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등 국지분쟁 타결책 나올까
◎유엔총회 내일 개막… 주요 의제별 전망/미ㆍ소 협조로 기능활성화 큰 기대/한ㆍ중ㆍ소 관계의 새 전기될 가능성/통일독일 안보리 이사국 선임도 거론
제45차 유엔총회가 18일(한국시간 19일) 개막된다.
유엔은 페르시아만사태의 해결이라는 어려운 도전과 함께 국제평화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유엔총회는 ▲페르시아만사태를 비롯한 지역분쟁 ▲남북간의 협력 및 제3세계 부채 등 경제문제 ▲환경ㆍ마약ㆍ보건 ▲안보ㆍ군축 ▲인종분규 등이 주요 의제.
1백60개 회원국들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이같은 문제들을 토의하고 부시 미대통령,대처 영국총리를 비롯한 76개국 총리급 이상의 정치지도자들이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의 최대 이슈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ㆍ합병으로 야기된 페르시아만사태이다.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페만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노력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미소가 유엔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어큰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페만사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하루 뒤인 8월3일 이라크군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어 대이라크 경제봉쇄,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 무효,쿠웨이트 주재 외교공관에 대한 이라크의 공격적 행위 규탄 등을 비롯,지금까지 7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이같은 신속하고 활발한 대이라크 제재조치는 미소의 적극적인 자세에 의한 것으로 특히 유엔에 대해 회의적이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이 유엔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유엔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유엔의 기능과 역할 강화를 꾸준히 추구해왔던 소련의 정책과 맞아떨어져 앞으로 유엔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실질적인 국제평화기구로의 정착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특히 지난 헬싱키 미소정상회담에서 페만사태의 해결은 유엔의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강력한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가에 대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지역분쟁 해결에 대한 유엔 역할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소련은 또 통일독일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제의,유엔이 국제정치의 중심무대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독일문제 자문위원인 니콜라이 포르투갈로프는 『통일독일이 「현대의 강대국」으로서 세계적인 위기를 조정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만사태를 계기로 신속한 대응을 해왔던 유엔은 이번 총회에서도 대이라크의 공세를 펼 것이 확실하다. 만일 이라크가 서방인질에 대해 가혹행위를 한다든가 또다른 도발을 할 경우 이라크에 대해 구체적인 유엔차원의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미 효과적인 대이라크 경제봉쇄를 위해 무력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페만사태 다음으로 주목되는 지역분쟁은 캄보디아문제. 지난 8월 캄보디아사태의 정치적해결을 위한 평화안을 유엔이 제시했고 캄보디아의 각 파벌들도 유엔을 통한 사태해결에 동의했다. 따라서 이번 총회기간중 캄보디아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유엔의 선거감시 평화유지군 파견 등 유엔의 참여와 역할의 범위,크메르루주에 대한 권력배분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군축문제도 주요 이슈중의 하나. 동서화해와 미소의 협력 분위기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군축문제와 함께 부분 핵실험금지조약 개정,인도양 평화지대선언 이행 및 비핵지대 설치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오존층 파괴,지구의 고온화와 기후변화,산성비,열대림 파괴 등 환경문제와 함께 환경기술 이전,환경기금 조성 등이 활발히 토의될 전망이다. 또 보건ㆍ마약ㆍ아동문제ㆍ남아공 인종탄압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가입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경주해온 한국은 지난번 남북총리회담 결과 이번 총회에서 단독가입을 시도할 가능성은 적어졌다.
그러나 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최호중외무장관과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한소 국교정상화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번 유엔총회는 한국 외교사에도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