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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에어백 작동조건 보는 장치일 뿐” 시민단체 “원인 규명 불가 공식화한 셈”

    ‘급발진 사고’ 원인은 운전자 과실이라는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30%에 이르는 전자부품 간의 각종 간섭 현상으로 인해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7건이던 급발진 사고가 2010년 28건, 2011년 34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블랙박스의 보편화로 급발진 사고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운전자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9일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의 원인을 규명한다면서 합동조사반을 꾸린 뒤 두 건의 급발진 사고 원인을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해 ‘운전자 과실’이라고 결론 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사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조사 결과 국토부가 스스로 나서서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라면서 “이로 인해 급발진 사고 소송에서 자동차 업체가 훨씬 유리해졌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동차 업체에 유리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조사였다는 목소리도 높다. ‘EDR 분석’으로 명확하게 ‘급발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DR로는 사고 전후 5초를 조사하기 때문에 해석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아닌지만 확인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즉 브레이크의 경우 EDR에는 밟았는지만 ‘On/Off’로 표시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세기로 밟았는지 등을 알 수 없다. ‘브레이크를 밟은 급발진 추정 사고’도 자동차 업체가 “차를 멈출 만큼 세게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셈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EDR이란 에어백 작동 조건을 보기 위한 장치로 급발진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장치”라면서 “이를 통해 급발진 원인을 밝힌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도 급발진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자동차 결함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정확한 주행 정보를 담는 저장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는 EDR 분석을 통한 증명이 최선”이라면서 “아직 정확한 주행정보 기록 장치가 부착된 차량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30%에 가까운 자동차 전자부품의 부작용’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근거로 ▲자동차에 전자부품이 결합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고 ▲수동변속기 차량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급발진 사고가 없던 디젤엔진 차량에 각종 센서와 전자부품이 쓰였던 시점부터 디젤차량 급발진 사고가 보고된 점 등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단순한 기계식 차량에서는 없었던 현상이 복잡해지고 똑똑해지면서 생긴 자체 결함이라는 것이다. 박병일(56·국내자동차 명장 1호)씨는 “40년 동안 차량 정비를 하면서 전자부품 결함으로 시동이 꺼지거나 엔진이 오작동하는 차량을 자주 봤다.”면서 “현장의 경험과 급발진 사고 보고 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급발진은 각종 센서 등 수많은 전자부품에 따른 오작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도 “정부는 EDR 분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급발진 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후회하지 않을까. 그게 처절하든 아니든 말이다. 그런데 후회라는 단어를 한 번도 떠올려 보지 않고 외길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온 한 여인이 있다. 지난 18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신영희 국악 연습실’에서 20여명의 젊은 여인들이 목청을 가다듬고 있었다. ‘저 처량한 새 울어 울어, 평생 낭군을 못잊어 이팔 청춘 과부되어, 공방 적적 홀로 뚝~’ 가만히 들어 보니 새타령 가락이긴 한데 처음 듣는 가사내용이었다. 하지만 곱디고운 목소리에 내면 깊숙한 한이 곳곳에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새달 15, 16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신영희 소리인생 60주년 콘서트’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다. 국악인 신영희(70)씨는 200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0주년 기념공연을 한 이래 10년 만에 대형무대를 마련한다. 함께 연습 중인 신씨와 잠시 만났다. 방금 전 불렀던 노래에 대해 먼저 물었다. “조선 말기 5명창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전설의 소리꾼 이동백 선생의 새타령입니다. 1900년 고종 황제 어전에서 판소리를 불러 통정대부(通政大夫)라는 벼슬을 얻었지요. ‘춘향가’, ‘적벽가’에도 뛰어났는데 특히 ‘새타령’은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새타령에는 온갖 상상의 새들이 다 등장합니다. 가사나 가락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소리 인생 60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터. 소감을 물었다. “세월이 무상하지요. 10살 때 소리를 시작했는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하지만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지요. 뒤돌아보니 그동안 고생도 있었지만 많은 제자를 길러낸 것을 가장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60년 국악인생’ 처음으로 무대 올려 제자 자랑이 계속 이어진다. 지금까지 대통령상 수상자 8명, 국무총리상 수상자 20여명, 장관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다며 웃는다. “저는 제자들에게 항상 주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이 돼라. 그 다음에 소리다’라고 말입니다. 소리가 조금 부족하면 연습해서 도달하면 되지만 인간이 안 되면 연습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효제사상, 그러니까 덕을 갖추고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이런 관계로 20년, 아니 30년된 제자들도 여럿 있지요.” 다시 공연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신씨는 “이상벽(방송인)이랑 누나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인데 이상벽이가 그래요. ‘누나, 올해가 60주년인데 그냥 있으면 되겠습니까. 멋진 공연 한번 해 보시지요. 송해 선생님도 하는데 못할 게 뭐 있습니까’라고 해서 이번 무대를 마련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여 이씨가 사회를 보고 친구인 배우 사미자, 김형자, 윤문식씨가 함께 출연한다.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명콤비를 이루었던 ‘쓰리랑 부부’의 김미화와 김한국씨도 무대를 빛낸다. 김미화씨는 신씨의 딸과 오랜 친구이다. 신씨의 애제자 30여명도 함께 출연한다. 60주년인 만큼 퓨전 국악무대로 꾸민다. 1부에서는 신씨의 60년 일대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사미자, 김형자씨가 어머니 역할로 번갈아 출연하고 명창 김일구씨가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신씨의 제자 둘이 10~30대 연기를 하고 40대 이후 역할은 본인이 직접 맡는다. 2부에서는 쓰리랑 부부와 함께 흥겨운 마당놀이로 꾸며지며 옹헤야, 뱃노래, 새타령, 물레타령 등 신나는 노래를 직접 들려준다. “지난 60년 세월, 그러니까 제 인생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영민, 이주희 작가가 대본을 썼는데 그걸 읽고 세번이나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와 제가 소리하면서 고생했던 대목에서 울었지요. 이래저래 이번 무대에서 진정한 저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잠긴 듯했다. 몸 상태를 물었더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빼고는 컨디션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에는 올림픽 공원에서 걷기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에게는 식지 않는 패기와 정열, 그리고 용기가 있으니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악은 내 팔자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국악을 할 것입니다. 국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훌륭한 이유를 아시나요. 서양음악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 테너 등으로 나눠 부르지만 국악은 이 모든 것을 함께 아우르며 고저 장단의 음을 다 소화해내지요. 외국에 공연가면 서양음악인들은 바로 이런 점을 매우 놀라워합니다.” 그가 국악을 하게 된 계기는 판소리 명인 아버지(신치선)의 영향을 받았다. 10살 때인 어느 날 아버지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제자들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배우겠다고 아버지한테 졸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자로 태어났으니 살림이나 하라.”고 반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노래 솜씨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니 한번 가르쳐 보라.”고 설득해 그날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들은 것이 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반대하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어느덧 60년이 됐네요.” 신씨가 16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소녀 가장이 됐다. 고등학생인 오빠, 그리고 초등학생인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판소리를 했다. 권투를 하는 오빠와 공수도를 하는 남동생 사이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권투와 역기, 아령 등을 익힌 것도 이때였다. 이에 대해 신씨는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교육자로 살아가는 오빠를 볼 때마다 늘 자랑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고생했던 일도 기억한다. “15살 때인가 그래요.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어혈이 심하게 생겼습니다. 목과 배가 너무 아파 식초와 섞은 계란 흰자를 1년 넘게 먹으면서 견디기도 했지요. 좀 고생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소녀 가장이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나중에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을 전공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출연하는 무대는 대부분 직접 무대감독과 안무까지 한다. 국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 것을 외면할 때, 남의 나라 음악을 추구할 때였다.”고 말한다.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국악 중의 꽃은 바로 소리입니다. 장단과 몸놀림까지 합쳐진 종합 예술이지요. 그런 자부심으로 1979년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해외공연을 다녔습니다. 특히 독일 공연 때 함성소리와 함께 기립박수를 받았던 일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의 판소리가 인간의 생명 그 자체임을 실감했지요.” ●“국민들이 국악 외면할 때 가장 힘들어” 우리 문화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고 강조하는 그는 세 가지 실천 덕목을 지킨다.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관리를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그는 1976년부터 교도소와 수녀원 등을 다니면서 36년째 매년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육군교도소와 영월교도소에서 1시간 넘게 공연을 했고 7월에는 나자로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국악하는 지인,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간다. 이럴 때면 좋은 쌀을 사다가 절편 등 직접 떡을 만든다. 대개 1시간 20분 정도 무료공연을 하는데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등을 곁들인다. 올가을에만 4곳에서 예정돼 있다. “제가 국악인의 딸로 태어나 국악인으로 사랑을 받았으니 당연히 사회에 봉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무대의 수익금도 봉사활동을 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나이 70인 제가 늙지 않는 것도 이런 즐거움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지요(웃음).” 선임기자 km@seoul.co.kr [신영희씨는] 박봉술·김소희 선생 등에 익혀… 판소리 준문화재 지정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판소리 명창인 아버지한테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6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판소리를 불러 오빠와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이후 안기선, 김준섭, 박봉술, 강도근, 김상룡, 김소희 선생한테 판소리를 익혔다.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김소희 선생 전수장학생에 선정됐다. 1976 중앙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으며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 준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 판소리보존회 이사와 원광대학교 국악학과 교수 등을 맡고 있다. 남원 춘향제 명창부 최우수상(1977)과 2005년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 엉뚱·발랄 ‘4차원 소녀’ 런던의 샛별로

    엉뚱·발랄 ‘4차원 소녀’ 런던의 샛별로

    “머리 자르고 싶어요.” 금메달을 딴 소감치고는 참 엉뚱했다. 김장미(19·양주시청)가 1일(현지시간)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기지에서 열린 25m 권총 결선에서 201.4점을 쏴 본선 591점을 더한 합계 792.4점으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네 번째 금메달이자 남자 공기권총의 진종오(33·KT)에 이어 사격에서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 소녀가 가는 곳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발랄한 성격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때문이다. 하지만 사선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냉철했다. 처음 총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입문 이유는 그저 “학교에 걸린 소년체전 우승 플래카드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단다. 그때 권총이 아닌 소총을 잡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갑순과 이은철이 사격 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소총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덧니 때문에 소총을 잡기가 불편했고 기록도 잘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코치의 권유로 권총으로 바꿔 잡았다. 그날의 선택으로 김장미의 인생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009년 아시아유스게임과 이듬해 유스올림픽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땄다. ●마지막 5발 남기고 재역전 ‘승부사’ 국가대표 선발전과 런던올림픽 본선까지는 거침이 없었다. 4개의 시리즈로 진행된 이날 결선에서도 2시리즈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2·3시리즈에서 주춤하는 사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잉(중국)이 바짝 따라붙더니 결국 김장미를 2위로 밀어냈다. 하지만 이게 ‘4차원 소녀’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 순간 “은메달은 싫었어요. 이왕이면 금메달을 따자, 생각하고 다시 집중했죠.”라고 돌아봤다. 마음을 다잡은 김장미는 마지막 4시리즈에서 만점인 10.9점을 포함해 5발 중 4발을 10점대에 꽂아넣는 집중력으로 역전승을 일궜다. 한국 여자권총에서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여갑순 이후 여자선수로는 20년 만이다. 그는 다음 날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원래 이 종목 쿼터를 획득하지 못해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쿼터를 교환 신청해 어렵게 출전했다. 그랬는데 따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때 머리 못 다듬어 울상 시상식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 선수촌 미용실에 예약했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듬지 못했다고 울상이었다. “다 같이 회식을 하고 싶다.”는 김장미에게 한 기자가 “영국은 물가가 비싸다.”고 말하자 “에이, 금메달도 땄는데 괜찮아요. 제가 쏠 거예요.”라고 통 큰(?) 면모를 보였다. “CF 제의가 들어오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따라 “어이쿠, CF 들어오면 감사합니다.”라며 주위를 웃겼다. 또 어릴 적 꿈이 공항 경찰특공대원이었다며 “금메달 땄잖아요. 사격 계속해야죠.”라고 말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다음 목표로 밝히면서는 “저희 집 옆에서 해요.”라고도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中, 잠 안 재우고 하루 13시간 노역… 구금기간 가혹행위”

    “中, 잠 안 재우고 하루 13시간 노역… 구금기간 가혹행위”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20일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는 25일 “중국으로부터 물리적 압박,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 행위를 당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 보위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납치, 테러 대상으로 지목해 중국 공안 당국이 감시했던 동료를 만난 직후 잡혔다.”면서 구금과 북한 당국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체포 후 3~4일이 지나서야 내가 누군지 알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나를 지목해 잡아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던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날 중국인, 한국인을 포함해 7∼10명이 동시에 붙잡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일각에서 제기한 고위급 인사를 기획 망명시키려다 잡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뒤 “기본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정보 조사, 탈북자 지원 활동을 했지만 중국에서 비슷한 활동을 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구체적 활동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중국에서의 강제 구금 경위에 대해 “지난 3월 23일 베이징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한 후 27일 다롄으로 이동했다.”면서 “같은 달 29일 오전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는데 택시에 합승한 승객이 내린 후 국가안전부 요원들에게 검거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검거 당일 다롄의 한 호텔에서 조사를 받고 다음 날 일찍 단둥시 국가안전국으로 이송돼 4월 28일까지 한달간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국 측은 처음에 변호사 접견은 허용되지 않고 영사한테는 우리가 통보할 테니 기다리라고 말했다.”면서 “영사 접견 이후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18일간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는 “하루 13시간씩 노역을 시켰으며 식사도 한끼에 팥 없는 찐빵 하나를 줬으나 속이 좋지 않아 다 먹지도 못했다.”고 열악한 인권 상황을 꼬집었다. 고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부분은 다음에 밝히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씨는 또 “귀환 조건으로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구금 상태에서 당한 가혹 행위를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함구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측의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지난 6월 11일 김씨의 진술을 듣고 12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등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중국 측은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김미경·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프리뷰]’도둑들’ 미리 보니…관전 포인트 3가지

    [프리뷰]’도둑들’ 미리 보니…관전 포인트 3가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0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한 ‘도둑들’은 그야말로 별들의 ‘매우 잘 차려진’ 잔치임을 입증했다. ‘도둑들’은 (모두 열거하기도 힘든) 김윤석, 이정재, 오달수, 김해숙, 김혜수, 전지현, 김수현 등 총 10명의 도둑들이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태양의 눈물’이라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이는 쟁탈전을 그렸다. 자칫하면 10명이 넘는 캐릭터들이 팝콘 튀겨지듯 사방팔방 흩어지고 스토리는 산으로 갈 수도 있는, 애초 재밌는 만큼 위험한 작업으로 예상됐던 ‘도둑들’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통쾌한 모습이었다. 최동훈 감독의 잘 빠진 범죄시리즈 최종편 ‘도둑들’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1. 김혜수 vs 전지현 매력대결 김혜수의 전성기는 과연 언제까지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팜므 파탈로 거듭난 지 이미 수 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국내 영화계에는 김혜수를 능가하는 ‘팜므 파탈 전문배우’를 찾기 어렵다. 마카오박(김윤식 분)과 뽀빠이(이정재 분) 사이에서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펩시’로 등장하는 김혜수는 굳이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니었다 해도 반드시 펩시 역을 맡아야 했을 듯한 ‘과도한 믿음’까지 준다. 김혜수가 이 작품으로 ‘끝나지 않은 전성기’를 입증했다면,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 역의 전지현은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됨을 알린다. ‘도둑들’은 어쩌면 전지현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를 매력적으로 포장했다. 십수년 전 ‘엽기적인 그녀’의 발랄함과 나이에 걸 맞는 농염한 여성미가 가미된 전지현의 연기는 이제 그녀가 더 이상 광고에서만 볼 수 있는 ‘나이롱 여배우’가 아니라고 말한다. 2. ‘한국의 톰 크루즈’ 김윤석과 ‘대세’ 김수현의 만남 ‘추격자’, ‘황해’, ‘전우치’ 등 이미 다수의 작품에서 나이를 잊게 하는 액션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윤석은 현 충무로에서 가장 강력한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 중 하나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 “이제는 액션배우로 불러달라.”는 발언은 단순한 농이 아니었다. 영화 속 모든 계획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강한 카리스마와 함께, 마치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처럼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의 액션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도둑들’에서 김윤석과 함께 눈길이 가는 도둑은 다름 아닌 ‘잠파노’역의 김수현이다. ‘김수현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김수현은 영화에서는 가장 어린 도둑이자, 현실에서는 가장 핫 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김수현의 활약을 기대한 누나팬이라면 최동훈 감독에게 잠시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은 “이럴 줄 알았으면 재촬영이라도 했어야 했나.”라는 말로 후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3. ‘오션스 일레븐’과 어떻게 다를까 ‘도둑들’의 콘셉트는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일레븐’과 흡사하다. 각 국 대표 배우들이 다국적 도둑들로 분해 도박의 도시에서 고가의 물건을 훔친다는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도둑들’을 놓고 ‘오션스 일레븐 짝퉁’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정작 ‘도둑들’의 뚜껑을 열어보니 도둑들은 오히려 홍콩 느와르 장르에 훨씬 가까웠다. 홍콩과 마카오, 부산 등의 배경이나 중국 배우들의 열연, 과격한 액션 등도 느와르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기여했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유머, 모든 한국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신파코드 역시 ‘오션스 일레븐’과는 다른 점이다. ‘도둑들’이 개봉에 앞서 가장 긴장해야 할 상대는 올 여름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최종편과 최동훈 감독의 범죄 시리즈 최종편의 불꽃튀는 경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5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현대음악 개척 강석희 前서울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 현대음악 개척 강석희 前서울대 교수

    오는 27일 런던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성화가 아닐까. 시곗바늘을 잠시 1988년 서울올림픽 현장으로 돌린다. 9월 17일 저녁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 숱한 곳을 돌고 돌아온 성화가 드디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제우스 신, 천둥, 번개, 투창대회, 춤 등의 이미지가 컴퓨터와 트럼펫, 여성 보컬 등에 의해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형상화됐다. 그 음악을 타고 성화대에 점화가 되는 순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전 세계 음악인들이 놀라움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 음악을 성화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 오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문명의 다양성을 잘 조화시켜 세계 음악사적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10월 2일 저녁 성화가 꺼질 때에도 이 같은 광경이 다시 연출됐다. 당시 이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감독까지 맡았던 주인공이 바로 강석희(77) 전 서울대 교수다. 지금도 그날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세계 음악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1966년 국내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작곡했다. 이를 시작으로 30인의 타악기 주자를 위한 ‘예불’, 관현악을 위한 ‘생성69’, 피아노를 위한 ‘정점’ 등의 작품을 연이어 쏟아냈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음악의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전자음악을 비롯한 음악극, 칸타타, 독주곡,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만들어내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아울러 1969년 그가 처음 주도한 ‘판 뮤직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면서 세계 음악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1970년 일본 오사카 국제박람회 때 그의 창작곡이 연주되면서 일본과 유럽의 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1984년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주최 세계 음악제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선출돼 세계 무대에서 확실히 인정받기에 이른다. ●11월 도쿄·내년 4월 루브르박물관서 연주 올해로 그의 음악 인생은 55년째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은 모두 80여 곡에 달한다. ‘가야금을 위한 다섯 개의 정경’, 국악 관현악을 위한 ‘취타향’ 등 전통과 접목시킨 것도 있고 김수용 감독의 ‘화려한 외출’ 등 영화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보다 유럽과 미국, 남미 등 해외에서 초연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솔로, 오케스트라, 오페라, 실내악 등 전통적 형식의 작품들을 형식에 따라 각기 적합한 어법으로 소화해 낸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젊은 청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악보와 여러 음악 관련 책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면서 그 까닭을 먼저 물었다. “저는 원래 피아노가 없습니다. 작곡할 때 미리 다 소리를 알고 하기 때문에 피아노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물론 피아노 앞에 앉아 소리를 들어보며 작곡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방법이지요. 제 경우는 창작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가져야 하거든요.” 그렇다면 곡을 다 쓰고 나서 어떻게 듣느냐고 했더니 “연주하는 무대 객석에서 처음 듣습니다. 연주는 연주가의 몫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쁜지 물었다. “작년에 일본으로부터 위촉받은 ‘8중주’가 있는데 8월 말까지 끝내야 합니다. 오는 11월 도쿄에서 첫 연주회가 예정돼 있거든요. ‘8중주’가 끝나면 곧바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를 써야 합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측에서 오래전에 위촉을 받아 놓은 상태거든요. 이 곡은 내년 4월에 루브르박물관에서 연주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그의 곡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찾는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와 미국 뉴욕에서 그의 오케스트라곡이 연주됐다. 11월에는 일본, 그리고 12월에는 토론토 연주회가 있으니 하반기에만 4차례 해외에서 연주되는 셈이다. “오사카엑스포 당시 오케스트라곡인 ‘생성69’와 실내악 2곡이 연주됐을 때 일본의 신문이나 음악잡지에 크게 게재됐습니다. 얼마 뒤 독일에 갔을 때였지요. 저를 알아보는 음악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에게 대중들이 현대음악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음악이 어려우냐 쉬우냐가 문제가 아니라 좋은지 아닌지가 중요합니다.”라면서 “좋은 음악은 분명 감동을 던져 줍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개 현대음악에는 기립 박수가 없다고들 하지만 1997년 ‘피아노 콘체르토’ 파리 연주 때와 서울 연주 때 등 그동안 기립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작품의 성공적인 연주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함과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고 말했다. 대중들도 음악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행복과 감동을 맛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1년에 2곡 정도 작업… 지금까지 80여곡 탄생 그는 한 해에 2곡 정도 쓴다. 곡을 쓸 때마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난해한 수학문제를 풀 듯이 논리적으로 연결해 나가는 작업을 한단다. 마치 건축가가 설계해 놓은 전체의 디자인에 따라 그려 나가듯이. “작곡가가 작곡한다는 것은 순수한 음과의 대결을 의미합니다. 소리는 차갑고 냉정한 것이지요. 그런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작곡가가 할 일입니다. 음악은 보이지 않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 구조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흐르는 건축물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어떻게 해서 작곡과 인연을 맺었을까.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탐정과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증조부와 손을 잡고 집을 나섰는데 도착한 곳이 경성공업고등학교 교장 선생 댁이었다. 당시 할아버지는 고종 때 장원급제하고 1900년에 일본 유학을 다녀올 만큼 공부를 많이 한 분이었고 경성공고 교장은 바로 할아버지의 제자였다. 이때 할아버지는 경성공고 교장에게 손자를 부탁했다. “그런 인연으로 나중에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경성공고에 진학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데 대개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 과목을 잘하게 되잖아요. 미술 선생님이 좋으면 미술을 공부했고 음악 선생님이 좋으면 음악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미술과 음악, 수학 등을 좋아했지요. 또 32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했는데 그게 나중에 음악에 대한 집중력과 저력을 키우는 원천이 됐습니다.” 그는 음악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종로6가에 살 때였다. 하루는 서울대 음대에 놀러갔다. 우연히 작곡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아주 멋있게 다가왔다. 문득 작곡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는 청음 실력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였다. 곧바로 책을 몇 권 읽고 서울대 음대에 응시했다. 당시 47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8명이 합격했다. 이강숙, 백병동, 송해섭, 장광열, 이영욱, 임종영, 장성덕 등이 동기들이다. “1964년 급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습니다. 대학 동기 백병동이 ‘전기와 전자’라는 책을 놓고 갔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어서 단숨에 읽었지요. 전자음악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퇴원하자마자 KBS 스튜디오를 빌렸고 3개월의 작업 끝에 전자음악을 만들어 냈지요.” 이후 전자음악과 컴퓨터를 접목시키는 등 오늘날까지 한국의 현대음악을 개척하며 꾸준히 이끌어 오고 있다. “예술가란 기존에 닦아 놓은 길을 따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험한 정글에서 길을 찾아 나가는 모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작곡가 강석희는 국내 첫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 발표 1934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46년 경성공고 토목과에 진학했다가 6·25전쟁 때 경북 안동으로 피난 가서 안동고를 졸업했다. 이 무렵 성가대 활동을 통해 음악을 접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6년 동안 정신여고 음악 교사로 재직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서양의 현대적 작곡 방식에 관심을 가졌으며 1966년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첫 작품으로 발표했다. 1968년 잠시 한국에 와 있던 윤이상 선생에게 작곡을 배웠다. 1969년 ‘판 음악제’의 모태가 되는 ‘서울 현대음악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1970~1971년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배웠다. 이후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음향학자 프란츠 빈켈 등을 사사했다. 1982~1999년 서울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했다. 1984~1990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부회장을 맡았다. 이후 서울올림픽 폐회식 음악감독(1988), ISCM 서울 세계음악제 집행위원장 및 예술감독(1997), 계명대 특임교수(2000) 등을 지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0), 보관문화훈장(1998), 서울사랑시민상(2004) 등이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전 세계 장르영화의 축제인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오는 19일 개막한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47개국에서 총 231편의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해 여름 오감을 자극하는 도발적이면서도 잔혹한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여 온 PiFan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선사해 줄까. 박진형·유지선·홍보미 등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과 함께 올해 PiFan의 경향과 프로그램 섹션별로 꼭 봐야 할 추천작 12편을 꼽아 봤다. 금기에 도전하다 올해는 PiFan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시켜 주는 금기에 도전하는 강력한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무제한으로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정신과 신체를 넘나드는 극단의 폭력,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한 고어 영화 등 어느 분야든 끝을 보고야 마는 치밀하고 치열한 영화들이 영화제를 장식한다. ▲인브레드<금지구역 섹션>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변종 인간들의 고문을 피해 사투를 벌인다. 한 편의 핏빛 오페라를 보는 듯 한 웰메이드 액션 고문 퍼포먼스.(박진형) ▲클립<금지구역>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겪는 야스나는 좋아하는 소년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당돌한 소녀다. 소녀의 성장기와 세르비아 사회의 역동성이 하드코어에 가까운 대담한 영상에 펼쳐진다.(박진형) ▲인간지네2<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 ‘인간지네’ 영화에 푹 빠져 인간지네를 만들고 싶어 하던 마틴은 사람들을 납치해 검은 욕망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14회 PiFan ‘인간지네’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10명이 지네로 둔갑한다.(박진형)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금지구역> 프랑스 소도시에서 3대가 오손도손 살아온 가족에게 찾아온 위기란 바로 섹스. 이제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세대별 비밀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판 19금 전원일기?(박진형) 장르와 장르의 결합 PiFan이 장르영화제이지만 화제작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르 교범에 충실하던 영화를 넘어 호러와 코믹을 섞거나 스릴러의 소재들을 잘 결합해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코미디, 호러, 퀴어, 판타지, 로맨스, 가족드라마, 사회물 등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였지만 오히려 장르적인 쾌감은 더욱 커졌다. ▲그래버<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을 습격한 치명적인 괴물, 그래버. 괴물의 약점이 알코올인 것을 알아낸 섬 주민들은 그래버를 죽이기 위해 뱃속과 물총을 독한 술로 잔뜩 채우고 출격한다. 할리우드 괴수물에 비해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가 가미된 색다른 재미가 있다.(홍보미) ▲잠자는 에디를 조심하세요<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잘나가던 예술가 라스가 얼떨결에 맡게 된 덩치 큰 자폐아 에디에게는 위험한 비밀이 있다. 바로 잠들면 사람 먹는 살인마가 되는 몽유병에 걸린 것. 유혈이 낭자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밝고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사랑스러운 식인마를 보여 준다.(홍보미) ▲레드 주식회사<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영문을 모른 채 지하 회의실에 갇힌 여섯 사람, 그리고 그들을 고문하는 인사 담당. 업무수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절단의 문책이 뒤따른다. ‘쏘우’와 ‘큐브’를 잇는 완성도 높은 밀실 호러.(박진형) ▲좀바딩 제1탄:레밍턴의 저주<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골청년 레밍턴은 어느 날 갑자기 게이로 변하고 마을에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퀴어,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비벼 놓은 이 작품은 필리핀에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한 수작.(유지선) 원작의 무한변신 이제 소설이나 만화, 영화, 게임은 서로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명 만화는 영화로, 소설은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원작의 재해석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원작보다 더욱 더 짜릿하게 찾아온 영화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재미. 또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에서는 올해 ‘원 소스 멀티유즈’ 포럼을 통해 웹툰 등 다양한 원작이 영화화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고찰한다. ▲아이와 마코토<폐막작> 아이는 마코토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마코토의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녀를 위한 마코토의 싸움이 시작된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옮긴 미이케 다케시의 사랑과 진실에 관한 지극한 헌사.(유지선) ▲제25제국<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고전 SF 소설 ‘내일은 5만년 후’가 원작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5만년 전 과거로 향하는 세계 2차대전 연합군 특공대의 모험을 그렸다. 나치, 타임머신, 괴물, 로봇, 동성애 등 장르영화의 애장품이 모두 나오는 B급 장르영화 종합선물세트.(홍보미) ▲프로디지 3D<애니판타> 남들과 다른 능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짐보는 자신과 같은 영재들을 모으지만, 사회의 편견에 분노한 아이들은 세상을 뒤엎을 음모를 꾸민다. 1981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3D 애니메이션.(박진형) ▲자살가게 3D<스트레인지 오마주> 삶에 대한 의욕도 희망도 없는 우울한 도시에서 자살에 필요한 용품을 파는 가게 주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파트리스 르콩트가 선사하는 환상의 애니메이션.(홍보미)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국, 2년후 해외건설 5대 강국으로”

    “한국, 2년후 해외건설 5대 강국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국내 건설사들의 국외 수주 5000억 달러 달성과 관련해 “비약적 성장을 계속한다면 2년 후 우리 건설산업은 연간 수주 1000억 달러, 해외 건설 5대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해외 수주 누계 5000억 달러 달성 축하를 겸해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글로벌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큰 선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의 건설의 날 행사 참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2007년에 이어 5년 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건설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에 한 차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제 해외 건설 수주 1조 달러 시대를 열려면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시대를 앞서가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과학, 기술의 융복합 시대를 맞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 건설 경기 부진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과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남발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게 겪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경제가 끊임없는 도전을 이겨내며 발전했듯 우리 건설산업도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높이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 앞서 김윤 대림산업 대표이사와 신홍균 대홍에이스건업 대표에게 각각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 등 모두 17명의 건설인을 직접 포상했다. 기념식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19대 국회 개원 자리다툼 볼모돼선 안 된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모레 시작되지만 ‘개점휴업’이라는 해묵은 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상임위원장직 자리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0억여원이나 들여 호화판 의원회관을 지어놓고 샅바싸움만 벌이는 꼴이다. 여야는 또다시 법정 개원일을 훌쩍 넘겨 국회를 공전시키는 추태로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선 안 될 것이다. 국회법은 임기 개시 후 7일째 되는 날 첫 번째 본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19대 국회는 내달 5일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선출하고 정상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제때에 문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임위원장 자리다툼 탓이다. 상임위원장직 배분은 원칙대로 하면 간단하다. 교섭단체별 의석 비례에 따라 나누면 초등학생의 산술 실력으로도 풀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한 자리라도 더, 그리고 가능한 한 ‘노른자위 상위’를 차지하려는 여야의 욕심으로 문제가 꼬이는 것이다. 끊임없는 정쟁과 거친 몸싸움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18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몸싸움 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를 디딤돌 삼아 선진적 정치문화를 정립해야 할 19대 국회가 출발부터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여야의 최근 행태를 보면 벌써 싹수가 노래 보인다. 새누리당은 평생연금 등 의원 특권을 줄이는 입법을 한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얼굴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사병 보수 2배 인상 등 총선 공약의 재원 조달 문제가 제기되자 “(박 전 위원장의 공약이니)토 달지 말라.”는 식이다. 야권의 행태도 선진적인 국회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교섭단체도 아닌 통합진보당에서도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에 휩싸인 처지에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 격이다. 이에 맞장구를 치는 민주통합당의 대선 셈범은 더욱 한심하다. 지난 총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무효화 등 이슈마다 통진당에 끌려다니다 낭패를 본 민주당이 아닌가. 여야는 지난 총선에서 앞다퉈 내놓았던 민생·복지 정책들을 실천에 옮기려면 밥그릇 다툼을 그만두고 국회의 문부터 열어야 한다. 우선 국회 의장단 구성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라도 열어 13대 이래 24년째 법정 개원일을 넘긴 악습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9)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9)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사람의 사유를 키운 건 나무였다. 사람은 길 위에 직립한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고, 비로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사람은 사유의 힘을 키웠고, 사람의 마을엔 철학이 태어났다. 잇따라 초록의 언어로 지은 시(詩)가 나무 앞에 내려앉았으며, 그곳에 시인이 있었다. 긴 세월 내내 시인은 나무를 맴도는 침묵의 소용돌이에서 생명의 길을 물었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의 무심한 언어 사이에서 시어(詩語)를 건져 올렸다. 하늘을 향해 나무가 키를 키우는 만큼 시인은 나무를 따라 시심(詩心)을 키웠다. 나무가 있어 우리 사는 세상은 아름답고, 시인이 그곳에 함께 있기에 사람살이는 언제나 찬란한 빛으로 살아난다. ●이팝나무에서 시를 쓰는 이유를 찾아 “이팝나무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양식인 밥을 닮은 꽃을 풍성하게 피우죠. 우리도 이팝나무가 밥을 짓듯이 영혼의 양식인 아름다운 시를 짓는 마음으로 이팝나무를 찾습니다. 첫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잔치도 그래서 이팝나무 앞에서 하기로 했어요.” 경남 양산 상북면 신전리 조붓한 마을 공원에 이 지역의 젊은 시인들이 모였다. 다섯 명의 여자 시인으로 이뤄진 ‘이팝시 동인’의 첫 시집 ‘12시 5분에 돌아간다’의 출간을 축하하는 모임이다. 나무를 닮고자 한 시 동인의 이름은 아예 ‘이팝’이다. 회장인 김광도 시인은 이팝나무가 곧 자신들이 시를 쓰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이팝시 동인들은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고 한다. 양산을 상징하는 이팝나무의 꽃이 절정을 이룬 때에 맞춰 출판 기념 모임을 하고 싶었던 때문이다. 이팝나무는 비교적 개화기간이 긴 편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개의 중부 지방에서는 이미 낙화를 마쳤다. 중부지방에서 이팝나무를 볼 수 있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이팝나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기후가 변화한 결과다. 게다가 토종 이팝나무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도시에서도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어 키우게 됐고, 이제 우리나라 전역에서 이팝나무의 꽃을 볼 수 있다. 대개의 이팝나무 꽃들은 낙화를 마친 뒤였지만,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는 지난 주말에 비로소 절정의 개화를 이뤘다. 어린 나무에 비해 개화에서부터 낙화와 낙엽 등 모든 생태 활동의 속도가 늦은 늙은 생명체인 까닭이다. 큰 나무 전체에 물을 골고루 끌어 올려 꽃 피울 에너지를 모으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사람이나 나무나 늙은 생명의 속도가 느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50년 된 국내서 가장 큰 이팝나무 천연기념물 제234호인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는 전남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다. 350년 동안 마을 앞 논을 지키고 서서 풍년을 불러오는 신전리 이팝나무는 키 16m, 줄기둘레 4.5m의 큰 나무로, 여느 이팝나무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양산시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양산시는 아예 시목(市木)을 이팝나무로 정했고, 시내 곳곳에도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많이 심어 키운다. 신전리 이팝나무는 특이하게도 비슷한 나이의 팽나무와 바짝 붙어 서있는 흔치 않은 풍경을 가졌다. 서로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사이좋게 서서 마을을 지키는 풍경은 볼수록 살갑다. 주변으로 넓게 펼쳤던 마을 논은 최근 작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나무에게는 느닷없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변함없이 수백 년을 지켜오던 풍경이 그리웠던지 나무는 그 뒤로 급격히 수세(樹勢)가 나빠졌다. 나무를 잘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어낸 새 풍경이 낯설었던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나무가 스쳐온 세월의 풍진을 견디기 힘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팝나무의 수세가 약해지면서, 팽나무와 이팝나무의 사이가 벌어졌다. 시름에 젖은 이팝나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왕성한 수세로 잎을 피워 올린 팽나무 때문에 이팝나무는 더 애처로워 보인다. 높이 솟아오른 이팝나무의 줄기 곳곳에는 잘라 낸 가지의 흔적이 뚜렷하다. 더 심각한 건 뿌리와 연결된 줄기 부분이다. 오래전부터 부식이 진행된 듯, 썩은 줄기 안쪽에 깊은 허공이 들어찼다. 하릴없이 가늣이 나뉜 줄기가 자신의 거대한 몸뚱어리를 겨우 버티고 있는 안타까운 형상이다. 천연기념물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 조운연씨는 “지난해 이미 나무의 상태를 확인했다.”며 “충전재로 동공을 메우는 외과수술만으로는 회생이 쉽지 않을 듯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찾는 중”이라고 한다. ●시인들의 관심으로 건강 회복 희망 “어릴 땐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고 하얗게 피는 꽃이 좋아 자주 찾아와 놀았어요. 팽나무와 이팝나무가 아주 사이좋은 부부처럼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토라진 부부가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네요.” 어린 시절을 이 마을에서 보냈다는 정일근(경남대 교수) 시인도 나무 곁에서 보낸 옛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급격히 약해진 나무의 건강을 안타까워했다. 동인지 시인들의 스승으로 모임에 참석한 그는 “시인들의 관심과 아름다운 시(詩)에 의해 말라가는 나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해서 푸르러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나무가 그런 것처럼 나무 앞에서 길어올린 한 편의 시는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양식이다. 이팝나무 앞에서 이팝나무를 노래하는 시인들의 영롱한 시편들이 마침내 이팝나무의 시름을 거둬내리라 믿게 되는 이유다. 나무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이 다시 나무를 키우는 아름답고 고마운 풍경이다. 글 사진 양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남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95. 경부고속국도의 통도사 나들목에서 국도 35호선을 이용해 양산 방면으로 1.2㎞ 남하하면 통도사 입구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여 6.7㎞를 가면 오른쪽으로 양산휴게소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600m 남짓 더 가면 신전마을 입구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신전교를 건너면서 550m쯤 마을로 들어가서 좌회전한다. 250m쯤 가면 왼쪽으로 이팝나무 공원이 나온다. 나무 앞에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
  • “당시 담당 국·과장들 특혜시비 우려 다루기 꺼려해 공개회의 거쳐 결정”

    “당시 담당 국·과장들 특혜시비 우려 다루기 꺼려해 공개회의 거쳐 결정”

    최창식 중구청장은 서울시의 각종 인허가 게이트 때마다 항상 이름을 올렸다. 30년 넘는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인허가 관련 부서에 근무한 탓이다. 최근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에도 어김없이 거명됐다. 인허가 당시인 2008년 기술직 최고 책임자인 시 행정2부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불거진 모든 게이트를 아무런 탈없이 넘어섰다. 파이시티 논란도 금품 수수 등의 비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 세간의 오해를 풀었다. 22일 구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파이시티 관련 의혹을 받았는데.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처음이 아니다. 기술직이다 보니 30년 이상을 인허가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가든파이브 비리 사건 때도 이름이 거론됐고, 북한산 콘도 개발 인허가 문제 때도 내 이름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의혹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떳떳했다. 검찰이 나와 연관된 부분을 조사했을 텐데도 아무런 전화도 받지 않았다. →특혜는 없었나. -2008년에 파이시티는 ‘뜨거운 감자’였다. 처음부터 허가를 내주지 않은 사안이면 모를까 이미 큰 틀은 결정되고 세부적인 내용만 남은 사항이었다. 3년 넘게 지연된 사안으로 더 이상 지연돼 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시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담당 국·과장들은 모두 ‘특혜시비가 있을 것’이라며 다루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공개회의를 여러 차례 거쳤다. 특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이익을 환수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결국 1400억원대의 기부채납을 받기로 했다. 절차상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정무라인에서 압력은 없었나.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이 어떻게 돼 가는지 문의한 적은 있지만 압력은 없었다. 그럴 위치도 아니었다. 특히 이 사안은 오세훈 전 시장에게도 결과만 보고했다. 오 전 시장이 잘 모르는 데다 알면 오히려 부담만 커지고, 해결에 도움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허가만 30여년 담당했는데. -1973년 공직을 시작한 뒤 거의 대부분을 로비 ‘0순위’인 인허가 부서에 몸담았다. 강남·서초 신도시 개발 업무, 지하철 건설 업무도 담당했다. 10조원이 넘는 규모였다. 뉴타운본부장 땐 가든파이브 사업과 한강르네상스 등도 맡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철칙을 세워놓았다. ‘모든 저녁은 1차 식사로 끝낸다.’, ‘친인척이나 선배가 선의로 주는 돈도 자유롭지 못하다.’ 등이다. 모두가 언젠가는 부담이 돼 돌아온다. 부담이 없어야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리1호기 방사능누출사고 땐 85만명 숨지고 628兆원 손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생기면 최대 85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대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난다는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해 인명피해에 대한 모의실험은 있었으나 경제적 피해 규모에 대한 모의실험은 처음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반핵부산대책위는 21일 부산 동구 초량동 YWCA 강당에서 고리원전1호기 방사능 누출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고리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때와 같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고 시민들이 피난을 가지 않는다고 가정해 모의실험을 한 결과 급성 사망자 4만 7580명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은 최대 85만여명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경제적 피해는 피난 비용까지 포함, 최대 6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배상할 수 있는 보험금은 500억원에 불과해 사고에 따른 모든 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했다. 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박승준 교수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2월부터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평가 프로그램인 세오코드(SEO code)를 한국의 핵발전소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얻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고리원전 사고 피해 모의 실험 결과는 국내 원전에서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료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 건물이 훨씬 더 견고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모의 실험을 수행한 박 교수는 2003년 일본 원전 사고 시 40만명이 희생되고 460조엔의 피해가 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방사능 피폭에 의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박 교수 주장의 허구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도박 파문’ 조계종 곪은 내부갈등 터지나

    ‘도박 파문’ 조계종 곪은 내부갈등 터지나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28일)을 앞두고 터져 나온 조계종 스님들의 억대 도박 사건으로 불교계가 뒤숭숭하다. 불교계는 도박 사건에 연루된 스님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이번 일이 불거진 조계종 내부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4일 불교닷컴이 ‘방장 49재 날 노름으로 밤샘한 후학들’이란 제목으로 스님들의 도박판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부터다. 불교닷컴은 “전남 장성군의 한 호텔방에서 스님들이 손에는 카드를 들고 일부는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만원권부터 오만원권들을 베팅하며 카드놀이에 열중한 스님들은 날이 새는 줄 몰랐다.”면서 “밤 9시 10분쯤 룸서비스를 청했는지 술과 안주도 배달됐다. 카드놀이 삼매경에 빠진 스님들의 술 심부름을 하던 재가자(불교신도)가 멀뚱멀뚱 바라보며 술과 안주를 전해 주곤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했던 성호 스님이 9일 서울중앙지검에 스님 8명을 도박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시키면서 공식화됐다. 고발된 승려 가운데에는 조계종 본사인 J사 주지 겸 중앙종회 의원인 T스님과 부주지인 E스님 등이 포함됐다. 성호 스님은 고발장에서 “백양사의 고불총림 방장 49재(4월 24일)를 위해 모인 스님 8명이 23일 밤 백양사 인근 호텔 스위트룸에서 술과 담배를 하며 수억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은 몰래카메라로 찍은 13시간 분량의 도박 현장 동영상을 검찰에 자료로 제출했다. 동영상에는 반팔 차림의 스님이 호텔방에 둘러앉아 카드 패를 들여다보고 술과 담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호법부(경찰·검찰 격)에서 현장에 있었던 스님들을 소환 조사해 사실을 확인 중이지만 억대 판돈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사 결과는 1개월쯤 뒤에 나오지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조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원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제재는 승적을 박탈하는 것이며 조계종 내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징계도 내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불교재가연대는 “도박과 비밀 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가연대는 “조계종 스님들이 하필 열반에 드신 교구본사의 방장 스님 49재에 참석해 도박판을 벌였고 이것은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밝혀졌다.”면서 “도박은 승속을 떠나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사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폭로한 성호 스님은 전북 진안에 있는 K사의 주지를 지냈으며 총무원 호법부에서도 일한 바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성호 스님은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 괴문서를 주도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선거에 당선됐던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 무효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성호 스님은 “내부의 일을 외부에까지 퍼뜨렸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되고 외부에 알려진 것이 조계종 내부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계종 집행부 부·실장들은 사표를 낸 뒤 곧바로 짐 정리를 해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원은 중앙종무기관에서 일하는 종무원들에게 자숙을 위해 외부 식사를 삼가라고 지시했다. 국·차장 대행체제가 된 총무원 새 집행부는 석가탄신일 이전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김성호 선임기자·최재헌기자 kimus@seoul.co.kr
  • “아는 게 힘!… 교육 앞세워 日독도침탈 격퇴”

    “아는 게 힘!… 교육 앞세워 日독도침탈 격퇴”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다시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 차원의 독도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를 넘어 독도의 생태와 환경, 역사 등 독도의 모든 것에 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교육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고려한 학년별·연령별 맞춤형 독도교육이 활발해지면서 독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정부는 ‘2012 외교청서’를 통해 “한·일 간에는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표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대국민 독도 교육 및 홍보에 나서 독도 지키기에 나섰다. ●동식물 표본·지형 3D영상·앱 활용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의 왜곡된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에 대응해 초·중등학교 독도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독도전시회 개최와 교재 배포, 독도 지킴이 거점학교 지정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수호의지를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3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시작된 ‘아침을 여는 섬, 우리 땅 독도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독도 전시회는 역사와 과학을 접목시켜 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에는 독도와 관련된 고문서와 지도는 물론 독도 동식물 표본, 독도 지형 등을 3D영상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활용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전시회는 다음 달 20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는 12월까지 제주권, 호남권, 영남권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동북아 역사재단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독도교육을 위해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독도학습 부교재를 제작해 지난 2월 전국에 보급했다. 재단은 이 교재를 전국의 중학교 3학년생 모두(70만명)와 고교 1학년생(60만명)에게 배포하고 이달 안으로 전국의 초등 6학년생 전원에게도 추가로 70만부를 배포할 계획이다. 교과부와 재단은 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재량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연간 10시간 내외의 독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상에서는 독도 교육이 더욱 활발하다. 사이버 독도 교육의 장으로 알려진 ‘사이버 독도 사관학교’(http://dokdo.prkorea.com)에서는 청소년과 학생, 일반인들이 직접 세계 곳곳에 잘못 알려진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독도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지난 2009년 3월 시작한 사이버 독도 사관학교에는 수년간 축적된 독도 관련 사진과 고문서,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 독도의 역사부터 생태까지 정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독도와 동해’, ‘60억 세계인에게 독도 알리는 법’ 등 온라인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사이버 독도 사관학교에서는 독도체험 소감 및 세계인에게 알리는 서한문쓰기와 독도, 동해가 우리나라 영토로 제대로 표기된 세계지도와 한국지도를 초·중·고등학교 교실, 대학 강의실에 무료로 보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독도 교육 학문적 기반 구축 목표 국내 최초의 독도 관련 단일 전공으로 눈길을 끈 한국복지사이버대학의 ‘독도학과’는 독도에 관한 대중적인 지식,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봉사 마인드를 가진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학의 독도학과는 교과부 주관 2011년 원격대학 경쟁력 강화사업에 ‘독도학과 신설 프로그램’을 제출해 현장 활용성이 높은 사이버 학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경상북도 울릉군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독도의 영유권 강화를 위한 인적·물적, 사회과학적 자원을 교류·협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최원석 총장은 “독도를 정치·사회·지리·환경·역사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독도학과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도학과는 독도를 둘러싼 다양한 학문 분야와 민간외교, 자원봉사, NGO 활동 등과 같이 실천적 분야로 교육과정이 구성됐다. 졸업 후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독도 전문가로 활동하거난 초·중·고 방과후 수업 등에서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독도교육사’, 관광객을 대상으로 독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독도해설사’로 활동할 전망이다. ●학생들 고양·양산서 동아리 창단 정부와 학교, 민간단체에서 실시하는 독도 교육 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나서 독도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실천하는 동아리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저현고등학교는 지난 2일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침탈 야욕을 규탄하고 독도 동아리 창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독도 동아리 활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창단식에는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 길종성 독도사랑회장을 비롯한 학부모,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2학년 한주희양은 “독도를 알아야 독도를 지킬수 있다.”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체계적으로 독도지킴이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 오동석 교장 역시 “일본 정부가 학생들에게 위안부, 독도 등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독도 침탈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침탈야욕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의 양산청소년도서관도 지난 2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청소년 독도사랑 동아리’ 회원을 모집해 지난달 27일 발대식을 가졌다. 동아리에 참여한 청소년 22명은 앞으로 독도에 대한 기본정보 교육과 문헌상의 증거 수집, 독도 알리기 및 독도의 날 홍보 캠페인 추진, 독도탐방 및 현장 캠페인 전개, 독도사태 현안분석 및 토의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선택 2012 총선 D-6] 고소고발·억지민원… 흐려진 선거판

    4·11 총선이 옆길로 새고 있다. 출마후보들은 상호비방 끝에 고소·고발을 서슴지 않고, 유권자들은 억지민원으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후보자 간 고소·고발은 대체로 상대방 치적 폄하와 자질 비방 끝에 나온다. 충남 천안을 새누리당 김호연 후보와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는 국도 1~23호선 연결도로에 대한 공사 착수 여부를 놓고 맞고발 상태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내가 의정보고서를 통해 이 도로 공사가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밝혔는데 박 후보가 근거 없이 뒤집었다.”며 허위사실유포죄로 선관위에 박 후보를 고발했다. 그러자 다음 날 박 후보도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올해 착공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김 후보를 맞고발했다. 대전 동구의 새누리당 이장우 후보와 자유선진당 임영호 후보는 국비 확보 문제로 고소전을 벌이고 있다. 현역 의원인 임 후보는 “4년간 특별교부세 84억원과 국·시비 4375억원을 확보했는데도 이 후보가 5억원밖에 안 된다고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이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비방죄로 대전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임 후보가 말하는 것은 내가 동구청장 때 유치한 것과 시에서 유치한 것을 합한 것으로 임 후보가 현안사업 명목으로 유치한 국비는 2008년 특별교부금 5억원, 2009년 특별교부금 5억원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억지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유권자들도 문제다. 성남시에 출마한 A후보는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분양가를 내려달라.”는 판교 입주민들의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인시에서 출마한 B후보는 한 유권자로부터 “시와 불법건축물 문제로 다투고 있는데 일이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면 일가친척을 모두 동원해 지지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 밖에도 “우리 아들이 몇년째 취직이 되지 않고 있으니 후보님이 취직 좀 시켜 달라.” 등 실현 가능성이 없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후보들의 하소연이다. 한 후보자는 “사소한 민원이라도 유권자들이라 쉽게 넘길 수 없다.”면서 “억지민원은 무리한 약속과 공약으로 이어져 결국 거짓이 판치는 선거를 만들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전국종합·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6·끝) 민원·정보통신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6·끝) 민원·정보통신 분야

    제2기 행정의 달인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 편에서는 민원행정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달인들을 만나본다. 주차 위반·여권 발행 민원을 개선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행정서비스에 접목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전문가, ‘노점상 달인’ 등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우희수 서울 동대문구청 주무관 교통단속 걸린 이유 알려 이의신청↓ 과태료납부↑ 1994년의 어느 날. 서울 동대문구청 우희수(47·행정 6급) 주무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우 주무관의 형이었다. 몹시 격앙된 목소리였다. “야! 내 차에 불법 정차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여기는 다니는 사람도 없는 길인데 왜 이런 딱지를 붙이는 거냐!” 형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구청 교통담당인 동생에게 소리치며 왜 단속 대상이 된 것인지 이유를 알려 달라고 했다. 단속 현장을 방문한 우 주무관은 형이 주차한 장소 근처에 소화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소화전 5m 이내 주차는 단속 대상이다. 그때 우 주무관의 머릿속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국민들이 왜 단속 대상이 되는지 그 이유를 알면 이의 신청도 줄어들고 과태료 납부율도 높일 수 있겠구나.” 우 주무관은 “너무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과 추억, 가난으로 대학을 가지 못한 학력 콤플렉스가 지금 ‘대한민국 지방 행정의 달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로 이끌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지방행정의 달인’ 공모에서 주정차 과태료 스티커 개선, 여권 발급 올라운드 플레이어 제안, 전국 표준화를 위한 IPS 혁신 우편 시스템 개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역발상 창작의 달인’에 선정됐다. 우 주무관의 유년기는 가난했지만 가족의 사랑과 꿈, 희망이 있었다. 7살 때 여수 돌산도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정착한 곳이 청계천 옆 판자촌이었다. 아버지는 청계천 인근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갔다. 우 주무관은 둑에 앉아 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바위를 옮기는 것을 보곤 했다. 그는 “그때 제가 본 것은 아버지의 땀방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꿈은 땀방울이 만든다.”는 게 아버지로부터 배운 우 주무관의 지론이다. 너무도 가난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신문팔이를 했다. 힘들지만 씩씩하게 자랐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고교 3학년 여름 날.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청계천이 범람했고 집은 물에 잠겼다. 수해 복구 나온 공무원들을 보면서 또 한 번 꿈을 봤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해 9급 공무원이 되면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구나.”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우 주무관은 “1980년대 공무원 시험은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아 운 좋게도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작품은 ‘주정차 과태료 스티커 개선’ 제안이다. 형의 불만 섞인 항의 전화를 계기로 제도를 개선해 그해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고, 그 제도는 지금도 전국에서 시행 중이다.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했다. 당시 과태료 스티커에는 “귀하의 차량은 불법 주정차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8조(현 제32조)에 의거해 과태료를 부과합니다.”라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위반 사항인지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우 주무관은 스티커에 주요 단속 사유를 항목별로 명시해 해당란에 체크하도록 한 개선안을 내무부에 제출했다. 2005년 9월 30일. 여권 접수 방식이 변경되면서 여권 대란이 왔다. 여권 접수 민원인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4~5시간을 대기해야 했고 민원 창구에서는 폭언과 고성이 이어졌다. 그런 현장을 지켜보면서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여권 발급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개인 여권 접수, 여행사 여권 접수, 훼손 접수 창구 등으로 분산된 접수 창구를 단일화해 모든 창구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개인 여권을 먼저 접수해 오후부터 차례대로 여행사 대행 여권 등을 접수하도록 했다. 점차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민원인이 줄어들었고 업무 효율도 올랐다. 이 밖에 수작업 위주의 우편물 관리를 전산화 한 ‘IPS 혁신 우편 시스템’을 개발해 2007년 서울시 창의상·서울시 민원 MVP 등 그해 각종 상을 휩쓸었고 민원인에게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바로콜 서비스’ 등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냈다. 우 주무관은 “달인 선정을 계기로 그간 나의 공직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며 “작은 에너지이지만 많은 선·후배 공무원에게 전해져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김외영 경남 통영시 정보통계과 주무관 U-ICT를 행정에 융합 ‘온라인 러닝’ 등 서비스 경남 통영시 정보통계과 김외영(44·전산 6급) 주무관은 유비쿼터스(U) 행정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행정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 융합행정의 달인이다. 특히 김 주무관은 지방예산을 아끼기 위해 정부 공모 과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1991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 주무관은 컴퓨터 수리나 전산교육 등 단순 업무를 주로 하던 평범한 전산직 공무원이었다. 그가 정보통신의 달인이 된 것은 정보기술(IT)의 세계적인 거센 흐름에 관심을 갖고 발상의 전환을 한 덕분이었다. 행정 분야도 생산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보면서 IT를 행정에 조화시키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을 행정에 도입하기 위한 아이디어 창안에 몰두했다. 그 결과 ‘온라인 방과 후 학교 스마트 러닝 교육 서비스’와 ‘지능형 홈 U-건강복지시스템’ ‘스마트 양식장’ 등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통영시는 그가 개발한 수많은 융합행정 서비스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정보통신기술 선진 도시로 진화했다. 우선 온라인 방과 후 학교 스마트 러닝 교육은 지역 학교에서도 서울의 유명학원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비 절감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지난해 공모한 사업이다. 그는 19억원을 지원받아 섬 지역의 욕지중학교와 한산중학교에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서비스는 다음 달 신학기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은 서울 지역의 우수 강사진이 강의하는 국·영·수 과목 수업을 아이패드나 IPTV, PC, 아이폰 등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다. 통영 지역의 각종 관광 인프라에도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통영시를 첨단 정보통신 관광 서비스 도시로 조성했다. 관광객들이 온라인으로 숙박 예약과 쇼핑을 하는 한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영시를 U-트래블시티로 만들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줄 이어 견학 오고 있다. 노인복지 행정에도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했다. 그는 ‘노인돌보미’ 서비스만으로는 홀로 사는 노인 등을 보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2009년부터 노인복지 행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건강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노인 홀로 사는 800여 가구를 비롯해 노인 요양원, 경로당, 노인복지병원 등에 노인들의 안전과 갑작스러운 사고 등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능형 홈시스템을 설치했다. 그리고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해 통합관리를 함으로써 노인복지 서비스의 질과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가두리 양식장에도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했다. 지능형 스마트 양식장으로 2010년 정부시범 공모과제 사업에 뽑힐 정도로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스마트폰이나 웹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사료량 조절과 그물갈이 확인, 어류 스트레스 유무, 적조 발생 예측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양식장을 만들었다. 관리가 쉬워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지역 소득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영에서 6곳의 스마트 양식장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아직도 그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쉴 새 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요즘 최신 RFID(IC칩과 무선으로 개체 정보를 관리하는 차세대 인식 기술) 기술을 이용해 가두리 양식장의 활어를 생산부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이력을 추적하는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감안해 정부공모사업에 한 해 평균 2~3건씩 응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건(총 111억원)에 이르는 사업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자기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보통신 분야의 깊이 있고 폭넓은 이론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학업에 열중해 지난해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통영발 정보통신기술 융합행정이 전국으로 확산돼 국민들이 품질 좋은 여러 행정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아이디어 개발과 사업 기획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신옥범 울산 중구청 문화체육과 청소년팀장 노점 실명제로 자활 도와 세외수입 등 年 4억 기여 울산 중구청 문화체육과의 신옥범(48·행정 6급) 청소년 팀장은 ‘노점상 달인’으로 불린다. 200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노점상 실명제’를 도입해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노점상을 양성화해 불법 매매 행위를 없애고 노점상 규격화와 개인별·장소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 노점상 승계 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을 고려한 승계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노점상 운영 방안을 만들었다. 울산의 옛 도심인 중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상권이 쇠락하면서 간선과 이면도로에 노점상이 무질서하게 들어서기 시작했다. 수많은 불법 노점들은 시민들의 보행권을 침해했고 도시 미관을 훼손했다. 인근 점포 상인들과도 마찰을 빚기 일쑤였다. 민원이 끊이지 않아 중구청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러나 구청으로서는 저소득층의 생계 수단인 노점상을 강제로 철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신 팀장이 건설과 가로정비 계장으로 근무할 때인 2004년 4월 노점상 실명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청이 장소를 지정해 노점 영업을 하도록 합법화한 것이다. 노점상들이 구청에서 허가 번호를 받아 일정액의 도로 점용·사용료를 내도록 한 제도다. 실명제 도입 이후 불법 노점상이 사라져 도시 미관도 말끔하게 정비됐다. 하지만 노점상 실명제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신 팀장은 노점상 업무를 하다 실명제를 생각했다. 그는 “1995년 노점상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는 단속과 철거에만 매달리다 보니 노점상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래서 2004년에 노점상들이 잠정 허가구역에서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도록 노점상 실명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명제를 하려면 당시 중구의 최대 번화가였던 성남동 젊음의 거리에 난립한 노점을 철거할 필요가 있었다. 행정 대집행을 시작하자 전국노점상연합회와 노점상 질서협의회, 무소속 노점상 등 3개 단체가 조직적으로 맞서 철거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강제 철거 과정에서 다치는 것은 흔했고 노점상 단체의 협박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점상과의 갈등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낀 그는 수십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하며 업무를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노점상 단체의 반발에 맞서 그를 중심으로 한 공무원들이 수개월간에 걸쳐 노점상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며 철거했다. 결국 그의 뚝심은 결실을 봤다. 중구의 2255개 불법 노점상을 완벽하게 정비하고 실명 노점상 1800여개가 영업하도록 했다. 중구는 노점상 실명제를 도입한 뒤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노점상 단속 인건비 20억여원(연 3억여원)을 절감했다. 상인들로부터는 도로 점용료와 사용료 등으로 6억원(연 1억원)을 받았다. 실명제 부수 효과는 셀 수 없이 많다. 도로 기능을 회복해 명품거리 조성이 가능해졌다. 저소득층은 노점상으로 자활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됐다. 단속 인력을 줄이면서 노점행정의 신뢰성을 높였다. 노점상 간에 소속감이 생겼고 정당한 상행위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옛 도심과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한몫했다. 현재 중구의 노점상은 구청의 정비계획에 맞춰 재래시장, 이면도로, 간선도로, 특화거리 등 구역을 나눠 합법적으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영세 서민들의 생계를 보호하려고 도로 점용·사용 허가도 장기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신 팀장은 “중구는 당시 상권 쇠락으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슬럼화가 불가피한 상태였다.”면서 “아케이드 설치 등 재래시장 현대화와 맞물려 노점상 실명제를 추진한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게 성공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노점상 실명제가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자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150여곳이 노하우를 배워갔다. 상복도 터졌다. 2010년 지자체 예산 효율화 우수 사례로 선정돼 국무총리 기관표창을 받아 특별교부세 2억원을 지원받았다. 행정안전부 장관상도 받았다. 2006년에는 행안부 장관 기관표창을 받는 등 각종 혁신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쓸기도 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MB “제2 중동 건설붐… 한국엔 기회”

    MB “제2 중동 건설붐… 한국엔 기회”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이틀째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동 비즈니스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리야드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 오찬간담회에 참석, “지금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중동 지역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어서 제2의 중동 건설붐이, 70년대보다 훨씬 큰 붐이 일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 나이미 석유광물부 장관은 지난 7일 이 대통령과 만나 “사우디는 제2의 건설 부흥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국 건설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후에는 사우디 최대 문화축제인 자나드리아 축제에 주빈으로 참석한 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만찬 및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원유공급, 신도시주택사업 참여, 방위산업 협력, 녹색성장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전날 알 나이미 석유광물부 장관을 만나 “한국 정부나 기업이 석유를 추가로 원한다면 어떤 요청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영빈관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방장관을 접견,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경제·정치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 분야 협력 내용을 담은 ‘국방협력협정서’를 조기에 체결하고, 현재 극동 지역에 없는 사우디의 무관부를 주한 사우디 대사관에 조만간 개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곡사포와 T50 고등훈련기 수출, 제3국과 함께 한국이 사우디에서 방산물자를 공동생산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 간담회에서는 사우디 건설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중동 재스민 혁명 이후 667억 달러(약 74조원) 규모의 서민을 위한 주택 50만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현대 등 한국 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 50만호 중 시범사업 1만호 건설에 참여하기 위한 제안서를 이미 제출했다.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양국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알 두와이리 주택부 장관, 알 수라이스리 교통부장관과 잇따라 별도 면담을 갖고 사우디 주택건설 사업 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하기로 하는 한편 걸프협력회의(GCC) 철도사업 중 사우디 구간(663㎞)에 대한 우리 업체의 참여 방안을 협의했다. 수도 리야드 남서쪽에 추진 중인 총 63㎢ 규모의 친환경 도시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리야드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삼성·애플 소송전 승부 안갯속… 새달2일 판결 촉각

    삼성·애플 소송전 승부 안갯속… 새달2일 판결 촉각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양사 소송전의 최전선인 독일에서의 판결이 결과적으로 ‘어느 회사도 상대방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내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때문에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본안소송 판결 이후 양측은 결국 지루한 싸움을 접고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 독일소송 승자없는 싸움 가능성 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애플이 지난해 11월 ‘갤럭시탭10.1N’과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이 자사의 터치스크린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권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뒤셀도르프 법원이 ‘갤럭시탭10.1’ 판매를 금지시키자 디자인을 바꾼 갤럭시탭10.1N을 판매해왔다. 그러자 애플은 새로 만든 갤럭시탭10.1N도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각각 뮌헨 법원과 뒤셀도르프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오는 9일 뒤셀도르프 법원도 갤럭시탭10.1N 판매금지 가처분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지만, 분위기상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법원에서 지난해 12월 열린 “갤럭시탭10.1N은 디자인을 아이패드와 확연히 다르게 바꿨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회사 간 독일 소송은 ‘무승부’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졌다. 두 회사의 특허 전쟁은 애플이 지난해 4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삼성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자사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애플이 소송을 통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삼성도 곧바로 6일 만인 21일 한국과 일본, 독일에서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 통신 특허를 사용했다.”며 방어 차원에서 맞불을 놨다. 그러자 애플은 또다시 독일(뒤셀도르프)과 네덜란드, 일본, 한국, 호주 등에서 추가로 소송에 나서며 수위를 높였다. 삼성은 초반만 해도 애플이 최대 부품 수요처라는 점을 감안해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애플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세지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의 제품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등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애플과 삼성은 현재 10개국에서 30여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양사 간 특허전쟁의 ‘최전선’이 됐다. 두 회사의 본사가 있는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제3국이어서 더 중립적인 판결이 가능한데다, 재판의 결과가 유럽연합(EU)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파급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통신기술 관련 소송에서 기술 보유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는 만하임에서, 애플은 가처분신청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처리해주는 뒤셀도르프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 모두 ‘독일대첩’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특허전 첫 본안소송 새달 2일 최종 결론 업계의 관심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만하임 지방법원의 본안소송 마지막 판결로 모아지고 있다. 이미 만하임 법원은 지난달 20일과 27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잇따라 패소 판결을 내렸다. 양사 간 특허전쟁의 첫 번째 본안소송 판결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진다면 삼성의 유일한 무기라 할 수 있는 통신특허가 소송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애플 또한 이번 재판에서 지게 되면 거액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추이로 보면 향후 양사 모두 뚜렷한 승리를 거두기 힘들어 보이는 만큼, 다른 국가의 소송전에서도 사용자의 선택권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선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과 애플 모두 ‘치명상’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이유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재감은 뒤늦은 상실감과 함께 다가온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옛말일 게다. 빈 자리에 남은 상실의 아픔을 메워 주는 건 언제나 나무다. 한번 뿌리내린 뒤로는 제 명을 다할 때까지 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게 나무의 운명인 까닭이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이 그리울 때면 그와 함께했던 자리에 서 있는 나무를 찾아가 잊혀가는 기억의 실마리를 떠올리려 애쓰게 마련이다. 또 떠났던 사람이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고향의 푸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큰 나무이기 십상이다. ●고려 최대 규모 가마터에 뿌리 고려 때 신비의 빛을 가진 청자를 굽던 가마터로 유명한 전남 강진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 내로라하는 전국의 도공들이 모여 저마다의 작품을 빚어 내던 곳이다. 당대 최대 규모였지만, 고려 말에 이르러서는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가마터는 차츰 폐쇄되고 도공들은 하나둘 흩어져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한 그루의 나무가 지켰다. 푸조나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경기도 이남의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우리 나무다. 중부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남해안 지역을 여행할 때면 느티나무나 팽나무 못지않게 마을 어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고려청자 가마터인 당전마을 어귀에 서 있는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는 키 16m, 가슴높이 둘레 8.5m의 큰 나무이지만, 중심 줄기가 없어 조금은 허전한 느낌도 준다. 줄기는 300년 전에 불어온 태풍에 부러졌다고 한다. 그 빈 자리 곁에서 새로 자란 6개의 새 줄기가 굵고 튼튼하게 솟아 올라 웅장한 모습을 이뤘다. 사방으로 가지를 고르게 펼쳤는데, 서쪽의 무성한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무게가 버거운 듯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불균형의 아름다움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펼쳐진 넓은 품은 마치 거대한 짐승이 웅크려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줄기가 부러져 나간 뒤 생긴 상처를 나무는 스스로 감싸 안았다. 깊은 상처는 살아남은 다른 줄기의 껍질이 부드럽게 덮었고, 곁에서 자란 새 줄기들은 꿈틀거리며 안쪽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아픔의 세월을 거치며 나무는 오랜 안간힘으로 부러지기 전의 모습 못지않게 근사한 수형을 이뤘다. 부러진 줄기를 바라보면서도 생명을 놓지 않고 새 가지를 틔워 생명력을 회복한 질긴 인내가 볼수록 신비롭다. ●300년 전 태풍에 부러진 가운데 줄기 문화재청 자료에는 천연기념물 제35호인 이 나무는 고려 도공이 살펴 키운 것으로 나이는 300살 정도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일단 고려 도공이 살핀 나무라는 사실과 300년 전에 심은 것이라는 시간의 불일치가 그렇다. 게다가 300살 된 여느 푸조나무에 비해 클 뿐 아니라, 300년 전에 부러졌다는 사실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처럼 큰 피해 뒤에도 살아남는다는 건 웬만큼 큰 나무가 아니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푸조나무는 마을에 태풍이 닥친 300년 전에도 이미 큰 나무였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고려 청자 가마터가 스러지던 즈음인 600여년 전에 도공들이 심고 키웠던 나무일 수 있다. “박물관이 들어오면서 살림이 많이 달라졌어요. 농사 짓던 땅에 박물관을 지으니 농사 규모가 줄었지요. 그 바람에 마을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지금은 마흔 가구 남짓 있지만, 농사일도 옛날 같지 않아요. 변하지 않은 건 당산나무뿐입니다.” ●마을 어귀 지키며 귀향객 맞아 수도권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소를 키우는 조규남(54)씨 이야기다. 조씨가 지친 몸을 끌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에는 청자박물관이 세워진 뒤였다. 논과 밭이 풍성하던 고향 풍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나마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건 당산나무뿐이었다. “우리 당산나무가 대단한 나무야. 옛날에 어떤 가난한 나무꾼이 그 나뭇가지를 꺾은 적이 있었다고 해. 그 사람이 제 명대로 살았겠어? 급살을 맞고 죽었지. 그만큼 우리 나무가 신성한 나무라는 말이야. 아직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올리지.” 조씨의 집 조붓한 앞마당으로 불쑥 찾아든 옆집 박정임(86) 할머니가 나무 이야기를 덧붙인다. 박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아직까지 마을을 떠나지 않아, 사당리 당산나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조씨가 거든다.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잘 지키려고 날을 잡고 모여서 얘기하곤 했어. 나무에 거름이라도 줘야지 싶으면 마을 사람들이 돈도 십시일반으로 추렴하고, 일도 거들면서 지켜온 나무인걸.” 열아홉 살에 이 마을로 시집 왔다는 조씨의 어머니 하금댁(84)도 한마디 보탠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면서부터 굳이 마을 사람들이 나무 관리를 위해 별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무의 건강을 살폈다고 한다. ●해마다 칠월칠석에 나무의 안부 살펴 극진한 보호 속에 살아온 사당리 푸조나무는 사람들의 들고남을 모두 바라보았다. 처음엔 우리 민족의 자랑 가운데 하나인 고려 청자를 빚어내던 옛 도공을, 다음에는 가마터가 스러진 자리에 깃든 농민을, 이제는 간단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의 들고남을 바라보며 나무가 보낸 계절이 1000번을 넘는다. 긴 세월 동안 말없이 사람살이를 지켜보는 나무에게서 사람살이의 모든 추억을 되살리게 되는 까닭이다. 글 사진 강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51-1. 서울에서 강진을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의 종점까지 간 뒤 국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목포톨게이트에서 3㎞ 쯤 가서 나오는 죽림분기점에서 국도 2호선으로 빠져나가면 강진군청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강진군청 못 미쳐 강진의료원 앞 남포사거리에서 3.5㎞ 직진하면 목리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에서 국도 23호선으로 우회전하여 15㎞ 정도 남진하면 미산삼거리에 이른다. 좌회전하면 곧바로 고려청자도요지와 청자박물관이다. 나무는 박물관 부지 끝 건너편 도로변에 있다.
  • ‘뼈트라이커’ 김정우 “맏형 노릇 부담스러워 전북 선택”

    ‘뼈트라이커’ 김정우 “맏형 노릇 부담스러워 전북 선택”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팀 내 최고참이 되거나 주장 완장을 차면 선수는 조금 달라진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휘어잡기도 하고, 따뜻한 배려로 동료들을 뭉치게도 한다. 책임감이 그렇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30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전지훈련 중이 브라질 상파울루주 이투시에서 만난 김정우(30)는 확실히 ‘보스 체질’이 아니다. 선배 말은 깍듯이 듣고, 동생들은 살뜰히 챙긴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은 못 된다. 관심을 많이 받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안 그래도 ‘앙상한’ 몸에 살이 더 빠진다고.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예민한 성격이다.  여러 구단의 손짓을 뿌리치고 전북을 택한 것도 사실은 “형들이 많아서”였다고 장난스럽게 고백했다. “항상 우승후보인 팀, 강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발전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형들의 존재가 큰 유인 요소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상주에서도, 성남에서도 김정우는 외로웠다. 고참들이 없는 상황에 주장까지 맡아 부담감은 극에 달했다. 그라운드에서도 혼자 해결할 생각에 분주했고, 숙소에서도 말없이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다 전북에 오니 천국이다. 김상식(36)과 이동국, 정성훈(이상 33)까지 위로 형들이 빽빽하다. 김정우는 “형들이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풀어준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부담없이 그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참 좋다.”고 활짝 웃었다. 표정도, 피부도 참 밝아졌다.  그런 김정우에게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아찔한 기억이다. 박주영(27·아스널)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홍명보호에 승선했지만 매일이 가시방석이었다.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은 큰데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가뜩이나 낯 가리고 예민한 성격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 일쑤였다고.  김정우는 “스트레스 받고 그라운드에서도 제 컨디션 안 나오고 피로도 계속 쌓이고 너무 힘들었다. 살이 쪽쪽 빠졌다.”고 회상했다. ‘보스 기질’ 없는 김정우에게는 조금 어색했을 자리. 홍명보 감독의 구애에 후배들과 뭉쳤지만 마음 고생만 잔뜩 하고 돌아왔단다.  그래서 미리 선포했다. 김정우는 “다시는 와일드카드로 가면 안 되겠다는 걸 느꼈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혹시 날 런던올림픽 멤버로 생각하셨더라도 부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사양했다. 카리스마 ‘뼈주장’보다 형님들의 ‘귀요미’이고 싶은 김정우다.  이투(브라질)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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