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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 자의 서해 직항로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 보였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 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 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 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 볼 날이 없었다. 고려호텔 2층 뷔페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 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으나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봤다. 북측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묵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는 것으로 평양 일정은 시작됐다.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우리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측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 꼿꼿이 서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지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됐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 주었다. 공연에 등장한 배우들의 한복 디자인은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했다.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됐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거리를 걸어갔다. 저녁 환영만찬이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 중 한 사람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평양 방문은 우리에게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9월 19일. 방북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 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다.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평양에서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 주었다. 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밤 9시쯤이었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우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 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 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젊은 가수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새벽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 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됐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 빈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꽃은 졌지만 잎이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나는 은밀하게 봉투에 넣었다. 숲에서 발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가락 길이만 한 가문비나무 어린 새싹을 살짝 뿌리째 뽑아 들었다. 아름드리나무가 내 수첩 속으로 들어왔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이정미 대표 “김정은 답방 때 국회 연설 추진하자” 제안

    이정미 대표 “김정은 답방 때 국회 연설 추진하자” 제안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국회 연설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또 남북 의회가 국회 회담 뒤 판문점선언을 동시 비준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정미 대표는 1일 오전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평양 시민 앞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소개한 북한의 대담함에 우리도 화답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과 정부 측에 적극적 검토를 요청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남북 의회가 국회회담 뒤 연내에 판문점선언을 동시 비준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양측의 국민 대표기관에 의해 굳건해질 것”이라면서 “남북에서 동수의 적정 인원이 참가하는 실속 있는 회담을 11월에 개최해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지지를 세계에 호소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북핵 위기가 극대화된 시절에 만들어진 국방개혁 2.0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북핵 시설을 직접 겨냥한 한국형 3축 체계는 현재 시점에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부·여당에 흔들림 없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과연 속도 조절이 문제인가. 진짜 문제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여당은 과거 회귀 세력과 힘겹게 타협할 것이 아니라 정의당과 미래를 두고 경쟁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한 원칙을 나열하면서 “투기 품을 일으키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공공형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전원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집 없는 서민의 안정적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공직자의 35%가 다주택자이고, 국회의원 119명이 다주택자이며, 74명은 강남 3구에 집이 있다”면서 “자발적 1주택을 실천해 우리 안의 기득권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대 국회는 30년 만에 찾아온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지 마지막 기회”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의원 정수를 360석까지 확대해야 한다. ‘반값 세비’를 해서라도 국민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민생 5대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면서 “미투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낙태죄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는 노회찬 전 대표가 발의한 4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라면서 “노회찬의 유산이 우리 국회 전체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법안 처리에 협조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미 대표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권순일 대법관과 이민걸·이규진·김민수·박상언·정다주 판사의 실명을 나열하며 “이들은 이미 드러난 행위만으로 심판받아 마땅하다”면서 “국회가 탄핵절차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수행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안도현 시인이 서울신문에 당시 감동을 담은 기행문을 보내오셨습니다. 안 시인이 보고 느꼈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선 볼 수 없었던 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들을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북한의 풍경들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자의 서해 직항로의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보였다. 이른 새벽 해 뜨기 전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 순안비행장이라 불리던 평양국제비행장 청사는 현대식 건물로 면모를 완전히 바꿨고, 의장대와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의 함성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차범근도, 유홍준도…벅찬 감동에 “왜 이렇게 눈물이”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고 우리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표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버스 바깥도 버스 안도 만남의 감격의 출렁거렸다. 선두에서 남북 정상은 정상끼리, 행렬 뒤쪽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는 우리끼리 만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 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썬팅 처리된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볼 날이 없었다. 누군가가 눈물 타령한다고, 감상적이라고 또 이죽거린다고 해도 평양에서는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식수행원들의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들의 숙소는 고려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고려호텔은 별다른 장식 없이 조용히 낡아가고 있었다.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는 사과, 배, 귤, 바나나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과자, 사탕, 껌이 담긴 접시 하나가 ‘당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내게 재떨이는 또 반가운 선물이었고. 호텔 창밖으로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평양 시내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평양역 구내로 화물차와 전철이 쉼 없이 오가는 게 보였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 2층 뷔페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북쪽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룩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으면서 나는 1930년대 후반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외교’ 동행한 리설주 여사 ‘깍듯한 환대’ 인상적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와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등 체육계 인사,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14호차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쪽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고 부동자세에 가까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이기 전에 젊은 부부가 웃어른을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예절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분명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이어서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김원균은 북한의 국가와 ‘김일성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사람으로 북한 정권 초기 앞장서서 음악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재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되었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 ‘그대 없이는 못 살아’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주었다. 남쪽의 대중가요를 선곡한 것도 모두 남쪽 손님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한 거라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왠지 불편했다. 낯간지러운 가사와 트로트풍의 가요를 내가 모두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 북한 식당을 들렀을 때 점점 남쪽 사람들의 입맛대로 음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한 것이다. ●‘홀로아리랑’에 눈물…“어떤 난관도 아리랑 고개 넘듯 헤쳐 가야” 환영공연에 등장한 인민배우들의 한복 디자인도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원래의 것을 놓치고 남쪽을 흉내 내는 일로 남쪽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원래의 북한을 유지해야만 화해와 협력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전될 것이 아닌가.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되었다. 가사 뒷부분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남쪽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2018년 평양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걸어가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주최하는 연회”가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 것으로 나는 평양 방문을 한 것에 대해 우쭐거려 보려고 한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당중앙위 조용원 부부장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말하고자 하였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은 찡그린 얼굴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한 사람은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에서 가장 현대화한 지역은 미래과학거리 구역이었다. 여기에는 전에 없던 현대식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곳에는 과학자, 연구자, 교육자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했다. 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였다. 북에서는 이걸 수삼나무라고 부른다. 이밖에 평양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나무들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다. 봄이 되어도 평양 거리에 벚나무들이 벚꽃을 휘날리는 일은 없다.9월 19일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번 평양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공동선언은 남쪽에 생중계 되었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웅장한 집단체조…남북 정상을 향한 15만 환호는 ‘지축 진동’ 평양 방문은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고,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모두 300g이었다. 평양교원대학은 우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합친 교육기관이다. “어린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주기 위해 한 동이의 물을 들이키는 심정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평양 방문 때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집에 그 판화를 가져와 펼쳐 놓고 다시 보아도 내 선택이 현명했던 건 분명하다.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지축을 울린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수사일 것이다.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했다. “남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공연이지. 아이들을 저렇게 동원해서 연습 시키면 가만히 있을 엄마가 한 사람도 없을 걸.” 씁쓸했지만 그게 또 우리의 현실이었다. 1970년대 중반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중학생이었던 나도 마스게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어린 우리는 뙤약볕 속에서 살을 태워가며 연습을 해야 했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북쪽 안내원이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엄마는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답니다.”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저녁 9시경이었다. 20일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갑작스런 통보가 전해졌다. 평양 방문 내내 우리는 그 다음 일정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였다.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남과 북의 안내원 말이 다를 때가 있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특별수행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백두산은 밤에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든 젊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9월 20일 새벽 1시까지 큰 짐들을 호텔 로비에 내려놓으라는 전갈이 왔다.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되었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서 빈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남북을 위한 백두산의 환대, 이젠 평양도 백두산도 멀지 않더라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의 공기였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마음껏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삼지연의 공기를 팔아 돈을 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연비행장과 그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터미널이 신축되었고, 활주로는 깨끗하였다. 백두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깔나무(냑엽송),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나이 드신 손님들을 위해 속도를 80㎞ 이하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백두산과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1920년대에 육당 최남선이 쓴 ‘백두산근참기’를 나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꽃은 졌지만 잎은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봉투에 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백두산과 천지 주변을 마음껏 걸으며 둘러보고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사귀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 나의 ‘백두산근참기’는 완결편을 갖게 되었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이정미 “한국당만 정상회담 부정하면 스스로 고립된 상태로 가는 것”

    이정미 “한국당만 정상회담 부정하면 스스로 고립된 상태로 가는 것”

    지난 18~2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보수 야당이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는 데 대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방북 다음날인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비핵화는 이미 북한에서 진행 중에 있다”며 “이번 합의에서는 그다음 어떻게 더 나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얘기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그 의지(비핵화)가 있기 때문에 영변에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까지도 완전히 폐쇄할 수 있다, 영구적인 폐기라고 하는 표현까지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진정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한다면 이런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그것을 견인해 나가야 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며 “하고 있는 일을 안 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는 건 정말 현실을 계속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이미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한국당만 이런 입장을 낸다고 한다면 스스로 계속 고립된 상태로 간다”며 “진전되고 있는 남·북·미 관계에서 그것을 그냥 아니라고만 홀로 외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13년 만에 평양을 다녀왔다는 이 대표는 북한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방북 소감을 밝혔다. 특히 예전과 달리 미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정치적 슬로건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리마다 과학기술을 굉장히 중시하는 슬로건들이 쭉 부착돼 있었다”며 “평양 시내 거리가 새로운 건물들로 다 조성됐는데 예전만 해도 평양이 시멘트 위에다 색깔을 입히지 못한 상태였는데 여러 가지 세련된 색깔로 건물이 잘 조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는 전쟁 대결보다는 기술력을 향상시켜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그런 의지를 읽을 수가 있었다”며 “특히 거리에 집에서 기를 수 있는 꽃붕어를 파는 상점 등 굉장히 많은 상점들이 있었고 예전과 다른 활력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북한 집단체조 공연 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과 백두산 등반을 꼽았다. 그는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건 둘째 날 저녁 능라도에 있는 5·1 경기장에서 15만명 정도 되는 평양 시민들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던 것, 바로 어제 백두산을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함께 방북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의 일정 첫날 북한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 불발로 국내에서 논란이 된 데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면담 일정이 잡혔는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여러 각계각층 대표들을 다 접견하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저희가 그러면 그 자리에서 국회회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지 않겠나 다음 날이라도 잠깐 시간을 따로 잡아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전달했다”고 설명?다. 이어 “전달 통로가 저희가 직접 통화하거나 실무자 파견해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금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거기는 인터넷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남쪽의 상황을 전혀 몰랐는데 상당히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나 SNS에 퍼져 있는 걸 보고 좀 놀랐다”며 “오해가 우리 국민에게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상 첫 경복궁 환영식…한라산 등반 기대감도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코스에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두 정상의 한라산 방문은 20일 백두산 등반에서도 화제가 됐다.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롯데월드타워· 서울타워 등 랜드마크 거론 김 위원장의 공식 환영식 장소로는 청와대가 가장 무난하지만 지난 1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 환영식이 열렸던 창덕궁 사례에 비춰 그보다 큰 경복궁 환영식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남산 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등 주요 랜드마크 방문도 일정에 포함될 개연성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일반 시민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보수층의 반대 시위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그니처 메뉴’인 평양냉면 인기 식당을 찾아 서울식 평양냉면을 맛보는 장면을 그려 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한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 일대,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출발지인 용산역 방문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평양 방문에 동행했던 경제인과 함께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방문할 수도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남북 공동기념 사업 관련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다. ●국회 연설 주목… 서울시민 직접 만날 수도 문 대통령이 수많은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했듯 김 위원장이 대중연설이나 국회, 대학 등에서 연설할지도 관심이다. 우리 문화에서 대중을 동원하기는 힘들고 국회 연설은 야당이 반대 시위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학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평양 시민을 만났듯 김 위원장이 서울 시민을 직접 만나는 일정을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후보지 몇 곳을 둘러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별장인 ‘화진포의 성’ 방문도 거론된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화진포의 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어린 시절 들러 휴양을 즐기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기록도 남아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의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대국민보고

    [전문] 문 대통령의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대국민보고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20일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성원해 주신 덕분에 평양에 잘 다녀왔다”며 “정상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뤘고 최상의 환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국민보고’에서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숙원”이라며 “그 숙원을 이루는 길에 국민 뜻과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대국민보고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성원해 주신 덕분에 평양에 잘 다녀왔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보셨듯이 정상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뤘고, 최상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3일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두 정상 간의 신뢰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 방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북측에서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단을 정성을 다해 맞아 주었습니다. 오고 가는 동안 공항과 길가에서 열렬하게 환영해주고 환송해 준 평양 시민들께 각별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두산에 오가는 동안 삼지연공항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배웅해 준 지역 주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단체조와 공연에서 15만 평양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 사상 최초로 연설을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들은 한반도를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저의 연설에 대해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3일간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날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데 사용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돼야 하므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준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행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는 차원에서 우선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습니다.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 빠른 진행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 방북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북한이 우리와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염원한 것은 지난날과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 외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의할 문제다’라는 입장 보이며 우리와 논의하는 것을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순탄하지 않고 북미대화의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과 긴밀히 연계된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 하게 되면서 북한도 우리에게 북미대화의 중재를 요청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의를 했습니다 나는 미국이 이와 같은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 해가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의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관해 가장 중요 결실은 군사분야 합의입니다.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남과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간의 위협적인 군사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남북간에 있어서 정전협전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종전에서 나아가 미래 전쟁 위협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구두로 합의된 것들도 있습니다. 국회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자체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전면 가동을 위해 북측 몰수 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동의했습니다. 올해는 고려건국 1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2월에 개최되는 대고려전에 북측 문화제를 함께 전시할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기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그에 대해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평양에 가기 직전인 지난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문을 열었습니다. 남북대화와 협력이 상시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라는 의미와 함께 남북이 본격적으로 서로 오가는 시대를 연다는 그런 의미를 갖습니다. 여유를 두기 위해서 11월 가까운 시일내라고 표현했지만 가급적 올해 안에 방문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저나 우리 국민들께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보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에 대한 그의 생각을 그의 육성을 통해 듣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오늘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백두산에 다녀왔습니다. 천지에 올라 저는 우리 국민들이 굳이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땅에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를 하루빨리 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 개최하고 오늘의 성과가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회의 초당적 협력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오직 국민들의 힘으로,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평양회담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숙원입니다. 그 숙원을 이루는 길에 국민 뜻과 늘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정은, 사상 첫 국회연설 성사될까

    김정은, 사상 첫 국회연설 성사될까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코스에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두 정상의 한라산 방문은 20일 백두산 등반에서도 화제가 됐다.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공식 환영식 장소로는 청와대가 가장 무난하지만 지난 1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 환영식이 열렸던 창덕궁 사례에 비춰 그보다 큰 경복궁 환영식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남산 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등 주요 랜드마크 방문도 일정에 포함될 개연성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일반 시민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보수층의 반대 시위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남북 정상회담의 ‘시그니처 메뉴’인 평양냉면 인기 식당을 찾아 서울식 평양냉면을 맛보는 장면을 그려 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한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 일대,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출발지인 용산역 방문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평양 방문에 동행했던 경제인과 함께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방문할 수도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남북 공동기념 사업 관련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다. 남북 정상이 함께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등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문 대통령이 수많은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했듯 김 위원장이 대중연설이나 국회, 대학 등에서 연설할지도 관심이다. 우리 문화에서 대중을 동원하기는 힘들고 국회 연설은 야당이 반대 시위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학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평양 시민을 만났듯 김 위원장이 서울시민을 직접 만나는 일정을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후보지 몇 곳을 둘러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별장인 ‘화진포의 성’ 방문도 거론된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화진포의 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어린 시절 들러 휴양을 즐기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기록도 남아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 “경쟁력 하락 우려”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 “경쟁력 하락 우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정부는 실제로 이전을 추진할 기관을 분류하는 중이다. 국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은 지방 이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 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한 금융 공기업 직원 중에서는 그 지역에 정착해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 근무하는 최모(38) 과장은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부산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옛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등 4개 기관이 합해지면서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 거래소는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 해제됐다. 2006년 입사한 최 과장은 서울 사옥에서 일하다가 2012년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최 과장은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새 직장을 찾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과장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2년 뒤 입주할 예정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 회사에서 전세 지원을 해 줘서 신혼집을 어렵지 않게 구했어요. 서울보다 물가가 싸고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아서 생활하기엔 훨씬 좋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요.” 반면 또 다른 지방 이전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윤모(45) 차장은 “교육 때문에 아이들과 아내는 서울에 있는데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합숙소에서 지내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KTX를 타고 상경한다. 본가를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온 직원들이 워낙 많아 금요일엔 오후 5시 30분에 마치고 월요일은 오전 10시 30분까지 출근할 수 있게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전할 때 젊은 직원들은 아예 부부가 함께 내려와서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녀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함께 내려오기가 힘들었죠. 최근 아내에게 중학생이 된 첫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며 아빠가 옆에 있어야 되겠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혁신도시 인구·지방세수 3000억 ‘껑충’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당시 공공기관 153개를 10개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하기로 했고 그중 현재 150개(98%)가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광주·전남), 한국에너지공단(울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충북) 등 남은 3개 기관은 내년 12월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혁신도시는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2014년 5만 9000명이었던 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8만 2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방세 수입도 2012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32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부설기관 8개를 포함해 총 162개다. 서울 124개, 경기 30개, 인천 8개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1개 중 약 45%다. 아직 절반에 가까운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이 42개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부산 23개, 세종 22개, 대구 16개, 울산 9개, 광주 5개 등이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이후인 2008년 3월부터 새로 설립된 공공기관 중에서도 51.4%가 수도권에 있다”면서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 심각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지방 이전 후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운용본부를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홀로 이주’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 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를 차지했다. 가족 단위로 옮긴 경우는 39.9%였다. 배우자의 직장 문제와 자녀의 교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부산(61.6점)이 가장 높았고 경북(56.8점), 강원(54.4점), 전북(54.0점), 경남(53.9점), 울산(52.6점) 등의 순이었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곳은 충북(40.9점)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혁신도시의 조성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금융시장 특수성 인정해야” 금융권은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추진에 금융 공기업도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금융 공기업이 서울에 있다.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2014년 이전을 마쳤다. 국책은행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근거를 둔 기업이라도 재무팀은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은행 조직은 지방에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만일 지방으로 옮긴다면 직원의 절반 이상은 매일 서울 출장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전체 직원 중 55%에 해당하는 1900여명이, 기업은행은 15%인 2000여명이 서울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설마 은행도 포함될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긴 하지만 확정 명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정에서 옮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선정할 때 해당 기관이 왜 그 지역에 있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지역개발 효과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같이 가면 시너지가 나는 기관들이 있는지, 지역 여건과 어울리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민한 흔적 없이 나눠 주기 식으로 이전을 추진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금융 시장의 특수성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유불리를 진중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인력 이탈과 경쟁력 하락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경쟁력 하락 우려”

    지방으로 짐 쌀라,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경쟁력 하락 우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정부는 실제로 이전을 추진할 기관을 분류하는 중이다. 국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은 지방 이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 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한 금융 공기업 직원 중에서는 그 지역에 정착해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 근무하는 최모(38) 과장은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부산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공공기관이었던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2006년 입사한 최 과장은 서울 사옥에서 일하다가 2012년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최 과장은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새 직장을 찾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과장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2년 뒤 입주할 예정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 회사에서 전세 지원을 해 줘서 신혼집을 어렵지 않게 구했어요. 서울보다 물가가 싸고 출퇴근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아서 생활하기엔 훨씬 좋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요.” 반면 또 다른 지방 이전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윤모(45) 차장은 “교육 때문에 아이들과 아내는 서울에 있는데 5년째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합숙소에서 지내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KTX를 타고 상경한다. 본가를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온 직원들이 워낙 많아 금요일엔 오후 4시에 마치고 월요일은 오전 10시 30분까지 출근할 수 있게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전할 때 젊은 직원들은 아예 부부가 함께 내려와서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윗직급으로 갈수록 자녀들 학교 문제 때문에 함께 내려오기가 힘들었죠. 최근 아내에게 중학생이 된 첫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며 아빠가 옆에 있어야 되겠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혁신도시 인구·지방세수 3000억 ‘껑충’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당시 공공기관 153개를 10개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할 것을 추진했고 그중 현재 150개(98%)가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광주·전남), 한국에너지공단(울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충북) 등 남은 3개 기관은 내년 12월까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혁신도시는 지역발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2014년 5만 9000명이었던 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8만 2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방세 수입도 2012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32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은 부설기관 8개를 포함해 총 162개다. 서울 124개, 경기 30개, 인천 8개로 전체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1개 중 약 45%다. 아직 절반에 가까운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이 42개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부산 23개, 세종 22개, 대구 16개, 울산 9개, 광주 5개 등이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이후인 2008년 3월부터 새로 설립된 공공기관 중에서도 51.4%가 수도권에 있다”면서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 심각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지방 이전 후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운용본부를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홀로 이주’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나 차지했다. 가족 단위로 옮긴 경우는 39.9%였다. 배우자의 직장 문제와 자녀의 교육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부산(61.6점)이 가장 높았고 경북(56.8점), 강원(54.4점), 전북(54.0점), 경남(53.9점), 울산(52.6점) 등의 순이었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곳은 충북(40.9점)으로 집계됐다. 홍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혁신도시의 조성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금융시장 특수성 인정해야” 금융권은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추진에 금융 공기업도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금융 공기업이 서울에 있다.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2014년 이전을 마쳤다. 국책은행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근거를 둔 기업이라도 재무팀은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은행 조직은 지방에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만일 지방으로 옮긴다면 직원의 절반 이상은 매일 서울 출장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전체 직원 중 55%에 해당하는 1900여명이, 기업은행은 15%인 2000여명이 서울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설마 은행도 포함될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긴 하지만 확정 명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정에서 옮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선정할 때 해당 기관이 왜 그 지역에 있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지역개발 효과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같이 가면 시너지가 나는 기관들이 있는지, 지역 여건과 어울리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고민한 흔적 없이 나눠 주기 식으로 이전을 추진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금융 시장의 특수성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유불리를 진중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인력 이탈과 경쟁력 하락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정동영 “분양원가 공개법 최우선 처리해야”

    정동영 “분양원가 공개법 최우선 처리해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3일 “다음 번 본회의에서 최우선적으로 분양원가 공개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정 대표는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부동산 광풍을 잡기 위해 정부는 수십 차례 투기지구 지정, 세제 강화, 대출 규제, 신도시 개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며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분양 3법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정상화, 공공임대 대폭 확대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분양원가 공개법은 국토교통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지금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묶여 있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국민의 85%가 지지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또 “상가는 현재 5년만 지나면 쫓겨나게 돼 있고 10년으로 늘려도 근본 해법은 되지 못한다”며 “‘백년가게 특별법’을 만들어 제2의 용산 참사와 궁중족발 사건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여야 5당 대표가 함께 간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 72%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도서관에 푹 빠진 지도자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열린세상] 도서관에 푹 빠진 지도자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뜨거운 이슈로 가득한 현 시국에 정치인들에게 도서관 이야기를 하면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서관 이야기를 한가한 것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들을 둘러보면서 도서관마다 정치지도자들의 행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기에 하는 말이다.‘도서관 공화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대통령들이 퇴임 뒤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관례화됐다. 도서관 마니아인 오바마는 퇴임 2년여 전부터 도서관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10억 달러를 모금했다. 뉴욕, 하와이와 경합 끝에 건립지로 선정된 시카고 잭슨공원을 가 보니 널찍한 터에 잔디가 곱게 자라고 있었다. 2008년 말 그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필자가 만난 미의회도서관 관계자들은 “새 대통령에게 도서관에 대해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식이 잘 돼 있다”고 했다. 상원의원 시절 전미도서관대회에서 4만여명의 도서관인들을 상대로 한 기조연설을 하여 갈채를 받았던 그는 대통령 당선 뒤 “미드맨해튼도서관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오바마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도서관 친화적 인물이다. 보스턴에 있는 케네디대통령도서관을 찾았을 때 케네디 부부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인기를 말해 주듯 내외국인으로 북적거렸다. 세계 최대 최고의 도서관인 미의회도서관은 주요 건물의 명칭을 애덤스(2대), 제퍼슨(3대), 매디슨(4대) 등 대통령 이름에서 따왔다. 건국 초기 국가 도서관 발전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라고 한다. 레이건이 그 바쁜 취임 첫해에 본관도 아닌 매디슨관 준공식에 참석한 것을 보면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도서관 중시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미테랑국립도서관은 미테랑의 의지와 열정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문화대국 프랑스의 위상에 걸맞은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의 도서관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20층 건물 4개가 지하로 연결된 이 도서관은 미테랑이 신축 계획부터 부지 선정, 설계 당선작 결정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면서 무려 40여 차례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오늘의 러시아 판도를 완성한 표트르 대제는 최초의 서구식 도서관인 과학아카데미도서관을, 에르미타주박물관을 있게 한 예카테리나 2세 여왕은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도서관을 설립했다. 무인의 이미지가 강한 푸틴은 2007년 국정 연설에서 전국 도서관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현대식 디지털 도서관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후계자 메드베데프가 완성하고 개관식에 참석했다. 러시아 정신의 보고인 러시아국가도서관이 크렘린궁 바로 앞에 위치한 것은 정치권력과 지식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영국 하원은 도서관 상임위원회를 설치해 의회도서관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상임위원 가운데 디즈레일리, 글래드스턴 등 총리가 5명이나 배출된 사실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의회도서관을 잘 활용한 정치인을 물어보니 대처를 내세운다. 탄탄한 논리에 비해 유머가 약한 대처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험생처럼 도서관에 틀어박혀 연설 준비를 했는데, 장시간 준비한 위트 넘치는 연설을 메모도 없이 함으로써 마치 평소 실력인 것처럼 과시했다고 한다. 쿠바의 카스트로는 혁명 초기 지식인들이 국외로 대거 탈출하자 남은 지식인들을 국립도서관으로 불러모아 설득하는 연설을 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해 외국 국가원수를 만날 때도 국립도서관을 즐겨 이용할 정도로 도서관을 가까이했다.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 각각 왕실도서관인 집현전과 규장각을 설립해 지식 통치를 펼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임금의 공통점은 선왕으로부터 ‘건강을 해치니 책을 그만 읽으라’는 금서령(禁書令)을 받을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권력과 지식이 결합할 때 과거보다는 미래 비전을 가진 민본정치가 가능했으며, 그 혜택은 치자와 피치자 모두에게 돌아갔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사교 시간을 줄이고 의원회관과 마주 보고 서 있는 국회도서관부터 자주 찾는 것이 어떨지….
  • [여권 토지공개념 카드] 박정희 첫 논의→노태우 ‘3법’ 위헌 시비로 무력화→노무현 때도 거센 반발

    3월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도 명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공감대를 형성한 ‘토지공개념’은 역대 정권마다 논의됐지만 번번이 논란이 됐다. 토지공개념 도입이 처음 논의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1977년 8월 한국경제인연합회에서 “우리같이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는 토지의 절대적 사유화란 존재하기 어렵고 주택용 토지, 일반 농민의 농경지를 제외한 토지에 대해 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1978년 물가 억제 대책인 ‘8·8 조치’를 통해 ‘토지공개념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태우 정부 때에 본격적으로 제도화가 추진됐다. 1989년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 등 3가지 법률이 제정됐다. 당시 경제 호황으로 땅값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자,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린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 토지공개념 3법은 위헌 시비에 시달리며 무력화됐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 6대 도시에서 1가구가 660㎡(약 200평) 이상의 택지를 취득할 때 허가를 얻도록 하고 초과 보유 시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였으나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개인의 유휴 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가격이 올라 발생한 이득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였으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1998년 폐지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토지공개념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국회 시정 연설에서 “부동산 안정대책을 준비 중이며 토지공개념 도입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공개념에 기반해 종합부동산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도입했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토지공개념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9월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이론을 주장하면서 토지공개념이 다시 등장했다. 헨리 조지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 3월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도 토지공개념이 헌법 총강에 명시됐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김성태 ‘출산주도성장’ 반대 여론 우세…“저출산은 청년 탓” 주장에 여론 악화

    김성태 ‘출산주도성장’ 반대 여론 우세…“저출산은 청년 탓” 주장에 여론 악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언급한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여성단체로부터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출산주도성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반대 의견은 61.1%, 찬성 의견은 29.3%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 비율은 9.6%였다. 대부분의 지역, 계층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찬반이 팽팽했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가 조금 높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질문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반대 의견이 절반 가량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단 국가 재정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고, 또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생각하느냐’ 이런 비판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에서 반대 의견이 무려 73.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50대와 40대, 20대와 60대 이상 순으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20년 간 1인당 연평균 400만원, 매월 33만원씩’ 지급해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저출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을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며, 그것이 일터에서의 성차별로 이어지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성차별과 불평등이 출산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저출산’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차별적인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인구절벽은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제1야당 대표는 여성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라. 정치권과 정부 또한 제대로 된 현실 인식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힘쓰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며칠 전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김 원내대표의 주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놔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방안’ 포럼에 참석해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면서 “우리 부모 세대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아이를 많이 낳았겠는가.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지난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응답률은 7.6%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文, 소득주도 성장 환상 벗어나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제민주화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무모하다고밖에 칭할 표현이 없다”며 “경제 민주화를 통한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또 지난 개헌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약속과 달리 개헌에 사실상 반대를 해온 한국당이 국민께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성태의 변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맹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바른정당 소속이던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유사한 주장을 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반기업 정서가 낳은 한국경제 눈물의 씨앗”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2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최저임금법을 존중하고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다수 자영업자의 현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지만,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계층이 노동 의욕을 상실하게 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실을 더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3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제는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일정 금액의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정책으로 복지행정 분야에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 구조 창출을 위해서라도 최저생계비 기본소득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정치에는 장기적인 계획 없이 눈앞의 선거에만 급급해 정책을 개발하거나, 짧은 상황 변화에 따라 소신을 굽히는 문화가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며 “자신의 말을 바꾸려면 기존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도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인상 속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제의 경우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자는 차원에서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뉴스 분석] “판문점 선언 결의를”… 바른미래, 남북대화 지지로 제3당 굳히기

    [뉴스 분석] “판문점 선언 결의를”… 바른미래, 남북대화 지지로 제3당 굳히기

    손학규 “비준해야”이어 한국당과 차별화 지상욱 “찬성 비율 왜곡”… 당내 반발도바른미래당 지도부가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며 연일 남북 대화 국면에서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비준 동의 이전에 선비핵화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고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자는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 등을 언급하며 비준동의안 처리 전에 판문점 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결의안 채택 이후 비준동의안에 대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국제 관계도 있으니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아야 하고 의원과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결의안부터 논의해 보자는 바른미래당의 접근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국당과 차이가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이 정권의 행태는 북핵 폐기라는 본질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을 향해 “민주당 아류정당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종전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이 국회 결의안을 제안한 것은 제3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전향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풀어가자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한국당과 차이가 있다”며 “남북 대화가 점차 진전되고 정부의 의지가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면서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지상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대해 찬성이 72%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는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굿판 멈춰라”

    김성태 “소득주도성장 굿판 멈춰라”

    “‘세금 중독’은 우리 경제 불의 고리 출산주도성장으로 정책 대전환 개헌·선거구제 개편 동시에 추진”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5일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중독성장’”이라며 “나라 경제를 끝판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의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40분간 진행된 연설 대부분을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이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이라면서 “소득주도성장은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며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일자리 고갈·세금 중독은 우리 경제의 ‘불(火)의 고리’”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일자리 황금알’을 낳는 기업의 배를 가르고 있다”며 “‘일자리 대못 정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 김 원내대표는 ‘출산주도성장론’을 내세웠다. 출산주도성장론을 통해 국가 출산 정책을 전환하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실패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진정으로 아이를 낳도록 획기적인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면서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상경제시국으로 국회가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종식하는 한편 국회의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연설 막바지에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블루하우스(청와대) 스피커’라고 비판하자 고성과 항의가 오가며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면 의장이 모욕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속 깊이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개인 팟캐스트에서나 나올 법한 품격 없는 대국민 선동으로 가득 찼다고 비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이해찬이 쏘아올린 ‘공공기관 지방이전’…산은·기은 제외될 듯

    이해찬이 쏘아올린 ‘공공기관 지방이전’…산은·기은 제외될 듯

    與 “122곳 모두 해당되진 않아” 선긋기 ‘밀어붙이기식 추진 않겠다’는 점도 강조 김성태 “서울 황폐화 의도” 공세 강화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당정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과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 122개 기관 중 실제로 이전을 추진해야 할 기관을 분류하고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에는 한국산업은행과 IBK 기업은행, 대한적십자사, 우체국시설관리단, 한국환경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술보증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에서 당정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산은과 기은 등은 이전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5일 “산은 등 기타 공공기관은 지방 이전 대상이 아니라고 들었다”며 “우선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분류하는 초안 작업을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한 뒤 당정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 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153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겼다. 이 법은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이 대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언급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라는 현행 법 규정에 따라 ‘재추진’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공공기관 본사 이전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끼리 경쟁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전체 122개 공공기관이 모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방 이전이 가능하고 필요성이 있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검토해 안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서둘러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은 이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울에 있어야 할 부분이 있고 지방에서 육성 발전시켜야 할 산업과 정책이 있다”면서 “무조건 수도권에 집중된 부분을 분산시키는 게 마치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일방적인 입장을 제시한 실세 민주당 당대표의 입장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다만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개인 의견으로 말하긴 그렇다”며 “여러 사람과 이야기해 본 뒤 말하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됐다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산은과 기은 등 일부 기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에도 지방 이전 이슈가 있었지만 은행에서 구체적으로 준비한 적은 없어 이번에도 특별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명박·박근혜 중단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개 움직임

    이명박·박근혜 중단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개 움직임

    사실상 중단됐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재개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추진됐다. 지난해까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총 153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단계적 실행이 중단됐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다시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언급된 122개 기관은 2007년 이후 공공기관으로 새롭게 지정된 수도권 소재 152곳 중 시행령에 따른 이전 대상 기관이다. 우체국시설관리단, IBK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방분권 실현을 주요 화두로 제시해왔다. 민주당 역시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논의해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관의 성격·업무 등을 고려해 수도권에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기관으로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역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는 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주당 역시 122개 기관 전부 이전하기보다 기관 성격과 기능을 분류한 뒤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민간 성격이 강한 기관, 지방에 유사한 기능의 별도 법인이 있는 기관, 지방 이전 시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판단되는 기관, 담당 부처가 수도권에 잔류하는 기관 등은 대상에서 빠진 바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자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서울에 있어야 할 부분이 있고 지방에서 육성해야 할 산업과 정책이 있는데 무조건 수도권에 집중된 부분을 분산시키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일방적인 입장을 제시한 실세 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우려된다”며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서울포토]이낙연 총리와 홍영표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본회의장 대화

    [서울포토]이낙연 총리와 홍영표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본회의장 대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전 이낙연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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