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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일 인사 전한 45살 유승준…회색 머리 근황

    생일 인사 전한 45살 유승준…회색 머리 근황

    가수 유승준이 45번째 생일을 맞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15일 유승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짧은 영상을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유승준은 “제 생일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엔 한 살 더 먹으니 활기차고 새롭게 시작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주얼한 의상에 염색한 듯한 회색 머리가 눈에 띈다. 또 “전세계적으로 힘든데 그럴수록 움츠러들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도전해보는 마음을 가지시길.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유승준은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사랑해 누나’, ‘찾길 바래’, ‘와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말과 달리 2002년 해외 공연 명목으로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다. 당시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이후 유승준의 입국은 금지됐다. 이후 그는 19년간 귀국 의지를 불태우며 소송도 불사했다. 지난 2004년 재미동포 오유선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과 쌍둥이 자매를 두고 있으며, 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귀국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월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교부는 다시 한번 앞으로도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치료시설 긴급확보 돌입… 서울 호텔 등 23곳·경기대 기숙사 동원

    치료시설 긴급확보 돌입… 서울 호텔 등 23곳·경기대 기숙사 동원

    국가보훈처 산하 서울 중앙보훈병원도 일부 경증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고 코로나19 확진자 전담 치료 병상 120개를 마련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중앙보훈병원 외에도 11개 중앙부처 산하 의료기관에 병상 확보를 공식 요청했다. 박 1차장은 “복지부와 직접 관련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국방부가 관할하는 국군대전병원, 국군대구병원 등 11개 중앙부처 산하 의료기관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추가 병상을 확보하려면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갈 수 있는 병원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박 1차장은 “기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적절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지자체, 병원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소방청에도 이송 담당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이날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을 2025년까지 20개(신축 9개, 증축 11개) 확충하고, 5000개 공공병상을 늘리겠다는 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니 다행’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이다. 그동안 정부는 뭐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하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이날 병상 확충 장기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회견’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병상을 미리미리 확충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부 대응은 매번 환자가 급증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 교수는 “병원 건물을 세워 병상을 늘리기는 쉽지만 중환자를 돌볼 인력은 단시일 내에 안 된다”며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진작 병상을 확충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공공병원 확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료권 내 적정 공공병원이 없어 확충 필요성이 크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방의료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국고보조율도 현행보다 10% 포인트 높인다. 아울러 전국 지방의료원 35곳(올해 기준)에 감염 안전설비를 확충·지원한다. 현재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의사에서 간호사로 확대해 내년에는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할 간호사 2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계획’이다. 현장 의료진도 지쳐 가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청주의료원의 경우 올해 들어 현재까지 간호사 20여명이 사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에게 하루 10만원의 위험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병상 대기 580명… 정부 “3주내 1만 병상 추가 확보” 뒷북

    병상 대기 580명… 정부 “3주내 1만 병상 추가 확보” 뒷북

    코로나19 환자의 급증으로 병원마다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13일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대기 중인 사람이 500명을 넘어섰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3일 “앞으로 20일간 매일 1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3주간 1만 병상 이상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체계 붕괴가 목전에 닥치고서야 부랴부랴 ‘총력 대응’하는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집에서 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는 지난 12일 밤 12시 기준으로 580명이다. 전날(515명)보다 65명이나 늘었다. 이틀 이상 대기 중인 환자가 56명이다. 12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에 62개 남았고, 이 가운데 수도권의 가용 병상은 13개(서울 7개, 경기 4개, 인천 2개)뿐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금 환자 증가세를 보면 300명이 입소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를 하루에 1개씩 만들어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대본은 우선 중환자 병상을 287개 더 늘리고, 생활치료센터도 4905개 병상을 더 확보할 예정이다. 앞으로 20일간 매일 1000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매일 500명씩 격리 해제된다고 가정하면 1만명이 입원·입소할 수 있는 병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이에 따라 중환자 치료병상 300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2700개, 생활치료센터 내 병상 7000개 등 총 1만개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공중보건의 203명, 군의관 77명, 개원의 550명을 현장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날 민간시설 긴급동원 조치에 착수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시 상황에 준하는 엄정 대처를 요해 관련 법령에 따라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수원 경기대 기숙사다. 도는 기숙사 1000실(2인 1실) 중 500실(1000병상)을 먼저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이용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서울시는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코로나19 중환자용 컨테이너 병상 150개를 만들고, 자치구 23곳의 중소형 호텔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한다.국가보훈처 산하 서울 중앙보훈병원도 일부 경증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고 코로나19 확진자 전담 치료 병상 120개를 마련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중앙보훈병원 외에도 11개 중앙부처 산하 의료기관에 병상 확보를 공식 요청했다. 박 1차장은 “복지부와 직접 관련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국방부가 관할하는 국군대전병원, 국군대구병원 등 11개 중앙부처 산하 의료기관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추가 병상을 확보하려면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갈 수 있는 병원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박 1차장은 “기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적절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지자체, 병원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소방청에도 이송 담당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이날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을 2025년까지 20개(신축 9개, 증축 11개) 확충하고, 5000개 공공병상을 늘리겠다는 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니 다행’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이다. 그동안 정부는 뭐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하필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이날 병상 확충 장기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회견’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병상을 미리미리 확충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부 대응은 매번 환자가 급증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 교수는 “병원 건물을 세워 병상을 늘리기는 쉽지만 중환자를 돌볼 인력은 단시일 내에 안 된다”며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진작 병상을 확충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공공병원 확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료권 내 적정 공공병원이 없어 확충 필요성이 크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방의료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국고보조율도 현행보다 10% 포인트 높인다. 아울러 전국 지방의료원 35곳(올해 기준)에 감염 안전설비를 확충·지원한다. 현재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의사에서 간호사로 확대해 내년에는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할 간호사 2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계획’이다. 현장 의료진도 지쳐 가고 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청주의료원의 경우 올해 들어 현재까지 간호사 20여명이 사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에게 하루 10만원의 위험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멕시코 시티에서 119명의 해골 탑, 5년 전 것까지 합치면 603개

    멕시코 시티에서 119명의 해골 탑, 5년 전 것까지 합치면 603개

    멕시코 시티의 도심 한복판에서 아즈텍 시대에 묻힌 119명의 해골 탑이 새롭게 발굴됐다. 5년 전에도 후에이 촘판틀리의 한 건물을 복원하는 과정에 지하에서 해골 탑이 발견돼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 멕시코 국립 고고학과·역사 연구소(INAH)가 4.7m 직경의 동쪽 끝에서 100개가 넘는 해골들로 이뤄진 탑을 발견한 것이라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전에 확인된 북동쪽의 해골 숫자는 484개였으니 합하면 600개를 넘긴다. 태양 신을 숭상하는 아즈텍 왕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동맹 도시 후이트질로포치틀리 예배당 한 구석에 전쟁 희생자나 인간 제물을 쌓아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즈텍 부족이란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멕시코 중부의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나후아틀 언어를 쓰는 부족을 말한다. 이들의 왕국은 스페인 정복자 헤르닌 코르테스 군대에 1521년 8월 멸망하고 말았다. 초기에는 20만이 넘는 아즈텍 군대에 스페인 군대와 아즈텍의 지배에 등을 돌린 목테수마 등의 다른 부족 군대는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72일의 포위 작전 끝에 도시 안에 천연두가 번져 아즈텍 군대는 나중에 1만 7000명 밖에 남지 않았고 코르테스 군대는 마침내 도시를 점령했다. 코르테스의 병사들은 후에이 촘판틀리의 구조와 해골 탑을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테노치티틀란 사원 중 하나인 템플로 마요 위에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성당을 짓고 실린더 모양의 도시 구조를 설계한 것이 오늘날 멕시코 시티에까지 이어졌다. 알레한드라 프라우스토 멕시코 문화부 장관은 “템플로 마요는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하고 후에이 촘판틀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나라에서의 최근 몇 년에 가장 인상적인 고고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해골 탑이 1486년부터 1502년 사이에 세워진 것이라고 추정했다. 코르테스 침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셈이다. 당초 학자들은 전사로 활약한 젊은 남성들의 해골이겠거니 추정했는데 여성과 어린이 것도 나와 아즈텍 왕국에서도 인간을 제물로 공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라울 바레라는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사였는지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일부는 희생 제례에 쓰일 포로였을 것”이라면서 “그들 모두가 신성한 존재였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신에게 바쳐질 선물이거나 심지어 스스로를 신의 현신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군기지 돌려받았지만… 오염정화 비용 떠안을 수도

    미군기지 돌려받았지만… 오염정화 비용 떠안을 수도

    정부가 11일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부 등 기지 12곳의 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하되 미국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미가 오염 정화 책임 소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반환된 기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정부가 우선 오염 정화를 할 것”이라며 “다만 오염정화 책임 및 비용 등은 앞으로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환된 기지 12곳의 오염 정화 비용에 대해서 정부 관계자는 “오염 정화를 위한 설계를 해야 정화 비용 산출이 가능하므로 비용 추정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화를 완료한 기지 24곳의 정화 비용은 약 2200억원, 지난해 반환된 기지 4곳 중 3곳의 정화 비용은 약 980억원에 달한다. 기지 12곳은 기지별로 오염물질 및 농도 등이 상이하나 국내법상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이 확인됐다. 강원 태백 필승사격장은 유류오염만 확인됐고, 나머지 11곳은 유류와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 한미 양국은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와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 등에 따라 전국 주한미군 기지 80곳 반환에 합의했으나, 반환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오염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정부는 2018년까지 미국으로부터 기지 54곳을 반환받으면서 정화 비용은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반환받은 기지 4곳도 한미 양국이 협의에서 오염 정화 책임을 두고 난항을 겪다가 기지는 먼저 반환하고 비용은 추후 협의한다는 ‘선반환, 후협의’에 합의하면서 반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오염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비용 협의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가 2001년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따라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KISE)에 해당하는 오염의 경우 미국이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기지 오염이 KISE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SOFA의 규정을 들어 비용을 부담할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OFA 제4조는 ‘합중국(미국) 정부는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합중국 군대에서 제공되었을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기지 오염이 KISE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상회복 없이 기지를 반환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기지 4곳 반환 합의에 따라 오염 정화 책임 및 비용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지 4곳의 정화 비용은 약 1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기지 4곳, 이번 기지 12곳은 물론 남은 미반환기지 12곳에 대한 정화 비용도 결국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기지에 대한) 환경 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 확인된 오염이 KISE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한미 양측 간 이견이 존재한다”며 “미측과 KISE를 판단할 정량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 과제며, 수용 가능한 협의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최초의 미국 흑인 국방장관/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최초의 미국 흑인 국방장관/김상연 논설위원

    태평양 너머 미국의 흑인 노예 문제를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리 멀지 않은 얘기다. 미국의 공식적인 노예제도 폐지는 1865년 수정 헌법을 통해 이뤄졌다. 그럼에도 켄터키주는 1976년까지 헌법 비준을 거부했고, 미시시피주는 1995년에 가서야 비준했다. 그나마도 미시시피는 행정 착오로 제때 연방정부에 통보를 안 해 공식적으로는 2013년에야 노예제를 폐지한 주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7년 전이다. 헌법상 노예제도가 없어진 이후에도 흑인들은 악명 높은 ‘짐 크로 법’으로 1960년대까지 공식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공공장소에서 흑인은 백인과 같은 공간을 쓸 수 없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들이 탄 버스에서 끌려나가는 영화 속 장면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흑인들은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지금까지도 유무형의 차별을 당한다. 같은 나라에 400년 넘게 살면서 지금도 여전히 흑인과 백인의 영어 악센트가 확연히 다른 것은 흑백 간 융화가 그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흑인 중 일부는 남북전쟁 때 노예해방을 기치로 내건 북군에 소속돼 총을 들었다. 하지만 짐 크로 법은 군대에도 적용돼 백인과 흑인은 분리된 처우를 받았다. 이런 역사를 알고 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상 처음으로 흑인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군대라는 가장 보수적인 조직을, 그것도 세계 최강의 군대를 흑인이 지휘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기념비적이다. 그런데 정작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의 임명에 발목을 잡는 것은 인종이 아니라 군 경력이다. 미국 법률은 민간에 의한 군 통제 전통에 따라 전역한 지 7년이 안 된 군 출신의 국방장관 임명을 금하는데, 오스틴은 2016년에 전역했다. 오스틴이 국방장관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이 법률 조항 적용을 면제한다는 상·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947년 이 법이 제정된 뒤 면제를 승인받은 경우는 2명뿐이다. 한국 국민 입장에선 미군의 민간 우위 전통이 부럽다. 한국은 휴전 중인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명분은 상시 전쟁 중인 나라인 미국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미국은 지금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매일 같이 전사자가 나온다. 그럼에도 군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걸 극도로 꺼린다. 반면 한국은 민간인 국방장관은커녕 육사 출신이냐 아니냐로 갈등한다. 그러니 군 개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흑인이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미국을 보면서, 한국도 언젠가는 다문화 가정 출신 국방장관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carlos@seoul.co.kr
  • “오히려 아빠 껴안았다”…게임 중 아빠 사망, CCTV 찍힌 모습

    “오히려 아빠 껴안았다”…게임 중 아빠 사망, CCTV 찍힌 모습

    영국에서 10대 아들과 서로 때리는 장난을 치던 남성이 아들에게 맞아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메트로,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27년간 군인이었던 말콤 칼렌더(48)는 아들 에완(20)과 서로 때리면서 장난치는 것을 즐겼다. 말콤 칼렌더는 지난해 4월 평소처럼 아들과 ‘말놀이(horseplay·거칠게 밀고 때리는 장난)’를 하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말콤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검 결과 말콤의 사인은 ‘둔기에 의한 머리 외상’이었고, 그의 몸에서는 음주운전 제한치의 두 배가 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CCTV 확인 결과 맬컴이 먼저 손을 들어 아들을 때렸고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를 껴안았다. 이완은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목격자들 역시 이완이 아버지를 때리고 싶어 하지 않았으나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도록 게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완은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아빠, 일어나세요! 사랑해요!”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맬컴의 아내이자 이완의 어머니인 캐스린 모리슨은 법정에서 부자(父子)의 때리기 게임은 그들이 흔히 하던 장난이라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은 승부욕이 강했다. 이완이 15세 때부터 서로 얼굴을 때리는 장난을 쳤는데, 절대 아들에게 져주지 않았다”며 “또 이완을 이기고 난 후 ‘아들이 아직도 덜 컸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완의 친구는 “이완은 군대 간부인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완과 그의 아버지 사이에는 강한 유대 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시관은 맬컴의 사인을 ‘급성 경막하 출혈에 의한 사망’으로 밝히며 비극적 사고로 결론지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장관에 군 구금시설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장관에 군 구금시설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부장관에게 군대 구금시설의 환경을 수용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9일 군 구금시설 육·해·공 6개 군부대를 방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부대에 보호실이 설치돼있지 않은 점 등 일부 개선점이 발견됐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교도관의 무기 사용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군사경찰이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8조, ‘군사경찰 무기사용령’ 제3조의 규정에 의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같은 법 제87조 규정에 따라 강제력을 행사하는 경우 보안장비(전기교도봉, 가스분사기, 가스총, 전자총 등)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사용기준 등을 규정한 별도의 지침을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군사경찰 교도관들이 직무 수행 중 보안장비를 사용하면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장비의 사용기준, 사용요령, 사용 시 주의사항, 안전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과 피의자가 긴밀히 면담할 수 있는 접견실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모든 부대는 구금시설에 설치된 일반접견실을 변호인 접견실로 겸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부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권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결수용자가 안정된 환경에서 변호인과 면담할 수 있도록 가시불청(可視不聽) 등의 원칙이 준수된 별도의 변호인접견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자살 및 자해 방지 등의 사고 방지를 위하여 보호실을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020년 8월 5일 영창제도 폐지에 따라 추가 징계입창자 미발생으로 확보되는 여유 거실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일부 부대에서 구금시설 수용자 거실 문 앞에 ‘거실현황표’를 제작해 소속, 계급, 성명, 출생년도, 죄명, 형명 및 형기, 번호, 입소일을 기재해 개인정보를 쉽게 노출하고 있고, ‘가족통지 의사 확인서’, ‘징계자 서명 등록부’ 등의 명부를 작성하면서 나중에 작성하는 수용자들이 앞에 작성한 수용자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문제가 확인됐다”며 “수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 사안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변기와 샤워실 차폐시설에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일부 부대 구금시설에 설치된 소변시설의 경우 일부 거실 수용자에게 소변을 보는 모습이 노출되고, 샤워실에 설치된 각각의 가림막(칸막이)의 간격이 벌어져있어 수용자가 샤워하는 모습이 노출될 수 있는 상태임이 확인됐다”며 “화장실 내 소변시설에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샤워실 차폐시설 설치위치 등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신체노출을 막을 수 있다. 해당부대는 물론이고 각급 부대의 구금시설에 유사사례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美의회 “화웨이 사용국 파병 재검토”… 주한미군 직접 영향

    美의회 “화웨이 사용국 파병 재검토”… 주한미군 직접 영향

    미국 의회가 내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군사 장비 배치를 재고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법안 통과가 확정되면 한국이 이 조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정부가 안보(미국)와 경제(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미 의회가 2021 회계연도 NDAA에 ‘중국 업체들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에 미국의 군대와 장비를 보내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특별히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을 지목했다. 새 국방수권법의 적용 대상은 부대 규모 1000명 이상 대대급부터다. 적용 장비는 ‘주요 무기 체계’다. 미 의회는 조만간 새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등 동맹과 우방국에 중국 업체를 배제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영국은 당초 입장을 바꿔 화웨이를 자국 5G 구축 사업에서 배제했다. 미국은 지난 10월 열린 제5차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중국 IT기업의 5G 참여를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우리 정부의 동참을 요구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7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과 KT를 콕 집어 “깨끗한 통신사”로 표현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미국 정보 분석가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등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와 중국과의 무역 관계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5G 네트워크에 화웨이를 포함시키면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군 정보를 감시하거나 민감한 통신에 끼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이는 한국에 있어서 ‘안보냐 경제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했다. 미군의 우려를 의식해 미국 정부 및 군 시설 주변 기지국에 에릭슨 장비를 쓴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현재 2만 8500명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美의회 “화웨이 쓰면 미군 파견 재고”…“한국 선택의 기로 서”

    美의회 “화웨이 쓰면 미군 파견 재고”…“한국 선택의 기로 서”

    미국 의회가 내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군사 장비 배치를 재고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법안 통과가 확정되면 한국이 이 조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정부가 안보(미국)와 경제(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미 의회가 2021 회계연도 NDAA에 ‘중국 업체들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에 미국의 군대와 장비를 보내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특별히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을 지목했다. 새 국방수권법의 적용 대상은 부대 규모 1000명 이상 대대급부터다. 적용 장비는 ‘주요 무기 체계’다. 미 의회는 조만간 새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등 동맹과 우방국에 중국 업체를 배제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영국은 당초 입장을 바꿔 화웨이를 자국 5G 구축 사업에서 배제했다. 미국은 지난 10월 열린 제5차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중국 IT기업의 5G 참여를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우리 정부의 동참을 요구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7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과 KT를 콕 집어 “깨끗한 통신사”로 표현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미국 정보 분석가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등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와 중국과의 무역 관계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5G 네트워크에 화웨이를 포함시키면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군 정보를 감시하거나 민감한 통신에 끼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이는 한국에 있어서 ‘안보냐 경제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했다. 미군의 우려를 의식해 미국 정부 및 군 시설 주변 기지국에 에릭슨 장비를 쓴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현재 2만 8500명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2030 세대] 처음으로 문 열어 주는 자/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처음으로 문 열어 주는 자/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유명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가 카라얀의 탄생 100주년 기념 강의에서 말했다, ‘카라얀으로 시작하고, 카라얀을 욕하다가, 다시 카라얀으로 돌아온다’고. 나도 카라얀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카라얀은 20세기의 명지휘자로 첫손 꼽히지만, 상업적이라든가 아예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늘 따라다닌 사람이다. 그의 요트나 경비행기, 외모나 권력에 대한 집착, 스물셋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프랑스 모델과 결혼한 사실 등이 ‘진지한’ 예술가라고 보기엔 부적절해 보였다. 1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카라얀이지만, 엄청난 인기도 그의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마치 코카콜라처럼. 지휘자 첼리비타케의 말이다. 카라얀은 클래식 음악을 알아듣기 쉽게 대중화한 공이 크다. 보통의 지휘자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 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어느 이름난 학자가 학술논문을 밤새워 설명할 수는 있어도, 알아 듣기 쉽게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지휘자들이 얽히고설킨 골목 사이를 누비고 나아가는 이미지라면 카라얀은 날개를 힘껏 펼쳐 올라가 도시 경관을 한눈에 보여 주는 그림새다. 카라얀 덕분에 난해하다는 브루크너, 바그너, 쉰베르크의 매혹을 처음 맛보았다. 쉰베르크를 모차르트처럼 들리게 하고 싶다던 카라얀은, 역시 고수다. 어느 고급예술이든 처음으로 문 열어 줄 사람은 늘 필요하다. 타란티노 감독은 예술영화에선 장뤼크 고다르가 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지휘는 음악적 디테일을 치밀하게 살려 준다. 위대한 음악의 성숙함을 보여 준다. 반면 카라얀은 완벽주의자라 불리지만 꼼꼼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정교하다. 하지만 첼리비다케에 비하면 투박할 정도다. 그러나 카라얀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쉽게 ‘졸업’해 버릴 만한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인생에서 음악과 군대에는 딕타투어(독재)가 필요하다 했다.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양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필사적이다. 바다를 등지고 싸우는 것 같다. 지휘봉 밑에서 그들이 만드는 무시무시한 사운드는 콘서트라기보다는 전쟁의 연장 같다. 카라얀이 1968년에 감독하고 녹화한 베토벤 9번 영상이 레니 리펜슈탈의 선전영화를 연상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 다른 명지휘자들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신중히 풀어나가려 한다면 카라얀은 알렉산더의 칼처럼 매듭을 내려친다. 폭력의 경이로움이다. 또한 아름다운 대목에선 카라얀보다 관능적인 사운드를 자아낼 수 있는 지휘자는 없다. 인간의 원초적인 두 기둥이 타나토스와 에로스, 즉 죽음과 욕망이라면 이것을 소리로 구현한 지휘자는 카라얀이 유일하다. 오랜 시간 카라얀에 대한 내 생각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카라얀의 매력은 매년 바뀐다. 지금도.
  • 군 장성 인사 이번에도 ‘비육사 중용’

    군 장성 인사 이번에도 ‘비육사 중용’

    정부가 3일 신임 합동참모차장에 윤의철(육사 43기) 육군 중장을 임명하는 등 후반기 장성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비육사 출신 중용이라는 정부의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육군참모차장에는 박주경(육사 42기) 중장, 공군참모차장에는 정상화(공사 36기) 중장(진급 예정), 공군작전사령관에는 김준식(공사 35기) 중장이 임명됐다. 육군특수전사령관에는 학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소영민(학사 11기) 중장(진급 예정)이 임명됐다. 학사 출신 육군 중장 진급은 소 중장이 두 번째다. 이번 인사에서 육군 중장으로 진급된 6명 중 4명은 육사, 1명은 학사, 1명은 3사관학교 출신이다. 국방부는 “작년에 이어 비사관학교 출신 중 우수자를 다수 선발해 사관학교 출신 편중 현상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육군참모총장에 51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남영신(학군 23기) 당시 지상작전사령관을 임명함에 따라 후반기 장성급 인사에서도 비육사 출신이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다만 국방부는 육사와 비육사 출신 비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지난해 11월 방사포 시험발사 등 도발 시 북한을 규탄하는 브리핑을 하며 ‘사천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합참 작전부장 전동진(육사 45기) 소장도 중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정정숙 육군 대령도 준장으로 선발돼 여성 인력 진출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강호필 육군준장 등 준장 19명을 소장, 강경훈 육군대령 등 78명을 준장으로 진급시켜 주요 직위에 임명할 예정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컴투스 4년만 중국의 한국게임 유통 허가에 주가 급상승

    컴투스 4년만 중국의 한국게임 유통 허가에 주가 급상승

    중국이 약 4년 만에 한국산 컨텐츠에 대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풀고 국내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게임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했다. 3일 컴투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전날 컴투스의 게임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외산) 판호를 발급했다고 공지했다. ‘서머너즈 워’는 2014년 6월 글로벌 출시한 컴투스의 대표 모바일게임으로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 90개국에서 매출 1위, 140개국에서 매출 10위권을 기록했다. 컴투스는 올해 분기당 매출이 1200억∼1500억원 정도였는데 이 중 80% 이상을 ‘서머너즈 워’ 덕분에 해외 매출로 올리고 있다. 중국은 한국 게임사에는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행된 이후로 약 3년 9개월째 판호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중국은 정책적으로 국민이 게임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여 한국과 같은 외국산 게임 외에 국산 게임도 통제해 게임 유통을 허가하는 판호 총량을 줄여왔다.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의 일환으로 외국 게임뿐 아니라 중국산 판호까지 제한했다. 중국 사회에서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다 중독에 빠진 청소년을 치료한다며 군대식 합숙소에서 마구 구타했다가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의 게임 판호 발급 건수는 2017년 9368건에 달했는데 2018년 2064건, 2019년 1570건, 올해 상반기 609건으로 줄어들었다. 외자 게임 판호 건수는 2017년 467건에서 2018년 55건, 2019년 185건, 올해 상반기 27건으로 줄었다. 한편 전날 중국의 판호 발급 소식에 컴투스의 주가는 급상승했다. 전날 14만 2100원에 종가를 기록했던 컴투스는 3일 수능시험으로 오전 10시에 장이 개장하자마자 17만 8400원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오전중 전날보다 12%이상 오른 16만원대의 가격을 보이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포토] “백두산 공격정신으로 진군” 북한 답사 행군대

    [포토] “백두산 공격정신으로 진군” 북한 답사 행군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백두산에 오른 답사 행군대의 모습을 조명했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전국당 선전일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대가 겨울철 답사를 시작한 때로부터 올해 수백 개의 답사 행군대가 백두 대지의 눈보라를 헤치며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올랐다”라며 “백두산 공격 정신을 삶과 투쟁의 진리로 여긴 사람만이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깊은 절망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깊은 절망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루이 16세가 처형되자 이웃 왕정국가들은 이 방자한 공화국 프랑스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가 앞장섰으나 나폴레옹 군대에 납작하게 패했다. 오스트리아는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대패하고 굴욕적인 평화조약에 서명했다. 프로이센은 더욱 한심한 처지에 놓였다. 왕실은 북쪽으로 쫓겨가고 나폴레옹 군대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해 베를린에서 개선 행진을 벌였다. 귀족에게 눌려 살던 중산층에게 전쟁은 기회가 됐다. 왕들은 패전의 충격을 딛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회개혁을 단행했다. 근대적 법을 제정하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했으며, 근대적 교육제도를 출범시켰다. 사회개혁은 중산층의 위상을 높아지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나폴레옹이 권좌에서 쫓겨나자 유럽은 재빨리 이전 상태로 회귀했다. 독일 낭만주의는 이렇게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태어났다. 나은 세상을 기대했던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격랑이 가라앉고 복고와 반동의 시대가 도래하자 실망했다. 이들은 소시민적 생활에 파묻혀 관념을 좇으면서 쓰라린 현실을 잊으려 했다. 프리드리히는 당대의 절망적이고 억눌린 분위기를 표현해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떠올랐다. 때로는 고요한 경건함으로, 때로는 몰아치는 거친 힘으로 다가오는 그의 그림은 하찮다고 무시되던 풍경화에 위엄을 부여했다. ‘바닷가의 수도사’는 이렇다 할 형태도 없고 색채도 단조로워서 거의 추상화처럼 보일 지경이다. 땅, 바다, 하늘을 가르는 수평선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들여다보면 화면 아래 좁은 띠 같은 모래 언덕 위에 서 있는 한 수도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광막한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검푸른 바다는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흐린 하늘과 맞닿아 있다. 낮게 드리운 먹구름은 위로 갈수록 조금씩 옅어지다가 마침내 훤하게 열린 푸른 하늘로 이어진다. 그것을 희망이라 해도 좋을까? 지표 삼을 지형도 없는 심연 같은 공간, 밤인지 낮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부유하는 작고 외로운 존재, 인간. 미술평론가
  • [길섶에서] 자기 성찰/손성진 논설고문

    ‘철’이라는 말은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말한다. 보통 남자들은 군대 갔다 오면 철든다고 한다. 힘든 과정을 겪고 나면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철들자 노망든다’는 말이 보여 주듯 대개 사람이 바뀌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습성은 선천적인 것이어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군에 다녀와야 철든다는 말도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철이 들었다가도 그때뿐이고 금세 예전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구들을 보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모만 바뀌었을 뿐 ‘어쩌면 저렇게 그때와 똑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들이 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진 사람들은 더 그렇다. 나잇값을 하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든 만큼 다른 사람, 젊은 사람의 귀감이 되는 어른스러운 언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그냥 방치하다가는 나잇값을 하기 어렵다. 권위만 찾으려 하지 도덕과 법규를 지키지 않는 노인들은 젊은이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매일같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함으로써 그나마 조금 나아질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철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부단히 수양을 쌓아야 한다. sonsj@seoul.co.kr
  • 무장봉기 이끈 승려… 만세운동 주도 고교생… 일제 수탈 맞선 해녀들

    무장봉기 이끈 승려… 만세운동 주도 고교생… 일제 수탈 맞선 해녀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 몽골이나 왜구의 지배와 침략을 받았던 지역으로 외부 세력에 대항하며 독자적으로 존립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일제의 입장에서 제주는 군사적 요충지였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가진 주요 약탈 지역이었다. 한일병합으로 일제의 수탈이 격심해지자 항거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어느 지역보다 거세게 일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유배를 온 유학자들이나 개화파들은 제주도민들의 학문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항일·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제주 지역에서는 광복 때까지 크고 작은 항일운동이 잇따라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3대 항일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제주해녀 항일운동의 현장을 찾아보았다. ●1914년부터 김연일 주지 “일본인 축출” 설법 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인 제주도 서귀포 옛 법정사 터는 해발 680m나 되는 한라산 중턱에 있었다. 물이 마른 계곡을 건너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니 어두컴컴한 산속에 일제가 불태워 버린 절터가 나타났다. 집 한 채 크기도 안 되는 작은 터에는 무너져 내린 벽체의 흔적인 돌무더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서도 항일·독립운동이 줄기차게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3·1운동보다 다섯 달 앞서 일어난 법정사 항일운동은 승려들이 주도하고 주민 700여명이 참여한 제주 최대의 항일운동이었다. 법정사 주지 김연일은 1914년 무렵부터 일본의 국권 침탈이 부당하며 일본인을 제주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설법을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김연일은 조직적으로 항일운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거사 6개월 전부터 곤봉과 화승총을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1918년 9월 말 정구용은 “면장과 이장은 장정을 모아 10월 7일 오전 4시 하원리에 집합하고 8일에는 제주향을 습격해 일본 관리를 체포하자”는 격문을 붙였다. 총지휘자 김연일을 필두로 좌대장, 우대장, 선봉대장, 중군대장, 후군대장 등의 의병과 비슷한 군사 조직 체계를 갖추었다.김연일은 1871년 경북 영일군 동해면 도구리에서 태어나 출가한 뒤 경북 경주 기림사의 승려로 있었다. 같은 절에 있던 승려 방동화와의 인연으로 제주도로 와서 1914년쯤 법정사 주지가 됐다. 김연일은 처음부터 독립운동을 할 목적을 갖고 제주도로 왔다고 한다. 왜 하필 제주도까지 와서 독립운동을 했느냐는 의문에 유족들은 “우리나라 모습에서 제주도가 닻이라서 거기서부터 들어 올려야 독립 바람이 육지까지 분다고 (김연일이) 말했다”고 설명한다. 김연일은 조상의 묘까지 제주도로 옮겼다. 이를 이용해 군자금과 물자를 갖고 제주도에 드나들었다고 한다. 드디어 거사 당일인 7일 새벽 법정사 마당에서 출정식이 열렸다. 김연일은 “일본인을 쫓아내어 원래의 한국 시대를 회복하자”고 선언했다. 선봉대장 강창규와 좌대장 방동화, 우대장 강민수, 모사 장임호와 박주석 등의 지휘에 따라 승려와 신도 등 34명은 깃발을 흔들며 마을로 내려갔다. 미리 참여를 독려하고 격문을 붙여 놓아 참여자는 순식간에 700여명에 이르렀다. 도순·하원·월평·영남·대포·상예리 등 서귀포의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뒤를 따르며 일제를 몰아내자고 소리 높여 외쳤다. 중문리에 도착한 군중은 전선을 자른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일본인 일행을 구타하기도 했다. 이어 현재 중문파출소 자리에 있던 경찰 주재소로 가서 몽둥이로 기물을 부수고 문서를 불태운 다음 건물을 소각했다. 오전 11시쯤 일경의 기마 순사대가 총으로 무장하고 공격해 왔다. 함성을 지르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경들은 법정사로 올라가 절을 불태웠다. 법정사 항일운동으로 모두 66명이 검거됐고 김연일이 1심에서 10년형을 받는 등 46명이 형을 선고받았는데 감형과 가출옥으로 실제 수감 기간은 줄어들었다. 김연일은 3년 3개월, 강창규는 6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박주석, 강수오, 강춘근 등 5명은 고문 후유증과 가혹한 감옥생활로 옥사했다. 특히 강춘근은 재판을 받기 전에 사망했다. 고문사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정황은 남아 있지 않다. 김연일은 출옥 후 고향 영일로 돌아가 항일활동과 독립운동을 계속했고 다시 붙잡혀 투옥되기도 했다. 정부는 법정사 항일운동 주도자 가운데 32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했다. 김연일은 1993년 건국훈장 애족장, 강창규는 200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日 주도자 모두 연행, 거사 계획 미리 파악한 듯 제주시의 동쪽에 있는 조천은 일제강점기에는 육지에서 사람과 물건이 활발하게 오가던 제법 큰 항구였다. 조천은 신촌·함덕·신흥 등의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로 파급된 제주도 만세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제주항일기념관과 삼일독립운동기념탑 등이 들어선 조천만세동산(미밋동산)이 조성돼 있다. 평일인 지난달 17일 찾은 조천읍내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마침 애국선열추모탑 앞에서는 임시정부가 1939년 법정기념일로 정한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및 제18회 제주 지역 애국선열 합동추모식이 제주도 독립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었다. 조천만세운동은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 4학년생이던 김장환이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들어오며 시작됐다. 아버지 김시학은 일본 유학파로 1차 세계대전 중에 사회 각계각층 1만명의 연서를 받아 독립청원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김장환은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 낭독을 지켜보며 만세운동에 참가했다. 보름 후인 16일 조천에 내려온 김장환은 숙부 김시범과 당숙 김시은에게 서울의 3·1운동 소식을 들려주고 독립선언서를 전달했다.이튿날 김시범, 김시은, 김장환은 만세시위를 벌이기로 결의했다. 이어 김용찬, 김형배, 고재륜, 황진식 등 14명의 동지를 모았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 4본과 소형 태극기 300여장을 만들어 만세운동을 준비했다. 김시범 등은 거사일을 제주도에서 명망이 높았던 유학자인 맏형 김시우의 소상(小祥·첫 기일)인 3월 21일로 잡았다. 21일 아침 8시쯤. 미모치에 14인 동지를 비롯, 조천 주민들과 이웃 마을인 함덕·신촌·신흥 등지의 주민과 서당 생도 등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미모치는 오름의 이름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한라산 정기가 마을 동쪽 끝으로 흘러 우뚝 솟은 성소(聖所)로 전해지던 곳이었다. 대형 태극기가 미모치 정상에 꽂히고 ‘독립만세’라고 쓰인 깃발이 나부꼈다. 김시범은 독립선언서를 20여분 동안 낭독했다. 낭독을 마친 김시범은 “조선을 제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독립시키기 위해 한국독립만세를 부르고 행진하라”고 소리쳤다. 김용찬도 “일본 제국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하도록 한국독립만세를 고창하고 마을 안을 행진하자”고 외쳤다. 이어 김장환이 ‘대한독립만세’라고 선창하자 군중도 따라 외쳤다. 어떤 이는 창호지에 ‘한국독립만세’라는 혈서도 썼다. 시위대는 일제의 본거지인 제주성으로 행진했다. 조천은 제주성의 동쪽 약 12㎞ 지점에 있었기 때문에 2~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도중에 신촌·삼양·화북·건입마을을 거치면 참가자가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500~600명이 된 시위대는 조천오일장터를 거쳐 비석거리에 도착해 ‘한국독립만세’를 크게 외치고는 계속 행진해 신촌리에 다다랐다. 일경은 급히 제주경찰서에 증원을 요청했고 오후 늦게 무장한 순사 30여명이 도착해 시위대와 맞부딪쳤다. 일경은 공포탄을 쏘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무차별로 타격하며 시위를 진압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이 다쳤고 김시범, 김시은, 김용찬, 김장환 등 13명이 연행됐다. 이들이 모두 주모자였음을 볼 때 일경은 거사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시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 조천오일장터에서 김필원, 백응선, 박두규 등이 중심이 돼 200여명이 붙잡힌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신촌리를 향해 2차 만세시위를 벌였다. 여기서 박두규와 김필원이 체포됐다. 시위 소식은 함덕리까지 전해져 다음날에는 조천과 함덕 양쪽에서 3차 시위가 벌어졌다. 이문천·백응선·김연배 등이 계속해서 시위를 주도했다. 이문천은 조천오일장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 100여명을 이끌고 오일장이 열리던 함덕리로 이동했다. 함덕리에 이르자 시위대는 8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부녀자와 어린아이들까지 참여했다. ●김장환은 월북했다는 이유로 국가 서훈 없어 시위 확산에 두려움을 느낀 일경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강제 해산시키고 이문천과 백응선 등 8명을 체포했다. 또 신흥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귀동이라는 여성이 “대한독립만세, 같이 죽자 만만세”라는 구호를 외치자 제주경찰서로 연행했다. 여성까지 무차별로 체포한 데 대해 도민들이 격앙하자 부담을 느낀 일제 경찰은 사흘 뒤 여성을 석방했다. 3월 24일 4차 만세운동은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이날은 조천오일장날이었는데 상인과 장을 보러 온 부녀자들까지 약 15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투석전까지 벌어지는 등 시위가 격렬해지자 일경은 발포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김연배 등 4명을 체포했다. 일경은 군 병력까지 불러들여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네 차례의 시위에서 주도자 14명은 모두 검거됐다. 이들을 포함해 기소된 사람은 모두 29명이었고 24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19년 5월 김시은, 김시범, 김장환 등 주도자 14명은 징역 6개월에서 1년을 받았다. 그보다 옥고와 고문에 따른 희생이 컸다. 백응선은 고문과 옥고로 1920년 3월 순국했다. 김연배도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과 옥고로 가출옥했지만 1923년 11월 27세의 일기로 순국했다. 김시은과 김시범은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김장환에 대한 서훈 기록은 없다. 월북했다는 이유다. 백응선과 김연배는 대통령표창을 받았을 뿐이다.●일제 해녀 요구 들어준다고 해놓고 약속 어겨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의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간다/ 가이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옆 해녀 노래비에 쓰인 마지막 절이다. 제주 우도 출신 독립운동가 강관순이 지은 노래다. 제주 해녀 투쟁은 연인원 1만 7000여명이 참여하고 238차례의 시위가 벌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항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해 구좌읍 하도리에 기념탑을 세우고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오후 늦은 시간에 찾은 공원에는 운동 삼아 왔다갔다하는 여성만 보일 뿐 참배객은 아무도 없었다. 일제의 수탈에 제주도 해녀들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제주에서는 해녀들의 채취 활동이 일제로서는 독보적인 수입원이었다. 1920년대 중반 일제는 해녀들의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만든 제주해녀어업조합을 어용화했고 해녀들이 힘들게 거둔 해산물을 헐값에 매입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 입거 수수료와 세금도 과다 징수했다. 1931년 6월 해녀들은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12월에는 관제조합 반대, 수확물에 대한 가격 재평가 등의 요구 조건과 투쟁 방침을 정하고 대표를 선출했다. 이듬해 1월 7일 세화리 장날에 해녀 300여명이 1차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가 구좌면사무소에 이르자 면사무소 측이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마침 신임 제주도사 다쿠치 데이키가 1월 12일 세화장날 시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날 세화리 장터에 해녀들이 모여들었다. 구좌면 하도리·세화리·종달리·연평리와 정의면의 오조리·시흥리 등 6개 마을 해녀들이었다. 손에는 호미와 비창(전복 따는 도구)을 들었다. 해녀들은 다쿠치가 탄 차량을 에워쌌고 다쿠치는 굴복한 척하며 요구 조건을 5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짓 약속이었음은 금세 드러났다. 일제는 제주 지역 청년운동가들을 배후세력으로 규정했다.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23일부터 하도리 오문규, 종달리 한향택과 한원택, 세화리 문도배와 문도후 등을 각종 죄목을 붙여 검거하기 시작했다. 24일에는 이에 격분한 해녀 1500여명이 세화주재소로 몰려들었고 일경은 무장경관을 출동시켜 해녀 34명을 포함한 50여명을 체포했다. 27일에는 종달리 해녀 100여명이 붙잡힌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진압당하고 말았다. 주동자로 찍힌 해녀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은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들 말고도 일제에 검거돼 고초를 겪은 해녀가 100여명에 이르렀다. 세 명의 해녀는 항일운동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건국포장을 받았다.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코로나 수능생 49만명 거리로… 3차 유행 방역 시험대

    코로나 수능생 49만명 거리로… 3차 유행 방역 시험대

    청년층의 ‘무증상 전파’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는 수험생 49만명에 대한 방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능이 끝나면 통상 수험생들이 다중이용시설에 몰려가 시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수험생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이모(17)양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서 지난주 내내 친구들과 수능이 미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면서 “수능 이틀 뒤부터 대학교 논술시험이 있어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학원에서 공부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처럼 수능 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겠다는 수험생들도 있지만 “수험표 할인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전남 목포에서 공부하는 재수생 박모(19)씨는 “군대에 간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휴가가 막혔다고 한다”면서 “수능이 끝나면 서울에 올라가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들도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험생 대상 할인 행사를 찾기 어려워졌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매년 진행하던 수험생 이벤트를 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롯데시네마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감안해 수험생 대상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용실이나 항공업계 등은 수험생 손님을 잡으려고 할인 이벤트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의 수험생 이모(18)군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짧게 국내 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했다. 고3이 성인이 되는 1월 1일부터는 술집 등 출입도 가능해져 홍대, 강남역 등 도심 유흥가에 몰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시 일정이 남은 수험생들도 대학별 면접이나 논술을 치르기 위해 이동이 불가피하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고3은 물론 수능을 치르지 않는 고1, 2 학생들에게도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미국 대선 조작됐다는 음모론자들의 구호 ‘크라켄을 풀어라!’

    미국 대선 조작됐다는 음모론자들의 구호 ‘크라켄을 풀어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사기이며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곧잘 드는 구호가 ‘크라켄을 풀어라(Release the Kraken)’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와 함께 선거 불복 소송을 벌이다 지금은 독자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연방검사 출신 시드니 파웰 변호사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뒤 트위터에는 ‘크라켄’이란 단어가 10만회 이상 언급됐다. 28일 영국 BBC에 따르면 크라켄은 스칸디나비아 민담에 전해지는 거대한 바다괴물이다. 바다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적들을 단숨에 집어삼켜 버린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타이탄의 멸망(Clash of the Titans)’에서 크라켄이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엄청난 크기의 문어 모습으로 그려졌다. 해서 이 문구는 우파의 사기를 북돋고 좌파에게는 조롱을 던지는 용도로 사용됐다. 파웰은 인터뷰를 통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대해 온 “실리콘 밸리 사람들, 거대 기술(빅테크) 기업들, 소셜미디어와 미디어 회사들” 무리를 갑판 위로 노출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녀에게 크라켄은 범선 한 척을 손쉽게 뒤집을 바다의 위력이자, 배 밑바닥에 숨어 이번 대선을 조종한 세력들을 백일 하에 노출시킬 증거의 위력을 상징한다. 파웰은 텍사스주에서 10년간 연방검사로 재직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미국 최연소 연방검사보, 미국 항소변호사 아카데미 최연소 정회원 기록을 세웠고 변호사 개업 후 텍사스에서는 항소분야의 ‘슈퍼 변호사’로 불렸다.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지금까지 연방 항소법원에서 500건 이상 항소사건에서 수석 변호사를 맡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한 심복 마이클 플린과도 가깝다. 음모론의 대표 격인 큐어넌 운동을 둘이 함께 주도했다.파웰 변호사는 지난 21일 “블록버스터급 사건들이 올 것”이라고 예고한 뒤 25일 조지아주를 상대로 선거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다. 그날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크라켄을 방금 조지아주에 풀었다”며 이번 선거 관련 소송 자료를 모은 웹페이지 주소를 링크했다.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파웰과 제프리 프라더의 주장일 뿐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 에포크 타임스란 매체가 옮긴 내용을 요약했다. 법정에 전달된 진술서 중 하나는 미 육군 제111정보여단 휘하 ‘305군사정보대대’ 소속 전자정보 분석가(21)가 작성했다. 그는 자신이 네트워크의 보안 취약점을 찾는 ‘화이트 해커’이며, 세계 최고 선거 전문가들과 일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문가는 ‘디지털 포렌식’ 도구인 스파이터풋과 롭텍스로 전자투표시스템 업체 도미니언(dominion)의 본사 홈페이지(dominionvoting.com)를 해킹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서버와 연결됐음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을 뒤져 세르비아에 있는 도미니언 직원들의 존재도 찾아내 이를 캡처 화면으로 첨부했다. 진술서에는 ‘에디슨 리서치‘에 대한 내용도 실렸다. 이 회사는 이번 대선에서 CNN, NBC, 뉴욕 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사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벌였다. 에디슨 리서치는 이란에 서버를 두고 있었다. 회사 홈페이지(edisonresearch.com) 소유권은 파키스탄 금융회사 ‘BMA 캐피털’과 관련됐다. BMA는 이란에 자본시장 접근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인디비저블이란 조직도 진술서에 등장했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풀뿌리 조직으로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의 승리에 큰 역할을 아콘(ACORN)이 전신이다. 아콘은 당시 21개주에서 130만명의 신규 유권자 등록을 마치도록 지원했고, 민주당 지지 성향인 이들은 대선 경합주에서 민주당 후보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대선에서 인디비저블은 민주당 지원 조직으로 활약했다. 진술서를 쓴 전문가는 인디비저블의 홈페이지(indivisible.org)를 조사해 스코어카드(scorecard)의 사용 흔적으로 보이는 단서를 찾아냈다고 했다. 스코어카드에 대해서는 미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토마스 매키니니 퇴역 중장이 “CIA가 개발한 투표 조작 프로그램”으로 이번 경선 때 민주당 측에서 사용했다고 폭로한 일이 있다. 도미니언과 중국의 관련을 시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인터넷 주소 ‘dominionvotingsystems.com’을 웹브라우저 주소 창에 입력하면 도미니언 본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데, 해당 주소를 등록한 기관의 주소가 중국 후난성이었다. 이 전문가는 또한 도미니언의 계약서 하나를 ‘특별히 흥미롭다’며 제시했는데 도미니언이 판매한 여러 특허 가운데 하나의 구매 대리자가 중국계 은행인 HSBC 캐나다였다. 한 특허 개발자가 에릭 쿠머였는데, 도미니언 임원인 그는 극좌세력 ‘안티파(Antifa)’ 회원들과 전화 통화에서 대선 전 “트럼프가 못 이기도록 조치했다”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8일 미 국방정보국(DIA) 정보장교 출신의 군사전문 분석가인 제프리 프라더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크라켄이 사이버전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프라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창설한 우주사령부와 함께 각종 시스템을 추적해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의 사악한 행동에 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림자 정부가 미국의 군대, 정부, 언론 등 곳곳에 침투해 있다”며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공화당 내 친중(공)파를 모두 “조국을 배신한 늪 생명체”이며 글로벌리즘 세력에 포섭됐다고 주장했다. 프라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부정선거를 예견하고 이에 대처해 사이버전을 준비했다”며 크라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그가 오래 전부터 추진하던 미국의 반역자들을 드러내고 몰아내기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말이다. 영화 ‘타이탄의 멸망’에서 영웅 페르세우스는 크라켄을 메두사의 머리로 한순간에 돌로 만들어버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 군대는 왜 쉬는 날 병사들을 괴롭힐까?…장병 휴식보장 제대로 되나요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 군대는 왜 쉬는 날 병사들을 괴롭힐까?…장병 휴식보장 제대로 되나요

    제대로 된 휴식시간 부족한 장병들휴식 여건 보장은 강한 전투력 유지 조건“쉬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쉴 땐 쉬더라도 기본을 지키면서 쉬라는 말이야. 지킬 것만 잘 지키면 너희들을 터치할 생각이 없어.” 어느 화창한 날씨의 부대 주말. 평일 고된 일과에 지쳐 생활관에서 푹 쉬고 있는데 스피커에서 당직사관 A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A상사는 “너희들 휴식군기가 엉망이다”고 지적하며 “전 병력은 현 시간부로 밖에 나가 모포랑 매트리스 일광건조를 실시한다”고 지시했다. 병사들의 불만이 한가득이다. 각자 모포를 들고 생활관을 나오며 “군대는 왜 쉬는 날에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 하냐”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이제 좀 쉬려나 했는데 다시 한 번 방송이 나온다. 행정병 B상병의 목소리다. “오늘 당직사관님께서 점호 간 총기수입 상태를 점검한다고 한다”고 전파했다. 병사들은 또 한숨을 내쉬며 총기함 열쇠를 받으러 간다. 명절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긴 연휴는 병사들이 고된 몸을 풀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런데 부대는 이들을 가만히 놔 두지 않는다. 합동차례를 지내야 한다며 아침 댓바람부터 강당에 소집한다. 차례를 마치고 나와 쉬려고 했지만, 오후엔 체육대회를 한다고 연병장으로 집합을 시킨다. 특히 차례상을 준비한 취사병들은 명절이 더욱 죽을 맛이다. 왜 군대는 휴일에도 병사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일까? 병사들은 나름 여러 추측을 하기도 한다. 당일 당직사관의 기분이 좋지 않다던가, 지휘관에게 인정을 받으려 한다는 등 나름 근거를 제시한다. 군 간부들은 ‘사고 예방’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육군 장교는 “부대는 항상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잠재적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며 “무턱대고 병사들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육군 장교는 ‘건강상 문제’를 거론한다. 그는 “주말에도 모포 일광건조나 환기, 청소 등을 지시하는 것은 부대 환경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이 악화되면 호흡기가 약한 환자가 발생하고, 결국엔 비전투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휴일에 병사들에게 업무나 작업을 지시하는 건 금지된다. 하지만 병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예비역 병장 C씨는 “개인정비라는 핑계로 모든 것을 다 점검하면서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병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병사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주말에 병사들을 괴롭힌 당직 간부들 조차 다음날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군대 당직근무는 하루 일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뜬 눈으로 밤을 새야 한다. 특히 야간은 적 침투가 용이한 시간대고 경계 근무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낮보다 더 예민한 상태로 밤을 보내야 한다. 당직근무간 상급부대의 점검이나 병사 관리 등 해야 할 것들도 많다. 규정상 당직근무자에 대해서는 ‘근무취침’을 부여해야 한다. 밤을 지새고 아침에 퇴근하면 그날은 원칙적으로 ‘오프’를 하거나 오후 3~4시까지 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은 이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군은 간부들이 당직근무에 투입되기 전 휴식을 주고, 당직을 마치면 근무취침을 보장하라는 지침은 내리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부대 핵심 보직자들에게 휴식은 사치나 다름없다. 육군 모 부대 한 인사과장은 “내가 하루를 쉬어 버리면 부대 업무에 구멍이 생긴다”며 “내 업무를 대신 할 대체자도 없다. 지휘관들도 빡빡한 부대 운영 때문에 근무취침을 하지 못하더라도 암묵적으로 눈을 감고 있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수당도 짠 편이다. 군인의 당직근무비는 평일 1만원, 주말 3만원으로 책정됐다. 군은 이들의 여건 보장을 위해 평일 3만원, 주말 6만원으로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롬멜이 지휘하는 아프리카 군단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국 몽고메리 장군은 사기가 꺾인 부대를 재정비하며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훈련 효과 극대화와 전투력 발휘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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