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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랜드캐년 추락 청년 “병원비 10억+이송비 2억 원, 도와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반응은?

    그랜드캐년 추락 청년 “병원비 10억+이송비 2억 원, 도와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반응은?

    그랜드캐년 추락 사고를 당한 한국인 대학생의 귀국을 도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5살 대한민국의 청년을 조국으로 데려 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후 기준 1만5000명이 참여 중이다. 청원인은 “부산 동아대에 재학 중인 박(25)씨가 지난해 12월 30일, 그랜드캐년에서 발을 헛디디며 추락해 머리 등을 크게 다쳐 현재 혼수상태”라며 “한국으로 데려 오고 싶지만 관광회사와의 법적인 문제 뿐 아니라 병원비만 10억원, 환자 이송비만 2억원이 소요돼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타국에서 당한 안타까운 사고로 청년과 가족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국가는 단 1명의 자국 국민일지라도 이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한다면 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인 박씨가 고국으로 돌아 올 수 있게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원에 동의한다고 밝힌 네티즌들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려온다”, “국가 세금이 아니더라도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한 청년의 인생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반면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오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그랜드캐년 추락사고 관련 청원글 삭제 부탁드립니다’ ‘그랜드캐년 추락사 지원절대 반대’ ‘그랜드캐년 청원 삭제해주세요’ ‘그랜드캐니언의 청년 귀국 지원은 다르게 해야한다고 봅니다’ 등의 귀국 지원 반대 청원도 올라왔다. 이들은 “개인과실로 일어난 일을 왜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라 지키러 군대 가서 다친 사람들이 보상을 얼마나 받는지 아느냐. 말도 안 되는 청원”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황교안 “나는 흙수저…대학가기도 힘들었는데 병역비리?”

    황교안 “나는 흙수저…대학가기도 힘들었는데 병역비리?”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신을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황 전 총리는 “저는 흙수저 출신이고 병역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가정이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병역 문제를 여러 번 해명했지만, 저에 대한 가짜뉴스가 많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저는 아버지도 없고, 가정 살림상 대학에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무슨 비리가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병역 비리를 저지르려면 많은 사람이 면제를 받는 병을 가지고 해야 했는데, 사실 제 병명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군에 가려 했지만, 군의관이 ‘작전 수행에 문제가 많으니 군대에 오지 마라’고 해 못 간 것”이라며 “사실을 폄하·왜곡해 말하는 것이 안타깝다. (병역 비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또 ‘친박(친박근혜) 프레임’으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거 자신이 사형을 구형한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의 김현장씨와 친구가 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김현장씨가 과거의 잘못된 친북 노선을 바꾸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따르는 변화를 겪은 후 다시 만났다. 헌법가치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따른다면 적과 같은 분도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저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지만 좋은 친구로 지내는 분들이 있다. 마음을 열고 화합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홍준표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은 황교안이 아닌 박근혜의 업적’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데 대해선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라고 생각해 해산해야 한다고 제가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며 “어려운 건의를 드려 대통령이 결정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경기도 10가구중 2가구, 직장·학교 문제로 따로 살아

    경기도 10가구중 2가구, 직장·학교 문제로 따로 살아

    경기도 내 10가구 중 2가구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분거 가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분거 가족은 직장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가족 구성원이 서로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말한다. 23일 ‘2018년 경기도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3만1740가구 가운데 6305가구가 분거 가족으로 전체의 19.2%를 차지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가장 이유로는 배우자나 자녀의 직장문제가 54.2%로 절반을 넘었고 학업 28.1%, 군대 6.8%, 가족 간 불화 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따로 사는 지역은 경기도 내 시·군이 40.4%로 가장 많았고 서울 제외한 다른 시·도 (28.5%), 서울(21.2%), 국외(9.9%) 순이었다. 분거로 인해 남아있는 가구주의 연령은 50대가 35.5%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18.9%, 40대 15.3% 순으로 나타났다. 분거 가족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포천시(30.0%), 가장 낮은 지역은 안양시(14.1%)였다. 국외 분거 가족 비율은 과천시가 2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분거 기간은 1∼2년이 23.2%로 가장 많았고 5년 이상 19.8%, 6개월∼1년 16.9%, 2∼3년 14.4% 순이었다.경기도는 1997년부터 매년 사회조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가족·가구와 환경, 보건·의료, 교육, 안전 등 5개 분야 37개 항목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해 경기도 사회조사는 8월 28일∼9월 11일 도내 3만1740가구, 15세 이상 가구원 6만75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0.7%p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너 하나 인생 망치게 하는 건 일도 아냐” 의대생도 폭력·성희롱 다반사

    “너 하나 인생 망치게 하는 건 일도 아냐” 의대생도 폭력·성희롱 다반사

    인권위, 전국 40개 의대 1763명 심층 실태 조사신체·정신적 폭력 빈번···1시간 술 7병 먹다 응급실“인기 많은 그 과는 여자 안뽑아” 성차별 성희롱도폐쇄적인 의료계 조직 구조가 인권 침해 양산 원인 “1살 많은 의과대학 선배는 ‘선배란 존재는 너를 도와줄 수는 없어도 너 하나 인생 망치게 하기 쉽다’는 말까지 했어요. 선배로서 본인이 하는 행동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말이었죠”(의과대생 A씨 심층 인터뷰 중)의과대학 학생들도 언어·신체적 폭력은 물론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대부분 선배나 교수 등으로 피해자들은 진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에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3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 1763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의대생들 10명 중 5명(49.5%)는 언어폭력을, 16%는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60%는 회식 참석을 강요당했고 전체의 47%는 음주까지 강요당했다고 증언했다. 음주 강요를 당한 적 있는 학생 B씨는 심층인터뷰에서 “밉보인 후배는 선배들에게 계속 술을 강요당한다”면서 “일명 ‘찍힌 학번’은 한명당 7병 꼴로 1시간 이내에 술을 마시게 해 일부는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발언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층인터뷰에 임한 한 여학생은 “실습 때 ‘여자는 군대 안 가니까 투표권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발언을 흔히 한다”면서 “특정과는 여자는 임신하니까 안 된다며 겨우 몇 년에 한 명씩 여자를 뽑는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실습 때 만난 전공의 교수가 ‘어떤 과가 인기가 많지만 거기는 뽑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그 과는 젊은 남자만 뽑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사 결과 여학생의 72.8%는 이러한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고 18.3%는 신체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생 C씨는 “교내 댄스 동아리에선 야한 춤을 선배가 강요했다. 성행위 유사 동작을 해야 했고 선정적인 의상을 강요했다”면서 “심적으로 고통스러웠고 수치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향후 자신의 진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가장 큰 문제로 의료계의 폐쇄성을 꼽았다. 졸업 후 선배들이 있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생 C씨는 “실습 나가면 교수도 선배고 레지던트도 다 선배인데, 레지던트가 교수한테 ‘쟤는 이상한 애’라고 하면 실습이 어떻게 되겠나”라면서 “(그런게) 다 무서운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의과대학의 경우 특정 동아리가 병원의 특정과를 장악해 교수와 레지던트는 물론 해당 동아리 학생까지 연결된 견고한 구조를 갖춰 인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문제 해결법 중 하나로 의대를 별도로 관리·전담하는 인권센터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특히 대다수 학생들은 “대학 측에선 사건을 감추기 급급하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제3자로 구성된 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의과대학 및 병원에서 일어나는 비인권적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다. 또 의료법과 전공의법을 개정해 병원 실습 중인 의대생 등의 인권 보호 사항을 추가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열린세상] 2019년 일본 자위대/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2019년 일본 자위대/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은 2018년 12월 18일부로 2023년까지의 5년간 국방전략을 각의에서 의결해 공표했다. 5년간의 군사비는 약 280조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의 군사비 책정이다. 말이 자위대이지 놀라운 속도로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발표다. 일본은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도 조심해서 잠행해야 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정숙성을 지닌 소류급 잠수함을 이미 운용하는 군사강국이다. 그런데 이번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공격형 군함으로 분류되는 항공모함은 절대 보유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던 약속을 깨고 이즈모형 군함을 항공모함으로 변모시킨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42기 도입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게 갑판의 열을 견디기 위한 공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활주로를 통해 이륙하는 F35A 전투기를 합치면 총계 147기의 스텔스 전투기를 갖게 된다는 말이다. 항공모함의 보유를 선언했기 때문에 일본의 자위대에 자위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고,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 위반이다. 일본의 군대가 공격형 군대로 변모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도입해 적의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오로지 방어만 한다는 자위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발표는 육·해·공군의 횡적 통합 능력을 증강시키고, 심지어는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력도 염두에 두고 군사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우주를 국방정책에 집어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일본은 10기의 첩보위성을 갖게 돼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이 어느 건물에서 나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첩보위성들을 가동 중에 있다. 그리고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 능력을 초고속으로 증강시킨다는 목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 국가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북한 미사일과 중국 미사일에 대한 대비도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2기 도입해 한국 동해가 바라다보이는 일본 야마구치현과 아키다현에 배치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차관급 기관인 일본 방위청을 장관급 정부 기구로 승격시킨 아베 총리가 가깝게는 북한, 멀게는 중국을 내다보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의 군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이 국가들과 경쟁해 군사비를 펑펑 써댈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군비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최소한의 군사비 지출, 최대한의 방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무기체계를 사들일 수 없으니까 한반도 삼면 해역 물 밑에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고성능 잠수함을 개발해 증강 배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감히 일본과 중국 심지어는 북한도 한국의 바다를 함부로 넘보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한국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초정밀 미사일만큼은 빼곡히 배치할 일이다. 중국, 일본은 물론 북한도 한국을 공격할 수 있으니 이 분야만큼은 소홀함 없이 집중적으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사이버 전력을 증강시킬 일이다. 현대의 무기체계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운용되기 때문에 고도로 숙련된 사이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사이버전 인력의 양성은 여타의 무기체계와 달리 큰 돈 안 들이고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군사 영역이다. 사이버 전력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므로 지구력이 강한 체력 싸움이기도 하다. 이 분야는 한국의 문화와도 잘 맞는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평화체제를 꿈꾸며 한국이 주변국을 설득해 항공모함 건조 등 무기 사재기에 국가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군비 경쟁을 줄이며 그 돈을 평화 유지와 자국 국민의 복지 향상에 쓸 수 있도록 한국의 외교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주변국을 침략한 역사도 없는 한국, 그리고 가장 적은 군사비를 쓰는 한국이 동북아 평화체제를 출범시킬 수 있는 최고 적임자다.
  • [100초 인터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

    [100초 인터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강제 징용과 징병 등 뭐하나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 특히 친일 부역자 문제는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인 것 같다. 이러한 문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한(48) 영화감독이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기획한 이유는 비장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1943년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까지,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를 다룬 대작이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2012년)를 연출했던 김용한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는 기획과 드라마트루기(작가나 연출가의 의도가 작품 속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극작술적인 면에서 조언을 해 주는 것)를 맡았다. 김 감독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제작 출발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수요집회에 참가한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젠가, 내가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관련 이야기를 찾다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떠올랐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변숙희 프로듀서와 노우성 연출가가 프로젝트 합류를 결정하면서, 그들과 함께 김성종 원작자와 송지나 각색자를 찾아다니며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1977년 10권으로 완성된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통한의 역사 속 젊은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위안부’ 문제와 제주도 ‘4.3사건’, 해방전후 ‘이념대립’ 등 현대사의 민감한 문제들을 진정성 있게 건드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당시 여자들은 위안소로, 젊은 남자들은 군대로, 그리고 어른들은 영화 ‘군함도’에 나온 것처럼 징용되고 수탈당했다. 이런 아픈 역사를 지금이라도 계속, 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뮤지컬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본을 개발하면서 남북 간 좌우대립 역사를 보니, 3.1운동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더라”며 “같이 만세운동을 했지만, 한반도 평화를 바랐던 두 이데올로기가 시작된 게 어쩌면 3.1운동부터라는 점, 이러한 좌우대립의 시작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기억해야 할 이유, 상기시켜야 할 이유를 말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이 사과하겠나? 나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내외면,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흐르는 시간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여명의 눈동자’ 같은 작품을 통해 중요한 역사적 이슈가 반복되고,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상기시킨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해결되리라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고백했다. 그러한 그의 경향은 청소년 성범죄를 화두로 내세운 2012년 작품 ‘돈 크라이 마미’로 드러난 바 있다.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과 부당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세상에 질문을 던진 김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마친 뒤, 친일파를 찾아 처단하는 SF장르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영화 ‘헝그리’ 촬영이 예정돼 있다. 김 감독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잘 마무리하고, 기회가 되면 영화 ‘여명의 눈동자’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2월 22일부터 4월 14일까지 두 달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 “끌려간 학생들 대부분 실종…참전 중인 나 대신 모친이 졸업장 받아”

    “끌려간 학생들 대부분 실종…참전 중인 나 대신 모친이 졸업장 받아”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기 19회 6·25 한국전쟁 당시 6년제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이경종(85) 씨는 6·25 전쟁에 자원입대하기 위해 1950년 12월 18일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500㎞를 매일 25㎞씩 20일간 걸어갔다. 1951년 1월 10일 부산육군 제2 훈련소(부산진국민학교)에 도착했으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입대가 불허됐다. 결국 실종 군인의 군번을 부여받아 편법으로 입대했고 4년 동안 참전한 후 1954년 12월 5일 만기 제대했다. 1996년 7월 15일 이경종 씨는 큰아들 이규원 치과 원장과 함께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이하 6·25 편찬위)를 창립해 199명의 참전 학생과 참전 스승(신봉순 대위)의 육성을 녹음하고, 흑백 참전 사진과 참전 관련 공문 등을 수집했다. 20년간 노력해 마침내 이규원 치과 원장(이경종 큰아들)은 인천 중구 용동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오른쪽 사진)을 세웠다. 6·25 편찬위(위원장 이규원 치과 원장)는 부산까지 걸어가서 자원입대한 인천 학생 약 2500명과 참전 스승의 애국심을 기억하고, 전사한 인천 학생 208명과 스승 1명(심선택·1926년 10월 25일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하고 해병 소위로 참전하여 1950년 11월 12일 24세 때 전사)을 추모하기 위해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기’를 시리즈로 본지에 기고한다. 편집자 주김춘식 ▲인천학도의용대 창영분대 ▲인천중학교 3학년 15세 때 참전 1935년 5월 25일 인천에서 태어나서, 6년제 공립 인천중학교 3학년 재학 중 자원입대한 후에 참전하여 1954년 4월 만기 명예 제대함.김춘식 인터뷰 일시 1997년 8월 23일 장소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 (이규원치과 3층) 대담 김춘식 이경종(인천학생 6·25 참전관 설립자) 이규원 치과 원장(이경종 큰아들)6·25 사변이 터지고 인민 횡포에 시달리다 6년제 인천중학교(현재 제물포 고교)에 다닐 때 6·25 사변이 일어났다. 당시 우리 집은 동구 창영국민학교 옆에 있었으며 가족으로는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인민군이 인천에 들어오자 곧바로 학생들을 인민의용군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까 끌려간 학생들은 대부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되었다. 그해 여름을 집에서 숨어 지내다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맞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유의 몸이 된 나는 우리 동네에 생긴 인천학도의용대 창영분대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대원은 박희송과 해병으로 참전하여 전사한 동네 친구 최춘국이다. 인천학도의용대 따라 남하 이후 국군의 후퇴로 전세가 불리해져서 우리들은 1950년 12월 18일 남하하게 되었다.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려 미끄러운 길을 걸어서 밤이 깊어서 안양까지 갔다. 안양에서 민박으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수원으로 또 걸어갔으며 수원부터는 기차도 타고 걸어서 가면서 20일 정도 걸려서 부산에 도착하였다. 부산진국민학교의 육군 제2 훈련소 입소 나는 1951년 1월 10일 부산진국민학교에 있었던 육군 제2 훈련소에 입소하였다. 이후 20여일 훈련받은 후 군번 받고 정식 군인이 되어, 경상남도 진주농업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8사단에 배치받았다. 그때 내 소속은 8사단 16연대 2대대 8중대 소속이었다. 이렇게 배치된 8사단은 병력보충 등 재편을 끝나게 되었으며 그런 얼마 후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그때 우리 부대가 진주에서 이동하여 주둔한 지역이 경상남도 산청이라는 곳이었다. 그 후 함양, 거창 등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공비토벌작전에 참전하였다.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당시 공비토벌은 주로 겨울에만 하는데 산속에 있는 갈대가 눈이 내려 쓰러질 때가 공비들이 활동을 못 하고 노출이 되니까 그때가 토벌작전 하는데 제일 좋은 시기였다. 이후 다시 공비토벌작전에 투입됐다가 다시 전방 중동부 전선으로 이동하여 지형능선 전투에 참전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부대가 전투했던 지형능선이라고 하는 것은 산세가 다섯 손가락처럼 뻗었다고 해서 지형능선이라고 하였다. 나는 휴전이 되고 9개월 후인 1954년 4월달에 만기명예제대를 하였다. 어머니가 대신 받은 나의 인천중학교 졸업장 당시 군에서의 제대는 상이제대뿐이었으며 휴전 후 내가 1차로 만기 명예 제대를 하였다. 나는 인천중학교 3학년 15세에 국군에 자원입대해서 만 3년 4개월 만에 제대했다. 이때는 전쟁 중이라서, 제대는 심하게 다치거나 아니면 특별한 경우에만 제대를 시켰고, 1954년에 만기제대라는 것이 생겼다. 나는 군에서 제대한 후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내가 다니던 인천중학교에 찾아갔으나 제대 후 당시는 6년제 중학교가 3년제 중·고등학교로 분리가 되는 학제개편 때문에 고등과는 없어지고 3년제 중학교만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6·25 당시 나는 인천중학교 3학년 재학 중에 국군에 자원입대하였고 내가 전쟁터에 있을 때인 1951년 8월에 어머니께서는 전쟁터에 있는 아들을 대신하여 눈물을 흘리시며 중학교 졸업장을 받으신 것이었다.6년제에서 3년제로 바뀐 인천중학교 그리하여 1954년 제대 후 인천중학교 졸업장을 갖고 인천중학교를 찾아갔을 때는 중학교 3학년이 최고 학년이 되어 내가 돌아갈 학년은 없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나의 재입학 문제를 의논했더니 교장선생님은 “아직 고등학교 인가가 안 나서 그런데 이제 곧 고등학교가 인가되면 받아줄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실망하여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갔다. 나의 재입학을 받아준 인천기계공고 집에서 실망하여 지내고 있었는데, 같이 자원입대하고 제대한 한 친구가 인천기계공고에 알아보았더니 학교에서 한번 학교로 오라는 연락이 왔으니까 같이 가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친구를 따라 인천기계공고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있는 자리에서 “어릴 때 입대하여 제대하게 된 과정과 제대한 후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였더니, 학교 측에서는 내 말을 다 듣고 나서 “좋다”고 하더니 “담배나 술을 하는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네, 합니다”라고 대답하니까 그것은 전부 군대에서 배운 거라 하니까 학교에서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학교에 와서는 절대로 담배나 술을 할 수 없으며 그 대신 집에서 사복 갈아입고 마시되 학교 재학생들에게는 절대로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한다면 입학을 허락하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붙이는 것이었다. 나는 위 조건을 지키기로 하고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1학년에 편입학하고 평탄히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하였다.남기고 싶은 말 6·25 때 우리 인천의 어린 학생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운 것은 그 시대에 닥쳐온 우리들의 운명이려니 하고 자원입대하여 전쟁에 참전하였다. 그리고 배움의 시기를 놓치고 전쟁터에서 세월을 보낸 데 대하여는 그 개인마다의 손실은 컸겠지만 고향 인천과 나라를 위하여서는 보람 있는 행동이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지내왔다. 6·25 참전 인천학생들의 참전 역사를 찾는 일은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가 함이 당연한 일인데도 큰 비용과 정신 그리고 시간이 소모되는 이 엄청난 일을 개인이 하는 데 대하여 감사한 마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으며 부디 이 인천학생 6·25 편찬사업이 무사히 성공하여 우리 인천의 후대(後代)들에 인천의 자랑으로, 그리고 좋은 본보기로 남겨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글 사진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 ▶다음호에 20회 계속
  •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독립 결의, 흰 천에 빼곡히 들어차다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독립 결의, 흰 천에 빼곡히 들어차다

    “완전독립(完全獨立)을 위하야(여) 노력(努力)하자” “삼천만민족(三千萬民族)에 기둥이 되자” “조국(祖國)을 爲(위)하야(여) 피를 흘리자” “피흘림 없는 독립은 값없는 독립이란 것을 자각하자!” “우리는 한국(韓)의 억게(어깨)가 데(되)자” “열열(熱熱)한 혁명(革命)의 투사가 되어라”.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흰색 천에 빼곡이 적힌 문구들. 한자와 한글이 뒤섞여 단숨에 읽어내리기는 힘들지만 태극기 가운데 아랫 부분에 “굿(굳)세게 싸우자”라는 한글 문구만 보더라도 이 태극기에 담긴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조직된 임시정부의 군대인 한국광복군 대원 70여명이 직접 적은 문구가 새겨진 이 태극기는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9호)다. 가로 87.8㎝, 세로 61.8㎝ 면직물에 독립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꽉 채워 넣었다. 이 태극기는 광복군 제3지대 제2구대에서 활동하던 문웅명(일명 문수열)이 1945년 2월경 광복군 동료 이정수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1946년 1월 문웅명이 다른 부대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동료 대원들이 태극기 여백에 대원들의 결의를 담은 글귀와 서명을 적어넣었다. 조국의 완전한 독립에 대한 염원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단단한 필체에서 엿보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과정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태극기가 사용됐다. 이 태극기를 제작하고 글귀를 적은 인물들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당시 태극기 제작기법과 형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태극기 유물 중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태극기 목판’(등록문화재 제385호)도 역사적 가치가 남다르다.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해서 사용됐다고 알려진 가로 32㎝, 세로 30㎝ 정사각형 형태의 인쇄용 판목이다. 6.5㎝의 두께의 원목에 4괘와 태극 문양을 칼로 새겼다. 태극기 형태와 사용 흔적 등을 살펴볼 때 1920년 전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쇄기술을 이용하기 쉽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극기를 제작하는 시도 자체는 매우 위험했을 터다.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 사용된 이 목판은 3·1운동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독립에 대한 의지로 똘똘 뭉쳤던 한민족의 의지를 보듬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양안 싸움에 끼어든 美… 12년 만에 대만해협에 항모 투입 경고

    美 해군 “해역 통과 어떤 제약도 없어” 시진핑 ‘무력통일 불사’ 발언 이후 맞불 中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 않을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하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양안(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이 12년 만에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에 투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중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중인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대만해협은 국제 수역으로 우리가 통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해역을 지나는 데 있어 함정의 종류에 어떤 제약이 따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참모총장은 진화된 중국의 무기가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때 위협이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또는 대만의 어떤 일방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항공모함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7년을 마지막으로 12년간 대만해협을 통과한 적이 없다. 80대의 폭격기와 5000명의 병력을 수송하는 항공모함은 미 군사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독립 성향의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2016년 집권 이후 중국은 더욱 군 현대화에 나서며 군사력을 증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남중국해와 대만에 대한 군의 감시활동을 강조하면서 언제라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주문했다. 리처드슨 총장의 최근 중국 방문에서 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논의했고, 리쭤청(李作成)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국 인민의 민족 감정이 걸린 문제”라면서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법원, 日후지코시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도 배상 책임 인정

    법원, 日후지코시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도 배상 책임 인정

    1940년대 일본 군수기업인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이들은 앞서 1심에서도 승소해 후지코시 측에서 항소했지만 법원은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임성근)는 18일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27명이 일본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1명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12~18세 소녀들 1000여명을 끌고가 일본 도야마 공장에서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1~2달 군대식 훈련을 받은 뒤 군함이나 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패소했고,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불법 식민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 징용 피해자인 김계순(90) 할머니 등 17명은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동원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국내 법원에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2014년 10월 1심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후 후지코시 측이 항소해 그해 12월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접수됐지만 지난해 12월 마지막 재판이 열리기까지 4년 동안 사건이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와 강제징용 사건을 두고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다시 들어주면서 멈췄던 재판이 재개됐고,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4년여 만에 다시 승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세상에 사라져서는 안 되는 책들이 뭐가 있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책이라고 무조건 숭고한 것은 아니고 실상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많다. 저명한 글쟁이의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이라는 공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진짜 이야기’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tvN ‘알쓸신잡3’에서 사람들에게 권했던 그 책이다.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는 2008년 첫 출간됐으나 2014년 4권이 완결된 이후 절판된 바 있다. 방송 이후 화제에 오른 책을 애니북스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해 다시 펴냈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1927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원치 않은 혼인을 하고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엄마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의 일생은 ‘전형적’이지 않다. 영화나 다른 극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배제된, 날것 그대로의 삶이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도 일가친척 중에 독립운동을 한 이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이 세운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며, 결혼한 지 닷새 만에 해방이 돼 남편이 군대에 끌려나가지 않게 되자 해방이 너무도 싫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한국 근현대사의 온갖 풍파를 정통으로 다 맞는 것에 반해, 작가의 엄마 이복동녀씨의 삶은 어지간한 장삼이사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역사, 체감되는 역사다. 엄마가 입때껏 잊지 않고 있는 북청 사투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녘에서는 엄마, 아버지 각각을 기준으로 손위 형제는 큰어머니, 큰아버지이고, 손아래는 아지미, 아재비다. 호칭에서 엄마 쪽과 아버지 쪽의 차별이 적은 셈이다. 엄마가 전하는 명태 식해, 순대 등의 북한 음식 레시피도 글의 찰기를 더한다. 딸에게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그걸 또 살뜰하게 기록하는 딸의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별거 아닌 내 인생도 옮기면 기록이 되겠거니 싶어 기운도 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성급했던 트럼프 승리 선언… IS, 시리아서 자폭테러로 반격

    “IS 자극 공격 빌미… 美 철수에 새 물음표” 미국인 등 21명 죽은 케냐 알샤바브 테러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보복으로 확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서 미국인 4명 등 19명을 살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IS 격퇴전 승리와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이다. 미 정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섣부른 결정이 IS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AP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 만비즈 중심부의 한 식당 근처에서 IS가 자폭테러를 자행해 미군 2명, 군무원, 통역관 등 미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전했다. 2015년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한 이래 미국이 입은 최대 규모의 인명 손실이다. IS는 자신들이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폭탄 테러로 시리아에서 발을 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새로운 물음이 제기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이 IS를 자극해 공격을 부추겼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4주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우리는 IS에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는 트윗을 올렸었다. 미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이번 비극은 미국이 얼마나 전략도 계획도 없었는지를 보여 줬다. 급격한 철수는 우리의 군대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가 IS를 대담하게 하고 미국의 동맹들에 위험한 불확실성을 야기한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계속 모니터할 것”이라면서 “시리아에서 사망한 용감한 미국 영웅들의 가족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전날 케냐에서 벌어진 테러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나이로비 도심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며 지난해 5월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확인된 나이로비 테러 사망자는 모두 21명이다. 대부분 케냐인이고 미국인과 영국인이 1명씩 숨졌다. 미국인 희생자는 9·11테러 생존자인 제이슨 스핀들러(40)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스핀들러의 동생 조너선은 페이스북에 “형이 나이로비 테러에서 숨졌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전한다. 9·11 생존자인 형은 쉽게 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형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체육계 미투] “같이 선수 생활하고도 눈치 못채 죄책감… 넌 얼마나 힘들었을까”

    [체육계 미투] “같이 선수 생활하고도 눈치 못채 죄책감… 넌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1 때부터 유도부 코치 A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폭로한 신유용(24)씨와 한 살 터울 오빠인 재용씨는 어릴 때부터 유도를 했다. 2012년에는 둘 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힐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누구보다 오붓했던 남매였기에 동생의 고발은 오빠에게 큰 충격이었다. 재용씨는 곁에서 동생의 외로운 싸움을 지켜봐온 심정과 앞으로의 다짐을 담아 17일 서울신문에 ‘유용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만큼 얼마나 내가 둔감한 놈인가 한심해서 죄책감이 몰려왔다”고 했다.  어머니는 4남매를 힘들게 키우다가 장학금을 준다는 중·고등학교에 유용씨와 재용씨를 맡겼다. 어머니가 “돈이 없어서 유용이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자책한 이유다. 유용씨는 지난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괜찮지만,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가족들도 많은 고통을 겪는다. 때문에 가족의 지지는 큰 힘이 된다. 이 점을 알기에 오빠 재용씨는 본인의 이름으로 동생에게 공개 편지를 썼다. 재용씨는 “유용이 네가 힘들지 않게 앞으로도 이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보필할게.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라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아래는 편지 전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사랑하는 유용이에게.  유용아. 오빠다. 갑자기 편지라니 놀랐지? 내가 군대에서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서 한 통도 쓴 적이 없다가 3년 만이니 갑자기 이 오빠가 뭘 잘못 먹었나 싶기도 할 것 같아. 하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겪었을 유용이 너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어서 이렇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작년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이 끔찍한 일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주저앉아 버렸어. 중·고등학교 6년의 시간 동안, 그리고 졸업을 한 이후에도 몇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게 당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같이 선수 생활을 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만큼 얼마나 내가 둔감한 놈인가 한심해서 죄책감이 몰려왔어.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도우려고 했는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 너무 슬퍼지더라. 너의 힘든 나날을 알고 있는 동료에게 증언을 부탁했다가 연락이 끊기는 것을 보면서 절망감이 들었고, 돈으로 너를 회유하려는 그 사람의 메시지를 보며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서 내가 아는 상식들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 나도 밥이 넘어가지 않을 만큼 힘들었는데,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작년 11월 유용이 네가 끔찍한 사실을 알렸잖아. 방송까지 나갔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서 더욱 많은 좌절감이 들었어. 그 무렵의 나는 사건 진행이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던 것 같아. 총학생회를 하는 중이라고, 직계 가족의 일을 다루면 괜히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못한 나에게 정말 많이 화가 났어.  그러던 중에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제보를 시작으로 부당함으로 가득 차 있던 체육계에 한 줄기의 희망이 찾아오게 되었고, 유용이 너 또한 용기 있는 결정으로 사회 전체에 큰 메시지를 주게 되었잖아. 뒤이어 나오는 용기 있는 제보들도 세상이 바뀌어 가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유용이 너를 포함해 부당한 일을 당했던 선수들이 상처를 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부도덕한 코치나 선배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폐쇄성이 짙은 것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체육계가 폐쇄적이고 좁은 만큼 위계적인 질서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힘이 센 사람의 눈 밖에 나게 되면 생계까지 타격을 받게 되는 일들이 생기니 용기 있게 말을 하려 해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라는 말이 정석으로 통했고 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것 같아.  너와 선수들의 희생과 용기가 헛되지 않게 이번 일을 계기로 체육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어. 비일비재한 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옳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폐쇄적인 구조와 인식까지 송두리째 바뀌었으면 좋겠어. 메달을 따는 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운동을 하는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인 거 같아. 모두의 작은 소망들이 모여서 거대한 흐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유용이 너를 지켜보면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이 많이 들어. 유용이 네가 힘들지 않게 앞으로도 이 일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보필할게.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오빠가. ※서울신문은 학교 운동부나 성인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폭행, 언어폭력 등 인권 침해 실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또 문화·예술계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실태 등도 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관련 사례를 경험하셨거나 목격하셨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는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며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세종로의 아침]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 관계로 불렸던 북한과 중국 관계가 요사이 복원된 것 같은 분위기다. 미국과의 정상회담 직전이나 주요 국제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북한은 중국으로 달려간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해 3월 전용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들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 직전 몇 년간 시진핑의 중국은 핵실험에 미사일을 쏘아올리며 ‘인공위성 실험 성공’을 자축했던 김정은의 북한을 냉랭하게 대하며 상대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 베이징으로, 그 직전인 같은 해 5월 다롄으로 김 위원장은 달려갔다.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난 7일부터 나흘 동안 김 위원장은 다시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네 번째 회담을 했다. 북·중 관계가 밀월일 때에도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두 나라 정상의 빈번한 만남은 흔치 않았다. “과거 후견인과 피후견 관계가 되살아났다”는 말도 나왔다. 최고지도자(김정은)가 연거푸 이웃 대국(중국)으로 달려가 정상회담을 하는 상황은 일반 국가 관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는 10월로 수교 70주년을 맞는 두 나라는 여느 국가들처럼 반복되는 애증 관계 속에서도, 갈등하고 의심하면서도 여타 관계에서는 찾기 힘든 인연의 뿌리로 얽혀 있다. 북·중 관계의 출발은 일반적인 대국과 소국 간 ‘후견과 피후견 관계’와는 다르며 오히려 정반대다. 이런 유별난 과거는 깊은 뿌리처럼 북·중 관계를 규정하고 작동시켜며 지탱해 왔다. 조선노동당은 중국공산당보다 역사가 더 오래고, 식민지 조선의 아들딸들은 신해혁명에서부터 제국주의 일본과의 ‘민족해방전쟁’, 장제스의 부패한 국민당과의 내전 속에서 마오쩌둥 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중국공산당에 소속돼 중국 땅에서 싸웠다. 마오의 군대가 국민당에 몰려 힘겨운 사투를 벌일 때 이미 국가로 성립해 있던 김일성의 북한은 후원자로서 아낌없는 물적·인적 지원을 보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중국 지도자들을 대할 때 동지 관계를 넘어 빚쟁이처럼 구는 까닭도 이런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대미 관계 정상화’를 최대 외교 과제로 겨냥하면서 이런 양자 관계는 북한·중국·미국이라는 삼각관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중국은 대미 관계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자 부채라는 이중성을 저울질하면서 전략적 말판으로 써 왔다. 북한도 미·중 관계를 생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왔다. 지난 1년 베이징 방문 때마다 국유 제약사 퉁런탕이나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을 찾은 김정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체제 유지속 경제 개발”이라는 ‘중국 모델’의 성취와 국제사회로의 복귀다. 국제사회로 북한을 끌어내고 그렇게 할 수 있게 관여하는 일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민족공동체 복원과 함께 성장 한계에 막힌 우리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행보다.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 속에서 미·중 갈등시대에 한국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일지 더 고민해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 국방백서 “북한은 적” 삭제하자…정치권 엇갈린 반응

    국방백서 “북한은 적” 삭제하자…정치권 엇갈린 반응

    국방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이에 여야는 15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가 새롭게 만든 국방백서에서는 ‘적’의 의미를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토, 국민 등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적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2016 국방백서’에 있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최근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서로 간 신뢰를 구축하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변화된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방의 대응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방백서는 변화된 남북 환경과 동북아 정세를 반영해 만든 것”이라며 “한국당이 여전히 냉전 이데올로기와 대결 구도에만 집착하는 게 안타깝다”고 논평을 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이제 국방에서도 북한은 총부리를 마주 대는 적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동반자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와는 반대의 길로 가려는 강한 의지와 행동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체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아무리 평화의 시대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군대마저 이런 식이라면 안보 불안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군 복무 중 동료 병사 폭행 제대 후 죗값 받나

    군 복무 중 동료 병사 폭행 제대 후 죗값 받나

    군 복무 중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동료 병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20대가 제대 후 죗값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A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9월 10일 오전 8시 10분쯤 자신의 침낭피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B(22)씨를 때려 약 3주간의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A씨는 같은 해 10월에도 B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11월에는 말다툼을 하다 B씨의 성경책을 찢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함께 생활하는 군인들에게 상당기간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에게 폭력까지 휘둘러 고통을 더했다”며 “군대 내 폭력 행위는 군 복무를 하며 일과 대부분을 가해자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한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표면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어머니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점, 군대 내 폭력 행위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강력히 요청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12월 만기전역한 A씨는 뒤늦게 사건이 불거져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트럼프 “쿠르드 공격하면 터키 경제 파괴” 엄중 경고

    트럼프 “쿠르드 공격하면 터키 경제 파괴” 엄중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건드리지 말라고 터키에 엄중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오래 미뤄진 시리아 철군을 시작하고 있으며, 동시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당을 모든 방향에서 강타하고 있다. IS가 다시 결성되면 근처 기지에서 또 공격할 것”이라고 밝히고 “만약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한다면 터키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터키는 미군 철수 후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로 진군할 것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터키를 자극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는 IS를 파괴하기 위한 미국 장기 정책의 최대 수혜자였다”면서 “우리도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 우리 군대를 집으로 돌려보낼 때다. 끝없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마일의 안전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안전지대의 위치와 유지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자칫 시리아 북동부 전체가 러시아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넘어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터키의 군사작전 위협을 받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현재 아사드 정권에 북동부 통제권을 반납하는 대신 제한적인 자치를 인정받는 방안을 놓고 러시아를 ‘보증자’로 세워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해찬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

    이해찬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

    김, 언론플레이… 신, 자기 합리화 특별법 주장 한국당 더 수렁에 빠져 10년간 이어진 보수정권 실험 실패 소상공인법 등이 올 주요 입법과제 유시민 정계 복귀할 생각 별로 없어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불법사찰 의혹과 적자국채 의혹 등을 각각 폭로한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감찰반원에 대해 “대검찰청 징계위에서 징계가 확정됐고, 여러 가지 조사를 세게 받아야 한다”며 “직분에 맞지 않는 행동 후 자기 방어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선 “비위는 아니지만 공무원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아무 소리를 안 하다 김태우 건이 터지니 연달아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도 총리, 교육부 장관을 했지만 3, 4년짜리 사무관이 보는 시야하고 고위 공무원 시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결정은 장관이나 대통령, 최종 결정권자가 하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하는 건 공무원 사회에서 좋은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태우·신재민 특별검사법’을 발의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그런 것을 갖고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한국당이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기자단 오찬에서 팟캐스트 ‘알릴레오’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본인은 별로 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는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인센티브는 없고 여성을 오히려 우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데서 오는 소외감이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당 청년위와 대학생위에 젠더 문제 등에 대해 토론회를 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1대 총선에서 청년 의원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공개오디션도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사망으로 치러지는 4·3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와 관련해선 “단일화를 안 하면 그 지역에선 어려울 것”이라며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이승윤 매니저 강현석, ‘진짜사나이300’ 동반입대할까 “해병대 출신”

    이승윤 매니저 강현석, ‘진짜사나이300’ 동반입대할까 “해병대 출신”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이 ‘진짜 사나이300’ 제작진으로부터 동반입대 제안을 받는 등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서는 10년 만에 촬영한 이승윤의 프로필을 들고 홍보에 나선 강현석 매니저의 일상이 그려졌다. 이날 강현석 매니저는 직접 만든 이승윤의 프로필 PPT를 들고 방송국을 찾았다. 그중 MBC의 간판 예능 ‘진짜 사나이300’팀은 강현석 매니저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군대 어디 다녀오셨냐”고 물었다. 강현석 매니저가 “해병대 다녀왔다”라고 대답하자 ‘진짜 사나이300’ PD는 화색을 보였다. 그는 “이승윤과 동반 입대 어떠냐. 해병대 나오셨다니 자질도 있을 것 같다”고 러브콜을 했다. 강현석 매니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준비했던 이승윤 어필은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후 복도에서 마주친 ‘쇼! 음악중심’ PD에게 강현석은 열심히 이승윤을 어필했고 ‘음악중심’ PD는 “진짜 잘생겼다”며 강현석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이승윤은 매니저의 노력에 “마냥 어리게만 생각했는데 저렇게 열심히 한 줄 몰랐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열심히 해준다는 것이 감동이 오고 뭉클해지는 것이 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고 감동을 표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주 토요일 밤 11시 5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신참 기자였을 때 난감했던 일이 선배들의 호칭을 입에 익히는 거였다. ‘~님’을 붙이는 것은 암묵적 금기였다. 까마득한 선배들도 직함으로만 불렀다. 바깥에서 보자면 위아래도 모르는 살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불문율은 수평적 관계에서 기사를 고민하고 평가하려는 기초 작업이었다. 20년도 더 선배인 편집국장을 자연스럽게 평칭하기까지는 꽤 오랜 훈련(?)이 필요했다. 두말 필요 없이 언어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다. 위계 서열을 의식한 존칭은 은연중 행동과 판단을 제약한다. 그런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져서는 크게 손해인 기업체에서는 존칭 생략 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대기업은 임원과 평사원들이 서로를 “~님”이라 통칭하기로 이미 유명하다. 하룻볕이 무섭다는 군대에서도 계급장 다 떼고 “~님”이라 서로를 부르는 현실. 시절 따라 관계와 호칭에도 고민과 변화가 필요할 수는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겨울방학 중에 난데없이 ‘쌤(선생님) 논쟁’을 빚는다. 앞으로 학교 구성원들 사이 호칭을 ‘~쌤’이나 ‘~프로’ 등으로 통일하기로 하면서다. 교사들끼리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교사나 교장 선생님을 그렇게 부르게 하자는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직급과 직위로 나누는 호칭 문화와 위계적 관계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이라고 내놓았다. 여론은 대번에 시끌시끌하다. 여과 없이 전하자면 귀를 의심하며 실소들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비속어와 외래어를 교육청이 혁신 방안이라고 앞장서 권유하느냐”, “바둑 기사도 아니고, 교사들이 왜 ‘프로’인가” 등 옮기기도 민망한 반응들이 끓는다. 국어사전에 ‘쌤’은 ‘‘쌤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포털사이트 오픈사전에도 있다. ‘선생님을 낮춰 부르는 느낌의 단어’라고. 이 블랙코미디 같은 혁신안을 내놓느라고 서울시교육청은 TF팀까지 만든 모양이다. 비판이 거세자 서울시교육청은 “호칭 가이드라인은 사제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뒷수습에 진땀을 뺀다. 희망 학교들만 시범 실시하게 하겠다지만, 교육청 눈치를 살피지 않을 학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딴 건 몰라도 이 논란만큼은 왈가왈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더는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전교조에서도 반대 논평을 냈을까. 호칭이란 인간관계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석되고 수용될 문제다. 아이들한테는 비밀에 부치자. 명색이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을 공문 한 장으로 추방하려 한다는 사실은. 입바른 네티즌이 묻는다. “조희연 프로, 이거 웃자는 거지요?”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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