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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중국·동중국해 야금야금 항행… 日 실효 지배 흔드는 中

    남중국·동중국해 야금야금 항행… 日 실효 지배 흔드는 中

    일본과 중국의 해양 영유권 갈등이 새 국면으로 들어섰다. 함정을 동원한 ‘실효 지배 흔들기’와 전격적인 군사 충돌 우려도 높아졌다. 중국 해군 함정이 지난 9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접속 수역에 진입했다. 이어 15, 16일 일본 영해 바깥의 22∼44㎞ 구간인 접속 수역에 들어가 긴장과 파장을 키웠다. 지난 18일에는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2척이 센카쿠열도 일본 영해 밖 접속 수역에서 항행했다. 일본 당국은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앞으로 계속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여 가려는 포석”으로 판단했다. 나아가 중국이 센카쿠열도에 대해 전격적인 무력 점령 등 군사작전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 커졌다. 영유권 다툼 중인 센카쿠열도의 접속 수역에 중국 해군 함정이 들어간 것은 최초란 점에서 일본은 깜짝 놀랐다. 중국 해군 소속 프리깃함 1척은 지난 9일 0시 50분쯤 센카쿠열도 구바섬(중국명 황웨이위) 북동쪽 접속 수역에 진입해 2시간 20분 동안 항행한 뒤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실효 지배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둑을 두듯 조금씩 살금살금 분쟁 지역을 둘러싸면서 실효 지배를 허물어뜨리는 전략이란 것이다. 오사카대 마야마 아키라 교수는 “중국이 항공기와 잠수함을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얌체 中, 당장 충돌 일으키진 않을 것” 시각도 중국은 그동안 매달 세 차례씩 해경국 감시선을 센카쿠 영해로 보내왔지만 해군 함정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센카쿠를 흔들어 댈 다음 카드로 군사 압박을 점차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해경국 감시선을 전면에 세운 뒤 군함, 군용기도 조금씩 센카쿠에 접근시키면서 일본의 실효 지배를 흔들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군은 동중국해를 둘러싼 두 나라 갈등이 격화된 2012년 가을부터 센카쿠 북쪽 해상에 군 함선 1~2척을 상주시켰다. 그러나 그 거리를 점점 더 좁히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처음에는 센카쿠 100~120㎞에 있던 함선은 2014년 11월 하순쯤부터는 70㎞ 정도까지 접근했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해상 도발이 상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 센카쿠열도 등 동중국해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옮기고, 이 지역을 분쟁 지역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이세시마 정상회의, 6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등에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집중적 비판 등 공세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격이란 해석도 많다. 접속 수역은 영해 밖 12해리에 마련된 ‘완충지대’다. 국제법상 외국 선박도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군 함선이 빈번히 출입한다면 일본의 실효 지배는 무력화될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7일 “지난 5월 중국 군용기가 센카쿠를 향해 남하하면서 전에 없이 접근했었다”고 전했다. 군용기의 활동이 더 대담해진 것 등도 분쟁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군의 행보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란 점을 보여 준다는 분석이다. ●‘영토 분쟁 불간섭’ 美, 日·中 국지전 땐 방관할 듯 그렇지만 중국이 센카쿠 분쟁을 당장 충돌까지 끌고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 해상자위대 전 간부는 “중국은 미군의 개입을 불러올 위기와 충돌은 피하려 한다. 점진적 행보로 일본의 실효 지배를 흔들려 한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이 내부 갈등이 심해질 경우 이를 대외적으로 전가하기 위해 모험을 무릅쓸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미·일 군사동맹에도 불구하고 영토 분쟁에는 불간섭이란 점을 강조해 왔던 터여서 일·중 간의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방관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9일 새벽 주요 부처에 비상을 걸고, 주일 중국대사를 새벽 2시에 외무성으로 불러들인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보여 준다. 당일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오전 2시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불렀다. 그리고 “용납할 수 없다. 영해 침입 사태가 있으면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즉시 퇴거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中 정보수집함, 도청도 가능… 日 “훈련 방해” 한편 일본 영해 및 접속 수역에 잇따라 진입한 것이 중국 해군의 정보수집함이란 점은 제해권을 둘러싼 주요 국들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 준다. 15일 오전 3시 30분쯤 중국 해군의 정보수집함 1척이 일본 가고시마현 구치노에라부지마 서쪽 일본 영해에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 머물다 영해 밖으로 나갔다. 중국 함정의 일본 영해 진입은 2004년 오키나와현 사키시마제도 주변에 중국 원자력 잠수함이 들어간 뒤 12년 만이다. 당시 규슈에서 오키나와 동쪽 해역에서 10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미국, 인도, 일본 세 나라가 대잠수함 및 방공 전투 훈련 등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일 해군의 정례 훈련 ‘말라바르’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한 형식이었다. 중국 함정은 당시 인도 함선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초계기와 함정이 교환하는 전파나 통신 감청 능력을 가진 이 함정은 가고시마 바다에서 오키나와 동쪽 해역까지의 도청이 가능했다. 중국 함선들은 훈련 참가 중인 미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도 추적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훈련 방해 행위”로 인식했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중국 측이 군사행동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군함의 이번 항해는 국제협약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동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의 분쟁 격화 시도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면서 “함정 등을 활용한 군사작전도 계속될 것”을 우려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日영해 1시간30분 휘저은 中군함

    日영해 1시간30분 휘저은 中군함

    日, 中차석대사 초치… 中 “국제법에 부합” 중국 해군의 정보수집함이 15일 일본 가고시마현 구치노에라부시마 서쪽 일본 영해에 일시적으로 들어와 1시간 30분가량 항해한 뒤 돌아갔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접속수역에 대한 군함 진입에 이어 긴장을 증폭시키는 행위로 보고 중국에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반면 중국은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가 이곳에서 남동진하는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을 확인했다”며 “이 함선은 오전 5시쯤 야쿠시마 남쪽을 통해 영해를 빠져나가 남동쪽으로 갔다”고 밝혔다. 중국 해군의 이날 진입 경로는 미국 및 일본 해군과의 3국 공동 훈련을 위해 일본 영해에 진입하던 인도 해군 함정 2척의 뒤를 쫓아오는 형태여서 3국 합동 해상훈련의 정보 수집 및 견제 차원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해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한 것은 2004년 오키나와현 사키시마제도 주변에 중국 원자력잠수함이 침입한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국 군함 진입이 ‘무해 통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의도 등을 분석 중이다. 국제법은 군함의 영해 진입에 대해서도 일반 선박처럼 연안국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한 ‘무해 통항권’을 허용하고 있다. 또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3척이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의 일본 영해를 침해했다가 1시간 30분 만에 나갔다고 NHK가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새벽 센카쿠 열도 앞바다의 일본 영해 밖 접속수역(22~44㎞)에 중국 해군 군함이 진입해 외무성이 항의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대사를 불러 중국군의 활동 전반에 우려를 표명했다. 오키나와 동쪽 태평양에서는 현재 일본의 해상자위대와 미국 해군, 인도 해군의 공동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보수집함은 인도 해군 함정 2척의 후방을 뒤따라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군함의 이번 항해는 국제협약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일본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 국방부 신문국은 중국 군함이 이날 통과한 지점을 ‘토카라 해협’이라고 지칭하며 이곳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이라고 주장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서울광장] 현실화되는 중국의 선택적 균형 전략/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현실화되는 중국의 선택적 균형 전략/오일만 논설위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 북한이 동북아 안보의 핵심 변수였지만 최근에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북·중 관계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변수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는 향후 동북아 정세의 시금석이다. 남·동 중국해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간의 힘겨루기는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다. 최근엔 중국 군함이 처음으로 일본과의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접속 수역 안에 진입해 그동안 잠잠했던 중·일 간 영토권 분쟁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대해 중국이 작심하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 딜레마는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강도에 비례해 우리의 외교 자산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실제로 남·동 중국해 영유권과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격렬하게 부딪칠수록 북한의 전략적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 묘한 함수 관계로 변했다. 샹그릴라 대화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던 황재호 외국어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수위가 높아질수록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기류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유엔 대북 경제제재의 실행 의지는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2012년 11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마디로 ‘선택적 균형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을 유지시키면서 남북한 세력균형과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을 깨야 하는 3중 딜레마에 직면한 중국의 안보 전략인 것이다. 중국은 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요약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이 현실화되면서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한 과도기로 진입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선택적 균형전략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일단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유지하되 북·중 관계를 동맹과 정상 관계의 중간에서 정책 방향과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한·중 관계 역시 한·미·일 군사동맹 전환을 막으면서 남북한 모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등거리 외교로 집약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며 ‘대북 고립외교’를 펼쳤던 지난 1일 시 주석은 40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온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동참을 선언한 중국이지만 정부 레벨보다 한 차원 높은 당대당 교류를 이어가면서 북·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자금 세탁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뒤 미·중 전략·경제대화 직전에 중국 통신기기 제조사인 화웨이(華爲)의 대북 거래 조사에 착수하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시 주석은 전략·경제대화 축하연설에서 ‘중·미 신형 대국관계’를 앞세워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의 북핵 외교는 지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을 등에 업고 북한을 압박한다는 한·미·중 3국 전략대화도 물 건너갔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한·미·중 전략대화는 2013년 7월 첫 회의가 열린 뒤 3년 동안 중단된 상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재개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우리의 대북 외교·안보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역할론’을 과대평가한 측면이 크다. 선택적 균형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이 자신의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우리를 도울 것으로 생각한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국가는 의리나 도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로지 국익을 잣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작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국익은 늘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동북아 정세가 미·중 간 대립 구도로 고착될 경우 북한의 전략적 가치만 높여주는 꼴이 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우리가 앞장설 필요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ilman@seoul.co.kr
  • 中 군함 센카쿠 첫 진입… 日, 새벽에 대사 초치

    中 군함 센카쿠 첫 진입… 日, 새벽에 대사 초치

    미국과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문제에 대해 날을 세운 직후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 접속 수역으로 들어갔다. 남중국해에서 미·일이 중국과 빚던 영유권 갈등이 동중국해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9일 0시 50분쯤 중국 해군 장카이1급(3963t) 프리깃함 1척이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구바섬 북동쪽 일본 영해 바깥 접속수역에 진입해 약 2시간 20분 동안 항해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 함정은 오전 3시 10분쯤 다이쇼섬 북서쪽 해상에서 북쪽 방향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 주변 해상에서 그동안 중국 해경 선박이 접속수역이나 영해를 침범한 적은 있으나 군함의 침범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러시아 해군 구축함과 보급함 등 3척도 8일 오후 9시 5분쯤 구바섬과 다이쇼섬 사이 남쪽에서 접속수역으로 들어와 9일 새벽 3시 5분쯤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러시아 군함의 일본 측 접속수역 침범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접속수역은 타국 선박을 검사할 수 있도록 영해 외측 12해리(약 22~44㎞) 구간에 임의로 설정한 해역으로, 영해와 공해의 중간 수역을 의미한다. 타국 군함이 접속수역을 항행하는 것은 엄밀히 국제법 위반은 아니다. 일본은 중국의 행위를 도발로 간주하고 즉각 대응했다.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전 2시쯤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센카쿠열도는 일본 고유 영토로 중국 해군 함정이 접속수역에 들어가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섬은 엄연히 중국 영토로 중국 군함의 합법적 항행에 대해 다른 국가가 이러쿵저러쿵할 권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 이어 동중국해에서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러시아가 동조 움직임까지 보임으로써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일 대 중·러의 대결 구도가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 일각에선 “중국의 행동과 러시아의 행동은 전혀 다르다”며 러시아 정부에 항의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이 10~17일 센카쿠 열도와 가까운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미국, 인도 해군과 함께 ‘말라바르’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구조조정 시각차… 與 “실업대책 마련” 3野 “정부 책임자 처벌”

    구조조정 시각차… 與 “실업대책 마련” 3野 “정부 책임자 처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9일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과 관련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성이 있는 새로운 산업으로 자금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업 구조조정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전날 개최된 제1차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조선·해운 외) 철강·석유화학 등의 분야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에 더 빠른 속도를 내고 근본적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조선·해운 등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가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와 군함·해양감시선 등 공공부분 일감 증대가 거론됐다. 또 올해 조선업계에서만 최대 6만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대책 보완도 제안했다. 새누리당 김상훈 정책위부의장은 간담회 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면서 “(전날) 정부 발표는 ‘완결판이 아니다’는 개념 규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노동계가 주관한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첨석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과 해법을 놓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구조적 부실이 만연하고 대규모 실업까지 오게 됐는지에 대해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면서 “20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노동자의 희생과 국민의 눈물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정부와 관계자 처벌을 꼭 요구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노 원내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대책에는 특별재난지역을 선정하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세월호 방식 기조다. 약자의 희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나토 ‘아나콘다’ 러에 무력 시위

    나토 ‘아나콘다’ 러에 무력 시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압박성 무력시위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군사력 증강을 추진해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투기 105대·병력 3만여명 투입 AFP 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과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등 24개국은 총 3만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해 ‘아나콘다’로 명명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열흘 일정의 이번 훈련에 미군 1만 4000여명, 폴란드군 1만 2000여명, 영국군 800여명 등이 참가하며 전투기 105대와 군함 12척 등 약 3000대의 군사 장비가 동원됐다. 아나콘다 훈련은 나토와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견제하고자 2006년부터 2년마다 폴란드에서 정례적으로 개최해 왔다. 올해 참가 병력을 2년 전(1만 2500여명)보다 2배 이상 늘린 것은 러시아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한 이래 러시아는 유럽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다. 옛 소련이 주도하던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일원이던 폴란드는 소련이 해체된 지 7년 만인 1999년 체코, 헝가리 등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에 가입했다. 2004년에는 소련에서 독립해 나온 발트 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도 나토에 가입, 러시아로서는 옛 위성국과 종속국들이 자국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형국을 맞았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통해 서방을 꾸준히 자극해 왔다. 군사 도발도 빈번하게 일으켰다. 지난달에도 러시아는 폴란드 상공에 무인기를 띄운 데 이어 발트해 상공에서는 군용기를 식별 신호를 전달하지 않은 채 비행시켜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영국 전투기들이 긴급 출격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새달 나토 정상회의서 추가 주둔 논의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 훈련으로 나토가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안토미 마크에레비치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번 훈련의 목적은 동맹의 동부 지역 방어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8~9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폴란드와 발트 3국에 나토군이 추가로 주둔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등 러시아 옥죄기에 들어간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루마니아에서 미사일방어(MD) 기지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폴란드에도 유사한 MD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도 강경 태세다. 연말까지 영토 서부와 남부에 육군 3개 사단을 증강하고 폴란드와 인접한 칼리닌그라드에 사거리 280~400㎞의 이스칸더(SS26)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6일 모스크바에서 티모 소이니 핀란드 외교장관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서방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정책을 취하는 것도 러시아의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천안함 파손 선체 견학자 6년 만에 100만명 돌파

    천안함 파손 선체 견학자 6년 만에 100만명 돌파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던 우리 해군 천안함의 파손된 선체를 견학한 사람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해군은 5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의 누적 견학 인원이 지난 3일 100만명을 기록했다”면서 “천안함 전시관이 국민 안보 교육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고, 같은 해 4월 함수와 함미가 인양돼 2함대사령부로 옮겨졌다. 천안함 선체는 같은 해 5월 24일부터 일반에 공개됐고, 약 6년 만에 누적 견학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100만 번째 견학자는 원광대 역사교육학과 2학년인 장태은(19)씨였다. 해군 2함대사령부는 천안함 견학 인원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장씨에게 모형 군함을 선물하고 군함에 탑승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장씨는 “우리 영해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해군 장병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사를 느낀다”면서 “졸업 이후 교사가 되면 학생들에게 안보의 소중함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선체 견학을 원하는 사람은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www.navy.mil.kr)에 있는 ‘견학/면회신청’ 메뉴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면 된다. 견학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이며 일요일과 설·추석 연휴에는 전시관을 개방하지 않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美 “매립 강행 땐 행동” 中 “이기적… 마찰 불사”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아슬아슬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첨예한 난타전을 벌였다. 아시아 지정학의 뜨거운 감자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상장·한국군 대장에 해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마지막 날인 5일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국가의 도발 때문에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주제 연설을 통해 미국의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도발’로 규정했다. ●美 “中, 고립의 만리장성 쌓고 있다” 몽골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울란바토르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것은 도발 행위”라고 말한 것으로 AFP가 전했다. 앞서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은 전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면서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를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한 매립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수십년간 이 지역의 핵심적인 안보 제공자이자 안보 네트워크의 주도적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美 항행의 자유? 횡행의 자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스카보러 암초는 2012년 4월 이후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안에 스카보러 암초를 매립해 활주로와 함께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이더 기지가 설치되면 필리핀 내 미군 기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일본도 중국 비판에 가세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반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관유페이(關友飛)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은 “(미국이) 자국 군함과 전투기를 다른 국가의 연안에 접근시키는 데 활용하는 ‘항행(航行)의 자유’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횡행(橫行)의 자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송중기X박보검, “이렇게 설레도 되나요” 형제 케미 폭발 ‘여심 저격’

    송중기X박보검, “이렇게 설레도 되나요” 형제 케미 폭발 ‘여심 저격’

    송중기와 박보검의 훈훈한 케미가 팬들을 설레게 했다.1일 ‘도미노피자’ 인스타그램에는 “송중기X박보검의 감사한 케미 줍줍합시다!”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사진에는 도미노피자 모델로 활동 중인 송중기와 박보검의 화보가 담겼다. 특히 두 사람은 훈훈한 외모와 깜찍한 표정으로 완벽한 ‘형제 케미’를 자아내 여심을 저격했다.이에 네티즌들은 “피자 광고가 너무 상큼하다”, “송중기, 박보검이라니 그저 감사합니다”, “이 케미는 진리입니다”등 반응을 보였다.한편 송중기는 2017년 개봉 예정인 영화 ‘군함도’에, 박보검은 오는 8월 방영 예정인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한다.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41년 만에 정상화하기 바로 직전인 지난 21일 중국은 베트남과 가까운 남중국해에 함대를 투입해 실탄 사격 훈련을 하며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벌였다. 1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전쟁을 했고, 그 후로 40년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갑자기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 때문이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접한 거의 모든 국가에 영토·영유권 시비를 걸고 있다. 이같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을 제압하려는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崛起)의 정점에는 역시 항공모함이 있다. 중국은 2012년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취역시키고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을 더 건조하고 있는데, 이들 항공모함이 ‘짝퉁’ 때문에 당분간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짝퉁왕국’의 전투기 개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주요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자국의 고급 기술을 훔쳐다가 불법 복제품, 일명 ‘짝퉁’을 만들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골칫거리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이 연간 수 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들여 첨단 제품을 개발하면 중국에서는 며칠 내로 그 제품의 불법 복제판이 시장에 풀리기 일쑤고, 심지어 기술이 유출되어 신제품의 출시 이전에 짝퉁 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의 주요 기업 1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 산업스파이의 95%는 중국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랜달 콜맨(Randall C. Coleman) 방첩부분 부국장 역시 “중국 정부가 산업스파이 행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중국은 민간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의 첨단기술을 빼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무기 개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중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의 무기체계를 모방해 개발한 것들이다. 지상군의 주력전차인 96식 전차는 밀수한 T-72 전차를 재설계해 디자인만 약간 바꿔 개발했고, 해군의 주요 전투함들은 껍데기만 자체 개발일 뿐 탑재된 함포와 미사일, 레이더, 헬기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제 장비를 카피한 장비들이 많다. 그러나 전차는 땅에서 굴러가면서 포탄만 잘 나가면 되는 것이고, 군함이야 물 위에 잘 떠다니면 별 문제가 없으니 짝퉁이라 하더라도 그럭저럭 쓸 수 있겠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결함만 있어도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항공모함 보유를 결정한 중국은 이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를 판매해 줄 것을 러시아에 요청했었다. 러시아는 중국의 랴오닝과 자매함인 어드미럴 쿠즈네초프(Admiral Kuznetsov)에서 오랜 기간 Su-33 전투기를 운용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첫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로 Su-33이 1순위 후보로 꼽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Su-33 전투기 판매 및 라이센스 생산 요청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 중국은 러시아와 Su-27SK 전투기 200대 라이센스 생산 계약을 체결했었는데, 라이센스 생산 과정에서 중국이 계약을 어기고 불법으로 전투기 부품을 몰래 복제 생산하는 것이 적발됐다. 러시아는 중국에 엄중 항의했으나 중국은 러시아가 불량 부품을 납품했기 때문에 부품을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받아쳤고 이에 격분한 러시아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부품 인도를 중단한 바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Su-27SK 전투기를 완전히 뜯어보고 기술 유출을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이렇게 훔친 기술과 부품을 바탕으로 J-11B를 만들어냈다. 이런 중국에게 러시아가 또 첨단무기를 팔 리 없었다. 중국은 러시아가 Su-33 판매를 끝내 거부하자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이 찾은 해답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연방 시절 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던 수호이(SUKHOI) 설계국의 전투기 조립 및 시험평가 시설이 있었고, 여기에 Su-33 전투기의 프로토 타입 T-10K-3가 남아 있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접근, T-10K-3를 구입해 중국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Su-33의 원형인 T-10K-3 기체를 바탕으로 J-11B를 불법 복제하면서 만든 부품을 끼워 넣어 J-15라는 항공모함용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와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은 이 불완전한 J-15가 항공모함에서 작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혹평을 쏟아냈지만, 2012년 중국은 보란 듯이 항공모함 이착함 훈련을 성공시키며 자신들의 항공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본격적인 항공모함 보유국가 대열에 진입했음을 선포했다. ‘진품’에 한참 못 미치는 ‘짝퉁’의 한계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였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대량 생산이 진행되어 수십여 대가 배치됐어야 할 J-15의 생산이 잠정 중단된 것이다. 생산 중단의 원인은 엔진 때문이었다. 당초 J-15의 프로토타입에는 러시아제 고성능 엔진인 AL-31F가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AL-31F를 불법 복제하면서 러시아가 이 엔진의 추가 수출을 거부했고, 중국은 AL-31F를 베낀 WS-10 엔진을 만들어 J-15에 탑재했지만 이 엔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사실 WS-10 엔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공군에서 제기된 바 있었다. 중국정부는 이 엔진을 탑재한 J-11B나 J-16 등 신형 전투기들이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 엔진의 실제 성능과 신뢰성은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우선 추력이 형편없었다. 러시아가 1981년 완성한 AL-31F 엔진은 123kN의 추력을, 2012년 개발한 개량형 AL-31F M2 엔진은 145kN의 추력을 가지고 있지만, WS-10 엔진의 추력은 89kN에 불과했다. 똑같이 베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보다 거의 30% 가까이 성능이 떨어진 것이다. 전투기의 크기와 무게는 러시아제 오리지널과 비슷한데 엔진 추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쉽게 비유하자면 ‘쏘나타’ 승용차에 ‘아반떼 엔진’을 얹은 격이다. 제대로 가속이 될 리가 없고 제원 상 나타난 최대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 엔진은 추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비행 중 엔진의 진동이 너무 심했고, 심지어 비행 중에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도 발생하는 등 신뢰성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 때문에 중국공군은 지난 2014년 WS-10 엔진이 탑재된 J-11 전투기 인수를 거부한 바 있었다. 비록 불법 복제품이었고 성능과 신뢰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WS-10 엔진이었지만,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이 엔진을 중국공군과 해군항공대 전투기의 주력 엔진으로 결정하고 인수를 거부한 공군 장령을 질책하는 등 엔진 실전배치를 밀어 붙인 것이었다. 항공모함용 전투기로 개발된 J-15 역시 양산형 기체에는 WS-10 엔진을 탑재했다. 하지만 육상에서보다 운용 조건이 더 가혹한 해상에서 이 엔진은 더 심각한 문제점을 계속 노출했고, 비행 시험 과정에서 2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결국 중국은 J-15 전투기에 WS-10 엔진의 탑재를 포기하고 전투기 생산을 중단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AL-31F 엔진의 판매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엔진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J-15의 추가 생산은 무의미했고, 이 때문에 현재 중국해군 항공대의 J-15 전투기는 개발 초기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았던 AL-31F 엔진을 탑재하고 간헐적으로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적어도 2척 이상의 항공모함을 추가로 배치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를 완전히 석권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지만,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전투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항공모함은 당분간 항공모함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항공모함으로 전락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육상용으로 개발 중인 J-31 스텔스 전투기의 항공모함 탑재형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투기도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F-35 기술을 상당 부분 도용한 짝퉁이고, 특히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 역시 J-15와 마찬가지로 초기 생산형에는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RD-93 엔진을, 양산형에는 RD-93의 복제품인 WS-13을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양산 단계에서 J-15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신형 전투기용 엔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적어도 1500억 위안(약 2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엔진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러시아제 엔진에 대한 수입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J-20과 J-31 등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와중에서도 러시아에서 Su-35 전투기를 수입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과 레이더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은 Su-35에 탑재된 고성능 엔진과 레이더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러시아에 24대의 Su-35를 판매해 줄 것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으나, 기술 유출 의도가 뻔히 보이는 중국의 요구를 러시아가 묵살하면서 협상은 수년을 끌어왔다. 요지부동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역시 돈이었다. 중국은 Su-35와 S-400 등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러시아와 무려 4000억 달러, 우리 돈 410조원 규모에 달하는 천연가스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체결되고 얼마 후 Su-35 거래 계약이 성사됐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라도 러시아 기술에 접근해 자국산 무기의 기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항공모함용 전투기와 전투기용 엔진에서 나타난 기술적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중국 항공모함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전투기 없이 항공모함 흉내만 내는 전시용 군함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짝퉁’이 결국 중국군의 자존심인 항공모함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남중국해 주권은 존중돼야… 대국이 소국 괴롭히면 안 돼”

    中 “지역국가 규칙 존중해야” 반발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대중 연설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씻어 내고 양국이 전략적·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 중국을 겨냥해 “주권은 존중돼야 하고 큰 나라들이 작은 나라들을 괴롭혀선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국립 컨벤션센터에서 한 연설에서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면서 “과거 적이었던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개선이 지금 세계 각국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양국 국민이 번영의 시대를 열어 가자”고 강조했다. 연설장은 2300여명으로 가득 찼고 연설 중간중간에 박수가 나왔다. 과거 베트남전에 대해선 “과거 미국(사회)을 양분시켰던 전쟁이 이제 양국 관계의 치유를 위한 근원이 되고 있다”며 “(베트남인들의 상처에 대해) 유념하고 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41년 만의 양국 관계 정상화의 이면에는 중국을 향한 날 선 견제가 담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큰 국가들이 작은 나라들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뒤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또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는 비행하고 항해하는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세기 치러진 2개의 전쟁인 베트남전과 태평양전쟁의 당사국인 베트남과 일본을 잇따라 찾는 이유가 바로 오월동주(吳越同舟)식 대중국 공동 전선 구축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군 군함과 군용기가 누리는 항행의 자유라면 국제사회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외국가(미국)는 지역 국가의 평화수호 노력과 지역의 규칙·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의 크고 작음이 ‘관건’이 아니라 당사국이 성의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무대가 된 호찌민으로 이동해 불교 사찰 옥황사를 찾아 기도를 올리며 베트남전의 상처를 달랬다. 그는 300개의 불상을 일일이 돌아보며 종교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 드림플렉스 비즈니스 콤플렉스를 찾아 청년 창업자들을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로 떠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주말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EBS1 토요일 밤 11시 45분) 청각장애인 학교의 교사로 부임한 제임스(윌리엄 허트)는 아이들에게 상대방 입술의 움직임을 익혀 음성언어도 쓸 수 있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제임스는 학교 졸업생이자 현재 학교 청소원으로 일하는 사라(마리 매틀린)와 마주치고 선생님을 자처하지만 그녀는 수화를 고집할 뿐이다. 티격태격하는 사이 둘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실제 청각장애 배우인 마리 매틀린은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최연소(22세)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데뷔 때만큼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연기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요즘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선더볼트 장군으로 나오는 윌리엄 허트의 젊은 시절을 보는 맛이 새롭다. 1986년 작. ■프로젝트A(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중국희극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청룽(成龍), 훙진바오(洪寶), 위안뱌오(元彪) 골든 트리오 시대의 개막을 알린 왕년의 인기작이다. 이들은 이 작품을 비롯해 ‘오복성’ ‘칠복성’ ‘복성고조’ ‘쾌찬차’ ‘용적심’ ‘비룡맹장’ 등을 함께 하며 홍콩 액션물의 막강 삼총사로 군림했다. 홍콩 해경은 군함을 지원받아 해적을 토벌하는 작전인 프로젝트A를 계획하지만 정보가 새어 나가 어그러진다. 이로 인해 해체된 해경은 육상 경찰에 편입되고 해경 소속이던 마여룡(청룽)은 신프로젝트A 작전을 벌이는데…. 1983년 작.
  • 대우조선, ‘알짜’ 방산 떼내 상장·대규모 감원 나선다

    특수선 자회사 전환·상장 땐 시가 1조대 매각설은 부인… 도크 일부는 검토 수주 가뭄에 사상 최대 5조 적자 2019년까지 ‘2300명+α’ 감축할 듯 대우조선해양이 방산사업부문(특수선)을 분할해 자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대규모 추가 인력 감축에 나선다. 대우조선은 이런 내용이 담긴 추가 자구계획안을 2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대우조선은 군함, 잠수함 등의 제조·생산을 담당하는 특수선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자회사로 전환하고 이를 상장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방산부문 매출액은 1조 13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15조 70억원)의 약 7.5%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아 대우조선 내에서는 ‘알짜 사업부’로 분류된다. 영업이익률은 6%가량으로 추정된다. 방산부문 수주잔고는 지난달 말 기준 20척, 49억 달러(약 5조 8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상장 시 시가총액이 1조원은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방산부문 매각설과 관련해 대우조선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추가 인력 감축도 진행된다. 대우조선은 이미 지난해 2019년까지 인력 2300명을 줄이겠다는 자구계획을 세웠다.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에 더해 인력을 더 내보내겠다는 얘기다. 사무직은 물론 생산직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이 병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에 대한 4조 2000억원 지원 결정에 앞서 대우조선에 자구계획안(1조 8500억원) 제출을 요구했었다. 지금까지 3조 2000억원이 지원됐지만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 9372억원)과 당기순이익(3조 3067억원) 모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263억원)이 났다. 조선업 불황으로 ‘수주 절벽’도 심각하다. 올 들어 지난 17일 잠수함 1척 정비사업(459억원)을 따낸 게 전부다. 채권단은 추가 자구안과 이달 말 완료 예정인 대우조선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 시 재무 건전성 시험) 결과를 토대로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추가 자구안에는 해상(플로팅) 도크 4개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 도크는 2개밖에 없어 폐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는 수리조선소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매수자가 나타나면 그전에라도 팔 계획이다. 풍력업체인 자회사 드윈드는 매각을 추진하되 주인을 못 찾으면 청산하기로 했다. 한편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정부가 정한 마감 시한(20일)은 넘겼지만 막판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만큼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날짜인 이달 31일 이전까지를 실질적인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군복 입은 것이 죄가 되는 나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군복 입은 것이 죄가 되는 나라

    인류가 의복을 입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3만년 동안 만들어냈던 수많은 옷 가운데 가장 미스터리한 옷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열에 아홉은 ‘군복’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남성들에게 있어 군복은 심리적으로 특별한 영향을 발산하는 마력이 넘치는 옷이기 때문이다. 군복은 전투를 목적으로 특별히 디자인된 옷이지만, 우리나라의 군복은 전투에서의 효용성보다는 심리적인 파급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누구든 이 옷을 입으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며, 시간대와 상관없이 배고프고 졸리게 된다. 특히 전역 후 이 옷을 입게 되면 모범생도 반항아가 되며 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옷을 갈아입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도대체 군복 속의 그 무엇이 착용자를 이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일까? 군복이 부끄러운 이유 군복을 입으면 ‘불편’해지는 것은 의무 복무하는 병사들뿐만이 아니다. 직업으로 군인을 택한 간부들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국방부와 가까이 있는 용산역 2층 화장실에 가면 옷을 갈아입는 고급장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국방부나 합참에 출장 다녀가는 사람들이다. 부대 밖에서 업무 차 만나는 군인들도 예외 없이 사복을 입고 나오며, 심지어 사복을 입고 출퇴근하며 부대에서만 군복을 입는 간부들도 대단히 많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여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갈 때 종종 군복을 입고, 극중 군인인 등장인물들이 군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우리 장병들로 하여금 이토록 군복을 불편한 옷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그 원인은 바로 국민들이다. 국민의 절반이 남성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군인을 ‘군인’보다는 ‘군바리’라고 부른다. ‘군바리’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바리’라는 접미어에 ‘군’이 붙어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이며, 실제로도 이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 군인에 대한 비하와 경멸은 호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군인은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이자 자식이고 형제자매지만, 국가로부터 홀대받고 있고, 국민들로부터는 가장 만만한 대상이자 ‘봉’ 취급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으로 훈련과 경계근무, 진지공사 등 각종 잡무에 동원되는 우리 병사들은 한 달 월급으로 병장 기준 19만 7100원을 받는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올랐다지만 이와 덩달아 물가도 올랐기 때문에 PX 가서 군것질 몇 번 하면 금세 빈털터리가 된다. 직업군인인 간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9급 공무원의 초임연봉이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해 2500만~2600만원 선인데 반해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하사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도 2200만원 선, 소위는 2500만 원 선이다. 최근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병영생활관과 달리 간부숙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지금도 전후방 각 지역에서는 벽에 금이 가거나 천장에서 물이 새는 숙소나 관사에서 거주하는 간부들도 많다. 국가만 군인을 이리 홀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군복 입은 자를 죄인 또는 ‘봉’으로 보고 있다. 최근 훈련 중인 해병대 병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주민들에게 붙잡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폭언을 듣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군인들은 민간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온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양구에서는 주말 외박을 나온 병사들을 고등학생들이 집단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었다. 군부대 인근 주민들 역시 군인들을 ‘봉’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외출 또는 외박 군인들이 일정 시간 내에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위수지역’ 개념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군인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 모 지역 소재 PC방들은 장병들이 외출·외박을 나오는 주말에 30% 이상 요금을 더 받고 있으며, 요금 논란이 제기되자 ‘주3회 이상 이용자’, ‘주중에만 가능한 회원 가입자 할인’ 등 장병들은 불가능한 할인제도를 도입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외박 장병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는 여인숙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시설을 갖춰놓고 주말 숙박비 8~10만원, 숙박인원 1인 추가 시 1만원 추가요금을 받아 분대 단위로 외출을 나오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객실 하나당 1박에 10~15만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최근 모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모 신병훈련소 인근 주민들은 6시간으로 제한된 영외면회제도를 악용, 온수도 나오지 않는 미신고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고 6시간 대실료로 15만원을 받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바가지를 씌우며 장병들과 가족들을 울상 짓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대 차원에서 위수지역을 좀 더 멀리까지 확대해주거나 부대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복지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하면 주민들은 군이 지역 상권을 죽인다고 집단행동에 나서며 군을 곤혹스럽게 몰아간다. 장병들을 괴롭히는 것은 상인들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군부대가 시골에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나 유관단체로부터 끊임없이 대민지원 요구가 들어온다. 대민지원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농번기에 모내기나 추수를 돕거나 폭우·폭설이 내렸을 때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농사일부터 시설보수, 심지어 과외 선생님 업무까지 다양해졌다. 병력 감축으로 인해 항상 일손이 부족한 부대 입장에서 대민지원을 내보내는 것은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고, 장병들 역시 훈련과 업무를 하면서 휴식을 쪼개 대민지원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군인들이 자신들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때때로 더 많은 일손을 요구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군복을 입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가 된다는 의미한다. 장병들은 불합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군복을 입었기 때문에 침묵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누가 군복을 입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선진국, 이른바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이처럼 군인을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인은 비하와 경멸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과 우대의 대상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팎의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군인을 존경하고 감사를 표하며 그 사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제공한다. 우선 급여 체계가 일반 공무원들과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군의 하사나 소위의 연봉이 2200만~2500만원 수준인 것과 달리 미군은 갓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이등병(Private E1) 기준 기본급만 1만8802달러(약 2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식비(연 2000~2400달러), 주택수당, 의류수당이 더해지고, 해외 파병, 군함 또는 항공기에 타는 병사들은 직종에 따라 월 70~1000달러의 추가 수당이 더해지기 때문에 해외 파병 근무에 투입되는 병사들은 이등병이라 할지라도 실제 연봉이 우리 돈으로 따지면 3000만~4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급여에서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과 직계가족은 무료로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면 복무기간 중 연간 4500달러(약 526만원) 안팎의 학비가 지원되며, 전역 후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면 최대 8만3000달러(약 9700만원)을 지급받는다. 결혼한 병사에게는 주택 구입비용 또는 임대비용과 가족에 대한 식비가 지원되며, 거의 모든 생필품과 가전제품, 차량 등을 면세 혜택으로 구입할 수 있다. 임무 수행 중 전사한 장병의 가족에게는 각종 기금과 보상금을 합쳐 약 100만 달러(약 11억 7000만원)이 지급되며, 사망 후 6개월 간 주택 및 주택비용을 제공하고, 1년 간 군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과 더불어 평생 계급에 따른 연금이 지급된다. 군복을 입은 사람을 예우하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군인은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며, 시민들이 군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가령, 군복을 입고 식당에 가면 식사비용을 대신 계산하는 사람이나 음식 값을 아예 받지 않는 식당 주인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길거리에서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감사인사 세례를 받기 일쑤다. 극장이나 운동경기장에 훈장을 받은 군인이라도 나타나면 행사를 시작하기 전 기립박수를 받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가는 군인에게 항재전장(恒在戰場), 즉 언제나 전쟁터 한 가운데에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강조하며 군복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죽을 수 있는 군인을 위한 수의(壽衣)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군복에 부여하는 의미는 수의(壽衣)가 아니라 수의(囚衣), 즉 죄수복에 가깝다. 군복이라는 수의를 입은 청년들은 최저시급의 1/10도 안 되는 봉급과 수용소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국민과 사회로부터 군바리라는 조롱과 호구 대접을 받으면서 2년을 버텨야 한다. 이를 거부한 청년들은 죄수복이라는 수의(囚衣)를 입고 옥살이를 한 뒤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죄수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군인도 군복 입은 자이기 이전에 시민이고 사람이다. 군복 입은 자를 비하하고 손가락질하며 푸대접하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앞날을 내던져 희생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의인(義人)이라 칭송하면서 목숨과 청춘을 바쳐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에게는 왜 이러한 인식과 처우가 주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일우 군사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강제 징용·원폭 피해 ‘증언’… 과거사 마주하는 이정표 됐으면

    강제 징용·원폭 피해 ‘증언’… 과거사 마주하는 이정표 됐으면

    “이 소설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일 뿐입니다. 독자들이 수면 아래 잠긴 죄악과 진실의 거대한 얼음을 마주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기쁘겠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지옥의 섬이었던 ‘군함도’. 일본 하시마섬에서의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폭의 실상을 소설로 옮기는 데 30여년을 매달렸던 한수산(70) 작가의 과업이 완성됐다. 지난해 3월부터 쓰고 자고 먹기만을 반복하며 다시 써냈다는 ‘군함도’(전2권·창비)다.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듬해 도쿄의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펴들면서 조선인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에 눈뜬다. 1990년부터 하시마섬, 나가사키를 10여 차례 넘게 찾아가 취재하고 자료를 끌어모아 2003년 장편 ‘까마귀’(전 5권)를 펴냈다. ‘까마귀’의 원고를 3분의2 이상 쳐내고 새로 써 3500매로 압축한 게 이번에 펴낸 ‘군함도’다. 작가는 2009년 일본에서 ‘까마귀’의 내용을 덜어낸 ‘군칸지마’(軍艦島)를 펴내며 한·일 동시 출간 계획을 세웠다. 그때 실현하지 못했던 한국어판 출간이 이제야 완성된 셈이다. “우리 집사람은 제 소설을 싫어합니다. 그랬던 사람이 ‘까마귀’를 완결했을 때 이틀에 걸쳐 읽고 나더니 울어요. 이런 역사를 써 줘서 고맙다고요. 그 사람이 연속극만 보면 조기 종영되거든요. 그때 제가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래 저를 붙잡을 거란 암담한 전도를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네요(웃음).” 일제강점기 군함도로 끌려간 징용공들은 강제 노역으로 신음하다 비밀리에 노동쟁의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각돼 잔혹하게 진압당한다. 탈출한 이들은 나가사키 조선소로 스며들지만 원자폭탄 투하로 죽거나 겨우 살아남는다. 작품에서 작가는 70년 전 고난의 역사와 한·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현안을 두루 아울렀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소설을 이루는 뼈대가 됐다. “1990년 일본 하시마섬, 나가사키 취재를 하면서 만난 강제징용 피해자 서정우씨를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절벽에서 죽으려 했다’, ‘가장 큰 고통은 린치도 노동도 아니었다. 배고픔이었다’며 군함도에서의 참혹했던 시절을 들려주셨죠. 누가 열다섯 소년을 병들고 지친 70대의 남루한 노인으로 만들었을까요. 전차 정류장에 나와 제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있는 그의 모습 때문에 27년간 이 작품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사할린 문제, 조선인 BC급 전범 문제, 피폭 2·3세 문제 등 과거사를 문학으로 새겨 넣는 ‘기억의 3부작’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초청받아 온 귄터 그라스에게 아는 분이 물었다고 해요. ‘일본은 왜 독일처럼 선명하게 과거를 청산하지 않느냐’고요. 그가 되물었죠. ‘한국에 일제강점기에 대한 소설이 몇 편, 영화가 몇 편 있느냐’고요. 고난의 역사를 제대로 그린 소설, 영화 하나가 없다는 것, 그게 우리들의 부끄러움입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칠십이라 뭘 약속드린다는 게 힘들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유의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각성을 위해,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의 적확한 자리매김을 위해 과거사를 그리는 작업은 이어질 겁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7년 매달린 소설 ‘군함도’ 마침표 찍은 한수산

    27년 매달린 소설 ‘군함도’ 마침표 찍은 한수산

     “이 소설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일 뿐입니다. 독자들이 수면 아래 잠긴 죄악과 진실의 거대한 얼음을 마주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기쁘겠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지옥의 섬이었던 ‘군함도’. 일본 하시마섬에서의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폭의 실상을 소설로 옮기는 데 30여년을 매달렸던 한수산(70) 작가의 과업이 완성됐다. 지난해 3월부터 쓰고 자고 먹기만을 반복하며 다시 써냈다는 ‘군함도’(창비)다.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듬해 도쿄의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펴들면서 조선인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에 눈뜬다. 1990년부터 하시마섬, 나가사키를 10여 차례 넘게 찾아가 취재하고 자료를 끌어모아 2003년 장편 ‘까마귀’(전 5권)를 펴냈다.  ‘까마귀’의 원고를 3분의2 이상 쳐내고 새로 써 3500매로 압축한 게 이번에 펴낸 ‘군함도’다. 작가는 2009년 일본에서 ‘까마귀’의 내용을 덜어낸 ‘군칸지마’(軍艦島)를 펴내며 한·일 동시 출간 계획을 세웠다. 그때 실현하지 못했던 한국어판 출간이 이제야 완성된 셈이다.  “우리 집사람은 제 소설을 싫어합니다. 그랬던 사람이 ‘까마귀’를 완결했을 때 이틀에 걸쳐 읽고 나더니 울어요. 이런 역사를 써 줘서 고맙다고요. 그 사람이 연속극만 보면 조기 종영되거든요. 그때 제가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래 저를 붙잡을 거란 암담한 전도를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네요(웃음).” 일제강점기 군함도로 끌려간 징용공들은 강제 노역으로 신음하다 비밀리에 노동쟁의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각돼 잔혹하게 진압당한다. 탈출한 이들은 나가사키 조선소로 스며들지만 원자폭탄 투하로 죽거나 겨우 살아남는다. 작품에서 작가는 70년 전 고난의 역사와 한·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현안을 두루 아울렀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소설을 이루는 뼈대가 됐다.  “1990년 일본 하시마섬, 나가사키 취재를 하면서 만난 강제징용 피해자 서정우씨를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절벽에서 죽으려 했다’, ‘가장 큰 고통은 린치도 노동도 아니었다. 배고픔이었다’며 군함도에서의 참혹했던 시절을 들려주셨죠. 누가 열다섯 소년을 병들고 지친 70대의 남루한 노인으로 만들었을까요. 전차 정류장에 나와 제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있는 그의 모습 때문에 27년간 이 작품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사할린 문제, 조선인 BC급 전범 문제, 피폭 2·3세 문제 등 과거사를 문학으로 새겨 넣는 ‘기억의 3부작’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초청받아 온 귄터 그라스에게 아는 분이 물었다고 해요. ‘일본은 왜 독일처럼 선명하게 과거를 청산하지 않느냐’고요. 그가 되물었죠. ‘한국에 일제강점기에 대한 소설이 몇 편, 영화가 몇 편 있느냐’고요. 고난의 역사를 제대로 그린 소설, 영화 하나가 없다는 것, 그게 우리들의 부끄러움입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칠십이라 뭘 약속드린다는 게 힘들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유의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각성을 위해,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의 적확한 자리매김을 위해 과거사를 그리는 작업은 이어질 겁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청계천 같은 사업하라고요? 이달 1000번째 어린이집…시민 삶 개선, 그게 내 행정”

    -대담 문소영 사회2부장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엔 빈부 격차라든지 큰 불평등이 야기돼 있잖아요.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죠. 제가 대학서 법철학 배울 때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선문답 같은 이론에 감동받았는데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장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행정’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스스로 정치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불의에 대한 분노였다. 시민단체를 운영하던 그에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찾아왔다는 사실이 피드백이 됐다. 그는 “정치는 정의롭고 원칙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뒤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이지만 ‘3선 서울시장’도 열어두었다고 했다. 그는 “대권, 3선을 고려하기 전에 위임받은 시민의 권력으로 서울시장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끝난 뒤의 종이 쓰레기를 보고 “폐지 수거 노인 일자리 5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그의 꼼꼼함은 거대 담론 위주의 사회에서 단점이자 장점이다. →6년째 서울시장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든 변화라고 할까. “서울시장이 생각보다 일은 잘하네”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물량과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추상과 거대 담론에서 꼼꼼한 정책으로 원칙을 세워 일한다. →‘박원순 업적’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시민 복지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청계천 같은 사업을 하나 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라고 취임할 때부터 선언했다. 모두가 다 기억하는 건 없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자기 영역의 변화를 알 것이다. 청년은 은평의 혁신 파크나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정책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해외 도시도 서울시 ‘정책바라기’를 하고 있다. →원래 서울시 정책은 전국에서 따라 한다. 서울 구들도 청계천을 따라 했다. -청계천 따라 하다 충북 영동천, 순천 동천, 광주 광주천은 토목공사를 해 아름다운 하천을 다 버려놓았다. 서울 홍제천 상류의 경관을 해치는 콘크리트도 다 들어낼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채무 7조 8000억원을 갚는 대신 4조원을 복지에 투자했다. 강바닥에 갖다 버리지 않으니 시민 복지를 느끼지 않겠나. 복지단체들이 서울시 복지예산을 26%에서 30%로 올려달라 했는데, 내가 34%로 끌어올렸다. 이달에 서울에 1000번째 국공립 어린이집이 문을 연다. 서울시민 삶의 질이 엄청나게 개선된 거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시설을 철거하지 않는다고 보수 쪽의 불만이 많다. -행정은 균형과 정의와 공공성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균형이고 정의다.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라는 법철학 이론에 감동받았다.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힘을 더 보태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자 행정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현대사는 세월호가 있기 전과 후로 시대가 구분될 것이다. 세월호 추모시설은 서울시 공무원이 시민의 안전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가의 근본 목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서울시정의 최우선 순위도 안전이다.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관련 사항들이 어떻게 되어야 할 것 같나. -야당이 다수당이 됐으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권한도 연장될 것이다. 예산도 배치해야 한다.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 기념관은 일본의 끔찍한 진주만 공습을 기억하고자 침몰한 군함 애리조나호를 인양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 기념관을 세웠다. 배를 타고 바다에 가면 잠겨 있는 군함을 볼 수 있다. 제가 책임자라면 세월호를 인양해 3분의2 정도는 바다에 잠긴 상태에서 수상기념관을 만들고 싶다. →4·13 총선을 ‘사이다 선거’라고 평가했다. -민심은 참 위대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심판을 했다. 국정 교과서 문제,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늑장 대응 등. 하나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지지도가 꺼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잘못된 여론조사가 문제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야당에도 분명히 옐로카드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했다면 3분의2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서울은 야당이 3분의2가 넘었지 않나. 공(功) 다툼을 하면 안 된다. →호남의 더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광주·호남은 최근 현대사의 선거 과정에서 보면 가장 나침반 같은 역할을 늘 해왔다. 5·18 광주항쟁 이후 민주화를 주도해 왔고,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이 민주정부 수립 이후 광주·호남의 전폭적 지지에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광주정신’의 지향을 제대로 실천했던가, 어버이연합 같은 사태가 비일비재한 일상이 왜 벌어지나,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야당이 답을 못 하면 회초리 드는 것이 당연하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방문하고, 민심을 다독여야 할까. -광주 시민은 ‘나한테 와서 엎드리면 봐준다’는 말초적인 반응이 아니다. 광주시민이 바라는 역사적 요구를 과연 수용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더민주에 대한 불신·불만의 대안이었다.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호남은 ‘현역 교체론’이 압도적이었다. 지금 국민의당은 당시 현역들이다. 광주·호남의 본질적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누르고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박 시장은 5위다. -지지도는 뜬구름, 신기루 같다. 1년 전엔 나도 1등 했다. 지지도나 여론조사가 민심과 얼마나 다른지 이번 선거하면서 보지 않았나. 요즘 싱가포르의 명품행정에 관한 책 ‘역동적 거버넌스’를 읽고 있는데 참 감동이다. 미리보기, 돌아보기, 둘러보기 딱 세 가지로 설명한다. 6년 전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를 다녀왔다. 조선산업의 상징인 대형 크레인이 단 1유로에 2002년 현대중공업으로 팔렸다. 말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도시재생과 대학과의 협업으로 완전히 새로운 창조산업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일본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조선 산업의 흐름을 보면 구조조정도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다. 성찰을 위해 외국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프로젝트’를 보고 와서 더 낫게 영동권 국제교류 복합지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을 못 믿고 시민단체 출신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신뢰한다는 비판이 있다. -시장이 되면 1만 7000명의 서울시 공무원과 개혁을 함께하는 것이 신념이었다. 공무원을 적으로 돌려 무엇을 성공할 것인가. 다만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라 전문성이 떨어지니 외부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들여온 것이다. 과장·국장에 개방형 공무원을 모두 채웠다. →최근 ‘어버이연합 사건’ 덕분에 2013년 ‘박원순 제압 문건’에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박원순 제압 문건’은 아무래도 국정원에서 만든 것 같다. 국정원 아니면 누가 그런 걸 만든단 말인가. 서울시장 출마의 직접적 계기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었다. 기업들이 무서워서 협찬을 안 하고 강연하면 정보과에서 왔다 갔다고 피드백이 왔다. 정치를 왜 이렇게 하냐고 분노했다. 정치는 정당하고 정의롭고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은 정치개혁의 1순위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세계를 둘러보는 통찰력과 글로벌한 리더십,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 있는 협치 능력 등이다. 정리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연속 발사/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연속 발사/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이 지난달 27일 시도한 무수단 미사일 2회 연속 발사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무수단 미사일은 일본과 미국령 괌의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2007년 실험 없이 40여기의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는데 이번에 실험이 실패로 끝나 이미 배치돼 있는 무수단 미사일의 점검에 착수했을 것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도입해 개량한 것으로, 노동미사일이 일본을 직접 겨냥해 주일 미군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무수단은 일본을 포함해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핵잠수함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이지스함에 무수단 요격미사일 SM3 미사일 시리즈를 개량해 가며 배치하고 있고 요격 실험에서 약 8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닌 것은 일반 로켓이나 다름없이 탄도탄미사일도 실패를 거듭하면서 언제든 발사해도 성공할 수 있는 미사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험 발사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더욱더 압박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고, 무수단은 실패를 하고 있으나 성공은 시간의 문제이지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보인다. 북한은 사정거리 300~500㎞의 스커드 미사일 시리즈와 1300㎞ 정도의 노동미사일, 사정거리 2000~4000㎞의 무수단 미사일 그리고 사정거리 1만㎞가 넘는 대륙간탄도탄미사일 KN08까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 북한처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국가들은 탱크나 군함 등 모든 종류의 재래식 무기를 막강하게 배치할 경제력이 약한 나라에서 취하는 이른바 비대칭전력의 증강이라는 군사 전력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미사일에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비대칭전력의 차원이 아니라 엄청난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체연료 로켓의 엔진실험을 공개한 바 있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속수무책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의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은 액체연료 로켓인데 최근 동영상으로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엔진연소실험은 새로운 국면에서 한국의 안보를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액체연료 로켓은 연료를 주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고체연료 로켓은 단추만 누르면 날아가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공포의 미사일로 간주된다. 북한은 아직 고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은 갖고 있지 않으나 고체연료 로켓의 엔진연소실험을 하는 것을 볼 때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고체연료 미사일로 병행 배치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국제사회는 미사일 기술의 확산 방지를 위해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에 가입돼 있지 않아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사정거리 800㎞의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1.2t의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로 올려 보낼 수 있는 입실론 고체연료 로켓을 보유한 국가이고,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미사일 강대국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더욱더 견고히 해야 할 일이다. 북한 미사일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증강을 계속하는 상황하에서 한국 혼자 모두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이 억지력을 발휘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국도 가능한 한 정교한 미사일을 많이 개발해 국토의 핵심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도 미사일을 다량 배치하면 먼 미래에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도 한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안보 자산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을 통해 압박을 지속해 북한이 스스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외교적 노력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시간을 허용하면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돼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는 무기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전투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고, 이 새로운 무기에는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들이 적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사회 전체로 파급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 특히 군함은 더더욱 그랬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해양력이 곧 국력이었던 시절, 각국은 경쟁적으로 더 크고, 더 빠르며 더 많은 대포를 싣는 군함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20세기 이후 군함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의 척도였고, 각국은 자신들의 첨단기술과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군함 건조에 열을 올렸다. 20세기 초 등장해 전 세계 해군을 충격에 빠뜨렸던 영국의 드레드노트(Dreadnought) 전함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긴장하게 했던 세계 최대의 전함 야마토(大和), 냉전으로 인해 탄생한 신의 방패 이지스 구축함이 한때 전 세계의 바다를 호령했던 강자들이었다면, 이제 21세기의 바다를 지배할 강자는 바로 이 군함일 것이다. 줌왈트 : 파격적 혁신의 이름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State of Maine) 배스(Bath)에 소재한 배스 아이런 웍스(Bath Iron Works) 조선소에서 거대한 배가 바다로 나섰다. 구축함으로 불리지만 길이가 무려 183m, 폭 24m 크기에 배수량은 무려 14,000톤이나 된다. 한때 서방 세계 최대의 구축함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함보다 길이는 거의 20m, 폭은 3m, 배수량은 3,000톤 이상 크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덩치보다 주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배의 생김새였다. 이 배는 텀블홈(Tumblehome)이라 해서 마치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던 전함과 같은 함수(艦首) 즉, 뱃머리 모양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 위의 구조물 역시 마치 잠수함처럼 사각형의 물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레이더나 함포, 미사일 등 군함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장비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배의 전방 갑판에 쐐기형의 둥근 돌출물 2개만 튀어나와 있을 뿐, 매끈하게 생긴 이 배의 표면에는 배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전난간 조차도 없다. 마치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이다. 이 배의 정체는 미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줌왈트(USS Zumwalt)였다. 줌왈트라는 이름은 제19대 미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엘모 R. 줌왈트(Elmo R. Zumwalt) 제독에게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왜 이 차세대 구축함에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미 해군의 현용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 구축함이 해상전과 대공전에 특화되어 개발된 군함인 것과 대조적으로 줌왈트급은 지상 공격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개발된 군함인데, 줌왈트 제독 역시 주요 실전 경험을 연안작전, 그러니까 넓은 대양보다는 해안·항만 경비나 하천 경계 작전에서 쌓은 해군(Brown water navy)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줌왈트 제독이 미 해군 역사상 최연소 참모총장으로 취임하여 재임 당시 주류 세력으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이겨내며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개혁 조치들을 단행했던 것처럼 줌왈트급 구축함에도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와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었다는 점도 미 해군이 이 군함에 왜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SF 영화 속 무적의 군함이 현실로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가 아닌 위상배열레이더(Phased Array Radar)를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군함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 군함의 압도적인 성능에 감탄하며 그리스 신화 속 무적의 방패 이지스(Aegi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줌왈트급이 등장함에 따라 이지스함은 이제 최강의 군함이라는 타이틀을 내주어야 할 판이다. 우선, 줌왈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 배가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면 보이겠지만,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파탐지기 등 해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탐지장비들로는 줌왈트급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스텔스 설계가 대대적으로 도입된 줌왈트급은 길이 183m, 폭 24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도 소형 어선 정도의 크기로 탐지된다. 연돌(굴뚝)에도 적외선 피탐 방지 장치가 되어 있어 해상을 수색할 때 흔히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로도 잘 탐지되지 않는다. 또한 줌왈트급은 통합전기추진방식, 그러니까 평상시 항해할 때 모터를 이용해 추진하기 때문에 그 소음 수준이 미 해군의 주력 원자력 잠수함인 LA급 정도에 불과해 수중에서 음파탐지기에 탐지될 가능성도 아주 낮다. 이처럼 적은 줌왈트급을 볼 수 없지만, 줌왈트급은 아주 먼 거리에서도 적을 발견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능력도 가지고 있다. 줌왈트급의 등장 이전까지 최강의 군함으로 평가받던 이지스함의 이지스 레이더는 공중으로부터의 모든 위협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무적의 레이더로 알려졌으나, 사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배의 상부구조물 측면에 설치되는 레이더가 지구곡면효과의 영향을 받아 해수면에서 일정 고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사각(死角)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스 레이더는 1,000km 밖의 표적도 탐지할 수 있다는 카탈로그 데이터와 달리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물체는 30~40km 범위 내에 들어와야만 탐지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수면 위를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일명 시-스키밍(Sea Skimming) 방식의 미사일들을 개발했고, 이러한 방식의 미사일들은 기존의 이지스함으로는 완벽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줌왈트급의 차세대 레이더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버렸다. 이 레이더는 반경 320km 내의 모든 물체, 심지어 스텔스기나 해수면 위에 떠 있는 잠수함의 잠망경까지도 탐지가 가능한 엄청난 탐지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바다 위와 공중에서는 그 어떤 물체도 줌왈트급에 몰래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해상과 공중의 위협을 레이더가 감시한다면, 수중의 위협은 최첨단 소나(SONAR)가 감시한다. 줌왈트급에는 1기의 가격이 한국형 구축함보다 비싼 AN/SQS-90 AUWCS(Advanced Undersea Warfare Combat System, 선진수중전투시스템)가 탑재된다. 이 소나는 소음을 거의 발산하지 않는 저속 또는 정지 상태의 잠수함을 원거리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미 해군의 최신형 잠수함조차도 줌왈트급의 수중 감시망을 피해 줌왈트급에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고성능 레이더와 소나의 탐지범위 안에 적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공격할 차례다. 줌왈트급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냈던 모든 종류의 군함들 가운데 항공모함을 제외하고 가장 압도적인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80셀이 설치된 최신형 수직발사기(VLS : Vertical Launch System)에는 370km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 최대 1,600km 밖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 토마호크 미사일 등의 미사일 80발 또는 50km 밖의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ESSM 함대공 미사일 320발을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줌왈트급에서 주목해야 할 무장은 미사일이 아니다. 줌왈트급에는 그동안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첨단 무기들이 탑재됐거나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함포로는 차세대 함포 AGS(Advanced Gun System) 2문이 탑재된다. 우리해군을 비롯해 세계 각국 해군의 함포들이 20~24km 정도의 사정거리를 갖는데 반해 AGS는 GPS 유도포탄을 이용해 185km 밖의 표적을 포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줌왈트급이 동해나 서해에 떠 있으면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 내륙 그 어디든 15분 이내에 300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AGS는 현존하는 모든 함포를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미 해군은 오는 2020년대 초반까지 이 함포를 레일건(Rail gun)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 해군이 줌왈트급에 탑재하려는 64MJ급 레일건은 최대 사정거리 410km, 포탄 속도 마하 7 이상에 5m 안팎의 명중오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군함이 400km 밖에서 평양이나 베이징 도심 속 어느 블록의 몇 번째 건물을 족집게처럼, 그것도 연속해서 연타로 포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국 입장에서는 두렵다 못해 소름이 끼칠만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줌왈트급은 적함이나 적 항공기의 레이더나 전자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능력, 가까이 접근하는 항공기나 소형 함정을 태워버릴 수 있는 레이저 무기(Free Electron Laser Weapon System) 등 SF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첨단 무기들을 탑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탑재할 계획이다. 문자 그대로 상식을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성능을 가진 인류 최강의 군함이라 할 만하다. 최강 전함의 유일한 천적은 ‘돈’ 군함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자면 줌왈트급은 어지간한 나라의 1~2개 함대 정도는 손쉽게 궤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 군함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가진 가장 첨단의 기술들이 모두 녹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최첨단의, 최고급의 기술과 무기들이 집약되어 있다면 가격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 의회에 보고된 줌왈트급 구축함의 1척 가격은 35억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원이 넘는다. 어지간한 항공모함 가격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 돈이면 이지스 구축함 4척이나 한국형 구축함(KDX-II) 8~9척을 사서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해군력을 건설할 수 있다. 공군에 투자한다면 KF-16 전투기 80대를 사서 2개 전투비행단을 새로 만들 수 있는 돈이며, 육군에 투자한다면 K-2 흑표전차 500대를 사서 3개 기계화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돈이다. 즉, 3척이 건조되는 줌왈트급 도입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면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육해공군 전력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돈이 많고 군함의 성능이 ‘넘사벽’에 가깝더라도 이런 천문학적인 가격의 군함을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 의회도 넌-맥커디(Nunn-McCurdy Amendment) 규정에 따라 줌왈트급 도입 사업의 폐기를 요구했지만, 미 해군은 필사적으로 이 사업을 지키려했고 결국 사업 규모를 1/10 수준으로 축소하는 조건으로 3척의 건조가 승인되었다. 그러나 이 3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재 2번함인 마이클 몬수어(Michael A. Moonsoor) 건조 사업이 완료 단계에 있고, 3번함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도 건조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 의회가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을 문제 삼으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3번함의 건조 취소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이 모두 예정대로 전력화되어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미 해군이 과연 의회와 국방부가 휘두르는 예산 삭감의 칼날로부터 이 차세대 구축함 사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美·中, 남중국해 놓고 또 다시 설전

    美·中, 남중국해 놓고 또 다시 설전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남중국해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대학을 방문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인공섬 조성사업을 벌이고 전초기지 군사화를 강화해 지역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부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이익을 수호할 것이고 이 지역에 있는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비록 군사기지화를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국제법이 인정하는 그 어디에서든 항해와 비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 도서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부장관은) 중국의 의도에 의문을 던졌는데 나는 오히려 미국에 계속해서 남해(남중국해) 긴장을 과장하고 군사적 배치를 강화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미국은 말끝마다 ‘항행의 자유’를 말하는데 그것이 정상적인 ‘항행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미국 군함이 제멋대로 날뛸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세계를 향해 진정한 의도를 솔직하게 밝혀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동남아 국가들을 향해 “남해의 평화안정은 기회를 틈탄 역외국가(미국 등)의 개입으로 파괴될 수도 있다”며 경고음을 보냈다.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브루나이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전체 이익이 ‘개별국가’가 추구하는 사익으로 방해받고 심지어 ‘볼모’로 잡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당사국 간의 대화·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계속 강화하며 중국과 각을 세워가는 동남아 국가들에 우회적으로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법은 당사국 간 직접대화와 남중국해 평화·안정을 공동수호하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당사국 간 직접대화’에 방점이 찍힌 주장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투트랙 접근’ 방법을 강조해오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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