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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꼰대와 MZ, 그들의 노스탤지어/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꼰대와 MZ, 그들의 노스탤지어/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노스탤지어(과거에 대한 동경). 이 말을 좋아한다. 입 밖으로 소리 내 낮게 중얼거리면 역류성 식도염처럼 쌉싸래한 통증이 뱃속부터 귀밑까지 올라온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어슴푸레한 저녁 좁은 골목길 계단을 첸과 차우가 아찔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왼쪽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한 장의 흑백 사진이 떠올랐다. 오래되고 좁은 골목길 계단에서는 세 살배기 아기가 흰색 원피스 밖으로 오동통한 팔다리를 내놓고 공깃돌로 공기놀이 흉내를 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기억에도 없이 흑백 사진에만 존재하는 그 골목길은 나에게 통증을 준다. 시간이 흘러 첫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혼자서, 그리고 친구 애인이 군대에서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그 계단에 앉아 울었던 것 같다. 근원은 그리움일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내 사진 파일에는 사람들의 그리움을 담은 좁고 오래된 골목 사진이 가득하다. 물론 갸름한 턱선 만드느라 무지 애쓴 셀카 몇 장도 있긴 하다. 이쁜 척하는 셀카 찍다 오십견 왔던 건 비밀이다. 박사 세미나 중이었다. 20대 후반인 박사 학생이 MZ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가로채어 물었다. “항상 궁금했는데, 나이 든 우리야 레트로 감성이 당연하지만, 얼마 살지도 못한 젊은것들에게 레트로가 다 뭐죠?” 내 턱은 들렸고, 입가에는 조롱의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내 질문에도, 자세에도 건방이 하늘을 찔렀다. 학생은 자신이 어린 시절 할머니 방에서 낡은 라디오를 보며 느꼈던 노스탤지어 감정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내 고개는 앞으로 점점 기울었고, 두 손은 공손해졌다. 우문현답, 그 이상이었다. 나는 완벽한 꼰대였다. 과거를 내 전유물이라 생각했고, 경험도 못 한 젊은 세대가 주제넘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레트로 마케팅에 놀아나는 철부지라 비하했다. 젊은 세대가 미래를 독식할 수 없듯 과거도 공유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오만함이 크게 한 방 얻어맞는 순간이었다. 내 꼰대 놀음을 사과했고, 그걸 일깨워 준 학생에게 고마워했다. 노스탤지어는 간접경험을 통해서도 느껴지는 감성이다. 노스탤지어로 가슴을 움켜쥐게 했던 화양연화에서 재현된 그 골목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1962년 홍콩 골목이었다. 경복궁 한 곳에 서 있는 처마를 보고 처연함을 느끼니 내가 전생에 조선의 국모였던 게 확실하다고 우기면 돌 맞지 않겠는가. 20세기 말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미국에서 붐을 이뤘다. 역사는 마케팅 가치를 지니며, 소비자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에 기반한 레트로 브랜드와 제품에 열광했다. 레트로는 완벽한 재현보다 브랜드 유산을 가진 제품에 현대 최첨단 기능을 조합했다. 나이키 마이클 조던 XI 레트로 스니커즈는 1950년대 아이콘을 재현한 외면에 첨단 쿠션과 통풍 기능을 장착해 인기를 끌었다. 아르카디아는 축복받은 낙원이다. 레트로는 옛 시절과 그 시절을 함께 경험했던 공동체에 환상을 입힌다. 레트로 마케팅은 과거 특정 시공간을 아르카디아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그 시공간에도 잔혹사야 있었겠지만,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시공간이 주는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만 챙기면 된다. 꼰대에게 과거는 아르카디아다. 그래서 아무도 믿지 않는 과거 무용담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현실이 팍팍하면 할수록 과거는 더욱 찬란한 아르카디아로 변신한다. 지금 MZ세대가 레트로 트렌드를 이끈다. 롯데제과 껌 브랜드 ‘쥬시후레쉬’와 협업해 만들어진 ‘쥬시후레쉬 맥주’나 ‘곰표 밀맥주’ 같은 브랜드 이종교배로 레트로 재해석이 이루어진다. 시대를 앞서고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이런 레트로 재해석은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한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MZ세대도 팍팍하고 고달픈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아르카디아가 필요하고 레트로가 그 일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MZ 같은 젊은 세대에게 아르카디아는 과거보다 미래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에겐 미래가 두렵다. 인생 선배로서 이들에 게 미안할 따름이다. 오늘따라 꼰대도, MZ세대도 다 불쌍하게 느껴지는 건 코로나 블루 때문이겠지.
  • “김치에선 쉰내…방울토마토로 배 채워” 군 부실급식 언제까지[이슈픽]

    “김치에선 쉰내…방울토마토로 배 채워” 군 부실급식 언제까지[이슈픽]

    홍천 육군 11사단서 부실급식 폭로“못 먹어서 서러워 본 적 있나” 호소앞서 계룡대 부실급식도 사실로 확인돼 강원 홍천의 육군 11사단에서 “방울토마토로 배를 채웠다”고 주장하는 ‘부실 급식’ 폭로가 나왔다. 최근 군부대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글을 보면 자신을 11사단 예하 부대 장병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밥과 국, 삼치조림 한 조각, 방울토마토 7개를 점심 배식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식 3찬은 지켰지만, 살면서 못 먹어서 서러워 본 적이 있느냐”며 “배추김치는 재활용했는지 쉰내가 나서 받지 않았다. 삼치조림 두 조각을 받았다가 한 개가 정량이라고 해서 다시 빼앗겼고 전날 점심으로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는 많이 받아도 뭐라 하지 않아 이것으로 배를 채웠다”고 폭로했다. 이어 “부실 급식과 관련한 댓글을 읽어보면 간혹 ‘배식 문제’였니, ‘메뉴가 나왔는데 안 받았다’고 말하는데 제발 자신이 겪은 일 아니라고 막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대 측은 “이날 점심 메뉴는 해물찌개, 삼치순살조림, 청경채 굴 소스 볶음, 배추김치였다”며 “급식 과정에서 충분한 양이 제공되지 못한 부분과 관련해 급식체계의 문제인지 배식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양의 급식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앞서 계룡대 근무지원단 예하 부대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격리된 장병에게 부실 급식을 제공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사실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6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계룡대 예하부대 14일자 아침 배식입니다.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볶음김치, 조미김. 집에서는 이렇게 먹을 수 있지, 근데 군대는 그러면 안 되는거 아니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함께 첨부된 사진에는 밥과 김치, 오징어국, 조미김 외에 다른 반찬은 없었다. 당시 국방부는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됐다”고 해명했다가 “일부 부대에서 도시락을 배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메뉴가 빠졌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번복해 폭로를 성급하게 거짓말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받았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주한미군, 한반도 밖 투입 가능”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주한미군, 한반도 밖 투입 가능”

    라카메라 지명자, 청문회 전 서면 답변“인도태평양 작계에 주한미군 포함해야”‘미중 대치’ 남중국해에 파견 여지 우려전작권 전환엔 “조건 충분히 충족돼야”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계획에 주한미군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사시 주한미군을 한반도 밖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 주한미군을 파견할 여지를 열어 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오늘날 한미동맹은 당면한 북한의 위협에 정면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점점 커지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내가 인준을 받으면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의 군대와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전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하며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는 데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작권 조기 전환을 목표로 하는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카메라 지명자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미 관계 부처와 협의해 외교적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라카메라 지명자는 “2018년 미국과 남북한 간 외교적 노력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했다”며 “우리의 군사적 행동이 외교의 지속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항공모함 타격 부대와 폭격기 임무, 5세대 F22와 F35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간헐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카메라 지명자가 청문회 이후 인준을 받으면 이르면 이달 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후임으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술과 웹툰, 다른 듯 닮은… 유쾌한 ‘그림 父子’ 이야기

    미술과 웹툰, 다른 듯 닮은… 유쾌한 ‘그림 父子’ 이야기

    아버지의 눈에 자식은 여전히 어리고, 아들 눈에 아버지는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걸까. 주재환(80) 화백은 장난감 안경, 아이스크림콘 모형으로 마흔 살 아들 얼굴을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표현했다. 반면 주호민 작가는 주름이 깊이 팬 노인 캐릭터로 아버지를 묘사했다. 아버지는 “우연히 만들었는데 아들을 닮았더라”며 농담했고, 아들은 “난생처음 아버지 얼굴을 그렸는데 더 늙어 보이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미술과 웹툰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이미지와 스토리를 결합하는 이야기꾼의 기질과 현실 비판적 시각, 유머감각을 공유한 두 작가가 18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첫 공동 전시 ‘호민과 재환’을 펼친다. 개막에 앞서 1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자(父子)는 전시장 맨 앞에 걸린 서로의 초상화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중퇴한 주 화백은 외판원, 미술전문지 기자 등을 하다 1980년 ‘현실과 발언’ 창립전으로 데뷔했다. 주로 비닐, 캔, 못, 거울 등 버려진 일상 사물들을 재활용해 불합리한 사회 현실은 물론 미술계 내부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주 작가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폐지돼 학교를 그만두고는 2005년 군대 경험을 담은 ‘짬’을 발표하며 전업 만화가로 나섰다. 이후 취업난을 겪는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무한동력’(2008), 한국의 전통 저승관을 재해석한 ‘신과 함께’(2010)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번 전시에선 회화, 설치, 영상, 웹툰 등 두 작가의 작품 130여점을 통해 공통적으로 내재된 이야기의 힘과 세계관, 표현방식의 대물림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주 화백은 “내 작업은 주제 하나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전라도 음식처럼 다양하고 가짓수가 많다”면서 “관객이 각자 입맛에 따라 받아들이길 원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 그림이 그저 재밌기만 했다”는 주 작가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만화 작업을 하면서 심각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 아버지가 어떤 경지에 이르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집에 살 때는 작품에 대해 간혹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분가 후에는 서로의 작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단다. 아버지는 “아내가 내 작품보다 아들 작품을 더 좋아한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들은 “지금까지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미군 떠난 아프간, 中 인민해방군이 차지할까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틈타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군 철군이 확정된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이 커지자 연일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밝혀서다.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군대를 파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중국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2003)에 격렬히 반대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2001)은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동을 휩쓸던 테러단체들에 맞서 중국이 안정을 지키길 원했기에 미국이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눈감아 주고 대신 아프간 문제에서 협조를 얻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아프간 반군이 앙심을 품고 중국 내 위구르족을 자극해 분리 독립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신장지역 평화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아프간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미국은 아프간에서 2조 달러(약 2240조원)가량 전비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미군 24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여명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아프간 수렁’에서 빠져나오고자 아프간 미군 철수를 선언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확인한 상태다. 아프간에서 ‘힘의 공백’이 생겨 나자 내전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17일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전날부터 남부 헬만드주 등 다수 지역에서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간 군사 충돌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정부군이 수도 카불 인근 탈레반 장악 지역을 탈환하고자 기습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미국을 겨냥해 “외국 주둔 군대는 질서 있고 책임 있게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8일 카불 차량 폭탄 테러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자 “미국의 전격적인 철군 선언으로 아프간의 평화와 국민의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나라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두고 ‘파병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추론이 제기된다. 다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대세다.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이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아프간에 천문학적 비용과 군사력을 쏟아붓는 동안 중국은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며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프간에서 ‘사서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대법 “피해자다움 없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안 돼”

    대법 “피해자다움 없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안 돼”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고 멀티방(룸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피해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같은 과 동기를 준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12월 27일 같은 대학 같은 과 소속인 피해자 A씨 등 친구들과 떠난 강원도 여행에서 A씨가 잠을 자는 사이 몸을 여러 차례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이 사건 후 군대에 갔고, A씨는 복학한 이씨를 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자 당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당시 사건을 말한 것을 알게 됐고, A씨는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인 2019년 8월 이씨를 고소했다. 1심은 이씨가 A씨 의사에 반해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 후에도 A씨가 이씨와 단둘이 주점을 가는 등 어색함이나 두려움이 없었다며 “피해자의 태도는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이씨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당시 사건의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란의 게이남성, 군면제 받은날 친척에 의해 참수당해

    이란의 게이남성, 군면제 받은날 친척에 의해 참수당해

    이란의 스무살 난 게이 남성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명예 살인을 당했다. 성소수자 네트워크인 ‘6RANG’는 이란 아바즈에 사는 게이 남성 알리 파젤리 몬파레드가 지난 4일 친인척 남성들에 의해 납치당했으며 다음날 참수된 채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성소수자 활동가는 지난 2019년부터 사망한 몬파레드와 연락을 했는데 살인은 그의 성정체성이 밝혀진 다음날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망한 게이 남성의 성정체성이 드러나게 된 것은 그의 이복 형제가 몬파레드의 군면제 카드가 담긴 봉투를 먼저 열어보았기 때문이었다. 군 면제 카드는 이슬람 혁명수비대에 의해 발급된다. 몬파레드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힘으로써 면제 카드를 받게 되었다. 이란 군대법 7조 5항에서는 성소수자의 군역을 면제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란의 게이 남성은 군대를 안 가는 대신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게이 남성을 참수한 이들은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아들의 시체가 야자수 아래에 있다고 알려줬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입원했는데 몬파레드는 외동이었다.몬파레드의 파트너는 현재 터키에 살고있으며, 그의 참수에 가담했던 남성은 이복형제와 사촌 등 모두 세명으로 이들은 모두 체포되어 일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살해당한 몬파레드는 이란 부유층의 자제로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명품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난다. 그는 또 화장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공개적으로 얼굴에 화장을 하지는 못했다. 몬파레드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에서 “압력이란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화장을 좀 하고 걸어다니고 싶지만 내가 사는 아바즈가 어떤 곳인지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말도 했다. 그는 아버지쪽 친척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면서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 든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몬파레드는 이란을 벗어나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다. 먼저 파트너가 있는 터키로 간 뒤에 노르웨이나 스웨덴으로 망명 신청을 하는 것을 계획했다. 이달 중순에 이란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그 전에 군 면제 카드가 먼저 도착했고 결국 비극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란에서 동성애는 금지되어 있고, 100대의 회초리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처벌을 받지만 군대는 면제된다. 이란 군대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김치, 김…” 이번엔 계룡대 부실급식 의혹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김치, 김…” 이번엔 계룡대 부실급식 의혹

    “14일자 아침 배식” 부실 도시락 공개국방부 “정상 제공 됐을 것…확인 중” 계룡대 예하부대에서 코로나19 격리장병에게 ‘부실 급식’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방부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16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계룡대 예하부대 14일자 아침 배식입니다.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볶음김치, 조미김. 집에서는 이렇게 먹을 수 있지, 근데 군대는 그러면 안 되는거 아니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도시락 급식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격리장병 ‘부실 급식’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사진에는 밥과 김치, 오징어국, 조미김 외에 다른 반찬은 없었다. 이에 국방부는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은 국방부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계룡대 근무지원단이 직접 관리하는 7개 부대 중 3개 대대(관리대대·수송대대·군사경찰대대)에 총 8명의 격리장병들이 있다”며 “이들에게 제공된 도시락은 배식하기 전 간부들이 검수를 위해 촬영된 사진을 확인결과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공개한 도시락 사진에는 부실 급식 의혹을 제기한 사진과는 다르게 약간의 추가 반찬과 우유 등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는 “다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계룡대 근지단 직접지원부대뿐만 아니라 계룡대 내 육해공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격리장병을 대상으로 부실한 도시락이 지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대법원 “‘피해자다움’ 없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못해”

    대법원 “‘피해자다움’ 없다고 진술 신빙성 배척 못해”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뒤에도 가해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시는 등의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같은 과 동기를 준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12월 27일 피해자 A씨 등 같은 대학교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에 있는 한 콘도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이씨는 콘도의 한 객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A씨의 몸을 여러 차례 만졌다. 이씨는 이 사건 뒤 군대에 갔고, A씨는 이씨가 복학한 뒤 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자 여행 당시의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당시 사건을 털어놓은 것을 알게 되면서 A씨는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인 2019년 8월 이씨를 고소했다. 이에 이씨는 당시 A씨를 만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도 자신을 만져 “상호 스킨십이라 생각했다”며 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씨가 A씨 의사에 반해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 뒤에도 이씨와 A씨가 단 둘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멀티방(룸카페)에 함께 있는 등 어색함이나 두려움이 없었다며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가 사건 발생 후 2년이 넘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에서 진술을 믿기 어렵고, 이씨의 사과문도 A씨의 마음을 달래려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판단해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 재판부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이씨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A씨가 피고인으로부터 당시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면서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나래는 성희롱을 했다”vs“가벼운 농담을 했다”[이슈픽]

    “박나래는 성희롱을 했다”vs“가벼운 농담을 했다”[이슈픽]

    뉴욕타임즈 “성희롱 아닌 가벼운 농담”NYT, 인터뷰 통해 해당 논란 다뤄···“표현 자유” 오픈넷, 워마드·일베 옹호네티즌 “여긴 미국 아닌 한국” “그는 유머를 위해 남성 인형을 사용했다. 이후 성희롱으로 고발당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방송인 박나래 ‘성희롱 논란’을 다뤘다.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성별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구 기준으로 봤을 때 웃어넘길 수준의 ‘꽁트’가 한국에선 몇 주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박씨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그는 유머를 위해 남성 인형을 사용했다. 이후 성희롱으로 고발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NYT는 “박나래의 행동을 서구권 코미디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 누구도 화나게 하지 않고 웃으며 넘어갔을 일”이라며 “그녀의 나라에선 스캔들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녀가 성희롱했다고 추정되는 장면들이 빠르게 인터넷에 퍼지면서 젊은 남성들이 박나래를 성범죄자로 내몰았다”고 한 매체는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이 그를 성희롱으로 고발했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일부 한국 남성들의 이중적 성 잣대를 지적하면서도 공공장소에서 성을 언급하는 여성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해당 논란이 남녀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현 상황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나래의 행동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상반된 의견을 전한 매체는 남성 연예인과 여성 연예인의 성 관련 논란에 대처하는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박나래를 향한 비난 여론이 여성혐오적이고 극우적인 웹사이트에서 파생된 게 아니라 주류 사회의 일반적인 남자들에게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이 남성들은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자가 되면서 결혼시장에선 보다 큰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본다”며 “‘왜 여자들만 지원해주는 거냐. 나는 군대도 다녀왔는데 날 위해 하는 건 뭐냐’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박나래는 무죄다”...오픈넷, 박나래 옹호 한 시민단체는 박나래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인터넷 시민단체 ‘오픈넷’은 논평을 통해 “방송인 박나래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사회적 해악 역시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오히려 성적 담론을 확장하고 소외됐던 여성의 성적 주체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과감한 시도들은 긍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자유, 개방, 공유의 가치가 인터넷에서 실현되도록 활동하는 단체로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망중립성, 정보공유 등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워마드 폐쇄법’ 철회를 주장했고,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일베 회원에 대한 수사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픈넷은 “법으로 판단했을 때 박나래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박나래의 경우처럼 구체적인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시청자 혹은 그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잠재적인 시청자는 성희롱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분명한 이유로 박나래의 이번 연기 행위를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리해 형사 처벌의 가능성으로 위협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 자체를 위축시킨다”며 “오픈넷은 하루빨리 사법당국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한편 박나래는 지난 3월 23일 스튜디오 와플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헤이나래 EP.2’ 영상에서, 남자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성희롱으로 의심되는 발언과 행동을 해 논란을 샀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뒤 공식 사과했고, 박나래 역시 사과를 전하며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뉴욕타임즈 보도에 대해 “여긴 한국이다”, “남자연예인이 했다면 사회에서 매장당했을 것”, “여자가 봐도 불편합니다”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히틀러는 악의 힘” 전단 날리다 21살에 참수된 독일 백장미 [김정화의 WWW]

    “히틀러는 악의 힘” 전단 날리다 21살에 참수된 독일 백장미 [김정화의 WWW]

    “심판의 날이 왔다. 독일 국민이 견뎌야 했던 제일 끔찍한 폭군에 대한 청년들의 심판이. 아돌프 히틀러는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우리를 속였다. 독일 청년의 이름으로 우리는 그가 빼앗아간 자유를 요구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2월, 독일 뮌헨대(LMU)에선 ‘무서운’ 전단이 날았다. 세계를 향해 맹위를 떨치던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이 전단을 만들어 뿌린 건 나치 체제에 반대하는 ‘백장미단’(White Rose). 백장미단의 핵심에 조피 숄이 있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치에 맞서다 목숨까지 잃은 조피 숄과 그의 오빠 한스의 이름은 독일에서 저항의 상징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숄이 태어난 지 꼭 100년째 되는 날을 맞아 독일 전역에선 그의 용기와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나치당 가입했던 소녀는 어떻게 “히틀러는 폭군” 돌아섰나1921년 독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숄이 처음부터 히틀러 독재에 저항한 건 아니다. 어린 시절 그와 오빠는 다른 또래들처럼 히틀러 유겐트(나치당의 청소년단)와 자매단체인 독일소녀동맹(BDM)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상과 높은 기독교 신앙심을 가진 부모가 그들을 변화로 이끌었다. 특히 아버지는 히틀러를 ‘신이 내린 재앙’이라고 부를 정도로 나치 정권에 대한 반발이 컸다. 결국 남매는 유대인에 대한 탄압과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등에 환멸을 느끼고 반나치주의로 돌아섰다. 1939년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자 숄은 파병 간 그의 남자친구 프리츠 하트나겔에게 편지를 썼다. “왜 누군가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끔찍한 일이다. 조국을 위해서라고는 말하지 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숄은 생물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나치당의 일종의 국가총동원이었던 국가노동봉사단(RAD)에서 일해야 했다. 이때의 군대식 체제와 정신을 마비시키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대해 숄은 “영혼이 빈곤하다”고 썼고, 나치에 더욱 회의감을 갖게 됐다.적극적으로 저항에 나선 건 의대생이던 한스를 따라 뮌헨대에 입학하고 나서다. 1942년 한스가 그의 친구 알렉산더 슈모렐과 결성한 백장미단에 숄이 합류한 것이다. 여기에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빌리 그라프와 그들의 교수였던 쿠르트 후버까지 가세해 6명이 뜻을 모았다. 백장미단의 주요 활동은 독일 국민이 나치즘에 저항하고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반체제 전단을 돌리는 거였다. 이들은 1942년 6월부터 1943년 2월 18일 붙잡힐 때까지 총 6개의 전단을 만들어 뿌렸는데, 처음에는 교수와 작가, 친구들에게 우편으로 전달하다 나중에는 전역에 배포했다. 종이와 우표, 봉투 등이 모두 귀한 전시였지만 곳곳에 퍼져있던 지지자들이 그들을 도왔다.하지만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 들고 일어나 복수하고, 속죄하고, 가해자를 처단해 새 유럽을 만들자. 그러지 않으면 독일의 이름은 영원히 훼손될 것”이라고 쓴 백장미단의 마지막 전단을 만든 뒤 붙잡힌 것이다. 숄은 뮌헨대 본관 꼭대기층에 올라가 전단을 뿌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던 대학 경비원이 그를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신고했다. 숄과 한스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이들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고작 나흘 만에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당시 21살이던 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랬다. “맑고 화창한 이 날 나는 가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를 통해 수천 명이 깨어나고 행동할 수 있다면 나 하나 죽는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권총 있다면 히틀러 쏠 것…남자가 안하면 여자가 해야”전단은 당시 엄혹한 상황에도 체제에 반대했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백장미단의 활동과 정신을 기록하는 화이트로즈재단은 “백장미단은 독일의 가장 잘 알려진 저항 단체 중 하나로 인본주의적 동기에 의해 움직였고, 자유와 정의를 향해 모든 개인의 책임에 호소했다”고 봤다. 첫 번째 전단에서 “무책임한 무리에 의해 저항 없이 ‘통치’되는 것, 문명사회 인간에게 그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고 히틀러 정권을 비판한 이들은 두 번째로 “이 나라에서 유대인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 부르짖는다. 전단은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가장 끔찍한 범죄를 본다. 인류 역사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유대인 역시 인간이다”라고 강조한다. 독일 내에서 유대인 학살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몇 안 되는 문서다. 이들은 또 “우리의 현재 상태는 악의 독재다. 당신이 이미 반대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그것을 안다면 왜 행동하지 않는가. 국가가 범죄자와 술주정뱅이의 명령 아래,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당신을 계속 강탈하는 것을 왜 용납하는가”라고 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국립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의 프로젝트 매니저 탄자 스피처는 “백장미단은 나치 독일을 강하게 비난하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촉구한다”며 “오늘날 전단을 읽으면 당시 이들의 통찰력이 얼마나 끔찍할 정도로 정확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그 중에서도 숄은 백장미단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1942년 6월 “무감각한 삶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낫다. 공허함보다 고통을 느끼고 싶고 그것에 반항하고 싶다”고 쓴 일기에서 그의 열정은 여실히 드러난다. 같은 해에 숄은 부모님에게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편지를 썼다. 그는 “내가 권총을 갖고 있었다면 히틀러를 쏠 것”이라며 “남자가 하지 않으면 여자가 해야 한다”고 했다. 훗날 나치 관리 중 한사람은 “숄은 인격의 힘과 드물게 깊은 믿음으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하지만 그의 저항 정신은 원래와 달리 현대에 와서 오용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각국이 봉쇄 조치를 내리자 독일 내 극우주의자들이 자신이 ‘코로나 독재’와 국가주의에 희생되고 있다며 숄의 이름을 들먹인 것이다. 이에 숄의 전기 작가인 베르너 밀스타인은 “숄은 극우주의자들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것이고, 아마 마스크도 썼을 것”이라며 “자유는 책임감을 뜻한다. 숄이 우리가 살 수 있는 또다른 독일을 위해 싸웠는데, 그 이름이 악용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숄은 ‘단단한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잘못된 체제에 저항할 줄 아는 것과 한편으로는 깊은 공감을 발휘할 줄 아는 것, 이게 숄의 외침이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조피 숄은 누구·Sophie Magdalena Scholl1921 독일 출생1940 고등학교 졸업1941 나치 국가노동봉사단(RAD) 동원1942 뮌헨대 입학1942~1943 ‘백장미단’에서 반나치 전단 제작·배포1943 반역죄로 유죄 판결 후 처형
  • [금요칼럼] 과학정신, ‘처리수’와 ‘오염수’ 사이/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과학정신, ‘처리수’와 ‘오염수’ 사이/황두진 건축가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잠깐 살았을 때 이야기다. 휴가 계획을 짜다 보니 기차 노선도에 히로시마가 있었다.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도시다. 고등학교 교련 수업 때부터 군대 시절에 이르기까지 원폭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온 바가 있었다. 방사능 피해가 워낙 오래가기 때문에 한 번 원폭이 떨어진 곳은 영원히 불모의 땅이 되고, 생명체가 살기 어렵고 등등의 이야기였다. 핵은 절대 파괴의 대명사 같은 것이었다. 히로시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본인 동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그곳 상황이 어떠냐고. 원폭 떨어진 지 불과 60년 정도밖에 안 되지 않았냐고.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사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번성하는 상공업 도시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기차를 타고 가다가 창밖으로 내다보니 과연 그랬다. 여느 일본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히로시마는 건재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나가사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료를 찾아보았다. 원폭 투하 직후 당연히 인구가 감소했다. 당시 인구 34만명 중에 8만명 정도가 피폭 직후에, 그해 연말까지 1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전체 관련 사망자 수는 30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히로시마의 인구는 다시 늘어났다. 전쟁이 끝나고 많은 군인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고향이지만 원폭이 떨어진 곳으로 돌아간다고? 방사능은? 후유증은? 폭심에서 가까운 부분은 한동안 비어 있었지만 그 너머의 지역은 일상의 삶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히로시마의 인구는 120만명에 달한다. 진실은 ‘영원한 불모지’와 현재의 히로시마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비슷한 혼란을 요즘 경험한다. 다름 아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 혹은 오염수 문제다. 보통의 시민이 이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갖기 위한 최선의 수단은 다름 아닌 언론이다. 그런데 여러 기사를 비교해 가며 읽어 봐도 도대체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워낙 방사성물질의 밀도가 낮아서 아무 문제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곧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올라온다. 보통의 독자로서는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도 가질 수가 없다. 소심하게 앞으로 회를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먹어 두는 것이 어떨까 정도의 생각을 가질 뿐이다. 작심을 하고 파고들면 아마 희미한 답의 윤곽 정도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의 시민이 굳이 그런 수고까지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 아닐까. 사회, 정치, 문화 등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인문적 ‘해석’이야 분분할 수 있고 또 그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과학, 그리고 기술의 영역이다. ‘처리수’와 ‘오염수’ 사이 어딘가에 분명히 객관적 사실이 존재할 것이다. 과학도 궁극적으로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시각을 적용해야 할 경우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냥 과학이 외면당한 자리를 다른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세상에 얼마나 기본적인 과학 정신이 부족한지 새삼 깨닫는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해서’ 자비심이나 증오심이 없고, 쇠는 녹이 슬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것을 인간이 원해도, 원하지 않아도 그렇다. 거기에 목적을 부여하는 일체의 시도는 부질없다.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학정신의 기본이라고 믿는다. 그런 입장에서 누군가가 보통의 시민이 이런 문제에 대해 유의미한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정신에 입각한 도움을 준다면 매우 감사하겠다. 히로시마건, 나가사키건, 후쿠시마건.
  • “페미니즘이 날 지켜줬다… 난 ‘남페미’로 산다”

    “페미니즘이 날 지켜줬다… 난 ‘남페미’로 산다”

    ‘페미’(페미니스트의 줄임말)라는 말 자체가 낙인이 되는 세상에 ‘남페미’로 살아가는 30대 남성 둘을 만났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의 이한 활동가와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신필규 활동가다. 어쩌다 보니 페미니즘으로 밥벌이까지 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페미니즘 책에 있는 걸 잘 정리해서 사람들이랑 얘기해 보고 싶었다”(이한)거나 “커밍아웃한 게이로 비온뒤무지개재단의 강연을 따라다니다 보니 활동가 제의를 받았다”(신필규)는 것. 최근 만난 두 활동가와 한국 사회에서 남페미로 살아가는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이남자’(20대 남성) 논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한 저는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남함페) 활동가이자 성평등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이라고 합니다. 남함페는 남성, 남성성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단체고요. 독서 모임과 더불어 불법촬영 시청가해 규탄 캠페인 등을 했습니다. 신필규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이자 유튜브 채널 ‘큐플래닛’의 기획자 신필규입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성소수자들을 위한 재단으로 성소수자들의 인권 활동, 활동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큐플래닛도 재단의 여러 사업 중 하나로 성소수자 인권과 세간의 차별, 편견에 맞서는 채널로 2019년 방송을 시작했어요. -페미니스트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인데요. 페미니즘적인 인식을 갖게 된 계기를 떠올려 본다면요. 신 저는 10대 때 눈을 떴어요. 그때도 특별히 성역할을 잘 따르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 나이 때 남자 아이들한테 학교나 사회, 또래 집단이 요구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스포츠를 해라’, ‘말을 더 거칠게 해라’… 심지어 저는 고향이 부산이거든요. 샤워시설도 제대로 없는 학교에서 무슨 스포츠며, 남자라는 이유로 왜 남한테 상처 주는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들도 “쟤는 남자앤데 왜 저렇게 안 움직이지”, 또래 친구들도 “남자애가 계집애같이 군다”는 식의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식의 괴롭힘, 따돌림을 겪어 왔어요. 질문은 당하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고자 했어요. 당시 ‘영 페미’ 선생님들이 썼던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한국성폭력상담소) 같은 책들을 보는데 그분들이 성 역할, 성별 규범을 비판하며 자기들은 페미니스트래요. 제가 처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말해 주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들밖에 없으니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어요. 페미니스트는 ‘왜 성별은 두 개만 있어야 해?’라는 식의 ‘당연한’ 전제를 질문하는 사람이었고, 그걸 보다 보니까 괴롭힘당하고 소외되는 제 처지도 당연하지가 않더라고요.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나를 보호하는 자원으로 페미니즘을 알고 배워 나갔어요. 이 저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오히려 ‘남성성’을 획득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쪽이었죠. 축구를 안 좋아하면서도 잘하려고 뛰어다니고…. 그렇게 페미니즘을 모르고 살다가 그 단어를 접한 건 2015년 즈음이었어요. 당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물결 속에서 해외 봉사단으로 나가기 전에 폭력예방 교육을 들었어요. 강사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데 너무 재밌고 괜찮은 거 같아서 주변 여성 지인들한테도 권하고 그랬어요(웃음). 이후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을 때 친구들과 추모 현장에 갔다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데 왜 나는 몰랐지’ 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순간 엄청난 페미니즘 모먼트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계속해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그 시대에 있는 흐름들 이런 게 제가 페미니즘을 접할 수밖에 없게 만든 거 같아요. 그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싶었고요.-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 요인으로 ‘이남자’가 꼽힌 이후 정치권에서 이들에 대한 ‘구애’가 활발합니다. 군가산점제가 재등장하고 남녀평등복무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죠. 어떻게 보세요. 신 남녀평등복무제 같은 경우는 두 가지 면에서 우려스러워요. 일단은 군대가 별로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고요.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하는 한편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게 현실이에요. 또 실제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는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여성들이 군대에 가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젠더와 민족’이라는 책에 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명시적으로 “여성 군인의 임무는 부대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군인들을 돌보는 영역”이라고 얘기했더라고요. 여성이 군대를 가는 게 평등한 처사도 아니고, 그 안에서 평등한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에요. 군가산점 자체는, 여성과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에게 평등하지 않아요. 이걸 남성들에게 적용시켜 봤을 때도 혜택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이 저는 이런 정책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건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군가산점제를 실시하면 1도 혜택을 못 받아요. 공무원 할 생각도 없고, 주택 청약도 해당이 안 되죠. 해결책은 군인들한테 돈 많이 주고, 군 인권을 개선하는 거죠. 그건 선행하지 않고, ‘너희들끼리 싸워라’라고 하기 위해서 정치권에서 군가산점제를 얘기하는 걸로밖에 안 보이고요. 그렇다면 그 많은 목소리 중에서 이런 것만 쏙쏙 빼서 쟁점화하는 의도를 생각해 봐야 해요. 가부장제라는 이 지긋지긋한 역사 안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남성 청년의 목소리만 전체 청년의 목소리인 것처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혜화역 시위나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열기처럼 여성 청년들이 목소리를 냈을 때도 정치권이 이렇게 기민하게 대응했나요? ‘왜 추모를 저렇게 시끄럽게 하는가’라고 하면서 오히려 무관심했죠. 근데 더 웃긴 건, 실질적인 변화는 여성 청년들이 더 많이 만들어 냈어요. 그들의 노력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이 상향됐고 낙태죄가 위헌이 됐죠. 20대 남성들이 힘든 게 맞다면, 이걸 만든 가부장제가 한몫한다는 걸 얘기해 줘야 한다고 봐요.-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 저는 정상성 규범의 존재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 같거든요. 이성애 규범, 중산층, 정상 가족에 관한 규범 등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강해요.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이를 강요하고 있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고요. 정상성을 해체할 수 있는 교육뿐 아니라 롤모델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죠. 요새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건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워크숍인데요. 최근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만 봐도 느껴지는 게, 일종의 사보타지 행위도 있었지만 실제로 ‘남성들이 성욕과 권력욕,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 남자들끼리 모였을 때는 섹슈얼리티에 관해 폭력적으로만 얘기할 때가 많고요. 타인과 더욱 좋은 관계를 맺자는 측면에서, 남성들끼리 섹슈얼리티를 논하는 자리를 이달부터 만들어 보려고요. 신 큐플래닛에서 퀴어 페미니스트 시사토크쇼 ‘권손징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진행자인 권김현영 선생님이 “정치권에서 20대 남성을 계속 호출하는데 대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우리도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역할을 우리 채널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고요.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페미니즘 교육이 좀더 제도권 안으로, 공교육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치원만 가도 ‘여자는 핑크’라는 식의 인식의 틀을 만들기 때문에 그것이 한 번 형성되고 나서 재구조화하는 건 본인도 힘들고, 사회에도 힘든 일이에요. 페미니즘은 쉽게 말하면 역지사지가 가능해지는 학문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인식론이고, 여성과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사회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계속 얘기하기 때문이죠. 남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는 보지 못했던, 생각 못 했던 부분들을 볼 수 있는 학문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일찌감치 훈련이 돼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활동가는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속도’라고 얘기했다. “‘페미니스트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봤는데요. 중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면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 사이 격차가 엄청나게 느껴져요. 어느 한쪽에 맞춰서 강의를 하면 다른 한쪽이 소외돼요. 남성들에게도 남성 문화와 남성성을 강요받는 환경, 현실이 있으니까 그 속도에 맞춰서 교육안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성과 남성이 조화로운 사회를 떠올리며, 신 활동가는 ‘여초 집단’인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던 경험을 자주 언급했다. “남성들이 여성들과 섞여 살아가긴 하지만, 의외로 한 사람의 동료로 여성과 관계를 맺어 본 경험은 드문 거 같아요. 남초 집단 안에서 친교를 하고, 여성을 대하는 데는 ‘다른’ 태도가 있죠. 2012년부터 민우회에서 같이 어우러져 지낼 때는 성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성별 고정관념을 넘어서 각자가 잘하는 것을 했죠. 이런 경험이 보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민 대 시민으로 성별을 떠나 서로를 대하면, 거기서부터 논의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 [글로벌 In&Out] 북한 정권 두려움의 대상, 평양시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 정권 두려움의 대상, 평양시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백서에 따르면 100만명이 넘는 북한군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가장 큰 군대라는 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왜 묘할까? 일단 군대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낙후된 인식이 몇십 년간 이어져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력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기술 또한 갈수록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북한군은 수도권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현재 남한에 주는 위협보다도 북한 지도부에 줄 수 있는 위험이 더 클지도 모른다. 한국 군대에 42년 전까지만 해도 쿠데타가 있었듯이 북한군 역사에서도 군란과 쿠데타의 전통이 있다. 물론 과장과 숙청을 구실로 가득한 가짜 전통일지도 모른다. 기록으로 보면 1958년 연안파 장성들의 군란 모의, 1968년 군부 강경파 사건, 1992년 프룬제 유학파 쿠데타 모의, 1996년 6군단 사건이 있었으며 2013년에는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가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동지의 믿음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의리 없는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숙청당했다. 북한에서 군대라는 존재는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존재이다. ‘수령 옹위’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가 군대와 개별적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총정치국에 소속된 정치 장교마저 각 군부대에 파견돼 일반 장성들의 ‘정치 동향’을 감시한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현재 북한 당국은 북한 청년들(14~29세)을 더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지난주 노동신문에 투고된 사회주의 청년동맹에 보낸 김정은의 서한을 보면 북한 청년들에 대한 걱정이 많이 나타난다. 공산주의 같은 밝은 미래를 다시 강조하는 김정은은 다음 5년 동안 경제발전을 촉구하는 것과 더불어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륭성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자”라며 뒤늦게라도 북한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동시에 현재 소위 비사회주의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언어례절, 인사례절”과 “이색적인 생활풍조” 등 여러 문제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언어와 인사의 예절은 한국식 표현의 사용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였다. 북한 당국은 조직 강화와 고강도 투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없애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초에 데일리엔케이(DailyNK)에서 단독 입수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에 채택된 반동문화배격법에서 남한 문화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하는 경우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내부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 또한 사형까지 내세워 협박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매우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다. 20~30대를 포함, 평양시민은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현재 김정은의 지도행태를 보면 평양에 대한 걱정이 매우 크다. 주택난이라든가 의료시설 문제 등 코로나 위기 동안 중요한 국책 사업을 평양에 집중해 왔다. 경제위기가 타개되지 않는다면 평양 시민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곳에서 청년이 이탈돼 민란을 일으키면 군사를 동원해 막아낼 수 있으나 민란의 주체가 평양 시민이 되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평양시민이 곧 한국의 ‘1987년 넥타이 부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평양 국책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 위기 속에서 권력기반을 튼튼히 꾸리고자 한다. 수도인 평양시민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걱정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건설 및 종합병원과 관련된 김정은의 민생 행보를 볼 때 단기적으로 정권 위협까지 걱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평양시민의 점진적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
  • FA 최대어 송교창, 역대 최고액 ‘12억 7900만원’ 뚫을까

    FA 최대어 송교창, 역대 최고액 ‘12억 7900만원’ 뚫을까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송교창(25)이 역대급 대형 계약으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L은 11일 FA 자격을 얻은 38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고졸 신인 출신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역사를 쓴 송교창(포워드)과 안양 KGC의 우승 주역 이재도(30·가드)가 단연 최대어다. 여기에 함지훈(37)과 허일영(36), 임동섭(31·이상 포워드), 이관희(33)와 한호빈(30), 전준범(30·이상 가드) 등도 월척으로 꼽힌다. 24일까지 원소속 구단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선수 간 자율 협상으로 비시즌 FA 쟁탈전이 진행된다. 무엇보다 송교창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발가락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앞서 공수에 걸친 활약으로 전주 KCC를 정규 1위로 이끈 절정의 기량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게다가 고교 졸업 뒤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장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첫 FA를 맞았다. 지난 2019년 김종규(30·센터)가 창원 LG에서 원주 DB로 둥지를 옮기며 역대 최고 보수(연봉+인센티브)인 총액 12억 7900만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송교창이 이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특히 2021~22시즌부터 샐러리캡 초과가 가능한 소프트캡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이 이런 전망을 부채질한다. KBL은 샐러리캡을 넘어서는 금액의 최대 50%를 유소년 농구 발전 기금으로 적립하기로 제도를 변경했다. 송교창은 군대 문제가 남아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무는 만 27세까지 지원할 수 있다. 설명회 뒤 송교창은 “첫 FA라 많이 떨린다”면서도 “최대한 계약을 3일 이내에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KCC가 가장 중요한 팀”이라며 “챔프전에서 진 뒤 분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아쉬웠는데 내년, 내후년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고 계약에 대한 욕심을 묻자 “선수라면 많이 받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금액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많이 받으면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러시아 스파이’ 돌고래 벨루가는 그후 어떻게 살고있을까?

    ‘러시아 스파이’ 돌고래 벨루가는 그후 어떻게 살고있을까?

    지난 2019년 4월 노르웨이 핀마르크주의 항구도시 함메르페스트에서 흰고래(벨루가)가 발견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벨루가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다름아닌 ‘러시아 스파이’로 추정됐기 때문. 사연은 이렇다. 당시 노르웨이 어부는 잉고야섬 앞바다에서 어업 중 벨루가 한마리가 마치 도움을 청하는듯 선박 주변을 맴도는 것을 발견했다. 이 벨루가는 특히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를 달라는 듯 주위를 돌아다녔는데 놀랍게도 목과 가슴 부위에 띠 같은 것을 달고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이 나서 벨루가를 구조해 이 띠를 해체했는데 이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제2의 도시) 물품’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중 카메라용 벨트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이 벨루가가 러시아에서 군사 무기로 길러진 고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르웨이 해양연구소 마틴 비우 연구원은 “고래가 차고 있던 벨트를 볼 때 러시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고래일 가능성이 높다. 매우 자연스럽게 선박 수색을 하는 것으로 보아 훈련된 동물”이라고 밝혔다. 전직 러시아 해군 대령 빅토르 바라네츠 역시 영국언론 BBC에 이 고래가 러시아 해군에서 탈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했다. 러시아는 1970년대 구소련 당시부터 이른바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들어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으나, 비밀리에 계속 운영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곧 이 벨루가에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는데 바로 '발디미르'(Hvaldimir)다. 노르웨이어로 고래를 뜻하는 Hval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 이후 발디미르는 언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는데 최근 BBC에 근황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구조 이후 발디미르는 함메르페스트 항구 인근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다가 건강을 회복해 다시 독립적으로 사냥에 나서며 해피엔딩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간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 발디미르는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 특히 관광객이 실수로 바다에 떨어뜨린 아이폰이나 물품을 입으로 물고 와 돌려줄 정도. 문제는 선박과 어망 그리고 관광객이 발디미르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선박에 다가가는 것을 좋아하는 발디미르는 지난해 7월 프로펠러에 몸이 베인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레지나 크로스비를 중심으로 해상에 발디미르를 위한 보호구역을 만들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크로스비는 "처음 발디미르의 사연을 다큐로 담고자 했을 때 러시아 군대에서 탈출한 고래의 행복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 고래를 위해 이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캠페인 단체가 추진하는 아이디어는 노르웨이에 많은 피오르(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빙하가 없어진 후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긴 만) 중 한 곳을 해저그물로 봉쇄해 발디미르와 같은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구역으로 바꾸자는 것. 이같은 아이디어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발디미르 보호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생명을 살리는 심리부검과 통계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생명을 살리는 심리부검과 통계

    지금은 상당히 줄었지만 1967년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군대에서 자살한 사람이 448명이나 됐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되는 의문사도 적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왜 죽었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다면 남은 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차마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런 슬픔과 분노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생긴 게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였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심리부검을 실시하는 심리부검소위원회도 만들었다. 당시 방대한 자료를 보고 죽음에 이르게 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자살을 초래할 만한 스트레스 사건이 있었는지 원인을 추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상당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발병을 인정받으면 고인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유족들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 심리부검은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1만 4000명 가까이 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공식통계는 통계청이 담당해 다음해 9월에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망통계의 정확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보완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검시관 제도가 없다는 걸 꼽지 않을 수 없다. 검시관 제도는 초기에 자연사인지 외인사인지 판단은 물론 적극적인 정보수집을 통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운영하는 제도이다. 최근 국회에서 검시관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실시간 감시체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통사고 현황은 시내 전광판으로도 매일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살통계는 해를 넘기고 나서야 나오므로 신속한 대처가 힘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2020년부터는 2개월 간격으로 경찰사망자료를 근거로 잠정통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 일본에선 감소하던 자살 사망자가 작년 7월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다시 증가했다. 일본자살예방추진센터는 여성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고 특히 비정규직이나 양육 부담이 큰 연령대에 집중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 일본은 고독고립대책실을 2월에 신설했다. 잠정치 자살통계에 대한 분석이 바로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란 이유로 전체 사망잠정치와 성별만 공개할 뿐 자살예방 관련 기관과 지자체에서도 직업, 가족 상태 등을 분석할 수 없다 보니 누구를 우선순위로 자살예방정책을 세워야 할지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위기에 빠진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관련 통계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간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만우절 장난 아니었다…달탐사 결제수단 된 도지코인

    만우절 장난 아니었다…달탐사 결제수단 된 도지코인

    가상자산(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지지자를 자임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농담에 급락한 도지코인. 머스크는 이번엔 스페이스X의 달 탐사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10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도지-1 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회사가 발표한 이 탐사 계획은 무게 40㎏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이번 임무에서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통합통신시스템과 컴퓨터를 통해 달 공간의 정보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톰 오치네로 스페이스X 부사장은 “암호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머스크가 만우절인 4월1일 올린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트윗을 통해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전날 SNL에 출연한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뭐냐’는 질문에 “통화의 미래, 세계를 장악 할 멈출 수 없는 금융 수단”이라고 답했다. 이후 ‘도지코인이 사기(hustle)냐’고 묻자, 머스크는 “그래, 사기다”라고 했다가 도지코인 급락을 불렀다. CNN에 따르면 머스크가 SNL에서 도지코인에 대해 이같이 말한 후 도지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40% 급락하며 0.44달러까지 거래됐다. 도지코인은 전날 약 0.7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SNL 방송이 시작하기 직전에는 머스크 출연 기대감에 0.66달러에 거래됐다. “도지코인은 사기다” 농담에 급락AP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초의 SNL 진행자이거나 그것을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 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자화자찬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15일 트위터에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 ‘달을 향해 짖는 개’의 이미지와 함께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글을 올렸다. ‘달’은 자본 시장에서 가격 급등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에는 도지코인 ‘밈’(meme·인터넷에서 패러디·재창작의 소재가 되며 유행하는 사진·이미지·영상)을 올렸고, 지난달 27일에는 “도지파더(Dogefather) SNL 5월 8일”이란 글을 올렸다. 주식·외환 거래 플랫폼 오앤다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머스크는 (SNL에서) 틀림없이 가상화폐에 대한 소극을 벌이고 이는 아마도 며칠간 온라인에서 유행하며 그의 팔로워 군대가 도지코인을 달로 보내도록 더 자극할 것”이라고 점쳤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中 6년전 코로나 등 생물무기로 3차대전 준비” 美국무부 문건 폭로

    “中 6년전 코로나 등 생물무기로 3차대전 준비” 美국무부 문건 폭로

    중국의 과학자들이 지난 6년간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유전적 생물무기로 싸울 제3차 세계대전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미국의 조사기관들이 입수한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공개한 이 폭탄 보고서에는 이런 생물무기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사용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과 적국의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중국 정부가 빠르면 지난 2015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군사적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이 최신 증거는 코로나19의 원인에 관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켜 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가 중국의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자세히 공개된 이 문건은 중국 인민해방군 과학자와 보건당국자가 작성한 것으로, 질병들을 조작해 무기를 만드는 방법을 유례 없는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 연구소의 활동에 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결여됐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향에 관해서 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문건의 저자들은 각각 화학전쟁과 핵전쟁으로 묘사된 제1, 2차 세계대전과 달리 제3차 세계대전은 생물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연구자는 또 일본에 투하된 두 차례 원자폭탄이 강제 항복을 하게 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생물무기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승리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건은 또 생물무기를 사용해 최대 피해를 일으킬 이상적인 조건을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강한 햇빛이 병원균을 손상할 수 있고 비나 눈이 에어로졸 입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맑은 날이나 한낮에 이런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신 밤이나 새벽, 해 질 무렵 또는 흐린 날씨 속에서 풍향이 안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에어로졸을 목표 구역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문건은 또 이런 공격으로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를 급증하게 해 적의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우려로는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에서 진행된 중국의 ‘기능 획득’에 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바이러스학자들이 더욱더 전염되기 쉽고 치명적인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서는 당 지도부에 조언하는 일부 사람의 야망에 관한 큰 우려를 제기한다”면서 “아무리 엄격한 통제 아래에 있어도 이들 무기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화학무기 전문가인 해미시 데브레턴고든도 “중국은 이런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연구소들을 규제하고 단속하려는 시도를 모두 막았다”고 말했다. 이 문건의 존재는 호주 언론인 섀리 마크슨이 쓴 신간 ‘우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What Really Happened in Wuhan)을 통해 지난 7일 처음으로 밝혀졌다. ‘유전적 생물무기로서의 신종 인공 바이러스’(New Species of Man-Made Viruses as Genetic Bioweapons)라는 이름의 이 문건은 “서로 다른 과학 분야의 발전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의 전달에 큰 진전이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미생물을 동결 건조하는 새로 발견된 능력은 생물학적 작용제를 저장하고 공격 중에 이를 에어로졸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분석가들은 이 문건의 저자들은 고위험으로 분류된 연구소에서 재직 중인 18명이라고 밝혔다. 피터 제닝스 호주전략정책연구원 원장도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는 앞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연구 능력에 명확한 구별은 없다. 왜냐하면 연구 능력이 공격적으로 사용되는지 방어적으로 사용되는지는 과학자들이 내리는 결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당신이 생물학적 공격으로부터 당신의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적인 기술을 쌓고 있다면 동시에 당신의 군인들에게 이 무기를 공격적으로 사용할 능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보기관들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의 유출 결과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아직 이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을 암시할 만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대원을 아들처럼”…병사 단체휴가·PX 도우미 제도 시행(종합)

    “부대원을 아들처럼”…병사 단체휴가·PX 도우미 제도 시행(종합)

    중대·소대 단위 한꺼번에 휴가 허용휴가 후 복귀시 생활관 격리확진자 증가추세 속 우려도서욱 “부대원을 아들처럼” 강조 병사들이 휴가를 다녀온 뒤에도 평소 지내던 생활관에서 격리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단체 휴가’가 본격 시행된다. 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오는 10일부터 중대·소대 등 건제 단위별로 한꺼번에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전체 부대원의 20%였던 휴가자 비율을 최대 3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육군 병영생활관에서는 1개 중대가 통상 생활관 건물 한 층을 사용한다. 국방부는 중대 단위 단체 휴가를 다녀오면 생활관 자체를 격리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격리 병사들 입장에서도 물과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부실한 임시 시설에서 격리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부대별 상황이 다르고 병사마다 휴가일수나 희망 날짜가 다르므로 강제하진 않을 것”이라며 “출발하는 날짜가 같지 않더라도 같은 중대원끼리 복귀날짜를 최대한 맞추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PX 이용 도우미 제도” 부실급식 불만, 대책 즉각 시행 격리 병사들의 부실급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즉각 시행된다. 휴대전화 메신저로 군 마트(PX)에서 사고 싶은 품목을 주문받아 격리병사 급식 배식 시 함께 배달해주는 이른바 ‘PX 이용 도우미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반 장병들의 경우 PX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것으로 부실한 음식으로 인한 허기를 달랠 수라도 있지만, 격리 장병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했었다. 또 짜장·카레소스, 참치캔, 컵라면 등을 격리시설에 비치하고 기본 급식의 정량배식은 물론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도 약 10% 증량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책은 코로나19 과잉방역 폭로가 이어지자 군 당국이 마련한 제도이다.국방부는 내년부터 급식비를 1만 500원으로 현재보다 19.5% 인상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군대판 고발앱’을 만들기로 했다. 국방부가 약속한 대로 조기에 문제가 개선되려면 현장 지휘관의 인식변화와 세밀한 관심이 반드시 뒤따라야 가능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장병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하고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부대원들을 아들과 딸, 동생처럼 생각하고 골육지정의 부하 사랑을 실천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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