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병균,그리고 강철/자레드 다이어먼드(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인간사회 운명 환경론적 접근/종족간의 선천적 우열보다 외적변수를 중시
유럽인들이 토착 원주민을 몰아내고 아메리카 신대륙과 호주 등을 정복해 자기들 것으로 만든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왜 유럽은 정복자가 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정복자의 신세를 면치 못했는가.유럽 쪽이 월등히 뛰어난 군사력과 보다 정교하고 조직화된 문명을 가지고 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눈에 띠는 이같은 문명의 수준차이를 넘어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유럽 백인들이 인디언보다 선천적으로 「잘난」 인종이었던 탓인가.
왜 유럽이 피정복자가 되고 인디언이 정복자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는가.어떤 이유로 같은 인간 사회의 운명이 이다지도 다른 길을 걷는가.「인간 사회의 운명」이란 부제가 붙은 480쪽의 책 「총,병균,그리고 강철」은 이런 질문에 대해 흔히 하듯이 정치,경제의 「근시안적」 측면에서 고찰하지 않는다.미 UCLA 의대 생리학교수로서 유명한 진화 생물학자인 자레드 다이어먼드(Jared Diamond) 박사는 보다 거시적으로 이에 접근한다.예컨대유럽 백인이 여러 다른 인종을 밟고 근대사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이유는 무엇인가.저자 다이어먼드 박사에 따르면 유럽 백인이 「잘나서가」 결코 아니다.사람의 질하곤 전연 무관한 물리적 환경면에서 「운수」가 좋았을 따름이다.
인간역사의 가장 거대한 동력은 역사책에 나오는 특별한 인물 몇몇의 행동은 물론 「역사시대」의 사건에 있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이 힘은 선사시대에 인종과 그들이 운명적으로 놓인 물리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이다.근대인은 아프리카에 시원을 두고 있고 5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퍼지기 시작해 서기 1300년 무렵에는 남태평양의 섬을 끝으로 인간들은 거주가능한 모든 곳에 발을 디뎠다.이 거주지들은 지리,기후,동식물 및 미생물 등의 면에서 아주 상이하다.
인종의 선천적 특질이 아닌 바로 이 외적 변수가 세계의 독특한 수백 인간사회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지어 인간답게 만든 핵심의 진화적 사건들은 이처럼 인간이 지구의 다기다양한 환경에 정착하기 전에 이미 마무리된 만큼 한지역 정착자들이 능력 면에서 다른 지역 인간보다 눈에 띠게 다를 확률은 거의 없다.따라서 승자와 패자,정복자와 피정복자 등으로 갈라지는 근대 인간사회의 「방정식」에서 인간의 적응력은 상수인 반면 환경은 종속변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유럽인과 호주 원주민을 대비할 때처럼 환경이 아닌 인간 자체에 내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다이어먼드 박사는 한 인간사회가 다른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근인으로 군사력(총),기술(강철),그리고 생물학적으로 고증된 수렵채집의 원시사회를 몰사시킨 문명사회의 전염병(병균) 등을 들고 있다.여기에 정치조직,관료체계,이데올로기,문자,말,해양선박 등을 추가한다.저자의 요점은 이 눈에 띠는 원인들은 다시 소수의 근본적 원인에서 나오며,이 근본원인들은 인종별 특질이 아니라 다름아닌 개별 환경에서 직접 파생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유럽인과 아메리카 인디언을 대비시킬때 유럽의 힘을 상징하는 총,강철 등은 유럽인의 「잘난」 지능이 아니라 그들이 사는 환경의 산물이란 것이다.소수 근인의 최초 최대 인자는 식량생산으로 사회 구성원 전원이 식량생산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운수좋은 「환경」에서 총,강철,원시사회를 몰사시킨 병균 등의 「잘난」 문명이 출생되는 것이다.
식량생산은 거의 예외없이 식물과 동물의 순화를 요구하며 여기에서 농업과 동물가축화가 파생돼 수렵채집 생활에 종말을 고했다.그러나 농업으로 도약을 꾀하게 할 만큼 좋은 환경은 선사시대에 드물었고 이로부터 여러 인간사회의 운명에 차이가 지기 시작한다.
농업과 가축화는 종종 식량의 과잉생산을 가져와 몇몇 직업의 특화를 촉진했다.이는 또 문자,기록보관,기술정교화,관료체제로 이어지며 수렵채집의 원시사회와 달리 이 문명화 사회에선 사람과 동물이 아주 가깝게 접촉해 동물의 균들이 종래는 홍역,결핵,인플루엔자,천연두 등으로 변형된다.정착생활의 문명인들은 긴 세월을 거쳐 이런 병균에 대한 저향력과 후천적 면역력을 기르게 되나 원시인들은 이런 기회가 없다.『농업사회의 후예들은 선진 기술,복합적정치조직,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수 있는 전염균을 보유한채 근대를 맞는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특정사회,예컨대 유럽 백인들이 아주 근본적인 이유에서 우월했기 때문에 다른 사회인 호주 원주민이나 아메리카 인디언을 지배한 것은 아니다」 「사는 곳의 환경 때문이지 사람들의 질때문에 정복,피정복자가 갈라진 것은 아니다」는 이 책의 요지는 환경 결정.운명론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틔어주는 선풍을 선사한다.특히 저자의 박학이 크게 돋보이는 책이다.
원제 Guns,Germs,and Steel Norton출판사.27.5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