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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방용품 이색상품 예 多있소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몸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줄 이색 난방용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터넷 쇼핑몰을 장악하고 있다. ●발열깔창(1만 7900원, 옥션) 발에서 나오는 땀을 흡수해 열로 바꿔주는 촉매제를 깔창 안에 넣었다. 신발에 깔고 있으면 하루종일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추운 곳에서 오랜 동안 일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하다. 군대 가는 남자친구에게 많이 선물한다. 한번 깔면 6∼7개월 동안 발열이 유지된다. ●온찜질팩(10개 9900원, 롯데닷컴) 붙이는 난로. 등산이나 낚시를 가면 손발이 시리거나 무릎, 허리, 어깨 등이 아픈 사람에게 좋다. 파스처럼 생긴 팩을 양말이나 속옷, 겉옷 위에 붙이면 그 부위가 따뜻해진다. 온기는 14시간 지속된다. 손 대신 발에 사용하는 주머니 발난로(40개 9800원, 디앤숍)도 나왔다. 스티커가 있어 양말 위에도 잘 붙는다. 아이세이브존은 손·발·주머니 난로세트(40개 1만 6460원)를 내놓았다. 난로를 약간 흔들며 손으로 부드럽게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면 열이 발생한다. 수명은 3년. ●발열조끼(6만 9800원, 옥션) 겨울에 골프 스키 낚시 등 야외활동을 즐길 때 편리하다. 세라믹 탄소섬유와 휴대용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해 만들었다. 1분 만에 따뜻해지고 찜질·저온·고온 기능을 갖췄다. 배터리를 3시간 급속충전하면 5∼8시간 쓸 수 있다. 물세탁이 가능하다. ●눈송이 스타 겨울 3단방석(9900원, 디앤숍) 차량 뒷좌석에 깔고 사용하기 안성맞춤. 보온성이 뛰어나고 탈부착이 편리하다. 옥션에서 판매하는 차량용 열선 시트(1만∼3만원)는 시거잭에 전원을 연결하는 방식. 열선이 전체에 깔려 있어 엉덩이, 허리가 모두 따뜻하다. ●무릎담요(4900원, 디앤숍)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인기다. 무릎을 덮을 수 있는 알맞은 크기에 귀여운 캐릭터까지 새겨져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자동차에서나 여행을 갈 때도 편리하다. 강아지용 담요(5000원, 옥션)도 있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강아지가 위에서 뛰어 놀거나 덮고 자도록 만들었다. ●온풍 빨래건조기(3만 8000원, 아이세이브존) 스탠드 옷걸이 밑부분에 온풍기가 붙어 있는 형태. 따뜻한 바람이 옷감을 부드럽게 건조시키고, 실내도 따뜻하게 한다. 건조기 지퍼를 닫으면 온풍이 안쪽에 가득차 빨래가 빨리 마른다. 타이머 기능을 갖춰 전력낭비를 최소화했다. ●유모차 비닐커버(1만 1400원,G마켓)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보호한다. 방한 기능이 뛰어난데다 설치가 간편한 게 장점. 유모차의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간단히 비닐만 씌우면 된다. 오른쪽, 왼쪽에 시력 보호창이 있어 아기의 시력 보호에도 좋다. ●싸파 세티즈 세라믹히터(6만 2550원,H몰) 히터에다 공기청정기, 가습기 기능까지 갖춘 복합 난방기. 탁하고 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에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습도까지 조절해 준다.5평형. ■ 구입 문의 옥션 www.auction.co.kr 롯데닷컴 www.lotte.com 디앤숍 www.dnshop.co.kr G마켓 www.gmarket.co.kr 아이세이브존 www.isavezone.com H몰 www.hmall.com
  • [저희 결혼해요] 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저희 결혼해요] 신랑 신홍석·신부 이경미

    20대의 마지막 겨울이던 2003년 초 찬바람을 뒤로한 채 낯선 도시로 향했다. 유한킴벌리 서울본사에서 대전공장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공장 인근 월세방은 보일로 소리만 요란할 뿐 군대 동계훈련처럼 추웠다. 외로움은 뼈에 사무쳤다. 여성인류학자 헬렌 피셔가 저서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에서 낯선 타향에서 지극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사랑의 타이밍이라고 예견했던 탓일까.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이메일로 ‘고진감래(苦盡甘來)’라 말했기 때문일까. 대전시내 커피숍인 ‘이종환의 쉘부르’에서 얌전하고 선한 한 여성을 그렇게 만났다. 처음에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월셋방이 너무 추워 오피스텔로 이사가려는데 청소를 도와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체 내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순풍에 돛을 단 듯 만남은 이어졌다. 주중에는 카이스트나 충남대 교정에서 멋진 데이트를 즐겼고, 주말에는 청남대 등지로 떠나 추억을 쌓아갔다. 1년6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서울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몸이 떨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더니 우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그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헤어지자는 최후통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깜깜한 새벽에 그녀에게 전화해 “결혼해달라.”고 청혼했다. 요동치는 심장이 그녀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 속삭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가 뜨자마자 대전으로 달려가 “앞으로 같이 착하고, 멋지게 살자.”고 애교를 떨었다. 대답은 늦었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어느 날 울먹이며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다.“오빠∼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있어.” 합격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험에 몰두한 그녀는 마침내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오는 12월 수도권으로 발령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오는 27일 혼인서약을 맹세한다. 그날을 생각하면 그녀가 합격을 알려온 그때처럼 목이 멘다. 그녀에게 청혼했던 그때처럼 요동치는 심장을 품고 말하고 싶다.“경미야, 고생했어. 오빠는 경미가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행복하게 살자.”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6) ’정감록’ 도꾼 문양해의 정신세계

    조선후기 ‘정감록’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되었고,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정감록’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道) 꾼들의 종교성이 드러난다.‘정감록’을 신봉했던 사람들은 특이한 종교단체에 속해 있었다. 이런 내 주장이 어쩜 생소하게 들릴는지도 모르겠다.18세기 후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불행한 젊은 도꾼 문양해(文洋海)의 경우를 한번 알아보자. ●도(道)꾼 문양해 사건이 일어났던 정조 9년(1785) 문양해는 30대의 독신 남성이었다. 그는 본래 충청도 공주의 한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체포 당시는 경상도 하동에 살고 있었다. 그의 “흉악한 계책과 역적 행위는 이미 다른 죄인들의 자백에서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으니, 문양해는 조선왕조의 역적이었다. 그의 일생은 특이한 점이 많았다. 대개 아는 이야기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엔 독신 남성이 거의 없었다. 문양해는 승려가 아니었으면서도 쌍계사가 위치한 지리산의 깊은 골짜기에 조그만 집을 짓고 홀로 도를 닦았다. 문양해가 하동으로 옮긴 것은 계묘년(1783)이었다. 서울에 살던 그의 친척 양형이 어느 서울 양반에게서 건축자금을 넉넉히 얻어준 덕분에 문양해는 하동에 100칸이나 되는 큰 기와집을 차지하게 되었다. 충청감사와 경상감사를 역임한 홍낙순의 아들 홍복영이 바로 물주였다. 홍복영에게서 거금을 받아내기 위해 양형은 감언이설을 늘어놓은 게 틀림없다. 하동에 가면 기가 막히게 좋은 명당이 있다고 했다. 그 명당을 차지하면 “세 가지 재앙이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호랑이, 흉년, 그리고 전염병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하동의 명당에 집을 짓고 내려가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하동 집은 나중에 정감록 조직의 본거지가 됐다. 수천 냥(兩) 씩이나 되는 은자(銀子)를 하동에 보내자 홍복영의 서동생(庶同生)과 4촌은 바보짓이라며 만류했다. 홍복영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양형의 집안에서도 아내가 이사를 극력 반대했다. 홍복영과 양형이 가족 내부의 반대에 부딪혀 이주에 애로를 겪은 것과는 달리 문양해 일가는 온 가족이 하동으로 옮겨 큰 집을 차지하고 넉넉하게 살았다. 위에 기록한 대로 문양해는 쌍계사 골짜기에서 유유자적하며 은거생활을 했고, 그의 아버지 문광겸은 하동의 지하본부를 총괄했다. 문양해의 3촌 문광덕도 하동으로 옮겨 약포(藥鋪)를 경영했다. 따지고 보면 하동의 본부 건설에 앞장선 이들도 문씨들이었다. 문씨 일가가 아직 충청도 공주에 살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청년 문양해는 길가에서 신인(神人)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들은 문양해에게 이사를 명령했다. 그래서 온 식구가 강원도 간성으로 옮겼다. 그런 지 얼마 안 되어 이 번에는 다시 경상도 하동으로 떠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한다. 신인이 존재할 리 없지마는 하여튼 그랬다. 문씨들이 간성을 출발해 동남해안을 따라 배를 타고 하동으로 들어오는 동안 동행했던 배들은 모두 파손되었다. 그러나 문씨들의 배만은 무사했다. 이것을 두고 여러 말이 많았다. 사람들은 문양해와 친한 신인이 용왕에게 부탁한 덕분이라고 했다. ●문양해는 신인(神人)들의 제자?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조 9년 ‘정감록’ 사건의 관련자들 가운데 신인을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문양해만은 신인을 만났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문양해는 신인들로부터 직접 글을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사건의 주모자 이율은 문양해가 향악(香嶽), 노사(老師) 및 징담(澄潭)이라고 불리는 세 명의 신인에게서 글을 배운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간추려보면 신인 향악선생은 본래 평안도에서 태어났으나 사건 당시엔 지리산 아래 살고 있었다. 향악의 속성은 김(金), 이름은 호(灝)라 했다. 나이는 63세, 머물고 있던 지리산 속의 집은 운재(雲齋)로 알려져 있었다. 어떤 이는 그 이름이 김정(金鼎)이라고도 했다. 신인 노사는 성이 이(李), 이름은 현성(玄晟)이라 했다. 나이는 250살로 인간으로선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고령이었다. 별칭은 도처결(都處決)이었다. 그의 호칭은 여럿이어서 서악(西嶽)이라고도 했고, 성거사(成居士)라고도 했다. 나이는 80∼90살가량 되었는데 특히 풍수에 밝았다. 문양해의 할머니 산소도 노사가 정해 주었다는 풍문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이야기는 노사가 땅의 임금(坤帝)이란 풍설이었다. 명지관이란 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만 그는 천제(天帝)의 배필로 간주되었다. 평소 노사는 학이란 종을 시켜 폐백(幣帛)을 짊어지고 다니게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신인 중의 신인이 바로 노사였다. 그는 그야말로 모르는 것이 없었다. 가령 장차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보더라도 금방 대답해 주었다. 더욱이 노사는 굉장한 정의파라서 권세를 탐하는 무리를 미워했다. 자객을 보내 그들을 찔러 죽이기도 하고, 혹은 호랑이나 표범을 보내 물어 죽이기도 했다는 소문이 없지 않았다. 노사가 인간 세상에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면, 정조 9년 3월 문양해를 위해 7일간 초제(醮祭)를 지낼 예정이었다. 그만큼 문양해를 아꼈던 것이다.‘정감록’ 사건 가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노사는 지하조직의 주요 간부들에게 거사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노사와 향악 선생은 문양해와 마찬가지로 지리산 속 깊은 산중에 살았다. 그들 신인은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았다. 그러나 생식(生食)만 했던 것은 아니고 가끔은 불에 익힌 음식도 먹었다. 그밖에 지리산에는 신인 징담이 또 있었다. 그의 속명은 고경명(高輕明)이라 했는데, 그 능력이나 성격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또 다른 신인도 있었다. 문양해는 이렇게 말한다.“신인의 성은 모(茅), 별호는 일양자(一陽子)라고 하는데 그 이름을 문룡(文龍)이라고 들은 적도 있습니다.” 양형의 진술에 따르면, 이 신인은 본래 중국 사람으로 스스로를 ‘모선´(茅仙)이라 불렀으며, 나이는 40세 미만인데 틈만 나면 전국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습관이 있었다. 신인 일양자는 남달리 총명해 누구보다 암기력이 뛰어났다.‘학통(學統)’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책도 단숨에 술술 암송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지리산에 입산해 머리를 깎을 때 하늘에선 꽃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밖에 현도진인(玄都眞人)이라는 신인도 있었다. 진인은 그때 나이가 벌써 500살을 넘었다는데, 역시 지리산중에 살고 있었다. 그의 속세 이름은 백원신(白圓神)이라고 했다. 향악 선생을 비롯해 위에서 말한 여러 신인들은 지리산 선원(仙園)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현도진인을 제외한 네 명의 신인들만 지리산에 있다고 보았다. 신인들의 거주지는 지리산에 국한되지 않았다. 금강산이나 묘향산에도 신인들이 머물렀다. 신인이 명산에 상주한다는 믿음은 멀리 통일신라 때의 금강산 연기설에까지 소급된다. 고대 한국인들은 석가모니 부처가 인도에 탄생하기 전에 이미 신라에 살았다고 보았다. 특히 금강산은 일만 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의 성산(聖山)으로 간주되었다. 고려 때 묘청 같은 승려는 이른바 8성당(聖堂)이란 개념을 도입해 명당에 불보살과 신선이 머문다고 주장했다. 문양해와 양형 등 ‘정감록’ 사건의 주모자들은 이러한 기존의 종교적 신념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정감록’ 사건의 주모자 양형은 이들 여러 신인과 사귐으로써 장래 운수를 점치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신인을 직접 접촉한 이는 문양해 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에겐 속기(俗氣)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양해는 독신으로 지내며 여러 해째 수도생활에 전념했기 때문에 속세와 신선세계를 왕복할 수 있었다. 지하조직의 구성원들이 보기에 그는 신인들의 착실한 애제자로 장차 신인이 될 만한 잠재력이 충분했다. 사회적 신분이나 나이로 보면 문양해는 지하조직의 말단에 속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직 내에서 초월적인 지위를 누렸다. 그는 현세의 복잡함을 초탈한, 훌륭한 도꾼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몹시 과장되었거나 심지어 완전히 조작된 것일 수가 있다. 과장됐든 조작됐든 문양해가 넘나든 신비로운 세계는 많은 ‘정감록’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단초다. 한참 뒤 일이지만 20세기 전반에 등장한 어느 신종교에서도 종교성이 탁월한 어린 소년을 발탁해 일거에 조직의 핵심 간부로 임명한 사실이 있다. ●신인들의 대리자 문양해 중인 출신의 양형은 ‘정감록’ 지하조직의 서울지부 책임자였다. 가끔 그는 서울의 조직원들에게 향악 선생과 노사의 말을 전했다. 장차 나라가 어지럽게 된다는 예언이었다. 언젠가 홍복영은 그보다 구체적인 소식을 알려왔다. 장차 나라가 셋으로 쪼개질 거라는 위험한 소식이었다. 지리산에 있는 노사가 문양해에게 한 말을 자기에게 알려왔다고 했다. 조선이 삼국으로 분열될 징조는 산천(山川)과 천문(天文)과 지리(地理)에 나타나 있었단다. 나라를 셋으로 나눠 가질 영웅들은 강원도 통천의 유(劉)씨, 전라도 영암의 김(金)씨 그리고 정(鄭)씨라 했다. 당시 정씨는 남해의 어느 섬에 숨어 있었는데 때가 되면 전국을 통일할 거라고 했다. 해도 진인 정씨가 출현할 시기가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도 있었다. 임자년(1792) 2월, 정진인이 먼저 거사를 일으키면 뒤이어 유씨와 김씨도 난리를 일으킬 거라고 했다. 이 소식은 양형이 문양해를 통해 지리산의 신인들과 주고받은 것이었다. 대화의 골자는 양형을 통해 서울의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난리가 일어날 장소와 시기를 둘러싸고 약간 다르게 기억한 조직원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세 곳에서 난리가 일어나는데, 먼저 2년 뒤 전라도 영암에서 최초의 반란이 일어나고 충청도 어느 고을에서 또 사건이 터진다 했다. 그러다 무신년에는 신병(神兵·정진인의 군대)이 바다를 건너 쳐들어온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이때 신인 정씨는 이미 13살이 되었고, 영암에서 군사를 일으킬 장수는 김씨이며, 충청도에서 떨쳐 일어날 이는 유씨라 했다. 이렇게 자기의 기억을 털어놓은 조직원 역시 모든 예언의 근원지는 노사이며 자기는 그 말을 양형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했다. 삼국으로 갈라진다는 노사의 예언은 구전으로 전파되면서 약간 변형되거나 와전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어떤 이는 세 영웅을 유(劉)씨, 장(張)씨 및 김(金)씨로 인식했다. 그 또한 난국을 수습할 이는 정진인으로 보았는데, 이미 진인은 “제주의 700개 섬 가운데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인에게는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는 절대적인 능력이 있다고 했다. 정진인은 서씨와 정씨에게 명령해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잘잘못을 기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대목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을 연상하게 한다. 마침 당시 한국사회에는 서학 즉, 천주교가 유행하고 있어 다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정감록’ 지하조직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곧 해도에서 나올 정진인과 자기네 조직이 무슨 관계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점에 대하여 양형은 정진인이 이미 세 차례나 부하를 국내에 파견해 사정을 탐지하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향악 선생이 영암의 김씨 및 서쪽 이웃(西隣)과 더불어 역모를 꾸민다고도 했다. 서쪽 이웃이란 지하조직의 서울지역 간부 이율을 가리켰다. 왜냐하면 이율의 집이 양형의 집 서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말해, 이율과 양형 등 지하조직의 핵심세력들은 신인 향악 선생, 영암 김씨 등과 함께 거병할 예정이란 말이었다. 정조 9년(을사년) 3월이 거병시기로 예정돼 있다고 했다. 문양해는 “대사(大事)를 3월에 치르고자 한다는 말을 제가 직접 향약 선생에게서 들었습니다.” 라고 했다. 일을 함께 도모할 사람은 물론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조직원들이었다. 문양해는 신인들이 모여서 사람을 죽일 것을 의논하기도 했고, 국가의 안위를 따지기도 했다고 증언하였다. 사실 하동에 지하조직의 근거지를 마련하자고 촉구한 이도 지리산의 신인들이었다고 한다. 장차 “임자년에 변란이 있을 것이니, 미리 피난하는 것이 좋겠다.” 라고 말했기 때문에 홍복영과 이율이 하동으로 내려갈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돈 많은 홍복영이 건축비를 전담하다시피 하게 된 데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 신인들에게서 나온 예언은 모두 양형과 문양해를 통해서 조직적으로 전파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양형이 옮긴 예언과 소문도 실은 문양해에게서 나왔다. 가령 1785년 봄, 영암 김씨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소식만 해도 그랬다.“이 예언은 본래 향악 선생이 문양해에게 들려준 것인데, 제가 문양해한테서 들었습니다.” 이것이 양형의 증언이다. 현실 세계에서 신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양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신인들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해, 신인들은 문양해가 창조해낸 가상의 존재였다. 그들이 써주었다는 편지며, 예언, 사주 등도 실은 문양해가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문양해는 종교적 감성이 탁월했던 만큼 자신이 직접 신인들을 만났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사기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학의 교주 최제우든, 예수 그리스도든, 또는 마호메트 같은 이들도 다 신비체험을 하지 않았는가. 문양해의 영적 체험 역시 그 비슷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는 지상에서 신인들을 대리했고, 그가 지어낸 말이 ‘정감록’ 조직에선 진리로 수용되었다. 서울지부 총책 양형도 상당한 종교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세히 알아보면 하동의 지하본부 건설자금을 댄 양반 홍복영은 양형에게 내적으로 완전히 예속되어 있었다. 양형에게 편지를 보낼 때 홍복영은 ‘소자(小子)´를 자칭했고,‘선생님´이라며 양형을 깍듯이 받들었다. 이렇게 된 데는 또 다른 숨은 사정이 있었다. 신인 향악, 아니 문양해가 홍복영에게 보낸 편지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 편지를 보면 양형과 홍복영은 전생(前生)에 지리산 하늘에 살며 함께 비단창고를 지키다가 귀신 하나를 찔러 죽였다 한다. 그 죄로 양형은 인간 세상에 귀양 왔고, 홍복영도 20년 동안 갇혀 지내다가 비로소 이 세상에 나왔다. 이런 인연으로 둘은 현세에서도 거취를 같이하게 되었다 한다. 이것은 물론 하나의 간단한 보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문양해가 제공해준 종교적 설명에 따라 조직의 구성원들은 각기 숙세(宿世)의 인연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로, 이 지하조직은 독특한 종교단체였다.‘정감록’ 도꾼 문양해는 이를테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청년 교주였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월드이슈] 이주자 급증…흔들리는 유럽

    [월드이슈] 이주자 급증…흔들리는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소요, 범죄…공화국의 적들.’프랑스의 대도시 외곽 저소득층 집단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파리의 곳곳에는 자극적인 붉은 글씨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나붙기 시작했다.‘공화국 수호연합’이란 극우단체가 제작한 포스터는 이민자들을 배척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극우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들은 과거 사회당 정권은 물론 현 중도우파 정부의 정책이 모두 실패했음을 강조하며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과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독일에서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반대하는 좌파연합이 지난 9월 치러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러시아에서는 국수주의를 고취하는 극우파들이 외국 혐오증과 반유대주의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안정과 평화’의 상징이던 유럽사회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가속화되는 세계화 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극단주의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목소리 높이는 극우세력 이민자들의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극우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14일 저녁 파리도심 팔레롸얄에서 대중 집회를 갖고 “지난 30년간 좌·우파 정부를 막론하고 추진한 이민자 정책이 실패했음이 이번 소요사태로 입증됐다.”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모든 사회보장 혜택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뉴스전문채널 LCI의 토론프로그램에서도 “경찰에 돌을 던지고 학교를 불태우는 극단적인 폭력행위로 사회 신고식을 치르는 이민 2·3세들은 장차 테러리스트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들이 바로 시라크가 공들여 키운 자녀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동적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지만 자신들이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심지어 프랑스를 적으로 여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인으로 대우받아서는 안된다.”고 유화책을 비판했다. 역시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다른 국수주의 우파정당인 ‘프랑스운동’(MPF)의 필립 드 빌리에 당수도 사태 초반부터 “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금령을 실시하고 파리 교외 지역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었다.FN과 MPF는 지난 5월말 프랑스의 유럽헌법 국민투표 당시 프랑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EU헌법이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투표결과가 부결로 나타나면서 힘을 얻은데다 이번 소요사태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 사이에 이번 소요사태로 시라크 대통령과 정부 입지가 약화된 틈을 타 극우정당이 다시 세를 얻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지난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 대신 르펜 당수를 선택, 르펜이 2차 결선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후보와 맞붙는 이변이 발생했었다. ●뿌리내리는 유럽의 신좌파 한편 여야 정당간 뚜렷한 승자없이 끝난 지난 9월18일의 독일 총선에서 최대의 돌풍을 일으킨 정당은 좌파연합이었다. 좌파연합은 구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과 사민당의 우경화에 반발해 분리해 나온 사민당 좌파와 노조 지도자들이 만든 ‘선거대안’이 통합한 정당이다.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지난 60년대 중반∼70년대 초반 이후 독일에서는 각 주 단위로 반급진주의 조례를 채택, 정치적인 극단주의를 지양해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극우·극좌파는 의회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5% 이상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총선결과 좌파연합은 총 54석을 확보하면서 8.7%의 지지를 받으며 의회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독일의 한 언론인은 “좌파연합의 정책들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실현가능성과 현실성이 거의 없지만 경제가 어렵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달콤한 약속’에 이끌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정치 지형에서 신좌파를 표방하는 정치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이냐 사망이냐.’의 문제로 고민해 왔던 유럽공산주의가 그동안 우파 정책노선을 포용하는 개혁을 추구해 왔으나 영국의 노동당과 독일의 사민당이 우파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생긴 커다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좌파 운동이 새로이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반전운동과 반세계화운동, 반 신자유주의의 토양에서 독일의 좌파연합과 같은 신좌파 성향의 정당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네오-코뮤니스트들과 신좌파들이 모여 지난해 조직한 유럽좌파정당(ELP)은 지난 달 29·30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총회를 갖고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유럽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재정립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lotus@seoul.co.kr ■ 양극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의 장마리 르펜과 독일의 오스카 라퐁텐은 극우·극좌 양 극단으로 치닫는 유럽정치상황을 상징한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곧 유럽 정치상황의 변화 방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신자유주의 맹비난…신좌파 상징 오스카 라퐁텐 독일의 좌파연합을 이끌고 있는 오스카 라퐁텐(62)은 유럽에서 태동하고 있는 신좌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골수 좌파인 그는 신자유주의가 유럽 위기를 불러왔다며 비판한다. 대학생 때인 1966년 사민당에 가입하고 1976년 32세에 프랑스 접경 산업도시 자르브뤼켄의 최연소 시장이 된 그는 68세대 스타급 정치인으로 한때 게르하르트 슈뢰더, 루돌프 샤르핑(94년 사민당 총리후보)과 함께 독일 사민당 3두체제를 이루면서 당내 좌파를 이끌었다. 그는 우파에 가까운 중도좌파 성향의 슈뢰더와 정책적인 대립으로 1999년 3월 모든 정치적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슈뢰더 총리의 노선에 실망한 당원들과 노동계를 규합한 뒤 옛 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까지 끌어들여 좌파연합을 결성했으며 지난 9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 노골적 인종주의…극우파 수장 장 마리 르펜 극우파 정치인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77) 당수.1972년 이후 FN당수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프랑스 정치사상 처음으로 극우파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인 정치 파란을 일으켜 프랑스와 세계를 함께 놀라게 했다. 노골적인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를 기초로 한 극우파의 부상은 평등·박애·자유를 이념으로 하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위기론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르펜은 최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파리 교외 폭동이 시작된 이래 당으로 지지 e메일과 당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요청이 넘치고 있으며 자신의 ‘제로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2007년 대선에도 출마할 것이라고 밝힌 그가 또 다시 극우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사다. lotus@seoul.co.kr ■ ’배우자 이민’도 언어시험 통과해야 유럽에서 무슬림들의 이민은 복지 제도의 부담 가중, 기독교 문화와의 충돌 등으로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으나 이제는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7·7 런던 테러와 프랑스 소요 사태 및 무슬림 청년의 네덜란드 반 고흐 영화감독 살인사건 등으로 무슬림은 유럽에서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경제 활황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북아프리카나 가난한 인접 이슬람 국가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제가 침체하자 본국으로 돌아갈줄 알았던 이민자들은 도심 밖에서 그들만의 거주지나 ‘접시 도시’를 형성하면서 냉대와 차별의 대상이 됐다. 접시 도시란 이슬람 커뮤니티에서 아랍 위성방송을 보기 위해 접시 모양 안테나를 집집마다 달아 붙여진 이름이다. 해마다 유럽연합으로 가는 합법 이민자는 130만명쯤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700만명 가량이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로코나 튀니지 등에서는 매년 수천명이 스페인 카나리 제도나 이탈리아 람페투사 섬 등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이들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공동경비정을 띄우는 지중해 해상 작전을 계획 중이다. 유럽의 이민은 망명, 가족의 재결합, 결혼이란 크게 세가지 법적 형태로 이뤄진다. 망명 조건은 까다로워져 해마다 탈락자가 증가추세다. 가족 결합이나 결혼도 네덜란드에서는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점점 관문이 좁아지고 있다. 친척이나 배우자를 데려오기 위한 나이와 연봉 조건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 시민이 아니거나 기술이 없을 경우 자국에 정착하는 길을 막는 이민 법안을 추진 중이다. 오직 투자자나 기술이 있을 경우에만 영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도 시민권을 따기 위한 시험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시민권을 받게 되면 미국처럼 국가를 연주하는 의식도 마련할 예정이다. 높아지고 있는 유럽의 ‘이민 장벽’은 미국 등 다른나라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日 ‘신보수’첨병 마에하라 민주당 대표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마에하라 세이지(43) 대표의 ‘신보수’ 행보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자민당 의원보다 더하다.”는 그간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민족주의를 자극,5년 가깝게 장기집권 중인 고이즈미 총리 흉내내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지도 하락에 우경화 흐름타기 안간힘 마에하라 대표는 9·11 총선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대표가 된 뒤 2개월이 넘었지만 당은 지리멸렬 상태 그대로다. 당 중진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개헌을 통한 군대 보유도 공개 주장, 옛 사회당계열 의원들을 겉돌게 하고 있다. 초조해진 것일까. 자극적인 발언으로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려는 것일까. 아니면 우경화되는 일본사회의 흐름을 타려는 것인가. 그는 특히 외교문제에서 신보수 색이 선명하다는 평이다. 대표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택하는 등 미국엔 우호적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한국·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민족주의 색채’를 발산하고 있다. 마에하라 대표는 20일 한 강연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독자적으로 진행 중인 가스전 개발에 대해 “현대그룹이라는 한국 재벌이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1일 보도했다. ●“盧대통령 日 교과서검정 이해얕다” 막말 그는 또 이날 방송에 출연, 한·일정상회담에서 노대통령이 독도에 관한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역사교과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일본의 검정제도에 대한 이해가 얕은 것이 아닌가.”라고 쏘아 붙였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적어도 한국, 중국의 요구를 받고 ‘가서는 안된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며 “일본이 독자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taein@seoul.co.kr
  • 울릉도 찾아온 반가운 책손님

    울릉도 찾아온 반가운 책손님

    “와∼책이다. 내가 너무 읽고 싶었던 동화책도 있다.” 경상북도 포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이상 들어간 아름다운 섬 울릉도.18일 오후 울릉도 울릉읍 도동에 위치한 ‘도동유치원’ 어린이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증산도 상생(相生)봉사단 관계자들이 두 팔에 책을 한아름씩 안고 유치원을 방문한 것. 신간 도서부터 만화책까지 전달된 200여권의 책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책기증 활동을 벌여온 증산도가 지난달 백령도에 이어 이날 처음으로 울릉도 해군·육군부대와 유치원에서 책나눔 행사를 가졌다. 책 기증처를 소외지역 군대와 경찰, 교도소, 학교, 유치원 등으로 확대한 것은 2003년부터. 지난 3년간 180여개 군부대와 530여개 경찰서,20여개 교도소,400여개 학교 등에 기증한 책만 5만권이 넘는다. 이날 유치원 아이들 60여명은 난생 처음 서울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책과 장난감, 축구공, 스케치북 등을 선물받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울릉도에는 서점도 없고 그동안 외부에서 책이나 학용품을 받은 적도 없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큰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증산도 상생봉사단이 찾은 곳은 울릉읍 사동리 해군 제118전대와 북면 나리분지 공군 제319방공관제대대. 해군부대에는 600여권, 공군부대에는 500여권을 전달했으며 독도경비대에도 100여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해군부대 관계자는 “이렇게 대규모로 기증받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책을 읽으며 군복무생활의 위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증산도 경규오 부장은 “이날 울릉도 행사를 토대로 군부대에 대한 기증을 점차 늘려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부대측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증산도 관계자들은 울릉읍 도동 ‘도동경로당’등 5곳 을 방문, 노인 60여명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도 벌였다. 올해 상생봉사단 발족 10주년을 맞으면서 백령도·울릉도 등 외딴섬에도 기증의 손길을 펼치게 됐다. 특히 이번에 울릉도에 가져간 책 1300여권은 지난해 자이툰부대에 보낸 800권을 넘어서 규모 면에서 가장 많다. 군부대에 책을 기증하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잘 모르는 종교단체에서 책을 준다는 것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기증까지 절차도 까다로웠다. 그러나 설득해서 찾아가 책을 기증하면 모두 고마움을 표했다. 강원도 철원 한 부대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인근에서 수확한 감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증산도는 특히 우리의 것을 알리고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해 용산 미8군 도서관에 책을 기증했으며, 올들어 미 공군부대 도서관과 일본·미국·중국 교포들에게도 역사책과 증산도 관련 서적을 1000권 이상 보냈다. 증산도 관계자는 “650만 해외교포의 한국뿌리 찾기 일환으로 역사서 및 증산도 도전(道典) 등을 매년 기증할 예정”이라면서 “해외교포와 군부대·소년소녀가장·교도소 등 조금만 눈을 돌리면 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읽지 않고 쌓여 있는 책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한다.”며 일반인들의 기증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02)735-8192. 글 울릉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중국軍 15%가 첨단무기 무장

    ‘중국군 안의 첨단부대’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타이완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7일 보도했다. 중국군은 두 갈래 방향으로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국지전, 특히 타이완을 겨냥한 최신 무기로 무장한 첨단부대의 창설이다. 중국 해군은 먼 바다까지 항해할 수 있는 신형 구축함 4대를 갖췄고, 공군은 러시아제 최신 전투기 Su-27과 Su-30을 보유하고 있다. 지휘통제자동화시스템(C4ISR)으로 불리는 현대식 통신체계도 구축했다. 신문은 전체 중국 군대의 15%는 이러한 첨단부대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자체적으로 첨단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군은 전투기 F-10을 생산하고 있으며, 핵 잠수함 ‘093’을 몇 달 안에 진수할 예정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크루즈미사일의 적중률을 높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군 현대화에 주력해왔으며, 최근들어 이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공식 발표치의 2배가 넘는 연 625억달러(약 65조원)의 국방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추산했다. 중국군의 발전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곳은 타이완이다. 신문은 “미국이 신속하고 쉽게 타이완을 방어해줄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형 군함과 전투기는 중국군의 작전범위를 넓혀줬고, 정교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도 갖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중국이 개발하거나 구매하는 무기 가운데 미군에 대항하는 데에만 필요한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軍 보고는 생명…거짓보고 없애라”

    “軍 보고는 생명…거짓보고 없애라”

    “진실하지 않은 보고는 조직에 해를 끼치고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16일 전역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숨진 고(故) 노충국 씨의 진료기록부 조작사건에서 드러난 ‘면피용 허위보고’ 관행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윤 장관은 이날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 및 의무관계관 앞으로 보낸 ‘장관지휘서신’에서 “군대 조직에서 보고는 생명과 같다.”며 군의 그릇된 보고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이같은 질타는 최근 노씨를 진료했던 군 병원의 거짓 보고 등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일련의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부실한 보고체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노씨를 진료했던 군의관이 처음부터 위암 의증을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N모 전 의무사령관의 보고를 믿고, 국회에서 노씨 유족들이 의학용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윤 장관은 “노씨 사건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미흡과 불충분한 진료기록에서 비롯됐지만 추후 가필한 진료기록의 진실한 보고 여부에서 더 큰 불신을 불러오게 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군대조직에서 보고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생명과 같다. 잘못된 보고로 인한 혼선과 혼란, 이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대책은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군 의료체계는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면서 “이는 앞으로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플라이트 플랜 장르/등급 스릴러/12세 감독/배우 로베르트 슈벤트케/조디 포스터 줄거리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20자평 스토리 얼개는 촘촘하지만, 반전은 밋밋. ● 엘리자베스 타운(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카메론 크로우/올란도 블룸·커스틴 던스트 줄거리 성공가도만 달리던 젊은이, 실패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20자평 요철없이 밋밋한 드라마가 지루할 수도. 삶의 지혜를 주는 사려깊은 할리우드 드라마. ● 이터널 선샤인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미셸 공드리/짐 캐리·케이트 윈즐릿 줄거리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찾는 참사랑의 의미. 20자평 갖가지 에피소드 나열 없이도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 ● 무영검(18일 개봉) 장르/등급 무협액션/12세 감독/배우 김영준/윤소이·이서진·이기용·신현준 줄거리 발해의 마지막 왕과 그를 지켜낸 여자 무사의 이야기. 20자평 ‘국산 최고지만 한국 냄새 빠진´ 무협물. 매끈히 다듬어진 화면. 그러나 빈약한 서사. ● 그림 형제(17일 개봉) 장르/등급 팬터지/15세 감독/배우 테리 길리암/맷 대이먼·모니카 벨루치 줄거리 악귀를 물리쳐준다며 돈벌이를 하는 ‘사기꾼 퇴마사´ 형제 윌 그림과 제이크 그림. 20자평 참신한 발상과 빵빵한 감독, 배우 등 재료는 좋은데, 결과는 글쎄? ● 용서받지 못한 자(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윤종빈/하정우·서장원·윤종빈·임현성 줄거리 고참과 졸병으로 만난 두 친구를 통해 바라본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조직, 군대. 20자평 군대라는 수직·수평질서가 낳는 인간관계의 파국을 조명한 웰메이드 독립영화. ● 천국의 아이들2(17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전체 감독/배우 골람 레자 라메자니/가잘리 파사파 줄거리 중학교 입학 시험을 둘러싼 소녀 하야트와 남동생의 이야기. 20자평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과 가난한 이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전편에 이어 여전.
  • 블레어 “영국군 내년말 이라크서 철군”

    영국군이 내년 말이면 이라크에서 철군할 예정이라고 토니 블레어 총리가 14일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내년에 철군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합당하지만, 이는 이라크가 자체적으로 평화 유지를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존 리드 국방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12개월 안에 단계적인 철군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군은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를 중심으로 8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도 2006년 말이면 이라크 군대가 남부 지역에서 영국군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라바니는 2년안에 이라크인들을 훈련시켜 미국을 비롯한 외국군이 모두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佛 폭동 진정 국면

    |파리 함혜리특파원|2주째 지속중인 프랑스 소요사태가 10일 최악의 고비를 넘기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30여개 지역에 비상사태가 발동된 가운데 10일 오전 4시 현재 전국에서 차량 394대가 불타고,169명이 체포돼 전날 같은 시간(558대,204명)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일부 남부지역을 빼고는 소요사태가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9일 소요에 가담했다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모든 외국인을 추방하겠다며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11일 샹젤리제서 평화행진 9일 현재 25개 도(道) 가운데 5개도가 관할 30개 도시 및 자치단체에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경찰은 비상조치 발동지역이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특히 사태 진원지인 수도권의 센생드니 지역 등에서는 공격행위가 크게 줄었으나 남부의 툴루즈와 보르도 등지에서는 이날 밤에도 방화 등 폭력사건이 잇따랐다. 한편 155개 사회단체연합회는 11일 오후 3시부터 콩코드광장에서 샹젤리제의 개선문까지 폭력사태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 행진’을 제안했다.●“소요 관련 외국인 추방”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9일 하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지체없이 프랑스에서 추방하도록 각 도지사들에게 요청했다.”며 “체류 허가증을 가진 사람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내무부는 현재 소요사태와 관련, 구금된 외국인은 120명이며, 미성년자는 추방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사르코지 장관의 요구가 집단 추방을 초래하는 불법적인 결정이며, 유럽인권협약에서도 금지된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목소리 커지는 극우정당 소요 사태를 계기로 극우정당들이 다시 세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당수는 이날 “이번 폭력사태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유럽을 위협하는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에 의한 갈등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민자들은 그들의 나라로 돌려 보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 당수는 자신의 ‘제로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내가 될 가능성이 열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역시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다른 우파 정당인 프랑스운동(MPF)의 필립 드 빌리에 당수도 지난주부터 “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금령을 실시하고 파리 교외지역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lotus@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민과 일본국민이 만나야 할 지점/이덕일 역사평론가

    고이즈미 정권의 3차 내각에 문제성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논란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군대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망언의 주인공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그런 인물들이다. 아베 신조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33%, 마이니치신문의 여론 조사에서도 28%를 획득해 21%에 그친 고이즈미 총리까지 따돌릴 정도로 일본 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만주국 상공대신을 지내다가 종전 후 A급 전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기사회생해 총리가 된 인물이고,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도 총리직까지 거의 다가갔다가 1991년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소 다로 외상의 조부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1954년 총리 재직시 “다행히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 덕을 봤다.”는 망언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현재 활약 중인 일본 극우 세력들은 과거 일본의 해외침략에 일조했거나 그에 동조했던 선조들의 후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도구로 자주 이용하는데, 정작 피폭자 중 약 10%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는 데서 그런 인식의 자의성은 쉽게 드러난다. 히로시마의 피폭사망자 중에는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의 둘째아들인 이우 공(公)까지 있었다. 일본 국민들의 이런 이중적 역사 인식은 과거의 군국주의 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946년 1월1일 일왕의 ‘신일본 건설에 대한 조서’, 즉 이른바 일왕의 ‘인간선언’은 ‘신적 권위를 버리고 민주주의 사회·국가의 일원으로 국민과 함께 존재한다.’는 선언이지만 이는 사실상 동아시아와 태평양 일대를 전쟁으로 몰아간 최고 전범에 대한 면죄부였다. 아베 신조의 높은 인기의 배경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처리문제에서 강경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납치된 비문명적 야만행위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 분노는 일본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 서 있을 때만 동아시아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보통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그 자신들도 과거 군국주의 세력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다.1940년 12월∼1945년 8월에 이르는 태평양전쟁 동안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도 큰 고통을 받았지만 평범한 일본 국민들도 큰 상처를 입었다.‘태평양전쟁 동안 아국(我國:일본)의 피해종합보고서(太平洋戰爭我國被害總合報告書)’에 따르면 일본 육군은 114만여명이 전사했으며, 해군은 41만여명, 군인군속은 155만여명, 일반국민은 185만여명이 전사했다. 도합 495만여명이니 대단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수많은 사람들이 점령당한 아시아인들의 저주 속에서 죽어갔다는 점이다. 오늘날 일본의 평범한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왜 자신의 부친과 오빠, 형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저주 속에 죽어가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을 전쟁의 광기로 내몬 일본 군국주의 세력에 그 모든 책임이 있다. 곧 일본의 군국주의는 아시아의 모든 시민들과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싸워야 할 공동의 적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건강한 시민과 일본의 보통 시민들이 만나는 것, 이것이 현재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우려스러운 진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일 것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 10명중 1명 성추행 시달려

    10명중 1명 성추행 시달려

    전경·의경 10명 중 1명은 부대 안에서 성적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타나 가혹행위도 12.4%가 겪었다. 이같은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천안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전국의 전·의경 1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는 8일 오후 인권위에서 비공개로 열린 ‘전·의경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 중간보고회에 제출됐다. 전·의경들의 인권실태가 국가기관에 의해 조사되기는 처음이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의경의 10.0%는 포옹, 신체만지기, 성기 만지기, 자위행위 강요 등의 성적 접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타를 당해본 전·의경 169명의 21.9%는 “거의 매일 맞는다.”고 응답했다. 알몸 신고식, 고개 숙이고 부동자세로 있기, 침상에서 다리 들기 등의 가혹행위도 구타와 같은 비율인 12.4%가 경험했으며 45.2%는 1주일에 1회이상 육체적 가혹 행위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타나 가혹 행위를 당했을 때 66%가 “가해자를 폭행하거나 죽이고 싶었다.”고 답했다.14.8%는 복무이탈이나 자살·자해를 하고 싶었다고 응답했다. 군생활 중 여러 이유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6.9%에 달했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전체 2.2%인 27명이나 됐다. 복무이탈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경우는 전체 15.3%로 실제 이탈자는 전체 3.0%인 38명이었다. 최근 건강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군대와 마찬가지로 전·의경도 사정은 비슷했다.20.0%가 올해 집회 시위에서 부상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 중 18.1%는 부상 후 치료나 휴식 보장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연구를 맡은 천안대 김상균 교수는 “전역자들이 아닌 현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집단 속성상 솔직하지 못한 대답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최소한의 수치로 봐야 하며 전·의경 인권실태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美 팔루자 대공세때 ‘화학무기’ 투하

    미군이 지난해 11월 이라크 수니파 저항세력의 거점도시인 팔루자를 공격할 때 엄청난 양의 흰색 인(燐)을 투하, 무장단체 대원은 물론 민간인들도 불태워 숨지게 했다는 강력한 새 증거가 제기됐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 국영방송인 RAI가 이날 오전 ‘팔루자:숨겨진 학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팔루자 전투에 참가했던 전직 미군병사는 “군대용어로 ‘윌리 피트’라고 불리던 흰색 인을 팔루자에 사용하려고 하니 주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인은 뼈만 남을 때까지 살을 태운다. 나는 불에 탄 여성과 아이들의 시체를 봤다. 인은 폭발하면서 구름을 만들며 반경 150m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팔루자에 거주하는 생물학자 모하마드 타레크는 “불 덩어리가 비처럼 덮쳤고 이를 맞은 사람들은 불에 타기 시작했다.”며 “몸은 불탔지만 옷은 멀쩡한, 이상한 시체들을 봤다.”고 밝혔다. 팔루자의 인권연구센터가 제공한 사진에는 옷은 거의 손상되지 않았지만 피부는 분해됐거나 녹아내린 시체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동안 미군이 팔루자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루머가 퍼져 왔으며 아랍계 웹사이트에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지난해 11월10일 ‘이슬람 온라인’ 웹사이트는 “미군이 팔루자의 저항세력 거점을 대규모 공격할 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같은 해 12월 “미군이 `불법으로´ 인 폭탄을 팔루자에서 사용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미군은 (살상용이 아니라) 조명탄으로 인을 제한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큐멘터리는 미군이 네이팜탄을 개선한 ‘마크 77’이라는 소이탄도 팔루자 공격에 사용,‘특정 재래식무기에 관한 유엔협약’을 위반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순국 선열의 날’ 190명 포상

    정부는 11월17일 제66회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김만겸 선생 등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190명을 포상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포상을 받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113명(애국장 105, 애족장 8), 건국포장 13명, 대통령표창 64명 등이다. 순국선열의 날 포상은 올해가 처음이며 건국 이후 지금까지 1만 98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다. 이번 포상자 가운데 의병순국자 103명은 일본군 수비대와 경찰서의 정보보고서인 ‘폭도에 관한 편책’ 자료를 수집해 순국자의 이름을 대조해 확인했으며 이중 89명은 1907년 대한제국 군대 해산 이후 조국 독립을 위해 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24년 조선노동총동맹 중앙집행위원을 거쳐 조선공산당 책임비서로 활동한 차금봉 선생 등 사회계열 독립운동가 7명도 포상을 받게 됐다. 이들에 대한 포상은 오는 17일 서울 효창공원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순국선열의 날 중앙기념식 및 각 지방자치단체 기념식에서 전수되며 해외 거주자는 재외공관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독립운동가 포상내역 ◇건국훈장 애국장(105) 강만식 강봉환 강영식 강학서 공준서 권대흥 김경삼 김규호 김근수 김기원 김낙삼 김덕관 김동렬 김맹달 김문호 김병태 김보삼 김봉학 김선일 김성기 김성삼 김시복 김시흥 김완용 김원희 김윤삼 김인복 김재삼 김재흥 김재희 김치준 김호준 노봉돌 동증손 맹달선 문치백 민백형 박귀성 박기원 박내원 박노삼 박대일 박덕여 박래봉 박양근 박용구 박재영 박진창 박창렬 방명기 백만종 백예오 봉일손 서두성 서소용 신봉출 신용순 안용국 양치언 우봉준 우봉학 유필언 유한필 윤경화 윤내초 윤용석 윤운봉 이만조 이봉준 이시선 이종식 임만직 임병엽 임상준 장국호 장봉래 장인서 장호길 장호선 정대흠 정석봉 정소회 정수암 정충안 제춘삼 조병오 조봉술 조성삼 조팔용 진자실 채덕만 채영서 최병언 최원왕 최정숙 최중오 함성간 허달순 허인석 홍장손 황보특 황봉헌(이상 의병) 김만겸(노령 항일) 차금봉(국내 항일) 육창주(3·1운동) ◇건국훈장 애족장(8) 김진우(임시정부) 남중희(만주 항일) 박내원 장재학(국내 항일) 우병기(일본 항일) 송병직 유종여 이종악(이상 의병) ◇건국포장(13) 김상길(의병) 김성숙 김용표 김유성 김창한 조병철 홍순옥(이상 국내항일) 김상진 박공삼 송철수 이정후 전석구 전석윤(이상 3·1운동) ◇대통령표창(64) 강상호 강춘경 권혁기 권홍규 김강아지 김공제 김나현 김달년 김두천 김만진 김재문 김종삼 김주현 남응하 민록식 박경하 박근화 박동근 박영록 배용운 서은모 손승옥 송태현 심종협 양재각 유성이 유진광 윤병주 윤병혁 윤태경 이경석 이남종 이동천 이만희 이병태 이영숙 이용하 이인순 이종하 이중화 이학순 이한여 이해동 임헌영 전순삼 전이진 전치일 정순환 조병두 주영은 한명원 황경응(이상 3·1운동) 권상경 김동식 유상 유재찬 윤상명 윤창하 이수목 장춘섭 정병은 한덕술 현학근(이상 국내 항일) 박주대(의병)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세균 “칭기즈칸식 黨재건”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당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칭기즈칸식 해법’을 들고 나왔다. 정 의장은 7일 열린 비상집행위 회의에서 모 방송국의 드라마 ‘칭기즈칸’을 언급하면서 “초원을 정복한 칭기즈칸도 매번 승리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패배할 때마다 동쪽으로 가 전략을 만들고 군대를 정비해 대륙 정벌에 나섰다.”고 말했다.10·26 재선거 패배로 인해 파생된 현재의 위기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해달라는 당부였다. 이어 수습의지도 밝혔다. 정 의장은 “칭기즈칸이 향한 초원의 동쪽이 우리에게는 국민의 곁이고 민생의 바다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서 민심을 얻고 당력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자동차보험료 절약법

    ‘자동차보험료,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 이달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정비수가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손해보험사별로 평균 2.9∼4.1% 올랐다. 또 가해자 불명의 사고를 당해 보험 처리를 한 운전자는 내년 1월부터 보험료를 지금보다 10% 더 내야 한다. 인터넷 보험서비스회사인 인슈넷의 조언으로 자동차보험료 절약법을 알아본다. ●연령, 운전자, 차 부속장치별 특약 활용 보험사들은 자가용 승용차에 대해 특정 연령 이상만 운전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을 운영하고 있다. 높은 연령의 한정 특약에 가입할수록 보험료가 싸다. 삼성화재의 경우 21세,24세,26세,30세만 있던 연령 한정 특약을 이달부터 35세,43세,48세로 확대했다. 교통사고나 도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한 차량도 보험료가 할인된다. 모든 보험사가 운전석 에어백 장착때는 자기신체사고 보험료의 5∼10%를, 조수석까지 장착할 때는 10∼20%를 깎아준다. 미끄럼 방지 제동장치(ABS)를 장착한 차량은 전체 보험료의 2∼3%가 할인된다. 다음자동차보험 등 일부 보험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하면 자기차량 손해 보험료의 0.7∼5%를 깎아 준다. 삼성, 제일, 그린화재 등은 자동변속기 차량에 대해 전체 보험료의 3∼3.3%를 할인해준다. 개인이 소유한 화물차와 승합차도 운전자의 범위를 본인, 부부, 가족 등으로 제한하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 군대 운전병이나 기업, 관공서의 운전사로 일한 경력이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사고경력자는 특별할증료율 살펴봐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특별할증료율이 보험사나 사고별로 큰 차이가 있어 사고 경력자는 보험 계약때 이를 감안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사고 유형에 따라 A∼D 그룹으로 분류해 특별할증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할증료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 음주나 뺑소니 사고 같은 A그룹의 경우 할증료율은 현대해상 50%, 쌍용화재 45%, 대한·제일화재 40%, 삼성,LG, 동부화재 30%, 메리츠화재 25% 등 보험사에 따라 편차가 크다. B그룹(중대 교통법규 위반 사고,3년간 3회 이상 사고)의 할증료율은 메리츠화재 14%, 신동아·쌍용화재 등은 15%로 낮은 반면 대한화재는 25%로 높은 편이다. C그룹(1회 200만원 이상 물적 사고 등)은 회사에 따라 3∼10%다.D그룹(1회 자기신체 사고 등)에 대해 제일,LG화재와 현대해상은 할증료율을 적용하지 않지만 나머지 보험사는 1∼2%다. 인슈넷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는 회사별 비교 견적을 뽑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주말탐방] 모기와의 전쟁

    [주말탐방] 모기와의 전쟁

    길이 0.5㎜에 체중 3㎎의 가녀린 몸매. 하지만 1억년전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강자다. 주인공은 바로 모기다. 모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인 ‘문(蚊)’에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까닭은, 모기가 웽웽거리는 소리로 사람을 물기 전 경고를 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느덧 한겨울에도 일상의 동반자로 다가오는 모기. 싫지만 집과 사무실, 지하철에서 마주쳐야 하는 모기를 들여다보면 그리 멀리할 일도 아니다. 그녀의 삶에 관해 살펴 본다. “웅∼엥∼엥.”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에 사는 회사원 이성현씨는 지난 1일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새 뒤척였다. 이씨는 “성내천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인지 유독 모기가 많다.”면서 “8층인데도 모기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한국존슨 김대훈 연구원은 10월말 제주도에 출장갔다가 바깥에서 모기에 물렸다. 명색이 모기 전문가인데 가을에 실내에서 물리기는 했으나 바깥에서는 처음이다. 김 연구원은 “날씨가 추워지면 모기는 활동하지 않는데 워낙 남쪽이라 온도가 따뜻해 모기가 활개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기가 찬바람이 불면 알아서 물러난다는 속설과는 달리 철모르고 버티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고 건물 난방시설이 잘 갖춰지면서 모기들이 실내로 몰리고 있는 탓이다. 급기야 지방자치단체들마저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박멸작전에 들어갈 정도다. ●체감 숫자는 확 늘어 서울의 경우 밖에서 채집된 모기의 개체수는 뚝 떨어진 반면 ‘집모기’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일상에서 만나는 모기는 ‘빨간 집모기’와 그 변종인 ‘지하 집모기’이다. 서울시가 시내 10곳의 보건소 바깥에 모기유인장치(유문)를 설치한 뒤 채집한 모기수는 1999년 1만 4700마리에서 2005년 1170마리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10월 한달 동안 25개 구청에 접수된 모기관련 민원건수는 459건으로 지난해(465건)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박민수 보건정책과장은 “전체적으로는 줄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깥에서 측정한 모기일뿐 실내 모기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웬만해서는 모기관련 민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뤄 보면 상당히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최근 진해의 매립지에서 극성을 부리는 깔따구떼(모기의 일종)를 보면 시도때도 없는 모기의 왕성한 번식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모기약 판매량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 전국 100여개 매장의 모기약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9월 14.1%,10월 14.3%나 늘었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 역시 지난달 모기약 판매량이 두배나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11월에는 모기용품을 매장에서 대부분 철수시키는데 올해에는 꾸준히 팔리고 있어 모기관련 용품을 계속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18℃ 넘으면 흡혈활동 겨울이 다가오는 데도 이처럼 모기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도심 의 열섬현상과 지구 온난화, 건물 난방시설의 구비 등으로 인해 서식환경이 따뜻해진 것이 꼽힌다. 모기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이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높을수록 체온이 올라가면 대사활동이 활발해지고 성장·번식도 빨라지는 셈이다. 원칙적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마지노선’격의 온도는 14도. 모기의 흡혈활동은 18도 이상부터 시작된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20도 안팎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모기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바깥이 추워지면서 실내에 모여드는 모기도 많아져 그로 인한 불쾌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한국위생곤충연구회 이동규 회장(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아파트에서 보이는 모기는 중앙난방식인 경우 지하 보일러실, 중앙난방이 아니면 지하 정화조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겨울철 월동모기는 에너지가 없어 대사하지 않고 견디다 죽는 게 정상이지만 요즘에는 그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유충 박멸이 더 효과적 이런 가운데 바빠진 곳은 모기 방역을 하고 있는 일선 구청. 그동안 흰 연기를 내뿜어 모기를 죽이는 연막소독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막소독이 주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권고에 따라 장구벌레(유충) 제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모기의 활동반경이 대개 1㎞로 어차피 태어난 곳에서 맴도는 것이라면, 성충이 되기 전에 화근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모기 경계령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바로 지하 정화조이다. 지하공간이 원래 따뜻한데다 정화조 물질이 부패하면서 추가로 열이 발생케 된다. 습기가 많고 따뜻한 곳에 사는 장구벌레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국립보건원 이원자 팀장은 “모기 성충은 장구벌레 발생장소의 수천배 이상의 면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모기 유충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장구벌레는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발견하기 쉬운데다 많이 모여 있어 박멸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모기를 잡거나 약을 뿌릴라치면 날아가지만 장구벌레는 가만히 있는 특성상 70배나 높은 박멸효과를 거두게 된다. ●겨울 소독 늘리기로 서울시는 올해 겨울 방역소독 비율을 15%에서 20%로 늘려잡고, 장구벌레의 제거도 50%까지 늘리는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광진구는 내년 3월까지를 모기 박멸기간으로 선포했을 정도다. 양천구는 전염병관리법상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 방역을 하게 되어있지만, 모기가 자주 출현하는 3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140단지(1만 5352가구)에 대해서도 방역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이같은 현상으로 지금까지 10월까지만 하던 모기 밀도조사를 이번에 처음 11월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신이현 연구관은 “높은 온도가 지속된다면 한겨울에도 순간적이나마 모기가 들끓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모기 서식환경이 좋아지는 만큼 조만간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모기의 생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서재희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 퇴치법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면 모기를 보고 칼을 빼어든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가정집에서 모기를 줄이려면 모기가 좋아할 만한 환경을 없애는 게 급선무이다. 새끼모기인 장구벌레가 물이 있는 곳에서 살기 때문에 주택가 주변의 웅덩이, 플라스틱 생수병이나 빈 깡통의 고인물, 드럼통, 폐타이어, 꽃병, 빈 항아리 등에 물이 고여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비 온 뒤 웅덩이의 고인 물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모기는 2㎜의 구멍일지라도 자기 몸을 최대한 움츠려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창문에 설치한 방충망에 구멍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 방충망과 벽이 만나는 곳의 틈도 모기가 애용하는 출입구다. 이 경우 실리콘을 이용해 틈새를 단단히 막고 주변에 모기약을 뿌려둔다. 모기는 출입문에 붙어서 쉬다가 문을 열 때 들어오므로 출입문에 모기약을 뿌려도 좋다. 보일러실이 있다면 폐수탱크 안에 있는 물은 모기의 산란장소가 된다. 따라서 폐수탱크의 물을 주기적으로 배수시키거나 모기의 천적인 미꾸라지 한두마리를 약간의 먹이와 함게 넣어두면 해결된다. 등산하면서 몰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저으면 냄새를 더욱 증가시켜 모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기피제를 바르는 게 낫다. 모기는 땀냄새, 발냄새, 스킨 등 화장품 냄새, 술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자는 것이 필수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모기향을 피우면 별반 소용이 없다. 바람 따라 모기향도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잠자기 두시간 전 창을 닫고 미리 모기향을 피운 다음 잠잘 때는 덥더라도 창을 닫아놓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24시간 전자모기향을 켜놓는 집이 많은데 낮은 농도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현기증 등의 증세를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날씨가 추워지면 여름보다 환기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에 대한 진실과 오해 ●모든 모기가 흡혈귀? 아니다. 암컷만 피를 빤다. 암컷은 수컷과 교미한 뒤 알을 성숙시키기 위해서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보통 자기 몸무게의 2∼3배에 해당되는 3∼10㎎의 피를 뱃속에 채운다. 모기의 배 안에는 안쪽에 여분의 주름이 있어 한번에 많은 피를 저장할 수 있다. 피를 배불리 먹을수록 낳는 알의 숫자도 많아진다. 수컷은 과일이나 나뭇잎의 진액을 먹고사는 ‘초식 곤충’이다. 더군다나 수컷은 더듬이에 털이 많아서 사람의 피부를 뚫을 만큼 주둥이가 발달되지 못했다. ●물기 전 피부에 마취? 아니다. 보통 모기에 물리는 순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 나중에 가려워지는 건 모기가 마취성분을 피부에 미리 바르기 때문이라는 건 속설일 뿐이다. 모기가 피를 빨아들일 때에는 6개의 침돌기를 사용한다. 직경이 20∼60㎛에 불과하다. 이 정도 굵기는 피부를 뚫을 때 여간해서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침돌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 모기의 침은 피를 빨기 전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말라리아·뇌염·황열병 등 모기 매개 전염병이 옮겨질 수 있다. 모기에 물린후 가려워지는 것은 이같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내성이 생겼다? 아니다. 물론 살충제를 뿌리고 뿌려도 모기가 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살충제를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에 모기가 내성이 생겨 강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살충제의 주성분이 되는 피레스로이드계가 쓰인 것은 1950년대부터. 한국존슨 김대훈 연구원은 “모기가 내성이 생기려면 최소한 100년이 지나 유전자 자체가 변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약효를 약화시킨 탓이라고나 할까. ●웅∼소리의 정체는? 성충인 모기는 성충이 된 지 1∼2일 내에 교미를 시작한다. 수컷이 밤에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3m 내외의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면서 암컷을 유혹한다. 그러면 암컷은 무리속에 들어와 교미를 위해 자신이 선택되길 기다린다.1초당 250∼500번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비행음은 종(種)에 따라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은 비행음을 듣고 같은 종인지 감지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의 힘 “모기가 파나마 운하 건설을 중단시켰다니.” 모기는 제국주의 시대 서양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미국의 경우 17세기 아프리카에서 2000만명의 노예가 들어오면서 숲모기도 함께 들어왔다. 모기로 인한 대표적 피해사례는 1881년 시작된 프랑스의 파나마운하 건설 중단사태다. 당시 건설 노동자들은 대부분 오두막에 거주했는데, 이들은 모기가 전염병의 매개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모기들은 오두막에서 노동자의 피를 마음껏 빨아먹기 시작했다. 결국 말라리아로 1200여명이 죽은 뒤 공사는 1884년 중단됐다. 이 사업에 돈을 댔던 수만명의 투자자들은 30억달러 상당을 날렸다. 이후 미국은 1904년 이 공사를 인수한 뒤 가까스로 공사를 끝냈다. 기원전 4세기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얼굴) 대왕은 자신이 정복한 영토에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 등 70여개의 도시를 세웠다. 하지만 이처럼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던 알렉산더 대왕은 어이없게도 33세의 나이에 모기에 물려 죽으면서 원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사망 후 대제국은 분열됐다. 칭기즈칸이 서유럽 점령을 포기하고,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탈리아에서 패한 원인도 말라리아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콜럼버스는 모기만 있는 곳을 발견했다고 해서 ‘모기 제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클레오파트라가 눈화장을 짙게 한 이유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기를 내쫓기 위해서라는 속설도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메이저리그 전문가 Xports 송재우 해설위원

    [스포츠 라운지] 메이저리그 전문가 Xports 송재우 해설위원

    1977년 가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초등학교 5학년 꼬마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죽도록 좋아하는 야구가 AFKN에서 중계되고 있던 것.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보다 호쾌하고 세련돼 보이던 미국프로야구는 고교야구에만 미쳐있던 꼬마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꼬마는 이때부터 이태원 헌 책방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한달 용돈 5000원을 털어 미군들이 내놓은 잡지를 사들고 사전을 찾아가며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영어 공부를 핑계로 미국에 있는 친척에게 메이저리그 전문 서적을 공수받기도 했다. 부모님께 야단맞지 않았느냐고 묻자 “어릴 때 제 손을 끌고 야구장을 찾으셨던 아버님이 어느 날 갑자기 야구 중계를 안 보시더라.”며 멋쩍게 웃는다. 안경 너머로 무언가 골몰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두 눈을 가진 이 사람은 국내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39) Xports 해설위원이다. ●신혼여행도 야구장으로 푹 빠져 살았다. 고등학교 땐 독서실에 간다고 부모를 속이고 동대문야구장에 출근도장을 찍기도 했다. 야구장 한구석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키며 ‘송재우식 기록지’까지 만들어 야구를 즐겼다. 당시 한국야구엔 생소했던 이닝당 삼진수와 이닝당 볼넷 허용수, 자책·비자책점 비율과 득점권 타율 등 15개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고 자기만의 눈으로 야구를 봤다. 송 위원은 “그땐 내가 그 기록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전부터 기록하고 있던 것들이었다.”며 미소지었다. 90년 군대를 다녀온 뒤 컴퓨터 공부를 위해 훌쩍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떠났다. 현장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본 메이저리그는 그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시간만 나면 야구장을 들락날락거렸다.93년 결혼하며 떠난 신혼여행지마저 야구팀이 있는 오클랜드와 LA, 샌디에이고였을 정도.“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야구를 좋아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어 결혼을 허락한 아내마저도 치를 떨었다. 광활한 미국 땅 곳곳에 있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야구장 가운데 그가 가보지 못한 곳은 5∼6군데밖에 없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우연히 방문했던 LA에서 본 박찬호의 데뷔전. 그는 “우리나라 선수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우뚝 서는 걸 직접 본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며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막 해야 할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마니아에서 해설가로 98년 9월 9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온 지 보름 만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미국 시절 일요신문 통신원을 하며 알게 된 한 스포츠평론가가 그를 당시 박찬호 독점중계를 맡던 iTV에 소개하고 싶다며 물어온 것. 마니아에서 해설위원이 되는 것이었지만 호락호락하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하루 5∼6시간 연구에 몰두했다. 매일 15경기 기사를 모두 읽는 건 기본이고 전문 책자와 인터넷 자료까지 골고루 검색해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다 뀄다. 마니아들이 뭉친 인터넷 카페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 때문에 그의 해설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8년 동안 전문 해설위원으로 3개 방송사를 오간 비결이다. 송 위원에겐 두 가지 꿈이 있다. 그는 미국 ESPN 선데이나잇베이스볼의 해설위원인 조 모건과 같이 편안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해설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척박한 우리나라 스포츠 환경에서 미국에서 배운 스포츠산업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건 또 다른 꿈. 송 위원은 “비시즌 땐 선수들 계약 여부와 시즌 정리 자료를 정리하느라 또다시 분주해진다.”면서 “마니아들이 해설위원 되는 법을 많이 묻는데 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기록만 챙기는 것보단 직접 야구 경기를 보러가는 아날로그적 방법을 권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송재우 위원은 ●생년월일 1966년 8월 3일 서울 출생 ●출신학교 서울 광운초-남대문중-경신고-미국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유니버시티 컴퓨터인포메이션시스템 전공-대학원 같은 전공 MBA 수료 ●취미 물론 야구, 그밖에 음악·영화감상 ●가족 부인 윤석경(37)씨와 아들 규호(11), 딸 지호(5) ●주요경력 일요신문 미국통신원,1998년 iTV해설위원,2001년 MBC해설위원,2005년 Xports해설위원 및 방송전략팀장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기원전 44년 쇠락하고 있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군대의 카이사르 장군을 몰래 초청해 향연을 베푼다. 이때 카이사르는 여러 음식중 속을 넣은 구운 꿩고기 요리를 먹으며 “달콤한 속이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군요.”라고 찬사를 보낸다. 이때 클레오파트라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카이사르에게 도움을 청한다.“기막힌 배합(꿩고기와 속) 아닙니까?서양의 힘이 동방의 정교함과 조화되어 있지요. 로마군대와 이집트의 부가 힘을 모은다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제국보다 더 큰, 헤라클레스의 기둥에서 인도까지 이르는 제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요리도 이처럼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게 적지 않다.‘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이마고 펴냄)은 역사속 인물들의 요리를 통해 읽는 식탁 위의 서양문화사다. 트로이영웅들의 야전 만찬,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위한 간편식, 메디치가의 결혼 피로연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엄선하여 실제 그 당시 먹었던 150가지 요리들을 현대적 방법으로 되살려 냈다. 각 요리법 앞에 당대의 정신과 사회,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로 꾸며놓아 시대에 따른 음식의 변천과 인간 미각의 변화 과정도 한 눈에 볼 수 있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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