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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軍테러 ‘피의 보복’ 이어지나

    18일(현지시간) 4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란의 시스탄 발루체스탄 주(州) 테러가 무장단체인 ‘준달라(신의 군대)’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준달라는 시아파 페르시안이 다수인 이란 체제에 맞서 20년 넘게 반군 활동을 펴온 수니파 발루치족 무장단체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 등 서방국가가 준달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 그간 핵협상으로 온난기류가 흐르던 서방과 이란의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고 있다.일단 이란은 이번 테러에 미국과 영국이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군은 “이번 테러는 ‘거대한 사탄인 미국과 그 동맹자인 영국’의 지원을 받은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복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장과 국영방송 등도 미국과 영국이 테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란의 괜한 트집잡기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미국은 지금까지 대(對) 중동정책의 일환으로 중동의 민족·종교 갈등을 교묘히 이용해 왔다. 예컨대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뒤 수니파 정권을 축출, 시아파 정권을 세워 두 세력 간의 격한 마찰을 야기시켰다. 이라크 국민들의 ‘반미통합’을 막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을 지원하면서 이라크의 분열은 가속화됐다.이란도 내부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라크와 상황은 비슷하다. 수니파 발루치족은 시아파 페르시안이 주류인 이란 사회에서 1~3%에 불과, 상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반미주의 국가인 이란 내부에서 준달라의 부상은 미국 입장에서 껄그러울 이유가 없다. 미국이 이들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ABC방송은 지난해 “준달라가 테러 대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비밀스럽게 받고 있다.”고 보도, 파문이 일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란에 독이 된다고 말하긴 이르다. 이란 정권도 ‘준달라 테러’와 ‘미국 배후설’ 카드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시아파 페르시안이 9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 반미주의 통합이 다른 중동 지역에 비해 용이한 탓이다. 이런 까닭에 이란 정권과 공영방송은 준달라 테러만 터지면 미국을 거론했다. 특히 지난 6월 대선 시위로 입지가 좁아진 이란의 반미·보수세력에게 이번 테러는 반미의식을 통해 국민을 통합시키고 힘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문제는 이란이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서방과 갖는 2차 핵협상이다. 지난 1일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핵협상에서 이란과 서방은 핵시설 투명성을 강화하는 대가로 이란 농축 우라늄의 제3국 가공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추진 일정 정도만 확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란이 준달라 카드를 이용하려 한다면 핵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날 핵협상 직전 알리 시르자디안 이란원자력기구(IAEO) 대변인은 “핵 협상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라늄 농축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中 신민당 창당인사 10년형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공산당 일당독재를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민주인사가 또 다시 중형에 처해졌다.중국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 중급인민법원이 다당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중국신민당을 창당한 난징(南京)사범대 전 교수 궈취안(郭泉·41)에게 지난 16일 ‘국가권력 전복’ 혐의를 적용,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인권단체 등을 인용, 18일 보도했다.궈취안은 2007년 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에게 다당경선제와 군대의 국가귀속 등 민주체제 도입을 요구하는 온라인 공개서한을 보냈으며 같은 해 12월17일에는 직접 중국신민당을 창당했다. 그는 당원이 실직자와 농지를 잃은 농민, 퇴직 군인 등을 포함해 모두 40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민주화 요구 이후 대학에서 해고된 그는 여러차례 구금됐으며 지난해 11월 공안 당국에 정식으로 체포됐다. 그의 부인 리징(李晶)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지 글을 쓰고 주장했을 뿐”이라며 “모든 사람이 민주구호를 외치는 시대에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중국에서는 최근들어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한 불만세력이 크게 늘고 있으며 정치적 불안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강경대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민주당을 결성하려던 반체제인사 셰창파(謝長發·58)에게 징역 13년형이 선고됐으며,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활동하는 한 인권변호사가 최근 ‘일당 지배는 재앙’이라는 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산하던 중 공안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stinger@seoul.co.kr
  • 이란 수니파 자폭테러… 軍간부 등 수십명 사망

    이란 남동부의 스시탄-발루체스탄 주에서 수니파 무장세력 준달라 배후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이란 정부군 간부 등 수십명이 사상했다.18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군인 혁명수비대 등이 이란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폭탄이 터져 누르-알리 슈시타리 혁명수비대 육군 부사령관 등 간부 5명을 포함, 최소 35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혁명수비대를 상대로 이뤄진 테러 가운데 최대 규모다.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발루치족의 근거지다. 테러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준달라는 이곳에서 활동하며 시아파 무슬림이 주류를 이루는 정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준달라는 ‘신의 군대’라는 뜻으로 압둘말릭 리기가 이끌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도 자헤단의 시아파 사원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 25명의 희생자를 낳은 바 있다.자헤단의 모하메드 마르지아 검사는 이란 통신사인 ISNA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검거된 사람은 없지만 압둘말릭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어릴적 꿈 군인·경찰 다 이뤄 행복”

    “어릴적 꿈 군인·경찰 다 이뤄 행복”

    “어릴 적 꿈이었던 군인과 경찰을 다 이루었으니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공군 대위 출신인 박수영(32)씨가 최근 발표된 울산지방경찰청 순경채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7년동안 정보장교로 근무 박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공군에 입대해 이듬해 소위로 임관했다. 지난해 1월 대위로 전역할 때까지 7년 동안 대구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예비역 공군 준위, 남동생은 현역 공군 부사관으로 공군가족이다. 박씨는 “군인이 어린 시절 꿈이었던 데다 활동적인 성격과도 잘 맞아 군생활이 즐거웠지만 시민과 접촉하며 봉사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경찰입문 배경을 밝혔다. 박씨는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역하자마자 바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각종 법률과목과 수사기법 등이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어차피 공부는 똑같다.’는 집념을 갖고 1년8개월여 동안 책과 씨름한 끝에 16일 발표된 순경 합격자 발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24일부터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내년 4월 울산지역에 배치돼 ‘경찰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계급은 중요치 않아… 새로 시작” 전직 군 간부가 직업경찰관의 가장 아래 계급인 순경으로 출발하는 데 대해 박씨는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며 “군 장교 때의 책임감은 유지하되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군 복무 시절의 특기를 살려 경찰에서도 정보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박씨는 “당분간은 경찰의 기본을 배우는 데 매진한 뒤 기반이 갖추어지면 여성의 진출이 적은 정보분야에서 경찰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장교 출신으로 순경시험을 준비하려 했을 때 주위에서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군 장교 경험도 유용하게 활용하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기로에 선 세종시] 연기군 양화리 등 현지민심 르포

    “부안 임씨 600년 터전이 송두리째 뽑히게 생겼슈.” 황금 벌판 곳곳에서 콤바인으로 벼베기가 한창인 18일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에서 만난 주민 임재무(67)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양화리는 고려말 충신 임난수(1342~1407) 장군이 둥지를 틀면서 부안 임씨 본거지가 됐다. 세종시 조성 공사가 착수되기 전까지 2000명이 넘게 살았던 집성촌이었다. 임씨는 “세종시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에 협조한다는 생각으로 문중 사람들이 땅을 내놓았다.”며 “이제 세종시가 무산되면 (국책사업에 협조했다는) 자부심도 사라지고, 조상 볼 면목도 없어지게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는 그러면서 고향에 되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다. 그는 “내 땅은 평당(3.3㎡) 20만~60만원에 팔았는데 (정부가 조성한) 택지 값은 150만원 가까이 된다.”며 “땅값이 턱없이 비싸 문중원들은 다시 모여살 수 없고, 전국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세종시 백지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땅을) 사느냐.”고 덧붙였다. 임씨는 “올해 토지공사로부터 마지기(200평)당 6만원씩 주고 논을 빌려 농사 짓고 있는데 내년에는 임대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복잡하고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세종시 예정지인 금남면 대평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인근 용포5리 이장 임헌찬(55)씨는 “원통하다. 미칠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5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빚 갚고, (식당이 철거돼) 1년간 놀다 보니 2억원 남았다. 이 걸로 뭘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가 사는 아파트에는 예정지에서 이사 온 60대 이상 노인 1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에겐 아무런 일거리가 없다. 경로당 등에서는 세종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임씨는 “고향에 살 때는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느냐. 요즘이 한창 농사일로 바쁠 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행정도시 무산음모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국감이 진행되는 충남도청 앞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인다. 행정도시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는 27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1만 연기군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이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무기한으로 열고 있다. 세종시에서 거리가 떨어진 충남 서해안 등의 주민들은 ‘충청도를 너무 괄시한다.’고 세종시 흔들기에 반대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심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세종시 영향이 미미한 까닭이다. 세종시는 전체 사업비 22조 5000억원 가운데 5조 4170억원이 투입돼 현재 24%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집과 농토가 있던 터는 황톳빛 허허벌판으로 변했다. 총리실만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9부2처2청의 정부청사 공사 발주는 연달아 미뤄지고 있다. 민간부문은 시범생활권 아파트 부지를 분양받은 12개 업체 중 2곳이 계약해지하는 등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장 임씨는 “전임 정부 사업을 현 정부가 깔아뭉개면 다음 정부가 현 정부 사업을 또 무산시킬 것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北 5·16쿠데타 예견 지지성명 준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북한이 5·16쿠데타를 예견하고, 이에 대한 지지 성명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와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가 공동으로 발굴한 26페이지 분량의 중국 외교부 기밀 문건에 담긴 이 같은 내용을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 당일 저녁 김일성 당시 수상은 부수상 김일에게 중국 대사를 만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수상은 중국 측에 북한이 5·16쿠데타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지 성명까지 검토했다는 것은 5·16 주도 세력에 대해 북한이 상당히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중국에 남한 군대 내 진보세력이 반란을 꾀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쿠데타 세력이 ‘반공’을 기치로 내걸자 북한은 쿠데타 세력을 ‘진보군인의 독자적인 쿠데타’에서 ‘(미군의) 사주를 받은 반동 쿠데타’로 규정한 것으로 이 문서에 기록돼 있다. 이틀 뒤인 18일 노동당 중앙상임위원회는 안보 위기를 느끼고 경제보다는 자체 군사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판단, 국방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촉구했다. 제임스 퍼슨 우드로 윌슨센터 북한담당 연구원은 “1961년 남한에서 일어난 사건의 결과로 북한은 경제 중심 정책의 추진을 연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수상은 박정희 의장 형의 고향 친구인 황태성 무역성 부상을 밀사 자격으로 남측에 파견했지만, 그가 사형당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고 이 문서는 적고 있다. kmkim@seoul.co.kr
  • “세종시 원안 수호에 단체장 나서라”

    세종시(행정도시) 건설이 좌초 위기에 처하자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충남북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 무산 음모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충남도청 정문과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각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건설계획의 원안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단체장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충청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장이 세종시 무산 움직임에 총력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충남도의회도 이날 임시회에서 ‘세종시 원안추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이를 청와대·국회·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 등에 보낼 예정이다. 의회는 건의문에서 “세종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이라며 “전·현직 대통령이 약속하고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한 세종시 건설을 수정·축소하려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특별법에 명시된 9부2처2청을 이전하지 않으면 124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무산될 것”이라며 세종시를 수정·축소할 경우 500만 충청인이 힘을 합쳐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는 14일 조치원역 광장에서 ‘행정도시 무산음모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이 촛불집회를 무기한 계속하기로 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베를린 장벽 붕괴가 3차대전 막아낸 셈”

    “(베를린 장벽으로 상징되는) 1980년대 후반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으면 3차 대전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 중동부 유럽의 지도를 바꾼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선택에 따라 옛 소련 연방은 물론 중동부 유럽의 정치적 지형은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한 달 앞두고 당시 숱한 일화에 대해 말문을 열어 주목된다. 그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련이 군대를 동원해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시위를 저지하고 철의 장막을 유지하려고 했더라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논거로 동서부 유럽 모두 핵무기 개발을 많이 한 상태였고 철의 장막 주위에 200만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독일 통일과 관련,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변화를 비롯해 당시 벌어진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 열기,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이 맞물려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미국·소련이 6년 동안 대화가 단절돼 있었는데 몇년 뒤 관계 회복에 성공한 것도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1989년 서독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독일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묻길래 ‘21세기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동독 정세에 대해서는 “1989년 동독을 방문했을 때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은 변화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미에치스와프 라코프스키 폴란드 총리가 내게 다가와 ‘동독 시위대의 구호를 보면 이 체제는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다이나믹듀오, 현역 동반 군 입대…익살 포즈 ‘눈길’

    다이나믹듀오, 현역 동반 군 입대…익살 포즈 ‘눈길’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두 멤버 최자(본명 최재호, 29)와 개코(본명 김윤성, 28)가 동반 군 입대했다. 최자와 개코는 1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소,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2년간 현역으로 군 복무하게 된다. 두 사람은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절친한 친구 사이. 이날 동반 군 입대로 군대에서도 우정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현장에는 슈프림팀을 비롯한 음악적 동료들이 함께 했고, 팬들 역시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 이들의 입대를 배웅했다. 특히 두 사람은 군 입대 현장에서도 특유의 유쾌한 모습을 보여줘 큰 박수를 받았다. 익살스런 제스처로 거수 경례를 하고 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저희 둘 군대에 잘 다녀오겠다. 성격이 모질지 않아서 어딜가도 적응 잘한다. 걱정하지 말라.”며 팬들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남겼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다이나믹 듀오는 지난 7일 입대 전 마지막 음반인 정규 5집 ‘밴드 오브 다이나믹 브라더스’(Band of Dynamic Brothers)를 발표했다. 사진=아메바 컬쳐 서울신문NTN 박영웅 기자 her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 동성애자 수만명 시위… 오바마 ‘압박’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동성애자 수만명이 11일(현지시간) 결혼과 군복무 등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며 워싱턴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군대내에서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묻지도 말하지도 못하도록(Don‘t ask-Don’t tell)’한 법안을 폐지하겠다고 연설한 다음날 이뤄진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약속을 이행하길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압박용’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백악관을 출발, 펜실베니아 거리를 지나 의사당까지 행진을 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평등을 호소했다. 이들은 조만간 워싱턴 DC와 메인주에서 동성애자 결혼 인정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애자들의 민권을 조금씩 해결하는 것보다는 결혼·입양·군복무·취업과 관련해 연방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계층으로 취임 9개월이 지나도록 대선 공약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성애자들은 대체로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군내 커밍아웃 관련 법안 철폐를 재강조한 것을 환영했지만, 일부는 구체적인 철폐 시기를 제시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동성애자를 위한 신문인 ‘워싱턴 블레이드’의 편집장 케빈 내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애자 권익에 대해 언급한 연설은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F학점’”이라며 “이번 연설은 대선공약을 되풀이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이날 대규모 가두행진에 대해 “워싱턴에서 행진을 벌이기보다는 지역구 의원들을 상대로 동성애자 권익보호를 로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프랭크 위원장은 또 “이번 행진은 감정의 발산이며, 시간의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DC에는 지난주 동성애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이 제출돼 연말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메인주는 지난 5월 주정부가 제정한 동성애자 결혼 허용 법에 대한 주민투표를 내달 3일 실시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서는 동성애자 결혼을 허용한 법이 뒤집힐 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추가 파병 여부와 건강보험 개혁 법안, 기후변화 등 그렇지 않아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민감한 동성애자에 대한 동등한 권리 인정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kmkim@seoul.co.kr
  • 명량대첩 재현 국경·지역 뛰어넘어 400년 갈등 깨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한·중·일’ 장군들의 후손이 명량해전 전투 현장에 모였다.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 울돌목 바다에서 충무공 이순신이 판옥선 12척(공식기록)으로 왜선 133척을 격파한 대승을 기념해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명량해전축제(9~11일)를 공동으로 마련했다. 한산대첩축제를 개최하는 경남 통영시도 삼국의 평화를 위해 축제에 우정 참가했다. ●한·중·일 장수 후손들 한자리에 10일 오전 진도대교 위에서는 명량해전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패들이 상여 3기에 안치됐다. 이날 이 충무공 후손은 물론 명나라 진린 장군의 후손, 일본 구루시마 미치후사 장군 후손, 난중일기에 기록된 ‘민초 전사’ 오극신·양응지의 후손, 관광객 등이 참여해 국화꽃 1000송이를 다리 아래 울돌목으로 일제히 던졌다. 이어 이번 축제의 백미인 명량해전을 재현하는 행사가 한 편의 영화처럼 연출됐다. 축제라고 해도 영화 ‘신기전’과 ‘해운대’의 특수효과팀, 스턴트팀이 참여해 화약과 폭죽 등을 터뜨려 사실감을 더했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과 일본군의 아타케부네(안택선) 등을 대신해 작은 어선 100여척을 동원하고 수군으로 분장한 300여명이 직접 물로 뛰어들기도 해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울돌목에서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거센 물살 흐름이 일시 정지되자 판옥선과 왜선이 전투대형으로 갈라서더니 이내 뒤엉켜 연막탄을 쏘아올렸다. 배에는 형형색색의 깃발 500여개가 내걸리고 곳곳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명량해전은 모함 끝에 다시 해전에 나선 이 충무공이 막강한 왜군을 유인해 좁은 벽파진(폭 280~320m)을 통과하는 왜선을 일자진 공격으로 격파한 대첩이다. 총공격에 나선 왜군은 6명의 장군 중 구루시마 장군이 현장에서 전사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화 1000송이 띄워 희생자 넋 기려 구루시마 장군의 후손인 무라세 마키오(69·구루시마현창보존회 사무국장)는 “울돌목은 선조의 안타까운 혼이 서려 있는 곳”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축제의 주제처럼 한국과 일본 모두가 평화와 상생을 잊지 말고 서로 도우며 잘살아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린 장군의 후손이자 귀화인 진방식(70·전 교육자)씨는 “할아버지는 명나라의 조선구원군 수군도독으로 500여척을 이끌고 강진, 완도 해전에 참여하는 등 전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진린 장군의 후손은 그의 유언대로 명나라가 멸망하자 해남군 산이면 덕송리 황조마을에 정착했다. ●133척 해전 재현 다큐멘터리 보는 듯 난중일기에 나오는 오극신의 후손 오상민씨는 “울돌목 전투에서 충무공을 도와 왜선을 무찌르는 데 큰 공을 세운 할아버지를 기억해 축제 현장에서 헌화와 제례를 할 수 있어 의미 있고 고맙다.”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에 통영시는 초등학생 50여명을 보내 군점무(군대 점호를 춤으로 엮음)를 무대에 올렸다. 축제 마지막 날인 11일 진도대교에서는 상여 5기에 수백여장의 만장 행렬이 뒤를 따랐다. 망자의 혼을 달래는 진도 씻김굿은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진도군 전체 786개 마을에서는 마을별 역사와 전설 등을 적은 깃발 786개를 진도대교에 내걸어 주민참여형 축제다운 모습을 보여 줬다. 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군사령부 습격… 대담한 탈레반

    군사령부 습격… 대담한 탈레반

    파키스탄의 테러단체 탈레반이 10일과 11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 육군 사령부에서 18시간에 걸친 인질극을 벌였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테러범 8명은 물론 진압에 나선 특공대원 2명, 군인 6명 등 19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이번 인질전으로 탈레반은 어떤 삼엄한 경비도 뚫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군 사령부를 공격한 탈레반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들이 타고 온 차량도 군부대 번호판을 달고 있어 보안요원들은 차량이 가깝게 접근할 때까지 차량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탈레반 9명 중 4명만 진입 도중 사살됐고, 나머지 5명은 인질 30명을 잡고 군과 대치했다. 인질 구출 작전 중 민간인 3명이 탈레반이 지른 불에 의해 사망했고 탈레반 1명만 부상을 입은 채 생포됐다. 이날 공격은 이번주 들어 세 번째 공격이다. 9일에는 북서쪽 페샤와르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 49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지난 5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이슬라마바드 사무소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 유엔 직원 5명이 사망했다. 유엔 사무소도 삼엄하게 경비되는 시설인지라 당시 탈레반이 어떻게 건물 안에 진입했는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군 사령부 공격 당시와 똑같이 테러범은 군복을 입고 군 번호판이 달린 차량을 운전했다. 현재 파키스탄 군부는 탈레반의 거점인 남부 와지리스탄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준비중이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내 탈레반의 새 지도자인 하키물라 메수드는 일부 기자들과 만나 파키스탄 군대가 주요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탈레반에 대한 공격은 미군과 공조한 정밀타격 방식이다. 파키스탄 영토 내 폭격에 대한 대가 형식으로 지난달 미 의회는 5년간 매년 15억달러(약 1조 7460억원)를 지원하는 케리-루가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 탈레반 지도자의 은신처로 알려진 퀘타 등에 위치한 테러세력 근거지 분쇄, 군부나 정보기관의 테러그룹 지원 중단 등의 조건이 있다. 파키스탄 군부는 조건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킨다며 법안에 반대해 왔으나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 ‘솔약국’ 문닫다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 ‘솔약국’ 문닫다

    사람냄새 물씬 풍겼던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이하 ‘솔약국’)이 시청자들 가슴에 따뜻함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 방송된 ‘솔약국’ 최종회는 여느 가족극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서로 배려하고 감싸 안는 솔약국집 가족들만의 방식으로 훈훈함을 더했다.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던 둘째 대풍(이필모 분)복실(유선 분) 커플은 진심을 담은 대풍의 청혼에 복실이 승낙하며 비록 작지만 웃음 넘치는 병원을 함께 이끌어가게 됐다. 첫째 진풍(이필모 분)수진(박선영 분) 커플과 셋째 선풍(한상진 분)은지(유하나 분) 커플은 아이를 낳고 한층 성숙해진 부부의 모습으로 가족의 행복을 전했다. 여기에 대학에 합격한 뒤 군대에 간 막내 미풍(지창욱 분)까지 네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옥희(윤미라 분)의 마지막 눈물은 감동을 선사했다. ‘솔약국’의 진한 가족애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막장드라마가 난무하던 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국민드라마로 사랑받는 원동력이 됐다. 한때 첫째 진풍과 수진의 결혼을 반대하는 등 다소 억지스런 모습을 보였던 옥희는 가족들의 아픔을 끌어안으며 ‘솔약국’을 진정한 가족드라마로 이끌었다. 특히 ‘솔약국’은 네 아들들 외에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르터스리(조진웅 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최수희(강은비 분) 등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처럼 한 가족과 그 이웃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의 희로애락을 가족애로 풀어낸 ‘솔약국’은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가족 간의 따뜻한 정과 사랑, 친구간의 우정을 보여준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정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드라마였는데 마지막이라니 서운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솔약국’ 마지막 방송은 48.6%(TNS미디어코리아)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진 =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 책을 말한다] 205가지 우리말 상차림

    내가 어쭙잖은 글이나마 몇 줄 끼적거리며 그런대로 먹물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세 뭉텅이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시작되어 거의 1년 반 동안 지속된 종로서적 시절이다. 나는 저녁마다 그곳으로 출근해 선 채로 몇 시간씩 책장을 넘겨대곤 했다. 주로 시와 소설을 읽었는데, 시는 가영심에서 황명걸까지 가나다순으로 시집 코너에 꽂혀 있는 시집 전부(어느 날 시집 코너에서 버릇처럼 시집을 집으려다 이제는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음을 발견했을 때의 기막힘이라니)를 말 그대로 독파(讀破)했고, 소설도 열 권에 한 권 정도는 좋이 읽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제대하고 나서 복학하기까지 경기도립도서관에서 보낸 세월이다. 군대에 있을 때 내가 늘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은 활자에 대한 허기(虛飢)였다. 언어의 성찬이 뷔페식(그때쯤 도서관 이용 방식이 폐가식에서 개가식으로 바뀌었다)으로 차려진 도서관을 거처로 삼은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람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엄청난 식욕으로 활자들을 먹어치웠다. 하루에 적어도 두 권씩은 해치웠을 것이다. 세 번째는 복학하고 나서 졸업까지의 세 학기다. 나는 이 1년 반 동안 ‘사창가’에서 살았다. 아, 지금도 그리운 학교 도서관 ‘사층 창가’, 줄여서 ‘사창가’에서 나는 도서관에 있는 사전과 소설책을 뒤지면서 토박이말 낱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깨알 같은 글씨로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때 인터넷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그랬더라면 절대로 그렇게 진득하게 작업에 매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11년 전에 그 작업의 결과가 ‘한겨레 말모이’라는 책으로 묶여서 세상에 나왔다. ‘말모이’는 ‘사전(辭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전은 가끔 뒤적이면서 ‘발견의 기쁨’은 누릴 수 있을지언정 아무래도 독서의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국어사전 속에는, 그리고 내가 만든 ‘말모이’ 속에는 그냥 묻어두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말들이 금광의 노다지처럼 숨어서 반짝이고 있다. 국어사전은 싱싱한 횟감들이 헤엄치는 바다이고, 말과 소들이 뛰어노는 농장이며, 온갖 열매와 풀들이 올차게 자라는 들판이다. 나는 이것들을 밑감으로 요리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 책 ‘우리말은 재미있다’(하늘연못 펴냄)는 내가 국어사전에서 낚아 올리거나 사냥하거나 캐낸 밑감들을 가지고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다 발휘해서 만든 205가지 요리로 채워져 있다. 한식은 기본으로 있고, 중식이나 일식, 가끔가다 서양식이나 퓨전 요리도 등장한다. 늘 따끈하게 데워져 있으니 그저 숟가락 들고 덤비기만 하면 된다. 먹기 쉽고 소화가 잘 되라고 원고지 다섯 장 낱개 포장으로 되어 있으므로, 부담 없이 하루 세 번씩 마음의 양식 삼아 드시면 두세 달 후에는 ‘우리말 달인’까지는 몰라도 우리말 학사학위 정도는 받은 셈 쳐도 될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가려 뽑은 예문은 후식으로 즐기시기를. 장승욱 프리랜서PD·작가
  • [사설] 병역 면탈죄를 복무연장으로 벌준다니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거나 가짜 진단서로 군입대를 회피하는 등 지능적 병역면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병무청이 어제 종합방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이 많아 실망스럽다. 한마디로 부실투성이다.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에서 졸속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우선 눈에 띄는 게 병역 면탈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다.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후 군대에 보내 복무기간을 정상보다 1.5배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이중처벌이다. 더구나 군복무 기간을 마치 감옥살이 시키듯 징벌용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의무기간을 정상 복무하는 병사들조차 군생활을 국민의 신성한 의무가 아니라 징벌로 오인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면탈범에겐 형사처벌을 엄하게 하되, 군복무는 연장 없이 의무기간만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군필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제시한 도로·철도·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은 정말 한심한 대책이다. 대한민국 남성이면 대부분 군대에 갔다 온다. 그런데 그 많은 인원에게 할인혜택을 주면 엄청난 세수(稅收) 부족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예산당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내놓았다니 말문이 막힌다. 군필자 가산점 부여 문제도 그렇다. 이미 10년 전에 헌법재판소가 여성계 등의 헌소를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다시 법제화하려 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소모적 논란이 재연될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무청이 무슨 재주로 되살리겠다는 건가. 교묘하고 악질적인 병역기피가 만연하는 세태에서 젊음을 국토방위에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는 꼭 필요하다. 좀더 시간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합리적 인센티브를 짜내어 보라.
  • 외모보다 내면? 솔직해지죠 우리!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예쁜 여대생이 A+학점을 받으면 남자들은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해.”라고 칭찬한단다. 그런데 못생긴 여대생이 A+를 받으면 남자들은 “독한 년!”이라고 몸서리를 친다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생겨나기를 못생기게 태어난 여자들 입장에서는 부모 탓을 할 수도 없고, 그저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씩 웃는 남자들이여, 이런 멋진 외모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여자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는지. ●태어나면서부터 멋진외모는 혜택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학과 다이엘 M 케이블 교수와 플로리다대 경영학과 티머시 A 저지 교수의 2000년 연구에서, 미국 성인남자의 평균 키는 173㎝인데 이보다 2.5㎝ 더 클 경우 연봉을 약 879달러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사례니까 안심할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 ‘외모, 상상 이상의 힘’이란 부제를 가진 ‘룩스’(고든 팻쩌 지음, 한창호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아름다운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고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인 고든 팻쩌는 외모연구소의 설립자이고, 시카고 루스벨트대 종신 재직 교수. 30년 동안 외모지상주의(lookism)를 연구했다. 인류가 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로 아름답다는 것은 사실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한 예로 동양에서는 숱이 많고 윤기가 흐르는 삼단 같은 머리를 선호하는데, 스트레스로 30대부터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고 소갈머리와 주변머리가 속속 빠지는 것을 경험해 본 현대인들이라면 그런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가 건강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이 건강은 자신의 유전자를 파트너가 후대에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의 외형적인 표현이자 신호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남자의 경우 큰 키, 멋진 근육, 강인한 다리 등이 선호되고, 여성의 경우 백옥 같은 피부(소화기가 건강하다는 증거)나 흑단 같은 머리, 자그마한 몸집(출산 성공률이 높다고 함) 등이 선호된 것이다. ●법관·인사권자들도 편견 못 벗어나 매력적인 외모로 인한 혜택은 신생아실에서 시작된다. 매력적인 신생아는 특별대우를 받고, ‘다섯 손가락 중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느냐.’고 장담하는 부모들의 손을 거쳐, 학생을 교육시켜야 하는 선생들에게 넘어간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각 기업이나 국가의 인사담당자들도 매력적인 외모를 선호한다. 정의로워야 할 법관과 배심원들은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에게 늘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능력에 대한 평가가 가장 확실할 것 같은 군대에서도 승진에 더 유리하다. 외모에 대한 편견은 성경에서도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 등 고전이 된 동화책을 통해서도 내면화되고, TV와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후대로, 후대로 전승돼 간다. 이를테면 성경 창세기에서 이삭의 이란성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가 나오는데 어머니는 야곱을, 아버지는 에서를 각각 사랑한다. 후계자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어머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야곱이 선정될 수 있도록 술수를 쓴다. 병원 신생아실의 간호사들은 몸집이 작은 여자 신생아와 덩치가 큰 남자 신생아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그 결과 이들은 간호사들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몸무게 증가가 더 빠르고, 더 빨리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게 된다. ●성경·동화에서도 외모가 성격 대변해 2003년 웨스턴일리노이대 크라우어홀츠와 베이커-스페리가 그림형제의 동화 168편을 분석한 결과 94%에서 이야기당 평균 14번 외모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고, 외모가 떨어지는 인물은 아주 형편없이 지낸다. 또한 동화 5편 중 1편에서는 못생긴 외모와 사악한 행동이 연관성을 지니고, 끔찍한 처벌도 받는다. 텍사스대 대니얼 해머메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름다운 여성 교수는 남자학생들에게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 된다. 루키즘에 경도된 사회는 비극을 유발한다.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 주 리틀턴 소재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학생과 선생 1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당한다. 이후 알래스카와 조지아에서 18개월 동안 12건의 유사 사건이 발생하는데 범인은 11살짜리도 있었다. 이들 총기난사 학생들의 공통점은 매력적이지 않은 육체로 괴롭힘을 당해오던 애들이었다. 이 책의 매력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소중하다.’고 끝내 말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그래서 못생긴 나보고 어쩌라고.’하는 짜증이 몰려온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감수차 이 책을 읽고 괴로웠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또는 학생을 가르치거나 인사권을 행사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판단이 그 인물의 능력보다 외모에 머문 것은 아닌지 세밀히 검토할 자료로 참고하길 바란다.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알카에다 “중국과 성전 벌이자”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인과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중국에 대한 성전(聖戰·지하드)을 촉구하는 알카에다 고위 간부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알카에다의 3인자로 알려진 아부 야히야 알 리비가 7일 아랍계 웹사이트에 공개된 20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에 진정으로 귀의해 전능하신 신의 길을 따라 성전을 준비하고, 중국인 침략자들에 대항해 무기를 들어 불의와 억압을 제거해야 한다.”며 성전을 촉구했다고 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7월5일 서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과 한족간 충돌로 197명이 사망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후 알카에다 핵심 지도자가 중국에 대한 성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 리비는 동영상에서 “동(東)투르키스탄(신장위구르자치구)의 억압받고 상처입은 형제들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무슬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슬람 무장세력이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한 옛 소련 군대를 패퇴시킨 사실을 상기시킨 뒤 “무신론 국가(중국)는 멸망으로 치닫고 있으며 러시아 곰의 운명을 답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 리비는 중국이 무슬림을 억압하기 위해 사탄과 같은 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위구르인들을 다른 인종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동영상은 7월 말~8월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루무치 사태’ 이후 위구르 분리주의 단체인 투르키스탄이슬람당(TIP)과 알제리 무장단체인 ‘이슬람 북아프리카 알카에다’ 등이 중국인과 중국기업에 대한 보복테러를 경고한 바 있다. stinger@seoul.co.kr
  • “전쟁 왜 시작했나” 추가파병 딜레마

    “전쟁 왜 시작했나” 추가파병 딜레마

    ‘추가 파병이냐 현상 유지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결정이 임박하면서 그가 어떤 카드를 뽑을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8년전인 2001년 10월7일 시작된 아프간전은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의회 지도부 30명과 만나 아프간전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어 또 7일과 9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백악관 안보팀과 회동할 계획이다. 이어 한차례 더 회동을 갖고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의 4만명 증파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아프간전의 목적은? 6일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병력의 감축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따라서 오바마의 선택은 병력을 늘리거나,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탈레반과 알 카에다 지도층을 목표로 하는 정밀 타격에 비중을 두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내 미군 병력은 지난 3월 2만 1000명이 증파돼 총 6만 8000명이다. 미군을 포함, 아프간 주둔 외국군은 10만명이다. 지금까지 외국군 사망자는 1400명 수준이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오바마의 결정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증파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케리(민주당) 위원장은 “아프간에서 무엇이 더 가능한지 확실해지기 전에 군대를 더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경쟁자이기도 했던 매케인(공화당) 의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며 증파를 강력 요청하고 있다. 오바마는 결정에 앞서 아프간전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난관에 봉착해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전쟁의 목표가 알 카에다를 제압하는 것인지, 아프간에 안정과 민주주의를 심는 것인지,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목적이 정해지면 어떤 전략에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를 쏟아부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부차적일 수 있다. ●베트남전 악몽 재연 우려 미국 내 아프간전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하락, 지난 1일 CNN 조사에서 반대하는 응답자가 57%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조사보다 11%포인트나 늘어났다. 늘어나는 전사자, 지루한 장기전 등으로 베트남전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베트남전을 치른 기간은 8년 반, 아프간전이 미국이 치른 역대 최장의 전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전쟁 양상도 베트남전을 닮아가고 있다. 지난 3일 미군은 동부 산악지대 누리스탄에서 탈레반과 12시간에 걸친 교전을 치렀다. 탈레반 측 전사자가 100여명에 이를 정도의 대대적인 공격은 베트남전 말기 베트콩에 공격당하는 미군 기지를 연상케 했다. 그날 미군 사망자 8명은 지난 2008년 7월 9명의 사망자 이후 일간 최다 사망자다. 개전 당시 목표였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아직도 건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개전 두달 뒤인 2001년 12월 미군은 빈 라덴이 동부 산악지대 토라 보라에 은신해 있다는 사실을 포착, 60명으로 특수작전을 펼쳤으나 부상을 입히는 데 그쳤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민은 ‘침략자의 무덤’으로 알려진 아프간에서 미군이 패배한 침략자로 이름을 올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아프간은 19세기 말 대영제국, 20세기 후반 구 소련의 침공을 물리친 바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부산서 사상 최대 조선해양 전시회

    부산서 사상 최대 조선해양 전시회

    세계 조선 해양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전(마린위크)’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부산시는 6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독일과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 53개국 173개 업체 6만여명이 참석하는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다고 밝혔다. 세계 4대 조선 해양 전문전시회로 불리는 마린위크는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 국제 해양방위 산업전, 국제 항만·물류 및 해양환경 산업전 등 3개 전시회가 통합된 것으로 매머드급 국제 전시회이다. 벡스코는 참가업체가 많아 실내 전시장만으로 부족하자 개관 이후 처음으로 400개 부스 규모의 야외 전시장까지 설치하는 등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시회 기간에는 세계조선기자재 학술대회와 제3회 선박금융포럼, 함정기술, 국제항만 물류심포지엄 등 세계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각종 학술 및 최신 기술 세미나가 45차례 개최된다. 또 2000여명의 바이어가 참가하는 투자 유치 및 수출 상담회, 국산 최신예 전함 공개행사, 해군 의장대 시범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부산시는 6억달러 이상의 구매 및 수출, 계약 성과와 더불어 지역관광, 숙박, 전시 등 연관 산업 활성화로 120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홀수년에 개최돼 올해 5회째인 마린위크는 독일, 그리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조선해양 전시회와 함께 세계 4대 조선 해양 전문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개막식은 21일 오전 11시 벡스코 야외 전시장 입구에서 참가국 대사 및 외국 해군대표, 바이어, 중앙부처 및 시 관계자, 지역 기관장, 한국조선공업협회 등 관련협회, 시민단체, 참가업체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의 ‘선군헌법’ 대비책 마련해야/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선군헌법’ 대비책 마련해야/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공개된 북한의 새 헌법은 ‘선군헌법’(先軍憲法)으로 불러야 하겠다. 개정헌법에서는 공산주의를 삭제하고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함께 핵심적 이념으로 채택했다. 선군사상은 군부를 체제 유지의 근간으로 삼고 모든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함하여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겠다는 노선이다. 또한 ‘선군헌법’은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3대 세습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새 헌법 채택 이후 전개될 상황에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새 헌법 채택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욱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파키스탄의 경우 2000개의 원심분리기로 연간 60㎏의 핵무기용 농축우라늄을 생산했다. 현재 북한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이 200개의 원심분리기를 지난 5년간 지하에서 가동했다면 핵무기 하나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30㎏가량의 농축우라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과연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만이 능사인지 국민의 안보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미국 핵우산이라는 ‘약속어음’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도 철저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방예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국방부 내부의 논란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창한 ‘고효율 다기능’ 군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국방비의 적정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삼고 초당적으로 합의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국방비는 최근 GDP의 2.7%라는 매우 낮은 수준에 계속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분단상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의 국방비를 쓰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은 GDP의 4%를 국방비로 편성하고 있다. ‘평화헌법’을 갖고 있는 일본은 GDP 1%를 국방비로 쓰지만 그 총액은 우리 국방비의 두 배에 달한다. 우리의 국방비는 GDP의 3.5%선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비효율과 낭비의 낡은 관행’을 과감히 도려내고 철저한 국방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군헌법’은 최근 더욱 악화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해 나가기 위해 ‘인권조항’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선군노선을 고집할 경우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과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탈북자의 숫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를 일괄타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그랜드바겐’ 구상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선군헌법’ 채택 이후 북핵 문제는 장기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북핵, 경제협력, 인권 문제를 삼위일체로 묶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국제공조 하에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 하에서 채택된 ‘유신헌법’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 북한에서 채택된 ‘선군헌법’은 ‘유신헌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남북관계와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 내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북한의 새 헌법 채택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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