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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실 통폐합 대립 격화… 들끓는 정치권·언론계

    기자실 통폐합 대립 격화… 들끓는 정치권·언론계

    “기사송고실까지 폐지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협박정치다.”(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신문에 도배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청와대 관계자) 노무현 대통령의 ‘기사송고실 폐지 검토’발언으로 정치권과 언론계가 들끓고 있다. 한나라당은 송고실 폐지를 포함한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언론탄압정책’으로 규정, 즉각 철회를 촉구했고, 한국기자협회도 노 대통령의 초강경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청와대는 “송고실 폐지 발언의 취지는 합리적인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며 기자실 통폐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 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이나 정치권이 감정적으로 간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면서 “(언론이든 정치권이든)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자실 통폐합의 찬반여론이 반반 정도로 나온다.”면서 “언론의 파상공세에 비하면 그래도 여론이 청와대 조치에 호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실 문제와 정보공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기사송고실 폐지 검토’ 발언에 대해 “언론탄압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6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에 취재공간 확보와 취재원 접근 보장 방안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에 맡기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언론관계법 개정을 진지하게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이와 관련,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MBC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비밀주의 속성에 젖어 있는 우리 정부에는 정책감시를 위한 기사송고실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이날 ‘정보접근권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안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박찬구 홍희경기자 ckpark@seoul.co.kr
  • [한·미 FTA 협정문 공개] 정치권 “국정조사 검토”

    정치권이 25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문에 대해 은폐·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기로 해, 반대 운동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이날 협정문 전문이 공개되면서 일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정치권은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검토하고 있어 협상 재평가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졸속 타결을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협정문을 훑어본 결과 정부의 주장이 은폐·축소·과장됐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다음주부터 협정문의 독소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열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검증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정부측에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안 되면 협상 타결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이 제시한 협정문의 문제점은 ▲협정문 한글본 은폐 ▲세이프가드를 10년에 한번만 사용 ▲개성공단 역외가공 지정 관련, 국제규범 준수조항 누락 ▲자본시장 통합법 통과와 방카슈랑스 규제의 제2단계 이행 등이다. 한·미 FTA와 관련 없는 문제들이 협정문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부가 협정문을 국회에 공개할 당시 한글판이 준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이고 입법부의 정당한 행정부 감시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한글본 협정문이 공개된 만큼 협상 결과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검증한 뒤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한·미FTA 협정문 공개로 그동안의 논란과 억측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신뢰를 잃었던 측면이 있는 만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지스함 진수… ‘大洋해군’ 성큼

    이지스함 진수… ‘大洋해군’ 성큼

    ‘꿈의 전함’으로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25일 진수됐다. 현대중공업이 건조에 착수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대양 해군’을 꿈꿔온 해군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동급 최강’이라는 KDX-2 구축함과 수직 이착륙기 탑재가 가능한 경항모급 수송함에 이어 최첨단 이지스함까지 확보함으로써 ‘연안해군’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지스함의 전투능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라는 것. 전력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실전 능력을 검증받아본 적이 없는 탓이다. 군사잡지 편집장을 지낸 K씨는 “1987년 이란 민항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한 게 미국 이지스함이었다.”며 이지스 시스템에 대한 맹신을 경계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이지스함을 갖게 됐다는 해군의 의미부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 보좌진 L씨는 “이지스와 동급인 함정방공시스템 ‘에이파’를 독일·네덜란드 등이 이미 운용중”이라면서 “‘세계 5번째’라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라고 꼬집었다. 핵심 하드웨어와 운영시스템이 모두 수입품이란 점도 국내 생산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대목이다. 해군은 세종대왕함의 국산품 비율이 76%라고 강조하지만, 이지스함의 핵심인 탐지·요격시스템과는 무관한 선체 부속과 무기들이 대부분이다.“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는 ‘럭셔리 전투함’”이란 냉소도 그래서 따라붙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국민 알 권리 보호입법 서둘러라

    정부가 그제 내놓은 기자실 통폐합 방안은 이 정권이 국민의 알 권리나 국민과의 소통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낸다.‘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놓고도, 뭐가 지원이고 뭐가 선진화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전자브리핑제니, 정보공개 확대니 하며 정부 취재 제한에 따른 보완책을 늘어놓았으나 정부 차원의 충분한 검토조차 없었다. 심지어 예산 당국과의 협의도 없었으니 국정홍보처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번 기자실 통폐합 조치는 지난 4년 언론에 대해 적대적 행보를 취해 온 참여정부 언론 견제의 결정판이다. 언론의 눈·귀를 가리고 손·발을 묶음으로써 비판과 견제는 차단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언론사의 소유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엮는 소통의 혈맥이며, 국민 모두의 것이다. 어느 정권이 제 입맛에 맞고 안 맞고에 따라 이리저리 휘두르고 농단할 대상이 아니다. 다른 곳도 아닌 정부가 나라의 소통을 가로막고 나선 이상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시민사회와 정치권, 언론이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보수나 진보가 따로 일 수 없다. 언론자유 훼손을 저지할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회는 국민의 알 권리 보호와 언론의 정부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이 검토한다지만 다른 정파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유명무실한 정보공개법도 손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도 내야 한다. 시민단체 중심의 헌법소원도 마땅히 추진할 일이다. 대선이 7개월 남았다. 혹여라도 기자실 존폐 논쟁을 빌미로 국민을 네편 내편으로 갈라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과 역사로부터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 KBS, 수신료 1000원 인상 추진 논란

    KBS, 수신료 1000원 인상 추진 논란

    KBS가 디지털방송 전환을 명분으로 1000원 안팎의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지난 9일부터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이에 따라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확정하면서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별법안에는 ‘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전환비용 부담에 따른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 국회 등 관련기관에 건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KBS “26년간 동결… 최소 1조원 필요” KBS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끝내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난 26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KBS의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5246억원으로 예산 1조 3000억원의 40% 수준이다. 수신료가 1000원 더 오르면 연간 2000억원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KBS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래 불거진 경영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1981년 이후 지속된 수신료 동결을 첫손에 꼽고 있다. 인상안대로 수신료가 오르면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은 물론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 확대와 난시청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측 “통합징수제 폐지 등 선행돼야” 아직까지는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많다. 끊임없이 지적돼 온 방만한 경영에 대한 철저한 자기쇄신 노력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신료를 전기세에 포함해 징수하는 현 통합징수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 2004년에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2005년에는 5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법인세 환급분을 빼면 실제 흑자는 2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242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법인세 환급분 374억원, 국고보조금 81억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14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에는 한 직원이 가짜영수증으로 9억여원을, 올해 2월에는 한 기자가 제작비를 과대계상해 790만원을 횡령했다 파면됐다. 하지만 적극적인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수신료납부 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KBS정상화운동본부는 최근 “시청료 인상에 앞서 경영쇄신안과 현 통합징수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개선노력이 없는 수신료 인상안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려는 기만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는 “KBS는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 앞서 불공정 보도와 정치적 편파성, 방만한 경영에 대해 우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번 대선에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단체 신윤철 사무국장은 “KBS는 국가가 100% 출자한 기관임에도 공기업 예산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성장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시청자가 케이블TV를 통해 KBS를 시청하는 만큼 내지 않아도 되는 수신료를 또 한번 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방송환경 개선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케이블TV·인터넷 등 다매체 미디어환경이 도래하면서 언론사 광고수입이 정체된 상황을 무시한 채, 현 재정위기를 정연주 사장의 경영실패로만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찬성측 “방송환경개선 위해 불가피” BBC,NHK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신료 수입과 절반도 안 되는 직원(약 5300명)으로 공영방송 본래의 역할과 위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BBC의 경우 1년 예산만 36억 5000만파운드(약 7조 3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28억파운드(5조 6000억원)가 수신료 수입이다. 본사 직원만 해도 2만여명에 달한다. 일본 NHK의 예산 6750억엔(5조 4000억원) 가운데 수신료 수입은 6250억엔(5조원)이며, 직원수는 1만 2000여명에 이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성명에서 “KBS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큰 공공기관운영법과 맞물려 KBS를 비난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수신료 인상은 지상파를 통한 다양한 공적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알려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넘치는 범죄보도’ 경계하자/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지난 주 뉴스의 화두는 단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었다. 국내 굴지 재벌 총수의 상식에 벗어난 범죄 의혹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공인에게 기대되는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은 일반인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을 뿐더러, 사건의 전말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 주 내내 지면을 독점할 만큼 국가적, 사회적 중요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반문하고 싶다. 이 사건과 관련,4월30일 월요일부터 5월5일 토요일까지 총 40개의 기사가 실렸으며 2개의 사설이 게재되었다.5월5일을 제외하고는 1면에 1개 이상의 기사가 실렸다.4월30일 1면 기사 “김승연 회장 빠르면 오늘 사법처리”를 통해 구속을 예측하며 독자의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진실이나 해결 방향은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5일자 “김승연 회장 폭행 가담한 듯”이나 “영장 발부엔 이견, 혐의는 구속 수준” 등 비슷한 수준의 추측 기사들이 게재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한 주 동안 진행된 김승연 회장 부자의 검찰 조사나 가택 압수수색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반면 이 사건이 가진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분석하며 수사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제언하는 기사는 턱없이 부족했다.5월1일자 사설 “김승연회장 죗값 치러야 한다”와 3일자 사설 “한화가 김승연 회장 사유물인가” 등은 재벌 총수로서 처신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정당한 수준에서 처벌을 요구하는 정도에서 그쳤다.1일자 3면 기사 “검증없는 재벌 대물림, 빗나간 특권의식” 등에서 이 사건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아내려 했으나, 과연 이 사건을 전체 재벌의 문제로 일반화하여 그들이 누리는 사회적 권력의 문제나 경영권 세습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로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했다.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 의혹이 단순한 일반 범죄사건으로 취급될 수는 없겠지만, 범죄에 대한 과잉된 반응과 해석은 오히려 독자에게 불필요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범죄보도는 일반적으로 시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일깨움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의 감시기능을 넘어선 범죄보도는 개인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병리로 발전될 수 있으며 과도한 심리적·경제적 비용의 지출로 이어진다. 실제로 범죄율, 특히 강도, 강간, 살인 등과 같은 중범죄율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범죄뉴스의 과잉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독자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는 선정성과, 취재나 기사작성의 편의성 등이 아마도 범죄보도의 범람을 부추길 것이다. 모든 언론매체가 극적인 범죄를 앞다퉈 보도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에서 그것을 다룰 수밖에 없는 ‘팩저널리즘’ 관행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보도의 과잉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부작용을 생각할 때 범죄보도는 감시와 경고 기능 이상을 넘어서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주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되거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 중, 국민의 생활과 이해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사학법, 로스쿨 도입문제 등 각종 현안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에 가려 충분한 지면을 할애받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다. 지면의 제약상 이슈의 취사선택은 늘 제로섬 게임이다. 독자를 대신해 세상사의 중요성을 저울질하는 신문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더 큰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예산감시 경험 살려 부패 방지”

    “예산감시 경험 살려 부패 방지”

    “예산 감시운동과 ‘밑빠진 독 상’의 경험을 살려 바람직한 민관협력 사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정부의 예산 낭비 실태를 고발해 온 시민운동가 정창수(38)씨가 4일 국가청렴위원회 사무관으로 첫 출근을 한다. 그는 정부의 예산 낭비를 빗댄 ‘밑빠진 독 상’ 아이디어를 처음 내고 주도했다. 청렴위 민간협력팀에서 일하게 된 그는 “내가 공무원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면서 “시민단체보다 짜임새 있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관찰자나 비판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정책결정과 집행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투명사회 실천협약을 확산시키고, 반부패 관련 시민단체, 학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게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주요 업무다. 정씨는 1995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에서 시민운동을 처음 시작했다.98년에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 부장이 되면서 예산감시운동을 접한 정씨는 99년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예산감시운동 전문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밑빠진 독 상’은 그 당시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를 찾아내 고발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3년 정도는 매달 했지요. 국민들이 어렵고 멀게 느끼던 정부정책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뒀지요. 처음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나중에는 감사원이나 기획예산처 등과 협력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시민단체 활동을 접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1년 가까이 일했다. 시민단체와 국회를 거쳐 정부 업무까지 두루 경험하게 된 그는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사회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는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경험과 국회 보좌관 경험을 살려 부패 방지와 청렴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로비 제도화 검토할 때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로비 제도화 검토할 때

    정치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검은 돈 수수다.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왔던 의사협회 장동익 전 회장의 국회의원 로비의혹이 그렇고, 올 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바다이야기’ 파문이 그랬다. 둘 다 입법과 관련해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다. 검은 커넥션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불법 로비는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로비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 자료나 정보의 제공, 차기 선거에서 지지나 반대를 암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한데 힘 있는 집단이나 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당국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퇴직 후 자리 보장과 같은 불법적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로비는 곧 검은 거래란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청원권 행사의 한 방법이기도 한 로비를 없앨 수는 없는 일. 어차피 필요악과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불법적인 로비를 차단할 방법은 없을까. 불법 로비의혹이 터질 때마다 나라가 야단법석인 그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역발상의 시각이 필요하다. 오히려 로비를 제도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로비의 양성화다. 음성적이고 은밀하게 하지 말고, 공개적이고 떳떳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누굴 만나고, 무슨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로비스트로 활동할 사람은 모두 국회사무처나 법무부에 등록하고 6개월마다 활동상황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필요하다. 로비력이 강한 삼성,SK, 현대 등 대기업이나 전경련, 의사협회 등 힘 있는 이익단체들은 회장단이나 임원 중에서 로비스트를 뽑아 등록하게 하고, 국회나 정부는 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불법이 자행될 경우 로비스트 등록 취소와 소속기관 제재 등의 사법적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은 기본이다. 조승민 중앙대 국가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로비스트들이 만난 국회나 정부쪽 관계자의 명단과 목적, 주고 받은 물품의 내역을 공개하면 정당한 로비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로비가 건전하고 투명하게 된다면 불법적인 로비는 발 붙이기가 힘들 것이다. 로비제도는 정책수립 과정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조승민 연구위원은 “로비의 제도화는 청원권을 적극 보장하고,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증진시키고, 정치 시장의 자유화를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도 “국민 여론을 국회와 행정부에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제는 로비 관련법을 제정해서 로비를 제도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이미 국회에는 의원 발의로 3개 관련법안이 제출돼 있다. 물론 아직은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로비스트 양성화가 불법 로비활동 용인으로 비쳐져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우선 정책 투명성 평가를 비롯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대기업과 같은 힘 있는 집단이나 기관이 로비를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접촉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은 검토할 만하다. 아울러 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법 로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쟁 과열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jthan@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었다.‘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대학생과 시민, 그리고 퇴근 후 시위에 합류한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 전경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를 숨겨 주거나 정성스레 물 한잔을 건네 준 사람도 6월 항쟁의 숨은 주역이었다. 6월 항쟁 이후 불붙기 시작한 ‘시민의 힘’은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시민없는 시민단체’,‘명망가 중심의 운동’,‘대안 없는 비판’ 등으로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6월 항쟁으로 촉발된 시민운동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 없는 그들만의 활동이 위기 자초 26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시민운동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급성장했다. 여성민우회(8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8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88년), 환경운동연합(93년), 참여연대(94년) 등 굵직한 시민단체들이 탄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전국적으로 2만 3500여개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은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며 전성기를 누렸다. 시민운동의 영역도 정치민주화를 넘어 사회·경제민주화로 다양화되고 세분화됐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위기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이 일부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변질되고, 일부 단체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시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또 보수·진보 단체의 대립과 정치·권력화로 ‘그들만의 단체’로 바뀌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의 영향력이 떨어진 게 위기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치열함과 진정성 부족이 위기를 불렀다.”면서 “교수, 변호사, 활동가, 고액후원자 등 전문 집단이 독점한 시민운동 의제를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시민속으로, 시민과 함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6월 항쟁 당시와 같이 자발적인 시민참여 열기를 되살리는 것이 시민운동이 재도약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쟁점을 쫓아가는 운동보다는 내실화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통계와 수치로 말하자.’는 운동을 몇 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 성과는 지난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으로 나타났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보도자료를 내는데도 3개월 이상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면서 “시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 마련에 중점을 둔 단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생태지평,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등이 대표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가 이것저것 다하다가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악순환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정형화된 운동의 틀을 깨고 ‘할 수 있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과잉대표성 폐해 시민운동의 침체 원인이 명망가 중심의 운동이 빚어낸 ‘과잉 대표성’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로 한명이 여러 단체 대표로 ‘겹치기 출연’ 일부 명망가들이 각종 시민·단체 공동대표 등에 겹치기로 나서는데다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까지 독점하면서 ‘시민’의 설자리가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다.‘시민의 힘’을 보여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부 명망가들이 독점한 시민운동의 의제를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로 시민운동가인 A목사는 자신이 공동대표 등으로 있는 단체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일은 실무자가 다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자회견장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명망가 위주로 ‘이름 빌려주기’하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단체 따로, 대표 따로’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월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시민의신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시민의신문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당시 이 신문 이사 B씨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었다. ●일부 인사가 정부 자문위원회도 독점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여성단체 인사들의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 현황에 따르면 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14개, 김소림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11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11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11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10개의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손 의원은 “이들이 겹치기로 자문위원회에 나가서 과연 내실 있는 자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들의 자질 부족과 무책임을 꼬집는다. 그는 “개인 경험을 늘어놓거나 양비론으로 흘러 김을 빼놓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고 꼬집었다.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은 “정부는 책임과 권한은 주지 않고 내용은 취약한 명분밖에 없는 민관협력을 원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명망가 중심 시민운동 이제 끝내야’ 시민운동가들은 시민단체 원로들을 ‘얼굴마담’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형식에 치우친 연대사업과 급조된 기자회견 남발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장은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면 가장 열심히 하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늘 오던 사람만 기자회견장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하면서 “연대기구, 기자회견, 집회 모두 남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 대표들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정부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악한 시민운동가 처우 시민운동가 A씨는 지난해 국회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10년간 시민운동을 통해 남은 것은 5000만원의 빚뿐. 생활고에 시달리다 시민운동을 접었다. 매월 시민단체 15곳에 내는 회비만 50만원인 A씨는 “지금도 시민단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민운동 활성화의 또다른 걸림돌은 시민단체 상근자들의 열악한 처우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경실련 상근자들의 임금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운동가들에게 최소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재정적 기반에 대한 고민은 시민운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 참여연대는 올해부터 상근자 최저임금을 100만원으로 정했다.4년간 동결했던 임금을 지난해 15% 인상한 결과다. 경실련도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기본급을 95만원으로 올렸다. 한때 상근자만 90명에 육박하던 경실련은 5∼6년전 55명, 지금은 34명이 일하고 있다. 경실련은 상근자 35명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사업 영역을 통폐합하면서 지난 3년간 급여를 높이고 사람을 줄였다.”고 전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상근자에게 투자하는 비율을 높일지, 현재처럼 인력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유지할지 내년에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국회·정당 정책인프라부터 늘리자/윤성이 경희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국회·정당 정책인프라부터 늘리자/윤성이 경희대 정치학 교수

    올대선은 정책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선거 때마다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 정책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외쳤지만, 매번 정당들은 정책 대신 지역이나 이념, 혹은 정치 구호로 유권자들을 유인하였다. 왜 정책선거가 되어야 하는가. 정당간의 정책대결만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최대목표는 선거 승리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정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타 정당과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내세움으로써 더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나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여 더 많은 지지를 얻어 낼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가르기 방식을 찾게 된다. 지금까지 지지자 동원을 위해 사용하였던 방식이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이었다.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본격적으로 활개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권위주의 정권은 안정과 경제성장을 내세웠고 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호소하였다. 민주화 이후 권위주의 대 민주화라는 대결구도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각 정당은 지역주의를 선거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대선에서는 지역주의 대신 보수 대 진보라는 정치구호가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지역주의와 이념대립은 소모적 갈등을 양산시켰을 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주의나 이념대립 대신 정책과 공약이 정당 간 경쟁의 기본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닌 듯하다. 아직도 번영·평화·개혁이라든지 선진한국과 같은 정치구호만 요란스럽게 들려올 뿐 우리의 당면과제인 부동산과 교육문제 그리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하는 약속은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책대결 없는 선거가 향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있다. 왜 그런가. 이는 우리 정치가 구체적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후보자들의 선거공약을 점검하는 매니페스토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유치원생들에게 대학생 수준의 시험을 치게 하는 격이다. 우리 정치가 정책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책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가진 정책생산 인프라를 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국회에서 정책생산을 담당하는 조직은 예산정책처와 법제실 그리고 입법조사과가 있다. 정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인력을 보면 예산정책처는 50명 그리고 법제실과 입법조사과는 20명 정도이다. 한편 미국의회를 보면 정책조사를 지원하는 의회조사국(CRS)에 800명, 연방정부 회계를 감사하는 일반회계국(GAO)에 3200명의 인력이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원과 상원 위원회에 3300여명의 스태프들이 의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의원들의 보좌관 수도 한국은 6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하원의원은 20여명, 그리고 상원의원은 50명 정도의 보좌관을 두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정책인프라를 가진 국회와 정당에 정책선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치권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정치놀음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아까운 국고를 더 줄 수 없다고만 볼 것이 아니다. 국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생기는 예산낭비는 얼마나 많으며, 온 나라를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으로 내몰아서 생기는 국력낭비는 또 얼마인가. 국회와 의원들에게 정책인프라를 갖춰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결코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학 교수
  • “영문 500쪽 모니터로 보라니?”

    정부가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한·미 FTA 특위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 입법조사관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방식 때문인지 관심을 보인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협정문은 지난 20일부터 공식 공개됐지만 열람 마감시간이 임박한 오후 늦게 공개되는 바람에 23일부터 실질적인 열람이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열람만 허용하고 협정문이 3급 기밀문서라는 이유로 열람자에게 열람내용을 직·간접적으로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또 간단한 메모 이외에는 복사나 카메라 촬영 등을 금지시켜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협정문 공개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미 FTA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FTA 문건 유출’로 곤욕을 치렀다.”며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를 상대로 협정문을 공개하라던 그동안의 뜨거운 요구와 달리 사실상 공개 첫날인 이날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 등 극히 일부 의원만 열람해 빈축을 샀다. 이날 협정문을 열람한 한 보좌관은 “영문으로 500쪽에 달하는 내용을 모니터로 공개시한까지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전문가 도움 없이 내용을 해석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미 FTA 협상 결과를 검토하기 위한 ‘한·미 FTA 협상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열람을 거부하기로 하고 24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협정문의 일반 공개는 한·미 정부가 논의를 거쳐 5월 중순 이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한·미 FTA 협상 결과를 검토하기 위한 ‘한·미 FTA 협상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발대식을 갖고 정책자문단 명단을 발표했다. 시국회의 자문단은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 민변 송기호 변호사 등 반(反)FTA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온 인사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달 25일이면 700여명의 자문단이 한·미 FTA 협상문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낸다.”며 “우리는 오늘에야 자문단이 구성돼 굉장히 안타깝고 매우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한나라 ‘재보선 불패’ 적신호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신화’에 적신호가 켜졌다.4·25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마감시한을 6일 남겨둔 19일 현재 국회의원을 뽑는 대전 서을 지역구와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서울 양천, 경북 봉화 등 3곳에서 박빙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자체 분석이다.3곳 모두 패할 경우,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제기에다 연말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을의 중반 판세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와의 격차를 벌이며 추격권에서 벗어나는 양상이다. 국민중심당은 심 후보의 당락이 당의 존폐와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라 ‘인물론’을 앞세워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도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앞세워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양천의 경우, 최근 서울시가 양천구뿐 아니라 인근 영등포·강서구의 쓰레기도 목동 쓰레기 소각장으로 반입토록 한 데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이같은 결정이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의원의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와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봉화에서는 무소속 엄태항 후보가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선 지난 17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전여옥 최고위원이 이 곳을 찾은데 이어 20일 박 전 대표,22일 이 전 시장이 각각 가세하는 등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檢 구속형벌권 지속… 인권 강화 빛바래

    형사절차에서의 인권보장 강화와 불구속 수사·재판 확대를 목표로 추진됐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대부분 수정돼 빛이 바래고 말았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소외계층도 형사 절차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건부 구속 영장 발부제’의 다양한 조건이 대폭 삭제됨에 따라 “구속을 형벌로 삼으려는 검찰의 관행이 계속되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17일 “미국의 보증금 납입조건부 석방제도를 모델로 삼으면서도 더 다양한 석방 경로를 열어주려던 사개추위의 의도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면서 “차라리 피해액을 공탁하는 방법보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정 부분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남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인 한상의 건국대 법대 교수도 “국회 법사위가 다양한 석방 조건을 마련하고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대하려는 사개추위의 취지를 왜곡했다.”면서 “검찰 출신이 많은 법사위가 구속을 형벌권으로 생각하는 검찰의 입장을 들어줌으로써 돈 있는 사람들만 도와주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사개추위 논의 과정에서도 검찰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검찰은 “유전석방·무전구금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달았다. 또 속내에는 구속 수사가 주는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미 사개추위 논의과정에서 다 합의를 본 사항에 대해 검찰이 법안 심사 과정에 딴지를 걸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이 관계자는 검찰 측이 조건부 구속 영장발부제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사개추위에서 받아주기로 한 ‘영장항고제’도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항고라는 불복절차를 두는 제도인데 조건부 석방제가 사실상 물거품이 난 상황에서도 전원회의 상정을 요구하며 심의를 요청해 결국 18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개추위가 정부를 통해 제출한 형소법 개정안은 이날 논의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규정들이 통과됐고 재정신청 대상 사건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이와 함께 국민의 사법 참여를 통한 사법절차의 투명성을 높인 것도 높이 평가된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美·中 ‘펫푸드 리콜’ 통상마찰로 번지나

    애완동물 사료(펫푸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 상원이 오는 12일쯤 농업소위원회 주관으로 청문회를 예정이라고 UPI가 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의회에선 “펫푸드 대량 리콜이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 참에 미 식품의약국(FDA)이 감독을 강화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FDA는 현재 펫푸드에 대한 리콜을 제조사에 권고할 수만 있고 강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은 8일 “FDA가 펫푸드의 기준을 정하고 메이커 감시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중국업체는 “중국산 밀 단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끈하고 나서 통상 마찰로 비화될 조짐이다. 중국측은 문제의 밀 단백을 원료로 중국 내에서 만들어진 펫푸드로 애완견이나 고양이가 죽거나 아팠다는 사실은 접수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는 문제의 밀 단백을 미국 등에 수출한 중국기업 ‘쉬저우 안잉 생명공학개발회사’가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밀 단백을 사들여 연간 1만t 이상 미국에 수출해왔다면서 파문이 더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앞서 FDA는 미국 내에서 최소 16마리의 애완견과 고양이를 죽게 만든 애완동물 사료 제조에 중국산 밀 단백이 들어갔다면서 수입을 전면 중단시켰다.FDA 권고로 캐나다 소재 북미 최대 펫푸드 메이커인 메뉴푸드는 모두 6000만 캔의 자사 제품을 리콜했다.또 중국의 같은 회사로부터 수입된 밀 단백을 넣고 애완견용 비스킷을 만들어 팔아온 미국회사 선샤인 밀스도 리콜을 발표했다. 사태가 확대되자 중국의 식품수출 문제를 전담하는 국가품질감독검역총국측도 조사에 들어갔다. 검역총국 관계자는 밀 단백에 함유됐다고 미국측이 밝힌 화학성분 멜라민에 대해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한·미 FTA 시대] “中企, 외국대기업과 거래때 카르텔등 불공정 감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중소기업이 외국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카르텔(담합)과 다국적 기업의 지배력 남용행위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FTA 현안 보고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미국 대기업과의 직접 거래를 증가시켜 중소기업의 입지를 개선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는 특히 외국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부당한 하도급 거래나 ▲부당한 국제계약 체결 등 불공정거래 행위의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 나라 시장에서 양국의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무역자유화의 효과가 무력화하지 않도록 경쟁법의 집행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공정위는 한·미 FTA로 두 나라 시장에서 한·미 경쟁당국이 공동으로 관할하는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공정위는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경쟁제한 행위에는 미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이 이뤄지도록 협조체계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정치권 로비로 연명하는 부실 공기업

    도로공사가 42% 지분을 가진 건설관리공사의 노조가 부실경영으로 회사가 생존 위기에 몰리자 지난해 말 직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고 한다. 노조는 공사의 대(對)정치권 발언권 강화와 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 및 공기업 위상확보를 위해 정치권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직원 430명으로부터 4300여만원을 모아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공사 측은 후원금 동의서를 낸 직원의 급여에서 후원금을 일괄 공제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도와줬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우리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으나 건설관리공사 노조와 경영진이 보여준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건설관리공사 노조와 경영진이 정치 후원금 모금에 나선 것은 경영실적 부진으로 공사가 존립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999년 도로공사·주택공사·토지공사·수자원공사에 있던 감리조직을 통합해 출범한 건설관리공사는 200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누적적자가 108억원이나 되는 부실 공기업이다. 감사원이 민영화 재추진을 권고하고, 국회가 부실경영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인 혁신 노력을 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본사를 지방으로 옮겨 정부 지원을 확보하는 식의 치졸한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정치권에 로비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우러러보는 공기업들에 대해서 낙하산 인사와 방만 경영의 고질적인 병폐가 누누이 지적되고 있다. 공기업들이 질타와 비판을 받는 것은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공기업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기업이어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는 민간과 경쟁하는 분야나 실적이 부진한 공기업은 과감하게 민영화해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 [‘e권력’ 포털 대해부] 포털 규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제어장치 없는 거대 포털을 바라보는 요즘 정치권의 화두다. 포털로 인해 왜곡된 온라인 시장을 누군가는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불공정거래,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포털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전무한 실정이다.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열린 공간인 온라인을 통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견도 있다. 한나라당은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속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당 차원에서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여의도연구소장인 임태희 의원은 “사실상의 언론 역할을 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문제가 됐을 법한 중소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이 온라인에서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며 감시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검색사업자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측은 “포털 시장이 팽창돼 있고, 포털 3사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데도 불공정 행위를 막을 적절한 규제가 없다.”며 “불공정 분야에 초점을 맞춰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포털이 사실상 언론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제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포털을 인터넷 신문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에 제출됐다. 포털의 기사도 언론중재 대상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측은 “포털이 편집까지 하고 있지만, 포털 기사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현행법상으론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 당 서상기 의원 측은 유해한 인터넷 광고를 규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법 개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광고는 심의를 받지만, 기존 미디어의 전파력을 능가하는 인터넷 광고는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광고는 법적으로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재경 교수는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 등은 개별 건으로 접근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지만, 포털을 매체로 보고 규제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며 “인터넷 문화와도 맞지 않고 실제 규정력도 의문시된다.”고 규제 반대론을 폈다.포털규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간 시각차가 엄존한다. 보수진영은 “포털이 충분히 정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규제론을 펴고, 진보 진영은 정치적·이념적인 선입견으로 재단하면 인터넷 문화 자체를 질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론을 편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한총리후보 재산신고 누락 의혹

    한총리후보 재산신고 누락 의혹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 후보자의 관보 재산신고 내역에서 2억 9000여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시민단체가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27일 “한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서 퇴직한 2002년 11월 관보를 통해 공개한 재산과 2004년 3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으로 복귀할 때의 재산을 비교한 결과,1년 6개월 동안 증가한 재산 중 2억 9236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기간 한 후보자와 부인의 재산 증가 총액은 약 5억 2661만원이지만 부동산 증가분(가격상승)과 국세청에 신고한 수입(급여) 등 소득 증가액은 2억 342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증가액과 소득신고 증가액과의 차이인 2억 9236만원의 출처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인사의견서를 28일 국회에 제출한다. 한 후보자의 재산은 ▲예금이 1억 6778만원에서 3억 4377만원으로 1억 7599만원 늘어났고 ▲부동산(신문로 주택)은 9억 8362만원에서 10억 7019만원으로 8657만원 증가했다. 부인 최아영씨의 재산은 ▲예금이 5억 3930만원에서 7억 9990만원으로 2억 6051만원 늘었고 ▲대지(장교동) 가격이 1억 6294만원에서 1억 6739만원으로 445만원 올랐다. 총 재산은 2002년 11월 19억 4555만원에서 2004년 3월 24억 7216만원으로 5억 2661만원이 증가했다. 문제는 한 후보자와 부인의 예금 증가액이 소득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법률사무소인 김앤장 고문과 산업연구원 원장을 지냈는데 이 기간 월급을 합쳐도 1억 5713만원(세금공제전 1억 9704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본인 소유 부동산 증가액 8657만원과 부인 소유 대지 증가액 445만원을 더해도 나머지 돈에 대한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인천 남동구 임야는 4466만원에서 3075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져 1391만원이 감소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에서 물러난 1년 6개월 동안 재산 내역을 비교해 볼 때 이 두 곳을 통한 소득 외에는 다른 소득 내역을 찾아 볼 수 없다.”면서 “재산 공개 액수의 차이가 불성실한 재산 신고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도된 재산 누락이나 소득 누락 때문인지, 그 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는지 청문회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영주 국무총리실 과장은 “1년 6개월 동안 5억 2000여만원의 재산 변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설명 가능한 액수”라면서 “전혀 문제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명했다. 그는 “김앤장과 산업연구원 재직 때 받은 급여 2억여원, 예금 7억여원에 대한 17개월간 이자 소득, 명퇴수당 8000여만원, 매월 300여만원씩 지급된 연금, 부인 최씨의 관보누락 예금 6000여만원 등을 합치면 거의 차액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관보 누락 예금과 관련해서는 “2001년 12월31일자 관보 게재 과정에서 관보 측의 실수로 부인 예금 6000여만원이 누락됐지만, 보완신고 과정에서 행정자치부에서 발행한 신고서가 있기 때문에 증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한 후보자 측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2002년 소득세 납부 내역에서 명퇴수당 8000여만원에 대한 납세 내역을 찾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탈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세청이 올 3월에 발행한 한 후보자의 소득금액증명서엔 “2002∼2005년 귀속 갑근세 및 종합부동산세 외 타 소득세 납세사실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개헌드라이브 어떻게 돼가나

    개헌드라이브 어떻게 돼가나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26일 부산·경남·광주·강원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헌법개정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헌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선 갑론을박을 펼쳤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광주 토론회에는 헌법학자·시민단체·법조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법무부 김영준 법무심의관의 ‘헌법개정 시안’의 주요내용 발표를 시작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조선대 김병록(법학과) 교수는 “대통령·국회의원 임기주기는 정부가 마련한 ‘제2안’처럼 1개월 시차를 두고 선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는 A정당이 대선을 거머쥐면 B정당이 다수석을 차지해 상호 견제·감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궐위 시의 후임자 임기와 관련,“대통령 궐위 시 남은 임기는 부통령이 자동으로 승계하면 된다.”며 ‘정·부통령제’ 도입을 제안했다. 광주경실련 김재석 사무총장은 “‘대통령·국회의원 임기주기 일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단체장과 의원을 동시에 뽑는 지방선거처럼 일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싹쓸이’하는 폐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선숙 변호사도 이에 동조했다.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토론회에서도 찬반 양론으로 엇갈렸다. 강재규 인제대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굳이 일치시키려 한다면 2012년 2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제1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개토론회’에는 학계 법조계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재호 교수는 “대통령이 당과 국정을 책임지는 당·정 일치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뒤 2012년 2월 대선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제1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4년제 연임안에 대해 먼저 논의를 한 뒤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김정한기자·광주 최치봉기자 jhkim@seoul.co.kr
  • [녹색공간] 미국을 위한 FTA는 그만두자/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아버지의 나라로 자임하는 미국은 국익을 쌓기 위해 항상 바쁘다. 미 정부는 그 아버지의 당연한 권위과 책임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세계 여러 나라와 미국의 이익에 충실하게 관계를 맺어 간다. 미국은 그 국익을 위해 때로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한다. 미국의 국익은 곧 세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한·미 간에 1년 이상 계속 협상이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그중의 하나다. 미국도 국익을 관철한다고 하고 한국도 국익이 아니면 안 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진실인 것인가. 지난주 양국 고위급회담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끝을 향한 통상장관급회담을 개최한다. 미 행정부에 주어진 이른바 무역촉진권한 마감시간을 엄수하려고 고위급 회담을 열어 일괄 정치타결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반대여론이 높고 쟁점이 산더미 같은데 통상장관급에게 맡겨 해치운다는 것은 대단히 불유쾌한 일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나 김종훈 협상대표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만이 목표일 것이다. 총리 내정자인 한덕수 부총리도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하는 자유무역협정 추진론자이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억으로 1999년 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협상이 결렬되던 시애틀에서 당시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표발언에서 “다자간 무역자유화 촉진이 미래 번영에 최선의 길이며 뉴라운드 협상은 일괄 타결돼야 한다.”며 농산물 개방 등을 주장하다 환경보호, 농업주권 등을 요구해 온 한국의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표성을 보장받은 통상라인이 밀어붙일 졸속협상이 무척 우려된다. 이번 주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국익을 주장하는 요구와 압박은 미 무역대표부 및 미 의회에 이르기까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한·미 간 협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협상시한과 협상의 내용에 한국 정부가 방어하고 쫓아가기에 급급한 과정이었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 시기라는 것을 내세워 협상시한을 한정해 두고, 협상의 큰 쟁점은 대부분 미국 이익을 위주로 한 것이다.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우리 국민들은 상식의 주판알을 튕겨 보아도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 미국이 곶감 빼 먹듯이 우리로부터 거의 모든 양보를 욕심스럽게 얻어내고 있다는 것도 다 보고 있다. 미국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의 완전개방을 요구하며 특히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전면 보장하라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다. 우리 쇠고기 값이 비싸니까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싼 미국산 쇠고기를 먹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인가. 또한 미국산 대형 승용차의 한국 진출을 완전개방하라며 우리 환경기준과 세제까지 바꾸라고 한다. 자동차로 인한 수도권 대기오염이 심각해 올해부터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완화하라 하고 큰 차에 중과세하고 있는 배기량 기준 세제까지 바꾸라는 것은 우리 환경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생명과 공공안전을 아랑곳하지 않고 주권을 흔드는 처사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드러내 놓고 차분하게 진단하는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이 정한 시한에, 대통령 임기 안에 서둘러 결속할 이유가 없다.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합의 없이 협상을 마무리하면 국회비준 등 겪어야 할 홍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민생 등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태풍이 심히 우려된다. 미국을 위한 자유무역협정의 대가로 내주기에는 그동안 시민 사회가 일구어 온 녹색을 향한 정신과 환경정책 그리고 공공선, 환경농업의 씨앗이 너무나 소중하다. 김제남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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