승창은 주식제도를 시행했는데, 출자금 3만냥에 한 주는 1만냥으로 모두 30주가 있었으며 공로주도 30주가 있었다. 여기에 진상의 엄격히 제도화된 내부 관리나 운영방식 역시 현대 서양의 선진기법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이 시행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현대기업들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상은 ‘작은 부자는 머리에 의존하고, 큰 부자는 덕에 의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고 하듯 속임수를 쓰지 않는 상업윤리를 실천했다. ●학교 건립… 가난한 사람엔 구원의 손길 치아오지아다위엔(僑家大院)이라는 대저택을 남긴 교씨의 가게는 주변 가게들이 대부분 저울을 속이는 데도 밀가루 1근을 팔면서 실제로는 1근 2냥을 주었다. 교씨는 다른 가게 주인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소비자들은 교씨의 가게에서만 밀가루를 샀고,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잔머리를 굴리면 잔돈푼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큰 돈은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렇게 부자가 된 진상은 결코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었다.”면서 “백성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했으며 위험과 재난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오늘날의 졸부들은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탄핵의 역사’ 뒤안길로… ‘실용의 정치’ 전면에

    ‘탄핵의 역사’ 뒤안길로… ‘실용의 정치’ 전면에

    29일로 17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고 30일 18대 국회의 막이 오른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탄핵 바람 속에서 출범한 17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얼굴의 국회가 또 다른 4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여의도를 떠나는 낙선자들은 재기를 위해 암중모색 중이고,18대 새내기 당선자들은 4년간의 의정활동을 설계하느라 분주하다. 낙선자들의 향후 계획을 들어보고, 또 서울신문이 총선 직후 발간한 ‘18대 국회의원 인물정보’를 통해 나타난 선량들의 면면도 살펴봤다. 초선 당선자들도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의원으로 표기했다. 정당팀 ■ 등원에 부푼 18대 “헬로~” 개성파가 온다 17대 비례대표 한 명은 동료 의원을 관찰한 뒤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지, 또 그렇게 밥을 여러 차례 먹는지 미처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정에 쫓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취미를 계발하고, 도전을 즐기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면모까지 봤을 때 이들이 토막잠을 자면서도 활기를 유지하는 비결을 이해하게 된다.18대에도 이색 취미와 독창적인 안목을 가진, 개성 넘치는 의원들이 개원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라톤은 나의 힘” 굴곡 있는 역사의 복판에 서게 되는 정치인과 ‘자신과의 싸움’인 마라톤은 궁합이 맞는 것일까.‘마라톤홀릭’ 증세를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도 18대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서울신문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가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 한나라당 박진(서울 종로) 의원은 마라톤 경험을 살려 ‘돌고래 다이어트’라는 책을 냈다. 같은 당 원희룡(서울 양천갑) 의원은 9차례, 통합민주당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6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한나라당의 초선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도 20여개 대회에 참가한 ‘마라톤 마니아’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윈드서핑, 같은 당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은 필드하키 등 이색 스포츠를 즐겼다. ●“내 취미는 술마시기” 이색 취미도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은 취미가 술마시기라고 밝혔다. 그의 관심 분야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해소이다. 김 의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차별 문제 해결이 시급한 셈이다. 같은 당 이범래(서울 구로갑) 의원은 사진촬영에, 이종구(서울 강남갑) 의원은 바둑에 조예가 깊다. 같은 당 김효재(서울 성북을) 의원은 무선통신 3급 자격증을 보유했다. 생활 속에서 취미를 발견한 의원들도 많다. 한나라당 고승덕(서울 서초을) 의원의 취미는 마트에서 장보기이고, 같은 당 나경원(서울 중구) 의원의 취미는 자녀들과 놀기이다. 민주당 이미경(서울 은평갑) 의원은 사람 화합시키기를 취미로 꼽았다.17대 막바지 원내공보부대표를 맡은 민주당 최재성(경기 남양주갑) 의원의 취미는 ‘대화’, 즉 소통이다. 민주당 신낙균·최영희 비례대표의 취미는 꽃 가꾸기, 김희철(서울 관악을) 의원의 취미는 돌 모으기이다. 분류하자면 ‘자연주의 의원’들인 셈이다. ●장 보는 의원, 시 쓰는 의원 예술적 재능을 갖춘 의원들은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화제에 올랐다. 민주당 김성순(서울 송파병) 의원은 2권의 시집과 2권의 수상록을 낸 시인이다. 한나라당 윤석용(서울 강동을) 의원도 시집을 발표한 바 있다. 장애를 극복한 한의사인 윤 의원은 가수 등록증도 보유했다. 같은 당 비례대표인 조윤선 대변인은 베스트셀러가 된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의 작가이기도 하다. ●분식파·구내식당파 서울신문 발간 ‘18대 국회의원 인물정보’를 보면 기존에 각인된 이미지를 깨는 면모들도 포착된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권영진(서울 노원을) 의원은 순박한 외모에 걸맞게 안동국수와 엄나무 닭곰탕을 즐긴다고 했다. 민주당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은 바닷가 출신답게 생선초밥을 꼽았다. 무소속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좋아하는 음식으로 국회 구내식당 음식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 18대의원 이색 인맥 서울신문이 발간한 ‘18대 국회의원 인물 정보’를 통해 공개된 의원들의 ‘친한 사람’을 살펴보면, 이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맥을 자산으로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맞서는 다른 당 의원들과도 친한 의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18대 국회를 화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나라당 박진(서울 종로) 의원은 친한 사람으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와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교수, 자유신당 창당준비위원이었던 이정훈 연세대 교수를 꼽았다. 재선의 한나라당 나경원(서울 중구) 의원은 자유선진당 비례대표인 이영애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 의원은 법조선배다. 한나라당 이주영(경남 마산갑)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장성) 의원도 막역한 사이다. 두 의원은 이미 개원에 앞서 ‘일류국가헌법연구회’라는 초당파적 연구 단체를 출범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통합민주당 김진표(수원 영통) 의원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같은 당 박상천(전남 고흥·보성) 대표는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을 ‘인맥’에 포함시켰다. 유명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의원도 많았다. 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같은 당 안민석(경기 오산) 의원은 요가로 유명한 원정혜 박사와 친하다고 밝혔다. 친박연대에는 유독 같은 혈액형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혈액형을 공개한 비례대표 가운데 서청원·송영선·김을동·노철래 의원이 모두 A형이다.A형이 속 깊고 신중한 성격이라는 속설을 믿는다면, 이들이 총선 과정에서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졌을지 가늠해 볼 만하다. ■ 짐싸고 떠나는 17대 “아듀~” 권토중래 꿈꾸며… 지난 4·9 총선에서 낙선한 17대 의원들은 각자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다.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 의원들은 생업으로 돌아가고,4년 뒤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며 외국으로 떠나는 의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정치권 외곽에서 사실상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낙선자들도 많다. 여의도를 떠나는 이들의 절절한 고별사도 이채롭다. ●본업으로 컴백 17대 국회에서 로스쿨 법안 통과를 주도한 통합민주당 이은영 의원은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로 돌아간다. 이 의원은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걸 배울 수 있다.”는 고별사를 남기고 후학양성과 법학교육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같은 당 최재천 의원은 법조계에서도 정치와의 인연을 끊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웃들 편에서 꿋꿋하게 정치를 하지 못했다. 오만하고 독단적인 태도를 반성한다.”는 장문의 반성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달 15일부터 미니 홈피인 ‘싸이월드’에서 정치관련 논평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겠다는 각오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서혜석 의원도 법률회사로 옮기며 4년 뒤를 도모할 계획이다. ●외국행 엑소더스 유학과 휴식 등을 이유로 한 외국행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로 떠났으며,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29일 중국 베이징대 연구교수 자격으로 1년 동안의 유학길에 오른다. 김 의원은 향후 국내에 정치분야 연구소를 세울 포부도 내비쳤다. 민주당 이계안 의원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객원연구생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희망과 열정을 다시 찾아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가졌던 초심을 되살리겠다.”는 고별사를 전했다. ●정치권 복귀 대기 한나라당 출신 낙선자들은 청와대나 정부로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방호 의원은 서울시의원으로 재직 중인 딸의 사무실에 출근하며 정치상황을 관망 중이다.‘이명박 입’으로 활약한 박형준 의원은 대변인 시절과 17대 대선 과정을 담은 내용의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7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국내에 머물면서 향후 거취를 알아볼 예정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혁신재창당 작업과 함께 진보운동을 지속하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할 계획이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강연 등 대중활동을 통해 18대 국회에서 원외정당인 당의 조직력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탈 여의도’ 행보 여의도를 떠나 원외에서 활발한 정치 활동을 모색하는 낙선자들도 많다. 관가나 산하단체로 갈 수 없는 야당 의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소속 이해찬 의원은 지난 3월 말 연구재단인 ‘광장’을 발족한 데 이어 잡지 발간을 계획하는 등 진보세력 부활에 주력하고 있다. 무소속 유시민 의원은 경북대에서 ‘교양 경제학’을 강의할 예정이다. 지지자들에게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수는 물에 새기며 살겠다.”며 고별사를 전했다. 무소속 안영근 의원은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에서 직장인 밴드를 결성했다. 미술 관련 유통회사에 취직한 뒤 정치인을 전혀 만나지 않는 등 이색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당팀 이종락·전광삼·구혜영·나길회·홍희경·김지훈·한상우·구동회기자 j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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