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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시대] ‘시인 공무원’ 서울 송파구청 이규종씨

    [인간시대] ‘시인 공무원’ 서울 송파구청 이규종씨

    ‘…꽃송이마다 하얗게 흔들리며 퍼가나는 은은한 바람소리. 죽사리 일만 해오다 먼길을 떠난 내사랑이 운다. 피자마자 꽃대가 잘려진 국화꽃들이 운다.’(‘국화꽃들이 운다’ 中) ‘왕십리 역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어느 노파가 배가 고프다며 손을 벌리기에 버스비까지 털어주고 서대문 사거리까지’(‘루게릭병과 싸우는 별을 위하여’ 中) 상실감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다.‘이란성 쌍둥이’인 사랑과 함께 예술의 오래된 소재이다. 특히 가족을 잃은 슬픔은 세대의 간극을 뛰어넘는다.‘생사의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로 시작되는 향가 ‘제망매가’가 천년의 시간을 넘어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한 공무원이 형의 죽음을 추모하며 시집을 냈다.‘서울 하늘은 별빛을 기다린다’라는 이름의 시집 안에 형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오롯이 새겨 놓았다. 서울 송파구청 세무2과 이규종(47·세무 7급)씨가 애달픈 사형가(思兄歌)의 주인공이다. ●필명 ‘이훈강´으로 더 잘 알려져 이씨는 문단 데뷔 3년차의 시인 공무원이다.2003년 ‘월간 한국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2002년 11월에는 1집 시집 ‘사랑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아픔’을 냈다. 이씨는 필명 ‘이훈강(李暈江)’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햇빛을 머금은 강물’이라는 뜻이다.3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포털 다음 카페 ‘시인의 나라 이훈강 시인과의 만남’(cafe.daum.net/narakang)의 운영자로 온라인 상에서는 이미 인기 작가다.1집은 별다른 광고도 없이 회원들과 팬들의 입소문만으로도 2만여권 가까이 팔렸다. 지난달 발간된 2집 ‘서울 하늘은’은 지난해 11월 발병 7개월 만에 루게릭병으로 작고한 친형 이선종(48)씨를 떠나 보낸 슬픔과 그리움을 담았다. ●“2집은 형님의 마지막 선물” 이씨의 형님은 공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시인의 삶’을 살았다. ‘왕십리 역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어느 노파가 배가 고프다며 손을 벌리기에 버스비까지 털어주고 서대문 사거리까지’(‘루게릭병과 싸우는 별을 위하여’ 中) 걸어올 정도였다. 그의 형이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이씨는 2집 출판일까지 미뤄 가면서 형의 병상을 지켰다. 하지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었다. 사람의 정성으로 불치병을 뛰어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가을 바람에 형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이씨는 “원래 불우이웃 돕기에 쓰려던 두번째 시집의 수익금은 조카를 위해 쓰기로 했다.”면서 “이번 시집은 외롭고 지친 이들의 벗이었던 형님이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의 ‘객관적’인 삶은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체계적으로 문학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대기업을 전전하다가 공직에 들어와 경기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는 고교 시절 소설 습작을 시작한 ‘문학청년’이었다. 고 3때 대학 영문과 진학에 실패해 중도 포기했지만 오래지 않아 문학에 대한 갈망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서른 후반까지 숫자만 보고 사니까 인생에 대한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함몰되는 내 삶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퇴근 뒤 시간을 낼 수 있는 공무원이라 집에 오면 줄곧 시에만 매달렸지요.” ●한국시의 대중화를 향해… 한번 봇물이 터진 그의 시상(詩想)은 막힐 줄 몰랐다. 어느새 1000여편이나 쌓였다. 그의 시는 일반인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품위와 의식을 갖췄으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시어를 써 온 덕분이었다. 이씨는 이번 달 말부터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에 다닌다. ‘한국시의 대중화’라는 그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이씨는 “유행가 노랫말같이 일반인들이 쉽게 외울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희망”이라면서 “외롭고 고단한 이들을 위해 내 시가 작은 위안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옛 여인들의 화장품 체험해보세요”

    “옛 여인들의 화장품 체험해보세요”

    “조상들이 향유한 화장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문 박물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화장박물관 ‘스페이스 시’(SPACE C)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18일 다시 문을 연다. 유상옥 박물관장(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17일 박물관 재개관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통 화장문화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엄선된 유물들만 선보임으로써 전문성을 한층 높였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유 관장이 국내 유일한, 최대 규모의 단독 화장박물관을 연 것은 2003년 11월. 지난 30년간 개인적으로 수집해온 화장 관련 유물과 도자기, 민속품, 그림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화장품 회사의 경영인으로서, 수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사회에 공헌하고 싶었습니다.” 개관 1년여만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1000여점의 다양한 유물 전시에서 벗어나 화장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화장용구와 장신구, 화장재료 등 유물 300점만 엄선해 전시실을 다시 짰다. 삼국시대 ‘토기유병’에서 고려시대 ‘청자상감국화문모자합’, 조선시대 ‘백자청화분수기’ 등 시대별 대표적인 화장용기들과 국내 1호 분(紛)인 ‘박가분’ 등이 선보인다. 궁중에서 사용된 ‘보석대삼작노리개’ 등 장신구와 바느질 도구인 ‘규중칠우’, 고려시대 청동거울과 손톱다듬기, 조선시대 향갑노리개와 백자향합 등 시대별 화장풍습을 알 수 있는 유물들도 볼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통 화장의 천연재료 및 제조 체험공간이 마련됐다는 것. 백분·연지·미묵 등 전통 화장재료를 소개하면서, 전통 향료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직접 전통 화장기름을 만들어 보는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박물관은 재개관 기념으로 현대 미술작가 9명을 초청, 화장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조망하는 특별기획전 ‘코스모 코스메틱’도 마련했다. 화장문화를 주제로 한 회화와 비디오영상, 설치사진 등 16점을 통해 화장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특별전은 오는 10월29일까지 열린다.(02)547-9177.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버섯서 에이즈 억제 신물질 추출

    바이오 벤처 업체인 RNL생명과학은 16일 “버섯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헤르페스바이러스(HSV)를 억제하는 신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RNL생명과학은 “자작나무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인 차가버섯에서 천연 물질을 추출해 한국화학연구원에 세포 실험을 의뢰한 결과 이 물질이 에이즈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 물질이 에이즈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이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치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무궁화 보급 40%이하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의 보급률이 최근 4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무궁화 담당 연구팀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일반 가정 등의 무궁화 보급률이 30∼40% 정도로 떨어졌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80년대 이후 관공서 등의 나라꽃 심기 운동이 시들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일반 가정에서 무궁화가 병해충이 많은 수종으로 인식되면서 심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국내에 무궁화를 연구·개발, 보급하는 곳은 국립산림과학원뿐이며 그나마 무궁화 담당 연구사 1명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무궁화를 심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래종을 선택하고 있어 자칫 토종 무궁화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진주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5) 초의스님과 동다송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5) 초의스님과 동다송

    입추(立秋)가 지나니 저녁과 아침 바람끝이 제법 차다. 세상의 번잡한 세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은 자기자리를 내주기 싫어 천둥번개를 치며 몸부림을 친다. 일지암(一枝庵)에도 가을이 오고 있다. 초의 스님의 숨결이 실려 있는 일지암의 작은 차밭에는 벌써 가을준비로 수런거리고 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인 것이다. 우주의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거대한 진리를 우리는 찰나지간에 느낄 뿐만 아니라 긴 인생의 전환점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잔의 차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초의 스님이 말씀하셨던 동다(東茶) 즉 우리 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큰절인 해남 대흥사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새벽숲길 수련회’를 실시한다. 평상시 수련회 일정에 일지암을 찾아서 차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련회 마지막 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수련생들이 자우 홍련사 툇마루에 앉았다. 차 한잔을 공손히 손에 들고 맑은 얼굴을 한 수련생들은 차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우리차는 맛과 약효 둘다 겸비” 간단한 강의가 끝나자 한 수련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스님 우리 차가 좋습니까, 중국 차가 좋습니까. 요즘 턱없는 소문이 떠도는 푸얼차는 도대체 어떤 차입니까.” 차인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질문을 받고 있음에도 ‘아직도 우리의 차 문화는 대중들에게 너무도 멀리 있구나.’하는 당혹감이 스며들었다. 먼저 푸얼차에 대해 답을 했다.“푸얼차는 중국인들조차 야만인들과 유목민들이나 먹었던 흑차, 흔히 오랑캐 차로 부르기도 합니다.” 추사 김정희가 보내준 몽정차와 육안차를 직접 마셨던 초의 스님은 ‘동다송(東茶頌)´에서 “육안차는 맛, 몽정차는 약효가 있다는데, 우리 차는 그 두 가지를 다 겸했다고 옛 사람들은 높이 평했다.”고 우리 차를 극찬했다. 필자 역시 우리차는 색(色), 향(香), 미(美), 기(氣) 측면에서, 또한 요즘 현대인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웰빙 측면에서 이 세상 그 어느 차보다 ‘좋은 차’라고 먼저 못 박고 싶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마시고 있는 포도주의 예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매우 귀하고 맛있는 포도주’에 대해 그냥 오래되면 좋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많이 다르다. 좋은 포도주는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가뭄과 추운 겨울 등 자연의 악조건 속에서 힘들게 자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가 당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지금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의 보졸레누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기없는 포도 중 하나였던 보졸레누보는 자갈밭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했다. 척박한 땅이란 악조건 속에서 보졸레누보 포도나무는 땅속깊이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포도로 재탄생한 것이다. 차 나무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의 변화가 혹독한 조건에서 자란 차나무의 잎이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그런 점에서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는 좋은 찻잎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군산과 목포의 위도에 해당하는 산둥성등 몇군데를 제외하곤 우리나라 제주도 이남지역에 해당할 정도의 따뜻한 아열대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토심(土心)이 매우 부족해 찻잎의 맛과 질이 떨어진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시즈오카 등 몇몇 지방을 제외하곤 온도의 차가 매우 적어 좋은 찻잎을 수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 찻잎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 토심이 좋다는 것이다. 차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려 좋은 찻잎을 생산할 수 있는 좋은 땅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우리의 차는 맛과 영양 그리고 약리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차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우리차의 성전인 ‘동다송´은 일지암에서 초의 스님이 순조의 부마이자 사대부 차인 중 한 사람이었던 해거도인 홍현주로부터 차를 알고 싶다는 간절한 물음을 받고 이에 대한 답으로 52세(1837년)때 편찬됐다. 홍현주는 우리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추사 김정희 정약용 등과 깊은 교류를 가졌던 초의 스님은 당시 순조의 ‘부마’로 ‘실세’였던 홍현주 등 유가의 뛰어난 선비들과 한양을 왕래하며 학문과 차담을 나누었다. 모두 31구송(句頌)으로 되어 있는 ‘동다송´은 차의 기원과 차나무의 생김새, 차의 효능과 제다법, 우리 차의 우월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차나무를 직접 심고 따본 경험을 바탕으로 덖고 건조시키는 조다법을 이용, 우리차의 공(功)과 덕(德)을 찬양하고 있다. 초의 스님은 ‘동다송´에서 중국 다서(茶書)에 있는 각종 고사를 인용했을 뿐만 아니라 상세하게 주석을 달고 있어 육우의 ‘다경´에 필적하는 우리나라의 ‘다경´으로도 손색없을 정도의 노작을 만들어 냈다. 우리에게 현존하는 ‘동다송´은 태평양화학공업주식회사의 다예관에 소장된 필사본인 ‘다예관본(茶藝館本)´, 석오 윤치영의 필사본인 ‘석오본(石梧本)´, 갑술중추 경앙등초라고 쓰여 있는 ‘경암본(鏡菴本)´, 송광사 보정 스님이 필사한 ‘다송자본(茶松子本)´ 등 크게 4가지본이 있다. ‘동다송´을 통해 우리 차의 우수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의순(艸衣意恂)선사가 40세(1825년)때 터를 닦고 입적 때까지 주석했던 일지암은 지금 한국 차의 성지로 5.5평의 초당,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자우홍련사, 법당과 요사채가 전부다. 그러나 앞마당에 펼쳐진 몇백평 규모의 야생차밭을 필두로, 서해바다의 낙조를 볼 수 있는 먼 풍광은 유천(乳川)의 물맛과 함께 차의 성지로서 군계일학이다. 조선후기뿐만 아니라 일지암은 우리 현대 차문화사의 명실상부한 중흥조다.1979년 복원된 일지암은 한국의 차인들을 한곳에 결집(結集)시켰을 뿐만 아니라 초의 스님과 차 문화를 현대인들의 품속으로 되돌려 놓은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일지암의 이름은 장자(莊子) 남화경의 소요유(逍遙遊)편에 “뱁새는 일생동안 한곳에 작은 깃을 틀고 잔다.”는 구절과 한산시(寒山詩)의 “뱁새는 항상 한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나무 한가지만 있어도 편안하다.”는 구절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초의 스님은 일지암에서 입적할 때까지 40여년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윤연 홍석주 등과 다도를 논하고 시를 지으면서 ‘동다송´ ‘다신전´을 지었다. 일지암의 흔적은 일지암시집(一枝庵詩集)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장춘동은 해남 남방 20리 두륜산 일맥, 용과 호랑이 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산맥은 십구요, 계곡은 구곡이다. 대흥사의 남방이요, 북암에서 볼 때는 서쪽이요, 남암에서 볼 때는 북쪽, 이곳에 초당을 지었으니 이름이 일지암이다. 삼간 초당에는 초의 스님과 동자 한 사람, 법상(法床)에는 금으로 도금된 부처 일좌(一座), 아침저녁의 목탁소리 샘물과 수목이 의지하고 죽림의 바람소리는 가야금소리 같다. 축대를 쌓아 과원(果園)을 만들고 석간(石澗)에서 나오는 물은 죽관으로 받아 차를 끓인다. 남은 물이 고인 곳에 연못을 만들어 연못 위에는 나뭇가지를 얽어 포도넝쿨을 틀어 올리고 정원주변은 수석으로 갖추었다.” ●일지암 복원은 차문화사의 중요한 사건 그러나 초의 스님 열반 후 일지암은 화재로 소실됐다. 지금의 일지암은 1979년 후대의 차인들의 노력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1976년 여름 해인사 율원에 박태영 화백의 주선으로 박동선씨가 그곳에서 공부하던 필자와 도범 스님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필자와 도범 스님 등 방문자 일행은 토우 김종희 선생댁을 방문, 한국 차문화의 복원과 일지암 복원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지암 복원은 김봉호 박동선 김미희 박종한 김종희 안광석 조자룡씨 등 수백명의 차인 결성으로 이어졌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지암터 확인이었다.‘대둔사지´ ‘몽하편병서´ 문헌을 확인하고 대흥사 주지를 역임했던 응송(당시 90세) 스님 을 지게에 업고 다니던 1977년 2월 하순 오늘의 복원터를 확증할 수 있었다. 당시 에밀레 박물관장이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구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자룡씨가 새롭게 복원되는 일지암의 설계를 맡았다. 조자룡씨는 한국의 전형적인 다실을 찾기 위해 전국 각처를 답사했다. 결국 한국전통 초당형식을 갖춘 일지암 초당은 5.5평의 정사각형 초가형태로, 법당 겸 요사채는 15.5평의 기와집으로 일지암복원위원회가 결정한 후 1979년 2월 완공했다. 일지암의 복원은 한국현대 선차(禪茶)문화의 복원으로 연결됐다. 그때부터 초의 스님 ‘동다송´ ‘다신전´ 등 차 관련사업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켰을 뿐만 아니라 초의 스님을 추모하는 초의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차 문화의 보급이 급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지암복원은 초의 스님이 생존했던 조선후기뿐만 아니라 한국현대 차문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후기 한국차의 중흥조인 초의 스님의 자(子)는 중부(中孚)이며 호는 초의, 해사(海師), 해노사(海老師), 우사(芋社), 자우(紫芋), 병발(甁鉢) 등 여러 가지가 있다.15세 때 나주 운흥사에서 벽봉 민성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초의 스님은 월출산에서 해가 지고 보름달이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후 연담 유일선사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며 ‘초의’라는 호를 얻었다.‘초의’는 고려말 야운선사의 ‘자경문´ 가운데 있는 “풀뿌리와 나무열매로 주린 창자를 달래고, 송라와 풀옷으로 몸뚱이를 가린다.”는 구절에서 유래됐다는 설과,‘중국사략´ 가운데 “굴을 파서 즐겨 살며 나무를 얽어매어 집을 삼고 나무 열매 먹고 풀옷을 입는다.”는 구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초의선사는 요즘 현대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멀티플레이어’였다. 영국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처럼 어느 포지션에서도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실력있는 멀티플레이어’였던 것이다. 먼저 스님으로서 수행의 최고봉인 선(禪)과 교(敎)를 두루 섭렵해 대흥사 13대강맥을 이었다. 초의 스님은 또한 탁월한 금어(金魚:불화를 최고의 경지에서 그리는 스님)이자 선필(禪筆)가였다. 범자(梵字)를 익혀 범어의 뜻을 익혔으며 , 탱화를 잘 그려 당나라 최고의 탱화장이였던 오도자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와 겨룰 정도로 예서체에 뛰어난 경지를 보였다고 한다. 불교전통음악인 범패, 원예 등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장 담그는 법, 화초 기르는 법, 단방약 만드는 법 등에도 능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또 하나는 바로 남종화와 초의 스님의 인연이다. 초의 스님이 50세 되던 해인 1835년 봄 진도에서 남종화의 시조(始祖)가 된 소치 허유(小痴 許維)가 찾아온 것이다. 소치는 일지암에 3년을 머물며 초의 스님의 화법과 시학·불경과 차를 배웠다. 초의는 소치의 자질을 알아보고 추사와 인연을 맺어준다. 오늘날 한국화단의 큰 산맥인 남종화가의 탄생이 바로 초의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소치는 먼 훗날 초의 스님의 인품을 묻는 헌종에게 “세인이 모두 고승이라 하옵는데 그분은 내외전(內外典)에 달통했으며 승속간에 많은 인사와 교유하고 있다.”고 밝히는 연유가 된다. 또한 그의 자서전인 ‘몽연록´을 통해 초의 스님과 추사의 인연에 대해 “두 스승은 꿈속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회고할 정도였다. 초의선사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였다는 것은 당시 조선후기 유교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불교와 거리를 사상적으로 좁혔다는 점이다. 해남 대흥사를 중심으로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자하 신위, 연천 홍석주 등과 같은 당대의 거장들과 유·불·선에 대한 담론을 이뤄냈을 정도로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성취해낸 것이다. ●43세때 번역서 ‘다신전´ 편찬 초의 스님의 또 하나의 노작(勞作)은 바로 ‘다신전(茶神傳)´이다.1828년 그의 나이 43세 때 지리산 칠불선원에 머물며 초록(抄錄)해낸 ‘다신전´은 청나라 모환문이 엮은 ‘만보전서´에서 차에 관한 부분인 ‘채다론’(採茶論)을 번역한 것이다.‘다신전´은 차의 신에 관한 기록으로 찻잎을 따는 시기와 요령, 차를 만드는 법, 보관하는 법, 물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등 22개 항목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꾸며놓았다. 초의선사는 “전에는 승가에 조주풍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 없어져 다도를 알고자 하는 이를 위해 초록해낸 것”이라며 ‘다신전´ 편찬의미를 밝히고 있다. 초의 스님을 두고 사람들은 시(詩), 서(書), 화(畵), 차(茶) 4절(絶)이라고도 했다. 그런 점에서 초의 스님은 당대 최고의 ‘신지식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의 스님은 세속의 명리를 추구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땅끝 대흥사 일지암이란 오지에 머물면서도 요동치듯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았을 뿐만 아니라 현실 삶을 규정하는 사회적 변화를 실천하는 실천가였다. 당대의 신지식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당대 중생들 삶의 ‘개화’(開化)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초의 스님에게 음풍농월의 수단이 아닌, 전통을 이어가고 새로운 현실의 삶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 같은 것이었다. 초의 스님이 살던 시대는 참으로 척박했다.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경제는 민중들을 빈곤한 삶으로 몰아댔고, 낡은 시대의 유물들은 쌓여진 지식의 보고들을 갉아대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심세력들의 당쟁으로 인해 민중들의 삶이 이리저리 내몰린 조선후기의 초의 스님 시대와 오늘 우리시대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조망할 혜안을 가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의 곱디 고운 삶을 현실속에서 아름답게 보듬어 안고 함께 걸어갈 우리시대의 신 지식인이 그리운 때다 (일지암 암주)
  • 中 수묵화엔 한류의 얼굴이…

    ‘동양 철학과 미학의 만남, 수묵화’. 수천년에 걸친 전통 양식의 수묵화가 현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계승되고 변화되었을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한국과 중국의 수묵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중 현대수묵전’에서는 수묵화의 전통을 어떻게 하면 현대의 문화에 맞게 표현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온 양국 현대 수묵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등샤오밍 리화성 통중다오 등 중국 작가의 작품 70여점, 서세옥 유근택 송수련 등 한국작가의 5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한국과 중국은 ‘동시대성’이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중국 황이한의 ‘중국신인류’(2004)는 가슴을 드러낸 여인을 비롯해 패왕별희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여인, 우리 가수 HOT 멤버의 얼굴 등을 표현, 중국 젊은세대가 이끄는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렇듯 중국 현대 수묵화에는 일상 생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서양화의 조형관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반영,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방정책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변화된 사회현실과 새로 유입된 문화 영향이 현대 수묵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번 작품을 낸 중국 작가들은 심천시의 공공미술기관 중 하나인 심천화원 소속작가들. 심천화원은 10여명의 작가에게 작업장과 연구시설을 공동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현대수묵화는 선배들이 추구해 온 추상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홍석창의 ‘수묵조형’(2002)은 한국화에서 추상의 영역을 확립한 서세옥 등의 작품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다. 다만 먹빛 외에 약간의 색채가 삽입되고 구도가 더 복잡한 점이 다르다. 한국 현대 수묵화의 역사는 50년대 이후 수묵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한 한국작가들은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수묵화단을 이끈 작가들이다. 시립미술관 김학량 큐레이터는 “수묵화의 고답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대 삶과 어울리는 수묵화를 창조해내는 양국 수묵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새달 18일까지(02)2124-8800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광복60-한·일 국력 현주소] 日 GDP 7배·수출입 4배…선박·IT는 韓國 우위

    [광복60-한·일 국력 현주소] 日 GDP 7배·수출입 4배…선박·IT는 韓國 우위

    ■1. 경제력은‘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이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평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실제 나타난 경제지표나 사회지표들도 그렇다. 한국이 일본을 앞선 부분은 선박과 정보기술(IT) 분야뿐이다. 인구 수는 우리나라가 4829만명으로 1억 2764만명인 일본의 절반을 밑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기준 4조 6734억달러로 한국(6801억달러)의 7배에 가깝다.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이 1만 2720달러로 일본(3만 4192달러)의 3분의1 수준이다. 외환보유액도 일본은 8435억 3700만달러로 우리나라(2049억 8600만달러)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우리나라의 수출·수입이 크게 늘고 있지만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에 뒤진다.2004년 우리나라의 수출·수입액은 각각 2538억 4500만달러,2244억 6300만달러로 세계 12위,13위다. 반면 일본은 수출·수입액 규모가 모두 세계 4위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국제경영대학원(IMD)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9위.IMD 평가에서는 일본(21)에 근접해 있으나 WEF 평가로는 일본(9)에 한참 뒤져 있다. 이는 국가신용등급에도 나타난다.S&P는 일본 신용등급을 위에서 4번째 등급인 AA-로 평가한 반면 우리는 이보다 2단계 더 낮은 A다. 그나마 최근 한 단계 올린 결과다. 무디스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로 평가했고, 한국은 6단계나 낮은 A3다. 피치는 일본의 신용등급은 AA, 한국은 3단계 낮은 A로 평가했다. 산업별로도 여전히 주요 기간산업은 일본에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346만 9000대로 일본(1051만 2000대)의 3분의1 수준이다. 철강생산량(조강 기준)도 우리나라는 4750t으로 일본(1억 1270만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량은 지난 2002년 일본을 추월한 뒤 계속 1위를 지키고 있다.2004년 선박 건조량은 831만 9000CG/T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17.1% 늘어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인구 100명당 인터넷 이용자 수나 이동전화가입자 수 등은 우리가 훨씬 앞선다. 삶의 질은 일본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1인당 보건지출액의 경우 한국은 577달러인 반면 일본은 2476달러로 한국의 4배 이상이다. 유엔이 평균수명, 교육수준 등 주요통계를 통해 인간개발성취 정도를 평가하는 인간개발지수는 한국이 28위, 일본이 9위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2. 군사력은광복 이후 한·일 양국은 군사력 측면에서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여왔다. 1945년 패전(敗戰)으로 인해 군사력 측면에서 사실상 ‘잿더미’를 경험한 일본은 이미 군사 대국화(大國化)의 길로 들어섰다. 동족간 전쟁에 분단까지 겪은 한국도 군사력에서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남북한이 군사적 대치 상황을 오랜 기간 지속해온 탓에 나름대로 군사력은 크게 확충됐다. 패전 이후 일본은 군은 물론 타국에 파괴적 피해를 주는 무기도 보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군대 아닌 군대’로도 불리는 자위대(自衛隊)의 이름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자위대의 활동 영역은 이미 전 세계로 확대됐고, 보유 전력도 중국 러시아 남북한 등 주변국 어느 나라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육상·해상·공중으로 나뉘어진 자위대의 병력은 지난해 말 현재 23만 9000명. 중국이나 러시아 한국 등 주변국보다 적다. 하지만 보유 장비 등 전력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해상 자위대는 한국이 단 한 척도 없는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은 건조 비용만 해도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최신예 함정. 또 잠수함 16척 이외에 구축함과 순양함, 호위함 50여척을 갖고 있다. 항공 자위대 역시 공중전에 강한 최첨단의 F-15J 전투기는 200대가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일제시대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 등으로 활동하다가 광복 당시 ‘국방사령부’로 출범했으며, 정부 수립과 함께 국군으로 정식 발족했다. 정부 수립 당시 5개 여단 5만여명에 불과하던 남한의 병력은 현재 13개 군단,49개 사단에 68만여명으로 늘었다. 물론 북한의 경우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남한보다 훨씬 많은 117만명의 정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재래식 무기이긴 하지만 야포 8700여문, 전차 3700여대 등 만만찮은 육상 전력과 남한보다 우위로 평가받고 있는 해상 전력도 보유하고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15일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지 1갑자(甲子)가 되는 제60주년 광복절이다.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나 당시 독립을 쟁취한 한국은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간 국력 변화의 추이를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조명해 본다. ■ 민족문제硏 조문기이사장의 ‘광복60년 直言’ 1945년 7월24일. 거물 친일파 박춘금 주최로 ‘아세아민족분격대회’가 열린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던 그다. 해방 뒤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려 하자 여기에 반대해 삼각산(현 북한산)에서 봉화를 올리고 폭탄을 터뜨리려 했던 이른바 ‘인민청년군 사건’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떠돌던 그는 한때 광복회 경기지부장을 맡았지만 90년대 초 민족문제연구소가 출범하자 미련없이 이 자리를 내던졌다. 함께 항일운동을 했던 동지들은 빠짐없이 독립유공자 명단에 올렸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은 끝내 올리지 않았다. 보다 못해 딸과 사위가 몰래 독립유공자로 등록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 이사장. 이런 그였기에 약속 장소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 사무실을 찾아가는 발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8·15를 앞두고 몇 마디 얻어 들을 양으로 찾아가 ‘아이고∼, 그러세요∼.’라고 맞장구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엔 우리 같은 후대의 역할이 너무 부끄럽고 자괴스러워서다. 예전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몸이 많이 축나 보였다. 그래도 힘주어 말할 때마다 눈빛이 형형하게 되살아 난다. 건강을 묻자 최근 다리에 이상이 와서 거동이 불편하다고 했다.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급해?” 그런다. 숨 좀 돌리자는 뜻이다. 옆에 있던 기념사업회 차영조 상임이사와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광복절 행사 때문에 청와대 등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참석 안할 거냐고 물었더니 노한 목청의 대답이 돌아온다.“해방은 무슨 해방, 해방된 건 친일파 놈들이지. 일본 사람들 눈치나 보던 친일파나 일본 사람들한테서 해방된 거지. 해방이란 게 나라를 몽땅 들어다 친일파한테 바친 거요.” 예상대로다.“친일파들이 득세했다는 거,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반공’과 ‘친미’ 기치 아래에서 기생해 왔다는 것도 다 알아. 그런데 이들이 후계자를 양성해서 각계 요직에 다 앉혀 놨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어. 지하에 계신 선열들이 대로하실 일이지.”손자뻘 되는 기자가 8·15의 의미에 대해 묻자 카랑한 목소리의 대답이 돌아왔다.“8·15라는 게, 그것 때문에 남북이 분단됐잖아요. 그런데 무얼 기념하고 무얼 경축해. 차라리 분단의 날로 정하고 그 날의 의미를 되살리고 각오를 다지도록 해야지.” 그가 광복절만 되면 차고 넘치는 태극기와 ‘경축’‘기념’ 따위의 문구를 피해 산사나 절에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비판 대상이다.“독립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더 어쭙잖아. 대통령이 불러주면 밥 한 끼 먹고 그걸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게 말이 돼? 친일파 청산과 분단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민족국가’를 꿈꿨던 독립운동가일 수가 있느냐고?” 매섭게 내려치는 말투, 그러나 이내 누그러든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전부 어림잡아 200만명, 만주나 이런 곳에서 활동하신 분들이 최소한 70만명 정도야. 그런데 우리가 이제껏 유공자로 인정했다는 사람이 고작 1만명 정도야. 나머지는 다 잃어버린 거지. 이게 광복하고, 해방된 나라냐고.” 사무실을 빠져나올 때쯤 기온이 다소 내려앉았다. 시원할 만도 한데 등줄기로 땀이 더 흐른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만은 아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문기씨가 걸어온 길 ▲1926년 경기도 화성 출생 ▲일본강관주식회사 파업주도(42년) ▲부민관 폭파사건 주도(45년) ▲단정반대 시위로 투옥(48년) ▲이승만 암살 조작 사건으로 투옥(59년) ▲광복회 경기지부장(85년) ▲건국훈장 애국장 수상(90년) ▲민족문제연구소 2대 이사장 취임(99년)
  • 꽃소비문화 활성화 플라워 디자인대회 서울 aT센터서 열려

    꽃소비문화 활성화 플라워 디자인대회 서울 aT센터서 열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칠월칠석(11일)을 맞아 꽃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2005 연인의 날’ 및 ‘제8회 코리아컵 플라워 디자인 경기대회’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11일까지 이틀 동안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화원협회(회장 박영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칠월칠석을 ‘연인의 날’로 정해 꽃을 선물하는 생활을 일상화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등 건전한 꽃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농림부는 이 기간 꽃다발과 서양란 화분을 증정하고 꽃과 관련된 마술쇼와 어린이 꽃꽂이 체험교실, 꽃디자인 경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시민들이 이 행사의 찬조 작품으로 전시된 정명 스님의 연꽃 작품(사진 위)과 칠월칠석을 기념으로 7만 7777송이의 장미로 만든 하트 모양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경제플러스] ‘라쎄 국화향 침구세트’ 선봬

    S.D산업은 최근 국화 자연분말이 첨가된 ‘라쎄 국화향 침구세트’를 선보였다. 국화향 매트와 이불, 베개 커버에는 머리카락 100분의1 두께의 초극세사로 짜여진 마이크로 파이버 첨단 소재가 들어 있다. 이 회사는 첨가공정(폴리우레탄 발포체 성형)을 최근 특허 출원했다. 이 제품은 세균번식을 억제하고 악취를 방지하며,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1인용 라쎄 국화향 침구세트 가격은 66만원선.(02)336-5988.
  • ‘살아있는 神’ 일왕의 베일 벗긴다

    ‘살아있는 神’ 일왕의 베일 벗긴다

    개명한 21세기에 ‘신(神)’을, 그것도 ‘현인’으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있다. 국가의 구심점,‘현인신’(顯人神·아라히토카미) ‘천황´을 떠받드는 일본인들이다. MBC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천황´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5부작 다큐멘터리 ‘‘천황´의 나라 일본’을 준비했다.7일 1부 ‘텐노, 살아있는 신화’,8일에는 2·3부 ‘사쿠라로 지다’와 ‘신을 만든 사람들’,14일에는 4부 ‘충성과 반역’,21일에는 5부 ‘제국의 유산’이 전파를 탄다. 방영시간이 밤 11시∼12시대여서 아쉽다. 사실 ‘‘천황´’이라는 존재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키히토 ‘천황´이 실토했듯 일본 ‘천황´가가 백제 무령왕의 방계 일족이라는 점은 이런 저런 자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을 사실상 백제 계열의 국가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게다가 장군들이 통치하는 막부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 ‘천황´은 아무런 권력없이 은거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MBC가 조명하는 대목은 메이지유신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없던 ‘천황´이 어떻게 만세일계의 절대권력자이자 일본의 상징으로 떠올랐는가이다. 1부에서는 많은 일본 전문가들이 토로하는,“‘천황´과 황실 얘기만 나오면 일본인들과의 대화는 더 이상 진전이 안된다.”는 현상을 다룬다.‘천황´과 황실에 대한 믿음은 그야말로 무모함 그 자체다.2부는 2차대전 당시 ‘인간폭탄 부대’였던 카이텐, 오오카 부대원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꽃다운 젊은이들이 ‘텐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죽어가야 했는지를 묻는다.3부는 근대화 과정에서 ‘천황´이 부각되는 과정을 다뤘고,4부는 ‘천황´제를 둘러싼 극우세력들의 테러와 협박,5부는 미·일동맹 아래 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이 ‘천황´을 어떻게 다시 이용하려 드는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쏠쏠하게 건진 것들도 많다.‘천황´과 황실에 대한 보도지침을 뜻하는 기쿠 터부,2차대전 당시 일본 본토에서 미국에 결사항전하기 위해 지은 마쓰시로 대본영의 모습, 얼마전 논란이 일었던 ‘천황´의 사이판 방문 이모저모, 일본국 헌법개정을 둘러싼 논란 등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그러나 이런 사실관계를 다룬다 해도 일본인이 변할까. 제작발표회장에 참석한 한 일본 기자는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지만 ‘믿음’은 사실관계와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이다.‘천황´제에 이의를 제기하던 메이지 당시 민권운동,20세기 초 공산주의,60∼70년대 적군파, 이들 모두가 실패한 이유기도 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김진우(한양대 명예교수)항덕(중부도시가스 회장)무강(상락교회 담임목사)진영(자영업)씨 모친상 이민의(전 SKM 사장)김종덕(이화여대 음대 교수)씨 빙모상 2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4●주효권(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명권(새중앙약국 대표)씨 부친상 27일 낮 12시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410-6916●김창렬(한국자생식물원 원장)씨 모친상 28일 강릉 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 (033)644-6017●이정린(대림산업 부장)정열(사업)씨 부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1일 오전 8시 (02)3010-2293●박상춘(미국 Citibank)상렬(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씨 모친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010-2291●독고윤(아주대 교수)씨 모친상 조여원(경희대 교수)씨 시모상 28일 경희의료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958-9545●노행환(재향군인회 조직부장)씨 모친상 28일 수원 성빈센트병원, 발인 30일 오전 10시 (031)249-8465●박상태(한국신용평가정보 사장)씨 빙부상 28일 김천의료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54)429-8368●김용현(자영업)기현(한국화장품 홍보팀장)호현(공무원)씨 부친상 권영철(교사)씨 빙부상 28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농협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11시 (054)862-1910●조경만(서울 메트로신문사 차장)씨 조부상 28일 충북 진천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9시 (043)537-9957●유승윤(전 건국대 이사장)씨 별세 유상현(대학원)씨 부친상 이승원(권영길의원 정책보좌관)씨 빙부상 28일 오전 9시55분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8월 1일 오전 8시 (02)2030-7902
  •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목욕하는 두 여인. 통통하게 살쪄 볼륨감이 넘친다. 둥글둥글한 선과 여인의 몸을 비추는 밝은 빛은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화풍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 근대 서양화가 김관호의 ‘석모(夕暮,1916)다. 그는 고희동과 함께 우리나라 서양화 개척에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 김관호를 비롯, 우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잊혀졌던 작가들이 대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 미술 100년’(1부)에서다. 조선왕조의 몰락부터 개화기, 일제침략,4·19(1960)이전까지의 회화, 한국화, 조소, 공예등의 작품 800여점을 비롯, 관련 자료 200여점등 모두 1000점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평양에서 활동하던 최지원의 ‘걸인과 꽃’(1939)은 제 1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목판화로 조선미술전람회 사상 최초의 판화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각가 문신의 유화 ‘고기잡이’(1948)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해방직후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열망했던 청년들의 열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동안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회주의 계열의 작가들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인공.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월북한 사회주의자 이쾌대는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1949)에서 해방직후 사회주의 이념에 몰두했던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표현했다. 러시아 레핀대학 교수이자 화가이던 변월룡은 작품 ‘김용준 초상’‘리기영 초상’에서 근대기 화가 김용준과 소설가 이기영의 월북후 모습을 뛰어난 사실적 묘사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몰락한 황실이 1933년 덕수궁 석조전에 설립했던 ‘이왕가미술관’소장품들도 소개된다. 요코하마 다이칸의 ‘정숙’등 일제시대 선전에 당선됐던 일본 작가의 작품 33점은 식민지 시절 우리의 미감을 조성, 근대화가들이 이들의 양식을 쫓아갔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서중서 성대교수(근현대), 최원식 인하대교수(문학), 김영나 서울대교수(미술) 등이 자문에 나서 주체적으로 근대를 맞이하는 우리 미술가들의 창조정신과 역사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 소장가의 작품 공개거부로 최초의 여류서양화가 나혜석의 작품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윤수 현대미술관장은 “그동안 시기별, 주제별로 근·현대미술을 다룬 양식사 중심의 전시회였다면 이번 전시회는 사회·문화사적 맥락에서 처음으로 접근한 전시회”라고 말했다.8월 13일∼10월 23일.(02)2188-600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일제 훈장받은 3300명 명단공개”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조선인 수훈(受勳)자 명단이 공개된다. KBS탐사보도팀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된 일본 내각 상훈국의 서훈 문서 1000여권을 분석해 이를 찾아냈다. 명단뿐만 아니라, 친일행각과 친일파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공적조서까지 포함됐다.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조선인 명단 전체가 입수된 것은 처음. 1897년 당시 특명전권대사로 일본에 갔던 외무대신 이하영을 시작으로 광복까지 모두 3300여명이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장 등 교육자가 684명으로 가장 많았고, 군수 499명, 군 공무원 268명, 육군 192명, 경찰 154명, 조선총독부 공무원 141명, 판사 55명, 검사 18명, 재판소 직원 55명 등의 순이었다. 고종·순종과 이완용 등은 일본 최고 훈장 ‘대훈위 국화장목식’ 다음으로 권위가 있는 ‘국화대수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KBS는 24일 오후 8시 1TV KBS스페셜 ‘최초공개,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방학맞은 우리 아이위한 미술관 없을까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전이 봇물이다. 금호미술관은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우리 그림전 ‘지필묵 놀이미술관’을 펼치고 있다. 서양 미술에 편중된 어린이들에게 한국화의 맛과 멋을 보여줘 수묵화, 민화 등 우리 그림과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선두의 ‘시끄러운 폭죽’은 기존의 종이 위에 그려진 전통 수묵화를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현대적으로 변용한 입체회화. 스테인리스 스틸은 종이가 되고 레이저 빔으로 쏘아서 구멍을 낸 주변 공간은 수묵이 된다. 김보희의 ‘무제’는 수묵으로 그린 산수화를 입체작업해 전혀 다른 느낌의 산수화로 탈바꿈시켰다. 서용의 ‘상구보리하화중생’은 종이가 아닌 회벽에 그린 일종의 벽화. 중국 둔황에서 7년여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어린이들이 부채와 화선지에 붓과 먹으로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놀이터와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소극장도 함께 마련,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놀이공간 역할도 한다.8월23일까지(02)720-5114. 성곡미술관에서는 어린이 동화의 거장 존 버닝햄과 앤터니 브라운의 ‘행복한 그림책 여행’으로 어린 관람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본관에는 이들의 책 8권에서 뽑아낸 아기자기한 그림 151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존 버닝햄의 대표작 ‘지각대장 존’을 비롯,‘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우리 할아버지’ 등이, 앤터니 브라운의 대표작 ‘고릴라’‘꿈꾸는 윌리’‘우리 엄마’ 등의 재밌는 장면들이 어린이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별관에는 무대설치 작가 정경희씨가 이들 작가의 책에 나오는 동화 속 나라를 실제로 재현, 어린이들이 동화 속 나라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날짜를 잘 맞추면 구연가 허정원씨의 구연동화를 직접 들을 수 있다.9월4일까지.(02)737-765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경제플러스] 제약영업직 신입사원 채용

    한국화이자제약은 서울, 대전, 광주 등 전국 각지에 근무할 영업사원을 모집한다. 지원자격은 4년제대학 졸업자 및 2005년 8월 졸업예정자로 전공은 상관없다. 한국화이자 홈페이지(www.pfizer.co.kr)를 방문한 뒤 온라인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접수 마감은 7월19일 오후 11시. 채용관련 문의는 이메일(hr.korea@pfizer.com)로 하면 된다.
  • ‘아줌마들의 오빠’가 돌아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은 이들에겐 공감할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80년대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록 밴드 ‘벗님들’의 이치현과 ‘들국화’의 주찬권이 오뚝이처럼 다시 팬들 앞에 섰다.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이 돼 나타난 이들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특히 7080은 물론 신세대까지 ‘리메이크 붐’에 빠져 있는 세태를 비웃듯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신곡을 선보여 더 반갑다. ■ ‘벗님들’ 이치현 새 앨범 ‘운 빠소’ “ 과거에 집착하며 옛 추억만 팔고 사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하루빨리 신곡을 발표하고 싶었어요. 전 은퇴한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 가수인 걸요.” ‘사랑의 슬픔’‘집시여인’등 히트곡으로 유명한 ‘벗님들’의 이치현(50)이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27년간 꿋꿋히 밴드 음악을 고수한 그답게 그것도 8인조 밴드를 이끌고. 그동안 방송활동을 접고 라이브 무대에 주력했던 그는 11집 정규 새 앨범 ‘운 빠소’(Un Paso:스페인어로 ‘한걸음 더’라는 뜻)를 내놨다.12곡이 든 신보와 지난 88년 라이브공연 실황을 담은 ‘Live In 88’ 등 2개 CD로 구성된 새 앨범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라틴록이란 장르를 앞세웠다. “그동안 무얼하고 지냈냐?”고 먼저 묻자 너털 웃음부터 짓는다.“궁여지책이었죠.92년 솔로로 나온 뒤 새 앨범 내려 했는데…서태지 등 ‘댄스 가수’들이 득세하면서, 설자리가 없더라고요.” 결국 그가 찾은 곳은 미사리 라이브 카페촌.“그저 노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고, 먹고 살기 위한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이유도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96년 미사리에 ‘산타나’라는 라이브 카페를 여는 등 ‘미사리 문화’를 이끌어낸 가수다. 가요계가 불황인 이 시점에, 그것도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으로 앨범을 내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새 음반 안 내냐?’‘방송활동 안하냐?’는 팬들의 기대와 요구에 힘을 얻었죠. 이젠 과거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미사리 문화의 변질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뒤늦게 앨범 소개를 부탁했더니,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음악적 스승인 산타나의 음악과 가요를 접목시켰어요. 타이틀곡은 ‘한 걸음 더’인데, 경쾌한 라틴 리듬에 산타나풍의 기타 연주, 핸드 퍼커션 등 타악기 연주가 잘 어루러진 곡이에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데 3년이상 심혈을 기울였단다. 작곡 등 준비기간만 2년이 걸렸고, 녹음 작업만 1년 넘게 했다.“지난해 말 ‘비잉’(Being)이란 제목의 앨범을 다 만들어놓고도 다시 작업했어요. 재킷 사진도 맘에 안들고….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는 늦었지만 곧 25주년 기념음반을 낼 계획이다.“앨범 주제는 ‘로맨틱’이에요. 어쿠스틱 기타의 참맛을 느끼게 해드릴 게요. 물론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들로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들국화’ 주찬권 새 앨범 ‘Low’“나이 먹었다고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가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죠. 전 영원한 록 뮤지션입니다.” 그룹 ‘들국화’의 전 멤버(드러머)로 작사·작곡은 물론 노래에 악기 연주까지 ‘원맨밴드’로서의 다재다능한 음악적 재능을 선보여 온 주찬권(50)이 5년 만에 5집 새 앨범 ‘Low’를 발표했다.‘Rock이 필요해’를 타이틀 곡으로 한 이번 앨범에는 32년 음악 인생의 굴곡을 담은 intro곡 ‘Low’를 시작으로 몽환적인 느낌의 ‘새 한마리’, 록의 면모를 십분 느낄 수 있는 ‘말썽꾸러기’‘길 떠나며’ 등 14곡을 담았다. “마음을 비운 채 ‘낮은 곳’에서 생각하고 ‘낮은 소리’로 말하자는 취지로 앨범 제목을 ‘Low’라고 정했어요.”음악과 함께한 지난 세월을 빗대어 표현했다며 미소짓는다. 지난 73년 미8군 활동을 시작으로 74년 ‘뉴스 보이스’,78년 ‘믿은 소망 사랑’,83년 ‘신중현과 세나그네’,85년 ‘들국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적 삶은 철저히 록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87년 들국화가 해체됐고,96년에는 14년간 이어오던 결혼생활을 끝냈다.97년에는 동료 허성욱을 교통사고로 잃었다.“이듬해 ‘들국화’를 재결성하고 새 앨범도 발표하려 했지만, 전인권 형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물거품이 됐죠.”이후 솔로 앨범과 한장의 프로젝트 앨범을 내놨지만, 모두 빛을 보지 못하는 등 내리막을 경험했다. “돈이, 배고프다는 것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솔로 2·3집은 기획사의 입김에 굴복해 원치 않는 곡들을 담았죠.” 이후 자신의 비겁함에 화가 난 그는 혼자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이번 앨범도 집 팔고 전세 놓으며 마련한 2000여 만원으로 만들었어요. 제가 만족하고 팬들이 좋아하면 되지 돈이 중요한게 아니잖아요?(웃음)” 그는 들국화의 부활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98년부터 준비해 왔단다.“남은 멤버 셋이서 ‘들국화 3집’에 쓸 ‘검은 눈동자’(가제) 등 5∼6곡을 이미 작곡해 놓은 상태예요. 옛 들국화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시간이 걸려도 성에 차게 만들려고요.” 그는 대학생인 큰딸(자연)이 손수 그려준 앨범 자켓을 자랑하며 인터뷰를 맺었다.“지금의 저를 있게 한 8할은 두 딸과,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이에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전남 목포에서 경남 부산을 잇는 2번 국도(총연장 481㎞)에는 맛과 멋, 역사의 향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남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수욕장은 물론 가야 문화권에 속하는 역사적인 유적들이 풍부하다. 특히 곳곳에서 맛깔스러운 남도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넉넉한 인심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 맛집을 찾아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휴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과 역사적 유물은 물론 갖가지 을먹거리를 덤으로 맛볼 수 있는 2번 국도에서 여름의 더위를 날려보자. ●목포 무안반도 남단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목포는 흑산도와 홍도 등 840개의 섬을 아우르는 항구 도시다. 넓은 바다와 섬을 끼고 있어 그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대표적인 곳은 유달산. 영혼이 거쳐가는 산이라하여 ‘영달산’이라고도 불리는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시내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주변에 개통된 2.7㎞의 유달산 일주도로를 타고 산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섬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달산에는 대학루와 달성각, 유선각 등의 정자가 있으며 100여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볼거리다. 유달산 관리사무소 061-242-2344.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500원. 무엇보다 목포를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홍어. 남도의 잔칫집 음식상에는 반드시 홍어가 올라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만큼 유명한 생선이다. 이 가운데 흑산도 홍어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정도의 희귀한 생선으로 담백하면서도 코끝을 톡쏘는 맛이 특징이다.20년째 흑산 홍어만을 고집하고 있는 금메달 식당(272-2697)이 유명하다. 또 삶은 돼지고기,2년 이상 묵힌 배추김치를 곁들인 홍탁삼합(1접시 13만원)과 홍어찜, 홍어회, 홍어탕 등 홍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목포시 관광과 061-270-8430. ●독천 2번 국도를 따라 목포에서 20㎞쯤 달리면 만나는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세발낙지의 원조. 이곳에는 최고 보양식인 낙지집이 즐비하다. 서남해안 갯벌에서 잡히는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 초장에 찍은 뒤 한입에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소가 쟁이질하다 넘어지면 낙지를 솔잎에 싸서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쇠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제일식당(472-3729)은 기름을 제거한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은 갈낙탕(1인분 1만 2000원)과 낙지구이(10마리에 4만원)의 원조. 인근의 독천식당(472-4222)도 30여년의 전통을 지닌 낙지집으로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 주메뉴다. 영암군 문화관광과(061-470-2224) ●강진 강진군에서는 마량포구에 가면 고향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77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푸른 바다를 끼고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확 트인 바닷가와 맞닥뜨린다. 바다를 끼고 내려가는 길은 ‘경치가 좋은 도로’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 마량포구의 새벽 항구와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 현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마량항에 있는 강진군 수협어판장에서는 아침 8시30분부터 수산물 경매가 이뤄진다. 중매인이라고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와 빠른 속도로 경매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물장어 등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고유의 맛을 살려낸 한정식집 해태식당(434-2486)이 유명하다.1인 2만원. 가볼 만한 곳은 다산초당. 조선시대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선생이 천주교 탄압사건에 연루돼 10여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도암면 만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낮에도 짙은 숲그늘이 드리운다. 다산 선생은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또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의 동암 위쪽으로는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1㎞ 남짓한 거리로, 호젓한 산길이 아름다우며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다. 다산초당 아래에는 다산유물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백련사와 다산유물전시관까지 산길을 따라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다산초당(430-3345), 강진군 문화공보과(061-430-3224). ●장흥 장흥은 무공해 고장이다. 천혜의 청정해역과 천관산도립공원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은어가 뛰노는 1급수 탐진강, 천연계곡과 자연휴양림 등 미래를 위해 아껴놓은 무공해가 자랑거리다. 문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들의 고향이 바로 장흥이다. 득량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키조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내국인들이 맛볼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취락식당(863-2584)에서는 키조개와 한우등심을 곁들인 키조개로스(1인 1만 5000원)를 맛볼 수 있다. 장흥의 명물은 귀족호두. 장흥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명품이며 지압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상품은 한 벌(두알)에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이유는 장흥에서 자생하는 토종나무가 11그루에 불과한데다 그루당 호두가 몇십개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귀족호두 박물관(863-2736)의 전시실에는 각종 호두가 전시돼 있고 20여종의 나무들로 만들어진 고가구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장흥군 문화관광과(061-860-0224). ●보성 보성은 차의 고향이다.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광대한 녹차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보성다원 등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차밭이 대부분이어서 맛과 향이 야생차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고급차가 생산된다. 무엇보다 보성의 매력은 어디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 득량만 방향으로 15㎞쯤 내려가다보면 율포해수욕장과 수문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율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해수녹차탕(853-4566)은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잎을 넣고 만든 건강탕. 탕에 앉아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온천장 앞으로 펼쳐지는 득량만 바다 풍광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다. 검붉은 색을 띠는 녹차해수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티베트박물관(852-3038)은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된 박물관 내부에서는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1987년부터 모은 탕카, 만다라, 밀교법구 등 티베트 관련 많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www.tibetan-museum.org. 보성군 문화관광과061-850-5224. ●벌교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곳에 들러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소설에서 마을 지주인 현준배의 집이자 소화와 정하섭이 사랑을 나누었던 ‘현부잣집’은 최근 새로 단장해 답사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빨치산 대장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벌교 제일의 주먹이던 땅벌을 제압하고자 스스로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차가 올 때까지 오래 버티는 담력 결투를 벌였던 철교도 건재하다. 소설에 등장했던 홍교(보물 제304호)는 세칸짜리 무지개 다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벌교천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소화다리에 이르는데 원래는 부용교였으며, 소설 속에서 좌·우익 서로간에 사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밀물때면 여기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벌교 꼬막.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풍미가 일품이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알카리 식품으로 소화 흡수가 잘된다. 벌교읍(061-857-6410) ●순천 순천은 지루한 삶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는 곳.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 갯벌을 비롯해 우리의 옛삶을 만날 수 있는 낙안읍성,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 등은 낭만과 포근함을 준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여 드넓은 갯벌을 만들어낸 순천만은 가슴을 확트이게 만든다. 물이 빠지고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뻗어나간 물길과 아낙네들이 펄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계산 기슭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754-5247)는 사찰 주위에 수백년 된 수목이 울창하다. 주차장에서 선암사로 가는 1㎞에 이르는 길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선암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를 지나게 된다. 낙안읍성은 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이 읍성안에서 조선시대 삶을 재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읍성에서는 객사(사신이 머무는 곳)와 동헌(지방행정관서) 등 공공시설이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142가구의 일반 주택들은 모두 초가집이다. 읍성은 상도, 허준, 용의눈물 등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예로부터 인심이 후하고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화려한 음식문화. 고단백 영양식이라 여름철 스태미나식으로 인기가 높은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한다. 인공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철에만 먹을 수 있다. 텁텁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여느 음식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천시 문화관광과(061-749-3328). ●하동 섬진강의 시원한 물빛은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시원한 강바람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섬진강변을 끼고 구례에서 하동·광양으로 내려오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운 모래톱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즐긴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하동송림, 하동포구공원, 쌍계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최근 문을 연 하동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표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동흥식당(884-2257)과 하동재첩사랑(883-7758) 등 주변에 재첩국을 파는 식당이 많다. 재첩국 5000원.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75) ●진주 진주는 19세의 나이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작은 도시에 ‘진주 8경’이 숨어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논개의 영혼이 녹아 있는 남강과 진양호의 석양은 일상의 답답함을 시원스레 날려준다. 진주(眞珠)처럼 작지만 아름답고 커다란 빛을 뿜어낸다. 진양댐 어귀에는 전망대와 동물원, 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진주성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은 시내에서 멀지 않아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진주는 진주 비빔밥과 진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진주성 전투때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진주비빔밥은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동황색의 둥근 놋그릇과 쌀밥, 그리고 다섯가지의 나물이 어우러져 칠보화반으로도 불린다. 천황식당(741-2646)과 설야(762-0585)가 유명하다. 진주 장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유정장어본점(746-9235)와 남강장어(747-0888)이 맛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055-749-2055) ●마산 마산에서는 매콤 담백하면서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맛을 지닌 원조 아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귀찜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이곳 원조 아귀찜은 다른 지역의 아귀찜과는 사뭇 다르다. 마산에서는 한겨울 찬바람 속에서 20∼30일 말린 아구를 냉동창고에 보관해 놓고 쓴다. 마산 아귀찜은 토장맛이 특히 좋다. 말린 아구에 콩나물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푼뒤, 마산의 명물 미더덕을 넣어 범벅해서 찐 것으로 개운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안 나고 신선하며 담백한 맛의 삶은 아구를 초장에 찍어먹는 수육도 별미. 아구탕은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 먹어도 좋다. 오동동 뒷골목이 아귀찜의 고향. 오동동 사거리에서 해안도로쪽으로 200m쯤 골목길에 접어들면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동도 진짜초가집, 원미아귀찜, 구강할매집, 오동도아구 할매집, 본점옛날아귀찜 등이 있다. 진전면 고사리 거락마을에 있는 자연 숲. 자생하는 표고나무와 수양버들이 400m의 진전천 둑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고 하천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른다. 인근 양촌 온천단지에서는 여름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고현리 공룡발자국화석 지역과 단비도예마을, 봉암갯벌생태학습장 등을 둘러보면 좋다. 마산시 문화공보과 관광진흥담당(055-240-2044). ●부산 2번 국도의 끝지점에서 만나는 송도 해수욕장은 부산 시민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명소다.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도심형 어촌이기도 하다.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8월 비치머드페스티벌과 가요제, 해변 미니영화제, 인공암벽대회 등 피서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인근의 암남공원은 1억년전 형성된 퇴적암과 원시림,100여종의 야생화와 400여종의 식물군 등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싱싱한 회와 곰장어구이, 부산 아귀찜 등이 있다. 부산 서구청 문화관광과(051-240-4061).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1400억원대 ‘고지혈 시장’ 잡아라

    최근 들어 비만, 고지혈,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관련 약제의 시장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990∼2002년 사이에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0명에서 25명으로 급증하면서 체내 콜레스테롤의 흡수 및 합성을 억제해 고지혈증을 막는 이른바 ‘콜레스테롤 억제제’ 수요가 급증, 올해 1400억원 등 갈수록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서구에서 먼저 불붙어 고지혈증 치료제가 전 세계의약품 판매량의 1∼2위를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MSD가 최근 콜레스테롤 이중 억제제인 ‘바이토린’을 출시, 시장쟁탈전에 기름을 부었다.MSD측은 간에서만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기존 스타틴계 약제와 달리 바이토린은 간과 장에서 이중으로 몸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의 합성 및 흡수를 최고 61%까지 억제한다고 설명했다.여기에 맞서 국내에서 리피토로 톡톡히 재미를 본 한국화이자는 올 하반기 중 기존 고혈압 치료제인 ‘노바스크’와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기능을 합한 새로운 치료제 ‘카두엣’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두엣이 출시되면 기존 노바스크, 리피토와 묶어 일대 바람을 일으킨다는 복안이다. 기존 스타틴계 제제의 효능을 대폭 개선한 ‘크레스토’를 앞세운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국내 출시 1년을 맞아 ‘크레스토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치료제로 적합하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등 시장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잰걸음이다. 한미약품의 ‘심바스트’ 등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확대에 나선 가운데 몇몇 제약사는 외국에서 개발된 약제를 들여오는 등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은 복중 열기로 뜨겁기만 하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9)爲己之學(위기지학)

    儒林 (368)에는 ‘爲己之學’(위할 위/자기 기/어조사 지/배울 학)이 나온다. 이 말은 論語(논어) 憲問(헌문)의 “옛날의 공부하던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더니, 오늘날의 공부하는 사람은 남을 위해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는 데에서 나온 것으로 ‘자기를 위해, 즉 자기 수양, 자기 충실을 도모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爲’의 字形(자형)을 보면 아랫부분은 ‘코끼리’의 象形(상형)이고, 위쪽은 코끼리의 코를 잡고 있는 ‘손’의 象形이다. 원래의 뜻은 ‘만들다’였고 ‘하다’‘다스리다’‘생각하다’‘되다’‘위하다’ 등의 뜻이 派生(파생)되었다.用例(용례)에는 ‘爲一世冠(위일세관:당대의 제일인자가 됨),爲政者(위정자:정치를 행하는 사람),無所不爲(무소불위: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 등이 있다. ‘己’의 字源(자원)에 관해서는 ‘주살’의 상형, 혹은 ‘몇 군데 매듭을 진 새끼줄’의 상형,‘신표로 삼는 나뭇조각에 새긴 부호의 모양’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用例에는 ‘克己復禮(극기복례:자기의 욕심을 누르고 예의범절을 따름),反求諸己(반구저기:잘못의 원인을 돌이키어 자신에게서 찾다),修己治人(수기치인: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에 남을 다스림)’ 등이 있다. ‘之’자는 止(지)와 一(일)을 합친 글자이다. 발을 나타내는 ‘止’ 아래에 出發線(출발선) 또는 地面(지면)을 가리키는 ‘一’을 넣어 ‘어디론가 가다’라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學’자는 ‘배우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새끼를 꼬아 지붕을 얽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한다.用例에는 ‘學識(학식:배워서 얻은 지식),曲學阿世(곡학아세: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함)’ 등이 있다. 學問(학문)의 일차적인 目的(목적)은 自我確立(자아확립)이다. 그러나 인간은 社會的(사회적)인 存在(존재)이기 때문에 학문의 窮極的(궁극적)인 目的도 자신의 知識(지식)을 社會的으로 實現하는 것이 된다. 자기 자신의 수양이 올바르게 되어 있지 않은데 社會的인 實踐(실천)에만 앞장선다면, 그 행동은 僞善(위선)이 되고 만다. 그래서 儒學(유학)에서는 학문의 중심, 또는 出發點(출발점)인 자기 수양을 강조한다. 爲人之學이란 남에게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을 말한다. 즉 世俗的(세속적) 名譽(명예)나 남의 稱讚(칭찬)을 듣기 위해서 하는 학문을 가리킨다.爲己之學은 자신만의 이익을 내세우는 利己主義(이기주의)와는 분명히 다르다.爲己之學은 자신의 私利私慾(사리사욕)을 追求(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對人關係(대인관계)에 있어서 자기의 언행이 마땅한가의 與否(여부)를 스스로 反省(반성)하여 그 실현 可能(가능) 根據(근거)를 자기 자신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고, 자기 수양을 爲主(위주)로 한다. 爲人之學이 화려한 都市(도시)를 裝飾(장식)하는 장미나 국화송이 같다면 爲己之學은 깊은 산 바위틈에 기대어 호젓하게 피어난 蘭草(난초)와 같다. 몸을 숨긴 蘭草의 향은 은은하여 천리 바람길로 통하지만 제 빛을 뽐내는 국화나 장미는 스쳐 지나는 나그네의 눈과 귀를 滿足(만족)시킬 뿐이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남의 노래 ‘마야’답게 불렀어요”

    “남의 노래 ‘마야’답게 불렀어요”

    솔직히 처음엔 의아했고, 실망스러웠다. 최근 가수들 사이에 리메이크 앨범 제작이 유행하고 있지만,‘색깔이 뚜렷한’ 그녀 만큼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만나고 잠깐의 편견을 지울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진달래 꽃’으로 인기를 모았던 여성 로커 마야(26)가 2.5집 리메이크 앨범 ‘소녀시대’를 발표하고 1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3일에는 SBS 생방송 인기가요를 통해 컴백 무대도 가졌다. 반응은 좋다. 팬들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으로 ‘마야 버전’의 새로운 곡을 만들어 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잠깐의 이벤트로 돈을 계산하고 만든게 아니에요. 앨범은 대중은 물론 다른 제작자·작곡가 등에게 내미는 제 ‘명함’과도 같은 것인데, 대충 만들겠어요? 정규앨범 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힘들게 만들었어요.” “왜 하필 리메이크 앨범이냐.”고 물었더니, 특유의 파워풀한 목소리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5년 동안의 무명 생활 동안 대학축제 등에서 선배 가수들의 명곡들을 불렀죠.‘나중에 앨범내면 꼭 내 방식대로 불러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이뤄졌네요.”(웃음) 그녀는 특히 “이번 2.5집이 앞으로의 음악 방향을 잡는 방향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3집은 이번 앨범처럼 기타 사운드가 주는 풍부한 느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송이’를 타이틀곡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 이승철의 ‘소녀시대’, 김성호의 ‘회상’,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등 16곡이 그녀의 독특한 스타일로 해석돼 담겼다. 특히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은 일본의 영유권 도발에 항의하는 뜻으로 노래 중간 랩 부분에서 영어 욕설을 삽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리메이크 앨범은 솔직히 ‘잘해야 본전’이다.‘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노래를 맛깔나게 다시 불러도 기존 가수와 원곡의 잔상을 뛰어넘기 힘들다.“다행이에요. 처음엔 선배 가수들이 ‘내 노래를 이렇게 망쳐 놨어?’라고 하면 어떡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잘 불렀다.’고 칭찬해 주셔서 많은 용기를 얻었죠.” 그녀는 ‘가수’마야보다는 가수 ‘마야’일때 더 매력적이다. 화면에 비친 모습은 중성적이고 빈틈 하나 없을 것 같이 차갑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남자라는 유언비어까지 돌았을까.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노래 가사와 사람 이름을 쉬 잊고,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펑펑 쏟는 등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천상 ‘여자’라는 것.“TV에 나온 제 모습을 보면 제가 아니에요. 무대 위에 ‘또 다른 마야’가 서 있더라고요.(웃음)” 전공(서울예대 연극과)을 살려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9월 현지 공연 등 일본 진출 제의에 대한 소신을 밝히면서 인터뷰를 맺었다.“사무실과 제 자신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죠. 하지만 눈치 보면서, 자존심 죽이면서까지 일본에 진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쪽에서 제 발언과 노래(독도는 우리땅) 등을 트집잡으면 안하면 그만이죠. 안그래요?”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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