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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배가 헛소문 퍼트려 교란할 것이니…”

    “모리배가 헛소문 퍼트려 교란할 것이니…”

    “대소 사민이 서로 ‘우리가 신해년의 변(현종 12년)’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대동법의 은혜입니다. …만약 대동법을 혁파한다면 백성이 굶주리고 흩어져도 구할 방도가 없습니다.” 조선 현종 14년(1673년) 사간원 사간을 지낸 이무의 상소 내용이다. 여기서 ‘신해년의 변’이란 현종 13년의 가뭄을 말하지만, 보통 현종 12년(경신년)의 기근과 합쳐 ‘경신대기근’이라고 한다. 대기근을 전후로 조선의 공식 인구는 516만명에서 469만여명으로 줄었다. 열 명에 한 명이 사라진 것이다. 현종 대엔 기근과 전염병 등 재난이 극성했다. 현종이 ‘하늘을 두려워하며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恐懼修省·공구수성) 하려 후궁을 들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대동법은 광해군이 처음 경기도에서 시범실시하고 효종이 충청도와 호남 해안지방으로 확대했으며 현종 때 호남 내륙으로 확대했다. 그때마다 소수를 제외하고 집권 서인이나 야당 남인을 가리지 않고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조선의 조세제도는 전세, 공납, 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공납을 쌀로 일괄 납부하고 가구별로 일정액을 부과하던 것을 토지 소유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한 것이 대동법이었다. 현종 때 조세 수입의 60%를 차지했던 공납은 방납업자의 폭리, 관리의 뇌물, 인징·족징 등 수탈, 양반 지주 특혜로 말미암아 농민을 아사지경으로 내몰았다. 폐해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농민들이 도망쳐 텅 빈 마을이 속출했다. “인정(뇌물과 수수료)으로 드는 비용이 공물의 값보다 두 배는 더 드는 형편이라 가산을 탕진하고 유리하는 자들이 많습니다.”(현종 2년 영부사 정유성) “진상품은 손으로 들고 인정물은 말에 싣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인조실록 14년 2월 10일, 대사간 이황) 대동법은 양반 지주에겐 끔찍했다. 전답 규모에 따라 부과했으니 부담이 수십 수백 배 더 늘었다. 저항은 필사적이었다. 광해군 즉위년(1608년) 경기도 시행 후 마지막으로 황해도(숙종 34년)에서 시행하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린 것은 그 때문이었다. 효종은 즉위년(1649년) 좌의정에 존재 조익, 우의정에 잠곡 김육을 제수했다. 선대왕 때부터 대동법 확대를 추진했던 중신이었다. 잠곡은 7번이나 고사했다. 마지막 사직상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군이 수성하는 데에는 다른 방도가 없고, 오직 백성을 보호하는 정사를 행하여 그들의 삶을 편안케 하는 것뿐입니다”, “(대동법을 호서로 확대하지 않으려면) 소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겨 쓰지 마십시오.” 조정은 콩 볶듯 시끄러웠다. 이 문제를 놓고 집권 서인이 김육·조익·신면 등 ‘한당’과 김집·이기조·송시열 등 ‘산당’으로 분열했다. 한당은 왕의 신임을 받았지만, 수적으로 형편없이 밀렸다. 이듬해(1651년) 기회가 왔다. 청은 조선의 북벌 계획을 입수하고 압록강변의 군대를 움직여 효종을 청으로 압송하려 했다. 북벌에 앞장섰던 산당의 지도자 김집·김상헌 등이 부랴부랴 고향으로 돌아갔다. 영의정 이경석 등 애꿎은 사람만 청에 끌려갔다. 효종은 분개했다. 이듬해 1월 효종은 김육을 아예 영의정에 앉혔다. 김육의 건의에 따라 “호서에서 전답 1결마다 10두씩 징수하되 봄가을로 나누어 5두씩 받고, 산읍에는 쌀 5두에 무명 1필을 공납하도록 하였다.”(효종실록 2년 8월24일) 납부 시기가 되자 ‘백성’을 앞세운 저항이 격렬해졌다. 사헌부 장령을 지낸 안방준은 김육이 대동법을 확대하는 것은 유성룡이 임진왜란을 불러온 것과 같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국가 기강이 문란해지다 보니, 무식한 백성과 노예들까지 ‘조선의 공사는 3일이면 흐지부지된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백성에게 비웃음을 사느니 차라리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효종실록 3년 5월 16일) 효종은 묵살했다. 효종 7년(1656년)엔 호남의 해읍(연안의 군현)으로 확대했다. 잠곡의 노력 외에도 호남의 중소지주들이 찬성으로 돌아선 게 큰 힘이 됐다. 대동법 시행으로 충청도 농민의 세 부담이 크게 완화되자 호남 소작농이 대거 충청도로 옮겨갔고, 호남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찬성하게 된 것이다. 현종은 즉위하자마자 효종의 유지를 앞세워 호남 전역으로 이를 확대하려 했다. 반대는 거칠었다. 현종 1년(1660년) 영의정 정태화가 직접 나섰다. “서두를 일이 아니라 일단 전라감사와 다시 의논하는 게 좋겠습니다.” 현종은 일단 단호했다. “호남 산군에 시행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이니 거행하기만 하면 된다.” 현종은 7월 11일 즉각 시행을 명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추수철이 되자 원로 대신들이 다시 ‘백성’을 앞세워 유예를 주장했다. 삼정승이 포함된 비변사에서 “백성이 원치 않는 것을 흉년에 시행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이조판서 홍명하가 “연해 지역은 흉년이지만 산군에서는 평년작인데, 대동법 시행이 불가하다니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종은 1년 연기했다. 이듬해에도 저항은 계속됐다. 잠곡의 아들 호조참판 김좌명은 참판직을 내놓고 ‘호남에 안찰사로 나가 대동법을 시행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비변사는 반대했다. 현종은 다시 1년 유예했다. 현종 4년 봄 호남 산군(내륙) 시행을 위한 절목(세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승 판서 언관의 저항에 밀려 다시 또 유예했다. ‘실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대동법 설행 후 소민(농민)들은 다 편리하다고 말했으나 대호(양반 대농)는 한꺼번에 쌀을 내는 것을 어렵게 여겨 모두 불편하다고 했다. 조정의 논의를 혁파해야 한다는 자가 많았다.”(현종개수실록 6년 12월 27일) 이듬해 봄 현종은 각도에 어사를 파견해 농민의 여론을 보고하도록 했다. 호남 담당 신명규는 이렇게 보고했다. “호우(대지주)는 대동법 혁파가 편리하다고 말하고 잔호(소작농)는 다시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현종실록 7년 10월 22일) 현종이 대신들에게 물었다. “백성은 다시 시행하기를 바란다는데 어느 것이 진실인가.” ‘백성’을 앞세워 반대했던 자들은 할 말이 없었다. 호남 해읍에서 내륙으로 확대하는 데에만 무려 7년이 걸렸다. 대동법은 숙종 3년(1677년) 이정명의 건의로 영남으로 확대되고, 숙종 34년(1708년) 황해도를 포함하면서 전국 시행이 마무리됐다. 경기도 시행부터 무려 100년이 걸렸다. 임진왜란 중(1594년) 잠시 시행했다가 곧 폐기된 대공수미법으로부터 보면 114년 만이고 율곡이 건의했을 때부터 계산하면 139년 만이다. 조세정의 구현에 대한 저항은 그렇게 집요하고 극렬했다. 조선조 공납이 왕조를 흔들었다면, 요즘은 아파트가 정권을 흔든다. 그동안 투기는 일부 자산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 30대까지 은행 돈 빌려 가며 투기판에 뛰어들었고 외국인까지 몰려들어 아파트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 정부는 부랴부랴 여러 대책을 내놨다. 투기자금의 공급을 막기 위해 은행대출을 옥죄고 보유세를 크게 강화해 다주택자의 부담을 대폭 늘렸다. 양도소득세 강화로 불로소득의 기회를 조이고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공공임대주택 포함 신규 아파트를 대거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불안과 불만은 여전하다. 무주택자는 월세 부담이 커질까 걱정이고, 다주택자는 보유세 증가와 불로소득 감소가 불만이다. 아예 논외인 주택, 빌라 소유자들은 아파트값만 오르는 것도 불만인데, 보유세나 거래세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대다수 매체는 이런 걱정과 불만을 확대 과장하며 정책을 흔든다. 김육은 이렇게 경고했었다. “탐욕스럽고 교활한 아전이나 모리배들이 방납하기 어려움을 원망하여 반드시 헛소문을 퍼트려 교란시킬 것이니, 신은 다만 이 점이 염려됩니다.” 투기 대책을 교란하는 헛소문이 천지에 가득한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제가 갑자기 죽게 되면 일이 중도에 폐지될까 두렵습니다.” 잠곡의 마지막 병상 상소에 효종은 이렇게 답했다. “걱정 마시고 쾌차에 힘쓰세요. 서필원도 이시백도 있습니다.” 결정권자와 입안자의 호응이 아름답다. 헛소리에 굴하지 않은 이들 덕분에 조선은 저 참혹한 경신대기근에서 왕조를 지켰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연재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벨라루스 독재자 루카셴코, 소총 들고 시위대 흩어지자 “쥐새끼들”

    벨라루스 독재자 루카셴코, 소총 들고 시위대 흩어지자 “쥐새끼들”

    대통령이 직접 자동소총을 들었다. 헬기에서 내려 관저로 향하면서 대통령은 방탄복을 입고 손에 자동소총을 든 채였으며, 헬기 안에서는 “대응이 뜨거울 것임을 알고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비아냥댔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에서 정권 연장에 여념이 없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주 넘게 시위를 벌이는 야권을 향해 보여주는 모습이다. 1973년 실바도르 아옌데 칠레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기도해 대통령궁을 포위한 군대에 맞서 총을 들어 장렬하게 희생한 것과 26년 집권을 연장하는 선거 결과를 사수하겠다며 총을 든 루카셴코의 모습은 완전 다른 것이다. 시위대는 23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그의 퇴진을 요구했고, 루카셴코는 시위대가 물러간 뒤 헬기를 타고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민스크 시내 중심의 독립광장에는 수만 명이 모여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벨라루스의 독립을 상징하는 백색-적색-백색의 3색기를 두르거나 손에 꽃을 들고 행진한 뒤 독립광장에 모였다. 그 뒤 참가자들은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영웅도시’ 오벨리스크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했다. 일부 시위대는 오벨리스크에서 멀지 않은 대통령 관저 앞까지 몰려가 폭동진압부대 ‘오몬’ 대원들과 대치하다 물러났는데 국영통신 ‘벨타’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관저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경호 부대의 총격 진압 등을 예상하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비아냥댄 것이다. 친정부 텔레그램 채널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의지를 과시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이날 민스크 외에도 남동부 도시 고멜과 서부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도 수천 명씩 참가한 야권 시위가 벌어졌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최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신변 안전을 이유로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야권이 권력을 잡더라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라면서 “누구도 (서방으로) 180도 선회하진 않을 것이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를 안심시켰다.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인접한 그로드노를 방문해 야권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정권 교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카셴코는 모든 시위 주동자와 조종자들을 색출하라고 보안 기관에 지시하면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배후에서 시위를 기획하고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서방 세력이 시위를 부추겼으며 서부 국경에 나토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서부 지역 군부대에 서부 지역 방위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로뉴스 인터뷰를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루카셴코가 최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국제참관단을 초청해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논란제조기’ 송영길 “족보 없는 유엔사령부 간섭 못 하게 통제해야”

    ‘논란제조기’ 송영길 “족보 없는 유엔사령부 간섭 못 하게 통제해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20일 “주한 유엔군사령부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며 “이것이 우리 남북 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가 운영하는 연통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더라도 미군이 장악하고 있는 유엔사를 통해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유엔사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유엔에서 예산을 대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통위원장의 ‘유엔사 부정’ 부적절 지적 그동안 유엔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며 사실상 미군의 지휘 아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엔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대가 유엔의 이름만 빌려 쓴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사가 남북 협력에 과도한 개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2018년 8월 한국 정부가 북측 경의선 철도 조사를 위해 군사분계선 통과를 신청했지만 48시간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외통위원장이 직접 유엔사를 부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유엔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으로 탄생해 법적 근거가 있고 유엔이 권한을 미국에 넘겼기 때문에 정통성을 가진다”며 “유엔사를 부정하는 외통위원장의 발언은 유엔사에 참여한 많은 나라에 결례를 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인지 감수성 성찰”… 엉덩이 발언 사과 한편 송 의원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된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지금 시대의 성인지 감수성과 괴리된 점은 없는지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대국민입장문’…“왜 우리만 검사 많이 하냐?”(전문)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대국민입장문’…“왜 우리만 검사 많이 하냐?”(전문)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의 중심에 서 있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이 ‘대국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코로나19 통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전광훈 목사와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측은 20일 ‘대국민 입장문’을 내고 “확진자 숫자가 아닌 확진자 비율을 밝혀야 한다”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수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사를 적게 하면 확진자 수가 적어 K방역이고, 검사를 많이 해서 확진자 수가 많으면 일촉즉발의 위기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 참여단체, 참여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무한대로 검사를 강요하며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방역당국 지침상 접촉자가 아닌 국민들을 대상으로 명단 제출을 강요하거나 검사 강요, 격리 강요는 직권남용, 불법 감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들은 “방역당국 지침에 따른 ‘접촉자’에 해당되지도 않고 무증상인 사람들에게도 범위를 넓혀 검사하면 당연히 확진자 수가 많아지고, 검사를 적게 하면 확진자 수는 적어진다”며 “이를 숫자가 아닌 비율로 발표해야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입맛에 따라서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가지고 언제든지 국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 아무나 대상으로 검사와 자가격리를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을 상대로 정부가 일괄적인 검사를 시행한 것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 참가자가 처음이 아니다.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 있었던 이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검사 권고를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또 인구 대비 양성 비율은 매일 관련 통계가 작성될 때마다 자동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역시 그 비율이 함께 공개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3275명이 검사를 받아 이 중 5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 집단의 양성률은 17.34%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누적 검사 수 171만 5064명 중 확진자 수는 1만 6058명으로 양성률은 0.94%에 못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따로 받지 않은 일반 국민 3055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항체검사를 한 결과 항체 형성률은 0.03%로 나타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 감염 가능성이 있어 검사를 받은 사람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양성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의 정확한 법적 정의와 근거를 교회에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며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검사를 강요하며 그 중 확진자가 나오면 모두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고무줄식 방역 대응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실행한 다음의 사항에 대해 국민 건강과 방역의 책임이 있는 정부가 어떤 이유와 방역 근거로 실행한 것인지 밝히라”면서 “이는 ▲바이러스 초기 중국인 입국 대거 허용한 이유 ▲박원순 장례식을 광장에서 5일간 허용한 것 ▲‘동성애 대축제’를 12일간 허용 ▲임시공휴일을 굳이 지정 3일간 휴가 감염 전국 총비상을 유도한 이유 ▲식당·마트 실내 감염 방역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 외식·쇼핑을 대대적 홍보한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끝으로 “한국 교회에 고한다. 예배를 보러 간 성도들은 정부가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 일괄 강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해 검사 수가 많아 확진자 수도 많은 상태다. 이것이 마치 교회 책임, 예배 책임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당해서는 안된다”며 “방역을 빌미로 교회를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가 재갈을 물리려는 문정부에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물이요, 군대요, 싸워서 이기는 자”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경찰·병원·군까지 번진 코로나19...신천지 때보다 통제 어려워

    경찰·병원·군까지 번진 코로나19...신천지 때보다 통제 어려워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치안, 치료와 같은 기본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일부가 폐쇄되는 등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혜화경찰서 확진자 발생...관련 확진 5명 지난 18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지난 15일 첫 확진자가 나오고 관련 확진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는 여성청소년과 경위 2명과 강력계 소속 경찰관 2명, 확진된 경찰관의 어머니 등이다. 혜화경찰서 여청과 사무실과 민원실은 폐쇄되고 방역 조치됐다. 강남 경찰서에서도 유치장에 머물렀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치장이 폐쇄됐으며 유치장 관리 경찰관 15명이 모두 격리조치됐다. 광진경찰서 소속 경찰관 한 명과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관 한 명도 양성 판정를 받았다. 사랑제일교회 일부 교인들이 참석했다는 광복절 집회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총 6000여명(기동대 기준)이 투입된 바 있다. 현재 집회에 참석한 경찰관 중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없지만 일부 증상을 보이는 경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서유지, 안전관리 등 기초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면서 자칫 치안과 질서 유지라는 시민 안전과 밀접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경찰은 15일 광화문 집회에 투입됐던 7600여명(의경 포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한다. 병원, 군대에서도 확진 이어져이뿐만 아니다. 지난 16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가 확진된 데 이어 그와 접촉한 동료 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확진자들이 근무하는 안과병원은 일시 폐쇄됐으며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군대 내에서도 경기 가평 육군부대 병사가 서울 사랑제일교회 소속 신도인 군용품 납품 민간업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국방부는 전날 군 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2주간 전 부대 장병에 대한 휴가를 금지하고 외출도 원칙적으로 통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지휘관 판단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의 기초 기반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경찰서, 군대 등이 무너지면 시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진다. 이에 방역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최근 깜깜이 감염자가 많아져 방역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인천,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방대본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에서는 지난 8일 경복궁 인근 집회,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최소 10명이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당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밀접접촉자를 파악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상 역학조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쿠팡 물류센터나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때보다 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예전 대구·경북이나 이태원, 쿠팡 때하고는 다르게 방역이 좀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6개월 동안 누적돼왔던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고 있고, 또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미분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교회, 직장, 병원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감염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다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도 서울, 경기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19일부터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등 12종의 고위험시설과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도 중단된다.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서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은 금지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신규확진 246명…교회→병원·군·경찰,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종합)

    신규확진 246명…교회→병원·군·경찰,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종합)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지난 14일부터 닷새간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하는 데다 전국 12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실상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이 됐다. 특히 교회에서 시작된 감염이 어린이집, 콜센터 등에 이어 병원과 경기도 군부대로까지 전파됐고, 이와 별개로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회 곳곳으로 전방위 확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닷새간 확진자 수 1천명 육박…전국 12개 시도 발생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46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1만 5761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14일부터 계속 세 자릿수(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를 기록하면서 닷새간 확진자만 총 991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신규 확진자 246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235명, 해외유입이 11명이다. 지역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131명, 경기 52명 등 이들 두 지역에서만 183명이 나왔다. 그 밖에는 인천 18명, 부산 7명, 대구·전북 각 6명, 충남 4명, 광주·경북 각 3명, 울산·강원 각 2명, 충북 1명 등이다.교회서 병원, 군대, 경찰로 확산…지역 산발적 감염도 계속 수도권에서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감염 확산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70명이 추가돼 누적 319명이 됐는데, 이후로도 급속도로 늘어나 최근 24시간 감염자는 1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전광훈 담임목사도 확진됐다. 또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던 서울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확진 교인의 접촉자로 분류된 경기도 가평 군부대 병사 2명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는 전날 정오까지 5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는 131명이 됐다. 교회뿐 아니라 강남구 금 투자 전문기업 ‘골드 트레인’(누적 58명)과 ‘코리아 IT아카데미’(7명), 영등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케스트로’(7명) 등 서울 도심 사무실에서도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고,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파주야당점(42명)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늘고 있다.서울 혜화경찰서(4명)와 광진경찰서(1명), 관악경찰서(1명) 소속 경찰관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 외에도 광주에서는 유흥시설(14명), 부산에서는 일가족(8명) 및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15명) 관련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권고 아닌 강제조치 ‘완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검토 해외유입 확진자는 11명으로, 이 중 6명은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나머지 5명은 서울·광주·울산·충남·전북(각 1명) 지역의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발생과 해외유입(검역 제외)을 합치면 서울 132명, 경기 52명, 인천 18명 등 수도권에서만 202명이 나와 전체의 82.1%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12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한편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 누적 306명이 됐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해 각종 이행 조치를 권고가 아닌 강제화하는 ‘온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검토에 들어갔다.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끝나면 곧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다도시 “전 남편 신상공개한 이유…군대 갈 아들에 마음 아팠다”

    이다도시 “전 남편 신상공개한 이유…군대 갈 아들에 마음 아팠다”

    ‘양육비 미지급’ 전 남편 신상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 한국에 귀화한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씨가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는 전 남편의 신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 18일 “한국의 관련법이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3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던 이다도시씨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다룬 ‘SBS스페셜’ 방송에서 2010년 5월 이혼 당시 두 아들에 대한 양육비로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매월 120만원, 이후 2017년 4월 24일까지는 매월 140만원, 2023년 12월 8일까지는 매월 70만원’을 받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전 남편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에 이르렀다. “해외에 있는 전 남편에 법으로도 양육비 집행 못해” 이다도시씨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다도시씨는 2015년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 전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현재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사례들에 대해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5년간의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베트남에 있는 전 남편에게 양육비 지급을 집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다도시씨의 양육비 지급 소송은 5년 만에 기각됐다. 이다도시씨는 “양육비 미지급이 형법이 아니라 민법 사안인데다 살인사건처럼 무거운 죄가 아니다보니 외국에 있는 전 남편에 대해서는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법의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외국으로 가는 사례뿐만 아니라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아빠도, 정부도 책임 못진 아들 군대 갈 나이…마음 아팠다” 이다도시씨는 전 남편의 신상 공개 결심을 하게 된 이유로 현재 프랑스에 공부하러 가 있는 큰아들 문제를 들기도 했다. 그는 곧 졸업하는 큰아들에게 “너도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국민으로서 군대에 가야 할 때가 왔으니 돌아와야겠다”고 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빠가 책임을 못 졌고, 양육비와 관련해 한국 정부도 양육비와 관련해 아이를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아들에게 책임 얘기를 꺼내는 것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널리 알려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이다도시씨는 밝혔다. 또 이러한 결정을 하기 전에 두 아들과 충분히 상의를 했다고도 전했다. 이다도시씨는 “이 일로 인해 안 좋은 반응도 있을 수 있지만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람세스 2세는 재위 초기부터 이집트의 전통적인 라이벌인 히타이트제국과의 마찰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5년이 되던 해(기원전 1274년쯤)에 히타이트와 제대로 한판 붙기로 결심하고 직접 군대를 이끌고 히타이트와의 국경 지대로 원정을 떠났다. 당연히 히타이트 측에서도 이집트군에 맞서 싸웠고, 결국 당대의 세계 최강대국끼리 맞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돌이 바로 ‘카데시 대전’이다. 이 군사적 충돌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해 분명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이후 양국은 태도를 바꿔 평화협정을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의 주요 사례들에서도 그러하듯이 애초에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세력이 엇비슷한 정치체들 사이의 평화협정은 맺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의 평화협정도 마찬가지여서 공식적인 평화협정이 조인되기까지는 ‘카데시 대전’ 이후로도 15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게다가 히타이트 쪽에서는 무와탈리 2세에서 무르실리 3세로, 그리도 다시 하투실리 3세로 왕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양국의 왕비들끼리도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히타이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집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점토판의 형태로 하투샤 유적에서 하나가 발견됐다. 이 점토판은 현재 터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편지의 발신인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였다. 네페르타리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이다. 그 이외에는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착각되는 네페르티티(아케나텐의 왕비)나 가장 성공한 여성 파라오인 핫셉수트, 그리고 고대 이집트 문명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같은 여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네페르타리는 비록 람세스가 왕위에 오른 지 26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람세스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람세스는 네페르타리를 위해 이집트에서도 유례가 극히 드문 왕비 개인을 위한 신전을 짓기도 했는데, 아부심벨의 소신전이 바로 그 신전이다. 편지는 무척 우호적인 방식으로 쓰여졌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통해서 히타이트 왕비인 푸두케파가 네페르타리에게 이미 편지를 썼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이집트의 위대한 왕비 네프테라(네페르타리의 히타이트식 표기)가 히타이트의 위대한 왕비 푸두케파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자매가 안녕하기를. 그대의 나라가 평안하기를. 그대가 나의 건강과 안위를 묻는 편지를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대는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그리고 그대의 형제이기도 한 이집트의 위대한 왕과의 관계를 위해서 편지를 보냈겠지요. 위대한 라(이집트의 신)와 풍우신(히타이트의 신)께서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위대한 이집트의 왕(람세스 2세)과 위대한 히타이트의 왕(하투실리 3세) 사이의 돈독한 형제애를 영원히 보장해 주실 것입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들도 사회적 행위 수행자로 분명한 역할을 했다. 여성도 독립된 자기 소유의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토지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외교 분야에 여성들이 직접 개입한 것은 예가 흔하지는 않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네페르타리를 제외하면 람세스 2세의 어머니이자 바로 직전 파라오였던 세티 1세의 왕비 투야 정도의 사례가 유일하다. 반면에 히타이트에서는 왕비가 매우 큰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어서 여러 정치 이벤트에 왕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티 1세 시대와 람세스 2세 시대에 이집트 왕비들이 국제정치 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것은 어쩌면 당시 가장 중요한 라이벌이었던 히타이트에 대한 이집트 측의 ‘맞춤형 외교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 아베 개헌 어려워지자… 안보 내세워 ‘선제공격’ 무기확보 승부수

    아베 개헌 어려워지자… 안보 내세워 ‘선제공격’ 무기확보 승부수

    집권 이후 끊임없이 군사력 증강과 군사활동 영역의 확대를 꾀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기 만료를 1년여 앞두고 또 한번 자신만의 ‘레거시’(정치적 유산)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에는 상대국이 일본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는 ‘적기지 공격능력’의 도입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군사위협 고조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목표는 결국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의 대전환’이다.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느닷없이 들고 나온 도발적 선택에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기지 공격능력 추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질문·답변 형식으로 알아본다. Q.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둘러싸고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 사이에 기민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A. 방위상(한국의 국방장관) 출신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중의원 의원이 지난 4일 아베 총리를 방문해 적기지 공격무기의 보유를 골자로 한 전쟁 억지력 강화 방안을 자민당 제언 형식으로 전달했다. 핵심은 ‘상대 영역 내에서도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적기지 공격능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방향을 도출, 신속히 실행해 나아가겠다”고 화답했다. 오는 9월 말까지 관련 논의를 매듭짓고 ‘국가안보전략’ 지침 및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의 제언을 정부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띠었지만, 아베 총리의 감독 아래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흐름이 분명했다.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는 오래전부터 아베 총리를 포함한 당내 우익 강경파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Q. 어떤 계기로 갑자기 이 문제가 정권의 주요 과제로 등장한 것인가. A. 고노 다로 방위상이 지난 6월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를 백지화한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말부터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며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추진해 왔으나 돌연 기술적, 경제적 문제 등을 들어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일본 정부에서는 “그렇다면 새로운 방어체계는 무엇이 돼야 하는가”라는 논의가 시작됐고, 그 해답으로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자민당에는 전직 방위상들을 중심으로 특별 검토팀이 구성됐고, 역대 방위상 중에서도 초강경파로 통하는 오노데라가 좌장을 맡았다. 아베 총리에 대한 그의 제언은 검토팀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중국·러시아는 마하(음속) 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북한은 변칙적인 궤도를 그리는 신형 미사일을 각각 개발하는 등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적기지 공격능력을 신속히 확보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Q. 적기지 공격능력이란 게 결국 첨단무기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 아닌가. A. 그렇다. 적기지 공격을 실현하려면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아군 미사일을 적기지로 정확히 날려 보내기 위한 무기체계가 필수다. 장거리 미사일과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 등은 기본이다. 상대방의 대공 레이더 등 아군에 대한 요격을 무력화시킬 고도의 전자전 장비도 필요하다. 상대방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려면 인공위성도 현재 일본이 갖고 있는 7개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 Q. 전범국가로서 군대 보유가 금지돼 있는 일본이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도 위험하지만, 현실적으로도 걸림돌이 많을 것 같다. A. 자위대 간부가 마이니치신문에 “적기지 공격은 지금의 기술적인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아무리 첨단장비를 갖춘다 해도 상대방이 이동식 발사대나 잠수함 등에서 미사일을 쏘면 사전에 공격징후를 파악하기가 극히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가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는지를 입증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다. 공격 의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타격을 하게 되면 국제법에 금하는 선제공격이 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예산도 문제다. 냉전 종식 후 감소해 오던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아베 총리의 재집권 이듬해인 2013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서 2015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 속에 나타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27.8%까지 떨어진 만큼 추가적인 방위예산 증액에는 여론과 야당의 큰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Q.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수방위’ 원칙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을 텐데. A. ‘상대방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한해 일본 영토·영해 내에서 최소한의 방위력만 행사한다’는 것이 일본 헌법에 따른 전수방위의 개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교전이 일본에서만 이뤄진다면 전쟁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일본의 초토화는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역대 정권은 상대의 공격이 있을 때 적기지에 대해 반격하는 것은 헌법 9조에서 인정하는 자위의 범위에 있다는 해석을 내려왔다. 가장 기본적인 지침으로 여겨져 온 것은 1956년 2월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총리의 국회 답변이다. 그는 “일본에 공격이 이뤄졌을 때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적의 유도탄 등 기지를 때리는 것은 법리적으로 자위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국의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선제적 타격을 입히거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게 일반적인 논리였다. Q. 일본의 공격용 군사력 강화는 지역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 아닌가. A. 필연적으로 한국과 북한,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군비 확장 경쟁을 가속화시켜 전쟁 억지력을 도리어 약화시키는 안보 딜레마를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본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방패’(수비), 미국은 ‘창’(공격)이라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상의 역할 분담에 수정과 논란이 불가피하다. Q.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 A. 일본은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결정할 때에도 그랬듯이 늘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통해 북한이 일본으로 쏘는 미사일을 중간에 요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쏘지도 못하게 만들겠다는 공격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려는 것인 만큼 한반도에는 안보불안 요소가 추가되는 셈이다. Q. 일본 내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는데. A. “전수방위 차원에서 공격형 장비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 등 자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은 ‘반대’로 당론을 정하고 정부와 자민당에 압력을 행사할 방침이다.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등 야당들은 “경솔한 논의는 그만두어야 한다”, “적기지 공격의 본질은 선제공격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Q. 최종적으로 일본의 안보전략 원칙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A.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전쟁 패망 75주년 기념 전몰자추도식에서 처음으로 ‘적극적 평화주의’를 언급했다. ‘안보는 자력으로 해결한다’는 개념의 이 말은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 및 군비확장과 연결돼 있다. 패전 기념행사에서 이 말을 꺼낸 것은 당면 현안인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에 대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 명실상부한 ‘군대’로 만들겠다는 개헌의 꿈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서 아베 총리가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에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권 지지율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경기침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어서 뜻대로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사설] 사과·반성 없는 아베, 한일 경색 풀 의지 있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제 패전 75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란 표현이 흡사 평화를 수호하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듯 들리지만 실은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지킨다는 원칙하에 자위대 역할을 늘리겠다고 강조한 데 지나지 않는다. 일본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침략과 식민지배를 경험하고 태평양전쟁 때 군인·군속 등 병력 동원과 군수산업체 등에서 일한 노동자 등의 노무 동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의 아픈 기억을 가진 한국으로선 결코 달가운 연설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사과나 반성의 언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012년 12월 두 번째로 총리가 된 뒤 매년 8·15 행사에서 되풀이하던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한다’는 말조차 올해는 쓰지 않았다. 또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공물도 보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깊은 반성에 입각해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한 나루히토 일왕은 아베 총리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지금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사상 최악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피고인 일본 기업이 1억원씩의 배상금 지불을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가 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면서 개인과 민간기업 간 민사소송에 사실상 개입해 일본 기업의 배상금 지급을 차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해법을 한일 정부가 모색하고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제안이 일본 양보를 압박한다느니, 구체적 방안을 한국이 먼저 제시하라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는데 어불성설이다. 법원은 강제집행을 위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들어갔다. 피고의 즉시 항고로 시간을 벌었다지만 결국 현금화의 순간은 오게 돼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 한일은 허심탄회하게 양국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대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아베 정권 종전일 ‘우익본색’

    아베 정권 종전일 ‘우익본색’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을 맞아 역사 수정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우익의 본색을 원색적으로 드러냈다. 전쟁 책임을 반성해야 하는 날 군대 부활을 지향점으로 하는 표현을 꺼내 들었다. 극우세력의 이념적 근거지인 야스쿠니신사에는 16년 만에 가장 많은 각료(장관)들이 찾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하는 다양한 과제의 해결에 지금까지 이상으로 역할을 한다는 결의를 다진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종전일 행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 용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안보는 자력으로 해결한다’는 개념의 이 말은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과 연결돼 있다. 아베 총리는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한다’,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등의 형태로 해마다 언급해 온 ‘역사’(과거사) 관련 표현을 올해 처음으로 생략했다.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전쟁 가해 책임도 8년째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세력을 결집해 코로나19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각료 4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각료의 종전일 참배는 2016년 이후 4년 만이며, 4명이나 나온 것은 2004년 이후 16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는 안 했으나 공물을 바쳤다. 이에 외교부는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만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친일파가 작곡한 애국가” 광복회장 경축사에 통합당 반발

    “친일파가 작곡한 애국가” 광복회장 경축사에 통합당 반발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했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작곡가 안익태 등을 비난해 야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원웅 “이승만 때문에 민족 반역자 청산 완수 못해” 김원웅 회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역사의 주류가 친일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직함 없이 부르며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비난했다. 또 우리 사회가 친일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사례로 친일 행적이 드러난 작곡가 안익태가 작곡한 노래가 여전히 애국가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복회가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입수했다며 “그중에는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성토했다. 국립현충원에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면서 이들의 묘 이장을 골자로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충원에 ‘야스쿠니신사’ 가고 싶다던 자가 묻혀 있어” 김원웅 회장은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 해방 후 군 장성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자”라고 했는데,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원웅 회장은 “‘조선 청년의 꿈은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 신사에 묻혀 신이 되는 것이다’라는 게 그가 한 말”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을 초월할 것이란 초조감이 지난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김원웅 회장은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며, 반성 없는 민족 반역자를 끌어안는 것은 국민화합이 아니다”라며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민 편가르기 하는 경축사에 유감”이 같은 경축사에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이날 같은 시각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자신이 준비한 경축사를 생략하고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즉석에서 강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와 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도지사로서 기념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일본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하지만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이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다”며 “다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공을 보며 역사 앞에 겸허히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 만이 옳고 나머지는 단죄받아야 하는 그러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김원웅 회장의)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광복절 경축식은) 특정 정치견해 집회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제주에)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에 대한 모든 계획과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장내에서는 여러 번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했다. 통합당 “미래 발전적인 메시지 내주길” 미래통합당도 김원웅 회장의 경축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에는 공과가 있고, 우리가 애국가를 부른 지도 수십 년인데, 그럼 여태까지 초등학생부터 모든 국민이 애국가를 부른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부정해야 하느냐”며 “미래 발전적인 메시지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우리는 과거를 청산을 미래로 가야 하는데 자꾸 과거에만 매몰돼 사소한 것까지 다 찾아내면 과부하가 걸려 앞으로 나가지 못 한다”며 “계속 유턴을 해 과거로만 가면 미래는 없다”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파묘법’에 대해서도 “부관참시 정치를 멈추라”면서 “공과를 떠나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며 개탄했다. 그는 “민주당에 차고 넘치는 친일파 후손에 대해선 면죄부를 주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자신의 배를 채운 민주당 윤미향 의원 같은 사람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에 대고 친일청산 운운하냐”고 따졌다. 이어 “깜냥도 안 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짓에 광복절 기념식이 퇴색돼버려 안타깝고 아쉽다”며 “정작 일본에는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하면서, 거꾸로 국민을 상대로 칼을 겨누고 진영 논리를 부추기는 사람은 광복회장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회 분열의 원흉이 된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는 도저히 대한민국 광복회장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아니 나와서는 안 될 메시지였다”며 “반일 친북, 반미 친문의 김원웅 회장은 파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베, 패전일에 ‘자위대 강화’ 강조…야스쿠니신사에 공물(종합)

    아베, 패전일에 ‘자위대 강화’ 강조…야스쿠니신사에 공물(종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올해 역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도 봉납했다. 일본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란 ‘안보를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자위대 등 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아베, 과거사 반성 언급 없이 ‘적극적 평화주의’ 강조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종전 75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전후 75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길을 길어 왔다”며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결연한 다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지금 이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패전일 행사에서 ‘안보는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인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그 동안 국회 시정방침 연설 등을 통해서만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해 왔다. 이는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 추진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돼 왔다. 아베 총리는 올해 패전기념일 기념사에서도 과거 전쟁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당시 총리 이후로 침략전쟁의 가해 책임을 언급해 왔다. 그러나 과거의 어두운 부분을 덮는 역사수정주의를 추구하는 아베 총리는 8년째 그 관행을 팽개치고 있다. 그가 패전기념일에 역사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올해로 8년째다. 아베 총리는 2차 정권 출범 이후 매년 반복하던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한다’라거나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는 취지의 언급도 올해는 하지 않았다. 어두웠던 과거를 돌아보거나 반성하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새로운 방위 정책에 포함하려는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한 점을 들어 멀어지는 과거의 참화에 대한 기억을 계승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봉납하며 “전몰자에 존경과 감사”아베 총리는 이날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는커녕 예년처럼 일제 침략전쟁을 이끌었던 지도부인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그는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할 나무장식품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보냈다. 다카토리 슈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평화의 초석이 된 전몰자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현 일본 정부가 용인하는 것이라는 주변국들의 반대를 의식해 직접 참배를 하지 않아 왔지만, 공물 봉납 역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들에 대해 예를 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논란이 돼 왔다.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어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현충원이나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등 전쟁에 나섰다가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국가적 묘소가 없는 일본에서 우익들은 야스쿠니 신사가 사실상 국립묘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인 데다가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반 전몰자뿐만 아니라 특히 태평양전쟁을 이끌어 전후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도조 히데키(1884∼1948) 총리와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면서 이곳에 합사된 전몰자를 향해 “평화의 초석”이니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 운운한 것은 또 다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 피해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니루히토 일왕 “깊은 반성…전쟁 참화 반복되지 않기를”반면 지난해 5월 즉위 후 두번째로 종전 기념행사에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은 올해도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종전 이후 75년간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졌지만 많은 고난을 겪은 국민의 행보를 생각하면 정말로 감회가 깊다”면서 코로나19로 생긴 새로운 고난을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앞으로도 행복과 평화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어 “전후 오랜 기간의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깊은 반성’ 에 입각해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일왕의 ‘깊은 반성’(深い反省) 표현은 나루히토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이 종전 70주년이던 2015년 행사 때 쓰기 시작해 올해도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종전일이자 패전일인 매년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을 열어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당시 숨진 자국민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 대상은 전사한 군인·군무원 등 약 230만명과 미군의 공습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으로 숨진 민간인 등 약 80만명을 합친 310만여명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속보] 아베 “적극적 평화주의”…자위대 강화 의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란 ‘안보를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자위대 등 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닛폰부도칸’에서 열린 종전 75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전후 75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길을 길어 왔다”며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결연한 다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지금 이상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패전일 행사에서 ‘안보는 자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인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패전기념일 기념사에서도 과거 전쟁에 대한 일본의 가해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패전기념일에 역사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올해로 8년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카멀라 해리스와 ‘버싱’/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멀라 해리스와 ‘버싱’/임병선 논설위원

    불과 50년 전 미국에 버싱(busing) 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피부색에 따른 경계심과 배척하는 마음이 자라지 않게 하려고 도심의 흑인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 백인 일색의 교외 학교로 통학시켰다. 반발이 적잖았다. 1971년 연방 대법원은 인종차별을 철폐하려는 학교들에 허용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결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격렬하게 공격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그 시절 상원의원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지명하며 버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리스 의원은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 도중 바이든을 겨냥해 “당신은 그들(공화당)과 버싱 반대에 협력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가 바로 나”라며 울먹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면서 흑인인 부통령이 취임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올해 56세인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자메이카계인 아버지와 인도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2004년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여성 검찰총장을 지냈다. 미국의 흑백 분리 이력은 1990년대에야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를 철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못잖았다. 1896년 연방 대법원은 ‘플레시 대 퍼거슨 판례’를 내놓는다. 버스 좌석을 흑인과 백인이 앉는 곳으로 나눈 것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분리하되 평등하다’ 이론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48년 군대에서의 흑백 분리를 철폐했는데, 한국전쟁은 흑인 병사가 처음 참전한 전쟁이다. 같은 해 흑인 학생이 오클라호마주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떨어졌다. 백인 전용이 이유다. 그는 흑인이 다닐 수 있는 주립대 대학원도 있어야 한다고 소송해 승소했다. 졸속으로 흑인 전용 대학원이 설립돼 그는 다시 법원에 호소해 바라던 대학원에 입학했다. 물론 공간은 백인들과 분리됐다. 당시 터미널 화장실의 변기마저 흑백이 분리됐고, 흑인에게 투표권을 안 주려고 여러 주들은 별의별 입법을 다했다. 읽기 능력 시험에서 백인은 고양이(cat) 철자를 쓰게 하고, 흑인은 헌법(constitution) 등을 쓰고 라틴어 문장을 해석하게 했다.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격리를 정당화하려고 미국 남부 주들의 흑백 분리를 참고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흑백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소녀가 미국 부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말 못할 가정사’ 나돌자… 김조원 “재혼, 사실무근”

    ‘말 못할 가정사’ 나돌자… 김조원 “재혼, 사실무근”

    ‘다주택 참모 논란’으로 물러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의 사퇴 내막을 둘러싸고 정치권 일각에서 ‘재혼’이란 뜬소문이 확산되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12일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CBS라디오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물러난 김 전 수석에 대해 “부인하고 관계가, 재혼도 했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말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박 의원은 “군대 동기고, 누구보다 (김 전 수석을) 잘 안다. 여러 가지 좀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며 이렇게 전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되는 가정사가 있다”면서 김 전 수석을 두둔한 바 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어떤 가정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사직만 한다면 이해가 되겠느냐”는 글을 올리며 반박하기도 했다. ‘말 못할 가정사’를 둘러싼 억측이 나돌자 지금껏 언론보도에 일절 대응을 하지 않던 김 전 수석이 나섰다. 그는 서울신문에 “저와 관련해 보도되는 재혼 등은 사실과 너무도 다르다. 오보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자 박 의원은 “김 전 수석을 옹호하는 차원에서 얘기했는데, 팩트를 확인한 결과 재혼은 아닌 것 같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집 안 팔고 사퇴’ 김조원에 “재혼 사정” 두둔…정작 金 “사실 아냐”(종합)

    ‘집 안 팔고 사퇴’ 김조원에 “재혼 사정” 두둔…정작 金 “사실 아냐”(종합)

    與 내부서도 갑론을박에김조원 “사실무근, 가정 파탄날 지경”서울 강남권 다주택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청와대에 사표를 던진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재혼 사정’이 있었다며 여야 의원들의 ‘개인 가정사’ 두둔 발언이 나오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어떤 가정사인지 모르겠지만 국민께 양해도 안 구하고 사퇴만 한다고 이해가 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정부를 이끄는 주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 의원은 이후 자신의 글이 논란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이날 이러한 ‘재혼 사정’ 등 가정사 관련 여야 주장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저와 관련해 보도되는 재혼 등은 사실과 너무도 다르다. 오보로 가정파탄 지경”이라고 반박했다. 박성중 “金 부인과 관계, 재혼 문제도”김종민 “공개 못할 가정사, 인식공격 안돼” 발단은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전 수석에 대해 “부인하고 관계가, 재혼도 했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수석과) 군대 동기고,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여러 가지 좀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며 이렇게 전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수석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자 “(인터뷰에서) 김 전 수석을 옹호하는 차원에서 얘기했는데, 팩트를 확인한 결과 재혼은 아닌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주택 두 채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되는 가정사가 있다”면서 “인신공격하면 안 된다”며 여권 내 김 전 수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어떤 가정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국민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직만 한다고 이해가 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반박글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했다. 우원식 “사직하면 文정부 사람 아냐?”“국가 직책, 아파트 하나랑 바꾸나” 이 글에서 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수석이면 사직해도 문재인 정부에 책임 있는 사람 아닌가”라면서 “그 사람이 국가를 운영하던 직책을 아파트 하나 보존하기와 바꾸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게 옳은가”라고 꼬집었다. 2주택자인 김 전 수석은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지침에 따라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팔기로 했으나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놨다가 철회해 ‘매각 시늉’ 논란으로 비판을 자초했었다. 이후 김 전 수석은 후임 인선이 발표되는 날(7일) 마지막 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뒤끝을 남기고 퇴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함께 교체된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이 재직 중 소회를 밝히며 작별을 고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우 의원은 김 전 수석에 대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국가 운영이 더 중요한데, 언론 보도대로 부동산을 내놓을 때 더 비싸게 내놨다거나, 그런 것에 대해서 불만을 느꼈다면 적절치 못한 것이다. (퇴임 후에도 2주택을 보유한다면) 사회적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공직자 가정사는 이해해주면서 국민은?”“자기들끼리 사정 봐주면서…내로남불” 포털 등에 ‘김조원 두둔 발언’ 비난 봇물 진성준 의원도 “통상 퇴임하는 수석은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김 전 수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전 의원도 김 전 수석과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을 향해 “물러났어도 집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에게는 집을 한 채씩만 가지라고 했는데, 대통령 옆에 있는 사람이 2채를 갖고 있으면 국민들 속이 얼마나 상했겠느냐”면서 “(집을 팔지 않으면) 직보다 집을 택했다는 통합당의 말이 옳은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민에게는 다주택 안 된다고 세금 매기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는 재혼 사정까지 봐 줘야 하느냐” 등의 글들이 쇄도했다. “공직자는 가정사 이해해주면서 왜 국민들 개개인은 이해 안해주나. 진짜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네”(kbyb****), “자기들끼리 사정 있으면 이해하라고 하면서 남들은 다 투기 세력으로 몰아 붙이더라”(ssk6****), “두집 살림이어서 꼭 집 두채가 필요한가 보지. 말 못할 가정사 맞네”(pine****)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주택을 죄악시 여기는 여당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김조원이 문제가 아니고 정당하게 번 소득으로 다주택자를 했다고 죄인 취급하는 민주당이 문제 아니냐? 다주택자도 국민이고 세금 다 냈다”(haya****)고 비판했다. 권성동 “노영민 유임? 명백한 레임덕” 한편 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권성동 의원은 YTN 라디오 ‘출발새아침’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 전 수석과 함께 사표를 냈지만 유임된 데 대해 “명백한 레임덕의 조짐”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노 실장을 향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면서 “(사표를) 수리 안 하고 있는데, 이것도 청와대의 대처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속보] 박성중 “다주택자 김조원, 재혼한 사정 있어”

    [속보] 박성중 “다주택자 김조원, 재혼한 사정 있어”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은 12일 서울 강남에 보유한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물러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부인하고 관계가, 재혼도 했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군대 동기고, 누구보다 (김 전 수석을) 잘 안다. 여러가지 좀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며 이같이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전날 김 전 수석을 두고 “주택 두 채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되는 가정사가 있다. 인신공격하면 안 된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왜 우리한테만 XX이야” 군대 후임들 앞에서 상관 욕 ‘유죄’

    “왜 우리한테만 XX이야” 군대 후임들 앞에서 상관 욕 ‘유죄’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을 지칭하며 욕설을 했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2일 군형법상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육군 상병이었던 A씨는 2018년 6월 근무지인 국군병원 외래 진료실에서 소속대 본부근무대장 B씨와 행정보급관 C씨를 지칭하면서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하급자와 대화를 하던 중 B씨와 C씨의 지시에 대한 불만을 10여 분간 큰 소리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글이나 그림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거나 연설하는 등 공개적인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상관이 없는 장소라고 해도 공개적으로 모욕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1심은 A씨가 상관의 지시에 대한 불만을 저속하게 표현했을 뿐 상관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발언이 상관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에게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통상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의 선고를 하지 않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유죄 판결이다. 재판부는 A씨가 욕설한 장소가 다른 부대 간부들도 드나드는 외래 진료실이어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윤석년의 소통 가게] 폭력인지감수성 교육 절실하다

    [윤석년의 소통 가게] 폭력인지감수성 교육 절실하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1년 동안 연구년을 할 때다. 아침 일찍 아이 둘을 미국 공립학교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곤 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집 주변 한국 학생들과 잘 어울려서 같이 스쿨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미국 공립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막내가 집에 들어오면서 가방에서 담임교사가 보낸 편지를 꺼내 나에게 전달했다. 내용을 읽어 보니 스쿨버스 안에서 이웃집 동갑내기 한국 여자아이를 밀쳤다는 운전사의 전갈이 적시돼 있었다. 한국 아이들 간에 단순한 장난을 심각하게 판단해 다음부터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웃집 여자아이도 집에 돌아와 별일 없었다는 듯이 자기 부모에게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안심이 됐다. 이후 막내에게 스쿨버스 안에서 혹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밀치기 등 심한 장난은 하지 말 것을 단단히 일러 두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후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와 아이들을 집에 두고 집사람과 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와 보니 막내 눈두덩이 옆이 찢어져 있었다. 서너 바늘을 꿰매야 할 정도의 상처였다. 큰애와 장난치다가 다친 모양이었다. 추수감사절 휴일이라서 한국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은 문을 닫았고, 집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아이를 데려갔다. 미국 의사는 어떻게 다쳤는지 마치 가정폭력이나 있는 것처럼 꼬치꼬치 캐물었다. 미국 체류 1년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짓궂은 장난과 폭력의 잣대가 매우 엄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년 전 일이다. 지역방송 뉴스에서 남자고교 내의 학생 폭력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중재위원이었던 필자는 신청인인 남자고교 한 교사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남고 학생들 간의 장난이고 교내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로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실정인데, 지역방송 뉴스의 학교폭력 보도가 학교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하다는 투였다. 교내에서 주변 남자 학생들의 지나친 장난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부모의 심정은 잘 헤아리지 않은 듯이 말이다. 얼마 전 전남 영광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1학년 남학생이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는 교육청 감사에서 여러 차례 교내 폭력과 관련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나 아이돌보미가 아동을 학대하는 영상도 이따금씩 방송을 탄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영국 속담을 지나치게 맹신했는지는 몰라도 집에서 자식 훈육이 과할 정도의 손찌검이나 학대에 가까운 매질로 이름이 오르내린 부모들도 뉴스에 더러 보도되곤 한다.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이지만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이나 댓글을 보면 언어폭력인 욕지거리가 난무한다. 혐오적인 표현에 거침이 없다. 댓글 등의 표현도 지나치면 상대방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기성세대는 대체로 ‘폭력인지감수성’에 둔감하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 집단의식이 강한 학교생활, 그리고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사실상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갖가지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폭력인지감수성’도 대개 민감하지 못한 편이다. 지난 몇 년간 일부 회사의 소유주와 가족들의 갑질과 폭언, 학교에서 동급생들 간의 지나친 장난과 폭행, 운동선수들에 대한 폭력행위 등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사회가 ‘폭력인지감수성’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가랑비에도 옷 젖듯이’ 사소한 장난과 작은 폭력도 잦으면 피해자에게 큰 폭력으로 다가간다.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폭력에 대한 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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