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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타니 군정 “대선 조기 실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 군정은 7일 “자유롭고 투명한 대통령 선거를 가급적 최단 시일 내에 실시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모리타니 군정은 이날 국영 라디오방송에서 이같이 밝힌 뒤 “새 국가위원회(군정)는 모리타니가 체결한 모든 조약과 국제협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데타 발생 이틀째인 이날 모리타니 군정은 전날 폐쇄했던 노악쇼트 국제공항을 다시 열었다고 AFP가 전했다. 거리는 별다른 동요 없이 평온한 편이며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군부는 지난 6일 오전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시디 모하메드 오울드 셰이크 압달라히 대통령을 체포했다. 압달라히는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승리해 군부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았으나 부정부패 의혹에 시달려왔다. 한편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등은 군정을 강력히 비난하며 헌법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强 vs 强’ 남북관계 안개속으로

    북한은 3일 발표한 담화에서 시종 강한 톤으로 우리측을 비난하면서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통제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다시 한번 진상조사 협력을 촉구하는 동시에 개성관광의 안전보장까지 요구하고 나섰다.●北군부 `선군정치´ 행태 표출 북한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명의의 담화는 사건발생 하루 뒤인 지난달 12일 발표된 금강산 명승지 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 비해 현저하게 강도가 높아졌다. 당시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측에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 담화에서 ‘괴뢰’‘역도’‘패당’ 등 거친 수식어를 붙여가며 장황하게 사건의 책임이 남측에 있고, 남측이 불순한 의도로 사건을 날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한발 더 나아가 불필요한 남측 인원의 추방 등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통제강화 방침까지 들고 나왔다. 이번 담화는 지난 1일 우리측이 모의실험 결과 발표를 통해 북측의 의도적 사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맞대응’이자 이번 사건과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 군의 공식 입장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논리상 군의 잘못을 시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리측의 현지 진상조사 요구를 묵살하기 위해서는 ‘정당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북측은 우리측의 ‘교전규칙’까지 거론하면서 불가피한 사건이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지금 남측 정부와는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강경한 압박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것이 북한의 정치적 행태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측 담화와 이에 대한 우리측 논평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 준다. 오히려 담화나 논평이 오갈수록 ‘에스컬레이트’되는 양상이다.●평행선 남북… 사태 장기화 불가피 통일부는 이날 다시 한번 북측에 진상조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민족문제, 북핵문제 등을 떠나 인간에 관한 문제”라면서 “북측이 진상조사에 응해 오해를 푸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개성지역 관광객들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필요한 액션’을 취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북측의 대응 여부에 따라서는 금강산관광뿐 아니라 개성관광까지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양쪽이 서로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금강산·개성 관광의 완전 중단은 양쪽에 서로 큰 부담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조심스런 접촉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고 교수는 “북쪽은 외화수입 감소라는 실리적 부담이 있고, 남쪽은 정세불안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서 “이번 사건의 해결 방식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향후 남북관계 해석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17세 북한여군/노주석 논설위원

    금강산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군의 정체를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17세 여군’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의도적 총격이냐, 우발적 사건이냐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엉뚱한 쪽으로 흐른 느낌이다. 어린 신참 여군의 과잉 경비 혹은 우발 총격설을 내세워 사건을 얼버무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법하다. 북한 정규군은 117만명 정도이며 이중 여군은 23만명에 이른다. 여군의 수는 1990년대 중반까지 10만명선이었고 2000년대 들어 15만명 정도로 추정됐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7만명이나 늘어났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징집대상 남성들이 남녀교제를 금하고 영내거주를 의무화하는 군복무를 피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차라리 탄광복무를 선호하면서 병역자원이 현격하게 준 까닭이라고 한다. 북한여성은 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6∼17살에 대학진학자를 제외하고 희망 입대한다. 병역의무는 없지만 극심한 식량난 속에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생계형 입대’를 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제대하면 신분을 보장받는 노동당원이 될 수 있을 뿐더러 군 경력을 인정받아 기초간부로 선발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여군병사는 7년, 군관은 10년 근무하는데 우리와 달리 전투·포병·방공·통신 등 모든 병과에 골고루 배치된다. 별도의 여군 독립여단과 연대도 있지만 주로 남녀혼성군에 배치된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에 배치된 포병은 대부분이 여군이다. 금강산도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몇 년간 순시했던 군부대의 3분의1은 여군부대일 정도로 우대해 준다. 북한산보다 질이 좋은 중국제 화장품이 보급된다. 부적절한 사건이 자주 발생해 ‘생활제대(불명예제대)’하는 여군도 많다. 이처럼 북한여군의 수나 근무형태, 배치상황으로 미루어 17세 어린 북한여군이 금강산 초소에서 근무 중 얼떨결에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측의 조사 거부로 사건의 진상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여군 총격설은 ‘소설’일지도 모른다. 발포를 결심한 최종 명령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일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서울신문 주최 매니페스토 경진대회 최우수상 이색 사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서울신문사가 주최한 민선 4기의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가 지난 11일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에서 이틀간의 행사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경남 진해시 등 최우수상을 받은 전국 13개 지자체 가운데 이색적인 사례를 분야별로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제도·조직개선 분야 진해 - 집행부가 의원 공약실천 관리 경남 진해시는 집행부가 나서 견제기관인 의회 의원들의 공약 실천을 관리해 준다. 이례적인 공약 정책이다. 두 기관이 함께 해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진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또 시의원의 공약 사항은 의원이 자체 관리해 홍보 부족 등으로 시민들이 잘 모르고 정당공천제로 정책 집행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는 시의원들로부터 선거때 내건 공약을 빠짐없이 받아 시장 공약과 함께 책자로 만들어 관리한다. 시장과 의원들은 함께 공약 추진상황 보고회도 열어 시민들에게 내용을 알린다. 민선 4기 들어 두번의 동순회 공동 설명회도 가졌다. 도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집행부와 의회 내부에서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왜 번거롭게 하겠다고 나서느냐.”는 의견도 있었다.‘시운학부(해군운전훈련장소) 권리찾기’ 범시민 운동은 두 기관이 합심해 시가 되돌려 받은 공약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공약 실천에는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던 의원들이 임기 내내 자신들의 공약이 시민에게 알려지자 적극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공약 이행 평가 분야 횡성 - 살피미제 도입 외부감시 자청 강원 횡성군의 ‘참 공약’ 실천 과정에는 ‘미래정책추진단’이 있다. 추진단은 지난해 1월 초 조직돼 공약 실천에 따른 군정 발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군은 2월 후속으로 ‘군정발전정책자문단’도 꾸렸다. 이곳에 기업활동, 녹색청정, 웰빙복지, 학습문화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 20여명을 포진시켰다. 군은 외부의 감시가 공약 실천에 중요하다고 보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려 노력했다. 지난달 말에는 전국 처음으로 지역방송을 통해 군정 관련 토론회를 가졌다. 현장 조직의 가동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공약이행평가단인 ‘참공약 지킴이’(전문가, 주민, 공무원 등 10명)를 운영하고,‘대학생 공약살피미’도 만들었다. 공약살피미는 상·하반기 두번 운영된다. 젊은 학생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군정에 샘물 역할을 한다. 군이 이 같은 ‘틀’을 갖추기로 한 것에는 형식적인 점검에서 탈피해 외부의 냉정한 평가를 받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횡성군은 정책(사업) 초기부터 실천 가능한 공약을 내세우고 꼼꼼하게 실천하는 자치단체 중의 한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횡성한우의 유통혁신’ 공약은 신뢰를 얻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한규호 군수는 “후보 과정 등에서 내놓은 공약을 군민의 의견을 듣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횡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공약이행 평가 분야 충주 - 외부인사로 시민평가단 운영 충북 충주시는 매니페스토 실천을 위한 공약 시민평가제를 도입해 시민들이 공감하는 공약으로 바꿔놓고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변호사, 교수 등 평가단 15명이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다. 평가단은 지난 3월 처음 평가를 갖고 김호복 시장의 113개 공약에 대해 이행 93개, 보충 19개, 미흡 1개로 평가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평가단은 원어민 외국인마을이 충북도와 중복되고 운영의 어려움 등을 들어 공약에서 제외했다. 시민단체 보조금 및 친환경농업 사업은 “평가하는 기관이 없다.” “최근 트랜드 농법을 방치하면 안 된다.”며 평가항목에 포함시켰다. 특히 “대한조정연맹에서 후보로 선정한 국제 행사를 빼면 되느냐.”며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공약내용에 새로 넣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상·하반기 2차례 이뤄지는 공약 평가는 이달 중 한차례 더 열린다. 내년에는 시민보고회도 열린다. 공약 평가단은 “노인 일자리 증대 등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약을 더 발굴해야 한다.”며 평가기간을 늘리고 현장확인을 추가해 줄 것을 시에 요청했다. 김 시장은 “평가단이 시민들의 마음을 시정에 반영하고 감시하는가하면 공약이 ‘빈 공약’이 되지 않도록 나를 채찍질하게 한다.”고 말했다. 충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주민들 따끔한 목소리 들을 수 있어 좋아”

    중동부전선 최전방인 강원 화천군의 정갑철 군수가 8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어 초고유가 시대에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정 군수가 자전거와 인연을 돈독히 맺은 건 7년 전인 지난 2001년. 자신의 전셋집에서 군청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운전기사와 비서실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고 교통 체증도 덜게 해보자는 생각에 자전거를 탔다. 그는 고유가 시대인 요즘엔 업무용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자전거는 논둑길,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데 그만이다. 일부 주민은 군수가 자전거를 탄 모양새를 보고 처음엔 “기관장이 무슨 자전거를 타느냐.”,“군수가 쇼를 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게 보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 군수가 8년을 하루같이 자전거 출퇴근을 고집하자 이제는 털털하고 소박한 군수로 더 살갑게 맞이하고 있다. 정 군수는 “관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가끔 업무용으로 이용하면서 주민들의 따끔한 군정 비판과 생생한 조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자전거를 타면서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고 했다. 지역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는 뜻이다. 정 군수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구상한 작품은 최근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국내 대표적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다. 한달 동안 이어지는 겨울축제기간 동안 정 군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현장을 챙겨 이제는 ‘자전거 군수’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군수를 본받아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직원이 날로 늘고 있다. 정 군수는 최근 빠르게 변하는 것이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보고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슬로 시티(Slow city)’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또 도심에서 은퇴한 노부부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호수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실버 트레킹코스’ 개발도 생각 중이다. 그는 우선 자전거 이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어린이가 등교하는 시간대에는 자동차 통행을 자제하도록 직원들과 주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정 군수는 “지역의 어른이라는 권위를 벗어 던지고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는 자전거가 최고”라며 “주민들과 가끔은 막걸리 한 잔을 걸쳐도 자전거를 이용하면 음주운전에도 걸리지 않아 좋다.”고 활짝 웃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개화기·일제시대에도 영어는 출세의 필수 수단

    개화기·일제시대에도 영어는 출세의 필수 수단

    새 정부가 ‘아륀지’소동으로 영어사교육을 부추기고 혀를 더 잘 굴리기 위해 아이들이 수술대에 내몰리는 시대. 이같은 ‘영어 쓰나미’ 현상은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1997년부터 이미 그 싹을 보였다. 그러나 ‘개화기·일제시대에도 영어가 곧 권력이자 출세의 필수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펴냄) 여름호에 실린 ‘영어 신화의 어제와 오늘’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폈다. 일제시대는 흔히 영어교육의 ‘암흑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는 정확하지 못한 인식”이라고 단언한다.3·1운동 후 일본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고등보통학교의 필수 과목으로 정했다.1922년 제2차 조선교육령이 시행되면서부터는 주 32시간 교육 중 외국어 교육시간이 5∼7시간을 차지하기도 했다. 개화기에는 ‘미션스쿨’이 큰 역할을 했다.1885년 배재학당,1886년 이화학당·경신학교 등이 설립되면서 영어교육기관으로 활용됐다. 특히 영어교육이 설립 동기 가운데 하나였던 배재학당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그러나 1903년 영어 과목이 정규과목에서 제외되자 학생들이 대부분 다른 학교로 전학 가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박 교수는 “이는 예나 지금이나 영어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의 가치를 지닌 물신’ 또는 ‘문화자본’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결국 “영어는 근대문명 수용의 도구이자 출세의 수단으로 기능했고, 한국 영어교육의 고질병인 문법 중심·번역식 영어교육도 이때부터 출발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영어 제일주의’ 풍조는 해방 후 3년간 미 군정기에서 극에 달했다. 당시 미 군정청의 ‘조선인에게 고함’이라는 태평양 미군 육군부대 사령부 포고 1호는 “군사적 관리 기간 동안에는 영어가 공식 언어다.”라고 규정했다. 공식 언어는 영어이고 영어 원문이 기준이 되며 조선어나 일본어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의 지적대로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면에 걸쳐 일제(日帝)에서 미제(美帝)로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완료된 셈”이다. 박 교수는 영어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미신이 되어버린 영어신화를 깨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대학교까지 아우르는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과 과정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교과서가 한국전쟁의 상처 덧냈다

    ‘국어교과서가 한국전쟁의 상처를 더 덧냈다.’ 한성대 한국어문학부 김동환 교수가 ‘한국전쟁, 국어교육, 국어교과서’라는 논문에서 제기한 혐의(?)다. 그의 글은 한성대 사회과학연구소 부설 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진이 펴낸 책 ‘전쟁의 기억 냉전의 구술’(도서출판 선인)에 실렸다. 김 교수는 1955년 시작된 1차교육과정기부터 2001년 시작된 7차교육과정기까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한국전쟁 관련 작품들을 구체적인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른바 ‘교과서 작품’들은 전쟁을 ‘사화(私化)’하거나 ‘특정 집단의 이야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예로, 이은상의 기행수필 ‘피어린 육백리’나 유치진의 희곡 ‘청춘은 조국과 더불어’에는 민족 현실로서의 한국전쟁은 보이지 않고 추상화되고 파편화된 전쟁의 단면만이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날 뿐이다. 대표적 친일문인인 유치진은 이 교과서 작품을 계기로 연극계의 주도권을 잡는 아이러니까지 연출한다.“한국전쟁기의 교육 및 교과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급조된 것으로 ‘친일 경력의 세탁’이나 ‘반공 이데올로기의 터 닦기’역에 충실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군정기부터 이어져온 ‘국정(國定)교과서’의 ‘정권의 교과서 관여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인적 구성이 그러하다. 단독정부기의 교과서 필진에는 친일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김동인 모윤숙 이무영 노천명 이헌구 서정주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교과서 내용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실제로 단독정부기 교과서에서는 친일문제가 희석되고 학교와 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반공의 보루가 됐다고 비판한다. 당시 문교부장관이었던 안호상의 글이 네 편이나 교과서에 실린 게 그 예.‘일’‘학생과 사상’‘일과 행복’‘삶의 목적’ 등의 글은 모두 이승만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할 것을 주창한다. 김 교수는 “공산주의가 이념 그 자체로 논의나 부정의 대상이 된 게 아니라 통치를 위한 적대 이념’으로 군림했다.”고 지적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한국에 전방전투지휘소 설치 검토

    미국이 한국에 주둔 중인 미 8군사령부를 하와이로 옮기는 대신 한국에 새 전투조직을 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상황과는 상관 없는 전 세계적 미 육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이지만, 시기는 한·미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미군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2012년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군 소식통은 5일 “인사와 군수 등 행정지원 기능만 수행하고 있어 껍데기만 남은 미 8군사령부를 하와이로 옮기는 대신 전투·작전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전방전투지휘소(OCPK:Operational Command Post-Korea)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육군이 주축인 8군(2사단 등 예하부대 포함) 1만 9000여명과 공군 9000여명, 나머지 해군·해병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8군사령부 순수 근무 인력은 150여명에 불과하다. 8군사령부가 이전하더라도 예하의 2사단과 19전구지원사령부,18의무지원사령부,35방공포병 여단, 군정위 비서처 등은 그대로 한국에 남게 된다. 소식통은 “머리(8군사령부)는 하와이로 가지만 몸통과 심장은 한국에 남아 있는 셈”이라며 “오히려 전투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는 해체되고 하와이로 옮겨가는 8군사령부가 워싱턴주에 있는 미 1군단과 한국의 OCPK를 산하에 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OCPK에 대한 평상시 지휘는 하와이의 8군사령부가 맡더라도 전시 작전통제는 한미연합사 해체 후 생기는 미 한국사령부가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는 2012년 전작권 전환을 기해 현재의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합동사령부(한국 합참)와 미 한국사령부(주한미군 사령부)를 창설한 뒤 전작권을 양군이 각각 단독 행사한다는 계획이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건국 60주년] 면서기로 입문 ‘개국 공무원’ 오억근씨

    [건국 60주년] 면서기로 입문 ‘개국 공무원’ 오억근씨

    인생의 ‘3대 경사’로 회갑(출생 후 60년), 회혼(결혼 후 60년), 회방(과거급제 후 60년)을 꼽는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전인 1948년 6월 면서기로 공직에 발을 디딘 오억근(82·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1987년 회갑,2004년 회혼에 이어 올해 회방의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 그는 현재 몇 남지 않은 ‘대한민국 개국 공무원’이다.1988년 6월 서울대 약대 서무과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할 때까지 꼬박 40년 동안 공복을 입었다. 오씨가 전하는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정부수립 당시로 가봤다. ●세금 안 걷혀 월급 두세달 밀리기 일쑤 1944년 일제의 ‘위안부 모집 바람’을 피해 18살의 나이에 17살 신부를 맞이한 오억근씨의 공무원 도전기는 1948년 시작됐다. 그는 같은해 2월 미군정청에서 시행하는 부(도)·군·읍·면 서기 공채시험에 응시, 당시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오씨는 “쌀 두되를 짊어지고 고향인 경기 안성에서 시험을 보는 수원까지 80리(32㎞)를 걸었다.”면서 “2시간 동안 시험을 치렀는데, 일반상식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같은해 6월30일 고향인 안성군(현 안성시) 양성면에서 면장이 직접 쓴 사령장을 받고 서기로 임명됐다. 당시는 농가 1000호가 1개 면을 이루고, 면을 단위로 사실상의 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었다. 오억근씨는 “월급이 얼마였는지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쌀 3∼4말을 살 수 있는 정도였고, 이마저도 세금이 잘 걷히지 않으면 월급이 두세달씩 밀리기 일쑤”라면서 “생활은 농사를 지어서 했고, 면서기는 명예나 부업 개념”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이어 “일제로부터 시달림을 받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혼란기라 정부가 제 구실을 하기 힘들었다.”면서 “8월15일 정부가 수립됐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었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고 전했다. ●먹물과 주판이 사무용품의 전부 최일선 행정기관인 면사무소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행정지도와 납세·부역 등을 담당했다. 상급기관에 보고할 때는 미농지(닥나무 껍질로 만든 질기고 얇은 종이) 안에 먹지(한쪽 또는 양쪽 면에 검은 칠을 한 종이)를 끼워 넣어 같은 내용의 공문서를 여러 통 제작했다. 또 각 마을에 보내는 공문서는 원지(두껍고 질긴 바탕 종이)에 골필(촉을 쇠·유리 등으로 만들어 먹지를 대고 복사할 때 쓰는 필기도구)로 쓴 다음 일일이 등사했다는 것. 오씨는 “문서나 장부를 정리할 때는 먹물로 펜글씨로 쓰고, 각종 통계 숫자는 주판에 의존했던 시기”라면서 “심지어 당시에는 우체국과 주재소(현 파출소)에만 전화가 있었을 뿐, 면사무소에는 전화조차 없어 모든 공문서를 사람이 직접 전달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문서는 주로 한문으로 썼는데, 어려운 글자나 문구로 표현하는 공문이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공무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신망은 두터운 편이었다고 한다. 오씨는 “공무원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간주돼 면장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가장 큰 어른이었으며, 면서기도 각 부락에서 추천받은 40∼50대 지역유지가 대부분”이라면서 “주민들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면서기가 됐다는 점을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구구절절한 사연 듣고 빈손으로… 당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다. 쌀농사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천수답이 대부분인 탓에 가구당 10명 가까운 식구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마차가 고작인 도로를 닦으려고 해도 주민들이 부역을 통해 자체 해결할 정도로, 정부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오씨는 “농가의 벼농사 작황을 조사하고 상·중·하 등급을 매겨 세금을 부과해야 했기 때문에 논두렁을 돌아다니던 게 일”이라면서 “또 집집마다 세금을 걷으러 다니면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다가 빈 손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수립 이후 60년간의 발전상을 얘기하다 보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국민들이 긍지를 갖고 지속·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터전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하고, 공무원들은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가짐 못지않게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구호활동에 정치 개입 말라”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막가파’식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얀마(버마) 군사정부가 이번엔 구호활동에 단서를 달지 말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국토를 초토화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최소 13만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복구보다 체제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아예 민트 미얀마 국방차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단서가 붙지 않고 정치적 논리를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진정한 선의로 제공되는 모든 나라와 모든 단체의 지원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국제사회의 구호를 받아들이지 않는 미얀마 군정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추가 인명피해가 생겨날 것”이라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꼬집었다. 게이츠 장관은 이어 “나르기스 이재민의 구호를 위해 미얀마 인근 해상에 대기중인 미군 군함을 수일 내에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미얀마 군정은 영구집권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나하나 벌이고 있다. 군정은 지난 29일 신헌법을 공식채택했다.군정은 신헌법을 토대로 2010년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헌법 초안은 상·하 양원 의석의 25%는 군부에 할당하도록 명시돼 있으며 미얀마 민주화 아이콘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대선과 총선 출마자격을 박탈하도록 되어 있다.미얀마는 지난 1988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한 이후 헌법의 효력을 중단시켜 그동안 헌법이 없는 상태였다.군정은 지난 27일에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일반 국민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수치 여사의 가택 연금을 다시 연장했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수치여사 가택연금 또 연장 미얀마 군부에 국제여론 악화

    미얀마 군정이 민주화운동 아이콘이며 군정의 최고 골치거리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 연금을 다시 연장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연금을 풀라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강수를 둔 것이다.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국토가 초토화된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영구집권의 꿈을 키우기 위해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강행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나르기스로 등을 돌린 국민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등 미얀마 야권과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7일 AFP통신은 미얀마 관리들을 인용,“미얀마 내무부 소속의 관리 7명이 이날 오후 4시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 시내에 위치한 수치 여사의 자택을 15분간 방문해 가택연금이 연장됐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연금 연장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독립운동을 주도한 아웅산 장군의 딸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수치 여사는 지난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래 연금과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연금생활 햇수만 12년이 넘는다. 한편 나르기스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3만명이며 이재민도 240만명에 달한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미얀마軍政 외국지원 전면 수용

    ‘폐쇄 국가’미얀마가 빗장을 풀었다. 미얀마 군정은 2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 재난구호를 위한 해외인력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압력과 호소는 결국 결실을 맺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얀마가 빗장을 푼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공이 컸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은 군정 최고지도자 탄 슈웨 장군을 만나 국제사회의 지원을 전면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군정은 그동안 외국 구호인력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였다. 재난지역 출입도 통제해왔었다. 반 총장은 지난 22일 양곤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총리 등 군정 지도부를 면담했다. 구호단제 요원들을 격려하고 재난지역도 직접 둘러봤다. 그리고 이날 양곤에서 400㎞ 떨어진 네이피도로 날아가 탄 슈웨 장군과 담판을 지었다. 탄 슈웨는 “국적에 관계 없이 해외 구호인력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면담 직후 “해외 구호인력을 빨리 받아들여 구호품을 빠른 시일 내에 이재민들에게 나눠줄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경색국면에 물꼬를 튼 반 총장은 이날 태국 방콕으로 돌아와 24일에는 중국 쓰촨(四川) 지방을 방문할 예정이다. 반 총장의 중국 방문은 비슷한 시기에 재난을 당한 양국의 태도를 대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얀마의 최대 동맹국인 중국을 통해 개방 압력을 넣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현재 미얀마의 피해상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군정은 “나르기스로 인해 7만7738명이 숨지고 5만5917명이 실종돼 총 희생자 수는 13만3655명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는 “희생자 수가 발표치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 희생자는 20만명 이상, 이재민은 2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시론] 남·북·미 관계와 식량지원 딜레마/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론] 남·북·미 관계와 식량지원 딜레마/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국이 또 남·북·미 삼각관계의 딜레마에 빠졌다. 한 민족으로서 우리와 대화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마땅한 북한이 미국만 상대한다. 최근 우리와 전략동맹을 확인한 미국은 북한의 ‘통미봉남’에 호응하듯 북한과 2단계 북핵 조치에 잠정 합의하고 식량지원에 나섰다. 삼각관계에서 남북만 단절된 형국이다. 국내에서 북한과 미국에 대하여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하나, 북한의 거부로 그러지도 못하니 더욱 불편한 심정이다. 북한은 왜 우리의 도움을 거부하는가. 탈냉전기에 들어 국가위기, 체제위기, 정권위기의 복합적 위기에 빠진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유일한 탈출구로 본다. 한국의 경제지원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트로이의 목마’로 보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배제하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북한의 우리 신정부 ‘길들이기’도 이런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사실 ‘길들이기’는 남한의 대북정책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런데 정치·외교·경제 역량, 모든 측면에서 열세한 북한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남한을 어떻게 길들인단 말인가.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시도하나,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지원과 경협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와 극단적인 대치사태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제생존을 위해 핵개발 프로그램과 한국의 지원이 모두 필요하므로, 대남관계도 대치와 협력의 이중성을 유지할 것이다. 또 탈냉전기 생존전략으로 핵무장, 선군정치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에 남북대화, 교류협력 확대, 인도적 지원 수용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확보할 것이다. 북한의 한국 거부 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희망적으로 보는 배경에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 경제난과 높은 대외의존도가 있다. 북한의 경제와 식량 생산구조는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식량문제만 보더라도 북한은 경제피폐로 인하여 자연통제 능력을 상실한 나머지 매년 가뭄 또는 홍수에 시달리게 되었다. 외부 지원 없이는 식량난 해소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연간 식량수요량은 최저 520만t에서 최대 650만t인데, 올해 공급은 350만t에서 최대 400만t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지원 피로증’으로 지원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50만t 지원도 전년도 홍수로 인한 생산 감소분을 채우기에도 모자란다. 그렇다면 북한 식량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의 대남 비방이 고조되는 가운데 식량지원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굶는 북한주민을 인질로 남한과 정치게임을 벌이는 북한당국과 신경전을 계속할 수도 없는 처지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핵 불능화와 신고 조치가 완료되면 일단 식량지원의 필요조건이 충족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식량 50만t과 비료 40만t을 무조건 지원할 수 없다. 대량지원은 남북대화 정상화, 이산가족상봉 재개, 모니터링 강화와 직간접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당장 가능한 조치로 식량 10만∼20만t을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방안이 있다.6월초 열릴 6자회담에서 북한 식량사정과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우리가 식량지원 방침을 밝히는 방법도 있다. 우리의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와 북한주민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주민을 인질로 한 북한당국의 대남 ‘길들이기’ 전략은 자신의 비도덕성을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미얀마, 외국지원 ‘빗장’ 푼다

    “중국이 대지진을 만났다.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이나 희생자들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앞서 자연재해의 엄청난 파괴력을 맛봤다. 그런데 중국 지진이 중국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타격을 주는 듯하다. 나는 한편으로는 비극에 대한 두 정부의 반응을 견줘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싶다.” 지난 15일 하버드대 법대가 운영하는 온라인미디어 글로벌 보이스(www.globalvoicesonline.org)에 올라온 미얀마 회원 골드 불(Gold Bull)의 글이다. 국제 핫이슈를 둘러싼 지구촌 목소리를 담아내는 글로벌 보이스는 사이클론 나르기스 발생 2주일째인 이날 미얀마를 주제로 올렸다. 나르기스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유엔 추정치 사망자가 10여만명이나 되는 가운데 숨죽인 그들의 처지가 금세 느껴진다. 지구촌 눈길이 ‘올림픽의 나라’ 중국에만 쏠린 데 대한 원망 섞인 눈초리도 엿보인다.AFP는 군정이 나르기스로 인한 재산피해를 100억달러(약 10조 4320억원)로 추산했다고 19일 전했다. 그러나 2004년 말 동남아시아를 휩쓴 지진해일(쓰나미)을 뛰어넘는다는 사상 최악의 재앙은 20년째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미얀마 군사정권도 움직였다.19일 미국 CNN은 이같은 일련의 변화를 잇달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얀마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국가평화개발위원장은 나르기스 발생이후 처음으로 이날 난민촌을 찾아갔다. 그는 새 수도 네피도에서 320㎞ 떨어진 양곤 교외의 이재민들을 만나 뒤늦게 민심을 다독였다. 군부는 아울러 외국의 구호지원을 막는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날마다 물품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16일 현재까지 각국의 지원금은 162만달러, 물품은 총 2096t이라고 덧붙였다. 열린 관문을 따라 ‘세계 대통령’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1일이나 22일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굶주림과 질병, 갈증이란 삼중고를 겪는 이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지 눈길을 모은다.19일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재민 250만명 가운데 30%만 구호품을 받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도 25일 양곤에서 유엔과 함께 긴급구호회의를 열기로 했다. 군부를 설득하기 위해 유엔이 파견한 존 홀름스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은 이날 현지에 도착했다. 탄 슈웨 장군의 현장 시찰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행한 개헌 국민투표 압승으로 여유를 찾은 군부가 계속 버티기만 할 경우 잃을 게 더 많다는 점에서 실속을 차리고 보자는 속셈도 깔렸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한편 미얀마 군정은 이날 나르기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서러운 민족역사 반성해야”

    “서러운 민족역사 반성해야”

    |사이판 한찬규 특파원|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의 외딴섬 밀림에서 숨진 일제 징용 한국인 5000여명의 원혼을 추념하는 행사가 지난 15일 사이판의 티니안 섬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해외희생자동포추념사업회’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이용택 추념사업회 회장과 이용두 대구대 총장, 추념사업회 회원, 사이판의 한인 동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대 소속 학도호국단 51명이 참가해 행사 진행을 돕고, 원혼을 달랬다. 대구대 권준목(23·도시행정학과 4년)학군단원은 “나라를 잃은 민족이 어떤 희생을 강요받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후손인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추념식은 1977년 첫 행사를 가진 뒤 올해로 31번째를 맞는다.1975년 학교재단 일로 괌을 방문한 대구대 설립자인 고 이영식 목사가 사이판 시장으로부터 “티니안 섬 어딘가에 징용으로 끌려왔다가 희생된 5000여명의 한국인 유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티니안 섬의 일본군 묘지 부근 정글에서 ‘1946년 5월28일 미군정부 건립’이라고 적힌 ‘조선인지묘(朝鮮人之墓)’ 비석과 합장된 무덤 3기를 발견했다. 그는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한 뒤 비석을 대구대 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서울신문의 ‘남태평양의 망향 30년’이라는 현지발 기사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이를 계기로 결성된 ‘2차대전 태평양지역 무명한국인 희생자 영령봉환 추진위원회’는 희생자 유해를 단계적으로 봉환,1977년 5월15일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했다. 이 대구대 총장은 “이 목사의 뜻을 받들기 위해 학군단과 함께 참가했다.”면서 “순수 민간사업으로 30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추념사업회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추념사업회 회장은 “희생자 영령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민족역사의 자성 운동이고 인류평화애호운동”이라고 평가했다. 티니안 섬은 2차대전 때 원자폭탄을 탑재한 B-29기 등이 주둔하던 공군기지로, 섬을 빼앗기 위해 미 해병대와 일본군의 공방이 치열했던 곳이다. cghan@seoul.co.kr
  • 미얀마 피해복구 시민들 뭉쳤다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최대 피해지역인 미얀마 서남부 이라와디 삼각주에 16일 또다시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고, 콜레라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염병 확산 등 2차 재앙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구호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거짓 홍보와 피해 축소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시민들이 십시일반 ‘풀뿌리 구호’에 나서 대조가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미얀마 국영방송은 16일 나르기스로 인한 사망자가 7만 738명, 실종자가 5만 5917명 등 희생자수가 모두 13만 365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군정이 발표한 것보다 인명피해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과 적신월사는 사망자수만 12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외에서 보내오는 구호품의 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와디 삼각주지역 이재민들이 애타게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으나 필요량의 10%만 공급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이 지역으로 하루 375t의 식량을 보내기로 했지만 교통이 불편해 실제 공급량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호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면 기아와 질병으로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체제붕괴를 우려한 군정은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에 대한 외국 구조인력의 접근을 봉쇄하고 있다. 게다가 군정 지역 관리들이 해외 구호품을 빼돌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구호품 배급에 대한 모니터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정은 이날 국영신문에 “구호품을 사재기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처벌하겠다.”는 경고문을 실었다. 대재난 앞에서도 정권 유지에만 급급한 군정을 대신해 미얀마 시민들이 피해자 구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상점주인은 무료로 쌀죽을 나눠주고, 의대생은 환자 치료에 발벗고 나섰다. 시민들은 음식물과 의류 등 생필품을 기부할 뿐 아니라 직접 잔해를 치우고 마을 재건을 돕는 자원봉사도 꺼리지 않고 있다. 국제적십자사 미얀마 지부의 브리지트 가드너 대표는 “이들이 진정한 인도주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정은 시민들의 자발적 구호활동마저 방해를 하고 있다. 피해지역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려는 시민들을 초소에서 막아 물품만 받고 돌려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미얀마 군정은 사이클론 발생 이튿날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자택 경비를 강화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군정이 지난해 9월 미얀마 민주화 시위 때처럼 수치 여사의 자택이 성난 민심의 구심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서 “군정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미얀마 “아, 이럴 水가…”

    지구촌 눈길이 지진으로 몸살을 앓는 ‘올림픽의 나라’ 중국에 쏠린 사이에 미얀마 사이클론 나르기스 이재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굶주림과 갈증, 질병과 싸우며 가뜩이나 힘든 150만명은 이틀째 쏟아진 폭우로 ‘2차 재앙’이 덮칠까 걱정만 쌓이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또 폭우가 쏟아져 집을 잃은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생존자들을 생사의 기로에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제적십자사 구호단의 브리지트 가드너 대표는 빗줄기 때문에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도 힘들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하와이에 있는 유엔 합동태풍경고센터가 24시간 내에 또 다른 사이클론이 이라와디 지역을 덮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 세계식량기구(WFP) 관계자는 삼각주 지역에 필요한 하루치 식량 375t 가운데 이재민들에게 전달된 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로이터에 귀띔했다. 이날 AFP통신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이 “미얀마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에 계속 빗장을 걸어잠그면 도탄에 빠진 국민들이 ‘제2, 제3의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보급품이 증발되는 까닭도 이재민들과 국제지원 관계자들의 속을 더 태웠다.AP통신은 현지 외국인들의 말을 인용, 미얀마 군사정부가 국제구호품으로 받은 식품 가운데 질 좋은 것들은 빼돌리고 이재민들에게는 썩은 것만 배급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정부는 13일 이재민 구호를 위한 현금과 물품 이외에 해외 구호인력의 입국은 계속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군정은 또 구호품 배급 지역에 대해서는 약탈이 우려된다는 핑계로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고 AFP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13일 미얀마 군정에 국제 구호요원들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12일째로 접어든 이번 재해의 사망·실종자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미얀마 전염병 재앙 직면”

    미얀마 이재민 150만명이 구호 지연으로 사이클론에 이은 제2의 재난인 ‘공중 보건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국제 구호단체가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구호품 수송기들이 사이클론 참사 이후 처음으로 12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도착했다. 이는 미얀마 군정이 미국측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더불어 그동안 구호품과 현금만 받겠다면서 재난전문가 등 국제 구호요원들의 입국을 제한했던 미얀마 군정의 입장이 완화된 것으로 보여 구호활동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군정, 국제 구호제한 완화 12일(이하 현지시간) AP,AFP,BBC 등에 따르면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 동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사라 아일랜드는 11일 “식량과 주택 부족, 식수 오염 등으로 미얀마 국민의 질병 저항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비상식량과 식수 공급 등 신속한 구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 유엔은 생존자들의 4분의1만이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BBC 방콕 통신원 앤드루 하딩은 “많은 생존자들이 심한 탈수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은 설사병을 앓고 있다.”며 “1주일이상 방치되면서 상처에 염증이 생기고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도움의 손길에서 배제돼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 활동은 본격화되고 있다. 담요, 천막, 목재 등 구호품을 실은 미국 C-1 수송기가 사이클론 참사후 10일 만에 미얀마 양곤에 도착해 구호품을 군정에 전달했다. 이어 2대의 수송기가 추가로 미얀마로 향할 예정이다.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발 구호품 수송 행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태국의 구호품도 이날 미얀마에 들어왔다. 프랑스 해군은 이날 1500t 규모의 의약품과 식량, 식수 등 구호품을 싣고 미얀마로 출발했다.●EU 긴급 각료 회의… 미얀마 지원 논의 프랑스의 국제구호단체는 이날 미얀마 군정의 승인을 받아 이재민들에게 말라리아 전염병 치료약 등 의약품을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는 25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었다. 유럽연합(EU)도 27개 회원국이 13일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미얀마 지원대책을 논의한다고 EU 집행위원회(EC)가 12일 밝혔다. 한편 스티븐 스미스 호주 외무장관은 미얀마가 10일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강행한 것과 관련,“이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국민투표를 연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단념하라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미얀마 군부, 신헌법 국민투표 강행

    미얀마 군부가 150만여명의 이재민을 낸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재앙 속에서도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구호활동은 뒷전에 둔 채 정권연장을 위한 선거에 집중한 탓에 희생은 늘고 이재민들의 한숨은 절망과 비탄의 탄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AFP,CNN 등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학교와 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조차 투표소로 바뀐 통에 이재민들은 쫓겨났고 몸을 누일 곳조차 없어졌다. 유엔 등 외부의 직접 지원도 가로막혀 구호가 지연되고 있다. 한술 더 떠 가까스로 들어온 외부 구호물품들은 군부정권이 배포한 것으로 둔갑했다. 유권자들은 개헌 찬성표를 던지도록 종용받았다. AFP통신은 10일 군정이 전날에 이어 세계식량계획(WFP)이 보낸 유엔 구호품 수송기 2대를 추가로 압류했다고 전했다. 이재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한 것이다. 대신 배포되는 구호물품상자에는 군장성들의 이름이 붙여졌다. 앞서 미얀마 외부무는 9일 성명에서 “외국의 수색팀, 언론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도 “의약품, 식량 등 구호물품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정의 구호활동 외면 속에 ‘나르기스’로 인한 희생자수는 늘고 있다. 유엔은 사망자가 10만명, 이재민만 1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9일 “미얀마 당국이 구호 인력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조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민인 버스운전사 테인툰(44)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은 물에 잠겨 있던 바나나와 썩은 과일뿐”이라면서 “다른 생존자들도 곰팡내 나는 쌀을 말려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헌법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사이클론 피해가 극심한 이라와디 삼각주 7개 마을 등 47개 마을만 24일로 연기됐을 뿐이다. 신헌법안은 상·하 양원 의석 25%를 군부에 할당하도록 명시했다. 군정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미얀마 군정은 신헌법이 통과되면 2010년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라와디 뉴스매거진 편집자 아웅 조스는 “미얀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식량과 물, 몸을 누일 쉼터뿐”이라고 꼬집었다고 주간 타임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생존자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쌀 독점권을 지닌 미얀마 군부가 쌀 수출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1월 이후 쌀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한 상황에서 쌀 수출이 미얀마 군정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속에서도 현지 TV에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진실한 생각으로 투표장에 가자.”는 캠페인송이 연일 흘러나왔다.CNN은 미얀마 국영 TV가 이재민들에게 개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며 군정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미얀마軍政 “구호품 OK·인력은 NO” 체제붕괴 우려 외부지원 빗장

    ‘국가적 재난 피해복구보다 독재정권 연장이 더 시급한 미얀마(버마) 군사정부.’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어 민생이 도탄에 빠진 미얀마에서 군정이 국제구호 요원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신헌법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9일 AP,CNN,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군정은 외국인 구호요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서 구호요원은 제외하고 이재민 구호와 피해 복구를 위한 현금과 물품만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정은 미얀마에 입국한 카타르의 수색·구조팀과 언론사 기자들을 추방한데 이어 유엔의 실사단원 4명 가운데 2명의 입국을 거부했다. 유엔재난 전문가 40명도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태국 방콕에서 대기 중이다. 이에 대해 유엔은 “국제구호 요원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구호활동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라며 구호요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도 군정의 허가를 받지 않고 구호식량들을 비행기로 공중 투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구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이는 미얀마 군정이 외부인력의 유입으로 체제 붕괴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군정은 사이클론 피해가 큰 47개 마을을 제외한 전국에서 10일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정은 헌법통과를 위해 모든 공무원에게 휴가 금지령을 내리고 국영신문과 TV를 동원해 찬성표를 독려하고 있다. 피해복구를 먼저 하라는 국제사회과 야당의 요구를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사망자가 10만명에 달하고 이재민도 1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지역에서는 식수오염 등으로 인해 말라리아와 설사병이 창궐하고 있고 7일내 강력한 폭풍우가 닥칠 것으로 예상돼 제2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번 참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쌀 등 국제 식량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8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쌀 선물가격은 상한가인 100파운드당 22.35달러로 치솟았다.7월물 옥수수 선물가격도 1부셸당 6.27달러로 뛰어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는 쌀 수출국인 미얀마가 이번 재난으로 쌀 수입국으로 전락해 쌀 수급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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