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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마크롱 삐걱대는 브로맨스

    트럼프·마크롱 삐걱대는 브로맨스

    마크롱, 트럼프 겨냥 “악령 다시 떠올라” 트럼프 ‘유럽 독자군’ 분노의 트윗 이어 악천후 핑계로 전몰 장병 묘지 참배 취소 메르켈, 1차대전 獨 항복 서명 장소 찾아1차 세계대전(1914년 7월 28일~1918년 11월 11일) 종전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럽 독자군 창설 구상에 분노의 트윗을 올린 데 이어 전몰장병 묘지 방문도 취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극우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설을 하는 등 그동안 친밀감을 과시해 온 두 정상의 ‘브로맨스’에 균열이 커지는 조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파리 개선문 앞에서 주재한 1차 대전 기념식 연설을 통해 “100년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진다”면서 “전쟁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오래된 악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세계 66개국 정상들이 지켜본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지칭한 ‘악령’은 서구 사회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을 중심으로 득세한 배타적 민족주의를 의미하며 이를 부추긴 트럼프 대통령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동안 각별한 우정을 보여 온 미·불 정상 간의 이상 기류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일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에 대한 군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개막하는 파리 평화포럼의 불참을 통보했고, 9일에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모욕적”이라며 “유럽은 먼저 미국이 도와주는 나토 분담금에 대한 공평한 몫을 치러야 한다”고 직접 반박했다. 백악관은 10일 오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1차 대전 당시 벨로숲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들이 묻힌 ‘엔 마른’ 묘지를 참배하려던 일정을 악천후를 이유로 취소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이 대신 참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배 취소는 다른 정상들이 우천 속에서도 추모 일정을 소화한 것과 대비돼 악천후는 핑계일 뿐 사실상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도 “우리는 유럽을 돕고 싶지만 그것은 공정해야 한다”고 뒤끝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화답했지만 회담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뚱한 표정을 지었고, 친근감의 표시로 자신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 마크롱의 제스처도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1차 대전 당시 적국이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100년 전 종전협정 서명식이 열렸던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의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 서명을 한 곳이다.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손을 잡고 “독일은 세계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둔다”고 말했다. 독일 정상이 이곳을 방문한 건 2차 대전 때인 1940년 6월 프랑스를 재침공해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낸 아돌프 히틀러 이후 처음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누가 이 청년을 살인범으로 만들었나

    누가 이 청년을 살인범으로 만들었나

    “총격 난사 살인범은 이번에도 범행을 예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한 술집에서 7일(현지시간) 밤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언 데이비드 롱(28)이 사건 전 페이스북에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CNN은 9일 해병대원 출신인 범인 롱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이 날 미쳤다고 하면 좋겠다. 정말 대단한 아이러니 아닌가? 그래... 난 미쳤다.”면서 “하지만 총기난사가 끝나고 나면 당신네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작은 희망을 걸어 보거나... 아니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나 하는 정도겠지... (그러고는) 매번...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의아해 하겠지”라고 적었다. 용의자와 해병대에서 함께 군 생활을 했던 토머스 버크 목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겪은 롱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때문에 이번 사건을 벌였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우리는 군인들을 가능한 가장 폭력적으로 변하도록 훈련시키고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가) 참전군인들의 (의학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8월 미 해병대에 입대한 롱은 2010년 11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한 후 2013년 3월 부사관으로 제대했다. 결국 평범한 청년이 군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폭력적이고, 가학적으로 바뀐 셈이다. 이 때문에 전쟁 참전 군인들에 대한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이 더 강화되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누가 이 청년을 살인범으로 만들었느냐는 지적이다. 그와 친구 관계라는 익명의 제보자는 CNN에 “이언은 안절부절하거나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국가를 위해 복무했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제대군인지원금을 가지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했다”며 “당시 어울리던 친구들 중 이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별 다른 동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롱의 범행동기를 찾기 위해 그의 집과 자동차를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2만분의 1 기적’ 조혈모세포 기증한 해병대장교의 훈훈한 생명나눔

    ‘2만분의 1 기적’ 조혈모세포 기증한 해병대장교의 훈훈한 생명나눔

    해병2사단 장교가 백혈병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생명나눔 선행이 눈길을 끈다. 9일 해병대 제2사단에 따르면 선봉연대의 김민욱 소위가 백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라는 뜻으로, 온 몸에서 발견되지만 특히 골수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주로 골수에 존재하면서 증식과 분화 등을 통해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의 혈액세포를 만들어낸다. 미분화된 골수조혈세포의 조상세포로 골수이식에 필수적인 세포다. 정상인의 골수혈액에는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포가 1%가량 존재한다. 김 소위는 대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알고 난 뒤 2015년 6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누군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김 소위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소위는 망설임 없이 세포협회에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이달 초 인천 A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환자에게 기증했다. 김 소위는 “국민의 군대이고 해병대 일원으로 투병 중인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선행을 실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나의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병대 제2사단은 행복나눔 1·2·5 운동(한 달에 1번 선행, 2권 독서, 일일 5번 감사)을 실시해 장병들의 선행활동을 장려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참 해병’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자치광장]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생의 권리/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자치광장]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생의 권리/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

    지난해 겨울, 서울에서 열린 ‘공공급식 국제콘퍼런스’에서 덴마크 푸드하우스 매니저 야코브 아펠은 “군대, 감옥 급식도 유기농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좋은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1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급식’은 맛없고 영양도 떨어지는 부실한 식단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폐기ㆍ폐사된 농축산물을 급식으로 사용한다는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초·중학교 식단은 70% 이상이 친환경 농산물이다. 이 중 65개교에서는 비(非)유전자변형농산물(Non-GMO)을 쓰고, 25곳의 초등학교에서는 시범적이지만 전통식 된장·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고 있다. 2011년, ‘친환경 학교급식’ 도입 이후의 변화다. 하지만 그동안 친환경 점심식사의 혜택에서 고등학생은 빠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급식 단가가 적게는 3743원에서 많게는 6500원으로 1.7배의 차이가 나는 곳들도 있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4699원.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중학교는 균일하게 5058원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에 서울시는 ‘고교 등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2021년까지 서울의 모든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게 한다는 내용이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도입하게 되면, 꼼꼼한 ‘급식 식재료 관리’도 받게 된다. 학교로 공급될 모든 식재료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거치는데 이곳에서 잔류농약과 중금속 등 332종의 정밀검사를 한다. 뿐만 아니라 매년 초·중·고교 학부모 1059명으로 구성된 ‘친환경 급식 안심식재료 지킴이단’이 학교급식의 식재료 산지에서부터 모든 유통경로까지 직접 찾아가 모니터링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세계적 추세다. 프랑스 파리시는 2010년 지속 가능한 먹거리 계획을 세우고 2013년 기준 학교, 유치원 등 약 1200개소에 유기농 및 로컬 푸드를 공급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시는 그보다 훨씬 빠른 2001년에 급식사업을 전담하는 공기업인 ‘밀라노 급식공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좋은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그 누구보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닐까. 물론 단 한 명의 예외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
  • 트럼프 ‘뒤끝 작렬’…설전 벌인 CNN 기자에 “백악관 출입정지”

    트럼프 ‘뒤끝 작렬’…설전 벌인 CNN 기자에 “백악관 출입정지”

    “당신은 무례해, 마이크를 내려놓으시오”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국정 운영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또 기자들과 또 맞부딪혔다. 백악관에서 이날 낮 12시에 열린 기자회견은 80분간 진행됐지만 살얼음판이었다. 회견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지만, 상원에서 의석을 더 늘렸다고 자랑하고 민주당에는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와 관계가 좋다면서 협력할 방침을 내비쳤다. 그러나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서 180도 바뀌었다. 발언권을 얻은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는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려 한 것 아니냐고 아코스타 기자가 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난 그들이 입국하길 원한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이에 아코스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민자 행렬을 향해 ‘침략’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은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침략이 아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운영하게 해달라”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급기야 아코스타 기자가 러시아 스캔들을 말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리키며 “그걸로 충분하다. 자리에 앉아라.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러시아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허약한 아킬레스에 해당한다. 이에 기자회견 진행을 돕던 백악관 여성 인턴이 그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대에서 뒤로 물러 나와 잠시 회견이 중단됐다. 결국 인턴에 의해 마이크가 빼앗기듯 다른 쪽으로 넘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대로 나와 아코스타 기자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무례한, 끔찍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CNN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세라 허커비 샌더스(백악관 대변인)를 대하는 방식은 끔찍하다”며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끔찍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동안 미국 주류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CNN을 대표적인 ‘가짜 뉴스’라고 공격해왔다. 문제의 아코스타 기자는 CNN의 백악관 수석 출입 기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열린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여러 차례 충돌한 악연이 있다. 기류가 싸늘해진 상태에서 마이크가 다른 기자에게 넘어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분이 덜 풀린 듯 바로 다시 아코스타 기자를 향해 “CNN이 많이 하는, 가짜 뉴스를 보도하면 당신은 국민의 적이 된다”라고 거듭 공격을 날렸다.결국 백악관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아코스타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키는 ‘뒤끝’을 보여줬다.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백악관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한다”며 발표하며 아코스타 기자가 백악관 여성인턴에게 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이에 아코스타는 이날 밤 CNN 방송에 출연해 “나는 백악관의 주장처럼 그(인턴 여성)의 몸에 손을 대거나 만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출입정지 사실을 알았다는 아코스타는 마지막 방송을 위해 백악관에 들어가려다 경비 인력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군대 간 난 비양심? ‘양심적 병역거부’ 파헤치기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군대 간 난 비양심? ‘양심적 병역거부’ 파헤치기

    지난 1일 대법원이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건데요. 양심적 병역거부는 말 그대로 양심적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걸 말합니다. ‘양심이 그럼 뭐야!’ 이런 생각이 바로 들죠.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거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 저희가 일상에서 쓰는 착한 마음, 올바른 생각이라는 뜻과는 다릅니다. 정리해보면 단순히 착하고 안 착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궤적이 병역의무를 왜 질 수 없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앞서 말한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 할 수 있다고 처음 선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한번 풀어볼까요. 병역법 88조를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군대에 안가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처벌 조항인데요. 여기서 주목할 건 ‘정당한 사유’라는 부분입니다. 2004년 대법원 판결 때만 해도 양심적 이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질병 같은 객관적인 기준만 인정을 했죠. 그런데 14년이 흐른 지금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겁니다. 물론 앞으로 양심이라는 주관적 사유를 어디서, 어떻게 측정할지, 얼마나 엄격하게 할지에 대한 과제는 남아있죠. 대법원 판례에 대해 잠깐 짚고 가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모여서 출석 인원의 과반수로 판결을 합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1심, 2심과 같은 하급심 판단의 지침, 방향이 됩니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판사들이 판례를 따르게 됩니다. 강제성을 갖는 건 아니지만요. 앞으로의 판결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번 판결이 중요한 겁니다. 대체복무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먼저 병역법 5조 1항을 보면 현역, 예비역 이런 식으로 병역의 종류를 나눠놨습니다. 근데 대체복무제는 여기서 빠져있습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명시해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했습니다. 뭐 이런겁니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고 해놓고 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가 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는 법에 없냐. 이건 기본권 침해야”라고 한 거죠. 그래서 지금 정부는 부랴부랴 안을 다듬고 있습니다. 현재는 ‘교정시설에서 현역병 18개월의 2배 수준인 36개월 합숙 근무하는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인권이사회는 1.5배(육군 기준 27개월)을 초과할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어 더 논의가 필요할 듯 한데요. 앞으로 정부 안이 국회로 넘어갈 예정인데 입법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쟁은 긴 시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논의를 모아야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팟티 접속하기
  • “트럼프의 우주군 창설는 좋은 아이디어”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트럼프의 우주군 창설는 좋은 아이디어”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공군을 처음 만들 당시에도 어리석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모두 좋아하지 않나. 우주군 창설도 인간 문명을 확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달, 화성에 기반을 둘 수 있다. 탐험 정신을 가진 누구라도,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 적용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IT전문 매체 리코드의 공동창립자 겸 IT기자 카라 스위셔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 아이디어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고 4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지 더힐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러시아, 중국 등이 뛰어드는 ‘우주전쟁’ 시대에 대비해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미 국방부내 6번째 군대로 우주군을 창설하겠다고 공언했다. 머스크는 스위셔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군 창설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 논쟁적인 사안이지만, 사실 나는 그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그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 공군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지난 1947년에 창설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공군 창설 당시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리석게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모두가 좋아하며, 당연히 공군이 창설됐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주군은 우주를 지킬 것”이라며 “알다시피 기본적으로 우주 내 방어를 위한 것이며, 인간의 문명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사 폭스뉴스와 더힐 등 미 언론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 아이디어를 ‘좋아한다’”며 힘을 실어줬다고 일제히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美·日, 첫 대중 공동 군사작전 내년 3월까지 마련”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한 첫 번째 공동 군사작전 계획을 짜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정부는 2015년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물리적 충돌 등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한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작전 계획을 내년 3월까지 수립할 방침이다. 센카쿠 열도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미·일 안보조약은 ‘일본의 행정력이 미치는 영역’에 대해 제3국의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양국이 함께 대응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센카쿠도 여기에 포함된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중국과의 충돌 발생 때 대처 방안을 미국과 공동으로 마련함으로써 미국을 좀더 적극적으로 센카쿠 문제에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의 작전계획은 자위대 무력행사의 전제가 되는 이른바 ‘방위출동’ 명령이 발령되는 사태를 상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무장어민이 센카쿠에 상륙하고 일본이 경찰력으로 대응할 수 없게 돼 자위대가 출동하고 이후 중국이 군대를 파견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이번 작전계획에서는 미군의 타격력을 어떻게 편성할지가 초점”이라면서 작전 내용에 관한 상호조율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영유권 분쟁 등을 빚고 있는 지역에 개입하는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도 미군은 도서지역을 포함해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할 경우 ‘자위대의 지원·보완’까지로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청주기록체험홍보관 다음달 개관

    청주기록체험홍보관 다음달 개관

    청주시기록관 1층에 마련되는 기록체험홍보관이 다음달 문을 연다.2억 2000만원이 투입돼 연면적 210㎡ 규모로 꾸며진다. 이곳에선 시민들이 각자 자신의 기록을 저장한 뒤 언제든지 방문해 열람할 수 있는 ‘내 기록 저장하기’ 와 ‘시대별 내 공문서 만들기’, ‘추억이 깃든 옛 기록물 열람’ 등을 체험해 볼수 있다. 기록체험 홍보관은 청주기록관이 시민들을 위해 두번째 만드는 열린 공간이다. 청주기록관은 복대동 옛 청주서부경찰서 전경 숙소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개관하면서 로비에 청주의 옛 사진들을 전시했다. 청주시기록관은 전국 지자체 최초 통합전문기록관이다. 청원군이 청주시로 흡수통합되면서 6곳에 분산돼 있던 공공기록물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탄생했다. 체계적인 기록물관리와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조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2016년까지 32만권의 공공 기록물과 올해 수집한 가계부, 군대 추억록 등 300여점의 민간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교도소·소방소 36개월 근무 검토…다음주 확정, 발표할듯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교도소·소방소 36개월 근무 검토…다음주 확정, 발표할듯

    대법원이 1일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고 확정 판결한 가운데 국방부가 마련 중인 대체복무제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는 이들이 근무할 곳으로 교도소와 소방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대가 아닌 곳에서 대체 복무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4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 개최 이후 관계기관들의 논의를 거쳐 시행 방안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그동안 병무청 등과 함께 시행 방안을 검토한 결과, 18개월 기준의 현역병보다 2배 많은 36개월을 대체복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2배인 36개월 대체복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11개국 중 8개국의 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1.5배 이하이고, 그리스(1.7배)와 프랑스(2배), 핀란드(2.1배) 등 3개국은 1.7배 이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공청회에서 제기된 방안과 국민의 감정을 고려해 현역병보다 2배 길게 대체복무를 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하는 기관은 소방서와 교도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교도소 근무로 단일화하는 방안과 병역거부자가 소방서와 교도소 중에서 복무기관을 선택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검토했으며, 후자 쪽으로 결정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근무는 현역병과 마찬가지로 합숙 형태가 된다. 소방서와 교도소 모두 합숙근무가 가능한 기관이다. 소방서는 현재 의무소방대원이 쓰고 있는 합숙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교도소는 과거 경비교도대가 쓰던 합숙시설을 재사용하면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도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민간 전문가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복수의 방안을 검토해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女기상캐스터를 전사로 만든 한국형 신형 전투장비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女기상캐스터를 전사로 만든 한국형 신형 전투장비

    최근 육군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 뭐니 해도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그동안 가장 값싼 소모성 전투 자원으로 인식되어왔던 개별 전투원을 정예화해 전투원의 전투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하겠다는 한국형 미래 보병체계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신형 전투복 등 피복류 10종, 신형 방탄헬멧 등 전투장구 10종, K2C1 소총 등 신형 전투장비 13종으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됐다. 일단 이 워리어 플랫폼을 입기만 하면 군대 다녀오지 않은 50대 여성도 특등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육군 측의 주장이었다. 지난 8월, 육군은 자문위원들을 대거 초청해 이 장비의 체험 행사를 가진 바 있었다. 당시 참여한 자문위원들 대부분 10발 중 8~9발 이상이 표적지 중앙에 명중한 사격 결과를 받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바 있었는데, 사실 당시 참여한 대부분의 자문위원들이 과거 사격 교육을 받은 ‘군필자’였기 때문에 “누구든 입기만 하면 특등사수가 된다”는 군 당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워리어 플랫폼이 마치 SF 영화 속의 ‘아이언맨 슈트’처럼 누가 입어도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라면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착용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군 당국 주장대로 입기만 하면 특등사수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육군 측에 공개 실험을 요청했다. 실험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인 가운데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을 주요 피실험자로, 군대에 다녀온 지 오래된 예비역들을 비교 대상 실험군으로 삼아 실험을 실시했다. 여성 피실험자로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출신 기상 캐스터로 유명하지만 군대라고는 면회도 가본 적 없는 모 방송국 남혜정 기상캐스터가 섭외됐다. 비교 대상 실험군으로는 군 생활 중 소총 사격은 별로 해본 적 없다는 전역 30년차 예비역 병장인 50대 대학 교수, 전역 10년차 예비역 장교인 30대 직장인 각 1명이 섭외됐다. 피실험자 3명은 경기도 모처의 백마부대 실내 사격장에서 사격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K-1A 소총 사격을 먼저 실시했는데, 25m 거리에서 A4 용지 크기의 표적지에 10발을 사격한 결과는 예상한대로 3명 모두 엉망이었다. 생전 처음 소총 사격을 해본 남혜정 기상 캐스터는 단 1발도 표적지에 맞추지 못했다. 심지어 표적은 고사하고 표적지로 사용된 A4용지조차 맞추지 못해 그녀가 사격한 총탄은 모두 엉뚱한 곳에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총 사격이라는 것이 난생 처음이기도 했고, 170cm의 큰 키에 40kg대 깡마른 체구가 소총의 강한 반동을 제대로 제어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 캐스터가 사격한 총탄은 반동 억제 불량으로 인한 상탄(上彈), 즉 대부분 표적지 상단의 천장이나 벽에 박혀 있었고, 표적지 종이에는 그을음만 잔뜩 묻어 있었다.두 번째 사수로 나선 전역 30년차 50대 대학교수는 군필자답게 비교적 안정적인 탄착군을 보였다. 10발 중 9발이 표적지에 명중했으나, 표적지 중앙의 검은 원(8~10점)에는 단 1발도 맞추지 못하면서 총점 54점을 기록했다. 이 교수는 시력 때문에 표적지가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사격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세 번째 사수였던 전역 10년차 30대 직장인은 가장 최근에 군대를 다녀온 피실험자답게 10발 모두를 표적지에 맞추기는 했지만, 단 2발만 검은 원에 맞췄을 뿐 나머지 8발은 중구난방으로 표적지에 맞춰 총점 56점을 기록했다. 이 직장인 역시 시력 저하로 인해 표적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미필자 0점, 군필자 평균 55점을 기록했던 워리어 플랫폼 미착용 사격 실험 종료 후 피실험자들은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하고 다시 10발 사격에 나섰다. 우선 소총에 워리어 플랫폼 장비인 레일과 3배율 확대경, 도트사이트 및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장착하고 워리어 플랫폼 장구류인 방탄복과 헬멧 등을 착용했다. 장비를 착용한 뒤 동일한 25m 거리 표적에 대한 사격을 실시한 결과는 놀라웠다. 장비 미착용 사격에서 10발 중 2발만 표적 중앙을 명중시켰던 전역 10년차 30대 직장인은 8~10점대 표적지에 10발 모두 명중시키며 85점을 기록했고, 전역 30년차 50대 교수 역시 조준 착오로 인한 3발을 제외한 7발 전부를 표적지 중앙에 명중시키며 70점을 기록했다. 가장 극명한 효과를 보여준 것은 유일한 여성 참가자였던 남혜정 기상 캐스터였다. 장비 미착용 상태에서 단 1발도 표적지 종이에 명중시키지 못했던 남 캐스터는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하고 10발 모두를 표적지에 명중시켰다. 심지어 10발 중 6발이 표적 중앙에 명중했으며, 이 가운데 4발은 거의 같은 지점에 명중하며 총점 86점으로 단숨에 1등을 차지했다. 0점에서 86점으로 점수가 급상승한 이유는 바로 워리어 플랫폼이었다. 소총에 부착된 수직 손잡이와 신형 개머리판 덕분에 보다 안정적인 소총 파지와 견착이 가능해 안정적인 사격을 도왔고, 3배율 조준경과 도트사이트는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조준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장비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총이라고는 쏴본 적 없는 가냘픈 체구의 여성이 90%에 육박하는 명중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야간사격이었다. 원래 우리 군의 K2 소총에는 가늠쇠 부분에 야광물질인 트리튬(Tritium)이 삽입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야간 사격 하도록 되어 있지만, 트리튬의 수명이 짧고 발광 능력이 약해 이를 이용해 야간 사격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워리어 플랫폼을 이용한 야간 사격은 주간 사격처럼 표적이 환하게 보이는 가운데 주간사격만큼이나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우선 실내 사격장의 전등을 모두 소등해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든 뒤 방탄헬멧에 장착된 야간투시경을 착용, 전원을 켜자 전방이 대낮처럼 밝게 보였다. 소총에 장착된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켜고 표적 중앙에 레이저를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자 총탄은 마술처럼 표적지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격 결과 실험 대상 3명 모두 모두 표적지에 10발을 명중시켰으며, 최고점은 90점, 최저점은 73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워리어 플랫폼은 육군이 구상하는 3단계 발전 구상 가운데 1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육군은 1단계 워리어 플랫폼을 2023년까지 보급해 개선·보완 방향을 모색한 뒤 2026년부터는 개인과 전술지휘통제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동한 3단계 워리어 플랫폼 보급을 시작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3단계 워리어 플랫폼이 전력화될 경우 육군의 보병은 게임 상에서 ‘치트 코드(cheat code)’를 썼다고 표현할 정도의 가공할 전투 능력을 갖게 된다. 일부 게임에서는 게임 중 특정 치트 코드를 입력하면 캐릭터가 무적이 되거나 모든 적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어드밴테이지가 주어진다. 3단계 워리어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워리어 플랫폼 3단계 장비에서는 개인 또는 분대 단위로 지급되는 소형 단말기 화면을 통해 자신과 주변 전장 환경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다. 가령 적이 몇 미터 전방 어느 건물 몇 층 몇 번째 창문 뒤에 숨어있는지, 어느 벽이나 언덕 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단말기 화면에 표시된다. 과거 전쟁처럼 제압사격으로 수백발의 실탄을 낭비할 필요 없이 위치가 파악된 적을 수백 미터 밖에서 고배율 조준경으로 조준해 단발에 제거하거나 지능형 유탄 혹은 아군 지원화력을 요청해 간단하게 제압하면 된다. 이러한 가공할 시스템을 갖추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 시스템 기준 개인당 약 600만원이다. 2026년 이후부터 지급될 3단계 Block II형은 헬멧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는 차세대 소총, 일체형 전투복 및 근력증강 시스템 등이 통합되어 있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선진국 유사 체계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시스템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개인에게 엄청난 비용을 써가면서까지 워리어 플랫폼이라는 것을 추진하는 군에 대해 “이번에는 또 얼마를 해 먹으려는 것이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훈련과 정신력으로 극복 가능한 것을 돈으로 메우려는 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워리어 플랫폼은 비용 등 다른 제반 이슈들을 떠나 그동안 사람을 가장 값싸고 무가치한 자원으로 인식해왔던 한국군이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갖기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그간의 개혁 시도와 같이 잠깐의 이벤트로 흐지부지되도록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인식 전환과 개혁 시도는 오랫동안 ‘괴짜’나 ‘파격’의 꼬리표를 달고 비주류 취급을 받았던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등 소장파 장성들이 육군 수뇌부에 자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개혁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 강한 사람들이 주요 직위에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육군의 개혁이 전군의 환골탈태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뇌부가 자리를 걸고 덤벼든 개혁과 혁신의 불꽃이 중간에 꺼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이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수류탄 투척 실패로 목숨 잃을 뻔한 순간

    수류탄 투척 실패로 목숨 잃을 뻔한 순간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병사의 실수로 큰 화를 당할 뻔한 위험천만 순간의 영상이 화제다.  지난 30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은 군 훈련병이 엄청난 긴장으로 수류탄 투척에 실패하는 장면과 그 실수를 지혜롭고 빠르게 대처한 교관의 모습을 소개했다.  중국 북동단 헤이룽장성의 한 군대 수류탄 투척 훈련장. 영상은 교관 한 명이 훈련병과 함께 있는 또 다른 교관에게 수류탄을 전해 주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교관이 훈련병에게 수류탄을 쥐어 주며 투척 방법을 설명한다. 이윽고 훈련병이 손을 뻗쳐 수류탄을 던진다. 하지만 수류탄은 바로 앞에 있는 보호벽을 맞고 안쪽으로 떨어지고 만다.  순간 옆에 있던 교관은 훈련병의 몸을 잡고 오른쪽에 있는 콘크리트 안전 벙커 속으로 몸을 날린다. 이후 몇 초 지나지 않아 수류탄은 검은 연기를 내며 폭발한다. 교관의 빛나는 대처가 없었다면 큰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험천만 순간이었다. 영상 속 훈련병, 생명의 은인인 교관에게 평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듯 하다.사진 영상=라이브릭채널/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트럼프, 캐러밴 초강경 저지 … 국경에 군인 5200명 배치

    트럼프, 캐러밴 초강경 저지 … 국경에 군인 5200명 배치

    작전명 ‘충직한 애국자’…당초보다 5배로 중간선거 지지율 떨어지자 ‘反난민’ 결집 총기난사 현장 방문…혐오범죄 수세 차단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의 접경 지대에 현역 군인 52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을 향해 오는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저지하기 위한 군 투입이다. 미국에서 국경순찰대를 지원하기 위해 현역 군이 투입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조치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잇단 증오범죄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까지 ‘반(反)난민’ 정서를 뜨거운 이슈로 삼아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군 북부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부 텍사스를 시작으로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에 군인을 배치해 국경 진입점 경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800여명의 군인이 텍사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명은 ‘충직한 애국자’로, 당초 1000명 규모로 계획됐던 군 투입도 5배로 불어났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우파 논객 로라 잉그레엄이 진행하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폭력조직원 등 나쁜 사람들로 구성된 캐러밴은 ‘침략자’”라면서 “우리 군대가 그들의 진입을 막을 것이며, 국경 지대에 수억달러를 써 건물을 짓는 대신 텐트를 설치해 망명 신청자들을 무기한 붙잡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보병 장교로 복무했던 제이슨 뎀프시 신미국안보센터 전임교수는 NYT에 “이번 정부 조치는 군대를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연구센터의 케빈 애플비 정책선임국장은 “세계 최고의 군대를 힘 없는 난민을 막는 데 투입하기로 한 결정은 수치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도 캐러밴 대열은 위축되지 않고 있다. 규모는 7000여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이날도 엘살바도르에서는 약 300명으로 구성된 3차 캐러밴이 출발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주 잇단 증오범죄 발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에서 40%로 급락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11명의 희생자를 낸 총기난사 현장인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건 직후 대통령은 (용의자의) 극악무도한 행위를 규탄했지만 언론은 가장 먼저 대통령을 탓했다”면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유대인이라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인의 장인, 유대인들의 할아버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라디오쇼’ 김태진 “송중기, 분장실까지 와 식사 챙겨줘”

    ‘라디오쇼’ 김태진 “송중기, 분장실까지 와 식사 챙겨줘”

    ‘라디오쇼’ 김태진이 배우 송중기에 대해 언급했다. 23일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에서는 방송인 김태진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태진은 “팬미팅 할 때마다 저를 MC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배우 송중기다”라고 말했다. 김태진은 “송중기 씨가 군대 가기 전 팬미팅부터 KBS2 ‘태양의 후예’ 이후에 뜨고 나서도 팬미팅 마다 저를 불러줬다”고 인연을 언급했다. 이어 “송중기 씨가 분장실까지 와서 식사까지 챙겨줬다. 착즙기 등도 챙겨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KBS 쿨FM ‘라디오쇼’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트럼프의 캐러밴 저지 작전명 ‘충직한 애국자’

    트럼프의 캐러밴 저지 작전명 ‘충직한 애국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 등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의 유입을 막으려고 멕시코 접경에 5000명 이상의 군인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에 미 국방부는 ‘충직한 애국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자 성향이 극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군 북부사령관(공군 대장)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주말까지 5천200명 이상의 군인들을 남쪽 국경에 배치할 것”이라며 “이는 작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현역 군인의 남쪽 국경지대 배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국경 경비는 군대가 아닌 국경순찰대가 맡는다. 오쇼너시 사령관은 “남부 텍사스를 시작으로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으로 군인을 배치해 국경 진입점 경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얘기하는 이 시간에 800여 명의 군인이 텍사스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반(反)이민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캐러밴을 비난하며 군 병력을 동원해 국경을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11·6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미 이민자 행렬을 가리켜 “많은 갱 조직원과 일부 매우 나쁜 사람들이 그들 속에 섞여 있다. 제발 돌아가라. 당신들은 미국 땅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건 우리나라에 대한 침입이다. 우리 군대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에서 약 300명으로 이뤄진 3차 캐러밴이 미국을 향해 출발하는 등 중미에서는 미국행 이민 행렬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중국 상영금지된 판빙빙 출연 ‘대폭격’ 북미 개봉, 평점 최악

    중국 상영금지된 판빙빙 출연 ‘대폭격’ 북미 개봉, 평점 최악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했다가 100일이 넘는 세무조사와 8억 위안(약 1450억원)이라는 벌금폭탄을 맞은 영화 ‘대폭격’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원래 8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판의 세무조사로 10월 전 세계 동시개봉으로 미뤘으나 끝내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온갖 난관을 뚫고 개봉한 ‘대폭격’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멜 깁슨이 제작하고 판빙빙, 송승헌, 브루스 윌리스, 애드리안 브로디 등이 출연하는 등 초호화판 출연진을 자랑한다. 2차 대전 중인 1940년 중국 충칭에서 5명의 중국인이 일본 군대에 대항해서 싸운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감독은 중국인 샤오펑이 맡았으며 약 1140억원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됐다. 세계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의 관람평은 “그냥 나쁜 것이 아니라 재난에 가깝다. 너무 지루해서 영화 내용을 묘사할 수조차 없다. 이 영화에 시간이나 돈을 낭비하지 마라” “왜 브루스 윌리스가 이런 영화에 출연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처럼 영화 자체가 대폭격이다” “지루한 대사와 질낮은 연기에 영화 시작 10분 뒤에 관람을 포기했다” “중국인들은 얼마나 일본에 대항해 열심히 싸웠는지 보여주는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 등 혹평 일색이다. 전체 평점은 10점 만점에 4.4점에 그쳤다. 송승헌은 한반도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암묵적으로 한국산 콘텐츠를 금지하는 한한령이 내려진 이후 처음 중국 개봉 영화에 출연하는 한국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송승헌은 이 영화에서 일본에 대항해 싸우는 5명의 공군 조종사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했다. 한국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특수효과에 대해서도 미 관객들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윌리스에 대해서는 70년대 쿵후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연기를 보여줬다며 차라리 은퇴하는 것이 낫겠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 240만원에 내준 시력…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청년들

    [2018 청년 빈곤 리포트] 월 240만원에 내준 시력…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청년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속담은 누군가에겐 저주다. 어떤 일이든 가장 급하고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서둘러 하게 된다는 것으로 결론짓는 탓이다. 그렇게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일수록 아쉬운 사람이 삽을 들기 마련이다. 물론 아쉬운 사람들마저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런 일에는 수당이 붙인다. ‘위험 수당’ ‘야근 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수당이 붙으면 다시 빈자들의 줄서기가 시작된다. 대학을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김영신(31)씨도 3년 전 그렇게 줄을 섰다. 대기업 스마트폰 재하청 공장에서 야간근로를 하던 그는 산재로 시력을 잃었다. 김씨가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도 돈 때문이었다. 2015년 1월 마트 보안요원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던 김씨는 하루 8시간(오후 8시~오전 5시)씩 주 6일 동안 야간 근무를 서면 한 달에 240만원을 주겠다는 구인 글을 봤다. 야간근무로 두 달만 고생하면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활비를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원서를 넣자마자 전화가 왔다. “당장 오늘부터 일해줄 수는 없나요”. 그 길로 부천으로 향했다. 밤새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빼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레이저 기계가 스마트폰 부품에 문양을 새길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만 하면 됐다.그렇게 3주 뒤, 알람 소리에 잠이 깼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밑에서 잡아 당기는 듯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눈이었다. 몇 시인지 보려 해도 휴대전화 속 숫자를 읽을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은 암흑처럼 캄캄했고, 왼쪽 눈은 겨우 형체만 보였다. 종합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은 하나같이 원인을 알 수 없다고만 했다. 그나마 희망은 있었다. “통상 이러다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오시는 분들이 85%입니다”. 김씨는 자신이 나머지 15%에 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20개월간 통원 치료를 하며 집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2016년 추석 무렵, 김씨는 이모부의 소개로 만난 한 노무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길 들었다. 김씨 외에도 5명이나 되는 청년 파견노동자들이 김씨와 같은 일을 하다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 중엔 뇌손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이 실명한 원인이 3주간 일했던 공장의 작업환경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초 인천·부천 일대 공단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 산업재해’의 최초의 피해자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씨는 “제품 제작 과정에서 알코올이 튀기도 하고, 알코올이 담긴 드럼통을 옮기면서 내용물이 옷에 묻거나 해도 다 날아가겠거니 하고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실상은 그게 공업용 메탄올이었고, 얇은 마스크와 다 떨어진 장갑이 아닌 원활한 환기 장치와 안전 장비를 갖추고 다루어야 하는 물질이었단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날을 떠올려봐도 공장 직원들은 손을 기계에 넣지 않도록 주의하란 말 외에 따로 해준 말이 없었다. 공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했다. 그 중엔 사장과 사장의 가족들도 있었다. 메탄올 중독 산업재해를 조사한 노동건강연대의 정우준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기업이 하청 노동자들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인력으로 보고 적절한 안전설비를 마련하지 않고, 사전에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탓이 크다”면서 “정부 당국도 파견직을 확대하고, 열악한 하청 공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기업의 무책임을 방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3개월 전부터 서울 관악구 실로암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소재 한 도서관에 있는 카페에 출근한다. 한때 꿈이었던 바리스타 일을 이렇게 시작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겨우 31살.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 건 사고를 당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사고 전에도 녹록지 않은 삶이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단다. 김씨는 “친구들을 따라 대학에도 진학했었지만 돈벌이가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고, 군대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했다”면서 “그나마 벌이가 괜찮은 편인 야간 술집 서빙이나 마트 보안요원을 했지만 오래할 일들은 못 돼 그만뒀다”고 떠올렸다. “돈을 벌려고 선택한 일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고개를 떨군 건 김씨만이 아니다. 그를 비롯한 메탄올 산재 피해자들은 노동건강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업주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언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재해자 가운데 청년의 수와 비중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년 재해자는 4732명으로 전체 재해자 4만 8125명 중 9.8%를 차지했다. 청년 산업재해자는 2015년 8368명(9.2%)에서 지난해 9848명(9.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눈을 낮춰 힘든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시선과 압박에 사고 발생 위험이 큰 직종으로 스며들고 있다”면서 “단기 알바생이나 파견 근로 청년을 헐값에 일을 시키려다 보니 4대 보험을 보장해주지 않아 산재 피해를 겪고도 합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업이나 택배업 외에 정보기술(IT)나 미디어업종 등에서도 많은 청년이 과로 등 질병에 노출돼 있다”며 “그럼에도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데뷔 7주년 마이네임 “지금은 4명이지만 열심히 활동할 것… 마이걸 고맙고 미안해”

    데뷔 7주년 마이네임 “지금은 4명이지만 열심히 활동할 것… 마이걸 고맙고 미안해”

    데뷔 7주년을 맞은 보이그룹 마이네임(건우, 세용, 준큐, 채진, 인수)이 팬들에게 영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이네임은 27일 0시 공식 유튜브 계정에 ‘마이네임 데뷔 7주년 감사 인사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세용은 “2018년 10월 27일, 마이네임 7주년입니다. 벌써 7살이에요”라며 데뷔 후 7년 지났음을 알렸다. ‘몇 살이 됐냐’고 묻는 세용의 질문에 건우는 “저는 아직 23살”이라고 답했다. 준큐도 “19살”이라며 데뷔 당시의 나이를 말했다. 세용은 “저도 데뷔 나이 20살로 하고 싶습니다. 건우형도 저도 준큐도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라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내 채진은 “고1 때 데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우는 지난해 10월 군 입대를 한 맏형 인수를 언급했다. 그는 “7년 동안 여러분들이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오늘같이 7주년이 온 것 같다”며 “지금은 인수형이 군대를 갔기 때문에 4명이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세용은 감사 인사 영상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한국 마이걸(팬덤명) 여러분들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여러분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면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마이네임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메시지’로 데뷔한 마이네임은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다만 한국에서는 2015년 네 번째 싱글 ‘딱 말해’를 끝으로 긴 공백기를 가져왔다. 지난해 인수를 제외한 멤버 전원이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아일랜드 여가수 시니드 오코너 개종 선언 “무슬림이라 행복”

    아일랜드 여가수 시니드 오코너 개종 선언 “무슬림이라 행복”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지난 2003년 가수 은퇴를 선언한 시니드 오코너(52)가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천명했다. 1990년 히트곡 ‘낫싱 컴페어스 2 U’로 잘 알려진 그녀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아드한을 읊고 이슬람식 기도를 올리는 동영상과 함께 글을 올려 “지적인 신학의 여정 끝에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이슬람에 이르렀다. 기쁘기 그지 없다”며 이슬람식 이름 슈하다로 개명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아울러 동료 무슬림들이 자신을 응원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아일랜드의 이맘(영적 지도자) 샤이크 DR 우마르 알카드리는 그녀와 함께 이슬람 신앙 서약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그녀가 종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마그다 다빗이란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밝혔다. 늘 머리를 민 상태로 무대에 올라 솔직하고 과감한 언행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과격한 언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도 많았다. 어린 시절 학대와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그녀는 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보내지기도 했다. 친척 결혼식에서 `에버그린’을 부르는 장면을 아일랜드 그룹 투아누아의 드러머 폴 번이 보고 가수 데뷔를 권했다. 커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공연을 하며 돈을 모아 더블린 음대에서 발성과 피아노를 공부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런던으로 옮긴 뒤 두 장의 앨범을 히트시키며 얼터너티브 음악의 선구자로 나섰다. 아일랜드공화국군대(IRA)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U2에 대한 반감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고 공연 때 미국 국가가 연주되면 안된다는 식으로 의사 표현이 거침 없었다.1992년 세 번째 앨범 발매 후 미국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해 교황 사진을 찢으며 “진정한 적과의 투쟁을!”이라고 외친 일로 유명하다. 7년 뒤 프랑스 루르드의 작은 성당에서 신부 서품을 받은 일로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톨릭 교회에서는 여성을 신부로 인정하지 않아 서품은 공인 받지 않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K-9 폭발사고 ‘전신화상’ 이찬호 병장 “진상규명조차 안 돼…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K-9 폭발사고 ‘전신화상’ 이찬호 병장 “진상규명조차 안 돼…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비참한 건 움직일 수 없어 자살할 수도 없었다”지난해 8월 K-9 자주포 사격훈련 도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예비역 병장이 25일 “자살 생각 했지만, 더 비참한 건 움직일 수조차 없어 자살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이찬호씨는 이날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생존자 중에서는 제가 제일 많이 다쳤고 겨우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찬호씨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면서 재활치료 받으면서 수술을 몇 차례 앞두고 있다. 화상은 다들 알다시피 최고의 극한의 고통을 동반하고 치료과정도 길고 고되지 않나.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고. 그래서 저는 절망감, 자살시도, 자살 생각으로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면서 “더 비참했던 것은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면서 자살을 할 수조차 없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이찬호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막함을 전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서 재활치료 중이고요. 추후 수술을 차례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화상환자들끼리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과연 현실에 놓여지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을지가 걱정이 많이 되죠. 저는 아직 25살밖에 안 됐고 결혼도 해야 되고 안정적인 직업도 가져야 되는데 막막하죠.” “전역시 月 500만~600만원 치료비 걱정···부당함 알리려 앞당겨 제대”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지난해 8월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해 장병 3명이 사망하고 전신 화상은 이찬호씨를 롯한 4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배우의 꿈을 접고 치료에 전념해오던 이 병장은 지난 5월 페이스북에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 9개월이 지났다. 전역 시 한 달에 500만~700만원 드는 (병원)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역을 한달 미룬 사정을 공개했다. “치료비를 생각한다면 제가 한 6개월 정도를 미룰 수 있었지만 이런 부당한 일을 사회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제2의 피해자가, 제2의 이찬호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치료비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저는 좀 일찍 전역을 했어요. 왜냐하면 군 소속일 때는 지휘관의 허가가 필요하고 군법에 위배가 될 수 있어서 방송에 나올 수조차 없어요. 이런 군대라는 폐쇄적인 구조여서 알릴 기회가 없었던 거죠.” 이에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병을 치료해 주시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글은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지난 9월 이 병장을 국가유공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찬호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상황에 대해 자신은 기절해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고 했다. 대신 가족들이 정보를 찾아 동분서주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고 직후도 아니고 사고 몇 시간 후에 위급하다고 연락 왔다“며 미비한 대처 매뉴얼을 꼬집었다. ”가족은 나라에 아들을 맡겼으니 국가가 해결해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는 그는 “치료비 문제로 군대를 연기했지만 연기신청도 6개월밖에 안 된다. 나라에서는 이중배상금지법 때문에 보상금을 받을 수가 전혀 없었다. 또 K-9 자주포를 만든 한화 제조업체에서는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저한테 아무런 보상금을 준 게 없다”라고 부연했다.‘전역 직전에 훈련하다가 다쳤는데, 전역 후에도 치료비를 지급해줘야 했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저희가 힘든 일을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한 일을 부탁하는 건데도, 이게 개선된 게 전역 후 6개월밖에 지원이 안 된다는 거다”라며 “외부병원은 개인사비로 부담해서 치료를 받아야 되고, 전역 후 또 보훈처로 넘어가면 보훈병원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게 외부병원은 위탁승인이라는 과정과 절차를 밟아 허가가 떨어져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런데도 많은 장병들은 개인사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많은 청춘, 소모품 아냐···당연한 걸 바래”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끝맺었다.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진상규명도, 누구의 책임도, 누구의 처벌도, 어떠한 보상도 (없이) 아직도 자주포는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 많은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바라는 겁니다. 선진국인 만큼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과 잊지 않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 분들께 정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증거···누구나 마음의 상처 잘 아물길” 한편 이 병장은 이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이 병장의 화상 자국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그대들의 흉터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겠죠. 마음의 상처든 뭐든 그 상처가 잘 아물길.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증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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