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투명성 입증해야 신뢰구축/미·북관계/윌리엄 테일러
◎내외 전문가 한반도 정세 조망/“한국 주도 경제통일 이미 시작됐다”/북 빠른 개방 않을듯… 미기업,투자 관망
김일성의 사망후 북한에 김정일체제가 들어섬에 따라 통일과 남북관계등 한반도정세의 변화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우리나라와 한반도에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김정일체제의 북한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를 각국 전문가들의 특별기고를 통해 전망해본다.중국과 러시아는 다음에 싣는다.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합의내용을 놓고 잘되었다 못되었다고 따질 단계는 지났다.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합의에 따라 한미양국이 김정일체제아래의 북한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현실적으로 동의할수 있는 것은 클린턴대통령이 『최고지도자』라고 호칭한 김정일에 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의 판단으로는 그가 곧 국가주석직과 당총비서직에 공식적으로 취임할것으로 본다.앞으로도 주체사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의 신화가 계속 유지되어야하고 주체사상에 의한 정치체제,다시 말해 현재 정치국원들이 권력과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김일성의 세습체제가 살아남아야하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김정일의 역할이 관건이며 혁명1세대들도 그를 필요로 할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공식직함을 가지고 나면 북한의 대외및 대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갈것인가.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정일의 저작물과 그동안의 연설을 분석해보면 한가지의 단서를 얻을수있다.그는 『미제국주의에 대한 양보는 바로 복종이고 항복이다』『우리는 간교하고 부도덕한 미제국주의가 기습공격을 할지모른다는 사실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두고있어야한다』고 말해왔다.아마 그는 과거 이같이 한말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것이다.아니면 마음을 바꿨다고 할는지 모른다.
어쨌든 나는 김정일이가 동북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본주의국가들과 금방 편안한 관계를 가질 것으로는 기대하지않는다.그는 남북한관계도 그와 정치국원들이 확립해놓은 원칙에 의거해서만 움직일것이다.북한이 가까운 시일내에 남북한 정상회담에 동의할것으로도 보지않으며 설사 회담에 응한다해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
지난 92년이후 남북한간에,그리고 미북한간에 맺어진 협정이나 합의를 수행하는데는 상호신뢰가 중요하나 그러한 신뢰가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없다.그러나 과거 레이건행정부가 구소련에 대해 구사했던 『믿는다.그러나 입증해야한다』는 정책을 원용한다면 남북한간이나 ,미북한간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북한이 입증을 하기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는 훨씬 더 투명성을 내보여야 된다.
지금 북한을 방문하는 어떤 사람도 안내원이 없이는 어느곳에도 갈수없으며 어떤 행동도 할수없다.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미국이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편집증적인 태도가 곧 변하게될까.미북합의에 따라 미국이 적성국교역법,상무성의 관련법규등을 완화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미국회사들의 대북한 투자러시가 나타날까.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미국기업들의 투자는 각종 법령이나 규정이 투자를 가장 잘 허용하는 곳으로자연스레 흘러갈 것이다.
비록 북한이 합작기업에 관한 법령을 바꾸었다해도 북한과 사업을 하는 것은 끔찍할 것이다.북한에서 사업을 하기보다는 중국등 다른 대안의 국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중국의 급변하는 경제체제와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과의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김정일의 지도아래 북한이 정책을 바꾸고 시장을 개방할 경우 미국보다는 한국이나 일본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점도 미국기업의 북한진출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 하고 있다.
북한의 개방전망과 관련하여 지적할 점은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지도부는 자본주의 사업가들에게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곧바로 내부문제를 유발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과거 내가 북한을 수차 방문했을 때마다 고위간부들은 이런 말을 했다.그들은 『자본주의가 들어오는 곳은 어디에서나 환경파괴,범죄,마약,매춘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 그러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실제는 주체사상에 대한 내부의 본질적인 도전이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설사 외부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적 관행들을 바꾼다해도 그 속도는 대단히 늦을 것이다.그러는 사이에 외국인의 투자는 아시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북한은 미북한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더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이러한 요구는 40억달러의 경수로제공이나 대체에너지 제공으로 연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한 수준을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예를 들면 한미군사훈련의 전면적인 중단이나 주한미군의 철수등도 될수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일본등 동맹국들은 양보의 선을 어디에다 그을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것이다.북한은 이러한 요구를 하면서 휴전선부근에 전진배치한 막대한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것이다.
최근 북한과의 핵협상은 까다로웠고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미국은 이제 북한이(일정거리이상의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및 관련기술의 대외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준수하고 한반도에 있어 재래식 군비통제및 군축에 응하도록 유도해나가야 할것이다.미·북한관계나 김정일체제하의 북한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좋지않은 변수들이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