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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다”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다”

    “일본의 만행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제 우리가 함께 싸우겠습니다.” 10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을 찾은 미국 뉴저지주 제임스 로툰도(50)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뵙게 돼 영광”이라며 이 같은 첫 인사를 건넸다. 김군자(87), 박옥선(89)할머니 등 피해자 6명과 나란히 앉은 그는 “시민 중 한인 비율이 53%를 웃도는 곳이라 평소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에) 아픈 역사를 안긴 일본이 반드시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0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주축으로 팰리세이즈파크에 세운 ‘위안부 기림비’에 대해 일본 자민당 등에서 철거를 요구해 왔다.”며 “단호히 거부할 수 있었던 건 할머니들이 지금 여기에 계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본 제국주의 정부 군대에 유린당한 20여만명의 여성과 소녀들을 기린다.’라고 적은 기림비는 미국과 유럽대륙에서는 처음 들어서 미국은 물론 한·일 두 나라에서도 큰 이슈로 떠올랐다. 로툰도 시장은 “2007년 미 연방 하원에서는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많은 미국인들이 할머니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이옥선(86), 이용수(85) 할머니가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고자 지난해 12월 미국을 찾은 일을 떠올리며 “할머니 두 분이 흘린 눈물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함께 싸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살아 계시는 동안 반드시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일행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이들은 위안부 관련 지역을 둘러본 뒤 14일 출국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北 “美 본토까지 명중 타격권” 위협

    북한은 9일 한·미 양국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내용으로 미사일 지침을 개정한 데 대해 “조선 군대는 미국 본토까지 명중 타격권에 넣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조선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성명’을 발표하고 “전략로켓군을 비롯한 조선의 백두산 혁명 강군이 남조선 괴뢰들의 본거지뿐 아니라 신성한 우리 조국 땅을 강점하고 있는 미제 침략군 기지들은 물론 일본과 괌, 나아가 미국 본토까지 명중 타격권에 넣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새 미사일 지침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나온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미국과 괴뢰들을 비롯한 온갖 추종세력들의 핵에는 핵으로, 미사일에는 미사일로 대응할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평양시 강동군에 있는 전략 로켓군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3일 시찰한 ‘전략로켓사령부’로, 일각에서는 핵미사일을 관리하는 부대라는 설도 있다. 대변인은 또 “남조선 괴뢰들이 미사일에 의한 공화국 북반부 전 지역 타격을 노리고 있는 이상 우리 군대와 인민은 그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백방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단호한 행동뿐이며 세상이 알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짜 전쟁 맛을 보여 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9)박영효 vs 유길준(하)

    [선택! 역사를 갈랐다] (29)박영효 vs 유길준(하)

    1895년 봄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요동치고 있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막대한 배상금과 랴오둥 반도, 타이완 등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곧 이어 러시아, 독일, 프랑스 삼국의 간섭에 굴복하여 랴오둥 반도를 반환하였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은 러시아가 동아시아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을 시작 하겠다는 것과 일본이 아직 그에 맞설 만한 힘을 갖지는 못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노출했다. 이러한 정세의 변화는 조선의 왕실과 개혁관료들이 힘을 합하여 일본의 간섭을 배제한 근대개혁도 가능한 상황이 왔음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박영효와 유길준이 택한 방법은 왕실을 무력화시키거나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왕실의 반격으로 박영효와 유길준은 권력에서 쫓겨나 오랜 일본 망명생활을 했다. 박영효는 삼국간섭 이후의 정세변화를 이용하여 일본 측의 반대에도 김홍집을 총리대신에서 몰아냈다. 그리고 박정양, 이완용과 같은 친미근왕적 관료들과 함께 박정양-박영효 연립내각을 출범시켰다. 한편, 일본이 강요했던 차관교섭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이때 박영효는 왕실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개혁을 주도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조선협회를 조직하여 개화세력의 정치조직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박영효, 왕실 무력화 계획 드러나 ‘몰락’ 그러나 여기서 그는 과욕을 부리다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1895년 6월 말 박영효는 당시 궁궐을 지키던 시위대를 자신이 장악하고 있었던 훈련대로 교체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왕실마저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했던 것이다. 고종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였으나 박영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종의 과격한 조치’를 취하려 하였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소한 무력으로 왕실을 제압하고 왕비를 폐비시키는 정도는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전에 일본인 장사의 편지가 유길준에게 입수되어 고종에게 보고되었고, 7월 6일 궁정회의를 통해 박영효의 체포가 결정되었다. 결국, 박영효는 일본 공사관의 협조를 얻어 다시 일본으로 망명하였고 하늘을 찌르던 그의 권력은 8개월 만에 좌절되고 만다. 이후 왕실은 본격적으로 왕권 회복을 시도하였다. 근왕세력들을 내각에 포함하는 한편, 유길준을 의주부 관찰사로 좌천시켰다. 왕실 측근 홍계훈을 훈련대 연대장에 임명한 것도 일본의 지휘를 받는 훈련대를 장악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보호국화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무력을 이용한 권력의 재탈환을 위해 외교 경험이 전무했던 군 출신의 미우라 고로를 공사로 파견했다. 그가 중심이 되어 일본군과 민간인이 주도하고 조선의 훈련대가 협력하여 왕비를 시해하고 김홍집-유길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것이 바로 을미사변이었다. 유길준이 여기에 직접 개입했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지만, 그는 왕비를 폐서인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이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정당화시켜 주는 데에도 참여하였다. 특히 그는 왕비를 ‘세계 역사상 가장 나쁜 여자’라고 하면서 시해를 정당화하는 편지를 미국의 모스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그는 왕비 시해사건의 방조자로서 공범이나 다름없었다. ●유길준, 단발령 반대 의병운동 부딪쳐 ‘추락’ 이후 유길준은 내부대신으로서 김홍집 총리대신과 버금가는 권력을 누리며 개혁을 주도하여 이 시기를 김홍집-유길준 내각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불과 1년 만에 주사에서 대신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하였다. 그러나 그가 주도했던 단발령의 시행은 결국 갑오개혁은 물론 그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단발령에 반대하여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자 유길준은 한성을 수비하고 있던 병력을 지방으로 출동시켜 진압하려고 하였다. 이 상황을 이용하여 1896년 2월 아관파천이 일어난 것이었다. 유길준은 체포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 일본으로 망명길을 떠났다. 결국, 박영효를 왕실에 고발하여 몰락시킨 유길준은 왕실에 의해 자신도 역시 몰락하고 말았다. 박영효와 유길준, 두 사람은 일본 망명 시절에도 계속해서 정변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하였다. 당시 일본 측 정보문서에 의하면 두 사람은 각각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하였다. 이들은 고베에서 회동을 한 적이 있었으나 망명 기간 내내 별개로 활동하였다. 박영효는 독립협회 활동을 이용하여 권력을 되찾으려 시도하였다. 그는 핵심 측근세력을 귀국시켜 만민공동회를 과격화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정치적 위기를 틈타 정권을 장악하려 시도하였으나 일본정부의 제지로 실패하였다. 이때 독립협회 내의 추종세력들이 중추원에서 투표를 통해 대신으로 임명할 만한 인물을 추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가운데 박영효가 포함돼 있었고 이는 그동안 참고 있었던 고종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고종은 결국 군대를 동원하여 만민공동회를 해산시키고 말았다. 한편, 유길준은 박영효와 별개로 일본 육사에 유학했던 장교들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혁명일심회 사건을 주도하였다가 1902년에 발각되었다. 이로써 그는 일본의 외딴섬에서 유배생활을 4년 정도 경험해야 했다. 고종은 망명자들을 소환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일본은 고종의 요구에 응하는 척하면서 이들을 이용해 고종이 추진하는 자주적 개혁에 제동을 걸었다. 두 사람은 모두 대한제국이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한 이후에도 바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1907년 고종의 강제퇴위를 전후하여 일본의 주선으로 귀국하였다. 박영효는 고종의 강제퇴위 이전에 1907년 6월 비밀리에 귀국하였는데 이토 히로부미가 그의 특별사면을 주선하여 이완용 내각의 궁내부 대신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이완용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유로 제주도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강제병합 후 박영효는 후작 작위를 받고 조선귀족회 회장이 되었으며 일제의 지배 아래서 대표적 친일파로 활동하다가 1937년 79세로 생을 마쳤다. 한편, 유길준은 고종이 강제로 퇴위된 이후인 1907년 8월 순종의 특사령에 따라 귀국한다. 그는 귀국 후 일본이 보호조약을 맺은 진의는 평화에 있고, 대한제국이 자초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통감정치는 한국외교의 대변이며 내정의 지도라고 옹호하였다. 또한, 헤이그 특사사건은 경거망동이었고 의병운동은 시국을 오해한 오합지졸이라 비난하였다. 그는 철저히 일본의 통감정치에 협력하였다. 유길준은 다시 관직에 나가지 않고 계몽활동에 주력하면서 친일적 활동을 계속하였다. 한성부민회를 조직하여 일본 통감의 부임 환영행사에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안중근에 의해 이토 히로부미가 사살되자 이완용 등과 함께 중국까지 가서 조문하였고, 이토의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대한제국이 강제병합을 당한 후 주어진 작위를 반납하였다. 그가 지향한 것은 일본의 지도로 자강을 이룩하는 것이었지 식민지배까지 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1914년 59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나마 부끄러움을 알았던 그의 처신은 오늘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朴 끝까지 친일·兪 식민지배 반대 박영효와 유길준 두 사람은 당대에 가장 깊이 있는 문명개화론을 바탕으로 갑오개혁을 주도했던 개화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막상 현실개혁을 주도했던 시기는 각각 1년 내외에 불과했고 나머지 세월은 대부분 망명과 유배생활로 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권력의 핵심에 서게 된 것도 일본의 절대적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일본을 모델로 근대국가를 수립하려고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왕권과 대립하게 된다. 그 이유는 명목상의 군주였던 일본의 천황과 달리 조선의 국왕은 국가권력의 실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왕권을 조선 근대화의 걸림돌로 생각하여 끊임없이 무력화시키려 하였고 전복하려 했다. 하지만, 일본의 힘에 의존하여 왕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곧 일본의 침략이 확대됨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들의 개혁시도는 친일매국으로 치부되었고 몰락을 초래했던 것이다. 당시 대한제국이 자주적 근대국가를 수립하여 국권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따라서 왕권과 개혁관료들이 일치단결하여 외압에 맞서면서 근대개혁을 추진하였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효와 유길준은 서로 끊임없이 반목하면서도 공통으로 왕권과 대립하고, 일본에 의존한 근대개혁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는 대한제국의 개혁사업 실패와 보호국화 그리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역사를 가져왔다. 근대지상주의가 민족의식과 유리되었을 때 국가는 물론 개인들에게 어떤 비극이 나타나는지를 박영효와 유길준의 삶이 잘 보여주고 있다. 주진오(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서울신문·푸른역사 아카데미 공동기획
  • ‘아이폰 생산’ 中팍스콘, 잦은 파업 왜?

    애플의 ‘아이폰5’를 생산하는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팍스콘 공장 근로자 4000여명이 지난 5일 파업 시위를 벌인 뒤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5의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는 가셨지만 근로자들의 잦은 파업과 폭력 사태, 그리고 투신자살을 촉발하는 팍스콘의 근로 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홍콩 명보는 7일 팍스콘에서 분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근로자를 기계로 취급하는 회사 문화와 관련이 깊다며 팍스콘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이번 파업 역시 사측이 제품과 관련한 생산 훈련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엄격한 품질 관리만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사측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면서 근로자들이 황금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공장에 나와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파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팍스콘 광저우(廣州) 둥관(東莞) 공장에선 휴가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한 근로자가 무단으로 휴가를 이틀 더 사용했다는 이유로 한 달치 월급을 통째로 몰수당한 채 해고되자 공장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선전, 청두 등 팍스콘 중국 공장에선 2010년 이후 근로자 10여명이 잇따라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FLA)의 현장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신문은 근로 여건 개선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대식 노무관리’에만 의존하다 보니 갈등이 대형 시위와 자살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팍스콘 측은 “이번 (파업) 사태는 현장 직원들 간 마찰에서 비롯됐으며 특정 고객사(애플)의 품질 요구나 업무 강도 등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팍스콘은 애플 아이폰 등을 하청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뉴스 WHO] 우익 아베의 한류팬 부인 아키에 ‘부창부수(夫唱婦隨)’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열렬한 한류 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와의 결별인 셈이다. 한국,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고, 집단적 자위권과 군대 보유를 위해 헌법 9조의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총재의 우익성향을 한류 팬인 아키에 여사가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주간지 ‘여성자신’ 최근호(10월 16일자) 인터뷰에서 “최근 한류 드라마는 시청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한류를 좋아하게 돼 한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혀 (공부를) 안 한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한류 드라마 전문 채널인 KNTV에 가입,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된 지금은 시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인 남편 아베 총재의 한국에 대한 입장이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 아키에 여사는 “그렇다. 한국에도 친한 친구가 있는데 곤란하게 됐다.”며 복잡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진행됐다. 아키에 여사는 2004년 9월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남편의 한국 방문에 동행해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한 가수 겸 탤런트 박용하를 만난 뒤 한류에 더욱 빠져들었다. 틈틈이 익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으며, 박용하의 사인이 적힌 앨범을 선물 받기도 했다. 또 ‘욘사마’ 배용준이 도쿄를 찾을 때면 그와 만나려고 일부러 같은 호텔에 묵기도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등 풍부한 감수성도 그가 열성 한류 팬이 된 밑바탕으로 보인다. 1990년대 남편의 고향인 시모노세키에서 FM방송국 DJ로 활동하면서 솔직한 화법으로 주부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DJ를 그만둘 때 “남편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좀 더 할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아키’라는 애칭으로 아베 총재 지지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그는 활달한 성격으로 주위를 들뜨게 하는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유명 제과회사인 모리나가 창업자 집안 출신인 아키에 여사는 정치인 남편의 적극적인 내조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술이 약한 남편을 위해 대신 건배를 하는 애주가로도 유명한 그는 매일 남편을 위해 인삼 주스를 손수 만들어 주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美항모 2척 뜨자 中핵잠 정조준…G2 센카쿠 일촉즉발

    美항모 2척 뜨자 中핵잠 정조준…G2 센카쿠 일촉즉발

    중국의 핵잠수함이 중·일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 인근에 배치된 미국의 핵항공모함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주장이 중국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된 동중국해에 미국의 항모전단이 집결하자 중국 군이 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영토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인 차이쉰(財訊)은 3일 “미국이 핵항모 조지 워싱턴함을 댜오위다오 해역으로, 존 스테니스함을 남중국해로 보낸 것은 댜오위다오 등의 수호 의지를 천명한 중국 군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핵잠수함이 두 항모를 비밀리에 추적해온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의 핵잠수함이 탄도미사일로 미 핵항모들을 조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이쉰은 이 같은 보도의 구체적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차이쉰은 “이 같은 상황은 1996년 타이완 위기 당시 황해(우리의 서해)에서 중국 핵잠수함들이 비밀리에 미 항모를 추적하며 격침 명령만을 기다리던 때와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중국 전략 핵미사일 부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차이쉰은 “전략 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이 미국의 41개 주를 타격할 수 있는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 훈련을 부단히 실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댜오위다오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끼어들지 말 것을 경고하는 신호”라면서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핵잠수함들이 미 항모들을 공격함과 동시에 제2포병도 과녁(미 본토)을 조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차이쉰의 보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확인시켜 주듯 중국 군은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 기간에도 군사훈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이날 중국 해군 남해함대가 전날 남중국해 시사(西沙·파라셀)군도에서 긴급 전쟁준비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동해함대는 지난달 30일 동중국해에서 신형 전투기와 폭격기, 구축함 등을 동원해 해·공 합동 실탄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이 이처럼 국경절 연휴 동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훈련에 몰두하는 것도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의 분쟁 상대국인 일본, 베트남, 필리핀은 물론 이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센카쿠열도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일본 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의 오키나와 배치를 강행한 것은 일본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군이 연휴 기간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에 몰입하는 것은 권력 교체기를 맞아 군의 기강을 다잡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언급에서 엿보이듯 전통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의 역량 확대에 큰 힘을 기울여 왔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日, 전쟁·군대보유 금지’ 헌법개정 쟁점화 ‘아베의 위험한 도박’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헌법 개정 쟁점화 등 ‘위험한 도박’에 착수했다. 먼저 헌법 개정 요건을 쉽게 바꾼 뒤 본격적으로 헌법의 내용까지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베 총재의 행보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인 아베 총재는 최근 교토의 한 강연회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 “(개정 발의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차기 선거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1일 보도했다. 차기 총선에서 헌법 개정안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 개정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까지 개정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일본 헌법 96조에는 중·참의원 의원 3분의2 이상으로 개정 발의 요건이 명시돼 있다. 아베 총재는 이를 중·참의원 의원 2분의1 이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집단적 자위권 등과 관련, 자민당은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개편하겠다는 당론을 정해 놨다. 하지만 헌법 9조 개정에 앞서 헌법 개정 발의 요건을 명시한 헌법 96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체 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1. 직장인 A(30)씨는 회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오후 6시가 되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회사에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거짓말을 해 놨다. A씨는 지하철에서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회사에서 남몰래 받아 놓은 따끈따끈한 동영상을 클릭하며 침을 꼴깍 삼킨다. 그렇게 새벽 1시까지 하루 6시간 넘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탐닉한다. 주말엔 다른 약속도 없이 밤새도록 포르노만 본다. 숙맥이던 그는 군대 선임의 손에 이끌려 성매매 업소에서 원치 않는 첫 섹스를 한 뒤 음란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포르노를 볼수록 평범한 이성 관계는 불가능해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격렬하게 성폭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A씨는 “나는 한심한 쓰레기”라면서 “이러다가 결혼도 못 하고 누군가를 강간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한다. #2. 중학생 B(14)군은 하루 많게는 5시간씩 야동·야사(야한 사진)·야설(야한 소설)을 탐닉한다. 수업시간에도,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포르노를 본다.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최근에는 강간물과 사디즘·마조히즘(SM)에 심취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땐 ‘재미’로 같은 반 장애인 친구에게 자위행위를 시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자기 전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알게 된 또래 여중생과 성인들처럼 폰팅이나 영상 채팅을 한 뒤 잠든다. ‘야매’(야동 매니아)로 불리던 B군은 정도가 지나친 탓에 또래 집단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모는 성적이 좋지 않은 아들이 머리가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A군은 “밥을 먹을 때도, 수업 때도 깨어 있는 내내 포르노 생각뿐”이라면서 “야동 폐인으로 지내다 대학도 못 갈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음란물 어릴 때부터, 자주 볼수록 위험 음란물은 성인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건강한 해방구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의 ‘야동 사랑’이 솔직한 고백으로 보도됐고, 인기 시트콤의 ‘야동 순재’ 캐릭터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포르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음지의 중독자’도 늘고 있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5% 정도가 음란물 중독으로 추산된다.”면서 “포르노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타인의 성관계를 즐기는 관음증은 노출증, 성 도착증,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발달과 무분별한 성매매, 폐쇄적인 성문화 때문에 한국의 음란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노를 자주 보는 청소년이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고등학생들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과 성범죄와의 관계성 분석’에 따르면 음란물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강제적인 성접촉 등 성범죄를 일으키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7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5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란물을 매일 3시간 이상 보는 학생 중 47.6%는 강제 키스나 애무를, 35.7%는 강간이나 준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음란물을 매일 ‘30분 이내로 보거나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은 2.9%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처음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은 강제 키스·애무(26%), 성관계 강요(23.4%), 성적 접촉(11.7%) 등 성범죄를 행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아동·청소년 1만 2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음란물을 경험한 청소년의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성인물을 접하고서 실제 음란 채팅을 하거나(4.9%), 야한 문자·동영상을 전송하거나(4.7%),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1.9%)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 음란물을 접하면 음란물 속 왜곡된 성의식을 마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여성은 남성을 만족하게 해 주는 도구나 강간을 당해도 결국에는 좋아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포르노를 보고 배설하듯 사정하는 건 윤택하고 행복한 성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부부관계보다 포르노가 좋아” 사춘기에 형성된 비뚤어진 성 관념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성행위의 교감·소통·애정은 등한시하고 시각적인 자극과 쾌락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성에 무감각해지거나 일상적인 성관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익명의 섹스 중독자모임’(SAA·Sex Addicts Anonymous)을 여는데 섹스·성매매·자위행위 등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음란물 중독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형근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장은 “후회하고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하지만 결국 음란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유외숙 성건강연구소장은 “음란물 중독자들은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포르노를 통해 손쉽게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은 본능, 쾌락, 수치심과 연결된 부분이라 다른 중독보다 훨씬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르노 중독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나 성 상담가에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향토방위에 나이가 무슨…” 열혈 ‘兵 예비군’

    “향토방위에 나이가 무슨…” 열혈 ‘兵 예비군’

    “우리 동네를 지키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요즘 예비군들이 훈련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죠.” 나이도 잊고 오랫동안 예비군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향방소대장 중 최연장자인 강성호(58)씨와 33년이라는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이 직책을 수행해 온 김영창(56)씨가 주인공. 향방소대장직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을 방위하기 위해 편성된 예비군 소대 병력을 감독하는 일로 정해진 보수를 받지 않으며 연령 상한이 없다. 26일 육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기동대 소대장 강성호씨는 최근 제주도에서 시작한 민박 사업 때문에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예비군 훈련에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다. 강씨는 7년간의 군 생활을 거쳐 1982년 중사로 전역했다. 전역 이후 1983년 부산 부곡동에서 향방소대장 임무를 처음 시작한 그는 1985년 서울 강동구로 이사하면서 길동·천호동 소대장을 거쳤다. 33년간 향방소대장을 맡은 김영창씨는 예비군들에게 엄격한 ‘호랑이 소대장’으로 통한다. 김씨는 생업인 금속가공업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나 1년에 두 차례 있는 예비군 훈련에는 모든 일을 접고 한걸음에 달려가기로 유명하다. 1980년 병장으로 전역한 이후 서울 마포 토박이로서 바로 공덕 2동 향방 소대장 임무를 맡았고 현재 아현동 소대장을 맡고 있다. 이들이 오랜 세월 향방소대장직을 수행한 동기는 군대가 좋아서다. 강씨는 “7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오니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면서 “전쟁이 나면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왔으며 여건이 허락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 우리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 어느덧 33년이 됐다.”면서 “훈련 군기가 해이해진 예비군들이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갖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2) 문재인의 측근 (상)용인술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2) 문재인의 측근 (상)용인술

    지난 6월 초 민주통합당 A의원이 문재인 캠프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4·11 총선 이후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거리를 둬 온 A의원은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다며 분개했다.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에서 A의원을 비토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A의원은 사석에서 “문재인 후보가 친노 측근들을 쳐내지 않으면 당내 통합은 어렵다.”고 비판한다. 문 후보 측근 그룹의 구조는 ‘샌드위치’ 형에 비유된다. 샌드위치 앞면에는 문 후보가 강조하는 탈(脫)계파 진용이 꾸려지면서 구미를 당기지만 그 뒷면에는 친노 측근들이 문 후보와 ‘운명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샌드위치의 알맹이는 문 후보다. 자칫 ‘문재인 선대위’ 전면에 선 비노(비노무현)와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계열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문재인의 진정성은 알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친노 그룹의 진정성에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 스스로도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서는 “나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미완의 참여정부’를 완성하고, 정치적 복권을 이루겠다는 운명적 과제로 묶인 친노의 욕망을 문 후보도 벗지 못하고 있다. ●‘가치’ 지향 아닌 ‘같이’하는 사람의 한계? 당내 한 인사는 24일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프레임이 확고한 세력”이라고 친노를 규정했다. 지난 4·11 총선 공천에서 친노는 당내 세력 확장에 총력을 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는 친노-비노 프레임은 민주당 분열을 노리는 보수 진영의 실체없는 공격이라고 강변한다. 점잖기로 소문난 문 후보가 유일하게 역정을 낼 때가 “친노끼리 다 해 먹는다.”는 말을 접할 때다. 문 후보에게 덧씌워진 ‘친노 프레임’은 가치지향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이 정치적 확장성의 문제라는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친노’의 폐쇄성을 질타하는 당내 목소리가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문 후보의 핵심 측근은 대부분 참여정부 인사다. 이호철·양정철·전해철 등 이른바 ‘3철’은 동지적 결속력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문 후보는 앞서 경선 캠프를 꾸릴 때도 친노 색이 옅은 인사를 중용하면서 친노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도로 노무현’이었다. 친노 인사 상당수가 2선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들은 문 후보의 배후 세력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관계자는 “캠프 내에 초선이 많은 이유 역시 친노 세력의 힘으로 공천을 받은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캠프 내에서 ‘참여정부 실패론’은 금기어로 통한다. 참여정부와 친노세력이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는 친노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친노를 2선으로 후퇴시켰던 ‘참여정부 실패론’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 상당 부분 덮인 측면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통치 행태와 실정론 등과 대비되면서, 참여정부 시절의 과오가 커 보이지 않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후보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은 “캠프 내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위한 활발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권교체를 외친다면 명분이 서겠나.”라고 반문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재인 캠프는 노무현 2기나 다름없다. ‘사람이 먼저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사회’ 등 내세운 슬로건 대부분이 노무현의 재탕”이라면서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를 극복하지 못하듯 문 후보도 노무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근의 폐쇄성은 문 후보의 ‘원칙주의’와 연결된다. 주변 인사들은 문 후보를 ‘박근혜보다 더한 원칙주의자’라고 평한다. 하지만 “문재인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과연 있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원칙을 넘어선 결단력과 카리스마 확립은 그의 또 다른 숙제다. 문 후보는 체계에 의한 보고를 중요시한다. 복도통신, 비선, 정보보고 등 비공식 경로의 보고를 통한 의사결정은 하지 않는다. 조직의 체계가 확립돼야 조직이 제대로 움직인다는 철칙이 반영됐다. 문 후보는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지킬 것은 지켜라.”라는 신조를 캠프 구성원에게도 자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군대식이다. 문 후보는 군 복무시절 특수전 훈련에서 특전사령관 표창과 화생방 훈련에서 여단장 표창을 받으며 군 생활에 높은 적응력을 보였다. 이런 군 경험이 문 후보에게 배어 있는 탓에 지휘계통을 통한 보고 체계를 중요시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캠프 의사결정구조를 수평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경사가 완만한 ‘낮은 피라미드식’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문 후보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인사들은 한결같이 “문 후보는 주변 사람들 얘기를 항상 듣는다.”고 말한다. 한번 믿고 맡긴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와 선대본부장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고 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문 후보다. 그는 자신의 원칙이 확고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 후보가 이번 대선 캠프를 구성하며 수평적 구조를 강조한 부분에 대해선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문 후보의 의지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법과 원칙의 테두리만 강조하는 마인드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를 문 후보의 약점으로 꼽는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대선 경선 캠프에서 보여준 문 후보의 용인술은 전혀 파격적이지 않았다.”면서 “(문 후보의 당내 인선에서) ‘친노’보다 오히려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더 발목을 붙잡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가 격의 없는 수평적 캠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평적인 구조를 형성했다면 굳이 그렇게 힘줘 강조할 필요 없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는 친노-비노 프레임과도 맞물린다. 문 후보가 경선 과정의 불협화음을 딛고 대선 후보가 된 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친노 청산’이었다. 하지만 친노 색 지우기는 결국 덧칠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과연 문 후보가 새로운 사람과 일할 준비가 돼 있나.”라고 의문을 던지는 당내 목소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문 후보가 인적 청산을 과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권력의지 또는 카리스마의 부재와도 연결된다. 문 후보의 한 최측근은 “문 후보가 비합리적인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편”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늘 해 왔던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 없이 행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 현충원 참배 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거부한 것에 그런 문 후보의 태도가 녹아난다.”고 설명했다. ●당내 비공식 安 지원 ‘이중플레이’ 우려 하지만 개혁 의지가 있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문 후보의 주변 인사는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신중함이 좋기만 한가. 치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챙겨야 할 사람도 있는데, 현실정치와는 다른 패턴”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공공연히 주장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는 이중플레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참여정부 당시부터 갈라져온 친노-비노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면 경선 후유증이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문 후보는 지난 6월 17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평가는 명확히 하되 함께 화합해 경쟁도 하는 좋은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캠프 내 친노가 여전히 ‘성골’로 계급화돼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선대위 구성에서도 친노 세력의 ‘2선 후퇴’는 있어도 ‘배제’는 없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노가 빠져야 용광로 선대위가 될 수 있는데 친노를 빼지 못할뿐더러 아예 빼 버린다 해도 오랜 시간 친노로 노출된 정치적 이미지 탓에 국민들은 여전히 친노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문 후보는 친노를 부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친노에 대한 전면 부정보다 친노의 국정경험을 강조하며 안 후보와 차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이영준기자 stylist@seoul.co.kr
  • “EU 단일 군·경 조직 추진을”

    유럽연합(EU) 핵심 회원국들이 외교·국방 정책을 통합하는 범유럽연합 외무부를 설립해 군대와 경찰 조직을 통합하고 EU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력한 통합으로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나서기 위한 발판이다. EU 단일 비자를 도입하고 방위산업 시장을 단일화하자는 제안도 나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결속력 강한 유럽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이 같은 유럽 통합 방안은 독일이 주도한 것으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 공동 명의로 발간된 보고서 ‘유럽의 미래’에서 제안된 내용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 11개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9개월간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12쪽짜리 보고서에서 “EU가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주연이 되려면 장기적으로 공통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다수의 결정을 도입하거나 최소한 단일 회원국이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벨기에는 특히 EU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럽군 창설은 11개국 모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제안이 현실화되면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장일치가 원칙인 현행 의사결정 과정 대신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할 때 다수결 제도를 확대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들은 EU 내에서 신재정협약이나 금융거래세 등 번번이 주요 사안을 반대해 온 영국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北, 인민위한 軍 강조 軍 자원 배분 줄이나

    북한이 경제 부문에서 비대해진 군의 역할을 줄이고 군사문제를 우선과제로 내세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선군정치’가 당 중심의 체제로 정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부친의 유훈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선군정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인민을 위한 군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3일 ‘확장되는 인민의 유원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원지에 넘치는 낭만과 희열은 지난 4월 15일 최고영도자의 열병식 연설을 통해 내외에 선포된 ‘새 시대의 개막’을 상징하는 광경”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군사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며 적들이 원자탄으로 조선을 위협공갈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확언했다.”며 “정치군사 강국의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하여 나라의 귀중한 자금을 인민의 웃음과 기쁨을 위해 돌려 쓰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정일의 유훈인 선군정치를 완전히 폐기할 수 없지만 군이 외화벌이 등 경제사업에 직접 간여하는 부분을 줄이고 인민 생활 개선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부사관 복무 3번째… 홀어머니 모시고파”

    “부사관 복무 3번째… 홀어머니 모시고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도전에서 반드시 성공해 가족과 후배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현재 전북 익산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훈련받고 있는 후보생 중 중사로 두 번 전역하고도 군대가 좋아 다시 입대한 후보생이 있다. 지난 10일 입대한 이주혁(30)후보생이다. 남들은 꿈도 못 꿀 세 번째 군 생활을 시작한 이 후보생은 16일 “원래의 동기들보다 후배기수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힘든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으며 초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후보생은 2001년 8월 병참 주특기로 육군 하사로 입대해 항공작전사령부에서 급양관리관으로 4년여를 복무한 뒤 2005년 11월 중사로 전역했다. 전역후 중소기업에서 컴퓨터 수리 등을 하다가 전우애가 그리워 2007년 4월 다시 부사관으로 재입대해 66사단에서 저장반장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평균 합격률이 30%에 불과한 장기복무 대상자로 뽑히기 어렵겠다는 판단하에 심사를 포기하고 지난해 4월 중사로 전역하는 길을 택했다. 군 생활만 8년을 한 그의 올해 나이는 부사관 지원 상한 연령인 만 30세다. 군 복무시절 사이버대학을 통해 부동산학을 공부하기도 한 이 후보생은 “전공을 살려볼까 생각도 했으나 군대가 좋고 올해가 지원 가능한 마지막 해라서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면서 “이번에는 꼭 장기복무자로 선발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이 후보생은 앞으로 3주간의 양성교육을 마치면 오는 28일 하사로 재임관해 세 번째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이 후보생과 함께 훈련받고 있는 동료 2000여명 중 예비역 간부 출신 부사관 후보생은 11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복무 심사에 탈락했기 때문에 재도전한 경우다. 육군 관계자는 “초임 부사관의 약 98%가 장기복무를 희망할 정도로 부사관에 대한 인기가 좋다.”며 “이는 장교와는 달리 한 부대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며 20년 이상 복무시 연금 혜택 등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피를 나눈 친척도 반군으로… 알아사드 사면초가

    정권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망명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이번엔 대통령의 친척인 공군의 영관급 장교가 탈영해 반군 진영에 합류했다. 심복들은 물론 친척까지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양상이다. 국제사회의 압력과 반군의 압박, 그리고 심복과 친척들의 배신 등으로 알아사드 대통령은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터넷 매체 ‘와이네트’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먼 친척인 유수프 아사드 공군 대령이 소속 부대를 탈영해 반군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대령은 최근 공개된 47초짜리 동영상에서 “나는 범죄 집단에서 탈영해 시리아 국민의 혁명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살인과 추방, 방치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탈영 이유를 밝힌 뒤 “시리아 정권이 조국을 파괴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전투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정권 2인자인 리아드 히자브 총리가 장관 2명과 함께 시민군에 합류했으며, 7월에도 아사드 대통령의 죽마고우이자 시리아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수비대의 마니프 틀라스 사령관(준장)이 터키로 망명했다. 이들은 명목상 정권 상층부에 속하긴 했지만 핵심부는 아니었다. 정부 요직과 군대는 여전히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척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사드 대령의 이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측근인 친척마저 반군으로 옮겨 가면서 정권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의 집단이탈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사설] 부유층 빗나간 자식 사랑 국적까지 바꾸나

    일부 재벌 3, 4세와 상류층 인사들이 여권을 위조해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에 따르면 이들 학부모는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낼 목적으로 자신의 국적을 외국 국적으로 바꾸거나, 자식을 외국 국적으로 바꿔 여권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식이 외국 국적이거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상류층 인사들의 빗나간 자식 사랑과 교육열이 국적까지 바꿀 정도로 막나가는 것을 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는 이들은 재벌가 3, 4세, 병원장, 투자업체 대표, 변호사 부부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브로커를 통해 불법 여권을 만드는 데 5000만원에서 1억원이 들었다니 장바구니 물가에 오금이 저리는 서민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는 외국인 학교가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부상해 불법·탈법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자녀를 홀로 외국에 유학보내지 않아도 되고,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인맥까지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재벌가와 지도층 인사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미국으로 ‘원정 출산‘을 보내더니, 이제 이들은 자식들에게 외국인 학교 졸업장을 안겨주기 위해 국적을 버리고 있다.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이 재력을 이용해 이런 탈법·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더구나 가짜 여권를 만든 것은 공문서 위조로 엄연한 범죄 행위다. 혹여 이들이 영향력이 막강한 로펌의 변호사를 사서 법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법대로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일부 외국인학교는 한국인 비율이 80%를 넘는다고 하니 다른 외국인학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 美 “영사관 피습, 이슬람 무장세력의 9·11 기념 테러”

    ‘9·11 테러’ 11주년을 겨냥한 치밀한 소행인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적 반미 테러인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벵가지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슬람을 모욕한 미국 영화에 반발한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는 하지만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 등이 공격을 받아 사망하자 배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 폭스뉴스 등은 12일 미 정부가 이번 미 영사관 공격이 우발적 폭력 사태가 아니라 9·11 테러 11주년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계획적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 결과 이번 공격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도 “이번 공격은 군대나 특공대 방식으로 군이 개입한 것이며 명확한 목표물을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혹스트라 전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수년간 알카에다와 극단적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9·11 테러 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 왔다.”고 알카에다 연계 의혹을 제기한 뒤 “시위대는 미 대사가 있던 벵가지를 겨냥했고 완전 무장을 했다.”며 ‘사전 계획’에 무게를 뒀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들도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매우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집단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며 당국이 이미 테러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 고위 관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슬람교 모독 영화에 대한 비난 시위를 기회로 이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아마드 지브릴 영국 주재 리비아 부대사의 말을 인용, 이번 공격이 극단주의 단체인 안사르 알샤리아에 의해 행해졌다고 전했다. 리비아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 단체는 여러 차례 테러를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고졸사원 군복무동안 회사에 지원금”

    고졸 사원이 군 복무를 하는 기간에 정부가 해당 회사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군 복무 문제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졸 인력의 일자리 찾기를 돕기 위해서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기술인, 대한민국의 희망을 그리다’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고졸 사원이 군대에 갔다 와서 다시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돌아올 때까지 회사에 지원금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배우고 익히기 위한 휴가를 낼 수 있도록 ‘근로자 학습휴가제’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평생 직업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학습휴가제는 근로자가 재교육 등을 받기 위해 일정 기간 유·무급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5000명 정도 많은 6만 2000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국방개혁안 병력수급계획 문제있다/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국방개혁안 병력수급계획 문제있다/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국방개혁 법안을 재정비해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2~2030’이라는 이름의 국방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북한의 핵이나 사이버 도발 등 바뀌고 있는 안보상황에 대비해 기존의 ‘억제’ 전략에서 ‘적극적 억제’로 군사전략을 변환하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을 보니 새 군사전략에 맞춰 필요한 전력을 보강한다든지 상황에 따라 기존 부대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는 등 국방부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북한이 20만명이나 보유한 특수부대에 대비한 산악여단 창설, 북핵이나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유도탄사령부 전력강화, 정찰위성의 정보를 군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항공정보단 창설, 북한의 GPS 교란이나 디도스(DDoS) 공격 등 사이버전에 대비해 사이버 방호사령부의 확대,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인 UDT 확대,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해병대 전력 강화, 국가의 전략적 카운터펀치인 잠수함사령부 창설 등 바뀌는 안보상황에 대응한 효과적인 부대 재편 계획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바로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그늘에 가려 이슈화되지 못한 병력문제다. 현재 우리 군의 총 병력은 63만여명이고 이 중 육군 50만명, 해군 4만 1000명, 공군 6만 5000명, 해병대 2만 80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산율 저하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육군 병력은 38만 7000명으로 대폭 줄이고, 해·공군은 동결해 총병력을 52만여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안이 병력구조 변화의 핵심이다. 우선 육군병력의 대규모 감축은 위험하다. 병력 감축안은 2006년의 ’국방개혁2020’에서 출발했는데, 당시의 시대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첨단전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첨단무기의 위력에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토마호크미사일로 핵심 시설을 외과수술하듯이 정밀타격한 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너무도 쉽게 미군에 함락되고, 이라크를 철권통치하던 후세인이 허무하게 생포되는 것을 보면서 육군 무용론까지 나오던 시기였다. 그러나 첨단 무기의 위력은 거기까지였다.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산악으로 숨어들어가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미군의 희생은 늘었고,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었으면서도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제거하는 데 실패해 발을 빼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것을 보고 20만명에 달하는 특수전 병력을 양성하였다. 이 특수전 병력은 유사시 남한으로 잠입해 각종 테러행위도 하겠지만, 한·미연합군이 역습해 북한지역에 들어온다면 탈레반보다 더 가혹하게 괴롭혀 주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군 병력의 대규모 감축은 유사시 신속한 통일을 이루는 데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해·공군 인력 정원이 탄력성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계획으로 공군은 항공정보단을 창설하게 되고, 해군은 잠수함사령부와 UDT를 확대개편하게 된다. 특히 해양의 중요성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해군력은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함정이 대형화되면 3000여명의 병력으로 기동전단이 창설되고, 잠수함 9척으로 운용하던 잠수함전단은 18척 체제의 잠수함사령부가 되는데 여기에 1000명 가까운 인력이 더 필요하다. UDT도 300여명, 헬기운용요원도 더 늘려야 한다. 그런데 겨우 4만 1000명으로 못 박힌 병력 상황에서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려면 기존의 부대에서 빼올 수밖에 없다. 이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상이다. 첨단전력도 이런 상황이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군대가 사상누각이면 그것은 패전이 되고 국가는 비참한 결과를 맞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출산율 저하로 병력 자원이 줄고 있지만 복무기간 조정이나 대체복무자의 축소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육군 병력 감축을 지연시켜야 한다. 또 각 군의 정원을 못 박지 말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인력을 배분, 신설되는 부대가 사상누각이 아닌 든든한 안보 지킴이로 탄생하게끔 국방개혁안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의 과거·현재를 말하다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의 과거·현재를 말하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353쪽) 중국 현대 소설가를 대표하는 위화(余華·52)가 에세이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2009년부터 단속적으로 써내려 간 비허구성 글을 모아 2010년 프랑스어판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해외판에 이어 2012년 가을 비로소 한국어판을 냈다. 위화는 인민, 영수(領袖),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라는 10개의 표제 언어를 제시하고 그와 관련한 자신의 50년 인생 경험을 써내려 간 것 같다. 영수란 마오쩌둥과 관련된 최고의 지도자를 의미하고, 산채는 ‘풀뿌리문화가 엘리트 문화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이란 뜻도 있지만 산채 스타, 산채 유행가, 산채 TV프로그램과 같이 중국 사회의 혼란을 드러내는 가짜, 모조품을 말한다. 홀유는 또 뭔가 싶을 텐데,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뭔가를 덮어씌우는 일로 산채와 마찬가지로 현대 중국인들의 처세법으로 이를 활용해 사회적·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현상이란다. 산채가 모조품과 해적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주듯 홀유도 속임수와 헛소문에 합리성의 외피를 입혀주는 것이다. 위화의 표현에 따르면 이 책이 “열 개의 단어를 열 쌍의 눈으로 삼아 열 개의 방향에서 중국을 응시하는 책”이라고 했는데, 읽으면 면도날로 피부를 살짝 베이는 듯한 예리한 고통이 묻어난다. 그는 이 책의 후기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문화혁명기를 맞아 홍위병이 됐고,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1977년 문화혁명의 끝을 경험한다. 29살이던 1989년 저장성의 작가였던 그는 베이징에서 톈안먼 사건을 경험한다. 중국에서 절대 검색되지 않고, 검열의 단어인 ‘6월 4일’ 아침 그는 침대 열차를 타고 베이징 역에 도착해 총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는 6월 7일 베이징을 떠났다. 그 후 위화는 6월 4일을 ‘5월 35일’로 표현하며 자유롭게 글을 써 왔다. 또한 30년도 되지 않은 세월에 정치지상주의였던 중국과 중국인들이 금권지상주의로 변해 가는 모습을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위화가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통과하면서 겪어내는 고통을 한국인 독자들은 망각하고 떠나 보낸 한국의 1970년대를 떠올리며 고통스럽게 회고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중국의 과거와 현재가 20~30년의 격차를 두고 그들보다 앞서가는 한국의 과거·현재의 모습과 똑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실려 있는 ‘인민’ 편에서 위화는 “1989년 봄과 여름에 가두시위를 경험한 사람들조차도 그 사건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중략)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지나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할 상황이 나타났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 세대 가운데 1989년 톈안먼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위화의 ‘불안에 떨게 할 상황’에 맞장구를 치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탱크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학생들을 짓밟았던 톈안문 사건을 잊을 수 있느냐고. 그러나 이런 질문은 한국의 1980년 서울의 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위화는 이렇게 지적했다. “30여년 동안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 각종 사회갈등과 사회문제가 초고속 경제발전이 가져다준 낙관적인 정서에 가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국적 상황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오히려 위화처럼 중국이 톈안먼 사건을 잊어버리는 것을 불안해하는 작가가 한국에는 있는지 하고 반문하게 한다. 인민 편에서 위화는 1989년 5월 하순 어느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밤중 기온이 뚝 떨어진 베이징 시내를 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다 멀리서 아무 무기도 들지 않은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에 그는 몸이 와락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중략)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문화혁명기 시절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발자크 등 외국작가의 작품이 ‘독초’로 찍혔지만 그 명작들은 몰래몰래 전해져 위화에게도 돌아갔다. 다만, 앞·뒷장이 떨어져 나간 이들 명작은 위화에게 ‘밑도 끝도 없는 작품’이 되고, 덕분에 밑과 끝을 위화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이어 붙이면서 위화라는 작가가 탄생했다는 ‘독서’ 편은 낄낄거리지 않고는 읽을 수 없다. 문화혁명기에 읽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읽어야 했던 지겨운 루쉰이 위화의 나이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 “마침내 하나의 단어에서 하나의 작가로 돌아왔던” 경험을 다룬 ‘루쉰’ 편은 슬프기도 하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그런 놈들 북한으로 보내 버려야 돼. 정신교육에 그만한 데가 없다니까.” 양육 미혼모들을 다룬 백연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쓰마마’에 나오는 네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장지영(31)씨가 ‘비정한 아빠’에게 던지는 뒷담화다. 혼외출생 1만명 시대, 무책임한 남자와의 사랑 없는 결혼 대신 아이와 자신의 삶을 선택한 ‘미쓰마마’들을 만났다. 최형숙(41)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서(7)의 엄마다. “미혼이 아니라 모(母)가 중요하다.”는 최씨는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질문에 아들 이름부터 입에 올린다. 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낙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엄마를 이상하게 여긴다. TV 속 미혼모들의 삶이 늘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엄마라는 게 부끄럽지 않은 최씨는 ‘생얼’을 드러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어두운 시사프로그램 대신 버라이어티쇼에 나가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씨는 오랫동안 연애하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준서를 임신했다. 임신 사실은 헤어진 뒤에야 알았다. 처음엔 낙태를 고민했다. 못할 짓이다 싶어 낳았지만 가족들은 입양을 강요했다. 마지못해 준서를 시설에 보냈다. 밤새 울다 다음 날 아이를 찾으러 다시 시설에 갔다. 갑작스러운 임신이었지만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씨는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최씨는 미혼보다는 비혼(非婚·결혼할 의지가 없음)에 가깝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 생긴 장점도 있다. 최씨에게는 눈치 볼 시댁이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집안일을 강요하는 남편도 없다. 최씨는 “월급만 가져다주고 아빠 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다. 혼외출생을 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혼전임신을 했을 경우 미혼남성(20~44세)의 21.5%, 미혼여성(20~44세)의 16.6%가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답했고, 미혼남성 56.6%, 미혼여성 60.7%는 ‘가능하면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남녀 모두 혼전임신이라도 출산은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항목에서는 미혼남성의 36.4%, 미혼여성의 36.5%만이 찬성(전적으로 찬성+대체로 찬성)했다. 이미 생긴 아이는 낳는 게 좋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많음을 보여 준다. ●“칙칙한 시사프로 대신 버라이어티쇼 나가고 싶다” 백 감독은 이에 대해 “가부장적 편견과 모순의 집결체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과거 미혼모라는 사실을 수군대는 회사가 싫어, 입사 사흘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네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현진(29)씨는 “미혼모라면 무조건 문란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장지영(31)씨가 “드라마에 나오는 미혼모는 왜 항상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구제받지? 혼자 애 키우면서 살아가면 안 되나?”라고 불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구제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또 다른 미혼모 원미현(가명·35)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지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냉정하게 낙태수술 예약을 잡더라.”고 8년 전 일을 회상했다. 원씨는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았지만 차마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고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 친부는 ‘혼인신고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원씨는 “당당한 싱글맘으로 살려해도 ‘사생아’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를 보며 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처럼 현실 속의 양육은 오롯이 여성들 몫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총가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여성은 16만 6609가구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남성 1만 8118가구에 비해 크게 앞섰다. 미혼여성이 13만 3234가구, 미혼남성이 9218가구였던 2005년 조사보다 ‘싱글대디’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차이는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사회규범적 의식과 현실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성들은 ‘나는 낙태하라고 했는데 네가 좋아서 낳은 거니까 책임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원하게 하는 등 법적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양육의 1차적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강하다.”면서 “모유 수유 등의 측면에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외출생에 대한 편견은 미혼모 자신에게 그치지 않는다. 미혼모의 부모와 자녀도 똑같은 편견에 시달린다. 김씨는 “부도덕한 미혼모를 만든 부모도 똑같다고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최씨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연을 끊자.”고 했다. 경상도 출신인 최씨의 아버지는 다음 날 변기통을 부여잡고 남몰래 펑펑 울었다. 김씨는 “솔직히 엄마는 평생 내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해 주는 건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도 “출산을 반대하던 오빠가 지금은 ‘내가 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미혼모부터 검색해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엄마,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해?”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인으로 홀로 서기를 하기란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정부는 가족관계법·한부모가족지원법 등에 따라 혼외출생자들을 지원하고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양육 미혼모의 54.7%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녀가 18개월 미만일 경우 월평균 63만원을, 36개월 이상은 3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취업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미혼모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신, 출산과 관계없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모의 95%가 ‘임신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혼모라는 이유로 채용에서의 불이익도 크다고 적었다. 여성가족부는 ‘미혼임산부 및 미혼모에 대한 직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추진 중이다. 비양육 미혼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법안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미혼모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대외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비슷한 처지의 양육 미혼모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용감한 컵케이크’에서 제빵 일을 돕다 얼마 전 그만뒀다. 최씨는 직장 탓에 집에 늦게 돌아오는 날도 많다. 준서는 그런 엄마를 두고 “왜 안 놀아주느냐.”며 울먹인다. 사회적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서 미혼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울먹이던 준서는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하냐.”고 묻는다. “빨리 일 끝내고 와서 놀아달라.”며 보채는 것이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김씨는 용감한 컵케이크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에 창업 지원 자금을 신청했다 지난 4일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씨는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지긴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포기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룩을 판매하는 의류 매장을 운영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양육 미혼모뿐만 아니라 사실혼이나 동거관계에 있는 신가족들도 결혼을 기준으로 짜여진 사회 제도 속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실혼·동거 관계 역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비롯, 세제혜택과 상속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청약을 실시하는 보금자리주택은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게만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도 다자녀가구, 3세대 가구 등 대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실혼 관계라 해도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도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공제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편견과 차별로 엄격하게 대하기보다는 생활과 양육에 필요한 지원을 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한편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정부나 기성세대들은 ‘그렇게까지 지원해야 하나.’고 되묻는다.”면서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변화의 산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혼외출생, 이혼, 비혼(非婚) 등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혼외출생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자 2006년부터 법적부부의 출산과 혼외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자녀를 양육하는 자체로 가족수당, 양육수당을 받고 출산·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는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프랑스는 정식부부보다 혼외출생에 대한 지원·혜택이 더 잘돼 있다.”면서 “그래서 결혼보다 동거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초래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아동부양비와 양육수당, 교육유지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주택·건강·부모교육·고용훈련 등을 제공하는 슈어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독일도 최저생계비·부모수당을 지급하며 모성보호법 등에 근거해 10대 미혼모의 교육권까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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