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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역으로 청춘단절, 출산으로 경력단절… 양성평등 제도화 절실

    병역으로 청춘단절, 출산으로 경력단절… 양성평등 제도화 절실

    2000년대 후반부터 갈등 본격화정치권은 이대남·이대녀 부추겨 ‘군대·출산’ 굴레, 남녀 모두 피해 병역 남성에겐 적절한 보상하고 여성 불리한 임금차별 철폐해야 일자리·촘촘한 사회안전망 시급세상이 절반으로 갈라진 듯 대결과 갈등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 청년과 기성세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자본과 노동, 부동산의 부와 빈, 취업과 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당과 야당, 디지털 격차, 친원전과 탈원전 등등.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 이뤄진 양극화는 해답의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화두가 됐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겠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 갈등이다. 젠더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는 2022년 3월 9일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00년대 후반 한 20대 여성이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했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제는 온갖 곳에서 예사로 쓰이고 있는 ‘○○녀’, ‘××남’ 등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 혐오의 표현이 조롱거리로 등장한 것도 그즈음이다. 여기에 맞서는 ‘한남충’이라는 혐오 표현이 여성 측에서 나왔다. 이어 ‘퐁퐁남’, ‘설겆이남’ 같은 남성 스스로를 자조하면서도 여성 혐오가 담긴 언어 또한 남성 쪽에서 생산되며 일상화됐다. 나아가 양궁선수 안산(21)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상 검증하듯 “너, 페미지?”라고 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언제부터인지 그 시작조차 아득한 남녀 대립, 그로 인한 젠더 갈등은 교육, 일자리, 소득, 주거, 자산 등 한국 사회 온갖 분야의 문제를 버무려 놓은 ‘모순의 결정체’가 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갈등의 조정과 통합의 해법은커녕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등으로 부르며 정치공학적 갈라치기에 급급했다. 남녀 갈등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을 뿐 구조적 해법을 찾는 길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초 페이스북에 덩그러니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는 큰 파장을 낳았다. 여가부 폐지로 끝인지, 대안의 정부조직을 만든다는 것인지 등 어떤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 파괴력과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일견 무책임해 보이고 남성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공약도 아니었지만 ‘이대남’은 열광했다. 발표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에 대해 남성의 64.0%가 찬성했고, 연령별로는 20대 남녀(60.8%)의 호응이 가장 높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남성 차별을 조장하는 정부 부처’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절실하면서도 당연한 조치처럼 받아들여진 탓이다. 젠더 갈등이 남녀 이해관계를 가르는 몇몇 제도와 정책 때문만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구조와 문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젠더 갈등 해결의 첫 번째 실마리는 정치권의 역할이다. 정치권부터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통합의 가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젠더 갈등의 해소는 요원하다. ●남성은 병역의무로 상대적 박탈감 남녀의 처지와 입장이 근본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각각 상대방에게는 부여되지 않은 의무인 ‘군대와 출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적 우월의식 또는 상대적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20대 초반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2년 가까이 있어야 하는 남성들은 무의미한 그 시간의 유의미성을 찾아야 하는 고민과 함께, 병역의무를 다해 봤자 사회적 보상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데 대한 분노를 함께 품고 있다. 이미 졸업하고 취업까지 마친, 그래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또래 여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역차별 정서는 거기에서 기인한다. 군 복무는 남성들에게 피해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시간과 경험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담마진(가려움증), 부동시(양눈 시력차), 과체중 등 석연찮은 사유로 병역을 기피한 인사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군인 월급 200만원’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군경력 호봉 인정 의무화,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 등을 더하며 표심잡기에 안간힘이지만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파괴력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 여고에서 군인들을 놀리는 내용을 써보낸 ‘군 위문편지 사건’은 여성들이 남성 고유 영역을 희화화하고 조롱했다는 인식을 갖게 한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었다. 해당 여고생들이 위문편지 이후 SNS 등에서 남성들의 무차별 인신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 실마리는 군 문제다. 단기적으로는 병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며, 근본적으로는 실질적인 남북의 군사적 긴장 해소, 평화 정착 등을 통한 모병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성은 출산 부담에 성폭력 공포까지 여성의 출산과 육아, 이에 따른 경력 단절 또한 남성으로서는 체감하기 어렵고도 커다란 간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2.5%로, 26년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7만 5000원을 번다는 의미다. 출산 및 양육의 책임을 거의 도맡아야 하는 여성 입장에서는 뿌리 깊은 성차별의 어려움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고용 평등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내놓는 데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 후보가 비교적 앞서 있다. 심 후보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법,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를, 이 후보는 임금평등 공시제 단계적 확대, 육아휴직 부모쿼터제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 제시보다는 “근본적으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되면 이 문제는 저절로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성 중심 가부장제 전통과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데이트 폭력, 몰카 등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절대 약자임을 체감하며 또 다른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세 번째 실마리는 오랜 세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서 지내 온 여성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일이다.●차별과 혐오 넘어야 지속가능한 발전 청년 세대는 학력, 취업, 주거 등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더욱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흑인, 이주노동자, 외국인 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가 그렇듯 청년들이 상대방을 희생양 삼아 올라서려는 경향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고통에 함께 맞서고 성취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새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확대하고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 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등을 촘촘히 짜야 한다. 차별과 혐오가 아닌 양성평등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새 정부의 젠더 정책이 설계돼야 할 것이다.
  • 강자 위해 지워진 세계… 사라진 약자를 찾아서

    강자 위해 지워진 세계… 사라진 약자를 찾아서

    문단 기대주 황모과 작가 신작성감별용 낙태약에 여성 줄자평행우주 넘나들며 복원 분투SF장르에 현실문제 접목시켜1990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남녀 성비는 116.5로 역대 최대 불균형을 기록했다. 여아 100명 대비 남아 116.5명이 태어났다는 의미로, ‘백말띠의 해에 태어난 여자는 드세다’는 속설과 남아선호 현상이 결합해 여아 성감별 및 낙태가 성행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성비 불균형은 30년 뒤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는 뚜렷한 해법 없이 성별 갈라치기와 남녀 갈등에 매몰돼 있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황모과 작가의 SF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어제도 오늘도 ‘투명인간’처럼 돼 버린 여성의 자리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지를 묻는다. 소설은 엄마의 죽음과 함께 태어난 1990년생 여성 채진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때 과학자였으나 제빵사가 돼 빵집을 운영해 온 아빠를 둔 진리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된 2007년 3월 등굣길에 무릎이 꺾일 만큼 강한 진동을 느낀다. 교실에 들어서자 같은 반 남학생들은 집단 기억상실에 걸린 듯 여학생들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한다. 집에 돌아오니 아빠는 어느새 제약회사의 대표이사가 돼 있다. 이 같은 격변 속에서 진리는 과거 자신을 낳다 죽은 엄마도 돌아올 수 있을까 기대를 품어 보기도 하지만, 친구인 1990년생 여학생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들과의 기억마저 희미해진다. 진리는 어느 날 이 현상이 아빠가 개발한 성별 감별 경구용 낙태약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평행 우주’를 가로지르며 이전 세계로 돌아가려 애쓰는 진리의 분투기를 생생하게 펼쳐 냈다. 진리가 아빠와 소박하게 살았던 세계, 엄마가 진리를 낳지 않고 살아남았던 세계, 아빠가 갑자기 부자가 된 뒤 친구들을 잃어버린 세계 등 여러 차원을 겪으며 억울하게 사라진 여성들을 복원하고자 했다.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은 인간의 과거도 미래도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지금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무선 호출기(삐삐)로 과거에 메시지를 보내는 진리의 모습에선 1990년대의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무엇보다 작가는 ‘지워진 세계’라는 특이한 소재로 단순히 임신중지가 아닌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의 논리를 고발한다. “대 끊기게 하지 말라”는 진리 할머니의 말씀(126쪽)은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만 여기던 사회의 어두운 과거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많은 걸 양보해 왔어. 여자애들은 군대도 안 가잖아?”(43쪽)라는 남학우들의 조롱으로 현재 ‘이대남’을 중심으로 한 여혐의 현실도 여실히 보여 준다. 가부장제 때문에 사라진 여성들을 ‘선별 살해’로 여겨 이를 복원하고자 하는 서사는 1990년생 여성뿐 아니라 아들을 낳아야 하는 압박 속에 고통받았던 어머니·할머니 세대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넓게는 존재 가치가 낮다고 약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작가는 “여아 선별 작업에서 희생된 여성뿐 아니라 노동자나 이주민 등 사회 여러 층위에서 지워지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정서를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간의 벽을 넘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되묻게 된다. “나도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각했을까”라고.
  •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한양 사방 어귀에 자리잡은 ‘院’조선시대 민간 숙박소이자 쉼터학교 앞 표석만 남은 ‘전관원 터’한강서 잘 버텨낸 살곶이다리잊힌 역사와 애통한 전설만이■전관원터-성동구 왕십리로 189, 행당중학교 정문 왼쪽 보도 ■이태원터-용산구 두텁바위로 60, 용산고등학교 정문 오른쪽 보도 ■보제원터-동대문구 약령시로 2, 안암오거리 이화수전통육개장 앞 보도(우신향병원 방면 101·1017 버스 정류장 옆) ■홍제원터-서대문구 통일로 416, 새마을금고 홍제2동지점 앞 보도 ‘여행과 이야기를 즐겼던 조선 사람들’ 1874년 파리에서 ‘조선천주교회사’라는 이색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된다. 프랑스 신부 클로드 샤를 달레가 조선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의 비망록과 보고서, 편지들을 바탕으로 펴낸 자료집 겸 소개서였다. 책 내용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여행과 이야기를 즐긴다”는 대목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맹률이 78%에 달하는 지경에 이야기를 즐기는 게 가능한 일인지, 막강한 신분제에 얽매인 이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인지? 그나마 이야기는 전기수(傳奇叟) 같은 전문 낭독가를 통하거나 구전으로 접했다 치고, 거의 평생을 향촌 사회의 붙박이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일까? 오늘날 관광사회학이 전근대의 여행(travel)과 근대의 여행(tourism)을 구별하듯 다분히 시기적 특성이 반영된 표현일 테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에 따르면 18세기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여행 붐이 일어났던 시기다. 조선 중기까지는 과거길, 유배길, 암행어사 행차길 등 목적이 뚜렷한 행차가 고작인 데 비해 후기 들어 양반 계급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욕망이 싹텄기 때문이다. 예인들이 스승과 무대를 찾아 방랑길에 오르는가 하면 상업의 발달로 보부상의 장삿길이 넓어진다. 견문을 넓히고 비경을 즐기고자 떠나는 유람도 흔해져서 화보와 기행문이 쏟아졌고 14세의 원주 소녀 김금원이 남장을 하고 팔도를 누비기도 한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금강산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사람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었다니, 우리 조상들이 고립되고 가난하고 억압당한 ‘한(限)의 민족’이라는 해석은 코끼리의 코나 다리만을 더듬어 생긴 오해일지 모르겠다.갈 곳이 많다. 동선도 길다. 4개의 원이 있던 자리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사방의 어귀이기 때문이다. 중종 25년(1530) 펴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제원은 흥인문 밖 3리, 홍제원은 사현(모래재) 북쪽, 이태원은 목멱산(남산) 남쪽, 전관원은 살곶이다리 서북쪽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동대문 밖에 보제원, 서대문 밖에 홍제원, 남대문 밖에 이태원, 그리고 동대문 아래 남소문(南小門)인 광희문 밖에 전관원이 있었던 게다.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지만, 소설가는 사람들 사이에 길이 있다고 말하련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길 위에서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빚어진다. 새로운 길이 생기고 있던 길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뜻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욕망과 삶의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뜻이렷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도로가 발달하면서 역(驛)과 원(院)의 중요성도 커졌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역이 중앙의 공문을 지방에 전달하고 벼슬아치에게 마필을 제공하는 등 공무와 관련된 관영기관이었다면, 고려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 원은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민간 숙박소였다. 한양의 4원은 그 외에도 외국 사신을 쉬게 하고 병자를 치료하고 빈자를 구휼하고 은퇴한 관리들을 위한 기로연을 베푸는 등 다양한 쉼터의 기능을 담당했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교통편과 숙소지만, 보통의 조선 여행자라면 여벌의 짚신 외에 준비할 교통편이 따로 없었을 게다. 최저가 검색을 통한 숙소 예약도 불가능했다. ‘하멜 표류기’에 묘사된 바로는, 여행하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자기가 먹을 만큼 쌀을 내놓으면 집주인이 그 쌀로 밥을 지어 반찬과 함께 차려 내놓았다고 한다. 그토록 고단했을 조선의 여행길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한양 어귀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반짝거리는 원의 불빛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무용담과 객소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했을 이야기의 경연장, 발 냄새와 걸쭉한 팔도의 입담이 뒤엉켰을 그곳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내려오면 덕수고등학교와 나란한 행당중학교가 보인다. ‘전관원 터’ 표석은 바로 행당중학교 정문 왼편에 있다. ‘전관원 터: 조선 시대 일반 길손이 머물 수 있던 서울 근교 네 숙소(四院)의 한 곳’낙엽 따위를 넣은 쓰레기 자루 두 개가 표석에 기대어 있다. 대단한 우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잊힌 역사에 대한 홀대가 씁쓰레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 몇뿐인데, 그들에게 이 터가 조선시대 무엇이었는지 아냐고 물으면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줌마 취급을 받을 게다. 나보다 나어린 이들에게는 무어라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련다. 자신이 오른 삶의 여행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춘기에는 그냥 열심히 공이나 차면 된다. 열심히 차다 보면 데굴데굴 구르다가 어느 수풀엔가 공이 머물 날이 있으리라. 그때 행여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오면 두런두런 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만이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 나그네들이 전관원에서 만난다. 한강을 건넜지만 도성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서울이 낭이라더니 매일 일경삼점(오후 7시께)에 치는 인정(人定) 종에 따라 야멸치게 성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다. 도성 문이 열리는 오경삼점(오전 4시께) 전에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그들은 꼭두새벽 전관원을 나와 살곶이다리를 건너 동으로 강릉에 가거나 송파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충주에 이르는 길에 오를 것이다. 설렘과 긴장으로 들떴을 여행자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표석을 뒤로하고 살곶이다리를 향한다. 전관원 위치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의 가장 길고 큰 다리이자 지난달 찾았던 낙천정 터의 주인공인 태종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다. 2011년 보물 제1738호로 지정된 살곶이다리는 한눈에 보아도 튼튼하고 멋진 다리다. 홍수 등으로 유실되어 원형 그대로 복구되지는 못했으나 최대한 조선의 석재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살곶이다리에는 함흥차사 고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전설이 있다. 도읍지를 떠나 떠돌던 태조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복형제들까지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을 향해 쏜 분노의 화살이 꽂힌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실록에는 그런 기록이 전무하다. 어쨌거나 화살이 꽂힌(살꽂이→살곶이) 내력 자체는 확실한지 ‘태종실록’에 ‘(태종이) 살곶이[箭串] 냇가에 술자리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일대의 강변이 너르고 풀과 버들이 무성해 말을 먹이고 군대를 훈련시켰다니 그 와중에 혹 누군가의 화살이 다리에 꽂혔던 것일 수도 있다.서민층의 집단 창작인 야사(野史)와 전설은, 동대문 일대가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의 사연으로 뒤덮인 것처럼 사실을 말하는 일이 통제될 때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을 폭로하는 대체물이다. 어쩌면 백성들은 이런 은밀한 생각으로 애꿎은 다리에 태조와 태종을 끌어다 붙여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기세 좋게 스스로 왕이 되더니 천륜을 저버리고 골육상쟁까지 벌였구나. 그렇게 권력이 좋으면 아비가 자식에게 화살을 쏘는 일도 어렵지 않겠네. 에라, 이 콩가루 집구석!”(㉻에 계속)
  • 38노스 “평양에서 열병식 준비, 위성사진으로 확인”

    38노스 “평양에서 열병식 준비, 위성사진으로 확인”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6일 김정일 탄생 80주년과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준비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내다봤다. 38노스에 따르면 지난 5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에 수백명이 대형을 이룬 모습이 확인됐다. 이 훈련장은 평양 김일성 광장을 재현한 것으로 보통 열병식이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연습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38노스는 전했다. 38노스는 미림비행장 서쪽의 대규모 주택 단지에 240대가 넘는 버스가 주차돼 있었다면서 실제 열병식 준비에 참여한 인원 수가 위성사진에 잡힌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진이 촬영된 5일은 토요일로 주로 북한에서 사상 교육이 진행되는 날이다. 훈련장 맞은편에 2020년 건설된 건물 안마당에서도 지난달 말에 천막 35개 동이 세워졌다. 다만 대형 군용 차량과 미사일 발사대 등이 이용하는 보안주차 구역의 눈은 치워졌으나 군 장비 등은 보이지 않았다. 38노스는 과거 열병식 훈련 때는 트럭 등 대형 군용 차량이 대거 주차된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 준비 중인 열병식이 군인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이거나 아직 훈련장에 장비가 도착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 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미림비행장 주변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일이 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는 당 및 국가 표창 수여식이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돼 김정일훈장 4명 등 모두 8732명이 각종 훈장과 칭호 등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여식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재했다. 통신은 “김정일 동지의 탄생 80돌을 맞으며 당 정책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일군(간부), 근로자, 군인들에게 수여한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김정일 탄생 80돌 경축 우표 전시회, 광명성절 요리기술 경연, 김정일 관련 영상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애국 헌신의 한평생’ 중앙미술 전시회 등도 잇따라 열렸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는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혁명 업적을 깊이 체득하기 위한 중앙연구토론회”가 열렸다. 리일환 당 비서 등이 참석해 김정일의 사상과 행적을 토론하면서 “장군님께서 인민군대를 나라의 기둥으로 내세우시고 인민군대의 정치 사상적 위력을 강화하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으셨다”며 그의 ‘선군 정치’를 칭송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토론자들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혁명의 미래를 환히 내다보시고 혁명 위업 계승 문제에서 기본으로 되는 수령의 후계자 문제, 영도의 계승 문제를 완전무결하게 해결하신 데 대해 언급했다”며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11일 개막 예정인 제1차 광명성절 경축 인민예술축전을 두고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전례 없는 규모와 형식으로 온 나라 인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축전에 참여하는 누구나 격정과 흥분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1942년 2월 16일 태어난 김정일은 2011년 세상을 떠났다. 북한은 그의 생일을 ‘광명성절’이라 부르며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함께 최고 명절로 친다. 두 생일 축하를 성대히 하고자 지난달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준비 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축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 푸틴엔 5m 테이블 굴욕, 우크라엔 해법 퇴짜… 체면 구긴 마크롱

    푸틴엔 5m 테이블 굴욕, 우크라엔 해법 퇴짜… 체면 구긴 마크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시다발적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협상 진전’ 발언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가 장기적 교착 상태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5시간 넘게 이뤄진 회담 결과와 관련해 “프랑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에서 모스크바와 파리는 어떤 합의에도 도달할 수 없다”고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어 벨라루스에 파병된 러시아군 3만명의 철군 방침에 대해서도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접촉하며 푸틴,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해결사’를 자처한 마크롱 외교가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론에 슬쩍 꺼낸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해법은 우크라이나의 반발과 미국의 회의론에 휩싸였다. 이는 1960년대 냉전 시대에 중립을 선언한 핀란드를 모델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차단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서방이 용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발과 미국의 회의적인 입장으로 마크롱의 입지만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장면은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패러디가 됐다. 5m 길이의 백색 테이블 양쪽 끝에 앉은 두 정상의 회담 구도가 과거 냉전 시대의 대치를 재현한 듯해 화제가 됐다. 가디언은 이를 상대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물리적인 구도로 푸틴식 권위의 과시라고 풀이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지속적인 대화’를 약속했지만 앞으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아니면 일부 군대를 철수할지는 (그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내내 우크라이나 위기와 위협이 지속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장기전 가능성도 제시했다.
  • “우리도 이대남이다”…거리에서 성차별 폐지 촉구한 청년 남성들

    “우리도 이대남이다”…거리에서 성차별 폐지 촉구한 청년 남성들

    성평등을 외치는 20~30대 청년 남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여성이 안전을 위협받고 차별받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모든 ‘이대남’(20대 청년 남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며 정치권과 언론이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30대 청년 남성들로 이뤄진 모임인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를 없애거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평등해지지 않는다”며 “지금 정치와 언론이 펼치고 있는 성별과 세대 갈라치기는 그 어떤 세대와 성별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성들은 정치권과 언론이 호명하는 ‘이대남’에 가려진 다양한 남성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고선도(24)씨는 “상대가 아무리 동료, 친구로 지내고 싶어도 이성을 연애 대상이냐 아니냐로만 구분하는 사람과는 온전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면서 “페미니즘은 이런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고에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을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김연웅(28)씨는 “저는 이제 누군가의 사적인 영역을 농담으로 삼지 않는다. 누군가의 어투나 외모, 성 정체성, 성적지향 등으로 웃기는 것을 지양한다”면서 “페미니즘은 새로운 검열이 아니라 마땅히 더 넓은 세상을 볼 당신의 자유이고, 또 다른 차별이 아니라 모든 성을 위한 평등”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이대남’이 더 이상 남을 조롱하는 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기성세대의 부정과 위선에 분노했던 그 에너지가, 공정 담론을 형성했던 그 지성이 다시 모여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차별과 폭력에 반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분법적 성별 구조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트랜스젠더 남성이라고 소개한 김정현(32)씨는 “현재 법적 성별정정을 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외과수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전액 수술비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법원에서는 수술이 필수라고 하고, 그 필수적인 것을 국가의 지원 하나 없이 많은 비용 부담을 안고 해야 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기자회견 선언문에 375명의 시민이 연대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가부장제의 폐해와 성차별에서 벗어나 성평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서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멈추로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삐빅, 튀김을 명 받았습니다”

    “삐빅, 튀김을 명 받았습니다”

    군대 식당에 조리병을 대신할 ‘조리 로봇’이 투입됐다.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식당의 군 조리 로봇 시범운영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시범운영은 지난해 8월 국방부·산업부 장관 공동 주재로 열린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로봇 활용 표준공정모델의 국방분야 적용방안’이 발표된 데 따른 것으로 같은 해 11월부터 육군훈련소 28연대 식당에서 튀김·볶음·국·취반 등 네 가지 작업에 표준 로봇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그동안 군은 3000명 장병들의 하루 세끼 식사를 위해 조리병 24명을 투입했다. 1인당 125인분을 책임지는 구조라서 조리병에게는 늘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 부상 위험이 뒤따랐다. 그러나 로봇을 투입한 뒤에는 조리병이 재료를 통에 담기만 하면 기름에 넣고 튀긴 뒤 컨베이어 벨트로 나오는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볶음과 국·탕 요리를 할 때도 조리병이 솥에 재료만 넣으면 이후부터는 로봇이 재료를 섞는 작업을 대신한다. 조리병 업무를 덜어 줄 뿐 아니라 사람이 수동으로 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불규칙성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 尹 “26년 검사 생활했지만… 권위주의 싫어하는 자유주의자”

    尹 “26년 검사 생활했지만… 권위주의 싫어하는 자유주의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7일 “권위주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저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자고 리버럴한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공개된 당 정권교체동행위원회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권위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그런데 젊은 사람들한테는 제가 (권위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검찰총장 출신인데 직업 자체가 선입견을 심어 주기에 좋고 26년 검사 생활이 몸에 뱄다”며 “노력한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쉽게 벗겨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국민의 검찰로서 권력에 대해서도 과오가 있으면 국민의 입장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것이 제가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권위주의자면 권력의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 저는 권력에 대한 프리미엄을 안 주는 사람이다. 권위에 대한 프리미엄도 안 준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꼰대 같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라는 질문에는 “저도 잘 모르겠다. 저는 그냥 저인데”라며 “꼰대라는 게 자꾸 가르치려는 태도인데, 생각은 꼰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한테 그렇게 보였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좀 이해를 해 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어린 시절 첫 꿈이 목사였다고 했다. 윤 후보는 종로2가 YMCA의 기독교적인 유치원을 다녔고, 이후 영락교회 재단의 대광국민학교에 입학해 기독교의 영향하에 푹 빠져서 지내 장래 희망이 목사였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친구가 군대 갈 때 동반 삭발을 몇 번 했다며 “이발하는 걸 보고 있으면 눈물을 떨어트리는 놈들이 있어서 저도 옆에 앉아 ‘아저씨 저도 해 주십시오’ 하고 머리를 민 적도 있다”고 했다. 부모님의 반응을 묻는 말에는 “부모님이 민감하게 반응을 안 하시고 ‘세수할 때 같이 머리를 감을 수 있고 공부도 잘되고 좋겠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윤 후보는 20대 때 고시에 낙방하고 백수 생활을 하면서 부친과 늦게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아버지는 제1 멘토였다”고 했다. 모친에 대해선 “이화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전임인가 조교수 발령을 학교에서 내준다는데 아버지가 ‘애들도 컸으니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만두셨다”며 “어머니가 사업했으면 잘하셨을 거다. (어머니는) 좀 남성적이고 과감한 데가 있고 아버지는 오히려 여성적이고 샤이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추구하는 대통령상과 관련, “정직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이재명 장남, 공군 입원명령 한 달 전 이미 입원” 국힘… 與 “공군 실수”(종합)

    “이재명 장남, 공군 입원명령 한 달 전 이미 입원” 국힘… 與 “공군 실수”(종합)

    朴 “인사명령 전부터 李아들 입원” 특혜 주장성남시, 입원 이듬해 수도병원 부지 용도 상향민주 “정상 입원… 공군 실수로 인사명령 누락”국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검 항의 방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장남 동호씨가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그의 소속 부대가 상급 부대에 동호씨의 입원 명령을 요청했다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했다. 공군의 기록에는 9일간만 입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입원 명령 없이 한 달이나 먼저 입원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발목 수술로 28일간 정상적인 청원 휴가를 냈으며 공군 인사 담당자가 실수로 누락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동호씨 입원 이후 이듬해 수도병원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부지 용도 변경을 허가해줬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수영 “공군교육사령부, 李아들수도병원 입원 명령한 문서 없어” 박 의원이 7일 공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군기본군사훈련단은 2014년 9월 4일 상급 부대인 공군교육사령부에 ‘인사명령(병) 발령(전속(입원)) 및 전공사상 심사 상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입원을 위해 병사의 소속 부대를 변경하려고 하니 인사명령을 내달라는 것인데 공문은 훈련단 인사행정처 소속인 동호씨를 2014년 7월 29일부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입원을 명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소속 부대가 입원 명령을 승인받기 한 달 전부터 동호씨가 이미 입원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공문을 받은 교육사령부가 수도병원 입원을 명령한 문서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군이 제출한 다른 자료에는 이씨가 2014년 9월 18일 국군대전병원에 입원해 9월 26일 퇴원한 것으로 기록됐다. 박 의원은 “장병이 군 병원에 입·퇴원할 시에는 반드시 인사 명령을 요청·발령해 공문으로 남겨야 하지만 이씨의 군 병원 인사 명령에는 2014년 9월 18∼26일 8박 9일 동안 국군대전병원에서 입·퇴원한 기록만 있다”고 주장했다.민주 “발목 수술 후 정상적 절차대로 입퇴원 자료 제시… 공군이 소명할 일” 이런 주장에 대해 권혁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부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후보의 아들이 발목인대 수술을 받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입·퇴원하고 자대복귀 명령까지 받은 모든 근거자료를 저희가 제시했으며 공군에서 소명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동호씨가 2014년 7월 19일부터 28일까지 청원휴가를 간 내용이 기록된 인사자력표를 공개했으며, 지난 5일에는 “공군교육사령부 인사 담당자의 실수로 인사명령이 누락됐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이재명, 아들 입원 이듬해 수도병원부지 용도변경 특혜성 인허가” 의혹 한편, 박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시장일 당시 성남시가 동호씨 입원 이듬해인 2015년 수도병원 부지에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줘 특혜성 인허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군과 성남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군의무사령부는 2015년 1월 수도병원을 포함한 의무사령부 부지 약 38만 6000㎡의 용도를 보전녹지지역에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의료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지만, 보전녹지지역은 3층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의무사령부는 성남시에 보낸 공문에서 “향후 국군중증외상센터를 건립하고 응급환자지원센터를 확장해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에 기여하고자 하나 부족한 시설부지로 인해 사업 추진이 제한되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5년 11월 ‘2020년 성남도시관리계획(재정비) 결정(변경) 조서(2차)’를 보면 성남시는 “국군수도통합병원 내 응급센터 건립에 필요한 층수 확보를 위해 용도지역 변경”을 이유로 부지 38만 5000㎡를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민주 “입원 후 1년 뒤 이뤄진 결정”“‘아니면 말고’식 제기 법적 책임져야”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의원이 말한 내용은 이 후보 아들이 입원하고 1년이 넘은 시점에 이루어진 결정”이라면서 “더욱이 국군외상센터 건립을 위한 용도 변경이었고, 현재는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부상과 치료를 국군외상센터 건립까지 연계해 군과의 특혜 거래를 운운하다니 그 인식과 저의가 참으로 구태스럽다”면서 “국민의힘은 일단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이다.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국힘 ‘성남FC 의혹’ 대검 항의 방문“수사 뭉개기 정치 검찰”에 대검 “유감”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성남FC 의혹’ 수사 논란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성남FC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2017년 성남FC 구단주를 맡으며 6개 기업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약 160억원을 후원 받고, 이후 이 기업들에 인허가 등에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김오수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지난달 정치권의 항의 방문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대검은 이날은 청사 정문을 걸어 잠그고 방호 인력을 배치해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김 원내대표는 김오수 총장을 향해 “성남FC 뇌물 의혹이 너무나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 왜 수사를 막는가”라면서 “자신 있으면 설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행한 의원들은 ‘수사 뭉개기 정치검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성역 없는 특검 수용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성남FC가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몰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인 2015~2016년 2년간 성남FC는 약 2억원의 구단 접대비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FC와 비슷한 구단이 통상적으로 쓴 접대비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라는 게 양 의원실의 설명이다. 정문 대치가 이어지자 대검은 입장문을 내고 “이미 4일 국민의힘에 집단적인 항의 방문과 면담 요청 거절 의사를 통보드린 바 있다”며 유감이라고 밝혔다.민주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허위보도”“후원금, 정당하게 처리…혐의없음 받아” 해당 의혹에 대해 이 후보측은 지난달 27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정면 반박했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모 언론에서 제기한 ‘성남FC 후원금 중 일부, 시 체육단체가 현금으로 빼갔다’ 제하의 기사는 허위 보도”라면서 “성남FC는 모금한 후원금을 현금으로 시 산하 체육단체에 지급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후원금은 정당하게 법인 수입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한 일체의 자료는 수사당국에 모두 제출했고, 관련 담당자들이 3년여에 걸친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으로 종결 처리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軍, 조리병 대신 로봇이 조리한다…논산훈련소 ‘조리 로봇’ 시범운영

    軍, 조리병 대신 로봇이 조리한다…논산훈련소 ‘조리 로봇’ 시범운영

    군대 식당에 조리병을 대신할 ‘조리 로봇’이 투입됐다.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식당의 군 조리 로봇 시범 운영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시범 운영은 지난해 8월 국방부-산업부 장관 공동 주재로 열린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로봇활용 표준공정모델의 국방분야 적용방안’이 발표된 데 따른 것으로, 11월부터 육군훈련소 28연대 식당에서 튀김·볶음·국·취반 등 네 가지 작업에 표준 로봇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그동안 군은 3000명 장병들의 하루 세끼 식사를 위해 네 가지 작업에 조리병 24명을 투입했다. 조리병 1인당 125인분을 책임지는 구조라서 조리병들은 늘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 부상 위험이 뒤따랐다. 그러나 로봇을 투입한 뒤에는 조리병이 재료를 통에 담기만 하면 기름에 넣고 튀긴 뒤 컨베이어 벨트로 나오는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볶음과 국·탕 요리를 할 때도 조리병이 일일이 조리 삽을 휘젓지 않아도 된다. 조리병이 솥에 재료만 넣으면 이후부터는 로봇이 재료를 섞는 작업을 대신한다. 쌀 씻는 과정도 자동화 설비로 대체됐다.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해 조리병의 업무를 덜어줄 뿐 아니라 사람이 수동으로 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불규칙성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시범 운영 현장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 문승욱 산자부 장관이 찾아 훈련병들과 함께 로봇이 조리한 급식 음식을 시식했다. 서 장관은 “군 조리로봇 시범보급 사업은 급식 질 개선, 조리병의 업무부담 경감,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용 로봇의 소요 발굴과 테스트베드 제공 등을 통해 민간 로봇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국방의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국방부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위성으로 본 벨라루스…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접경지 전진배치

    위성으로 본 벨라루스…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접경지 전진배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자국 군인들을 전진배치 하고 있는 모습이 인공위성 사진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6일(이하 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형성된 러시아군 야전 주둔지의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오는 10일 합동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군대를 파견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군은 모두 우크라이나 국경 20~60㎞ 이내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미국 민간 우주기술업체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가 제공한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러시아가 벨라루스 루니네츠, 옐스크, 레치차 3곳에 병력을 전진 배치한 정황이 확인됐다.4일 촬영된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북쪽으로 60㎞가량 떨어진 벨라루스 루니네츠 비행장(UMNL)에 주둔지를 세웠다. 장갑차, 탱크 등 군 장비와 지상 공격용 Su-25 전폭기, S-400 대공미사일도 배치했다. 보도에 따르면 S-400 미사일 대대 중 1개 대대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9000㎞ 이상을 이동했다. 루니네츠 비행장에서 동남쪽으로 200㎞ 떨어진 옐스크에도 러시아군 주둔지가 들어섰다. 옐스크에 배치된 부대는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옐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 25㎞ 이내에 있는 마을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는 230㎞, 차로 3시간 30분 거리다. 국제 군사정보 전문업체 IHS 제인스는 이곳에 최소 3개의 러시아 전투전술부대가 주둔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옐스크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레치차에도 러시아 병력이 배치됐다. 레치차는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만나는 벨라루스 교통 요충지다. 맥사 인공위성에는 레치차에 들어선 러시아군 탱크와 곡사포, 보병 전투차량이 포착됐다. 위성사진을 제공한 맥사는 “러시아군이 전진 배치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벨라루스, 크림반도, 러시아 서부 등 여러 곳에서 군 훈련장과 주둔지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의 대대급 전술 부대가 최근 2주 사이 60개에서 83개로 늘었으며, 14개 부대가 추가로 배치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시 필요한 전력의 약 70%에 해당한다.미국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 우크라이나 수도는 며칠 안에 함락될 수 있고, 전면전이 발생하면 민간인 사망자가 최대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은 이날 미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3일 미 상·하원 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명이 피란하면서 유럽 대륙에 엄청난 난민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인터뷰] 송영길 민주당 대표 “정권교체론은 실제 투표에서 분산”

    [인터뷰] 송영길 민주당 대표 “정권교체론은 실제 투표에서 분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을 한달 앞둔 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정권교체 프레임은 실제 투표에서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집에서 치료 중이어서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내일이 대선 30일 전인데 판세를 어떻게 보나. “이런 대선은 처음이다. 알 수 없는 박빙 상태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10만명으로 늘어났다. 재난을 가장 잘 관리하고 처리할 사람은 이재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들이 이 후보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두가지다. 계곡의 불법 상인을 철거한 것, 또 하나는 신천지 본부에 가서 신도 명단을 제출받은 것이다. 방역 관련 행정조치와 집행력, 실천력에 국민들이 박수를 쳤다. 반면 윤 후보는 언론에 나온 것으로는 건진법사의 조언을 받아서 강제 수사를 안했다고 한다. 얼마나 비교되나. 검찰총장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도 압수수색 한번 하지 못하고 확산 상황을 방치한 윤 후보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권한을 국민을 위해 행사한 이 후보가 비교된다고 본다.”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 확산인가. “단일화다. 안 후보의 ‘과학기술 대한민국’ 공약은 이 후보가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안 후보의 정책이 실현되려면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해야 한다. 105석(국민의힘)과 3석(국민의당)을 합해서 108석을 가지고는 108번뇌로 갈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공동정부 이야기가 나오는데. “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정부조직법과 국회법을 바꿔서 책임 총리제가 가능하다. 총리가 헌법이 규정한대로 장관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가지면 내각을 통솔할 수 있다. 국무회의가 실질적 국정의 중심이 되게 만들 수 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국정을 주도하는 것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조선시대로 말하면 의정부가 아니라 내관이나 도승지가 모여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 않나.” -인물론이 정권교체론을 이길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정권교체 프레임은 실제 투표에서 분산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어두운 유산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큰 것이 아니다. 갑자기 한직에 있던 검사를 중앙지검장 시켰다가 5기수를 뛰어넘어 총장으로 발탁시켜줬다. 윤 후보는 가장 불공정하게 벼락 출세해서 이 정부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이 후보는 그런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교체의 대상은 윤 후보 아니냐.” -TV토론은 어떻게 봤나. “이 후보는 준비된 후보, 윤 후보는 기승전 검사와 수사였다. 군대 갔다온 사람이 기승전 군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기가 잘하는 수사에서 못 벗어나더라.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은 모를 수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닌가.”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서 방어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이 후보는 더 말하고 싶은데 참모들이나 선대위에서 대장동 그만하자고 한다. 그 프레임 안에서 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이틀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야기했다. 이 후보가 회피하려고 했다면 거기 나갔겠나.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시작해서 윤우진(윤대진 검사장의 형)과 축산업자 유착, 골프접대, 고발사주 등 청문회해야할 사안이다. 윤 후보는 이틀동안 국감에 나와서 국회의원에게 생중계로 질문 받을 자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대 갈라치기라고 보나. “그렇다. 국민 통합에 맞지 않는 개념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4050을 고립시키기 위해 자녀와 부모 세대를 떼서 대립하게 만든다는 구조는 맞지 않다. 일시적으로 편을 가르고 적대심을 고취시키는 것으로는 표가 안 나온다.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메시지를 쌓아가면 결론은 이재명에게 갈 것이다.” -윤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 후보의 지지율도 압도적이지 않은데. “윤 후보나 이 대표가 호남을 자주 찾는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저도 부울경을 자주 가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윤 후보는 중심이 없어서 (표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 전두환 정치 잘한다부터 시작해서 색깔론을 거론하고 사드 추가 배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태극기 부대식으로 가는 것이다. 호남의 높은 정치의식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후보가 현재 호남에서 60% 얻고 있는 것이 오히려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의전 의혹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까. “일시적으로 그렇겠지만 후보가 진솔하게 사과했고 김혜경 여사도 사과했다. 김씨 본인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밑에 있던 사무관 배모씨의 문제인 반면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본인의 문제 아닌가. 본인의 경력위조와 주가 조작이다. 김혜경 여사가 (밑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알았겠나. 공과 사의 경계가 애매한 게 많아서 이번 기회에 행정안전부에서 지자체장 배우자의 행동규범이나 그런걸 세세하게 만들면 좋겠다.” -홍남기 부총리가 여야가 합의해도 추경 증액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홍 부총리는 과유불급의 자세가 필요하다. 본인이 정부가 아니지 않나. 부총리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세수 추계를 60조 틀리게 하고 초과 세수만으로 추경을 한다는 것은 안일한 자세다. 여야가 합의하면 저, 이준석 대표, 대통령 3자 회담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윤석열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의 임기가 3개월 남았는데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이민영·김가현 기자
  • 서경덕 “욱일기는 전범기…베이징 올림픽서 발견시 제보해달라”

    서경덕 “욱일기는 전범기…베이징 올림픽서 발견시 제보해달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인 오늘(4일)부터 20일까지 ‘욱일기 퇴출 캠페인’을 펼친다고 4일 밝혔다. 최근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전쟁 범죄에 사용된 욱일기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욱일기 패턴 모자를 쓴 일본 선수 사진이 게재됐고,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자 사이클 도로경기 중에 욱일기 응원이 등장했다. 욱일기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기다. 따라서 욱일기는 ‘전범기’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다. 서 교수는 “최근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욱일기가 등장하고 있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TV 또는 모바일로 경기를 시청할 때 욱일기가 등장하면 캡처해 제보하면 된다”고 전했다. 제보는 서 교수의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보내면 된다. 서 교수는 제보를 받으면 IOC와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에 즉각 항의할 계획이다. 특히 서 교수는 “전 세계 외신에 제보를 해 ‘욱일기는 곧 전범기’임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호주 연구진 “제임스 쿡의 엔데버 호 잔해 발견” 미국 동료들 “성급한데”

    호주 연구진 “제임스 쿡의 엔데버 호 잔해 발견” 미국 동료들 “성급한데”

    영국 해군 장교이며 탐험가였던 제임스 쿡이 1768년부터 1771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를 탐험할 때 선장으로 이용했던 엔데버 호의 선체 잔해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바다에서 발견됐다고 호주 연구자들이 주장했다. 이들과 함께 작업한 미국 연구자들은 발표가 성급했다고 반박했다고 AFP 통신이 3일 전했다. 엔데버 호는 미국 독립전쟁 때인 1778년 로드아일랜드주의 뉴퍼트 항구 앞 바다에서 침수된 뒤 두 세기 넘게 잊혀진 채로 있었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ANMM)의 케빈 섬션 관장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1999년부터 우리는 엔데버 호가 가라앉은 곳으로 믿어지는 3.2㎢ 면적에 누워 있는 18세기 난파선 여러 척을 조사해 왔다. 문헌 기록과 고고학 증거에 근거해 난 이것이 엔데버 잔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 해양고고학프로젝트(RIMAP)는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DK 압바스 RIMAP 사무총장은 일방적인 발표가 계약 위반이라면서 “호주인의 감정이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적절한 과학 절차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박물관 대변인은 “우리가 축적한 광범한 양의 증거들에 대해 그녀(압바스)만의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어떤 계약 위반도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섬션 관장은 2018년 엔데버 호의 잔해가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다고 믿고 있지만 좀 더 많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표한 고고학 연구진의 일원이었다. 엔데버 호는 영국을 떠나 타히티 섬을 거쳐 뉴질랜드에 이른 뒤 1770년 호주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그레이트 환초 등을 탐험했다. 그는 지금의 시드니 근처 보타니 만을 영국령으로 선포했는데 당시는 원주민들이 훨씬 더 많이 그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침략자 근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 배는 1778년 8월 뉴퍼트 항구에서 침수되는 운명을 맞는데 당시는 로드 샌드위치 2세 호란 이름으로 다시 불렸으며 미국 독립전쟁에서 체포된 포로들을 가두는 곳으로 쓰이고 있었다. 영국군이 다른 12척의 선박들과 함께 침수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프랑스 함대들이 미국 군대를 돕겠다고 이 항구와 나라간셋 만에 몰려드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에서였지만 정확한 침수 지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배가 침수되고 몇달 뒤인 1779년 2월 쿡은 하와이 섬의 원주민들이 빼앗으려는 소형 범선을 지키려다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두 세기 넘게 항구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에 엔데버 호의 잔해는 원래 크기의 15%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호주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섬션 관장은 “이제 초점은 이걸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어찌할 것인지에 집중된다”고 또 한 발 앞서갔다.
  • 이재명 “육사 안동 이전”에 양승조 충남지사 “논산 이전” 반격

    이재명 “육사 안동 이전”에 양승조 충남지사 “논산 이전” 반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육사를 안동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같은당 양승조 충남지사가 “내 공약은 ‘논산 이전’”이라고 반격하고 나섰다.양 지사는 3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산은 삼군본부, 육군훈련소(옛 논산훈련소), 국방대학교 등이 있는 국방의 상징”이라며 “새해 첫날부터 이 후보가 충남도와 도민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이같이 말했다. 양 지사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방관련 산학연 30개도 인접해 있고, 계백장군이 싸운 황산벌도 있어 논산이 최적지”라면서 “육군사관학교 이전은 대한민국 미래와 국가균형발전을 놓고 고민해야지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선심성 공약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일 고향인 안동을 방문해 7대 경북 공약을 제시하면서 ‘육사 안동 이전’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국방대가 논산으로 옮겼다. 육사도 서울에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며 “안동에 40만평 규모의 옛 36사단 부지가 있어 육사를 이전하면 안동의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7월 아파트값 급등으로 들끓는 여론에 민주당 등이 서울 노원구 육사 부지를 활용한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 건설을 검토하면서 육사 이전론이 나오자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든 충남으로서는 당황스러운 발언이다.충남도는 지난해 4월 육사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육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방부, 정치권 등을 대상으로 논산 유치 당위성을 피력해왔다. 양 지사는 지난해 11월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육사 논산유치 정책 토론회’를 열고 “육군의 미래를 이끌 장교를 육성하는 육사의 발전과 혁신은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논산이 최적지였고, 그래서 내 공약으로 채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사유치추진위원장인 민주당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육사 유치를 위해 6~7개 지역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가 이처럼 특정 지역을 거론하는 사례는 과거에 없었다”며 “대선 이후 군 인재 양성을 통해 ‘강한 군대’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이 후보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국방 인공지능에 숨겨진 망상/전 국회의원·군사전문가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국방 인공지능에 숨겨진 망상/전 국회의원·군사전문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올해 여야 대선후보들이 우리 국방에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 전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무인 감시·정찰 체계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전력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040년까지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 전투체계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도 최근 인공지능과 무인 전투체계 도입을 천명하고 실행 계획을 작성했다. 인구절벽으로 현재 규모의 병력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로 한국군을 과학화·지능화하자는 후보들의 주장과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엔 군사작전의 어느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설명도 없고, 기술의 투명성 확보와 자율 무기 운영과 관련한 윤리적 기준도 제시돼 있지 않다. 우리 국방에 인공지능 자율무기를 도입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돼 있지 않은 섣부른 공약 남발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무분별한 기술 도입이 초래할 치명적 위험을 자각한 미국은 인공지능을 국방에 적용하는 데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 국방혁신단(DIU)의 ‘책임성 있는 AI 실행지침’ 보고서는 인공지능 적용과 관련해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인간이 AI의 개발 및 사용에 대한 책임을 유지한다. 둘째, 국방부는 AI 기능의 의도하지 않은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조치를 취한다. 셋째, 국방부의 AI 기능은 데이터 소스, 설계 절차, 기술, 개발 프로세스 및 운영 방법을 추적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국방부의 AI 기능은 명확하고 잘 정의돼야 하며, 그 범위 안에서 안전, 보안 및 효율성을 보증해야 한다. 다섯째, 국방부는 AI 기능이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보여 주면 시스템을 해제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는 통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이 준수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통제되지 않는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출현이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발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의 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대통령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은 핵무기 출현 과정과 유사하다. 1945년 핵무기가 처음 출현한 뒤에도 인류는 핵무기 통제 불능의 위험성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미국은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터키나 독일의 미군 사령관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문턱에 가서야 위험성을 깨달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짐은 소련이 아니라 자신의 통제 밖에 존재하는 군대였다. 미 국방부가 최근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이 핵전쟁에 대해 품었던 반응과 유사하게 바이든 대통령은 모종의 위험을 자각하고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군사작전이란 극초음속 미사일과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가 등장하는 매우 빠른 전장에서 인간의 느린 판단 능력을 기계로 보완한다는 얘기다. 윤 후보의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을 충족할 수 있는 무기는 현실적으로 인간보다 먼저 위험을 자각하고 신속하게 공격하는 자율 무기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북의 미사일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발사 조짐을 보이는 긴박한 순간에는 인공지능이 먼저 판단하고 드론과 전투기를 통제하도록 해야 선제타격이 가능하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선호하게 되면 그만큼 인공지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면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 기계에 통제되고 조종당하는 처지가 된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 “군인 오빠 요새 바쁜가봐요” 이유빈 ‘거수경례’ 또 볼 수 있을까

    “군인 오빠 요새 바쁜가봐요” 이유빈 ‘거수경례’ 또 볼 수 있을까

    약 53만명의 현역병과 약 275만명의 예비역(2021년 기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빈(21·연세대)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또 볼 수 있을까. 현역병인 이유빈의 친오빠 하기 나름이지만 이대로라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유빈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빛낼 준비된 스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에서 넘어진 선수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제는 세계무대에서 가장 높이 오를 정도로 성장한 덕분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위상을 지키는 임무는 최민정(24·성남시청)과 이유빈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일 동료와 함께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훈련을 소화한 이유빈은 “대관 시간이 매일 다른 것만 빼고는 괜찮은 것 같다”며 컨디션이 좋다고 전했다. 매일 미세하게 달라지는 빙질 적응에 어려움은 있지만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기억이 있는 만큼 이유빈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 한국의 첫 메달은 5일 열리는 쇼트트랙 혼성 계주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선발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2명의 선수가 나가는 만큼 금메달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유빈 역시 혼성 계주 멤버로 참가한다. 이유빈은 “월드컵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이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연습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준비한 대로 실수 없이 잘 보여드리면 좋은 단추를 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000m를 달리는 혼성 계주는 각자 두 번씩만 타는 짧은 경기인 만큼 이유빈도 ‘빠른 속도’를 포인트로 짚었다.혼성계주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쇼트트랙은 물론 다른 종목 선수들까지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유빈도 개인 종목과 여자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종목이든 메달을 딴다면 이유빈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또 볼 가능성이 있다. 이유빈은 지난해 군대에 간 오빠를 위해 월드컵에서 거수경례를 세리머니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유빈은 “오빠가 전부터 거수경례 부탁을 했었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 한 번 거수경례를 안 했더니 이유빈의 오빠는 “올림픽에서 해주려고 아낀 거지?”라고 애정 섞인 핀잔을 줬을 정도로 동생의 세리머니에 대한 욕심이 크다. 다만 이유빈의 거수경례를 보려면 오빠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유빈은 전에 “오빠 하는 거 봐서 고민하겠다”고 귀띔했는데 지금은 소홀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오빠 소식을 묻자 이유빈은 “요새 군생활 잘 즐기는 것 같다. 나보다 바쁜지 연락이 잘 안 된다”고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지라 이렇게 소홀하다가는 세리머니 선물을 못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쇼트트랙도, 취미인 춤도 즐기는 흥 넘치는 이유빈은 즐길 수 없게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올림픽이 조금은 아쉽다. 그러나 그런 잠깐의 아쉬움보다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외신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는 소식에 이유빈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예상한 만큼 준비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외국선수들도 성장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도 월등하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준비한 것을 토대로 뺏어와서 다시 강세를 잡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남겼다.
  •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허참을 만난 것은 2016년 11월 말 그의 남양주 농장에서였다. 농장을 자신만의 휴식, 휴양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외부 손님을 받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리뉴얼해 ‘참스팜스’라는 간판으로 새로 문 연 직후였다. 마당 한켠에서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자기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사들의 삶을 긴 호흡으로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MC계 거목인 그를 연예담당 기자를 통해 어렵사리 섭외할 수 있었다. 그는 농장 건물 내부를 1층부터 2층까지 안내하고 자신이 아끼는 뒷마당 텃밭도 구경시켜 주었다. 밭에서 채소들을 직접 길러 먹고 손님들에게도 내놓는다고 했다. 2층에는 MC, 가수, 배우로서 다양한 인생 궤적이 담긴 사진과 포스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수많은 전시물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25년간 진행했던 KBS ‘가족오락관’의 네온사인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쉴새 없이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는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때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건강지식을 풀어놓았다. 당시 그는 종편채널에서 ‘엄지의 제왕’이라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정 제품 홍보가 될 수 있어서 방송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김 기자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몇가지 ‘건강비책’을 일러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때에는 “언제 가족들과 한번 놀러 오세요. 우리 농장에는 없는 게 없어요. 꼭 오세요 꼭.”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가 1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73세. 그가 5년 전 풀어 놓았던 자신의 인생역정을 약간의 가필을 거쳐 다시 싣는다. 기사의 지면 게재일은 2016년 12월 8일이었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한데 모았다. 자신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들도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의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애초부터 내집 같은 것은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짜 음료수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당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마친 그들이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당첨됐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말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니 그걸로 감지덕지였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한번 해 볼 생각 없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 그토록 높게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1949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나자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부산지방 법원에 주사로 취직을 했다.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에 생활은 적당히 풍족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그 당시 법원 주사 정도면 마음 먹기에 따라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한 청탁으로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자 신분증 집어던지고 며칠 동안 출근을 안해서 같은 부서 동료들이 와서 겨우 모시고 갔던 기억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대쪽처럼 살면 뭐하냐. 실속 좀 차리지”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었다.-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를 보는 일은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장되게 폼 잡으며 사진 찍히는 것도 좋아했다. 그때 사진을 지금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성대모사를 하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웅변도 좋아해서 영도섬 등대 앞에 가서 소리 높여 목이 쉴 정도로 연습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한번은 중학교 때 ‘북괴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주제의 웅변대회에 나가 목청 높여 “이 어린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를 말하고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학교 바깥에서 철조망에 개를 매달아 놓고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개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 팔고 멍하니 서 있다가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할머니가 등대 쪽에서 꼼장어 장사를 하셨는데 매일 같이 달려가서 꼼장어 먹고, 딱딱한 알사탕 입에 넣고 책가방 던져 놓고 물놀이를 했다. 앙장구(성게), 해삼, 멍게 이런 게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중학교 입학 이후 가세가 기울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무렇지 않게 싸가지고 다녔던 소고기 구경을 중학교 때부터는 거의 할 수가 없었다. “크면 반드시 정육점을 할 거야. 그래서 소고기를 실컷 먹으리라.” 공부도 못했고 가세도 기울어서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유신헌법을 홍보하기 위한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란 내용을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그걸로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모두 전문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 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당대의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연달아 방송 요청이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아침에 ‘푸른 신호등’ 2시간 진행하고, 잠깐 쉬었다가 ‘싱글벙글쇼’ 2시간, 좀 있다가 ‘허참의 가요앙콜’ 2시간. 이런 식이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무교동 식당들에서 배달시킨 짬뽕, 짜장면에 소주를 마셔가면서 방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청취자들은 내 옆에 배달음식 빈 그릇과 소주병이 수북이 쌓여있는지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헛헛해져 또다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해군 병장’ 박보검, 군대서 진짜 이발사 자격증 땄다

    ‘해군 병장’ 박보검, 군대서 진짜 이발사 자격증 땄다

    연차 소진해 이용기능사 시험 치러평소 복무 중에도 동료 머리 깎아줘올해 4월 제대를 앞두고 있는 병장 박보검(29)이 군 복무 중 ‘이발사 자격증’을 딴 것으로 전해졌다. 박보검은 복무 중에도 동료 병사들의 이발을 해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직접 공인 자격증을 따 실력을 인증했다.  2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박보검은 지난해 12월 시행된 국가기술자격검정인 ‘이용기능사’(이발사) 실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계룡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박보검은 자신의 연차 휴가를 소진해 진해 해군 교육사령부에서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박보검은 앞서 재작년 해군 군악·의장대대 문화홍보병 건반 파트에 지원해 실기 및 면접시험을 거쳐 합격, 같은 해 8월 31일부터 군 복무를 시작했다.전역 예정일은 오는 4월 30일이지만, 휴가가 한 달 이상 남은 것으로 알려져 전역 전 휴가를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3월 전후로 제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대에서는 병사들이 전역하기 전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자격증 취득 등을 권장하고 있다. 지게차나 한식조리사 등 자격증 종류도 다양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종목마다 다르지만 휴가를 써서 민간에서 시험을 보거나, 공인된 기관에서 부대 측으로 출장을 와서 시험을 본다. 영화 ‘명량’, 드라마 ‘응답하라1988’ ‘구르미 그린 달빛’, 앨범 ‘별 보러 가자’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박보검은 2015년 KBS 연기대상 남자 조연상, 2016년 KBS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 2017년 제8회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7년 제12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한류드라마 남자 연기자상, 2021년 제41회 황금촬영상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세번째 무죄 선고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송백현 부장판사)는 여순사건 당시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에서 학살된 김중호(당시 20세)씨 등 민간인 희생자 1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간인들에 대한 체포·감금이 일정한 심사나 조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후 조사과정에서 비인도적인 취조와 고문이 자행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또 “여순사건 이후 군경이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 또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체포·감금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들에게 적용된 포고령 제2호에 대해 “미국 육군대장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 제2호의 내용도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갖춘 국민이 법률에 따라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무효다”고 강조했다. 김씨 등은 여순사건 당시 전남 여수시 신월리에 주둔하던 14연대 군인 등 반란군들이 여수와 순천을 점령하자 반란군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내란 및 포고령 위반 혐의로 영장도 없이 체포됐다.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형무소에 수감됐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0년 6월 대전시 산내동 골령골 등에서 학살당했다. 이번 재판은 대법원이 2019년 3월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해 이뤄진 세번째 무죄판결이다. 대법원 재심결정에 따라 2020년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장환봉(당시 29세)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순천역 철도원으로 근무했던 김영기(당시 23세)씨와 대전형무소에서 숨진 농민 김운경(당시 23세) 씨 등 민간인 희생자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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