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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라덴의 어머니 “우리 아들은 착한데 주위 사람들 때문에”

    빈 라덴의 어머니 “우리 아들은 착한데 주위 사람들 때문에”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7년 만에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은 착했는데 주위의 이상한 사람들이 바꿔놓았다.” 여느 세상의 어머니와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아들을 추억했다. 2001년 9·11 테러를 기획하는 등 전 세계 수많은 테러를 획책했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어머니 알리아 가넴이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아들이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군 네이비실에 사살된 지 7년 만이다. 인터뷰는 제다에 있는 빈 라덴 가문 자택에서 진행됐다. 그녀는 아들이 수줍고 “착한 아이”로 자라났는데 대학에 가서 “세뇌를 당해” 그런 끔찍한 일을 꾸몄다고 변호했다. 가족들이 빈 라덴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나기 2년 전인 1999년 아프가니스탄에서였다. 그는 당시 1980년대 옛소련 군대에 짓밟힌 아프가니스탄을 돕겠다며 그곳에 있었는데 이미 그 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테러 음모를 구상하고 있었다.가넴은 아들이 지하디스트 전사가 됐다는 것을 안 뒤 어떤 느낌이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엄청 화가 났다. 난 이런 일이 벌어지길 원치 않았다. 왜 그가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내던지려 했는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아들이 공부하면서 연루된 무슬림 형제단 조직이 일종의 컬트 집단 같았다고 했다. 빈 라덴은 압둘아지즈 대학 재학 중 무슬림형제단을 이끌던 압둘라 아잠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빈 라덴 가문은 사우디에서 미국에 유착해 건설업으로 돈을 모은, 영향력 강한 가문이었다. 아버지 모하메드 빈 아와드 빈 라덴은 그가 태어난 지 3년 뒤 가넴과 이혼했고, 50명 이상의 자녀를 뒀다. 9·11 공격 이후 가족은 사우디 정부의 감시를 받고 여행이나 이동에 제한을 받았다. 마틴 출로프 가디언 기자는 사우디 왕가가 이번 인터뷰를 허락한 것은 일부에서 의심하는 사우디 왕가 배후설을 일축하고 빈 라덴이 가문에서나, 왕가에서나 ‘돌연변이’란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그의 동생들 하산과 아마드도 인터뷰에 등장하는데 둘다 9·11 테러를 형이 기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아마드는 “막내부터 제일 위 형까지 우리 모두 그가 부끄러워졌다. 우리 모두 끔찍한 후폭풍에 휘말려들 것이란 것을 예감했다. 해외에 있던 가족 모두 귀국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 어느 어머니든 자식 문제에 대해선 객관적이 될 수 없다”며 9·11 테러 이후 17년 동안 어머니가 아들의 잘못을 “부인”하며 주위의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빈 라덴의 아들 함자다. 아버지의 죽음이 확인되자 복수를 결심하고 알카에다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하산은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을 때 함자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같은 일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함자가 지금 내 앞에 있으면 신이 널 인도하고 있으니 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아버지의 뒤를 밟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비양심 대결’ 아닙니다… 강제에 대한 거부죠”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비양심 대결’ 아닙니다… 강제에 대한 거부죠”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은 합헌이지만,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제19조)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한 해 500여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행이 아닌 대체복무를 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에 대한 사회적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체복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병역거부로 수감 생활을 한 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돕는 데 앞장서 온 임재성(39) 변호사와 이용석(39)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를 만났다.→병역거부를 하게 된 동기는. -임:학교 다닐 때부터 거창한 평화주의 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거부 계기는 2004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그때 ‘명분 없는 전쟁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사회적으로도 파병의 정당성 논란이 뜨거웠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망설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군인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부 자체도 중요한 운동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어떤 분들은 어릴 때 크게 다쳤거나 학대를 당했다든가 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군에 가는 것은 (이라크 파병 같은 걸) 내가 지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점점 깊어지게 했던 것 같다. -이:저도 이라크 파병 이슈가 불거지면서 병역거부 생각을 굳힌 것 같다. 그에 앞서 오태양씨가 처음으로 종교적 이유가 아닌 평화주의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 선언을 하는 걸 보며 ‘(병역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솔직히 군대에 가기 싫은 마음이 있었지만, 군대에 갈 이유를 도저히 찾기 어려웠다.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 있다고 걱정했지만, 부모님도 특별히 입영을 강요하지는 않으셨다. 요즘은 세월호 참사나 용산 철거민 참사를 계기로 국가와 국민 생명에 대해 고민하고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란 단어 사용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는데. -임: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는 금방 느낌이 오지만 양심의 자유는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양심의 자유는 헌법 19조에 따른 권리로 법률상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양심의 자유는 양심에 반하는 외부의 강제를 거부하는 자유다. 외국과 달리 우린 그동안 양심에 따른 거부 경험이 없었다. 법률에 있음에도 그동안 한국 사회에선 활용되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한국 사회가 최초로 경험하는 대중적 권리일 수도 있다. -이:‘그러면 군대 가는 사람은 양심이 없는 거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국회의원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이 ‘양심 대 비양심’ 구도로 몰고 간다. 이들은 헌재가 표현을 잘못 쓰고 있다고까지 비난한다. 하지만 군대는 자기 양심에 따라 거부할 수도 있고, 자진 입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강철민이란 병역거부자는 “지금은 양심에 따라 거부하지만, 외적이 쳐들어오면 자진 입대하겠다”며 선택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임:병역거부자들이 꼭 양심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신념의 자유로 바꿔도 되지만 양심의 자유가 헌법상 권리이기에 쓰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2000년대 이후 법원과 정부 등이 양심을 사회적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헌재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법 조항에 대해 ‘양심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한 것은 병역법이 처음이다. 1991년 언론사의 명예훼손 기사에 대해 사죄 광고를 내도록 한 법률 조항이 양심의 자유 침해라며 위헌 판단을 내린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언론매체가 대상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도입될 대체복무 기간과 복무영역, 복무강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임:얼마 전 전쟁없는세상 등 5개 시민단체가 논의해 시민사회안을 제출했다. 복무기간은 현역의 1.5배 이하면 현역과 대체복무가 공존할 만한 의미를 충족한다고 본다. 일부 정치인이나 단체에선 현역의 2~3배까지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대체복무라기보다는 처벌이나 징벌에 가깝다. -이:대체복무 도입은 국방이나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꼭 총을 들고 철책선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재난구호나 사회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중증환자나 치매환자 간병, 의무소방대원 근무 등이 대표적이다. 합숙 유무는 업무나 복무기관 성격에 따라 정하면 된다. -임:힘들고 어렵게 만들어야 기피 수단이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너무 징벌적으로 설계하면 대체복무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형평성을 고려해 설계한 뒤 연 1000명 정도 쿼터를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지원자가 넘쳐 문제가 크면 그때 복무 기간이나 강도를 조정하면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입증이 쉽지 않을 텐데. -임: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하지만 저와 이용석 활동가처럼 종교 이외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도 꾸준하다. 종교인의 경우 대부분 종교활동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반면에 다른 거부자들은 자신이 가진 신념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른 여러 나라들도 이 문제로 도입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적극적 심사의 한계를 깨닫고 소극적 심사로 방식을 바꿨다. 독일도 처음엔 고난도의 논리 게임을 도입해 심사했는데 고학력자나 머리 좋은 사람이 주로 선정되고, 하위 계층은 탈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내면 경험이나 신념을 언어화하는 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중엔 엽서만 보내면 됐다. 대신 복무 기간을 길게 해 불이익을 줬다. 우리도 대체복무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할 텐데 이런 점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국에서도 베트남전 발발 후 고학력자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많이 나섰다. 반면 하위 계층은 전쟁에 반대하면서도 그대로 입영했다가 수많은 살상을 겪고 탈영했고, 처벌받은 병사가 많았다. 병역거부 신청제도 자체를 몰랐고, 관련 정보나 네트워크 접근이 어려웠다. 우리 사회에서도 카투사 입대나 각종 병역 특례의 경우 서울의 4년제 대학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정보나 네트워크 접근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평화단체 ‘전쟁없는 세상’은 “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 사회 곳곳서 비폭력 운동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리다가 이번에 불합치 판단을 한 것은 국가 안보와 병역, 양심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그동안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고, 그 중심에 ‘전쟁없는세상’이 있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주의자와 반군사주의자로 구성된 단체다. 2003년 병역거부자들과 그 후원인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란 신념 아래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병역거부권의 제도적 인정을 위한 촉구, 병역거부자 상담 및 수감자 지원, 병역거부권 실현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저항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 전쟁을 영속화하는 전쟁산업에 주목하는 무기 감시 캠페인, 비폭력·평화운동 정보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비폭력 프로그램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용석 상근 활동가는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라며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과 사회구조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 판결의 보폭만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판결의 보폭만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다

    재판으로 본 세계사/박형남 지음/휴머니스트/408쪽/2만원1894년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대사관 쓰레기통에서 군사 기밀이 담긴 명세서 한 장이 발견된다. 서명자로 ‘무뢰한 D’가 적혀 있어 포병 대위 드레퓌스가 스파이로 몰린다. 그의 필적과 명세서의 필적이 닮지 않았음에도 군부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해 12월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이후 실제 범인이 보병대 소령 에스트라지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1898년 1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신문 ‘로로르’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의 ‘나는 고발한다´를 내며 분위기가 급변한다. 유죄로 확정됐던 사건은 결국 1900년 11월 재심을 거쳐 1906년 무죄로 돌아선다. 드레퓌스가 스파이냐 아니냐를 두고 프랑스가 둘로 나뉜 채 12년 동안 대립한, 이른바 ‘드레퓌스 재판’이다. 이 재판은 프랑스가 봉건 잔재를 떨쳐버리고 20세기 초 공화주의적 민주 사회로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용을 뜻하는 ‘톨레랑스’라든가 사회 참여에 나서는 학자를 뜻하는 ‘지식인’이란 개념도 이때 생겨났다.시대의 변곡점에는 언제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옳고 그르냐를 따진 재판이 있었다. 신간 ‘재판으로 본 세계사´는 이런 재판들을 다룬다. 30년간 재판을 해 온 서울고등법원 박형남 부장판사가 고대 아테네부터 현대 미국까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15개 재판을 가려 뽑았다. 정치적(카틸리나 재판, 찰스 1세 재판, 마버리 재판), 경제적(로크너 재판), 사회적(소크라테스 재판, 드레퓌스 재판, 아이히만 재판, 미란다 재판), 문화적(드레드 스콧 재판, 브라운 재판), 종교적(토머스 모어 재판,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세일럼의 마녀재판), 젠더적(마르탱 게르 재판, 팽크허스트 재판) 갈등과 분쟁을 두루 다룬다. 재판의 시작, 당시 사회 상황, 이후의 결과 등이 어떠했는지를 쉽게 풀어 썼다. 재판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예컨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드레퓌스 재판’과 많이 닮았다. 대학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사망하자 격분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이 이어졌는데,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는 유서 대필과 자살 방조 혐의로 김씨의 선배 강기훈씨를 기소한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1992년 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강씨는 2007년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무죄가 선고되면서 1심 선고 이후 23년 만에 진실이 바로 섰다.최고 권력자를 처단한 ‘찰스 1세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재판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왕에게 있는가, 국가와 인민에게 있는가를 묻는 주권의 문제를 다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다시금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맞물려 사법부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각했다면 어땠을까. 군대가 무력으로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준비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섬뜩하다. 이 밖에 노동자의 최대 노동시간을 법으로 규제하는 법을 다룬 1905년 ‘로크너 재판’도 지금 상황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이 재판은 뉴욕주 의회가 제과점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당 60시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제과점법’을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05년 위헌 결정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보다 업주의 손을 들어줬지만, 판결이 내려지고 나서 40여년 후인 1938년 미국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했다. 재판 당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눈감고 기업가의 이익을 옹호해선 안 된다”는 소수의견을 낸 홈스 대법관의 지적은 지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집약될 때, 혹은 그런 갈등이 폭발한 이후 크게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가 올바르지 못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역사라는 큰 흐름은 과거 잘못된 판단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역사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중요 재판 사례로 다시금 깨닫는다. 앞선 대통령 시절,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잡과 공작을 일삼았던 법원행정처가 누구보다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것 같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추적60분’ 제주도 찾은 예멘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추적60분’ 제주도 찾은 예멘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추적 60분’에서 예멘 난민 문제를 다룬다. 이와 함께 우리 국민 불안감을 잠재울 해결책을 모색한다. 8월 1일 방송되는 KBS2 ‘추적 60분’에서는 제주도에 대거 입국한 예멘 난민을 집중 조명한다. 지난 5월, 제주 국제공항에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02년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 달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도록 시행된 ‘제주 무사증 제도’를 통해 다수의 예멘인이 제주도로 입국했다. 난민 신청 후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간은 취업할 수 없지만, 법무부는 인도적인 차원과 범죄 예방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이들에게 취업을 허가했다. 요식업을 비롯해 양식장, 고깃배 등 당장 일손이 부족한 일차 산업으로 일자리를 제한한 결과 자국에서 기자, 셰프, 은행원 등 다양한 직종을 가졌던 예멘인들은 하나같이 단순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업했던 예멘인들 상당수가 일을 그만두면서 고용주들의 불만 역시 커졌다. 대현호 선주 박병선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예멘 난민들을 도와줘야 하지만 사후 관리가 제일 큰 문제가 아니겠냐”며 불만을 표했다. 예멘과 말레이시아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예멘 내전으로 현재까지 1만여 명의 사상자, 27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30대 젊은 남성들은 물론, 10대 청소년들까지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거나 반군에 의해 학살 당하면서 많은 사람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경우 대부분 한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다가 한국으로 왔다는 사실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예멘인들이 같은 이슬람문화권인 말레이시아가 아닌, 한국행을 원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한편 이날(1일) ‘추적 60분’은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사진=KBS2 연예팀 seoulen@seoul.co.kr
  • “性정체성 혼란 임태훈, 軍개혁 주도 어불성설”

    “性정체성 혼란 임태훈, 軍개혁 주도 어불성설”

    김성태 발언 논란… “盧 탄핵 때도 문건” 임 소장 “내란범 변호에 여념없다” 비판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1일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을 운운하며 군 개혁 움직임을 비판해 인신공격 논란에 휩싸였다. 임 소장은 “성 정체성과 국방 개혁은 상관이 없다”며 “내란범을 변호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국당 ‘군기문란 진상조사 TF’ 구성하기로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임 소장이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군 인권센터가 폭로하는 (국군기무사령부 등) 군 내부 기밀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군기문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윤 일병 사건’ 등 군내 의문사 진상 규명에 앞장서 온 군 인권센터는 최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고 기무사의 폐해를 드러냈다. 임 소장 측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원내대표는 내란범을 변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며 “(성 정체성 혼란 발언은) 논리가 부족하니 상관없는 내용까지 끌어와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기무사 문건은 반헌법적 쿠데타 계획을 참다 못한 전·현직 요원이 제보해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을 다녀온 사람만 북한 인권 이야기를 하냐”며 “말장난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무사 “盧 탄핵 때 계엄 내용 검토 없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무사 군대전복 상황센터에서 대응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며 “2004년 문건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무사는 즉각 부인했다. 기무사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중 문제점을 살펴봤지만 계엄 내용을 검토한 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퇴물 헬기 기술로 헬기 개발, 수리온이 끝이 아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퇴물 헬기 기술로 헬기 개발, 수리온이 끝이 아니다?

    지난 17일 발생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MUH-1 마린원 추락 사고는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한국형 명품헬기로 홍보되며 미래 해병대의 날개로 군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국산헬기가 마치 장난감처럼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무력하게 추락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국방부는 즉각 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전문가들은 해외의 유사 사고 사례와 사고 직전 제기된 기체 진동 문제 등을 근거로 설계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 안팎에서 마린온 추락 원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수리온 시리즈의 아우격인 한국형 소형헬기 LCH(Light Civil Helicopter) 시제 1호기의 첫 비행을 조용히 마쳤다. 이번에 첫 비행한 LCH는 노후화된 육군의 AH-1S, 500MD 공격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214대가 도입될 예정인 한국형 경공격헬기 LAH(Light Attack Helicopter)의 기반 기체가 될 소형헬기다. 최대이륙중량 10,000파운드(약 4.5톤)급이며, 수리온과 마찬가지로 유럽 에어버스 헬리콥터스(Airbus Helicopters)社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LCH / LAH 사업에 대한 정부와 KAI의 전망은 그야말로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정부와 KAI는 이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LAH 전력화를 통해 노후 공격헬기를 모두 대체함으로써 육군의 미래전 수행 능력을 배가하는 것은 물론, 헬기 국내 생산을 통해 막대한 고용창출 및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기대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업체 측은 내수 400대, 수출 600대 등 1,000여대의 LCH / LAH를 판매해 세계시장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23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1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어 미래 항공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의 진단은 정부와 업체의 부푼 희망과는 달리 대단히 비관적이다. LCH / LAH에 대한 각계의 우려 중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기반 플랫폼이 노후화된 구식 기체이며, 그 성능 자체도 동시대 경쟁기종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LCH / LAH는 국내 개발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이미 개발된 기체의 설계와 기술을 받아와 개조개발하는 사업이다. 기반 플랫폼으로는 유럽 AH社의 EC155B1,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AgustaWestland)社의 AW169, 미국 시코르스키(Sykorsky)社의 S-76, 미국 벨(Bell)社의 Bell 430 등 4개 후보가 경합을 벌였는데, AW169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후보들은 개발된지 20년 이상 된 노후 기종들이었다. 4개 후보 기종의 경합 끝에 가장 낮은 가격과 유리한 기술이전 조건을 제시한 AH社의 EC155B1 기종이 최종 승자가 되었는데, 기종 선정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AH社가 1977년에 개발한 도태 상품인 AS532U 쿠거(Cougar) 기술을 1조 3,000억원을 들여와 개발한 것인데, LCH / LAH 사업 역시 같은 회사가 1975년에 개발한 EC155를 원형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종은 1997년 EC155B1이라는 이름의 개량형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헬기였다. 미국과 영국의 항공전문가들은 EC155 기종의 설계가 너무 낡았고 조종 반응성과 엔진 성능이 경쟁 기종들보다 크게 떨어지는데 반해, 정비 비용과 시간은 경쟁기종인 S-76보다 1.7배 이상 들어간다며 혹평했다. 전문가들의 혹평처럼 이 기종은 시장에서도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경쟁기종인 AW139가 출시 후 6년간 900대 이상 판매된 것과 대조적으로 EC155 시리즈는 1978년 판매 개시 이후 올해 단종될 때까지 약 41년간 1,000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경쟁기종이 월평균 13대가 판매될 때 EC155는 고작 2대 정도 팔렸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소형헬기 시장은 각종 편의장치의 증가에 따라 기존의 4.5톤급 체급에서 6톤급 체급으로 덩치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 업체들도 기존의 4.5톤급 소형헬기를 단종시키고 6톤급 헬기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AH의 신형 H160 역시 6톤급 헬기다. 즉, 자신들은 시장의 니즈에 맞는 신형 헬기를 개발하면서 한국에는 도태된 구형 헬기 기술을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비인기 기종을 개량한 기체를 가지고 미래 헬기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달성할 수 있다는 발상에 과연 그 누가 동의할까? 더 큰 문제는 이런 헬기를 기반으로 만든 LAH가 미래 한국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가 된다는 것이다. LCH의 기반 모델인 EC155B1의 최대이륙중량은 약 4.5톤으로 기체중량 2.6톤을 제외하면 적재 가능 중량은 최대 1.9톤 수준이다. LCH에는 EC155B1보다 최대출력이 약 89shp 향상된 1,024shp급 신형 아리엘 2L2 엔진이 탑재되므로 실제 적재 중량은 2톤을 조금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2톤 정도의 적재량을 가진 헬기를 공격용 헬기로 사용할 수 있을까? LAH에는 기체 전방에 20mm 기관포(기관포 및 터렛, 100발 탄약 포함 약 90kg)가 들어간다. 무장 장착을 위해 기체 좌우에 날개(Stub wing, 각각 100kg)도 달아야 하고, 대전차 미사일 거치용 발사대(좌우 각각 60kg), 미사일 조준장치와 사격통제장비(100kg 이상), 각종 전자장비와 채프/플레어(100kg 이상) 등도 들어간다. 연료탱크 용량은 아직 공개된 내용이 없지만, EC155B1 기종의 표준 연료 탑재량 332갤런을 탑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료 무게만 1톤에 달한다. 여기에 표준 무장인 천검 대전차 미사일(1발에 35kg) 4발을 탑재하면 LAH의 무게는 최대이륙중량의 9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4발의 미사일을 탑재하면 최대이륙중량에 도달해 기동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그것도 민수용 헬기를 기반으로 개발해 제대로 된 방탄 능력을 갖추었을지조차 의심되는 헬기가 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제대로 된 지상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소형 민수용 헬기를 개조해서 공격용 헬기로 사용하는 컨셉은 1970년대에 유행했던 것이다. 냉전 시절 유럽 각국은 BO105나 SA342 같은 기종에 대전차 미사일과 로켓 등을 장착해서 정찰 및 공격용 헬기로 사용했고, 이 같은 개념은 비용 대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 속에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야전방공체계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민수헬기 개조 공격헬기는 선진국 군대에서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륙중량과 기동성 부족, 피탄면적 증가에 따른 생존성 악화 등 현대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처럼 민수용 헬기를 개조한 공격헬기는 현대전에서 극히 취약한 생존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 말리 내전에 투입된 프랑스 육군 SA342M 헬기는 반군이 쏜 대공 기관총에 맞고 기체가 대파되고 조종사가 사망하는 피해를 입은 바 있으며, 2016년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운용하는 SA342 헬기가 반군이 쏜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에 맞고 격추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같은 기종을 이용해 공격용 헬기를 개조개발했던 사례가 이미 30여 년 전에 중국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H155의 군용 모델인 AS365 헬기를 200여 대 면허생산하면서 여기에 무장과 센서를 추가한 Z-9W 헬기를 개발, 1990년대 초반부터 운용해왔다. 그러나 소형 민수헬기 기반 공격헬기의 성능에 한계를 느끼고 전용 공격 / 정찰용 헬기인 Z-19 헬기를 개발해 Z-9W를 대체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중국이 30여 년 전에 시도했던 것을 이제야 따라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LAH가 직면할 한반도 전장 환경은 말리 반군이나 시리아 반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방공무기를 보유한 적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당장 북한군만 하더라도 소대마다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고, 기계화부대에는 사거리 5~10km 이상의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들이 거의 도배하다시피 대량으로 배치되어 있다. 중국은 세계 최강의 야전방공체계 중 하나라는 러시아제 9K330과 그 복제품인 HQ-17을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고, 일본 역시 최신형 11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 중이다. 고성능 방공무기들이 득실대는 한반도 전방 환경에서 과연 LAH가 경공격헬기로써 어떤 가치를 있을까? 치적 쌓기와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에 눈이 먼 관료들이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퇴물 헬기 기술을 사와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헬기를 만들어놓고 이를 ‘최첨단’, ‘명품’ 등의 수식어로 포장해 내놓은 수리온 헬기는 배치 초기부터 온갖 결함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번 마린온 참사를 통해 소중한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수리온과 똑같은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헬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23조원, 11만명 고용창출과 세계 시장 점유율 35% 확보 등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LCH / LAH 사업 역시 최저가 낙찰제로 퇴물 헬기 기술을 사와서 민수 시장의 니즈에도, 미래 전장 환경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헬기를 만드는 사업이다. 민수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어차피 업체가 떠안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인 우리 장병들이 이런 퇴물 헬기를 타고 사지(死地)에 내몰리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혹자는 작은 희생과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국산 무기 개발을 게을리하면 미국제 일변도인 무기체계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주권 국가로서 자주국방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며, 자주국방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자신의 임기 중에 치적을 쌓는 것과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에 목을 메는 관료들이 주도하는 ‘최저가 낙찰, 최단기간 사업완료’라는 한국 방위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마린온 참사와 같이 ‘국산 명품무기’에 소중한 장병들이 희생되는 인재(人災)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시론] 손흥민의 병역 문제로 보는 헌법 정신/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

    [시론] 손흥민의 병역 문제로 보는 헌법 정신/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

    조선의 백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었던 것은 바로 군역의 부담이었다.양반과 노비를 제외하고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남자는 누구도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없었다. 일견 공평하고 괜찮은 제도인 것 같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징집을 해대고 전쟁터로 끌고 가니 도무지 농사를 지어야 할 장정이 남아나지 않았다. 결국 세수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일종의 ‘직업 군인’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전쟁이 나면 직접 칼과 창을 들고 전쟁터로 끌려가야 했던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남자들은 군대의 경비로 쓰일 군포(軍布) 2필을 나라에 바치는 것으로 군역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고을별로 할당된 군포를 징수해 중앙정부에 납부하고 또 이 기회에 자신들도 한몫 챙겨 둬야 했던 지방 관리들은 이미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리고, 심지어 태어난 지 100일도 채 안 되는 아기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징수했다. 바로 그 유명한 ‘백골징포’(白骨徵布)와 ‘황구첨정’(黃口簽丁)이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군포를 마련하지 못해 야반도주라도 하면 그 이웃이나 친척이 도망간 사람이 내야 할 몫까지 떠안아야 했다. 토지에 부과된 조세는 일단 농사를 지으면 설사 흉년이 들어 쭉정이만 남더라도 최소한 그거라도 나라에 바칠 수나 있었다. 그런데 군포는 이와 달랐다. 일년 내내 고생해 농사를 지어 봤자 그 태반을 ‘대동미’(大同米)다, ‘환곡미’(還穀米)다 해서 나라에 뜯긴 농민들에게 군포 2필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몸으로 때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결국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된 농민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는 길을 택하거나 가혹한 수탈이 없는 곳을 찾아 국경을 넘었다. 허울뿐인 양민으로 사느니 차라리 노비가 되거나 조국을 등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이유는 그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 주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병역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그 병역의무가 ‘다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꿈을 꺾어 버리고, 또 누군가의 삶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라면 이것은 더이상 신성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의 희생 위에서 행복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속담에 “좋은 쇠는 부수어 못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법령이 정하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자는 병역법에 따라 예술ㆍ체육 요원으로 편입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병역특례 제도다. 병역법 시행령은 운동선수가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획득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에 한해 병역특례를 제공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음악인은 입상하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국제·국내 대회가 무려 29개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16개, 피아노 부문에서는 15개 대회에서 입상하면 병역특례가 주어지도록 규정돼 있다. 무용(12개 대회)이나 국악 분야의 예술(7개 대회)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술(서예, 공예, 한국화 등) 분야에서는 병역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회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한 군데에 불과하지만, 이 대회는 개최 주기가 1년이다. 필자는 손흥민 선수가 총칼을 들고 지키는 나라에 살고 싶지는 않다. 길어야 5년 정도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프로축구 선수에게 ‘신성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해 2년간 공을 차지 말라는 것은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국가주의적·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이 자유로운 공기가 전 세계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손흥민의 소중한 꿈을 꺾어 버리고, 그가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를 한 번에 허물어뜨려야 유지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 헌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엄연히 보장하고 있고, 프로 스포츠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명백하다. 20대의 운동선수에게 그라운드가 아닌 연병장을 뛰도록 강요하는 것이 과연 헌법 정신에 합치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법인의 활발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

    [법인의 활발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

    한여름 산중 수행자들에게 청산(靑山)과 백운(白雲)은 결코 한가롭게 보이지 않는다. 휴가철을 맞아 지인들의 방문이 잦은 절집의 객실은 늘 만원이다. 요새는 하루에도 대여섯 번 넘게 찾아온 벗들에게 차 대접을 한다. 오죽하면 평시에 여유롭게 사는 과보를 단단히 받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할까. 비록 몸은 힘들지만, 세간의 시주와 은혜로 맑고 아름다운 처소에서 복된 삶을 누리고 있으니, 그 미안함과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수행자가 속세를 떠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본디 출가수행이 그런 의미도 아니려니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지금 오히려 산중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런 좋은 공간을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산중 절집과 세상이 소통하고, 지혜와 자비를 나누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경전에서는 돈 들이지 않는 일곱 가지 보시를 말한다. 공간 나눔이 그중 하나다. 산중 암자를 찾은 이들은 제각각 삶터에서 갈등과 시비로 입은 마음의 상처를 내려놓고, 사색하고 성찰하며 자기 내면을 바라본다. 벅찬 감동을 안고 돌아간다. 청정한 자연이 그간 메말랐던 감성에 촉촉함을 선물한 것이다. 사람은 낯선 규칙 속에서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낯선 규칙은 일상의 익숙한 관념과 습관으로부터 이별하는 삶을 말한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넘치게 많은 말을 하고, 많이 사들이고, 많이 소비한다. 애처로운 자기존재 증명이다. 이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본능’이라고 했다. 사방 푸름이 둘러싼 산중에서는 ‘쌓고, 늘리고, 분주한 움직임’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쉬고, 고요하게 침묵’하며,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된다. 자연은 문명에 오염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의 청정한 기운은 누구에게나 스며들지 않는다. 그 마음이 겸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산은 한낱 ‘객관의 정물’에 머문다. 산(山)과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산과 도를 멀리한다는 의미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두 해 전 인문학 공부를 한다는 대도시의 경영인들이 다산과 초의 선사의 자취를 찾아 남도를 답사하면서 암자를 찾았다.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한다기에 흐뭇했는데, 그들의 언행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마침 그날 인근 군부대의 관심병사들이 와서 수련하고 있었다. 산중 암자에서 이십대 청년들을 보는 게 신기했던지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던 경영인들은 그들이 보살핌이 필요한 관심사병임을 알고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다. “아주 한심한 놈들이네. 군대 참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정신병원에 가두었는데….”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것은 바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 이들이 이런 편협하고 경직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다니.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위한 공부인가. 깊은 회의가 일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애에 바탕을 두지 않는 학문은 자신을 치장하는 한낱 지적 유희에 머물 뿐이다. 그 일을 겪으며 새삼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를 생각했다. 몇 해 전 산중 암자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삶의 고민과 모색을 나누는 ‘청년 출가학교’를 진행했다. 그때 청년들에게 특별한 사유의 기회를 주고자 훌륭한 인문학자들을 여럿 초대했다. 청년들은 강의에 진지하게 몰입했다. 그런데 청년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던 것은 인문학자들의 강의가 아니었다. 출가학교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음식을 만들어 준 공양주와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내 한 몸 덥다고 푸념하기에도 바쁜 폭염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노라 고백했다. 입맛 잃은 청년들에게 누룽지를 슬며시 건네주는 손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흘러야 하는지를 알았다고 했다. 지극한 마음을 담으면 밥은 곧 따뜻한 마음이 된다. 처처(處處)가 불상이고 사사(事事)가 불공이라고 했다. 마음이 마음을 흔드는 이치를 새삼 깨달았던 여름날이었다.
  • 병력 축소로 민간일자리 2만 1000개 창출… 입대 연기 소폭 늘 듯

    병력 축소로 민간일자리 2만 1000개 창출… 입대 연기 소폭 늘 듯

    국방부, 비전투분야 민간 인력으로 대체 軍전문성 필요 직위엔 예비역 우선 채용국방부가 지난 27일 ‘국방개혁2.0’을 발표한 뒤, 2022년까지 진행되는 국방분야의 변화로 나타날 기대 효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병력 감축에 따른 대체 민간 일자리 증가, 군 복무기간 축소에 따른 군대 연기 경향 등이 대표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9일 “현역 병력이 축소되기 때문에 현재 3만 4000명 정도인 군무원과 민간 근로자를 2022년까지 5만 500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며 “따라서 2만 1000개 정도의 민간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국방개혁안에서 현역 수를 61만 8000명에서 50만명으로 11만 8000명(19.1%) 줄이고, 대신 비전투분야를 민간 인력으로 대체키로 했다. 하지만 2만 1000개 모두를 순수 민간 일자리로 보기는 힘들다. 군사적 전문성을 요하는 직위의 경우 예비역이 우선 채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향후 줄어들 현역 병력이 주로 군 장병들이기 때문에 민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국방부는 기대하고 있다. 2022년부터 군 복무기간도 육군·해병대·의무경찰은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의무소방원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공군은 24개월에서 22개월로 준다. 육군을 기준으로 지난 1월 3일에 입대한 장병부터, 입대 일을 2주씩 늦출수록 하루씩 군 복무 기간이 더 줄어든다. 노무현 정부의 군 복무기간 감축 때는 3주에 하루씩 복무기간을 줄였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군 입대 예정자들이 입대 시기를 늦추면서 국방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31일 입대자는 군 복무 단축기간이 42일이지만 내년 같은 날 입대자는 68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입대를 1년 미뤄야 복무를 26일 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로 입대 일을 늦추는 식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0만 6000원인 병장 월급은 2022년까지 67만 6000원으로 인상된다. 436명인 군 장성 수를 2022년까지 360명으로 감축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군 관계자는 “현역 수가 줄어드니 군 장성도 줄이는 게 맞지만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고위직 승진의 문이 사실상 막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장성 감소 비율이 전체 병력의 감축 비율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까지 현역 수는 19.1% 감소하지만 군 장성 수는 17.4% 줄어들게 된다. 현역 군인 수가 크게 줄면서 군사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의 수로 싸우는 백병전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상비병력만으로 싸우는 체계가 아니라 동원전력에도 의지를 많이 한다. 예비전력 강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 여군 간부 비중을 지난해 5.5%(1만 97명)에서 2022년 8.8%(1만 7043명)로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여군 간부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군 내부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에만 4명의 군 장성이 성범죄 연루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기 때문이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30일 열릴 계획이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국방부장관 일정 관계로 다음달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개발은 완료됐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그간 미뤄온 중거리 대공유도무기 ‘철매-Ⅱ’의 양산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복면가왕’ 고슴도치 정체는 승리 “빅뱅 형들 불안할 것”

    ‘복면가왕’ 고슴도치 정체는 승리 “빅뱅 형들 불안할 것”

    ‘복면가왕’ 고슴도치의 정체는 빅뱅 승리였다. 29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는 고슴도치와 동막골소녀의 2라운드 대결이 전파를 탔다. 이날 로이킴의 ‘피노키오’를 선곡한 고슴도치는 감미로운 선율에 맑은 목소리로 묘한 슬픔을 표현했다. 청중단은 물론 연예단 판정단까지 숨죽인 채 그의 무대에 젖어 들어갔다. 이윤석은 “성대미남”이라고 찬양했다. 이에 맞서는 동막골소녀는 포맨의 ‘못해(Feat. 美)’를 선곡했다. 동막골소녀는 첫소절부터 깊은 울림으로 연예인 판정단의 탄식하게 했다. 노래를 이어갈수록 듣는 이들을 빠져들게 했다. 감탄과 탄식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그 결과, 동막골소녀가 승리해 3라운드에 진출했다. 고슴도치의 정체는 승리였다. 승리는 “군대에서 고생하고 있는 빅뱅 형들을 위해 나왔다”면서 “형들이 불안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판을 치고 다닐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3라운드까지 기대했는데 내가 아직도 자만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됐다. 사업만 할 것이 아니라 본업인 노래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승리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모를 줄 몰랐다. 제 노래 부르는 모습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1박2일’ 타이거 JK, 13개월 만에 돌아온 새벽 조업에 “지독하네”

    ‘1박2일’ 타이거 JK, 13개월 만에 돌아온 새벽 조업에 “지독하네”

    ‘1박 2일’에 복불복 끝판왕 ‘새벽 조업’이 13개월 만에 돌아왔다. 예능 신생아들을 위해 준비한 서스펜스 복불복 걸작선으로 생애 첫 조업을 맞이한 모습이 어땠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오늘(29일)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연출 유일용/이하 1박 2일)는 개그맨 이세진-배우 임주환-가수 타이거 JK-가수 브라이언-격투기 선수 배명호-가수 고영배와 함께 실미도로 떠난 ‘예.신.추(예능 신생아를 추천합니다) 특집’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사진에는 두 눈에 레이저를 장착한 채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1박 2일’ 멤버들과 이세진에서 고영배까지 예능 신생아 6인의 모습이 담겨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예능감과 레벨업 매력으로 안방극장에 웃음 쓰나미를 일으켰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초집중하고 있어 무슨 상황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이는 살벌한 예능판에 본격 첫 발을 내디딘 것도 잠시 조업 복불복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예능 신생아 6인의 모습으로 “13개월만에 돌아왔습니다”라는 PD의 말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조업 복불복은 예능 신생아들이 ‘1박 2일’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복불복 1위였던 것. 돌발 조업 소식에 고영배는 “왜 오늘 돌아왔어요?”라며 당황해 했고 타이거 JK는 “지독하네~”라는 말과 함께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한참을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었다는 후문. 이후 각 팀은 제기차기에서 알까기까지 제작진이 준비한 스릴 넘치는 5종 복불복을 통해 새벽 조업에 나설 주인공을 뽑게 됐다. ‘정준영의 예능 신생아’ 고영배는 “군대에서 제기차기로 포상 전화한 주인공”이라며 1위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듯 호언장담하는가 하면, ‘윤동구의 예능 신생아’ 배명호는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라는 솔선수범으로 격투기 선수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고 전해져 어떤 복불복 현장이 그려질지 관심이 증폭된다. 특히 이번 새벽 조업은 꼴찌팀이 함께 조업을 떠날 다른 팀을 선택하는 룰이었기에 꼴찌팀의 간택을 기다리게 된 멤버들과 예능 신생아들은 심장을 조여오는 쫄깃한 긴장감에 덜덜 떨었다는 후문. 더불어 “방금 데시벨 높았습니다”, “이겨도 기쁜 척 하지 마세요”라는 똥손-똥발들의 적반하장 갑질로 인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는 돌발 사태에 직면하는가 하면, 해맑은 미소와 치아 노출까지 금지되는 등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 과연 조업에 나서게 된 팀은 어디일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침을 꼴깍 삼키게 되는 긴장감 가득한 조업 복불복 현장과 함께 어두컴컴한 새벽을 조업으로 지새울 주인공은 누가될지 오늘(29일) 방송되는 ‘1박 2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전세계 정부와 정당, SNS로 여론조작”…한국도 이미

    “전세계 정부와 정당, SNS로 여론조작”…한국도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짜 뉴스는 언론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뉴스 소비가 디지털화되면서 이런 가짜 뉴스와 불법정보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국 연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부나 정당이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 인터넷연구소(OII) 필립 하워드, 사만다 브래드쇼 교수는 지난해 기준 48개국에서 SNS에 가짜 뉴스나 허위정보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48개국 중 미국과 필리핀은 정부, 정당은 물론 사기업, 시민단체 등까지도 가짜뉴스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3년 처음 정부기관과 정당이 SNS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하려는 시도가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OII가 지난 20일(현지시간)에 발표한 ‘사실과 신뢰에 대한 도전:조직화된 소셜미디어 조작의 국제 목록’이라는 보고서에 실렸다. 연구팀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48개국이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흔적이 발견됐으며 2016년 조사 때 나타난 28개국보다 20개국이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짜뉴스 현황에 대한 보도기사를 수집해 분석한 다음 가짜뉴스로 지목된 정보들과 이에 대해 공개된 공식문서나 정보를 모두 취합해 내용분석을 했다. 그 다음 가짜뉴스에 대한 판정과 여론조작 가능성 등을 국가별 전문가와 연구분석했다. 그 결과 이같은 SNS를 통한 여론 조작의 대부분은 선거기간 동안 정치선전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영국의 브렉시트, 클린턴-트럼프가 대결한 2016년 미국 대선 때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하거나 유권자를 양분하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의도적인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SNS봇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민주적인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SNS 조작이나 관련 캠페인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국가로 지목됐다. 중국과 아제르바이젠, 베트남, 우크라이나 등은 정부차원에서 SNS를 활용한 여론전을 펴기 위한 사이버 군대가 양성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들이 활용하는 것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넘어 왓츠앱, 텔레그램, 위쳇 등 채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가짜뉴스와 정보가 공유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립 하워드 교수는 “SNS에서 여론조작은 큰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 추산으로는 이런 활동에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달러(수백억원)가 쓰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워드 교수는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퍼지고 있는 미국을 포함해 독일이나 대만 등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법률을 도입하고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대응하고 있으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에서는 가짜뉴스를 핑계로 SNS 검열을 합법화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누구보다 국민 두려워하는 군대 돼야”

    문재인 대통령 “누구보다 국민 두려워하는 군대 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 등을 거론하며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가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방개혁 2.0’ 보고를 받기에 앞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무사가 돼야 한다”며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간 ‘진실 공방’과 하극상 논란까지 빚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군에 강한 경고를 한 데 이어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기무사를 재차 질타하면서 기무 개혁에 나선 송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 역시 국민을 배신한 중대한 이적행위”라며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군대 내 성비위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육군 소장·준장, 해군 준장,·공군 중령 등의 부하 여군에 대한 준강간 미수, 성추행 등 성비위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군기강 해이에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확립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에 대해 “그 기본 방향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안보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신축성 있게 대응하도록 군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질적으로 강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며 “최근에 안보 환경은 재래식 전쟁은 물론 사이버테러·국제범죄에도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현존하는 남북 대치 상황과 다양한 불특정 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도록 포괄적 방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군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양적 재래식 군 구조에서 탈피해 첨단화·정예화된 군을 만들어야 한다”며 “더 멀리 보고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작전할 수 있게 첨단 감시 정찰 장비, 전략무기 자동화, 지휘통제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 태세를 구축해야 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그 출발”이라며 “우리 군을 독자적·획기적으로 강화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한·미 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 존립에 관한 것으로 나는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과 제도의 기반을 강화해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개혁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개혁 2.0’은 10년도 더 전에 우리 군이 마련했던 ‘국방개혁 2020’을 계승하고 있지만 2006년 당시 목표로 했던 정예화·경량화·3군 균형발전이 목표연도인 2020년을 2년 앞둔 지금도 요원하다.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국민께 실망과 좌절을 주는 군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는데 군 스스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정전협정 65주년으로 최후의 평화적 해결 달성을 목표로 정전에 합의했고 한반도의 막대한 고통을 초래한 전쟁을 멈췄다”며 “오늘에 맞춰 미군 유해 55구가 북한에서 송환돼 오는 좋은 일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오늘 ‘국방개혁 2.0’ 보고대회를 하게 돼 아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송영무 “장관 자리 연연 안해…국방개혁 성공 소임 다할 것”

    송영무 “장관 자리 연연 안해…국방개혁 성공 소임 다할 것”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7일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저는 장관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없다”며 국방 개혁과 기무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방개혁 2.0’을 보고한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방 개혁을 성공시키고 기무 개혁도 성공시키는 데 제 소임을 다할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장관은 “오늘 대통령님의 승인을 받아 ‘국방개혁 2.0’의 기본방향이 확정됐다”며 “국방 개혁은 더이상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어 “국방 개혁의 최종 목표는 선진 민주 국군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선진 민주 국군 건설을 위한 ‘국방개혁 2.0’의 두 기둥은 문민통제 확립과 3군 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문민통제 확립의 목적은 단순히 민간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군복 입은 군인이 존중받으며 전투임무에 전념토록 하는 데 있다”며 “더 나아가 민주사회의 민주군대로서 군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이용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군 균형 발전의 본질은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 전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강군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육·해·공군이 입체적으로 고속 기동하여 최단시간 내에 최소의 희생으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3군 균형발전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장관은 기무 개혁 방안에 대해 “국회 법사위나 청문회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기무 개혁은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내려놓기 등 3가지를 주축으로 해서 강력하게 국방 개혁을 마지막 정점으로 해서 기무 개혁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도 이날 최근 송 장관과의 계엄령 문건 관련 ‘하극상’ 지적이 나온 데 대해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부대고 장관님께 충성을 다하는 부대”라면서 “저는 장관님의 부하이고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회의 도중 잠시 밖으로 나와 “기무사의 순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이 있다”면서 “철저히 개혁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우리 군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그런 개혁을 장관께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도 적극 동참해서 그 개혁을 잘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사설]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표출된 문 대통령의 강력한 국방개혁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유지휘관 회의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 육·해·공 3군 참모총장, 육군 1·2·3군 사령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 작성의 의도와, 문건 보고를 둘러싼 국방장관과 기무사 수뇌부간 진실 공방 등 하극상 양상이 노출된 상황에서 군통수권자가 전군 지휘관에게 기무사 등 국방 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방 개혁안 ‘국방개혁 2.0’을 보고받기에 앞서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서는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질타한 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무사가 돼야 하고, 기무사 개혁 방안은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임을 강조했다. 이는 군 내부의 하극상 양상과 기강해이 현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방개혁에 대한 저항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로도 볼 수 있다. 군 수뇌부들은 이날 최근 군에 쏟아진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회의 시작에 앞서 대통령에게 “충성”이라는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까지 했다. 우리는 이날 군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 구호가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다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군은 상명하복과 기강이 조직의 근간이다. 따라서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이 정면으로 충돌한 일은 어떤 이유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군 내부의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하고 기무사는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송 장관 지시로 지난 5월 꾸린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는 다음 달 초 최종 개혁안에 이 같은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군은 대통령의 주문대로 바뀐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국방개혁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를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것으로, 그 기본 방향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방개혁 2.0은 2006년 당시 2020년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정예화, 경량화, 3군 균형발전방안을 계승한 개혁방안이다. 하지만 국방개혁 2020을 2년 앞둔 지금도 달성이 요원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군이 처한 안보환경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재래식 전쟁은 물론 사이버테러, 국제범죄 등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휘통제 체계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안보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유연하고 신축성 있게 대응하도록 군을 개혁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일이다.
  • ‘국방개혁 2.0’ 발표…2022년까지 장군 76명 줄인다

    국방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하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2022년까지 장군 정원을 76명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개혁 2.0’ 기본방향을 보고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을 비롯해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각군 주요 지휘관, 국방부 직할부대 부대장 및 기관장 등 군 주요인사 143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19명의 참모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국방부를 방문해 군 지휘부와 대면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전군 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현재 436명인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360명으로 76명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70년 중반 수준으로 장군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각군별 감축 규모는 육군 66명, 해·공군 각 5명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투부대 중심으로 장군 직위를 우선 편성하고 비전투분야 직위 중 민간 활용이 가능한 직위는 예비역 또는 민간전문가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축 인원은 육군 1·3야전군 사령부 통합 등 부대 개편으로 인한 자연 감축과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일부 직위의 공무원 전환, 교육·군수·행정 등 비전투부대의 계급 적정화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국방부는 장군 정원 감축에도 불구하고 군단 및 상비사단 등 전투부대의 부군단장, 부사단장 및 잠수함사령부 부사령관, 항공정보단장, 해병대 1·2사단 부사단장 등은 장군으로 편성해 전투력 유지 및 준비태세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부대개편 시기, 인력운영 여건, 법령 개정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매년 15명 수준의 감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축 규모를 기존 2012년 계획인 60명과 2017년 계획인 46명보다 대폭 확대했고, 감축 완료 시기를 2030년 내에서 현 정부 임기 내로 단축했다는 점에서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군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을 완료하기 위해 오는 10월 1일 전역자부터 병 복무기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입대일 기준으로 지난 1월 3일 입대자부터 적용되며 현재 군 복무중인 현역병도 혜택을 받게 된다. 복무기간은 총 3개월이 단축된다. 이에 따라 육군·해병대는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줄어든다. 다만 공군은 이미 복무기간을 1개월 단축했기 때문에 24개월에서 22개월로 2개월만 단축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24개월에서 21개월로, 산업기능요원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각각 단축할 예정이다. 복무기간 단축은 입대시기에 따라 복무기간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14일 단위로 1일씩 단계적으로 단축된다. 예를 들어 2017년 7월 27일 입대하는 육군병의 경우 당초 전역예정일보다 41일 빠른 2020년 3월 16일에 전역하게 된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이날 홈페이지에 세부 입대 일자별 전역일 도표를 게재하고, 다음달 1일부터는 입대일을 입력하면 전역일을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개정을 통해 현재 합동참모본부의 공통 직위인 장군과 대령 88명, 장성급 국직부대 지휘관 20명에 육·해·공군을 동일한 비율로 균형 편성하고 같은 자리에 동일군이 연속해서 보직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육·해·공군의 합동작전능력을 강조해온 합참의 직위는 육·해·공군 2:1:1 비율 편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그동안 3:1:1 수준으로 편성돼왔다. 이에 따라 특정군의 전담이 필요한 필수 직위의 경우 장군은 육군 6명, 해군(해병 포함) 2명, 공군 2명으로 편성됐고, 대령은 육군 13명, 해군(해병 포함) 5명, 공군 4명으로 구성됐다. 육·해·공군 장교가 공통적으로 보직할 수 있는 공통 직위의 경우에도 장군은 육군 10명, 해군(해병 포함) 4명, 공군 5명으로 구성됐고, 대령은 육군 35명, 해군(해병 포함) 17명, 공군 17명으로 짜여졌다. 3군의 합동성 발휘를 위해 1:1:1 편성을 원칙으로, 동일군이 2회 이상 연속 보직할 수 없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공통 직위 장군 19명과 대령 69명은 육·해·공군 각각 6명과 23명씩 나뉘어 편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합참의 해·공군 직위 인사에도 각군 본부의 인원 부족으로 인한 고충이 있었던 만큼 향후 균형 인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해·공군의 장군·대령 정원의 증원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방부는 전년 대비 7.0% 인상된 올해 43조 1581억원 규모인 국방 예산을 내년도 8.6% 증가된 46조 90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향후 연평균 증가율을 7.5% 산정해 국방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방개혁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중기 소요재원은 2019~2023년 5개년 간 270조 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중 전력운영비는 176조 6000억원, 방위력 개선비는 94조 1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국방부는 전했다. 그러나 현재 61만 8000여명인 상비 병력이 육군 11만 8000명 감축돼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전체 국방 예산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분위기 속에 군 기강 해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군 조직의 신뢰 회복을 위한 자체 노력에 앞서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과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 ‘선진화된 국가에 걸맞은 군대 육성‘ 등 3대 목표 달성을 이유로 예산 증가부터 요구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지휘구조 개편, 전방위 다양한 위협에 신속대응하는 부대구조 개편을 위한 내년 1월 1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및 해군 기동전단과 항공전단 확대 개편 등을 함께 발표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문 대통령,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 등을 거론하며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가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방개혁 2.0’ 보고를 받기에 앞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무사가 돼야 한다”며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간 ‘진실 공방’과 하극상 논란까지 빚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군에 강한 경고를 한 데 이어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기무사를 재차 질타하면서 기무 개혁에 나선 송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 역시 국민을 배신한 중대한 이적행위”라며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군대 내 성비위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육군 소장·준장, 해군 준장,·공군 중령 등의 부하 여군에 대한 준강간 미수, 성추행 등 성비위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군기강 해이에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확립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에 대해 “그 기본 방향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안보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신축성 있게 대응하도록 군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질적으로 강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며 “최근에 안보 환경은 재래식 전쟁은 물론 사이버테러·국제범죄에도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현존하는 남북 대치 상황과 다양한 불특정 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도록 포괄적 방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군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양적 재래식 군 구조에서 탈피해 첨단화·정예화된 군을 만들어야 한다”며 “더 멀리 보고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작전할 수 있게 첨단 감시 정찰 장비, 전략무기 자동화, 지휘통제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 태세를 구축해야 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그 출발”이라며 “우리 군을 독자적·획기적으로 강화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한·미 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 존립에 관한 것으로 나는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과 제도의 기반을 강화해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개혁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개혁 2.0’은 10년도 더 전에 우리 군이 마련했던 ‘국방개혁 2020’을 계승하고 있지만 2006년 당시 목표로 했던 정예화·경량화·3군 균형발전이 목표연도인 2020년을 2년 앞둔 지금도 요원하다.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국민께 실망과 좌절을 주는 군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는데 군 스스로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정전협정 65주년으로 최후의 평화적 해결 달성을 목표로 정전에 합의했고 한반도의 막대한 고통을 초래한 전쟁을 멈췄다”며 “오늘에 맞춰 미군 유해 55구가 북한에서 송환돼 오는 좋은 일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오늘 ‘국방개혁 2.0’ 보고대회를 하게 돼 아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영화 ‘안시성’ 9월 19일 개봉 확정, 조인성 어떤 열연 펼칠까

    영화 ‘안시성’ 9월 19일 개봉 확정, 조인성 어떤 열연 펼칠까

    배우 조인성 주연, 김광식 감독 영화 ‘안시성’이 개봉 일을 확정했다. 27일 영화 ‘안시성’ 측이 오는 9월 19일 개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CGV 페이스북에는 ‘안시성’ 예고편이 최초 공개, 치열했던 안시성 전투의 모습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조인성은 극 중 중국 대군에 맞서 안시성 군대를 이끄는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았다. 이외에도 안시성 출신 태학도 수장 사물(남주혁 분), 당태종 이세민(박성웅 분), 듬직한 부관 추수지(배성우 분), 용맹한 기마대장 파소(엄태구 분), 백발백중 수노기 부대 리더 백하(김설현 분), 날렵한 환도수장 풍(박병은 분), 도끼부대 맏형 활보(오대환 분), 미래를 보는 신녀 시미(정은채 분)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열연한다. 오는 9월 19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영화 ‘안시성’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야생의 맛’ 남유럽 뿔닭 요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야생의 맛’ 남유럽 뿔닭 요리

    얼마 전 프랑스와 스페인을 다녀왔다. 전지구적으로 산업화된 이른바 ‘팝콘닭’이 아닌 각국의 토종닭을 살펴보고 맛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닭의 여왕이라 불리는 브레스 닭부터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토종닭 등 여러 지역의 닭을 만나 보았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프랑스 드롬 지역의 특산물 뿔닭이었다.국내에선 호로새로 알려져 있는 뿔닭은 꽤 흥미롭다. 우선 모양새다. 몸통은 통통한 닭 같지만 머리는 조그마한 것이 꿩을 닮았다. 칠면조와는 다르고 오리나 거위랑은 더더욱 다른 모양새다. 볏 대신 머리에 모자를 쓴 것처럼 뿔이 나 있어서 뿔닭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호로호로 하며 운다고 ‘호로조’라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실제 울음소리는 ‘호로호로’보다는 ‘끼약끼약’에 가깝다. 우리 눈에 기묘한 이 조류의 고향은 서아프리카다.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있는 기니 지역에서 났다고 하여 영어권에서는 기니닭이라고도 한다. 아프리카에 있던 뿔닭은 대체 왜 유럽까지 건너가게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흥미를 끄는 전설이 있다. 기원전 2세기 로마제국과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던 무렵,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로마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멀리 돌아 후방인 피레네산맥을 넘기로 결심했다. 한니발은 6만명이 넘는 군대와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지금의 프랑스 드롬 지역을 지났는데 여기서 군수물자로 가져온 뿔닭이 일부 병사들과 함께 탈영을 하면서 그대로 그 지역에 정착했다는 이야기다.뿔닭이 언제부터 유럽에 당도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로마의 부유층들은 자신들의 정원에 각지의 진귀한 새를 수입해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는 것으로 비춰 보건대 전쟁통에 우연히 건너왔다는 이야기보다는 이쪽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아프리카가 고향인 뿔닭은 추위에 취약하다. 그 때문에 뿔닭을 기르는 곳은 유럽에서도 남쪽에 치중해 있는 편이다. 프랑스에서도 남쪽의 드롬 지역, 이탈리아는 토스카나 지역이 대표적인 뿔닭 생산지다.완전히 가축화된 닭과 달리 뿔닭은 야생성이 남아 있어 키우기가 비교적 까다롭다. 우리의 산업화된 닭이 태어난 지 한 달이 겨우 지났을 때 도축되는 것과 달리 드롬 뿔닭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 뿔닭을 무려 52일 동안 키운다. 그 다음 30일에서 최대 40일 가량 방목해서 더 키운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건 최소 87일 키운 영계 뿔닭이다. 영계라고 해도 무게가 거의 1.5㎏에 육박한다. 하루 중 볕이 좋을 때 뿔닭을 풀어놓는데 무리 지어 뛰어다니거나 때로는 짧은 거리를 날아다니며 곤충이나 씨앗을 쪼아 먹는다. 이렇게 자유롭게 자란 뿔닭의 맛은 어떨까. 요리를 보니 모양새가 영락없는 닭이라 비슷하겠거니 하고 맛을 보았는데 닭의 풍미는 전혀 나지 않는다. 한니발에게 뒤통수를 맞은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의 심정이 이랬을까. 익숙한 닭의 맛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꿩과 같은 야생동물의 진한 풍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종의 특성도 있지만 방목해서 뛰어다닌 뿔닭의 근육은 가둬 키워 근육이 흰 산업용 닭의 것과는 달리 소고기를 연상케 하는 진한 붉은색을 띤다. 선명하고 진한 육향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유럽의 상류층은 비둘기나 메추라기, 꿩 등 수렵으로 잡은 야생조류를 미식 식재료로 선호했다. 하늘에 있어 어느 동물보다 고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닭과 야생조류의 맛 어느 사이에 있는 뿔닭도 즐겨먹었다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맛을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일부 미식가들은 썩기 직전까지 며칠 더 숙성해 ‘야생의 맛’을 극대화해 맛보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 입맛이 섬세해진 요즘엔 그리 선호되지 않는 방식이다. 프랑스에서 맛본 뿔닭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다. 뿔닭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풍미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다면 항상 닭 아니면 오리로 수렴되는 가금류 소비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드롬에서 만난 뿔닭 농장주는 닭보다 신경 쓸 게 많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사육을 선호한다고 한다. 국내에선 관상용으로 몇몇 농장에서 키우고 있지만 소비자가 육용 뿔닭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육용 뿔닭을 기르는 농가와 뿔닭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도 뿔닭 요리가 등장한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뿔닭 요리를 맛보던 주인공의 표정을 언젠간 우리도 지어볼 수 있는 날이 오길.
  • [단독] ‘이재명 병역기피·종북’ 허위 트윗글 올린 보수단체 간부 항소심도 벌금형

    [단독] ‘이재명 병역기피·종북’ 허위 트윗글 올린 보수단체 간부 항소심도 벌금형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북한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 당선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SNS에 올려 비방한 보수단체 간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한정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단장 김모(49)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고 북한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자신의 SNS에 수차례 올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트위터에 2014년 3월 “우리가 군병역 기피한 박원순, 이재명 같은 놈을 위해서 군대에서 날밤새고 새벽이슬 맞고 혹한기 이 갈아 가면서 복무한 것 아닙니다(중략) 억울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그해 12월에는 ‘북 사이버 댓글팀 200명 국내 인터넷서 암약’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면서 “이놈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세월호 사고 괴담, 유언비어, 정부책임론 만들었죠? 박원순, 이재명 선거도 도왔습니다”라고 적어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지사가 북한 사이버 댓글팀의 도움을 받아 선거에 당선된 것처럼 허위사실의 글을 올렸다.  또 2015년 2월에도 ‘김정은 최고 영재를 사이버전사로’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트위터에 인용하며 “북한 사이버 부대의 주요 활동사항에 평시 남남갈등과 선거개입이 있습니다.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들 도와주는”이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이 같은 트위터 게시글이 이 지사를 비방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며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병역을 기피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었고 오히려 실제 사실, 즉 이 지사가 산업재해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은 쉽게 확인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 지사를 병역기피자로 단정했고 ‘~같은 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악의적으로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이버 댓글팀 관련된 게시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북한이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및 당선을 도와주었다는 내용은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정치인인 이 지사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인용한 인터넷 기사에 이 지사의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는데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직접적이고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씨가 ‘이재명 측에서 재·보선에서 무상급식 이슈로 간접적 개입 및 1조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인한 거액의 부채를 감추려 한다’거나 ‘지지자 양반 북한 사이버 부대가 활동하는 오유에 이재명 시장도 같은 회원임을 인식시키는 것인가요?’는 등의 트위터 게시글에 대해선 1심과 2심 모두 이 지사를 향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지사는 2015년 5월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그해 12월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이에 불복해 이 지사가 낸 재정신청이 서울고법에서 받아들여져 재판이 시작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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