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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단 데뷔 50주년 맞아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펴낸 황석영

    문단 데뷔 50주년 맞아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펴낸 황석영

    “자생적 근대화운동의 기점이 1894년 동학혁명인데, 내년이 동학에서 말하는 상원갑 120년의 마지막 해다. 동학은 상원갑이 끝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하원갑이 120년간 지속된다. 길고 고통스러운 ‘근대’가 마감되고 어서 개벽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올해로 문단 데뷔 50주년을 맞은 황석영(69)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 펴냄)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62년 단편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곰곰이 생각한 뒤 그는 “‘황석영 아바타’를 만들자, 자생적 근대가 좌절된 시대를 배경으로 19세기 이야기꾼으로 살아간 몰락한 지식인 ‘이신통’의 이야기를 풀어 써 보자.”고 맘을 먹었다. 이신통은 조선시대 패관문학에 나오는 장풍운이나 괴짜 선비 정수동(1808~1858)과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꼬박 7개월 동안 200자 원고지 1500장을 채워 나갔다. ●7개월간 200자 원고지 1500장 채워 ‘여울물 소리’의 화자는 박연옥이다. 어미인 구례네는 기생으로 시골 양반의 첩살이를 하다가 어린 연옥을 데리고 나와 색주가를 연다. 연옥도 어미의 삶을 닮은 듯 후처살이를 들어갔다가 아이 없이 3년 만에 도망 나와 구례네의 객주 일을 돕고 산다. 연옥에게 정인이 있었으니, 열 살이나 차이 나는 30대의 이신통이다. 20대 초반의 이신통은 어미가 종인 얼자 출신이었지만, 과거를 보겠다며 한양으로 도망치듯 집을 나와 전기수(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로 살아가다가 1882년 하급 군인들이 들고일어나 도시 폭동으로 발전하는 임오군란을 겪고 그 와중에 동학 도인들을 만나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혁명적 사상에 빠져든다. 그러니까 소설은 임오군란에서 갑오농민 혁명기의 망국을 앞둔 격변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임오군란은 봉건왕조로 대표되는 일부 기득권층과 세도정치에 대한 저항이었고, 조선이란 나라의 정체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또 갑오농민운동은 자생적 근대가 좌절된 이야기라서 이런 어수선한 세상을 살아야 했던 서얼 출신의 지식인들과 도시 빈민, 하층 군인 등 중인 이하의 잡직에 종사하는 인물들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고 시대가 혼란하면 기층민은 삶의 무게에 시대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세월을 건너가야 했다. 황석영의 아바타 이신통을 제외하면, 여성 명창 심백화를 비롯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체로 실존 인물이다. 심백화는 조선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1847~?)을, 김봉집은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을, 천지교의 1·2대 교주인 최성묵과 최경오는 각각 천도교의 1·2대 교주인 최제우(1824∼1864)와 최시형(1827∼1898)을 말한다. 서일수와 박인희·박도희 등 동학 도인들도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황석영은 “천도교를 천지교라고 하거나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은 역사적 사건을 피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조선시대 야담과 민담을 집대성한 ‘대동야승’(大東野乘) 등 패관문학과 역사책을 충분히 읽고 삭였다고 했다. ●서울 종로통 등 손바닥 보듯이 설명 ‘여울물 소리’를 읽는 또 다른 재미는 한성 도성 안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면서 서울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린낙지로 유명한 서울 종로통은 의금부와 서장옥이 있던 곳이다. 매운 낙지를 혓바닥을 호호 불면서 먹는 이유가 터가 센 곳인 탓 같다. 종로4가에서는 죄인을 효수했다. 홍제동에는 색주가가 많았고, 공덕동에는 주막이 많았다. 임오군란을 일으킨 군졸들은 이태원에서 주로 살았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나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는 ‘너는 서사가 많은 나라에서 살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데 나는 ‘너도 한번 겪어 봐라. 얼마나 힘든데’라고 속으로만 응수한다.”면서 “서사가 많은 땅은 고통이 많은 땅인데, 이제 우리 민족도 고통스러운 근대를 마감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억압·고통 넘어 미래 맞이할 준비 필요 황석영은 “21세기를 포스트모던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동아시아 3국은 아직도 근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본은 성공적으로 근대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적 상징인 천황을 넘어서지 못했다. 또 중국은 공산당이 독재하고 경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기형적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으로 근대적 민족국가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뒤 “근대의 상처가 대선 때마다 나타나고 있는데, 억압과 고통을 넘어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MB “日 우경화는 주변국 불안요인”

    MB “日 우경화는 주변국 불안요인”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한·일, 중·일 간 외교분쟁과 관련, “일본 우경화가 주변국들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프놈펜 숙소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영토·영해 분쟁 등)는 우호적·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원 총리는 회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영토·영해 문제는 회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영토·영해 분쟁은) 일본이 군국주의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반대로 중·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이 모두 무산된 가운데 일본의 우경화 조짐에 대해 한·중 양국 정상이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주목된다. 두 정상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도 침략 의지가 없다.”면서 “한국도 북한이 도발하면 대응하겠지만 그러지 않다면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도 이에 동의한 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2015년까지 양국 간 무역액이 3000억 달러에 이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 아세안+3가 단일 경제권역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계성에 관한 아세안+3 파트너십 선언’을 채택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2015년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의 협상 개시를 20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FTA다. RCEP가 체결되면 인구 34억명의 시장을 형성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경제 블록이 될 전망이다. 프놈펜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美·日 새달 ‘센카쿠 탈환’ 합동 훈련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다음 달 오키나와 주변에서 ‘도서 탈환’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4일 군부대 행사에 참석해 과거 군국주의 시절의 어구를 사용,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다음 달 5일부터 16일까지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참여하는 합동훈련을 일본 남부의 규슈와 난세이 제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훈련 기간 오키나와 부근의 무인도에서는 해양 군사력을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센카쿠 등 일본의 도서 지역이 공격받을 경우에 대비한 섬 탈환 훈련도 예정돼 있다. 섬 탈환 훈련은 지난달 미국령 괌에서 미 해병대와 육상자위대가 실시한 적이 있지만, 일본 내에서 실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측에서는 육·해·공 자위대가, 미국 측에서는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참가하며, 섬이 적에게 점령됐다는 시나리오하에 실시된다. 도서 방위를 포함한 해상·항공 작전, 탄도미사일 대처, 병력과 장비의 수송 등을 주요 훈련 목표로 삼을 전망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번 훈련이 센카쿠 국유화(9월 11일) 이전에 계획된 것으로 특정 국가나 섬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중국의 권력이 교체되는 공산당 제18기 전국대표대회(전대) 기간과 겹쳐 훈련 내용에 따라서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노다 총리는 이날 해상자위대 관함식 훈시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 자위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군들이 ‘한 층 분투 노력’(一層奮勵努力)하는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해군이 기함에 내걸었던 신호기에 쓰인 것이다. 노다 총리는 이어 옛 일본군이 취침 전 암송했던 ‘고세이’(5가지 반성)도 낭독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나쁜 국가, 착한 개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나쁜 국가, 착한 개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이 심상치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주로 영토분쟁 때문에 발발했다. 굳이 남북 간의 긴장고조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현재 동북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전쟁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나친 민족주의와 이로 인한 케케묵은 역사인식, 선거를 앞둔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표를 의식한 단견,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한·중·일의 경제적 역동성과 세계사의 위상 고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한·일의 입장과 중국과의 미묘한 관계 등이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 대한 해석, 현재에 대한 상호견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주도권 문제가 모두 동시에 얽히고설킨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분쟁은 거의 예외 없이 인접 국가들 간에 벌어진다. 그리고 분쟁이 발발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의 몫이다.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터로 불려나가 죽거나 죽이는 처참한 상황이 발생한다. 전사자들은 국가가 예를 갖춰 추모할 뿐만 아니라 많이 죽인 자는 영웅으로 추앙되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우리에게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무조건적으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하는 대상인가? 존 로크에 따르면 국가의 목적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고 보장하는 장치 혹은 수단이다. 과연 그럴까? 어떤 국가도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형성된 적이 없다. 무수한 전쟁을 거치면서 영토의 확장과 축소를 거듭해 온 결과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권력이 되어버렸다. 국가 속의 개인은 국가 권력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따라서 국가의 명령이나 권위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행위는 금기시되고, 더 나아가 강제적 법적 구속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체제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개인은 국가란 이름 앞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 저항을 포기하고, 국가의 명령을 준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구성된 주체’로 전락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각 개인의 행복과 일치하는가? 나라를 빼앗긴 상황의 한 개인을 가정해 보자. 집에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지만, 찾아야 할 국가도 있다. 가족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독립운동에 뛰어들 것인가? 둘 다 한꺼번에 수행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와 상충하기 마련이다. 나아가 역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 혹은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엄청난 범죄를 무수히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나쁜 개인으로 돌변해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범죄의 공범자가 된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스탈린의 공산일당독재정치, 일본의 군국주의, 유신독재 등에서 우리는 이런 경우를 헤아릴 수 없이 목격해 왔다. 나쁜 국가나 체제에서 착한 개인으로 남기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정말이지 어렵다. 나치 정권하에서 독일의 평범한 국민은 절대다수가 나치를 지지하고, 나치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애국이고 충성이라 믿었다. 그리고 나치의 이름으로 형언할 수 없는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렀다. 이들 각 개인은 가정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였다. 유신독재의 추종세력들 중에도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우리 스스로가 국가나 체제를 절대시 혹은 신성시하는 생각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다음으로 우리의 무사유 특히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 때문이지 않을까? 공약이 난무하는 대선을 앞두고 그리고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과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치, 언론과 여론의 편협하고 과열된 반응을 지켜보면서,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개인의 역할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 [데스크 시각] 동아시아의 슬픈 자화상/박홍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동아시아의 슬픈 자화상/박홍환 국제부장

    4괘(卦) 대신 바퀴벌레가 그려진 태극기, 불타는 일제 전범기와 짓밟히는 일장기, ×표시가 선명한 오성홍기…. 지금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풍경들이다. 서로를 증오하고, 헐뜯고, 밟으려는 동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적개심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동아시아의 슬픈 자화상이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열도, 한국과 일본은 독도 및 일본군 위안부, 중국과 한국은 역사문제와 탈북자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어느 누구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영토와 역사문제라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3국 내부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민족주의로 포장되면서 확대된 측면도 있다. 지금 중국, 한국, 일본은 모두 권력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일 간에는 전쟁이라도 불사할 태세다.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에 중국과 일본의 관공선들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이 군함을 파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맞대응에 나섰다는 보도가 꼬리를 문다. 중국의 제1호 항공모함 바랴크함이 오색깃발을 펄럭이며 취역하게 되면 첫 번째 임무는 일본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곧 매캐하고 기분 나쁜 화약 냄새가 동중국해에 진동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들이다. 한·일 간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이 일본 선박의 독도 해역 진입을 경계하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 군의 독도 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측이 독도 해역에서 맞닥뜨리면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한·중은 또 어떤가. 2010년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국 군이 미군과 합동으로 항모를 동원한 대규모 서해 훈련에 나서자 중국은 그들의 ‘황해’ 상에서 대규모 맞불 훈련을 실시해 긴장감을 높였다. 중국인들은 그들 것이 조금이라도 다칠 수 있다는 판단이면 “몽둥이로 때려잡자.”며 상대국 성토에 나서고 있다. 돌이켜보면 100여년 전의 풍경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중·일 3국은 서로 상대국을 불신하면서 강자가 약자를 억압했다. 일본은 제국주의 야욕을 감췄고, 중국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애썼으며, 그리고 ‘대한제국’은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떨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인 2009년과 2010년 랴오닝(遼寧)성 뤼순(旅順)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 100주년과 서거 100주기 취재를 위해서였다. 안 의사의 행적을 그대로 뒤쫓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역에서 브라우닝 권총을 작렬시켜 막 플랫폼에 내려선 일본 군국주의의 우두머리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했다. 이토가 쓰러지자 안 의사는 소리 높여 “만세”를 외친 뒤 저항 없이 러시아 경찰에 검거됐다. 안 의사는 곧바로 뤼순으로 압송돼 일제 형무소의 차가운 1평 남짓한 독방에 갇혔다. 그러곤 재판 과정에서 “이토 사살은 동양평화를 위한 의로운 전쟁”이라고 역설했다. 안 의사는 뤼순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 비록 사형집행으로 완성은 못 했지만 자신의 구상이 오롯이 담긴 ‘동양평화론’을 남겼다. 한·중·일 3국 간의 상설기구인 동양평화회의체 구성, 동북아 3국 공동은행 설립과 공용화폐 발행, 동북아 3국 공동평화군 창설 등이 핵심이다. 이 같은 선구적인 안 의사의 구상은 그러나 여전히 뤼순 감옥의 철창 안에 갇혀 있다. 3국은 여전히 불신하면서 언제라도 총구를 겨눌 태세이다. 가해자의 뼈아픈 과거반성이 없었고, 그래서 아픈 역사를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안 의사는 최후의 순간에도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서로 보듬으며 동양평화를 이루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까지 동양평화를 희구했던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는 듯하다. “언제까지 적대적이고 슬픈 자화상만 그려대고 있을 테냐!”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아 더 슬픈 동아시아의 살풍경이다.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펩시와 바퀴벌레/노주석 논설위원

    1898년 창업한 미국 펩시콜라의 태극 로고는 1950년에 처음 등장했다. 펩시콜라 100년사를 보면 음양을 상징하는 태극에서 착안했다고만 기록돼 있을 뿐 정확한 채택 경위는 남아 있지 않다. 펩시의 로고 변천사를 보면 문자보다 문양을 강조하는 쪽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태극기는 1883년 조선의 국기로 정식 채택됐으므로 펩시의 로고와는 어떤 상관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바퀴벌레는 공룡시대보다 1억년 앞선 4억년 전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생존하고 있는 ‘살아 있는 화석’이다. 빙하기를 견뎌낼 정도로 놀라운 생명력과 번식력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4000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독일바퀴·일본바퀴·미국바퀴·먹바퀴 등 4종이 주를 이룬다. 최근 3년 사이 일본바퀴의 개체 수가 6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일본바퀴는 보통 바퀴보다 덩치가 갑절이나 크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바퀴 대처법을 보면 ▲신문지로 후려친다 ▲도움을 청한다 ▲일단 도망간다 ▲청소기로 빨아낸다 ▲쫓아낸다 ▲뜨거운 물을 붓는다 등이 있다. 태극기의 태극이 펩시콜라 문양으로, 4괘가 바퀴벌레로 둔갑해 훼손되는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떠돌아다녀 공분을 사고 있다. 철없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이다.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지만, 한때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지구상에서 일본인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한국사람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제는 최다 인구와 최대의 시장을 앞세운 중국인의 일본 배척운동 앞에서도 움츠리고 있다. 한 누리꾼의 표현처럼 ‘열등감 대폭발’이라고 해석할 도리밖에 없을 듯하다. 태극기를 펩시마크로 표현한 것은 무식의 소치이고, 우주의 운행원리를 담은 4괘를 바퀴벌레로 표현한 것은 소심한 일본인의 바퀴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아닐까. 런던올림픽 때 일본 여자체조선수들이 일제 군기(軍旗)인 욱일승천기를 응용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도쿄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한·일전에서 일부 관중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했다. 이 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처럼 영원히 축출돼야 할 군국주의의 망령이다. 우리 국회는 욱일기 사용과 경기장 반입 금지를 정부에 촉구했다. 또 뉴욕동포를 중심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어른스러운 행동이다. 일부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이웃나라의 국기를 훼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요, 제 눈 찌르기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위안부 문제, 한·일 국민들 공감이 중요”

    “위안부 문제, 한·일 국민들 공감이 중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간의 소통과 공감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그리고 싶은 것’을 출품한 권효(32) 감독은 한·일 양국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평화 그림책 ‘꽃할머니’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 권윤덕씨가 겪는 고뇌와 난관을 그린 작품이다. ‘꽃할머니’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한·중·일 작가들이 함께 모여 펴내기로 한 평화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로 권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인 심윤덕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그리고자 했다. 2008년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권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러나 그림책 제작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다큐멘터리 역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권 작가는 그림책 작업을 위해 위안부 증언록을 읽고 직접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권 작가는 어느새 커져 버린 분노와 작가로서 견지해야 할 대상과의 거리 두기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다 위안부에 대한 문제 의식의 범주를 군국주의와 여성 문제로까지 넓히려던 그와 달리 극우 세력의 소송을 우려한 일본 측 출판사가 심 할머니의 개인사 위주로 서술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뜻밖의 난관이었다. 권 감독은 “일본 우익뿐 아니라 함께 평화를 주창하는 사람들 간에도 생각의 차이가 존재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 세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는 점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마친 권 감독은 “한때 역사학자를 꿈꿨던 사학도로서 가진 부채 의식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며 위안부 문제를 다큐멘터리 소재로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권 감독은 “일본 재일교포 민족학교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어린이들이 보인 높은 관심을 잊지 못한다.”면서 “어린이들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어른들의 시각이 잘못이었음을 알았다.”고 돌이켰다. 그는 “어려서 위안부 문제를 한번이라도 접했던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다큐멘터리가 이들의 거리를 좁히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MB 日王발언, 日민족주의 자극… 독도문제 등 다자외교로 풀어야”

    “MB 日王발언, 日민족주의 자극… 독도문제 등 다자외교로 풀어야”

    한국인 최초로 일본 도쿄대 교수에 임용된 강상중 교수는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과 요구 발언 뒤의 일본 사회 분위기에 대해 “80년 전 군국주의 대두 때와 유사한 고립감, 불안감,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일교포 2세인 강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인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이 주최한 ‘일본정치, 동아시아 평화, 탈핵’이라는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역사적으로 낙관론이 갑자기 비관론으로 바뀐 적이 있다. 지금 양국 관계가 안 좋은데 시민사회가 안정적 관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 평화 낙관론이 퍼져 있던 1919년 한국 3·1운동과 중국 5·4운동 등 동북아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일본 사회에 불안이 일었고, 간토대지진과 농민 소요까지 터져 불안이 확산됐다.”면서 “대공황 등을 거쳐 군국주의가 득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낙관하면 안 된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물론 한·일 관계가 당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의 국력이 커졌고, 한국과 일본, 중국 3국의 민간 차원 풀뿌리 교류가 활발해졌다.”면서 “그럼에도 일본 사회에 깊은 불안이 퍼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깊은 그늘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한국과의 독도 분쟁에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영토분쟁, 미국과의 오키나와기지 논란 등이 겹쳐 “외부의 압박을 받는다는 피해의식과 고립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파워 엘리트 그룹 중에서도 안전 보장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는 해마다 총리가 바뀌는 등 독일 나치정권 출범 전 바이마르공화국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일본 국민의 불안감 증가를 토양으로 강경 민족주의자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총리가 되려고 하고 있으며 “평화헌법 개정은 물론 총리권력을 대통령과 유사하게 강화, 강력한 민족주의 정책으로 ‘강한 일본’을 지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국제사회에 ‘한·일 간에 영토문제가 있다’고 비치게 한 전략적 실수라고 본다.”면서 “일왕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자와 좌파들조차 반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일본군 위안부나 영토 분쟁 등의 문제에 있어 양국 간 해결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한·미·일·중·러·북) 회담 등 다국 간 외교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일 통화스와프와 관련, “단지 두 나라 간 문제가 아니고 아시아 경제위기를 막아주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동남아국가연합과 한국·중국·일본 등이 역내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 통화교환협정)의 틀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낙관론을 경계하고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靑 “노다 내각에 기대할 게 없다” 강경

    한·일 양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日王)에 대한 사과 요구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 대해서 과거사 문제 해결과 관련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6일 “노다 정부 들어서 과거사, 영토문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처음에 노다 정부에 기대를 걸고 발언을 자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노다 총리에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다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썩 호응을 못 받고 있다.”면서 “노다 총리 말고 다른 누가 총리가 돼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만료되는 한·일 통화스와프를 일본이 연장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일본이 시혜적으로 한 게 아니라 상호이익을 위해 한 것이며,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자고 한 것도 사실상 일본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면서 “일본의 통화스와프 없이도 원화 가치가 흔들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역사문제, 과거사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군 위안부 문제 등은 좋은 게 좋다고 계속 묻어두고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한·일 양국 간에 원천적으로 발목을 잡는 요인은 그 순간 얼굴 붉히고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각오해도, 묻어두고 가면 이자가 커진다. 부딪칠 것은 부딪쳐야 하며 한번은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노다 총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정부와 상대 안 하겠다는 것은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사견(私見)이 아닌가 한다.”면서 “우리 정부 입장으로 그런 결정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경색된 한·일관계가 경제 등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질문과 관련, “역사문제는 일본과 타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각료 2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서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반성한다면서 행동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를 참배한다면 과연 역사를 반성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성수·하종훈기자 sskim@seoul.co.kr
  •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안하무인 행위”

    여야는 16일 일본 현직 각료들의 전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1급 전범 위패가 있는 곳인 만큼 전쟁과 제국침략적 행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드러나는 행위”라면서 “이를 자제하고, 합사된 한국인의 위패는 유족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제국주의에 피해를 당한 국가와 국민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안하무인의 행위”라면서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를 종결짓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갈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김진욱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이는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과거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이며,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을 뒤집으려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국가기록원 ‘해방전후의 사할린 한인 희귀 기록물’ 공개

    국가기록원 ‘해방전후의 사할린 한인 희귀 기록물’ 공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할린에 살던 한인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소련 정부는 한인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일본군의 대량 학살을 지목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제 만행에 대한 면밀한 진상조사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광복 67주년을 맞아 14일 공개한 ‘해방 전후 사할린 한인 관련 희귀 기록물’에 따르면 사할린 서북부 에스토루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1만 229명의 한인이 살았지만, 전쟁 후에는 5332명밖에 남지 않아 한인 인구가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소련이 1945년 당시 현장을 누빈 민정국 인구조사 담당자가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다. 당시 소련 정부는 한인 인구가 5000명 가까이 줄어든 이유로 피란이나 귀환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한인 학살을 인구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주목했다.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이 언제 어떻게 살해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강수 국가기록원 연구관은 “일본군이 5000명을 모두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소련 정부는 한인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이유로 일본군의 한인 학살도 지목했다.”고 말했다. 기록원은 또 러시아와 일본 등에서 일본이 강제동원한 1만 2000여명의 사할린 한인 명부와 서신, 가족관계 및 활동, 귀환운동 관련 기록도 확보했다. 이번에 확보된 사할린 강제동원 관련 명부는 1950년대 일본이 작성한 일본 귀환자 명부 2권(778명), 1960~1970년대 사할린 귀환 재일한국인회가 조사한 귀환 희망자 명부 4권(1만 2600여명), 198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의 귀환운동 과정에서 작성된 명부 14권(6000여명)이다. 중복된 명부를 제외하면 모두 1만 1211명이다. 이는 지금까지 일부 공개된 일본의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명부의 3~4배 규모로, 서신과 가족관계 및 활동 관련 기록은 강제동원 사망·행방불명자 유족에게 보상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소련의 1급 비밀문서에 따르면 당시 소련 정부는 해방 직후 쿠릴 지역 한인들을 사할린으로 이주시켜 일괄 통제했으며, 이들의 귀환 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보도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사설] IOC, ‘독도 세리머니 논란’ 오해 자초말길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리머니’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박 선수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쓰인 종이판을 들어보였는데, 이를 본 일본 측이 “부당한 정치적 세리머니”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IOC는 박 선수에 대한 동메달 수여를 보류한 채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박 선수의 행위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다. 대한체육회도 정치적 세리머니를 주의하라고 몇 차례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보면 박 선수는 우발적으로 관중이 건넨 종이판을 들어보였던 것이다. 고의적인 정치적 세리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FIFA는 선수 개인과 각국 축구협회에 경고나 견책, 벌금, 메달 박탈과 같은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선수의 행위는 그런 징계까지 갈 만한 사안이 못 된다고 본다. 박 선수는 우리나라 축구가 올림픽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는 데 크게 기여하고도 엊그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귀국환영회에도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그것만 해도 박 선수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 대한체육회와 축구협회는 그런 상황을 IOC와 FIFA에 잘 설명해 신속히 이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최악의 오심으로 얼룩진 올림픽이다. 오심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IOC는 또 다른 ‘오심’으로 이미 끝난 런던 올림픽에 다시 한번 먹칠을 해서는 안 된다. 일본도 승부에서 졌다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일본 체조팀은 유니폼에 일장기 대신에 군국주의의 상징인 이른바 욱일승천기의 문양을 박아넣었다. 그 또한 과거에 일본 제국의 침략을 받았던 동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이라면 충분히 문제를 삼을 만한 ‘정치적 세리머니’라고 할 수 있다.
  • 美 “日 재무장, 한·일 양국이 해결할 문제”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및 재무장 우려와 관련, 한·일 양국이 해결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수수방관 내지 부추긴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마이크 해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FP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때때로 양국이 일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공통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고 있어 함께 노력하면 대화를 통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분명히 두 나라(한국과 일본)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은 뒤 “미국의 입장에서는 양국과 여러 중요한 문제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통해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양국과의 동맹에 대한 전망도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아시아의 매우 강력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역내 안정과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많은 문제를 놓고 일본과 협의하고 있고, 한국과도 북한 문제 등에 대해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높은 가치와 강력한 강조점을 부여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최상의 동맹을 꾸준히 향상시킨다면 미국의 이익과 3국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해머 차관보의 발언은 전체적으로 한·일 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는 감안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한·일 양국이 미국의 동맹으로서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미 정부는 최근 일본의 원자력기본법 개정과 평화헌법 확대 해석 등 군사적 우경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려에 대해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민감하지만 주변적인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국민의 대일(對日) 감정과 일본의 오랜 침략 근성은 도외시한 채 미국의 국익에만 중점을 두고 한·미·일 동맹을 추구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일정보협정 밀실 통과 파문] 민주 “거짓말 大傳長傳” 새누리 일각 “국민동의 필요”

    [한일정보협정 밀실 통과 파문] 민주 “거짓말 大傳長傳” 새누리 일각 “국민동의 필요”

    정부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의결한 뒤 이를 예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자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번 협정 처리가 국회 공론화를 건너뛴 데다 영토 분쟁 등으로 인한 국민의 대일본 감정을 무시했고 동북아 군사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8일 원내대표는 물론 대변인단과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나서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살다가 이런 나라는 처음 봤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은 있는데 이것은 ‘대전장전’(大傳長傳)”이라며 “대통령과 장관들이 똑같이 거짓말을 하는 대전장전의 나라에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26일 차관회의도 통과시키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비밀리에 통과시키고 국무회의 결과를 정부에서 발표도 하지 않았다. 어제 우리 민주당에서 국방부에 확인하니까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해서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에 확인하니까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는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국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게 아니라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입장이나 밝혀야 한다.”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신냉전 체제 회귀를 꾀하는 듯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이 정부가 미국 정부인지 일본 정부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군사협정인 이번 협정을 맺는 데 이명박 정부가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내는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국민과 함께 따져 봐야겠다.”면서 서명 체결을 미루고 국회에서 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강창일 의원도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아시아에 신냉전 체제를 가져올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으며 한반도가 옛날의 발칸반도처럼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권영길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트위터에 “한·일 군사협정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한·미·일 군사 동맹 체제를 구축해 중국과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를 만든다.”면서 “서해가 전쟁 마당이 될지 모른다. 정부는 비밀리에 추진한 한·일 군사협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춘규 선임기자·이범수기자 taein@seoul.co.kr
  • [기고] 독도 외교, 건설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기고] 독도 외교, 건설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동아시아 질서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지만 일본은 그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최근 2012년판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을 한층 강화해 기술했다. 또 현재 모나코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도 ‘동해’를 함께 적자는 우리 쪽의 설득력 있는 제안을 거부한 채 기존의 ‘일본해’ 단독표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주장은 한·일 협력을 바탕으로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우리 국민에게 많은 실망감을 주었고, 신뢰관계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탈냉전 이후 글로벌 차원의 경제적 변화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도 경제발전과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내셔널리즘이 부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동북아시아 경제 발전과 함께 지역협력이 잘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동북아시아의 협력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일본의 역사인식과 영유권 주장이 동북아시아의 협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일 외교청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IHO 총회에서의 ‘일본해’ 단독표기 고수는 일련의 동북아시아의 화해 노력에 어긋나는 것이다. 일본 외교의 목표는 미·일동맹을 기초로 동아시아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 외교방식으로는 많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와 영토 관련 정책을 보면 취약점을 잘 알 수 있다. 먼저, 일본 민주당 정부의 외교 노력에 일관성이 없다. 민주당은 선거공약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통해 동아시아의 장기적인 변화에 맞춰 지역질서를 형성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등장하면서 일본의 외교전략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민주당은 영토문제에서 과거 자민당보다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는 일본 정치권의 지도력 부족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일본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여야 한다. 전후 일본은 평화국가 혹은 경제대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여 군국주의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어느 정도 완화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사회의 보수화 경향으로 전후 일본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국가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문제다. 다음으로, 정부 간 ‘합의’를 강조하면서 전후 청산이 완결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피해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미해결 상황이라고 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동북아시아와 진정한 역사외교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인식을 공유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한·일 양국 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역사 화해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말의 일본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이어 최근 벌어진 일본 외교청서 및 IHO 총회에서의 동해 및 일본해 병기문제로 야기된 한·일 간의 첨예한 쟁점은 더욱더 일본외교의 진정성을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역사 교육의 비극/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한국사 과목이 우여곡절 끝에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우리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막상 지정되고 나니 충실한 교육 대신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학교는 시험을 위해서 수주에 걸쳐 집중 교육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몇 주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무작정 외우고 또 교과서가 제시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인터넷에 국사 과목이 재미없고 싫다는 글들로 넘쳐난다. 오히려 교육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국사 또는 역사를 연대기로 착각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한국사를 다 가르쳐야 하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가르치는 분들도 이런 상황을 매우 불만족스럽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방향을 벗어난 것이다.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부터 교육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들을 외우는 것 말고 ‘역사를 보는 눈’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연대기 형식으로 혹은 이미 정설처럼 내려진 해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후에라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역사를 보는 눈은 매우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특출한 개인의 역할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보통사람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사회의 큰 흐름을 볼 수도 있으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처럼 지리학적 해석도 가능하다. 어느 한 방법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색채가 짙고 개인에 치중하는 서술과 해석을 함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교육법은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를 나누어 국사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을 배정하고 사건의 실체와 그 의의를 스스로 문헌을 찾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적은 발표에 가장 큰 점수를 주면서 질문, 토론 태도를 반영하면 된다. 교사는 간단한 배경 설명을 하고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레그 데닝은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효과는 창조적 독자의 탄생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살짝 바꾸면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은 창조적 학생을 만드는 데 있겠다. 학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비판과 해석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역사 교육처럼 이 목적에 잘 맞는 과목은 없다. 최소한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현재 사회가 양 극단으로 나뉘어 서로에 대한 조금의 이해나 배려도 없이 싸우는 것도 아마 역사 교육의 부재 탓일 것이다. 역사 교육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안다는 취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사뿐 아니라 당연히 세계사도 공부해야 한다. 역사에 대한 이해는 성공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어느 한 정부의 성공, 실패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공과가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항상 끝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정부로 평가한다. 물론 국민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거나 또는 공은 잘 안 드러나고 과는 크게 보이는 경향도 일조를 하겠지만 더 큰 부분은 그 정권의 책임이다. 이렇게 연이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부가 나타나는 것도 역사 교육의 부재와 관심 부족이 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집착하여 현재를 무시하거나 발등의 불만 끄겠다고 미래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지 말고 그 밑에 흐르는 시대의 의식과 역사의 방향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공한 정치지도자들 중 많은 사람이 열렬한 역사애호가라고 한다. 역사 공부를 통해 얻어진 통찰력이 자신의 한계,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 출발하는 새 정부가 이런 통찰력을 갖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 그때 민초들은 목숨 대신 신앙을 택했다

    19세기 중반은 세계사에서 보면 사상과 체제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서구의 문명국가들은 보호령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3세계 국가들을 식민지화했다. 일본은 외세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군국주의의 기점이 되는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고 러시아에서는 차르 체제 아래서 사회주의가 태동했다. 조선에도 개화의 물결이 다가왔다. 북에서는 러시아가 교역을 요구했고 프랑스 군대와는 전쟁을 겪었다. ‘조선이 버린 사람들’(이수광 지음, 지식의 숲 펴냄)은 이 시기 중 1866년(병인년)에 집중한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당시 정치·사회 현상을 살피면서 ‘1866, 애절한 죽음의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처절한 천주교 박해 사건들을 파헤친다. 책은 김아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1839년에 순교한 아가타 김아기와 다른 인물이다). 천주교도인 남편 김진은 이미 닷새 전에 양화진에서 처형됐다. 김아기는 배교(背敎)를 종용받으며 모진 고초를 당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천주교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다가 결국 참수에 처해졌다. 이 이야기가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지지만 실제로 이 인물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줄 나와 있다.”는 저자의 설명처럼 언제 세례를 받았는지 어디 출신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김아기를 시작점에 둔 것은 그가 책에서 다루려는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과 민초의 삶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은 경제 대부분을 사대부에게 장악당하고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도적이 되는 궁핍한 시기였다. 백성은 굶지 않고 고통도 없는 세상을 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세의 고통도 내세의 행복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천주교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이 천주교와 함께 빠르게 확산한 배경도 같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부터 흥선대원군의 과감한 개혁 정치와 남인과 유림의 대립, 러시아의 침략 속에서 대원군이 프랑스 신부들에게 요구했던 역할과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천주교 탄압 등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저자가 낸 대중 역사서가 그랬듯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장면 장면을 소설처럼 풀어내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천주교 성지를 찾아 역사의 흔적을 살폈다. 출판 전에는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보름 동안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누볐다. 그러면서 저자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내는 숭고함과 종교의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어쩌면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그들은 신앙을 위해 귀한 목숨까지 버렸는데 오늘날의 교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책의 핵심일 수도 있겠다. 1만 28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가 부를 때 기립 안했다”…日 교사 해직

    일본 오사카부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할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직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정년퇴직했다가 4월에 복직, 그동안 2등급의 우수한 교사로 평가받아왔다. 이 교사는 지난달 비공식적으로 이번 학기에도 계속 교직을 맡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지난 19일 교육위원회로부터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서면통보를 받았다. 그는 졸업식때 학교 정문 앞에서 ‘기미가요의 강제 반대’를 호소하는 전단지를 학부형들과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한편 졸업식에서도 기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직통보는 오사카부 공립고등학교들에서 유사한 행동을 해 지난달 견책 처분을 받은 교사 17명 가운데 처음이다. 이 교사는 “처분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인사위원회에 불복제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사카 시민단체도 “오사카부 교육위원회가 다른 교사들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해직 수단을 사용했다.”고 비난하면서 “과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국기와 국가에 대한 강압적인 존경표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 다음 주 모임을 갖고 이 문제로 교육위원회가 교사들에게 처벌을 한 데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다이쇼 데모크라시 허상이 아니었다

    ‘다이쇼 데모크라시’(마쓰오 다카요시 지음, 오석철 옮김, 소명출판 펴냄)라는 제목은 1905년부터 1925년까지 20여년간 지속된 일본의 민주주의 시기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군국주의로만 치달아 가던 당시 일본에도 한때 민주주의가 도래한 시기가 있었다는 뜻에서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그래 봤자 어차피 실패했고 결국엔 군국주의로 넘어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극소수 도시 지식인들이 서양을 흉내낸 소산에 지나지 않고 국민 생활과는 무관하다.”는 평이 나온다. 저자는 실패했을지는 몰라도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결과는 실패였을지 모르나 “도시뿐 아니라 농촌, 피차별 부락에까지 광범위한 노동 대중의 자각에 뿌리내린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한계이자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는 것은 ‘안으로는 입헌주의, 밖으로는 제국주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원칙이 나중에 가서는 ‘안으로는 국민주권주의, 밖으로는 비제국주의’ 노선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비록 이 발전된 노선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광범위하게 호응을 얻지는 못했으나 전후 헌법에서 군비를 포기하고 민주적 산업국가로 살아가려는 구상이 반영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단순히 “선거나 정당정치라는 정치의 형식적인 측면의 정비만을 지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당정치보다도 인권 확립이라는 원칙이 저류에 있었다.”는 평가다. 이런 발전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선에 대한 입장이다.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핵심 인물로 요시노 사쿠조 도쿄대 교수의 입장을 주목할 만하다. 당시 민주주의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도 조선에 대한 일본의 무단 통치를 비판했다. 그러나 요시노 교수의 비판에는 차별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만 말고 선정(善政)을 베풀라는 수준에 그친 반면, 요시노 교수는 “선정만 하면 일본 통치에 만족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독립 민족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저자는 요시노의 입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까닭으로 조선인 유학생과의 꾸준한 접촉을 들었다.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조선의 사정과 독립을 향한 조선인의 열망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 한들 지금 당장 조선이 독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히려 “다른 조선 포기론은 경제적 득실이라는 관점에서 논한 것인데 요시노는 조선의 민족 독립에 대한 열망을 존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본 관헌의 입장에서는 귀에 익지 않은 조선 포기론보다 조선인의 애국심을 시인하라는 통치 개혁론이 더 귀에 거슬렸다.”고 지적한다. 다이쇼 데모크라시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 새 국방전략 발표] “美 군국주의적 경향 강한 반대 부딪힐 것”

    중국 관영 매체들이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군국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위협대상으로 분류했다고 우려했다. 신화통신은 6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건설적 역할을 환영하지만 전쟁광은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실행할 수도 있는 군국주의는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미국은 ‘근육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새 국방전략은 중국의 발전이 미국을 위협할 뿐더러 그런 중국이 미·중 관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중국을 분명한 표적으로 삼았다.”는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분석을 실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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