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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균등한 보상과 공평한 보상

    페르시아제국의 창업자 키루스 2세(BC 585?~529)는 현 이란의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부족 국가 페르시아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강군을 만들어 자국보다 수십 배 큰 나라인 메디아와 리디아를 정복하고 바빌로니아, 박트리아, 인도의 일부까지 지배하는 페르시아제국을 건설했다.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BC 430?~355?)은 키루스의 성공 스토리를 ‘키로파에디아’로 전해 준다. 키루스가 세계 최초로 대제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럿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 하나를 꼽자면, 전리품의 공정한 분배를 들 수 있다. 정복 전쟁에서 무언가를 쟁취한 병사들은 그 물건을 공동의 재산으로 여겨 이를 똑같이 나눠 갖고 싶어 했고, 귀족들은 자신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기를 원했다. 한 장수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무엇이든 간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균등한 몫을 받는 것보다 불공평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자 키루스는 성공에 대한 보상을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 줘야 할지, 아니면 각 병사의 노력을 고려해 그에 합당한 만큼 더 줘야 할지를 공개 토론에 부쳤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차별 없이 공적에 따라 나누자는 제안이 나왔다. 모든 일에서 가장 큰 몫을 얻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힘든 일에서는 누구보다 적은 몫을 맡으려는 병사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키루스는 그런 부류의 병사는 그 지위에서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귀족이든 병사든 구분 없이 공적의 경쟁에서 동등한 기회를 주고 이룩한 공적에 따라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키루스는 전투마다 공정한 심판관이 돼 장졸들에게 성과에 합당한 차등적인 보상을 집행했다. 특히 그는 먼저 정복한 나라의 군대와 함께 전쟁을 수행할 때는 획득한 전리품의 배분 권한을 페르시아 군대가 아닌 다른 나라의 지휘관들에게 맡겼다. 키루스는 균등한 보상 대신 공평한 보상으로 부하들이 서로 용맹을 다투게 했고, 자발적 복종을 얻어낼 수 있었다. 키루스는 합리적 차등 보상의 힘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간파했다. 그는 자신의 소임을 소홀히 하면서 성과 배분에서는 무임승차하려는 나태한 병사는 용납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2500여 년 전 페르시아의 영웅 키루스가 시행했던 합리적 신상필벌의 지혜를 주목하자.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수요 에세이] 직장 내 성희롱예방정책 20년 전과 지금, 그리고 20년 후/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직장 내 성희롱예방정책 20년 전과 지금, 그리고 20년 후/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해 말 어느 중앙부처 사내 게시판에 간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글이 올랐다. 엘리베이터 보수 공사를 했는데 최신식으로 한다고 내부를 모두 유리로 교체했다.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반응이 있었다. 어느 여직원이 유리 엘리베이터 내에서 남성들의 쳐다보는 눈길이 불편하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다. 한 간부가 내게 묻는다. “이게 성희롱이냐, 아니냐.” 지금 인권위원회 성희롱 기준에 따르면 ‘이상한 눈빛’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 성희롱의 기준은 보통 사람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느끼는 성적인 불쾌감이나 굴욕감이다. 하지만 게시판 글로 인해 그 기관은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게시판이면 어떠랴. 이렇게라도 직원들의 의견이 언제든 존중받고 소통할 수 있으면 건강한 조직이다. 1980년대만 해도 성희롱은 그냥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여졌다. 말단 직원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한 대학교 선배 언니 얘기를 들어 보면 당시엔 내색도 못 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니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었다. 선배 언니들은 말했다. “음담패설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희들은 좋은 세상에 사는 줄 알아.” 성희롱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불과 20년 전이니 선배들의 말에도 수긍이 간다. 1995년 우리나라 법령에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처음 도입되고 1999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그해 7월부터 여성가족부의 전신이었던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성희롱 사건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성희롱이 남녀 차별이라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20년 전에 시작됐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다. 우리보다 먼저 여성의 사회 참여를 경험한 미국은 1980년부터 고용평등기회위원회에서 성희롱을 남녀 차별의 한 형태로 보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미시간대 캐서린 매키넌 로스쿨 교수의 ‘성희롱금지제도의 모델 이론’을 제도화한 것이다. 그녀는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법률가로 1979년에 성차별의 한 형태로 성희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 만들었다. 최근 모 기관에 근무하는 남자 후배를 모처럼 만났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후배가 숨은 고충을 토로했다. “우리 상관이 여자인데 회식 자리에서 엉덩이도 툭툭 치고 성희롱 발언도 무지하게 해요.” 내가 한마디했다. “운영지원과에 고충 신청해요. 아니면 하지 말라고 본인에게 얘기하든지.”, “둘 다 못 하겠어요. 그런 일로 신고한다고 할까 봐요. 제가 참든지 피해야죠, 뭐.”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는 평소에 ‘성희롱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하면 성희롱도 여성이 다 좋아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남자답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착각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공기업 여직원들과 멘토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공기업은 직원이 1만명 정도 된다. 여성은 10%다. 직장 내 어려움에 대한 얘기들이 자연스레 나왔다. 어느 여성 부장이 최근에 놀란 경험담을 말했다. 회식 도중에 젊은 남자 직원에게 덕담을 건넸단다. “이 대리, 요즘 왜 이리 이뻐졌어?” “무슨 일 있었어요?” 그랬더니 주위에서 놀리더란다. “성희롱이야, 성희롱.” 아무 생각 없이, 특별한 의도 없이 얘기했는데 주위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나도 여성이지만 상사니까 말조심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아니 이뻐졌다는 말이 어때서?’라는 생각이 교차했지만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남자 직원을 대할 때 더 조심한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남성화돼 가 걱정이라는 다른 여자 부장들도 좋은 교훈이라고 한마디씩 던졌다.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단순한 농담 가지고 왜 그러는지?’, ‘여성들이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여성 직원들과는 얘기도 하지 말아야지’, ‘왜 이런 제도는 쓸데없이 만들어 가지고’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확실히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여러 고위 정치인, 학교, 군대 내에서의 성희롱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디기는 하지만 조금씩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성희롱 예방을 위한 정책과 법적 장치는 점점 견고해지고 있는 만큼 사회의 의식도 같이 따라가야 하는데 사건이 자꾸 일어나는 걸 보면 변화는 여전히 더딘 것도 같다. 불과 20년 전에는 성희롱 개념에 무지했던 우리 사회가 20년 후에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꿈꿔 본다.
  • [메디컬 인사이드] “의사도 라식 수술 기피하나요?” 직접 물었습니다

    [메디컬 인사이드] “의사도 라식 수술 기피하나요?” 직접 물었습니다

    의사 수술 안한다는 건 오해순전히 본인의 선택사항일 뿐 시력 교정술 하면 라식과 라섹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술 기관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니 이미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남겼습니다. 현재는 한 해 20만명 이상이 수술을 받을 정도로 보편화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시력 교정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안과의사는 라식 수술을 기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체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불안과 의심만 팽배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안과의사는 라식 수술과 라섹 수술을 하지 않나요.” 김용란 건양대 김안과병원 원장은 24일 이런 질문을 듣자마자 고개부터 갸우뚱했습니다. 한 해 40만명의 환자가 찾는 국내 최대 규모 안과전문병원인 만큼 의료진도 비교적 많습니다. 김 원장은 “주요 대상인 40대 이하 여성 의사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이 이미 라식 수술 같은 시력 교정술을 받았다”며 “1년에 1주일 정도밖에 휴가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진료 업무가 많고 여유가 없어도 라식 수술을 받고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안과의사회 총무이사인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2007년에 나도 라식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류 원장은 “1980년대까지는 시력 교정술을 연구한 의사들이 거의 없었고 40대를 넘기면 수술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90년대부터는 숙련의들이 늘면서 70년대 출생, 90년대 학번 이후부터는 안과 의사들도 라식 수술을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시력 교정술 부작용이 무서워 안과의사들이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속설은 ‘오해’일 뿐이라는 겁니다. 류 원장은 이어 “안경이 편하면 안경을 써도 되고, 불편하다고 본다면 시력 교정술을 받는 것이지 누군가 하지 말라거나 반대로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순전히 본인의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는 것처럼 라식과 라섹은 전혀 다른 수술법입니다. 둘 다 각막 내부에 레이저를 조사해 근시나 원시, 난시 등의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인 것은 맞습니다. 라식은 각막 앞부분을 잘라 젖힌 뒤 레이저를 조사해 굴절 이상을 교정하고 다시 벗겨 낸 각막 절편을 덮어 주는 방식입니다. 라섹은 고농도 알코올을 이용해 얇은 각막상피만 제거하고 마찬가지로 굴절 이상을 교정한 뒤 일정 기간 치료용 렌즈를 덮어 회복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두 수술법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직업 야간 운전자 신중하게 판단해야 라식은 라섹과 비교해 시력 회복 기간이 빠릅니다. 수술 통증이 거의 없고 다음날이면 0.8 이상의 시력을 회복합니다. 다만 뚜껑 모양의 각막 절편을 만들기 때문에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그 과정에 각막에 건조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라섹은 각막 상피만 얇게 잘라내기 때문에 건조증이 덜하고 각막 두께가 선천적으로 얇은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절편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충격에 강합니다. 하지만 각막 상피를 벗겨 내기 때문에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 수술법의 장점만 취한 수술법도 나왔습니다. 김 원장은 “군대 가기 전이나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각막이 얇은 사람은 라섹을 권하는 반면 당장 유학을 떠나야 한다든지 내일모레 출근해야 하는 사람은 라식을 권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급적 시력 교정술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야간에 직업적으로 운전을 하는 분은 꼭 해야 한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고민하라고 말씀드린다”며 “또 수험생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근시가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다음에 수술을 하라고 권한다”고 했습니다. 류 원장은 “단순히 콘택트렌즈 착용 때문에 생긴 건조증이라면 적극 수술을 권하겠지만 류마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루프스라든지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수술 뒤 건조증이 훨씬 심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력교정 효과 라식 95%·라섹 97% 시력 교정술의 부작용 비율은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의약품 부작용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미국 안과학회가 대규모 연구를 통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라식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과 수술 후 시력과 부작용을 조사한 결과 수술 후 3개월 뒤 양쪽 눈 모두 1.0 이상의 시력을 얻은 환자가 전체의 95%를 넘었습니다. 수술 전 야간에 빛 번짐이나 시력 이상을 호소한 환자는 33%였지만 수술 후 6%로 줄고 수술 부작용은 0.7%에 그쳤습니다. 2010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5109건의 시력 교정술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라식 수술의 시력교정 효과는 95%, 라섹 수술은 97% 이상이었습니다. 류 원장은 “안경은 대부분 오목렌즈인데 멀리 있는 상이 작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상이 커지기 때문에 훨씬 더 잘보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백내장 같은 질환이 생기기 전까지는 높아진 시력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수술법 고집하는 병원 피할 것 시력 교정술을 받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두 전문가는 되도록이면 개원한 지 오래된 믿을 만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저렴한 가격만 보지 말고 최소 2~3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충분히 상담을 받아 보고 본인에게 맞는 수술을 추천받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김 원장은 “환자들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 오늘 당장 안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당일 검사, 당일 수술’이라는 시스템도 생겼는데 나는 가급적 정밀검사를 받은 뒤 약 기운이 빠지는 3일 뒤에 수술을 받도록 한다”고 했습니다. 류 원장은 “경기 영향도 있겠지만 2010년 이후 서울 강남역 부근 저가형 라식 시술 기관의 40%가 문을 닫은 상태”라며 “대안 없이 단 한 가지 수술법만 고집하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그곳만은 피하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먼 곳 자주 응시하고 여름엔 선글라스 라식 수술은 수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최소 1개월, 길게는 6개월~1년을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걸어다니며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행동입니다. 이것은 일반인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초점을 수시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수술 효과가 낮아집니다. 김 원장은 “도저히 못 참겠으면 차악으로 고정된 TV를 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 1시간에 10분 이상의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먼 곳을 응시하려고 노력하고, 여름철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력이 좋다고 눈을 혹사시켜서는 안 됩니다. 류 원장은 “콘택트렌즈 중에서도 특히 렌즈 겉면에 색상을 입힌 컬러렌즈 사용은 피하는 게 좋다”며 “청소년 시기에 질 낮은 제품을 쓰다 염증 문제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talk] 미군 특훈 받는 육사생도…한국군의 미래는?

    [이일우의 밀리터리talk] 미군 특훈 받는 육사생도…한국군의 미래는?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매년 4월 초가 되면 미국 내 다른 사관학교나 ROTC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관생도들로 북적댄다. 이들은 이틀간 실전과 같은 다양한 상황을 부여 받고 이 상황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며 어느 나라의 어떤 사관학교가 세계 최고인지 치열한 승부를 벌인다. 바로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샌드허스트 대회(International Sandhurst Competition)이다. 일반인들이 듣기에 생소한 이 대회에 지난 2013년부터 참가했던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대회 참가 두 번 만에 중상위권 성적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소식이다. 정말일까? 2013년 첫 대회 참가 성적 ... 58개 팀 중 52위 샌드허스트 대회는 원래 국제대회가 아니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미 육사에 파견 근무 중이던 영국 육군 장교의 제안으로 미 육사 생도들의 체력과 소부대 전투기술을 평가하기 위한 경연대회로 시작된 것이 바로 샌드허스트 대회였다. 대회의 이름이 미 육사의 별칭인 웨스트포인트(West point)가 아니라 영국 육군사관학교를 의미하는 샌드허스트(Sandhurst)인 것은 처음 이 대회를 제안한 영국 육군 장교가 대회 우승 상품으로 내걸었던 것이 영국육군 장교용 군도(Officer's Sword)였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미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 그리고 각 대학의 ROTC가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1994년에는 외국의 사관생도들의 참가가 허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사관생도 올림픽’이 되었다. 매년 10여개 국가에서 1000여 명의 생도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실전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량들을 평가한다. 9명으로 1개 분대를 구성(여성 생도 1명 포함 필수)해 실시되는 평가 항목은 개인화기와 공용화기 등 사격술과 체력, 수류탄 투척, 응급처치 및 부상자 수송, 전술통신과 화력지원요청, 군용차량 조작과 같은 전투 기술부터 교전 중 발생할 수 있는 국제법적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 등 대단히 광범위하다. 평가는 개개인에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체력과 숙련된 전투기술을 요구하며, 특히 팀 단위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고도의 팀워크도 필수다. 주최 측인 미 육사는 연평균 30개 팀을, 미 해사와 공사, 해안경비대 사관학교와 ROTC는 연평균 20여 개 팀을 참가시킨다. 해외팀으로는 우리나라와 함께 영국, 캐나다, 칠레, 중국, 멕시코, 독일, 라트비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일본 등 11개 팀이 참가했다. 1994년 해외 생도들이 참가한 이후 우승은 앵글로색슨의 독무대였다. 매년 2개 팀을 출전시키는 영국 육군사관학교가 무려 16차례나 우승하며 세계 최강을 자부하고 있고, 그 뒤를 미국 육군사관학교, 호주, 캐나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사는 지난 2013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했다. 첫 대회 참가 성적은 58개 팀 가운데 52위. 육사는 국내 최고의 엘리트 장교 양성 기관임을 자부했지만 미국장교와 교리 군사 영어로 진행 되는 대회 특성상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돌아 왔다. 생도들의 절치부심(切齒腐心) 2013년 첫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육사는 즉각 원인 분석에 나섰다. 학교에서는 미군 교리와 장비로 진행되는 대회 특성상 생도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두 가지 해결책을 내놓았다. 첫째는 육사 자체에서 화랑전투기술경연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생도들의 개인 전투기술과 팀워크 극대화를 꾀하는 방안이었다. 샌드허스트 대회가 첫 시작은 사관생도들의 전기전술 향상을 위한 내부 경연대회였던 것처럼 육사도 이러한 경연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생도들의 승부욕을 자극, 개인 전투기술과 팀워크의 극대화를 꾀하려 했던 것이다. 둘째로 미군과의 교육훈련 협력이었다. 첫 대회의 저조한 성적 원인이 언어적 장벽, 정확히는 군사영어로 진행되는 대회에서의 의사 전달이 어려웠다는 점과 손에 익지 않은 미군 총기와 장비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에 있었다고 지적된 만큼,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혈맹인 미군과 손을 잡은 것이다. 학교 측이 내놓은 이 같은 대안에 생도들도 적극 호응했다. 생도들은 일과 이후 개인 시간과 휴일을 쪼개 체력과 개인 전투기술, 그리고 군사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자율학습을 자처했고, 이를 화랑전술경연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대회를 통해 선발된 각 분야의 우수자들은 대회 직전 3~5일 가량 주한미군 부대를 오가며 군사영어와 미군장비에 대한 특훈을 받았다. 한 해 동안 절치부심한 육사는 2015년 대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12위. 주최국인 미국과 전통적 강자인 영국 등 영미권 국가들을 제외하면 해외 참가국 가운데는 최상위권 성적이었다. 육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생도 교육훈련 시스템을 더욱 다듬고, 미군 교리와 장비 등에 대한 교육훈련과 자체 교리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2사단과 교육훈련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회에는 주한미군 장교들 가운데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샌드허스트 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장교를 멘토로 선발, 대회 참가팀으로 선발된 생도들을 동두천에 있는 캠프 케이시(Camp Casey)로 보내 미군 전술과 장비에 대한 특별훈련을 받도록 했고, 그 결과 올해 육사팀은 샌드허스트대회에서 종합 13위, 실버 메달 클래스(Silver Standard Patches)에서 1위를 하고 돌아왔다. 세계 최정상급 사관생도들의 경연장에서 불과 세 차례 참가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軍 변화를 위해서는 국민 의식 바뀌어야 각국이 샌드허스트 대회에 생도팀을 파견하는 것은 생도들 간의 경쟁을 통해 생도들 개개인의 성취욕을 자극, 체력과 전술적 기량을 향상시키고, 각국의 각기 다른 전술과 최신 전훈(戰訓)을 교류하여 자신들의 전술과 교리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다. 육사 역시 생도들의 성취욕을 자극하고, 해외 생도들 간의 교류를 통해 사관생도들의 질적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이 대회 참가를 결정했을 것이다. 첫 대회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오히려 이것이 육사 생도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절치부심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불과 2년 뒤 육사는 대회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며 상위 성적에 랭크되기 시작했다. 고대 중국 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은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매일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고 한다. 매일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빠른 만큼 현대전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나날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하면 전장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육사는 일신우일신했다. 샌드허스트 대회 첫 참가에서 거둔 저조한 성적에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여 변화를 모색했다. 불과 3년 만에 두 차례나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교육훈련 시스템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전체 생도들의 질적 향상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혁신지향적 사고는 우리 군 전체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미군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다양한 유형의 전장 환경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의 전투를 경험해 본 실전경험이 가장 풍부한 군대다. 그만큼 배울 것이 많다. 육사는 미국의 생도 경연대회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한국화시켜 단기간 내에 사관생도들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냈지만, 매년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야전부대에서는 육사와 같이 빠른 속도로 교리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장교 양성기관인 육사와 달리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다 보면 미군은 한국군의 안전통제와 관련한 불만을 종종 제기한다. 공포탄 사격훈련을 할 때조차 탄피회수에 매달리고, 전차와 장갑차 등은 훈련장 내에서조차 밀폐조종(조종수가 해치를 닫고 전차 내부에서 조종하는 것)을 꺼리며, 기상이 조금만 악화되면 비행 훈련을 취소하는 등 답답할 정도로 안전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전부대도 야전부대 나름의 사정이 있다. 훈련 중 작은 안전사고가 터져도 벌떼처럼 몰려들어 비난하는 언론과 여론을 감당하기 어렵고, 소위 ‘헬리콥터맘’이라 해서 군대에 보낸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일부 부모들이 훈련 중 생긴 물집이나 부상에 대해 국방부나 상급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국제적 수준에서 육사 생도들이 세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에 맞춰 절치부심하며 일신우일신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군이 ‘행정군대’나 ‘전시용 군대’와 같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안전을 실전적 교육훈련보다 절대 상위의 명제로 인식하고 있는 군의 사고 변화도 필요하지만, 군을 ‘안전’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변화와 개혁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전문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국가 안위와 정파의 이익

    민주주의가 만발한 어디서나 권력 쟁취를 둘러싼 정파 간 경쟁은 치열하기 마련이다. 허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가와 대중이 정파적 이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융성과 쇠락이 좌우된다. 플루타르크(46?~120?)의 ‘영웅전’에 나오는 기원전 5세기 초엽 아테네의 한 정황은 이런 예를 잘 보여 준다. 당시 아테네에서 대립하는 정파를 이끈 이는 테미스토클레스(BC 528?~462?)와 아리스티데스(BC 520?~468?)였다. 아리스티데스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존경받았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군사 전략을 갖춘 정치가였다. 둘은 기원전 490년 제2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마라톤 전투에서 활약한 전우이기도 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아테네에 소중한 자산이었다. 민중들은 사안에 따라 이들을 번갈아 지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상대를 꺾으려고 갖가지 정치적 술책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맞서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테미스토클레스는 마라톤의 승리로 교만한 마음을 갖고 있던 민중들을 현혹해 아리스티데스를 도편 투표로 국외로 추방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뒤인 기원전 480년 아리스티데스는 페르시아가 제3차 전쟁을 일으켜 아테네로 침공하면서 다시 귀국하게 된다. 아테네의 자유가 위협받자 테미스토클레스가 정치적 라이벌인 그를 불러들여 참전시킨 것이다. 아리스티데스 역시 국가의 안전을 위해 과거의 숙적인 테미스토클레스를 흔쾌히 도왔다. 특히 아테네가 전 국토를 페르시아 군에 내주고 살라미스 섬으로 피난한 후 오직 살라미스 해전의 승패에 나라의 운명이 걸렸을 때 결정적인 협력을 했다. 아리스티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테미스토클레스, 우리가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누가 더 잘났는지 다투는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둡시다. 이제는 우리가 아테네를 위해 서로 도와야 합니다. 당신은 장군으로서 군대를 지휘하고, 나는 당신을 도와 함께 나라를 구해 내야 합니다.” 그는 페르시아 대군이 아테네 연합 함대를 포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선공(先攻)하도록 추동했다. 정치적 앙숙이던 두 사람의 협력은 살라미스 승전의 밑거름이 됐고, 아테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북한이 연일 핵실험 위협을 하면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정당은 계파의 의석과 권력 투쟁의 셈법에만 몰두하고 안보를 걱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자유통일의 비전은 장기적으로 경제 난국의 해법이기도 하다. 아직도 초당적 협력은 난망한가.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장관 아드님도 울린 ‘군대 고시’

    장관 아드님도 울린 ‘군대 고시’

    군대 가기 힘든 시절, 장관 아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이 군 입대를 위해 6개월간 휴학했다가 입대 기약이 없어 결국 다시 복학했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부친이 경찰조직을 거느린 행자부 장관인데도 그 아들은 의무경찰에 여러 차례 도전하고도 실패했다. 군대 가기도, 의경 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홍 장관은 “아들이 6개월간 휴학하고 입대를 기다렸는데 기약이 없어 복학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홍 장관의 장남(22)은 지난해 휴학하고 의무경찰에 도전했다. 앞서 홍 장관은 지난 1월 “(아들이) 의경 시험을 봤는데 지금까지 네댓번 떨어졌다. 다시 도전해서 되면 다행”이라며 “해병대를 자원해 가라고 했더니 해병대는 경쟁이 더 치열해서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상만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도 저도 안 되면 군대나 가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인기가 많은 공군, 해군, 의경의 경쟁률은 ‘10대1’을 넘기기가 예사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군대 고시’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나마 경쟁률이 낮다는 육군도 입대하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국방의 의무가 평등하다면서도 고관대작 자제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장관 아들마저 군과 의경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정도로 시대가 빠르게 변했다. 홍 장관은 “우리 때는 군대 갈 자원이 넘쳤는데 요즘은 군대 가기도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머리 굳은 꼰대래요…복학생은 웁니다

    머리 굳은 꼰대래요…복학생은 웁니다

    학업·취업 등 의욕은 강하지만 현실은 수업 따라가기도 벅차 64% “혼자 지내는 시간 늘었다” 심리상담 등 대책 ‘걸음마 수준’ “복학하고 대학 동아리방에 갔더니 게시판에 ‘주의 요망-복학생 조○○’이라고 제 이름이 적혀 있는 거예요. 말하자면 뭐 ‘꼰대’ 같은 복학생이다 이런 거죠. 농담이긴 해도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그날 잠이 다 안 오더군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조모(23)씨는 올 2월 전역한 뒤 1개월 만에 학교에 돌아왔다. 2014년 5월에 입대한 것도 빠른 복학을 위한 결정이었다. 취직을 감안할 때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학업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조씨는 지금 학업의 어려움, 단절된 인간관계 등으로 고민 중이다.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동문회에도 나가고 후배들과도 친하게 어울리려고 하는데 ‘내가 불편한 선배인가’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학비도 벌어야 하니 토요일마다 1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임금은 월 35만원에 불과하고요. 자신감이 아주 바닥입니다.” 대학 캠퍼스 문화가 빠르게 바뀌면서 ‘복학생’의 높은 존재감은 점차 과거 얘기가 돼 가고 있다. 예전 복학생들이 ‘A학점 킬러’, ‘생활 능력자’로 후배들에게 대접받았다면 이제는 ‘이방인’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커리큘럼은 빠르게 바뀌고 후배들과의 학점 경쟁도 치열해졌다. 후배들은 ‘눈치 없이 같이 놀려고 한다’고 은연중에 눈총을 주지만 어려움을 토로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20일 “과거에는 복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도 그들을 품어 줄 동아리나 학생 공동체가 많았지만 이젠 개인화된 사회의 풍토가 정착된 대학에서 ‘낯선 선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방대생 박모(24)씨는 이날 “올 1월에 전역했는데 학점을 따기가 힘들어 취직도 못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공대라서 문제 풀이가 많은데 똑같이 공부를 해도 후배들 실력이 더 나은 것 같아요. 한 학기 정도 쉬면서 적응 기간을 가지라던 선배들의 충고를 무시한 게 후회되네요.” 한 사립대 경제학과에 다니는 복학생 전모(23)씨는 “교수님의 강의는 바로 전 학기 내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복학생들에겐 그게 2~3년 전의 일”이라며 “체면이 깎이는 것을 무릅쓰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도와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대 심은정 심리학과 교수팀이 복학생 226명을 조사한 결과 64.2%(145명)의 학생이 “복학 전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학생은 4명 중 1명꼴인 24.8%(56명)였다. 심 교수는 “복학생들이 전역 후 학업에 대한 의욕을 보이는 이른바 ‘군 버프(Buff)’ 시기를 맞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홀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주변에서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대라는 작은 사회를 겪은 복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겪는데, 이런 점이 학교 적응을 한층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복학생들을 위한 심리 상담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서울대가 올 1학기부터 ‘형아가 돌아왔다’라는 이름으로 군 복학생 집단 상담을 시작한 게 최초 사례다. 이지연 서울대 상담원은 “불안감을 느끼는 복학생이 많아 처음으로 집단 상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순한 위스키 인기 ‘골든블루’의 약진

    순한 위스키 인기 ‘골든블루’의 약진

    ●36.5도 골든블루 군납 선정… 임페리얼17·윈저17 탈락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의 3대 위스키로 십여년간 굳어 있던 위스키 시장에 국내 토종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골든블루가 최근 군대 납품 시장을 접수한 데 이어 면세점 시장 진출까지 준비하면서 저물어 가던 위스키 시장을 흔들고 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든블루가 올해 처음으로 군납 위스키로 선정됐다. 국방부 국군복지단이 1년마다 심사해 납품을 선정하는 위스키는 윈저 17, 임페리얼 17, 스카치블루 17, 스카치블루 21, 임페리얼 퀀텀 등 모두 5개였다. 여기에 올해 윈저 17과 임페리얼 17이 탈락하고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와 윈저 21이 새롭게 선정됐다. ●골든블루 상반기 인천·제주공항 면세점 입점 추진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군납 5개 위스키 가운데 유일하게 위스키의 기준으로 꼽히는 40도를 깬 36.5도의 저도(低度) 위스키다. 골든블루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면세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골든블루의 약진은 수년 전부터 시작된 저도주 인기와 같이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와 위스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84만 1155상자(상자당 9ℓ)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출고량은 174만 8000상자로 2008년보다 37.2% 감소했다. ●1분기 위스키 판매 점유율 윈저·골든블루·임페리얼 순 위스키 시장은 줄었지만 저도 위스키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40도 이하 위스키 누적 판매 점유율은 27.6%로 지난해 1분기(16.5%)보다 증가했다. 또 지난해 1분기 누적 판매 점유율 3위(14.4%)였던 골든블루는 올해 1분기 19.8%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2위였던 임페리얼을 올해 3위(16.8%)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 등을 판매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오는 26일 자사 최초로 한국 시장만을 위해 40도를 깬 저도·연산(숙성 연도 표기) 위스키 출시를 알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저도주 인기로 위스키 판매가 줄고 있긴 해도 한국이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으로는 세계 7~8위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저도 위스키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신서유기2 안재현, 구혜선 반한 미모+빈틈 매력 ‘나영석PD 적중’

    신서유기2 안재현, 구혜선 반한 미모+빈틈 매력 ‘나영석PD 적중’

    ‘신서유기2’ 안재현이 방송 첫 회 만에 매력 포텐을 터뜨렸다. 19일 오전 첫 방송된 tvN go 웹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2’에서는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이 새로 합류한 멤버 안재현과 첫 만남을 가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신서유기2’에서 안재현은 큰 키에 작은 얼굴, 새하얀 피부 등 완벽한 꽃미남의 조건을 갖춘 외모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다소 부족한 상식과 엉뚱한 행동으로 ‘신서유기2’ 멤버들과 완벽한 궁합을 이뤘다. 안재현은 ‘평소에 강호동 형을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1박2일’에서 라면을 계속 끓여 드시던 것이 생각난다”고 말한 뒤 “또 폭력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 멤버들을 폭소케 했다. 사자성어를 묻는 질문에 춘하추동이 아닌 “춘하신년”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신서유기2’의 바탕이 되는 고전 ‘서유기’의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자세히 안 봐서”라고 얼버무려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구혜선과 내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안재현은 “결혼 언제 하고 싶냐”는 형들의 질문에 “빨리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안정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서유기2’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안재현의 합류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안재현 씨 캐스팅 비하인드를 물어보더라. 방송을 통해 확인한다면 그 이유를 알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이승기 씨가 군대에 가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이 필요했고, 그런 와중에 안재현 씨를 발탁하게 됐다. 그 친구만의 매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신서유기2’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카카오TV, 다음TV팟, 네이버TV캐스트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방송된다. ‘신서유기2’ TV판은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45분 방송된다. 사진=tvN ‘신서유기2’ 방송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휠체어와 한 팀, 나는 국가대표다

    휠체어와 한 팀, 나는 국가대표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 5일 시작해 17일간 도시를 비추는 올림픽 성화가 꺼지고 나면 또 다른 축제인 리우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곧바로 이어진다. ‘장애인 스포츠의 꽃’ 리우 패럴림픽은 9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같은 장소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경기 이천시 신둔면에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만났다. 51살, 그녀의 첫 번째 올림픽…“탁구는 세상과 날 연결해 준 통로” 18일 오전 10시. 이천훈련원 실내 코트는 이른 시간부터 탁구공 소리로 가득했다. 100평 남짓한 코트 위에 놓인 16개의 탁구 테이블 위에서 공이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오갔다. 사람 말소리보다는 ‘탁탁’ 공 튀기는 소리만 크게 들릴 만큼 분위기가 진지했다. ●마흔 넘어 탁구 시작… 5년 만에 AG 은메달 오른쪽 두 번째 테이블에서 탁구를 치던 대표팀 ‘맏언니’ 강의정(51·여)씨는 중간중간 공을 놓치자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무 살이던 1986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강씨는 마흔이 넘어서야 탁구를 시작했다. 탁구채를 잡은 지 5년 만에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강씨는 “지난 5일 입촌한 뒤 리우 올림픽 공인구로 탁구를 치고 있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공이 잘 안 나가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훈련을 지켜보던 최경식 대표팀 감독은 “강씨가 해당 체급(TT-4)에서 국내 1인자”라며 “나이가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기량이 향상되고 있는데, 특히 순발력이 아주 좋다.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귀띔했다. 강씨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기 때문이다. ●사고 후 20여년 방에서만 지내다 세상 밖으로 경남 함안 출신인 그는 사고 후 20여년을 시골집 방에서 혼자 지냈다. “제가 살았던 곳이 엄청 촌이어서 이웃분들이 다 할머니, 할아버지뿐이었습니다. 친구는 당연히 없었고, 돌봐 줄 사람도 없어 부모님이 농사지으러 나가시면 저를 경운기에 태워 함께 가거나 동생이 업고 밭에 내려 주고 가곤 했어요.” 당시만 해도 TV나 신문에서는 장애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천지에 나 같은 사람은 나 하나뿐’인 줄 알았던 강씨는 인근 도시인 창원에 우연히 나갔다가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을 처음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고 한다. ●탁구 배우며 처음으로 소속감·유대감 느껴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다닌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그때부터 부지런히 복지관에 나갔고, 복지관 친구들이 내게 처음 탁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탁구는 재밌었다. 사실 탁구보다는 탁구를 치며 사람을 만나고, 이들에게 부모님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 얘기들을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곤 했다. 처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유대감과 소속감이 느껴졌다. “사람 만나려고 탁구를 치다 보니 제가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까지 나가게 된 거예요. 몸도 성치 않은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말리셨던 엄마도 (올림픽에 간다고 하니) 네가 그렇게까지 잘했었냐며 대단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의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제가 복지관에서 어깨너머로 탁구를 배워서 기본기가 없어요. 지금 제 머릿속에는 온통 리우 생각뿐입니다. 이제는 국가대표잖아요. 반드시 메달을 따서 집에 올 겁니다.” 60살, 맏형의 마지막 올림픽…“태릉선수촌 못지않은 훈련 견뎌내” 옆 테이블의 정영일(60)씨는 벌써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장애인 탁구계의 ‘베테랑’이다. 부산아시안게임,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정씨는 1980년 군대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쳤고, 재활을 위해 1990년대 초 처음 탁구채를 잡았다. ●예순의 나이에도 ‘세계 10위권’ 유지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예순의 나이에도 세계랭킹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올림픽 메달과는 연이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에요. 런던 대회에서는 4강전에서 떨어졌는데, 너무 창피하고 아쉽더라고요.” 그는 “이번에는 기필코 메달을 따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쉬운 일은 아니다. 패럴림픽 수준이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꾸준히 국제 종합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그는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예전에는 정말 힘센 사람들이 나와서 역도 금메달을 따 가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통하지 않아요. 요즘은 재활 시스템 등 스포츠 과학이 많이 발전했잖아요.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건 분명합니다.” 그는 “우리 훈련량이 태릉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비장애 탁구 선수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경기를 한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다행히 훈련 환경은 예전보다 나아졌다”며 “이천훈련원이 없었을 때는 지방의 체육관을 전전하면서 패럴림픽 준비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한 곳에서 모든 종목 훈련을 할 수 있으니 편하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웃었다. ●리우서 유종의 미 거두고 지도자 되고파 그는 “운동을 시작해 많은 것을 얻었다”며 “리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후 지도자가 돼 내가 얻은 것을 후배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훈련까지 휴식 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그의 휠체어는 다시 탁구장으로 향했다. 라켓을 잡은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글 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장애인스포츠의 메카’ 이천훈련원 이천훈련원은 국가대표 훈련기관인 태릉선수촌처럼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2009년 10월 개관한 장애인 선수 전용 복합 체육관이다. 이동이 불편한 선수들을 위해 한 건물 안에서 훈련부터 숙소, 여가까지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모든 문은 문턱이 없는 슬라이딩도어로 돼 있고, 벽에는 손잡이가,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있다. 현재 외부에서 훈련 중인 사격 대표팀을 제외한 11개 종목 선수들이 입촌해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탁구, 사격, 유도 등에서 집중적으로 메달을 획득해 종합 10위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제15회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 ▲기간:2016년 9월7~18일 ▲출전종목 및 선수단:보치아, 사격, 수영, 유도, 탁구, 역도, 테니스, 휠체어펜싱, 사이클, 양궁, 조정, 육상 등 12개 종목 약 150명 ▲대회 목표:종합 10~12위
  • [자치단체장 25시] 살맛 나는 노후 누리세요… 어르신에 희망 건네는 ‘행복 도시’

    [자치단체장 25시] 살맛 나는 노후 누리세요… 어르신에 희망 건네는 ‘행복 도시’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정치인이 된 것은 말 그대로 운명이었다. 재야 정치인들이 제5공화국 정권에 대항하고자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서 활동한 그는 29세에 강북구에 터를 잡았고, 2010년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강북구를 역사문화도시로 키웠다. 구는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15.7%로 가장 높다. 2033년에는 구의 노령인구 비율이 30.2%로 늘어난다고 서울시는 전망한다. 늙어가는 서울에서 가장 빨리 늙는, 서울의 목 주름과 같은 강북구를 ‘어르신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박 구청장의 목표다. ●서울 자치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 가장 높아 지난달 15일 끝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박 구청장은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때 그의 아들이 중학교 학업을 1년 중단하고 프로 입단을 꿈꾸었던 탓이다. 프로기사를 목표로 매일 허장회 바둑도장에 가서 하루 12시간씩 바둑만 두던 아들은 어느 순간 스타크래프트란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구글이 바둑에 이어 알파고가 인간과 대결할 종목으로 꼽은 인기 게임이다.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가출한 아들을 찾으러 동네와 이웃동네 PC방을 샅샅이 훑었던 그는 아버지로서도 답답한 세월을 겪었다. 사회민주화 운동가로 아스팔트를 뛰어다니는 중이라 애가 더 탔었다. 게임 실력 또한 바둑 못지않게 대단해서 그의 아들이 가출했을 때 강원도의 한 여대생이 ‘아드님이 대신 키워 주던 스타크래프트 아이템이 죽게 생겼다’며 찾아 나설 정도였다. 장래희망을 프로 바둑기사에서 프로게이머로 바꿨던 아들은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너무 짧다’며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진학 공부를 시작했다. 머리를 빡빡 깎고 공부에 몰두한 아들은 서울대에 합격해 현재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바둑에는 복기가 있지 않은가. 경기가 끝나고서 바둑돌을 하나씩 다시 두며 복기를 하면 바둑판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온다. 바둑을 두면 선생님의 칠판 글씨나 책 내용이 바둑판을 한 방에 기억하듯 머릿속에 사진처럼 남는다”며 아들의 명문대 입학 비결을 설명했다. 프로 바둑기사와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방황하다가 학업으로 방향을 튼 아들의 방황을 지켜본 박 구청장이 만든 것이 바로 ‘꿈나무키움장학재단’이다. 꿈나무키움장학재단은 음악, 미술, 공부, 무용 등 어떤 재능이든 꽃을 피울 때까지 지원한다. 꿈나무 장학생은 2013년 처음 선발해 올해 4기를 뽑았다. 1년간 300만원 내에서 학원수강료, 대회참가비, 물품 구입비 등을 지원하며 재심사를 받으면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장학생들은 재능 분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합격해 강북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로 컸다. ●‘중2병’ 사춘기 위해 엄홍길 산악대장과 등산 강북구만의 또 다른 교육사업으로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청소년 희망원정대’가 있다. ‘중2병’으로 불리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 60명과 함께 엄 대장이 한 달에 한 번씩 일 년간 산을 탄다. 여름과 겨울에는 캠프에 참여하고, 캠프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은 엄 대장과 히말라야에도 함께 간다. 박 구청장은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 지난 3월 초 세 번째로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그에게 엄 대장은 ‘정말 고마운 분’이다. 한 학부모로부터 우연히 엄 대장이 강북구민이란 이야기를 들은 그는 삼고초려 끝에 엄 대장을 강북구 홍보대사로 임명할 수 있었다. 서울시 25개 구의 구청장 가운데 최고의 ‘술 대장’으로 알려진 박 구청장은 소주잔을 밤새도록 기울인 끝에 엄 대장을 설득했다. 엄 대장은 이번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박 구청장 얼굴이 아른거려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히말라야 등반길에 4000m 고지까지 오른 박 구청장은 의료봉사와 휴먼재단의 학교 건립에도 참여했다. 네팔의 포카라시와 강북구는 결연을 맺은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네팔에서는 한 번도 병원에 못 가 보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거기서 대자연의 웅대함을 맛보고 네팔의 교육 환경과 삶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자연스레 깨우치게 되지요.”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거름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그는 군대에 있었다. 박 구청장의 많은 친구가 전남도청으로 달려가 시청을 계엄군으로부터 사수하려다가 사망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덕분에 매일 시국 토론을 하던 그의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넘어서 발전하려면 민주화가 필연적이란 생각에 그는 서울로 왔다. 최루탄 냄새가 매캐한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민추협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언제나 담당 경찰이 한 명씩 붙어 다녔다. 1987년 평화민주당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한 그의 가장 큰 정치 스승은 다산 정약용이다. 국내 최고의 다산 연구로 인정받는 박석무 전 국회의원과 함께 학원비리 해결에 앞장서면서 자연스럽게 다산의 사상에 젖어들었다. 올해는 다산 180주기다. 그는 구청장이 되자마자 강북구에 ‘다산 아카데미’를 만들어 매년 100여명의 시민들에게 다산 정신을 심고 있다. ‘다산 아카데미’는 벌써 6년째 운영 중으로 올해 11기 교육생을 배출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주민교육 프로그램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산이 공직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공렴(공정+청렴)이었다. 박 구청장은 지난 3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시민도 익명으로 공직자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레드 휘슬’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무원으로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데 둔감할 수 있어요. 깨끗한 공직사회에서 국민은 희망을 찾게 됩니다.” ●구 계약업체 대표와 직접 통화하는 ‘옴부즈맨’ 박 구청장은 구와 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와 직접 통화해서 계약 관계를 확인하는 ‘구청장 옴부즈맨’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공무원들이 친절했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행정서비스는 잘 받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을 구청장이 나서서 전화통화로 일일이 조사한다. 구청의 일을 맡아 주어 감사하다는 표시를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점을 찾아낼 생각이다. 대화 내용 말고도 목소리를 통해 느끼는 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꼭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산 덕분에 강북구가 노인들의 천국이에요. 어르신들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고, 희망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 강북구입니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강조하는 청결강북운동에 앞장서서 봉사하는 이들도 노인들이다. 강북구 노인지회는 두부공장을 차려서 ‘어르신 두부’를 판매한다. 박 구청장은 전날 고주망태가 되어도 다음날 새벽에는 북한산 자락을 타면서 주민들과 인사한다. 구청장이 이동식 민원창구다. 인근의 도봉구와 성북구도 북한산과 이어지다 보니 도봉구청장과 성북구청장은 그의 덕을 자주 본다. ‘구청장입니다’라고 등산 인사를 건네면 도봉구나 성북구 주민들도 ‘우리(도봉·성북) 구청장이 정말 부지런하구나’라고 오해를 한다. 역사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다. 근현대사기념관 설립과 4·19혁명 국민문화제 개최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가진 구청장협의회에서 박 구청장은 ‘환구단 복원운동’을 제안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환구단은 제후가 아닌 황제만의 특권으로 중국과의 단절과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만큼 살려야 한단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앞에 남아 있는 3층짜리 팔각 건물은 실은 환구단이 아니라 부속 건물인 황궁우로, 일제가 1913년 조선호텔을 지으면서 환구단을 허물었다. 환구단 복원은 자주독립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란 꽃을 정성스레 키우면 대한민국은 243개(기초 226+광역 17)의 꽃이 만발한 국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박 구청장의 지방자치 철학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송중기 팬미팅, 박보검 이광수 자리 빛내 “군대 있을때 전화해서..” 감동

    송중기 팬미팅, 박보검 이광수 자리 빛내 “군대 있을때 전화해서..” 감동

    배우 송중기가 팬미팅을 팬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17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송중기 팬미팅은 ‘우리 다시 만난 날’이란 주제로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송중기 팬미팅에는 송중기 공식 팬클럽 ‘키엘’ 회원을 비롯한 4000여 명의 팬이 참석했다. 송중기는 이번 팬미팅에서 팬들과 같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구성했다. 그는 팬들에게 전하는 손 편지를 낭독하며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게 된 것을 언급하며 “두 번째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모든 순간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혀 진솔한 매력을 더했다. 이밖에도 이날 팬미팅에선 송중기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에서 선물을 제공했고, 다양한 이벤트 선물들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송중기는 직접 노래를 부르며 팬들에게 달콤한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고, 깜짝 손님으로 박보검 이광수 등이 찾아오기도 했다. 박보검은 송중기에 대해 “감사했던 적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형이 군대에 있을 때 직접 전화를 해서 제게 힘든 적이 없냐고 물어보며 조언해주셨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절친 이광수는 “진짜 의리있는 친구란 건 누가 뭐래도 제가 보장합니다”라고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태양의 후예’ OST를 부른 가수 거미도 참여해 ‘유 아 마이 에브리띵(You are my everything)’을 열창하기도 했다. 송중기는 국내 팬미팅을 기점으로 ‘2016 아시아투어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블로썸 엔터테인먼트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우! 지구촌] 술 못마시는 사우디 청년들, 뭐하고 놀까?

    [나우! 지구촌] 술 못마시는 사우디 청년들, 뭐하고 놀까?

    요즘 중동에선 '바릅스'(Barbs)라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2000만 회를 넘긴 뮤직비디오에선, 힙합과 아랍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음악에 맞춰 젊은 사우디 아라비아 댄서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사우디의 힙합이라고 하면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지만 분명 힙합에서 말하는 스웨그(허세를 부리듯 자유분방한 스타일)가 있다. 특히 발과 몸을 정면에서 비스듬히 돌린 다음 상체를 약간 뒤로 한 채, 가슴부터 웨이브를 타며 옆으로 이동하는 동작을 아랍의 젊은 세대들이 너도나도 따라 추고 있다. 바릅스는 ‘단정치 못한’ 또는 ‘지저분한’이라는 뜻으로, 이 춤 동작에 붙여진 이름이 되었는데, 아랍 청년들 사이에서 자신이 춘 바릅스를 영상으로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그러나 사우디의 보수적 비평가들은 춤 동작이 ‘외설적’이라며 바릅스를 추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군인 두 명은 군복을 입고 바릅스를 춘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체포됐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아부다비 정부는 이들이 제복과 군대에 대한 경의를 져버렸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전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여자가 남자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안무가 있는데, 만약 싸이가 아랍인이었다면 글로벌 스타 싸이는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듯 보수적인 아랍국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인, 술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우디의 청년들은 대체 뭘 하고 노는 지 궁금해졌다. 끽해야 시샤(물담배)나 피고 사막에서 사륜 바이크나 탈 것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사우디 청년들은 위험천만한 놀이 문화에 빠져 있다. 바로 훔친 차량으로 폭주하는 조이라이딩(joyriding)과 드리프트(drift)이다. 드리프트는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아 뒷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운전 기술로, ‘스턴트’에 가까워 자칫하면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 쉽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경찰은 올 들어 드리프트를 한 운전자 90명을 체포하고 차량 79대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인 드리프트를 하다 경찰에 걸리면 징역은 물론이고 태형도 받는다. 지난해 드리프트를 했다가 징역 6년에 태형 600대를 선고 받은 경우도 있다. 미국의 파스칼 메노레 교수는 폭주나 드리프팅이 불법이면서 위험한데도 사우디 청년들에게 왜 인기 있는 오락거리인지 이해하기 위해 리야드에 머물면서 이를 연구했다. 이와 관련해 그가 낸 책에 따르면 조이라이딩은 차가 있는 부유한 청년에게만 국한되지 않았고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도 가담했다. 차를 훔쳐 도시의 도로에서 드리프팅을 하는 특별한 이유를 가진 청년은 없었다. 그는 젊은 사우디인들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달리는 현상은 개인적인 원인이 있다기보다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사회의 강압적인 배제의 결과라고 결론 지었다. 흔하진 않지만 사우디 전통 의상인 흰색 토브가 아니라 민소매에 배기바지를 입고 스냅백을 쓴 청년들을 보거나, 유튜브에서 아랍어로 랩을 하는 사우디인들의 뮤직비디오를 발견했을 때 사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힙합이 억압받는 상황에서 탄생한 표현주의 음악이라는 걸 생각하면 사우디의 젊은 세대에서 힙합이 싹 틔우고 있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신서유기2 안재현, 나영석 PD “세금, 군대, 여자, 도박 문제없나” 팀킬

    신서유기2 안재현, 나영석 PD “세금, 군대, 여자, 도박 문제없나” 팀킬

    ‘신서유기2’ 안재현이 나영석 PD의 까다로운(?) 면접을 통과하고 새 멤버로 합류했다. tvNgo 새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2’에 새 멤버로 합류한 안재현이 사전 미팅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15일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된 ‘신서유기2’ 10분 프롤로그 영상에는 새 멤버로 합류한 안재현의 사전 미팅 현장이 담겨있다. 사전 미팅 당일 안재현은 ‘신서유기2’ 제작진과 만나는 자리에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들고 나타나 “오늘 바로 가는 줄 알고 짐을 챙겨왔다”고 말하며 ‘허당’ 매력을 드러냈다. ‘신서유기2’ 나영석 PD는 안재현에게 간단한 면접을 보겠다며 “세금은 잘 냈나, 군대는 다녀왔나, 여자 문제는 어떤가, 도박은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는 ‘신서유기’ 원년 멤버인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이 휩싸였던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신서유기’는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를 재해석한 나영석 PD의 웹 전용 콘텐츠다. 안재현이 새롭게 합류한 ‘신서유기2’는 19일 오전 10시 티빙과 네이버 TV캐스트 등을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 동시 공개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호부견자(虎父犬子)…아우렐리우스의 못난 아들 콤모두스

    ​ '명상록'의 저자 철인 황제 ​수많은 로마 황제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아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일 것이다. 그가 남긴 '명상록' 덕분이다. 200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아직도 서점에서 꾸준히 나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황제 이전에 한 철학자로서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사색으로 일관한 '명상록'은 역설적이게도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에서 쓴 것이다. ​금욕과 절제를 주장하며 수많은 명언이 담겨 있는 그의 '명상록' 12편은 철학자로서의 그의 사상이 잘 나타나 있으며, 로마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고귀한 영혼의 진지한 외침'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명상록의 한 구절을 놓는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자주 품는 생각으로 물들게 마련이다." 40살에 황제에 오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20년 동안 전쟁터를 누비다가 삶을 마감했는데,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 '명상록'이 되었다.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더 많은 저작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철인 황제의 전범 같은 사람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시대와 계급을 잘못 타고난 철학자였다. ​그의 치세 20년 동안 제국의 각 변방에는 끊임없이 병화가 치솟아올랐다. 즉위 초년에 아시아 대륙의 파르티아 제국이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어서 게르마니아, 히스파니아, 북부 아프리카 등에서도 전쟁과 반란의 횃불이 차례대로 타올랐다. 이리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재위 20년은 전진 속에서 지고 샜다. ​그는 자신의 죽음도 군막 안에서 맞았다. 180년 3월 초, 도나우 강변의 군사기지였던 빈도보나(현재의 빈)에서 곧 재개될 2차 게르마니아 전쟁을 준비하던 중 지병이 악화되며 삶을 마감했다. 그는 평생 병을 달고 산 병골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유언을 끝낸 후 약과 곡기를 ​일절 끊었다.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회생의 가망이 없는데도 목숨을 연장하는 것은 수치라고 로마인들은 생각했다. 곡기를 끊은 지 나흘 만인 3월 17일 철인 황제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향년 59세. 생일을 한 달 앞둔 시점이라고 한다. 황제가 된 후 19년을 오로지 전장에서 보냈던 그는 기질과는 참으로 다른 삶을 산, 어찌 보면 불행한 사내였다. 5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그의 죽음을 끝으로 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끝났으며, 어지러운 군인황제 시대가 찾아왔다. 군이 권력을 잡는 시대는 난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 5현제 시대와 군인 황제 시대에 징검다리를 놓은 인물이 바로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은 그의 아들 콤모두스였다. 그런데 철학자의 아들이 그렇게 천하의 망나니인 줄은 세상 사람들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콤모두스가 즉위 초부터 망나니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크고 작은 실정을 되풀이하는 정도의 암군(暗君)이었는데, 몇 년 뒤 황제의 암살 미수사건이 터졌다. 놀랍게도 주모자는 의타심 많았던 콤모두스가 가장 의지하고 따르던 큰누나 루킬라였다. 사건 연루자들은 모두 재판도 없이 처형되었고, 루킬라는 카프리 섬으로 귀양갔다가 도착 직후 살해되었다. ​이 사건이 콤모두스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아 잔인하고 의심 많은 사람으로 돌변케 했다. 조금만 의심이 가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모두 죽였다. 유능한 장군과 정치인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자연 민심은 차갑게 식어갔고, 원로원과의 관계도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여기서 마침내 한 사건이 터졌다. 사건이라기보다 이벤트라고 해야 하나? ​콤모두스는 병약했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는 달리 체격이 건장했고, 무술도 뛰어났다. 프로 검투사와 맞설 정도였다. 그래서 약골이었던 아버지를 경멸하면서, 자기 친아버지는 유피테르 신이며, 자신은 그 아들 헤라클레스의 환생인 '로마의 헤라클레스'라고 떠벌이기까지 했다.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그는 자신의 용맹, 호방함을 과시하기 위해 검투 시합에 열중했다. 문제의 이벤트는 콤모두스가 31살 때인 192년 콜로세움에서 있었다. ​ 이날도 콤모두스는 자신의 무술을 뽐내기 위해 원로원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조와 대결하는 시합에 나섰다. 엄청난 덩치의 타조가 콤모두스를 향해 돌진해왔고, 콤모두스의 칼이 한순간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타조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콤모두스는 득의 만면한 표정으로 원로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씨익 웃었다. 마치 까불면 너희들도 이 타조 꼴이 될 줄 알라는 듯이. ​어찌 보면 섬뜩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이런 사건이 고대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사자성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막참타수(莫斬駝首; 타조 머리를 함부로 베지 마라. 자신의 목이 떨어진다). 콤모두스의 암살은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2년 12월 31일에 결행되었다. 여기에도 또 미스터리가 도사리고 있다. 암살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암살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모두 황제의 최측근으로, 애첩인 마르키아와 침실 담당 노예, 황제의 레슬링 코치였다. 자객은 레슬링 코치인 나르키소스였다. 욕실에서 목욕하고 있는 황제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세 사람 모두 황제 콤모두스 옆만 지키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데 대체 왜 황제를 죽였을까? 원로원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포악한 황제가 언제든 자신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먼저 선수를 친 것인지도 모르고, 우국지정에서 한 거사였는지도 알 수 없다. 암살 후 이들이 보인 행동을 살펴보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콤모두스가 숨진 것을 확인한 후 지체없이 근위대장을 불러 사태를 설명했다. 근위대장은 역시 그날 밤으로 원로원 실력자들과 협의를 끝내고 후임 황제도 결정했다. 그리고 콤모두스의 주검은 시트에 싸여 황궁 밖으로 조용히 옮겨져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묻혔다. 마치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듯했다. 게다가 암살 모의자 세 사람은 그날 밤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에도 그들이 처벌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근위대장에게 비밀리에 살해되었는지, 아니면 근위대장의 통행증을 얻어 세 사람의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역사에서 완벽히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콤모두스는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의 손에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을 때는 주위 사람들과 로마인들이 모두 슬퍼했지만, 콤모두스가 죽었을 때는 눈물 흘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부견자(虎夫犬子·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콤모두스. 어떻게 보면 철학의 빈곤이 그의 비참한 최후를 예약했다고 할 수도 있다.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셈이다. 원로원은 끔찍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재빨리 전 황제 콤모두스를 기록말살형에 처하기로 결정했다. 콤모두스가 암살됨에 따라 군대가 실권을 잡아, 로마 제국은 군인에 의해 황제가 옹립되는 '군인황제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콤모두스가 살아 생전에 경멸했던 아버지의 '명상록'에서 다음 한 구절을 읽고 새기기만 했어도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 몫으로 주어진 것들에 적응하고 운명으로 엮여진 사람들을 사랑하라."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美 “韓국정교과서, 학술 자유에 우려 키워”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독재 정권이 정치적 탄압을 계속하고 정치적 반대를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등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국정교과서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쿠바와 중국, 이란 등과 함께 독재 정권으로 지칭하면서 “북한은 김씨 일가가 60년 넘게 이끌고 있는 독재국가”라며 “주민들은 이런 정부를 바꿀 능력이 없으며 북한 당국은 언론과 집회, 결사, 종교, 이동, 노동의 자유를 부정하는 등 주민들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엄혹하게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열악하다’를 시작으로 ‘개탄스럽다’ ‘암울하다’에 이어 지난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으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평가 자체를 내리지 않았다. 특히 “북한 당국은 생존 조건이 잔혹하고 수용자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며 살아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치범 이외에 일반 시민도 공개 처형을 당한 사실을 추가했다. 한국과 관련해 “주요한 인권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법, 인터넷 접근 제한,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 군대 내 괴롭힘과 (신병) 신고식 등”이라고 지적하면서 국정교과서 문제를 새로 거론했다. 국무부는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중·고등학교가 역사 교과서를 채택할 권리를 끝내려는 정부의 계획은 한국의 학술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군함 9m 앞 스치듯… 전투기 ‘모의 공격’ 훈련한 러

    러시아 전투기가 발트해에서 훈련 중인 미국 구축함에 근접 비행하며 위협했다고 AP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동유럽에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갈등이 이번 사건으로 더욱 고조될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SU24 전투기 2대와 KA27 헬기 1대는 지난 11~12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로부터 70해리 떨어진 발트해 수역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쿡에 근접해 비행했다. SU24 전투기 2대는 고도 30m를 유지하며 도널드쿡함에 1㎞ 이내로 다가갔으며 특히 12일에는 순간적으로 9m 이내로 근접해 함정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KA27 헬기는 도널드쿡함에 가까이 접근해 사진 촬영을 했다. 당시 도널드쿡함에서는 폴란드군의 헬기가 갑판 상륙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도널드쿡함의 함장은 러시아 전투기가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았으나 그들의 비행은 “모의 공격”으로 간주될 만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러시아의 불안전하고 비전문적인 비행 작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양국 간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고 자칫 오판 또는 사고로 이어져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SU24 전투기는 시험 비행 중이었으며 모든 안전수칙을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유럽에 군비를 증강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발트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은 2014년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자 미국과 나토에 군사 지원을 요청해 왔다. 이에 미국과 나토는 동유럽 국가에 군대를 상시 주둔시키고 합동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 BBC는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비행을 통해) 러시아는 고분고분하게 있지 않겠다는 자세와 군사력을 과시하려 했다”고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IoT 워킹맘·AI 교수님·나노 과학자… 비례 1번은 이공계 여성

    IoT 워킹맘·AI 교수님·나노 과학자… 비례 1번은 이공계 여성

    살신성인 군인 이종명 국회로… 김종인은 비례로만 5선 눈길 4·13 총선 정당투표 결과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17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 13명, 정의당은 4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하게 됐다. 새누리당에서는 비교적 취약 분야로 꼽히는 여성계와 노동계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게 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여야 3당 모두 비례대표 1번에 이공계 출신 전문가를 내세운 점은 ‘공통분모’로 꼽힌다. ●새누리 임이자·문진국 노동개혁 첨병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 당선자인 송희경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은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기술의 전문가다. 두 자녀를 둔 28년차 ‘워킹맘’이기도 하다. 군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하게 된 이종명 예비역 육군대령은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부상한 후임병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살신성인’의 표상이다. 김규환 국가품질명장은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명장 칭호를 받은 ‘인간 승리’의 상징이다.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과 한노총 산하 문진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나란히 금배지를 달았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 역점 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첨병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논란 당시 전면에 나섰던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비롯해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프로 바둑기사인 조훈현 9단,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종석 원장,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당초 당선 가능권으로 예상됐던 조명희 경북대 항공위성시스템 교수와 김본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 등은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예상을 밑돌면서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됐다. ●더민주 문미옥·이철희 등 親文 가장 눈에 띄는 당선자는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지난 11·12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각각 전국구 혹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데 이어 비례대표로만 5번째 국회 진출이다. 비례대표 1번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관심이 높아진 인공지능(AI)의 기초학문인 수학 전문가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지금 시대가 옛날이랑 다르다. 앞으로 세계 경제 상황이 인공지능 이런 쪽으로 간다. 컴퓨터나 수학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서 그분(박 교수)한테 사정해서 모셔 온 것”이라며 1번으로 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운열(4번) 서강대 석좌교수 역시 김 대표의 권한으로 비례대표에 배정됐다.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이철희 당 전략기획본부장,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 등은 모두 문재인 전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 시절 영입한 인사들이다. 이 외에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 이용득 전 최고위원 등도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김현권(6번) 전 의성군한우협회장은 서울대 천문학과 운동권 출신으로 학생운동을 하다가 2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당 기여도를 인정받아 비교적 상위 순번에 이름을 올렸던 당의 김성수 대변인과 송옥주 홍보국장도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김 대표와 가까운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15번)는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민의당 채이배·이상돈 등 安측근 과학기술인을 최우선으로 두는 동시에 안 대표 측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발을 들여놨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30여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한 나노·융합기술 분야 여성 과학자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1998년 한국과학상을 수상하는 등 고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는 여성이자 청년 벤처창업가로 ‘깜짝 발탁’됐다. 김 대표는 ‘허니버터칩’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개혁 전문가로서 20대 국회에서 안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 연구위원과 함께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박선숙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김삼화 변호사 등은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주현 변호사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국면 초기에만 해도 당선권에 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11~13번도 당 지지율이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탄 덕분에 금배지를 달게 됐다. 장정숙 전 서울시의원, 이동섭 서울시태권도연합회장, 최도자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장 등이 대상이다. ●정의당 시민단체 활동 주도 윤소하 당초 비례대표 5석 이상을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번 이정미 당선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정의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전보정의당 시절에도 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종대 전 디펜스21 편집장은 군사·국방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언론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추혜선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무상급식을 비롯한 시민단체 활동을 주도해 온 윤소하 전남도당위원장 등이 비례대표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유튜브 화제 ‘소매치기 검거한’ 상주 상무 축구선수단

    유튜브 화제 ‘소매치기 검거한’ 상주 상무 축구선수단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 선수들이 소매치기를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당시 이들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2일 경찰청 유튜브 채널에는 ‘소매치기범, 뜻밖의 1패’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주인공은 상주상무 소속인 이용, 박진포, 김성환 상병과 김성주, 김성준, 이경렬, 조영철 일병 등 7명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자전거를 끄는 할머니에게 접근한다. 그는 할머니의 자전거를 봐주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 이후 할머니의 자전거 앞 바구니에 있던 가방을 훔쳐 달아난다. 이때 그의 범행을 목격한 도로 건너편에 있던 이용 외 7명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순식간에 모두 범인을 추격한다. 상주 상무 구단에 따르면 선수들은 지난 3일 문경 시내로 외출을 나갔다가 우연히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범인을 100여m 추격한 끝에 붙잡아 경찰에게 넘겼다. 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최진혁 시민 역시 소매치기범의 도주로를 차단하는데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선행은 군복 좌측에 ‘국군대표선수’라는 부착물을 기억하고 있던 경찰이 부대에 확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모두 멋지다”,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경 경찰서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선수들에게 범인 검거 공로로 각각 감사장과 선행상을 수여했다. 또 부대는 표창장을 수여하고 포상 휴가를 제공했다. 사진 영상=경찰청(폴인러브)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용인서 ‘동성애 옹호 후보 18명 명단’ 유인물 뿌려져

    13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한 아파트 단지 내 우편함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동성애 옹호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대거 살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기흥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이상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꽂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유인물은 이 아파트 전체 8개 동 가운데 7개 동 대부분 가구 우편함에서 발견됐다. 유인물에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동성애, 간통, 이슬람IS 세력을 막아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투표용지 2장 중 정당을 찍는 비례대표에는 [기호 ○번 ○당]을 반드시 찍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문구 밑으로는 ‘동성애 옹호·조장 낙선 대상자’라는 제목과 함께 이유와 낙선 대상자 18명의 성명 및 지역구를 적은 표가 실렸다. 표에 거명된 낙선 대상자는 ‘동성애를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시킨 차별금지법안 대표 발의자’ 2명,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군형법 제92조 개정안 발의자’ 13명,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개정 반대 활동 의원’ 2명, 동성애 옹호 활동 1명 등이다. 경찰은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유인물을 수거하는 한편,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유인물 배포자를 쫓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 명칭이 포함된 인쇄물을 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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